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 세계 사람들이 작은 섬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섬에 사는 사람들은 억울하다. 파나마의 수도 파나마시티에 있는 로펌회사 때문에 파나마가 조용할 날이 없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로펌회사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의 비밀서류를 조사하면서 사상 최대의 조세 회피 사실을 폭로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조세 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를 설립한 유명 인사들의 이름이 드러났다. 이 문건에는 부자뿐만 아니라 정부 고위인사, 왕족, 축구선수 등도 포함되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이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사실도 확인되었다. 조세피난처 가운데 원조는 단연 스위스 은행이다. 오랜 세월 엄청난 규모의 ‘검은 돈’을 숨겨준 든든한 금고 구실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구린 돈이 오가는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서 스위스의 모든 은행은 계좌 정보를 스위스 정부에 알려야 한다.

 

 

 

 

 

 

 

로버트 러들럼의 소설 《오스터맨의 주말》은 옛날 옛적에 세계 부자들이 달러 지폐에 불붙여 담배 피우던 시절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그 시절 부자들은 스위스 은행 계좌 하나만 잘 숨겨 놓아도 재산을 은닉할 수 있었다. 로버트 러들럼은 첩보 스릴러 장르를 개척한 미국의 작가다.

 

 

 

 

작가 이름이 생소해도 그의 대표작 ‘제이슨 본 시리즈’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본 얼터메이텀》 은 그의 동명 소설 원작으로 만든 영화다. 1980년에 발표된 《본 아이덴티티》가 2002년 영화로 개봉할 때만 해도 이 영화가 4탄 <본 레거시>까지 이어지는 시리즈가 되리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작가는 영화화된 자신의 작품을 보지 못한 채 2001년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본 레거시>는 작가로 활동한 러들럼의 친구가 썼다고 한다. 러들럼은 작가가 되기 전에 연극배우와 제작자로 활동했다. 그러다가 42세라는 늦은 나이에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의 첫 작품은 1971년에 나온  <The Scarlatti Inheritance>이다. 러들럼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그는 해마다 소설 한 편씩 써내려갔다.

 

자, 러들럼이 누군지 알았으니 본격적으로 그가 쓴 《오스터맨의 주말》이 어떤 작품인지 알아보자. 《오스터맨의 주말》은 1972년에 발표된 러들럼의 두 번째 소설이다. 유명 TV 뉴스 진행자인 존 터너는 뉴저지주에 있는 평온한 마을 세들 벨리에 거주한다. 세들 벨리는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상류층들이 거주한다. 그래서 이곳은 마치 외부와는 전혀 다른 세상처럼 느껴지고, 세들 벨리 사람들은 다른 지역 사람들의 접근을 반기지 않는다. 일요일 오후에는 뉴저지주 소속 순찰차가 마을 전체를 순찰한다. 존 터너 부부는 버나드 오스터맨 부부, 조셉 카르돈 부부, 변호사 트리메인 부부를 자신의 저택으로 초대해 만나기로 한다. 오스터맨은 작가, 조셉 카르돈은 주식중개업자, 트리메인은 변호사다. 네 사람 모두 남들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풍족한 삶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행복한 일상을 깨뜨리는 사람이 터너에 접근한다. CIA 소속 요원 로렌스 퍼세트는 터너에게 세 쌍의 부부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고 알려준다. 그들의 정체는 소련 군국주의자들과 손잡아 거대한 음모를 꾸미는 비밀 조직단 오메가 일원이다. 퍼세트는 오메가를 일망타진하기 위한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 터너에게 협조를 요청한다. 말이야 협조지 터너는 반강제적인 퍼세트의 태도에 못 이겨 순순히 받아들인다. 그 대신 자신들의 가족이 CIA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는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퍼세트와 CIA 요원들은 폐쇄 회로 CCTV를 통해 터너 가족의 행적을 감시한다. 퍼세트는 오스터맨, 카르돈, 트리메인이 서로 의심하여 갈등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교란 작전을 펼친다. 이럴수록 터너의 입장이 더욱 난처해진다. 세 사람은 동료의 배신으로 인해 자신들의 비밀이 터너가 알게 될까 봐 노심초사한다. 드디어 운명의 주말이 다가왔다. 터너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세 사람을 만나지만, 긴장감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만일 자신의 사소한 행동 때문에 퍼세트의 계획이 발각되면, 오메가 체포 작전이 실패됨을 물론이거니 자신과 가족의 목숨이 위태롭다.

 

이야기는 일요일 오후부터 시작해서 다음 주말까지 시간상으로 이어진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인물 간의 긴장감이 더욱 고조된다.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비밀을 숨긴 채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면서 행동한다. 터너는 퍼세트가 시키는 대로 따라야 한다. 오스터맨, 카르돈, 트리메인은 퍼세트의 교란 작전 속에서도 자신들의 비밀을 철저하게 숨긴다. 비밀을 지키느라 서로서로 의심하는 상황까지 연출된다. 터너와 퍼세트와의 기 싸움도 볼 만하다. 러들럼은 긴장감이 팽팽하게 감도는 이야기로 독자의 몰입을 높인다. 후반부에 이를수록 그동안 쌓여 있던 다이너마이트가 한꺼번에 터지듯이 폭발적으로 전개된다. 주인공은 이제야 진실의 적이 누군지 깨닫고 결단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터너는 영웅 모드로 전환하여 오메가에 직접 맞서는 용감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오메가의 실체를 알게 된다. 진짜 오메가는 퍼세트였다. 전직 CIA 요원이었던 그는 자신의 복수를 위해서 오메가와 손잡았다. 오스터맨, 카르돈, 트리메인은 오메가 일원이 아니었다. 단지 그들 모두가 진짜로 숨기고 싶었던 비밀은 바로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비밀계좌였다. 오메가는 이들의 비밀계좌를 노렸고, 복수심에 불타는 퍼세트를 이용해 터너에 접근했다.

