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존 러스킨(John Ruskin)이 태어난 지 2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제야 알게 된 사실인데, 러스킨의 생일은 2월 8일이다. 러스킨은 산업혁명으로 최성기를 구가하던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미술비평가, 사회 사상가로 활동했다. 빅토리아 여왕(Queen Victoria)과 러스킨은 같은 해에 태어났다. 1837년에 여왕이 왕좌에 오르면서 빅토리아 시대가 시작되었고, 여왕의 시대가 서서히 열리고 있던 1843년에 러스킨은 『근대 화가론』을 펴내면서 미술비평가로 주목받았다. 빅토리아 시대는 여왕이 1901년에 세상을 떠나면서 막을 내린다. 러스킨은 1900년에 세상을 떠났다. 어떻게 보면 두 사람의 죽음은 대내외적으로 전성기를 누리던 대영제국의 종말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 영국 빅토리아 시대와 라파엘 전파에 대한 책들

 

 

 

 

 

 

 

 

 

 

 

 

 

 

 

 

 

 

 

 

 

 

 

 

 

 

 

 

 

 

 

 

* 존 러스킨 《존 러스킨 라파엘 전파》 (좁쌀한알, 2018)

* 이주은 《아름다운 명화에는 비밀이 있다》 (이봄, 2016)

* [품절] 리처드 D. 앨틱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과 사상》 (아카넷, 2011)

* 티머시 힐턴 《라파엘 전파》 (시공사, 2006)

* 팀 베린저 《라파엘 전파》 (예경, 2002)

 

 

 

1840년대 후반, 영국 화단의 보수성에 반기를 든 신진 예술가 집단이 등장한다. 1786년에 창립된 왕립 미술 아카데미(Royal Academy of Arts)는 고전주의에 바탕을 둔 역사화의 전통을 중시하고, 상류층 중심의 예술가를 배출하는 보수적인 곳이었다.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Dante Gabriel Rossetti), 존 에버렛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 윌리엄 홀먼 헌트(William Holman Hunt)는 왕립 미술 아카데미가 가르치는 보수적인 화풍을 벗어나 라파엘로(Raffaello) 이전에 활동한 중세 화가들의 작품을 본보기 삼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이 세 사람은 ‘라파엘 전파(Pre-Raphaelite Brotherhood)라는 이름으로 작품들을 남겼다.

 

‘Pre-Raphaelite Brotherhood’를 직역하면 ‘라파엘 전(全) 형제동맹’이다. 우리나라에선 ‘라파엘 전파’로 단순하게 번역되어 알려지는 바람에 라파엘로의 화풍을 이어받는 예술가 단체로 오해하기 쉽다. 라파엘 전파는 라파엘로로 대표되는 르네상스 시대의 고전주의 화풍을 거부하고 중세 예술을 선호했다. 라파엘로를 거부하는 화가들의 목적은 르네상스 미술을 모방하는데 급급하던 당시 왕립 미술 아카데미의 전통을 넘어서려는 것이었다. 따라서 라파엘 전파는 전통적이고 엄격한 기법과 양식을 버리고 자연을 직접 관찰해 생동감 있는 그림을 그리려 노력했다.

 

러스킨은 라파엘 전파를 적극적으로 옹호해준 지지자다. 라파엘 전파가 혹평을 받으면 러스킨이 나서서 라파엘 전파를 옹호하는 글을 발표했다. 러스킨은 1857년에 발표한 평론집 《라파엘 전파》에 밀레이와 홀트를 ‘온갖 만류와 반대를 무릅쓰고 견뎌대는’[주] 전도유망한 청년 화가로 소개했다. 러스킨과 밀레이는 서로 절친한 사이가 되었고, 러스킨은 밀레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한편 그의 화풍의 방향성까지 알려주는 정신적인 스승이 되어주었다.

 

 

 

 

 

 

 

 

 

 

 

 

 

 

 

 

* 이주헌 《그리다, 너를》 (아트북스, 2015)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밀레이가 러스킨의 아내 유페미아 그레이(Euphemia Gray, 애칭은 ‘에피’)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에피도 밀레이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녀는 행복하지 않는 결혼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에피와 러스킨의 결혼은 사랑보다 집안 체면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다. 또 에피의 연애 행각을 비난할 수만 없는 결정적인 원인이 있는데, 그건 러스킨과 관련되어 있다. 러스킨은 6년 동안 에피와 부부로 지내면서 단 한 번도 육체적 관계를 맺지 않았다. 그는 아내와의 섹스를 피했다. 러스킨은 벌거벗은 에피의 몸에 난 털을 보는 것을 두려워했다. 특히 그는 음모(陰毛)를 싫어했다. 러스킨은 털 한 올도 없고 매끈한 피부를 가진 여성의 몸을 좋아했다.

 

애정 없는 결혼 생활과 시부모의 지나친 간섭에 싫증이 난 에피는 러스킨과 이혼하기로 결심한다. 이 삼각 스캔들이 몰고 온 파장은 엄청났다. 자신의 친구이자 지지자인 아내를 뺏어간 밀레이와 대담하게도 자기 남편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낸 에피는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됐다. 이혼 소송을 접수한 교회 법정은 에피의 요구를 받아들였고 에피와 러스킨은 부부 관계를 완전히 정리한다. 그 후 에피는 밀레이와 결혼하여 슬하에 4남 4녀를 두었다.

 

 

 

 

 

 

라파엘 전파번역본 끝부분에 러스킨의 생애를 정리한 연표가 있다. 당연히 이 연표에도 러스킨, 밀레이, 에피의 삼각 스캔들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에피와 이혼한 지 4년이 되던 해에 러스킨은 아일랜드 출신의 로즈 라 투셰(Rose La Touche)와 사랑에 빠졌다. 이때 로즈는 아홉 (!), 러스킨은 39, 곧 마흔()을 앞둔 나이였다. 러스킨은 로즈가 18살이 되던 해인 1866년에 청혼하지만, 로즈는 3년을 더 기다려달라고 요청했다. 1869년에 러스킨과 로즈는 왕립 미술 아카데미에서 만났지만, 그때도 로즈는 러스킨에게 확답을 주지 않았다. 사실 두 사람의 결혼을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나이 차이가 많은 것도 있지만, 로즈의 부모 입장에선 이혼 경력이 있는 섹스리스(sexless)인 러스킨을 신랑감으로 볼 수가 없었다. 결국 1872년에 로즈는 러스킨의 청혼을 거절했다. 1875년에 로즈가 일찍 세상을 떠나면서 러스킨은 큰 충격을 받았고, 말년에 강신술에 빠질 정도로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시기를 보냈다.

 

러스킨의 연표에 러스킨와 로즈 라 투셰의 관계를 언급한 내용이 있지만, 상세하지 않다. 그리고 그 내용에 오류가 있다.

 

 

 법적으로 성인이 된 로즈 라 투셰에게 청혼하나 투셰는 3년을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3년 후인 1872년 로즈는 러스킨이 사회주의자이자 무신론자라는 이유로 청혼을 거절했다.

