이틀 전 월요일에 카페 스몰토크에서 상영된 <위로 공단> 공식 후기입니다. 후기 작성자는 바로 접니다. 상영회에 오신 분들이 많지 않아서 그분들 각각 말씀했던 내용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쓰다 보니 내용이 많군요. 또 후기 대부분이 영화를 비판한 내용입니다. 영화를 먼저 본 후에 이 후기를 참고하시기를 권합니다.

 

멤버들의 의견에 반박하고 싶으면 댓글로 남겨주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멤버들은 이 조용한 블로그에 찾아오지 않아요. 그렇다고 블로그 주인장인 제가 그분들의 의견을 대신해서 말할 수 없어요.

 

정말로 이 후기 속 내용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매주 월요일 저녁에 레드스타킹 독서 모임이 진행되는 카페 스몰토크를 방문해주십시오. 해치지 않아요!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면 불청객처럼 ‘월요병’이 찾아옵니다. 월요일만 되면 무기력하고 피곤해집니다. 레드스타킹도 월요병의 습격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몸이 아파서 월요일 모임에 오지 못한 분들이 많았어요. 어제는 모임에 자주 오시는 분들과 함께 임흥순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위로 공단>을 봤습니다. 영화 보기 전에 멤버들은 ‘꽃보다 페미니즘’ 강연 준비 및 홍보 방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 위로 공단 >은 저마다의 꿈을 위해 열심히 묵묵히 일해 온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한국 산업화의 빛과 그림자가 집약된 1970년대 공장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합니다.

 

 

 

 

 

 

 

 

 

 

 

 

 

 

 

 

 

* 김진숙 《소금꽃나무》 (후마니타스, 2007)

 

 

 

영화는 평화시장 여공, 1979년 YH무역 사건, 1985년 구로공단 동맹 파업, 2005년 기륭전사 사태 등 우리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노동 운동의 역사를 언급합니다. 이 과정에서 실제 노동 현장에서 악전고투하면서 싸웠던 수십여 명의 여성 노동자들의 인터뷰 장면이 나옵니다. 영화 중반부에 2011년 한진중공업 크레인에서 309일간 고공농성을 했던 김진숙 님의 인터뷰 장면도 나옵니다.

 

 

 

 

 

 

 

 

 

 

 

 

 

 

 

 

 

 

 

 

 

 

 

 

 

 

 

 

 

 

 

 

 

* [절판] 전순옥 《끝나지 않은 시다의 노래》 (한겨레출판, 2004)

* 김원 《여공 1970, 그녀들의 反역사》 (이매진, 2006)

* 조영래 《전태일 평전》 (아름다운전태일, 2009)

* 신순애 《열세살 여공의 삶》 (한겨레출판, 2014)

 

 

 

 

여성 노동자들은 한국 노동운동 역사의 큰 축이었습니다. <위로 공단>은 노동에 관한 영화로 볼 수 있어요. 하지만 그동안 ‘노동’은 남성 노동자 중심의 일터에 어울릴만한 단어로 쓰였어요. 하지만 일터에는 여성 노동자들도 있었습니다.

 

 

 

 

 

 

 

평화시장 방직공장에서 일하는 어린 여공들은 ‘공순이’라고 불렸습니다. 중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상경한 어린 여공들은 대부분 ‘시다(수습생)’로 취직했습니다. 사실 ‘공순이’는 좋은 의미의 말은 아닙니다. 그녀들은 ‘공순이’ 소리를 들으면서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일을 했습니다. 여성 노동자들은 한국의 경제발전을 이루는 데 중심축이 돼왔지만, 그로 인해 억압과 희생을 강요당하기도 했습니다. 1970년대 중반 구로단지 근로자의 60%가 여성 근로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오빠나 남동생의 학비를 벌기 위해 가난을 피해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15~16세 전후의 미혼여성들이었습니다. <위로 공단>은 묵묵히 일해 온 여성 노동자들의 눈물과 땀방울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정확히 말하자면, <위로 공단>은 여성 노동자들을 위한 영화로 볼 수 있어요.

 

여성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라 너무 기대를 많이 한 탓일까요? <위로 공단>은 여성 노동자 이야기를 생생한 인터뷰와 감각적인 영상으로 풀어낸 뛰어난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여성 영화’라는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 한계가 보였습니다. 레드스타킹은 <위로 공단>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방향으로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소재는 좋았으나 전체적으로 영화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이 영화 중간중간마다 얼굴에 하얀 천 또는 눈가리개를 쓴 두 명의 여성(여공 또는 자매)이 등장합니다. 그녀들은 말없이 녹색이 우거진 숲을 걷거나 황량한 장소(공장 옥상, 여공들이 묵었던 오래된 여인숙) 한가운데서 우두커니 서 있기도 합니다. 이 두 명의 여성은 꿈과 행복에 눈이 멀어 일만 했던 여성 노동자들을 상징할 수 있습니다. 감독은 여성 노동자의 삶을 미술적 장치들과 결합하여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관객은 이 영화 속에 삽입된 감독의 의도적인 미술적 장치를 해석합니다. 하지만 환상(또는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영화 속 미술적 장치에 거부감을 느낀 분들이 많았습니다. 진○ 님은 영화가 시작되는 장면이 무섭게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마치 한 편의 ‘공포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었다는군요. 히피 님은 미술적 연출에 치중한 감독의 연출 방식을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예술적 감수성이 엿보인 연출 방식에서 ‘감독의 자아도취’가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얼굴에 하얀 천이 덮인 두 여성의 모습을 보고, 감독이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에 영감을 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속 여성의 모습과 마그리트의 그림을 비교해보시죠.

