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 14 | 1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힐 하우스의 유령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셜리 잭슨 지음, 김시현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 주는 자장 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동요 ‘섬집 아기’)

 

 

외딴 섬, 외톨이, 외딴 집 등 그냥 말만으로도 외롭다. 정현종 시인은 ‘사람들 속에 섬이 있다 / 그 섬에 가고 싶다’고 했다. 소설가 제임스 앨런 맥퍼슨은 ‘모두가 외로운 사람들’(All the Lonely People)이라는 단편을 발표한 적이 있다.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외롭고 외롭다는 저 많은 사람.

 

우리는 소통과 사랑의 마음이 향하는 곳, 바로 ‘내 마음의 집’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집에 안 들어가니?”라는 질문에 흔히 “집에 들어가도 집 같지가 않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앞의 집은 부동산으로 거래되는 건축물이지만, 뒤의 집은 추위, 더위, 비바람을 막아주고 그 속에 살기 위해 지은 안식처다. 우리가 마음에 되찾아야 하는 '집'은 말하자면 'House가 아니라 'Home'이다. 소통과 사랑의 마음이 향하는 곳, 바로 그곳이 우리가 모두 가야 할 '집'이다. 그곳에 가면 사람의 체온과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주인을 잃어버린 집은 사람의 체온과 숨결의 자취를 찾아볼 수 없다. ‘흉가’로 변해버린다.

 

셜리 잭슨의 소설 『힐 하우스의 유령』에 나오는 힐 하우스는 흉가다. 집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어도 이제는 옛 집주인이 남긴 삶의 흔적이 희미해질 정도로 한적하다. 심지어 힐 하우스가 위치한 힐즈데일 사람들도 그 집의 존재를 모른다. 아니면 힐 하우스에 대해 좋지 않은 소문 탓에 애써 집의 위치를 모른 척하고 싶었을 것이다. 오래전부터 힐 하우스는 마을 사람들의 체온과 숨결마저 전달될 수 없을 정도로 저 먼 곳으로 떨어진 채 서 있는 저주 받은 집이 되었다.

 

힐 하우스의 심령 현상에 관심을 가진 인류학자 몬터규 박사는 함께 관찰하고 증인이 될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해 초대한다. 몬터규 박사와 함께 힐 하우스에 머물게 될 사람은 세 명이다. 어머니의 병시중 때문에 오랫동안 은둔 생활을 한 엘리너 밴스, 엘리너와 달리 성격이 활발하면서도 격렬한 면이 있는 시어도라 그리고 힐 하우스를 상속받게 될 루크 샌더스. 각기 다른 성격의 세 사람이 힐 하우스에서 같이 생활한다. 몬터규 박사 일행은 낯설고 기이한 현상을 겪기 시작한다. 시어도라가 머무는 방에 온통 붉은 페인트가 뿌려져 있고, 한밤중에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잦아졌다. 수많은 방과 복잡하게 만들어진 구조 때문에 힐 하우스 내부는 음산한 기운이 느껴진다.

 

“이 집은 지켜보고 있어. 모든 움직임 하나하나를. 물론, 다 상상력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겠지만.” (140쪽)

 

시간이 지날수록 공포의 강도는 더욱 거세지고, 성격이 예민한 엘리너는 몹시 두려워한다. 타인에게 의존적인 성향이 있는 엘리너는 시어도라와 함께 있고 싶어 하지만, 시어도라는 엘리너의 마음을 모른다. 오히려 의기소침한 엘리너를 은근히 무시하기도 한다. 엘리너는 다른 사람들보다 힐 하우스의 초자연적 현상에 괴로워한다. 몬터규 박사의 부인이 힐 하우스 모임에 뒤늦게 합류한 이후부터 엘리너의 마음은 위축된다. 몬터규 박사의 부인은 남편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심령 현상의 비밀을 파헤치려고 노력한다. 집 내부에 ‘도와줘요 엘리너 집으로 와요’라는 글씨가 발견될수록 사람들은 엘리너의 행동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엘리너는 자신이 사람들로부터 소외되고 있다는 생각에 괴로워한다. 그리고 시어도라가 루크를 좋아하는 사실을 알고 나서 질투하게 된다.

 

『힐 하우스의 유령』은 어둡고 음산한 힐 하우스의 분위기에 압도된 인물들의 심적 변화와 그 미묘한 갈등을 긴장감 있게 묘사했다. 불가사의한 고딕풍 분위기에 하드보일드 문체가 곁들어진 인물의 대화를 읽으면 독자가 그들과 함께 힐 하우스에 머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흡인력이 있는 문체는 이야기 중반부가 잠깐 지루하게 느껴지더라도 결말이 궁금해서 끝까지 읽게 한다.

 

소설은 ‘The haunting’이라는 제목으로 두 차례나 영화화되었다. 1963년에 로버트 와이즈 감독이, 1999년에 얀 드봉 감독이 1963년 작품을 리메이크했는데 원작 영화를 더욱 높게 평가받고 있다. 영화를 본 독자라면 원작 소설이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영화로 재탄생한 『힐 하우스의 유령』을 잊고, 셜리 잭슨의 『힐 하우스의 유령』으로 읽는다면 영화에서 발견하지 못한 소설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다.

 

엘리너는 작가 셜리 잭슨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엘리너처럼 잭슨도 남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감수성이 남달랐던 잭슨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린 잭슨이 요조숙녀로 성장하기를 바랐지만, 그런 어머니의 기대는 잭슨의 마음을 예민하게 만들었다. 잭슨은 어머니의 지나친 기대와 관심을 피하려고 공상과 상상에 자주 빠졌다.

 

『힐 하우스의 유령』의 배경 힐즈데일은 그녀가 정착했던 노스 베닝턴 마을을 암시한다. 힐즈데일 사람들은 외지인에 불친절하고, 힐 하우스에 관해 물어보면 적대적인 반응을 보인다. 잭슨의 남편이 대학교수로 발령받아 노스 베닝턴이라는 마을에서 살게 된 잭슨은 그곳 주민들과 잦은 불화를 겪었다. 잭슨을 두고 마을에서는 ‘마녀’라는 악의적인 소문도 돌 정도였다. 잭슨은 마을 주민의 편견과 차별을 증오하면서 살았다. 마을 주민들과 융화되지 못한 그녀의 고립된 삶은 고딕 미스터리 작품을 탄생시켰고 그중에 가장 두드러진 인물이 『힐 하우스의 유령』의 엘리너다. 엘리너는 시어도라가 자신으로부터 점점 멀어질까 봐 두려워한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불가사의한 글자가 발견된 사건 이후로 일행은 엘리너를 의심한다. 힐 하우스의 공포에 휘말려 혼란스러운 엘리너는 자신이 고립된 존재가 될까 봐 두려워한다. ‘무엇이든 저택 안을 걸어갈 때는 항상 혼자’였다.