 

《오스터맨의 주말》은 1970년대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당연히 지금 읽기에는 러들럼의 반전이 큰 감흥을 주지 못한다. 그렇지만 이 소설이 높게 평가 받을 만한 자격은 유효하다. 러들럼은 거대한 사회 체제 속에서 저항하는 주인공의 감정을 밀도 있게 묘사했다.

 

 

 

퍼세트는 웃었다.

 

“지금 현재 세들 벨리에는 13명의 정보원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의 좋은 이웃으로서 그 지방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설마!”

 

터너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오웰의 1984년 그대로가 아닙니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종종 그것을 요구하니까요.”

 

“내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입니까? 전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거로군요.”

 

(《오스터맨의 주말》 중에서, 74쪽)

 

 

 

터너는 퍼세트의 24시간 감시를 견디지 못해 일부러 돌발적인 행동을 한다. 그러면서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 희생을 강요하는 정부조직의 권력을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는 감시 체제의 암울한 현실을 씁쓸하게 받아들인다. 

 

 

 

 

 

터너는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스스로 지켜내는 영웅처럼 그려지지만, 실상은 이중의 권력 집단에 감시받는 미약한 개인이다. 터너가 오메가가 조종당하고 있었을 때, 그들을 소탕하려고 진짜 CIA가 주도면밀하게 감시하고 있었다. 가까이 보는 놈 위에 멀리서 보는 놈이 있었다. 차가운 냉전의 긴장감은 사라졌지만, 개인을 감시하는 권력의 서늘한 눈은 살아 있다. 우리는 개인의 삶을 침해하는 감시 체제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사회 보호’라는 안전한 명목에 순응한다. 오늘도 빅 브라더는 우리를 향해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한다. 권력은 당신을 원한다. 《오스터맨의 주말》은 ‘감시를 위한 통제’가 평범한 일상을 어떻게 변하게 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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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4-19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본주의가 타락하는 욕망이 결국 검은 돈의 액수와 같은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cyrus 2016-04-19 21:00   좋아요 1 | URL
페이퍼 컴퍼니 이거 남의 나라 문제가 아닌데 우리나라는 너무 조용하네요.

빨강앙마 2016-04-19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페이퍼컴퍼니 관련해서 뉴스를 보고 관심이 가긴했는데....... 결국 자그마한 섬...

cyrus 2016-04-19 21:01   좋아요 0 | URL
작고 평화로운 지역이나 섬에 부자들 금고가 숨겨져 있어서 아이러니합니다.

영혼을위한삼계탕 2016-04-19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처럼
감추고 싶어하죠
애석하건 ˝해적선보물˝ 처럼
사람들에게
잊혀진다는거죠^^

cyrus 2016-04-19 21:10   좋아요 0 | URL
그 많은 돈을 꽁꽁 숨기면 제대로 쓰긴 할까요? 죽을 때까지 돈을 다 쓰긴 힘들텐데... ㅎㅎㅎ

2016-04-20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20 1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드거 앨런 포가 창조한 오귀스트 뒤팽은 아마추어 탐정의 시초로 평가받는다. 뒤팽이 없었더라면 코난 도일셜록 홈즈를 탄생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코난 도일은 주홍색 연구에서 홈즈의 입을 빌려 뒤팽의 실력을 애써 무시한다. 뒤팽은 분석 능력이 뛰어나지만, 생각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지적한다. 이 장면으로 홈즈는 재수 없고 냉정한 탐정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했고, 뒤팽은 한물 간 탐정으로 격하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도일은 뒤팽을 극찬했다. 도일이 포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포를 향한 도일의 존경심을 드러낸 소소한 장면일 뿐이다. 주인공 탐정이 자신에게 영향을 준 탐정을 언급하면서 동시에 그의 실력을 깎아내리는 장면은 포를 위한 도일의 패러디다.

 

뒤팽도 홈즈처럼 자신의 추리 능력을 돋보이려고 뛰어난 수사 실력을 보인 비범한 인물의 문제점을 언급한다. 뒤팽이 처음으로 등장한 추리소설 <모르그가의 살인>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뒤팽은 레스파냐예 모녀의 살인 사건을 어설프게 수사하는 파리 경찰을 비판한다. 그러고는 이 사람을 언급하면서 잘못된 수사 방식이 어떤 건지 덧붙여 설명해준다.

 

 

비도크는 예리한 추측 능력과 끈기를 가진 사람이었네. 하지만 사고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탓에 사건 조사에 깊이 들어가면 실수를 연발했지. 물건을 눈에 너무 가까이 대서 뚜렷이 볼 수 없게 된 거야. 그렇게 바짝 대고 보면 한두 가지 요소는 정확히 보일지 몰라도 전체 그림은 보이지 않아. 여기서 아주 중요한 점은 진실이 늘 우물 속에 있는 게 아니란 걸세. 사실 나는 중요한 정보는 언제나 표면에 드러나 있다고 생각해. 지식은 멀리 보이는 산꼭대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찾아다니는 계곡 속에 있거든.”

 

(포 소설 전집 1 : 미스터리 편모르그가의 살인중에서, 30)

    

 

뒤팽은 비도크라는 사람이 예리한 추측 능력을 가졌음에도 2% 부족한 수사 실력을 보여준다고 까댄다. 비도크는 어떤 사람일까. 이 장면을 유심히 읽은 독자는 비도크의 정체가 궁금할 수 있겠다. 그러나 번역자는 이런 독자의 호기심을 몰랐다. 우울과 몽상과 코너스톤 포 소설 전집에 비도크를 설명해주는 주석이 없었다. 만약에 (정태원 씨처럼 추리문학에 상당한 조예가 깊은 번역자라면 비도크주석을 달았을 것이다. 비도크가 탐정소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로 평가받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설명이 없는 사실이 그리 놀랍지 않다. 추리소설을 자신들 시간 때우기에 좋은 통속소설로 인식하는 독자들은 비도크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다. 국문학을 전공한 전문 번역가들은 순수문학에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추리문학의 발달사를 잘 모른다.

