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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레드스타킹 독서 모임 공식 후기를 제가 쓰게 됐습니다. 제가 공식 후기를 쓸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주말에 책 내용을 글로 정리했습니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2, 3장에서 다루는 내용이 생각보다 많았어요. 공식 후기를 여유롭게 쓰고 싶어서 습작 형식의 글을 미리 써봤어요. 그래서 공식 후기에 보면 어제 공개한 두 편의 글 일부를 그대로 가져온 문장들이 있어요. 공식 후기가 인스타그램에 공개되기 때문에 분량을 최대한 줄이려는 심정으로 글을 썼어요. 제가 어제 모임에서 언급했던 말, 책의 주제에 벗어난 대화 등은 기록하지 않았어요.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를 문장으로 표현한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언어와 말을 표현할 때는 신중하게 생각해야하고요. 어쨌든, 공식 후기를 쓰는 일은 부담스럽습니다.

 

 

 

 

 

어제 레드스타킹이 직접 만든 책갈피와 새로운 스티커가 공개됐습니다. 책갈피와 스티커 디자인 모두 레드스타킹 멤버 한 분이 직접 만들었습니다. 레드스타킹에 ‘능력자들’이 많은데, 그중에 ‘디자인 금손’도 있습니다. 카페 스몰토크에 방문하면 책갈피와 스티커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 3월 19일 독서모임 후기 (작성자: cyrus)

 

 

어제는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렸습니다. 해물파전과 막걸리, 그리고 매콤한 떡볶이가 생각나는 날이었죠. 하지만 이날에 아홉 명의 레드스타킹 멤버들은 카페 스몰토크에 모여 책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행사에 같이 참여했던 분이 어제 모임에 처음 오셨어요. 또 평소에 만나기 힘들다는 스몰토크 사장님도 참석했습니다. 멤버 한 분이 도쿄 바나나 빵을 가져오셨어요. 특별한 간식을 영접한 우리 멤버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냠냠했어요.

 

 

 

 

 

 

 

 

 

 

 

 

 

 

 

 

* 마리아 미즈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갈무리, 2014)

 

 

우린 에피타이저인 도쿄 바나나빵을 먹고 나서 바로 메인 디쉬인 마리아 미즈(Maria Mies)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로 눈길을 향했습니다. 우리들은 2장(『성별 노동 분업의 사회적 기원』)과 3장(『식민화와 가정주부화』)을 함께 읽었습니다. 2장에서 미즈는 성별 노동 분업의 기원을 추적한 엥겔스(Engels)의 주장을 비판합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성별 노동 분업’의 의미부터 살펴봅시다. 성별 노동 분업은 젠더 이분법(‘남성’과 ‘여성’)에 기초한 노동 역할 분담을 의미합니다. 성별 노동 분업에는 ‘가사 노동’은 여성이, ‘바깥 노동’은 남성이 해야 한다는 관점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 프리드리히 엥겔스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두레, 2012)

 

 

 

엥겔스의 주장에 따르면 원시시대는 사유재산이 없는 모계(母系) 사회였습니다. 그러나 잉여 재산이 생기고, 상속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원시시대는 가부장제 사회로 전환하게 됩니다. 이 변화의 과정 중에 남성은 여성을 통제하면서 상속자를 보호하고, 재산상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일처제, 즉 오늘날의 가족 형태를 지향하게 됩니다. 엥겔스는 가족에서 자본주의 국가로 이어지는 발전 단계를 사적 유물론 관점으로 분석했습니다. 그의 통찰력은 여성 종속의 원인과 여성 해방을 위한 실천적인 틀을 제시하는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미즈는 엥겔스가 주장한 성별 노동 분업 기원론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미즈는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되는 관계 또는 여성이 처한 불평등한 상황을 ‘보편적’이고, ‘자연적인 현상’으로 규정하는 입장에 반대합니다. 그녀는 이런 문제들을 ‘자본주의 생산 양식’의 결과라고 말합니다. 미즈는 출산과 양육 활동을 ‘노동’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여성의 출산과 양육 활동을 묶어 ‘생산 노동’이라고 명명합니다. 엥겔스를 비롯한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여성의 생산 노동을 ‘자연적 활동’으로 이해했습니다. 미즈는 생산 노동을 바라보는 엥겔스의 관점이 성별 노동 분업 구조를 유지하게 만든 생물학적 결정론 형성에 기여했다고 비판합니다.

 

남성들은 여성의 몸과 여성의 출산을 ‘인간’이 아닌 ‘자연’의 범주로 분류했습니다. 그래서 남성은 여성의 몸을 자연처럼 마음껏 착취하고 지배하려고 했습니다. 인류학자들은 남성은 무기를 이용할 줄 알고, 사냥 행위에 능숙한 생산자로 보는 소위 ‘남성-사냥꾼 신화’를 지지합니다. 생물학적 결정론에 기반을 둔 ‘남성-사냥꾼 신화’는 남성이 여성을 착취하는 데 유리한 존재로 올라설 수 있게 했습니다. 인류학자들은 무기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남성이 ‘사냥꾼’이 되어 부족에게 식량을 보급했고, 여성과 어린이를 보호하는 일을 전담했다고 인식합니다. 그러나 ‘사냥꾼-남성 신화’ 중심으로 고대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에 문제점이 있습니다. 남성이 사냥에 나설 수 있도록 일용할 식량을 보급해 준 여성의 역할이 주목받지 못한 것이죠.

