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 도일1887년부터 <스트랜드 매거진>에 연재한 셜록 홈즈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된다. 그러나 도일은 탐정소설보다는 다른 쪽으로 인정받고 싶어 했다. 그는 자신을 역사소설가로 불리기를 원했다. 홈즈 시리즈를 끝내기로 한 도일은 1893마지막 문제(혹은 마지막 사건’, The Final Problem)를 끝으로 홈즈가 죽는 충격적인 결말을 선보인다.

 

 

 

 

 

 

 

 

 

 

 

 

 

 

 

 

* 아서 코난 도일 셜록 홈즈 전집 2 : 배스커빌의 개(시간과공간사, 2002)

* 아서 코난 도일 《바스커빌 가의 사냥개(문예춘추사, 2012)

 

 

 

하지만 독자들은 격렬한 홈즈 살리기운동에 나섰고 결국 홈즈는 전지전능한 창조주 도일의 부르심을 받고 살아 돌아왔다. 1901, 도일은 홈즈 시리즈의 세 번째 장편 소설 바스커빌 가의 개(The Hound of the Baskervilles)를 발표하며 홈즈를 살려낸다. 바스커빌 가의 개의 시간적 배경은 모리아티 교수와의 대결이 펼쳐지기 전에 일어난 것이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도일은 홈즈를 살려낸 것이 아니다. ‘죽기 전 홈즈가 맡은 사건이라는 설정으로 바스커빌 가의 개를 쓴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바스커빌 가의 개미친 존재감지옥견(hell hound)’이라는 별명이 붙은 사냥개. 홈즈와 왓슨은 전설로 전해오던 괴물 개로부터 습격을 받아온 바스커빌 가의 저주를 풀기 위해 황량한 황무지로 가득한 다트무어(Dartmoor)로 향한다.

 

유서 깊은 가문을 뒤흔들어 놓은 끔찍한 저주는 청교도 혁명 시대부터 시작된다. 바스커빌 가의 선조 휴고 바스커빌은 포악한 성격으로 악명이 높았다. 성 미카엘 축일(Michaelmas, 최상급 대천사를 기리는 날)에 휴고는 자신을 따르는 불한당들과 함께 농부의 딸을 납치했다. 그들은 농부의 딸을 감금한 후 술판을 벌였다. 휴고 일행이 한눈판 사이에 농부의 딸이 탈출했다. 이 사실을 안 휴고는 그녀를 잡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영혼을 악마에게 넘길 수 있다고 외쳤다. 흥분한 그는 말에 올라타 황무지 쪽으로 이동했고, 휴고와 함께 술을 마시던 친구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을 뒤늦게 깨닫고 추격에 나섰다.

 

 

 

 

 

친구들은 지나가던 도중 양치기 목동을 만났다. 그들은 목동에게 휴고를 봤느냐고 물어보는데, 목동은 지옥 견이 휴고를 쫓아가는 무시무시한 장면을 봤다고 말한다. 친구들은 목동의 증언을 비웃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도 지옥 견의 공포를 느끼게 된다. 휴고가 탔던 말이 입에 거품을 문 채 달려갔고, 휴고를 따라나선 사냥개들은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었다. 아직 술이 덜 깬 세 사람은 휴고를 찾기 위해 추격을 멈추지 않았다. 세 사람은 이미 사망한 농부의 딸의 시체 옆에 거대한 지옥 견이 휴고의 목덜미를 물어뜯는 광경을 목격한다. 끔찍한 광경에 소스라치게 놀란 세 사람은 도망쳤지만 그중 한 사람은 그날 밤에 죽었고, 나머지 두 사람은 정신적 충격을 받아 미치광이가 되었다. 휴고 바스커빌의 죽음 이후로 바스커빌 가와 관련된 지옥 견 전설이 퍼지기 시작한다. 전설을 믿는 다트무어 사람들은 으쓱한 밤에 황무지를 배회하는 지옥 견이 실제로 있으며 그것이 바스커빌 가 사람들을 공격한다고 생각한다.

 

 

 

 

 

 

 

 

 

 

 

 

 

 

 

 

 

* 나다니엘 라첸메이어 세상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미신의 숫자 13(창해, 2005)

 

 

 

휴고 바스커빌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바스커빌 가에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고문서에 적혀 있는 내용이다. 고문서를 통해 무시무시한 전설의 유래를 확인하는 묘사는 고딕소설(Gothic novel)의 전형적인 설정이다. 도일은 신비한 느낌과 소름 끼치는 공포감을 유발하기 위해 ‘13의 저주혹은 ‘13 공포증(Triskaidekaphobia)’을 차용했을 수 있다. 서양에서는 13에 얽힌 미신 또는 금기가 있다. 특히 13일이면서 금요일까지 겹쳐진 ‘13일의 금요일은 가장 저주받은 날로 삼는다. 여기에는 예수가 12명의 제자와 최후의 만찬을 벌일 때 13번째 손님이 예수를 팔아넘긴 가룟 유다이기 때문이라는 등 여러 설이 있다. 오늘날까지 13명이 함께 회식을 하면 그 해 안에 한명이 죽음을 당한다는 미신도 전해지고 있다.

 

휴고 바스커빌이 도망간 농부의 딸을 다시 납치하기 위해 혼자 황무지에 갔을 때, 그를 따라가기 위해 나선 일행이 ‘13이다.

