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7일 금요일 오후 8~930

 

 

 

 

11월 마지막 모임은 비대면 방식(Zoom 화상 채팅)으로 진행했습니다. 비대면 모임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총 네 명이 화상 채팅에 참석했고, 저를 포함한 두 명은 각자의 집이 아닌 카페 스몰토크에서 줌을 이용했어요. 독서 범위는 첫 번째 모임(1113)과 마찬가지로 침묵의 봄1~8이었습니다. 첫 번째 모임은 침묵의 봄을 이 시점에서 읽어야 할 이유를 알아보고, 에코페미니즘(ecofeminism)의 발전에 이바지한 침묵의 봄의 영향력을 살펴본 프롤로그(prologue)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본문에 관해서 좀 더 논의하고 싶어서 침묵의 봄1~8장을 다시 읽기로 했어요.

 

 

 

 

 

 

 

 

 

 

 

 

 

 

 

 

 

 

 

*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에코리브르, 2011)

  

평점: 4점   ★★★★   A-

  

 

 

대부분 사람은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을 환경보호주의자 또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환경보호주의자’, ‘작가라는 흔한 수식어는 카슨의 진가를 드러내지 못합니다. 침묵의 봄을 제목으로만 들어본 사람들은 카슨이 과학자(해양생물학자)라는 사실을 잘 모릅니다. 카슨은 대중에게 과학을 쉽게 설명하고, 글로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났습니다. 침묵의 봄이전에 나온 바다 3부작(바닷바람을 맞으며, 우리를 둘러싼 바다, 바다의 가장자리)은 해양생물학자 카슨의 관심사를 확인할 수 있는 책입니다. 씨는 카슨을 위대한 메신저(messenger)라고 했습니다. 그녀를 과학적 글쓰기의 전범(典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두 번째 모임 당시에 카슨의 능력에 어울릴만한 수식어가 떠오르지 않았는데요, 후기를 쓰면서 생각해보니 카슨은 위대한 과학 커뮤니케이터(communicator)였습니다.

 

대화를 자유롭게 하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대화 주제가 나옵니다. 이때 우리는 잠시 책을 제쳐둡니다. 책 얘기도 좋지만,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이슈(issue)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면서 논의하는 시간이 제일 중요합니다. 두 번째 모임 진행 중에 나온 대화 주제는 모임 멤버들의 관심사이자 항상 고민거리를 주는 환경 문제와 비건(vegan)이었습니다.

 

최근에 우리는 쓰고 버려진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이 제대로 재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유튜브 <닷페이스> “플라스틱, 이젠 진짜 답이 없습니다. 재활용도 안 된대요.” 을 참조하세요). 씨는 불편한 진실을 알았을 때 환경을 위해 실천했던 그동안의 노력이 허무하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온 친환경적 삶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했어요. 수많은 개인이 지구와 환경을 위해서 작은 실천을 지속한다면, 친환경적 사회로 전환이 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회운동은 꼭 거창하게 진행되어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사람들의 인식 전환을 촉구한다는 목적으로 타인에게 좋은 사회가 되려면 우리처럼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으로 강요해서도 안 됩니다. 타인을 바꾸려고 하는 것(타인이 사회운동을 실천하도록 만드는 것)보다 제일 먼저 를 바꾸는(내가 먼저 사회운동을 실천하는 것) 게 제일 중요하죠. 예를 들어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동물권(animal rights) 보장에 관심을 가진다면, 그 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여러 가지 실천 방식이 있겠지만, 본인이 할 수 있는 방식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고기 소비를 줄이고, 덜 섭취하는 식습관을 유지하면 됩니다. 처음에는 소비 습관과 식습관을 바꾸는 데 어려움을 겪지만, 다급하지 않게 조금씩 실천해보면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개인적인 실천이 꾸준히 유지되려면, 본인 스스로 안고 있는 마음의 짐을 과감하게 내려놓아야 합니다.