 

 

 

 

 

 

 

 

 

 

 

 

 

 

 

 

 

 

* 우에노 지즈코, 미나시타 기류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 (동녘, 2017)

 

 

 

멤버들은 우리 사회에도 여전히 남성이 여성의 몸을 ‘소유물’로 여기고,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한목소리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는 결혼과 출산은 사회의 기초 구성단위인 가족을 형성하고 종족을 번식하고, 보존하는 기능을 합니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여성의 아름다운 몸이 생존과 종족 번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여성에게 출산과 육아를 전담하는 사회적 규범을 형성하게 만듭니다.

 

 

 

 

 

 

어떤 사람은 종족 번식의 본능 때문에 인간이 결혼하고, 섹스하고, 자손을 낳는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남성들은 사랑하는 여자 친구 또는 아내가 자식을 낳아주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결혼과 섹스가 단지 종족 번식을 위해서만 해야 하는 행위일까요? 결혼과 섹스를 통해 꼭 무엇을 얻어야만 하나요? 아니, 여성이라면 꼭 결혼과 출산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3장에서는 자본주의가 발달함에 따라 부르주아 백인 여성이 ‘가정주부화’가 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유럽 부르주아 남성들은 부르주아 여성을 ‘길들여진 자연’으로 봤고, 이 과정은 자본주의와 제국주의가 팽창하던 시기가 맞물려 있습니다. 그런데 유럽 부르주아 남성들이 부르주아 여성들만 착취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식민지 여성’과 ‘프롤레타리아 여성’도 착취 대상이었습니다. 3장의 핵심 내용은 이미 2장에 언급되어 있습니다.

 

 

 ‘자연화’ 과정은 식민지 전체와 노동계급 여성에게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다. 부르주아 여성 또한 자연으로, 자본가 계급의 후계자를 낳고 키우는 이로 규정되었다. 그러나 아프리카 여성을 ‘야만적’ 자연의 일부로 보았던 반면에, 부르주아 여성은 ‘길들여진’ 자연으로 보았다. 부르주아 여성의 섹슈얼리티, 그들의 생산적 자율성만이 아니라 생식력은 부르주아 남성에 의해 억압받고 엄격하게 통제되었다. 부르주아 여성은 생계를 남성에게 의존하고 있었다. 부르주아 여성이 길들여지고 남편의 소득에 의존하는 가정주부로 변모하는 것은 자본주의 아래 성별분업의 모델이 되었다. 이는 여성, 모든 여성의 재생산능력을 통제하기 위해 필수적이었다. (2장 167쪽)

 

 

 

 

 

 

 

 

 

 

 

 

 

 

 

 

 

 

 

* 니시무라 유코 《그림과 사진으로 풀어보는 마녀의 약초상자》 (AK커뮤니케이션즈, 2017)

* [품절] 아케가미 슈운이치 《마녀와 성녀》 (창해, 2005)

 

 

 

유럽의 남성 중심 사회는 출산과 육아라는 ‘자연’ 활동을 거부하는 여성을 무자비하게 탄압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중세 및 르네상스 유럽 전역을 휩쓴 ‘마녀사냥’이었습니다. ‘마녀’를 식별하고, 마녀를 고문하는 마녀 사낭꾼들은 낙태 기술, 피임법을 잘 아는 산파들을 마녀로 규정했습니다. 마녀 사냥꾼들의 등장으로 여성은 자신의 몸을 통제할 권리를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탄압 속에서도 여성은 분노와 저항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특히 식민지 여성들은 자신들을 ‘문명화’시키려는 유럽 식민주의자들의 착취에 저항했습니다(3장 206쪽). 멤버 한 분이 오랫동안 기록되지 않은 식민지 여성들의 저항을 보면서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이 떠올랐다고 말했습니다. 미투 운동은 성폭력 · 성희롱 피해자들이 일으키는 일시적인 소란이 아닙니다. 미투 운동은 그동안 은폐돼 있던 남성 중심 사회 구조와 권력형 성폭력 문제를 수면 위로 끄집어내려는 여성들의 주체적인 행동입니다. 미투 운동에 동참하고, 지지하는 여성들의 행동에는 우리 사회를 변화할 계기를 만들어주는 저항의 힘이 있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3월 26일)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4, 5장을 함께 읽습니다. 3월 31일 토요일 카페 스몰토크에 진행될 ‘본격 월경 토크’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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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0 15: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3-20 21:43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출산 계획을 신중하게 잘 세워야 합니다. 계획 없이 무턱대고 아이를 낳으려고 하면 부모는 아이를 양육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어요. 주변에서 보던 양육과 직접 경험하는 양육은 차원이 다르니까요.

sprenown 2018-03-20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 공부를 이렇게 열정적으로 하는 모습. 존경스럽네요!

cyrus 2018-03-20 21:45   좋아요 0 | URL
점점 나이가 들기 시작하면 새로운 것에 낯설게 느껴진다고 해요. 늙을 때까지 이 분위기, 쭈욱 유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3장 제목은 ‘식민화와 가정주부화’입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식민화’‘가정주부화’가 3장의 핵심 내용입니다. ‘가정주부화’의 의미는 앞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1장 ‘혼자’ 읽기』 편에 언급된 적이 있어요. ‘가정주부화’를 설명한 내용을 다시 인용하겠습니다.

