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 브래드버리 – 장의사(The Handler) [1부]

http://blog.aladin.co.kr/haesung/9573458

 

 

※ 레이 브래드버리 – 장의사(The Handler) [2부]

http://blog.aladin.co.kr/haesung/9580203

 

 

 

 

 

베네딕트는 시체에서 시체로 돌아다니며 그들 몸 위에 온갖 모욕을 가했다. 마지막으로 맞닥뜨린 것은 메리웰 브라이스라는 간질병 발작이 지병인 노인이었다. 브라이스 노인은 지금까지 몇 번인가 이곳으로 운반되어 왔지만 이장 직전에 되살아난 인물이었다. 베네딕트가 시트를 젖히자 브라이스 노인이 눈을 깜박거렸다.

 

“아아!”

 

베네딕트는 시트 위로 쓰러질 뻔했다.

 

“이봐, 안 일으켜 줄 거야!”

 

시트 밑의 인물이 외쳤다.

 

“그렇고말고, 처음부터 전부 들었지!”

 

노인은 눈을 번득이며 말했다.

 

 

 

 

 

“꼼짝도 못하고 이렇게 누워 있는 동안에 네놈이 지껄이는 걸 빠짐없이 들었어! 아아, 네놈은 지독한 놈이다, 무서운 놈이야, 악마, 요괴다. 모독자, 사디스트, 비뚤어진 악마, 무서운 놈이야. 기다리고 있어라, 나는 이곳을 떠나서 시장과 시의원들 모두에게 이 일을 얘기하겠어!”

 

노인은 입에 거품을 물며 소리쳤다.

 

“안 됩니다!”

 

베네딕트는 무릎을 꿇었다.

 

“여기를 나가게 해 줘! 네놈은 무서운 놈이야. 몇 년 동안이나 이런 일이 이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었는데도 누구 한 사람 그 사실을 몰랐다니! 네놈은 괴물이야!”

 

“아닙니다.”

 

그는 일어서려다가 다시 털썩 주저앉아 공포에 떨었다. 노인은 쌀쌀맞은 모멸감을 담아 말했다.

 

“네놈이 한 그 끔찍한 소리는 다 뭐야. 그리고 그 끔찍한 짓거리들은!”

 

“죄송합니다.”

 

베네딕트는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노인이 일어서려고 했다.

 

“안 됩니다!”

 

베네딕트는 노인에게 들러붙었다.

 

“안 놔!”

 

“안 됩니다!”

 

베네딕트는 모질게 밀쳐지자 굵은 주사기에 손을 뻗어 그것을 노인의 팔에 찔렀다.

 

“이놈이! 사람 살려!”

 

 

 

 

 

노인은 시트에 뒤덮여서 미친 듯이 발버둥 치며 창문 쪽으로 쓰러질 듯한, 묘석이 늘어진 묘지 쪽으로 보이지 않는 눈을 부릅떴다.[13]

 

“이봐, 거기 묘석 밑에 잠들어 있는 여러분! 도와 줘요, 내 말을 들어 줘!”

 

노인은 입에 거품을 물며 털썩 쓰러졌다. 이제 곧 죽으리라는 것은 자신도 알고 있었다.

 

“여러분, 내 말을 들어 줘요. 당신도, 당신도, 그리고 당신도 빠짐없이 모두. 이놈은 오랫동안 이런 끔찍한 짓을 해 왔어. 이 이상 계속하게 할 순 없어!”

 

노인은 입가의 거품을 핥으면서 점점 기력이 쇠퇴해 갔다. 베네딕트는 멍하니 그곳에 서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저것들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 라고, 절대 아무것도 못해.”

 

“모두 무덤을 나와!”

 

노인이 말했다.

 

“도와 줘! 오늘밤이라도, 내일이라도, 언제라도 좋아! 이놈에게 덤벼들어서 없애 줘! 아아, 무서운 놈이야!”

 

노인은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어리석군.”

 

베네딕트는 마비된 혀로 말했다.

 

“당신은 이미 죽은 목숨이야. 자, 빨리 뒈져 버려.”

 

“모두 일어나! 모두 나오라고! 도와 줘!”

 

“이제 그만 지껄여. 내 기분이 나빠진다고.”

 

방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밤이었다. 밤이 깊었다. 노인은 큰소리로 떠들다가 점점 기력이 약해져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소 지으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자마자 숨을 거두었다.

 

“네놈은 모두를 골탕 먹였군, 무서운 놈이야. 하지만 오늘밤에야말로 네놈이 따끔한 맛을 보게 될 걸.”

 

그날 밤은 묘지에서 폭발이 있었다, 라고 전해지고 있다. 아니 오히려 일련의 폭발음과 함께 이상한 냄새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노호하는 소리가 있었다고 말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주변에서는 빛과 번개가 엇갈리고 교회의 종소리가 쉬지 않고 울려 퍼지고 묘석은 쓰러지고 만물이 서로 저주하고 물건이 마구 공중을 날아다니고 뒤쫓기는 자의 비명, 갖가지 그림자, 시체 임시 안치장의 불빛이 이리저리 어른거렸고 그곳을 재빨리 출입하는 사물의 모습, 창은 깨지고 문은 경첩에서 떨어지고 나뭇잎은 날아다니고 철문이 삐걱거리고 그리고 마지막에는 베네딕트의 모습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다가 갑자기 사라졌나 싶으면 다시 홱 나타났다. 그리고 마침내는 베네딕트의 고통에 찬 절규가 울려 퍼졌다. 그 후에는‥… 잠잠해지고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고 한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 마을 사람들은 시체 임시 안치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과 교회를 빠짐없이 조사한 뒤로 묘지로 들어가 보았다.

 

그러자 그곳에는 피가, 엄청난 양의 피가 여기저기 튀어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마치 하늘에서 피비가 내린 것 같았다. 그러나 베네딕트의 모습은 발견되지 않았다.

 

“어디로 간 걸까?”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알 게 뭐야.”

 

그것이 모두의 일치된 의견이었다. 그러는 동안에 그 해답이 발견되었다.

 

묘지를 걷고 있던 그들의 발걸음이 어느 깊은 나무 그늘에서 멈췄다. 그곳에는 옛 시대의 묘석이 죽 늘어서 있었다. 나뭇가지 위에서 지저귀는 작은 새소리도 없다. 두꺼운 잎 사이로 새어드는 햇빛도 여기서는 전구 빛처럼 약하고 가냘프게 마치 연극의 소도구처럼 맥없는 빛에 불과했다. 그들은 어떤 묘석 앞에 멈춰 서서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아, 여기다!”

 

사람들은 칙칙하고 이끼가 낀 묘비를 들여다보고 ‘앗’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곳에는 마치 손가락으로 급히 새겨 넣기라도 한 것처럼 (사실 손톱으로 새긴 것인지 흔적은 아직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다음과 같은 묘비명이 새겨져 있었다.

 

 

 

 

베네딕트의 묘

 

 

 

“이것 봐!”

 

누군가가 외쳤다.

 

“이것도, 이 묘석도, 이쪽도, 그리고 이것도, 전부 똑같애!”

 

그 남자는 손가락을 들어 다섯 개의 묘비를 가리켜 보였다. 사람들은 그쪽으로 달려와서 보려고 다가섰다. 묘석의 하나하나에 손톱으로 세게 긁은 듯한 똑같은 묘비명이 있었다.

 

 

 

 

 

베네딕트의 묘

 

 

마을 사람들은 못 박히기라도 한 듯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불가능해.”

 

한 사람이 가냘픈 목소리로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한 사람이 이 다섯 개의 묘지 전부에 매장되다니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사람들은 오랫동안 그렇게 우뚝 서 있었다. 다시 조용해졌다. 나무그늘의 어둠에 겁을 먹으며 그들은 본능적으로 초조하게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사람들은 답을 찾으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중 한 사람이 마비된 입술을 겨우 움직여 한 마디 내뱉었다.

 

“안 될 것도 없지.”

 

 

 

 

 

 

- 끝 -

 

 

 

 

 

 

 

 

 

레이 브래드버리 극장(The Ray Bradbury Theater)

Season 6 Ep. 12

(1992년 10월 27일 방영)

 

 

[13] 원작에서 노인은 ‘창문 밖’에 있는 묘지를 바라보면서 죽어간다. 원작을 각색한 TV 드라마 판은 원작과 다르다. 노인은 시체 안치소를 빠져나오지만, 굳게 잠긴 철문에 막혀 탈출에 실패한다. 베네딕트가 주입한 독극물에 맞은 노인은 철문 앞에 쓰러지면서 묘지를 쳐다본다.