 

상○ 님은 노동운동 관련 사건들을 간략히 언급한 영화의 연출 방식이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기○ 님은 노동 운동가, 대중 모두가 불만족을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평했습니다. 관객이 한국노동운동사에 관한 배경지식 없이 영화를 본다면 영화를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히피 님은 이 영화가 여성노동자의 수난을 훑어 내리는 데 급급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여성 노동’이 어떤 구조적인 문제에 놓여 있는지 어떤 권력과 위계 관계 속에서 차별받고 있는지 짚어내는 것을 교묘하게 피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영화의 보여주기식 연출에서 감독이 생각하는 위로가 무엇인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영화에 세상을 떠난 노동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굿(무속의 종교 제의)을 치루는 장면이 나옵니다. 은○ 님은 이 장면도 비판했습니다. 아마도 감독은 무당 굿 장면을 통해 노동자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메시지를 보여주려고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은○ 님은 노동자들의 ‘한’을 풀어주는 무당 굿이 ‘한국적인 정서’에 잘 들어맞는 ‘한국적인 위로’에 그쳐서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혜○ 님은 여성 노동자들의 인터뷰가 여성 노동자들의 감정 표출에 치중되는 바람에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 의식이 눈물에 의해 희석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은○ 님은 이 영화에서 진취적이고 주도적으로 보여야 할 여성 노동자들이 ‘패배와 좌절’을 겪은 것만 보여준 것에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또, 이 영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두 명의 여성’이 ‘치마를 입은 여성’으로 묘사된 장면을 지적했습니다. 이는 남성의 시선에 의해 ‘박제화된 여성성’입니다. 젠더 인식이 부족한 남성 감독의 한계를 확인할 수 있는 문제의 장면이었습니다. ○정 님은 영화 엔딩 자막에 공개된 감독의 헌사를 비판했습니다.

 

 

“40년간 봉제공장에서 일한 어머니, 백화점 의류매장과 냉동식품 코너 판매원으로 일한 여동생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

 

 

○정 님은 여성 노동자를 ‘어머니’, ‘여동생’으로 일반화한 감독의 표현이 거슬렸다고 말했습니다. 파업 시위 도중에 큰 부상을 입어 세상을 떠났거나 직업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여성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이분들 모두 결혼을 했을까요? 개인의 건강권과 생명권에 달린 파업에 동참한 여성 노동자를 여성의 주체적인 목소리와 삶 자체를 희미하게 만드는 ‘어머니’와 ‘여동생’으로 한정해서 표현한 헌사에 젠더 고정관념(gender stereotypes)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레드스타킹은 여성 노동권 문제를 환기할 수 있는 여성 영화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로 공단>처럼 이런 식으로 영화를 만들면 안 됩니다! 여성 노동권 문제를 제대로 건드린 여성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면 남녀 노동자 간의 경제적 불평등을 일으킨 구조적 문제를 보여줘야 했습니다. <위로 공단>은 여성 노동자들의 눈물 섞인 하소연을 보여주는 데 치중했습니다. 스크린을 구경한 관객들은 여성 노동자들이 처한 암울한 현실에 일시적으로 공감하고, ‘위로’를 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잊히죠. 여성 노동권 보장은 (남성 중심) 노동 운동가나 좌파 정치 운동가들만이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페미니스트들이 여성 노동운동사와 여성 노동자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진다면 여성 노동에 대한 기존의 (남성 중심) 시각을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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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8-04-11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로공단과 소금꽃나무를 보면서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cyrus 2018-04-12 12:22   좋아요 0 | URL
<위로공단>에 나온 김진숙 님 인터뷰가 슬펐습니다.

2018-04-12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를 개봉했을때 감독과의 토크도 함께 했었는데요. 저역시 뭔가 찜찜했던 터라 감독의 의도가 궁금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근데 그 자리에서는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했던 기억도. . . ㅡ.ㅡ

cyrus 2018-04-12 12:23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이 영화가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도로 만들어졌으면 작품성이 더 좋았을 것입니다. ^^;;
 

 

 

 

책 읽는 레드스타킹은 내일 쉽니다. 하지만! 내일은 여성 영화를 보는 날입니다. 내일 상영작은 임흥순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위로공단>(2015)입니다.

 

 

 

 

 

 

 

<위로공단>은 2015년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 은사자상 수상작입니다. 40년 넘게 봉제공장에서 일한 여성들의 삶이라는 이야기에서 착안해 아시아 여성노동이라는 역사의 한 장을 다룬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국내뿐 아니라 베트남, 캄보디아 등 국외 노동자들의 삶을 다루어 신자유주의 세계의 노동 변화에 따른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적 불안을 포착했습니다. 레드스타킹과 함께 <위로공단>을 보면서 오랜 시간 동안 ‘보이지 않은’ 여성 노동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상영회 장소는 카페 스몰토크입니다. 저녁 7시부터 영화가 시작됩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카페에 오시면 됩니다. 영화 시작 전에 일찍 카페에 오셔서 음료를 주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영화가 시작된 후에 음료를 주문하면 커피 머신에서 생기는 소음이 생깁니다. 영화 보는 데 방해가 되겠죠?