 

 

  자본주의적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에 대해 이론적으로 처음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자본주의 아래서 가사노동의 역할을 분석하면서였다. 이 운동은 1980년 무렵에 시작되었다. 가정에서 여성이 무급으로 하는 돌봄 노동과 양육이 남성 임금을 보조할 뿐만 아니라, 자본의 축적에도 기여한다는 점이 명백해졌다. 게다가 여성을 가정주부로 규정함으로서, 내 방식으로 말하면 ‘가정주부화’함으로써 가정에서 여성이 하는 무급 노동은 보이지 않는 것이 되었고, 국민총생산에도 기록하지 않으며, 자연스러운 것, 즉 ‘공짜’로 여겨졌다. 여성의 ‘가정주부화’가 가져온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여성이 임금노동은 남성, 이른바 부양책임자를 보충하는 것으로 여겨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개정판 서문, 20쪽)

 

 

3장에서는 자본주의가 발달함에 따라 부르주아지(bourgeoisie) 백인 여성이 ‘가정주부화’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읽지 않은 책] 베르너 좀바르트 《사치와 자본주의》(문예출판사, 2017)

 

 

 

‘가정주부화’의 발달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독일의 사회학자 베르너 좀바르트(Werner Sombart)《사치와 자본주의》(문예출판사, 2017)를 참고합니다. 제가 좀바르트의 책을 읽지 않은 관계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가정주부화’에 대한 미즈의 주장을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유럽 부르주아 남성들은 가부장적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부르주아 여성을 ‘가정주부’로 길들이려고 했으며 이 과정은 자본주의와 제국주의가 팽창하던 시기가 맞물려 있습니다.

 

그런데 유럽 부르주아 남성들이 부르주아 여성들만 착취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식민지 여성’‘프롤레타리아 여성’도 착취 대상이었습니다.

 

 

 

 

 

 

 

 

 

 

 

 

 

 

 

 

 

 

* 주경철 《대항해 시대》(서울대학교출판부, 2008)

* [품절] 올라우다 에퀴아노 《에퀴아노의 흥미로운 이야기》(해례원, 2013)

 

 

 

‘자본가’의 위치에 선 유럽 부르주아 남성들은 식민지 정복을 통해서 자본의 축적 이익을 증대시키려고 했습니다. 상공업 또는 무역업을 통해 부를 축적한 새로운 시민계급의 등장은 자본주의 경제체제 확립에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화려할 것만 같은 시대에 항상 눈부신 빛만 있는 건 아니죠. 자본가 대부분은 공정한 시장 경쟁을 무시한 채 노예노동과 강제 노동으로 이익을 늘렸습니다. 미즈는 큰 자본 축적이 이루어진 16~17세기 유럽의 특정 시기를 ‘자본의 원시적 축적’이 일어난 시기로 보았습니다. ‘대항해 시대’를 주도한 탐험가와 무역가들은 두려울 게 없었습니다. 그들은 무기를 가지고 있었고, 무기를 이용해 식민지를 정복하고 약탈할 수 있었습니다. 유럽의 탐험가들은 식민지를 노리는 ‘사냥꾼’이 되어 ‘자연’에 속하는 식민지와 식민지인들을 손쉽게 정복했습니다. 유럽인들은 식민지인을 ‘문명화가 될 존재’로 바라봤고, 식민지 여성을 ‘노예’로 만들었습니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노예제 폐지 운동가 올라우다 에퀴아노(Olaudah Equiano)는 1789년에 펴낸 자서전 《에퀴아노의 흥미로운 이야기》(해례원, 2013)를 통해 백인에게 학대받고 멸시당하며 비윤리적이고 비인도적인 노예제 본성을 비판했습니다. 이 책에 식민지 여성을 잔혹한 방식으로 대하는 백인 남성의 행동을 묘사한 내용이 있습니다.

 

 

 

 

 

 

 

 

 

 

 

 

 

 

 

 

 

 

 

 

 

 

 

 

 

 

 

 

 

 

 

 

 

* 프리드리히 엥겔스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라티오, 2014)

* 리처드 D. 앨틱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과 사상》(아카넷, 2011)

* 정진희 엮음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여성해방론》(책갈피, 2015)

* [No Image] 아우구스트 베벨 《여성론》(까치, 1990)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 영국에서 시작된 기계의 발명과 기술 혁신을 통한 생산양식의 기계화, 공업화로 산업혁명이 전개됐습니다. 빅토리아 여왕시대의 영국은 산업혁명에 성공하여 ‘세계의 공장’으로서 최고의 번영을 누리던 황금기였습니다. 그러나 이때도 자본가들은 여전히 ‘자본의 원시적 축적’ 방식을 고수했습니다.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가 쓴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라티오, 2014)은 공장에 일하는 노동계층의 비참한 삶이 적나라하게 묘사된 책입니다. 빅토리아 시대에 발산하는 빛이 화려한 만큼, 그림자 또한 어둡고 깊었습니다. 빈부격차가 극에 달했던 것이지요. 1857년에 발생한 경제 대공황은 ‘낙관적 진보’를 믿었던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에게 적잖이 충격을 줬습니다. 대공황을 시작으로 경제가 위축되었고, 빈민층이 급속도로 늘어났습니다. 이때 마르크스, 엥겔스 등이 자본가에 의한 노동계급의 착취관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했고, 그들의 사상을 받아들인 아우구스트 베벨, 클라라 체트킨 등의 사회주의자들은 여성 노동자들의 여권 신장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2장에서 마르크스와 엥겔스를 깠던(…) 미즈는 3장에서 베벨과 체트킨이 주장한 여성해방론의 한계를 지적합니다.

 

 

  아우구스트 베벨(August Bebel)클라라 제트킨(Clara Zetkin)은 엥겔스와 함께 당시로는 여성해방을 위한 사회주의적 이론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이들로 꼽히지만, 이들 역시 노동계급 사이에서도 제대로 된 아내와 어머니를 가진 제대로 된 가족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벨은 여성의 고용을 줄여서 어머니가 자녀 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기를 희망하기도 했다. 그는 프롤레타리아 가족의 파괴를 안타까워했다. 베벨은 성별노동분업의 변화나 가사노동을 남성과 공유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에게 여성은 주로 어머니였다.

