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준지 컬렉션 7화 첫 번째 에피소드

중고 레코드

 

 

 

 

 

나카야마는 친구 오가와가 들려준 레코드의 음악에 푹 빠진다. 레코드의 음악을 다시 듣고 싶은 나카야마는 오가와에게 레코드를 빌려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오가와는 부탁을 거절한다. 나카야마는 녹음이라도 할 수 있게 잠시만 빌려달라고 다시 한번 더 부탁한다. 두 번째 부탁마저 거절당하자 나카야마는 오가와를 살해하여 레코드를 손에 넣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레코드를 호시탐탐 노리는 사람들이 나카야마에게 서서히 접근하는데…‥. 살인을 부추길 정도로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레코드. 놀랍게도 이 레코드에 취입된 노래는 가수가 죽은 뒤에 녹음되었다는 것.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 박물관 4 : 허수아비》 (시공사, 2008)

 

 

 

소름끼칠 정도로 우울한 선율이 흐르는 레코드의 음악을 빼면 이야기는 평이하다. 설정은 다르지만, 자살을 유발하는 노래 ‘검은 일요일’이 생각나는 이야기다. 슬픈 선율의 ‘검은 일요일’을 듣고 자살하는 사람들이 속출했으나 자살을 유발하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결국, ‘검은 일요일’은 백여 명의 사람들을 죽게 만든 저주의 음악으로 알려지게 됐고, 원곡 악보가 완전히 소실되면서 죽음의 행렬이 멈췄다

 

 

 

 

 

…‥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이 이야기의 출처는 세상에 신기한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다.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의 원 출처는 오직 ‘가짜 뉴스’만 보도하는 것으로 유명한 <위클리 월드 뉴스>이다.

 

 

 

 

 

 

이토 준지 컬렉션 7화 두 번째 에피소드

길 없는 거리

 

 

 

 

 

 

여고생 사에코는 가족의 스토킹을 견디지 못해 이모 집에 찾아간다. 그런데 이모 집으로 가는 길이 평소와 다르게 이상하다. 길이 있어야 할 자리에 커다란 집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의 제목이 ‘길 없는 거리’다. 길 없는 마을에 사는 주민들도 이상하다. 주민들의 집이 길이 돼 버린 셈인데, 마을 주민들은 거리낌 없이 남의 집을 드나든다. 그곳에는 프라이버시가 완전히 사라졌지만, 마을 주민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기 위해 가면을 쓰고 다닌다. 사에코는 ‘의문의 남자’의 도움을 받아 이모의 집에 도착하지만, 프라이버시를 완전히 포기한 이모는 알몸으로 돌아다닌다. 이모를 포함한 마을 주민들의 이상한 행동에 불안감을 느낀 사에코는 마을을 탈출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의문의 남자’가 칼을 쥔 채 사에코 앞에 다시 나타난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 박물관 5 : 뒷골목》 (시공사, 2008)

 

 

 

길 없는 마을, 그곳에서 가면을 쓰면서 남의 집을 길처럼 다니는 마을 사람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이한 생명체들. 카프카적인(Kafkaesque) 분위기가 이 이야기 전체를 관통한다.

 

 

 

 

 

 

이토 준지 컬렉션 8화 첫 번째 에피소드

조상님

 

 

 

 

 

슈이치의 약혼녀 리사는 거대한 유충이 등장하는 악몽에 시달린다. 슈이치 집안에 자손 대대로 내려오는 ‘끔찍한 풍습’이 있다. 슈이치는 가문의 풍습을 따르기 위해 리사와의 결혼을 재촉한다. 이 풍습의 정체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생략한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 박물관 8 : 백사촌 혈담》 (시공사, 2008)

 

 

 

부조리하더라도 가부장적 권력을 그대로 이어받는 남성(슈이치)가문을 지탱해주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희생되는 여성(리사)의 억압 상황을 그로테스크하게 묘사되었다.

 

 

 

 

 

이토 준지 컬렉션 8화 두 번째 에피소드

괴기 서커스

 

 

 

 

 

 

원제는 『서커스가 왔다』. 소년은 자신의 마을에 찾아온 ‘파피루스 서커스단’ 공연을 관람한다. 서커스 단원들은 ‘줄타기’, ‘칼 던지기’ 등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곡예를 펼치는데, 공연 도중에 일어난 불의의 사고로 단원들이 죽는다. 서커스 공연을 진행하는 단장은 단원들이 죽어가는 모습도 공연 일부라고 생각한다. 단원들이 줄줄이 죽어 가는데도 위험한 곡예는 계속된다. 단원이 부족해지자 단장은 관중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서커스 단원이 되면 서커스단의 홍일점 렐리아와 결혼할 수 있다고. 렐리아는 줄타기를 하는 소녀이지만, 자신 때문에 남자 단원이 죽어가는 모습에 절망한다. 그녀는 위험한 곡예를 그만두고 싶어 하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도망치지 못한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 박물관 4 : 허수아비》 (시공사, 2008)

 

 

 

파피루스 서커스단은 ‘남성 연대’를 상징한다. ‘남성 연대’에 속한 남성은 자신의 특출한 능력을 인정받으려고 ‘남성성’을 과시한다. ‘남성 연대’ 안에 갇힌 렐리아는 연약하고 소극적인 ‘여성성’을 드러낸다. 렐리아의 여성성은 남성 단원들의 보호 본능을 자극한다. 남성 단원들의 ‘남성성’이 반영된 곡예는 구애하는 렐리아 앞에서 뽐내는 매력으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남성 단원들은 렐리아와의 결혼을 위해 위험천만한 곡예를 한다.