 

 

 

 

 

 

 

 

 

 

 

 

 

 

 

 

 

 

 

 

 

※ 출전 : 정태원 역 《나의 꿈꾸는 여자 : 환상 미스테리 걸작선》 (동숭동,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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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원 역 《나의 꿈꾸는 여자 : 환상 미스테리 걸작선》 (동숭동, 1993) 

 

 

알라딘에 표지 사진이 없는(No image) ‘오래된 책’이 많다. 작년에 표지 사진 없는 책을 위해 알라딘 회원이 직접 찍은 표지 사진을 추가하는 것을 서재지기님에게 제안한 적이 있다. 처음에 《나의 꿈꾸는 여자》를 검색했을 땐 표지가 없었다. 지금은 표지가 나온다. 표지 사진은 내가 찍은 것이다. 이런 작업이 별 것 아닌 것으로 보이겠지만, 내겐 정말 고마운 일이다. 오래된 '절판본'에 대한 리뷰를 쓰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

 

 

 

 

 

 

 

레이 브래드버리 장의사(The Handler) [1]

http://blog.aladin.co.kr/haesung/9573458

 

 

 

 

베네딕트는 시트를 씌운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녔다. 마치 밤늦게 영화를 보고 돌아왔을 때처럼 강력한 기만함과 자신만만함을 느꼈다. 영화관을 나왔을 때는 모든 사람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돼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미남이고 단정하고 용감한 영화 주인공의 매력을 빠짐없이 겸비하고 목소리까지. 그렇다, 성량이 풍부하고 맑았으며 왼쪽 눈썹을 약간 치켜 올린 그는 소리내어가며 지팡이를 짚는다‥…. 이러한 영화 최면술이 베네딕트의 경우 자택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들기까지 죽 지속되는 경우도 있었다. 베네딕트가 그러한 기적적인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베네딕트의 생활에서는 이 두 가지 시간, 즉 영화관과 이‥… 베네딕트 자신의 냉방이 완비된 소극장‥…의 두 가지에서였다.

 

베네딕트는 잠든 사람들의 열을 누비고 다니면서 하얀 명찰에 쓰인 이름을 하나하나 조사했다.

 

월터스 씨. 스미스 씨. 브라운 양. 앤드루스 씨.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기분은 어떠신지요, 셀먼드 부인?”

 

그는 침대 밑에 숨은 아이라도 찾듯이 시트를 젖히더니 이렇게 말했다.

 

기분이 좋으신 것 같군요, 부인.”

 

 

 

       

 

 

생전의 셀먼드 부인과는 한 번도 말을 주고받은 적이 없었다. 그녀는 스커트 자락에 숨긴 롤러스케이트로 미끄러지듯 우아하게 구는 척하며 하얀 조각상처럼 재빨리 스쳐 지나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베네딕트는 의자를 끌어당겨 확대경으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부인, 알고 계십니까. 당신의 모공은 지방 과다 분비입니다. 살아가는 납 인형이었던 거지요. 지방은 모여 여드름이 되지요.[5] 결국은 기름진 식사가 사망의 원인이 된 것입니다. 스펀지케이크나 크림 캔디 같은 걸 마구마구 뱃속에 채워 넣은 것이 원인이었던 거지요. 부인은 언제나 좋은 머리가 자랑거리였죠. 나 따위는 마치 신발 밑의 동전쯤으로나 보고‥… 그런데 그 머리라는 게 파르페나 레모네이드나 소다수 속에 떠 있는 것에 불과했지요. 그 대단한 자랑거리였던 머리도 요 모양이 되어서…‥.

 

베네딕트는 그녀에게 훌륭한 수술을 가했다. 두개골을 둥글게 자르고 뚜껑을 열어 골을 꺼냈다. 그리고 과자점에서 사용하는 설탕 짜는 기구로 그녀의 텅 빈 두개골 속으로 생크림과 분홍색, 흰색, 녹색의 장식용 설탕 등을 짜넣고 그 위에 아름다운 핑크빛 글자로 단 꿈이라고 쓴 후 뚜껑을 닫고 두개골을 꿰매 맞추고 솔기를 납 가루로 감추어 버렸다.

 

, 이제 됐다.”

 

베네딕트는 다음 시체로 향했다.

 

안녕하십니까, 레인 씨. 인종적 편견의 맹장께서는 기분이 어떠신지요? 여러 번 빤 것 같은 순백한 분, 눈처럼, 목면(木棉)처럼 순백한 당신. 레인 씨, 당신은 유태인이나 흑인과 같은 소수 민족을 몹시 싫어하셨죠.”

 

시트를 벗기니 레인 씨가 냉담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보세요, 레인 씨. 나도 그 소수 민족의 한 사람입니다. 열악한 소수 민족입니다.[6] 이야기를 할 때도 큰소리를 내지 않도록 소곤소곤 말하고 쥐 같은 작은 존재에도 겁을 먹는 남자이지요. 이제부터 그런 내가 당신에게 무엇을 하려 하는지 짐작이 갑니까? 우선 편협한 당신의 몸에서 피를 완전히 뽑아낼 겁니다.”

  

 

 

         

 

 

눈의 순결함과 목면의 깨끗함을 가진 레인 씨의 체내에서 방부 액이 주입되었다. 베네딕트는 배꼽을 움켜쥐고 웃었다. 레인 씨가 새까맣게 된 것이다. 진흙처럼 검게, 밤의 어둠처럼 검게. 그가 사용한 방부 액이라는 것은…‥ 잉크였다.

  

 

아니 이거, 에드먼드 워스 씨 아닙니까!”

 

생전의 워스는 얼마나 아름다운 육체를 가지고 있었던가! 굵은 뼈와 뼈 사이로 근육이 팽팽하게 뻗어 있어서 힘이 세고 가슴은 마치 바위 같았다. 그가 가는 곳마다 여자들은 말을 잃었고 남자들의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하룻밤 이 육체를 빌려가 자기 아내에게 즐거운 경악을 안겨주고 싶다고 말했다.[7] 하지만 워스의 육체는 어차피 워스의 것, 그는 그러한 종류의 일이나 쾌락에 그 육체를 사용하면서 죄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화제를 풍부하게 했던 것이다.

 

그런 당신이 결국 이곳에 오셨군요.”

 

베네딕트는 일찍이 이런 종류의 기구를 장인방[8]에 달고 그것에 턱을 걸고 매달림으로써 자신의 우스꽝스럽기까지한 작은 키를 잡아 늘리려고 시도해본 일이 있었다.[9] 또 죽은 사람처럼 창백한 피부가 부끄러워서 햇볕 아래에 누워 있었던 적도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물집이 생기고 피부가 분홍빛의 엷은 종이가 되어 벗겨져서 분홍색이 더욱 짙어진 축축하고 민감한 피부를 노출시키는 데 그쳤다. 마음의 창이라고 말들 하지만 너무 가까이 들러붙은데다가 유리구슬 같은 그의 작은 눈에도 손쓸 도리가 없었다. 집이라면 새로 다시 칠하고 휴지라면 태우고 어머니라면 쏴 죽이고 새 옷을 사고 차를 구입하고 돈을 버는 식으로 외부의 환경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피부나 육체나 얼굴색이나 목소리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러한 조건에서 불운했던 베네딕트는 턱을 간질이거나 입술에 키스하거나 친구와 악수를 나누거나 향기 좋은 담배를 피우거나 하는 저 넓디넓은 밝은 세계로 발을 들여놓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한 추억에 빠지면서 베네딕트는 에드먼드 워스의 늠름한 육체 위에 버티고 섰다.

 

 

 

          

 

베네딕트는 워스의 목을 잘라내서 그것을 관 속에 똑바로 놓고 그것과 함께 190파운드만큼의 벽돌[10]을 채우고 배개 위에서부터 하얀 셔츠와 검은 상의를 싸서 상반신처럼 보이게 하고 턱 부분까지 청색 빌로드로 덮었다. 몸통 쪽은 냉동기 안에 넣었다.

 

  

이것으로 워스 군, 내가 죽으면 몸통과 목을 나눠서 내 목에 당신의 몸통을 이어서 매장시킬 것이오. 미리 조수에게 돈을 줘서 그 일을 시킬 거요. 생전에 아름다운 육체를 갖지 못했던 사람은 하다못해 사후에서나마 그것을 소유하게 되는 거지.”

 

에드먼드 워스의 목 위로 탁 하고 관 뚜껑이 닫혔다.

 

관의 뚜껑을 닫은 채로 장례를 하는 풍습이 이어져 온 것에 베네딕트에게 너무나도 좋은 일이었다. 베네딕트는 시체를 거꾸로 엎드리게 해서 이장하거나 억지로 외설적인 모습으로 만들어 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베네딕트의 흥미를 끈 것은 오후의 차를 마시러 가는 도중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세 명의 노파였다. 이 세 명은 모이기만 하면 소문을 퍼뜨리기로 유명했다. 뚜껑을 닫은 채였기 때문에 참석자는 몰랐지만 사실 세 명은 관 하나에 넣어져 영원히 차가운 수다를 계속하게 되었다. 다른 두 개의 관에는 작은 돌이나 깅엄[11], 쓰레기가 채워져 있었다.

 

저 사이좋은 세 사람이 결국 따로따로 헤어졌군.”

 

그렇게들 말하며 사람들은 울었다.

 

.”