 

 

 

 

 

 

4월 16일 월요일, 4월 28일 토요일에 열릴 페미니즘 강좌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강연 신청은 여기로! → https://www.instagram.com/feminism_talk/ (레드스타킹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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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8-04-10 0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번엔 늦은 밤이어서 페미니즘 강좌에 못 간 대구 친구가 있었는데
이번엔 7시, 3시라서 그 친구가 갈 수 있겠네요. 좋은 정보 꼭 전하겠습니다.

cyrus 2018-04-10 12:05   좋아요 0 | URL
그분께 말씀이라도 전해주시는 것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번에 레드스타킹이 처음으로 강연회를 준비하는 거지만, 이 두 날을 위해 정말로 열심히 준비했어요. 강연자 두 분은 대구에 모시기 힘든 분이라서 대구에서 이런 강연을 접하기가 쉽지 않아요. 페크님 친구 분이 강연에 꼭 오셨으면 좋겠어요. ^^
 

 

 

 

레드스타킹 독서모임이 있는 날이 되면 놀랄만한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두 달 전에 제가 처음으로 독서모임에 참석했던 날에 서지현 검사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하여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그다음 달에 독서모임이 있었던 월요일에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성폭행 혐의를 받았습니다. 오늘은 김생민이네요. 김생민이 방송 스태프를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했다는군요.

 

 

 

 

 

 

 

 

 

 

 

 

 

 

 

 

 

오늘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마지막으로 읽는 날입니다. 책 한 권 다 읽고 나니 한 달이 금방 지나가버렸네요. 독서모임에 참석하지 못했으면 학술적인 페미니즘 책을 혼자서 다 못 읽었을 거예요. 지난주에 이미 완독했지만, 오늘 모임을 위해 6장과 7장을 다시 읽었어요. 4, 5장을 함께 읽었던 지난주 모임의 공식 후기를 공개합니다. 여성이라면 이 글을 꼭 읽어보셔야 해요. 이 글의 마지막 부분이 제일 중요해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세 번째 모임!! 4,5장을 함께 읽었습니다. 그리고 충주에서 페미니즘 활동을 시작하려고 하는 두 분을 이나영 교수님 강연장에서 만나서 급! 모임을 참관하러 오셨답니다. 인스타에서 보고 저희 모임을 알고 계셨다고 하셔서 신기하고, 너무 반가웠어요. 말씀하셨던 여성 인터뷰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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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4장의 내용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자본이 제3세계 여성을 발견하였다.”라는 것입니다. 국가가 ‘포주’처럼 나서서 “아시아 여성은 고분고분하고, 손이 야무지고, 순종적인 노동자들입니다.”라고 다국적 기업에 홍보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과거 상황과 연결되었어요. 저희 어머니 세대만 해도 오빠와 남동생을 공부시키기 위해 딸들은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채 공장에 가야 했습니다.

 

 

 

 

 

 

 

 

 

 

 

 

 

 

 

 

 

* [읽을 예정인 책] 실비아 페데리치 《혁명의 영점》 (갈무리, 2013)

 

 

이 책은 예전에 읽었던 <혁명의 영점>과 공통되는 부분도 많지만, 마리아 미즈는 소위 말하는 ‘제3세계 여성’과 ‘1세계 백인 여성’의 연대를 더 고민하는 것 같다고 한 분이 말씀하셨습니다.(다들 3세계라는 표현이 싫다고 했지만, 대체할 언어가 부족한 것이 슬프네요.) 미즈는 1장에서 ‘자매애’로 모든 여성을 퉁쳐 버리는 것에 굉장히 회의적이었는데요. 4장을 읽으니 결국 중요한 건 각각 다른 위치에 있는 여성들 간의 차이나 공통점 그 자체가 아니라 페미니즘이 어떻게 이 모두를 떠안을 수 있는 정치 운동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성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억압받지만, 결국 우리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우리나라는 제3세계와 1세계 어딘가에 끼여 피해자이자 가해자의 위치에 서 있습니다. 어머니 세대는 ‘제3세계 여성 노동자’로 불리다가 지금 우리 세대는 ‘번식자’이자 ‘소비자’로 강요당하는 급격한 변화가 아이러니했어요.

 

그리고 여성은 전 세계 노동의 2/3를 해내지만, 언제나 일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당합니다. 남편과 같이 식당을 운영하는 경우 여성은 무보수로 일하며 노동통계에 잡히지 않습니다. 또 한 분의 할머니는 평생을 농사일, 자녀 양육으로 허리가 휘어지도록 일했지만 직장에 안다녔기 때문에 “나는 평생 일해본 적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신다고 합니다. 책에 나오는 사례들에서 전부 여성은 끊임없이 노동하고, 남자들은 빈둥거리고, 자본은 착취하고.....무한 반복. 또 미군 기지촌에서 한국 여성이 빠져나가고 그 자리를 필리핀, 러시아 여성들이 채운다는 것에 다들 절망했어요. 제조업 공장도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또 베트남으로.... 과연 끝이 있을까요? 자본은 언제까지, 어디까지 여성들을 착취할 수 있을까요?

 

5장에서는 인도의 결혼 지참금 살해 이야기가 가장 충격적이었습니다. 돈을 더 가져오지 않는다고 불태우고, 자살로 위장하고, 독살하고. 여성이 심지어 ‘돈을 내고’ 결혼해서 평생을 일하고, 학대받으며 고작 얻는 건 ‘아내’라는 허울뿐인 지위라는 게 어이가 없었습니다. 결혼 지참금 살해는 ‘근대화되지 않은’ 인도의 시골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도시에서도 발생하고 우리나라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결혼정보 회사도 여자들 돈으로 굴러가고, 혼수 문제도 심각하니까요.

