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랜만에 인문학 헌책방 직립보행에 갔다. 그곳에서 두 권의 책을 샀는데 그중 한 권은 알베르토 망겔의 책 읽는 사람들(교보문고, 2012)이다. 책 속에 실린 이상적인 독자란?’이라는 글의 제목에 끌려 이 책을 샀다.

 

일요일 밤엔 머리를 아프게 만드는 책보다는 에세이나 미술 분야 책과 같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을 읽는다. 그래서 어제 산 책 읽는 사람들을 읽으려고 책을 아무 데나 펼쳤는데 푸른 종이 같은 게 눈에 띄었다. 난 처음에 책갈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것은 만 원권 지폐였다. ‘만 원의 행복이 갑자기 찾아오는 순간이었다. 아마도 이 돈의 주인은 직립보행책방지기(아니면 책방지기의 부인, 책방지기가 부르는 애칭은 보행이’)일 것이다.

 

헌책방 마니아라면 한 번쯤 겪는 특별한 경험 중 하나가 책을 펼쳐 보다가 책갈피처럼 꽂힌 지폐를 발견하는 일이다. 남들이 겪어본 일을 나도 경험해 본다. 책에서 주운(?) 돈을 주인에게 돌려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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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2-05 21: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앗 저는 세탁소에 옷 맡길때 가끔 횡재를 하곤 합니다. 주로 남편꺼라 돌려주진 않습니다 ~~ 편한 밤 보내세요 *^^*

cyrus 2021-12-05 21:58   좋아요 3 | URL
빨래해야 할 옷을 빨래 바구니에 넣을 땐 주머니 안을 꼭 확인해봐야겠어요. 미니님도 편안한 밤 보내세요. ^^

얄라알라 2021-12-05 2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지폐를 볼 일 없이 살다보니 더욱 따뜻해보이는 에피소드입니다^^

cyrus 2021-12-05 22:05   좋아요 3 | URL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2020년대에는 헌책방에서 산 책 속에 지폐를 발견하는 일이 나오기가 드물거예요.. ㅎㅎㅎ

얄라알라 2021-12-05 22: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샌 지폐가 아니라, 1회용 마스크가 주머니 안에서 나올 확률 훨 높은 웃픈^^;;

cyrus 2021-12-05 22:06   좋아요 3 | URL
저는 항상 마스크 여러 장을 가방에 넣고 다녀요. 가끔 외출하다가 마스크 줄이 끊어질 때가 있거든요.. ^^;;

청아 2021-12-05 22: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도 중고책 꽤 샀는데 이런일은 단한번도 없었어요!!! 너무 부럽습니다ㅋㅋㅋㅋ저도 중고책 사면 일단 넘겨봐야겠네요😆

cyrus 2021-12-05 22:07   좋아요 3 | URL
복권에 당첨되는 일만큼 어려울 걸요.. ㅎㅎㅎ

페넬로페 2021-12-05 22: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그 기분 잘 알죠!
순간적인 기쁨을 느끼며 주인에게 되돌려주려는 cyrus님의 좋은 마음도요^^

새파랑 2021-12-05 2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우 신기하네요 ^^ 저는 중고책 사면 가끔 책갈피는 들어 있던데 ㅋ 제가 그냥 씁니다 ㅎㅎ 중고책 읽는 재미 같아요. 전 밑줄 그어진 책 보면 너무 반갑더라구요~!

그레이스 2021-12-06 07: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남편은 여러번 ...!
10만원까지 나온적 있음요
굿윌에서 산 책이라 그곳에 기부했어요

blanca 2021-12-06 1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이 사진 보고 빵 터짐요.

쎄인트saint 2021-12-16 16: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021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스텔라 2021-12-16 16: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
행복한 연말 되세요^^

얄라알라 2021-12-16 17: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축하드립니다^^

서니데이 2021-12-16 18: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합니다.
행복한 연말과 좋은 하루 되세요.^^

mini74 2021-12-16 1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지 무지 축하드려요 *^^*

새파랑 2021-12-16 18: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당선 축하드려요. 요새 뜸하셔서 안타깝네요. 건강 잘 챙기세요~!!

