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헌책방에서 우연히 만난 책이다. 책 제목을 본 순간, 프루스트의 소설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이었다. ‘한국출판공사’에서 나온, 꽤 오래된 책이다. 출판 연도가 1984년이다. 모디아노의 소설을 읽어본 독자라면 책 제목이 생소할 것이다. 알라딘에 ‘모디아노’를 검색하면 모디아노가 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책이 나오지 않는다. 모디아노의 소설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은 나도 이 소설의 정체가 궁금했다. 절판되어서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모디아노의 번역 작품일까, 아니면 현재 새 출판사에서 재출간된 작품일까? 책 앞표지와 뒷표지에 작품 원제를 알 수 있는 힌트가 있다. 앞표지에 있는 '프랑스 콩쿠르상 수상작'이라는 문구, 뒷표지에는 'Rue Des Boutiques Obscures'라는 작품 원제가 보인다.

 

이 작품은 9년 뒤에 새로운 제목으로 재출간되지만, 다시 한 번 절판의 운명을 맞는다. 다시 독자들 앞으로 나오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14년이나 되었다. 예전보다 높아진 작가의 인지도 덕분에 이 작품은 당당히 대형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되었다. 프랑스어를 능통한 독자라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어떤 작품인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이 작품을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로 알고 있다. 이 소설로 모디아노는 1978년에 콩쿠르 상을 받았다.

 

그런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국내에 첫 선을 보인 모디아노 작품의 번역본이 아니다. 1978년에 청산이라는 출판사가 ‘어두운 상점 거리’라는 제목으로 번역본을 내놓은 적이 있다. 이 때 당시만 해도 모디아노는 우리나라에 생소한 프랑스 작가였을 것이다. 그래서 독자들의 눈에 잘 띄려고 프루스트의 대표작 이름을 그대로 따와서 책 제목을 정했을 거라고 생각된다. 나처럼 이 책을 프루스트의 소설인 줄 알고 집었다가 낭패를 본 독자들이 꽤 있었을 것이다. 그랬던 이 작품의 작가가 작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을 줄 누가 알았을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살까 말까 고민했다. 모디아노의 절판본을 헌책방에서 만나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다. 21년 전에 나온 책이라서 종이는 누렇게 변색되었지만 읽는 데 큰 불편은 없었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라든가 모디아노의 소설을 한 권이라도 읽었더라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샀을 텐데. 일단 다음에 올 때 사기로 다짐하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원래 책장에 꽂았다. 이 귀한 책을 모디아노를 좋아하는 독자의 손으로 갔으면 좋겠다. 

 

 

 

 

 

알라딘 중고샵에 ‘모디아노’를 검색하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1978년에 나온 《어두운 상점 거리》가 판매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가격은 무난하다. 《가족 수첩》이라는 제목의 모디아노의 소설의 중고 가격이 5만 원이다. 김화영 교수가 번역했는데 작품 원제가 ‘Livret de famille’다. 생소한 제목과 역자의 이름에 혹해서 배송비를 얹은 5만 2천 500원을 지불하면서까지 구입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 책은 ‘추억을 완성하기 위하여’(문학동네, 2015)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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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5-18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중고책 팔 때 알라딘에서 책정하는 가격으로 팔아야하는 줄 알고 그대로 올렸다가 상당히 고가였던 절판책들을 헐값에 넘겼던 일이 생각납니다ㅎ
골동품, 미술품 다 판매자 재량이란 걸 감안한다면 희귀본 책도 고가인 걸 마냥 나무랄 수도 없다고 봅니다. 구매를 하는 사람에게 선택권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 알라딘 자체 중고판매는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중고 판매자에게는 신간 10% 이하로 팔면 안된다고 법적 처벌 등 엄포를 놓으면서 자기들은 30~40% 이하로 팔더군요. 어제 받은 책은 심지어 <출판사 드림>책이던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인 제가 시시콜콜 따지기 벅찬 일이 너무 많아요...구매자들이야 어찌 되었든 싸면 좋은거니 굳이 따지지도 않을 것이고...

cyrus 2015-05-17 21:02   좋아요 0 | URL
알라딘 중고매장에 책을 팔 때 절판본이 고가에 매기는 귀한 책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알라딘 중고샵에 3만 원 이상 되는 절판본이 운 좋게 중고매장에서 만 원 이하로 매겨져서 파는 경우가 있어요. 헌책방에 책을 팔 때도 그렇고, 중고 가격을 책정할 때가 판매자나 매입자 사이에 얼굴을 붉힐 수 있는, 민감한 부분이에요.

