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고 있는 책 중 한 권이 레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일러스트레이티드 맨(황금가지, 2010)이다. 도서관에 빌린 책인데, 초판 번역본이다. 이 번역본의 해설과 부록이 마음에 든다. 일러스트레이티드 맨에 수록된 19편의 단편소설[1]이 처음으로 발표된 연도뿐만 아니라 브래드버리의 저작 목록까지 나와 있다. 그렇지만 번역본이 2010년에 나왔기 때문에 수정 · 추가해야 할 사항이 있다. 또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내용 중에 부정확한 것들도 눈에 띈다.

 

 

 

스무 살에 쓴 첫 단편 이상한 이야기(Weird Tales)를 시작으로 단편과 장편 소설, 희곡, 시 등을 넘나드는 500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책날개 앞 작가 소개’)

 

 

 

레이브래드가 생애 첫 번째로 쓴 단편 소설은 1938년에 발표된 Hollerbochen’s Dilemma(홀로보첸의 딜레마). 이때 그의 나이는 열여덟 살이었다. <이상한 이야기(Weird Tales, 위어드 테일즈)>는 환상, 공포, SF 장르 문학 작품을 연재한 펄프 잡지다. 브래드버리는 1942년부터 이 잡지에 환상소설 및 공포소설을 발표했다. 일러스트레이티드 맨번역본의 해설은 브래드버리의 초창기 시절에 대한 내용이 정확하게 나와 있다. 그런데 책날개 앞 내용이 해설의 내용과 달라서 독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비록 분량은 짧지만, 환상문학의 거장들(자음과모음, 2001)<위어드 테일즈>가 왜 장르문학의 요람으로 평가받는지를 알 수 있는 내용이 있다.

 

 

 

세상의 마지막 밤(The Last Night of the World)1950<에스콰이어> 2월호에 처음 발표되었다. (357)

 

 

번역본에 소개된 작품 발표 연도의 출처는 William F. Touponce, Jonathan R. Eller가 쓴 Ray Bradbury: The Life of Fiction이다. 이 책에 세상의 마지막 밤‘1950에 발표된 작품이라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키피디아(Wikipedia) ‘Ray Bradbury short fiction bibliography’ 항목에 보면 이 작품이 ‘1951에 발표된 것으로 나와 있다.

 

The Internet Speculative Fiction Database(ISFDB, 장르문학 작품들의 발표 연도 및 출처에 대한 각종 기록 등을 정리한 검색 사이트)도 마찬가지다. 작품의 첫 번째 공식 출처를 ‘19512The Illustrated Man초판본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관련 링크: http://www.isfdb.org/cgi-bin/title.cgi?44809) 위키피디아와 ‘ISFDB’의 정보가 오류일 가능성도 있다. 일단 번역본에 언급된 작품에 대한 세부 사항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일러스트레이티드 맨에 수록된 몇 몇 작품은 다른 레이브래드 소설집 번역본(절판본 제외)에도 포함되어 있다.

   

 

* 그분이 오셨습니다(The Man)- 그분 (온 여름을 이 하루에)

 

* 기나긴 비(The Long Rain)- 끝없는 비 (레이 브래드버리 : 태양의 황금 사과 외 31)

 

* 화성의 미친 마법사들(The Mad Wizards of Mars)- 추방자들 (The Exiles, 레이 브래드버리 : 태양의 황금 사과 외 31)

 

* 제로 아워/에이치 아워(Zero Hour)- 침공 놀이 (멜랑콜리의 묘약)

 

* 로켓(The Rocket / Outcast of the Stars)- 로켓 (레이 브래드버리 : 태양의 황금 사과 외 31)

 

 

 

 

 

[1] 일러스트레이티드 맨번역본 부제는 문신을 새긴 사나이와 열여덟 편의 이야기. 나는 작품집의 서문 격인 여는 글: 문신을 새긴 사나이(The Illustrated Man, 1951)도 하나의 이야기또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9-20 1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9-20 18:32   좋아요 0 | URL
요즘 많이 바쁘신가 보죠? 요즘 북한 때문에 분위기가 어수선한데 한가롭게 책 읽고 글 쓰는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
 

 

 

 

 

 

 

 

 

 

 

 

 

 

 

 

 

 

 

 

《화성 연대기》는 ‘화성’을 소재로 한 28편의 단편소설을 연작 형태로 꾸민 작품이다. 1950년에 처음 출간된 이후로 두 편의 작품이 추가되면서 여러 권의 판본이 나왔다. 그래서 국내 번역본(샘터, 2010)에는 2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다행히 나머지 두 편도 번역되었고, 《일러스트레이티드 맨 : 문신을 새긴 사나이와 열여덟 편의 이야기》(황금가지, 2010)《레이 브래드버리 : 태양의 황금 사과 외 31편》(현대문학, 2015)에 각각 수록되어 있다.

