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토토가’ 이후로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이제 '추억 콘셉트'는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출판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알라딘 인문 MD님이 출연하는 본격 출판 팟캐스트 ‘뫼비우스의 띠지’ 20회는 90년대 베스트셀러 목록과 신문 책 광고를 소개하여 독자의 추억을 되살려 보는 시간을 가졌다.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는 타임머신은 없지만, 과거에 나온 책을 만나거나 읽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있다. 그곳이 바로 책방이다. 여기에 가면 90년대뿐만 아니라 한창 밀레니엄 열풍이 일었던 2000년대 초반의 베스트셀러를 만나볼 수 있다. 책방에 가면 시간이 그대로 멈춘 듯한 느낌이 든다. 먼지가 새까맣게 묻어 있을 뿐이지 책 상태는 대체로 양호한 편이다. 이 책들은 한때 베스트셀러 목록에 늘 상위권에 있었고, 누군가의 책장에 꽂혀 있었다. 그러니까 사람으로 치면 한 시대를 풍미한 인기가수인 것이다. 그렇지만 자고 나면 상큼한 신인들이 나올수록 영원할 것 같은 인기는 점점 떨어지게 되고, 대중들에게 잊힌 한물간 가수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베스트셀러도 마찬가지다. 한 권의 책이 스테디셀러라는 명예로운 칭호를 받기는 쉽지 않다. 베스트셀러가 잊히게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출판사의 도산이다. 출판업계가 좀처럼 활기를 띠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출판사들이 줄줄이 무너지게 되는데 출판사에서 나온 베스트셀러도 파산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 이래서 책의 수명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는 편이다.

 

예전에 나온 책이 다시 한 번 독자의 관심을 받으려면 영화나 드라마에 노출하면 된다. 처음 나올 때 판매량이 저조한 책도 미디어의 힘으로 베스트셀러가 되는 시대이다. 동영상 웹사이트에 공개된 어느 팬의 무대 영상 한 편이 커다란 화제가 되어 무명 아이돌 걸 그룹 가수에서 현재 각종 가요 순위 1위를 휩쓰는 인기 가수가 된 EXID를 생각하면 미디어가 대중에게 미치는 파급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괜히 ‘미디어셀러’라는 말이 나온 것이 아니다. 미디어셀러는 출판 불황이 지속되는 출판 시장에 생기를 북돋우는 긍정적인 영향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디어셀러 열풍이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볼 순 없다. 책의 홍보를 영화나 드라마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면 출판업계의 주도권이 상실될 우려가 있다. 그리고 미디어에 한 번도 노출되지 않은 양서가 소리 소문 없이 묻히게 된다.

 

그래서 온전히 신문이나 라디오 광고로만 책을 홍보했고, 어떠한 홍보도 하지 않고도 독자들의 입소문으로 베스트셀러가 되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이쯤 되면 오랜 전통을 자랑했던 종로서적의 추억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책을 만드는 사람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모두 행복했던 시절이다.

 

이 시절에 누구든지 책을 내고 싶으면, 출판사에 직접 원고를 투고할 수도 있었다. 일반인이 작가로 데뷔할 수 있는 과정이다. 지금도 가능한 일이지만, 출판사가 마냥 독자 원고를 기다리지는 않는다. 이젠 출판사가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등을 활용하는 일반인의 글을 탐색해서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기도 한다. 블로그나 소셜 네트워크는 대중의 반응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일부 출판사에서 기존의 투고 방식을 탈피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사실 출판사 편집자가 독자의 원고를 검증한다고 해서 이 글이 독자들의 반응에 먹힐지 판가름하기 어렵다. 독자의 글이 한 권의 책이 만들게 되는 과정이 출판사 입장에서는 무모한 모험이다. 일단 책으로 만들어보고 잘 팔리면 대박, 반응이 영 시원찮으면 쪽박이다.