이는 체트킨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프롤레타리아 반페미니즘’에 대해 싸웠지만, 그녀 역시 프롤레타리아 여성을 노동자로 보기보다는 아내이자 어머니로 보았다.

  맑스, 엥겔스와 마찬가지로, 체트킨은 자본주의가 남녀 사이에서 착취의 평등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했다. 프롤레타리아 여성은 부르주아 페미니즘처럼 남성에 맞서서 싸울 수 없으며, 남성과 함께 자본가 계급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생각은 사민당 내에서는 아주 긍정적인 반향을 낳았다. 여성의 역할을 어머니와 아내로 보는 부르주아적 생각이다. (3장 241~242쪽)

 

 

고전적 마르크시즘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미즈의 주장은 ‘팩트 폭력’에 가깝습니다. 베벨은 산업화의 영향으로 여성의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봤고, 가족이 해체하는 현상을 걱정했습니다. 체트킨은 노동해방을 달성하기 위해선 프롤레타리아 여성의 참여를 동참했는데요, 그녀는 노동해방 운동에 동참하는 프롤레타리아 여성을 ‘프롤레타리아 남성의 아내’이자 ‘다음 프롤레타리아 세대를 가르치는 어머니’ 역할로 한정했습니다.

 

 

  프롤레타리아 여성의 해방 투쟁은 부르주아 여성처럼 자기 계급의 남성에 맞서 싸우는 투쟁과는 전혀 다릅니다. 오히려 전체 자본가 계급에 맞서 자기 계급 남성과 공동 투쟁을 전개해야 합니다. 프롤레타리아 여성은 자유로운 시장 경쟁 참여를 방해하는 장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자기 계급 남성과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프롤레타리아 여성에게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권리를 돌려주고 영원히 보장해야 합니다. 프롤레타리아 여성의 궁극적 목표는 남성과의 자유경쟁이 아니라 프롤레타리아의 정치적 지배를 확립하는 것입니다.

 

(클라라 체트킨 『프롤레타리아 여성과 함께해야만 사회주의는 승리할 수 있다』 중에서,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여성해방론》 66쪽)

 

 

 사실 프롤레타리아 여성을 어머니와 아내의 의무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이 사회주의 선전의 과제는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프롤레타리아의 해방을 위해 이 과제를 전보다 더 잘 해 낼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합니다. 가족의 상황이 좋을수록, 여성이 가정에서 자신의 능력을 더 잘 발휘할수록, 더 잘 투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녀의 교육자 · 양육자 구실을 더 잘할수록 자녀를 더 잘 의식화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그 자녀들이 우리 세대의 뒤를 이어 기꺼이 열정적으로 프롤레타리아 해방에 헌신하며 계속 싸워 나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한 사람의 프롤레타리아가 “내 아내!”라고 말할 때 그는 마음속으로 “내 이상의 동지이며 투쟁의 전우이며 미래에 투쟁할 내 아이들의 어머니”라고 덧붙이게 될 것입니다. 남편과 자녀를 계급의식으로 채우는 수많은 어머니와 아내는 이 대회에 참가한 여성 동지들만큼이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클라라 체트킨 『프롤레타리아 여성과 함께해야만 사회주의는 승리할 수 있다』 중에서,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여성해방론》 72쪽)

 

 

 

미즈는 여성을 ‘아내’와 ‘어머니’로 보는 체트킨의 인식이 그녀가 비판했던 자유주의 부르주아 페미니스트의 생각과 같다고 비판합니다. 따라서 마르크시즘 페미니스트들은 자본축적 과정에서 ‘가정주부’가 되는 여성의 문제를 보지 못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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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갈무리, 2014) 두 번째 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2, 3장을 읽었습니다. 2장 제목은 ‘성별 노동 분업의 사회적 기원’, 3장 제목은 ‘식민화와 가정주부화’입니다.

 

2장에서 마리아 미즈(Maria Mies)성별 노동 분업의 기원을 추적한 마르크스주의자들의 학설을 살펴보고, 이 학설들의 한계점을 지적합니다. 2장은 성별 노동 분업의 형성 과정, 자본주의-가부장제 체제 내에 주목받지 못한 가사노동의 가치 등 페미니즘의 주요 쟁점들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성별 노동 분업’의 의미부터 살펴봅시다. 성별 노동 분업은 젠더 이분법(‘남성’과 ‘여성’)에 기초한 노동 역할 분담을 의미합니다. 성별 노동 분업에는 ‘가사 노동’은 여성이, ‘바깥 노동’은 남성이 해야 한다는 관점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 프리드리히 엥겔스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두레, 2012)

* [절판] 루이스 헨리 모건 《고대사회》(문화문고, 2005)

* 정예푸 《문명은 부산물이다》(37∞, 2018)

*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성의 변증법》(꾸리에, 2016)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는 가족 제도의 형성 과정에 주목하여 일부일처제는 자본주의의 사적소유로 인해 발생했으며 이는 여성의 종속이라는 폐단을 낳았다고 주장합니다. 원시시대는 사유재산이 없는 모계사회였지만 잉여재산과 상속 때문에 가부장제 사회로 전환됐습니다. 그 전환 과정 중에 남성은 여성의 성을 통제하면서 상속자를 보호하고, 재산상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일처제를 지향하게 됩니다. 이러한 주장이 담긴 책이 바로 1884년에 출간된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두레, 2012)입니다. 이 책은 엥겔스의 단독 저작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 마르크스(Marx)의 유고를 엥겔스가 정리한 것입니다.