 

마지막은 역시나 ‘미투’ 이야기였습니다. 가해자 처벌 강화와 정책 변화도 물론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변해야 할 건 가정, 직장, 사회에서 저평가 되고 있는 여성노동입니다. 은○씨가 나영 님이 이어말하기 대회에서 하신 발언을 적어 와서 읽어주셨어요.

 

“놀고먹는 아내, 집에서 가사노동을 하는 모습이 그렇게 놀고먹는 아내로만 계속 여겨지는 사회에서 어떻게 여성들이 자신의 위치를 이야기하고 그런 성적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저평가되고 있는 여성노동, 또 사회 곳곳의 보이지 않는 노동들에 대한 인식 변화가 시급한 것 같습니다. 여성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일하는 존재였습니다. 취집한다, 남자들 군대 가는 동안 여자들은 쇼핑하고 논다, 집에서 남편 돈으로 브런치나 먹으며 수다 떠는 아줌마들 타령하는 새끼들아! 제발 이 책 좀 읽어라!

 

다음 주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마지막 시간입니다. 6, 7장 읽고 만나요. 제가 책 안 읽어온다고 막 너무 뭐라고 해서 죄송해요...... 안 읽어도 오세요! 여러분 ㅋㅋㅋㅋ

 

 

 

 

 

 

 

 

 

 

 

지난주 토요일에 진행된 ‘본격 월경 토크’는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이날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참석자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고 합니다.

 

 

 

 

 

 

 

 

 

 

 

 

 

 

 

 

 

 

 

* 김보람 《생리 공감》 (행성B, 2018)

* 레이첼 카우더 네일버프 《마이 리틀 레드북》 (부키, 2011)

 

 

 

저는 이 행사 준비에 많이 한 건 없지만, 《생리 공감》(행성B, 2018)《마이 리틀 레드북》(부키, 2011)을 기증했습니다. 《생리 공감》 속표지에 책의 저자인 김보람 감독님의 친필 사인이 있습니다. 《마이 리틀 레드북》은 지금도 저랑 친분이 있는 알라디너가 제게 직접 주신 선물입니다.

 

 

 

 

 

 

 

이번 달 선정도서와 레드스타킹 내부 행사 일정이 확정되었습니다. 4월 9일 월요일에 영화 상영회가 있습니다. 상영작은 미정입니다. 레드스타킹이 ‘봄맞이 페미니즘 강좌’를 주최합니다. 강좌명은 ‘꽃보다 페미니즘’입니다. 잘 지었죠? :)

 

 

 

 

 

 

 

 

 

 

 

 

 

 

 

 

 

 

 

 

*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성의 변증법》 (꾸리에, 2016)

* [읽을 예정인 책] 앨리스 에콜스 《나쁜 여자 전성시대》 (이매진, 2017)

* [읽을 예정인 책] 수전 팔루디 《백래시》 (아르테, 2017)

 

 

 

4월 16일 월요일 오후 7시에 권김현영 님의 강연이 있습니다. 이 날 강연에 맞춰서 《성의 변증법》(꾸리에, 2016), 《나쁜 여자 전성시대》(이매진, 2017), 《백래시》(아르테, 2017)를 미리 읽고 오신다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강연이 될 것입니다. 얼른 신청하세요!

 

4월 28일 토요일 오후 3시에 나영 님의 강연이 있습니다. 이 날 성, 노동, 동의, 권력, 폭력 등 다섯 가지 주제로 성폭력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강연 장소는 대구 시민공익활동 지원센터입니다. 각 강좌 당 수강료는 1만 원입니다. 16일, 28일 두 강연 모두 신청하면 5천 원 할인된 1만 5천 원의 수강료를 내면 됩니다. 수강 신청은 ‘레드스타킹 공식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하면 됩니다.

 

 

 

* 강연 신청하기

https://www.instagram.com/feminism_talk/

 

 

 

 

 

 

 

 

 

 

 

 

 

 

 

 

 

 

 

 

 

 

 

* [레드스타킹의 선택]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교양인, 2018)

 

 

 

책은 4월 23일 월요일부터 읽습니다. 레드스타킹이 선정한 4월의 책은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교양인, 2018)입니다. 요즘 많이 주목받고 있는 책이죠. 벌써부터 이 책을 사서 읽고 있는 레드스타킹 멤버들이 있어요. 저도 곧 이 책을 읽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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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2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4-03 16:41   좋아요 0 | URL
결혼해도 배우자를 하대하는 언행을 할 것 같아요. 사람은 완벽할 수 없잖아요. 머리와 입에 밴 잘못된 사고방식과 말버릇은 쉽게 지워지지 않아요. ^^;;

sprenown 2018-04-02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금과 일자리문제, 상품의 가격 등으로 1세계와 3세계의 여성들간 자매애로 뭉치기가 어려운 상황인거 같아요.소비자 불매운동도 이런 문제와 관련되고...

cyrus 2018-04-03 16:46   좋아요 0 | URL
어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마지막 모임 중에 그런 얘기가 나왔어요. 저자가 내세운 대안은 좋은데, 현실적으로는 어렵다고요. 자급 중심의 경제를 긍정하는 사람들이 많이 강조하는 것이 공정 무역입니다. 그런데 이 공정 무역에 문제가 많다고 합니다. 공정 무역도 제3세계 여성을 착취하는 구조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어요.