AgalmA 2015-05-17 21:09   좋아요 0 | URL
네. 반대급부로 고가의 책인데, 알라딘 중고매장측에서 그걸 파악못하고 넘기는 예도 많죠.
도서정가제로 중고시장도 더욱 복잡한 양상입니다

지금행복하자 2015-05-18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어두운 상점의 거리. 좋아하는 소설인데~~

처음 십여년전에 출간된것이 처음이 아니었군요~ 제목이 달라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몰랐을것도 같아요.
그 제목과 내용이 전혀 상관없지는 않아 보여요~~ ㅎㅎ
뭔가 신기해요~~

cyrus 2015-05-18 22:35   좋아요 0 | URL
저도 저 책을 처음 봤을 때 신기했어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5-05-18 0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가의 중고책`은 그냥 원하는 사람에게 줍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닌데 몇 번 그렇게 되었네요. 제가 가지고 있는 책 중 원가의10배가 훌쩍 넘는 책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그 가격에 거래가 되고 말이죠. 누군가가 저에게 쪽지를 남겼더라고요. 그 가격에 팔라고.. 꼭 필요한 책이라고...

그 쪽지 보고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 사람 한테 이 책은 진짜 귀한 책이겠구나. 나는 딱 한 번 읽고 읽지도 않는 책인데 말이야... 그래서 무료로 그냥 줬습니다. 제가 장사 체질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장사를 하고 있으니.. 시바...

cyrus 2015-05-18 22:42   좋아요 0 | URL
저도 엄청 책을 좋아하는 성격인데도 원가의 10배 되는 가격의 책은 살 엄두가 나지 않아요. 아직까지는 거금을 낼 수준의 애서가가 아닌 것 같아요.. ^^;;

stella.K 2015-05-18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파트릭 모디아노가 생각 보다 더 오래 전에 울나라에 알려졌네.
난 한 90년대쯤이 아닌가 했는데 말야.

제목은 뭐 꼭 그 작가의 대표성을 지니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워낙에 프루스트가 유명한 작가라 그의 작품을 그대로 차용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텐데 파트릭은 그냥 썼나 보구만.
결국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됐으니 사람은 역시 원대한 포부를 가져야 크게
되는 법인가 봐.ㅋㅋ

cyrus 2015-05-18 22:44   좋아요 0 | URL
네, 저도 90년대부터 나온 줄 알았어요. 가끔 헌책방에서 책을 구경하면 책의 역사를 추적하게 되요. ^^

에이바 2015-05-21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른 저 책을 읽고 모디아노가 던지는 진실의 돌멩이에 맞아야겠습니다. ^^; 원제는 어딜 봐도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인데요. 기억상실증을 앓는 탐정이 주인공이라 저 멋진 제목을 함께 붙인 듯 하네요. 프루스트 작품 제목이 직관적이라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참 멋지군요.

cyrus 2015-05-21 20:52   좋아요 0 | URL
제가 불어를 몰라서 구글 번역기를 돌려서 원제를 해석했어요. ㅎㅎㅎ
 

 

 

남자라면 사춘기 시절 한두 번쯤 야한 책을 접한 경험이 있다. 야한 사진이 많은 외국 잡지는 ‘빨간 책’이 되어 친구들끼리 돌아가면서 읽었고, 은밀히 유통되던 일본의 야한 소설 번역본도 호기심을 자극했었다. 오늘날, 성에 대한 금기의 벽이 낮아지면서 야한 사진을 접할 기회는 주변에 널려 있다. 서점에 가서 책을 살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스마트폰을 통해 음란물을 다운로드 받고 감상할 수 있는 세상이다. 학교에서 성인 잡지나 ‘빨간’ 비디오테이프를 돌려보던 시절은 오히려 순박했다.