 

 

Hugo ran from the house, crying to his grooms that they should saddle his mare and unkennel the pack, and giving the hounds a kerchief of the maid’s, he swung them to the line, and so off full cry in the moonlight over the moor. Now, for some space the revellers stood agape, unable to understand all that had been done in such haste. But anon their bemused wits awoke to the nature of the deed which was like to be done upon the moorlands. Everything was now in an uproar, some calling for their pistols, some for their horses, and some for another flask of wine. But at length some sense came back to their crazed minds, and the whole of them, thirteen in number, took horse and started in pursuit. The moon shone clear above them, and they rode swiftly abreast, taking that course which the maid must needs have taken if she were to reach her own home.

 

 

휴고는 밖으로 달려 나가 자신의 말에 안장을 얹고 사냥개를 풀어 여자의 손수건 냄새를 맡게 한 뒤 표적을 향해 달리게 했다. 휴고는 그들 주위를 한 바퀴 돌고 나서 함성을 지르며 달빛으로 환하게 빛나는 황야를 향해 출발했다. 흥청망청 즐기던 그의 친구들은 갑자기 일어난 눈앞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잠시 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황무지에서 벌어질 사태의 본질을 깨달았다. 이제는 모두 야단법석을 떨며 어떤 사람은 총을 가지러 가고, 어떤 사람은 말을 가지러 가고, 어떤 사람은 포도주를 담아 둔 또 다른 병을 가지러 갔다. 그리고 마침내 한자리에 모인 13은 말을 타고 추격하기 시작했다. 달은 밝게 빛나고 있었고, 나란히 말을 탄 그들은 여자가 집에 가기 위해 거쳐 갔을 길을 따라 빠르게 달려갔다.

 

(정태원 역, 24~25쪽, 출판사: 시간과공간사)

 

 

휴고를 찾아 나선 13명의 일행 중 세 사람은 온전하게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이 세 사람은 시선을 압도하는 지옥 견의 무시무시한 모습을 보고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세 사람을 끔찍한 불행의 구덩이로 빠뜨리게 만든 결정적인 원인은 지옥 견이지만, 그들을 처음부터 불행의 길로 인도하게 한 건 ‘13의 저주이다. 도일은 바스커빌 가의 저주를 더욱 현실감 있게 그려내기 위해서 일상적으로 접하는 미신 ‘13의 저주를 창작 소재로 이용했을 것이다.

 

 

 

 

 

 

 

 

 

 

 

 

 

 

 

 

* 이인식 미래교양사전(갤리온, 2006)

* 리처드 와이즈먼 괴짜심리학(와이즈베리, 2014)

 

 

 

과학적 근거가 없는 미신에 대한 믿음은 행동의 제약을 안길뿐더러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바스커빌 효과(Baskervilles efffect)라는 말이 있다. 서양인은 13을 불길한 숫자라고 여기지만, 동양인이 생각하는 불길한 숫자는 4. 2001년 영국의 의학 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매월 4일이면 4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동양인의 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바스커빌이라는 이름은 당연히 도일이 쓴 소설에서 따온 것이다. 우리가 미신이라 부르는 것들은 분명 처음에는 사실이 아니었다. 그러나 점점 진짜가 되어간다. 비합리적이지만, 개개인의 믿음이 모인 사회 통념이 실제적인 영향을 끼친다. ‘도시전설또는 괴담의 탄생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믿고픈 마음이 만들어낸 상상력의 결과물에 불과하다. 미신이 확실한 근거가 없다고 하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는 여러 요소 중 미신처럼 강한 힘을 지닌 것도 없다. 미신의 허점을 알아도 그것을 믿고 싶어 한다. 우리의 삶을 지배한 미신은 수십 년에 걸쳐 뇌에 굳어진 것들이다. 우리의 뇌가 중요한 것만 쉬이 잊어버리지 않는 것처럼 우리 삶에 가까이 다가온 미신을 떼어내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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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8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7-19 20:17   좋아요 1 | URL
복권, 추첨 이벤트에 당첨되는 분들 진짜 부러워요. 가만히 있어도 복이 저절로 굴러들어왔으면 좋겠습니다. ^^
 

 

 

열린책들 출판사 초대전 이벤트(‘내 서가 속 열린책들’)가 작년 2월에 진행됐다. 이벤트 적립금 5,000원을 받으려고 집에 모셔둔 책들을 공개했다. 생각보다 많았다.

 

[열린책들 출판사 책이 좀 많습니다] (2016221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8252655

 

이벤트가 종료된 지 벌써 일 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열린책들 출판사의 책을 더 샀다. 10권이다. 여기에 미메시스 출판사에 나온 책도 포함되어 있다. 책을 엄청 많이 사는 병적인 버릇 때문에 구매 사실을 깜빡 잊고 있었다. 구매한 책들 전부 중고서점(대구 동성로점, 대구 상인점)에서 만났고, 절판 · 품절된 것들이다. 대부분 사놓고 안 읽은 것들이다. 줄거리 소개와 평()은 생략한다. 이런 거 진지하게 쓰면 안 볼 거잖아! 필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른 희소성을 기준으로 10권의 책을 순위별로 매겨봤다. 희소성이 높은 책일수록 순위가 높다.

 

 

 

 

 

 

 

 

 

프랑스 중위의 여자는 원래 프레스21’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번역본이었다. 1997년에 총 2권으로 분권 되어 나왔고, 2001년에 합본으로 다시 나왔다. 2001년에 나온 합본마저 절판되었다가 2004년 세계문학 소개에 힘을 쏟던 열린책들 출판사의 버프를 받으며 화려하게 부활하는 데 성공했다. 알록달록한 색상을 이용해 표지를 예쁘게 만들기로 정평이 난 출판사답게 프랑스 중위의 여자의 표지는 세련되고, 감각적인 디자인이 돋보인다.