 

『힐 하우스의 유령』의 결말에 대해 호불호의 평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말까지 다 읽은 독자 중에는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그러나 그 결말은 누군가에게는 슬플 것이다. 혼자 지낸 사람은 안다. 엘리너가 힐 하우스에 가장 먼저 도착할 때부터 철저히 혼자였다는 사실을. 새로운 연인과의 만남으로 엘리너의 힐 하우스 여행은 슬프게 끝나고 말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J. 하버쿡 젭슨의 진술 에스프레소 노벨라 Espresso Novella 7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송기철 옮김 / 북스피어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Scene #1  심령술에 빠진 추리소설가

 

탐정하면 셜록 홈즈를 떠올리지만 셜록 홈즈하면 코난 도일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작가 코난 도일이 창조한 ‘완벽에 가까운’ 명탐정 셜록 홈즈는 추리소설의 상징적인 인물인데 반해 그 창조주인 코난 도일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홈즈를 주인공으로 한 흥미진진한 소설로 부와 명예를 거머쥔 도일은 그러나 “홈즈가 지겨워졌다”고 토로한 바 있다. 홈즈의 인기가 절정에 달하던 1893년. 작가는 『최후의 사건』에서 홈즈를 폭포에 떨어뜨려 죽인다. 작중 인물에 싫증이 난 것일까. 작가의 명성을 압도하는 그에게 질투를 느낀 것일까.

 

그 반응은 상상을 초월했다. 런던 시내에는 검은 상장을 단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했고, 군중은 소설 속 홈즈의 집이 있는 런던 베이커가 221B번지로 몰려가 가상의 인물을 연호했다. 항의편지에 시달리던 출판사는 작가를 달래기도 하고 으름장도 놓았다. 그러나 독자들의 원성에 결국 홈즈를 부활시켰다.

 

도일은 ‘홈즈의 작가’가 아닌 ‘역사 소설가’로 불리기를 원했다. 사실 홈즈 시리즈가 나오기 전에 도일은 역사소설로 문단에 데뷔했다. 그리고 초현상을 소재로 다룬 공포소설도 쓰기도 했다. 홈즈는 초현상을 믿지 않을 정도로 이성과 명석한 논리로 무장한 인물인 반면에 도일의 실제 삶은 그렇게 논리적이지만은 않았다. 도일은 말년에 심령술에 무척 관심이 많아 세계심령학회 회장도 지냈다. 1920년대 영국은 심령학이 엄청난 유행이었는데 그 때 ‘코팅리 자매의 요정 사진’이 공개되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코팅리라는 이름의 소녀가 ‘요정’으로 추정되는 사람 형상과 함께 사진에 찍힌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놀라운 것도 아니었다. 한 눈에 봐도 조작된 사진이었으니까. 하지만 도일은 이 사진가 진짜라고 믿었으며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 『요정들의 출현』이라는 책도 발표했다. 유명 인사가 사진을 진짜라고 주장하자 꽤 많은 사람들은 믿기 시작했다. 그러나 많은 세월이 흐르자 사진의 위조사실이 밝혀졌다. 코팅리 자매 중 한 사람이 나서서 사진 속 요정은 마분지와 실로 만들어낸 요정이라고 실토했다.

 

많은 사람들, 특히 홈즈의 작가 도일마저 조작된 사진을 쉽게 믿고 만 것일까. 당시 1920년대 영국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침울한 분위기에 빠져 있었다. 우울한 심리상태는 요정과 같은 신비로운 존재를 믿게 만들었다.

 

 

 Scene #2  초현상적 사건을 소재로 다룬 네 편의 소설

 

간혹 우리는 매사가 불안하며 심약해지만 헛것이 보인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진짜로 믿고 만다. 아니면 현실에서 불가능한 현상에 대한 호기심이 강할수록 가짜라고 해도 일말의 의심도 없이 믿게 된다.

 

아마도 도일은 평소에도 초현상에 관심이 많았을 것이다. 그 중에 『J. 하버쿡 젭슨의 진술』은 세계의 불가사의를 모은 책에서도 종종 소개되는 ‘마리 설레스트 호’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마리 설레스트 호는 처음 건조되었을 때는 이름이 ‘아마존 호’였다. 후에 ‘마리 설레스테 호’로 이름을 바꾸었는데 1872년에 선박의 승무원들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라지기 직전에 배는 미국 보스턴을 출발해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조레스 제도 부근에서 항해하는 설레스테 호가 발견되는데 돛을 펼쳐져 있었으나 장난감 배처럼 수면 위에 고정되듯이 멈춰져 있었다. 문제의 배를 발견한 데이 그라티아 호의 선장은 선원들을 시켜 조사하도록 했다. 셀레스테 호를 조사하던 선원들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배에는 아무도 없었고 갑자기 황급하게 그곳을 떠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 배의 승무원은 8명이었으며 선장 브릭스의 처와 5살 된 아들도 함께 타고 있었다.
 
마리 설레스테 호의 수수께끼는 정밀하게 조사를 하면 할수록 의문점이 늘어갔다. 나침반 상자가 망가져 있고 나침반도 고장 나 있었다. 선장실에 항해용 기계류나 측정기가 보이지 않은 채 표류하듯이 배는 그렇게 움직였다. 가장 의심스런 일은 외부의 습격을 받을만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점이다. 그리고 구명보트는 없어졌는데도 살아남는데 필요한 식량과 식수를 전혀 가져가지 않았다.

 

사고 원인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여 “선원들이 외계인에 의해 납치되었다, 회오리바람이나 거대한 바다뱀이 갑판 위의 선원들을 쓸어갔다, 해적의 소행이다, 선원들이 갑자기 미쳐서 모두 자살했다”라는 등 여러 가지 설이 난무하였으나 아직도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는 않은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된다.

 

도일은 마리 설레스테 호의 승객으로 실종된 폐결핵 전문가 하버쿡 젭슨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설정하여 그의 진술을 토대로 설레스테 호가 실종된 이유를 독자에게 이야기하듯이 풀어낸다. 물론 화자는 하버쿡 젭슨이다. 

 

젭슨은 남북 전쟁에 참전하여 부상을 당해 치료를 받게 된다. 그의 병상을 돌보던 흑인 노파로부터 젭슨은 용도를 알 수 없는 검은색 돌멩이를 받는다. 노파는 이 돌이 아버지에, 그 아버지에, 또 그 아버지로부터 받은 귀중하고 성스러운 돌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대를 이을 자식이 없기 때문에 노예제도를 반대하는 젭슨에 대한 고마움으로 돌을 주게 되었다. 둥그스럽고 평범하기 짝이 없는 돌을 젭슨은 버리지 않고, 호주머니에 보관한다.

 

상처가 회복된 젭슨은 요양을 겸해서 마리 설레스트 호에 승선하게 된다. 선원을 제외한 또 다른 승객은 흑인의 피가 섞인 혼혈인 셉티미어스 고링이라는 인물인데 그는 정체를 알 수 없다.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은데다가 밤이 되면 그의 얼굴에 나오는 음흉한 표정은 소름끼칠 정도로 느껴진다.

 

항해할수록 설레스테 호에 괴이하고도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다. 선장의 아내와 아들이 실종되고, 가족을 잃은 선장은 실의에 빠져 멘탈이 붕괴되고 만다. 결국 슬픔을 이겨내지 못해 자살하고 만다. 선장을 잃은 설레스테 호는 침울한 분위기가 감돈 채 목적지를 향하지만, 엉뚱하게도 배는 목적지에 완전히 떨어진 아프리카 대서양 쪽에 표류한다.

