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디 피터슨 외 《S. 피터슨이 안내하는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 (초여명, 2016)

* 모리세 료 《도해 크룰루 신화》 (AK커뮤니케이션즈, 2010)

* 노무라 마사타카 《크룰루 신화 대사전》 (AK커뮤니케이션즈, 2013)

* 모리세 료 《크툴루 신화 사전》 (비즈앤비즈, 2014)

 

 

 

오늘 먼저 공개한 《S. 피터슨이 안내하는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 (약칭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 리뷰는 이 글의 서론에 불과하다. 이 글은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을 좀더 깊숙이 파고든 글이다. 사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은 ‘크툴루의 부름 TRPG’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이용자를 위해 만들어진 안내서다. 물론, 러브크래티안(Lovecraftian)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을 읽으려면 당연히 러브크래프트(Lovecraft)의 작품들을 먼저 읽어야 한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에 소개된 총 53종의 생명체 대부분이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에 종종 언급되거나 등장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소설을 먼저 읽은 다음에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을 읽으면 생명체의 실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크툴루 신화(Cthulhu Mythos)의 2차 창작에 대한 정보가 많이 반영된 《도해 크툴루 신화》, 《크툴루 신화 사전》, 《크툴루 신화 대사전》도 참고할 만하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의 별점을 ‘4점’으로 준 이유가 있다. 이 책은 러브크래프트의 문장을 인용했는데, 문장의 출처는 그가 썼던 글(소설 혹은 공포문학의 의미를 정리한 비평문의 일부)이다. 그런데 작품명을 단 한 개도 소개하지 않았다. ‘신화의 괴물들을 소개하는 글’에 보면 글쓴이(미스카토닉 대학교 중세 형이상학부 명예교수 엘리파스 코드빕 풀워스-미스카토닉 대학은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 나오는 가상의 장소이다. 당연히 대학에 소속된 인물들은 실존 인물이 아니다)는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가 작품에 남겨 둔 자세한 묘사를 꼭 읽어 보세요.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은 지금도 자료로서의 가치가 높습니다”라고 썼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 9쪽) 저자와 번역가 중 한 사람이라도 1%의 센스를 발휘해서 작품명까지 알려준다면, 독자들은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찾아볼 것이다.

 

다음에 나오는 두 개의 인용문은 '틴달로스의 사냥개'를 설명한 내용의 일부이다.

 

 

 

 

 

 

틴달로스의 사냥개는 각도 120° 이하인 곳을 통해서만 나타날 수 있다. 방의 구석, 바위에 간 금, 접힌 나뭇잎 등, 어떤 것에서도 그 조건만 충족하면 사냥개의 출현이 가능하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 62쪽)

 

차원을 넘어 인간계에 출현하기 위해서는 90도 이하의 각도가 있어야만 하며 90도보다 각도가 큰 곳에서는 들어올 수 없다.

 

(《크툴루 신화 대사전》 70쪽)

 

 

틴달로스의 사냥개(Hounds of Tindalos)는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 언급되지 않은 괴물이지만, 러브크래프트의 ‘우주적 공포’에 딱 어울리는 무시무시한 존재이다. 틴달로스의 사냥개는 2차원의 세계에서만 서식하다가 90도 이하의 각도가 있는 공간을 발견하면 인간 세계로 들어온다. 괴물은 원통형의 혀로 생명의 정수를 빨아들인다. 그 녀석이 등장하기 전에 얼른 도망쳐야 한다. 틴달로스의 사냥개가 나타나기 전에 미리 대피하는 방법이 있다. 괴물의 등장을 알리는 위험 신호를 감지해야 한다. 괴물이 출몰하기 전에 90도 이하의 각도로 이루어진 모서리에 악취가 나기 시작하거나 검푸른 안개가 피어오른다.

 

 

 

그런데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 에서는 ‘120도 이하의 각도’가 이루어진 곳에 괴물이 나타난다고 적혀 있다. 도대체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아무튼, 직각에 가까운 모서리가 있는 곳은 피하자.

 

초자연적 존재들의 이름은 부르는 사람마다 다르다. 옛 지구의 지배자인 ‘크툴루’는 인간이 발음하기 어려운 외계의 이름이다. 편의상 ‘크툴루’로 통일해서 사용하고 있지만, 미국 구글을 검색하면 ‘크툴루’의 다양한 이름이 나온다. 몇 개만 소개하자면 Tulu(툴루), Clulu(클룰루), Clooloo(클룰루), C‘thulhu(쓰툴후), Cighulu(시굴루) 등이 있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 56쪽을 보면 ‘하스투르’라는 이름이 나온다.

 

 

차토구아는 강력한 위대한 옛 것들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이다. 비슷한 외계의 존재들로는 크툴루, 이타콰, 형언할 수 없는 하스투르가 있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 56쪽)

 

 

‘하스투르’는 하스터(Hastur)의 동일 이름이다. ‘형언할 수 없는 하스터(Unspeakable Hastur)’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스터는 바람의 속성을 가진 옛 지배자다. 그는 크툴루와 사이가 좋지 않다. 크툴루가 잠들고 있는 고대 도시 ‘를리에(R’lyeh)’는 ‘르뤼에’의 동일 이름이다. 러브크래프트 작품을 번역한 황금가지 판본에는 ‘리에’라고 되어 있다.

 

 

 

 

 

 

 

 

 

 

 

 

 

 

 

* 로버트 블록 《사이코》 (해문출판사, 2001)

* 로버트 블록 《사이코》 (도서출판 다시, 2004)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 3쪽에 목차가 있고, 그 바로 밑에 헌사가 적혀 있다.

 

로버트 블로크에게 이 악몽들이 돌아가기를.

 

헌사에 언급된 ‘로버트 블로크’는 미국의 작가 로버트 블록(Robert Bloch, 1917~1994)이다. 그의 대표작은 영화로 더 많이 알려졌다. 그 작품이 바로 《사이코(Psycho)》다. 블록은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은 작가 중 한 사람이다. 러브크래프트와 블록은 장르문학 연재 잡지 <위어드 테일즈(Weird Tales)>에 글을 발표했고, 두 사람은 서로 편지로 교류할 정도로 친분을 쌓았다.