 

 

 

 

 

 

 

 

 

 

 

 

 

 

 

 

 

* 주디스 버틀러 《젠더 트러블》 (문학동네, 2008)

* 에머 오툴 《여자다운 게 어딨어》 (창비, 2016)

 

 

 

파피루스 서커스단의 곡예는 관중을 즐겁게 해주는 공연(performance)이 아니다. 남성 단원이 여성 단원에게 ‘남자다운 용맹함’을 보여주기 위해 과시하는 수행(Performance)이다. 남성 단원들은 리허설 없이 곡예를 시도한다. 주디스 버틀러의 말을 빌리자면 남성이라는 젠더 자체가 ‘리허설을 거친 연기’이기 때문이다. 남성 단원들은 단장이 주선하는 ‘결혼(버틀러의 표현에 따르면 ‘강제적 이성애’)’을 달성하기 위해 ‘남성’으로 지칭된 존재가 되려고 한다. 남성 단원들과 여성 단원 렐리아는 남성성과 (남성들의 보호에 기대려는) 여성성을 수행하는 곡예를 계속하며 살아간다. 악순환이 펼쳐지는 것이다. ‘남성’, ‘여성’으로 구분되는 성의 이분법적 범주와 ‘강제적 이성애’ 관계 모두 전복하려면 서커스단에 탈출해야 한다. 그러나 탈출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단원이 줄어들면 단장은 새 단원을 모집할 거고, 렐리아를 차지하기 위해 서커스단원이 되고 싶어 하는 관중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서커스 공연을 지켜보는 소년도 예외가 아니다. 소년이 서커스단원이 되는 순간 ‘남성’으로 만들어진다. 젠더, 즉 ‘남성’이라는 옷을 입어 위험한 곡예를 하도록 길러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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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4-14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Gloomy Sunday인가요... 오래전 비슷한 주제의 음악을 들은 것 같네요. cyrus님께서도 공포/스릴러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네요. 영화「곤지암」도 보셨을 것 같아요.^^:)

cyrus 2018-04-15 09:12   좋아요 1 | URL
‘글루미 선데이’도 ‘검은 일요일’ 도시전설과 조금 유사해요. 두 곡의 차이점은 ‘글루미 선데이’는 실제로 만들어진 곡이고, ‘검은 일요일’은 유명무실한 곡입니다.

영화 <곤지암>은 아직 안 봤어요. IPTV 마일리지로 구매해서 집에서 영화를 볼려고 합니다. 마일리지가 아깝지 않은 영화였으면 좋겠어요.. ^^
 

 

 

이토 준지 컬렉션 4화 첫 번째 에피소드

한기

 

 

 

 

 

주인공 유지의 이웃집에는 리나라는 소녀가 산다. 리나는 원인 불명의 병에 걸려 집에서만 지낸다. 유지는 리나의 집을 방문하는 의사를 목격한다. 의사가 올 때마다 리나는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른다. 유지는 창밖을 향해 멍하니 쳐다보는 리나의 눈과 마주친다. 유지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안 리나는 한쪽 팔을 뻗어 마당을 가리켰다. 유지는 그녀가 창밖으로 내민 팔을 보고 깜짝 놀란다. 그녀의 팔에는 수많은 구멍이 나 있어 보기 흉할 정도였다.

 

리나의 몸에 난 구멍들, 그녀를 진찰하러 오는 의사. 유지는 이 두 사람을 볼 때마다 어릴 적에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를 떠올린다. 유지의 할아버지도 온몸에 구멍들이 생겼고, 그의 임종을 지켜본 사람이 의사였다. 유지의 친구 히데오는 유지의 방 책장에 꽂힌 할아버지의 일기를 발견한다. 일기에 벌레 형상이 새겨진 비취 조판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비취 조판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할아버지는 그것을 애지중지하며 다루었다. 그러나 비취 조판을 가지게 된 이후로 할아버지는 극심한 오한을 느낀다. 오한에 시달리는 할아버지를 찾은 의사는 그의 팔에 녹색 액체가 든 주사를 놓는다. 할아버지의 몸에 난 구멍들은 점점 커지고, 할아버지는 환각 증세를 보인다. 자신을 끔찍한 상태로 변하게 만든 원인이 ‘비취 조판의 저주’라고 생각한 할아버지는 비취 조판을 창문 밖으로 있는 힘껏 던진다. 비취 조판은 리나가 사는 집 마당 쪽으로 떨어진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4 : 허수아비》 (시공사, 2008)