 

 

 

 

 

 

 

집에 민음사 판 신곡(2007)이 있다. 그런데 '신곡'을 읽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있다. 그 일이 바로 수백 개의 역주를 읽는 것이다. 책 뒤편에 배치된 역주를 읽으려고 하면 독서의 흐름이 끊긴다. 민음사 판을 도저히 읽을 수가 없어서 열린책들 판을 사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갖고 싶은 책을 간절히 원하면 우주의 기운은 내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 요즘 구하기 힘든 열린책들 판 신곡합본을 얻는 데 성공했다. 합본이 나온 지 2년 후에 신곡열린책들 세계문학에 포함되면서 총 3권으로 분권 되었다.

 

 

 

 

 

 

합본의 장점은 역주와 해설의 위치다. 본문 바로 옆에 있다. 본문과 해설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편하다. 아쉽게도 열린책들 판 신곡에는 삽화가 없다. 삽화만 보고 싶을 땐 민음사 판, 본문을 읽을 땐 열린책들 판을 선택한다.

 

 

 

 

 

 

 

 

 

요즘 국내에서 인기 있는 영미권 작가 중 한 사람이 줄리언 반스다. 반스의 작품을 많이 번역한 출판사가 열린책들이다. 하지만 반스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플로베르의 앵무새(2009), 10 1/2장으로 쓴 세계 역사(2010)를 제외하면 나머지 작품들은 절판되었다. 요즘은 다산책방 출판사가 반스의 최신작들을 번역하고 있다. 하드커버(양장본) 표지가 없는 열린책들 출판사의 책은 화려한 깃털이 하나도 없는 수컷 공작새와 같다. 구하기 힘든 책이라도 표지가 없으면 허전하다. 열린책들 출판사에 나온 반스의 작품이 그렇다. 책장에 영원히 보관해두고 싶을 정도로 디자인이 아기자기하다. 레몬 테이블을 보라. 표지만 보는 데도 상큼미가 팍팍 터진다. 그렇게 cyrus는 넋 놓고 표지만 바라보는 바람에 본문을 한 번도 못 읽었다고 한다…‥

 

 

 

 

 

  

 

 

 

 

 

 

 

 

 

출판사를 먹여 살린 작가로서 장 자크 상뻬가 둘째가라면 서럽다. 상뻬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함께 출판사가 자랑하는 특급 에이스다. 그런데 특급 에이스로서 받는 출판사의 대우가 영 시원찮다. 에세이 여행의 책(2002)를 제외한 베르베르의 책들은 여전히 판매되고 있지만, 상뻬의 책들 대부분은 절판 크리를 맞았다. 2015년에 나온 돌풍과 소강품절이다. ‘절판’, ‘품절판정에 벗어나지 않는 한 상뻬의 책은 엄청 비싼 중고가로 거래될 것이다. 이러면 상뻬의 책은 귀해서 몸값이 오른 특급 에이스로 비유할 수 있겠다. 사치와 평온과 쾌락의 원저는 1987년에 나왔다. 열린책들 & 미메시스 출판사 관계자님들. 이 책 출간 30주년 기념으로 특별판 한 번 만들 생각 없으신지요?

 

 

]

 

 

 

 

 

 

‘19금 구독 불가판정을 받은 책을 모으는 별난 취미가 있다. 카트린 M의 성생활은 프랑스의 미술평론가 카트린 밀레가 열여덟 살부터 겪은 자신의 성생활을 기록한 자서전이다. 이 책을 번역한 이세욱 씨는 번역하느라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책 속에 묘사된 내용(?)이 이해되지 않을 때 직접 저자에게 연락했다고 한다. 저자는 내용을 상세하게 알려주기 위해 이 씨에게 공개할 수 없는 사진을 보내왔다고…‥

 

(출처 : [지루한 번역 논쟁은 그만! 우리는 더 행복해질 것이다!]

프레시안, 2013726)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2&aid=0001993974

  

 

 

 

 

 

 

 

 

90년대 초의 열린책들 출판사는 러시아 문학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던 곳이었다. 도스토예프스키, 솔제니친, 푸시킨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거장들의 작품은 물론, 국내에 생소한 작가들의 작품까지 소개했다. 러시아 현대소설 선집1권은 러시아 작가 열두 명의 단편소설을 모아 놓은 책이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아는 작가는 솔제니친 단 한 명뿐이다. 열린책들 출판사 초창기에 나온 책들, 특히 러시아 문학 작품 번역본들은 구하기 힘든 희귀템이다.

 

 

 

 

 

 

 

 

아작 출판사가 부활시킨 코니 윌리스의 명성을 지켜보는 열린책들 출판사의 심정은 어땠을까? 솔직히 말해서 배가 좀 아팠겠지. 2015년에 화재 감시원(아작)에 나오기 전만 해도 개는 말할 것도 없고둠즈데이 북SF 마니아들 사이에서 회자하던 절판본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단편 화재 감시원’, 둠즈데이 북, 개는 말할 것도 없고순으로 이어진 옥스퍼드 시간여행시리즈가 모두 나오길 간절히 원했던 SF 마니아들이 있었을 것이다. , 이제 남은 건 개는 말할 것도 없고둠즈데이 북이다. 아작 출판사가 이 두 작품을 복간할 계획이 있다고 했으니 믿고 기다려보자. 기다리는 자에게 복, 아니 북(book)이 오나니.

