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25일) 저녁에 ‘읽다 익다’ 책방에서 진행된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모임 후기를 시작하기 전에 인문적 삶을 실천하는 독서 모임인 ‘우주지감’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겠습니다.
* [읽다 익다] 홈페이지 https://ikdda.modoo.at/
* [읽다 익다] 블로그 http://ikdda.com/
* [읽다 익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ikdda_books/
* [서재를 탐하다] 홈페이지 https://booklife.modoo.at/
* [서재를 탐하다] 블로그 https://blog.naver.com/kuki00
* [서재를 탐하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ookstore_daegu/
* 문화공동체 ‘우주지감’ http://cafe.naver.com/ej2013
‘우주지감’은 ‘우주시 지구 감동’의 줄임말입니다. 저는 처음에 ‘우주시’를 빅뱅 우주론에서 사용되는 시간(宇宙時)을 의미하는 단어인 줄 알았어요. ‘읽다 익다’ 책방지기님에게 ‘우주시’의 뜻이 뭔지 여쭈어봤습니다. 책방지기님의 답변을 듣고 보니 제가 생각했던 ‘우주시(宇宙時)’가 아니었습니다. ‘우주시’의 ‘시’는 행정구역을 뜻하는 ‘시(市)’였습니다. ‘우주시 지구 감동’의 ‘지구’와 ‘감동’은 동음이의어입니다. ‘지구(地球)’는 우리가 사는 행성의 이름인 동시에 ‘따 지(地)’와 ‘구(區)’를 합친 단어입니다. 감정을 나타낼 때 쓰는 ‘감동(感動)’은 ‘느낄 감(感)’과 ‘동(洞)’을 합친 단어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주시 지구 감동’의 ‘시’, ‘구’, ‘동’은 행정구역 단위 이름입니다.
‘우주지감’이 진행하는 독서모임의 종류가 다양합니다. ‘이 작가의 책’, ‘영혼의 단편’,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등이 있습니다. ‘이 작가의 책’ 모임은 매월 첫째 주 목요일 오전, ‘영혼의 단편’ 모임은 매월 둘째 주 목요일 오전에 진행되고요,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는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오전, 목요일 저녁에 진행됩니다. 저는 오전에 일을 해서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저녁 모임에만 참석할 수 있습니다. 독서 모임 장소는 ‘서재를 탐하다’와 ‘읽다 익다’ 책방입니다.
*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소담출판사, 2015)
* ['서재를 탐하다' 책방지기님이 가져온 책]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혜원출판사, 2008)
*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문예출판사, 1998)
*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다시 가본 멋진 신세계》 (범우사, 1998)
* [절판, No Image] ['우주지감' 회원님이 가져온 책]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고려원, 1996)
이번 달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모임 선정도서는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의 《멋진 신세계》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번역본은 문예출판사 판본입니다. 그런데 이 판본에는 추후 헉슬리가 추가한 서문이 수록되지 않았습니다. 《멋진 신세계》는 1932년에 발표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에 헉슬리는 이 책의 개정판을 낼 때 서문을 썼습니다. 헉슬리는 서문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스스로 비평합니다. 그리고 그는 《멋진 신세계》의 ‘진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야만인 존’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결말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 올더스 헉슬리 《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 (소담출판사, 2015)
* 김효원 《올더스 헉슬리 : 오만한 문명과 멋진 신세계》 (살림, 2006)
헉슬리는 너무나도 빨리 변하는 세상이 못마땅했던 것일까요? 그는 1958년에 《다시 가본 멋진 신세계》라는 에세이를 발표합니다. 헉슬리는 이 글에서도 문명 비판적 견지를 유지합니다. 그는 과학기술의 부작용, 전체주의 체제의 위험성, 인간성 상실 등을 경고합니다. 시대가 흘러감에 따라 헉슬리의 문명 비판적 입장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파악하려면 1932년 작 《멋진 신세계》,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개정판에 추가된 《멋진 신세계》 서문, 1958년 작 《다시 가본 멋진 신세계》 순으로 읽으면 됩니다.
다행히 일찍 일을 마쳐서 ‘읽다 익다’ 책방에 도착하는 데 시간상으로 여유가 생겼습니다. 저는 고산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리고(!), 저녁 식사로 중국 음식점에 가서 짬뽕을 먹었습니다.
독서모임 시작 20분 전인 7시에 책방에 도착했습니다. 책방 안에 ‘우주지감’ 회원 한 분이 계셨습니다. 그 분(실명은 밝히지 않고, ‘손쌤’이라고 하겠습니다)은 자클린 뒤 프레(Jacqueline Mary Du Pre)의 첼로 연주곡을 감상하면서 최진석의 《인간이 그리는 무늬》(소나무, 2013)를 읽고 있었습니다. 우린 만나자마자 대화의 꽃을 활짝 피웠습니다.