 

 

 

몸에 뻥뻥 뚫려 있는 구멍들을 볼 때마다 불쾌감을 느끼는 분이라면 이 만화를 안 보는 것이 좋다. 이런 사람들이 느끼는 반응을 ‘환 공포증’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사실 환 공포증은 정신의학 학계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용어가 아니다. 환 공포증의 실체를 부정하는 학자들은 구멍들을 보면서 생기는 ‘일시적인 불쾌감’을 ‘공포증’으로 규정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토 준지 컬렉션 4화 두 번째 에피소드

인형의 집

 

 

 

 

 

키티와키 유키히코, 키티와키 하루히코 형제, 막내 키타와키 나츠미는 인형사인 아버지와 함께 전국을 돌아다니며 인형극을 공연하는 일을 한다. 키티와키 집안은 주기적으로 이동하면서 인형극 공연을 한다. 그래서 전학이 잦은 편이다. 유키히코는 짧게나마 다니던 학교에서 히다카 키누코라는 소녀를 만나게 된다. 하루히코는 다양한 인형들이 보관된 창고에 키누코를 초대한다. 하루히코는 형 유키히코가 좋아하는 장 피에르라는 인형을 키누코에게 보여주지만, 키누코는 그 인형을 좋아하지 않는 반응을 보인다.

 

아버지는 ‘인형사가 인형을 조종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형은 아버지의 생각과 정반대이다. 유키히코는 ‘인형이 인형사를 조종한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인형을 좋아해서 인형사 일을 하는 것이지만, 유키히코는 그런 아버지의 삶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그는 아버지가 인형들에게 조종당해 떠돌이 인형사 일을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장 피에르를 가지고 가출한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에 유키히코는 인형극 공연 일을 청산하고 나츠미와 함께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하루히코는 우연히 나츠미와 재회하고, 형이 자신과 같은 동네에서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유키히코의 초대를 받은 하루히코, 나츠미는 그를 오랜만에 만난다. 유키히코는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고, 어엿한 가정도 있다. 그러나 유키히코 가족은 줄에 매달린 인형처럼 살고 있었다. 나츠미는 인형처럼 사는 유키히코 가족을 부러워하지만, 하루히코는 인형사의 조종에 이끌려 생활하는 형을 이해하지 못한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7 : 신음하는 배수관》 (시공사, 2008)

 

 

 

 

 

 

 

 

 

 

 

 

 

 

 

 

 

* [절판] 게이비 우드 《살아 있는 인형》 (이제이북스, 2004)

* 시부사와 다쓰히코 《흑마술 수첩》 (어문학사, 2017)

* 크리스토퍼 델 《오컬트, 마술과 마법》 (시공아트, 2017)

 

 

 

제우스(Zeus)의 명령을 받은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는 흙과 물을 이용하여 인간을 만들었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의 모습을 모방한 또 다른 생명체를 만들려고 하는 욕망이 반영된 존재이다. 인간의 손에서 시작되는 ‘인간 만들기’는 최근에 나온 놀라운 사건이 아니다. 인간은 오랜 옛날부터 ‘인공생명 창조’를 꿈꾸어왔다. 인간을 창조하는 신화를 짓고 골방에서 비밀스러운 실험을 했으며, 인간과 비슷한 기계장치와 인형을 만들어 자기 복제라는 욕망을 실현하려 했다. 《살이 있는 인형》은 ‘인형 만들기(복제, 생명 창조)’의 역사를 되돌아본다. 이 책은 프로메테우스처럼 생명체를 모방한 인형을 만들고자 했던 사람들의 욕망을 보여준다. 구석기 시대에 만들어진 빌렌도르프의 비너스(Venus of Willendorf)는 인류 최초의 인형이라 할 수 있다. 데카르트(Descartes)는 일찍 세상을 떠난 어린 딸을 잊지 못해 딸의 모습을 닮은 인형을 만들었다. 프랑스의 발명가 자크 드 보캉송(Jacques de Vaucanson)은 플루트를 연주하는 자동인형, 물을 마시면 꽁무니로 물을 빼는 자동 오리 인형 등을 제작했다. 생명체와 비슷한 인형을 만들려는 인간의 오랜 꿈은 로봇을 발명하는 계기가 된다.

 

《흑마술 수첩》, 《오컬트, 마술과 마법》에 환상적인 요소가 많은 '자동인형'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중세 독일의 신학자 알베르투스 마그누스(Albertus Magnus)에 관한 전설에 따르면 마그누스는 별의 기운을 받아 움직이는 자동인형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마그누스의 인형은 쓸데없이 말이 많았다. 마그누스의 제자인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는 자신의 공부에 방해되는 시끄러운 자동인형을 망가뜨렸다.

