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북튜버(Book tuber)들의 방송을 챙겨 본다. 그분들의 방송을 보고 있으면 배울 점이 많다. 방송 영상은 길어야 15분 분량이다. 10분 이내의 방송 분량은 너무 짧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북튜버들은 짧은 시간 내에 책의 특징, 책의 핵심 주제 그리고 단점 등을 알려준다. 리뷰도 북튜버 방송 영상처럼 간결해야 보기 좋다. 북튜버 방송을 볼 때마다 미니멀리즘(minimalism)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핵심만 전달하는 리뷰를 작성하려면 퇴고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리뷰를 수정하는 일이 퇴고라면, 북튜버 방송을 수정하는 일은 편집이다. 방송 영상 한 편을 편집하려면 컴퓨터 앞에 오랜 시간 앉아 있어야만 한다. 동영상 편집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유튜버가 있고, 방송 촬영과 편집을 혼자서 다 하는 유튜버도 있다. 방송 제작을 혼자서 하는 북튜버의 노력이 대단하다.

 

* 겨울서점 https://www.youtube.com/channel/UCGPfjyMkN7uAmzfRpXL-AxQ

* 책읽찌라 https://www.youtube.com/channel/UCW-xgKdaPidxpJ6j6HZPC-g

* Eunjuhttps://www.youtube.com/channel/UCQ_eDFd9GOi_CcUhLMGcU2Q

 

내가 즐겨 보는 북튜버는 겨울서점의 김겨울님, ‘책읽찌라의 이가희님, 그리고 Eunju님이다. “겨울서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김겨울입니다.” 방송의 시작을 알리는 멘트를 듣게 되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분이 직접 책을 낭독하는 방송이 좋다. ‘눈으로 보는 라디오방송처럼 느껴진다. 이가희님의 방송은 콘텐츠가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다. 외국어 공부를 주제로 한 방송도 있다. Eunju님은 독자들이 읽고 싶은 책들을 잘 고른다. 그래서 내가 이분의 방송을 안 챙겨볼 수가 없다. 나는 내가 읽고 싶은 책만 읽는다개썅마이리딩스타일이라서 다른 독자들이 어떤 책을 선호하는지 잘 모른다. 유행의 흐름에 멀찌감치 떨어져서 독서하는 것이 좋은 점은 아니다. Eunju님은 알라딘 북플에 잠깐 활동한 적이 있다. (http://blog.aladin.co.kr/Eunjubook) 이 분이 방송 활동에 전념하고 있어서 블로그는 휴면 상태다.

 

북튜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북튜버들의 활동이 많다고 해서 리뷰어가 할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은 점점 보고 싶은 영상 텍스트로 향하고 있다. 스마트폰 화면에 나온 문자 텍스트를 보면 볼수록 집중력과 독해력이 떨어진다. 영상 텍스트는 내용과 형식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어서 시청자의 눈길을 잡는 데 효과적이다. 몇 년 후에 북튜버들이 모여서 활동하는 인터넷 플랫폼이 등장할 수 있다. 만약 북튜버의 시대가 오면 리뷰를 쓰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나저나 그때까지도 나는 리뷰를 쓰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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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9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6-09 11:50   좋아요 1 | URL
네, 맞습니다. 유튜브에 북튜버들이 활동하고 있어요. 최근 교보문고가 5명의 북튜버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교보문고를 통해서 북튜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

레삭매냐 2017-06-09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관심이 있는 분야여서 한 번
찾아 들어봐야겠습니다.

지난 달에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읽으면서 서양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
해서 찾아 봤는데, 역시 자유로운 주제
로 다양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기
좋더군요.

분량은 더 짧은 것 같아요. 5분 정도?

지금 막 겨울서점이라는 북튜버를 잠깐
보았는데 이분 왤케 업자 분위기가 팍팍
나는 거죠? ㅋㅋㅋ

cyrus 2017-06-09 11:58   좋아요 0 | URL
외국에는 북튜버가 많이 활동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겨울님은 직접 앨범까지 만들 정도의 실력을 가진 뮤지션입니다. 찬양 홍보에 치중하는 출판업자와 전혀 관련 없습니다. ㅎㅎㅎ

잠자냥 2017-06-09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세상도 있었군요. ㅎㅎㅎ 신기합니다. 그래도 저처럼 활자중독자들은 여전히 책을 읽고 남이 쓴 리뷰를 읽고, 또 자기가 리뷰를 쓰지 않을까 합니다. 책은 듣는 것보다는 역시 읽는 게 진리.. ㅎㅎ

cyrus 2017-06-09 17:56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읽는 행위’를 선호하는 분들이 많군요. 제가 북플에 익숙해서 그런지 처음에 북튜버의 영상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어요. 그런데 제 자신에 변화가 필요할 것 같아서 북튜버의 영상을 보기 시작했어요. ^^

이하라 2017-06-09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튜버라니 생소하기에 신선하네요 좋은 책을 소개받기에 딱 좋은 것 같아요^^

cyrus 2017-06-09 18:00   좋아요 0 | URL
북튜버는 독자들이 제일 궁금해 하고, 알고 싶은 내용을 잘 알려줍니다. 제 글이 군말이 너무 많습니다. 이런 글을 읽기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에게 북튜버 방송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

캐모마일 2017-06-09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덕분에 신문물을 알아갑니다. 추천해 주신 링크 잽싸게 전부 즐겨찾기했어요.

cyrus 2017-06-09 18:02   좋아요 0 | URL
가끔은 영상 텍스트도 봐주면 좋습니다. 문자 텍스트만 보는 일이 지겨워질 때가 있습니다.