 

 

 

 

프랑수아 외젠 비도크

 

 

비도크를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홈즈가 뒤팽을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과 같다. 흔히 탐정의 원조로 뒤팽을 많이 언급하지만, 최근에는 비도크가 많이 거론되고 있다. 프랑수아 외젠 비도크(1775~1857). 그는 역사상 처음으로 사설탐정 직업으로 활동한 사람이다. 비도크는 한 편의 소설 속 주인공처럼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그는 원래 흉악한 범죄자였다. 절도, 사기 등 여러 가지 혐의로 감방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았다. 탈옥도 여러 번 시도하여 재수감된 적도 있었다. 비도크는 수감 생활을 하면서 만난 범죄자로부터 흥미로운 정보를 듣게 된다. (동료 수감자의 뒷 통수를 친) 그는 이 사실을 파리 경찰 관계자에게 알리고, 공을 인정받아 풀려났다. (야호! 탈출이다) 그 이후로 비도크는 경찰 관계자들이 범죄자들을 소탕할 때마다 결정적 도움을 주는 (경찰 끄나풀) 역할을 했다. 비도크는 자신의 범죄 경력을 토대로 역으로 범죄자들을 골탕먹이는 수사 방식을 만들었다. 비도크가 잠복수사, 범죄기록 작성 및 정리를 처음으로 시도했으나 그의 전과 이력 때문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비도크는 범죄 조직에 자신이 정한 비밀 조직원들을 심어서 잠복 수사를 시도했다. 이것이 바로 세계 처음으로 창설된 잠입 수사 전담팀 브리가드 데 라 슈르티(Brigade de la Sûreté)’이다. 파리에 있는 범죄자들과 서로 안면이 있을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암흑가 사이에서도 알려졌다. 비도크는 밑바닥 인생의 범죄자로 시작해서 파리 경찰의 앞잡이로 활동하여 수사 책임자까지 오르는 등 화려한 전성기를 지냈다. 하지만 1827년에 비도크는 파면을 당한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비도크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도둑질하다가 적발되고 말았다. 불명예스러운 이유로 경찰직에서 물러난 비도크는 사설 수사기관을 설립한다. 이때부터 비도크는 역사상 최초의 사립탐정이 되었다. (다시 한 번, 과거 탈세 성공) 

    

 

 

 

 

 

 

 

 

 

 

 

 

 

 

 

 

 

비도크의 활약은 당대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의 장발장은 범죄자 비도크를, 형사 자베르는 경찰직에 몸담은 비도크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이다. 그밖에도 발자크의 보트랭(고리오 영감), 알렉상드르 뒤마의 에드몽 당테스(몬테크리스토 백작) 등이 비도크의 영향을 물려받은 인물들이다.

 

 

 

 

 

신웰 존슨을 만나는 홈즈 (하워드 K. 엘록의 삽화)

 

 

코난 도일의 마지막 홈즈 시리즈인 셜록 홈즈의 사건집 수록작 유명한 의뢰인’(황금가지판 작품명은 거물급 의뢰인’)신웰 존슨이라는 인물이 짧게 등장한다. 그는 홈즈의 비밀 정보원으로 런던의 범죄 조직에 관련된 정보를 수집한다. 그도 역시 과거에 포악한 범죄자로 두 번이나 감방에 생활했다. 그러다가 홈즈를 만나면서부터 개과천선하여 홈즈에게 쏠쏠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신웰 존슨이 비도크를 모티브로 한 인물로 볼 수 있다.

 

 

 

 

 

 

 

 

 

 

 

 

 

 

 

 

비도크는 인생을 화려하게 살다 갔다. 뛰어난 머리로 범죄자들을 잡았고, 특별한 매력으로 여성들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비도크는 수많은 여성들을 만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어두운 방 안에서 공상하는 걸 좋아하는 뒤팽, 그리고 여성을 혐오하는 홈즈의 모습과 무척 대조적이다) 하지만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죽기 직전에 비도크는 막대한 유산을 남기게 되는데, 비도크와 알고 지내던 여인들이 유산 상속권을 요구했다. 비도크는 유산을 자신을 30여 년 동안 뒷바라지해준 하녀에게 물려주었다. 이와 관련하여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실. 에밀 가보리오의 르루주 사건은 프랑스 최초의 탐정소설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타바레는 괴이한 사건을 해결하는 데 관심이 많은 노인이다. 그는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데, 독거노인을 돌봐주는 유일한 사람이 하녀 마네트. 홈즈는 하숙집 주인 허드슨 부인 덕분에 먹고 지내는 데 불편 없이 지낸다. 허드슨 부인은 거의 20년 동안 홈즈의 방을 관리해주고, 식사까지 챙겨준다. 심지어 홈즈에게 오는 편지들도 받아준다. 이 정도면 허드슨 부인은 최소 하녀 급. 탐정과 하녀의 관계. 설마 이런 사소한 설정도 작가들이 따라 만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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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12-15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몽>을 까신 이후 이책을 바로 올리시다니... 이전 책 중고서점에 버리고 이 책 구매 클릭해야 할까요. ㅠㅠ

cyrus 2015-12-16 18:13   좋아요 0 | URL
지금 생각해보니까 <우몽>을 중고샵에 팔고, 그 돈으로 코너스톤 번역본 5권을 구매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코너스톤 포 전집 책 한 권의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습니다. <우몽> 팔아서 받은 돈에 약간의 금액을 더 보태면 코너스톤 포 전집을 충분히 살 수 있을 겁니다.
 
화형 법정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존 딕슨 카 지음, 유소영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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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과거에 악명을 떨친 살인범의 외형과 빼닮은 사실을 알았다면 어안이 벙벙할 것이다. 당신을 향해 활짝 미소 짓는 그의 표정이 그날따라 이상하게 섬뜩하다. 이런 상황은 영화에 나올 법한 일이라 평소에 만나는 지인이 신분을 교묘히 숨긴 진짜 범인이 아닌 이상, 범인의 몽타주와 거의 비슷하게 닮을 확률은 적다. 그래도 기묘한 상황을 겪는 당사자는 꺼림칙한 기분을 떨치지 못한다. 한편으로는 범인과 닮은 사람의 정체가 궁금하기도 하다. 특히 친하게 지내면서도 그의 개인적인 생활을 모른다면 당연히 그의 정체를 의심하게 된다.