 

 

 

 

 

 

 

 

 

 

 

 

 

 

 

 

 

 

* …In This Sign / November 2002 : The Fire Balloons (1951)

불덩어리 성상

 

 

 

 

 

 

 

 

 

 

 

 

 

 

 

 

 

 

* The Wilderness / May 2003 : The Wilderness (1952. 11)

황야

 

 

 

 

『불덩어리 성상』 1974년 영국에 출판된 《화성 연대기》(원제는 ‘The Silver Locusts’)에 처음 수록되었다. 그 후 1979년 보급판, 출간 40주년 기념판에도 수록되었다. 『황야』는 1974년 영국 판본, 1979년 보급판, 1997년 판본 순으로 수록되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1997년 판본은 ‘31년 후’의 미래를 묘사한다는 설정으로 되어 있다. 1950년 제1판본의 연대는 1999년부터 2026년까지 설정되었고, 1997년 판본의 연대는 2030년부터 2057년까지 정해져 있다. 연대는 달라도 제1판본 내용과 똑같다.

 

 

 

 

 

 

《화성 연대기》 (국내 번역본) 수록작 원제와 발표연도

 

 

 

* The Watchers / November 2005: The Watchers (1945. 5)

200511월 지켜보는 사람들

 

 

* The Million-Year Picnic / October 2026: The Million-Year Picnic (1946)

202610월 백만 년짜리 소풍

 

 

* ...And the Moon be Still as Bright / June 2001: And the Moon be Still as Bright (1948. 6)

20016월 달은 지금도 환히 빛나건만

 

 

* The Earth Men / August 1999: The Earth Men (1948. 8)

19998월 지구인

 

 

* The Long Years / April 2026: The Long Years (1948. 9)

20264월 긴 세월

 

 

 

 

 

 

 

 

 

 

 

 

 

 

 

 

 

* 최세진 외 공역 SF 명예의 전당 2 : 화성의 오디세이(오멜라스, 2010) 

 

 

* Mars Is Heaven! / April 2000: The Third Expedition (1948)

화성은 천국! ('오멜라스' 번역본 제목) / 200043차 탐험대

 

 

 

* The Off Season / November 2005: The Off Season (1948. 12)

200511월 비수기

 

 

* The Spring Night / August 2005: The Summer Night (1949)

1999년 8월 여름밤

  

 

* The Silent Towns / December 2005: The Silent Towns (1949. 3)

200512월 적막에 휩싸인 도시들

 

 

* Impossible / September 2005: The Martian (1949. 11)

20059월 화성인

 

 

* I’ll Not Ask for Wine / February 1999: Ylla (1950. 1)

19992월 일라

 

 

* Carnival of Madness / April 2005: Usher II (1950. 4)

20054월 어셔2

 

 

 

 

 

 

 

 

 

 

 

 

 

 

 

 

 

* 김상온 역 최후의 날 그후 : SF거장 14인이 그린 핵전쟁 그 이후의 세상

(에코의서재, 2007)

 

  

* August 2026: There Will Come Soft Rains (1950. 5)

부드러운 비가 올 거야('에코의서재' 번역본 제목) / 20268월 부드러운 비가 내리고

 

 

* December 2001: The Green Morning (1950)

200112월 녹색 아침

 

 

* August 2002: Night Meeting (1950)

20028월 한밤의 조우

 

 

* June 2003: Way in the Middle of the Air (1950)

20036월 하늘 한가운데 난 길로

 

 

* January 1999: Rocket Summer (1950)

19991월 로켓 여름

 

 

* February 2003: Interim (1950)

20032월 그 사이에

 

 

* February 2002: The Locusts (1950)

20022월 메뚜기 떼

 

 

* November 2005: The Luggage Store (1950)

200511월 가방 가게

 

 

* April 2003: The Musicians (1950)

20034월 연주자

 

 

* August 2005: The Old Ones (1950)

20058월 노인들

 

 

* August 2001: The Settlers (1950)

20018월 이주자

 

 

* October 2002: The Shore (1950)

200210월 바닷가

 

 

* March 2000: The Taxpayer (1950)

20003월 납세자

 

 

* 2004-05: The Naming of Names (1950)

