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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전 목요일에 봄을 시샘이라도 하듯 쌀쌀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잠깐만! 아니지. 요즘 대구 날씨는 봄 날씨라기보다는 예비 여름날씨예요. 여름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점점 보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저녁에 시작되는 독서모임에 참석할 때 겉옷이나 조끼를 입고 와야 합니다. 밤공기가 여전히 차갑기 때문입니다.

 

 

 

 

 

 

 

 

 

 

 

 

 

 

 

 

 

 

 

 

 

* 제인 오스틴, 류경희 역 오만과 편견(문학동네, 2017)

* 제인 오스틴, 김정아 역 오만과 편견(펭귄클래식코리아, 2009)

* 제인 오스틴, 윤지관, 전승희 공역 오만과 편견(민음사, 2003)

 

 

 

우주지감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3월 선정도서는 제인 오스틴오만과 편견입니다. 저는 민음사 판본으로 읽었고요, 문학동네 판본과 펭귄클래식 판본을 가지고 온 분들도 있었어요. 이번 달 중순부터 페미(니즘) 에 취해버려서 오만과 편견을 못 읽을 뻔했어요. 오만과 편견줄거리와 소설 주요 등장인물의 성격 및 특징을 먼저 파악한 뒤에 소설 본문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겠지만, 저는 오만과 편견을 끝까지 다 읽지 않았어요. 소설 결론을 이미 다 알고 있었고 등장인물을 분석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설에 접근했기 때문에 절반만 읽어도 작품의 진가를 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은 오만과 편견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어요. 이번 달 초에 공공도서관 여러 곳에 신청한 희망도서들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바람에 이 책 저 책 챙겨 보느라 분주했습니다.

 

오만과 편견남녀 간의 연애를 주제로 한 소설이라서 우주지감 멤버들 모두 아주 재밌게 읽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발제의 주제 중 하나가 사랑의 속성 : 결혼에 이르는 길목이었습니다. 오전 독서모임 때와 마찬가지로 저녁 모임도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열띤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미혼인 저는 그저 가만히 듣기만 했습니다. ‘부부가 되어야 찾아오는 결혼의 세계는 제겐 여전히 낯설기만 합니다.

 

오만과 편견에 나오는 등장인물에 대한 멤버들의 생각이 무척 다양했습니다. 결혼을 미루는 엘리자베스 베넷에게 지나치게 걱정하는 베넷 부인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웠지만,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졌다는 분이 있었습니다. 자식을 둔 부모가 돼서 오만과 편견을 읽는다면 베넷 부인의 애타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소설 초반부에 묘사된 다아시의 언행을 보면서 점잖은 꼰대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저도 엘리자베스처럼 다아시의 첫인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하지만 겉모습으로 상대방을 판단하는 첫인상은 편견을 일으킵니다. 다아시가 마음에 들었다는 남성 멤버가 있었습니다. 그 분은 다아시의 귀족적 품위가 성숙미가 물씬 드러나는 으로 느껴졌다고 합니다. 소설에서 엘리자베스의 친구 샬럿 루카스는 결혼이 행복한 삶을 위한 필수적인 관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엘리자베스는 윌리엄 콜린스의 재산을 보고 그와 결혼하기로 한 친구에 실망합니다. 그러나 멤버들은 안정적인 삶을 누리고 싶어서 결혼을 간절하게 바란 샬럿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샬럿이 엘리자베스보다 현실적 감각이 뛰어나며 이 소설에서 그녀가 가장 현명한 인물이라고 말한 분도 있었습니다.

 

저는 소설 결말이 아쉬웠어요. 결혼이 인생의 행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니까요. 저처럼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었어요.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에 실망했다는 분이 있었고,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의 청혼을 완강히 거부해서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는 제2의 결말을 생각해 봤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멤버들은 이 소설의 제목으로 사용된 오만편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실 이 두 단어는 한 가지 의미로 이해하기 힘듭니다. 우리도 엘리자베스처럼 상대방의 첫인상만으로 판단하는 편견을 가집니다. 상대방의 첫인상이 좋다고 해서 그 사람의 성품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입니다. 이런 편견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준 대표적인 인물이 안희정입니다. 그 사람의 실체가 밝혀진 이후로 저는 좋은 첫인상이 주는 편견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됐습니다. 자정이 될 때까지 멤버들은 살면서 경험한 편견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마주치는 편견이 생각보다 아주 많았어요.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4월 선정도서

   

 

 

 

* 오전 모임 : 2018424일 화요일, 오전 11

 

* 오후 모임 : 2018426일 목요일,

오후 730

 

* 장소 : 책방 <서재를 탐하다> (오전 모임, 오후 모임)

 

 

 

 

 

 

 

이번 달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선정도서는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동아시아, 2017)입니다. 책방에서 이 책을 잠깐 훑어봤는데요, 내용이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책을 읽기 전에 플라톤파이돈데카르트성찰을 먼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의 저자인 김재인 씨는 들뢰즈의 책을 번역한 분으로 유명합니다. 설마 이 책에도 들뢰즈를 언급할까요? 아무튼 이번 달에도 읽어야 할 책들이 많군요.

 

지금 얘기할 수 없지만, 5월 선정도서도 만만치 않습니다. 책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책 제목을 얘기하면, 그 사람은 ~”하고 탄식하면서 표정이 찡그려질 것입니다. 5월 선정도서는 완독하기 쉽지 않은 책으로 유명합니다. 저도 이 책을 읽느라 꽤 고생했어요. 5월 선정도서의 정체는 우주지감네이버 카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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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8-04-02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공지능의 시대>에 들뢰즈 비중은 약하고요. 자세에서 들뢰즈가 더 엿보이죠. 들뢰즈처럼 모두까기 시전하시죠ㅎ; 플라톤부터 데카르트, 리처드 도킨스, 호프스태터 모두모두 비판당함ㅎㅋㅎ)... 이 책은 좀 인문적이라 비슷한 시기에 나온 이종관 <포스트 휴먼이 온다>가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를 더 현실적으로 진단하고 있지 않은가 했습니다.

cyrus 2018-04-02 16:03   좋아요 0 | URL
책의 저자가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장까지 이해하려면 곁다리로 읽어야 할 참고도서가 늘어나겠군요... ^^;;

서니데이 2018-04-01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낮에 버스에서 라디오방송을 들었는데, 오늘 날씨가 5월 초의 기온에 가깝다고 하더라구요.
낮에 최고기온이 여기는 21도나 되었다고 해요.
아마 대구는 조금 더 따뜻한 날이었을것 같습니다.
오늘부터 4월입니다. 좋은 일들 가득한 즐거운 시간 되세요.^^

cyrus 2018-04-02 16:04   좋아요 1 | URL
4, 5월의 대구 날씨는 히터 1단계 가동 중인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6월부터 히터 3단계 이상의 뜨거움을 느낄 수 있어요.. ㅎㅎㅎ

페크pek0501 2018-04-02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만과 편견을 읽고 -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라는 걸 가장 크게 느꼈던 것 같아요.
그 시대의 결혼에 대한 생각. 속물근성. 이런 것도 거리를 두고 보니까 객관적으로 보이고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고요.
지금 읽어도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은 작품 같아요.