 

 

 

 

 

 

 

 

 

 

 

 

 

 

 

 

 

* 유발 하라리 《호모 데우스》 (김영사, 2017)

 

 

 

단순 노동을 하는 로봇에서 인공지능(AI)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현실에서 또는 상상 속에서 생명 창조 욕망을 구현하려 몸부림쳤으며 그 꿈은 조금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제는 현재의 인류가 유전자를 복제하고, 인공지능을 창조하며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호모 데우스(Home Deus)’로 도약할 것이라는 파격적인 주장도 주목받고 있다. 과연 인간은 자신과 똑같은 생명체를 창조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온다면 생명체를 창조하는 인간은 인공 생명체를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미래의 인형사’다. 신에 버금가는 힘을 손에 쥔 ‘미래의 조종사’가 많아지면 좋은 일일까. 《살이 있는 인형》의 저자는 인간과 닮은 생명체를 만드는 일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저자는 인간성의 본질이 들어있는 ‘감정’을 인공 생명체에 온전히 불어넣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인간과 닮은 인형을 만들기를 포기하고 스스로 신(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인형)이 되려고 노력할 수도 있다. 그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미래가 유토피아일지 디스토피아일지 지금으로선 말하기 어렵다.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인공 생명체가 인간을 조종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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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준지 컬렉션 3화 첫 번째 에피소드

사거리의 미소년

 

 

 

 

 

 

 

원제는 「사자(死者)의 상사병」. 나즈미시 마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사거리의 미소년’이 등장한다. 마을에 사는 소녀들은 ‘사거리 점(占)’을 보기 위해 안개가 자욱한 사거리에 숨어서 기다린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10 : 사자의 상사병》 (시공사, 2008)

* [구판 절판] 이토 준지 《사자의 상사병》 (시공사, 1999)

 

 

 

사거리 점을 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사거리를 걸어가는 소년을 만나면 그에게 다가가서 자신의 운세에 관련된 질문을 하면 된다. 그러면 소년은 즉각 답변해준다. 그런데 대부분 답변이 부정적이다. 사거리 점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 소녀들은 자살하게 된다. 사거리 점을 보다가 자살을 선택한 죽은 자들의 영혼은 끔찍한 모습으로 사거리를 돌아다닌다.

 

 

 

 

 

 

이토 준지 컬렉션 3화 두 번째 에피소드

달팽이 소녀

 

 

 

 

 

 

짧은 분량의 이야기. 이 이야기 역시 「지옥의 인형 장례식」(이토 준지 컬렉션 1화 두 번째 에피소드)과 마찬가지로 불가사의한 현상의 원인을 보여주는 ‘기승’이 없고, 충격적이고 강렬한 그로테스크를 보여주는 ‘전결’만 구성되어 있다. 유코라는 소녀는 달팽이를 싫어한다(만화 단행본에서만 나오는 설정).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녀의 입에 민달팽이가 계속 나오게 되고, 혀는 커다란 민달팽이로 변해버린다. 유코가 사는 집 주변에는 유코의 입에서 나온 민달팽이들로 가득하다. 유코의 부모는 유코의 몸속에 생기는 민달팽이를 제거하기 위해 소금을 잔뜩 푼 욕조에 유코를 눕히는데…‥.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8 : 백사촌 혈담》 (시공사, 2008)

* [구판 절판] 이토 준지 《지옥탕》 (시공사, 1999)

 

 

 

구판(이토 준지 공포만화 콜렉션) 단행본 제목은 ‘달팽이 소녀’였고, ‘공포박물관’ 시리즈로 재출간되었을 때 제목이 ‘민달팽이 소녀’로 변경되었다.

 

 

 

 

 

 

 

 

 

 

 

 

 

 

 

 

 

 

 

 

* [절판] 얀 본데손 《자연의 장난 원숭이 여인》 (일빛, 1999)

* [절판] 에르빈 콤파네 《두 개 달린 남자 네 개 달린 여자》 (생각의날개, 2012)

 

 

 

인간의 몸에서 동물이 나오는 괴이한 현상은 고대 구전 신화에 등장하는 설정이다. 고대 이집트, 바빌로니아, 노르웨이의 전설 및 각종 문헌 등에 몸속에 산 뱀, 개구리, 도마뱀에 대한 기록이 있다.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는 독한 술을 과하게 마셔서 죽은 사람의 목에 뱀이 기어 나온 사례를 언급했다. 고대 로마의 박물학자 플리니우스(Plinius)는 뱀과 개구리가 사람의 소화 기관에 기생한다고 주장했다. 불가사의한 의학 현상들을 소개한 《자연의 장난, 원숭이 여인》(일빛, 1999)이라는 책에 고대 및 중세에 기록된 개구리, 두꺼비, 뱀을 뱉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볼 수 있다. 아쉽게도 이 책엔 ‘민달팽이를 뱉은 사람’에 대한 사례는 없다.