 

베네딕트도 눈물 어린 얼굴을 한쪽으로 돌렸다. 또 베네딕트는 정의감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부자는 알몸뚱이로 매장하고 가난한 사람에게는 5달러의 금단추가 달린 황금색 의상을 입히고 양 눈꺼풀에 각각 20달러 금화를 얹어서 이장했다. 어떤 변호사들은 전혀 매장되지도 못하고 진개소각로에서 태워지고 관에는 일요일에 숲에서 잡은 스컹크를 넣기도 했다.

 

오후 근무 중에 쓰러진 어떤 나이든 여자는 끔찍한 계획의 희생자가 되었다. 그녀의 이불 밑에는 어떤 노인의 그것이 함께 매장되었던 것이다. 그녀는 차가운 기관에 능욕당해 숨겨진 손이나 그 밖의 것으로 애무를 당하면서 관에 눕혀졌다.

 

그렇게 해서 그날 오후도 베네딕트는 시체에서 시체로 돌아다니며 그들 몸 위에 온갖 모욕을 가했다. 마지막으로 맞닥뜨린 것은 메리웰 브라이스라는 간질병 발작이 지병인 노인이었다. 브라이스 노인은 지금까지 몇 번인가 이곳으로 운반되어 왔지만 이장 직전에 되살아난 인물이었다. 베네딕트가 시트를 젖히자 브라이스 노인이 눈을 깜박거렸다.

 

아아!”

 

베네딕트는 시트 위로 쓰러질 뻔했다.

 

 

 

 

- 3부에 계속 -

 

 

 

 

 

 

 

 

 

* cyrus의 주석

 

 

 

[5] 당, 지방 과다 섭취로 여드름이 생길 수 있다.

 

[6] 베네딕트가 정말로 ‘소수 민족’이라면 그는 유전적으로 어느 혈통에 속할까? 자신의 외톨이 신세를 ‘외면 받고 차별받는 소수 민족’으로 과장해서 생각할 수도 있다.

 

[7] 워스는 마초(macho)다. 베네딕트는 ‘남자다움’, 마초에 대한 열등감과 갈망을 느낀다.

 

[8] 기둥과 기둥 사이의 벽 윗부분에 가로지른 나무 (역자 주)

 

[9]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악당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는 자신의 방에 있는 침대에 사람을 뉘여 놓고 다리가 침대보다 길면 자르고 모자라면 잡아 늘렸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사회를 재단하는 규범이다.

 

 

 

 

 

 

 

 

 

 

 

 

 

 

 

 

 

* 조지 L. 모스 《남자의 이미지》 (문예출판사, 2004)

 

 

베네딕트는 ‘키가 크고, 여자를 유혹할 수 있는 단단한 근육을 가진 남성상’을 원한다. 자기 스스로 몸을 늘리려는 시도는 ‘규범적 남성성’에 맞추기 위해 발버둥치는 불행한 남성의 모습이다. 베네딕트는 워스의 ‘늠름한 육체’에 대리만족을 느꼈고, 자신이 죽으면 워스의 ‘늠름한 몸덩어리’와 자신의 목을 이어 매장할 거라는 망상을 한다.

 

[10] 190파운드를 ‘kg’으로 환산하면 86kg.

 

[11] 번역본에는 ‘깅감’으로 나와 있는데, 현행 외국어 표기법으로 고치면 ‘깅엄(gingham)’이다. 깅엄은 ‘격자무늬가 있는 평직 무명 양복지(역자 주)’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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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7 1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9-07 17:55   좋아요 0 | URL
이제부터 절판본 표지 사진 찍을 때 좀 성의 있게 찍어야겠습니다.. ㅎㅎㅎ
 

 

 

 

장의사

(The Handler)

 

 

 

 

 

레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

(번역 : 정태원)

 

 

 

 

레이 브래드버리에 관해서는 새삼스럽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그는 인기 작가다. 그의 아름다운 환상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이 작품은 조금 잔혹하다. 본 작품이 <위어드 테일즈>(47년 1월호)에 씌어졌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러한 괴기스러운 면도 브래드버리 작품의 기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아두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1]

 

 

 

 

 

 

 

 

 

베네딕트는 아담한 자택을 나왔다. 현관에 선 베네딕트의 눈에는 햇살이 따갑도록 부셨으나 가슴에는 사람들에 대한 열등감이 어려 있었다. 영리한 눈을 한 작은 개가 지나갔다. 영리하다는 증거로 베네딕트는 그 개의 시선을 잡을 수가 없었다. 교회 옆의 묘지를 둘러싼 철문 사이로 아이 한 명이 보고 있었다. 그 아이의 찌르는 듯한 호기심에 찬 눈을 보고 베네딕트는 떠름한 얼굴이 되었다.

 

“아저씨는 장의사야?”

 

아이가 물었다. 베네딕트는 자신의 껍질 속으로 몸을 움츠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 교회는 아저씨 거야?”

 

아이가 또 물었다.

 

“그래.”

 

베네딕트가 대답했다.

 

“이 장례식 하는 가게도?”

 

“그래.”

 

베네딕트는 약간 당황하고 있었다.

 

“이 묘지도, 묘석도 모두 아저씨 거야?”

 

아이가 물었다.

 

“그래.”

 

베네딕트는 약간 쑥스러움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실제로 그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사업적인 행운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덕분에 베네딕트는 오랫동안 밤낮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야 했다.

 

베네딕트는 사업의 첫 출발점으로 침례파 사람들[2]이 남기고 떠난 교회와 푸르게 이끼가 낀 묘가 몇 구 서 있는 부속묘지를 사들였다. 2단계로 착수한 것은 산뜻한 시체 임시 안치장(물론 고딕풍 건축의)에 자신을 위한 거처를 준비했다. 이것으로 베네딕트는 자신은 언제 죽어도 안심할 수 있게 되었다. 죽은 사람은 이들 건물을 차례차례 출입하면서 최소한의 혼란과 최대한의 조직적 축복을 받으며 묻힐 수 있었다. 베네딕트가 조간에 내는 커다란 신문 광고는 ‘화장은 사절!’이라고 강조하고 있었다. 교회를 나와 땅 속에 매장되기까지는 휘파람을 불 수 있을 정도로 손쉽게 행해지는 것이다. 보존 장치도 더없이 쾌적한 것이었다.

 

아이는 여전히 베네딕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베네딕트는 바람에 꺼진 양초처럼 참을 수 없는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베네딕트는 깊은 열등의식이 있었다. 그는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면 변명할 여지가 없는 우울한 기분에 빠져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다른 사람들의 뜻을 받아들이려고만 했으며 서로 논쟁을 하거나 큰소리를 지르거나 상대의 말을 부정하거나 하는 일이 없었다. 어떤 상대와 길에서 우연히 만나면 베네딕트는 그 콧구멍이나 귀나 머리의 가르마 따위를 수줍음을 담은 눈으로 쳐다볼 뿐 결코 정면으로 상대의 눈을 쳐다보거나 하는 일이 없었다. 그리고 나서 상대의 손을 마치 그것이 귀중한 선물이기라도 한 것처럼 자신의 차가운 양손으로 감싸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하던 당신이 말씀하시는 대로입니다.”

 

그런데도 언제나 상대는 베네딕트가 자신의 말 따위는 한 마디도 듣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베네딕트는 현관의 계단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에게 미움을 받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쓸데없는 말을 지껄이고 있었다.

 

“정말로 착한 아이구나.”

 

베네딕트는 돌계단을 내려가 문을 나섰지만 자그마하고 아담한 시체 안치소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 즐거움은 나중에 만끽할 것이다. 모든 사물은 순서가 중요하다. 임시 안치장에서 베네딕트를 기다리고 있는 시체 위에 천부적 재능을 떨칠 기쁨을 지금 떠올린다는 것은 오히려 손해였다. 정말로 그렇다, 우선 정해진 순서대로 시작하는 게 좋다. 먼저 마음속에 갈등을 일으켜야만 한다.

 

어디로 가야 분노할 거리를 건질 수 있을지 베네딕트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베네딕트는 반나절 걸려서 이 작은 마을의 여기저기를 방문하며 돌아다니고는 살아 있는 이웃 사람들의 우월감에 압도당해 자기 자신을 열등감 속에 빠뜨리곤 했다. 그리고는 진땀투성이로 만들어 심장도 뇌도 두려움에 떠는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버리는 것을 일상의 일과로 삼고 있었다.

 

베네딕트는 우선 약방 주인인 로저스 씨를 상대로 무의미한 아침인사를 질질 끌며 나누었다. 그러면서 로저스가 내뱉은 모멸한 표현의 억양 하나하나까지를 모두 가슴에 담아 두었다. 로저스는 장례 사업을 하는 베네딕트에게 언제나 자극하는 듯한 말을 퍼부었다.

 

“하하하.”

 

베네딕트는 지금 자신에게 퍼부어진 농담에 웃어 보이지만 그 마음속은 왈칵 울어버리고 싶은 비참한 기분이었다.

 

“그것 봐. 당신은 냉혈동물이야.”

 

오늘 아침의 로저스는 더욱 더 신랄했다.

 

“냉혈동물이라고요, 하하.”