 

(《존 러스킨 라파엘 전파》, 153쪽)

 

 

1866년에서 3년을 지나면 1869년인데, 책의 연표에는 ‘3년 후인 1872년’이라고 적혀 있다. 연도를 계산하면 저렇게 나올 수가 없다. ‘6년 후인 1872년’으로 쓰는 게 맞다.

 

 

 

 

 

 

 

 

 

 

 

 

 

 

 

 

 

 

* [절판] M. H. 에이브럼즈 《노튼 영문학 개관 2》 (까치, 1990)

 

 

 

절판된 《노튼 영문학 개관》 2권에 러스킨을 소개한 내용이 있는데, 여기에도 삼각 스캔들, 그리고 로즈와의 관계가 언급된다. 하긴 두 번이나 실패한 사랑은 러스킨의 명성뿐만 삶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친 결정적인 사건이므로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이 번역본은 러스킨이 에피와 결혼한 것을 ‘재앙’이라고 했고, 부부 관계은 ‘예식’으로 순화하여 표현되었다.

 

 

 1848년 그가 에피 그레이와 결혼한 것은 하나의 재앙이었다. 6년간을 동거한 후에 단지 예식을 치르지 않았다는 것을 구실로 하여 결혼무효 소송을 제기하였다. 남들은 그녀를 대단한 미인으로 여겼으나, 러스킨 자신은 자기 아내의 몸매가 매력적이지 못하다고 증언하였다. 그녀의 미모를 예찬한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던 라파엘 전파 화가 존 밀레이는 그녀의 남편의 초상화를 그릴 때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 결혼 무효가 성립된 직후 그녀와 결혼하였다.

 

(M.H. 에이브럼즈, 《노튼 영문학 개관 2》, 213쪽)

 

 

인용한 문장만 보면 러스킨의 이혼 스캔들을 편파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러스킨은 에피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했다. 여성에 향한 편견과 차별이 심했던 당시 사회적 분위기를 생각하면 그녀가 러스킨을 만나 결혼한 것, 또 이혼 소송에 냉담한 반응을 보인 시대를 만난 것이 재앙이었다.

 

 

 

 

[주] 존 러스킨, 임현승 옮김, 《존 러스킨 라파엘 전파》, 『젊은 화가들의 새로운 도전』, 43쪽.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9-02-12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 러스킨이 그 존 러스킨이 맞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처음 그의 이름을 들은 게 중학생 때였어.
2학년쯤 됐을 것 같은데 베스트셀러가 시큰둥한 거야.
어려운 책을 읽고 싶었지.
단골 동네 서점에 존 러스킨의 책이 있냐고 했더니
없다는 거야. 내가 알기론 그 주인 아저씨도 나름
책 꽤나 아시는 분인데 말야.
난 속으로 그럼 그렇지 이런 동네에서 그런 책이 있을 리
없지 했는데 그때 참 겁이 없었어.
모르긴 해도 그때 러스킨의 책이 번역되어 나오기 전이었던 것 같아.
그때 누가 러스킨은 존경한다고 했걸랑 그래서 알고 싶었던 건데.ㅎㅎ

cyrus 2019-02-12 17:07   좋아요 0 | URL
<깨와 백합>이라는 책이 1972년에 을유문화사에서 문고판으로 출간된 적이 있어요. 혹시 누님이 읽은 책이 이거 아닌가요? ㅎㅎㅎㅎ 그 책이 작년 12월에 <참깨와 백합 그리고 독서에 관하여>라는 이름으로 나왔어요. ^^

stella.K 2019-02-12 17:41   좋아요 0 | URL
아, 그러고 보니 그런 것도 같네.
그게 또 작년에 새로 나왔구나.ㅋㅋ

페크pek0501 2019-02-14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시대의 이혼은 꽤 큰 사건이겠고 무척 상처가 되는 사건이었을 텐데 잘 극복했나 보군요.
다른 사람과 재혼하여 여덟 명의 자녀를 두다니... 질질 끌게 아니라 때론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할 때가 있긴 한 것 같습니다.

cyrus 2019-02-18 15:24   좋아요 0 | URL
러스킨이 에피의 이혼 요구를 무시하고 질질 끌었죠. 왜냐하면 이혼 스캔들이 나면 미술비평가, 사회사상가로서 자신의 명성에도 흠집이 생기니까요. 아마도 러스킨은 본인의 체면을 유지하고 싶었고, 가족과 같은 친구 밀레이에게 자신의 아내를 빼앗기기 싫어서 에피의 이혼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소설 몽십야(夢十夜)은 말 그대로 열 편의 꿈 이야기. 소세키가 영국 유학 생활을 끝내고 일본에 돌아온 후에 쓴 단편소설들은 그의 초기 작품으로 분류된다. 몽십야와 같은 초기 작품에 환영의 세계와 신비주의적 분위기를 보여주는 묘사가 많다.

    

 

 

 

 

 

 

 

 

 

 

 

 

 

 

 

* [품절] 나쓰메 소세키 몽십야(하늘연못, 2004)

* 나쓰메 소세키 런던 소식(하늘연못, 2010)

* 나쓰메 소세키 회상(하늘연못, 2010)

    

 

 

 

 

 

 

 

 

 

 

 

 

 

 

 

* 나쓰메 소세키 나쓰메 소세키 단편소설 전집(현인, 2018)

 

 

몽십야다섯째 밤이야기의 마지막 문장에 일본 요괴의 이름이 나온다.

 

 

 말굽 흔적은 지금도 바위 위에 남아 있다. 실제로 닭은 울지 않았다. 닭이 우는 흉내를 낸 것은 야마노자쿠(天探女)였다. 이 말굽 흔적이 남아 있는 한 야마노자쿠는 나의 적이다.

 

(몽십야, 몽십야, 44~45)

 

      

 말굽 흔적은 아직도 바위 위에 남아 있다. 닭 울음소리는 낸 것은 아마노자쿠였다. 이 발굽 흔적이 바위에 새겨져 있는 한 아마노자쿠는 나의 원수다.

      

(몽십야, 나쓰메 소세키 단편소설 전집, 283)

 

    

* 원문

 

あとはいまだにっている真似まねをしたものは天探女(あまのじゃく)あまのじゃくであるこのあとのみつけられている天探女自分かたきである

 

      

첫 번째 인용문은 2011년에 세상을 떠난 노재명 씨가 번역한 것이다. 노재명 씨가 번역한 열흘 밤의 꿈몽십야(하늘연못)런던 소식(하늘연못)에 수록되어 있다. 몽십야는 소세키의 중단편 24편을 한데 묶은 번역본인데, 현재는 런던 소식회상(하늘연못)으로 분권 되어 나온 상태이다. 두 번째 인용문은 나쓰메 소세키 단편소설 전집(현인)에 있는 구절이다.

    

 

 

 

 

 

 

 

 

 

 

 

 

 

 

* [품절] 구사노 다쿠미 환상동물사전(들녘, 2001)

    

    

 

그런데 노재명 씨가 번역한 몽십야런던 소식모두 일본 요괴의 이름을 야마노자쿠로 잘못 표기되어 있다. 원문에 있는 あまのじゃく를 소리 나는 대로 읽으면 아마노자쿠이다. 의 음(). ‘야마노자쿠는 번역가의 실수라기보다는 책이 인쇄되면서 나온 오자인 것 같다.