 

 

 

 

 

 

 

 

 

 

 

 

 

 

 

 

 

 

* 여성환경연대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프로젝트P, 2019)

 

평점: 3점   ★★★   B

 

 

 

 

호 씨는 지나친 죄책감과 양심이 사회운동에 제약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회운동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안고 있는 마음의 짐속에 죄책감과 양심이 들어 있어요. “고기를 먹으면 안 되는데, 오늘 또 먹고 말았네.”, “어쩔 수 없이 일회용품을 사용하긴 했는데, 찝찝하네.” 살다 보면 죄책감과 양심이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고, 깨끗하게 걸러내지 못한 감정들이 마음의 짐속을 채웁니다. 커져 버린 마음의 짐에서 생긴 무게감이 느껴지면 실천하려는 의지가 점점 사라지게 되고, 사회운동을 실천하는 속도는 더디게 됩니다. 예전에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독서 모임을 진행했을 때도 나온 말인데, 개인에게 의미 있는 사회운동을 할 땐 할 수 있을 만큼 하자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남들보다 못하고 부족하더라도 죄책감을 느끼지 말자고 서로에게 당부했습니다.

 

침묵의 봄두 번째 모임은 침묵의 봄이후의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어봤습니다. 비록 비대면 모임이었지만, 추운 날씨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열띤 대화의 장이었습니다. 이 열기가 내년에도 쭉 이어지길 바랍니다. 12월 모임 일정은 인스타그램에 공지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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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20-12-01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이런 멋진 독서모임이라니~시루스 박사님 넘 올만입니다.
잘 지내고 계신거죠~~

cyrus 2020-12-01 18:34   좋아요 0 | URL
북프리쿠키님은 지금도 독서 모임에 참석하고 계세요? 대구는 다른 지역보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적은 편이지만, 그래도 오프라인 모임을 진행하는 건 이른 것 같아요. 연말이 되면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기분으로 먹고 마시는 독서 모임을 했는데, 올해는 못 해서 아쉬워요.

레삭매냐 2020-12-01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웰컴 백

cyrus 2020-12-01 18:35   좋아요 1 | URL
오랜만입니다. 꾸준한 독서와 리뷰 쓰기는 여전하십니다. ^^

stella.K 2020-12-01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일세.
비대면 화상 채팅 그거 생각 보다 쉽지 않던데...

cyrus 2020-12-01 18:36   좋아요 0 | URL
처음에 해보면 어려워요. 저는 지금도 줌 화상 채팅 여는 방법도 몰라요. 다른 사람이 가르쳐줘야 따라할 수 있는 수준이에요... ㅎㅎㅎㅎ

수이 2020-12-01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왜 이렇게 오랜만이야!!!!

cyrus 2020-12-02 09:0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책만 읽으면서 지냈는데 벌써 다섯 달이 훌쩍 지났어요... ㅎㅎㅎ

서니데이 2020-12-01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오랜만이예요.
잘 지내셨나요.^^

cyrus 2020-12-02 09:09   좋아요 1 | URL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
 

 

 

 

 

 

 

 

 

202073일 글쓰기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쓴 글이다.

 

 

 

매주 한 번씩 동네 책방에 간다. 책방이 된 건물은 원래 노부부가 운영했던 사진관이었다. 작년에 남편이 사진 찍는 일을 그만두면서 사진관은 책방으로 변신했다. 책방 건물 바로 뒤편에 노부부가 사는 집이 있다. 책방 건물과 노부부의 집은 세워진 지 상당히 오래됐다. 그래서 집 밖에 재래식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은 노부부와 책방에 있는 사람들(책방지기, 책방에 오는 손님들)공동으로 이용하고 있다. 책방에 뒷문이 있는데 그 문을 열면 노부부가 사는 허름한 집과 화장실이 나온다. 가끔 화장실을 사용한 책방 손님들이 화장실 전등을 끄는 것을 깜빡하고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갑자기 책방 뒷문을 확 열고 들어오면서, 화장실 전등을 끄고 가라면서 잔소리한다.