 

엥겔스는 미국의 인류학자 헨리 루이스 모건(Lewis Henry Morgan)《고대사회》(문화문고, 2005)를 토대로 자본주의 국가의 발전 단계를 사적 유물론 관점으로 분석합니다. 그러므로 엥겔스의 《가족의 기원》을 언급할 때 절대로 빠져선 안 되는 책이 모건의 《고대사회》입니다. 하지만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저작물을 독파하려는 목적으로 독서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절판된’ 모건의 책까지 정독할 필요가 없습니다. 《가족의 기원》의 핵심 내용을 알기 쉽게 언급한 몇 권의 책이 있는데요, 중국의 사회학자 정예푸《문명은 부산물이다》(37∞, 2018)슐라미스 파이어스톤《성의 변증법》(꾸리에, 2016) 등이 있습니다.

 

엥겔스의 《가족의 기원》은 여성 종속의 원인과 여성 해방을 위한 실천적인 틀을 제시하는 마르크시즘 페미니즘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미즈 등 페미니스트들의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미즈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2장에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주장이 성별 노동 분업의 기원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서열이 있는 성별노동분업의 기원을 찾는 것이 ‘세계사적 차원에서 여성의 패배’(엥겔스)가 일어났던 선사시대나 역사시대의 특정 시점을 찾는 것으로 한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영장류학, 선사시대, 그리고 고고학의 연구들이 우리 연구에 유용하고 또 필수적이다. 그러나 우리가 여성과 남성, 그리고 그들이 자연이나 역사와 맺는 관계에 관한 개념을 유물론적이고 역사적이고 비생물학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갈 수 없다면 그런 연구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기대할 수는 없다. (2장, 127쪽)

 

 

미즈는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되는 관계 또는 여성이 처한 불평등한 상황을 ‘보편적’이고, ‘자연적인 현상’으로 규정하는 입장에 반대합니다. 그녀는 이런 문제들을 ‘자본주의 생산 양식’의 결과라고 말합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아이를 출산하여 가족을 만드는 일에 기여하는 여성의 생산 노동을 ‘자연적 활동’으로 이해했습니다. 미즈는 생산 노동을 바라보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관점이 성별 노동 분업 구조를 유지하게 만든 생물학적 결정론에 기여했다고 비판합니다.

 

미즈는 출산과 양육 활동을 ‘노동’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여성의 출산과 양육 활동을 묶어 ‘생산 노동’이라고 명명합니다. 그러나 가부장제는 생산 노동을 ‘여성의 생리적 활동’으로 만들었고, 남성들은 여성의 몸과 여성의 출산을 ‘인간’이 아닌 ‘자연’의 범주로 분류했습니다. 그래서 남성은 여성의 몸을 자연처럼 마음껏 착취하고 지배하려고 했습니다. 남성은 무기를 이용할 줄 알고, 사냥 행위에 능숙하다는 생물학적 결정론은 남성이 여성을 착취하는 데 유리한 존재로 올라설 수 있게 했습니다.

 

 

 

 

 

수렵 채집 사회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불평등이 거의 없었습니다. 흔히 수렵 채집 사회를 설명할 때 사냥 활동을 채집 활동보다 높게 쳐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인류가 무기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인류사적으로 높이 평가할 만한 중대 사건입니다. 역사학자와 인류학자들은 무기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남성이 ‘사냥꾼’이 되어 부족에게 식량을 보급했고, 여성과 어린이를 보호하는 일을 전담했다고 인식합니다. 그러나 ‘사냥꾼-남성’ 중심으로 고대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에 문제점이 있습니다. 남성이 사냥에 나설 수 있도록 일용할 식량을 보급해 준 여성의 역할이 주목받지 못한 것이죠. 이러한 인식은 인류의 발달 과정을 설명하는 역사 교과서에 남아 있습니다. 여러분, 이상하지 않습니까? 어째서 인류의 발달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들에 왜 ‘무기를 들고 있는 남성’이 현생 인류에 가까운 직계 조상으로 묘사한 것일까요? 그 그림 속에 ‘사냥꾼’이 된 남성을 '생산자'로 인정받는 ‘인간’으로, 무기를 손에 들지 못하고 가사 노동에 전담하는 여성은 남성에게 의존하고 통제받는 ‘자연’으로 보는 젠더 이분법이 숨어 있어요.

 

 

 

 

 

 

 

 

 

 

 

 

 

 

 

 

 

* 카트리네 마르살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부키, 2017)

 

 

 

여성의 생산 활동, 즉 가사 노동을 간과하는 인식은 주류 경제학뿐만 아니라 인류학 및 역사학에도 오래도록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날 성별 노동 분업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비판하려면 매일 남성 사냥꾼들을 위해 음식을 제공해주고 생계를 책임진 고대 사회 여성들의 생산 노동에 주목해야 합니다.