 

이 때 수수께끼의 인물 고링이 드디어 숨겨왔던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는 의도적으로 배가 아프리카 쪽으로 향하도록 했다.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 선장과 그의 가족을 제거했다. 배에 탑승한 선원 중에 고링이 심어놓은 스파이가 있었다. 그래서 나머지 선원과 승객을 한명씩 제거할 수 있었다. 고링은 왜 셀레스테 호에 탑승해서 이런 잔인무도한 음모를 꾸미고 실행하고 있었던 걸까? 그는 젭슨이 가지고 있는 검은 돌 하나 때문에 치밀한 살인 음모를 꾸몄던 것이다. 사실 저 평범해 보이는 검은 돌 속에 어마어마한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가죽 깔때기』는 오컬트적 분위기가 느껴지는 소설이다. 라이어넬 데이커는 탐험가 로버트 리플리처럼 진귀하고 마술적인 물건을 수집하고, 초현상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다. 그가 수집한 물건 중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가죽 깔때기가 있는데 데이커는 친구인 ‘나’에게 깔때기에 관한 불가사의한 비밀을 언급하는데 자세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나’의 호기심만 불러일으키게 만들면서 직접 불가사의한 일을 경험해보라고 제안한다. 친구의 제안에 어쩔 수 없이 ‘나’는 받아들이는데 머리맡에 깔때기를 둔 채 잠을 자는 것이다.

 

‘나’는 꺼림칙하게 여기면서 잠을 청하는데 기괴한 내용의 꿈을 꾼다. 죄인으로 추정되는 여인과 그녀를 벌하기 위해서 검은 옷을 입은 몇 명의 사내가 등장한다. 목마에 포박당한 여인의 옆에는 물을 가득담은 세 개의 양동이와 국자가 있다. 그리고 사내 한 명이 문제의 가죽 깔때기를 여인의 입 속으로 찔러 넣는데... 끔찍한 벌을 받는 여인의 정체는 무엇이며, ‘나’가 목격한 꿈의 내용은 어떤 장면일까?

 

『경매품 249호』는 미라가 등장한다. 옥스퍼드 올드칼리지 기숙사에 미라가 있다. 흑마술에 탐닉하는 올드칼리직 학부생 벨링엄은 자신의 방에 미라를 보관한다. 그것이 기숙사 전체를 발칵 뒤집는 무시무시한 사건의 전말이 될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경매품 249호’라는 상표가 붙인 미라는 어떤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살아 움직인다(?) 그리고 기숙사에 살고 있는 학생들을 공격한다. 주인공 스미스는 기숙사에 발생하는 괴사건을 비웃었지만 자신도 공포스러운 일을 경험한다. 벨링엄의 방에 보관된 미라가 자신을 뒤쫓고 있는 것이 아닌가! 미라는 왜 기숙사 학생들만 골라 습격하는 것일까? 그리고 미라를 움직이게 만드는 자는 누구인가?

 

『북극성호의 선장』은 도일이 젊은 시절에 고래잡이배에 탔던 경험이 반영된 소설이다. 소설 배경과 전개가 『J. 하버쿡 젭슨의 진술』과 유사하다. 의학도 존 멜리스터 레이가 북극성호에 탑승하면서 겪었던 일을 일기 형식으로 쓴 것이다. 배는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떠다니는 곳에 갇히고 만다. 주위에는 온통 하얀 빙하만 있을 뿐이다. 유빙이 배에 부딪히는 순간, 차가운 바다 한가운데로 침몰할 위기에 놓여졌다. 그런데 북극성호의 선장은 제정신이 아니다. 밤마다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거대한 얼음의 땅을 향해 멀뚱히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얼른 빙하의 세계를 탈출해야 할 시급한 상황에 선장은 엉뚱한 행동을 하고 있다니. 존은 선장의 모습에 어이 없어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어이없는 사건이 하나씩 발생하기 시작한다. 선원이 유령을 목격했다는 등 항해가 지체될수록 선상에 불가사의한 분위기가 지배한다. 항해하면서 일용할 식량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 설상가상으로 선장이 실종되고 만다. 선원들은 배에 저주를 받았다고 두려움에 떤다. 북극성호도 마리 설레스트 호처럼 저주받은 배가 된 것일까? 그리고 선장과 선원을 두렵게 만든 유령의 정체는 무엇일까?

 

 

 Scene #3  '오컬트 소설가' 코난 도일

 

네 편의 작품에 장르를 구분하자면 똑부러지게 말하기가 애매모호하다. 『J. 하버쿡 젭슨의 진술』은 마리 설레스트 호 사건을 도일 나름의 상상력을 가미해서 흥미 본위로 쓴 소설이다. 이 불가사의한 사건을 정확하게 밝혀주는 것은 아니지만, 고대 마술과 심령술에 대한 코일의 독특한 관심을 보여주는 첫 작품이다. 훗날 『가죽 깔때기』와 『경매품 249호』그리고 홈즈 시리즈에 포함되는 일부 작품들에서도 이야기의 소재로 등장한다.

 

네 편의 소설은 공통적으로 초현상을 믿지 않는 이성적인 인물과 그것을 믿고 두려워하는 인물이 뚜렷하게 대비된다. 그러나 이성적인 인물도 초현상을 경험하고 목격하는 순간 믿게 된다. 상당히 이성적일 것 같은 도일이 평생 심령술에 푹 빠진 채 살았던 그의 이력을 생각한다면 도일의 작품 세계는 흥미진진하다. 도일은 챌린저 교수가 등장하는 SF소설도 쓸 정도로 장르소설의 시초로 평가받을만하다. 그동안 홈즈 시리즈만 읽은 독자라면 잠시 홈즈를 잊고 도일의 또 다른 작품들도 읽어본다면 특별한 매력을 느낄 것이다. ‘역사소설가’가 되고 싶어하던 도일의 수식어에 ‘오컬트 소설가’라고 하면 본인은 만족스러워 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더 더 돔 2 밀리언셀러 클럽 112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티븐 킹 <언더 더 돔 1> ' Be the day of Doom '  

 

현실은 그야말로 암흑 판타지였다. 

- 스티븐 킹 <언더 더 돔 2> p 339 -  

 

 

 


  ' 루카스 영감님, 당신마저도 , , , '   

2012년 종말론이 전세계인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정말 대단한가보다.

이번에는 어느 과학자가 올해안에 지구에서 태양이 2개 뜨는 것처럼 보이는 신비한 장면이 목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성 주장에 전세계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2012년 종말론이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베텔기우스라는 별이 폭발하게 되면 (초신성) 그 밝기 때문에 지구에선 1~2주 동안 밤이 낮으로 바뀌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으며 블랙홀까지 생길 수도 있다고 하는데 , , ,  

전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동물들의 떼죽음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이번에 화제가 된 ' 2개의 태양 ' 설을 가지고 2012년 종말론과 연계시키는 것은 섣부른 상상인거 같다.   베텔기우스라는 별은 지구에서 640광년이나 떨어져 있지만 직경은 태양의 900배에 달할 정도로 거대하다고 한다.  천문학자들은 베텔기우스가 지구가 있는 태양계쪽으로 이동하지 않는 이상 폭발한다하더라도 지구에게 미치는 영향은 별로 크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것은 이 기사가 뜨고 난 후에 얼마 안 되어 <스타워즈> 시리즈를 제작한 감독 겸 영화제작자인 조지 루카스가 2012년에는 지구가 종말할 것이라는 발언을 함으로써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지금도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루카스의 발언에 대한 진위 논란에 휩싸여있다.  