 

 

 

 

 

 

비록 내가 책방에서 발견한 이 책은 출판사 수익 성과로 따지면 쪽박일 수 있겠으나 독자들에게 인정받는 작가를 알리는 데 성공했다. ‘인디라이터’ 명로진의 시집 《사랑은 두 가슴이 열려 한 가슴으로 포개지는 꿈입니다》(박우사, 1990년)은 저자가 늘 강조했던 ‘책 쓰기 마라톤’의 시작을 알리는 첫 결과물이다. 지금까지 그가 써온 책들 중에 시집만 두 권 펴냈다. 이 책과 《내 인생은 24시간 절찬 상영중》(가원, 1996/품절)이다.

 

 

 

 

 

 

 

 

 

가벼운 판형, 단순하면서도 촌스러운 티가 팍 나는 표지 디자인과 삽화 그리고 지금 봐도 상당히 오글거리는 제목. 이 시집은 90년대 책 스타일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시집을 펼치면 풋풋한 대학 시절 모습의 명로진 작가의 사진이 있다. 시집에 수록된 작품들을 대부분 ‘사랑’을 주제로 한 것이 많고, 작가가 대학 시절에 쓴 것들이다. ‘연인에게’라는 제목으로 총 30편으로 구성된 연작시가 이 시집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사랑, 그 흔한 단어로 시를 만들었고, 청춘이라면 이런 시를 읽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평소 산을 좋아하기로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이자 최근 《마운틴 오디세이》(바다출판사, 2014)를 펴낸 심산이 시집의 발문을 썼다. 명로진과 심산, 이 두 사람의 인연은 깊다. 명로진은 심산이 직접 설립한 시나리오 작가 학교 심산스쿨 인디라이터반 강사로 활동했다. '

 

 

 

 

 

 

시집 가장 마지막 뒤쪽에 독자에게 원고를 보내 달라는 출판사의 글이 있다. 요즘에 나오는 책에선 볼 수 없는 문구이다. 뜨거운 가슴을 가진 젊고 신선한 글로 책을 만들고 싶은 출판사의 열정이 느껴진다. 이런 열정은 작가가 되고 싶은 독자들의 꿈을 이루어지도록 인디라이터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명로진의 가슴 속에 전달되었다.

 

원고를 우체국으로 보내달라는 문장이 눈에 띈다. 여기서 또 사라져버린 아날로그적 추억의 흔적을 발견한다. 이제 길모퉁이에 우뚝 서 있는 빨간 우체통도 '추억의 골동품'이 되어버렸다. 문득 박우사라는 출판사의 근황이 궁금해졌다. 검색해본 결과, 2002년 이후로 책이 나오지 않는 걸로 봐서는 상당히 오래전에 문을 닫은 것 같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조용히 사라진 것이 너무나 많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붉은돼지 2015-01-18 2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심산과 명로진 연대 불문과 동문이죠
언젠가 명로진이 글쓰기책에서 심산의 마운틴오디세이를 극찬했던 기억이 납니다 산악문학 소개서 비슷한데 몹시 흥미진진했던 기억이 납니다 명로진의 극찬이 허사는 아닌것 같았습니다

cyrus 2015-01-19 12:46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처음 알게 되는 사실입니다. 명로진씨의 글쓰기책을 읽어보지 않았거든요.

2015-01-19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19 2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몬, 눈은 네 목처럼 희다.

시몬, 눈은 네 무릎처럼 희다.

 

시몬, 네 손은 눈처럼 차다.

시몬, 네 가슴은 눈처럼 차다.

 

눈은 불의 키스에 녹지만

네 가슴은 이별의 키스에만 녹는다.

 

눈은 소나무 가지 위에서 슬프지만

네 이마는 밤빛 머리카락 밑에서 슬프다.

 

시몬, 네 동생 눈은 정원에 잠들어 있다.

시몬, 네 눈은 내 눈 그리고 내 사랑.