cyrus 2018-04-02 16:11   좋아요 0 | URL
저는 처음에 소설의 시대적 배경에 몰입하지 못해서 읽다가 포기한 적이 있어요. <이성과 감성> 읽기를 도전한 적이 있는데, 실패했어요. 이번에는 제대로 오스틴 전작 읽기에 도전하고 싶어요. ^^

oren 2018-04-03 2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은 아주 다채로운 관점에서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소설 같아요. 아주 냉정한 시선으로는 ‘개인의 가치관이나 소신 내지는 편견(?)이 가족을 포함한 여러 사회 제도와 빚는 마찰이나 갈등‘을 다룬 작품으로도 읽을 수 있겠고요. ‘오만과 편견‘이 생긴 근본 이유가 바로 가족 구성원들의 출신과 신분 차이 때문이었으니까요. 어쨌든 독자들의 ‘독법‘에 따라 아주 다채롭게 다가오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제가 기억하고 있는 두 비평가의 견해를 덧붙여 봅니다.

* * *

˝개인 생활의 행복이 걸려 있는 아주 사소한 일들.˝ 그녀는 자신이 묘사하는 특별한 작은 세계의 회전축이 고상한 사상, 강렬한 야망, 비극적 절망 등이 아니라 금전, 결혼(사랑 때문에 복잡하게 꼬이기도 하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다), 사회적 계급의 유지 등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그녀는 이런 평범한 사람들의 활동을 하나의 코미디로 관찰하고 있다. 마치 대가족의 동정을 잘 살펴보는 똑똑하고, 눈 밝고, 의견 표명 잘하는 나이든 고모처럼 말이다.
- 클리프턴 패디먼, <평생독서계획>

오스틴은 존슨 박사만큼 현명한 작가였다. 오스틴은 존슨 박사와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마음에서 ‘위선‘을 없애라고 충고한다. ‘위선적‘이라는 것은 진부한 어투, 지나치게 경건한 표현과 집단적인 사고들을 가리킨다. 위선의 제거라는 점에서 그녀는 우리에게 모범이 된다. 오스틴의 작품을 ‘정치적으로‘ 읽는 사람들은 그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 헤럴드 블룸, <교양인의 책읽기>

cyrus 2018-04-04 12:31   좋아요 0 | URL
<오만과 편견>에 나오는 인물들에 대한 멤버들의 생각이 다양했어요. 그 날의 기억들을 온전히 기록하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모임 다음 날에 모임 후기를 쓰는데, 자고 일어나면 전날 기억들이 사라져요. 생각나는 대로 쓰고 싶어도 글이 쓸데없이 길어지는 것도 문제예요. ^^;;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단 두 줄만으로도 독자의 마음을 파르르 떨게 했던 시가 또 있을까요? 정현종 시인의 시는 수수께끼입니다. 사람들 틈에 섞이고 싶다는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거든요. 우리는 이 시에서 시인이 말하고 싶은 분명한 메시지를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당연히 이 시에는 정답이 없어요. 시의 의미는 시를 읽는 사람의 심리에 따라 달라집니다. 성격 분석에 사용되는 로르샤흐 검사처럼 똑같은 얼룩무늬를 보면서도 각자의 해석이 달라지듯이 같은 시를 읽어도 저마다의 해석은 다릅니다.

 

 

 

 

 

 

 

 

 

 

 

 

 

 

 

 

 

 

 

* 장 그르니에 《섬》 (민음사, 1997)

* 정현종 《나는 별 아저씨》 (문학과지성사, 1995)

 

 

 

장 그르니에(Jean Grenier)의 산문집 《섬》(민음사, 1997)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섬’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내기가 힘듭니다. 그러나 그르니에는 애초에 ‘섬’의 의미를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책을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르니에의 애제자인 알베르 카뮈(Albert Camus)는 《섬》의 서문에서 스승의 글이 읽는 사람 스스로 좋은 대로 해석하도록 맡겨둔다고 썼습니다. 카뮈의 말에 조금은 안심이 됩니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제 ‘서재를 탐하다’ 책방에서 우주지감 회원님들과 《섬》을 같이 읽고 대화를 나누어보니 혼자 책을 읽으면서 스쳐 지나간 문장들을 다시금 살펴보게 됩니다.

 

 

 

 

 

 

 

 

 

 

 

 

 

 

 

 

 

 

 

* [‘서재를 탐하다’ 책방지기님이 가져온 책] 장 그르니에, 알베르 카뮈 《카뮈-그르니에 서한집 1932~1960》 (책세상, 2012)

* [‘우주지감’ 회원님이 가져온 책] 박웅현 《책은 도끼다》 (북하우스, 2011)

 

 

 

‘서재를 탐하다’ 책방지기님은 젊은 시절 카뮈가 스승에게 보낸 편지 구절 일부, 그리고 카뮈가《섬》을 읽고 난 뒤에 쓴 단상 속 구절을 인용, 낭독했습니다. 카뮈는 《섬》을 읽고 크게 감명을 받아 그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들과 생각들을 기록했습니다. 그가 써놓은 감상문에 실존에 관한 고민이 느껴졌습니다. 이○○님은 《책은 도끼다》(북하우스, 2011)에 인용된 김화영 교수의 문장을 읽어줬습니다. 《섬》을 번역한 분이 김화영 교수입니다. 이○○님은 그르니에가 지중해를 여행하면서 발견한 철학적 사유가 무엇인지 설명했습니다.

 

박○○님은 『고양이 물루』에서 물루가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을 보면서 슬펐다고 합니다. 불교, 힌두교에 관심이 많은 신○○님은 《섬》을 읽으면서 불교와 힌두교 사상과 비슷한 내용을 발견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상상의 인도』를 읽고 나서 인도 철학서, 인도의 고대 경전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신○○님께 힌두교를 알기 위해 읽을 만한 책이 뭐가 있는지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자 신○○님은 아주 명쾌한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인도에 직접 가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우문현답(愚問賢答)인 걸까요?