 

 

 

 

 

 

 

 

 

 

 

 

 

 

* 러브크래프트 《러브크래프트 전집 1》 (황금가지, 2009)

 

 

1935년 블록은 『The Shambler from the Stars』라는 단편소설을 썼다. 이 소설에 러브크래프트를 닮은 작중 인물이 등장하는데, 죽고 만다. 이 소설을 읽은 러브크래프트는 블록을 위해 『누가 블레이크를 죽였는가?(The haunter of the dark)』를 썼다. 이 소설의 주인공 로버트 블레이크는 러브크래프트가 창조한 인물이지만, 누가 봐도 ‘로버트 블레이크’가 ‘로버트 블록’에서 따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러브크래프트는 블록이 했던 것처럼 똑같이 소설의 주인공을 죽인다. 언뜻 보기에 두 사람이 엄청 살벌하게 글 쓰는 작가처럼 보이지만, 서로를 비방하기 위해서 소설을 쓴 것이 아니다. 두 사람의 절친한 관계 덕분에 재미있는 두 편의 소설이 탄생할 수 있었다. 앞에 언급했던 블록에게 바친 헌사를 다시 읽어보자. 어떻게 보면 러브크래프트가 블록에게 쓴 것처럼 보인다. “내가 악몽으로 엄청 고생했어. 친구, 너도 한 번 이 악몽의 고통을 똑같이 느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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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7-05-29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툴루 신화? 첨들어 봅니다. 이런 신화집도 있군요!
근데 냐루코 양은 재밌나요??
쓰신 페이퍼의 내용이 생소하기만 합니다그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재밌으면 구매할까 합니다..ㅎ

cyrus 2017-05-30 08:54   좋아요 0 | URL
만화의 장르가 개그라서 볼 만합니다. 러브크래프트의 소설과 크툴루 신화를 모르는 분들이 만화를 보게 되면 만화 속 장면과 대사가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해요. ^^;;

AgalmA 2017-05-29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서리 귀신 괴담도 많죠. 모서리에 대한 공포는 심리적인 건지 집단 무의식인 건지 문득 궁금해지네요.

cyrus 2017-05-30 08:54   좋아요 0 | URL
제 생각에는 심리적인 이유로 모서리에 공포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방 안에 혼자 있거나 누워 있을 때 우리의 시선이 천장과 (벽과 벽이 만난 생긴) 모서리에 향합니다. 그러면 또 다른 존재가 천장이나 모서리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 - S. 피터슨이 안내하는
샌디 피터슨 외 지음, 박나림 옮김 / 초여명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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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가면 안 되는 장소가 있다. 하지만 누르면 누를수록 튕겨 나오는 것이 인간의 호기심이다. 금기는 곧 미지의 영역에 대한 호기심을 촉발한다. 드림랜드(Dreamland)로 가는 법을 아는 랜돌프 카터(Randolph Carter)가 금기의 장소에 발을 들이밀었다. 그는 고대 신들이 사는 ‘미지의 카다스(Unknown Kadath)’를 찾으러 여행을 떠났다. 그곳은 오싹하고 음산한 냉기로 가득하지만, 알 수 없는 매력을 지녔기에 누구나 미지의 영역에 대한 환상을 품을 수 있다.

 

 

 

 

 

 

 

당신은 혼자 드림랜드를 여행하다가 인간의 머리를 뜯어먹는 구울(Ghoul)을 만날 수 있다. 역겨운 비린내가 당신의 코끝을 스치기 시작하면, 얼른 달아나야 한다. 심해에 살다가 지상으로 기어 나온 물고기 인간을 눈앞에 마주하는 순간, 형언할 수 없는 악몽이 시작된다. 비록 초자연적인 존재들은 한낱 꿈에 불과하므로 당신을 위협하거나 두렵게 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신이 꿈에서 깨어 세부적인 면을 분석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꿈속의 모든 것이 매우 괴이하고 끔찍한 실체였음을 알게 된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은 꿈속의 모든 것들의 실체를 알려주는 안내서다. 괴물들을 자세하게 묘사한 컬러 삽화는 환상적이면서도 생생한 현실감을 준다. 괴물들의 그로테스크한 형태는 독자의 눈과 마음을 압도한다. 컬러 삽화를 보면 볼수록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괴물들의 서식지와 생태 방식에 관한 정보를 숙지하지 않고, 드림랜드를 여행하는 일은 무모한 행동이다. 준비를 소홀히 한 드림랜드의 여행자는 처참한 악몽에 시달릴 각오를 해야 한다.

 

생소한 존재는 익숙한 존재보다 거북하고, 불확실한 존재는 확실한 존재보다 더 신경이 쓰인다. 덜 익숙하고, 불확실한 존재를 만나면서 생기는 불쾌한 느낌이 인간의 무의식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는 공포의 본질이다. 가장 먼저 드림랜드를 탐사한 러브크래프트(Lovecraft)는 ‘미지의 공포’야말로 가장 오래되며 강력하다고 말했다. 드림랜드는 지금도 가장 강력한 공포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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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9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5-29 14:21   좋아요 0 | URL
그림이 아주 잘 만들었어요.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를 싫어하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피해야 됩니다. 호기심에 책을 펼치다가 충격과 공포를 느낄 수 있습니다. ^^;;

stella.K 2017-05-29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제 러브크래프트는 다 읽은 건가?

cyrus 2017-05-29 14:28   좋아요 0 | URL
다 읽었어요. 그런데 리뷰나 페이퍼로 소개하지 못한 러브크래프트의 소설 몇 편 있어요. 작년부터 구상하고 있었는데, 자꾸 미루게 되니까 계획이 묻혀졌어요. ^^;;

AgalmA 2017-05-29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리언 그린 한스 루돌프 기거 그림처럼 인상적이네요.

cyrus 2017-05-29 18:48   좋아요 1 | URL
기거의 그림, 정말 대단하죠. 어떻게 보면 기거는 ‘혐짤‘을 예술로 끌어올린 몇 안 되는 아티스트 중의 한 사람입니다. ^^

syo 2017-05-29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보아서는 안될 어둠의 세계에 속하는 2차 저작물들을 통해 우연하게 러브크래프트를 알게 되었어요. 주로 러브크래프트의 러브에 관심이 많아 보이는 그 저작물들 속에서는 니알라토텝이라는 것이 여자였는데......험험.