페크pek0501 2017-06-09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폰에 즐겨찾기를 해 놓고 귀로 듣곤 합니다.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이나 이동진의 빨간책방 그리고 ebs오디오북 등... 낮잠을 청하면서 누워 들을 수 있고 설거지하면서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오늘 소개하신 곳도 살펴봐야겠네요.
좋은 정도 감사합니다.
(그래도 저는 제일 좋은 게 종이책을 읽는 것이고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 것일 것 같습니다. 미래에도...)ㅋ

cyrus 2017-06-09 18:05   좋아요 0 | URL
저는 책 관련 팟 캐스트는 잘 안 보게 돼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유명 서평가의 글보다는 익숙한 분들의 글을 더 자주 보게 되니까 아마추어의 영역을 선호하게 된 것 같습니다. ^^

stella.K 2017-06-09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런 게 있었구나. 몰랐네.
지금 인터넷 서점 오가며 주워 아는 것도 많은데
난 그것까지는 여력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책에 대한 너의 열정은 끝이 없구나.
이런 것까지 섭렵하고.
개쌍마이리딩. 그렇지 않아도 살짝 궁금했는데
그뜻이었구나.^^

stella.K 2017-06-09 15:38   좋아요 0 | URL
방금 겨울서점 보고 왔다.
알라딘 굿즈 리뷰 봤는데 좀 웃겼어.
그럴 줄 알았지.
난 굿즈 별로 실용가치가 없어서
그냥 준다고해도 거절할 판인데.
머그컵은 정말...ㅠ

그런데 겨울님은 어쩌면 얼굴 한 번 안 찡그리고
리뷰를 잘 하던지. 매력적이더군.

네가 언급한 컨텐츠들 보고 있으면 지루하지 않겠어.
참 잘했다.
참, 너도 하나 만들어라.
내가 1빠할게.ㅋㅋ

cyrus 2017-06-09 18:18   좋아요 0 | URL
글 쓰는 일에 변화가 필요해 보이는 것 같아서 책과 관련된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알라딘 북플은 폐쇄적인 플랫폼이에요. 이 곳에 오래 서재 활동을 하게 되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워요. 저도 매너리즘이 몇 번 찾아온 적이 있어서 힘들었어요. 새롭고 낯선 분야에 흥미를 가지게 되면 창작욕이 생겨요.

방송은 제 소심한 성격에 맞지 않아서 북튜버로 활동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ㅎㅎㅎ

qualia 2017-06-09 15: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터넷 스트리밍 영상에 기반한 책소개 혹은 서평(간략한 촌평과 감상평이 더 적당한 용어겠죠)은 나름 장점이 있겠지요. 스마트폰이 생활필수품이 되다시피 했으니까 시공간적 접근성이 좋고, 해서 이용하기 편리하겠죠. 가만 보고 시청하는 것이니까 에너지도 덜 들고요. 북튜버의 신선한 책소개에 자극받거나 반짝 아이디어를 주입받거나 독서 의욕을 충전받는 데는 무척 좋을 듯합니다. 다만 심층적 사유, 치밀한 논리적 분석적 책읽기는 모든 인터넷 영상물을 끊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근데 이게 참 딜레마인 것 같습니다. 인터넷이 우리 현대인들의 확장된 인지(extended cognition) 체계의 필수 구성 요소가 되었으니까요. 인터넷이 우리 마음·의식·정신·영혼의 필수 구성 요소로 자리잡았다는 것이죠. 해서 좀 더 자극적이고 편리하고 접근성 좋은 감각 통로에만 의존하려 한다는 것이죠. 해서 역설적으로 사유의 깊이는 점점 더 얕아져 가는 것 같습니다.

cyrus 2017-06-09 18:25   좋아요 0 | URL
북튜버들이 고르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치중한다면 논리력과 분석력을 요구하는 책이 알려지는 기회가 줄어들 수 있겠어요. 북튜버들이 소개하는 책들 대부분이 소설, 에세이, 자기계발서입니다. 가끔 과학, 인문 분야 책들도 소개되지만, 짧은 분량의 방송으로 어려운 내용의 책의 가치를 온전히 전달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또 봄. 2017-06-09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이 하신다면 제가 2빠하겠습니다.

cyrus 2017-06-09 18:27   좋아요 0 | URL
저의 ‘개노잼’ 방송을 보는 것보다 책 한 권 더 읽는 것이 더 낫습니다. ㅎㅎㅎ

또 봄. 2017-06-09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코드가 맞으시네요.
를 적으려다 말았습니다만.
그럼 저도 개노잼인가 봅니다.^^;;

cyrus 2017-06-12 13:51   좋아요 0 | URL
요즘 책보다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요. 요즘 만화에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

블랙겟타 2017-06-09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튜버라는 것도 있었군요. cyrus님 덕분에 새로운 것 알아갑니다. 저도 한번 봐야겠어요.

cyrus 2017-06-12 13:54   좋아요 0 | URL
제가 책만 읽으니까 요즘 트렌디를 잘 모릅니다. 저도 모르는 것들이 많아요. ^^

2017-06-11 2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6-12 13:59   좋아요 0 | URL
기본적으로 유튜버나 BJ 활동을 하려면 화질 좋은 캠, 성능 좋은 마이크 등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방송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자택을 구해야 합니다. 방음 시설이 잘 된 집이 좋습니다.