 

 

 

 

 

 

 

 

 

 

 

 

 

 

 

 

 

 

《서재 결혼 시키기》(지호, 2002)의 저자 앤 패디먼은 열네 살에 아버지(국내에 출간된 《평생독서계획》의 저자이자 작가, 비평가로 활동했던 클리프턴 패디먼)의 서재에 있던 존 클레랜드의 소설 《패니 힐》을 읽고, 부모도 성적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술회했다. 아버지는 순진한 딸이 《패니 힐》을 보지 않도록 숨기려고 노력했지만, 패디먼은 용케도 그걸 찾아내서 읽었다. 우리가 어린 시절 부모님 방 어딘가에 숨겨놓은 ‘빨간 비디오’를 발견하여 처음으로 성에 눈을 뜨기 시작했던 것처럼 야동이 없었던 시절에 사춘기를 보낸 서양의 어린이들은 부모님의 서재에서 꽂힌 야한 책으로 성적 호기심을 충족했다. 

 

캠블 기슬린이라는 미국의 작가는 《미술 걸작의 보고》를 몇 시간씩 끌어안고 살았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기슬린이 예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기슬린은 《미술 걸작의 보고》에 수록된 마네의 ‘올랭피아’ 컬러 복제본이 매우 좋아서 책을 애지중지하게 여겼다. 그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나체를 보면서 음란한 상상에 빠졌는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모델이 두 다리를 약간 꼬는 바람에 자신이 가장 보고 싶은 은밀한 부분을 보지 못한 것이라고 고백했다. 시인인 찰스 벨은 아버지의 서재에 보관된 《아라비안나이트》의 외설적인 장면만 찾아 읽었다고 한다.

 

나는 기슬린의 솔직한 고백에 공감한다. 나 역시 기슬린과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아동도서 전문 출판사인 계몽사에서 나온 《세계 명화 백선》을 소중한 보물처럼 보관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그러니까 네다섯 살쯤에 부모님이 사준 《디즈니 명작 동화》를 읽었는데 아마도 부모님이 계몽사 동화 전집과 《세계 명화 백선》을 함께 샀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모님은 《세계 명화 백선》 을 읽지 않으셨다. 오히려 이 책의 존재를 몰랐다. 한번 이 책을 얻게 된 경유를 알고 싶어서 부모님께 물어봤는데 내가 이 책을 가지고 있는 사실에 의아했다. 《세계 명화 백선》이 어떻게 우리 집으로 오게 되었는지 알지 못한 채 기억의 잃어버린 고리로 남게 되었다.

 

 

 

 

 

 

 

 

 

언제부터인지 명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이미 이 책을 자주 봤다. 《세계 명화 백선》은 고전주의 회화부터 현대 회화까지 각각 시기에 활동했던 화가들의 대표작을 엄선하여 모은 책이다. 당연히 이 책에도 마네의 ‘올랭피아’가 있다. 어렸을 땐 마네가 누군지도 몰랐으며 그냥 ‘야한 그림’으로 생각했다. 《세계 명화 백선》에 ‘야한 그림’이 많았다. 르누아르의 누드화도 있었다. 누드화가 있는 장만 골라 보는 것을 엄마에게 들킬까 봐 《세계 명화 백선》을 방 안에 몰래 보곤 했다. 침을 꿀꺽 삼키면서 책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봤다. 이때부터 나는 내가 야한 상상을 하는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처음으로 미술의 세계로 들어서게 되었다. ‘야한 그림’이 훌륭한 명작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중학생 때였다. 마네의 그림보다 더 야한 야동 장면은 사춘기의 마음을 밤새도록 뜨겁게 만들었고, 예전처럼 《세계 명화 백선》 의 누드화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나는 야동 세대(?)라서 ‘빨간 비디오’나 ‘빨간 책’과 관련된 추억은 없다. 그렇지만, 야동이 나오기 전에 《세계 명화 백선》을 통해서 처음으로 성에 대한 호기심을 느꼈다. 《세계 명화 백선》은 내 손길이 닿지 않은 책장 한 구석에 오랫동안 잠자고 있다. 이 책을 버리지 않은 이유는 어린 시절 나를 즐겁게 해준 ‘야한 그림’이 있었고, ‘야한 그림’ 덕분에 마네, 르누아르가 누드화를 즐겨 그린 변태 화가가 아니라 최고의 인상주의 화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계 명화 백선》을 읽은 덕분에 미술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신체에서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화가의 능력에 감탄했다. 간혹 미술관에 전시된 누드화를 보고, 자위행위를 하는 관객이 있다고 한다. 미술이 무엇인지 모르고 야동을 즐겼다면 나는 그 관객처럼 예술의 ‘예’ 자도 모르는 변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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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주 가는 도서관은 교보문고 매장과 가깝다. 오전에 공부하고 난 뒤에 교보문고 매장으로 향했다. 이번에 나온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를 사기 위해서다.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하는 것은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일상다반이다. 서점에 가서 양손으로 책을 만져보고, 두 눈으로 종이 한 장씩 훑어보는 독자들도 있다. 하지만 간편한 결제가 이루어지고, 밖에 나가지 않고도 집에서 책을 받을 수 있는 인터넷 주문이 편하다. 이렇다 보니 동네서점은 점점 쇠퇴의 길을 걷고, 대형서점을 찾는 사람들도 그렇게 많지 않다.