 

베네딕트는 웃어 보였다. 약방을 나온 베네딕트는 스테이브선트를 우연히 만났다. 스테이브선트는 베네딕트와 잡담을 하고 있는 동안에 누군가와의 약속을 꾸며내려고 적당한 시기를 엿보면서 큰소리를 질렀다.

 

“베네딕트, 경기는 어때? 열심히 장사에 힘쓰고 있겠지?”

 

“예, 그저.”

 

베네딕트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당신 일은 잘 돼가고 있습니까, 스테이브선트 씨?”

 

“아니, 당신 손이 아주 차잖아? 오한이 드는 모양이군? 불감증이 있는 여자에게 방부제라도 채우기 시작한 거 아닌가? 나쁜 일은 아니군. 이봐, 내가 하는 말 들리나?”

 

스테이브선트는 이렇게 말하며 상대의 등을 두드렸다.

 

“예, 들리고말고요! 그럼, 이만.”

 

베네딕트는 엷은 미소를 뗬다. 다음 사람들과도 그런 인사가 계속되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괴로움을 당하는 베네딕트는 온갖 쓰레기가 내버려지는 호수 같았다. 사람들은 맨 처음에는 자갈을 던지지만 베네딕트는 반항의 잔물결조차 일으키지 않는다는 걸 알면 작은 돌에서 벽돌, 둥근 돌 같은 점차 큰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베네딕트에게는 바닥이 없고 물보라도 일으키지 않았으며 찌꺼기도 남기지 않았다. 호수에는 반응이 없었다.

 

해가 짐에 따라 베네딕트는 더욱 더 자포자기가 되고 사람들에 대한 노여움을 더해, 건물들을 찾아다니며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속으로는 학대받는 즐거움을 가지고 그들을 미워하게 되었다. 그럴수록 더욱 커질 밤의 즐거움을 위하여. 그래서 베네딕트는 그러한 어리석고 건방지고 무례한 사람들에게 몇 번이나 깊은 상처를 입으면서도 머리를 조아리고, 위에 집어넣기 전의 비스킷처럼 그 양손을 꽉 쥐고는 그저 냉소당하지 않기만을 바라는 것이었다.

 

“이거 이거, 사람 장사[3] 아니오?”

 

식료품점 주인 프린저가 말했다.

 

“어떻소, 댁의 콘비프나 뇌 절임의 맛은?”

 

여기에 이르러 베네딕트의 열등의식은 극도에 달했다. 귀가 따가울 정도의 모욕과 무시무시한 자기 학대의 절정에 이른 베네딕트는 미친 듯이 손목시계를 보고 정확한 시간을 확인하고는 홱 발길을 돌려 쏜살같이 거리를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이미 절정에 선 베네딕트의 심경은 완전히 준비가 갖추어져서 마침내 이뤄야 할 일, 자기 자신의 즐거움에 몰두하기 위한 완전한 마음가짐이 되어 있었다. 하루 중 두려운 시간은 끝나고 즐거운 부분이 시작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베네딕트는 부리나케 계단을 올라가 시체 안치소로 뛰어 들어갔다.

 

 

 

 

 

눈이 내린 경치처럼 새하얀 색으로 칠해진 방이 베네딕트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둠 속에 하얀 작은 언덕이 늘어서 있고 시트 밑에 누워 있는 것의 윤곽이 희끄무레하게 드러나 있었다. 문을 있는 힘껏 밀쳤다. 베네딕트는 빛의 홍수에 싸인 채 입구에 서서 한쪽 손으로 부자연스럽게 손잡이를 잡고 머리를 뒤로 젖히고 다른 한 손은 높이 들고 연극조의 인사를 했다. 인형을 조종하는 사람이 돌아온 것이다. 베네딕트는 오랫동안 무대 중앙에 우뚝 선 채로 있었다. 베네딕트의 머릿속에서는 아마 빗발치는 갈채가 울려 퍼지고 있었을 것이다. 베네딕트는 꼼짝도 하지 않고 그저 다시 머리를 깊이 숙임으로써 너무나도 친절한 관객들에게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베네딕트는 상의를 벗어 걸고 하얀 새 작업복을 걸치고 재빠른 직업적 손놀림으로 소매 단추를 채우고 손을 씻으면서 천천히 주위의 친구들을 둘러보았다.

 

수확이 많은 일주일이었다. 시트 밑에는 기호에 따라 서로 다른 각양각색의 시체가 모여서 자고 있었다. 베네딕트는 그들 앞에 서자, 자신의 몸이 점차 커지며 높은 곳에서 내려다볼 수 있도록 치솟아가는 것을 느꼈다. 베네딕트는 스스로도 몹시 놀라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아니지만 점점 더 높이 치솟으면서 호기심도 더해진다!’[4]라고 마음속으로 외치고 양손을 높이 뻗었다.

 

베네딕트는 그때까지도 이 방에 맨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의 그 경이감을 극복할 수가 없었다. 기쁨과 동시에 망설임을 느끼는 것이다. 여기서 사람들은 베네딕트의 꼭두각시에 불과해서 하고 싶은 행위를 그들에게 할 수가 있었고 게다가 상대는, 당연한 일이지만, 베네딕트의 행위에 은근한 협력을 아끼지 않는 것이었다. 그들은 도망치려고 해도 도망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베네딕트는 옛날처럼 자유롭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쑥쑥 자라나는 것이었다.

 

“오오, 위로 위로, 높이 높이 자란다. 이제 곧 머리가 천장에 부딪칠 것 같아.”

 

 

 

 

- 2부에 계속 -

 

 

 

 

 

 

 

 

* cyrus의 주석

 

 

 

 

[1] 원작 출전은 1947년에 발표된 단편집 <Dark Carnival>, 번역문 출전은 《나의 꿈꾸는 여자 : 환상 미스터리 걸작선》(동숭동, 1993). 이 책은 정태원 씨가 번역했고, 총 12편의 환상소설을 모아 놓은 앤솔로지다. 알라딘에 이 책을 검색하면 출판사명이 '민족사'(주로 불교 서적을 펴내는 출판사가 왜?)로 나온다.

 

 

 

 

 

 

 

레이 브래드버리의 소설뿐만 아니라 어거스트 덜레스(August Derleth), 로버트 블록(Robert Bloch), 패트리샤 하이스미스(Patricia Highsmith), 리처드 매드슨(Richard Matheson)의 소설 등이 수록되어 있다. 환상소설 앤솔로지의 제목은 리처드 매드슨의 작품명이다. 이 책은 이듬해에 《식인 달팽이》라는 괴랄한 제목으로 재출간되었는데, ‘식인 달팽이’는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작품명이다. 브래드버리의 소설을 소개한 짤막한 글은 정태원 씨가 썼다.

 

 

 

※ 어거스트 덜레스와 로버트 블록을 소개한 필자의 잡문

 

* 《공포특급 5》 리뷰

(2016년 4월 25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8452837)

 

* [누가 러브크래프트를 죽였는가?]

(2017년 5월 29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9366364)

 

 

 

 

[2] 침례파

자각적인 신앙고백에 기초한 침례를 시행하는 그리스도교 프로테스탄트의 한 교파. 신약성서의 내용에 따라 신앙 고백을 한 사람들에게만 세례를 베풀어야 한다고 믿으며 이 때문에 유아세례를 인정하지 않는다. (참고: 네이버 백과사전 ‘침례교’ 항목)

 

 

[3] 이 문장에서 나오는 ‘장사’는 ‘물건을 파는 일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단어가 아니다. 죽은 사람을 땅에 묻는 일(葬事)을 뜻한다.

 

 

[4] 베네딕트는 루이스 캐럴(Lewis Carrol)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주인공 소녀가 몸집이 거대해지는 장면을 자신의 모습에 빗대어 표현한다.

 

 

 

 

 

 

 

 

 

 

 

 

앨리스가 거인이 되는 장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필자의 잡문 [거인 앨리스를 사랑한 난쟁이](2017년 8월 29일 작성)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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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석

(The Tombstone)

 

 

레이 브래드버리 作

 

 

 

번역: 정태원

출전 : 《공포특급 5 : 세계 편》 (한뜻, 1996) [1]

 

 

 

 

 

 

 

 

 

긴 여행과 작은 콧구멍을 간질이는 먼지와 T자형 포드 속에서 뼈가 드러난 몸을 흔들거리고 있는 오클라호마 출신의 그녀의 남편, 월터(Walter)가 처음에는 역겨울 정도로 자신만만한 태도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벽돌을 쌓아 만든 이색적인 마을로 들어가 숙소를 찾았다. 숙소의 주인은 두 사람을 작은 방으로 안내하고 열쇠로 문을 열었다.

 

 

 

 

 

 

그런데 휑뎅그렁한 그 방 가운데 비석이 서 있는 것이다.