 

(출처 : [선생님, 코니 윌리스 믿으세요] 아이즈, 2016612)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4&oid=465&aid=0000002231

  

 

 

 

 

 

 

 

 

 

 

책의 주제와 가격, 판형, 디자인 등 이 책은 모든 면에서 특별하기 때문에 1위로 선정했다. 누드사진 : 예술과 기법은 누드사진의 모든 것을 집대성한 책이다. 누드사진의 역사, 누드사진을 촬영하는 데 이용하는 기법 그리고 누드사진을 촬영할 때 알아두면 좋은 사소한 팁(Tip) 등이 소개되어 있다. 누드사진 촬영이 궁금하거나 처음인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 참고하는 데 유용한 책이다. 당연히 크고 아름다운 누드 사진들이 수록되어있다.

 

이 책은 알라딘 직배송 중고로 구입했다. 중고가는 17,100. 이 책의 정가는 38,000원인데, 절판되기 전에는 60% 할인된 15,200원으로 판매되기도 했다. 중고책 판매자들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책정한 책들이 알라딘 직배송 중고로 판매되면 착한 가격이 된다. 그런데 나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 아닌데 왜 이 책을 샀을까? 굳이 내가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여러분들은 다 짐작하실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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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2 1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7-03 15:13   좋아요 1 | URL
제일 찍기 힘든 사진이 누드사진일 것 같습니다. ‘예술‘을 위한 누드사진이 ‘음란‘한 사진으로 오해받는 일이 종종 생겨요.

hellas 2017-07-03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문을 한번도 못읽은 레몬 테이블;ㅂ;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cyrus 2017-07-03 15:14   좋아요 0 | URL
소설의 주제가 ‘죽음‘입니다. 단편소설집인데 모든 작품에 죽음을 앞둔 노인들이 등장합니다.

stella.K 2017-07-03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프랑스 중위의 여자 중고샵에 팔까 생각 중이었는데
고려해 봐야겠군.
카트린 M은 결국 절판이구나.
은근 보고 싶었는데...ㅋ

ㅎㅎ 옛말에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던데
공짜도 아닌데 싸면 왜 그렇게 손이 후달리는지...
그래서 난 지지난달 박종호의 오페라 책 샀다는 거 아니니.
백과사전 같은 책을 그것도 두 권씩이나.
물론 박종호 책 사서 후회할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막상 사 놓고 보니 이걸 왜 샀지?
좀 아찔하더군.ㅋㅋ

cyrus 2017-07-03 15:18   좋아요 0 | URL
카트린 밀레의 남편이 부부의 성생활을 기록한 책을 썼어요. 그 책도 열린책들에서 나왔습니다.

백과사전 형태의 책은 가지고 있는 것이 좋아요. 글을 쓸 때 참고할 수 있는 요긴한 자료가 되거든요. ^^

나와같다면 2017-07-03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UDE PHOTOGRAPHY 스튜디오 아래쪽 조명.. 드라마틱 하고 풍부한데요

cyrus 2017-07-04 17:50   좋아요 0 | URL
사진 찍을 때 가장 중요하면서도 조절하기 힘든 것이 조명입니다. ^^

곰토낑 2017-07-04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플에서 사진을 죽 슬라이딩하다가 마지막 사진에서 오옷 하고 본문을 들어왔는데.. 그렇네요 손위치가 절묘하네요 (조금실망) 하하하

cyrus 2017-07-04 17:52   좋아요 0 | URL
제 서재에 찾아오는 분들 중 대부분이 여성이라고 판단해서 수위가 낮은 누드 사진이 있는 페이지를 공개했습니다. 리뷰를 쓰게 된다면 더 많은 사진을 공개할 수 있습니다. ^^
 

 

 

 

 

 

19세기 영국에 실제로 일었던 이야기입니다. 에드워드 모드레이크(Edward Mordrake)는 부유한 귀족 집안에 태어난 자란 청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귀족 청년은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놀랍게도 그의 머리 뒤에 또 하나의 얼굴이 있었던 거죠.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청년의 삶은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청년의 증언에 의하면 밤이 되면 뒤에 붙은 얼굴이 음흉하게 웃거나 무시무시한 내용의 말을 속삭였다고 합니다. 청년은 의사에게 찾아가 악마 같은 머리를 제거해달라고 하소연했으나 의사들은 선뜻 나서지 못했습니다. 결국, 괴로움을 견디지 못한 청년은 23세의 젊은 나이에 자살하고 말았습니다. 생전에 모드레이크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 남아 있습니다. 오늘날 호사가들은 모드레이크를 두 얼굴의 사나이라고 불렀으며 머리 뒤에 달린 얼굴을 악마의 얼굴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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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모드레이크 이야기는 영미권에서 유명한 도시 전설(urban legend)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도시 전설의 출처는 영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1895128, 보스턴 포스트(Boston Post)라는 신문에 모드레이크 이야기가 처음 소개됐다. 이 이야기를 쓴 사람은 찰스 로틴 힐드레이(Charles Lotin Hildreth)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시인이다.

 

 

 

 

 

힐드레이는 괴물 같은 사람(human freaks)’이라고 알려진 기이한 사례들을 소개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모드레이크다. 힐드레이는 모드레이크 이야기가 ‘Royal Scientific Society’라는 보고서에 나온 것이라고 출처를 밝혔지만, ‘Royal Scientific Society’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구글에 ‘The Wonders of Modern Science, Boston Post’를 검색하면 모드레이크 이야기가 실린 신문 전문이 나온다. 그리고 괴물체를 묘사한 신문 삽화도 볼 수 있다. 19세기 유럽과 미국에서는 기형 인간을 구경하는 쇼가 유행했고, 구경꾼들은 기형 인간을 괴물혹은 괴상한 동물로 취급했다. 힐드레이의 글은 괴물이 있다고 믿는 호사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모드레이크라고 알려진 기묘한 사진은 무엇일까. 당연히 가짜다. 모드레이크의 실제 모습이 아니라 그의 모습을 상상해서 만든 밀랍 인형이다. 흑백사진으로 찍은 탓에 밀랍 인형의 모습이 무섭게 느껴질 테고, 여기에 꾸며진 이야기까지 듣게 되면 악마의 얼굴이라고 쉽게 믿어버린다.