 

아마노자쿠는 인간의 마음과 정반대의 행동을 하는 요괴이다. 인간으로 둔갑하거나 인간의 말을 흉내 내면서 인간들을 속인다. 노재명 씨는 주석을 통해 아마노자쿠를 일본의 전설에서 주로 나오는 악녀의 화신이라고 설명했다. 나쓰메 소세키 단편소설 전집의 번역가는 일본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 후에 악귀가 되었다고 여겨지고 있다[]라는 내용의 주석을 달았다. 두 사람 모두 아마노자쿠를 천탐녀인 것처럼 설명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아마노자쿠는 요괴의 일종이다.

 

아마노자쿠와 첨탐녀는 같으면서도 다른 존재이다. 아마노자쿠의 한자식 표기는 천탐녀(天探女)가 아니라 천사귀(天邪鬼). 아마노자쿠의 원형은 일본 신화에 나오는 천탐녀이다. 천탐녀의 히라가나 표기는 あめのさぐめ이다. ‘아메노사구메라고 읽는다.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을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소세키는 천탐녀와 아마노자쿠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서 썼다. 그러나 천탐녀는 사람의 말을 따르지 않고 거역하는 여신이고, 아마노자쿠는 천탐녀와 비슷한 습성이 있는 요괴이다. 따라서 소세키가 천탐녀=아마노자쿠라고 쓰는 바람에 우리나라 번역가들은 아마노자쿠를 여신으로 오해한 것이다. 천탐녀가 아마노자쿠의 원형이므로 둘 다 같은 존재로 볼 수 있지만, 일본 신화 속 천탐녀와 민간 설화에 묘사된 아마노자쿠의 모습을 생각하면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그러므로 몽십야원문에 있는 天探女아마노사쿠로 번역하려면, 아마노사쿠가 누군지 설명해야 한다. 우리가 일본 신화에 나오는 신이나 일본 요괴에 대해서 자세히 할 필요는 없겠다. 그렇지만 아마노사쿠를 마치 천탐녀인 것처럼 대충 설명한다면 독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셈이 된다.

 

      

 

[] 박현석 옮김,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현인, 2018, 283.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yo 2019-01-30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한테 있어요, 저 두꺼운 <몽십야> ㅎㅎㅎㅎ 제가 정말 좋아하는 책입니다.

cyrus 2019-01-30 16:58   좋아요 0 | URL
혹시 syo님이 가지고 있는 책에도 ‘야마노자쿠(天探女)’라고 적혀 있습니까? 장편소설보다는 단편소설이 더 재미있네요. ^^

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읽다가 재미없어서 포기했어요. 일단 <그 후>를 읽었어요. syo님이 추천한 <가뿐하게 읽는 나쓰메 소세키>가 소세키 작품을 이해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syo 2019-01-30 17:21   좋아요 0 | URL
네, 그렇게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별로 재미가 없었다면, 시루스 박사님과 저는 넓고 긴 강을 사이에 두고 멀리 멀리 서 있는 상황이겠어요 ㅋㅋㅋㅋㅋ

cyrus 2019-01-30 20:58   좋아요 0 | URL
언제 될지 모르겠지만, 나쓰메 소세키 전작 읽기에 다시 도전하고 싶어요. 솔직히 이번 달 안에 읽는 건 무리였어요. 읽어야 할 책들이 갑자기 늘어나서 소세키를 읽을 기회를 놓쳐버렸어요... ^^;;

stella.K 2019-01-30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한길사에서 전집이 나오면서 몽십야가 안 나왔단 말야?
언제고 나오려나?

cyrus 2019-01-30 17:11   좋아요 0 | URL
소세키의 단편 선집이나 단편 전집 번역본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하늘연못 출판사에 나온 번역본은 전집이고요, 작년에 현인출판사에 나온 번역본은 ‘이름만 전집인 선집’입니다. ^^;;

2019-02-01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2-01 15:3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댓글을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 일은 오히려 제가 사과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저는 일문학을 전공한 적이 없고, 일본어를 쓰고 말할 줄도 모릅니다. 이런 처지에 제가 나쓰메 소세키와 번역가, 그리고 번역본을 함부로 지적하는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천탐녀가 천사귀의 원형이라고 해도 천탐녀는 여신이고, 천사귀는 악귀이기 때문에 서로 다를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님이 인용한 사전의 내용을 확인해 보니, 제 생각이 틀렸어요.

<나쓰메 소세키 단편소설 전집>을 ‘선집’으로 말한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약간의 변명을 하자면, 저는 알라딘에 있는 ‘출판사 제공 책 소개’를 보지 못한 채 <나쓰메 소세키 단편소설 전집>을 읽었습니다. 그래서 <나쓰메 소세키 단편소설 전집>을 선집으로 오해를 했고, 번역자의 진심을 보지 못하고 책을 함부로 평가했습니다. **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야 ‘출판사 제공 책 소개’를 봤습니다. 내용으로 봐서는 책에 꼭 있어야 할 ‘해설’인데, 다음 쇄를 찍을 때 ‘출판사 제공 책 소개’가 ‘해설’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글로 책에 수록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저녁에 사과문과 정정문을 써서 공개하겠습니다. 그리고 나쓰메 소세키의 단편소설을 다시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 읽은 나쓰메 소세키의 글이 단편소설이라서 제가 이 작가의 진가를 제대로 느끼지 못해 너무 몰랐습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글을 대충 읽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한 번 어설픈 글을 올려서 정말 죄송하고요, 제가 몰랐던 부분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2019-02-01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01 2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02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2-01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노자쿠와 천탐녀>의 오류에 대한 정정문입니다. 이 글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http://blog.aladin.co.kr/haesung/10648987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샐린저(Jerome David Salinger)에 관한 글을 쓰면서 엘리엇 평전을 언급하는 것을 깜빡했다. 국내에 출간된 엘리엇 평전은 3종이다.

 

 

 

 

 

 

 

 

 

 

 

 

 

 

 

 

 

 

 

* [품절] 피터 애크로이드 《엘리엇: 영혼의 순례자》(책세상, 1999)

* [절판] 폴커 초츠 《엘리엇》(한길사, 1997)

* [절판, No Image] T.S. 매튜우즈 《평전 T. S. 엘리어트》(탐구당, 1981)

 

 

 

가장 먼저 나온 게 《평전 T. S. 엘리어트》(탐구당)다. 워낙 오래된 책이라서 실물을 본 적이 없고, 알라딘에선 책표지가 등록되어 있지 않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엘리엇을 ‘엘리어트’로 부르거나 쓰기도 했다. 그래서 알라딘 검색창에 ‘엘리어트’를 입력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건 영화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와 주가의 움직임을 분석할 때 쓰는 ‘엘리어트 파동 이론’이다. 그래서 시인 엘리엇에 대한 책을 찾아보려면 번거롭더라도 ‘T. S. 엘리엇’으로 입력하면 손쉽게 찾아낼 수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 유대계 철학자 폴커 초츠(Volker Zotz)가 쓴 《엘리엇》(한길사)‘로로로’ 평전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이다. ‘로로로’ 시리즈는 1950년대 말 독일 로볼트 출판사(Rowohlt Verlag)가 펴낸 평전 시리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길로로로’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평전이라기보다는 평전 형식의 입문서에 더 가깝다. 예전에 다른 ‘한길로로로 시리즈’ 몇 권을 본 적이 있는데, 늘 볼 때마다 인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빈약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가끔 한 번 봐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문장도 보인다.