강나루 2021-12-16 1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2021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그레이스 2021-12-16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축하드려요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폴론(Apollon)은 다재다능한 고대 그리스 신이다. 그는 예언, , 음악, 의술 등을 관장한다. 오비디우스(Ovidius)변신 이야기에 아폴론은 숲의 정령 다프네(Daphne)에게 자신을 팔방미인으로 소개하면서 구혼한다. 하프로 연주하면 아름다운 노래가 나오며 화살을 쏘면 백발백중이고, 의술은 자신의 발명품이라고 말한다. ‘빛나는 자(Phoibos)’라는 별칭과 어울리게 외모도 뛰어났다.


















* 오비디우스, 이종인 옮김 변신 이야기(열린책들, 2018)

* 오비디우스, 천병희 옮김 변신 이야기(도서출판 숲, 2017)

* 오비디우스, 이윤기 옮김 변신 이야기 1(민음사, 1998)




그리스인들이 머리가 좋고, 운동 신경이 뛰어나고, 잘생긴 아폴론을 안 좋아할 리가 없다. 질서와 조화를 중시하는 그리스인들은 완벽할 정도로 아주 뛰어난 아폴론을 찬양했고, 지금까지도 아폴론은 이성을 상징하는 신으로 알려져 있다. 소크라테스(Socrates)가 가장 존경한 신이 아폴론이었다고 한다그의 제자인 플라톤(Plato)의 아버지가 아폴론이었다는 전설도 있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아테네(Athens)에 일년에 한 번 아폴론을 기리는 축제가 열렸다. 축제는 누구나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특별한 행사다하지만 축제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이 못생겼다고 생각한다아폴론 축제가 열리면 아테네에서 가장 못생긴 사람을 뽑았다. 축제에 참석한 사람들은 아테네의 못생긴 사람에게 매질을 가했다. 그런 다음 못생긴 사람을 아테네 밖으로 추방했다아테네 사람들은 의술의 신 아폴론이 분노하면 전염병이 생긴다고 믿었다. 축제 참석자들은 전염병과 같은 불길하고 재수 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랐고, 아폴론이 싫어할 만한 못생긴 사람을 정해서 쫓아냈다.


못생긴 사람을 쫓아냈다는 아폴론 축제에 대한 이야기는 인터넷과 SNS을 통해 알려졌다. 이 이야기의 1차 출처는 알려지지 않았다. 못생긴 사람을 가혹하게 대한 이벤트가 정말로 아폴론 축제의 일부인지 확실하지 않다. 이 이야기를 접한 네티즌들은 자신이 아테네에 살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나는 추방당한 사람들의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축제가 끝나면 쫓겨난 사람들은 아테네로 돌아왔을까? 못생긴 사람 중에 여성이 포함되었을까아주 심하게 매를 맞아서 죽은 사람이 있었을까? 단지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못생긴 사람을 뽑지 않았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 폭삭 늙어버린 사람과 장애인도 축제를 즐기지 못했을 것이다. 아테네 사람들이 보기에 늙은 사람과 장애인은 아름답고 완벽한 조화와 거리가 먼 존재이다

















* 클로딘느 사게르 못생긴 여자의 역사(호밀밭, 2018)

* 움베르토 에코 추의 역사(열린책들, 2008)

* 움베르토 에코 미의 역사(열린책들, 2005)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미의 역사, 추의 역사클로딘느 사게르(Claudine Sagaert)못생긴 여자의 역사는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되었는지 보여준다. 이 세 권의 책을 쓴 저자들은 문학 작품과 예술 작품 속에 나타난 아름다움과 추함이라는 개념을 시대별로 열거하고 설명한다미의 역사추의 역사의 장점은 독자들의 눈길을 끄는 도판과 엄청난 양의 인용문이다. 그래서 미의 역사추의 역사가 에코의 서재를 통째로 옮겨서 만든 책처럼 느껴진다. 너무나도 작은 글씨체로 적힌 인용문을 전부 꼼꼼히 읽는 일은 고역이다. 