 

 

 

 

 

 

 

 

 

 

 

 

 

 

 

 

 

 

 

 

 

 

 

 

 

 

 

 

 

 

 

 

 

 

 

 

* 게르트 호르스트 슈마허 신화와 예술로 본 기형의 역사(도서출판 자작, 2001)

* 낸시 헤서웨이 세계 신화 사전(세종서적, 2004)

* 게르하르트 핑크 Who :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들(예경, 2012)

* 오비디우스 로마의 축제들(도서출판 숲, 2010) 

 

 

 

기형학에서는 한 개의 몸에서 2개의 얼굴을 가진 현상을 안면중복 기형(diprosopus)’이라고 말한다. 일란성 쌍생아의 분리가 불완전할 때 발생하는 희귀 질환이다. 현재까지 학계에 보고된 안면중복 기형의 사례가 30여 건에 불과하다.

 

안면중복 기형의 원조(?)야누스(Janus). 야누스는 로마 신화에만 등장하는 문()의 신이다. 야누스는 문을 뜻하는 ‘Ianua’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 오비디우스(Ovidius)로마의 축제들(도서출판 숲, 2010)에 야누스가 등장하며 그를 숭배하는 의식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166~290, 번역본 31~39쪽 참조) 로마인들은 야누스를 신들 중에서 유일하기 자기 등을 볼 수 있는 존재로 생각했다. 고대 로마에는 야누스를 모시는 신전이 많았다. 흥미로운 것은 전쟁 시에는 그 신전의 문이 항상 열려 있었으며, 평화 시에는 문이 닫혀 있었다. 로마 역사상 그 문이 닫힌 적은 딱 한번 있었다고 한다. (로마는 항상 전쟁 중…‥)

 

야누스는 전쟁과 평화’, ‘처음과 끝을 상징하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신이다. 1월을 뜻하는 ‘January’는 야누스에서 파생한 말이다. 한 해의 문을 여는 달이라는 의미와 한 해의 끝과 시작을 의미하는 두 얼굴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말이다. (게르하르트 핑크1월을 뜻하는 단어의 유래가 야누스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257쪽 참조)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Goya)의 그림에 야누스와 유사한 인물이 등장한다. 그가 제작한 판화 결혼의 어리석음에 나오는 기형 인간은 등이 딱 붙어버린 부부의 모습이다. 남편은 기고만장하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노처녀 혹은 과부들을 향해 손가락질하면서 비웃는다. 그런데 아내의 표정은 절망적이다. 상당히 고통스러워 보인다. 철없는 남편 뒷바라지하느라 혼란스러워서 비명을 질러대는 것 같다.

 

야누스의 옛 이름은 카오스(chaos)’였다. 카오스는 원래 입을 벌리다’, ‘하품하다를 의미하는 ‘chaskein’에서 유래한 말이다. (오비디우스, 33) 어쩌면 고야는 오비디우스의 책에 나온 야누스를 모티프로 하여 부부를 묘사했을 수 있다. 그러면 부인이 입을 벌린 이유에 대해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행복하지 못한 결혼 생활이 혼란스러운 시간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한 상징일 수 있고, 아니면 결혼 생활이 지루해서 하품하는 것일 수도 있다. 혹자는 남편이 사랑에 빠진 연인의 감정 상태, 아내는 절망적인 이별을 상징한다고 주장한다.

 

 

 

 

 

모드레이크 도시 전설관련 출처 :

 

1. https://en.wikipedia.org/wiki/Edward_Mordake

 

2. [Edward MordakeA Mystery Solved]

http://hoaxes.org/weblog/comments/edward_mord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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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s1211 2017-07-01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의 글은 항상 잘 연구된 한 편의 짧은 논문을 읽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잘 정리되고 깊이가 있습니다.^*

cyrus 2017-07-01 20:32   좋아요 1 | URL
제 글의 특징이자 단점을 잘 알고 계십니다. ^^

2017-07-01 1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7-01 20:33   좋아요 0 | URL
그래서 상황에 따라 태세 전환하는 사람들이 무서워요. ^^;;

stella.K 2017-07-01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23살에 자살했다는 것도 지어낸 얘긴가?
한 몸에 얼굴이 둘인 사람 가끔 소개되긴 하던데 분리에 성공했다고 하던데 그거 보면 이상했어.
몸은 하난데 어떻게 분리에 성공했다는 건지? 그럼 둘 중 한 사람은 죽는 거 아닌가?
지금도 인돈가 파키스탄의 어떤 여자 머리가 둘이라던데 분리 안하고 잘 살고 있다던데...

cyrus 2017-07-01 20:37   좋아요 0 | URL
네. 모드레이크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인터넷에 저 가짜 사진이 떠돌아 다녀요.. ㅎㅎㅎ

샴쌍둥이 분리 수술이 100% 성공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 거예요. 분리 수술이 성공해도 그 이후의 경과를 지켜봐야 해요.