일본쪽에서 이 세계관이 종종 변형되어 쓰이나보더라구요.

cyrus 2017-05-29 18:53   좋아요 0 | URL
syo님이 보신 2차 저작물, 혹시 만화 아닌가요? 저도 그 만화를 봤어요. 니알라토텝을 여 캐릭터로 만들 생각을 할 줄이야... ㅎㅎㅎ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크툴루 신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에요.


syo 2017-05-29 18:59   좋아요 1 | URL
cyurs님의 댓글을 보고 나니까, 제가 ˝우연히˝, 이 부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네요ㅋ, 하여튼 우연히 발견한 그 저작물이 2차가 아니라 3차 저작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거 어쩐지 온 세상에 죄송스럽습니다;;
그냥 순수하게 기어다니는 혼돈이라는 말이 멋있어서 검색했는데 그런게 나올줄은. 험험

어쨌든 일본은 엄청난 곳이네요. 어떤 의미에서든.

cyrus 2017-05-29 19:22   좋아요 1 | URL
제가 그 만화를 다 보고 나서 덕후들이 로리캐에 열광하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ㅎㅎㅎ
 
[eBook] 아니물라
바른번역(왓북) / 2016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1849),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 1850~1893), 사키(Saki, 1870~1916). 이 세 사람 모두 ‘공포소설’을 써본 작가들이다. 그리고 이들에게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한창 활동해야 할 나이에 세상을 떴지만, 적지 않은 단편소설들을 남겼다. 세 작가의 죽음이 예사롭지 않다. 포의 죽음은 기이하다. 그는 혼수상태로 병원에 실려 나갔고, 4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지금도 여전히 그가 혼수상태에 빠지기 직전의 행적이 알려지지 않았다. 모파상은 정신 착란 증세로 고생했다. 그는 자살 기도를 한 후 정신병원에 격리 수용되었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애국심이 강했던 사키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적군의 총탄에 맞아 전사했다.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Howard Phillips Lovecraft)《공포 문학의 매혹》(북스피어, 2012)에서 ‘이 작가’를 ‘포의 초창기 후예’라고 극찬했다. 지금부터 작가를 소개하면 이런 작가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이 작가'가 누구냐면 아일랜드 출신의 피츠 제임스 오브라이언(Fitz James O’Brien, 1828~1862)이다. 러브크래프트는 오브라이언이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기괴함과 공포를 다룬 걸작들을 감상할 기회’를 놓쳤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도 오브라이언의 천재성이 포의 수준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아니, 그러면 애초에 '포의 초창기 후예'라고 띄워주지 말던가.

 

오브라이언의 대표작 『그것은 무엇이었을까?(What was it?)』는 모파상의 공포 단편소설『오를라(La Horla)』에 영향을 준 작품이다. 1852년에 오브라이언은 미국으로 귀화하여 남북 전쟁에 참전했고, 전쟁터 한가운데서 숨을 거두었다. 그는 마흔을 넘기지 못하고 생을 일찍 마감했다. 생전에 오브라이언이 잡지에 발표한 작품의 수는 60여 편에 이른다. 어떻게 보면 오브라이언도 '수명이 짧은 다작 작가'인 셈이다. 그의 작품들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지난 후 선집 형태로 출간되었다.

 

오브라이언의 또 다른 대표작 『다이아몬드 렌즈(The Diamond Lens)』는 공상과학소설로 분류되지만, 이 작품 속에 있는 초자연적 현상, 자기파괴에 이르는 인간의 기이한 집착 등의 소재는 공포소설에 나오는 문학적 장치로 봐도 무방하다. 린리(Linley)는 ‘현미경 덕후’이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 일은 현미경으로 미생물을 관찰하는 일. 그는 아주 미세한 세포를 관찰할 수 있는 ‘궁극의 렌즈’를 가지고 싶어 한다. 린리는 친구 시몬(Simon)의 주선으로 영혼과 대화하는 영매로 활동하는 울프스 부인을 만난다. 그녀의 도움으로 최초로 현미경을 발명하여 미생물을 관찰한 네덜란드의 과학자 레벤후크(Leeuwenhoek, 현행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면 ‘레이우엔훅’이라고 해야 한다)의 영혼을 만나는 데 성공한다. 린리는 레벤후크의 영혼으로부터 ‘궁극의 렌즈’를 제조하는 비법을 얻는다. 린리의 머릿속에는 온통 현미경 생각뿐이다. 그는 기어코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렌즈로 현미경을 완성하여 미세한 자연의 세계를 마음껏 탐닉한다. 그가 현미경으로 물방울을 관찰하다가 그 속에 여성의 외형을 닮은 조그마한 존재를 발견한다.

 

자꾸 분열하는 이 새로운 세상을 한마디 말로 성급히 정의하는 동안, 무지갯빛 숲 속 공터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형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좀 더 유심히 관찰했고 분명 내 눈이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이 신비로운 존재가 더 가까이 접근하기를 기다리며 내가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중략] 한 여성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실루엣만 인간과 닮았고 그 외는 도저히 비교가 불가능했다. 인간 세상의 어떤 미인보다 아름다웠고, 미의 기준을 뛰어넘은 모습에 절로 숭배할 정도였다.