 

재래식 화장실 안은 상당히 비좁다.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다. 몸집이 조금이라도 크면 용변을 보기 어려운 곤란한 상황이 펼쳐진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 머리를 살짝 숙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틀 위쪽에 머리를 부딪쳐 다칠 수 있다. 책방에 자주 오는 사람들은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책방에 자주 방문하면서 화장실 사용 방식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정 요일이 되면 책방에서 독서 모임과 그림 그리기 모임 등이 진행된다. 그 와중에 나는 눈치 없이 책방에 와서 나만의 시간을 마음껏 즐긴다. 내가 항상 앉는 자리가 있다. 그 자리는 1인 또는 2인 손님이 앉을 수 있으며 화장실로 향하는 책방 뒷문 근처에 있다. 나는 자리에 한 번 앉으면 독서나 글 쓰는 일에 몰입한다. 내 일에 몰입하게 되면 화장실에 들어간 사람을 보지 못한다. 한 번은 화장실에 사람이 있는 줄 모르고, 화장실 문을 열 뻔한 적이 있었다. 그 화장실 안에는 책방 모임에 참석한 여성이 있었고, 그분은 다급한 목소리로 안에 사람 있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목소리를 듣는 순간 당황해서 그분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못하고, 도망치듯이 책방으로 돌아갔다.

 

그날 화장실에 있었던 여성은 나보다 더 많이 놀랐을 것이다. 여성들은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불안감을 느낀다. 화장실 어딘가에 불법 촬영 장비가 설치되어 있을까 봐 두려워한다. 성별이 분리되지 않은 책방의 재래식 화장실은 성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문제의 화장실이 노부부 소유의 건물 안에 있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내가 경험했던 아찔한 그 순간을 생각하면, 재래식 화장실은 여성이 안심하면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그 사건 이후로 나는 어떻게 하면 여성들이 재래식 화장실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책방 뒷문에 누군가가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표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화장실을 이용할 때 반드시 뒷문을 잠그도록 해야 한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서 여성들이 안심하면서 화장실을 이용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화장실을 이용하는 여성들이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때까지 뭐든 시도를 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본 뒤에 책방지기에게 화장실 이용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 건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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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7-03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좋은 생각이다.
그런데 요즘에도 그런 화장실이 있구나
난 그런 화장실 다녀오면 꿈에 꼭 나타난다.ㅠ
재래식은 아니지만 예전에 강남역에 한 유명 제과점에서
서너 번 친구를 만난 적이 있는데 2층에 화장실이 딱 하나야.
것도 남녀공용. 그거 알고 다신 그곳 안 가잖아.
여성용이 하나라면 그런가 보다 하겠는데 남녀 통틀어 하나라니.

근데 일주일에 한 번씩 서점엘 가는구나.
난 중고샵 안 간지 오래다. 교회를 못 가고 있을 때 한 달에 한 번은 갔는데
지금은 교회를 다니고 있면서 일부러 안 가고 있어. 가면 책 사고 싶을까 봐.
다 읽지도 못하면서 쌓아 놓기나 할 테니.ㅠ

cyrus 2020-07-04 14:29   좋아요 0 | URL
제가 사는 동네에는 아직도 오래된 가옥이 있어요. 그런 집에 가면 재래식 화장실이 건물 밖에 있어요. 책방에 가면 음료 한 잔 시키고 세 시간 정도 책 읽거나 글을 써요.

2020-07-07 0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07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20-07-03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재래식 화장실 문은 안 잠기나봐요. 화장실 문이 안 잠기면 정말 큰일이죠.

말씀처럼 책방 뒷문에 화장실 이용중과 비어있음을 표시하는 판을 잘 보이게 달고 뒷문을 밖에서 잠그도록 해야겠네요.

제가 오랜 회원으로 있는 동네 작은 도서관은 실내에 화장실이 있어요. 여성용 칸은 2개였는데, 몇 년 전부터 1칸이 고장나서 1칸만 사용할 수 있고 남성용 소변기가 하나 있어요. 예전에는 그 화장실 문이 잘 잠겼는데, 어느날부터 고장나 잠기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남성용 소변기를 이용할 때는 혹시라도 여성이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지퍼를 내리게 되었죠. 문을 딱 열자마자 너무 잘 보이는 위치에 그 소변기가 있거든요.