 

천○○님은 《섬》 118쪽에 있는 평범한 문장을 보자마자 크게 공감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얘기를 꺼낼 용기가 나지 않을 때면 누구나 그러듯이 우리는 날씨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부활의 섬』 중에서)

 

 

평소 사람을 만날 때 어색한 분위기를 깨뜨려서 대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할 수 있는 적절한 소재가 바로 ‘날씨’입니다. 초면인 사람과 만날 때 대화에서 그날 날씨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무난합니다. 마침 오늘 아침 대구에 눈이 내렸습니다. 그래서 직장 동료를 만나자마자 날씨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했어요. “오늘 아침에 내린 눈 봤어요? 얼마나 많이 내리는지 지나가는 사람들 머리 위에 눈이 조금 쌓여 있었다니까요”

 

 

 

 

 

우주지감의 선택

 

 

 

 

 

 

 

 

 

 

 

 

 

 

 

 

 

 

 

 

 

 

 

 

 

 

 

 

 

 

 

 

 

 

 

 

 

 

 

 

 

 

 

 

 

 

 

* [‘서재를 탐하다’ 책방지기님이 읽은 책] 김한민 《비수기의 전문가들》 (워크룸프레스, 2016)

* [장OO님이 읽은 책] 지그문트 프로이트 《꿈의 해석》

* [이OO님이 읽은 책] 알랭 드 보통 《관계》 (와이즈베리, 2017)

* [신OO님이 읽은 책]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크리슈나무르티의 마지막 일기》 (청어람미디어, 2013)

* [최OO님이 읽은 책]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 (민음사, 2017),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문학사상사, 2015)

* [이OO님이 읽은 책] 홍명진 《쉬는 시간에 읽는 세계화》 (인물과사상사, 2010), 서영채 《죄의식과 부끄러움》 (나무,나무, 2017), 최우성 《동화경제사》 (인물과사상사, 2018)

* [cyrus가 읽은 책] 쉴라 제프리스 《래디컬 페미니즘》(열다북스, 2018)

 

 

 

《섬》에 대한 대화는 비교적 이른 시간인 9시 30분경에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아무래도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책’에 대한 이야기가 안 나올 수가 없습니다. 각자 한 사람씩 요즘 읽고 있는 책(읽었던 책)이 무엇인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다른 분이 무슨 책을 읽었는지 이야기를 들으면 재미있습니다.

 

이○○님(김화영 교수의 글을 들려준 분과 성만 같을 뿐, 이름이 다른 분입니다)은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시리즈’를 읽고 있습니다. ‘서재를 탐하다’ 책방지기님은 김한민 씨의 그림소설을 추천했습니다. 실은 《비수기의 전문가들》(워크룸프레스, 2016)은 올해 8월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선정도서입니다. 신○○님은 크리슈나무르티(Krishnamurti)의 글을 읽으면 ‘삶’, ‘죽음’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님은 작년에 나온 《노르웨이의 숲》(민음사, 2017) 리커버판 표지가 좋아서 구입했다고 합니다. 또 요즘 ‘소확행(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자신만의 소확행이 무엇인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님은 세 권의 책을 소개해주셨는데요, 특히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문학 비평서로 《죄의식과 부끄러움》(나무,나무, 2017) 을 추천했습니다. 《쉬는 시간에 읽는 세계화》(인물과사상사, 2010)는 청소년 독자를 위한 책입니다. 비록 이 책에 실린 통계자료는 시의성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이○○님은 이 책에서 세계화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을 바라보는 접근 방식을 살피는 데 유용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동화경제사》(인물과사상사, 2018)는 다소 흥미로운 주제의 책이지만, 저자의 직업이 기자라서 ‘기자식 글쓰기’의 지루함이 느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민음사, 2003)

 

 

새벽 12시에 책방이 문을 닫았습니다. 우주지감은 다음 모임을 기약하며 일상이 있는 ‘각자의 섬’으로 향했습니다. 다음 달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선정도서는 제인 오스틴(Jane Austen) 언니의 《오만과 편견》(민음사, 2003)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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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목요일(25일) 저녁에 ‘읽다 익다’ 책방에서 진행된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모임 후기를 시작하기 전에 인문적 삶을 실천하는 독서 모임인 ‘우주지감’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겠습니다.

 

 

 

* [읽다 익다] 홈페이지 https://ikdda.modoo.at/

* [읽다 익다] 블로그 http://ikdda.com/

* [읽다 익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ikdda_books/

 

 

* [서재를 탐하다] 홈페이지 https://booklife.modoo.at/

* [서재를 탐하다] 블로그 https://blog.naver.com/kuki00

* [서재를 탐하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ookstore_daegu/

 

 

* 문화공동체 ‘우주지감’ http://cafe.naver.com/ej2013

 

 

 

‘우주지감’은 ‘우주시 지구 감동’의 줄임말입니다. 저는 처음에 ‘우주시’를 빅뱅 우주론에서 사용되는 시간(宇宙時)을 의미하는 단어인 줄 알았어요. ‘읽다 익다’ 책방지기님에게 ‘우주시’의 뜻이 뭔지 여쭈어봤습니다. 책방지기님의 답변을 듣고 보니 제가 생각했던 ‘우주시(宇宙時)’가 아니었습니다. ‘우주시’의 ‘시’는 행정구역을 뜻하는 ‘시(市)’였습니다. ‘우주시 지구 감동’의 ‘지구’와 ‘감동’은 동음이의어입니다. ‘지구(地球)’는 우리가 사는 행성의 이름인 동시에 ‘따 지(地)’와 ‘구(區)’를 합친 단어입니다. 감정을 나타낼 때 쓰는 ‘감동(感動)’은 ‘느낄 감(感)’과 ‘동(洞)’을 합친 단어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주시 지구 감동’의 ‘시’, ‘구’, ‘동’은 행정구역 단위 이름입니다.

 

‘우주지감’이 진행하는 독서모임의 종류가 다양합니다. ‘이 작가의 책’, ‘영혼의 단편’,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등이 있습니다. ‘이 작가의 책’ 모임은 매월 첫째 주 목요일 오전, ‘영혼의 단편’ 모임은 매월 둘째 주 목요일 오전에 진행되고요,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는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오전, 목요일 저녁에 진행됩니다. 저는 오전에 일을 해서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저녁 모임에만 참석할 수 있습니다. 독서 모임 장소는 ‘서재를 탐하다’와 ‘읽다 익다’ 책방입니다.

 

 

 

 

 

 

 

 

 

 

 

 

 

 

 

 

 

 

*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소담출판사, 2015)

* ['서재를 탐하다' 책방지기님이 가져온 책]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혜원출판사, 2008)

 

 

 

 

 

 

 

 

 

 

 

 

 

 

 

 

*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문예출판사, 1998)

*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다시 가본 멋진 신세계》 (범우사, 1998)

 

 

 

 

 

 

 

 

 

 

* [절판, No Image] ['우주지감' 회원님이 가져온 책]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고려원, 1996)

 

 

 

 

이번 달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모임 선정도서는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멋진 신세계》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번역본은 문예출판사 판본입니다. 그런데 이 판본에는 추후 헉슬리가 추가한 서문이 수록되지 않았습니다. 《멋진 신세계》는 1932년에 발표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에 헉슬리는 이 책의 개정판을 낼 때 서문을 썼습니다. 헉슬리는 서문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스스로 비평합니다. 그리고 그는 《멋진 신세계》의 ‘진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야만인 존’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결말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 올더스 헉슬리 《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 (소담출판사, 2015)

* 김효원 《올더스 헉슬리 : 오만한 문명과 멋진 신세계》 (살림, 2006)

 

 

 

 

헉슬리는 너무나도 빨리 변하는 세상이 못마땅했던 것일까요? 그는 1958년에 《다시 가본 멋진 신세계》라는 에세이를 발표합니다. 헉슬리는 이 글에서도 문명 비판적 견지를 유지합니다. 그는 과학기술의 부작용, 전체주의 체제의 위험성, 인간성 상실 등을 경고합니다. 시대가 흘러감에 따라 헉슬리의 문명 비판적 입장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파악하려면 1932년 작 《멋진 신세계》,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개정판에 추가된 《멋진 신세계》 서문, 1958년 작 《다시 가본 멋진 신세계》 순으로 읽으면 됩니다.