못생긴 여자의 역사의 저자는 여성과 남성에게 적용된 추함의 차이를 주목한다. 외모가 추한 여자는 못생긴 여자로, 남성성이 부족한 남자는 못생긴 남자로 여겼다. 여기에 여성의 육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시선이 반영되어 있다. 나이가 들어 얼굴에 주름이 많이 생긴 여성, 즉 노처녀에 대한 반감은 고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남성 작가와 화가들은 노처녀를 교활하고, 어리석고, 우스꽝스러운 존재로 묘사했다추함은 한 사람의 내면마저 부정적으로 보게 만든다못생긴 존재는 자기 관리를 소홀히 한 무능력자, 도덕적이지 못한 사람으로 취급받기도 했다. 저자는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는 추함이 개인을 괴롭힐 뿐만 아니라 개인 스스로 죄인으로 만든다고 지적한다.
















* [우주지감 독서 모임 20218월의 책]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 2019)




김초엽의 단편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고 갈 수 없다면에 첫 번째로 실린 작품이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은가. 지구에 간 순례자 중 한 사람인 릴리 다우드나는 얼굴에 얼룩이 생기는 유전병이 있는 인물이다. 지구인들은 릴리의 얼굴에 있는 얼룩을 멸시하고 혐오한다. 릴리는 자신을 태어나게 만든 부모를 원망하고, 자신을 괴물과 같은 존재로 생각한다. 그녀는 결함이 없는 완벽한 존재를 태어나게 만드는 인간배아 디자인 기술을 개발하여 부자가 된다. 그러나 마흔이 될 때까지 누구와도 연인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는 릴리는 정신적으로 공허함을 느낀다. 그녀는 인간배아 디자인 기술로 자신의 아이를 만들지만, 그 아이에게도 결함이 생긴다. 릴리는 유전병을 가진 아이를 폐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 순간 그녀는 깨닫는다. ‘이로써 나는 태어날 가치가 없었던 삶임을 증명하는가?’(47쪽) 릴리는 유전병이 있는 자신의 존재를 증오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함이 있는 배아 상태의 아이가 인간이 아닌데도 태어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로 릴리는 완벽한 유전자를 가진 신인류가 아닌 유전적 결함이 있는 신인류를 만든다. 유전적 결함이 있는 신인류가 모여 사는 마을이 만들어지고, 그곳 사람들은 자신의 결점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결점을 자랑스러워한다.
















* 피터 카타파노, 로즈마리 갈런드-톰슨 외 우리에 관하여: 장애를 가지고 산다는 것(해리북스, 2021)




릴리는 서로를 밟고 그 위에 서지 않는 신인류(49)’를 만들고 싶어 했다. 릴리가 만든 신인류는 소설 속에서만 나올 법한 미래의 인류가 아니다. 소설 속 신인류는 장애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다. 비장애인들은 장애를 살아가는 데 지장을 주는 결점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장애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장애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 장애인은 자신의 존재를 증오하지 않는다장애를 주제로 한 장애인들의 칼럼을 모은우리에 관하여는 비장애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장애가 오히려 장애와 장애인을 현실적으로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되는 선입견임을 알려준다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진화론적 세계관은 장애인이 살기 힘든 세상이다. 진화론자들은 장애인을 오래 생존할 수 없는 약자로 취급했다. 심지어 우생학을 지지하는 지식인들은 장애인을 태어나지 않아도 되는 존재로 봤다. 우생학자와 페미니스트들은 장애가 있는 아이를 가진 비장애인 또는 장애인 여성을 위한 임신 중절을 옹호했다. 이들은 장애인을 태어나지 않게 하면 장애가 없는 완벽한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친화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디플롯, 2021)




타인을 다정하게 대하는 태도를 극대화하면 타인의 결점이 그 사람만의 장점으로 보게 되고, 타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결점이 있는 존재도 오래 살 수 있으며 세상을 바꿀 힘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생존 비결은 나와 다른 것을 포용하는 친화력이다. 적자생존과 약육강식만 부각하는 진화론에 정면으로 맞선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타인과 협력할 줄 아는 인간으로 진화하게 만든 친화력에 주목한다.