2004~2005년 이름 붙이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성 연대기 샘터 외국소설선 5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김영선 옮김 / 샘터사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지구의 위치는 신기하다. 우연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우연인 이채로운 일이다. 현재의 위치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몹시 덥거나 추워져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다. 그만큼 지구는 매우 예민한 위치에서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 지구의 위치는 또한 생명이 가능한 대기를 만들어 주었다. 금성의 대기는 이산화탄소, 질소로 이루어진 죽음의 평형상태다. 따라서 금성의 표면이 너무 덥거나 너무 춥다. 지구는 적절한 온도가 나오도록 유지하고 있는 살아있는 별이다. 안타깝게도 이 세상은 지구의 절규와는 무관하게 돌아가고 있다. 좀 가혹한 얘기지만, 인간은 지구라는 별에 착 달라붙어 질병을 일으키는 ‘미세 먼지’다. 지금까지 인간이 ‘산업화’와 ‘미래를 위한 진보’ 등의 명분으로 지구에 어떤 일을 해왔는지 돌이켜보면 그럴 법도 하다.

 

민간 우주 항공사 ‘스페이스 엑스(Space X)’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앞으로 십여 년 내에 화성에 사람을 보내고 궁극적으로는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꿈을 밝혀 왔다. 그는 또 저궤도 위성을 수백 개 띄워서 지구 전역을 연결하고, 미래에는 이 시스템을 확장해 화성에서도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화성은 그동안 지구 이외의 태양계에서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행성으로 꼽혀왔다. 무엇보다 화성은 중력, 자전 속도, 대기의 존재 등에서 지구와 가장 흡사한 과학적 조건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화성의 하루는 24시간 37분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물과 산소의 존재이다. 생명체의 존재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비록 극소량이긴 하지만 지난 1976년 미국의 우주선 바이킹 호(Viking spacecraft)의 화성 탐사로 수증기와 산소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화성 표면의 물기 없는 골짜기들과 강바닥, 과거 화성의 기후상태에 대한 흔적들은 화성이 한때는 물로 가득 채워져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인간의 화성 거주는 그럴듯하다. 그러나 우린 ‘낙관적 전망에 파묻힌 의문’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과연 지구를 두고 화성에 가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제2의 지구를 만드는 일은 실제로 가능한 것인가. 화성에 ‘화성인’으로 알려진 생명체가 살 수 있다는 상식은 정말 진실일까. 만약 화성인이 살고 있다면 이는 과연 인간에게 유익한 것일까. 책을 펼치면 길이 나온다고들 하지만, 어떤 책에는 광활한 우주가 펼쳐져 있다. 21세기가 된 지금도 마음대로 우주에 여행할 수 있는 시대는 오지 않았지만, 대신 책으로 우주여행을 떠날 수는 있다. 그 책이 바로 레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화성 연대기》(샘터, 2010)다. 이 책에는 우주의 미래뿐만 아니라 ‘왜 우리는 화성인을 만나야 하는가’라는 아주 소박하면서도 근본적 질문이 압축되어 있다.

 

《화성 연대기》는 독자들을 인류가 정착한 화성으로 실어주는 타임머신(Time Machine)이다. 타임머신 조종사는 레이 브래드버리다. 그는 능숙하게 타임머신을 조종하여 1999년부터 2006년까지, 그다음에 연도를 훌쩍 건너뛰어 2026년의 우주로 향한다. 전쟁으로 초토화된 미래의 지구는 예전의 영롱한 푸른빛을 내지 못한다. ‘죽은 행성’이나 다름없다. 화성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인류는 인간이 살 수 있는 행성으로 만들기 위해 화성에 나무를 심고, 도시를 세운다. 운명을 개척하기 시작한 지구인들은 ‘화성의 지구화’에 성공했지만,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화성인들에게는 엄청난 재앙이었다. 이 소설은 화성을 바라보는 인간의 관점과 정반대의 관점을 제시하며, “과학으로 인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진실을 끄집어낸다.

 

지구인들이 지배한 화성은 황량한 아름다움이 고요하게 감돌지 않는다. 인간의 발길이 닿은 그곳은 ‘미지의 세계’가 아니다. 적의에 찬 사람들이 밟고 다니는 세계이다.