작년에 Eunju님을 북플에서 만나면서 북튜버를 처음 알게 됐어요. 최근에 교보문고가 북튜버 활동을 지원ᆞ홍보하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소개한 세 분 모두 교보문고가 밀고 있는 북튜버입니다. 교보가 홍보하기 전에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었습니다. ^^

AgalmA 2017-06-12 0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주얼과 목소리가 어느 정도 돼야 가능할 듯. 비주얼이야 안 보여주면 된다고 치고 목소리 제 취향 아님 전 바로 꺼버려요ㅋ 제가 귀 귀족이라ㅋㅋ
저는 한 눈에 글을 파악해 볼 수 있는 걸 좋아해서 이런 방송은 고퀄리티 아니면 잡담같아서... 웬만한 독서가라면 대체로 그럴 듯. 책 안 읽는 사람들에겐 유용하긴 하려나요a;

cyrus 2017-06-12 14:04   좋아요 0 | URL
책을 많이 읽지 않는 분들은 북튜버 방송을 선호할 것입니다. 방송 분위기가 어렵지도 않고, 딱딱하지 않거든요. 반면 레벨이 높은 애서가들은 북튜버가 전달하는 정보에 만족하지 못합니다. 수준 높은 방송이 나오려면 게스트로 유명 저자들이 나와야 할 겁니다. ^^;;

김겨울 2017-06-24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우연히 북튜버로 검색해서 글들을 보다 들어온 김겨울입니다. (진짜에요.)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다른 분들도 북튜버의 존재를 알게 된 것 같아 기쁘네요. 제가 뮤지션인 것도 알아주시구! 영상의 다양성도 좀 늘리고, 앞으로는 제 전공분야인 철학과 심리학에 대한 심도 높은 이야기도 좀 다뤄보려고 해요. 앞으로도 좋은 영상 만들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cyrus 2017-06-24 13:0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겨울님이 제 블로그에 찾아오시다니 영광입니다. 소개가 부족했다고 생각했는데, 겨울님이 만족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겨울님이 소개할 책들이 기대됩니다. 겨울님의 방송을 보면서 처음으로 알게 된 책들이 많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방송 챙겨 볼게요. ^^
 

 

 

 

 

 

 

 

 

 

 

 

 

 

 

 

 

 

 

 

 

 

 

 

 

 

 

* 원문 :

 

“I went and saw him. At first, of course, he denied everything. But when I gave him every particular that had occurred, he tried to bluster and took down a life-preserver from the wall. I knew my man, however, and I clapped a pistol to his head before he could strike.”

 

(The Adventure of the Beryl Coronet, 녹주석 보관)

    

 

 

* 시간과 공간사 (구판, 432) :

나는 찾아가 그를 만났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그는 아니라고 잡아떼더군요. 그러나 사건의 전말을 차근차근 설명하자, 벽에 있던 칼을 장치한 지팡이를 들고 위협해 왔습니다. 그러나 나도 상대가 어떤 사람인가를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선수를 쳐서 그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었습니다.”

 

* 황금가지 (2, 456) :

저는 그자를 찾아갔습니다. 물론 그는 처음에는 딱 잡아뗐지요. 하지만 내가 사실을 조목조목 들이대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니 벽에서 호신용 지팡이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자의 사람됨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팡이를 휘두르기 전에 미리 준비해 간 권총을 머리에 들이댔지요.”

 

* 현대문학 (주석판, 502) :

나는 놈을 찾아가서 만났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딱 잡아떼더군요. 하지만 그동안 일어난 일을 조목조목 들이대자, 놈이 발악을 하며 벽에서 호신용 몽둥이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그 인간을 잘 알고 있던 나는 그가 몽둥이를 휘두르기 전에 그의 머리에 잽싸게 권총을 들이댔죠.”

 

* 엘릭시르 (466~467) :

나는 그자를 만나러 갔습니다. 당연히 처음에는 모든 사실을 부인하더군요. 하지만 내가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따지자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벽에 걸린 호신용 지팡이를 집어 들었습니다. 나는 그자를 잘 알죠. 지팡이를 휘두르기 전에 권총을 머리에 댔습니다.”

 

* 문예춘추사 :

나는 그자를 만나러 갔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딱 잡아떼더군요. 그러나 내가 사건의 전말을 자세히 이야기하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나를 협박할 생각으로 벽에 있던 호신용 지팡이를 쥐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 녀석의 성품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가 지팡이를 휘두르기 전에 그의 머리에 권총을 들이밀었습니다.”

 

* 코너스톤 (개정판) :

저는 직접 번웰 경을 만나러 갔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전부 잡아떼더군요. 하지만 제가 사건의 경위를 낱낱이 이야기하자, 번웰 경은 악을 쓰며 벽에서 호신용 무기를 들어 저를 내리치려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제가 상대하는 악당이 어떤 놈인지 잘 알고 있었어요. 번웰 경이 저를 내려치기 전에 권총을 번웰 경의 머리 옆에 들이댔습니다.”

 

* 더클래식 (구판) :

나는 그를 찾아가 만났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자기가 아니라고 잡아떼더군요. 그런데 사건을 조목조목 설명하자 벽에 걸려 있던 칼을 장치한 지팡이로 협박했습니다. 나는 상대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먼저 그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었습니다.”