나는 축제를 즐기지 못한 사람들이 그 후에 어떻게 살았을지 상상해본다. 만약 쫓겨난 사람들이 아테네로 돌아오지 않고 살아 있다면? 어쩌면 그 사람들은 김초엽의 소설에 나오는 순례자들처럼 새로운 마을을 만들어 살았을지도 모른다못생긴 게 잘못이 아닌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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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9-20 21: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내일은 추석입니다.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cyrus 2021-09-21 17:14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도 추석 연휴 잘 보내세요. ^^

mini74 2021-09-20 2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폴론 왠지 지금 살았다면 인스타 스타가 되지 않았을까요 ㅎㅎ 못생기면 쫓겨나는 축제라니 ㅠㅠ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읽고 싶네요 ~

cyrus 2021-09-21 17:16   좋아요 1 | URL
아폴론이 인스타 활동을 하면 자기애가 강한 인플루언서가 되었을 것 같아요.. ㅎㅎㅎ
 



오늘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을 하는 날이라서 어제와 오늘 이틀 연속으로 쉬었다. 오늘 오전에 주사를 맞았고, 오후에 담담책방에 갔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음료와 디저트를 파는 카페가 두 개나 생겼는데, 그중 한곳에 갔다. 그곳에서 두 시간 정도 책을 읽었다. 카페에서 주문한 디저트는 겉이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에그 타르트다. 에그 타르트 두 개 주문하길 잘했다. 한 개만 먹었으면 자기 전에 그 맛이 생각나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내가 외출하고 있을 때 집 문 앞에 주문한 책 두 권이 도착했다. 그런데 책 한 권이 잘못 왔다. 알라딘 수원점에 있는 랭보 2(책세상)을 주문했는데, 엉뚱하게도 어린이용 속담 책을 받았다. 난 이 책 주문한 적이 없는데. 이 책도 수원점에 있었던 것이었고, 판매가는 5,300원이다. 이게 머선 일이고?






속담 책을 펼쳐 보다가 이 상황에 어울리는 속담을 발견했다.


 


알라딘 콜센터 업무 종료 시간은 오후 6시다. 내가 집에 도착해서 잘못 온 책을 확인했던 시간은 8시였다. 주말은 콜센터 휴무일이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중고 도서를 어떻게 반품해야 할지 난감하다. 절판본이라서 구하기 힘든 책인 랭보 2가 수원점 매장에 잘 있는지 걱정스럽다. 나중에 매장 직원이 이 책을 찾지 못한다면 주문 취소로 처리가 된다. 자기 전에 온다는 백신 부작용보다 행방이 묘연한 랭보 2를 받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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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9-03 22: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진짜 별일 다 있네요~ 이 기회에 속담공부를~ㅋ 랭보가 무사히 사이러스님께 배달되길 기원합니다. 주말 푹 쉬세요!!^^

cyrus 2021-09-03 22:10   좋아요 3 | URL
비록 제가 주문한 책은 아니지만, 이것도 인연이라 주말에 속담 공부를 하려고요... ㅎㅎㅎ 그나저나 못 받은 책 한 권 때문에 잠이 안 오겠는데요. ^^;;

새파랑 2021-09-04 0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ㅋ 감히 cyrus님께 어린이 속담이라니~! 설마 랭보 2 팔리지는 않겠죠~!!

cyrus 2021-09-04 21:13   좋아요 1 | URL
<랭보 2> 중고 책을 확인해보니 ‘판매 완료’로 되어 있어요. 아마도 수원점 직원이 주문한 책을 포장하는 작업을 하다가 책을 잘못 넣은 것 같아요. 그렇다면 <랭보 2>가 다른 구매자의 택배 상자 안에 있을 수 있어요.