 

2장을 정리한 내용의 분량이 많은 관계로, 3장은 따로 정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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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9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3-20 15:25   좋아요 1 | URL
어제 모임 때 나눈 얘기 중에 결혼과 출산의 의미였어요. 누군가는 출산을 위해서 결혼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결혼은 하지만 출산이 삶의 목적이 아닌 사람도 있죠. 그런데 우리 사회는 결혼과 출산을 사람이라면 당연히 통과해야 할 삶의 관문처럼 여겨요. 결혼과 출산을 안 하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은 채 강요하는 게 문제입니다.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것도 살아가는 데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방식입니다. 말씀하셨듯이 결혼과 출산은 모든 사회 구성원이 합의해야 할 것은 아니고, 반드시 실천해야 할 것도 아닙니다. ^^
 

 

 

 

레드스타킹(약칭 ‘레스’) 독서모임에 처음으로 참석한 지 한 달하고도 19일 정도 지났습니다. 레스를 회사라고 한다면 현재 저의 위치는 신입사원과 같습니다. 페미니즘을 다시 배운다는 심정으로 독서모임에 참석하고 있어요. 제가 멤버들 앞에 농담으로 ‘신입사원’ 비유를 언급한 적이 있는데, 멤버들이 저보고 ‘인턴’이라고 하더군요. 레스 멤버 각자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영어 대화는 기본이고, 정당 활동 경험이 있는 멤버가 두 분이나 있고, 대학교에서 여성학을 공부하는 분도 있어요. 이 분이 제게 레스를 처음 소개해줬어요. 페미니즘 영화를 잘 아는 영화 마니아도 있어요. 요즘 이 ‘능력자들’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됩니다.

 

 

 

 

 

 

 

 

 

 

 

 

 

 

 

 

 

* 마리아 미즈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갈무리, 2014)

* 정진희 엮음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여성해방론》(책갈피, 2015)

* [읽을 예정인 책] 주디스 오어 《마르크스주의와 여성해방》(책갈피, 2016)

 

 

 

레스 독서모임 참석 이후로 읽어야 할 책들이 자꾸만 늘어납니다. 지금까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3장까지 읽었는데요, 마르크스(Marx)엥겔스(Engels)의 책을 같이 읽었어요. 본의 아니게 마르크스주의를 공부하게 됐네요. 제가 리버럴리스트(liberalist)라서 마르크스주의를 비판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마르크시즘 페미니즘을 공부해보니 클라라 체트킨(Clara Zetkin), 알렉산드라 콜론타이(Alexandra Kollantai), 레닌(Lenin), 트로츠키(Trotsky) 등이 공유했던 여성해방론의 장점이 보이더군요. 물론,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여성해방론 역시 현실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고, 마르크스주의가 스탈린주의로 변질되는 바람에 퇴색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저자 마리아 미즈(Maria Mies)도 고전적 마르크시즘 페미니즘의 한계를 지적합니다. 소련 붕괴 이후 마르크시즘 페미니즘은 한물간 사회과학 이론으로 취급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스탈린주의로 오해받은 고전적 마르크시즘 페미니즘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각설하고 지난주 월요일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첫 번째 모임 공식 후기를 공개하겠습니다. 지난주는 바쁜 한 주였어요. 하필이면 지난 주 모임에 불참했던 터라 공식 후기를 공개하는 것을 깜빡 잊을 뻔했어요. 후기 내용 중에 ‘각자의 방법으로 페미니즘을 실천하고 연대’해야 한다는 말이 있어요. 저도 후기를 쓴 분과 마찬가지로 이 말에 공감했어요.

 

 

이번에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서문과 1장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자는 서문과 1장에서는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왜 이러한 책을 쓰게 되었는지?’를 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서문과 1장에 걸쳐서 너무나 상세히 페미니즘을 설명하던 것이 이 책에 대한 태도로 규정되었던 것 같다고 느끼게 된 토론이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고 얻고자 했던 부분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는 어떤 관계가 있고 어떤 방식으로의 대안을 요구한다.> 문장이었지만 그 부분보다 다른 분이 더 많이 서술되어 있고 제가 잘 모르는 개념(ex. 쇼비니즘, 맑스주의 페미니스트)을 그냥 단어로만 쓰고 설명이 없어서 읽어도 어렵다. 라고 단정 지어 버리는 느낌입니다.

 

p.s : 지금 2장을 좀 읽었는데 여기서 저의 의문을 해소해 주고 있네요-! 이번 토론에서 느낀 것은 페미니즘 안에서도 서로 성찰(?)하면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운동방식에 대해서도요. 페미니즘을 기울어진 운동장 내지는 이미 공고히 만들어진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흐름 정도로만 생각했던 저에게 이정도로 다채로운 방향에서 분석하고 서로의 한계점을 이야기하는 게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토론 초반에 나왔던 ‘마지막 섬’ 과 관련한 논쟁에서 나오는 이야기에서 결국 우리는 누군가에게 착취와 억압을 하고 살아가고 있음을 인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고, 그런 것들을 인지하고 살아가며 마지막 섬을 파괴하기 위한 작업을 하며 고민하고 살아가는 것이 ‘삶’에 대한 숙명처럼 느껴졌습니다. 우리의 삶 그자체가 폭력적이라면 ‘최소한의 폭력’을 행하며 살아가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론 중간 중간에 나왔던 논의들을 사실 제 개인적으로도, 토론에 참여하는 모든 분이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을 다시 재확인하여 나가는 과정인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덕분에 맑스주의 페미니즘과 에코 페미니즘, 남성 쇼비니즘에 대한 관심이 약간 생겼고, 그에 관한 것들을 접할 일이 있다면 접하고 싶네요.토론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은 제3세계 여성(여기서는 ‘저개발’)과 백인여성으로 대변되는 극단적 층위에 있는 사람들을 ‘자매애’ 하나로 통합하여 이야기 하는 방식이 너무 낡았다. 라는 지점이었습니다. 다른 이들과 함께하는 방식에서 ‘우월주의’적 접근을 최대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중간에 레드스타킹 멤버 한분이 ‘우리 그렇게 너무 성찰할 필요 없어요’ 하면서 이야기 했던 각자의 방법으로 페미니즘을 실천하고 연대하면서 외치면 된다는 요지의 이야기가 굉장히 와 닿았습니다. 아직은 내부적인 논의보다 현실에서 같이 외치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신약이 성인남성으로 디폴트 값이 잡혀있고, 과학기술이 남성위주로 재편되어있다는 이야기는 저에게 또 다른 무지를 일깨워줘서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진짜 전혀 인지조차 못하는 사실이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에 논의된 독립성은 제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이제 과거와 같이 하나의 ‘사상’ 아래 뭉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자발성’ , ‘필요’ ,‘재미’ 같은 기치 아래에서 모이는 것이 제가 가장 만들고 싶은 형태의 ‘무언가’에 가장 가깝기 때문입니다.