이하라 2017-07-01 2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괴담소설 같은 기사라 사람들을 흡인하는 힘이 있었던가 봅니다. 뭔가 아닌데 싶으면 더 믿고보는 인간심리를 이용한 기사인듯 하네요

cyrus 2017-07-02 12:51   좋아요 0 | URL
그때나 지금이나 언론에 소개된 내용을 의심하지 않고 믿어버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

곰토낑 2017-07-02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진짜인줄 깜박 속았네요! 강병융작가님 소설이 이리 쓰일줄은 ㅎㅎㅎㅎ

cyrus 2017-07-02 12:52   좋아요 0 | URL
앞으로 강 작가님의 책 표지를 재미있는 짤로 쓸려하려고 합니다. ^^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김영사, 2017) 330쪽에 보면 노가다의 차(builder’s tea)’라는 단어가 나온다. 차를 잘 모르는 독자를 위해 역자가 노가다의 차에 대한 설명을 역주로 달아 놓았다.

 

진하게 차를 우려 큰 머그컵에 담고 우유와 설탕을 넣어 마시는 홍차

 

이 홍차가 영국의 건축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할 때 자주 마셨다고 해서 빌더스 티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Builder’건축업자를 뜻하는 단어다. 일반적으로 건축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노동자라 볼 수 있다. 그렇지만 ‘Builder’가 노가다와 같은 의미로 볼 수 없다. 왜냐하면 ‘Builder’가 건축 시공의 책임자라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이지만, 노가다는 막노동꾼을 속되게 부를 때 쓰는 말이다. 애초에 노가다라는 표현은 써서는 안 되는 속어다. 어차피 노가다는 일본어에서 유래한 말이라서 되도록 안 쓰는 게 좋다. 이 단어가 자주 사용되면 건물 짓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편견이 강화될 위험이 있다.

 

행동과 성질이 거칠고 불량한 사람에게 노가다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다. 건설현장에 맨몸으로 뛰어들어 일하는 사람들 모두 거친 성격에다가 일을 설렁설렁 해치우지 않을 것이다. 어렸을 때 내 부모님은 좋은 대학을 다니지 않으면 몸이 고생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모든 부모는 자식이 막노동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 일이 힘들 걸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분들이 깨닫지 못한 사실이 하나 있다. 학력이 낮은 사람들을 노동자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편견은 노동자를 무시하는 근거로 작용한다. 노동자들을 못 배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이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파업을 일으키면 못 배워먹은 짓이라고 비난한다.

 

외국어를 우리말로 옮길 때 단어를 잘 선택해야 한다. 단어 하나가 의도치 않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글을 주로 쓰거나 번역 일을 하는 고학력자가 노가다라는 말을 사용하면 특정 직업에 대한 차별로 비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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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9 1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6-29 19:33   좋아요 1 | URL
역자가 빌더를 ‘건축업자‘, ‘건축 노동자‘라고 번역하면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노가다‘라는 속어를 선택한 역자의 의도를 모르겠습니다. ‘빌더스 티‘가 궁금해서 인터넷에 검색해봤지만, 신뢰할만한 내용을 찾지 못했어요.

북다이제스터 2017-06-29 1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학력자가 하는 번역 일도 ‘노가다‘라 보입니다. ^^

cyrus 2017-06-29 19:42   좋아요 1 | URL
번역 일도 정말 힘든 일이에요. 그런데 번역하는 사람들이 자기 일을 ‘노가다‘라는 표현을 잘 안 쓸 겁니다. 가벼운 농담 차원에서 번역 일을 ‘노가다‘라고 표현할 수 있겠죠. ^^

북다이제스터 2017-06-29 19:49   좋아요 0 | URL
네, builder를 특별히 다른 뉘앙스가 있는 노가다로 옮긴 번역자가 자신 번역에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dys1211 2017-06-29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더스 티˝의 시련된 뉘앙스와 느낌은 뒤에는 또 심오한 뜻이 있었네요..

cyrus 2017-06-30 18:31   좋아요 1 | URL
영국 사회는 계급 간 차별이 심했습니다. 아마도 가난한 노동자들은 가격이 비싼 고급 홍차를 마시지 못했을 거고, 그래서 노동자들이 마시는 빌더스 티가 따로 생긴 것 같습니다.

레삭매냐 2017-06-29 2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왠지 builder‘s tea
하고 노가다의 차하고는 다른 느낌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cyrus 2017-06-30 18:34   좋아요 0 | URL
빌더스 티가 고유명사라서 이 단어를 우리 말로 옮기면 상당히 어색해요.

transient-guest 2017-06-29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민사회에서 심심치않게 애달 데리고 맥도날드 가서 주문하면서 당당하게(?) 영어로 너 공부 열심히 안하면 이담에 저렇게 맥도날드에서 일해야 한다고 했다죠 육체노동=무식이란 공식이 유전자에 박혀 있는 것 같아요 우린

cyrus 2017-06-30 18:36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요즘 취업문이 좁아져서 고학력자들도 육체노동에 뛰어들어야 하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육체노동을 기피하는 인식 때문에 안정적인 직업을 원할 테고,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것 같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8-09-17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cyrus님도 그렇게 봤습니까.? 저도 최근에 이 책을 읽어보면서 노가다란 말이 엄청 거슬렸습니다.
노가다가 순전히 한글도 아니라,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일본식 외래어인데, 그냥 드라마나 영화, 책이라면 소설 정도 쓴다면 문제가 없다만, 사회과학 도서에 노가다라고 번역한 것은 정말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그건 흑인 스스로가 nigger하는 것과 다른 인종이 nigger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 봅니다.
한 해 산업재해로 노동자들이 수천명씩 목숨을 잃고, 그 이상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고통받는데
한국사회에서 이른바 건설노동자들을 비하하거나 못배우거나 지저분하거나 또는 그래 사람처럼
대접하지 못합니다. 작가는 나름대로 번역을 신경쓰지만, 이 책에서 권력과 지식의 관계성에서 지식을 가진 번역자의 오만성이 잘 드러난 것 같습니다

cyrus 2018-09-17 12:35   좋아요 0 | URL
정말 그 문장을 보는 순간,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인문사회과학 책에 ‘노가다‘라는 용어를 본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
 