 

 

 

 

 

 

 

 

 

 

 

 

 

 

 

 

 

 

* 버트런드 러셀 《인생은 뜨겁게: 러셀 자서전》(사회평론, 2003)

* 버트런드 러셀 《러셀 자서전》(사회평론, 2003)

 

 

 

 

 

 

 

 

 

 

 

 

 

 

 

 

* [품절] 버지니아 울프 《어느 작가의 일기》(이후, 2009)

 

 

 

영국의 소설가 피터 애크로이드(Peter Aykroyd)가 쓴 《엘리엇: 영혼의 순례자》(책세상)는 ‘평전’이라는 이름에 가장 걸맞은 책이다. 저자는 엘리엇이 쓴 글뿐만 아니라 엘리엇의 주변 인물들의 증언, 회고록, 일기 등 여러 가지 사료들을 참고하여 엘리엇의 사적인 모습을 복원했다. 특히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가 보는 엘리엇의 모습이 흥미롭다. 

 

 

 

 

 

엘리엇은 하버드대학 철학과 조교로 일하면서 러셀을 처음 만났다. 러셀은 영국에 정착한 엘리엇과 그의 첫 번째 아내 비비안 헤이우드(Vivien Haigh-Wood)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스승이자 친구였다. 궁핍한 경제 형편으로 인해 엘리엇과 비비안 사이의 관계가 소원해졌을 때 러셀은 두 사람의 관계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러셀은 엘리엇과 비비안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두 사람을 자기 집에 데리고 와서 함께 살았다. 세 사람은 남들이 보기에 의심할만한 이상한 동거 생활을 시작한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일어난다. 러셀과 비비안은 ‘선을 넘은 관계’에 이르게 된다. 평소에 과묵할 정도로 내성적인 엘리엇은 이 사실을 알고도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엘리엇은 러셀과 아내의 불륜 관계를 알게 되었을 때 굴욕감을 느껴 엄청 고통스러웠다고 울프에게 고백했다. 나중에 살펴봐야겠지만, 엘리엇을 가까이서 본 동시대 인물들의 생각을 알아보려면 러셀의 자서전과 울프의 일기를 부수적으로 참고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피터 애크로이드는 이 두 사람이 쓴 기록을 많이 참고했다. 러셀의 자서전과 울프의 일기를 번역한 책에 엘리엇을 어떻게 언급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피터 애크로이드는 엘리엇의 삶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남긴 시 작품과 희곡 작품을 소개하면서 자세히 분석한다. 우리나라에서 엘리엇은 ‘시인’으로도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시인으로서의 엘리엇’이 엘리엇의 초 · 중기 문학으로 본다면, ‘극작가로서의 엘리엇’은 중기 · 말기 문학에 해당한다. 엘리엇은 문학비평가로도 활동했는데, 이 평전에서는 ‘문학비평가로서의 엘리엇’에 대한 내용이 다소 적은 편이다. 사실 이것까지 설명하게 되면 평전의 분량은 더 늘어날 것이다.

 

 

 

 

 

 

 

 

 

 

 

 

 

 

 

 

* 이철희 《T. S. 엘리엇의 황무지와 황무지 원본 연구》(L.I.E, 2012)

* [품절] 한국 T.S.엘리엇학회 엮음 《T. S. 엘리엇 시》(동인, 2006)

 

 

 

사실 애크로이드의 엘리엇 평전은 1984년에 나온 책이다. 당연히 이 책에 1990년대 이후부터 알려진 엘리엇에 관한 연구 결과들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엘리엇이 세상을 떠난 후인 1971년에 그의 두 번째 부인 발레리 플레처(Valerie Fletcher)한동안 분실된 것으로 알려진, 삭제된 《황무지》 원고를 공개했다. 엘리엇의 절친한 동료이자 시인인 에즈라 파운드(Ezra Pound)가 《황무지》를 첨삭했다. 이 원고에 파운드가 삭제한 내용뿐만 아니라 엘리엇이 스스로 삭제한 내용도 남아 있어서 엘리엇 연구가들은 이 초고본을 《황무지》의 집필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유용한 자료로 보고 있다. '한국 T.S.엘리엇학회'에 소속된 학자들이 함께 엮은 연구서 《T. S. 엘리엇 시》(동인)에 수록된 ‘『황무지』 원고본 분석(글쓴이는 이창배)은 《황무지》 원고를 다룬 글이다. 이 논문도 나온 지 오래됐기 때문에 《황무지》 원고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를 정리한 책인 《T. S. 엘리엇의 황무지와 황무지 원본 연구》(L.I.E)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애크로이드의 엘리엇 평전도 ‘최신’과 거리가 먼 책이 되었지만, 그래도 엘리엇을 알고 싶은 독자(과연 있을까?)라면 이 평전을 그냥 지나쳐선 안 된다. 그래서 번역본에 대한 오자와 오역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111쪽에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가 친형 줄리안 헉슬리(Julian Huxley)에게 보낸 편지 내용 일부를 인용한 문장이 있다.

 

 

 엘리엇이 1916년 가싱턴을 처음 방문했을 때 누구를 만났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손님들 중에는 캐서린 맨스필드(Katherine Mansfield), 클리브 벨(Clive Bell), 그리고 올더스 헉슬리가 섞여 있었다. 헉슬리는 자신의 형제인 줄리안(Julian)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다. ‘는 엘리엇의 작품들을 꼭 읽어보아야 한다. 그 저자가 한 평범한, 유럽화된 미국인일 뿐이며, 아주 교양 있고, 프랑스 문학에 대해서 가장 덤덤한 투로 얘기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그 작품들이 더욱 더 뛰어난 것으로 보일 것이다.’

 

 

줄리안은 1887년 생이고, 올더스는 1894년 생이다. 두 사람의 관계를 생각하면 올더스가 자신보다 일곱 살 많은 친형에게 ‘너’라고 부르는 게 어색하다.

 

 

123쪽에 J. B. 예이츠’라는 이름이 나온다. 아일랜드의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의 머리글자를 잘못 쓴 거라면 ‘W. B. 예이츠’로 고쳐야 한다.

 

 

 

 

 

 

 

 

 

 

 

 

 

 

 

 

 

* 베르길리우스 《아이네이스》 (도서출판 숲, 2007)

 

 

 

 

 

 

 

 

 

 

 

 

 

 

 

 

 

 

 

 

 

 

 

 

 

 

 

 

 

*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 《그림으로 보는 황금가지》 (까치, 2001)

*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 《황금가지》 (한겨레출판, 2003)

*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 《황금가지》 (을유문화사, 2005)

 

 

 

427쪽에 엘리엇이 이탈리아의 네미 호수에 방문했다는 내용이 있다. 베르길리우스(Vergilius)의 서사시 《아이네이스》에 네미 호수의 전설이 언급되는데, 이곳 근처 숲에 신성한 ‘황금 가지’가 있다고 한다.