 

‘메뚜기 떼가 이집트 온 땅에 몰려와 이집트 온 영토에 내려앉았다… 그것들이 온 땅을 모두 덮어 땅이 어두워졌다. 그러고는 우박이 남긴 땅의 풀과 나무의 열매를 모조리 먹어버렸다. 그리하여 이집트 온 땅에는 들의 풀이고 나무고 할 것 없이 푸른 것이라고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

 

구약성경의 「출애굽기」 편에 보면 무시무시한 메뚜기 떼의 습격을 언급한 기록이 있다. 메뚜기 떼는 우리에게 공포로 각인돼 있다.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초토화하는 극성의 대명사다. 그것은 10가지 재앙 중의 하나다. 브래드버리는 ‘화성을 파괴하는 침략자’로 변한 지구인들을 ‘메뚜기 떼’에 비유한다.

 

 

로켓들은 밤에 치는 북처럼 왔다. 떼거지로 활짝 핀 장밋빛 연기처럼 내려앉는 메뚜기 떼처럼 왔다. 그런 다음 로켓에서 손에 망치를 든 사람들이 뛰어나와 낯선 세계를 두들겨 낯익은 모습으로 바꾸고 모든 미지의 요소를 패서 부수어버렸다. 입에 못들을 여러 가닥의 술처럼 물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쇠 이빨을 가진 육식동물처럼 보였다.

 

(『2002년 2월 메뚜기 떼』 180쪽)

 

 

19세기 사람들은 우주에 ‘보이지 않는 물질’이 가득 채워져 있어서 파동 형태의 빛을 전달한다고 믿었다. 그것은 ‘맑고 깨끗한 대기(大氣)’라는 뜻을 가진 에테르(ether)다. 그러나 마이컬슨과 몰리의 실험(Michelson-Morley experiment)이 성공하면서 에테르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렵게 되었고, 아인슈타인(Einstein)은 물리학의 구 패러다임(paradigm)이 누워 있는 관에 못을 박았다. 빛을 전달하는 에테르는 없다. 그렇지만, 우리의 정신을 마비시키는 ‘에테르’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은 ‘고독’이라는 감정의 파동을 퍼뜨리는 매질(媒質)이다. 우리는 우주 개발을 꿈꾸면서도 여전히 낯설고 어두컴컴한 우주에 혼자 남은 고독을 무서워한다. 화성을 주제로 한 브래드버리의 작품 속에는 이 ‘고독’이라는 에테르가 스며들어 있다. 화성에 오래 거주한 지구인들이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지구에 남아있던 고독이 에테르에 실려 우주를 둥둥 떠나디다가 저 멀리 있는 화성 표면에 안착했을지도 모른다.

 

 

우주는 마취제였다. 1억 킬로미터의 거리는 사람을 무감각하게 만들고, 기억을 잠들게 하고, 지구에 사는 사람들을 없애버리고, 과거를 지우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일에 전념하며 살 수 있도록 해주었다.

 

(『2005년 11월 지켜보는 사람들』 320~321쪽)

 

 

인간의 심장 속에 어둠과 미지에 대한 공포심이 흐르고 있다. 그 흐릿한 대기 속에 홀로 삼켜진 채 화성의 비밀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수록, 현실이라 부르던 세계의 존재는 아스라해지기만 한다. 그들은 때때로 솟구쳐 오르는 공포감을 억누르기 위해 화성인에 비협조적으로 대한다. (『2005년 11월 비수기』의 샘 파크힐) 지구인들은 화성을 지구처럼 비슷하게 만들려고 ‘낯선 것’이라고 느껴지는 대상을 가차 없이 파괴한다. 그들의 행동은 우리가 계속 억누르는 어두운 면이다. 미지의 공포에 대항할 수 있어도 일시적 효과에 그칠 뿐이다. 왜곡된 공포심은 이성과 상식마저 억눌러 ‘파괴’ 본능을 깨운다.

 

인류와 화성의 미래를 그린 동화는 결국 고독으로 수렴한다. 《화성 연대기》의 고독은 좀처럼 지구인들을 놓아주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 화성인은 좀처럼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지구인이 목격했다던 화성인은 오랜 우주 생활에 지쳐버린 지구인들이 겪는 신기루일 수 있다. 지구 밖에서도 지극히 고독할 수밖에 없는 인간은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화성인과 만남을 고대한다. 그래야 자신들이 적막한 우주 속에서 고독하고 쓸쓸하게 살아가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화성인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화성 연대기》는 한 번쯤 권해볼 만한 책이다. 눈으로 한 번 읽은 다음에, 책을 덮고 나서 두 눈을 감아보아라. 자신의 고향과 비슷한 화성 어딘가에서 시간을 보내는 작가의 영혼이 독자에게 질문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당신들은 정말로 화성인을 만나고 싶은가?"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prenown 2017-09-12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심으로 만나기 싫어요..2026년이면 10년후인데 그때도 좋은 책 읽고 이렿게 댓글달고 싶어요.ㅎㅎ