 

(레미 드 구르몽 ‘눈’, 고종석 『히스토리아』에 인용)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세계의 명시를 모은 작은 시집을 보면 애잔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구르몽의 시 ‘낙엽’을 발견할 수 있다. 잔잔한 구름과 붉은 낙엽 그리고 그 밑에 고독한 분위기에 감돈 가을 나그네가 자연스럽게 떠올려진다. 구르몽의 어조는 행이 거듭될수록 애상이 짙어지며, 마지막에 이르러 스산한 기운이 뼛속까지 스민다. 쓸쓸하고도 짧게 흘러가는 고독감은 곧바로 ‘시몬, 눈은 네 목처럼 희다’로 시작하는 겨울에 관한 시에서도 이어진다. 화자는 시몬을 간절히 불러보지만 그 분위기는 차갑고 더욱 슬프다.

 

과연 두 편의 시에 언급되는 ‘시몬’은 과연 누굴까. 지금도 미지의 여인이 시인과 어떤 관계인지 무척 궁금하다. 이 시를 처음 읽는 사람은 시인이 짝사랑했던 여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구르몽은 ‘시몬의 시인’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구르몽은 금욕을 멀리하고 은둔 생활을 했다. “금욕은 성적 일탈 가운데 가장 기묘한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평생 독신으로 지냈다. 

 

 

 

 

 

 

 

 

 

 

 

 

 

 

그러나 구르몽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과는 달리 완벽한 금욕주의자는 아니다. 그가 쓴 시 두 편은 애송되고 있지만, 여전히 시인의 삶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구르몽의 생애를 소개한 글을 알 수 있는 책은 고종석의 『히스토리아』(마음산책, 2003/절판)와 동아일보 이기우 기자의 『매혹과 환멸의 20세기 인물 이야기』(황금가지, 2006), 단 두 권뿐이다. 두 권 다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한 칼럼을 모은 책이라서 구르몽을 자세히 알기에는 만족스럽지 않다. 고종석과 이기우의 칼럼은 국내에서 단편적으로 많이 알려진 구르몽을 소개하고 있을 뿐이다.

 

 

 

 

 

 

 

구르몽은 시뿐만 아니라 소설도 남겼는데 국내에 소개된 것은 『색 색 색』(문지사, 1993년)이라는 참으로 요상한 제목이 붙여진 작품만이 유일하다. 이 소설은 1908년에 발표되었고, 원제는 『Couleurs, Contes Nouveaux Suivi de Choses Anciennes』이다. 14편의 독립된 이야기와 1편의 산문시로 구성되어 있다. 사랑의 다채로운 모습을 주제로 하고 있다. 순수한 목가적 사랑에서부터 쾌락을 강조하는 사랑까지 각기 다른 연인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독신인 그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쾌락을 철저히 거부하는 금욕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색 색 색』은 구르몽의 작품 세계와 생애를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한다. 여기서 우리가 몰랐던 구르몽의 또 다른 모습을 알 수 있다. 구르몽은 시인 아폴리네르와 플뢰레라는 소설가와 함께 뤽상부르 공원을 산책하다가 갑자기 자기만 혼자 걸어가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잠시 혼자 공원을 걷고 싶었던 것일까. 아폴리네르는 구르몽이 어디에 가는지 몰래 뒤를 밟았다. 구르몽은 철책에 서 있더니 거기에 자신의 친필이 있는 종이 한 장을 붙였다. 그러자 종이가 붙인 철책 쪽으로 여인들이 다가왔다. 그러자 여인들은 종이에 적힌 글과 그 글을 쓴 주인을 바라봤다. 갑자기 여인들은 시인의 모습을 보자마자 기겁하여 그냥 떠나고 말았다. 아폴리네르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구르몽을 피했던 여인에게 다가와 물었다. 시인이 쓴 종이에 자신과 성관계를 맺는 조건으로 100프랑으로 내건 조건이 있었는지 말이다. 여인은 공원을 지나가는 남자들을 유혹하는 창녀였고, 못 생긴 시인의 얼굴을 보고 100프랑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무시하고 도망가 버리고 말았다. 창녀는 시인에게 성적 욕구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구르몽 입장에서는 무척 자존심 상할 법한 일이다.

 

구르몽은 “금욕은 성적 일탈 가운데 가장 기묘한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겉보기와는 달리 쾌락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그가 실천하는 금욕적 삶은 자신을 스스로 단련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묘한 성적 일탈일 뿐이다. 결핵의 일종인 낭창에 걸려 추한 얼굴을 가진 바람에 외출도 하지 않은 채 독신으로 살아야 했던 시인에게 쾌락을 스스로 거부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한 운명이다.