 

* 더클래식 (개정판) :

저는 그를 찾아가 만났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자기가 아니라고 잡아떼더군요. 그런데 사건을 조목조목 설명하자 벽에 걸려 있던 칼을 장치한 지팡이로 협박했습니다. 저는 상대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잽싸게 그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었습니다.”

 

    

 

 

 

 

홈즈는 도난당한 보석을 되찾기 위해 조지 번웰 경(Sir George Burnwell)을 직접 만나 담판을 짓는다. 궁지에 몰린 번웰 경이 무시무시한 흉기로 홈즈를 위협해보지만, 악당의 간계에 당할 홈즈가 아니다. 홈즈 이야기의 삽화를 담당한 시드니 패짓(Sidney Paget)은 홈즈에게 꼼짝없이 당하는 번웰 경의 모습을 그렸다. 이 그림에 번웰 경이 들고 있는 흉기를 주목해보자. 흉기의 끝이 둥그스름하면서 뭉툭하게 생겼다. 이 부분을 머리에 맞으면 두개골이 깨져 죽음에 이를 수 있다.

 

 

 

 

 

 

 

 

 

 

 

 

 

 

* 주석 달린 셜록 홈즈 2 : 셜록 홈즈 회고록(현대문학, 2013)

 

 

 

번웰 경의 흉기는 호신용 단장(短杖, 지팡이). 원문의 life-preserver’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미국과 영국은 이 단어를 다르게 사용한다. 미국에서는 물에 빠진 사람을 물 위에 떠오르게 하는 구명 도구를 뜻하지만, 영국에서는 호신용 단장을 의미한다. 실버 블레이즈(The Adventure of Silver Blaze)에 호신용 지팡이의 정식 명칭이 나온다.

 

묵직한 납을 넣은 그의 페낭로이어 단장, 여러 차례 가격해서 조교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끔직한 상처를 낸 것으로 보이는 바로 그 무기였어.”

 

(현대문학 주석판, 25)

 

페낭로이어 단장(Penang lawyer)은 말레이 반도의 서쪽에 있는 섬 페낭(Penang)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손잡이 부분에 납이 채워져 있어서 형태가 굵직하다. ‘페낭은 영국의 식민지 시절에 사용된 명칭이고, 지금은 피낭(Pinang)’으로 부른다. 호신용 지팡이에 변호사(lawyer)’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유가 있다. 피낭 섬에는 판결을 내릴 때 죄를 지은 사람에게 지팡이로 매질하는 전통이 있다. 그래서 페낭의 변호사라는 독특한 이름이 생긴 것이다.

 

글로리아 스콧 호(The Adventure of the “Gloria Scott”)빅터 트레버(Victor Trevor)의 아버지는 신변에 위험을 느껴 손잡이 부위에 납을 채운 단장을 집에 보관한다. 이것 역시 페낭로이어 단장으로 볼 수 있다.

 

 

 

 

 

그리스어 통역사(The Adventure of the Greek Interpreter)의 악당 해럴드 라티머(Harold Latimer)가 들고 다니는 무기도 페낭로이어 단장이다. 그가 그리스 인 통역사 멜라스(Melas)에게 협박조로 통역 일을 의뢰할 때 단장을 슬쩍 보여준다. 단장이 나오는 이 세 작품 모두 셜록 홈즈의 회상록(The Memoirs of Sherlock Holmes)에 수록됐다.

 

칼날이 부착된 호신용 무기도 있다. 하지만 정전에 나온 호신용 무기는 칼이 달린 지팡이가 아니다. 시드니 패짓의 그림만 봐도 life-preserver’가 몽둥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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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6-08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께서는 전문 번역가의 길로 들어서신 것 같네요^^:

cyrus 2017-06-08 13:59   좋아요 1 | URL
‘전문‘에 이르는 수준은 아니에요. 미흡한 내용이 많습니다. 새로운 의견이 나오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2017-06-08 1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6-08 14:00   좋아요 0 | URL
완독하면 그때 칭찬 많이 해주세요.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어요. ^^;;

qualia 2017-06-08 1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에 인용해주신 각 출판사별 번역문을 비교·대조해 읽어보니까 정말 재미있네요. 그런데 저걸 번역·출간된 순서대로 인용하신 건가요? 각각 번역·출간된 년월일을 적어줘서 시간에 따라서 번역문들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살펴보는 것도 정말 흥미로울 듯합니다. 저렇게 번역판이 많을 경우, 후속 번역가들은 사실상 최초 번역가와 선대 번역가들의 어깨에 올라타고 작업하는 것이라 할 수 있죠. 해서 번역의 정확도와 매끄러움, 가독성 등을 더 좋게 끌어올릴 수 있죠. 해서 출간년도 순으로 인용해놓으면 그 변화 양상을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흥미로울 수 있을 겁니다. 출간년도 순으로 인용은 해놓으신 것 같은데, 읽는 즉시 파악하기 좋게 출판사 표기 옆에 출간년도도 적어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cyrus 2017-06-09 08:48   좋아요 0 | URL
qualia님, 좋은 의견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9종의 번역본을 순서대로 쓴 것에 특별한 기준은 없습니다. 시간과 공간가 구 판본과 황금가지 판본이 가장 많이 알려진 번역본이라서 항상 이 두 번역본의 문장을 먼저 언급했습니다. 다음부터는 출간 연도순으로 써야겠습니다.