 

존 딕슨 카의 추리소설 《화형법정》의 이야기는 앞에서 설명한 불길한 우연에서 시작한다. 출판사 편집자인 에드워드 스티븐스는 충격적이고 끔찍한 범죄사건을 소개하는 논픽션 작가 고던 크로스의 원고 자료를 확인하다가 그 속에 첨부된 의문의 사진을 발견한다. 카메라를 항해 똑바로 노려보는 금발의 여인. 그 여인은 1676년에 화형에 처한 여자 독살범 브랭빌리에 후작 부인이었다. 신기하게도 독살범과 스티븐스의 아내는 쌍둥이라고 여길 수 있을 정도로 얼굴이 닮았고, 이름마저도 똑같다. 브랭빌리에 후작 부인이 결혼하면서 얻은 이름은 ‘마리 도브리’였고, 아내가 스티븐스와 결혼하기 전 이름 또한 ‘마리 도브리’였다. 스티븐스가 독살범과 아내의 관계에 궁금할수록 아내의 행적에 대한 의혹도 더욱 증폭된다.

 

스티븐스의 이웃인 마크 데스파드의 삼촌은 위염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는데 마크는 삼촌의 죽음을 의심한다. 사망 원인은 위염이 아니라 비소 중독으로 인한 독살이라고 추정한다. 그런데 비소로 독살하는 방식은 17세기의 여자 독살범이 사용했던 것과 비슷했다. 스티븐스는 아내가 데스파드의 삼촌을 죽인 독살범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삼촌의 죽음에 둘러싼 기괴한 정황들이 밝혀지면서 여자 독살범과 닮은 스티븐스의 아내가 용의자로 의심을 받기 시작한다. 삼촌의 방에서 홀연히 나타난 여자 독살범의 유령을 봤다는 증인도 있다. 삼촌의 사망 원인을 독살 쪽으로 무게가 실린 가운데 스티븐스 일행은 삼촌의 시체 속에 남아 있을 수 있는 비소를 확인하기 위해 납골당으로 향한다. 그러나 나무 관 속에 있어야 할 삼촌의 시체가 사라졌다. 납골당에 사람이 출입한 흔적이 전혀 없는데도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스티븐스는 아내가 용의자로 몰지 않으려고 마크의 아내 루시도 용의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 추리를 펼친다. 하지만 스티븐스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독살범에 관한 내용이 있는 크로스의 책 일부와 함께 아내가 돌연 사라지고 만 것이다.

 

《화형법정》에는 카가 창조한 예심판사 앙리 방코랑, 밀실 사건 해결의 달인 기드온 펠 박사가 나오지 않는다. 경찰청 소속의 브레넌 경감이 등장하여 추리를 해보지만, 계속 헛다리만 짚을 뿐이다. 스티븐스, 마크 그리고 브레넌 경감 등 불가사의한 사건의 중심에 휘말리게 된 인물들이 나름 용의자 후보를 내세워보지만, 삼촌이 독살당하는 과정을 증명하지 못한다. 그리고 독살범의 유령이 누군지도 밝혀내지 못한다. 카는 마법, 납골당, 독살범의 유령 등 공포문학의 단골 소재를 내세워서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한편,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탐정의 역할을 과감하게 제한함으로써 더욱 더 독자의 흥미를 유발한다. 사건이 해결되는 결말이 무척 궁금해서 이 책을 절대로 손에 놓지 못한다.

 

자신들의 아내가 독살범으로 의심받는 상황 속에 펼쳐지는 스티븐스와 마크 데스파드와의 미묘한 설전 또한 흥미롭다. 소설 초반부에 스티븐스는 추리를 펼치는 과정에서 사적 감정을 철저히 배제해야 하는 탐정의 원칙을 어긴다. 자신의 아내가 범인으로 몰지 않기 위해 스티븐스의 아내가 범인이라는 가정 하에 가설을 내세운다. 마크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삼촌의 의문스러운 죽음을 적극적으로 규명하려고 노력하지만, 자신의 아내가 독살범이 아니기를 바란다. 카는 소설 초반부에서 독자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스티븐스가 탐정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는 독자의 기대감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작가에게 살짝 배신감(?)이 든 독자는 이 소설을 어찌 안 읽을 수 있으랴. 카가 의도한대로 독자는 사건의 진상이 궁금하고, 이 초자연적 사건을 시원하게 해결해 줄 '사이다' 같은 인물이 소설 종반부에라도 꼭 나오기를 믿는다.

 

하지만 소설이 거의 다 끝나는 결말에 이르러서도 카는 독자를 배신한다. 에필로그격인 '평결'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마무리 지으면서 명확한 결말을 원하는 독자의 뒤통수를 날려 버린다. 지금도 추리소설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화형법정》의 결말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결말에 따라서 《화형법정》을 정통 추리소설로 인정하는 독자들이 있는 반면에, 추리 기법이 들어간 호러소설로 보는 독자들도 있다. 어떤 서평에 의하면 명성을 떨친 카의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화형법정》은 2% 부족한 작품으로 평가했다. 치밀하게 계산된 완전 범죄를 완벽하게 해결하는 탐정물에 익숙하거나 이러한 탐정이 나오기를 고대했던 독자에게는 《화형법정》의 결말이 실망할 수도 있다. 방코랑이나 기드온 펠 박사가 나오는 카의 작품을 먼저 읽은 뒤에 《화형법정》을 읽었다면, 《화형법정》이 정말 카가 쓴 것이 맞는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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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5-06-16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엘릭시르 시리즈는 읽어본 적이 없는데요. 존 딕슨 카라고 하니 얼마 전 cyrus님이 알라딘 중고에서 득템한 그 책의 저자가 아니었나요? 이 책은 제 보관함으로...