 

 

루이스 캐럴(Lewis Carrol)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많은 작가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다. 시계를 보며 말하는 토끼를 쫓아가다가 땅굴로 떨어진 후 겪게 되는 모험은 다양한 환상들을 창조해 내는 상상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 마틴 가드너 Alice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거울 나라의 앨리스(북폴리오, 2005)

* 루이스 캐럴 주석과 함께 읽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오월의봄, 2015)

* 스테파니 로벳 스토펠 루이스 캐럴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만나다(시공사, 2001)

* 미셸 투르니에 미셸 투르니에의 푸른 독서노트(현대문학, 2008)

* 다니엘 지라르댕, 크리스티앙 피르케르 논쟁이 있는 사진의 역사(미메시스, 2011)

    

 

 

하지만 캐럴이 유난히 여자아이들에 집착했던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캐럴은 어린 소녀들의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했다. 그중 그가 가장 좋아했던 소녀가 앨리스 리들(Alice Liddell)이었다. 이 소녀는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 대학 학장의 둘째 딸이었다. 캐럴은 크라이스트처치 대학의 수학 교수로 활동하고 있었다. 학장과 친하게 지내면서 학장의 세 딸과 우정을 쌓을 수 있었다. 이때 당시 캐럴의 나이는 30, 앨리스 리들은 10세였다. 캐럴은 학장의 세 딸과 보트를 탈 때마다 자신이 지어낸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앨리스 리델이 그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한 계기로 위대한 작품 하나가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간 캐럴이 소아성애자였는지 여부는 지금도 논쟁거리로 남아 있다. 캐럴은 소녀들의 부모에게 동의를 받고, 소녀들의 누드 사진을 찍었다. 이를 놓고 어린 소녀에 대한 캐럴의 관음증을 의심한 사람들이 있었다. 특히 프랑스의 소설가 미셸 투르니에(Michel Tournier)는 캐럴이 계집아이들에 대한 이상한 열정을 가졌다고 지적했다. (미셸 투르니에 : 61) 투르니에의 해석에 따르면 캐럴은 리들이 소녀에서 숙녀로 성장하는 과정을 두려워했다. 왜냐하면, 소녀와의 순수한 우정(캐럴이 소아성애자라고 믿는 사람들은 소녀와의 우정을 ‘비정상적인 사랑이라고 말한다)이 변하기 때문이다. 투르니에의 해석은 틀린 말이 아니다. 캐럴은 아이들을 신이 빚어낸 순결한 존재로 생각했다. 그러나 캐럴의 이상한 열정은 단순히 작가 개인의 성적 취향으로 보기 어렵다. 아이를 순수한 존재로 여기는 것은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통념이었다. 캐럴뿐만 아니라 다른 사진작가들도 벌거벗은 아이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고, 어린이 누드 사진이 있는 연하장이 나오기도 했다. (스테파니 로벳 스토펠 : 40, 41, 46)

 

 

 

 

 

 

 

 

 

 

 

 

 

 

 

 

    

 

* 피치 핏 로젠 메이든 신장판(학산문화사, 2013)

    

 

 

캐럴은 분명 이상한 나라(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의 수학자. 그는 자기보다 스무 살이나 어린 앨리스와의 우정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고, 앨리스를 시간이 지나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순수한 존재로 만들려고 했다. 일본의 2인조 만화가 그룹 피치 핏(PEACH-PIT)로젠 메이든은 캐럴과 앨리스와의 기묘한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만화이다. 사실 이 만화를 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따온 설정을 확인할 수 있다.

 

 

 

 

로젠은 신비한 인형을 만드는 사람이다. 그는 로젠 메이든이라고 알려진 인형들을 만든다. 그가 만든 인형이 스이긴토(1인형), 카나리아(2인형), 스이세이세키(3인형), 소우세이세키(4인형), 신쿠(5인형), 히나이치고(6인형), 키라키쇼(7인형). 로젠 메이든은 특별하다. 등에 태엽을 감아주면 인간처럼 살아 움직인다. 그런데 로젠 메이든이 눈을 떠서 살아 움직이면 절대로 피할 수 없는 잔인한 게임에 돌입한다. 그 게임이 바로 앨리스 게임이다. 슬프게도 로젠 메이든은 서로 싸우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이다. ‘엘리스 게임에 승리해서 살아남은 인형은 앨리스가 된다.

 

 

 

 

 

 

 

 

앨리스는 로젠이 만들어낸 완벽한 소녀를 상징하는 이상형이다. 그래서 인형들은 자신을 만들어 준 로젠을 아버지라고 부르며 그를 만나기 위해 앨리스가 되려고 한다. 앨리스 게임에 집착하는 인형은 자신과 친하게 지내는 인형과 목숨 걸고 싸워야 한다. 로젠의 이상한 열정이 인형 자매들을 고생하게 만든 셈. 아무리 싸움 구경이 재미있다고 해도 로젠의 기이한 욕망이 만들어낸 앨리스 게임을 생각하면 자매 같은 인형끼리 싸우는 상황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이 만화의 남자 주인공 사쿠라다 준도 앨리스 게임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5인형, 그러니까 로젠이 다섯 번째로 제작한 로젠 메이든 신쿠는 로젠이 가장 아끼는 인형이다. 그래서 제1인형 스이긴토는 자신에게는 한참 아래인 동생이나 다름없는 신쿠가 아버지에게 사랑받는 것을 싫어해서 신쿠를 질투한다. 신쿠와 스이긴토는 잘못된 악연으로 인해 앙숙 관계가 된다. 묘하게도 캐럴은 학장의 세 딸 중 유독 둘째 딸 앨리스를 편애했다. 캐럴의 소설에 나오는 앨리스는 고양이를 좋아하는데, 실제로 세 자매는 두 마리의 얼룩 고양이를 키웠다. (마틴 가드너 : 74) 그런데 앨리스가 될 가능성이 높은 신쿠는 고양이를 엄청 싫어한다.