yamoo 2017-06-08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페이퍼에는 이달의 당선작 상금을 줘야 하지요^^

cyrus 2017-06-09 08:50   좋아요 0 | URL
글을 잘 쓴 분들이 많아서 이 글이 당선작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봅니다. ^^;;
 

 

 

눈으로 인지한 사물이나 현상은 우리에게 단단한 믿음을 준다. 그러나 우리는 그 믿음에 가끔 착각할 때가 있다. ‘내가 본 것이 진짜라는 환상에 속는 것이다. 착시는 사람들이 가진 일반적인 인지 양식의 결과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는 말이 있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 눈과 뇌는 불완전하다. 파레이돌리아(Pareidolia)’는 형태가 모호한 대상에서 의미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려는 욕구가 빚어낸 착시 현상이다. 뇌는 사람의 얼굴 모양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어두운 밤 형체가 뚜렷이 보이지 않는 환경에서 사람과 비슷한 형상을 발견하면 뇌는 즉각 반응해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뇌의 인식 오작동 때문에 우리는 뚜렷하지 않은 형상을 귀신이라고 믿는다.

   

 

 

 

 

 

 

 

 

 

 

 

 

 

 

 

 

* 피츠 제임스 오브라이언 아니물라(바른번역, 2016)

 

 

파레이돌리아 현상은 자신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게 지나친 자기 확신이다. 과잉 확신의 늪에 빠지면 정확한 분석이 어려워진다. 피츠 제임스 오브라이언(Fitz James O’Brien)아니물라(원제: 다이아몬드 렌즈)에 등장한 린리(Linley)의 직업은 과학자다. 하지만 그는 과학자가 경계해야 할 인식의 오류에 빠질 정도로 미숙한 면모가 있다. 현미경 렌즈 너머로 보이는 미세한 세계(micro world)에 푹 빠진 린리는 물방울 속에 보이는 불가사의한 형체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인이라고 착각한다. 린리는 물방울의 우연한 형태에서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찾으려고 한다.

 

 

 

 

 

 

 

 

 

 

 

 

 

 

 

 

 

 

* E.T.A. 호프만 모래 사나이(문학과지성사, 2001)

* E.T.A. 호프만 모래 사나이(지만지, 2011)

     

 

호프만(Hoffmann)의 소설 모래 사나이에는 왜곡된 시각적 기억 때문에 엄청 고생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어린 나타나엘(Nathanael)은 변호사 코펠리우스(Coppelius)의 흉측한 외모를 잊지 못한다. 코펠리우스는 나타나엘의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사악한 존재다. 어린 나타나엘은 밤마다 찾아와 잠자는 아이의 안구를 훔친다는 모래 사나이에 대한 두려움을 코펠리우스에게 투영한다. 그가 코펠리우스와 닮은 청우계 장수 코폴라(Coppola)를 만나게 되면서, 유년 시절에 느꼈던 그것과 유사한 두려움에 빠진다. 코펠리우스와 코폴라의 이름에 공통으로 들어가 있는 ‘coppo-’잔 모양의 물건또는 눈구멍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다. 코펠리우스와 코폴라를 만나면 자신의 안구가 강탈당할까 봐 두려워한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나타나엘은 비슷한 것만 봐도 겁을 낸다. 그는 자신의 과장된 공포를 망상이 아닌 실제라고 확신한다. 모래 사나이, 코펠리우스, 코폴라가 자기에게 적대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믿고, 그때부터 편집증적 환상이 구체화하기 시작된 것이다. 원래 이 작품의 초고에 코펠리우스와 코폴라가 동일 인물임을 알려주는 대목이 있었다고 한다. 인쇄하기 위해 정리한 원고에 이 문장이 삭제되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무질서한 사실들 속에서 질서를 찾으려고 한다. 어떻게든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서 기를 쓴다. 그리하여 그 의미를 근거 삼아 혼란스러운 감정을 추스르거나 불안한 미래를 예견해 보려 한다. 모르면 모르는 것으로 놔두든지 확실하게 알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조급해서 뭐든 빨리 확신한다. 끝내 의미를 찾지 못하면 자신이 보고 싶은 걸 그대로 믿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가짜 뉴스와 조작된 사진을 검증 없이 사실인 양 믿는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선입견을 확증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탐색하는 경향이다. 우리 사회에 파레이돌리아, 과잉 확신 그리고 확증편향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손가락으로 어두운 거짓의 그림자를 가리켜 진짜라고 우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 그림자는 착각과 지나친 망상이 만들어낸 아주 위험한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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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2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6-02 12:11   좋아요 1 | URL
사진에 속지 않으려면, 결국 사진에 대해 진지하게 공부해야 합니다. 사진을 잘 찍는 방법을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제일 중요한 것이 사진을 보는 법입니다. 그래서 요즘 사진 관련 책을 보기 시작했어요. 책을 미리 사두길 잘했어요. ^^

2017-06-02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6-02 19:40   좋아요 0 | URL
사진 책을 안 보던 사진가가 일반인들이 사진 감상하는 것에 따진다면, 정말 가관이겠어요. 맹탕인 사진가들한테 무시 받지 않으려면 사진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어요. ^^
 

 

 

 

 

 

 

 

“어서 오세요, 주인님!”