 

다행히 일찍 일을 마쳐서 ‘읽다 익다’ 책방에 도착하는 데 시간상으로 여유가 생겼습니다. 저는 고산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리고(!), 저녁 식사로 중국 음식점에 가서 짬뽕을 먹었습니다.

 

독서모임 시작 20분 전인 7시에 책방에 도착했습니다. 책방 안에 ‘우주지감’ 회원 한 분이 계셨습니다. 그 분(실명은 밝히지 않고, ‘손쌤’이라고 하겠습니다)은 자클린 뒤 프레(Jacqueline Mary Du Pre)의 첼로 연주곡을 감상하면서 최진석《인간이 그리는 무늬》(소나무, 2013)를 읽고 있었습니다. 우린 만나자마자 대화의 꽃을 활짝 피웠습니다.

 

 

 

 

 

 

손쌤은 여성학에 관심이 많은 분이었습니다. 당연히 저와 대화가 통했고, 손쌤은 제게 ‘대구 페미니스트 독서모임’을 소개했습니다. 대구 페미니스트 독서모임을 소개하는 손쌤의 말씀을 들으면서 문득 ‘syo님의 글’이 생각났습니다.

 

 

* syo [171210Sun] http://blog.aladin.co.kr/syo8kirins/9765064

 

 

 

작년 12월에 syo님이 대구 페미니스트 독서모임을 글에 언급한 적이 있었어요. 저는 속으로 ‘syo님이 말했던 그 모임이겠군’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제 생각이 맞았습니다.

 

 

 

 

 

 

 

 

 

 

 

 

 

 

 

 

 

* [읽을 예정인 책] 실비아 페데리치 《혁명의 영점》 (갈무리, 2013)

 

 

 

손쌤은 페미니스트 독서모임에 참석하면서 실비아 페데리치《혁명의 영점》(갈무리, 2013)을 읽었다고 했습니다. syo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공포의 책’ 중 한 권이죠. 저는 그 책 제목을 듣고선 syo님’과 댓글로 대화를 나눴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제가 페미니즘 독서모임에 참석하게 되면 재야의 고수들에게 배워야 할 내용이 많을 것 같습니다. 사람의 인연이 이렇게도 연결되네요. 제가 ‘우주시의 기운’을 받은 걸까요?

 

 

 

 

 

7시 20분부터 슬슬 ‘우주지감’ 회원님들이 책방에 도착했습니다. ‘멋진 신세계’를 상징하는 표어 ‘공유, 균등, 안정’, 존과 ‘세계 총통’ 무스타파 몬드의 대화, 그리고 ‘우리 삶을 겨누는 세계 총통’이 무엇인지 대화를 나눴습니다.

 

저는 ‘책’이 《멋진 신세계》에 나오는 마약 소마(soma)와 같다고 말했습니다. 퇴근길에 타는 버스에서 책 읽을 때가 좋고, 집에 가서 책 읽고 글 쓰는 것도 좋거든요. 저는 그동안 책이라는 소마를 읽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했습니다. 그러자 ‘신쌤’이라는 분이 제가 직장 생활에 너무 지쳐 있고, 그것을 풀기 위해 ‘독서’라는 안정적인 행위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전 그분의 말씀을 듣자마자 무릎을 딱 쳤습니다. 책만 읽고 지내는 일이 무척 즐거운 생활이라고 생각했는데, 신쌤의 말씀을 듣고 나니 제가 그동안 너무 책속에만 갇혀 지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올해부터 갑자기 독서모임에 관심을 끌게 된 이유가 그거였습니다. 독서를 하면서 느낀 것을 글로 기록한 행위는 ‘나를 보여주는 책읽기’에 불과했습니다. 지금까지 썼던 책에 대한 기록들은 내가 터득한 지식만 보여줬을 뿐 내가 느낀 솔직한 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을 읽어도 내 마음을 관통할 정도로 크게 감동한 적이 없었고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남은 지식은 ‘고인 물’처럼 남게 되었어요. 탁해진 머릿속 지식의 ‘고인 물’을 빼내려면 내 몸에 ‘구멍’을 내야 합니다. 그런 ‘구멍’이 있어야 잘 흡수한 타인의 마음과 의견이 내 몸과 머리, 마음을 통과하게 돼요. 그리고 머리와 마음속에 억눌려 쌓여 있던 부정적 감정과 썩어서 쓸모없는 지식을 배출할 수 있어요. 저는 이게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라고 생각해요.

 

 

 

 

 

독서모임에 참석하면 지식보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 많이 배워야겠습니다.

 

 

밤 10시에 독서 모임이 종료되었고, 새벽 1시까지 회원님들과 수다를 떨고 왔습니다. 역시 독서 모임의 꽃은 커피와 과자를 맛 보면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뒤풀이’입니다.

 

 

 

 

 

 

 

 

 

 

 

 

 

 

 

 

 

* [읽을 예정인 책] 장 그르니에 《섬》 (민음사, 1993)

* [읽을 예정인 책] 장 그르니에 《일상적인 삶》 (민음사, 2001)

 

 

 

책방에 왔는데 책 한 권 안 살 수가 없어요. 장 그르니에(Jean Grenier)의 책 두 권을 샀습니다. 책방지기님이 책 윗면에 ‘ㄹㄱ:ㄱ’(읽다 익다)이라고 새겨진 작은 도장을 찍어줬어요. 그리고 나뭇잎 모양의 책갈피도 줬어요.

 

 

 

 

 

 

다음 달 2월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선정도서는 장 그르니에의 《섬》입니다. 장소는 ‘서재를 탐하다’ 책방이고요, 일정은 2월 20일 화요일 오전 11시, 2월 22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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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30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1-30 17:10   좋아요 1 | URL
이제 좀 책 읽을 맛이 납니다. 혼자서 책 읽는 것보다 여럿이 책을 함께 읽는 것이 좋아요. ^^

syo 2018-01-30 17: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대구는 좁은 고장이지요. 분명히 우리는 어떻게든 만났겠구만요 ㅎㅎㅎㅎ

cyrus 2018-01-31 10:19   좋아요 0 | URL
정말 신기해요. 책을 좋아하지 않았으면 이런 좋은 인연을 맺지 못했을 거예요. ^^

나와같다면 2018-01-30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신세계‘를 상징하는 표어 ‘공유. 균등. 안정‘ 맘에 들어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독점적이고 불균등하며 안정적이지 못한지 생각합니다

내가 습득하는 이 지식이 나를 관통해서 흘러 넘치기를..

cyrus 2018-01-31 10:26   좋아요 1 | URL
공유, 균등, 안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소수 권력층들이 권력을 독점하고 사회를 통제하는 것은 위험해요. 소련 공산당이 민중을 억압하는 전체주의로 변질돼서 실패했잖아요.