 

수요일에 올재 클래식스 열네 번째 시리즈가 오전부터 교보문고 홈페이지와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출고되었다. 어제 정오에 인터넷 교보문고에 검색해봤는데 생각했던 것과 달리 영업점별 재고가 꽤 많이 남아 있었다. 늦어도 내일 완전히 매진될 것으로 보인다. 나는 손과 눈으로 책을 느껴보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 올재 클래식스를 살 땐 무조건 교보문고 매장을 방문한다. 어제 오전에 해야 할 일을 다 끝내고 점심을 먹은 뒤에 교보문고 매장에 갔는데 이때 시간은 1시 조금 넘었다. 늦게 가도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를 살 수 있다. 또 느긋하게 책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쥘 르나르의 《박물지》에 《일기》도 같이 수록된 사실을 알았다.

 

헌책방 한 곳에 가서 책을 몇 권 샀는데도 그 옆에 있는 다른 헌책방도 꼭 들러봐야만 직성이 풀린다. 이와 마찬가지로 교보문고를 다 둘러봤으면 다음 목적지로 발길을 돌린다. 책이 많은 곳이면 된다. 교보문고와 아주 가까운 위치에 있는 알라딘 중고매장, 대구시청 주변이나 태평상가 건너편에 밀집된 헌책방들 그리고 조금만 더 걸으면 대구역 지하차도(‘굴다리’라고도 한다)에 있는 헌책방과 남문시장 주변에 있는 헌책방 골목도 있다. 특별히 순서를 정해서 가기보다는 기분 내키는 대로 가는 편이다. 책을 살 수 있는 비용과 돌아다닐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어서 하루에 네 곳을 다녀본 적은 없다. 하지만 두 곳은 꼭 간다. 알라딘 중고매장 안에 있는 손님들이 너무 많은 탓에 책을 읽을 분위기가 나지 않거나 읽을 만한 책이 없으면 무조건 헌책방에 간다. 그곳에 가면 일단 조용해서 좋다. 또 귀중한 금맥 같은 절판 본을 발견할 수 있다. 내 머릿속엔 ‘책, 헌책방, 성공적’이라는 좋은 기억이 남아 있다. 알라딘 중고샵에서 비싼 가격에 매겨진 책을 헌책방에서 싼 가격으로 샀던 경험이 많다. 

 

햇빛으로 비타민 D를 공급받을 겸해서 대구역 지하차도로 걸어갔다. 작년 12월에 처음 지하차도 헌책방을 가게 되었는데 ‘가나헌책방’이라는 곳에 두 번 간 것이 전부다. 이번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헌책방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영광도서’라는 간판을 단 헌책방에 갔다. 역시 ‘가나헌책방’처럼 가게 전체 내부가 좁았다. 책장이 가게 내부 중앙에 있어서 그런지 가게가 더 좁아 보였다. 가게 안에 두 사람이 들어갈 수가 없다. 손님 한 사람이 가게 안에 있으면 다른 손님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없다. 하지만 나는 이런 좁은 공간의 헌책방도 좋다. 헌책방의 책들은 애서가를 유혹하기 위해 둘러싼다. 대형서점에서 책을 읽는 기분과 완전히 다르다. 좁은 규모의 헌책방은 독자와 책과의 거리를 더욱 가깝게 해주는 최적의 장소이다. 책을 꼼꼼하게 확인하려는 몰입도도 높아진다. 기차가 ‘덜커덩’거리면 지나가는 소리는 헌책방 내부의 고요한 정적을 방해하지만, 책에 완전히 현혹된 애서가의 최면은 절대로 깨뜨리지 못한다. 오히려 기차 소리가 낭만적으로 들린다. 군상의 잡담이 사방에 메아리처럼 울려대는 대형서점에 비하면 대구역 지하차도 헌책방이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쪼그려 앉으면서까지 바닥에 있는 책들도 꼼꼼하게 살핀다. 연세가 많은 영광도서 주인장은 젊은 손님이 책을 살피는 모습이 신기한 듯 유심히 지켜본다. 주인장의 시선이 조금은 부담스러웠지만, 책을 고르는 데 큰 방해가 되지 않았다. 30여 분 동안 눈알을 여러 번 굴린 끝에 손님의 눈길이 가지 않은 곳에 아주 귀중한 책을 발견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다. 가게 입구 근처에 이 책이 있을 줄이야.