 

검은색 원피스, 흰색 두건에 흰 앞치마를 두른 하녀 복장의 종업원이 카페 문을 열며 인사한다. 오타쿠의 성지로 유명한 도쿄 아키하바라(Akihabara, 秋葉原)에 여러 개의 메이드 카페(Maid cafe)가 들어서 있다. 메이드 카페는 코스튬플레이 레스토랑(Costume play restaurant)의 일종이다. 유럽풍 하녀 복장을 입은 종업원들이 손님을 극진히 대한다. 한때 우리나라에도 메이드 카페가 들어선 적이 있다. 그러나 부정적 시선이 만만치 않다. 성 상품화 등을 이유로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낸다. 아무리 좋게 봐도 여성을 눈요깃감으로 전락시킨다는 비판을 피하긴 힘들다.

 

 

 

 

 

 

 

 

 

 

 

 

 

 

* 이케가미 료타 《도해 메이드》 (AK커뮤니케이션즈, 2010)

 

 

하녀를 뜻하는 ‘메이드’라는 단어 자체가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한다. 메이드는 ‘여성 사용인(Maid servant)’, ‘가정부(housekeeper)’를 의미한다. 19세기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Victorian era)는 메이드 전성기였다. 상류층 사람들은 안락한 생활을 누리기 위해 다양한 가사 일을 전담하는 사용인(집사, 하인, 마부, 보모, 가정부, 하녀 등)을 고용했다. 경제 소득이 늘어난 중류 계층 사람들은 상류층 사람들처럼 호화롭게 살고 싶어 했다. 중류층 사람들도 사용인을 고용하게 됐다.

 

가사 사용인으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하층 사람들이다. 하류층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한정되었다. 잡일이나 바느질일, 공장 노동 같은 육체노동에 종사했다. 그나마 가사 사용인이 하류층 여성들에게는 매력적인 직업이었다. 부유한 집안의 가사 사용인으로 일하게 되면 먹을 것과 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하녀가 해야 하는 일이 아주 많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식사 준비를 하고, 커다란 저택 내부를 청소한다. 사용인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직업이 집사와 가정부다. 이들은 고용주를 보좌할 뿐만 아니라 남녀 사용인의 노동을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집사와 가정부는 안주인의 지시를 받고, 하녀에게 지시받은 업무를 하달한다.

 

 

 

 

 

 

 

 

 

 

 

 

 

 

 

 

 

 

 

 

 

 

 

 

 

 

 

 

 

 

 

 

 

 

 

 

 

 

 

 

 

 

 

 

 

 

 

 

* 《셜록 홈즈의 모험》 (구판, 시간과 공간사, 2002)

* 《셜록 홈즈의 모험》 (2판, 황금가지, 2015)

* 《주석 달린 셜록 홈즈 1》 (현대문학, 2013)

* 《셜록 홈즈의 모험》 (동서문화사, 2003)

* 《셜록 홈스의 모험》 (엘릭시르, 2016)

* 《셜록 홈즈의 모험》 (문예춘추사, 2012)

* 《셜록 홈즈의 모험》 (개정판, 코너스톤, 2016)

* 《셜록 홈즈의 모험》 (구판, 더클래식, 2012)

* 《셜록 홈즈의 모험》 (개정판, 더클래식, 2014)

 

 

셜록 홈즈(Sherlock Holmes)의 친구 존 왓슨(John Watson)은 의사 일로 충분히 먹고살 만한 중류층에 속한다. 그와 메리 모스턴(Mary Morstan)과 함께 사는 신혼집에도 하녀가 있었다. 홈즈가 처음 등장한 첫 번째 단편소설 『보헤미안의 스캔들(A Scandal in Bohemia)』에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왓슨은 홈즈와 함께 살던 베이커가 221B 하숙집을 떠나 알콩달콩 깨가 쏟아지는 행복한 신혼생활을 한다. 그래도 홈즈의 근황이 궁금할 때마다 하숙집을 방문한다. 홈즈는 오랜만에 하숙집을 찾은 왓슨의 복장을 관찰하면서 추리한다.

 

 

 “얼마 전에 비를 많이 맞았고, 자네 집에는 몹시 솜씨 없고 조심성 없는 가정부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네.”

 

“이것 봐. 자네한텐 못 당하겠어. 사실, 목요일에 시골길을 가다가 비를 흠뻑 맞고 돌아왔네. 그러나 옷도 갈아입고 했는데 어떻게 그런 추리를 했지? 그리고 가정부 메리 제인에게는 두 손 들었다네. 아내도 고개를 저으면서 곧 내보내야겠다고 하더군.”

 

(《셜록 홈즈의 모험》, 시간과공간사-구판, 13쪽)

 

 

홈즈는 왓슨의 구두만 보고 메리 제인(Mary Jane)‘몹시 솜씨 없고 조심성 없는 하녀(a most clumsy and careless servant girl)’라는 점을 알아낸다. 메리 제인의 직업은 ‘servant girl’이다. 사실 ‘servant girl’은 ‘하녀’로 번역해야 한다. 가정부는 가사 경험이 풍부한 여성이다. 메리 제인이 몇 살인지 알 수 없지만, 그녀의 지위를 생각하면 확실히 젊은 나이는 아니다. 나이 많고, 가사 경험이 풍부한 하녀가 가정부 지위에 오를 수 있다. 왓슨의 구두를 닦는 일은 하녀가 담당하는 잡일 중 하나다.