psyche 2018-01-31 05: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모임 너무 부럽네요. 특히나 다음번 책이 그르니에라니!

cyrus 2018-01-31 10:29   좋아요 0 | URL
그르니에의 책을 읽는 게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르니에의 글이 마음에 들면 절판된 그르니에의 책을 수집하려고 해요. ^^

transient-guest 2018-01-31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기나눔은 참 좋을 것 같습니다. 2007년부터만 계산해도 10년이 넘도록 홀로독서를 하는 저는 늘 이런 것이 부럽습니다.

cyrus 2018-01-31 10:31   좋아요 2 | URL
책 좋아하는 사람 두 세 명만 모여도 책을 함께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소규모 인원으로 구성된 독서모임도 생기고 있어요. ^^

transient-guest 2018-01-31 11:51   좋아요 2 | URL
주변에 책을 보는 사람은 가족이 전부라서요 ㅎ 좀 stranger들이 많아야 합니다 ㅎ

cyrus 2018-01-31 12:39   좋아요 1 | URL
책 읽는 가족이 있어서 부럽습니다. 저처럼 책을 좋아하는 핏줄이 단 한 명도 없어요. 우리 집안에는 저만 stranger입니다.. ^^

stella.K 2018-01-31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독서 모임 하나 정도는 들어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들긴 해.
근데 마땅한 데가 없더군.
가장 좋은 건 저녁 먹고 설거지 해 놓고 산책 삼아
갈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하는데 꿈 같은 얘기지.
그만큼 우리가 책을 좋아하는 민족은 아니잖아.

그런데 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란 책도 있구나.
안정효가 번역했으면 괜찮을 것 같네.^^

cyrus 2018-01-31 17:50   좋아요 0 | URL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독서모임 단체 2~3개 찾을 수 있어요. 3~4명 정도 모이는 소규모 독서모임도 괜찮아요. ^^

범우사판 번역본이 출간된 지 오래된 책이라서 문장이 올드(old)해요.

프레이야 2018-02-03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에 대한 페이퍼와 정보가 요즘 유독 많이 눈에 띄어요. 알차고 좋은 정보들 얻어갑니다. ^^
 

 

 

 

 

 

 

 

 

 

 

 

 

 

 

 

 

 

 

어제 동네 책방 읽다 익다에서 로쟈이현우 님<문학 강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날, 신간 로쟈와 함께 읽는 문학 속의 철학(책세상, 2017)을 로쟈님과 함께 프리뷰(preview)했습니다.

 

 

 

* [읽다 익다] 홈페이지 https://ikdda.modoo.at/

* [읽다 익다] 블로그 http://ikdda.com/

* [읽다 익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ikdda_books/

* 문화공동체 우주지감http://cafe.naver.com/ej2013

 

 

 

강연 후기 먼저 강연 장소인 읽다 익다에 대해 짧게 소개하겠습니다. 원래는 강연 시작 10분 전에 책방에 일찍 도착하려고 했습니다. 책방 내부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면서 사고 싶은 책이 있는지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교통 체증이 심했어요. 강연이 시작한 지 10분 후에 도착하고 말았습니다. 책방 내부가 궁금하신 분은 읽다 익다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확인하면 됩니다. 책방에서 진행되는 각종 행사, 독서 토론 모임 등에 관한 사항은 블로그, ‘우주지감공식 카페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늦게 도착한 바람에 제일 끝에 있는 의자에 앉았습니다. 그래서 책방 내부 전체를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로쟈님이 신작을 소개하는 와중에 저는 딴짓을 했습니다. 책방에 무슨 책이 있는지 눈동자를 신나게 이리저리 굴렸습니다.

 

 

 

 

 

 

 

 

 

 

 

 

 

 

 

 

 

 

 

 

 

 

 

 

 

 

 

 

 

 

 

 

 

 

 

 

 

 

 

 

 

 

 

 

* 박우수 역 햄릿 (1사절판본)(휴북스, 2017)

* 이현우 역 햄릿 (1사절파본)(동인, 2007)

* 최종철 역 햄릿(민음사, 1998)

* 노승희 역 햄릿(펭귄클래식코리아, 2010)

* 박우수 역 햄릿(열린책들, 2010)

* 이경식 역 햄릿(문학동네, 2016)

* 설준규 역 햄릿(창비, 2016) 

 

 

 

 

처음에는 로쟈님은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를 소개하다가 자연스럽게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로쟈님은 햄릿수수께끼가 많은 텍스트라고 했습니다. 햄릿의 판본은 다양합니다. 발표 연도순으로 소개하면 1사절판, 2사절판, 1이절판이 있습니다. 세 가지 판본에 나오는 내용(작중 인물의 대사)이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어느 판을 번역하느냐에 따라 텍스트를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1사절판은 읽기용이 아니라 무대 공연용으로 만들어진 판본이라서 오탈자가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우리가 읽고 있는 햄릿판본 대부분이 제2사절판과 제1이절판입니다. 로쟈님은 햄릿복수지연극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왜냐하면, 이야기 전개상 부왕을 죽인 숙부에 대한 햄릿의 복수가 지연되기 때문입니다. 로쟈님은 흥미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햄릿은 분량이 긴 작품일까요, 아니면 분량이 짧은 작품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햄릿을 감명 깊게 읽은 독자들 또는 언젠가 햄릿을 읽게 될 독자들의 몫입니다.

 

그 밖에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의 소설 속 인물 관계,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의 차이점 등에 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어제 강연에서 제일 인상 깊은 내용은 책을 읽고 독해하는 과정의 중요성이었습니다. 로쟈님은 철학이라는 주제를 빌려 와 고전, 즉 문학을 재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한 사유의 결과물이 바로 로쟈와 함께 읽는 문학 속의 철학입니다. 이 사유가 가능해지려면 논리적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독창적인 해석이라고 해도 논리적 일관성이 부족하면 글에 구멍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이 구멍이 생기지 않으려면 텍스트를 여러 번 읽어야 하고, 글을 쓰기 전에 텍스트를 재해석하기 위한 철학적인 전략이 타당한지 검증해야 합니다. 로쟈님은 책을 읽고 해석하는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지금까지 해왔던 독서와 글쓰기의 문제점이 뭔지 깨달았습니다. 제가 철학 지식이 빈약하고, 대부분 글에 논리적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 [어떻게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2017년 6월 24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9415205

 

 

 

강연이 끝난 뒤에 질의응답 시간이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햄릿의 오필리아에 대한 질문을 했습니다. 예전에 오필리아의 작중 행적과 성격을 분석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저는 오필리아도 햄릿만큼이나 새롭게 조명할 필요가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로쟈님이 오필리아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했습니다. 로쟈님은 작품 전체로 봐서는 오필리아의 내적 상태를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로쟈님의 설명에 따르면 셰익스피어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 인물들은 정확하게 규정하기 어려운 모호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필리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셰익스피어는 작품 속 여성 인물을 부수적인 존재로 설정했고, 그들의 내적 상태를 대충묘사했습니다.