루카스 본인이 직접 말한 것이 아니라, 최근에 개봉한 영화 <그린 호넷>의 배우 세스 로건의 진술을 통해서 매스컴에 전파되었기 때문이다. 루카스의 충격적인 발언이 나왔던 대화에는 스티븐 스필버그도 그 자리를 함께 하고 있었다는데 세스 로건의 진술에 의하면 스티븐 스필버그 역시 처음에는 루카스의 발언을 농담으로 받아들였지만 계속되는 진지한 열변에 무척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고 한다.  

조지 루카스에게 커다란 명성을 안겨주었던 <스타워즈>에서 영화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의 고향 행성 ' 타투인 ' 에는 두 개의 태양이 떠오르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 , ,  기사 등장 타이밍이 참 묘하다.  루카스는 ' 2개의 태양 ' 설에 대한 내용의 뉴스를 접하고 난 뒤에 종말론을 예상했는 것일까?   발언 논란에 대해서 조지 루카스 본인이 직접 입을 열어 해명을 해야할 될 거 같다.

2012년을 1년밖에 남겨두지 않은 상황이라 앞으로도 종말론에 대한 이야기들이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종말론의 전조라고 말하는 이상 현상들은 단지 쓸데없는 기우이며 루카스 영감님의 종말론 발언은 희대의 ' 개드립 ' 으로 남게 될지 내년이 되어야  알 수 있을 것이다.  

  

 

 

 - - - - - - - - - - - - ( 스포일러 주의 ) - - - - - - - - - - - - - -

 

  ' 암흑 판타지 ' 의 세상으로 변한 체스터스밀

쓸데없이 긴 종말론 이야기는 각설하고 스티븐 킹의 <언더 더 돔> 2권 이야기로 넘어가야겠다.  

사실, 2권 내용은 1권과 별 다를게 없다. 2권의 전체적인 내용은 돔으로 뒤덮이기 시작한 돔 데이(Dome day) 이후 커다란 혼란으로 치닫는 체스터스밀 마을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체스터스밀 마을 시의회 부의장인 빅 짐 레니의 횡포는 갈수록 극악해지며 돔으로 뒤덮이고 난 뒤에는 마을 곳곳에서는 살인, 강간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비상 사태나 다름없는 체스터스밀 마을의 치안을 다스려야할 판에 빅 짐 레니는 자신의 권력을 확장시키는데 주력을 다하며 방해가 되는 사람들을 차례차례씩 제거하기 시작한다.  

빅 짐 레니의 음모를 간파한 바비는 그가 과거에 저질렀던 부정적인 사건들의 기록이 남겨진 베이더 파일을 자신의 손에 쥠으로써 정체불명의 돔의 원인을 파악하는 동시에 빅 짐 레니의 독재와 횡포를 막기 위해서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빅 짐 레니는 벌써부터 바비를 음해하기 위해서 자신의 아들과 함께 음모를 꾸미기 시작한다.  그들은 바비를 체스터스밀 마을에서 일어난 강간 및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하게 하여 체포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왕에 바비를 두둔하는 인물들까지 제거하기 위해서 언론을 조작하여 바비를 체스터스밀 마을의 치안을 불안하게 만드는 자로 매도하게 한다.  

빅 짐 레니의 치밀한 계략에 의해 졸지에 수감되어 갇혀버린 바비는 어떻게든 위기의 체스터스밀 마을을 구하기 위해서 탈출을 시도하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 , ,  

과연, 바비는 빅 짐 레니라는 악의 손아귀에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빅 짐 레니와 그의 무리들이 마을을 활개를 치고 다닐수록 거대한 돔은 더욱 더 견고해져만 가고 있다. 아직 2권에는 희망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돔으로 뒤덮인 체스터스밀 마을은 한순간에 악의 무리들이 돌아다니는 지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이 ' 지옥 ' 임에도 불구하고 몇 몇 사람들은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채 실없는 농담이나 하면서 보내고 있다.

 

  

  주황색 불빛의 정체는?  

2권에서 스티븐 킹은 독자들을 위해서 돔의 원인에 대한 여러가지 실마리 혹은 ' 떡밥들 ' 을 제공해주고 있다.

바비와 그 밖의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서 추측해볼 수 있는데 종말론이 대두되면 항상 먼저 떠오르게 되는 ' 정부의 비밀 연구설 '  이다. 바비와 함께 돔의 정체를 파악하는 콕스 대령은 사람들이 정부가 꾸민 비밀 연구일 수 있다는 가정을 하게 되자 괜히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거나 정확한 내용에 대해서 언급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만약에 체스터스밀의 돔이 정부가 꾸민 거대한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이라면 좀 뻔한 결말이 될 수 있겠지만 , , ,   일단 완결판이 3권에서 결말의 단서들이 언급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지구를 다스리기 위한 외계인들이 돔을 만들었다는 추측도 언급하고 있는데, 외계인설이야말로 나에게는 정말 원치 않은 결말이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갑자기 생뚱맞게 외계인이 등장하게 된다면 , , ,  정말 할 말이 없다 , , ,   

500페이지에 가까운 책 3권을 읽었던 시간이 아까웠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될 지도 모른다.  

2권에서 가장 잊지 못하는 장면이 밤하늘에 뜬 분홍색 별과 사람들이 목격한 주황색 불빛이다. 분홍색 별들을 본 사람들은 돔의 투명한 막 때문에 그렇게 보인다고 말하고 있지만 , , ,  

글쎄 , , ,   왜 밤하늘의 별이 유독 분홍색을 띄고 있으며 갑자기 유성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소설의 결말과는 상관 없을지 모르겠지만 분홍색 별들이 떠 있다는 것은 분명 기이한 현상인 것은 틀림없다.  

무엇보다도, 2권에서 자주 묘사되는 주황색 불빛의 정체가 무척 궁금하다.  

조는 도랑까지 비틀비틀 걸어가 고무처럼 흐느적거리는 팔을 뻗었다. 손으로 노란색 계수기를 쥐고 뒤집었다. 바늘이 빨간색 위험 구역 바로 아래의 +200까지 치솟아 있었다. 조는 눈금을 확인하고 곧바로 주황색 불꽃이 넘실거리는 검은 구멍으로 빠져들었다.  그 불꽃은 산더미처럼 쌓인 호박들로부터 솟아오르는 듯했다.  

- <언더 더 돔 2> p 323 -

 

검은능선 꼭대기, 체스터스밀 전체를 굽어보는 사과 과수원에서, 눈부시게 밝은 연자주색 불빛이 깜박거렸다.    그 불빛은 15초마다 한 번씩 깜박였다.  

- <언더 더 돔 2> p 328 -  

 

맨 처음으로 의문의 불빛을 목격한 조는 이 불빛이 돔을 발생시키는 장치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불빛이 생기는 지점에 가까이가게 되면 계수기의 방사능 수치가 올라가는 현상이 생기는 걸 봐서는 정부가 은밀히 실행하고 있는 방사선 실험 프로젝트 같은 생각이 든다.  

  

 

  결국 찾아내지 못한 희망의 실마리

2권을 읽고 있는 내내 답답한 기분은 떨칠 수가 없었다.    