독서괭 2018-04-03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줌마들 타령하는 새끼들아! 제발 이 책 좀 읽어라! - 이 부분 아휴 통쾌하네요!!>O<

cyrus 2018-04-03 16:48   좋아요 0 | URL
이 후기를 읽은 레드스타킹 멤버들도 열광했습니다.. ㅎㅎㅎㅎ

AgalmA 2018-04-04 1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OECD 전체에 걸쳐 상근직의 남녀 보수 격차가 가장 큰 국가는 대한민국이며(36.6퍼센트)에서 격차가 가장 작은 국가는 뉴질랜드(5.6퍼센트)로 조사됐다. OECD 국가의 경우, 비슷한 상근직에 대한 성별 보수 격차는 감소했지만, 여성은 유급직을 가질 확률이 16퍼센트 더 낮았고, 비정규직에서 일하는 남성의 비율은 25퍼센트이지만 여성은 40퍼센트다. 또한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의 유형을 제한한 법을 가진 국가가 79개국이며, 15개국에서는 남편이 아내가 외부에 나가서 일을 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할 수 있다.
빈민구호 단체 옥스팜Oxfam International은 현재의 속도로 진전이 이루어진다면 G20 국가에서 남녀가 동일한 직업에 동일한 보수를 받게 되는 데까지 75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ㅡ 박영숙, 제롬 글렌 <세계미래보고서 2018> 내용 중

이렇다고 합니다. 아이고, 한숨이야....

cyrus 2018-04-04 12:27   좋아요 1 | URL
의미 있는 자료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75년이라... ㅠㅠ 비관적인 생각이지만, 백 년 더 걸릴 것 같습니다.. ^^;;

AgalmA 2018-04-04 12:29   좋아요 1 | URL
사회나 생각들이 질 나쁜 이데올로기에 젖어들지 않게 함께 노력해야 될 일이죠....
요즘 빅데이터, 알고리즘 맹신도 문제가 있어요. 사유의 폭이 는다고 보기 어려워요.

레삭매냐 2018-04-04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투 활동의 활발한 전개와 확산에는 대찬성입니다.

다만 왜 타이밍이 항상 어느 기업의 비리가
드러날 때마다 기가 막히게 딱 맞아 떨어지는지
미스터리입니다.

cyrus 2018-04-04 19:03   좋아요 0 | URL
정치인 비리 같은 사건들이 터질 때면 연예계에서도 굵직한 사건들이 동시에 일어나거나 알려지죠. 미디어 선동이 아닌 이상 우연히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는 상황은 설명하기 어렵네요.. ^^;;

kiddie 2018-04-04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기 잘 봤습니다^^

cyrus 2018-04-05 15:09   좋아요 0 | URL
긴 글을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이번 달 초에 시작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갈무리, 2014) 독서가 이제 막바지에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인 4월 2일에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4월에 읽을 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 마리아 미즈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갈무리, 2014)

 

 

 

4장(『가정주부화의 국제화 : 여성과 새로운 국제노동분업』)은 ‘여성의 가정주부화’ 문제제3세계 여성의 삶과 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합니다. 18세기 자본주의 진전으로 일터와 주거가 분리된 근대 가족이 형성되면서 남자는 나가서 일하고 여자는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는 ‘분업’이 이뤄졌습니다. 자본주의 세계 경제는 여러 가지 경제적인 이점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을 정점으로 수직적 국제 분업체제를 가속하여 제3세계를 주변부로 편입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자본주의 분업 체제에서 노동이 소외되는 것은 추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자동화의 진전과 글로벌 아웃소싱의 확산은 노동비용을 낮춰 자본의 효율성을 높여왔습니다. 마리아 미즈제3세계 국가를 자본주의 세계 경제에 통합시키는 ‘신국제노동분업’ 전략이 제3세계 여성의 존재를 ‘가정주부’로 규정하게 만든다고 주장합니다. 제3세계 여성 노동 문제는 세계 자본주의의 노동분업 구조 속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여성은 기본적으로 가정주부라고 하는 이런 신비화는 새로운 국제노동분업의 우연한 부산물이 아니다. 이는 이 노동분업을 순조롭게 기능하게 만드는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이는 세계시장을 위해 착취 혹은 극도의 착취를 당하고 있는 노동력의 상당 부분을 보이지 않게 만든다. 가정주부화는 저임금을 정당화한다. 여성이 조직화되지 못하도록 한다. 여성을 개별화한다. 이는 관심을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이고 가부장적인 이미지로, 말하자면 남성의 부양을 받는 ‘진짜’ 가정주부로 쏠리게 만든다. 가정주부화는 대다수 여성에게 실현될 수 없는 일일 뿐 아니라, 여성해방의 관점에서 보면 자기 파멸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4장 261~262쪽)

 

 

‘가정주부’가 된 여성은 열심히 일해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여성의 노동력은 남편의 소득을 보조하는 활동으로 규정되고, ‘저비용 고 비율’로 취급합니다. 세계 시장은 ‘가정주부화’된 여성의 노동력을 착취합니다. 기업들은 최대의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 상품 대부분을 제3세계 여성으로 생산합니다.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여성은 ‘높은 생산성을 가진 노동력’을 가지고 있지만, 적정한 생활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합니다.