그렇게 불편하게 소변기를 사용하던 어느날 성별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1칸만 남은 화장실을 쓴다는 걸 알았어요. 그 문 붙어있던 표시도 처음엔 여성만 그려져 있었는데, 어느순간 보니 남녀 모두 그려져 있더라구요. 그 칸은 안에서 문이 잠기니까 남녀 모두 걱정없이 쓸 수 있었던거죠. 괜히 저 혼자 문이 열리면 어쩌지 걱정하며 화장실을 썼네요.


cyrus 2020-07-04 14:43   좋아요 0 | URL
화장실 문이 나무로 만들어졌고요, 잘 닫히지가 않아요. 그래서 잠그는 것도 불가능해요.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는 건물의 통로 근처에 있는 화장실은 불편해요. 그 화장실 문이 조금이라도 열리면 화장실 내부가 보여요. 가끔 그런 화장실 근처를 지나가면 일부러 고개를 숙입니다.

모든 사람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생기는 게 쉽지 않아요. 트랜스 여성, 트랜스 남성은 남녀로 구분된 화장실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요. 아예 성별 구분 없는 화장실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성소수자 운동가들이 있는데 오히려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반대를 해요.
 

 

 

오랜만에 레드스타킹 모임 후기를 썼다. 지난 달 초에 망명과 자긍심 독서 모임을 시작으로 오프라인 활동을 재개했다. 코로나가 유행한 석 달 동안 오프라인 모임이 중단되었다. 모임 활동 중단되기 전 마지막 모임은 28일 토요일에 있었던 글쓰기 모임(일명 레드라이터스’)이다. 마지막 독서 모임은 124일 설날이었고, 그 날 읽은 책은 박민정 작가의 아내들의 학교. 2월 말에 BL 진화론 독서 모임 일정이 있었는데, 하필 그 기간에 코로나가 대구를 점령하는 바람에 모임이 취소되었다.

 

독서 모임을 얼마 만에 다시 시작했는지 날씨를 세어봤다. 127일째 되는 날(4개월 7)에 모였다.

 

 

 

 

 

 

코로나에 빼앗긴 봄은 벌써 지나가고, 여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코로나의 기세가 좀처럼 꺾이질 않네요. 제발 올해 여름은 코로나 걱정 없이 편안하게 생활하고 싶어요. 5월 마지막 주 금요일 저녁에 독서 모임이 있었습니다. 우리 독서 모임에 두 분이 처음 오셨어요. 앞으로도 자주 뵈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어요. 레드스타킹 멤버들의 활동을 영상으로 기록한 진씨가 당분간 우리 곁을 떠납니다. 진○ 씨, 늘 건강하시고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 [레드스타킹 2020년 5, 6월 도서] 강화길 외 2020 11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문학동네, 2020)

* [레드스타킹 2020년 1월 도서] 박민정 아내들의 학교(문학동네, 2017)

    

 

 

2020 11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약칭 젊은 작가상’)은 박민정 작가의 아내들의 학교에 이어서 두 번째로 읽는 국내 소설입니다. 올해 젊은 작가상수상자는 강화길(대상), 최은영, 김봉곤, 이현석, 김초엽, 장류진, 장희원입니다. 일곱 편의 수상작에서 페미니즘과 성 소수자에 대한 작가들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국내 작가의 소설을 읽지 않는 편이에요. 그래도 최근 국내 문학의 흐름이 궁금해서 이 책을 읽었어요. 개인적으로 좋게 본 작품은 강화길 작가의 <음복>과 김초엽 작가의 <인지 공간>이에요.

 

<음복>은 독자들의 허를 찌르는 반전이 있는 소설이에요. <음복>은 가족의 일상적인 모습을 소재로 한 스릴러 소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소설에는 제사를 준비하는 어머니와 반대로 제사를 좋아하지 않는 고모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성이 나오는데요, 이 인물의 묘사가 진부하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소설 속 남성은 현실에도 있어요. 이런 사람은 명절에 제사상을 준비하는 일을 맡는 어머니와 아내의 고충을 몰라요.