 

 

 미국의 작가인 프레더릭 프로코시의 제안에 따라 오후 시간에 네미호 연안의 전설적인, 실제로는 볼품없는 참나무 고목인 ‘황금 가지(Golden Bough)를 함께 찾아가 보기도 했다.

 

 

황금 가지는 참나무 고목이 아니다. 이 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 가지를 가리킨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9-01-16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1-16 17:51   좋아요 0 | URL
엘리엇의 시를 이해하려면 동서양 철학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엘리엇은 노벨문학상 수상자인데도 인기가 없고, 그의 시를 읽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저도 러셀이 저지른 일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그가 쓴 책 중에 ‘결혼과 도덕’이라는 제목의 책이 있어요. 그 책을 아직 안 읽어봤지만, 만약 그 책을 읽게 되면 러셀의 불륜이 떠올릴 것만 같습니다. ^^;;

카알벨루치 2019-01-16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리엇과 그의 부인, 그리고 러셀... 이런 이야기가 있었네요!

cyrus 2019-01-16 19:52   좋아요 0 | URL
엘리엇에게는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겠지만, 평전을 읽고 있던 저로서는 세 사람의 관계를 지켜보는 게 흥미진진했습니다... ^^;;

oren 2019-01-17 16: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금 다른 얘기입니다만, 하워드 가드너가 쓴 『열정과 기질』이라는 책에도 T.S.엘리엇에 대한 흥미로운 얘기들이 많이 담겨 있더군요. 목차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황무지』의 재발견이나 『황무지』: 작시 과정과 배경 등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어서, 엘리엇을 이해하는데 꽤나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 * *
1968년 뉴욕 공립도서관의 버그(Berg) 콜렉션에서 오랫동안 잃어버린 것으로 여겨진 초고가 발견되었다. 대개는 타자로 친 54페이지 분량의 초고 뭉치였는데, 군데군데 육필 원고도 끼어 있었다. 별다른 표시가 없는 페이지도 있었지만, 여러 사람이 손을 댄 흔적이 뚜렷한 페이지도 있었고, 아예 가위표로 삭제 표시가 그어진 페이지도 있었다. 타자로 친 부분은 다양한 언어로 쓰여 있었다. 구어체 영어로 쓰인 대목도 많았고, 우아하고 심원한 문체로 쓰인 대목도 많았다. 각종 유럽어에서 산스크리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언어로 쓰인 시행이 페이지 곳곳에 널려 있었다.

흔히 얘기하는 초고와는 달랐다. 20세기 영시 가운데 가장 유명하고 가장 영향력이 큰 작품이라 할만한 『황무지』의 중간 초고였다. 세인트루이스 태생으로 영국에 정착한 시인이었던 T.S.(Tomas Steams) 엘리엇은 1914년 경에 이 작품(혹은 이 작품에 포함될 운문)을 쓰기 시작했는데, 수천 행에 이르는 초고를 완전히 끝낸 것은 1921년 말이었다. 그는 아내 비비언(Vivien)과 역시 미국에서 태어나 유럽에 정착했던 시인으로서 가까운 친구 에즈라 파운드에게 초고를 보여주었다. 이 ‘우호적인 비평가들‘은 엘리엇과 함께 작품에 중대한 수정을 가했다. 특히 에즈라 파운드는 원래 길이를 반으로 줄여버릴 정도로 가차없이 수정하라는 제안을 했다. 엘리엇 연구자인 헬렌 가드너의 말을 빌면, ˝파운드는 좋은 구절과 나쁜 구절이 함부로 뒤섞인 초고 뭉치를 한 편의 시로 만들었다.˝(402쪽)

cyrus 2019-01-18 12:32   좋아요 1 | URL
<열정과 기질>이라는 책에 엘리엇을 언급한 내용이 있군요. 좋은 정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oren 2019-01-18 13:09   좋아요 1 | URL
2014년에 T.S.엘리엇에 관한 글을 아주 길게 한 번 쓴 적이 있었는데, 그때 『황무지』라는 시를 주마간산 격으로나마 대충 한번 읽어봤었답니다. 그 뒤로 새로운 번역본이 나와서 새로운 책으로 다시 한번 그 시를 읽어봤는데도 여전히 그 시를 온전히 이해하기가 어렵더군요. 아무튼 2014년에 엘리엇의 『황무지』에 얽힌 글을 쓰면서 (그보다 훨씬 전에 읽었던) 『열정과 기질』이라는 책 말고도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를 함께 인용한 적이 있었는데, cyrus 님의 이번 글에서도 그 책을 함께 언급해 주셔서 더욱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 http://blog.aladin.co.kr/oren/7103251
 

 

 

지난주 토요일에 syo님을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만나기 전부터 약속 장소는 어디가 좋을지 고민했습니다. 저는 밖에 혼자서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해요. 제가 항상 가는 곳이 어디겠습니까? 서점, 헌책방, 도서관이죠. 커피를 즐기지 않아서 그 흔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라든가 카페를 가지 않아요. 사람들이 자주 가는 음식점이나 식당에도 관심이 없어요. 무슨 재미로 사냐고요? 내가 좋으면 그만이죠. 물론 이런 아싸(‘아웃싸이더’의 줄임말)스러운 성격이 때때로 저를 곤란하게 만듭니다. 제가 먼저 상대방에게 만나자고 제안하기 전에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소를 먼저 골라야 해요. 그래야 첫 만남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어요. 이렇다보니 제가 먼저 상대방에게 선뜻 만나자고 제안하는 성격은 아니에요.

 

그래도 syo님은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서 저와 코드가 어느 정도 맞을 거로 짐작했고, 약속 장소는 카페 ‘스몰토크’로 정했습니다. 대구에 이곳만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소가 또 있을까요? 주말에 스몰토크가 문 여는 시간은 오후 2~3시 이후입니다. 카페 개장 시간은 바리스타인 사장님 마음입니다. 그러므로 주말에 스몰토크에 가실 땐 언제 문을 여는지 반드시 전화로 사장님에게 문의하셔야 합니다. 다행히 지난주 토요일은 바리스타 사장님이 출근하는 날이라서 오랜만에 그분이 직접 만든 ‘고오급 커피’를 마실 수 있었습니다. 바리스타 사장님은 커피에 대해서 열정적으로 공부했을 정도로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저는 ‘케냐 AA’ 두 잔을 주문했습니다. 사실은 제가 이 커피를 고른 게 아니고요, 바리스타 사장님이 추천해준 커피입니다. ‘바리스타가 자신 있게 추천하는 커피’는 저 같이 커피의 맛을 모르는 사람들도 반하는 ‘맛있는 커피’입니다.

 

이미 syo님의 후기를 보신 분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syo님은 거의 정확하게 우리의 대화를 잘 정리하셨어요. 정말로 후기 속 대화의 구성 비율은 ‘사실 95 대 과장 5’입니다. 저는 그 후기의 제목을 정한다면 ‘syo가 끄집어낸 cyrus의 속엣말’[주]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제가 알라딘 서재에 활동하면서 마음속에 품었던 감정과 생각, 그리고 궁금증들이 많았는데요, 온라인 공간에서 털어놓지 못했던 속엣말을 꺼냈습니다. 그 날에 터져 나온 속엣말은 지극히 감정적인데다가 논리적이지 못한 점이 있어요. 그냥 한쪽 귀로 흘러들어도 될 말이죠. 하지만 syo님은 그런 제 말을 유심히 들어주고, 공감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른 채 수다를 떨었어요.