mini74 2021-09-04 0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왜 이리 웃기죠 ㅎㅎㅎ

cyrus 2021-09-04 21:14   좋아요 2 | URL
1차 백신 접종 날에 좀처럼 잘 일어나지 않은 황당한 일이 생겼네요... ㅎㅎㅎ

syo 2021-09-04 1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모퀴즈 맞히며 속담 300..... 허어 ㅎㅎㅎ

cyrus 2021-09-04 21:15   좋아요 1 | URL
책 속에 제가 모르는 속담이 많이 있었어요.. ㅎㅎㅎ

오후즈음 2021-09-04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요일까지 랭보2를 cyrus님에게 올지 기다려야겠네요.

cyrus 2021-09-05 23:15   좋아요 0 | URL
내일 책을 받기 힘들 것 같아요. 온라인 민원 접수를 했긴 했지만, 알라딘 상담원과 전화 통화를 해야 해요.
 



니체(Nietzsche)는 자신이 태어난 독일의 문화와 교양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독일이 닿은 문화는 부패한다면서 신랄하게 표현했다(이 사람을 보라, 왜 나는 이토록 현명한지). 니체가 선호한 유럽 국가는 프랑스였다1870년에 일어난 보불전쟁을 기점으로 두 나라 간의 갈등이 깊어진 관계를 생각하면 니체의 후기 저작 이 사람을 보라》에서 확인할 수 있는 그의 프랑스 사랑은 자못 흥미롭다.

















* 프리드리히 니체 이 사람을 보라: 어떤 변화를 겪어서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세창출판사, 2019)


* 프리드리히 니체 바그너의 경우. 우상의 황혼. 안티크리스트. 이 사람을 보라. 디오니소스 송가. 니체 대 바그너 (1888~1889)(책세상, 2002)




니체는 오직 프랑스적 교양만을 믿었고, 독일을 포함한 다른 유럽적 교양은 전부 오해라고 간주했다. 자신이 독일에서 발견했던 몇 가지 교양은 모두 프랑스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한다(이 사람을 보라, 왜 나는 이토록 현명한지)니체는 파리(Paris)호기심이 많고 동시에 섬세한 심리학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다고 했다. 그가 말한 심리학자들은 프랑스의 문인들이다. 니체가 이 사람을 보라에서 언급한 심리학자들폴 부르제(Paul Bourget, 1852~1933), 피에르 로티(Pierre Loti, 1850~1923), 지프(Gyp, 1849~1932)[주1], 메일락(Henri Meilhac, 1830~1897)[주2], 아나톨 프랑스(Anatole France, 1844~1924), 쥘 르메트르(Jules Lemaître, 1853~1914).

















베르너 슈텍마이어 니체 입문》 (책세상, 2020)




니체가 특별히 호감을 갖고 있는 프랑스 문인은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이다. 니체는 자신의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우연에 해당하는 인물이 스탕달(Stendhal)이라고 밝혔다. 그의 평가에 따르면 스탕달은 프랑스에서 드물고 거의 발견되지 않는 유형의 정직한 무신론자. 그는 또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의 오페라 카르멘(Carmen)의 원작자인 프로스페르 메리메(Prosper Merimee)에도 존경을 표했다니체는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 비제의 카르멘을 네 번 들었다고 밝혔을 정도로 그 곡을 좋아했다(베르너 슈텍마이어, 니체 입문). 니체에게 카르멘원기를 되찾게 해주는” 곡이다(바그너의 경우).


니체는 모파상의 어떤 점에서 특별한 호감을 느꼈을까? 우리는 모파상의 작품에서 니체 철학과 비슷한 것을 읽어낼 수 있을까? 호기심 많은 독자라면 니체와 모파상의 연관성을 찾아보기 위한 독서를 해볼 수 있겠다. 일단 이 글에서는 니체와 모파상의 삶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공통점을 조명해보려고 한다. 




















* [절판] 데버러 헤이든 매독매독 그리고 어둠 속의 신사들》 (길산, 2004)




니체와 모파상은 매독 환자였다. 이 두 사람 모두 정신 발작과 착란 증세를 보였다니체의 친구 페터 가스트(Peter Gast)는 정열을 중시하는 니체의 디오니소스(Dionysos) 철학이 그가 미쳤기에 나올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학자들은 니체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1888년 10월~12월) 쓴 후기 저서야말로 그가 매독에 걸리지 않았다는 확실한 증거라고 주장한다그들이 언급한 니체의 후기 저서는 우상의 황혼, 안티크리스트, 바그너의 경우, 이 사람을 보라.