 

<인지 공간>은 공동체가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이 소설에 묘사된 인지 공간은 공동체적 가치관과 공동 지식이 함축된 세상입니다. 소설의 화자는 인지 공간의 관리자가 되어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지만, 화자의 친구 이브진짜 세계를 보기 위해서 인지 공간을 떠나고 싶어 합니다. 인지 공간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브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들은 이브의 생각 자체가 위험하다고 단정합니다. 이 소설의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밖에 장류진 작가에 대해서 열띤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으로 유명한 작가죠.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은 분들이 많았는데요, 작가의 여성 인물 묘사를 비판하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제가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지 않아서 장류진 작가의 소설에 대한 모임 참석자들의 의견들을 자세하게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젊은 작가상을 더 읽어보고, 다음 모임에 책에 관해서 이야기해보기로 했습니다. 모임 날짜가 확정되면 인스타그램에 공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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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6-02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의 기쁨과 슬픔>에 대해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자못 궁금하네요 :>

독서 모임,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네요.

달궁은 당분간 코로나가 더 진정될 때까지
무기한 연기에 들어갔답니다.

울 동지들과 신나게 털어야 하는데...
삶의 낙이 하나 없네요.

cyrus 2020-06-02 17:54   좋아요 1 | URL
장류진 작가에 대한 대화 내용이 꽤 길었어요. 대화에 참여한 분들이 장류진 작가의 소설을 깊이 있게 읽으신 분들이라서 전 대화에 끼지도 못했어요. 저는 그저 듣기만 하고 있었어요.. ㅎㅎㅎ

달궁 카페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생각날 때마다 숨어서 봅니다.. ㅎㅎㅎㅎ 코로나가 우리 삶의 소소한 즐거움마저 빼앗아버리네요... ㅠㅠ

stella.K 2020-06-02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복은 나도 읽었는데 너는 스릴러로 봤구나.
난 좀 아쉽던데. 뭐가 있을 것 같은데 밋밋했어.
그리고 모셔만두고 있다.
이 책이 어느 기간만 싸게 팔고 나중에 가격이 오르더라구.
쌀 때 사 두긴했는데 진도가 안 나가네.ㅠ
오랜만에 만나서 좋았겠구나.
나도 교회 성경 공부 맴버들 저번에 만났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전쟁 휴전중 만난 것 같더라구.ㅎㅎ

cyrus 2020-06-02 23:18   좋아요 0 | URL
<음복> 해설 제목이 ‘여성주의 가족 스릴러’라고 되어 있어요. 해설가가 <음복>을 ‘스릴러’로 평가했으니 그렇게 생각한 거예요. ^^

잘 지내고 계시죠? 코로나 때문에 유익한 모임도 눈치 봐가면서 해야 될 지경이네요.. ㅠㅠ

페넬로페 2020-06-02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대구에 산다면 꼭 cyrus님의 독서 모임에 참여하고 싶어요~~글쓰기모임도요^^

cyrus 2020-06-02 23:20   좋아요 1 | URL
제가 사람을 대할 때 조금이라도 제 마음에 안 들면 일부러 만나지 않으려고 해요. 그만큼 제가 사람 만나는 일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데 지금까지 독서모임에 꾸준히 참석하고 있어요. 독서모임에 자주 만나는 분들 모두 좋아요. ^^
 

 

 

 

* 2020년 2월 8일 세 번째 글쓰기 모임. 스몰토크에서 이 글을 쓰다

 

 

 

내 대학교 전공은 행정학이다. 대학교 2학년 2학기와 3학년 1학기에 타과 전공과목 수업을 들었다. 2학년 때 들은 과목은 서양미술사이고, 3학년 때 들은 과목은 현대미술론이다. 두 과목 모두 회화과에 입학한 학생이라면 반드시 수강 신청을 해야 한다. ‘서양미술사1학년 학생들의 전공필수과목이며 현대미술론3학년 학생들의 전공필수과목이다. 나는 독학으로 미술사를 공부한 적이 있어서 회화과 수업을 듣는 것에 부담감은 느끼지 않았다. 수업에 충실히 참여하면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과목의 담당 교수는 김○○ 교수님이다. 그분은 웃음이 많았다. 시원시원하게 웃는 교수님의 모습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기분을 좋게 했다. 만약 다시 대학교에 입학한다면 김 교수님의 미술사 수업을 다시 듣고 싶다. 8년 전에 교수님의 수업을 들었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분의 수업이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서양미술사현대미술론수업 교재는 김 교수님이 직접 쓰고 편집한 것이다. 수업 도중에 교재에 나오지 않는 예술가들을 언급할 때가 있었다. 교수님은 구글의 검색 기능을 이용하면서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했다. 그중에 가장 인상 깊은 예술가는 신디 셔먼(Cindy Sherman)이다.