 

(24쪽)

 

린리는 물방울 속에 사는 작은 여인을 ‘작은 영혼’을 뜻하는 ‘아니물라(Animula)’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그는 아니물라의 신비스러운 매력에 이끌리게 되고, 오로지 그녀를 관찰하기 위해 한시라도 눈에 렌즈를 떼어내지 못한다. 『다이아몬드 렌즈』는 관음증, 중독, 집착이라는 어두운 소재를 모두 담아낸 독특한 작품이다. 관음증은 다른 사람을 훔쳐보는 것을 통해 쾌감을 느끼는 경우를 말한다. 렌즈 너머로 아니물라를 은밀히 관찰하는 린리의 관음증은 중독과 집착이 만들어낸 인간의 어두운 본성이다. 오브라이언은 독자에게 자신의 렌즈를 건네준다. 독자는 이 렌즈를 통해서 작가가 적나라하게 파고든 인간 내면의 본성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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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9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5-29 13:48   좋아요 1 | URL
사진기는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착한 사진기’와 ‘나쁜 사진기’로 나뉩니다. yureka01님의 사진은 일반 사람들이 지나치기 쉬운 대상이나 세상의 풍경을 포착한 것입니다.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사진으로 저장하면 그동안 살면서 지나쳤던 날들을 되돌아볼 수 있습니다. 눈으로 보는 세상과 사진으로 보는 세상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yureka01님의 사진기를 ‘착한 사진기’로 선정합니다. ^^

반면 ‘나쁜 사진기’는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들만 찍습니다. 연예인의 사생활을 파헤치려는 파파라치나 여성의 신체 부위를 클로즈업에서 도촬하는 사진기자들이 ‘나쁜 사진기’를 가지고 다닙니다.
 

 

 

 

나와 함께 가자꾸나.

우리가 아는 세상 전부에 싫증이 난 사람들이여.

여기에 수많은 새로운 세계가 있을지니.

 

- 로드 던세이니 《경이의 서》 프롤로그 -

 

 

 

켈트(Celts)족은 오늘날의 스코틀랜드(Scotland)와 아일랜드(Ireland), 웨일스(Wales) 지역에 거주하던 민족을 일컫는다. 켈트족은 시적 상상력이 뛰어난 민족으로 풍부한 신화와 전설을 갖고 있다. 켈트족의 민족성은 오늘날 높은 예술적 성취로 이어지고 있다.

 

켈트 문학의 특징이라면 전체적인 구성력보다는 섬세한 묘사가 뛰어나다. 특히 초자연적인 것을 몽환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고색창연하고 신비스런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예이츠(W.B. Yeats)는 아일랜드문예부흥 운동의 목적으로 각종 켈트 민담과 전설 수집에 열중했다. 그뿐만 아니라 켈트 신화의 영향을 받은 근대 환상 문학 작품들도 발굴했는데, 예이츠는 로드 던세이니(Lord Dunsany)의 작품들을 모아 재편집했다. 예이츠는 로드 던세이니를 ‘아일랜드가 낳은 몽상의 거장’으로 추켜세웠다.

 

로드 던세이니의 ‘로드(Lord)’는 이름이 아니다. ‘로드’는 영국에서 귀족을 지칭하는 ‘경(卿)’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말로 하면 ‘던세이니 경’이다. 본명은 상당히 길고 부르기 어려운데, 줄이면 에드워드 플런킷(Edward Plunkett)이다. 던세이니 경은 사냥과 체스(chess)를 즐기면서 부유한 삶을 살았다. 그의 삶을 표현하면서 ‘풍요 속의 몽상’이라는 말보다 적절한 말은 없어 보인다. 던세이니 경은 마음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몽상에 잠기게 되고, 쉽게 사라져가는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글을 썼다. 그에게 몽상은 자신의 삶을 지탱해주는 꿈이다. 그리고 글은 그 꿈을 표현하는 작업이다. 던세이니 경은 “나는 내가 본 것은 절대 쓰지 않는다. 내가 꿈꾼 것만을 쓴다”라고 말했다.

 

 

 

 

 

 

 

 

 

 

 

 

 

 

 

 

 

 

 

 

 

 

 

 

 

 

 

 

 

 

 

 

 

 

 

 

* 로드 던세이니 《페가나의 신들》 (페가나북스, 2012)

* 로드 던세이니 《시간과 신들》 (페가나북스, 2012)

* 로드 던세이니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바다출판사, 2011)

 

 

던세이니 경의 작품들은 후대 환상 문학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작가가 바로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Howard Phillips Lovecraft)다.

 

 

 

 

 

 

 

 

 

 

 

 

 

 

 

* 러브크래프트 《공포문학의 매혹》 (북스피어, 2012)

 

 

 

러브크래프트는 던세이니 경을 ‘환상적 아름다움의 기이한 세계에 헌신한 새로운 신화의 발명자’로 평가한다. 《페가나의 신들》과 《시간과 신들》이 ‘환상적 아름다움의 기이한 세계’를 배경으로 한 던세이니 경의 독특한 작품이다. 페가나(Pegana)는 켈트 신화 및 동양 신화를 근간으로 만들어진 신들의 세계이다. 신화는 인간의 희망과 두려움을 비춰주는 환상의 거울이다. 페가나 신화는 시간의 종말이라는 거대한 미래 앞에 주저앉아 두려움에 떠는 평범하고 나약한 신들의 이야기다. 신들이 느끼는 심리 상태는 인류를 고통스럽게 하는 마음의 정체, 즉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다.

 

모든 존재는 언젠가는 시간에 의해 사라지거나 쇠락의 길을 걷는다. 인간은 ‘시간의 영지’ 안에 있는 백성이다. 신들도 예외가 아니다.

 

 

백발이 땅에 닿을 정도로 길었고 입은 옷은 낡아서 번들거렸다. 머지않아 집집마다 노인들이 밖으로 나와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렸다. 이렇게 늙은 사람들을 본 적이 없는 왕은 그들은 누구이며 이 마을의 이름은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대답했다.

 

“이곳은 <시간의 영지> 안에 있는 <노년의 도시>라고 하오.”

 

이에 왕이 물었다. “시간은 어디에 있나?”

 

노인 중 한 사람이 높은 언덕 위에 우뚝 선 거대한 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시간은 저곳에서 머물고 있고, 우리는 그의 백성이라오.”

 

(《시간과 신들》 2권, 64쪽)

 

 

 

 

나는 물가에 서 있는 사람을 불러서, 아스타한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며 그들의 생산품은 무엇이고 누구와 교역하는지를 물었다. 그는 말했다.