빅 짐 레니와 그의 똘마니들이 판을 치면 칠수록 체스터스밀 마을에는 악한의 희생양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리고 바비가 짐 레니에 의해 궁지에 몰리게 됨으로써 돔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한 과정은 산 너머 산이다.  많은 내용에다 워낙 많은 인물들이 하나씩 등장하다보니 거대한 돔의 정체를 파악하려는 과정의 이야기 전개는 안드로메다로 향하는듯한 느낌도 들었다.  혼란에 빠진 체스터스밀 마을 못지 않게 이야기 전개마저도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이렇다보니, 2권에는 위기의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그 어떤 희망적인 실마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2권을 읽기 전에도 이미 예상했었지만 1권보다 빅 짐 레니의 횡포가 더욱 심해질뿐 체스터스밀 마을은 살인과 불신으로 가득한 ' 암흑 판타지 '의 현실이 되어버렸다.  

거기에다가 돔의 원인마저도 오리무중으로 빠져버리고 말았으니 , , , 체스터스밀 마을의 미래는 더욱 암울하기만 하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arover 2011-01-30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아온 스티븐 킹의 소설이네요. "현실은 그야말로 암흑 판타지였다"....... 어쩌면 우리 현실을 지적하는 구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봅니다.

cyrus 2011-01-30 17:16   좋아요 0 | URL
소설을 읽다보면 미국의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하는 묘사가 많이 있습니다.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 은근히 비판하기도 하구요.

노이에자이트 2011-01-30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을 보니 역시 스티븐 킹은 단순한 대중추리작가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사실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으로 이분법적으로 가르는 시각 자체가 문제일 수도 있지요.킹은 성직자나 정치가의 독선을 은근히 잘 묘사하는 것 같아요.직접 그런 소재를 다루는 작품이 아니라도...그리고 거기에 휘둘리는 평범한 인간들이 모르면서도 저지르는 범죄도...

cyrus 2011-01-31 00:0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 소설에는 정치가뿐만 아니라 마을의 성직자도 등장하는데
이 인물 역시 그렇게 정상적인 인물로 등장하고 있지 않습니다.
 
언더 더 돔 1 밀리언셀러 클럽 111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히에로니무스 보스, <쾌락의 정원> 제단화 판넬 덮개 부분, 1480~1490년 경
 

  

 

 

  종말의 전조  , , , ? 

2009년에 2012년의 인류 멸망을 그려낸 <2012>라는 영화가 개봉되어 전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몰고 왔다.   일명 ' 마야인의 예언 ' 이라고도 불리우는 종말론은 고대 마야 문명의 달력이 2012년 12월 21일에 멈춰져있는 내용에서 유래되어 온 것이 지금까지 ' 2012년 종말론 ' 으로 회자되어온 것이다.   마야인들이 정말로 2012년을 종말의 날로 예측했는지에 대해서 지금도 학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고 있지만 몇 몇 학자들은 마야인들이 남긴 문헌의 내용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고 수온과 해수면이 상승되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는 갑작스런 기후 변화로 인해 겪는 피해 사례들이 2012년 종말이 조금씩 진행되고 있는 증거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 여론의 대세가 감도는 시기에 이번에는 새와 물고기가 한꺼번에 떼죽음당하는 사례도 일어나고 있다.   과학자들은 천둥을 동반한 폭풍우, 혹한, 기생충 감염 등 여러가지 자연적 원리로 인해서 생긴 떼죽음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추측만 나올뿐이다.  인터넷에서는 비밀정부의 실험 때문이라거나, 고대 마야인의 2012년 예언의 조짐이라는 등 각종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학자들은 동물의 떼죽음 현상을 이구동성으로  ‘ 세상의 종말 ’ 로 보는 것은 과장된 해석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이례적인 한파 때문에 물고기가 떼죽음당하는 사례가 나오는 걸 봐서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후 변화가 떼죽음의 원인으로 가장 근접하다고 생각된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고 더워지게 만드는 기후변화는 결국 지구환경을 외면한 이기적인 마음으로 가득찬 인류가 만들어낸 인과응보적 재앙이기도 하다.  2012년 종말론의 전조라고 단정하기에는 과장된 감은 있지만 인류 스스로 만든 재앙의 전조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멀쩡하던 이웃이 내 눈 앞에서 갑자기 죽는다면 , , , ?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동물 떼죽음 현상 소식은 주로 해외토픽으로 접하다보니 실제로 접하지 않았다거나 한 번도 보지도 못한 한국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특별하게 느끼지 않을 것이다. ' 종말론의 조짐 ' 인마냥 떠들어대는 뉴스 멘트에 콧방귀를 뀔 것이다.  실제로 목격한 현지인들에게는 아무런 이유 없이 동물들이 죽어나가는 현상에 무서워서 벌벌 떨었겠지만.  

그런데 만약에 우리 집 주변 길가에 수많은 새들이 떼죽음당하여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아니면, 길을 걷다가 내 옆에서 멀쩡히 지나가던 동물의 몸이 갑자기 두 동강 나면서 잔인하게 죽어간다면, , , ? 

이제 좀 현실의 심각성이 느껴지는가?    이 정도의 상상에도 별다른 느낌이 오지 않은 이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것보다 좀 더 심한 과장이 있는 잔인한 상상을 해보자.  

방금 전에 대화를 나누었던 내 이웃이 아무 이유도 없이 갑자기 붉은 피를 뿜어내면서 심하게 다친다거나 혹은 끔찍하면서도, 너무 갑작스런 죽음을 맞는 것을 바로 그 옆에서 지켜보게 된다면,  이 기이한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런데, 이런 잔인한 상상은 스티븐 킹<언더 더 돔> 1권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 ' 피 ' 가 난무하는 장면으로 시작되고 있다.   먹이를 찾기 위해서 분주히 돌아다니던 마멋은 도끼로 자른듯 몸이 두 동강이 나 잔인하게 죽게 되고,  구름 한 점 없는 고요한 하늘 위를 날아다니던 경비행기는 무언가에 충돌한 것처럼 갑자기 폭발하고 만다.  그리고 소설 속 등장하는 인물인 바비는 자신의 눈 앞에서 갑자기 두 동강이 나 죽은 마멋의 시체와 경비행기 폭발로 인해 공중에서 떨어져나간 죽음 사람의 신체 부위를 동시에 봄으로써 확률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기이한 죽음을 동시에 목격하게 된다.  

바비의 주변에는 바비 이외에는 마멋을 그렇게 잔인하게 죽일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멀쩡하게 잘 날아가던 경비행기는 왜 갑자기 추락한 것일까?   하늘에는 경비행기와 충돌할만한 그 어떤 거대한 비행기 한 대도 없는데 말이다.    

바비처럼 내 눈 앞에서 끔찍한 죽음의 장면을 목격한다면 당혹스러움을 물론이고 이유를 알 수 없는 기현상에 대한 공포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죽음의 현상이 계속 반복되어 일어난다면 , , , ?   

이 소설에서도 갑자기 날아다니던 새들이 떼죽음맞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불가사의하면서도 연속적인 사건에 대해서 지구 멸망의 징조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스티븐 킹의 <언더 더 돔>은 2012년 지구 멸망론과는 전혀 관련은 없지만, 평화로웠던 체스터스밀 마을에는 분명 원인과 과정마저 전혀 알 수 없는 재앙의 조짐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평범한 마을, 체스터스밀에 거대한 돔(Dome)이 생긴 날  

스티븐 킹의 소설에는 수많은 마을 사람들이 등장하여 각자만의 이야기들을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붉은 피에다가 잘려나간 신체 일부가 등장하면서 시작되는 장면과 달리 소설은 전개될수록 체스터스밀 마을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자신 눈 앞에 펼쳐진 불가사의한 죽음의 현상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본 바비는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공포감을 가졌다치더라도 죽음 소식을 뒤늦게서야 접한 마을 사람들과 사고 현장을 찾은 경찰 그리고 마을 의회 사람들은 이 사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게다가 자신들이 살고 있는 거대한 마을에 정체불명의 거대한 돔(Dome)이 생겼음에도 불가사의한 현상들을 타개할 어떤 적극적인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구경꾼들. 그 사람들도 정상이 아니기는 마찬가지였다.   