 

셔먼은 현대미술을 이끄는 최고의 사진작가이다. 대부분 사람은 회화와 사진이 서로 연관이 없는 별개의 예술 분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대미술에서 회화와 사진의 경계가 무너진 지 오래되었다. 셔먼은 원래 회화과를 전공했다. 그러나 그녀의 관심사는 사진과 퍼포먼스 미술이었다. 그녀는 1970년대 중반 이후 30여 년간 사진을 발표했다. 이 작가의 모델은 늘 작가 자신이다. 그녀는 자신을 옛 명화 속 모델이나 영화배우 또는 주부처럼 정교하게 분장하고 치장해 촬영, 배우 겸 연출자처럼 여성을 재현한 500여 점의 사진을 발표해왔다. 셔먼은 여성의 신체에 주목한 사진작가이다. 특히 여성의 정체성을 욕망과 쾌락, 사랑과 고통, 소외와 고립 등의 다양한 측면에서 집중 조명해 왔다. 그녀는 사진 한 장으로 여성이 살아가면서 직면하는 억압적인 상황들을 함축해서 보여주었다.    

 

 

 

 

 

 

 

 

 

 

 

 

 

 

 

 

 

 

* 에른스트 곰브리치 서양미술사(예경, 2003)

 

 

 

김 교수님은 수업 시간에 여성 예술가들을 많이 소개해주었다. 그분의 수업을 들으니까 내가 미술사를 잘못 공부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지금까지 알려진 미술사는 남성 중심으로 서술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두꺼운 검은 베개처럼 생긴 그 유명한 <서양미술사>라는 책에 단 한 명의 여성 예술가가 언급되지 않았다. 언급된 여성 예술가는 열 여섯 명에 불과했다. 나는 김 교수님의 수업을 들으면서 여성주의 미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페미니즘을 알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김 교수님은 내가 페미니즘에 눈을 뜨게 해준 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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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02-09 2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양 미술사>에는 16명의 여성 예술가가 나온다고 일주일 전 네이버 기사에 있었습니다. 물론 인류 예술사 비해 책에 절대 많은 여성 예술가 아닙니다. ^^

cyrus 2020-02-09 20:40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맞는 정보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정하겠습니다. ^^

Angela 2020-02-09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때부터 페미니즘에 관심가지셨네요. 역사는 강자와 남성중심으로 쓰여졌으니까요.

cyrus 2020-02-11 07:32   좋아요 0 | URL
네. 저는 과거 중에 제일 좋았던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대학생 시절을 선택했을 거예요. 아, 물론 군에 입대하기 전의 대학교 1학년이 아니라 전역하고 나서 학교에 복학한 시기를 말합니다... ㅎㅎㅎㅎ

2020-02-25 1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0-03-01 19:03   좋아요 0 | URL
학생들에게 유익한 지식을 알려주고 싶어서 수업 자료를 열심히 준비하는 교수들이 있어요. 저는 그런 분이라면 졸업하고 나서도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
 

 

 

* 2020131일 두 번째 글쓰기 모임. 스몰토크에서 이 글을 쓰다

 

 

 

내가 지금까지 산 페미니즘 도서가 몇 권인지 잘 모르겠다. 사 모은 책들은 모두 내 방에 있다. 이제는 책을 꽂아둘 공간이 없다. 그래도 어머, 저건 사야 해!’라고 생각하는 책이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사들인다. 책을 너무 좋아해서 그런지 가끔 서점이나 책방에 가서 책을 사는 꿈을 꿀 때가 있다. 나는 예지몽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서점에 가는 꿈을 꾼 날에는 반드시 책을 산다. 왠지 서점이나 책방에 가면 사고 싶은 책이 있을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드니까. 실제로 예감이 들어맞은 경우가 많다. 오늘도 책을 사는 꿈을 꾸면서 아침에 일어났고, 저녁에 헌책방에 갔다. 그곳에서 네 권의 책을 샀는데 모두 다 만족스럽다.