cyrus 2017-09-12 20:00   좋아요 0 | URL
만약에 지구인이 화성에 거주하면 거기 책 읽는 사람이 있을까요? ㅎㅎㅎ

양철나무꾼 2017-09-12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이 브래드버리는 ‘화씨451‘로 알게 됐어요.
이 책도 재밌을 것 같아요.
님의 문제제기도 호기심을 자극하구요~^^

cyrus 2017-09-12 19:42   좋아요 0 | URL
제가 브래드버리의 진가를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몇 년 전에 브래드버리가 영면했을 때 네이버 블로거들이 추모 글을 남겼습니다. 그분들의 심정을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이번에 나온 책 두 권도 읽어보려고 합니다. ^^

sprenown 2017-09-12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저는 화씨451을 트뤼포 영화로 봤습니다. 솔직히 이런 공상과학소설을 쓰는 사람인지도 몰랐어요. 종이책없는 세상은 끔찍합니다. 검지에 침묻혀서 휘리릭 넘기는 질감과 소리!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cyrus 2017-09-13 16:37   좋아요 0 | URL
《화성 연대기》에는 상상력이 허용되는 문학(판타지, 호러)을 규제하는 미래 세상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중에 《화씨 451》과 비교해보고 싶습니다.

카스피 2017-09-13 1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성하면 재작년인가 화성에서 홀로 살아남기를 그린 마션이란 영화가 알려지기 전까지는 보통 화성인의 침략을 다룬 우주 전쟁의 이미지가 상당히 강한 편이죠.
화성연대기에서 인간은 이미 1999년에 화성에 가게되는데 아직까지 인간이 화성에 가기에는 무척 요원해 보입니다(이 책은 1950년도에 나왔는데 저자는 한 50년뒤면 인간이 화성에 닿을거란 낭마적인 상상을 한 셈이죠)
화성연대기는 70년대 후반 동서추리문고,1980년대 모음사에서 나왔고 샘터에서도 다시 재간될 정도로 SF명작중의 한권인데 ㅎㅎ 전 이 세 출판사 책을 모두 갖고 있네요^^

cyrus 2017-09-13 16:37   좋아요 0 | URL
박상준 씨가 쓴《화성 연대기》서문에 보면 2013년에 원작이 영화화된다고 나와 있어요. 아직 소식이 없는 걸로 봐서는 제작 준비 중이거나 소리 소문 없이 무산되었을 것 같습니다. ^^;;

카스피 2017-09-13 18:34   좋아요 0 | URL
읽아보셔 잘아시겠지만 일종의 연작 단편 형식이라 영화로 만들기 좀 애매합니다.차라리 드라마로 만드는 것이 아마 나을 듯 싶어요.

AgalmA 2017-09-13 1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두려움을 기필코 대상화해서 보려는 특징이 있는 거 같아요. 그래야 구체적인 방도를 살필 수 있어서겠죠. 생존본능에 기인하는 거겠지만 화성이나 외계인에 대한 지구인의 공포는 사실보다 우리 감정에 기인하는 게 더 크죠.
이런 문학이 시야를 더 넓혀주는 역할을 해서 좋아요 :)

cyrus 2017-09-13 16:38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불명확하고 낯선 대상을 만나면서 생기는 두려운 감정이 얼마나 어리석고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이 소설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감정이 심해지면 자신과 다른 대상을 ‘비정상적’으로 인식해서 ‘차별’하고 ‘혐오’하게 됩니다.
 

 

 

 

 

 

 

 

 

 

 

 

 

 

 

 

 

 

 

 

 

1인 전자책 전문 출판사 페가나 북스에서 윌리엄 올라프 스테이플던(William Olaf Stapledon, 1886~1950)의 작품 두 편을 출간했다. 스테이플던은 영국의 SF 소설가다. 그가 1930년에 발표한 첫 장편 소설 최후이자 최초의 인간(Last and First Men: A Story of the Near and Far Future)은 열일곱 번의 진화를 겪는 인류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불꽃(The Flames: A Fantasy)1947년에 발표된 중편소설이다. 화자는 외계의 불꽃 생명체를 만난 화자가 토스(Thos)’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친구에게 경험담을 들려주는 편지 형식의 작품이다.