 

 

 

 

 

 

 

 

 

 

 

 

 

 

 

 

 

 

* 서민 《서민의 기생충 열전》 (을유문화사, 2013)

 

 

 

고대, 중세 사람들은 뱀이나 개구리 알이 있는 물을 마시면 몸속에 부화한 뱀과 올챙이가 성체가 될 때까지 자란다고 믿었다. 그들은 인간의 몸속에 자란 동물을 ‘기생동물’로 봤다. 아마도 옛 사람들은 몸속에 나오는 기다란 기생충(회충)을 ‘다 자란 뱀’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회충은 인간의 몸에서 생활하여 대변을 통해 밖으로 이동한다. 《서민의 기생충 열전》(을유문화사, 2013)에 회충이 식도를 타고 입으로 나오는 사례가 나온다. 뱀과 개구리에 기생하는 스파르가눔(Sparganum)이라는 기생충은 다 자라면 만손열두조충이 된다. 이 녀석이 인간의 몸, 특히 인간의 뇌에 자리 잡으면 극심한 두통을 유발한다. 만손열두조충이 일으킨 두통에 시달린 환자의 몸을 수술했는데, 그 환자의 몸에서 꺼낸 만손열두조충의 전체 길이가 72cm이었다고 한다.

 

 

 

 

 

 

《자연의 장난, 원숭이 여인》, 《두 개 달린 남자 네 개 달린 여자》(생각의날개, 2012)열일곱 마리의 토끼를 사산(死産)한 메리 토프트(Mary Toft)라는 여성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여성의 소식이 영국 전역에 알려지자 그녀의 토끼 출산을 보기 위해 의사들이 직접 구경하러 올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 기이한 사건은 메리의 자작극으로 밝혀졌다. 결국, 그녀는 사기죄로 교도소로 수감되었다. 놀랍게도 메리 토프트의 허술한 사기극에 속아 넘어간 의사들이 많았다. 인간의 거짓말은 끝이 없고, 순진한 사람들은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는 실수를 반복한다. 자극적인 기사를 보도하는 황색 언론들은 ‘도마뱀을 낳은 여인’, ‘사람을 낳은 침팬지’라는 터무니없는 제목의 기사를 만들었다. 지금까지도 이런 황당한 보도를 전달하는 콘셉트로 일관하는 언론이 있는데 그게 바로 ‘위클리 월드 뉴스(Weekly World New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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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8-02-06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잼있씁니다. 전 이토준치하면 항상 달팽이가 생각납니다..

cyrus 2018-02-06 16:31   좋아요 0 | URL
<소용돌이>에 나오는 달팽이 인간도 유명하죠. 호러 영화를 좋아하는 곰발님의 취향을 생각하면 곰발님은 영화 버전 <소용돌이>도 보셨을 것 같아요. ^^

2018-02-06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2-06 16:32   좋아요 1 | URL
‘기레기의 역사’라는 책을 쓰게 된다면 한 권으론 부족할걸요. ㅎㅎㅎ

목나무 2018-02-06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애니로 열심히 챙겨보고 있네요. ^^ 자기전에는 차마 못보고. . ㅋㅋ

cyrus 2018-02-06 16:33   좋아요 0 | URL
설해목님도 이 애니를 보시는군요. 만화책을 먼저 봐서 그런지 애니로 보면 무서운 느낌이 나지 않아요. ^^;;

카스피 2018-02-07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애니 보았는데 역시 재미있더군요^^

cyrus 2018-02-08 14:24   좋아요 0 | URL
만화를 다 보고나면 다음 편 에피소드가 뭘지 궁금해요. ^^
 
[eBook] 세 반구 이야기
로드 던세이니 / 페가나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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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책은 독자의 악평을 피할 수 없다. 책을 쓴 저자나 책을 공들여 만든 출판사 관계자들은 악평과 비난으로 상처를 받겠지만, 인격모독이나 근거 없는 비방이 담겨있지 않다면 악평이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사진출처 : 페가나북스 공식 블로그 (http://pegana.tistory.com/186)

 

 

 

페가나북스(Pegana eBooks)는 영국의 소설가 로드 던세이니(Lord Dunsany)의 작품들을 꾸준히 번역, 출간하는 1인 전자책 출판사다. 작년 11월 말에 세 반구 이야기(Tales of Three Hemispheres)를 선보였다. 이것까지 합하면 페가나북스가 번역한 던세이니의 작품이 총 여덟 편이다. 아직 출간되지 않는 던세이니의 작품이 두 권 남았다.

 

 

 

* 페가나의 신들(2011, 2)

* 시간과 신들(2012, 2)

* 웰러란의 검(2013)

* 몽상가의 이야기(2013)

* 경이의 서(2014)

* 판의 죽음(2014)

* 경이로운 이야기(2017)

* 세 반구 이야기(2017)

* 우리가 아는 땅 너머(근간 예정)

* 엘프랜드의 공주(근간 예정)

 

 

 