, , ,   사람들이 한 덩어리로 뭉쳐 커다란 무리를 이루어야 정상이었다. 구경꾼들은 늘 그랬다, 죽음의 현장에서 위안을 찾기라도 하듯이. 그런데 이 사람들은 두 덩어리로 모여 있었고, 게다가 마을 경계 저편의 모튼 쪽 구경꾼들은 불타는 트럭에 끔찍이도 가까이 서 있었다.  

- 스티븐 킹 <언더 더 돔 1> p 103~104 -

 

특히, 소설에서 비중 있는 인물인 체스터스밀 마을 부의장 빅 짐 레니는 사고 현장을 미숙하게 처리한다거나 체스터스밀 마을 비상 사태와 관련하여 치안 유지를 위한 인력을 마을의 문제아들을 충원하는 등 무능하고 권력욕에 가득찬 권력자로 등장한다.   

그의 좌우명은 ' 경쟁에서는 늘 앞설 것. '   범상치 않은 좌우명에서부터 그의 권력지배적 성격이 드러나고 있다.  그는 마을 시 의회의 2인자이면서도 1인자인 마을 의장 앤디 샌더스에 대해서 은근히 무시를 하며 (앤디 샌더스 역시 무능한 마을 지배자로 등장하고 있지만)   마을에서 일어난 일은 무조건 자신이 직접 처리해야 직성이 풀린다.  거대한 돔이 생기고난 이후부터 이제서야 체스터스밀 마을 사람들은 불가사의한 현상들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자, 이를 발판삼아 마을을 장악하기 시작한다.   마을의 1인자라면 갑작스레 일어난 불가사의한 현상에 대해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하고 불안감에 휩싸인 마을 사람들이 진정시켜 마을 내의 치안을 유지해야하는 것이 급선무인데 빅 짐 레니는 대충 처리하고 있다.  그의 머리속에는 마을을 통치하는 권력을 손에 얻는 것이 먼저이다.   

소설 속에는 짐 레니만 심각한 것이 아니다. 그의 아들 짐 레니 주니어 역시 부전자전이라는 말에 어울릴 정도로 아버지 못지 않는 못난 인물로 등장한다.  돔이 생기고 있었던 그 날에 짐 레니 주니어는 자신의 소꿉친구였던 두 여자아이를 살해한다.  그는 엄연히 말하면 살인자임에도 불구하고 주니어는 아버지 덕분에 체스터스밀 경찰 임무를 맏게 된다. 그러고는 경찰이라는 신분을 이용하여 제멋대로 권력자인마냥 마을 사람들에게 행패를 부리는 막장을 보여준다.    

1권에서 잠깐 등장하는 로리라는 인물은 투명 돔의 심각성을 모르는 인물치고는 그가 맞는 최후는 불행하면서도 현편으로는 어이가 없기도 하다.  그는 자신만의 치밀한 수학적 계산(?) 으로 투명 돔을 깨부수는 방법을 생각해낸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한 방법만 있으면 ' 체스터스밀을 구한 영웅 소년 ' 이 될 것이라는 과대망상에 빠지게 되는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상태에서 돔을 부수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 , ,   그가 맞이하게 될 최후는 비극적이다.   

 

 

 

  거대한 돔보다 더 무서운 것은 , , ,   

<언더 더 돔> 1권에서 중점적이면서도 압권적인 장면이라면 바로 체스터스밀 마을에서 생기는 거대한 돔이 생기는 장면일 것이다.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쾌락의 정원>을 이루고 있는 판넬 덮개 그림은 아직은 해와 달이 만들어지기 전의 세계를 나타내고 있다.  해와 달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곧 혼돈의 세계인 것이다. 그래서 보스가 그린 세계는 어두우면서도 생명이라곤 전혀 살지 않을거 같은 황량하고 무서움이 감돈다.

투명 유리처럼 생긴 거대한 돔으로 둘러싸인 체스터스밀 마을은 보슈가 그린 세계처럼 되지는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돔이 생긴 이후로부터 평화로웠던 마을이 점점 혼돈의 마을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을 전체가 커다란 돔으로 둘러싸인 이상 마을 밖으로 절대로 나갈 수 없으며 외부 사람들(모튼 마을 사람들)도 체스터스밀 마을로 통과할 수 없는, 그야말로 ' 단절의 벽 ' 인 것이다.   

돔의 벽이 눈 앞에 있는줄 모르고 아무 곳이나 뛰어가다간 투명 벽에 부딪혀 얼굴에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거나 심하면 목숨까지 앗아가게 된다.  무엇보다도 이것보다 더 불가사의한 것은 휴대폰이나 워크맨을 소지한 사람은 목숨을 보장하지 못할 정도로 더 위험하다는 점이다. 그 물건을 소지한 채 돔 앞에 서 있는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이처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함으로써 돔과 관련된 끔찍한 의문의 사고들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된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돔의 공포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 

바로, 갑작스런 환경 변화 속에서도 대수롭게 여기는 너무 무심한 사람들, 그리고 끔찍하고 불가사의한 일들이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무시무시한 재앙으로 여기지 않는 체스터스밀의 자칭 파수꾼 빅 짐 레니의 모습,  그리고 돔이 생기고 난 이후부터 예전에 평화로웠던 체스터스밀의 모습은 살인과 죽음, 이기심으로 가득찬 지옥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체스터스밀 사람들은 돔(Dome) 속에 갇힌 마을이 지옥이 될 최후의 날(the day of doom)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서야 종말의 조짐을 알게 된다.  

체스터스밀 마을 사람들에게 돔은 자신들의 목숨, 전체적으로 보면 마을의 운명을 노리는 무시무시한 처형대이다.  처형대 같은 돔이 자신들의 눈 앞에 떡 하니 서있고 자신들의 목숨을 조여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아무 일 없다는듯이 일상 생활을 한다.   

피테르 브뢰겔의 그림에 있는 교수대 근처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혹은 구석에 똥을 누는 사람들 처럼 체스터스밀 마을 사람들은 돔에 대한 어떠한 공포심을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가 그동안 미처 몰랐던, 원인 모를 현상 앞에서 마을 사람들은 조금씩 두려워하기 시작하는 반면에 아직도 제 욕심만 채우려는 정신 못 차리는 사람들도 있다.  

돔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돔으로 둘러싸인 이후로 자신들도 모르게 변해버린 체스터스밀 마을과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과연 체스터스밀 마을은 다시 원래대로 평화의 시절로 돌아올 수 있을까?  아니면 지옥과 같은 같은 최후의 날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   다음 2권 이야기가 무척 궁금해진다.  