 

구르몽이 여성들과 교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편지. 그는 1915년 죽기 한 달 전까지 나탈리 크리포드 버니라는 이름의 여자에게 꽤 많은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구르몽과 나탈 리가 만나기 시작한 때는 1910년. 이때 나탈리는 33세의 작가 지망생이었고, 구르몽은 화려한 시기가 완전히 지나가버린 52세였다. 두 사람의 집은 서로 가까워서 구르몽은 많은 문학가와 예술가들을 초청하는 모임에 나탈리도 초대했다. 비록 못 생기고 성적 매력이 없지만, 구르몽은 동료 작가들로부터 훌륭한 문인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아마도 구르몽은 자신의 명예를 기회 삼아 나탈리와 좀 더 가까이 지내고 싶었을 것이다. 외모가 아닌 능력으로 승부를 건 것이다. 구르몽은 나탈리가 직접 쓴 시를 자신이 운영하는 문학잡지에 실리게 할 정도로 그녀를 위한 일이라면 모든 것을 다했고, 완전히 그녀만 바라보는 사랑의 노예가 되고 말았다. 구르몽은 그녀를 ‘아마조네스’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시인의 사랑을 더 이상 진전이 없었다. 나탈리는 자유분방한 성격의 레즈비언이었다. 편지를 계속 주고받았으나 구르몽은 나탈리를 자신이 소유할 수 있는 여인으로 만들지 못했다. 그녀의 매력에 끌려 다니기만 하다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구르몽이 세상을 떠난 뒤에, 그녀에게 보낸 편지글이 책으로 공개되었다. 책 제목은 ‘아마조네스에게 보낸 편지’였다. 구르몽과 나탈리가 남긴 상당한 분량의 편지글은 한 권의 철학책으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수준 높은 관념적 주제 혹은 철학적 주제를 다루고 있다. 나탈리는 1972년, 9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지금도 파리에 있는 나탈리의 묘지에 ‘구르몽의 아마조네스’라고 언급된 묘비명이 남아 있다.

 

과연 미지의 여인 시몬은 시인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인 나탈리인 것일까. 아쉽지만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희박하다. 왜냐하면 ‘낙엽’과 ‘눈’이 나탈리를 만나기 전에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독에 몸부림치던 시인이 사랑이 너무나도 그리워서 상상 속의 뮤즈를 문장을 통해서 만들었을 수도 있다.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만든 여인 조각상에 사랑에 빠져 비너스에게 소원을 빌어 조각상을 갈라테이아라는 여인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구르몽은 시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시몬을 그리워하고 그녀를 간절히 부름으로써 진짜 사랑이 실현되기를 원했을 것이다. 그런데 뛰어난 감수성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추한 외모에 모든 연인들의 사랑을 이루어지도록 도와준다는 비너스마저 외면해버리고 말았다. 시에서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그녀를 향해 부르는 시인의 공허한 독백이 너무나도 슬프게 느껴진다. 시몬아,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을사랑하는현맘 2015-01-07 0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학교 시절 친구가 건네준 편지에 늘 저 싯구가 적혀 있었어요. 그 친구는 4계절 내내 저 싯구를 쓰던 참 철학적인 친구였죠. 구르몽 시인의 이런 이야기를 알고 있었을까요? ㅎㅎ
그의 삶이 참 안쓰럽긴 한데 그런 고통과 어려움이 없었다면 깊이 있는 시들도 나오지 않았을거란 생각도 드네요. 삶이란 참...^^

cyrus 2015-01-07 11:05   좋아요 0 | URL
좋은 시가 있는 편지라니 무척 낭만적입니다. ^^
 
영혼의 집 구판 표지 찾기

 

 

 

 

 

 

 