 

 

 

 

 

 

 

 

 

 

 

 

 

 

 

 

 

* [품절] 로버트 H. 프랭크, 필립 쿡 《승자독식사회》(웅진지식하우스, 2008)

 

 

 

국제노동분업은 생산성을 향상할 뿐만 아니라 승자독식 시장(Winner-Take-All)을 조장하기도 합니다. 매우 단순한 작업을 반복적으로 하는 가난한 여성 노동자들은 ‘패자’가 되고, 그녀들의 노동을 관리 감독하는 남성들은 ‘승자’가 됩니다. 승자독식 시장 속에서 여성은 거대 자본의 이윤추구에 동원되어 노예 노동을 감수하며 생계를 이어나갑니다. 자유주의 페미니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생활하는 제3세계 여성들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미즈는 제3세계 여성 문제를 미온적으로 바라보는 자유주의 페미니즘과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의 한계를 지적합니다. 또 그녀는 ‘순종적인 아시아 여성’이 성매매에 동원되는 섹스관광산업제3세계 여성의 성적 착취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문제라고 말합니다.

 

5장(『여성에 대한 폭력과 계속되는 자본의 원시적 축적』)은 남성이 여성을 착취하는 과정에서 자행되는 강압적인 폭력 및 성폭력의 원인을 분석합니다. 경제적 지위가 낮은 여성은 ‘결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부와 자본을 가진 남성의 가부장적 통제에 받게 됩니다. 임금노동조차 할 수 없는 인도 여성은 결혼 계약에 불리한 상황에 놓입니다. 결혼 예정인 인도 여성은 남편 집에 ‘결혼 지참금’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결혼 지참금을 내지 못하면 신부는 남편과 남편 가족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합니다. 현재 인도에서는 신부에게 받는 결혼 지참금은 엄격히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결혼 지참금에 만족하지 못한 남편과 남편 가족들이 아내를 해코지하는 일이 빈번합니다. 아내를 죽음으로까지 몰아갈 정도로 해악이 심한데도 인도인들은 신부 측의 결혼지참금 지불을 인도 고유의 결혼 풍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남편이 아내를 학대하거나 아내를 살해하는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인도 여성 페미니스트들은 결혼지참금 살해 반대 캠페인을 진행했고, ‘여성에 대한 폭력과 강간’ 문제를 수면으로 끌어올렸습니다.

 

 

 

 

 

 

 

 

 

 

 

 

 

 

 

 

 

 

 

* 로버트 라이트 《도덕적 동물》(사이언스북스, 2003)

* 데이비드 버스 《욕망의 진화》(사이언스북스, 2007)

 

 

 

진화생물학자 또는 일부 진화론자들은 강간이 ‘남성의 생물학적 본능’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남성은 본능적으로 성적 탐닉을 원하고, 자신의 성적 욕구를 분출하기 위해 여성을 학대합니다. 진화심리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남성의 유전자 번식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여성의 성 심리, 행동이 자연 선택을 통해 미리 프로그램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죠. 데이비드 버스는 매력적인 여성을 선호하는 남성이 번식에 성공하는 것을 개체 진화에 중요한 요소로 봤습니다. 그리고 강간이 남성에게 하나의 적응 전략으로 진화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미즈는 강간 문제를 생물학적 근거로만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인간 사회에서 모든 성폭행 등의 범죄는 ‘남성의 타고난 가학성’과 ‘성적 본능’이 아니라 불평등한 남녀관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과 강압적인 노동관계를 통해 여성 노동을 갈취하는 것은, 따라서, 자본주의의 본질적인 부분인 셈이다. 폭력은 자본주의적 축적 과정에 필수적인 것이지, 주변적인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그 축적 모델을 유지하기 위해 남녀관계를 이용하고, 강화시키고, 심지어 발명해내야 했다. 세계 모든 여성이 ‘자유로운’ 임금노동자, ‘자유로운’ 주체가 된다면, 이윤을 착복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게 될 것이다. 이것이 제3세계에서부터 제1세계까지 가정주부, 노동자, 농민, 창녀 등 모든 여성이 공유하는 점이다. (5장 363쪽)

 

 

‘불평등한 남녀관계’ 구조 속에서 이루어지는 여성에 향한 남성의 폭력과 노동 착취는 ‘자본주의적 축적’을 위한 수단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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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8-03-27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거의 완독하게 되는군요 더구나 대화와 토론을 병행한 알찬 독서여서 부럽네요! 저도 이제 읽기 시작했는데 상당히 흥미롭군요.^^

cyrus 2018-03-27 11:51   좋아요 0 | URL
사실은 지난 주말에 다 읽었어요. 독서모임 아니었으면 이런 책을 읽을 기회가 없었을 거예요. ^^

sprenown 2018-03-27 1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축하합니다. 좋은 경험이었을거 같아요.이런 사회학 관련서는 개념의 혼란과 이해부족으로 혼자읽기 어려운거 같아요. 제대로 완독하고 이해한다면 독서범위와 지식과 사고의 폭이 확장되는 매우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테지만.^^ 저도 기왕 손댔으니 끝까지 읽어 볼랍니다. 제대로 이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요ㅎㅎ

cyrus 2018-03-29 13:55   좋아요 1 | URL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이해하려면 마르크스 사상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해요. 전 읽는 순서가 뒤바뀌었는데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읽다가 마르크스 사상을 공부하게 됐어요. 공부하면서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도 덤으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

sprenown 2018-03-29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직한 독서방법이네요 저도 그러면 좋겠지만 당장은 힘드네요 ㅎㅎ 이제 겨우 2장 읽고 있는데 ..앞으로 자근차근 독서범위를 넓히고 특히 사회과학서에 더 관심을 가져봐야겠어요
 