 

레오터(Leota)는 깊은 생각에 잠긴 눈빛을 보이다가 곧 놀라 숨을 멈추는 모습이었다. 생각이 악마적인 속도로 빠르게 뇌리를 스쳤다. 레오터는 월터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미신에 푹 빠져 있다. 그녀는 숨을 죽이며 뒷걸음쳤고, 월터는 무거운 눈꺼풀이 덮인 회색 눈동자를 빛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싫어, 싫어요. 나는 죽은 사람과 함께 방을 쓰는 건 딱 질색이에요.”

 

레오터는 단호하게 말했다.

 

“레오터!”

 

월터가 소리쳤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주인이 물었다. “부인, 설마 그런…‥.”

 

레오터는 속으로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물론 믿기 어렵겠지만 이것은 오클라호마 사내인 남편에 대한 레오터의 유일한 무기다.

 

“죽은 사람과 함께 함께 자기 싫어요. 이 방에서 비석을 들어내요!”

 

월터는 푹신한 침대를 피곤한 듯이 쳐다보았다. 레오터는 남편의 코를 납작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신이 났다. 확실히 미신이란 편한 것이다. 주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비석은 회색 대리석으로는 최고급품입니다. 휘트모어 씨(Mr. Whetmore)의 소유물입니다.”

 

“돌에 새겨진 이름은 하이트(Hite)인데요.”

 

레오터가 냉정하게 말했다.

 

“그래요. 그 사람을 위해 조각한 것이니까요.”

“그러면 그 사람은 죽었습니까?”

 

레오터가 묻자 주인을 고개를 끄덕였다.

 

“자, 보세요!”

 

레오터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방을 찾아 헤매 다닐 기운은 없다는 듯이 월터는 신음소리를 냈다.

 

“마치 묘지와 같은 분위기야.”

 

레오터는 그렇게 말하고 월터의 눈에는 단호한 빛을 보았다. 주인이 설명했다.

 

“앞서 묵은 휘트모어 씨는 견습석공이었어요. 처음 맡은 일이 이 비석이었는데 매일 밤 7시부터 10시까지 끌을 휘둘렀죠.”

 

“그래서요?” 레오터가 흘끗 방을 둘러보고 휘트모어의 자취를 찾더니 계속했다.

 

“그 사람은 어디 있죠? 죽어버렸나요?”

 

그녀는 이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아니오. 의욕이 없어져 봉투 만드는 공장에 취직해 버렸습니다.”

 

“왜요?”

 

“해고되었거든요.”

 

주인은 대리석에 조각된 문자에 손을 갔다 댔다.

 

“이 이름은 하이트죠. 철자가 틀렸어요. 화이트(White)로 해야 할 것을 말이에요. 가엾은 사람이에요, 휘트모어 씨는. 열등감이 심한 사람이었습니다. 사소한 잘못으로 해고당하고 말았어요.”

 

“나는 어쨌든 좋소.”

 

월터는 발을 질질 끌며 방으로 들어가 레오터에게 등을 돌리고 빛이 바랜 갈색 여행 가방을 열기 시작했다. 주인은 계속 이야기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휘트모어 씨는 성질이 급한 사람이었어요. 매일 아침 커피메이커로 커피를 끓이는데 커피를 한 스푼이라도 흘리는 것도 휘트모어 씨에게는 굉장한 일입니다. 만약 그랬다가는 전부 던져버리고 며칠씩이나 커피를 안 마시거든요. 생각해 보세요! 뭔가 실수했을 때 그 낙담하는 모습은 정말 딱하답니다. 항상 오른발부터 신던 신발을 왼발부터 먼저 신어버리면 다시는 신발을 신지 않을 것처럼 10시간이건 12시간이건 맨발로 있습니다. 아무리 추운 아침에도 말이죠. 그래서 이름의 철자가 틀린 편지라도 오면 ‘수취인 불명’이라고 봉투에 써서 다시 우체통에 넣어버려요. 휘트모어 씨는 참 대단한 사람이에요!”

 

“그런 핑계로 제 기분이 달라질 것 같아요?”

 

레오터는 차갑게 말했다.

 

“월터, 당신 뭐 해요?”

“옷장에 당신의 실크 드레스를 걸고 있어. 빨간 드레스 말이야.”

 

“그만둬요. 이곳에서 죽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여자란 왜 이리도 멍청할까’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주인은 한숨을 쉬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죠. 휘트모어 씨는 여기서 내근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내가 식료품 가게에서 칠면조를 사오는 동안에 그 사람은 트럭을 빌려 비석을 이 방으로 가져왔어요. 내가 돌아왔을 때는 아래층에서 이미 대리석을 조각하기 시작하고 있었어요. 너무나 즐거워하는 것 같아서 나도 불평 한마디 못했습니다. 너무 신이 나서 일하다가 철자를 틀려버리고는 그대로 한마디도 없이 방에서 뛰쳐나가버린 거죠. 방세는 화요일까지 지불되었지만 다시는 이 방에는 들어오기 싫어하는 것 같아 내일 아침 우선 트럭으로 운반하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에요. 그러니 하루쯤 옆에 두어도 괜찮겠죠?”

 

월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레오터? 이불 안에까지 죽은 사람이 있는 게 아니야.”

 

말투가 너무나도 강압적이라 레오터는 월터를 발로 차버리고 싶었다. 레오터는 남편의 이야기를 믿지 않았고 표정이 더욱 굳어져버렸다. 그리고 주인에게 손가락질하며 불평했다.

 

“당신은 돈을 벌고 싶은 거예요. 그리고 월터, 당신은 자고 싶은 거죠? 두 사람 모두 ‘나가자’는 말을 못하도록 말이에요!”

 

월터는 질린 얼굴로 주인에게 돈을 지불했다. 그 동안에도 레오터는 계속 떠들어댔다. 주인도 마치 그녀가 투명인간이라도 되는 듯 무시하고 편히 쉬라고 했다.

 

“거짓말쟁이!”

 

레오터는 문을 닫고 나가는 주인을 향해 소리쳤다. 월터는 옷을 벗자마자 침대로 들어갔다.

“서서 비석만 보고 있지 말고 불이나 꺼. 나흘간의 여행으로 너무 지쳤어.”

 

야무지게 팔짱을 긴 레오터의 팔이 평평한 가슴 위에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 사람이 함께 자는 건가.”

 

그녀는 돌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20분 후, 여러 가지 소리와 움직임에 견딜 수 없어 월터는 이불 아래서 독수리 같은 얼굴을 내밀고는 놀란 눈을 크게 뜨고 끔벅거렸다.

 

“레오터, 아직 안 잤어? 아까부터 불 끄고 자라고 했잖아. 뭐 하고 있는 거야.”

 

무엇을 하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레오터는 무릎을 꿇고 붉은색, 하얀색, 분홍색의 윤이 나고 싱싱한 제라늄을 꽂은 화병을 돌 옆에, 그리고 또 막 꺾은 장미를 꽂은 깡통을 환상의 묘 앞에 놓고 있었다.[2] 마룻바닥에 있는 큰 가위는 흠뻑 젖어 있었다.

 

지금 그녀는 알록달록한 리놀륨 장판과 닳아서 귀퉁이가 다 떨어진 방석을 기분 좋게 쓸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기도를 하고 있었다. 곧 등을 펴고 죽은 사람을 모독하지 않도록 주의 깊게 넘고 그곳을 멀리 돌아 방구석까지 갔다.

 

“이제 끝났다.”

 

레오터는 불을 끄고 삐걱거리는 침대에 몸을 누였다. 그러자마자 침대가 삐걱거리는 것에 응답이라도 하듯이 남편이 소리쳤다.

 

“도대체 어쩔 셈이야!”

 

남편의 목소리가 날아들자 주위의 암흑을 응시한 채 여자는 말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위에서 자고 있으면 누구든 편하게 잘 수 없어요. 그래서 주문을 걸어 꽃을 바치는 거예요. 죽은 사람이 밤늦게 일어나 덜거덕거리며 돌아다니지 않도록 말예요.”

 

월터는 레오터가 응시하고 있는 어둠을 바라보았지만 적당한 대답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월터는 그저 혀를 차고 신음소리를 내며 다시 침대로 들어갔다.

그리고 30분도 채 되지 않아 레오터는 월터의 팔꿈치를 자기쪽으로 끌어당기며 그의 귀에다 대고 겁먹은 소리로 빠르게 속삭였다.

 

“월터! 일어나요. 일어나.”

 

만약 필요하다면 한밤중 내내 남편의 기분 좋은 단잠을 방해할 셈이었다.

 

 

 

 

 

 

 

“왜 그래?”

 

“화이트 씨예요! 화이트 씨의 유령이 이 방에 나타났어요!”

 

“무슨 소리야. 잠이나 자!”

 

“거짓말이 아니에요. 들어보세요.”

 

월터는 귀를 기울였다. 리놀륨에서 아래로 2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분명치 않은 사내의 목소리가 슬프게 울렸다. 확실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저 슬픈 목소리였다. 월터는 일어났다. 남편의 움직임을 알고 레오터는 흥분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들었죠, 들었죠?”

 

월터는 차디찬 리놀륨 바닥에 발을 내딛었다. 아래층의 소리는 가성으로 변했다. 레오터는 훌쩍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조용히 해. 안 들리잖아.”