 


 

피터르 브뢰겔, <교수대 위의 까치>, 1568년
   

   

 스티븐 킹 <언더 더 돔 2> ' 보이지 않는 희망 '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철나무꾼 2011-01-28 0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언제부턴가 스티븐 킹 안 읽었어요.
아마 ‘스탠드’부터 멀리 했나봐요.
근데 별 다섯 개를 꽉꽉 채워주셨단 말이죠~?
히에로니무스 보스 그림도 등장해 주시고, 시도해 봐야겠는걸요~

cyrus 2011-01-28 14:56   좋아요 0 | URL
사실 저는 스티븐 킹 소설 중에서 <캐리>와 단편선집들만 읽어서
스티븐 킹의 이번 소설을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제가 보기에는 내용이 좋았어요. 이 소설도 영화 아니면 드라마로
제작한다던데,, 제 생각에는 오히려 영상물이 더 재미있을거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녀고양이 2011-01-28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븐 킹의 작품은 항상 비슷한 맥락의 공포를 표현하죠...
초기작 캐리부터 일관성 있어요. 사람들의 무심함에서 비롯하여, 악의,
거기서 뻗어나가는 공포. 무관심과 악의와 공포가 뭉쳐서 거대한 악을 형성하죠.
필요한건 자그마한 도화선 뿐............ ^^

그런 면을 멋지게 그리는 페이퍼를 쓰셨네요.
거기다... 추가해주신 그림도 아주 멋집니다.
돔 안에 갇힌 우리 자화상이군요.. ^^

cyrus 2011-01-28 14:57   좋아요 0 | URL
그런거 같아요, 그나마 읽은 장편소설이 <캐리>뿐이지만요,,^^;;
책 표지를 보면서 보스의 그림이 생각났었어요.

전호인 2011-01-28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꽂이에 꽂힌 채로 나만 바라보고 있네요.
읽게되는 날이 오겠죠?ㅎㅎ

cyrus 2011-01-28 14:5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전호인님 ^^
사실 글 쓰면서 안 읽어보신 분들에게 스포가 되지않을까봐
조심해서(?) 썼는데,, 괜히 제 글이 호인님에게 스포가 되지 않았나
모르겠네요.. ^^;;

2011-01-28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8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1-29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븐 킹, 히에로니무스 보쉬, 피테 브뤼겔.. ㅎ 양철님 말씀처럼 관심 팍팍 입니다. ^^

cyrus 2011-01-29 17:42   좋아요 0 | URL
그냥 소설 읽다가 이들의 그림이 생각난거 뿐이에요.
이 소설의 재미는 저도 보장 못한답니다. ^^;;
읽는 사람들마다 재미의 기준이 다르니까요 ㅎㅎ
 
항설백물어 -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7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금정 옮김 / 비채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썩지 않은 손    

 

 子不語 怪力亂神 

 (자불어 괴력난신) 

공자<논어> 술이편에 나오는 말이다. 공자는 괴이, 폭력, 난잡한 것, 귀신에 대해서 말씀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쉽게 말하자면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불가사의한 존재나 현상, 이를 ' 괴력 ' 과 ' 난신 ' 으로 나누어 괴이한 힘과 잡귀신들을 믿고 논하는 것을 경계함을 뜻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공자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인간의 관심과 흥미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보편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우리의 생활에 땔래야 땔 수 없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오늘날 같이 문명과 과학이 발달된 시대에 무슨 귀신, 유령 타령이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곳곳에서는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 실제로 있었던 사건과 같은 경우는 어떻게 설명해야 될까?  정말 우연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사소한 자연현상은 이 사건의 뉴스를 접한 사람들에게는 소박한 공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어느 야산의 공사 현장에서 죽은지 꽤 오래된 백골의 변사체가 발견되었다. 오직 남아있는 건,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유골뿐.  범인을 찾지 못하는 미궁의 살인사건으로 남는 것은 뻔한 일이었다.  

하지만, 기묘하게도 손 부위만 전혀 썩지 않고 남아 있었다.  

썩지 않은 손의 지문을 조사하여 백골의 신원을 확인한 결과, 5년 전에 실종되었던 여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실종된 여인의 백골이 발견된 지 얼마 안 되어, 드디어 범인이 체포되었다. 여인을 죽인 범인은 바로 그녀의 동거남이었던 것이다.  범인은 말다툼 끝에 홧김에 그녀를 살해했다고 자백하였다.  이번 사건을 통해 경찰 관계자과 국과수 연구원들 사이에서는 특정 부위, 하필이면 손 부분만 썩지 않은 변사체는 보기 드문 사례라고 말하고 있다.  

법의학계에서는 시체의 부패 환경에 따라서 특정 부위만 미라처럼 남게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런 뉴스를 접한 대중들의 머리 속에는 괴담 실화에서 나올법한 미스테리한 사건으로 남게 되었을 것이다.  억울한 죽음을 맞게 된 여인의 한맺힌 손이 자신을 죽인 범인을 가리키고 있었던 것일지도.  

 

  

  인간이 괴담에 집착하는 이유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 괴담 ' 에는 단순히  ' 괴이한 이야기 ' 라는 사전적인 의미의 뜻도 담겨 있지만 괴담 자체가 만들어내는 괴이하면서도 상식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현상적인 분위기에 이끌린 대중들의 무의식적인 공포 심리를 반영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괴담으로는 영화로도 제작될 정도로 유명해진 ' 학교 괴담 ' 을 들 수 있다.  

인적이 드문 한밤중에 학교 운동장에 세워진 동상이 눈물을 흘린다거나 혹은 스스로 움직인다, 학교 건물이 세워지기 전에 이 터가 옛날에는 공동묘지들이 많이 있던 곳이라서 새벽이 되면 무덤 속의 귀신들이 학교 건물 안을 배회한다는 등 , , ,   지역마다 학교 괴담의 내용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괴담을 이루고 있는 이야기의 원형은 서로 일치하는 점이 있다.   

 

 

한 때 잔인한 살인 사건들이 일어나는 무렵에는 90년대에 유행했던 ' 김민지 괴담 ' 이 디지털 시대에도 회자되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기도 하였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의 딸 김민지가 납치돼 토막살인 되었고, 이에 한을 품은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가 화폐 곳곳에 김민지의 이름과 잘린 팔 다리를 숨겨 놓았다는 내용인데 사실은 근거가 없는 루머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허무맹랑한 내용은 걷잡을 수 없는 루머로 퍼지게 되었으며 한국은행에서는 공식적으로 해명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한국은행 창립 이래 김민지라는 이름의 딸을 둔 고위관계자가 없었으며 결국 루머로 판명되었다.  

이렇듯, 대중들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가짜 괴담에 너무 쉽게 반응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 집착 ' 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괴담이 루머로 판명되었음에도 우리 사회에는 ' 괴담 ' 이라는 단어가 붙은 이야기들이 하나씩 등장하게 된다.  대중들이 괴담에 집착하는 이유는 우리 주위에 발생하는 사회현상들에서 비롯되는 불안감과 공포심에 의해서 믿어버리게 된다.  최근에 전국적으로 확산된 구제역 파동으로 인해 피해가 커지게 되자 ' 구제역 괴담 ' 이라는 불리우는 루머가 떠돌고 있는 사실이 그 예인 것이다.   