손쌤은 여성학에 관심이 많은 분이었습니다. 당연히 저와 대화가 통했고, 손쌤은 제게 ‘대구 페미니스트 독서모임’을 소개했습니다. 대구 페미니스트 독서모임을 소개하는 손쌤의 말씀을 들으면서 문득 ‘syo님의 글’이 생각났습니다.
* syo [171210Sun] http://blog.aladin.co.kr/syo8kirins/9765064
작년 12월에 syo님이 대구 페미니스트 독서모임을 글에 언급한 적이 있었어요. 저는 속으로 ‘syo님이 말했던 그 모임이겠군’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제 생각이 맞았습니다.
* [읽을 예정인 책] 실비아 페데리치 《혁명의 영점》 (갈무리, 2013)
손쌤은 페미니스트 독서모임에 참석하면서 실비아 페데리치의 《혁명의 영점》(갈무리, 2013)을 읽었다고 했습니다. syo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공포의 책’ 중 한 권이죠. 저는 그 책 제목을 듣고선 syo님’과 댓글로 대화를 나눴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제가 페미니즘 독서모임에 참석하게 되면 재야의 고수들에게 배워야 할 내용이 많을 것 같습니다. 사람의 인연이 이렇게도 연결되네요. 제가 ‘우주시의 기운’을 받은 걸까요?
7시 20분부터 슬슬 ‘우주지감’ 회원님들이 책방에 도착했습니다. ‘멋진 신세계’를 상징하는 표어 ‘공유, 균등, 안정’, 존과 ‘세계 총통’ 무스타파 몬드의 대화, 그리고 ‘우리 삶을 겨누는 세계 총통’이 무엇인지 대화를 나눴습니다.
저는 ‘책’이 《멋진 신세계》에 나오는 마약 소마(soma)와 같다고 말했습니다. 퇴근길에 타는 버스에서 책 읽을 때가 좋고, 집에 가서 책 읽고 글 쓰는 것도 좋거든요. 저는 그동안 책이라는 소마를 읽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했습니다. 그러자 ‘신쌤’이라는 분이 제가 직장 생활에 너무 지쳐 있고, 그것을 풀기 위해 ‘독서’라는 안정적인 행위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전 그분의 말씀을 듣자마자 무릎을 딱 쳤습니다. 책만 읽고 지내는 일이 무척 즐거운 생활이라고 생각했는데, 신쌤의 말씀을 듣고 나니 제가 그동안 너무 책속에만 갇혀 지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올해부터 갑자기 독서모임에 관심을 끌게 된 이유가 그거였습니다. 독서를 하면서 느낀 것을 글로 기록한 행위는 ‘나를 보여주는 책읽기’에 불과했습니다. 지금까지 썼던 책에 대한 기록들은 내가 터득한 지식만 보여줬을 뿐 내가 느낀 솔직한 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을 읽어도 내 마음을 관통할 정도로 크게 감동한 적이 없었고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남은 지식은 ‘고인 물’처럼 남게 되었어요. 탁해진 머릿속 지식의 ‘고인 물’을 빼내려면 내 몸에 ‘구멍’을 내야 합니다. 그런 ‘구멍’이 있어야 잘 흡수한 타인의 마음과 의견이 내 몸과 머리, 마음을 통과하게 돼요. 그리고 머리와 마음속에 억눌려 쌓여 있던 부정적 감정과 썩어서 쓸모없는 지식을 배출할 수 있어요. 저는 이게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라고 생각해요.
독서모임에 참석하면 지식보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 많이 배워야겠습니다.
밤 10시에 독서 모임이 종료되었고, 새벽 1시까지 회원님들과 수다를 떨고 왔습니다. 역시 독서 모임의 꽃은 커피와 과자를 맛 보면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뒤풀이’입니다.
* [읽을 예정인 책] 장 그르니에 《섬》 (민음사, 1993)
* [읽을 예정인 책] 장 그르니에 《일상적인 삶》 (민음사, 2001)
책방에 왔는데 책 한 권 안 살 수가 없어요. 장 그르니에(Jean Grenier)의 책 두 권을 샀습니다. 책방지기님이 책 윗면에 ‘ㄹㄱ:ㄱ’(읽다 익다)이라고 새겨진 작은 도장을 찍어줬어요. 그리고 나뭇잎 모양의 책갈피도 줬어요.
다음 달 2월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선정도서는 장 그르니에의 《섬》입니다. 장소는 ‘서재를 탐하다’ 책방이고요, 일정은 2월 20일 화요일 오전 11시, 2월 22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