스윗듀 2015-06-16 21:58   좋아요 1 | URL
맞아맞아😀cyrus님이 소개하는 책은 모두 흥미로워요!

cyrus 2015-06-17 18:51   좋아요 0 | URL
《존 딕슨 카를 읽은 사나이》를 말씀하시는가 보군요. 책의 저자는 아니고, 존 딕슨 카의 소설을 소재로 삼은 추리소설 제목이 ‘존 딕슨 카를 읽은 사나이’입니다. 카의 소설, 정말 재미있습니다. 지금도 추리물에서 등장하는 밀실 트릭은 거의 카의 머릿속에 나왔다고 보시면 됩니다. ^^

게으른독서가 2015-06-16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소설을 즐겨읽는 편은 아닌데 이 책은 읽어보고 싶네요.

cyrus 2015-06-17 18:53   좋아요 0 | URL
나온 지 오래된 고전 추리소설이라서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래도 한 번 읽으면 끝까지 읽게 되는 매력이 있습니다. ^^

카스피 2015-06-16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화형법정은 하도 오래전에 봐서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cyrus님이 말한 독자의 기대를 배신했다는 것이 무언지 기억이 잘 나질 않지만 화형법정은 기존의 카의 탐정물들과는 약간 궤를 달라히는 작품이죠.워낙 카 자신이 불가능범죄의 창시자라고 알려진 것처럼 기존의 추리작가들과는 달리 이른바 괴이현상을 소재로 다루다보니 아무래도 명탐정이 등장(카나 펠박사등)하여 정통적 의미의 논리적 추리를 밀고 나가는데 한도가 있다고 여겼는지 화형법정처럼 기존의 명탐정이 없는 추리소설들을 썼고 좀더 편하게 괴이한 소재를 끝까지 밀어 붙이지 않았나 여겨지네요^^

cyrus 2015-06-17 18:57   좋아요 0 | URL
저는 처음에 스티븐스이 추리력으로 독살범을 닮은 아내의 누명을 벗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그 다음에 고던 크로스가 등장해서 풀리지 않았던 의문점이 하나하나 밝혀질 때, 저는 크로스가 사건을 완전히 해결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장을 보니까 그게 아니더군요. 다 읽고 나서 한동안 멍했습니다. 카스피님의 평에 공감합니다. ^^
 
존 딕슨 카를 읽은 사나이
윌리엄 브리튼 지음, 오일우 외 옮김 / 모음사 / 1992년 6월
평점 :
품절


 

 

 

 

 

 

 

 

 

 

《존 딕슨 카를 읽은 사나이》는 총 38편의 단편 추리소설을 모은 책이다. (책 제목을 줄여서 ‘존 딕슨 카’라고 하겠다) 사실 단편이라고 하기에는 분량이 상당히 짧은 글이라서 콩트에 가깝다. 역자는 서문에 이 책을 만들게 된 배경을 밝혔다. 미스터리 콩트만 모아서 책 한 권을 만들어 보고 싶어서 외국의 단편집과 추리물을 게재하는 잡지를 뒤져 봤다고 한다. 그래서 1년 동안 150여 권의 책을 뒤져서 400편이 넘는 콩트를 모았고, 여기에 38편을 추려서 선정했다. 실제로 《존 딕슨 카》 앞표지를 보면 공동 역자 이름 왼쪽에 ‘정선·번역’이라고 표기되었다. 공동 역자는 오일우, 오수현 씨다. 두 사람은 같은 성씨에다가 문리과 대학을 졸업했다(오일우 씨는 서울대, 오수현 씨는 성균관대). 역자 이력만 봐도 현재 두 사람 다 연로한 분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서울대 문리대는 1975년에 인문대, 사회과학대, 자연과학대로 해체되었다. 《존 딕슨 카》의 초판 발행연도는 1992년이다. 이 한 권의 책을 만들려고 외국 미스터리 콩트를 수집했을 때 두 역자의 나이는 대략 40대 초중반으로 접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1990년대 초반에는 해외 추리물, 특히 고전 중심의 단편 앤솔로지가 계절을 타지 않고 많이 나왔는데《존 딕슨 카》 도 그 출판 열풍 속에 탄생한 책이다. 그렇다고 《존 딕슨 카》가 유명 추리소설 작가의 대표작들만 엄선해서 너무 뻔하게 느껴지는 책은 아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유명 작가의 미스터리 콩트를 접할 수 있는 진귀한 책이다. 두 역자는 미스터리 콩트를 선정하는 네 가지 기준을 명확하게 밝혔다. 첫 번째 7쪽 이하의 짧은 분량, 두 번째 재미있을 것, 세 번째 한 작가당 한 편, 네 번째 다양한 내용일 것. 38편의 미스터리 콩트 중에는 독자의 허를 찌르는 예상하지 못한 반전으로 결말을 드러내는 훌륭한 작품이 있는 반면에 이야기가 긴박감 있게 전개되다가 마무리는 개그로 허무하게 끝나는 작품도 있었다. 두 역자의 노고가 돋보이는 미스터리 콩트 모음집의 표제가 된 윌리엄 브리튼의 『존 딕슨 카를 읽은 사나이』는 존 딕슨 카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지 않다. 너무나도 허무한 결말에 쓴웃음이 날 수도 있으니까.