 

 

 

 

 

 

 

 

 

 

 

 

 

 

 

 

 

 

 

 

 

 

 

 

 

 

 

 

 

 

 

 

 

 

* 나쓰메 소세키 《나쓰메 소세키 단편소설 전집》 (현인, 2018년)

* 나쓰메 소세키 《런던 소식》 (하늘연못, 2010년)

* 나쓰메 소세키 《회상》 (하늘연못, 2010년)

* [품절] 나쓰메 소세키 《몽십야》 (하늘연못, 2004년)

 

 

 

 

 

 

 

 

 

 

 

 

 

 

 

 

* 나쓰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현암사, 2013년)

* 나쓰메 소세키 《도련님》 (현암사, 2013년)

* 나쓰메 소세키 《산시로》 (현암사, 2014년)

 

 

 

 

 

 

 

 

 

 

 

 

 

 

 

 

 

 

 

* 나쓰메 소세키 《그 후》 (현암사, 2014년)

* 나쓰메 소세키 《그 후》 (민음사, 2003년)

 

 

 

 

syo님은 대화를 나누면서 책에 대한 얘기를 안 했다고 하는데, 분명히 우리는 잠깐이나마 책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소설입니다. 이번 달 ‘우주지감’ 독서모임을 위해서 소세키의 소설을 읽어야 해요. 독서모임 선정 도서는 《그 후》라는 제목의 소설입니다. 소세키의 문학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후》 한 권만 읽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소세키의 작품들을 발표 연도순으로 읽으려고 하는데, 한 달 만에 읽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소세키의 작품들을 다 찾아 읽어본 syo님에게 조언을 구했어요. “소세키를 (짧은 기간 안에) 제대로 알려면 어느 작품부터 읽으면 좋을까요?”라고 말이죠. syo님은 소세키의 단편소설들, 소세키의 초기 문학 대표작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도련님》, 《그 후》 이전에 나온 소설 《산시로》 순으로 읽어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읽으면 소세키가 초기 문학과 중기 문학(《산시로》, 《그 후》)에 드러난 표현 방식의 뚜렷한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 강상중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 (AK커뮤니케이션즈, 2016년)

* 강상중 《고민하는 힘》 (사계절, 2009년)

 

 

 

 

 

 

 

 

 

 

 

 

 

 

 

 

* 오쿠이즈미 히카루 《가뿐하게 읽는 나쓰메 소세키》 (현암사, 2016년)

* 도가와 신스케 《나쓰메 소세키 평전》 (AK커뮤니케이션즈, 2018년)

 

 

 

그리고 소세키의 소설과 같이 읽어볼 수 있는 책으로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 (AK커뮤니케이션즈)《가뿐하게 읽는 나쓰메 소세키》(현암사)를 추천했습니다. 20대에 읽은 《고민하는 힘》(사계절)에 소세키의 작품을 논한 내용이 있는데, 오랜만에 펼쳐봐야겠습니다. syo님은 ‘피해야 할 책’으로 《나쓰메 소세키 평전》(AK커뮤니케이션즈)을 언급했습니다. syo님의 말에 따르면 평전이 상당히 지루하다네요.

 

스몰토크에서 세 시간 정도 수다를 나누고, 저녁을 먹기 위해 스몰토크 근처에 있는 ‘투찬스’라는 일본 라멘 식당에 갔습니다. ‘투찬스’는 스몰토크와 함께 ‘대구 페미니즘 북클럽’ 레드스타킹과 아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장소입니다. 여기도 제2의 레드스타킹 아지트입니다. 식당 사장님은 레드스타킹 멤버로 활동했고, 수제 맥주와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분입니다. 사장님은 친동생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데요, 동생은 일본 라멘을 잘 만듭니다. 그래서 ‘투찬스’에 가면 정말 제대로 된 일본 라멘과 수제 맥주를 함께 맛 볼 수 있습니다. 그 날 저녁은 syo님이 샀습니다. 이곳에서 같이 식사를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저녁을 다 먹고 난 후 그냥 헤어지는 게 너무 아쉬워서 커피숍에 가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렇게 토요일 오후를 즐겁게 보냈습니다. 밤 10시가 돼서야 집에 도착했어요.

 

저랑 취향이 비슷한 분을 만나는 건 신기하면서도 즐거운 일입니다. 저는 책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지인이 많지 않거든요. 작년에 독서모임 활동을 하게 되면서 여러 사람들을 더 많이 알게 됐습니다. 올해는 어떠한 만남이 이루어질지 기대됩니다.

 

 

 

[주] 고종석, 황인숙 《황인숙이 끄집어낸 고종석의 속엣말》 (삼인, 2018)

 

 

 


댓글(37) 먼댓글(0) 좋아요(4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알벨루치 2019-01-08 1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하루를 멋지게 보내셨네요 ^^ 알라딘의 화제꺼리입니다 ㅎㅎ

카알벨루치 2019-01-08 13:00   좋아요 0 | URL
그럼 거장하고 거목으로 합시다!

카알벨루치 2019-01-08 13:01   좋아요 0 | URL
근데 난 여기에 댓글을 달았네! 혼자 놀구 있네요 완전 노안왔나 ㅜㅜ

syo 2019-01-08 13:25   좋아요 0 | URL
귀여우심.....

카알벨루치 2019-01-08 14:03   좋아요 0 | URL
혼자 삽질할 뻔했는데 옆에서 거들어줘 다행 ^^역쉬 쇼님 짱!ㅋ

stella.K 2019-01-08 14:22   좋아요 0 | URL
카알님 흥분하셨닷!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9-01-08 14:27   좋아요 0 | URL
쇼님처럼 스텔라님 왜 이러셩? 댓글 달다 성격 배리긋네 ㅎㅎㅎㅎ글만 읽으셔요 댓글은 읽지마셈 ㅋㅋ

카알벨루치 2019-01-08 14:28   좋아요 0 | URL
그래도 알라딘에서 스텔라님과 쇼님 덕에 제가 앗싸로 아사될 뻔했는데 인싸가 됐음다 감솨함돠! 싸이러스님은 늘 과묵하시지만 박사님덕도 있습니당 ~ㅎㅎ

stella.K 2019-01-08 14:31   좋아요 0 | URL
헉, 저 한 거 없는데요...ㅋ

syo 2019-01-08 14:31   좋아요 0 | URL
귀여우심 * 2 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9-01-08 14:31   좋아요 1 | URL
명사들이 다 스로 시작하네 시루스, 스텔라, 소 그럼 난? 소칼?스칼? 다행이다 레삭매냐님 왔다 그냥 칼로 가야긋다 ㅋ