 

화난 듯이 월터가 말했다. 그리고 심장 고동이 들릴 정도의 고요 속에서 귀를 바닥에 붙였다.

 

“꽃을 쓰러뜨리면 안 돼요!”

 

레오터는 소리쳤다.

 

“바보 같은 소리 말아!”

 

월터도 다시 긴장한 듯 듣고 있다가 욕을 퍼부으며 침대에 들어왔다.

 

“아래층에 누가 있어서 그래.”

 

월터가 투덜거렸다.

 

“그래요. 그게 화이트 씨라니까요.”

 

“아니야. 화이트 씨가 아니야. 우리들은 이 집 2층에 있잖아. 아래층에 누가 묵고 있어. 들어봐.”

 

아래층에서는 다시 가성이 들렸다.

 

“저건 부인 목소리야. 남편에게 다른 사람의 부인을 귀찮게 하지 말라고 하잖아. 두 사람 모두 취해 있어.”

 

“거짓말 말아요!”

 

레오터는 억지 부리며 말했다.

 

“침대가 무너질 정도로 떨고 있으면서 허세 부리지 말아요. 유령이에요. 분명해요. 여러 가지 목소리로 말하고 있어요. 예전에 한론 할머니가 예배 중에 자리에서 일어나 검둥이하고 아일랜드 사람과 여자 두 명의 목소리와 청개구리 소리를 합친 목소리로 잘난 듯이 떠들어대던 그 목소리예요.[3] 죽은 화이트 씨가 오늘밤 여기에 온 우리들을 증오하고 있는 게 분명해요. 들어보세요!”

 

그녀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아래층의 소리는 커졌다. 월터는 팔꿈치를 짚고 엎드려 포기한 듯이 머리를 흔들었다. 웃고 싶었지만 너무 피곤해서 웃을 기력조차 없었다.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관 속에서 일어났어요!”

 

레오터가 째지는 목소리로 외쳤다.

 

“일어났어요! 월터, 지금 여기를 나가지 않으면 내일 아침에는 우리 두 사람 모두 싸늘하게 식어 있을 거예요!”

 

다시 물건이 떨어지고 서로 부딪치는 소리와 말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두 사람의 머리 위에서 발소리가 울렸다. 레오터가 울음을 터뜨렸다.

 

“무덤에서 나왔어요. 자유롭게 우리들 머리 위를 지나다니며 발을 쿵쿵 구르고 있어요.”

 

그때 남편은 옷을 다 입고 침대 옆에서 부츠를 신고 있었다.

 

“이 건물은 3층까지 있어.” 셔츠 옷자락을 바지 속에 넣으며 월터가 말했다. “위층 사람들이 막 들어온 거야.” 그러나 울고 있는 레오터에게는 다시 이렇게 말해야 했다.

 

“이리와, 올라가서 그 사람들을 만나보자. 그러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거야. 그리고 1층으로 내려가서 취한 그 부인을 만나자구. 일어나, 레오터.”

 

누군가가 노크를 했다. 레오터가 비명을 지르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드러누웠다.

 

“또 관 속으로 들어왔어요! 나오려고 발버둥치고 있어요.”

 

 

 

 

 

월터는 불을 켜고 빗장을 끌렀다.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꽤 기분이 좋은지 춤을 추든 방으로 들어왔다. 사내는 초점 없는 푸른 눈동자와 주름살, 그리고 백발이 섞인 머리에 두툼한 안경을 끼고 있었다.

 

“이거 정말 실례합니다.”

 

작은 사내가 말했다.

 

“저는 휘트모어라고 합니다. 나갔다가 지금 돌아왔습니다. 참으로 놀랄 만한 행운을 만났답니다. 내 비석은 아직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흘끗 돌에 눈을 돌렸다.

 

“아! 있다, 있어! 좋아. 이걸…‥.”

 

그리고 몹시 구겨진 모포 아래에서 엿보고 있던 레오터를 눈치 챘다.

 

“인부들이 손수레와 함께 기다리고 있어요. 괜찮으시다면 지금 곧 여기서 비석을 운반하고 싶습니다. 1분도 안 걸릴 겁니다.”

 

월터는 아주 반기듯 웃었다.

 

“저 물건이 나간다니 잘됐군요. 자, 어서.”

 

휘트모어 씨는 체격 좋은 우람한 두 명의 남자를 방으로 들였다. 그는 기대에 부풀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너무 놀랐습니다. 오늘 아침까지 나는 자포자기한 패배자였는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비석이 작은 손수레에 실렸다.

 

“바로 1시간 전 우연히 하이트라는 사람이 폐렴으로 죽었다고 들었습니다. 하이트 씨입니다. 아시겠습니까? 화이트가 아니라 하이트란 말입니다. 그 사람의 부인을 방문하고 오는 참입니다. 부인도 이미 비석 준비가 되었다니까 기뻐하더군요. 어쨌든 하이트 씨가 죽은 지 1시간도 되지 않았습니다. 아! 나는 정말 행복하답니다!”

 

휘트모어 씨와 월터가 웃으며 악수를 하는 동안 비석은 손수레에 실려 방에서 나갔다. 놀라운 일이 차츰 정리되는 것을 레오터는 의심스런 눈으로 바라보았다.

 

“자, 모두 끝났어.”

 

휘트모어 씨의 모습 뒤로 문을 닫고 월터는 빙긋 웃으며 꽃은 세면대로 깡통은 휴지통에 버렸다. 암흑 속에서 월터는 레오터의 긴장된 침묵을 눈치 채지 못한 듯이 침대에 기어올랐다. 그녀는 오랫동안 한마디도 안하고 고독을 음미하면서 누워 있었다. 월터가 한숨을 쉬고 모포를 고쳐 덮어주는 게 느껴졌다.

 

“자자, 그 변변치 않은 것을 치워버렸어. 아직 10시 반이야. 잠잘 시간은 충분히 있어.”

 

월터는 희희낙락하며 레오터의 즐거움을 빼앗아갔다. 레오터가 입을 열었을 때 침대 밑에서 무언가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월터를 붙들고 의기양양하게 레오터는 외쳤다.

 

“어머, 또 그 소리. 우리 주위예요. 잘 들어보세요!”

 

월터는 주먹을 쥐고 이를 악물었다.

 

“얼마나 더 설명해야 알아듣겠어? 당신, 머리라도 한 대 맞아야 정신 차리겠어!”

 

“잘 들어봐요.”

 

레오터는 속삭이며 말했다. 두 사람은 어둠 속에서 귀를 기울였다. 노크 소리는 아래층에서 들렸다. 문이 열렸다.

 

“아, 당신이군요. 휘트모어 씨.”

 

분명치 않은 희미한 여자 목소리가 멀리서 슬프게 들렸다. 그리고 갑자기 침대 위에서 떨고 있는 레오터와 월터의 귀에 아래층 깊은 어둠 속에서 휘트모어 씨의 대답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아까는 실례했습니다. 하이트 부인. 비석을 가져왔습니다.”

 

 

 

[끝]

 

 

 

 

 

 

 

※ 안 봐도 되는 cyrus의 주석

 

 

[1] 도서 리뷰 (http://blog.aladin.co.kr/haesung/8452837)

 

[2] 제라늄과 ‘막 꺾은 장미’는 어디서 나온 걸까? 레오터가 꽃병에 담긴 꽃을 꺼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막 꺾은 장미’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레오터는 장미꽃을 꺾기 위해 밖으로 나갈 것일까? 비석 때문에 벌벌 떨었던 레오터를 생각하면 밤중에 숙소 밖으로 혼자 나가 꽃을 구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3] 이 소설이 나온 시기가 1940년대. ‘검둥이(Nigger)’를 차별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시절이다. 1840년대에 아일랜드인들은 대기근을 피해 바다를 건너 뉴욕, 보스턴, 필라델피아 등지에 이주했다. 이들은 이민자라는 이유로 핍박과 차별을 견뎌야 했다. 레오터는 할머니의 목소리를 ‘검둥이와 아일랜드인 사람의 목소리가 합친 것’이라고 포현함으로써 흑인과 아일랜드인에 대한 차별적인 감정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 《공포특급 5 : 세계 편》 (한뜻, 1996)

 

 

 

『비석(The Tombstone)』<위어드 테일즈(Weird Tales)> 1945년 5월호에 발표되었다. <위어드 테일즈>는 1923년에 창간된 미국의 펄프 잡지(pulp magazine)다. 이 잡지는 1954년 1월에 폐간되기까지 과학, 미스터리, 판타지, 공포 등 다양한 장르 소설들을 선보였다. 오늘날 SF, 판타지, 공포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잡지에 실렸다.