 

 

 

 

 

지금까지 헌책방을 여러 번 방문하면서 읽고 싶은 절판 본을 운 좋게 찾아봤지만, 오늘은 대박에 가까운 날로 기억될 것이다. 아서 C. 클라크의 《라마》 (고려원, 1994) 1권부터 6권까지 책장에 꽂혀 있었다. 책장 맨 아래에 있어서 쪼그려 앉아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7권이 없다. 혹시 7권이 어디선가 따로 꽂혀 있을 거라는 생각에 책장 주변을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7권 모두 발견했더라면 올해 헌책방 탐방 중 최고의 날이 될 수 있었다. 원래 혼자서 책을 잘 찾는 편이라서 찾기 힘든 책도 끝까지 찾고 마는 집요한 성격이라서 웬만하면 주인장에게 책을 찾아달라고 부탁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오늘 영광도서를 방문한 것이 처음이라서 주인장의 도움이 필요했다. 라마 7권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인장도 라마 7권을 찾지 못했다.

 

아서 C. 클라크는 로버트 하인라인, 아이작 아시모프와 함께 과학 소설계의 3대 거장으로 손꼽힌다. 최고의 과학 소설가에게 수여하는 4대 과학 소설 문학상(휴고상, 네뷸러상, 존 캠벨 기념상, 주피터상)을 전부 수상했는데 과학 소설 문단을 뒤흔든 작품이 바로 1973년에 발표한 라마 1권인 《라마와의 랑데부》이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제작한 영화로도 잘 알려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황금가지, 2004)다. 그는 뛰어난 과학 소설가이지만 미래학자로서의 업적 또한 상당하다. 통신위성의 기본적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클라크가 남긴 수많은 과학 소설들은 후대의 과학 소설가들뿐만 아니라 과학자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었다.

 

 

 

 

 

 

《라마와의 랑데부》는 직경 수십 킬로미터의 거대한 천체가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것에서 시작한다. 놀랍게도 이 구조물의 정체는 우주선 라마 호. 인류가 외계문명과 조우하는 이야기의 발상은 훗날 과학 소설의 주요 플롯이 되었다. 15년 뒤에 클라크는 미국 NASA 주임 연구원으로 활동했고, 칼 세이건과 함께 유명한 과학 다큐멘터리 ‘코스모스’를 기획한 젠트리 리와 함께 라마 후속작을 쓰기 시작한다. 2편 《Rama II》(1989년), 3편 《The Garden of Rama》(1991년), 4편 《Rama Revealed》(1994년)가 발표되었다. 국내에 번역된 라마 시리즈의 원서 구성은 다음과 같다.

 

2권 ‘위험한 탐사’ & 3권 ‘의문의 궤도 수정’ : 《Rama II》
4권 ‘남겨진 지구인’ & 5권 ‘새 에덴 동산’ : 《The Garden of Rama》
6권 ‘외계인의 도시로’ & 7권 ‘밝혀지는 라마’ : 《Rama Revealed》

 

《라마와의 랑데부》는 국내 과학 소설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과학 소설의 최고봉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젠트리 리와 함께 쓴 라마 후속작은 최악의 작품으로 평가한다. 독자 서평들을 참고하면 후속작이 전작 《라마와의 랑데부》의 명성에 따라가지 못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젠트리 리가 대작을 망쳤다는 시선도 많다. 심지어 7권까지 읽는 일은 시간 낭비라고 단호하게 경고하는 서평도 있었다. 아직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작품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다. 라마 시리즈를 읽기보다는 아서 C. 클라크의 작품 세계를 알아보는 차원에서 단편 전집과 장편소설을 먼저 읽어볼 생각이다. 