 

9시 조금 지나서 강연이 종료되었고, 로쟈님은 서울로 돌아갔습니다. 이제 저도 집으로 돌아가려는 찰나, ‘우주지감독서모임 회원님이 제게 먼저 말을 걸어왔습니다. 그분은 제가 알라딘 서재 블로그에 글을 쓰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조금은 부끄러웠지만, 무척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그분과 좀 더 대화를 나눠 보고 싶었습니다. 덕분에 우주지감독서모임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훈훈한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면서 대화가 잘 진행되고 있는데, 저는 바보같이 부끄러운 질문을 하고 말았습니다.

 

 

(해맑게) “혹시 독서모임이 끝나고 나면 뒤풀이(2) 하나요? 예를 들면, 술을 마시면서 대화를 한다든가…‥.”

 

 

 

 

 

회원님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절대로 그런 일은 없다고 말씀했습니다. 순간, 이 질문을 괜히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제 집에 가서 자기 전에 이불 킥을 했습니다…‥.

 

한 시간 동안 읽다 익다책방지기인 오은아 님을 포함한 독서모임 회원 몇 분과 함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다들 인상이 좋고, 말씀하실 때마다 책을 좋아하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정말 이런 행복한 느낌은 3년 만에 느껴봤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분들끼리 대화를 나눠보면 어색함이 눈 녹듯 사라져요. 이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3년 동안 잊고 있던 독서모임의 즐거운 분위기가 살짝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목요일 오후 730분에 시작하는 독서모임이 있습니다. 모임에 늦더라도 한 번 참석해야겠습니다. 독서모임을 통해서 글쓰기만으로 채울 수 없는 정()과 소통의 진정성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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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12-09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통풍 때문에 술도 못 마신다면서 2차에 술이 웬말이냐?ㅋㅋㅋㅋ

그런데 너 이제 알라딘을 넘어서 범한국적 셀럽이 되어가고 있구나.
자랑스럽다!^^

참, 너의 뒷모습은 대충 알 것 같은데 언제 한 번 앞모습도 부탁한다.ㅋ

cyrus 2017-12-09 15:57   좋아요 1 | URL
건강을 위해서 술을 입에 대지 못하고 있어요... ㅎㅎㅎ
그런데도 쓸데없는 질문을 하고 있다니.. ㅋㅋㅋㅋ
제가 책 다음으로 사랑하는 녀석이 술입니다. ^^

범한국적 셀럽은 불가능하구요, 일단 범대구적 셀럽이 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ㅎㅎㅎㅎ

저는 항상 뒷모습 공개를 고수합니다... ^^;;

syo 2017-12-09 15: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사의 현장이 마침내 이루어졌군요!!
이제 그럼 사이러스님의 철학책 리뷰가 팍팍 올라오는 건가요. 아싸 ㅎㅎ

그나저나 저 제목은 입문서 빠돌이인 syo 부끄러우라고 쓰신 거 맞죠?

cyrus 2017-12-09 16:21   좋아요 1 | URL
항상 늘 그랬듯이 제 성격상 당장 실천하지 않을 거예요. 마음은 가득한데, 머리가 따라주지 않아요. ㅎㅎㅎ

제가 설마 의도적으로 제목을 지었겠어요..? 절대로 아닙니다.. ㅎㅎㅎ 글 제목이 로쟈님 강연의 핵심이라서 생각해서 그렇게 정한 것뿐입니다. 어제 강연에 참석한 독서모임 회원님들도 공감한 내용이었거든요. ^^;;

2017-12-09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2-10 11:43   좋아요 0 | URL
예전에 서울 독서모임에 참석했는데, 그때 뒤풀이가 진행됐어요. 책 이야기뿐만 아니라 영화, 사회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어요. 나름 건전한 모임이었어요.. ㅎㅎㅎ

겨울호랑이 2017-12-09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즐거운 모임 되세요^^!

cyrus 2017-12-10 11:44   좋아요 1 | URL
1년 12번 저녁 모임이 진행되는데 전부 출석하고 싶어요. ^^

수이 2017-12-10 0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뒷모습은 여전하구나 10년 전 아니 9년 전 그대로 :) 좋네~ 선생님 모습도 간만에 뵙고~

cyrus 2017-12-10 11:47   좋아요 0 | URL
벌써 세월이 그렇게 지났어요? 야나문에 한 번 들려야하는데 쉽지 않네요. 책방 독서모임에 참석하면 야나문 얘기 많이 할께요. ^^

stella.K 2017-12-10 12:16   좋아요 0 | URL
읭~? 야나님과 사이러스 오래 전부터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
저도 그쯤 서재에서 알고 지내지만 한번도 못 봤어요.
약간 부럽삼.ㅎㅎ

cyrus 2017-12-10 12:19   좋아요 0 | URL
2010년 말에 야나님을 처음 만났어요. 2011년부터 펭귄클래식 독서모임에 참석했어요. ^^

스텔라 누님이 두 번째 책을 내신다면 대구 동네책방에 오셔서 강연하셔도 될 것 같은데요. ^^

2017-12-10 1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2-11 11:36   좋아요 0 | URL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듯이 강연을 하면 좋을거예요. 크게 부담 갖지 마세요. ^^

페크pek0501 2017-12-10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수준 너무 높으면 저는 못 따라갑니다요. ㅋㅋ

cyrus 2017-12-11 11:38   좋아요 0 | URL
앗! 그럴 수도 있겠군요.. ㅎㅎㅎ 그럴 땐 책을 여러 사람과 다 같이 읽어야 합니다. ^^

카르페디엠 2017-12-10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사진 사이러스 님 옆에 옆에 옆에 남자가 접니다.. 좋은 글 읽고 갑니다.

cyrus 2017-12-11 11:4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희석님. 괴테의 집에 가보셨다고 말씀하신 분 맞으시죠? 그 날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

읽다익다 2017-12-31 1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후기 잘 보았어요. 만나서 반가웠구요. 새해에는 조금 더 깊은 인연을 기대합니다.^^

cyrus 2017-12-31 15:5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송년 모임 때 참석하고 싶었는데 개인 사정이 있어서 못 오고 말았습니다. 독서 모임에 참석하시는 분들 다 모이셨을 때 한 번 인사드렸어야 했는데 아쉽습니다. 오후에 있는 1월 독서모임 때 꼭 참석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읽다 익다 책방에 즐겁고 행복한 일들이 많이 오길 바랍니다. ^^
 

 

 