 

 

어제 레드스타킹 독서 모임 공식 후기를 제가 쓰게 됐습니다. 제가 공식 후기를 쓸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주말에 책 내용을 글로 정리했습니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2, 3장에서 다루는 내용이 생각보다 많았어요. 공식 후기를 여유롭게 쓰고 싶어서 습작 형식의 글을 미리 써봤어요. 그래서 공식 후기에 보면 어제 공개한 두 편의 글 일부를 그대로 가져온 문장들이 있어요. 공식 후기가 인스타그램에 공개되기 때문에 분량을 최대한 줄이려는 심정으로 글을 썼어요. 제가 어제 모임에서 언급했던 말, 책의 주제에 벗어난 대화 등은 기록하지 않았어요.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를 문장으로 표현한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언어와 말을 표현할 때는 신중하게 생각해야하고요. 어쨌든, 공식 후기를 쓰는 일은 부담스럽습니다.

 

 

 

 

 

어제 레드스타킹이 직접 만든 책갈피와 새로운 스티커가 공개됐습니다. 책갈피와 스티커 디자인 모두 레드스타킹 멤버 한 분이 직접 만들었습니다. 레드스타킹에 ‘능력자들’이 많은데, 그중에 ‘디자인 금손’도 있습니다. 카페 스몰토크에 방문하면 책갈피와 스티커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 3월 19일 독서모임 후기 (작성자: cyrus)

 

 

어제는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렸습니다. 해물파전과 막걸리, 그리고 매콤한 떡볶이가 생각나는 날이었죠. 하지만 이날에 아홉 명의 레드스타킹 멤버들은 카페 스몰토크에 모여 책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행사에 같이 참여했던 분이 어제 모임에 처음 오셨어요. 또 평소에 만나기 힘들다는 스몰토크 사장님도 참석했습니다. 멤버 한 분이 도쿄 바나나 빵을 가져오셨어요. 특별한 간식을 영접한 우리 멤버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냠냠했어요.

 

 

 

 

 

 

 

 

 

 

 

 

 

 

 

 

* 마리아 미즈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갈무리, 2014)

 

 

우린 에피타이저인 도쿄 바나나빵을 먹고 나서 바로 메인 디쉬인 마리아 미즈(Maria Mies)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로 눈길을 향했습니다. 우리들은 2장(『성별 노동 분업의 사회적 기원』)과 3장(『식민화와 가정주부화』)을 함께 읽었습니다. 2장에서 미즈는 성별 노동 분업의 기원을 추적한 엥겔스(Engels)의 주장을 비판합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성별 노동 분업’의 의미부터 살펴봅시다. 성별 노동 분업은 젠더 이분법(‘남성’과 ‘여성’)에 기초한 노동 역할 분담을 의미합니다. 성별 노동 분업에는 ‘가사 노동’은 여성이, ‘바깥 노동’은 남성이 해야 한다는 관점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 프리드리히 엥겔스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두레, 2012)

 

 

 

엥겔스의 주장에 따르면 원시시대는 사유재산이 없는 모계(母系) 사회였습니다. 그러나 잉여 재산이 생기고, 상속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원시시대는 가부장제 사회로 전환하게 됩니다. 이 변화의 과정 중에 남성은 여성을 통제하면서 상속자를 보호하고, 재산상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일처제, 즉 오늘날의 가족 형태를 지향하게 됩니다. 엥겔스는 가족에서 자본주의 국가로 이어지는 발전 단계를 사적 유물론 관점으로 분석했습니다. 그의 통찰력은 여성 종속의 원인과 여성 해방을 위한 실천적인 틀을 제시하는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미즈는 엥겔스가 주장한 성별 노동 분업 기원론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미즈는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되는 관계 또는 여성이 처한 불평등한 상황을 ‘보편적’이고, ‘자연적인 현상’으로 규정하는 입장에 반대합니다. 그녀는 이런 문제들을 ‘자본주의 생산 양식’의 결과라고 말합니다. 미즈는 출산과 양육 활동을 ‘노동’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여성의 출산과 양육 활동을 묶어 ‘생산 노동’이라고 명명합니다. 엥겔스를 비롯한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여성의 생산 노동을 ‘자연적 활동’으로 이해했습니다. 미즈는 생산 노동을 바라보는 엥겔스의 관점이 성별 노동 분업 구조를 유지하게 만든 생물학적 결정론 형성에 기여했다고 비판합니다.

 

남성들은 여성의 몸과 여성의 출산을 ‘인간’이 아닌 ‘자연’의 범주로 분류했습니다. 그래서 남성은 여성의 몸을 자연처럼 마음껏 착취하고 지배하려고 했습니다. 인류학자들은 남성은 무기를 이용할 줄 알고, 사냥 행위에 능숙한 생산자로 보는 소위 ‘남성-사냥꾼 신화’를 지지합니다. 생물학적 결정론에 기반을 둔 ‘남성-사냥꾼 신화’는 남성이 여성을 착취하는 데 유리한 존재로 올라설 수 있게 했습니다. 인류학자들은 무기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남성이 ‘사냥꾼’이 되어 부족에게 식량을 보급했고, 여성과 어린이를 보호하는 일을 전담했다고 인식합니다. 그러나 ‘사냥꾼-남성 신화’ 중심으로 고대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에 문제점이 있습니다. 남성이 사냥에 나설 수 있도록 일용할 식량을 보급해 준 여성의 역할이 주목받지 못한 것이죠.