 

셜로키언(Sherlockian)이라면 런던 베이커가 221B 하숙집 주인이 누군지 모를 리가 없다. ‘허드슨 부인(Mrs. Hudson)’은 괴팍한 성격의 손님인 홈즈를 너그러이 이해해주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그런데 『보헤미안의 스캔들』에서 홈즈는 하숙집 주인을 ‘허드슨 부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 원문 :

 

“When Mrs. Turner has brought in the tray I will make it clear to you. Now,” he said as he turned hungrily on the simple fare that our landlady had provided.

 

 

* 시간과공간사 (구판, 33쪽) :

터너 부인이 식사를 준비하면 이야기하지.” 그는 부인이 준비한 간단한 식사를 들면서 말을 이었다.

 

* 황금가지 (2판, 35쪽) :

허드슨 부인이 음식을 가져오면 그때 자세히 말해 주지. 저기 오는군.” 홈즈는 말하고 하숙집 주인아주머니가 가져다준 간소한 음식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 현대문학 (주석판, 110쪽) :

터너 부인이 음식을 갖다 놓았으니, 슬슬 먹으면서 얘기할게.” 그는 우리의 하숙집 주인이 차려준 소박한 음식에 게걸스럽게 달려들었다.

 

* 동서문화사 (32~33쪽) :

터너 아주머니가 식탁을 준비하고 나면 이야기하지.” 그는 하숙집 여주인이 차려준 간단한 식사를 급히 먹으면서 말을 이었다.

 

* 엘릭시르 (35쪽) :

터너 부인이 음식을 가져다주었으니 일단 먹으면서 이야기하지.” 홈스는 하숙집 주인이 가져다준 음식들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 문예춘추사 :

터너 부인이 음식을 가져오면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겠네.” 홈즈는 부인이 가져온 간단한 요리를 허겁지겁 먹어치우며 말을 했다.

 

* 코너스톤 (개정판) :

터너 부인이 음식을 갖다 놓았으니 이제 더 자세히 말해줄게.” 허기가 많이 졌던지 주인아주머니가 간단히 차려준 한 끼에 맹렬히 달려들며 홈즈가 말을 이었다.

 

* 더클래식 (구판, 개정판) :

허드슨 부인이 음식을 가지고 오면 자세히 알려 줄게. 저기 왔군.” 홈즈는 하숙집 주인아주머니가 가지고 온 음식을 허겁지겁 입속에 밀어 넣었다.

 

 

 

허드슨 부인은 어디 가고, 어째서 이름이 낯선 ‘터너 부인’이 식사를 준비하는 걸까? 홈즈 연구가와 셜로키언 들은 ‘터너 부인’의 정체에 대해 여러 가지 가설을 내놓는다.

 

 

첫 번째 가설 :

홈즈가 맡은 사건을 글로 기록한 왓슨의 실수다.

 

 두 번째 가설 :

터너 부인이 부재중인 허드슨 부인을 대신해 잠시 일을 해준 것이다.

 

세 번째 가설 :

터너 부인은 하숙집에서 일하는 하녀다. 그녀의 고용주는 허드슨 부인이다.

 

 네 번째 가설 :

‘터너’는 허드슨 부인이 홈즈와 밀회를 즐길 때 사용한 가명이다. 

 

 다섯 번째 가설 :

아이린 애들러(Irene Adler)가 변장한 가짜 인물 혹은

홈즈의 강적 제임스 모리어티(James Moriarty)가 보낸 스파이다.

 

 

허드슨 부인이 처음으로 등장한 작품이 홈즈 시리즈의 두 번째 장편소설 《네 개의 서명》(The Sign of Four)이다. 이 소설 발표 이후에 나온 작품이 『보헤미안의 스캔들』이다. 작가 코난 도일(Conan Doyle)이 하숙집 주인의 이름을 잘못 쓴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두 번째 가설과 세 번째 가설을 지지한다. 터너 부인은 허드슨 부인이 고용한 하녀이고, 그녀가 잠시 허드슨 부인을 대신해 임시로 하숙집 주인 일을 하게 된 것이다.

 

허드슨 부인은 중류층 여성이다. 그녀의 경제적 수준이라면 충분히 하녀를 고용할 수 있다. 하녀의 일은 업무에 따라 세분되어 있다. ‘주방 하녀(Kitchen maid)’는 항상 주방에서 일해야 한다. 주방 하녀는 주방에서 식재료를 준비하고, 음식 만드는 일을 한다. 가끔은 완성된 음식을 고용주의 식탁 위에 차리는 일도 했을 것이다. 허드슨 부인이 홈즈와 왓슨을 위해 차린 음식들은 터너 부인이 직접 만든 것일 수 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에 대한 열망이 컸던 상 · 중류층 여성들은 집 밖으로 나가서 여가 생활을 즐기길 원했다. 빅토리아 시대 여성들이 바라던 이상적인 삶은 ‘일을 하지 않고, 여유롭게 사는 것’이었다. 허드슨 부인은 19세기 중기 중류층 여성들처럼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마다 외출하고, 쇼핑을 즐겼을 것이다.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보면, 허드슨 부인은 ‘백인 중산층 여성’이다. 같은 여성일지라도 사회 계급에 따라 맞닥뜨리는 상황이 달랐으며 그에 따른 차별과 불평등은 심각했다. 19세기 후반에 상 · 중류층 여성을 중심으로 여성의 사회적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했지만, 빈곤층 여성들의 삶에 결코 와 닿지 않는 ‘그녀들만의 목소리’에 불과했다.