 

“우리는 시간에 족쇄와 쇠고랑을 채웠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시간이 신들을 살해했을 것이오.”

 

이 도시에서는 어떤 신들을 숭배하느냐고 하자 그가 대답했다.

 

“시간이 아직 살해하지 않은 모든 신들을 숭배하지요.”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84~85쪽)

 

 

던세이니 경의 작품들은 대개 깊은 애수가 서려 있는 듯한 느낌을 주며 때론 그 느낌이 너무 애절해 처량하기까지 하다. 그가 창조한 세계는 탐미적 허무주의의 세계이다. 귀족의 우아한 정신과 신비스러운 몽상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20세기 초 독일인들은 이성보다는 게르만족의 신화에 의존하고자 했는데, 이를 학자들은 ‘근대에 대한 두려움’이라 부른다. 인간은 미래에 대하여 한없이 유아적이고 파편적인 인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이다. 알 수 없고 이길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잊기 위해 영원불멸의 신화를 읽게 되고, 그 신화 속에 등장하는 초인적인 영웅을 고대한다. 그런데 던세이니 경이 꿈꾼 환상의 세계는 희망의 빛 한 줄기조차 허락하지 않는 곳이다. 독자는 그곳에서 운명의 냉혹함과 인간의 나약함을 확인한다.

 

 

 

 

 

 

 

1인 전자책 출판사 페가나 북스(Pegana eBooks)는 던세이니 경의 작품들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출판사명은 던세이니의 작품에서 따온 것이다. 나는 페가나북스가 펴낸 던세이니 경의 책들을 모두 구입, 소장하고 있다. 최근에 출간된 《경이로운 이야기》를 포함하면 총 10권이다. 놀라운 사실은 근간 예정작인 던세이니의 작품들이 더 있다는 점이다!

 

 

 

 

페가나북스를 만든 엄진 님이 던세이니 경의 작품들을 번역했다. 엄진 님은 《페가나의 신들》 2권 작가 해설에서 작품 번역의 고충과 전자책 출판사 운영의 어려움을 살짝 내비치기도 했다. 흔히 전자책은 ‘읽을 만한 내용이 전혀 없는 속 빈 강정’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만 이런 저급한 전자책들이 넘치는 전자책 시장에 페가나북스 같은 가치 있는 장르 작가의 작품들을 소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출판사가 있다. 어쩌다가 종이책에 싫증이 난다면, 새로운 작가의 작품들이 있는 페가나북스로 시선을 향하면 된다.

 

 

 

 

 

※ 로드 던세이니 작품 목록

(굵은 표시로 된 작품명은 페가나북스 혹은 타 출판사가 번역한 것들)

 

 

 

* The Gods of Pegāna (1905)

 

《페가나의 신들 1》

서문 (Preface)

소개문 (The Gods of Pegāna / Introduction)

고수 스카르에 대하여 (Of Skarl the Drummer)

세계의 창조에 대하여 (Of the Making of the Worlds)

신들의 게임에 대하여 (Of the Game of the Gods)

신들의 영창 (The Chaunt of the Gods)

키브의 어록 (The Sayings of Kib)

시쉬에 관하여 (Concerning Sish)

슬리드의 어록 (The Sayings of Slid)

뭉의 공적 (The Deeds of Mung)

사제들의 영창 (The Chaunt of the Priests)

림팡-퉁의 어록 (The Sayings of Limpang-Tung)

요하네스-라하이에 대하여 (Of Yoharneth-Lahai)

전진의 신 룬, 그리고 수많은 가택신에 대하여 (Of Roon, the God of Going)

강의 신 반란 (The Revolt of the Home Gods)

도로잔드에 대하여 (Of Dorozhand)

황무지의 눈 (The Eye in the Waste)

 

 

《페가나의 신들 2》

신도 짐승도 아닌 것에 대하여 (Of the Thing That Is Neither God Nor Beast)

예언자 요나스 (Yonath the Prophet)

예언자 유그 (Yug the Prophet)

예언자 알히레스-호렙 (Alhireth-Hotep the Prophet)

예언자 카복 (Kabok the Prophet)

해안에서 윤-일라라를 덮친 재난에 대하여, 그리고 일몰의 탑 건설에 대하여

(Of the Calamity That Befel Yūn-Ilāra by the Sea, and of the Building of the Tower of the Ending of Days)

신들이 시디스를 멸망시킨 방법에 대하여 (Of How the Gods Whelmed Sidith)

임바운이 아라덱에서 하나를 제외한 모든 신을 모시는 대예언자가 된 이유에 대하여

(Of How Imbaun Became High Prophet in Aradec of All the Gods Save One)

임바운과 조드락의 만남에 대하여 (Of How Imbaun Met Zodrak)

페가나 (Pegāna)

임바운의 어록 (The Sayings of Imbaun)

임바운이 왕에게 죽음에 대해 말한 일에 대하여

(Of How Imbaun Spake of Death to the King)

우드에 대하여 (Of Ood)

강 (The River)

운명의 새와 종말 (The Bird of Doom and the End)

 

 

* Time and the Gods (1906)

 

《시간과 신들 1》

서문 (Preface)

시간과 신들 (Time and the Gods)

바다의 도래 (The Coming of the Sea)

새벽의 전설 (A Legend of the Dawn)

인간의 복수 (The Vengeance of Men)

신들이 잠들었을 때 (When the Gods Slept)

존재하지 않았던 왕 (The King That Was Not)

카이의 동굴 (The Cave of Kai)

탐색의 비애 (The Sorrow of Search)

 

《시간과 신들 2》

야니스의 주민 (The Men of Yarnith)

신들의 명예를 위하여 (For the Honour of the Gods)

밤과 아침 (Night and Morning)

고리대금 (Usury)

믈리딘 (Mlideen)

신들의 비밀 (The Secret of the Gods)

남풍 (The South Wind)

시간의 나라에서 (In the Land of Time)

사르디낙의 너그러움 (The Relenting of Sardinac)

신들의 장난 (The Jest of the Gods)