 

나는 이동진처럼 수집한 책들을 분야별로 분류해서 보관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고 싶지만 많은 책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 책을 꽂을 수 있는 빈칸만 있으면 좋다. 빈칸이 보이는 대로 책을 꽂는다. 내 서재는 자유분방하면서도 무질서한 상태로 놓인 책들로 채워져 있다. 그래도 페미니즘 책은 항상 내 눈에 보이는 곳에 둔다. 특정 분야의 책을 보려는 특혜는 아니다. 페미니즘 독서 모임에 참석하면서 페미니즘을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페미니즘 책에 더 많이 눈길을 주게 되었다.

 

내 방에 동생이 가끔 들어온다. 동생은 타지에서 생활하고 있다. 집에 동생의 빈 자리가 길어지게 되면서 동생의 방은 자연스럽게 사라졌고, 그곳은 어머니가 자주 드나드는 창고가 되었다. 그래서 동생이 대구의 집에 오는 날이면 내 방은 남매의 방이 되기도 한다. 동생은 내가 샀거나 도서관에 빌린 페미니즘 책을 보면 항상 오빠는 진짜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네라고 말한다. 그 말의 의도가 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페미니즘에 관심 많은 오빠가 대견스러워서 하는 말인지 아니면 페미니즘에 관심 많은 오빠가 평소와 다르게 이상하게 느껴져서 그런 말을 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나는 그런 말을 듣는 게 부담스럽다. 다행히도 동생은 내가 어떤 이유로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인지 꼬치꼬치 캐물은 적이 없다. 그런 상황이 오게 되면 난감하다. 진지하게 설명하기도 귀찮고, 아무리 열심히 말해도 내 독서의 목적을 이해해줄 리 만무하다. 나는 요즘 같은 시대에 페미니즘을 모르면 안 되잖니라는 식으로 말한다.

 

과연 페미니스트들은 이런 상황이 생기면 어떤 반응을 보일 거고, 어떻게 대응할까? 가족이나 친구가 페미니즘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페미니스트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페미니스트도 서운하거나 외로운 감정을 느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약이 된다고 했던가. 주변 사람들의 참견을 한 쪽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 넘기는 페미니스트들도 있을 것이다. 나도 가족이나 친구가 나의 페미니즘 공부에 왈가왈부한다면 일단 듣는 척하고 무시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주변 사람이 내가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책을 읽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페미니즘 책을 나만 아는 비밀 공간에 따로 보관하려는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 공간에 또 다른 책(솔직히 고백하자면 빨간 딱지가 붙어 있는 책들이다)이 있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대구에 페미니즘 전문 책방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페미니즘 책방이 생긴다면 내가 사 모은 페미니즘 책들을 기부하고 싶다. 그러면 책장에 빈 곳이 생기고, 그 자리에 새로운 책들이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당연히 새로 들어온 책 중에 페미니즘 책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면 또 책장에 책을 꽂아둘 자리가 없어서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애서가라면 죽을 때까지 마주해야 할 악순환이다. 일단 고민을 잊고 책을 안으면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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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0-02-01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0 분동안 쓴 글!
훌륭하십니다^^

cyrus 2020-02-02 14:41   좋아요 1 | URL
별말씀을요. 저는 가벼운 에세이를 썼는데요. 사실 그날 글쓰기 모임에 참석한 멤버는 소설을 썼어요. 미완성 상태이지만, 결말을 궁금하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

stella.K 2020-02-02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남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그게 뭐 문제가 될까 싶기도한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가부장이 지배하는 나라니
페미니즘을 읽는다는 이유만으로 따나 안 시키면 그것도 다행이겠다 싶다.
언젠가 자연스럽게 페미니즘을 읽는 것만으로도 어깨 피고 읽을 날이 꼭 오리라고 믿는다.^^

cyrus 2020-02-02 21:42   좋아요 0 | URL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남자들의 모임에 대한 신문기사를 봤는데요, 거기에 달린 댓글에 페미니즘 공부하는 남자들 욕하는 내용이 많아요. 그래서 저는 친구들에게 페미니즘 공부한다고 얘기하지 않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