 

 

 

 

 

 

 

 

 

 

 

 

 

 

 

 

* 이상한 존(오멜라스, 2008)

* 시리우스(오멜라스, 2008)

* 스타메이커(오멜라스, 2009)

    

 

 

SF 평론가 박상준 씨가 SF 전문 출판사 오멜라스 대표로 활동했을 때 스테이플던의 작품 세 편이 출간되었다. 이상한 존(Odd John: A Story Between Jest and Earnest)초인(Übermensch)’의 의미와 유사한 호모 슈페리어(homo superior)가 등장한다. 존 웨인라이트(John Wainwright)로 알려진 이 바로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초인이다. 이 소설은 1970년대의 문고본 시리즈 아이디어회관 SF문고를 통해 처음 선보였다. 그러나 일어 중역판 축약본은 스테이플던 작품 특유의 사변적 분위기를 느끼기에 부족하다.

 

 

 

 

 

 

 

 

 

 

 

 

 

 

 

2015년에 ‘EQ 세계추리 SF문학시리즈의 수록작으로 출간되었다. 안 봐도 축약본이다.

 

스타메이커(Star Maker)SF문학의 한 장르인 사변소설(speculative fiction)의 정점을 찍은 작품이다. 스타메이커는 모든 존재의 원천으로 볼 수 있는 유한하고 창조적인 정신또는 영원하고 절대적인 정신으로 해석된다. 작가가 스타메이커에 나오는 용어의 의미를 정리한 해설 편을 썼을 정도로 이야기의 규모가 무척 방대하다. 시리우스(Sirius: A Fantasy of Love and Discord)는 인간의 지능을 가진 개와 인간 여성의 관계를 묘사한 작품이다.

 

 

 

 

 

이 글은 스테이플던의 작품 세계를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데 미흡한 점이 많다. 사실 필자는 스테이플던의 소설을 읽어보지 않았다. 운이 좋게도 절판된 스테이플던의 소설 두 권을 가지고 있다. 페가나 북스의 신작 출간 소식 덕분에 잊고 있었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글을 쓰려고 페가나 북스가 발행한 무크지 2를 참고했다. 스테이플던의 소설을 읽기 전에 무크지를 먼저 읽는 것이 좋다. 스테이플던의 작품 세계에 대한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고, 최후이자 최초의 인간불꽃의 번역문 일부를 볼 수 있다. (페가나 북스 공식 블로그 : http://pegana.tistory.com/185)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6-13 1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6-13 18:34   좋아요 1 | URL
SF문학이 재미없고, 비주류 문학이라는 편견이 많습니다. 복거일 선생이 SF문학 보급에 노력한 작가입니다. SF 문학에 대한 복 선생 칼럼 몇 편을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칼럼들이 극우 언론에 게재되어 있어서 안 보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

transient-guest 2017-06-14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으로 직행했습니다. 사라지기 전에 구해야 할 텐데요..ㅎ 복거일의 책은 본 적이 없고, 예전에 다른 책들이 언급한 것만 봤습니다. 정치성향이 전부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거부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네요.

cyrus 2017-06-14 10:31   좋아요 0 | URL
오멜라스에 나온 종이책을 절판되었어요. 다행히 전자책은 나오고 있습니다. ^^

transient-guest 2017-06-14 10:45   좋아요 0 | URL
아 이런 급 실망입니다 ㅎㅎ
 
파괴된 사나이 - 새번역판 그리폰 북스 6
알프레드 베스터 지음, 김선형 옮김 / 시공사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연애를 하려면 ‘썸’ 타는 법을 배워야 하는 시대다. 연애에 감을 잡지 못하는 모태솔로는 썸에 대한 푸념으로 시작해 한탄으로 끝이 난다. 상대방의 마음을 뜨겁게 불 지를 수 있는 사랑의 불꽃이 일어나기는커녕 당사자는 상대방 마음을 몰라 애만 태운다. 만남은 상대에게 조심스럽게 손을 내미는 것과 같다. 내민 손을 잡는 것은 마음을 나누는 것이며 따뜻한 온기를 통해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흔한 우리네 사랑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서로를 알아가면서 점차 사랑을 느끼는 단계를 밟는다. 하지만 썸은 이러한 단계보다도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에 감정에 머문다. 썸을 탈 때 밀당의 기술은 필수이다.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자에게 카톡으로 밀당을 한다. 본인도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만, 카톡을 받는 즉시 응답하면 괜히 내 마음을 다 보여주는 것 같아서 바로바로 카톡에 답하지 않는다. ‘난 쉬운 여자가 아니야. 그러니까 내가 좋으면 네 진심을 더 보여줘’라는 기대 심리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단계가 너무 길어지면 남녀 간 마음의 거리를 좁혀나가기가 쉽지 않다. 두세 달을 만나도 깊은 사랑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언저리에서 맴돌다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 보니, ‘사랑’이란 감정에 기초해야 하는 연애를 기술로만 접근해 습득하려는 성향이 많아졌다. 호감 있는 상대 이성의 SNS나 카톡 같은 메신저 내용을 해석할 줄 알아야 한다. 상대 이성의 말 속에 숨겨진 의미를 간파해야 상대의 진심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알고 보면, 별 뜻은 없는데 상대 이상의 카톡 상태 한 줄 때문에 스마트폰만 바라보면서 전전긍긍한다.