 

에드가 골트는 삼촌과 사는 가난한 고아다. 에드가는 열두 살 때 무심코 존 딕슨 카의 소설을 읽고 나서 자신도 언젠가는 밀실 살인을 실행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존 딕슨 카의 소설에 나오는 밀실 살인을 완벽하게 모방하여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존 딕슨 카, 심지어 그의 또 다른 필명이 카터 딕슨으로 낸 작품들을 무시무시한 속도로 읽었고, 작품 속에 나오는 밀실 사건을 섭렵한다. 본의 아니게 카는 에드가의 살인 계획을 돕는 멘토가 되었다. 에드가는 삼촌의 재산을 차지하려고 밀실 살인의 희생자를 삼촌으로 정한다. 삼촌을 죽인 뒤 굴뚝으로 탈출하기로 계획한다. 비록 카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낡은 수법이긴 하지만, 에드가는 이를 멋지게 실행하고 싶어한다. 자신이 용의자로 의심받지 않기 위해 치밀하게 알리바이를 꾸며냈고, 삼촌의 집을 방문한 레뮤얼 스토퍼와 의사 해럴드 크로울리마저 속일 작정이었다. 카의 소설처럼 에드가는 2층에 있는 서재 안에서 삼촌을 죽이고 굴뚝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고는 뻔뻔하게 삼촌의 지인들이 있는 음악실로 향했다. 스토퍼는 삼촌이 내려오지 않자 2층으로 올라간다. 에드가는 자신의 밀실 살인이 계획대로 성공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의 자신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2층에서 내려온 스토퍼는 삼촌의 책상에서 꺼내 온 권총을 쥔 채 등장하여 삼촌을 죽인 범인으로 에드가를 지목했다. 에드가가 꾸민 완전 밀실 범죄는 실패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에드가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서재의 문을 잠그는 것을 깜빡 잊어버렸다.

 

이 책에 수록된 총 38편의 미스터리 콩트는 다음과 같다. 여기에 이름만 들어도 아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까지 포함되어 있다.

 

 

 

1. 오 헨리 - 고백 (The Confession of.....)
2. 작자 미상 - 절묘한 변호 (An Ingenious Defense)
3. 사무엘 홉킨스 애덤스 - 백만에 하나 있는 우연 (The Unreckonable Actor)
4. 페렌츠 모나르 - 최선책 (The Best Policy)
5. 앤서니 길버트 -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Over My Dead Body)
6. 제임스 홀딩 - 장갑 낀 손 (Hand in Glove)
7. 매트 테일러 - 영화관의 강도 사건 (Mcgarry and the Box-Office Bandits)
8. 잭 리치 - 봉 (鳳, Setup)
9. 에드먼드 크리스핀 - 샤프 펜슬 (The Pencil)
10. W. 하이덴펠트 - 달빛 (Moonshine)
11. 엘러리 퀸 - 세 사람의 과부 (The Three Windows)
12. 제임스 굴드 커즌스 - 목사의 오명汚名 (Clerical Order)
13. 폴 태보리 - 조용한 여행자 (The Very Silent Traveler) 
14. 존 D. 맥도널드 - 그앤 참 좋은 애였는데 (He Was Always a Nice Boy)
15. 제임스 N. 영 - 번지수가 틀렸다 (The Wrong House)
16. 팻 매거 - 선거 열풍 (Campaign Fever)
17. 빅터 캐닝 - 벽 속으로 (Through the Wall)
18. 존 콜리어 - 크리스마스엔 돌아온다 (Back for Christmas)
19. 찰스 G. 노리스 - 존 로시터의 아내 (John Rossiter's Wife)
20. 시어도어 매시슨 - 분재 (盆栽, No Motive)
21. 케니스 J. 매캐프리 - 은퇴 (The Resignation)
22. 로버트 H. 커티스 - 프로 (The Pro)
23. 사키 - 로라 (Laura)
24. 프레드 S. 토비 - 혼자 여행하는 아이 (Child on Journey)
25. 찰스 아인슈타인 - 전화 번호 이야기

(The Episode of the Telephone Number)
26. 부알로 나르스작 - 까마귀 (Le Cordeau)
27. 피터 해리스 - 등산길의 죽음 (Death on a Mountain)
28. 잭 샤키 - 벌레와의 대화 (Conversation with a Bug)
29. 조르주 심농 - 석 장의 렘브란트 (Les Trois Rembrandts)
30. A.F. 오래슈닉 - 사냥터 (Hunting Ground)
31. 듀에인 데커 - 심각한 문제 (Weighty Problem)
32. 윌리엄 브리튼 - 존 딕슨 카를 읽은 사나이
(The Man Who Read John Dickson Carr)
33. 에드 월리스 - 의심 (A Case of Suspicion)
34. J.F. 피어스 - 비장의 카드 (Ace in the Hole)
35. 찰스 보먼트 - 피를 나눈 형제 (Blood Brother)
36. 에드워드 D. 호크 - 어디를 가도 있는 사나이

(The Man Who Was Everywhere)
37. 리처드 매드슨 - 물 한 모금 (A Drink of Water)
38. 애거서 크리스티 - 이중 단서 (Double Clue)

 

 

 

 

 

 

 

사무엘 홉킨스 애덤스는 국내에서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미국의 제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주도한 추리소설 릴레이 창작에 참여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추리소설을 구상할 정도로 추리소설을 좋아했다고 한다. S.S. 반 다인얼 스탠리 가드너 그리고 사무엘 홉킨스 애덤스를 비롯한 7명의 추리소설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프랭클린이 제공한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토대로 이야기를 집필했는데 이 작품들은 《대통령의 미스터리》(산다슬, 2005년/절판)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었다. 잭 리치는 독자에게 반전을 주는 유머 쇼트 미스터리의 대가다. 그의 또 다른 단편 추리소설(제목은 『누가 ‘귀부인’을 가졌는가』)은 《마니아를 위한 세계 미스테리 걸작선》(도솔, 2002년/품절)에 실려 있다. 존 콜리어, 에드워드 D. 호크, 사키 역시 잭 리치와 함께 미스터리 앤솔러지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작가다. 존 D. 맥도널드는 ‘트래비스 맥기’ 시리즈의 작가이며 그의 대표작 《사형집행인들》은 두 번이나 영화화되었다.  부알로 나르스작은 프랑스의 추리작가 피에르 부알로와 토마스 나르스작의 공동 필명이다. 대표작은 《악마 같은 여자》(동서문화사, 2003년). 앨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현기증>의 원작이 부알로 나르스작의 소설 《죽음의 입구》(D'Entre Les Morts)이다. 조르주 심농은 매그레 반장이 나오는 추리물 시리즈의 작가로 유명하다. 리처드 매드슨은 영화 <나는 전설이다> 원작자로 유명하며 공포, SF, 판타지 등 장르를 넘나들면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쳤으나 작년에 세상을 떠났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이중 단서』는 38편의 작품 중에서 분량이 조금 긴 단편이다. 에르퀼 푸아로가 등장하는 작품이며 최근에 나온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78 : 빅토리 무도회 사건》(황금가지, 2015년)에 수록되어 있다. 2, 3, 4, 5, 12번 작품은 《미니 미스터리》(청년사, 1996년/절판)에 실려 있다. 《미니 미스터리》도 《존 딕슨 카》처럼 짧은 미스터리 콩트들만 모은 앤솔로지다. 《미니 미스터리》에 수록된 미스터리 콩트들은 엘러리 퀸이 선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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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06-02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희귀 본을 어찌 구하시는지...^^