던세이니는 환상적인 분위기의 소설들을 많이 남겼다. 사후에 판타지 소설의 대가로 인정받았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아일랜드의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는 던세이니 작품에 드러난 신화적 요소를 극찬했다. 보르헤스(Borges)는 작가에 대한 자신의 해제를 덧붙인 던세이니 단편 선집을 출간했다. 이 책이 바로 바벨의 도서관시리즈 중 하나인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바다출판사, 2011)이다. 이렇듯 던세이니의 환상소설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렇지만 품성에 대한 작가들의 호응과 대중의 반응이 반비례한다는 통념이 있다. 던세이니의 작품도 이 부정적 통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던세이니는 소설뿐만 아니라 시, 희곡, 라디오 드라마 대본 등을 썼을 정도로 왕성한 집필 활동을 했으나 한량 귀족의 삶을 살았기 때문에 작가 던세이니의 업적이 묻혔다. ‘귀족(lord) 던세이니의 모습은 작가 던세이니의 진면목에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던세이니는 다작 작가에 속한 편인데, 작품들의 완성도와 작품성의 편차가 심하다. 진짜 솔직히 말해서 어떤 작품들은 재미가 없다. 세 반구 이야기에 수록된 총 여섯 편의 짤막한 단편소설은 상업적으로 팔릴 글이라 볼 수 없다. 작품의 결말에 드러나는 반전이 인상적이지 않다. 던세이니 작품의 한계는 페가나북스 대표이자 번역가인 엄진 씨도 인정했던 부분이다(페가나의 신들2권 작가 해설 참조).

 

사실 세 반구 이야기는 완역본이 아니다. 원래는 총 15편의 작품(1910몽상가의 이야기를 통해 발표된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을 제외하면 총 14)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 여섯 편만 번역되어 있다. 1976년에 출간된 세 반구 이야기는 던세이니의 작품을 비평한 러브크래프트(Lovecraft)의 글(1922년에 작성)을 수록한 유일한 판본이다. 러브크래프트의 팬으로서 이 글이 번역되지 않은 게 아쉽다.

 

 

 

* The Last Dream of Bwona Khubla (붜나 쿠블라의 마지막 꿈)

* How the Office of Postman Fell Vacant in Otford-under-the-Wold (고원 아래 옷포드에서 집배원이 공석이 된 이유)

* The Prayer of Boob Aheera

* East and West

* A Pretty Quarrel

* How the Gods Avenged Meoul Ki Ning (신들은 어떻게 머울 키닝의 복수를 했나)

* The Gift of the Gods (신들의 선물)

* The Sack of Emeralds (에메랄드 자루)

* The Old Brown Coat (낡은 갈색 코드)

* An Archive of the Older Mysteries

* A City of Wonder

* Beyond the Fields We Know

- Publisher’s Note

- First Tale: Idle Days on the Yann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세 반구 이야기미수록)

- Second Tale: A Shop in Go-By Street

- Third Tale: The Avenger of Perdóndaris

 

 

 

단편집 첫 번째 수록작 붜나 쿠블라의 마지막 꿈몽상이라는 소재를 이용하는 작가의 글쓰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신들의 선물낡은 갈색 코트는 상황에 따라 쉽게 변하는 인간의 마음을 우의적으로 풍자한 작품이다. 특이한 점은 단편집 표제가 된 세 반구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던세이니의 작품을 읽으면서 표제의 의미를 알아내려고 하는 것은 무의미한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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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3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2-03 14:37   좋아요 0 | URL
제 글을 보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글에서 드러나는 제 생각이 맞지 않으면 친구 삭제할 수 있어요. 그 점에 대해선 ***님이 사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 남긴 댓글을 일방적으로 삭제한 것은 유감스럽습니다. 그냥 궁금해서 여쭤본 것인데 그게 기분 나쁜 일입니까? 지난 달에 그 글을 분명히 읽었고, ‘좋아요‘ 를 눌렀어요. 저는 ***님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지 않았지만, 매일 ***님의 글 한 두편씩 읽어봤어요. 그래서 같은 글이 또 등록되어 있기에 궁금해서 여쭤어봤습니다.

상대방의 댓글을 삭제하는 것. 그건 ‘소통‘하는 자세가 아닙니다.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는 자세입니다.

2018-02-03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2-03 15:02   좋아요 1 | URL
평소에 자주 서재에 접속하셨으면서 오랜만에 서재에 들어오신 것처럼 말씀하십니까? ㅎㅎㅎ

재미없고 내용이 긴 제 글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북프리쿠키님 대구에 사시죠? 시간이 되면 yureka01님과 함께 만났으면 좋겠어요. ^^

북프리쿠키 2018-02-03 15:07   좋아요 1 | URL
ㅎㅎ 접속은 습관적으로 했으나 댓글로 소통은 뜸했어요. 네~저도 두분과의 만남은 늘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ㅎㅎ

sprenown 2018-02-03 18: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나세요 세분이서 독서얘기,세상얘기하면서 즐거운 시간 가져보세요!

cyrus 2018-02-04 09:16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기대됩니다. ^^

조그만 메모수첩 2018-02-03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을 장바구니에 덩크인 했습니다. 무척 기대되어요. 멋진 리뷰 감사드립니다!

cyrus 2018-02-04 09:18   좋아요 1 | URL
던세이니의 소설이 메모수첩님 취향에 맞지 않을 수 있어요. 도서관에 빌려 읽어보시는 게 낫습니다. ^^