예언자의 꿈 (The Dreams of the Prophet)

왕의 여행 (The Journey of the King, 미번역)

 

 

* The Sword of Welleran and Other Stories (1908)

《웰러란의 검》

 

 

 

 

 

 

 

 

 

 

 

 

 

웰러란의 검 (The Sword of Welleran)

바불쿤드의 몰락 (The Fall of Babbulkund)

요정 종족 (The Kith of the Elf-Folk)

The Highwaymen (노상강도, 《러브크래트프 전집 6》 수록)

In the Twilight

The Ghosts

The Whirlpool

The Hurricane

사크노스 외에는 무너뜨릴 수 없는 성채

(The Fortress Unvanquishable, Save for Sacnoth)

도시의 지배자 (The Lord of Cities)

The Doom of La Traviata

메마른 땅에서 (On the Dry Land)

 

 

 

* A Dreamer's Tales (1910)

《몽상가의 이야기》

 

 

 

 

 

 

 

 

 

 

 

 

 

Preface

바다를 지켜보는 자, 폴타니즈 (Poltarnees, Beholder of Ocean)

블라그다로스 (Blagdaross)

안델스프럿츠의 광기 (The Madness of Andelsprutz)

Where the Tides Ebb and Flow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곳,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수록)

Bethmoora

Idle Days on the Yann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수록)

검과 우상 (The Sword and the Idol)

무익한 도시 (The Idle City)

The Hashish Man

Poor Old Bill

거지들 (The Beggars)

Carcassonne (카르카손,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수록)

In Zaccarath

The Field (들판,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수록)

The Day of the Poll

The Unhappy Body

 

 

* The Book of Wonder (1912)

《경이의 서》

 

 

 

 

 

 

 

 

 

 

 

 

 

프롤로그 (Preface)

켄타우로스의 신부 (The Bride of the Man-Horse)

보석 도둑 상고브린드의 슬픈 이야기

(The Distressing Tale of Thangobrind the Jeweller, and of the Doom that Befell Him)

스핑크스의 집 (The House of the Sphinx)

The Probable Adventure of the Three Literary Men

The Injudicious Prayers of Pombo the Idolator

The Loot of Bombasharna

Miss Cubbidge and the Dragon of Romance

여왕의 눈물을 찾는 모험 (The Quest of the Queens Tears)

기블린의 보물창고 (The Hoard of the Gibbelins)

How Nuth Would Have Practised His Art upon the Gnoles

How One Came, as Was Foretold, to the City of Never

토머스 섑 씨의 대관식 (The Coronation of Mr. Thomas Shap)

Chu-Bu and Sheemish (추부와 셰미 시, 《톨킨의 환상 서가》 수록)

The Wonderful Window

에필로그 (Epilogue)

 

 

 

* Fifty-One Tales (1915)

《판의 죽음》

 

 

 

 

 

 

 

 

 

 

 

 

 

밀회 약속 (The Assignation)

카론 (Charon)

판의 죽음 (The Death of Pan)

The Sphinx at Gizeh

The Hen

바람과 안개 (Wind and Fog)

The Raft Builders

인부 (The Workman)

The Guest

죽음과 오디세우스 (Death and Odysseus)

Death and the Orange

꽃의 기도 (The Prayer of the Flowers)

죽음과 상인 (Time and the Tradesman)

The Little City

풀이 없는 들판 (The Unpasturable Fields)

The Worm and the Angel

노래 없는 나라 (The Songless Country)

The Latest Thing

정치가와 매춘부 (The Demagogue and the Demi-Monde)

The Giant Poppy

Roses

금귀고리를 한 남자 (The Man with the Golden Ear-rings)

카르나-부트라 왕의 꿈 (The Dream of King Karna-Vootra)

The Storm

A Mistaken Identity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의 진상 (The True History of the Hare and the Tortoise)

Alone the Immortals

A Moral Little Tale

돌아오는 노래 (The Return of Song)

Spring in Town

How the Enemy Came to Thlūnrāna

지는 게임 (A Losing Game)

Taking Up Piccadilly

종말 이후에 (After the Fire)

The City

죽음의 양식 (The Food of Death)

외로운 신상 (The Lonely Idol)

The Sphinx in Thebes (Massachusetts)

응보 (The Reward)

The Trouble in Leafy Green Street

Furrow-Maker

Lobster Salad

The Return of the Exiles

자연과 시간 (Nature and Time)

검은지빠귀의 노래 (The Song of the Blackbird)

The Messengers

키 큰 세 아들 (The Three Tall Sons)

탄로 (Compromise)

우리에게 닥칠 일 (What We Have Come To)

판의 무덤 (The Tomb of Pan)

The Poet Speaks With Earth (English version only)

The Mist (American version only)

 

 

 

 

* Tales of Wonder (1916)

《경이로운 이야기》

 

 

 

 

 

 

 

 

 

 

 

 

 

서문 (Preface)

런던 이야기 (A Tale of London)

맬링턴 무어에 있는 도시 (The City on Mallington Moor)

Why the Milkman Shudders When He Perceives the Dawn

The Bad Old Woman in Black

까다로운 새 (The Bird of the Difficult Eye)

The Long Porter’s Tale

The Loot of Loma

The Secret of the Sea

How Ali Came to the Black Country

The Bureau d’Echange de Maux (불행 교환 상회,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수록)

A Story of Land and Sea

적도 이야기 (A Tale of the Equator)

A Narrow Escape

The Watch-Tower

How Plash-Goo Came to the Land of None’s Desire

The Three Sailors Gambit

망명자 클럽 (The Exiles’ Club)

The Three Infernal Jokes

 

 

 

 

* A Night at an Inn (1917, 희곡)

어느 여인숙의 하룻밤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수록)

 

 

 

* The Two Bottles of Relish (1932)

 

 

 

 

 

 

 

 

 

 

 

 

두 병의 양념 (《두움도프 미스터리, 두 병의 양념, 브룩밴드 주택의 비극》 수록)

두 병의 소스 (동숭동, 《한밤의 지하철》수록)