cyrus 2015-06-03 16:34   좋아요 0 | URL
사고 싶은 책이 있으면 따로 메모하고, 기억해둡니다. 그리고 헌책방에 가거나 중고샵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사고 싶은 책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합니다. ^^

csp 2015-06-03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데 꼭 한번 읽어보고 싶은 선집이로군요. 촌스러운 표지를 보고 있자니 어렸을 적 읽던 팬더 추리 걸작 시리즈도 생각이 납니다.

cyrus 2015-06-03 16:36   좋아요 0 | URL
팬더추리걸작 시리즈도 헌책방에서 가끔 발견하곤 합니다. ^^

2015-11-27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5-06-03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을 구하셨네요.ㅎㅎ 완역본의 묵직함도 좋지만, 편집이 잘 된 어떻게 보면 독립영화 같은 그런 책도 참 좋습니다.

cyrus 2015-06-03 16:37   좋아요 0 | URL
오탈자가 있긴 하지만, 읽는 데 문제가 없었습니다. ^^

에이바 2015-06-08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고르는 안목이 부럽습니다. 존 딕슨 카 표지인물은 숀 펜 같은데요? 대통령의 미스터리 표지는 로트렉 작품이고요. 눈 크게 뜨고 아는 작품 없나 찾다가 표지만 알아차렸네요. ㅎㅎ

cyrus 2015-06-08 21:16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책을 물만두님의 서평 덕분에 알게 되었어요. 안목이 있다기보다는 이웃님들이 남기는 서평을 읽으면서 좋은 책을 고릅니다. ^^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 노블우드 클럽 5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 / 로크미디어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에서 비중 있는 조연은 범인과 탐정의 조수 및 동료이다. 탐정의 동료에 형사도 포함된다. 형사가 추리소설의 주인공, 그러니까 주연이 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소설도 있다. 그렇지만 탐정이 주연이 되면 형사는 탐정의 추리력을 한껏 돋보이게 하는 역할에 머무른다. 누구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의 사건을 형사가 아닌 밖에서 굴러들어온 탐정이 갑자기 툭 튀어나와 해결해버린다. 탐정이 주인공인 추리소설의 전개 방식은 항상 이런 식이다. 일개 사립탐정이 높은 직위에 있는 형사 몇 명들보다 사건 해결에 뛰어난 수완을 보이도록 하는 인물 설정은 코난 도일의 홈즈 시리즈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런던 경시청에 소속된 경감, 형사들은 어려운 사건이 있으면 홈즈의 조언을 듣기 위해 그가 사는 하숙집에 직접 찾아간다.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홈즈 시리즈의 첫 작품《주홍색 연구》부터 시작해서 여러 사건에 자주 등장하는데 홈즈는 두뇌 회전력이 둔한 레스트레이드를 무시한다. 홈즈의 추리 실력은 경시청뿐만 아니라 지역 경찰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몇몇 형사는 홈즈가 사건에 개입해서 수사하는 것을 대놓고 불만을 표출하기도 한다. 자신이 맡는 사건에 탐정이 개입해서 수사를 펼치는 모습을 보면 약간의 경쟁심과 시기심이 생긴다. 사건을 해결하면서 얻을 수 있는 명예가 사립탐정이 차지한다면 형사 입장에서는 자존심 상하고 경찰의 위상이 떨어진다. 그래서 홈즈는 가끔 사건 해결의 공로를 경찰에게 돌린다. 사건은 홈즈가 해결했지만, 신문에서는 경찰이 해결했다는 식으로 알려진다.

 

머리 좋은 탐정과 이보다 한 수 아래 형사의 조합은 지금까지도 추리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전적인 방식이다. 도일의 문학적 유산은 《소년탐정 김전일》과 《명탐정 코난》으로 이어진다. 《소년탐정 김전일》의 겐모치 이사무(한국어판에서는 이사무)와 《명탐정 코난》의 메그레 쥬죠(골롬보 반장)은 머리 좋은 젊은 주인공들(김전일과 코난)의 활약에 미치지 못하지만, 이들의 존재감은 음식의 싱거운 맛에 간을 맞춰주는 소금과 같다. 특히 메그레 반장은 소설과 영화를 통틀어 추리물 중에서 가장 관대한 '대인배'다. 코난과 소년 탐정단(아름이, 세모, 뭉치)이 사건 현장에 함부로 들어와도 쫓아내지 않는다. 일단 코난의 추리력을 믿어 본다. 코난이 사건 현장에 나타나면 사건이 술술 잘 풀렸으니까.

 

독자는 형사보다 월등히 앞서는 탐정의 활약상에 열광하지만, 추리작가 입장에서는 진부한 전개 방식에만 안주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전작을 뛰어넘을 수 있는 대담한 트릭과 이전 작품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구성을 선보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작가라는 직업의 운명은 늘 그렇듯이 신작에 대한 독자의 기대감을 부담스러워 한다. 홈즈 시리즈로 가난한 의사에서 최고의 인기 작가가 된 도일도 창작의 압박감을 피할 수 없었다. 도일은 하늘을 찌르는 홈즈의 인기를 감당하지 못해 1893년에 《마지막 사건》을 발표한다. 이 작품에서 홈즈는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악당 모리어티 교수와 싸우다가 죽는다. 그러자 독자들의 항의 편지가 빗발치는 바람에 10년 뒤에 홈즈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런던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빈집의 모험》을 발표했다.