모파상은 20세 때부터 여자들과 함께 센 강에서 보트 놀이를 즐겼다. 아마도 여러 여자를 만나면서부터 매독에 걸렸을 수 있다. 1877년에 모파상은 자신이 매독에 걸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 당시 매독은 하늘이 내린 벌’이라고 불릴 정도로 치료하기 쉽지 않은 병이었다. 불치병에 걸린 사실에 충격을 받은 모파상은 한동안 우울증에 빠졌지만, 어떻게든 매독 환자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사람들 앞에서 활발해 보이려고 애썼다모파상의 발작과 착란 증세가 더욱 심해지자 1893년에 친구들은 모파상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그는 자신이 성모 마리아의 둘째 아들이라고 생각했다. 병실의 벽을 핥는 이상 행동을 보였고, 자신의 소변에 다이아몬드가 있다면서 그걸 병에 담아 모아 두었다.


역사학자 데버러 헤이든(Deborah Hayden)은 처음에 니체의 매독 증상에 대해 조사하다가 매독이 유명 인물들의 창작 활동에 미친 영향까지 살펴보게 된다그녀는 자신이 확인한 조사 결과들을 매독(Pox, 2003)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그녀가 조사한 유명한 매독 환자 중에 보들레르(Baudelaire), 플로베르(Flaubert),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등이 있다. 흥미롭게도 세 사람 모두 니체와 모파상과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다


니체는 보들레르를 좋아했지만, 바그너에 등 돌린 이후에 그를 최초의 지적인 바그너 숭배자라고 비판했다(이 사람을 보라). 플로베르는 모파상이 작가의 길을 걷게 해준 스승이다. 니체는 작곡가로 활동했을 때 슈만을 모범으로 삼았다(니체 입문). 매독독일의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가 매독의 희생자였다는 내용이 잠깐 나오는데(모파상 편, 166쪽), 하이네는 니체가 좋아한 독일의 문호다. 그는 후세 사람들이 자신과 하이네를 독일어를 사용한 최초의 예술가들이라고 평가할 거로 확신했다(이 사람을 보라).


하지만 저자는 매독으로 고생한 유명 인사들이 남긴 작품들 모두 매독과 관련 있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저자는 창작 활동이 매독과 무관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유명한 매독 환자들의 삶에 신중하게 접근한다

 



[1] 지프는 필명이다. 본명은 시빌 리케티 드 미라보(Sibylle Riqueti de Mirabeau).

 

[2] 네이버 두산백과에 등재된 이름은 앙리 메이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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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1 2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1-09-02 19:41   좋아요 1 | URL
네, 맞습니다. 니체가 매춘부와 관계를 맺어서 매독에 감염되었다는 설에 반박하는 주장도 있어요. 그래서 니체가 매독에 걸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청아 2021-09-01 23: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모파상의 작품을 읽은 덕에 흥미롭게 읽었어요! 모파상 작가설명 (커버 안쪽)에는 매독 이야기는 없길래 그저 정신병인줄 알았는데... 놀랍네요.😳

cyrus 2021-09-02 19:43   좋아요 2 | URL
저도 정신병을 앓았다고 생각했어요. 발작 증세가 심해지기 전에 이미 매독에 감염되었고, 모파상의 몇몇 동료는 그가 매독 환자임을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새파랑 2021-09-02 07: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니체가 모파상에 호감이 있었다니 신기하네요. 왠지 다른 성향일거 같은데~게다가 공통점이 매독이라니 약간 섬뜩하네요 🙄

cyrus 2021-09-02 19:44   좋아요 2 | URL
그렇죠? 니체가 모파상을 언급한 대목이 흥미로웠어요.
 





알베르토 망겔(Alberto Manguel)끝내주는 괴물들이 나온 사실을 처음 확인했을 때, 나는 이 책이 보르헤스(Borges)상상 동물 이야기와 비슷한 유형의 책일 거로 생각했다.


