두 병의 소스 (동서문화사, 《어두운 거울 속에》수록)

 

 

 

* The Ghost of the Valley (1954)

 

 

 

 

 

 

 

 

 

 

 

 

계곡의 유령 (《세계 호러 걸작 베스트》 수록)

 

 

 

* The Ghosts of the Heaviside Layer (1955)

 

 

 

 

 

 

 

 

 

 

 

 

전리층의 유령 (《로봇과 침대의 무게》 수록)

 

 

 

 

※ 근간

 

* Tales of Three Hemispheres (1919)

《세 반구 이야기》 (가제)

 

 

* The King of Elfland's Daughter (1924)

《엘프랜드의 공주》 (가제)

 

 

* Beyond the Fields We Know (1972)

《우리가 아는 땅 너머》 (가제)

 

작가가 생전에 발표한 단편소설들을 재편집한 책이다. 페가나북스가 전자책에 수록되지 않은 작품들만 따로 모아 출간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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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7-04-22 1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인 전자책 출판사 페가나 북스(Pegana eBooks)를 꾸려나가는 엄진 님, 대단하신 분 같은데요. 우리한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옛날 영문으로 된 로드 던세이니의 환상문학 혹은 몽상문학 작품을 꾸준히 번역 소개한다는 것은 대단한 열정이 아니라면 할 수 없을 텐데 말이죠. 무엇인가 한 가지에 몰입하고 온 열정을 쏟아붓는 것 자체가 굉장한 능력인 것 같습니다.

cyrus 2017-04-22 15:53   좋아요 0 | URL
페가나북스가 외국, 일본 장르문학 작품들을 주로 번역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소개한 작품들은 종이책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에요. 엄진 님은 어느 출판사 대표와 다르게 겸손한 분입니다. 그분 혼자서 원문을 읽고 번역하게 되니까 당연히 번역의 오류가 나올 수 있고, 엄진 님 본인도 그 점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읽다 보면 조금 어색한 문장이 나오긴 합니다만 읽는 데 아무 지장 없었습니다.

syo 2017-04-22 1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의 작업을 보고 있으면 가끔, 숭고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cyrus 2017-04-22 15:55   좋아요 0 | URL
과찬입니다. 제 글은 책 속에 있는 내용들을 추려서 정리한 겁니다. 책에 의존해서 글을 쓰는 경우가 많아서 제 생각을 드러내는 내용의 비중이 적습니다. 그리고 확실한 점은 이런 글들을 재미가 없어요.. ㅎㅎㅎ

syo 2017-04-22 15:58   좋아요 0 | URL
약간 동경하고 있습니다. 저는 도달할 수 없는 방향과 경지라 도달하지 않기로 마음먹었거든요.....ㅎ

cyrus 2017-04-22 16:06   좋아요 1 | URL
알라딘에 글을 쓰면서 도달하지 못해서 포기한 것 하나 있어요. 제 리뷰에 소개된 책들이 리뷰를 보는 독자들도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다락방님, 양철나무꾼님, 마태우스님 같은 분들처럼 글을 쓰고 싶었어요. 그래서 나름 독자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그런 글을 쓰려고 할 수 있을 만큼 시도해봤어요. 그런데 자꾸 여기에 집착하게 되니까 글 쓰는 재미가 떨어졌어요. 글에 자꾸 힘이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포기하고, 지금은 평소에 읽은 책이 어떤 건지 알리기 위해서 글을 쓰고 있어요. 제 글은 일기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나는 오늘 이런 책을 읽었다‘라고 해도 될 말을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 온갖 상투적인 수사를 동원하면서 쓰고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4-22 1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쇼 님 말씀에 동의... 이거 알라딘에서 월급 줘야 합니다..

cyrus 2017-04-22 15:59   좋아요 0 | URL
거의 매일 일기 쓰듯이 꾸준히 리뷰를 쓰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리뷰를 보면 성심성의 쓰고 있다는 걸 느껴져요. 파워리뷰어님, 깐도리님, 키치님, 피오나님, 봄덕님.. 이런 분들이 알라디너님들에게 많이 알려져야 합니다.

페크pek0501 2017-04-22 1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단히 성실성이 느껴지는 이 페이퍼에 좋아요를 안 누를 수가 없죠.

“시간은 저곳에서 머물고 있고, 우리는 그의 백성이라오.”
ㅡ 캬악... 멋진 문장을 머릿속에 담아 갑니다. 님 덕분에...

cyrus 2017-04-23 17:14   좋아요 1 | URL
우리는 시간의 노예입니다.. ㅎㅎㅎ
집에서 편히 쉬니 일요일 하루 절반이 금방 지나가버렸네요... ^^;;
 

 

 

 

“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 펜은 칼보다 강하다. 19세기 영국의 소설가 에드워드 불워 리턴(Edward Bulwer Lytton)의 희곡에 나오는 말이다. 글의 힘이 그 어떤 무기보다도 강하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고, 이 말은 오늘날에도 명언으로 전해지고 있다.

 

 

 

 

 

 

 

 

 

 

 

 

 

 

 

 

 

리턴의 대표작은 《폼페이 최후의 날》(황금가지, 2003)이다. 서기 79년 8월 24일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사라진 로마의 대도시 폼페이(Pompeii)의 비극을 생생하게 그린 역사소설이다. 이 작품에 흑마술과 점성술에 능통한 이집트의 대제사장 아르바케스(Arbaces)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소설의 주인공 글라우코스(Glaucus)를 방해하는 악인이다. 글라우코스는 폼페이 최고의 미녀로 알려진 이오네(Ione)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이오네를 짝사랑하는 아르바케스는 글라우코스와 이오네와의 관계를 끊기 위해 율리아(Julia, 그녀는 글라우코스를 사랑했기 때문에 이오네에게 질투심을 느낀다)와 함께 사악한 음모를 꾸민다.