아직 아옌데의 소설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조선인님이 묘사한 책 표지가 어떤 건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옛날에 나온 책 표지 디자인은 요즘 나오는 책에 비하면 다소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소박하면서도 세련된 것도 있습니다. 책방에 가면 그런 책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중에 나오는 책의 구판이라도 표지 디자인이 마음에 들면 사는 편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온라인 중고서점 위주로 조선인이 찾으려는 『영혼의 집』을 찾아봤습니다. 북아일랜드와 북코아 그리고 알라딘 중고샵(온라인)을 참고했습니다. 검색해본 결과, 총 다섯 권이 나왔습니다. (민음사판 제외) 이 다섯 권 이외에도 아옌데의 소설이 다른 출판사 또는 다른 제목으로 출간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마음의 집』 설영환 역 / 삼진기획 (1985년)
『영혼의 집』 최승자 역 / 둥지 (1991년)
『영혼의 집』 박영조 역 / 창현문화사 (1993년)
『영혼의 집』 이경욱 역 / 상원 (1993년)
『하우스 오브 스피리트』 김소영 역 / 지리산 (1993년)

 

 

 

1. 『마음의 집』 설영환 역 / 삼진기획 (1985년)

 

 

 

 

 

 

 

 

2. 『영혼의 집』 최승자 역 / 둥지 (1991년)

 

 

 

 

 

 

 

 

3. 『영혼의 집』 박영조 역 / 창현문화사 (1993년)

 

 

 

 

 

 

 

 

 

 

 

 

4. 『하우스 오브 스피리트』 김소영 역 / 지리산 (1993년)

 

 

 

 

 

일단 검색하면 책 제목은 나옵니다. 출판사와 역자 이름까지 확인할 수 있어요. 이제부터 여기서 조금 복잡한 문제가 생깁니다. 표지를 확인하는 것이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책 표지를 공개하지 않은 판매자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표지 하나 찾는 데 검색하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온라인 중고샵이나 책방 사이트의 단점은 바로 이겁니다. 구매자가 원하는 책 표지를 직접 눈으로 100% 확인하지 못하는 것이죠. 심지어 구매자가 올린 책 표지 사진도 100% 신뢰할 수도 없습니다. 그 사진을 믿고 책을 사다가는 전혀 다른 표지의 책을 받을 수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애서가 여러분들, 서점이나 책방을 자주 애용해주세요!)

 

결국, 이 다섯 권의 책 중에 딱 한 권만 빼도 표지를 확인했습니다. 유일하게 표지를 확인하지 못한 책이 1993년에 상원이라는 이름의 출판사에서 나온 『영혼의 집』입니다. 혹시 조선인님이 찾고 싶은 미지의 『영혼의 집』이 상원에서 나온 책이 아닐까 추측을 해봅니다.

 

비록 비블리아 고서당의 시오리카 씨처럼 책을 발견하는 데 실패했지만, 나중에 책방에 가게 되면 조선인님이 언급하신 『영혼의 집』이 있는지 확인해봐야겠어요. 만약에 찾게 되면 선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조선인 2014-12-23 1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감사합니다. 알라딘의 시오리카씨. 그 책 표지를 못 찾아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

2014-12-23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23 2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23 2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4-12-23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 하우스 오브 스피리트!
언제 영화화된 적이 있었나 보군.
왜 난 못 봤지?
비오리아 고서당이 그런 내용이었나?ㅎㅎ
한번 읽어보고 싶군.^^

cyrus 2014-12-23 22:21   좋아요 0 | URL
저 때문에 누님도 책 제목이 오타가... ^^;; 책 제목이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사실 아직 이 책 안 읽어봤어요. 방금 전에 책을 검색해봤는데 시오리카씨가 여주인공이더군요. 전 남잔 줄 알았어요.. ㅎㅎㅎ

stella.K 2014-12-24 12:03   좋아요 0 | URL
ㅎㅎㅎ 이런...!!!
 

 

 

 

기행문을 읽는다는 것은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기행문의 글쓴이는 여행에서 얻는, 길 위에서 사유하는 이미지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우리는 여행에서 우리가 사는 땅과 다른 구조와 느낌들을 받는다. 그리고 그 안을 여행하며 우리와 다른 부분을 인식하고 사유한다.