서니데이 2018-02-04 0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입춘입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 올해도 좋은 일들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cyrus님, 좋은 일요일 보내세요.^^

cyrus 2018-02-04 09:19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오늘도 장난 아니게 날씨가 춥네요. 건강 조심하시고 주말 잘 보내세요. ^^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The truth is out there).” TV 드라마 <X 파일(The X-Files)>의 프로그램 타이틀에 나오는 말이다. 극 중에서 FBI는 과학으로 설명하지 못한 사건들을 묶어 ‘X 파일로 분류한다. 이 드라마가 유명해지면서 ‘X 파일미공개 사건을 뜻하는 단어가 되었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라는 문구는 유령을 믿는 사람들이 회의론자의 비판을 방어할 때 쓸 수 있다. ‘유령의 실체를 증명할 수 없지만, 그래도 어딘가에 유령이 있을 것이다라고 어물쩍 대답하는 꼴이다.

    

 

 

 

 

 

 

 

 

 

 

 

 

 

 

* 로저 클라크 유령의 자연사(글항아리, 2017)

 

    

 

유령의 자연사저 너머에 있는 진실’, 유령의 실체를 믿으려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유령을 만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작가들이 싸구려 유령 이야기, 실제 인물의 유령 목격담을 보면서 유령의 실체를 믿는다. 계몽주의적 이성만 믿는 사람들에게 미신이란 과학의 진보를 가로막는 장애물에 불과했다. 계몽주의 시대 이후 미신은 타파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었지만, 유령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오히려 더해갔다. 낭만주의 운동은 이성이 지배하는 합리주의에 반기를 들었다. 이 시기에 등장한 고딕 소설(Gothic fiction)은 낭만주의 시대에 성행한 대중소설이었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소재로 한 고딕 소설은 진실의 형식을 빌려 허구적 세계를 제공해 독자의 말초적 감성을 유발했다.

 

유령의 자연사에는 유령 문학(literary Ghost Story)’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유령 문학을 접한 독자들의 반응은 유령에 대한 사회적 인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령 문학을 즐기는 독자들의 심리 속에 유령을 바라보는 대중심리가 작동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백 년 전 영국인들의 유별난 유령 사랑을 이해하려면 유령의 자연사유령 문학으로 언급된 작품들을 읽어봐야 한다.

    

 

 

 

 

 

 

 

 

 

 

 

 

 

 

* 정선숙 역 세계 괴기소설 걸작선 3(자유문학사, 2004)

* 세계 서스펜스 추리여행 1(나래북, 2014)

* 다니엘 디포 빌 부인의 망령(현인, 2014, e-Book)

    

 

 

영국의 최초 유령 이야기를 쓴 사람은 다니엘 디포(Daniel Defoe)이다.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유명한 로빈슨 크루소를 쓴 작가다. 디포는 1706년에 익명으로 엄청나게 긴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캔터베리에서 있었던, 미세스 빌이 사망한 다음 날에 바그레이브 부인 앞에 나타난 미세스 빌의 유령에 대한 진실한 이야기>.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문장형 제목을 단 책들이 나왔다. 《로빈슨 크루소》도 출판업계의 유행을 따른 제목을 달고 세상에 나왔다. 로빈슨 크루소의 원제목은 <조난을 당해 모든 선원이 사망하고 자신은 아메리카 대륙 오리노코 강 가까운 무인도 해변에서 28년 동안 홀로 살다 마침내 기적적으로 해적선에 구출된 요크 출신 뱃사람 로빈슨 크루소가 그려낸 자신의 생애와 기이하고도 놀라운 모험 이야기>. 디포가 쓴 유령 이야기의 제목은 <빌 부인의 망령>으로 알려졌다. 이 작품이 영국 최초의 유령 이야기라서 무서운 이야기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지금 보면 <빌 부인의 망령>은 너무나도 평범한 유령 이야기다. 바그레이브 부인이 빌 부인의 영혼과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 주를 이룬다. 그렇지만 <빌 부인의 망령>은 서구 공포 문학의 역사를 논할 때 절대로 빠져선 안 되는 작품이다. 일단 이 작품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빌 부인의 망령>을 읽은 독자들은 유령과 담소를 나눈 부인의 이야기를 실화로 인식했다.

    

 

 

 

 

 

 

 

 

 

 

 

 

 

 

* 호레이스 월폴 오트란토 성(황금가지, 2002)

    

 

 

오트란토 성은 고딕 소설의 원조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호레이스 월폴(Horace Walpole)은 이 작품의 제2판에 고딕 이야기라는 부제를 붙였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장소는 중세 시대에 만들어진 거대한 성. 오트란토 성의 영주인 만프레드의 아들이 결혼식을 거행하기 전에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다. 영주의 아들은 거대한 투구에 깔린 채 숨을 거두었다. 아들의 죽음 소식을 접한 영주는 오트란토 성에 오랫동안 지배한 가문의 저주를 떠올리게 되고, 점점 광기에 사로잡힌다. 한편, 하인들은 죽은 영주의 아들로 보이는 유령을 목격하기도 한다. 오트란토 성에도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해주는 장면이 많지 않다. 음산한 분위기가 지배한 성, 그 속에 숨겨진 비밀 통로, 그리고 기이한 초자연적 현상이 일어날수록 이성을 잃어버리는 인물들의 모습 등은 고딕 소설에서 절대로 빠질 수 없는 구성 요소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대의 독자들은 감수성이 예민한 18세기 영국 독자들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고딕 소설의 매력을 좀처럼 느끼지 못한다.