 

 

 

 

 

 

 

 

 

 

 

 

 

 

 

 

 

 

 

 

 

 

 

 

 

 

 

 

 

 

 

* 에드워드 불워 리턴 《마법사 자노니》 (창천사, 2006)

*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공포 문학의 매혹》 (북스피어, 2012)

* 덩컨 히스 《낭만주의》 (김영사, 2002)

 

 

 

리턴은 불가사의한 마술의 힘을 사용하는 존재가 등장하거나 이를 소재로 한 고딕 소설(Gothic fiction) 몇 편 남겼다. 그는 실제로 마법과 밀교, 신비주의 등에 심취한 오컬티스트(Occultist)였다. 리턴의 오컬티즘(Occultism)이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이 《마법사 자노니》(창천사, 2006)다.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Howard Phillips Lovecraft)는 이 작품의 이야기 전개가 설득력이 부족하지만, 로맨스 소설로서의 훌륭한 능력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러브크래프트의 평을 좀 더 상세하게 풀어보면, 《마법사 자노니》는 고딕 로맨스(Gothic Romance)로 볼 수 있다. 고딕 문학의 특징은 로맨스와 공포 요소가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여기에 파생된 고딕 로맨스는 19세기 신비주의에 대한 낭만이 싹트면서 피어난 장르다. 이때 작가와 예술가 들은 압도하는 초현실적 힘을 재현하며 인간의 유한성을 일깨우고, 무한한 환상의 세계를 그리고자 했다.

 

 

 

 

 

 

 

 

 

 

 

 

 

 

 

 

 

 

* 《세계 괴기소설 걸작선 1》 (자유문학사, 2004)

* 《세계 서스펜스 추리여행 1》 (현인, 2014)

* 에드워드 불워 리턴 《셋집》 (현인, 2014)

 

 

 

1859년에 리턴이 발표한 단편소설 『The Haunted and the Haunters』는 초자연적인 힘에 대한 작가의 확고한 믿음이 노골적으로 반영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유령 저택』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괴기소설 걸작선 1》 (자유문학사, 2004)에 처음 소개됐다. 십년 후 《세계 서스펜스 추리여행 1》 (현인, 2014)『셋집』이라는 이름으로 수록되었다.

 

소설의 주인공 영국 신사는 신비학에 박식한 편이지만, 유령의 존재와 초자연적인 힘의 실체를 회의적으로 바라본다. 그는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문제의 저택에 하룻밤 지내게 되고, 그곳에서 불가사의한 현상들을 체험한다.

 

《세계 괴기소설 걸작선 1》의 『유령 저택』은 역자를 잘못 만난 텍스트이다. 『유령 저택』을 옮긴 역자는 책의 말미에 고딕 문학의 역사를 간략히 소개하면서 각각 수록 작품에 대한 해설을 썼다. 하지만 역자는 책의 번역을 위해 리턴의 오컬티즘을 겉핥는 정도로 이해했다. 소설의 주인공이 중세의 연금술사 겸 의사인 파라켈수스(Paracelsus)의 책 구절을 인용하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유령 저택』의 역자는 파라켈수스를 언급하지 않고, 그의 책 구절을 주인공이 자신의 의견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되는 사례로 임의로 번역했다. 『유령 저택』의 역자가 기본적인 오컬트 지식을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원문에 있어야 할 ‘파라켈수스’가 번역하는 과정 중에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 다키하라 나루미 《소환사》 (들녘, 2000)

* 하니 레이 《도해 근대마술》 (AK커뮤니케이션즈, 2012)

 

 

리턴의 오컬티즘에 영향을 준 사람이 엘리퍼스 레비(Eiphas Elvi)이다. 그는 근대마술의 기초를 확립한 신비주의자다. 레비는 각종 고대 마술을 수집하면서 타로, 카발라, 그리고 파라켈수스에 관심을 가진다. 레비는 형태가 없으며 눈에도 보이지 않는 ‘천체의 빛’, 즉 ‘성기광(星氣光, Astral Light)’을 지니고 있으면 물건을 움직이게 할 수 있고, 인간의 영혼을 소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The Haunted and the Haunters』에서 묘사된 초자연적인 현상들은 레비의 ‘천체의 빛’과 연관 지어 볼 수 있다.

 

《세계 서스펜스 추리여행 1》에 수록된 『셋집』은 『유령 저택』의 번역 수준과 비교하면 가독성이 좋다. 그런데 『셋집』은 결말로 이어지는 중요한 내용을 번역하지 않았다. 즉 결말이 포함된 소설의 1/3이 통째로 누락되었다. 『셋집』의 결말은 진짜 결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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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8 1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4-18 17:49   좋아요 1 | URL
돈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 작가는 책이라고 말하기에 민망한 불쏘시개를 만듭니다.. ^^;;

겨울호랑이 2017-04-18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오컬트와 신비주의 관련해서 cyrus님의 리뷰만큼 깊이 있는 리뷰도 드문 것 같습니다^^:

cyrus 2017-04-19 12:02   좋아요 1 | URL
제 글이 깊이 있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책을 읽으면서 확인된 내용들을 연결해서 정리할 뿐입니다. 공포 문학도 장르 문학에 속하는데, 알라딘에는 공포 문학을 상세하게 소개한 글이 많지 않아요. 그리고 추리 문학과 SF, 판타지 문학에 비하면 많이 읽는 장르가 아니에요. 그래서 예전부터 공포 문학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돌아가신 물만두님이 추리문학이 좋아서 열심히 소개하신 것처럼 저도 공포 문학의 매력을 알리고 싶습니다. ^^

transient-guest 2017-04-19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지한 탐구는 모르지만, 오컬트나 신비주의도, 도판도 그렇고 즐기기 위한 이야기감으로 손색이 없어요.ㅎ

cyrus 2017-04-19 12:03   좋아요 0 | URL
저는 회의주의자인데도 오컬트를 즐기려고 합니다. 오컬트를 알게 되면 생각보다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많이 발견하게 돼요. ^^

zombie 2017-06-16 0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괴기소설 걸작선1권은 직접 보유중이신가요? 1권을 현재 구입하고싶은데 절판이라 간절히 찾고있습니다만....

cyrus 2017-06-16 18:50   좋아요 0 | URL
아니요.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어요. 저도 괴기소설 걸작선 전 3권을 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