 

 

 

 

 

 

 

 

 

 

 

 

 

 

 

 

 

 

 

 

 

 

 

 

 

 

 

 

 

 

 

 

 

 

 

 

 

 

 

 

 

 

 

 

 

 

 

 

 

 

 

 

 

 

 

 

 

 

* 프랑수아 레이몽, 다니엘 콩페르 《환상문학의 거장들》 (자음과 모음, 2001)

* 《러브크래프트 전집 1~4》 (황금가지, 2009~2012)

*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 크툴루의 부름 외 12편》 (현대문학, 2014)

*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걸작선》 (황금가지, 2015)

 

 

 

 

<위어드 테일즈>에 작품을 발표한 작가로는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Howard Phillips Lovecraft), 어거스트 덜레스(August Derleth), 로버트 블록(Robert Bloch), 로버트 E. 하워드(Robert Ervin Howard),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Clark Ashton Smith), 레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 등이 있다.

 

 

 

 

 

브래드버리는 1942년부터 <위어드 테일즈>에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위어드 테일즈>에 처음 실린 브래드버리의 작품은 『양초(The Candle)』다. 이 시기의 브래드버리는 공포소설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어거스트 덜레스는 브래드버리에게 소설집을 발표해보라고 제안했는데, 덜레스는 잡지에 실린 러브크래프트의 작품들을 책으로 만드는 ‘아컴 하우스(Arkham House)’ 발행인이었다. 덜레스의 도움에 힘입어 나온 결과물이 <Dark Carnival>이다. 이 소설집은 브래드버리의 첫 번째 단편집이며 『비석』뿐만 아니라 다음에 소개할 『장의사(The Handler)』 등 <위어드 테일즈>에 실린 작품들이 포함되었다.

 

『비석』은 거대한 비석이 놓인 방에 묵은 부부의 소동을 그린 이야기다. 부부는 방 아래층에 들리는 정체불명의 소리에 흥분하고, 긴장한다. 월터의 아내 레오터는 비석에 새겨진 이름의 인물, ‘화이트’의 유령이 지나가는 소리라고 주장한다. 사실 아래층에 들린 소리는 자신이 제작한 비석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이동한 휘트모어 씨의 발걸음이었다. 그리고 슬픈 목소리의 정체는 밤중에 남편의 죽음을 지켜본 하이트 씨의 아내였다. 공교롭게도 ‘하이트’로 잘못 새겨진 비석의 주인은 부부 근처에 있었다. 하이트 씨 부부는 월터와 레오터 부부가 있는 방 아래층에 묵고 있었다.

 

 

 

 

 

이야기의 결말이 허무하다. 특히 원작을 TV 드라마로 각색한 <레이 브래드버리 극장(The Ray Bradbury Theater)> 6기 15화는 원작에서 느낄 수 있는 이야기의 긴장감을 영상으로 재현하는 데 실패했다.

 

 

 

 

 

 

 

원작과 드라마 판의 차이점은 드라마 판에 비석의 이름이 ‘화이트’라고 새겨진 것(남편 역을 맡은 배우의 이름은 론 화이트), 백발의 휘트모어를 ‘머리가 벗겨진 인물’로 묘사한 점, 그리고 결말(원작과 '조금' 다르다. 유튜브 영상으로 직접 확인해보시라)이다. <레이 브래드버리 극장>은 1985년부터 1992년까지 총 6개의 시즌(season)으로 방영되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시즌 6 마지막 에피소드가 <비석> 편이다…‥.

 

레오터 역을 맡은 셜리 듀발(Shelley Duvall)스티븐 킹(Stephen King) 원작,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감독의 영화 <샤이닝(The Shining)>에서 광기 어린 소설가(잭 니컬슨 분)의 아내로 출연했다. 셜리 듀발은 스탠리 큐브릭 때문에 자신이 신경쇠약에 걸렸다고 주장했다. 큐브릭은 영화 한 장면을 위해서 100번 넘게 촬영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녀의 최근 소식이 좀 안타깝다. 예전보다 TV나 영화 섭외가 줄어들었고, 정신병에 시달려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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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7-08-31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SF작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런 환상소설도 쓴 분이네요.ㅎ

cyrus 2017-08-31 12:41   좋아요 1 | URL
레이 브래드버리의 문학 범위의 폭이 넓습니다. 그래서 유명한 SF 작가들과 다른 매력이 있어요. ^^

transient-guest 2017-08-31 14:26   좋아요 1 | URL
주말에 혹시 logos에 갈 기회가 있으면 (아직 재고처리하는 과정입니다 곧 문을 닫겠지요...산타크루즈 유일의 중고서점입니다만 곧 사라지는) 아직 남아있는 재고를 찾아봐야하겠습니다.ㅎ

AgalmA 2017-09-02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레이 브래드버리 신간 2권이 아작에서 나왔잖습니까. 이 페이퍼에 추가하셔야지요^^!

cyrus 2017-09-02 20:48   좋아요 1 | URL
사지 않았고, 읽지 않은 신간도서는 페이퍼에 소개하지 않는 것이 제 글쓰기의 원칙이라서 추가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서 읽고, 리뷰로 쓰고 싶습니다. ^^

AgalmA 2017-09-02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래드버리를 이 정도로 소개할 정도면 충분히 자격있으신데 소신에 짝짝짝요~

cyrus 2017-09-02 20:53   좋아요 0 | URL
《화씨 451》, 《일러스트레이티드 맨》도 아직 안 읽어봤어요. 브래드버리에 입덕한 지 얼마 안 됐습니다. ㅎㅎㅎ

AgalmA 2017-09-02 20:57   좋아요 1 | URL
막 입덕할 때가 독서 묘미이기도 하죠^^ 저도 최근에 처음 접하게 된 레스코프에 깜짝 놀라 <왼손잡이>도 꼭 읽을 생각입니다^^

2023-08-08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12 0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13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러분, 모자를 벗으세요. 여기 천재가 등장했습니다!”

 

독일의 음악가 슈만(Schumann)쇼팽(Chopin)을 음악평론에 소개할 때 한 말이다. 이 말은 쇼팽을 언급할 때 널리 회자하고 있다.

 

 

 

 

 

 

 

 

 

 

 

 

 

 

 

 

 

 

훌륭한 책, 특히 손에 넣기 어려운 훌륭한 책을 만나면 경외감이 느껴진다. 그럴 때, 나는 슈만의 말을 빌려 애서가들 앞에 이렇게 외치고 싶다. “여러분,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덮으세요. 여기 전설의 책이 등장했습니다.”

 

 

 

 

 

《토탈호러 1》(서울창작 · 1993), 《환상특급》(서울창작 · 1994)은 ‘전설의 책’이다. 두 권의 책에 대한 평이 요란한 호들갑으로 느낄 수 있다. 도대체 이 책들의 정체가 뭐기에 ‘전설’이라고 하는 걸까.

 

《토탈호러 1》은 ‘공포’를 주제로 한 단편 선집이다. 이 책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썰렁한 괴담집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부분이 있었다. 괴담을 담은 공포물은 단순히 무서움만을 안겨줄 뿐 문학성이 떨어져 있다. 작가들이 쓴 ‘무서운 이야기’를 한 권의 책에 모았다는 사실이 그 당시에는 신선한 기획이었다. 《토탈호러 1》은 대중성과 문학성을 모두 겨냥한 공포소설 단편 선집이었다. 《토탈호러 1》의 역자는 지금도 활발히 장르문학 번역 활동을 하는 박상준 씨다.

 

 

 

《토탈호러 1》 목차

 

 

 

 

 

 

 

《토탈호러 1》에 열두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는데, ‘빅 네임’이라 할 수 있는 작가의 작품이 포진되어 있다. 고마쓰 사쿄(小松左京)는 일본 SF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그의 대표작은 영화로 만들어져 화제가 된 《일본 침몰》(범우사 · 2006)이다. 《토탈호러 1》의 첫 번째 수록작 『흉폭한 입』은 자신의 신체를 스스로 먹는다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전개되는 소설이다. 지금도 《토탈호러 1》을 언급할 때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작품이다. 『흉폭한 입』을 직접 읽고 싶어서 《토탈호러 1》을 구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사실 내가 그 사람 중 한 명이다)

 

르네 레베테즈 코르테스(Lene Rebetez-Cortes)『새로운 선사시대』도 『흉폭한 입』 다음으로 충격적인 설정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이 ‘기괴한 형태의 집단’으로 변신하는 설정이 그로테스크하다. 작품 속 세상에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불가사의한 힘에 이끌려 줄지어 행렬해야만 하는 괴물의 부분체가 된다.

 

 

 

 

 

 

 

 

 

 

 

 

 

 

 

 

 

 

조지 R. R. 마틴(George R.R. Martin)『샌드킹』은 최고 권위의 SF 문학상인 휴고상(Hugo Award)과 네뷸러상(Nebula Award)을 동시에 받은 작품이다. 조지 R. R. 마틴은 SF, 공포, 환상 등 장르를 불문한 다양한 작품을 쓴 작가지만, 우리나라에선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원작자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샌드킹』은 《조지 R. R. 마틴 걸작선 : 꿈의 노래 2》 (은행나무 · 2017)에 수록되어 있다.