 

오트란토 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진지하게(?) 읽을 수 있는 방식이 있다.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만프레드의 행동과 심리 변화를 주목하면서 읽는 방식이다. 만프레드는 낭만주의 시대가 요구하는 인물이다. 그는 아들의 죽음 이후로 종족 번식(자신의 대를 이어줄 장자가 있어야 가문이 유지된다)에 대한 욕구를 느껴, 아들의 결혼 상대자인 이사벨라와 재혼하려고 한다. 만프레드는 이성의 구속에 벗어난 감정 상태에 빠져 있고, 그에겐 사랑이란 이성이 아니라 느낌에 충실한 것이다. 이것이 낭만주의자가 생각했던 낭만주의적 사랑이다. 물론, 만프레드가 이사벨라를 대하는 반응과 태도는 사랑이라고 보기 어렵다. 자신의 재혼을 정당화하기 위해 본처를 무시하는 만프레드의 모습에서 가족을 강압적으로 통제하는 가부장의 특징을 볼 수 있다. 만프레드가 생각하는 사랑은 상대방의 의사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억압을 포장한 것이므로 절대로 낭만화할 수 없다.

 

    

 

 

 

 

 

 

 

 

 

 

 

 

 

* 몬터규 로즈 제임스 몬터규 로즈 제임스 : 호각을 불면 내가 찾아가겠네, 그대여 외 32(현대문학, 2014)

    

 

 

몬터규 로즈 제임스(Montague Rhodes James)는 고대 및 중세 필사본을 연구한 서지학자이면서도 유령, 초자연적 현상을 소재로 한 작품을 많이 쓴 작가였다. 그의 작품에 고딕 소설의 향수가 조금 남아있지만, 앞서 소개한 밋밋한두 작품(<빌 부인의 망령>, <오트란토 성>)과 비교하면 한층 더 세련되고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소재로 가득하다. 유령의 자연사의 저자 로저 클라크는 일본 영화 <>을 분석했는데, 그는 <>의 특정 장면이 제임스의 여러 작품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으면 학교 괴담, 울부짖는 우물, 유령 들린 인형의 집, 포인터 씨의 일기장을 읽어보면 된다.

    

 

 

 

 

 

 

 

 

 

 

 

 

 

 

* 세계 호러 단편 100(책세상, 2005)

    

 

 

유령의 자연사14장에 몽스의 천사들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유령 이야기가 나온다. 이 유령 이야기를 알기 전에 아서 매켄(Arthur Machen)의 짤막한 소설 궁수를 읽으면 좋다. 궁수몽스의 천사들이야기와 거의 흡사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몽스의 천사들이야기가 매첸이 지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몽스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게 되자, 매첸은 자신이 쓴 궁수가 허구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발 없는 말은 천 리 간다라는 말이 있듯이 몽스의 천사들은 영국인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존재로 순식간에 급부상했다. 그 당시 몽스의 천사들을 모르는 영국인은 간첩으로 취급받았다. 우스갯소리가 절대로 아니다. 애국심에 사로잡힌 영국인들은 조국을 보호해준 천사가 있다고 믿었다.

 

유령의 자연사에 소개된 그 밖의 유령 문학 작품으로는 헨리 제임스(Henry James)나사의 회전,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크리스마스 유령,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캔터빌의 유령 등이 있다. 이 작품들에 대한 평을 쓰고 싶었으나 그걸 여기다 적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의 시간도 한정되어 있다. 이 글이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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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8 17: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2-09 15:18   좋아요 0 | URL
옛날 사람들은 줄거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 듯한 제목을 짓는 것을 좋아했어요.. ㅎㅎㅎ

sprenown 2017-12-08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유령문학 작품펑 기대합니다^^!

cyrus 2017-12-09 15:19   좋아요 0 | URL
<크리스마스 유령>은 읽어봤는데, <나사의 회전>은 한 번도 안 읽었어요. 번역본 문장 가독성이 떨어진다고 들었는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

짜라투스트라 2017-12-08 2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트란토 성을 읽고 몬터규 로즈 제임스와 아서 매켄을 좋아하는 동류의 인간으로서 다음 편이 기대되네요. 앨저넌 블랙우드나 앰브로스 비어스, 에드거 앨런 포 같은 인물들은 안 나오나요??^^

cyrus 2017-12-09 15:20   좋아요 0 | URL
제 기억으로는 <유령의 자연사>에 블랙우드, 비어스, 포는 언급되지 않았어요. 저자가 영국인이라서 영국 출신 작가를 많이 소개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