* 알베르토 망겔 끝내주는 괴물들: 드라큘라, 앨리스, 슈퍼맨과 그 밖의 문학 친구들(현대문학, 2021)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마르가리타 게레로 보르헤스의 상상 동물 이야기(민음사, 2016)




하지만 기대와 달리 망겔의 책은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괴물들을 주제로 한 책이 아니었다. 고전문학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에 대한 저자의 주관적인 감상을 독후감 형식으로 풀어쓴 책이었다. 끝내주는 괴물들은 제목과 다른 내용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 [절판] 알베르토 망겔 보르헤스에게 가는 길: 열여섯 소년, 거장 보르헤스와 함께 책을 읽다(산책자, 2007)

 



망겔은 시력을 잃은 보르헤스의 부탁을 받아 4년 동안 그를 위해 책을 읽어준 성덕(성공한 덕후)’이다196416세의 망겔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피그말리온이라는 영어 및 독일어 전문서점의 직원으로 일했다. 서점 단골이었던 보르헤스는 망겔에게 저녁에 할 일이 없으면 자신의 집에 와서 책을 읽어줄 수 있는지 물었다. 망겔은 그의 부탁을 수락했고, 일주일에 서너 번씩 보르헤스의 집을 방문했다망겔은 보르헤스에게 가는 길에서 문호를 만나면서 나누었던 대화와 그 밖의 일화들을 소개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는 보르헤스의 관심사가 반영된 문학 세계를 파악할 수 있다. 망겔은 보르헤스를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독자라고 칭송하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문호의 결점까지 언급한다. 망겔은 보르헤스가 인종차별적 발언을 무심코 내뱉으면 지적인 독자에서 한순간에 멍청이가 되어버린다고 지적한다.











* [절판]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마르가리타 게레로 상상 동물 이야기(까치, 1994)




상상 동물 이야기는 보르헤스의 대표작으로 내세우기 어려운 책이다. 하지만 신화와 전설에 관심 있는 독자가 좋아할만한 이 책은 독특하면서도 흥미로운 동서양 환상의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진 분더캄머(Wunderkammer, 경이로운 방)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문학 작품에 묘사된 상상 동물들의 이야기도 진열되어 있다.


상상 동물 이야기는 1994년에 까치출판사에서 나왔으나 절판되었고, 12년 후에 민음사에서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구판과 개정판의 역자는 동일인이다. 그런데 개정판(민음사)은 1967년 아르헨티나 초판을 번역한 것이고, 구판(까치)은 1969년 미국에서 출간된 증보판을 번역한 것이다상상 동물 이야기초판에 총 116[주]의 글이 수록되었다. 증보판은 기존의 116편에 네 편의 이야기가 추가된 판본이다. 구판에 있는 네 편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117. 카번클 


118. 1964년에 제인 리드 부인이 런던에서 알았고 보았고 만났던 것에 대한 경험적 보고


119. 칠레의 동물들


120. 과거 숭배자들






[] 역자는 까치 번역본 후기에 116편의 이야기가 1967년 초판에 실렸다고 했다. 그런데 민음사 번역본 후기에서는 초판이 117으로 구성되었다(304쪽)라고 썼다. 직접 세어본 결과, 총 116편의 글이 수록되었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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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8-24 20: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르헤스의 상상동물이야기>궁금하네요~♡
사이러스님 글을 수정 중이신지
구판의 이야기 일부만 떴습니다🖐 😊

cyrus 2021-09-01 21:56   좋아요 1 | URL
책 내용이 생각보다 별로일 수 있어요... ^^;;

새파랑 2021-08-24 21: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르헤스와 망겔은 항상 같이 나와서 아버지와 아들 느낌이 나요 ㅋ 그래서 제목도 비슷한가 봐요 ㅎㅎ 내용은 다르다지만~!! 역시 덕질의 최고는 성덕인거 같아요 😆

cyrus 2021-09-01 22:03   좋아요 1 | URL
보르헤스를 만난 망겔이 세상에서 제일 성공한 서점 직원일거라 생각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