 

 

 

 

 

 

 

 

 

 

 

 

 

 

 

 

 

 

* 우에노 지즈코, 미나시타 기류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 (동녘, 2017)

 

 

 

멤버들은 우리 사회에도 여전히 남성이 여성의 몸을 ‘소유물’로 여기고,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한목소리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는 결혼과 출산은 사회의 기초 구성단위인 가족을 형성하고 종족을 번식하고, 보존하는 기능을 합니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여성의 아름다운 몸이 생존과 종족 번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여성에게 출산과 육아를 전담하는 사회적 규범을 형성하게 만듭니다.

 

 

 

 

 

 

어떤 사람은 종족 번식의 본능 때문에 인간이 결혼하고, 섹스하고, 자손을 낳는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남성들은 사랑하는 여자 친구 또는 아내가 자식을 낳아주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결혼과 섹스가 단지 종족 번식을 위해서만 해야 하는 행위일까요? 결혼과 섹스를 통해 꼭 무엇을 얻어야만 하나요? 아니, 여성이라면 꼭 결혼과 출산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3장에서는 자본주의가 발달함에 따라 부르주아 백인 여성이 ‘가정주부화’가 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유럽 부르주아 남성들은 부르주아 여성을 ‘길들여진 자연’으로 봤고, 이 과정은 자본주의와 제국주의가 팽창하던 시기가 맞물려 있습니다. 그런데 유럽 부르주아 남성들이 부르주아 여성들만 착취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식민지 여성’과 ‘프롤레타리아 여성’도 착취 대상이었습니다. 3장의 핵심 내용은 이미 2장에 언급되어 있습니다.

 

 

 ‘자연화’ 과정은 식민지 전체와 노동계급 여성에게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다. 부르주아 여성 또한 자연으로, 자본가 계급의 후계자를 낳고 키우는 이로 규정되었다. 그러나 아프리카 여성을 ‘야만적’ 자연의 일부로 보았던 반면에, 부르주아 여성은 ‘길들여진’ 자연으로 보았다. 부르주아 여성의 섹슈얼리티, 그들의 생산적 자율성만이 아니라 생식력은 부르주아 남성에 의해 억압받고 엄격하게 통제되었다. 부르주아 여성은 생계를 남성에게 의존하고 있었다. 부르주아 여성이 길들여지고 남편의 소득에 의존하는 가정주부로 변모하는 것은 자본주의 아래 성별분업의 모델이 되었다. 이는 여성, 모든 여성의 재생산능력을 통제하기 위해 필수적이었다. (2장 167쪽)

 

 

 

 

 

 

 

 

 

 

 

 

 

 

 

 

 

 

 

* 니시무라 유코 《그림과 사진으로 풀어보는 마녀의 약초상자》 (AK커뮤니케이션즈, 2017)

* [품절] 아케가미 슈운이치 《마녀와 성녀》 (창해, 2005)

 

 

 

유럽의 남성 중심 사회는 출산과 육아라는 ‘자연’ 활동을 거부하는 여성을 무자비하게 탄압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중세 및 르네상스 유럽 전역을 휩쓴 ‘마녀사냥’이었습니다. ‘마녀’를 식별하고, 마녀를 고문하는 마녀 사낭꾼들은 낙태 기술, 피임법을 잘 아는 산파들을 마녀로 규정했습니다. 마녀 사냥꾼들의 등장으로 여성은 자신의 몸을 통제할 권리를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탄압 속에서도 여성은 분노와 저항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특히 식민지 여성들은 자신들을 ‘문명화’시키려는 유럽 식민주의자들의 착취에 저항했습니다(3장 206쪽). 멤버 한 분이 오랫동안 기록되지 않은 식민지 여성들의 저항을 보면서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이 떠올랐다고 말했습니다. 미투 운동은 성폭력 · 성희롱 피해자들이 일으키는 일시적인 소란이 아닙니다. 미투 운동은 그동안 은폐돼 있던 남성 중심 사회 구조와 권력형 성폭력 문제를 수면 위로 끄집어내려는 여성들의 주체적인 행동입니다. 미투 운동에 동참하고, 지지하는 여성들의 행동에는 우리 사회를 변화할 계기를 만들어주는 저항의 힘이 있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3월 26일)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4, 5장을 함께 읽습니다. 3월 31일 토요일 카페 스몰토크에 진행될 ‘본격 월경 토크’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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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0 15: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3-20 21:43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출산 계획을 신중하게 잘 세워야 합니다. 계획 없이 무턱대고 아이를 낳으려고 하면 부모는 아이를 양육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어요. 주변에서 보던 양육과 직접 경험하는 양육은 차원이 다르니까요.

sprenown 2018-03-20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 공부를 이렇게 열정적으로 하는 모습. 존경스럽네요!

cyrus 2018-03-20 21:45   좋아요 0 | URL
점점 나이가 들기 시작하면 새로운 것에 낯설게 느껴진다고 해요. 늙을 때까지 이 분위기, 쭈욱 유지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