 

연애하는 데 있어서 문자나 메신저를 통한 대화가 중요해졌다. ‘사랑해’라는 말도 문자로 전할 수 있다. 그런데 관계가 아닌 감정 상황에 초점을 맞추는 썸이 우리네 사랑을 이상하게 만들어버렸다. 말로 하지 않아도 남자가 내 마음을 알 수 있다고 믿는다. ‘그걸 꼭 말로 해야 해?’ ‘말 안 해도 내 맘 알지?’ 남녀가 사귈 때 여자들이 하는 말의 숨은 의미를 풀이한 ‘여자어 사전’이라는 것도 있다. 남자가 이런 말을 눈곱만큼 알아채지 못하면 여성은 토라진다.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느냐고 불만을 쏟아낸다. 사소한 오해가 갈등의 씨앗을 낳는다. 그걸 알아내지 못한다고 해서 당신을 향한 남자의 사랑이 식은 것이 아니니까. 그래도 원한다면 독심사를 만나시든가.

 

혹시 여전히 말 안 해도 알아서 척척 진심을 이해해주는 남자야말로 나 자신을 진정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믿는 여자가 있다면 앨프레드 베스터의 《파괴된 사나이》에 나오는 1급 에스퍼(Esper) 링컨 파웰을 소개해주고 싶다. 텔레파시로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심지어 말을 안 해도 마음만으로 대화할 수 있다. 나이는 삼십대 후반이지만 훤칠한 키에 직업이 경찰 국장이다. 그런데 만남 조건이 있다. 이런 남자를 만나려면 당신도 에스퍼 자격이 있어야 한다. 아무나 에스퍼가 되는 것이 아니다. 에스퍼는 총 세 개의 급으로 분류되어 활동하고 있는데 1급 에스퍼가 되면 깊숙한 무의식의 심층까지 들어가 알아볼 수 있다. 1급 에스퍼 수가 많지 않다. 제일 낮은 에스퍼가 3급이다. 사람의 의식만 읽는 수준으로 한정되어 있다. 파웰은 3급 에스퍼를 상대해주지 않는다. 당신이 3급 에스퍼라고 해도 폭풍 같은 속도로 텔레파시로 대화를 주고받는 에스퍼 수다에 끼어들 자리가 없다. 또 그의 약점도 이해해줘야 한다. 그의 마음속에 또 다른 존재가 있다.

 

앨프레드 베스터의 《파괴된 사나이》는 SF 장르로서 첫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한 해 동안 뛰어난 SF 작품을 선정하는 휴고 상을 받았다. 놀랍게도 쟁쟁한 선배 작가 후보에 있었던 아서 C. 클라크를 제친 영광스러운 1회 수상작이다. 영화 <인셉션>이 꿈을 침입하여 마음을 조종하는 미래를 선보였다면, 이보다 먼저 베스터가 창조한 미래에 마음을 읽는 능력을 넘어서서 무의식까지 꿰뚫을 수 있는 전문 독심사 에스퍼가 활동하고 있다. 언어 대 언어가 아닌 마음 대 마음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미래. 상대방의 마음을 다 읽을 수 있는 독심사가 되면 이제 썸을 탈 필요가 없다. 상대가 말을 안 해도 네 목소리가 들리니까.