 

루이스 캐럴과 로젠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몰랐다. 이 세상에 완벽한 존재란 없다는 점. 완벽함에 대한 추구가 지나칠수록 사랑하는 대상을 잃을 수 있다. 캐럴과 앨리스 리들의 관계가 어떠한 이유로 깨졌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완벽한 소녀를 꿈꾼 캐럴의 이상한 열정이 소중한 우정을 한순간에 깨뜨린 원인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로젠은 자신만의 앨리스를 만나기 위해 로젠 메이든을 제작했다. 그렇지만 로젠이 원하는 앨리스는 없다. 로젠의 사랑을 얻기 위해 폭력을 사용해서 자매를 쓰러뜨려야 한다는 규칙의 앨리스 게임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제로섬 게임(zero sum)이다. 현실에 동떨어진 사랑은 반드시 집착을 동반한다. 그리고 왜곡된 사랑의 최후에는 파멸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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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7-06-27 12: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루이스 캐럴은 소아성애도 있었고 집착도 심했던 것 같습니다. 역설적으로 그런 일종의 소아성애와 집착이 없었다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없었으리라 봅니다. 누구나 루이스 캐럴 같은 성향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자기 조절하고 자기 통제하는 것이 관건이지요. 루이스 캐럴은 나중에 앨리스에 대한 모든 접근이 금지됐다고 하죠. 인간은 일종의 감각 입출력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각을 비롯한 여러 다양한 감각이 들어오거나, 그런 감각을 받아들이면, 그 감각에 반응해 반드시 어떤 출력을 내놓게 되어 있습니다. 감각 입출력기로서의 생물체가 지구상에 출현해 진화하고 생존해온 가장 근본적 원리라고 봅니다. 그런 감각 입출력기는 아름답고 감미롭고 부드럽고 달콤하고 향기로운 것에 감도와 반응도가 높겠죠.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속성이랄 수 있죠. 그러나 그 감도와 반응도를 조절하지 못하거나 통제하지 못하면 인간에겐 그게 소아성애가 되고 집착이 되는 거겠죠. 우리는 모두 그런 감각 입출력기라고 봅니다.

cyrus 2017-06-27 18:15   좋아요 0 | URL
어린 소녀를 대하는 캐럴의 태도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qualia님의 의견과 조금 비슷합니다. 어떤 학자는 캐럴이 소아성애 성향이 있다는 가정에 따라 죽을 때까지 자신의 성적 취향을 절제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캐럴은 대단한 절제력을 가진 것입니다. 성인이 된 리들 자매가 캐럴을 선량한 아저씨라고 회고하는 것을 보면 캐럴이 세 자매에게 음흉한 행동은 안 했던 것 같습니다.

alummii 2017-06-27 1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루이스 캐럴에게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니 ..놀랍네요!

cyrus 2017-06-27 18:16   좋아요 0 | URL
작가의 생애도 앨리스 이야기 못지않게 흥미롭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7-06-27 13: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알기로는 리델의 사진을 찍는 것은 부모가 동의했지만 누드를 찍는 것에 동의했다는 말은 못 들은 것 같습니다. 제가 본 사진에는 누드는 없었고, 그냥 살짝 어깨가 보이는 ?! ㅎㅎㅎㅎ

뭐... 하튼.. 캐롤이 말을 더듬어서 성인과의 관계가 어색했다는 말도 있고..

cyrus 2017-06-27 18:20   좋아요 0 | URL
생전에 캐럴이 어린이를 찍은 사진들을 폐기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학자들이 여러 가지 추측과 상상을 해요. 그 폐기된 사진 중에 앨리스 리들의 누드 사진이 포함될 수도 있어요. 캐롤이 말더듬이인 건 맞아요. 그게 콤플렉스라서 캐럴의 성격은 소심해졌고, 자신의 결함을 문제 삼지 않는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을 겁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7-06-27 18:40   좋아요 1 | URL
사실, 저도 루이스 캐롤에 대해 관심이 매우 많은 편인데
이 양반, 사실 좀 레오나르도 다빈치과‘죠.
여러 방면에서 천재적이었습니다.
사진학에서도 이 사람은 매우 중요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부모 동의 하에서 리델 누드를 찍지는 못했을 것이고
몰래몰래 부모 몰래 찍다가 부모에게 발각이 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합니다.
부모가 나중에는 리델과 접근 금지 시키잖아요. 아마도 캐롤이 몰래 찍은 리델 누드 사진에 빡쳤다는 설도 있더군요. 저도 여기에 한 표 !

하여튼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나 리델 부모가 캐롤에 대해 심한 충격과 배신감을 느낀 것은 분명합니다..


cyrus 2017-06-27 18:43   좋아요 0 | URL
캐럴, 이 사람 재미있고 수수께끼가 많아요. 그래서 앨리스 이야기를 보면 볼수록 캐럴의 삶이 생각나고, 이를 근거로 여러 가지 해석을 할 수 있잖아요. 곰발님의 말씀대로 캐럴은 이과와 문과를 넘나든 천재였습니다. 그가 ‘동화 작가‘로만 알려진 게 아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