 

 

 

 

 

 

 

 

 

 

 

 

 

 

 

 

법정 스님의 『인도 기행』(샘터, 2006년)은 불교의 발원지인 인도에 가서 석가모니의 행적을 따라 유적지를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깨달은 바를 적고 있다. 스님이 직접 찍은 사진과 글 속에 꾸밈없는 매력으로 이루어진 인도의 풍경이 펼쳐져 있다. 그런데 이 사진만으로 인도의 맨얼굴을 본다고 할 수 없다. 책 속의 사진들은 25년 전의 시간이 멈춘 듯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책은 개정 3판까지 나왔다. 초판이 1991년에 나왔는데 스님은 1989년 11월부터 3개월 동안 인도를 여행했다. 2003년에 나온 개정 2판은 사진작가 김홍희가 찍은 사진이 실렸다. 그러다가 개정 3판을 통해 스님이 1989년 인도에서 찍은 사진들이 부활했다.

 

 

 

 

스님은 인도의 4대 성지 룸비니, 부다가야, 녹야원, 쿠시나가를 순례한다. 또 불교 포교의 중심지였던 왕사성, 최초의 불교 사원 죽림정사 등에도 발을 디딘다. 스님의 여정을 눈으로 따라 가다보면 삶과 죽음, 자연과 인간에의 반성과 성찰이 가슴깊이 다가온다.

 

 

 

 

개정 3판 『인도 기행』은 10쇄를 끝으로 절판되었다. 스님의 49재가 끝나는 날인 2010년 4월 28일까지만 새로운 인지를 발급했고, 7월 30일까지만 스님의 책들이 서점에 보급되었다. 이듬해 1월 1일부터 스님의 책들은 더 이상 살 수 없게 되었다. 자신이 쓴 모든 책을 절판하라는 스님의 유지를 받아들인 것이다. 며칠 전에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운이 좋게 산 『인도 기행』은 마지막 쇄로 나온 책 중 한 권이다.

 

스님의 책들이 모두 절판 결정이 되자마자 책을 사재기하는 독자들이 늘어나는 바람에 품귀 현상이 일어났다. 심지어 중고책 시장에 정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스님의 유언은 우리 중생들을 시험하게 만드는 어려운 화두로 남아 있다. 나처럼 스님의 뜻을 알고 싶은 독자라면 책방이나 중고서점에 스님의 책을 발견하면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알라딘 온라인 중고샵에 검색하면 법정 스님의 책이 거래되고 있다. 4년이 지난 지금, 중고가격은 안정되었지만, 『무소유』나 불교 관련 책들은 여전히 높은 가격으로 책정된 상태다.

 

최근에 『무소유』와 스님이 쓴 다른 책을 묶어서 고가로 파는 방식도 보인다. 『인도 기행』은 『무소유』에 비하면 중고책 시장에 쉽게 볼 수 있는 책이라서 금액에 대한 경제적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다. 4년 전보다 스님의 책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 있는 만큼, 판매자는 어떻게든 책을 팔아 보려고 희귀상품인 『무소유』를 끼워 팔기 시작한 것이다. 흡사 허니버터칩을 다른 과자 또는 농산물, 술에 끼워 파는 인질마케팅이 생각난다. 『무소유』를 사기 위해 스님의 또 다른 책도 사야 한다. 비록 정가를 넘는 가격이지만, 『무소유』한 권가격에 비하면 적다. 너무나 비싼 ‘1+1’ 상품이다. 과연 당신이 『무소유』를 꼭 사고 싶다면, 기꺼이 구매할 의향이 있는가. 무척 쉽지 않은 결정이다. 아니, 그런 가격으로 책을 산다는 것은 구매자 입장에서는 손해다. 『무소유』에 딸려 파는 스님의 책을 이미 구입한 독자라면 비싼 돈을 내면서까지 똑같은 책을 또 사게 되는 어리석은 구매를 하지 않을 것이다.