 

그러나 베스터는 우리의 기대와 달리 세상을 아름답게 그리지 않았다. 독심사가 사는 세상은 음모와 범죄가 난무하며 파괴의 종말을 향해 폭주하는 시대이다. 여기에 탐욕 덩어리 마너크 그룹의 벤 라이히 회장이 범죄 계획을 꾸미면서 파괴로 치닫는 어둠의 하모니는 시작된다. 자신의 합병 제안을 거절한 드코트니를 암살하기 위해 1급 에스퍼 오거스터스 테이트를 끌어들여 엄청난 음모를 꾸민다. 악마 같은 라이히가 독심사 테이트에게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는 것은 독심사 세계에 갈등을 조장하는 일이다. 이에 맞서기 위해 링컨 파웰이 나선다. 파웰은 라이히가 실질적으로 범죄를 일으킨 사실을 확증하는 결정적 단서를 찾기 위해 드코트니 암살 사건의 유일한 증인이자 드코트니의 딸인 바버라의 무의식에 침투한다. 암살 사건의 전말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파웰과 그의 수사망을 요리조리 피하는 라이히 간의 쫓고 쫓기는 대결이 스피디하게 전개된다. 여기에 악의 에너지를 과다하게 표출하는 라이히가 파멸의 수렴으로 향하는 과정도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흡입력 높은 베스터의 문체를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것이 바로 베스터의 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다.

 

파멸의 징조를 예고하는 폭발음 팡파레가 멈추고, 현실과 환상이 마구 뒤섞인 의식 터널에 빠져나오면서 영화 같은 소설은 끝이 난다. 임무를 완수한 파웰은 에스퍼가 아닌 인간 독자를 향해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에스퍼가 아니라는 사실을 감사하게 여기세요. 인간의 외면밖에 볼 수 없다는 사실에도 감사하십시오. 인간의 수많은 격정, 증오, 질투, 악의, 병폐를 결코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고맙게 여기세요...... 인간의 무시무시한 진실을 보는 일이 흔치 않다는 사실에 감사하고요. 모두가 독심사이고 전부 균형 잡힌 심리를 갖고 있다면, 아마 세상은 훌륭한 곳이 되겠지만...... 그때까지는, 눈멀었다는 사실에 감사하세요." (《파괴된 사나이》 중에서, 377쪽)

 

 

파웰은 자신의 천직이 굉장하면서도 끔찍스럽다고 말한다. 그가 지금까지 여러 사람의 의식 터널에서 본 것은 언어로 표현하지 못한 채 그대로 응고되어 남아있는 인간의 또 다른 이면, 바로 끔찍한 악의 목소리였다. 라이히는 자신이 만들어 낸 악마 '얼굴 없는 사나이'와의 싸움에서 지고 말았다. 이처럼 파웰은 1급 독심사로서 자신의 무의식 안에 있는 악마와 비슷한, 아니 그보다 더 센 놈을 만났다. 정말 우리가 상대방의 마음을 훤히 볼 수 있다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둠의 진실까지 알게 된다. 심지어 상대가 드러나기를 원하지 않는 끔찍한 기억마저도 본다. 숨기고 싶은 내 의식의 치부를 누군가가 알고 있고, 자신의 의도를 무시한 채 공공연히 그걸 밖으로 드러낸다면 정신이 산산이 부서질 각오를 해야 한다. 1급 에스퍼처럼 마음을 차폐하는 기능이 있다고 해도 내가 보고 싶은 진실만 밝혀서 볼 수 없다. 지옥 같은 세상에 더 지옥 같은 마음조차 읽는다면 정말 주옥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니 제발 사랑이라는 이름 가지고 상대방의 마음을 읽으려고 하거나 상대방이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지 마라.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의 치부를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알면서도 눈 감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나오는 잘생기고 멋진 독심사 같은 남자가 만나고 싶은 그 꿈 좀 깨시길.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꼬마요정 2015-01-14 2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멋진 서평입니다^^

cyrus 2015-01-15 10:54   좋아요 0 | URL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수이 2015-01-15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왕자님을 기다리는 공주님들 혹은 공주님들을 기다리는 왕자님들이 읽으면 좋겠다 싶어. 리뷰가 하도 멋져서 책을 읽고싶어졌어. 장바구니에 퐁당 집어넣었습니다.

cyrus 2015-01-15 19:47   좋아요 0 | URL
이 책 SF소설이라서 썸이랑 전혀 상관 없는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어요. 내용 분위기가 마초적이거든요... 일단 옆지기 형님부터 먼저 읽어보라고 권해보세요.. ^^;;

해피북 2015-01-16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방금 반성했어요 ㅋ드라마 너에 목소리가 들려정도라면 했다가 홀딱 깼어요ㅋ 가끔 엉뚱한 생각을 하는데 길을 걷다가 누군가 정말로 내 생각을 읽으면 어쩌지 와 같은 ㅎ

cyrus 2015-01-16 10:59   좋아요 0 | URL
생각만해도 무서워요. 내 옆에 있는 친구를 속으로 욕하고 있는데 그 친구가 독심사였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