 

남녀 불문하고 누구나 고용주의 위치에 오르면 사용인을 당장 해고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된다. 아마도 왓슨과 메리 모스턴은 새로운 하녀를 고용하기 위해 하녀 메리 제인은 쫓아냈을 것이다. 실직자 메리 제인의 미래가 어둡기만 하다. 그녀가 하녀 일을 원한다면, 또 다른 고용주가 자신을 선택하기를 기다려야 한다. 하녀 일을 구하지 못하면 공장에 들어가야 한다. 정말 궁핍한 생활을 해야 하는 그녀가 딱하다. 왓슨과 모스턴이 하녀의 어려운 형편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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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6-01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한 문장 속에서도 수많은 해석이 가능하군요. 때론 수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는 편이 사실을 밝히는 편보다 낫다는 생각이 드네요^^

cyrus 2017-06-01 18:57   좋아요 1 | URL
주석판을 읽으면서 홈즈 시리즈를 다시 보게 됐습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책, 이런 책을 계속 보면 질리지 않습니다. ^^

2017-06-01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6-01 18:59   좋아요 0 | URL
책이 숲이고, 그 책 속에 있는 글자를 나무로 비유하면 저는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를 잘 봅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1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 치밀한 페이퍼군요..

cyrus 2017-06-01 18:59   좋아요 0 | URL
일주일동안 준비한 글입니다. ^^
 

 

 

알라딘 서재, 북플 활동을 하다보면 인사말 없이 조용히 탈퇴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탈회 회원이 남긴 댓글이나 그분이 눌렀던 ‘좋아요’ 흔적은 그대로 남습니다. 그렇지만, 닉네임은 사라지면서 ‘비로그인’이라는 이름으로 변경됩니다.

 

 

 

 

 

 

 

 

이 닉네임을 아시는 분이 계실 겁니다. 알파벳님. 이 분 원래 닉네임이 ‘롤리팝’이었습니다. 작년에 ‘알파벳’으로 닉네임을 변경했고, 프로필 사진은 구글(Google) 로고를 따온 것이었습니다.

 

어제 알파벳님이 탈퇴한 사실을 알았어요. 알파벳님은 ‘즐겨찾기가 많이 된 서재’였습니다. 작년 ‘서재 기네스’ 결과를 정리한 서재지기 게시판에 가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알파벳님의 서재로 이동하는 링크를 누르면 ‘해당 서재가 없거나 삭제되었습니다’라고 알리는 창이 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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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7-04-17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탈퇴하셨군요....왠지 최근에 리뷰가 없더라니....아쉽네요......

cyrus 2017-04-17 16:13   좋아요 1 | URL
알파벳님이 책 속 문장을 인용해서 올린 게시물은 봤지만, 리뷰는 본 적이 없어요. 이분은 글을 쓰는 대신에 다른 분들의 글에 ‘좋아요’를 많이 눌러줬어요. 아마도 그런 모습 때문에 알파벳님의 서재가 ‘즐겨찾기가 많이 된 서재’로 선정된 것 같습니다.

박람강기 2017-04-17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다시 돌아오시길 빕니다.

cyrus 2017-04-17 16:13   좋아요 0 | URL
탈퇴해도 재가입 가능하고, 구 닉네임을 다시 써도 되는 걸로 압니다.

yureka01 2017-04-17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없었나요??우째 기억도 가물가물한지 ㄷㄷㄷㄷ

cyrus 2017-04-17 16:22   좋아요 1 | URL
제가 기억하는 것은 알파벳님이 <어린왕자> 속 문장을 인용한 게시물을 10개 이상 올렸던 일입니다. 며칠 지나니까 그 게시물들을 볼 수 없었어요. 아마도 비공개로 변경했거나 삭제됐을 겁니다.

hnine 2017-04-17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생활 오래 하다 보면 이런 분들 꽤 계시고, 어떤 날 문득 이분들 생각이 나기도 하고 그렇더군요. 그런날이면 몹시 서운하고 보고 싶고 (비록 얼굴을 뵌적 없지만) 그렇지요.

cyrus 2017-04-17 21:57   좋아요 0 | URL
몇 년 훌쩍 지나고 나면, 예전에 뵙던 분들 그리고 조용히 서재 활동을 접은 분들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러면 정말 허무하면서도 예전 일들이 그리워집니다.

AgalmA 2017-04-17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가끔 인사드리고 했는데... 신변의 우환 같은 사연이 아니시길...

cyrus 2017-04-17 22:00   좋아요 1 | URL
친하게 지내지 않았지만, 어디선가 잘 지내고 계실 거로 생각합니다.

Agalma에서 AgalmA로 살짝 변경됐네요. 양쪽의 A가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

AgalmA 2017-04-17 22:02   좋아요 2 | URL
왠지 웃는 상 같지 않습니까
ㅋgalmㅋ같이ㅋㅋ

cyrus 2017-04-17 22:04   좋아요 1 | URL
ㅎㅎㅎ 정말 그렇네요. 영어 한 글자를 대문자로 바꾼 건데, 느낌이 확 달라지는군요. ^^

나와같다면 2017-04-19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흔적‘ 님 생각이 나네요..

2017-04-19 1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