 

 

 

 

 

 

 

 

 

 

 

 

 

 

 

 

 

* 《SF 명예의 전당 1 : 전설의 밤》 (오멜라스, 2010)

아서 C. 클라크의 『90억 가지 신의 이름』 수록

 

* 레이 브래드버리 《일러스트레이티드 맨》 (황금가지, 2010)

『도시』 수록

 

 

 

로버트 블록(Robert Bloch), 아서 C. 클라크(Arthur C. Clarke), 로버트 셰클리(Robert Sheckley), 레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 커트 보니것(Kurt Vonnegut) 등은 말할 것도 없는 유명한 작가들이다. 로버트 블록은 앨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감독의 영화 《사이코(psycho)》의 원작자이며, ‘공포소설의 할아버지’ 러브크래프트(Lovecraft)로부터 문학적 영양분을 얻기도 했다. 『지옥으로 가는 열차』는 1959년 휴고상 수상작이다.

 

 

 

 

 

 

 

 

 

 

 

 

 

 

 

 

* 옥타비아 버틀러 《블러드차일드》 (비채, 2016)

 

 

 

커트 보니것과 옥타비아 버틀러(Octavia Butler)는 최근 국내에 주목받고 있는 미국 작가이다. 요즘 알라딘 서재에 커트 보니것의 소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독자들이 부쩍 늘어났다. 『해리슨 버거론』은 모든 사람이 평등한 미래 사회를 어둡게 그린 소설이다. ‘평등’에 단호히 반대하는 자유시장주의자들이 인용할 만한 글이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블러드차일드』도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받은 작품이다. 이 소설은 외계인과 인간의 관계를 둘러싼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토탈호러 1》을 소개할 때 ‘책 표지’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표지는 양반이다. 책을 펼치면 소름 끼치는 그림들이 나온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그로테스크한 그림이 ‘약 빨아서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그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오해가 있을까 봐 책은 친절하게 ‘약 빤 그림’을 그린 사람의 정체를 알려줬다. 그림을 그린 사람은 H. R. 기거(Hans Ruedi Giger).

 

 

 

 

 

 

 

 

 

 

 

 

 

 

 

 

 

* 《기거》 (아트앤북스, 2003)

* 《H. R. 기거》 (마로니에북스, 2010)

 

 

 

 

그는 ‘에일리언의 아버지’라 불리며 영화 <에일리언(Alien)> 디자인을 창조한 스위스 출신의 화가이다. 기거의 존재를 몰랐던 사람들은 그의 기괴한 그림을 ‘공포소설 선집에 어울리는 쌈마이한 그림’으로 취급했을 것이다. 지금은 기거의 그림을 실컷 볼 수 있는 화보집 두 권이 있다. 기거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 알고 싶으면 화보집을 보면 된다. 단, ‘19세 미만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아도 할 말 없는 에로틱하고, 잔혹한 그림이 있다. ‘안구 테러’를 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이 정도 소개만 봐도 여러분들은 《토탈호러 1》이 ‘전설의 책’이라는 내 평가에 수긍할 것이다. 《토탈호러 1》의 성공(?)에 힘입어 1996년에 《토탈호러 2》도 나왔다. 그런데 2권이 구하기 힘들고, 중고가가 비싼 편이다.

 

 

 

 

 

 

 

 

 

 

 

 

 

 

 

 

 

 

 

 

 

 

 

 

 

 

 

 

 

 

 

 

 

 

 

 

* 《SF 명예의 전당 1 : 전설의 밤》 (오멜라스, 2010)

톰 고드윈의 『차가운 방정식』 수록

 

* 《레이 브래드버리 : 태양의 황금 사과 외 31편》 (현대문학, 2015)

『금빛 연, 은빛 바람』, 『태양의 금빛 사과들』 수록

 

*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 1953-1960》 (황금가지, 2009)

『동방의 별』 수록

 

* 《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 (아작, 2016)

『마지막으로 멋지게 할 만한 일』 수록

 

 

 

 

《환상특급》은 《토탈호러 1》에 비하면 무게감이 조금 떨어져 보인다. 《환상특급》에 수록된 작품들도 《토탈호러 1》에 못지않게 문학성이 뛰어나다. ‘장르문학 단편 선집’의 주요 단골 작가이자 SF 문학의 ‘빅 네임’인 아서 C. 클라크, 레이 브래드버리,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James Tiptree Jr.) 등의 작품이 있다. 이 책이 ‘무게감이 떨어진 책’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빅 네임들의 작품이 최근에 다시 번역되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작품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숨어 있는 걸작’이다.

 

 

 

 

 

 

배리 롱이어(Barry B. Longyear)『적과 나』는 휴고상, 네뷸러상 2관왕 수상작이며 볼프강 페터젠(Wolfgang Petersen) 감독이 만든 영화 <Enemy Mine>의 원작이다. 팻 머피(Pat Murphy)『사랑에 빠진 레이첼』 은 1987년 네뷸러상 수상작이다. 아서 C. 클라크의 『동방의 별』도 1956년 휴고상 수상작이며 제입스 팁트리 주니어의 『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은 1986년 휴고상 후보작이다.

 

 

 

 

 

 

 

 

《환상특급》의 표지도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기거의 그림을 사용한 《토탈호러 1》보다 낫다. 《환상특급》 디자인을 만든 사람은 영국 출신의 화가 패트릭 우드로페(patrick woodroffe). 그는 동화에 나올법한 상상의 세계를 묘사한 환상적인 그림들을 그렸다. 그밖에 영국의 헤비메탈 밴드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의 정규 2집 앨범 표지 디자인을 제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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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8-26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일본 갖다 온 거니?
다시 보니 반갑네.^^

cyrus 2017-08-26 14:34   좋아요 0 | URL
네. 어제 귀국했어요. ^^

stella.K 2017-08-26 14:39   좋아요 0 | URL
여독이 아직 풀리기 전일텐데
이런 글을 쓰다니...
그동안 글 쓰고 싶어 어찌 참았누?ㅎㅎ

cyrus 2017-08-26 14:43   좋아요 0 | URL
일본으로 가기 전에 글 앞부분을 미리 작성했어요. 뒷부분은 오늘 썼어요. ^^;;

겨울호랑이 2017-08-26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한동안 cyrus님께서 활동이 뜸하셨던 이유가 있었군요. 여름의 마지막 즈음. 드디어 공포물을 소개하셨네요^^:

cyrus 2017-08-27 20:21   좋아요 1 | URL
운이 좋았습니다. 구하기 어려운 책 두 권이 싸게 팔고 있길래 바로 주문했어요. ^^;;

서니데이 2017-08-26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 잘 다녀오셨나요.
시원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cyrus 2017-08-27 20:22   좋아요 1 | URL
제대로 먹고 놀았습니다. 휴가 한 주 금방 지나가버렸네요. ^^;;

카스피 2017-08-26 20: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일본 다녀오셨나봐용,넘 부럽습니당 ㅜ.ㅜ
하지만 저도 cyrus님한테 자랑할것이 있는데 90년대 서울 창작에서 나온 위 단편집들(총 6권인지 7권인지 좀 가물가물하네요.모두 박스속에 쳐박혀 있어서 말이죠)을 몽땅 가지고 있답니다.ㅎㅎ 그중에는 비싸게 구한것도 상당수 이지만요^^;;;

cyrus 2017-08-27 20:24   좋아요 0 | URL
이미 전설의 책들을 구입한 분들의 블로그 글을 봤어요. 글을 볼 때마다 부러웠습니다. 돈, 적립금 열심히 모아야겠습니다.. ^^;;

AgalmA 2017-08-26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에서 또 어떤 레어템을 수집하신 건지 궁금ㅎ/

cyrus 2017-08-27 20:26   좋아요 0 | URL
다음에 또 일본에 가게 되면 서점이 많은 곳으로 유명한 긴자 거리에 가고 싶어요. 이번에 일본 여행이 처음이라서 그냥 주전부리, 술만 샀습니다. ㅎㅎㅎ

2017-08-27 0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27 20:29   좋아요 0 | URL
대단한 일 아니에요. 카스피님처럼 희귀 책을 소장하신 분들이 많아요. 그분들이 책에 대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저는 그분들이 했던 걸 똑같이 따라했을 뿐입니다. ^^

transient-guest 2017-08-27 1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레어템을 얻으셨네요.ㅎ 책을 읽고 사들이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쾌감이죠..ㅎ

cyrus 2017-08-27 20:30   좋아요 0 | URL
사진으로만 봤던 책을 실제로 가지게 되니까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

zombie 2017-08-30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러 애서가로서 놓칠수없는 책이죠. 3만원 가격대가 훌쩍 넘기도해서 SF소설은 재테크가 가능하다는 말이 이책으로 만들어지기도 했었습니다. 토털호러는 2권도 있는데 할란 엘리슨의 단편으로 유명하죠. 그래도 1권보다는 못한편입니다. 좋은책을 구하셨다니 기쁘네요.

cyrus 2017-09-04 09:10   좋아요 0 | URL
미안합니다. 좀비님. 댓글을 이제야 확인했습니다.

《토탈호러 2》의 수록작을 확인해봤는데, 역시 전작보다 못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2권이 제일 구하기 힘들다고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