 

 

p.s : 조금은 두서없고 개인적인 감상이 많지만 지루하고 선명한 세계 보다는 흐릿해도 흥미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레스가 특별하고도 중요한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3월 31일 토요일 오후 3시 카페 스몰토크에서 ‘본격 월경 토크’를 진행합니다. 이 날 행사는 대구여성광장 성교육센터가 주관했으며 성교육센터 소속 전문가를 초청했습니다. 행사 주요 내용과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토크1. 월경, 신성과 혐오 사이

토크2. 월경컵 리얼 후기

토크3. 대안생리대, 대안팬티 등 소개

전시 : 생리컵 3종, 면 생리대, thinx 팬티2종, 페미니즘 도서.

 

 

 

참가비는 없습니다. 단, 카페에서 주문하는 음료 값은 개인 부담입니다. 평소 생리에 대해 말 못 한 고민이 있는 여성, 요즘 주목받고 있는 생리컵 및 대안 생리대를 자세히 알고 싶은 여성은 ‘본격 월경 토크’에 참석하면 좋습니다. 여성 누구나 참석할 수 있습니다. 참석을 희망하는 분은 레드스타킹 공식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셔서 ‘DM 신청’을 하면 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레드스타킹 공식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feminism_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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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3-19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모임에 대한 글 잘 읽고 있습니다, cyrus 님.
후기만 읽는 것도 제게는 도움이 되네요.
계속 함께 책읽고 공부하고 후기 올려주시길 바랄게요.


cyrus 2018-03-19 16:06   좋아요 0 | URL
관심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제 글을 읽다가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이 있거나 페미니즘에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소중한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겠습니다.

:Dora 2018-03-19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훈훈한 후기 기대할게요:- 마리아미즈 좋아요

cyrus 2018-03-19 16:08   좋아요 0 | URL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2, 3장에 아주 좋은 내용들이 많습니다. 왜 국외 유슈 언론들이 이 책을 찬사하는지 알겠습니다. ^^

오후즈음 2018-03-19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의미 있는 모임이네요. 가깝다면 참석하고 싶을만큼요...
우선 올려 주시는 텍스트로 만족하며 읽겠습니다. ^^

cyrus 2018-03-20 15:27   좋아요 1 | URL
오후즈음이 살고 계신 곳에서도 페미니즘 관련 모임이 있을 것입니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자신들의 활동을 홍보하는 페미니즘 모임이 많아요. ^^
 

 

 

 

 

 

 

어제 <대구, 미투에 응답하라! 토론회>에 참석했습니다. 오후 7대구시민공익지원활동센터 상상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생각보다 꽤 많은 분이 오셨는데요, 30명이 넘은 인원들이 토론회에 참석했습니다. 일찍 토론회 장소에 도착한 레드스타킹 멤버 덕분에 저는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레드스타킹 멤버는 저를 포함한 다섯 명입니다.

 

 

 

 

 

 

 

여성 운동과 관련된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하는 것은 어제가 처음입니다. 전문가들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까 봐 조금 걱정했는데 기우였어요. 다섯 명의 발표자들이 준비한 자료들을 모은 책자를 받았거든요. 자료집, 넘나 소중한 것! 이 자료집이 없었으면 저는 후기를 못 썼을 거예요.

 

 

 

 

 

 

강혜숙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가 토론회를 진행했고요, 신미영 대구여성회 고용평등상담실장, 김정순 대구여성의전화 대표, 최현진 대구이주여성상담소 소장, 이정미 대구여성장애인연대 대표, 남은주 대구여성회 상임대표 순으로 발표가 진행되었습니다. 다섯 분이 발표한 내용은 자료집을 참고하면서 정리했습니다. 중요한 내용이 아주 많아서 후기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제가 어제 토론회의 주요 내용을 잘 선별했는지 모르겠군요. 여기에 정리한 내용 일부는 여러분들이 아는 내용일 수 있습니다.

 

 

 

 

 

 

 

신미영 님의 발표 주제는 직장 내 성희롱과 법과 제도입니다. 직장 내 성희롱은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성적 언동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입니다. 직장 내 성폭력이라는 단어도 있습니다. 보통 직장 내 성폭력직장 내 성희롱과 같은 의미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요, 직장 내 성폭력’, ‘직장 내 성희롱의 의미를 살펴보면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직장 내 성폭력은 위계, 위력에 의해 상대방의 의사를 침해하여 이루어진 성 접촉(간음 행위 필수) 행위입니다.

 

직장 내 성희롱과 직장 내 성폭력 모두 권력형 성희롱 · 성폭력입니다. 권력형 성희롱 · 성폭력을 저지르는 가해자는 사회 집단 내에 권력을 가진 자입니다. 위계질서가 강한 한국 사회 특성상 조직에서 권력을 가진 남성이 부하 여성에게 성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 사건은 권력형 성폭력의 민낯이라 할 수 있습니다.