불타는 금요일은 황혼부터 새벽까지 실컷 먹고, 마시는 밤을 뜻하는 은어입니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즐길 수 있을 때 즐기자라고 생각합니다. 먹고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을 먹방 거인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Gargantua and Pantagruel)의 후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거인들은 현세에서 행복을 누리는 것을 최고의 선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읽는 인간이 생각하는 불타는 금요일은 현세의 쾌락을 추구하는 것과 다른 의미입니다. ‘읽는 인간은 책을 연료로 삼아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활용하는 지식 에너지를 만들어 냅니다. 뜨거운 지적 열정은 졸린 몸과 마음을 깨워 줍니다. 황혼부터 새벽까지 한 권의 책에 푹 빠져 종이 위를 달립니다. ‘읽는 인간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화를 나누는 것도 불타는 금요일을 즐기는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모임에서 절대로 빠지면 안 되는 안주는 입니다. 책을 안주 삼아 수다를 펼치면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어제 제가 읽는 인간들과 함께 조용하면서도 뜨거운 불타는 금요일을 보냈습니다. 장소는 서재를 탐하다입니다. ‘서재를 탐하다는 대구 북구 침산동의 한 골목에 숨어있는 작은 서점입니다. 정말로 숨어 있습니다. 이 서점을 찾으려면 약도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강연 시작 한 시간 전에 서점에 도착했습니다. 추운 날씨를 뚫고 서점을 찾아서 그런지 서점 내부가 포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양쪽 벽면에 진열된 책들을 보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어제 로쟈이현우 선생님을 뵙고자 서점에 왔습니다. 알라딘 서재나 북플을 접속할 때마다 로쟈님의 글을 많이 봤지만, 실제로 그분의 강연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어제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분을 가까이서 뵐 기회라고 생각해서 강연 참석 신청을 했습니다.

 

 

 

 

 

 

 

 

 

 

 

 

 

 

 

 

 

* 이현우 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마음산책, 2017)

*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민음사, 2004)

 

 

 

강연날 일주일 전에 예습-더 정확히 표현하면 예독에 가깝습니다-을 했습니다. 로쟈님의 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마음산책, 2017)뿐만 아니라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민음사, 2004)을 읽었습니다. 니체 위주로 독서를 했습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약칭 차라투스트라’)는 며칠 만에 다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닙니다. 그래서 완독에 대한 부담을 가지지 않고 속독했습니다.

 

 

 

 

 

 

 

 

 

 

 

 

 

 

 

 

 

 

 

 

 

 

 

 

 

 

 

 

*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펭귄클래식코리아, 2009)

*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펭귄클래식코리아, 2015)

* 로제 폴 드루아 《처음 시작하는 철학(시공사, 2013)

* 동경대 교양학부 《교양이란 무엇인가(지식의날개, 2008)

 

 

 

니체의 철학을 전반적으로 소개한 책들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펭귄클래식코리아, 2009)는 번역은 둘째 치고, 서문은 일독할 가치가 있습니다. 서문을 쓴 사람이 영국에서 니체 권위자로 알려진 레지널드 홀링데일(Regenald J. Hollingdale)입니다. 펭귄클래식 판본이 책세상 판본(‘니체 전집에 속한 번역본)과 민음사 판본의 인지도에 가려서 그렇지 니체를 처음 읽는 독자에게 추천할 수 있는 책입니다. 홀링데일은 서문 첫 문장부터 차라투스트라를 까기 시작합니다. 그는 이 책의 단점이 과도함이라고 지적합니다. 아주 정확한 지적입니다. 과도함이 니체의 사상을 어렵게 만들었고, 독자들이 니체를 오독하게 만든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차라투스트라는 니체 초보자가 읽기 힘든 책입니다. 로쟈님은 차라투스트라를 니체 초보자 입장에서 보면 거대한 암벽이라고 비유했습니다. 그러니까 국내 독자들은 지금까지 니체라는 명성에 휩쓸려 그의 대표작인 차라투스트라를 아무런 준비도 없이 힘겹게 읽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면 차라투스트라를 오독하게 되고, 니체를 오해합니다. 그래서 니체 전공자는 니체 초보자에게 차라투스트라를 읽으라고 권하지 않습니다. 로제 폴 드루아는 니체의 성격을 확인할 수 있는 자서전격인 우상의 황혼을 권했고, 로쟈님은 이 사람을 보라, 도덕의 계보 등을 추천했습니다. 심지어 일본 동경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펴낸 교양이란 무엇인가(지식의날개, 2008)에서는 차라투스트라읽어서는 안 되는 책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니체는 망치를 든 철학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이성, 기독교 등 전통적 가치를 부수려고 망치를 들었고, 자신만의 철학을 정리했습니다. 그 책이 바로 차라투스트라입니다. 로쟈님은 자신이 망치를 들고 무언가를 깰 그것이 없다면 니체를 읽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뚜렷한 목적 없이 니체를 읽는 것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니체를 대하는 각국 나라들의 반응입니다. 영미 철학자들은 니체에 시큰둥한 편입니다. 그들은 니체가 철학자라고 보는 평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니체가 태어난 독일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독일은 니체와 나치의 연관성을 불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니체 철학에 적극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편입니다. 반유대주의자인 니체의 누이가 사후 니체의 유고를 나치가 좋아할 만한 책으로 제멋대로 편집한 바람에 니체는 오랫동안 만악의 근원으로 오해를 받았습니다. 사실 니체는 반유대주의자를 싫어했어요. 반면 프랑스는 니체를 엄청 좋아합니다. 포스트모던 철학자들이 많이 활동한 나라답게 프랑스 철학자들은 니체를 포스트모던 사상 발전에 큰 영향을 준 중요 인물로 평가합니다.

 

어제 강연은 로쟈와 함께하는 알쓸신잡이었습니다. 2시간 동안 강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처음에 강연은 니체로 시작해서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기독교, 괴테의 파우스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밀란 쿤데라로 이어졌습니다. 보너스로 질의응답 시간에 가즈오 이시구로(Kazuo Ishiguro)에 대한 로쟈님의 평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두 시간짜리 로쟈와 함께 하는 알쓸신잡을 가까이서 보고 난 후에 집에 돌아와서 <알쓸신잡 2>를 시청했습니다.

 

 

 

 

 

 

 

 

 

 

 

 

 

 

 

* 알베르토 망구엘 은유가 된 독자(행성B, 2017)

 

 

 

로쟈님의 목소리를 가까이서 들으니까 확실히 독서 내공이 느껴졌습니다. 평소 그분의 글을 읽었을 때와의 느낌과 달랐습니다. 로쟈님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철학을 이해하기 쉬운 비유로 써가면서 설명했습니다. 책이 나무라고 한다면, 수많은 책이 모여서 형성된 지식의 세계는 입니다. 로쟈님은 니체의 철학을 설명하면서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방식으로 독서하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예전에 저는 무턱대고 차라투스트라를 읽었습니다. 니체를 알고 싶어서 그 책 한 권을 읽은 것인데, 저는 차라투스트라라는 나무를 봤던 것이죠. 초보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책의 핵심을 소개하는 것, 그리고 책이라는 나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 된 지식의 세계를 조망하는 독서. 이 두 개의 능력은 깊은 독서로 다져진 내공이 아니면 가질 수 없습니다. 저는 어제 강연을 들으면서 독서와 글쓰기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습니다. 은유가 된 독자(행성B, 2017)에서 알베르토 망구엘(Alberto Manguel)이 강조한 천천히, 깊게, 철저히 읽는 방법의 중요성을 새삼 강하게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제 시간이 금방 지나가는 것을 모를 정도로 재미있고 유익한 강연이었습니다. 128일 로쟈님과 함께하는 불타는 금요일에도 합류할 예정입니다. 서점에 온 김에 기념(?)으로 책 한 권을 샀습니다. 니체에 관한 책입니다. 어제 강연의 감동을 니체와 함께 더 오래 간직하고 싶습니다