 

 

  괴담을 모티브로 한 괴담  

괴담에 집착하는 대중들의 모습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이웃나라 일본 같은 경우에는 고대로부터 전해내려오는 것과 오늘날 탄생되는 괴담까지 합하면 그 수가 어마어마하 며 괴담에서 비롯된 일본 특유의  ' 괴담 문화 ' 가 발달되어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이 괴담 문화의 성립과 변천 과정에 대해서 전문적인 학술 연구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특히, 일본의 교고쿠 나쓰히코는 ' 요괴소설의 1인자 ' 로 불릴 정도로 일본의 괴담 및 요괴에 대해서 박식한 미스터리 작가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일본에서 발표된 <항설백물어> 시리즈는 일본의 괴담집인 [회본백물어]에 모티브로 재해석한 소설로 대중적인 인기뿐만 아니라 문학적인 평가까지 받게 되었다.  (국내에서 소개된 것은 시리즈의 첫 작품이며, 세 번째 시리즈인 <후 항설백물어>는 2004년 제130회 나오키 상을 수상하였다)

아즈키아라이, 하쿠조스, 마이쿠비, 시바에몬 너구리, 시오노 초지, 야나기온나, 가타비라가쓰지. 

교고쿠 나쓰히코의 미스터리 소설을 처음 읽는데다가 나처럼 일본어에 능통하지 않고 일본 문화에 익숙치 않은 분들에게는 목차에 등장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요괴 이름들을 보자마자 낯설어 할 수 있겠다.    

옛부터 전해내려오는 괴담을 재해석했다고는 소개하고 있지만, ' 괴담 ' 을 모티브로 한 이 소설도 결국에는 ' 괴담 ' 이라는 장르에서 볼 수 있는 기본적인 형식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요괴의 이름들을 우리말로 쉽게 풀이한다면 ' 팥 이는 귀신, 스님으로 둔갑한 여우, 머리가 잘린 채로 계속되는 싸움, 사람으로 변신하는 너구리 , , ,  ' 정도라고 해야될까 , , , ?   어떻게 보면, 문화적인 배경이 다를 뿐, 우리나라의 전래 괴담과 비슷하기도 하다.   

<항설백물어>에 소개되는 인물들은 선과 악이 뚜렷하게 대비되어 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악인들은 인간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윤리적인 비행과 잔인한 살인을 자행한다.  특히, 억울하게 죽게 된 영혼들은 요괴가 되어 ' 피 ' 의 복수를 함으로써 자신을 해친 악인들을 철저히 응징을 가한다. 그리고, 아무 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부터 살해당한 아픈 기억 때문에 한이 맺힌 동물들은 인간으로 둔갑하여 자신이 갈망하던 복수를 이루어내기도 한다.  결국, 일본의 괴담 속에서도 우리나라의 전래동화에서도 볼 수 있는 권선징악형 전개와 결말이 있다는 것이다.  

 

 

  괴담의 탄생

무엇보다도, 이 소설의 독특한 점은 소설 속 악인들이 죄의 대가를 받는 과정이다. 4인조 소악당(모사꾼 마타이치, 신탁자 지헤이, 인형사 오긴, 기담 수집가이며 작가 지망생 모모스케) 들이 꾸민 정교한 계략에 의해 악인들이 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재미있게도, 악인들은 요괴의 마력에 홀린듯이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되는 점이다.   겉만 사람의 모습으로 가장한 채 어두운 본성을 가지고 있던 이들에게도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죄책감이 마음 속 깊이 자리잡고 있었다.  백골이 되어서도 두 손만 썩지 않고 남아있는 것을 본 범죄자도 소설 속 악인들과 같은 심정을 겪었을 것이다.  범인은 백골의 손이 자신을 가리켰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지금도 감방에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대중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보이지 않는 귀신과 유령들이 우리 사회에 어딘가에 숨어 있는 어둡고 추악한 본성에서 만들어질 것일지도 모른다. 그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접하게 된 제3자들의 공포심과 상상력이 덧붙여져서 ' 괴담 ' 이라는 이야기가 탄생되었던 것이다.

이런 기이하고 무서운 이야기는 여름밤에 보는 것이 제 맛이지만, 지금과 같은 찬 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밤에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어둡고 불투명한 세상에는..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1-01-19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물어백서 꽤 잼나죠? ^^

괴담이란게 항상,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긴단 말이예요. 그런데
사이러스님 요즘 괴담이나 공포물에 푸욱 빠져 계시네요. 와아.

좋은 리뷰입니다, 서평으로 냉큼 써도 좋을만큼.

cyrus 2011-01-19 13:32   좋아요 0 | URL
네, 마고님 40자평이 기억나서 읽게 되었는데,, 이 소설은 재미있었어요.
후편과 속편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추리소설도 읽고 싶은데,, 종류와 주제가 다양해서 뭘 읽을지
모르겠어요. 재미난 추리 시리즈물 있으면 추천 해주세요 ^^

양철나무꾼 2011-01-19 0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르소설계에 발을 들여놓으셨군요.
이 참에 ‘푸욱~’빠져 보세요, 무궁무진하답니다.
전 항물백어설 마고님 리뷰 쓸때부터 넘겨다만 보고 아직 안 읽었는데,
이런 내용이군요.
근데,,,마고 처자 이 새벽에 어인 마실~?^^

cyrus 2011-01-19 13:34   좋아요 0 | URL
리뷰 이벤트 때문에 장르소설을 읽게 된거 같아요,
그런데 읽고 리뷰로 쓰는게 쉽지가 않네요, 스포도 주의해야되구요..^^;;
이번 기회에 추리 시리즈물도 읽고 싶은데 추천해주세요 ^^

2011-01-19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9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1-01-19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책 다양하게 읽으십니다.
이책 좋다고 하는데 역시 음산한 얘기를 싫어하는 저는 매번
선택에서 제외되요.
어렸을 때 저도 그런 생각했어요. 나를 제외하고 사람들은 겉모양만 사람이지
사실은 요괴일거라고. 그게 다 알고보면 저 자랄 때 '요괴인간'이란 일본 만화영화
영향 때문인데, 이게 또 자라면서 새롭게 재인식 되더란 말이죠.
역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둘게 못된다는 둥 변형되면서 말이죠.
학교 괴담은 학교에 눌리고 억압된 인간의 내면 때문에 자꾸 나오는 것 같아요.
저도 예전에 학교에 대한 꿈을 어찌나 반복해서 꿨던지 괴담으로 살풀이라도
해야지 싶더라구요.ㅠㅠ
근데 저는 저 책 제목을 아직도 재대로 못 읽어요. '향물어백서'로 읽는다니까요.ㅋㅋ

cyrus 2011-01-19 13:37   좋아요 0 | URL
저도 요괴인간 비디오로 재미나게 봤어요. 저도 예전에
학교에 대한 꿈을 꿨답니다. 스텔라님 말씀대로 우리 마음 속에
가지고 있던 억압 때문에 생기는 같습니다.
제목이 좀 어렵죠?? 저는 처음에 요괴 소개하는 책인줄 알았어요.^^;;

stella.K 2011-01-19 13:55   좋아요 0 | URL
오, 그걸 요즘도 볼 수 있나요?
워낙에 오래된 만화영화라 못 볼 것 같은데...
그럼 '아톰'이나 '철인28호' 같은 만화도 볼 수 있으려나요?ㅋ

cyrus 2011-01-19 15:45   좋아요 0 | URL
제가 잘못 말했네요. ㅎㅎ
초딩 때 비디오를 많이 봤는데,
아톰, 철인 28호, 후레쉬맨, 파워 레인저 같은
명작(?)들을 비디오로 빌려서 친구들이랑
같이 본 기억이 나네요. 요즘은 이런 만화영화를 보기가 드문거 같아요.^^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 14 | 1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