    

스님의 유지를 어기면서 스님의 책을 눈에 쌍심지 켜듯 찾는 속물적인 내가 중고시장의 상황을 비판한다는 것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가 나무라는 꼴이다. 나는 김홍희 사진작가의 사진이 있는 『인도 기행』 개정 2판이 책방이나 중고서점에 발견된다면 살 생각이다. 이제는 세상에 나오지 않는 물적 대상을 자꾸 가지려고 하는, 이 못된 소유욕을 쉽게 버리지 못하겠다. 스님의 말씀이 잊히지 않기 위해서 부족한 필력으로 알리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책을 읽고, 기록을 남겨본다. 그런데 글만 쓰면 뭐 하나. 진드기같이 내 몸에 달라붙은 탐욕스러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떼어내지 못해서 하나도 변한 것이 없는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피북 2014-12-21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 좋은 말씀이시네요. 그리고 절판된다는 이야기에 다소 놀랐습니다. 스님의 유지가 있었다니.. 읽어봐야겠어요^^

cyrus 2014-12-22 20:52   좋아요 0 | URL
네, 꼭 읽어보셔요. ^^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였다. 반 친구들끼리 재미있는 책 한 권을 돌려보던 시절이 있었다. 친구 한 명이 재미있는 만화책을 가져오면 너나 할 것이 서로 보고 싶다고 조른다. 가장 먼저 만화책을 보기 위해서 그 친구에게 뇌물(?)로 과자를 슬쩍 건넨다. 심지어 만화책 한 권 때문에 친구 간의 우정이 파탄 날 때도 있었다. 쉬는 시간이 되면 서로 자신이 먼저 만화책을 봐야 한다면서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많았다.

 

만화책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인기가 있었던 것은 괴담, 공포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특히 ‘공포특급’ 시리즈를 많이 읽었다. 공포를 주제로 한 책이 봇물 터지듯 나오기 시작한 때가 1990년대 초중반 무렵이다. 이런 책들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무서운 이야기 한두 가지 모르면 친구들과의 대화에 낄 수가 없었다. 이때 ‘빨간 마스크’ 괴담이 유행했다. 어디서 주워들은 괴담이 대화의 주제가 되었다. 옛날에 우리 학교가 있던 자리가 공동무덤이었다는 썰부터 시작해서 놀이터에 새벽이 되면 죽은 아이의 귀신이 떠돌아다닌다는 썰까지 근거 없는 괴담을 벌벌 떨면서 들었다.

 

 

 

 

 

 

이틀 전, 헌책방에서 추억의 책을 발견했다. 1992년에 나온 『세계의 요괴도감』(편집부 엮음, 사과나무)이라는 책이다. 이 책도 엄청나게 인기가 많았다. 귀신 이야기에 귀신이 그려진 그림까지 있는 책이었으니 누구도 안 볼 수가 없었다. 친구가 가져온 『세계의 요괴도감』을 읽었던 기억은 나지만, 끝까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친구들이 너무 많아서 천천히 읽을 수가 없었다. 수업시간에 몰래 읽어도 소용이 없었다. 고작 십 쪽 읽었을 뿐인데 읽는 순서를 기다리는 친구들이 자꾸 빨리 읽으라고 재촉했다. 그러다가 한 번은 어떤 녀석이 수업시간에 이 책을 몰래 읽다가 선생님에게 발각되고 말았다. 그 녀석 때문에 책은 압수되었고, 아직 책을 읽어보지 못한 친구들은 그 녀석을 원망했다. 그 친구 다음에 읽는 친구는 실망이 클 수밖에. 이 책을 수업시간에 몰래 읽으면 나름 긴장감이 높아진다. 그만큼 귀신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다. 쉬는 시간에 읽으면 떠드는 아이들의 목소리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진다. 

 

 

 

 

 

『요괴도감』은 특이한 형태로 만들어졌다. 종이를 가로로 넘기는 책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귀신과 괴물이 그려진 삽화다.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의 귀신과 괴물을 소개하고 있다. 삽화가 엉성하지만, 흑백의 조화가 나름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처음 몇 장 정도는 천연색 삽화로 이루어졌고, 나머지는 흑백 삽화로 구성되었다.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주기 위해서 삽화에 흰색보다는 검은색을 주로 많이 사용한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이런 삽화가 무섭게 느껴졌는데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 봐서 그런지 눈을 침침하게 만드는 삽화 인쇄가 불편했다. 그리고 예전처럼 책에 대한 호기심과 무서운 느낌을 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리스 신화나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친숙한 괴물도 있기 때문이다.