 

 

 

 

 

 

 

 

 

 

 

 

 

 

* [품절] 로빈 스턴 가스등 이펙트(RHK, 2008)

 

 

 

그렇다면 왜 성폭력 피해자들은 끔찍한 경험을 쉽게 입을 열 수 없었던 것일까요? 혹자는 따지듯이 말합니다. 왜 지금에서야 피해 사실을 호소하느냐고. 이건 생각 없는 발언이고, 성폭력 피해자가 처한 상황과 심정을 잘 모르고 하는 개소리입니다. 성폭력 피해자는 가스라이팅(gaslighting)’에 의해 성폭력 상황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합니다. 가스라이팅은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의 영화 <가스등>(1944)에 유래한 심리학 용어입니다. 이 영화에서 남편은 아내를 미치게 하려고 계략을 꾸밉니다. 남편은 일부러 가스등을 어둡게 한 뒤 아내가 지적할 때마다 그렇지 않아! 네가 잘못 본 거야!”라고 반응을 드러냅니다. 그러면 아내는 자신을 계속해서 의심하며 결국 자신의 판단을 믿지 않게 됩니다.

 

가스라이팅의 가해자, 즉 성폭력 가해자는 물리적 강압을 동원하지 않고도 피해자의 심리를 조종해 자신의 범죄 행위를 무마하는 시도를 합니다. 피해자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고 종국에는 성폭력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따라서 가스라이팅은 가해자가 피해자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가장 잔인한 정신적 폭력입니다.

 

김정순 님은 성폭력 피해와 관련법 개정을 주제로 성폭력의 정의성폭력 역고소에 대한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김정순 님은 강간또는 성폭력으로 쓰는 용어의 정의에 대해 새롭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성폭력 피해의 경우 대체로 증거나 증인이 없기 때문에 피해 여성들의 진실은 쉽게 거짓말이 되고, 가해 남성들의 성폭력 역고소전략은 대체로 성공합니다. 역고소로 법정에 서게 되는 피해자는 성폭력 사건을 다시 입증해야 하는 부담 속에 최소한의 자구노력마저 제약받게 됩니다.

 

최현진 님은 한국에 온 이주여성이 미투 운동에 소외되는 사회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이주여성은 자신의 피해 사실을 호소할 곳들에 대한 정보를 모르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주여성은 성폭력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법이나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최현진 님의 발표가 끝나고 다음 발표를 진행한 이정미 님은 여성 장애인도 미투 운동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성장애인을 지적으로 취약한 존재 또는 무성적(無性的) 존재로 보는 편견은 장애인을 인간으로 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이처럼 비장애인으로부터 인격이 짓밟힌 여성 장애인은 성폭력 피해에 쉽게 노출됩니다.

 

남은주 님은 미투 운동이 지속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선 대중이 미투 운동에 적극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남은주 님이 제시한 대안 중 하나가 붉은 편지입니다. 붉은 편지 쓰기 운동은 최근 대구에서 주목받고 있는 미투 운동의 일종입니다. 방식은 간단합니다. 편지지에 익명으로 성폭력 피해 사실 또는 성폭력을 목격한 사실을 쓰는 것입니다. 다 쓴 편지는 붉은색 편지 봉투에 넣어 가해자에게 보낼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성폭력, 성희롱을 목격한 사람들도 붉은 편지를 쓸 수 있어요. 토론회가 끝난 후에 레드스타밍 멤버가 "우리도 붉은 편지를 써보자!"라고 제안했습니다. 독서 모임이 있는 다음 주 월요일에 레드스타킹 멤버들과 함께 붉은 편지를 써볼 예정입니다. 저는 후배 여학생 앞에 성적 농담을 하고, 후배 여학생에게 치근대던 대학교 선배에게 붉은 편지를 보내고 싶군요.

 

다섯 분의 발표가 끝난 후에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성소수자, 특히 트랜스젠더 여성의 성폭력 실태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서 이와 관련된 질문을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부족했고, 제가 질문을 위해 너무나 많이 생각하는 바람에 질문할 기회를 놓쳤어요. 어제 토론회에 나온 내용들을 전체적으로 좋게 봤지만, 성소수자 성폭력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점이 아쉬웠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비성소수자의 편견이 성소수자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불감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대부분 사람은 성소수자는 문란하다’, ‘야한 옷을 즐겨 입는다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모든 성소수자는 문란하지 않습니다. 또 그들이 매일 야한 옷을 입고 다니는 건 아니에요. 트랜스젠더 여성 성폭력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게 되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가진 비성소수자들은 야한 옷을 입었으니 성폭행당할 만 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성소수자도 인간이고, 인간으로서 존엄 받아야 할 존재입니다. 성소수자 성폭력 문제도 미투 운동 확산과 함께 생각해 볼 어젠다입니다.

 

 

 

 

 

 

 

 

포스터, 첫 번째 사진을 제외한 나머지 사진은 레드스타킹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가져왔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feminism_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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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3-16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스등 이펙트가 품절됐구나.
한 10년쯤 전에 읽은 것 같은데...
그런 줄도 모르고 작년인가? 중고샵에 팔았다는.
이게 오늘 날 이렇게 쓰일 줄 알았으면 다시 읽어보는 건데.ㅠ

cyrus 2018-03-17 08:11   좋아요 0 | URL
대학생 시절에 학교에서 히치콕 영화를 틀어준 적이 있어서 그때 《가스등 이펙트》을 읽었어요. 저도 이 책이 품절될거라 생각 못했어요.. ^^;;

2018-03-17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3-17 19:42   좋아요 0 | URL
레드스타킹 인스타그램 링크 주소 타고 들어가면 제 얼굴을 볼 수 있어요. 제가 잘 생긴 얼굴은 아니에요.. ㅎㅎㅎ

2018-03-18 1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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