카알벨루치 2019-01-08 14:33   좋아요 0 | URL
제가 알라딘 스머프마을(? 주/아갈마님 댓글 참조...참고문헌 기억이...)에 5월에 들어올라고 얼마나 발버둥쳤는디요 다행히 살아남았심다 ㅋㅋㅋ

stella.K 2019-01-08 14:36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한 자리 끼워주시는 겁니까?
고맙습니다. 카알님. 역시 이름은 잘 짓고 봐야하나 봐요.ㅎㅎ

syo 2019-01-08 1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뭐 신나게 잘 놀았죠. 다음 번에 만나면 그땐 가위바위보로 정하죠, 누가 대화록 쓸지. 녹취 및 메모는 반칙이구요ㅎㅎㅎㅎㅎㅎ

카알벨루치 2019-01-08 12:30   좋아요 0 | URL
대화록 쓴다니 축구클럽총무라 월례회 할때 오리고기먹으면서 폰으로 메모하는게 참참참...그래도 펜은 기억을 능가하는 도구이니 메모는 해야... 알라딘 두 거장이 만나니 역사이고 그 역사는 글로 기록되는게 좋을 듯 합니다요~ㅎㅎ 우리의 삶이 글이네요 정말!

syo 2019-01-08 12:35   좋아요 0 | URL
두 거장이라니요.... syo하고 동급 대접 받으면 사이러스님 진노하십니다. 한 거장과 한 거지로 정리하실까요? ㅎㅎㅎ

cyrus 2019-01-09 18:02   좋아요 0 | URL
To. syo // 우리가 얘기하는 것들은 알라딘 서재에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수위 높은 소재라서 후기 쓰면 정작 쓸 게 없을 것 같은데요... ㅎㅎㅎㅎ

To. 카알벨루치 // ‘거장’이라는 단어를 ‘거부’합니다. 저는 올해부터 ‘알라딘의 거북이’가 되려고 해요. 알라딘과 알라디너들을 거북하게 만드는 빌런이 될 겁니다! ^^

카알벨루치 2019-01-09 18:15   좋아요 1 | URL
거장과 거지 사이에 전치사가 빠졌네요 거장 in 거지 ㅋㅋㅋ 한글로는 “거장인거지~”이렇게 번역됨돠

카알벨루치 2019-01-09 18:17   좋아요 0 | URL
애정이 있기 때문에 거북한 소리도 할 수 있는 것이겄죠

2019-01-08 1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1-09 18:05   좋아요 0 | URL
다음 만남의 장소는 ‘스몰토크’가 좋을 것 같습니다. 스몰토크 바로 건너편에 유료 주차장이 있지만, 이왕이면 운전하지 않고 편하게 오셨으면 해요. ^^

stella.K 2019-01-08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장과 거목의 랜드마크 찍었네.
누가 아냐? 나중에 두 사람이 만든 길을
투어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설지.ㅋㅋ
길 잘 만들어 두라구.
나도 언제고 대구 가면 투어해야지.
여기가 너와 syo님 댕겨간 곳이라고 사진 찍어둘지도 몰라.ㅎㅎ

cyrus 2019-01-09 18:06   좋아요 0 | URL
누가 아재 둘을 만나러 오겠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저는 마음이 맞는 소수의 분들과 만나는 것에 만족해요. ^^

stella.K 2019-01-09 18:31   좋아요 0 | URL
ㅎㅎ 오버하는군.
만나러 간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길을 만들어 놓으면
그대로 따라가 본다는 건디.

근데 또 만나러 갈 수도 있지.
못 만날 건 뭐있냐? 다 알라딘 동창생인데.ㅎㅎ

cyrus 2019-01-09 18:34   좋아요 0 | URL
제가 자주 가는 스몰토크, 투찬스, 알라딘 서점, 헌책방, 대구중앙도서관이 모두 거의 한 구역에 있어요. 특히 중앙도서관은 syo님도 자주 가시는 곳이라서 주말에 운 좋으면 또 만날 수도 있어요. ^^

레삭매냐 2019-01-08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왓 어 데이또~

cyrus 2019-01-09 18:11   좋아요 0 | URL
만나자마자 커피 마시고,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수다 떨고... 생각해보니 그 날 우리가 했던 일들이 소개팅 이후의 첫 데이트 같군요.. 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9-01-08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역대급 만남이군요. 술을 안 마시면서 몇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
기적이로군요..

cyrus 2019-01-09 18:13   좋아요 0 | URL
저는 술이 있든, 없든 대화 분위기가 즐거우면 오래 앉아 있을 수 있어요. ^^

목나무 2019-01-08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아니...그러니까 그날 스몰토크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식사도 하고 또 커피숍에 가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신거로군요. ㅎㅎㅎ
아~~~~ 커피 마시며 몇 시간씩 대화하는 삼십대 남자들이라니... 그저 사랑스럽기만 합니다. ^^

cyrus 2019-01-09 18:15   좋아요 0 | URL
저와 syo님 나이 앞자리가 ‘2’였다면 설해목님의 호감에 정말 좋아했을 텐데, 30대가 돼서 ‘사랑스럽다’는 소리를 듣게 되니까 부끄럽네요. ^^;;

붕붕툐툐 2019-01-08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의 글을 읽고 cyrus님의 리뷰도 궁금했는데 이렇게 올려 주셨네요~ 두 분 다 너무너무 멋지심다^^

cyrus 2019-01-09 18:17   좋아요 0 | URL
syo님이 거의 정확하게 그 날의 상황들을 기록하셔서 제가 또 후기를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

감은빛 2019-01-08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님의 글을 먼저 읽고 왔어요.
역시 두 분의 개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맛있는 글들이네요. ^^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만남은 언제나 편안하고 즐겁지요.
또 다른 즐겁고 편안한 만남 이야기 기대할게요.

cyrus 2019-01-09 18:21   좋아요 0 | URL
‘맛있는 글’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듭니다. 제가 주로 책 이야기만 쓰다 보니 이런 사람 이야기를 쓰는 일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감은빛님이 ‘맛았는 글’이라고 말씀해주시니 정말 기분 좋습니다. ^^

psyche 2019-01-09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두분이 드디어 만나셨군요! 이제야 만나시다니 앞으로 종종 만나시고 여기에도 후기를 쭉 올려주세요.
지난 여름 한국갔을때 부산출신 남자들이 잘생겼다고 부산을 가자던 딸이 요즘은 대구출신도 잘생겼다며 다음번에는 대구를 가자고하던데 진짜 갈까요? 가서 스몰토크 투찬스 투어하게요 ㅎㅎ

cyrus 2019-01-09 18:25   좋아요 0 | URL
기차 타고 대구역에 내리시면 스몰토크, 투찬스에 갈 수 있어요.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아요. 대구역에서 경상감영공원 쪽으로 가면 스몰토크, 투찬스를 발견할 수 있어요. 조금만 더 가면 알라딘 서점, 교보문고도 있어요. 이 구역이 번화가라서 먹고 놀기 좋은 곳이죠. 이곳을 기점으로 버스 타고 김광석 거리도 갈 수 있어요. ^^
 

 

 

예술의 소외가 가속되는 현대사회에서 예술가의 자리는 어디에 있는가. 자본주의와 정치적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운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중국 출신으로 프랑스에 망명한 작가 가오싱젠(高行健)에 주어진 질문이다. 소설가, 극작가, 미술가로 다방면에 걸쳐 활동해온 가오싱젠은 중국 문화대혁명 기간 중 ‘하방(下放: 반체제 지식인을 농촌이나 공장으로 보내 강제 노동을 시키는 조치)’을 겪었으며, 1989년 톈안먼 사태를 정면 비판해 망명길에 올랐다. 그는 중국어권 작가로는 처음으로 2000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 가오싱젠 《창작에 대하여》 (돌베개, 2013)