 

 

 

 

 

 

드디어 로쟈님의 친필 사인을 받았습니다. 특별히 로쟈님 앞에서 저의 정체를 밝혔고, 사인할 때 제 이름 대신에 알라딘 서재 닉네임을 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설마 했었는데, 로쟈님은 알라딘 서재에서 활동하는 제가 누군지 알고 있었습니다. 매우 부끄러웠지만, 로쟈님이 제 닉네임을 듣자마자 기억해주셔서 좋았습니다. 앞으로 책을 읽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로쟈님의 서재 방명록에 질문을 해야겠습니다. 벌써 두 번째 불타는 금요일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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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11-25 1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디너 중에 사이러스 님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습니까 모르면 간첩이지..

cyrus 2017-11-26 08:51   좋아요 0 | URL
‘알라딘 서재‘라는 커뮤니티를 이용하지 않는 알라딘 회원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은 제가 누군지 모를 거예요. 제가 2007년에 알라딘에 가입했어요. 그때부터 2009년까지 ‘알라딘 서재‘의 존재를 몰랐어요. 당연히 로쟈님이 누군지도 몰랐어요.. ^^

syo 2017-11-25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경우를 우리는 용과 호가 상박했다고 하거나, 유는 유끼리 상종한다고도 하고, 업자는 업자를 알아보는 법이라고도 한다지요.

알라딘 야사에 길이길이 남을 역사적인 조우였겠습니다. 그 장면을 목도했어야 되는 건데.

cyrus 2017-11-26 09:13   좋아요 0 | URL
저는 대단한 사람이 아닙니다. 독서를 즐기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ㅎㅎㅎ

로쟈님은 알라딘 서재의 ‘화제의 서재글‘에 자주 노출된 닉네임들을 기억하시는 것 같아요. 로쟈님은 syo님을 알고 있을 거예요.

12월 8일 강연 참석자 한계 인원이 20명입니다. 20명 채워지지 않았으면 지금 신청해도 강연에 참석할 수 있을 거예요. 1차 강연 참석 인원이 20명 채 안 됐어요.

stella.K 2017-11-25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작년인가, 재작년에 로쟈님 강연을 들었지.
쿤데라 문학 강연을. 아는 척 하기가 뭐해서
그냥 난짝 듣고만 나왔는데 그럴 줄 알았으면 나도 밝혀 볼 걸 그랬나?ㅋ

다음 달에 홍대에서 톨스토이 강의 하시는가 본데
내가 사는 동네 이끝에서 저끝이라 엄두가 안 나더군.
10년 전만해도 매주 다녔던 곳인데...ㅠ
마태우스님이 엄청 좋아하시더군.
책 보면 로쟈님에 대한 애정이 뚝뚝 떨어져ㅋ

cyrus 2017-11-26 09:16   좋아요 0 | URL
누님도 그렇고, 마태우스님, 로쟈님은 알라딘 서재에 십 년 이상 활동한 분들이에요. 로쟈님이 누님을 모를 수가 없어요. 누님의 책이 나왔을 때 로쟈님이 누님의 책을 소개한 적이 있어요. 다음에 만난다면 ‘알밍아웃‘하세요. ㅎㅎㅎ

2017-11-25 2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1-26 09:19   좋아요 0 | URL
정말 잊지 못할 시간이었어요. 제가 ‘알라딘 서재‘라는 우물 속에 갇힌 개구리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책만 많이 본다고 해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

오후즈음 2017-11-25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디너들에서 사이러스님 로자님만큼 유명하지 않나요? ^^언젠가 유명한 사이러스님 만나뵈러 대구 가야겠습니다! 멋진 불금이셨네요^^

cyrus 2017-11-26 09:26   좋아요 0 | URL
제가 유명하진 않습니다. 로쟈님만큼 유명한 알라디너는 다락방님, 시이소오님, 겨울호랑이님, syo님, 곰발님, yureka01님, 서니데이님입니다. 인기를 많이 받는 상황은 부담스러워요. ^^;;

sprenown 2017-11-25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덕업일치는 아무나 이룰 수 없겠네요,감동적인 좋은시간 이었겠어요. 부럽습니다!

cyrus 2017-11-26 09:28   좋아요 0 | URL
정말 즐거웠습니다. 로쟈님을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일은 흔치 않아요. ^^

transient-guest 2017-11-29 0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부럽습니다. 저런 좋은 시간도 로쟈님의 강의를 듣는 시간도, 친필사인본도.ㅎ 나눔의 독서가 너무 고프네요. 추운 겨울초입, 따뜻한 시간을 보내신 듯하여 읽는 동안 뭔가 온기를 느꼈다면 과장이 좀 심한 걸까요?ㅎ

cyrus 2017-11-30 20:42   좋아요 1 | URL
정말 안에 들어가면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작은 책방입니다. 겨울밤에 저런 곳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 책을 읽어보고 싶어요. ^^

2017-11-29 1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1-30 20:46   좋아요 0 | URL
그 정도일 줄 몰랐습니다. 여기 알라디너들이 좋은 말을 많이 하는 편이라서 알라디너가 하는 칭찬은 한쪽 귀로 흘려 들었어요.. ^^;;

서니데이 2017-11-29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저자의 강의를 들으면 이해하는데 좋은 점이 있는 것 같아요.
로쟈님의 강의도 좋은 시간이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내일은 날씨가 많이 추울 거라는데,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cyrus 2017-11-30 20:47   좋아요 1 | URL
어제부터 날씨가 추워졌어요. 이제 아침 출근 준비할 때가 두려워요.. ㅎㅎㅎ

페크pek0501 2017-12-02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익한 시간을 즐거운 추억으로 남기게 된 일을 축하드려요.
알라디너를 직접 만나 본 적이 없는 저로선 모든 알라디너가 궁금할 뿐입니다. ㅋ

cyrus 2017-12-03 10:55   좋아요 1 | URL
실제 행동과 글쓰기가 일치하는 분들이 있겠지만, 저처럼 행동과 글쓰기가 불일치하는 사람도 있어요. 후자를 경계해야 합니다. 막상 만나보면 실망할 수 있어요. ^^

나비종 2017-12-03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라투스트라>가 뭔 내용인 줄도 모르고 단지 궁금해서 구입을 했었는데 아직은 펼쳐볼 때가 아닌 거로군요.ㅠㅠ
행동이 글쓰기를 따라가려다 가랭이 찢어지는 일이 빈번한 1인으로서 잠시 찔렸습니다만ㅎㅎ
저도 역시 cyrus 님이 무척. 많이. 매우. 심히. 아주. 궁금합니다. 만나뵌다면 사인을 받고 싶을 정도로요~^^;;

cyrus 2017-12-05 11:31   좋아요 0 | URL
이상하게 여기 알라디너들은 저를 인기인으로 대합니다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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