 

 

 

 

 

 

 

헨리 퓌슬리  「악몽」  1781년

 

잠자는 여자들의 꿈속에 나타나는 악마 인큐버스(Incubus)를 그린 삽화다. 책은 ‘잉크부스’라고 표기했다. 영문 이름을 소리 나는 대로 적었다. 원래 인큐버스라는 이름에는 ‘위에 올라타다’라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인큐버스를 잠자는 여자의 가슴 위에 올라타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런데 『요괴도감』의 삽화가는 잉쿠버스, 아니 인큐버스는 눈 뜬 여자를 공격하는 악마로 그렸다. 여자의 뱃살을 살짝 꼬집는 인큐버스의 자세가 재미있다.

 

 

 

 

 

 

 

 

 

 

 

 

 

 

 

 

『요괴도감』은 그리스 로마 신화와 각종 요괴 이야기를 모은 책을 참고해서 엮은 책이다. 특히 미츠키 시게루의 <세계 요괴 사전>(1985년, 일본 동경당)을 많이 참고했다. 미츠키 시게루는 요괴만화를 그린 거장으로 평가받는 만화가이다. 예전에 투니버스에 방영된 애니메이션 ‘요괴인간 타요마’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원제는 ‘게게게의 기타로’) 요괴 전문가라고 불릴 정도로 요괴도감을 편찬하기도 했는데 『요괴도감』은 원본을 발췌한 내용일 것이다. 지금도 그의 고향에 가면 만화에 나오는 요괴 동상들이 세워져 있는 ‘미츠키 시게루 로드’와 기념관이 있다.  

 

 

 

 

 

 

 

 

 

 

 

 

 

 

 

 

그밖에 예이츠가 쓴 <켈트 환상 이야기 모음>이라는 책도 참고했는데 『켈트의 여명』(펭귄클래식코리아, 2005년)으로 번역되었다. 예이츠는 1923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아일랜드의 시인이다. 그도 켈트족 전설과 신화와 환상적인 민담을 복원할 정도로 초자연적인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다. 시인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전에 예이츠는 영국의 낭만주의 화가이자 시인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작품 주석집을 내기도 했다. 블레이크는 신비적 경향을 주제로 시와 그림을 남긴 낭만주의의 선구자다.

 

 

 

 

 

 

이 책의 인쇄 정보를 보면 펴낸이가 '김충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김충원 미술교실’을 세울 정도로 드로잉의 재미를 대중에게 알리기 시작한 그 김충원 교수이다. 1990년대 초반에 김 교수는 출판사 ‘사과나무’를 운영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김 교수가 직접 그린 그림이 있는 아동도서도 아이들이 즐겨 읽었다. 특히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시리즈와 ‘IQ 게임 만화퀴즈’ 시리즈를 좋아했다. 이 책들을 펴낸 진선출판사는 현재까지도 김 교수의 드로잉북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공포 이야기를 모은 책이나 만화를 즐겨 읽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이런 책들이 지금도 나오더라도 잘 안 읽을 것 같다. 스마트폰으로 무서운 이야기나 괴담을 접할 수 있으니까. 스마트폰이 나오지 않았던 시절에는 그냥 글자가 적힌 무서운 이야기를 읽으면 무서워서 벌벌 떨 때가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그 공포의 여운이 남아 있다. 자꾸 그 무서운 이야기가 떠올라서 잠이 오지 않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이야기가 인간에게 주는 위력이다. 공포 이야기 모음집은 괴기하고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호기심과 공포심을 충분히 자극할 만했다.

 

 

 

 

 

 

그런데 요즘은 귀신보다 더 무서운 것들이 존재하는 세상이다. 요괴들의 세상이 아닌 요괴보다 더 무서운 인간들의 세상이다. 흉측하고도 비인간적인 사건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요괴보다 인간이 더 무서운 세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