 

 

 

《창작에 대하여》(돌베개)는 가오싱젠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전후에 한 강연, 대담 등을 모아놓은 책이다. 그는 문학에 대한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간섭과 함께 자본주의 질서를 견제하면서 인간 본성으로의 회귀와 작가 내면의 독립적 사고를 중시하는 문학론을 펼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작가는 정치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해서 어느 정도를 거리를 두어야 하며, 자신의 내면을 관조할 수 있어야 자기만의 고유한 목소리(문학)가 나온다. 정치와 경제를 탈피하는 작가 개인의 목소리는 사회적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냉철한 관점으로 자아(작가)의 독립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오싱젠은 늘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유행을 비판하면서 예술이 본래 모습을 잃었다고 말한다. 시대가 바뀔 때마다 예술은 권력자들의 정치 논리에 조종당해 전통을 부정하고, 기존의 틀을 파괴했다. 가오싱젠이 생각하는 예술가는 이전 세계를 부정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혁명가’가 아니다. 그는 세계를 다른 눈으로 보고 새로운 방법으로 담아내는 창작 방식을 예술가의 소임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람들이 느끼지만,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을 새로운 언어체계로 표현하는 것이 예술가들이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내면을 관조하는 자세’가 선행돼야 한다. 그는 『예술가의 미학』 강연에서 다른 철학자들의 미학 이론을 끌어들이지 않으면서 자신의 심미 체험을 바탕으로 예술 창작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미학을 제시한다. 전자의 미학은 철학자들이 선호한다. 그들은 예술 작품에서 드러나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해석한다. 후자의 미학은 예술가를 위한 ‘창작미학’이다. 예술가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예술가의 창작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주관적인 미감(美感)이다.

 

예술 작품은 창작자의 고유한 미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공산품과 마찬가지로 상품으로서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예술 작품을 둘러싼 두 가지 상반된 가치는 많은 논란을 일으키는 원인이 돼 왔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례가 예술가와 평론가의 관계이다. 가오싱젠은 예술가가 외부 압력(예술 작품을 보는 평론가들의 반응과 평가)을 이겨내면서 본인이 표현하고 싶은 걸 보여준다면 예술로서의 가치를 지켜낼 수 있다고 말한다. 적어도 예술가는 창작의 세계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예술가는 그 어떤 규범에도 휘둘리지 않고 홀로 자신의 길을 갈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술가라면 자신의 창작세계에서만큼은 충분한 자유를 누리고 용기와 신념을 발휘해야 합니다. 정치나 윤리의 교조를 벗어던지고 유행과 습속의 구속도 떨쳐내야 합니다.

  ‘주의’나 방법은 어디까지나 평론가들의 일일 뿐입니다. 예술가가 이런 시비논쟁에 뛰어드는 것은 너무나 쓸데없는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창작의 정서를 파괴하는 함정입니다. 예술가는 이런 논쟁에 뛰어드는 순간, 자신의 예술을 들고 논쟁터로 나가 싸우게 되고 맙니다. 창작에 그보다 끔찍한 재난이 또 있을까요? 예술가가 자신의 창작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은 처음부터 시비쟁론에 뛰어들지 않는 것입니다. 시끄러운 논쟁은 미디어나 예술시장에서 하도록 내버려두십시오. 예술가는 자기 자신의 길을 가면 됩니다.

 

(『예술가의 미학』, 139쪽)

 

 

예술가와 평론가는 오래된 공생 관계를 지니고 있다. 평론가들은 미술 담론 등 미술계에서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미술 발전에 이바지를 하고 있다. 평론가들의 활동은 우수한 예술 작품과 이를 창작하는 예술가들의 발전과 함께 올바른 평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상에 거하던 예술이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 편입되면서 평론가들의 권위는 날로 높아지고 있으며 ‘예술의 상품화’를 부추기는 데 일조한다. 평론가의 권위에 예술 작품의 상품성이 주가 되어 개입하면 작품의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술가의 이력보다 평론가들의 작품 설명이 컬렉터의 마음을 움직인다.

 

 

 

 

 

 

 

 

 

 

 

 

 

 

 

 

 

 

* 파트리크 쥐스킨트 《깊이에의 강요》 (열린책들, 2002)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에 시비 거는 평론가들과의 논쟁에 휘말린다면 창작의 길을 걷기가 힘들어진다. 파트리크 쥐스킨트(Patrick Suskind)의 짤막한 소설 『깊이에의 강요』는 예술에 대한 일방적이고 주관적인 평론가들의 평가에 안고 있는 위험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어느 촉망받는 화가가 평론가에게 ‘당신의 작품에는 깊이가 없다’라는 말을 듣는다. 화가는 한동안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대신, 멍하니 앉아 한 가지 생각에만 골몰했다. “왜 내 그림에는 깊이가 없을까?” 그녀는 그림 그리는 것을 멈추었다. 대신 다른 화가들의 작품을 연구하고, 미술서적을 들여다보고, 화랑과 박물관 등을 돌아다니며 깊이를 얻고자 노력했다. 그녀는 그 깊이가 무엇인지를 알지 못했고, 결국 좌절해서 자살하고 만다. 그러나 평론가는 화가의 죽음을 전해 듣고 삶을 ‘깊이 있게’ 파헤치던 그녀의 재능을 아까워한다.

 

예술가들은 자신의 창작미학과 동떨어진 평론가들의 평가와 마주쳐야 하고, 그것 때문에 혼자 고민해야 하는 현실 속에 살고 있다. 가오싱젠의 『예술가의 미학』과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를 겹쳐서 읽으면, 상대적일 수밖에 없는 예술과 아름다움의 가치에 대해 절대적 기준을 만들어 내는 해석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세상에 예술가와 아름다움의 종류는 정말 많다. 예술가도 이런 예술가, 저런 예술가가 있는 거고, 예술을 감상하는 우리는 그들이 지향하는 창작미학을 선택해서 볼 수 있다. 예술가에게 ‘창작의 자유’가 있다면, 감상자인 우리는 마음에 드는 ‘예술을 즐길 자유’가 있다. 적어도 그러한 자유를 즐기려면 예술과 아름다움을 어떠한 틀에 가두지 않아야 한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9-01-03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3 1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3 2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9-01-03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오싱젠은 무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인데
기묘하게도 국내에 나와 있는 책들이 별로
없네요... 그것 참 -

cyrus 2019-01-03 19:58   좋아요 0 | URL
현재 살아남은 가오싱젠의 책은 《버스 정류장》과 《창작에 대하여》뿐이네요. 《버스 정류장》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되지 않았으면 절판되었을 거예요. ^^;;

2019-01-03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1-04 16:56   좋아요 1 | URL
예술가들의 도전 정신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평론가들은 권위의 이점을 알게 된 순간, 전문가로서의 위치에 안주하게 되고 새로운 것을 이해하지 못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