 

도일 이외에도 개성 있는 탐정을 창조한 추리작가들이 많지만, 그중에 존 딕슨 카는 도전 정신이 넘치는 추리작가다. 카가 창조한 주인공만 해도 앙리 방코랭, 기드온 펠 박사 그리고 헨리 메리베일 경이 있다. 또 카는 해마다 작품 한 권씩을 발표할 정도로 다작 작가에 속한다. 카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 밤새도록 커피를 마시고 줄담배를 피울 정도로 왕성한 창작욕을 보여줬다.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The Arabian Nights Murder)은 《세 개의 관》(동서문화사, 2003)을 발표한 이듬해에 나온 작품이다. 두 작품 다 기드온 펠 박사가 등장한다. 그러나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은 이전에 나온 펠 박사 시리즈와 사뭇 다른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사건 발생-제2의 사건 발생(혹은 제3, 4의 사건까지 발생)-추리-사건 해결'이라는 추리소설의 단순한 전개 구조를 취하면서도 사건 진술과 수사 방식의 비중이 꽤 많은 편이다. 연속으로 발생하는 기이한 사건들을 경찰 관계자 세 명의 시선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아일랜드 출신 경찰 부서장 존 캐러더스 형사, 영국 출신 경찰 부국장 암스트롱 경 그리고 스코틀랜드 출신이며 펠 박사 시리즈의 명조연 해들리 총경, 이 세 사람은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 사건을 둘러싸고 다양한 방식으로 수사를 펼친다. 세 사람은 셰에라자드가 되어 자신들이 조사한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 사건의 전모를 펠 박사에게 밤새도록 들려준다.

 

카의 작품이 오랫동안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실제로 일어나면 미제로 남을법한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고 일어난다는 점이다.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을 처음 읽는 독자라면 "뭐, 이런 사건이 다 있냐?"라고 하면서 적잖이 놀랄 것이다. 가짜 흰색 수염을 붙인 정체불명의 노인이 담 위에서 스파이더맨처럼 갑자기 나타나 호스킨스 경사를 공격한다. 경사는 갑자기 공격하는 노인을 주먹 한 방에 쓰러뜨려 기절시키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호송차를 부르기 위해 경사가 잠시 한 눈 판 사이에 길바닥에 쓰려져 있던 노인은 연기처럼 사라져버린다. 캐러더스 형사는 여러 증언을 토대로 유령 같은 노인이 동서양 고대 유물을 소장한 웨이드 박물관으로 향했을 것으로 생각하고, 혼자 직접 그곳에 간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박물관 지하에서 캐더러스는 혼자 춤을 추는 박물관 안내원 프루언을 만난다. 그는 프루언에게 노인을 목격했냐고 물어보지만, 확실한 증언을 얻지 못한다. 캐러더스는 이에 포기하지 않고 박물관 내부를 샅샅이 살펴보다가 오래된 영국식 마차 안에 가짜 수염을 단 노인으로 추정되는 시체를 발견한다. 그런데 시체의 얼굴에 붙어 있는 수염은 흰색이 아니라 검은색이다. 살인 사건의 실체를 한 꺼풀씩 벗길수록 수상한 인물들이 한 명씩 등장한다. 일부러 사건의 범인을 숨기려고 하듯이 용의 선상에 오른 인물들의 진술은 점점 늘어난다.

 

이 소설에서 가장 돋보이는 장면은 해들리의 활약이다. 그동안 펠 박사 앞에서면 그의 느긋한 추리력에 된통 혼쭐났던 해들리가 혼자서 살인 사건을 거의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소설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자는 묵묵히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주인공 펠 박사가 된다. 이 소설에서 펠 박사가 나오는 장면은 많지 않다. 심지어 캐러더스 형사, 암스트롱 경, 해들리보다 등장 횟수와 대사가 적다. 펠 박사가 나오는 장면은 경찰 관계자 세 사람에 대한 소개로 시작되는 프롤로그와 펠 박사가 복잡하게 꼬인 사건 해결의 매듭을 단번에 풀어버리는 에필로그뿐이다. 해들리는 사건의 범인을 지목하는 데 성공하지만, 이를 뒤집는 진술이 나오는 바람에 썩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으로 사건이 일단락된다. 해들리는 사건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1%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가 놓친 1%는 범인이 가까스로 포위망에 탈출하는 골든타임이 된다. 펠 박사는 세 사람의 긴 진술만 듣고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 사건의 진짜 범인을 찾는다.

 

펠 박사의 존재감은 항상 소설이 끝나가는 무렵에 드러난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진술을 끝까지 듣고 난 뒤에 펠 박사는 꾹 닫고 있던 입을 연다. 그만큼 펠 박사 시리즈를 읽으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제게는 놀랍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하고 그렇군요."(384쪽) 세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다 들은 펠 박사가 처음으로 꺼낸 말이다. 펠 박사의 말은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을 다 읽고 나면서 느낀 나의 소감이라고 보면 된다. 도저히 풀릴 것 같지 않은 사건이 펠 박사가 너무나 쉽게 해결해버리는 결말에 놀라웠고, 세 명의 경찰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지나치게 진술 위주로 진행되는 이야기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커버린 작품이 되고 말았다.  

 

 

 


※ 소설을 읽다보면 《아라비안 나이트》와 밀접하게 관련 있는 정보가 까메오처럼 나온다. 58쪽에 언급된 흰색, 푸른색. 노란색, 빨간색의 물고기로 변하는 사람들은 《천일야화》 1권(열린책들)의 '어부 이야기'에 삽입된 한 장면이다. 하룬 알 라시드(64쪽)는 《천일야화》 에 많이 등장하는 바그다드의 군주이다. 안토니 갈런드(94쪽)는 프랜시스 버턴보다 먼저 유럽에 《천일야화》 를 소개한 프랑스인이다. 프랑스어는 '앙투안 갈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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