 

 

 

 

 

 

 

 

 

 

 

 

 

 

 

 

 

라마 시리즈 6권을 총 9000원에 샀다. 한 권당 1500원. 뜻밖의 발견에 이은 뜻밖의 가격이다. 고려원에서 펴낸 라마 시리즈는 현재 아서 C. 클라크 번역본 중에서 가장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10년 전에 복간되었으나 절판된 《라마와의 랑데부》(옹기장이, 2005)도 마찬가지다. 최상급 상태일수록 가격이 높다. 참고로 내가 찾지 못한 라마 7권은 알라딘 중고샵에서는 6만 원으로 책정되었다. 이걸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된다. 나는 악서(惡書)도 희귀한 가치가 충분히 있고, 이제는 구하기 힘들다면 일단 소장해보는 성격이다. 그렇지만 과학 소설 마니아라면 나에게 비싼 돈을 주면서까지 책을 사지 말라고 충고했을 것이다.  

 

 

 

 

 

※ 사진출처 : 황금가지 출판사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라마 시리즈와 더불어서 가장 비싼 아서 C. 클라크 작품 번역본으로는 모노리스 3부작 시리즈다. 1부는 쉽게 구할 수 있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다. 2부 《2010: Odyssey Two》(1982)와 3부 《2061: Odyssey Three》(1987)는 1980년대부터 모음사라는 출판사에서 나왔으나 절판되었다. 4부 《3001: The Final Odyssey》(1997)는 정식으로 출간되지 않았으나 1990년대 후반부터 과학 소설 독자가 천리안에서 번역한 글을 2006년에 과학 소설 독자들을 위해서 제본 형태로 100부를 제작했다고 한다. ‘3001 최후의 오디세이’라고 검색을 하면 전설의 희귀본이 된 4부의 책 표지를 확인할 수 있다. 아무튼, 1부를 제외하면 2, 3, 4부가 3만 원 이상 넘는 비싼 책이 되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리즈 또한 라마 시리즈처럼 후속작에 대한 평이 좋지 않다. 거장도 전작의 명성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다. 터무니없는 가격 앞에서 그저 군침만 흐르는 독자들이 있다면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져보는 것이 좋겠다. 왜냐하면, 황금가지 출판사가 올해 4분기에 스페이스 오디세이 완전판 출간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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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5-04-10 0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경사가!!! 축하드립니다. 저도 한국에 살았더라면 자주 비슷한 내용의 포스팅을 올렸을 듯 합니다. 너무 부럽습니다.ㅎ 그나저나 `성공`이라는 표현은 이산타 아저씨 이후로는 완전히 다르게 다가오네요.ㅎㅎㅎㅎㅎ

cyrus 2015-04-10 23:45   좋아요 0 | URL
헌책방에서 책을 고를 때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운이 따라줬던 상황일 겁니다. 이런 소소한 행복을 느낄 때가 제일 기분이 좋습니다. ^^

해피북 2015-04-10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득템 하셨네요 ㅎ 축하드려요 그리구 소개해주시는 책방들 대구에 들러 쭉 투어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가 저는 아직 헌책방가도 책을 고를 안목이 없어서 가봐도 별소용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cyrus님의 오랜시간의 독서편력도 느껴지면서 부러운 마음 한가득 놓고 갑니다 ㅎㅎ

cyrus 2015-04-10 23:48   좋아요 0 | URL
헌책방에서 책을 고르는 데 안목은 필요하지 않아요. 천천히 읽어보고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면 됩니다. 대구에 남아있는 헌책방에 많지 않지만, 다 둘러보고 나서 대구 헌책방 위치를 알 수 있는 약도를 만들려고 합니다. ^^

붉은돼지 2015-04-10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축하드립니다. 저는 라마시리즈는 금시에 초문입니다. 견문 일천한 소생 많이 배웁니다. ^^
중앙도서관에 자주 가시는 군요...저도 옛날엔 많이 갔었습니다. ㅎㅎㅎ

cyrus 2015-04-10 23:51   좋아요 0 | URL
역시 붉은돼지님은 단번에 아시는군요. ㅎㅎㅎ 저도 이제 막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는 아기 수준인데요. 저는 클라크의 대표작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만 알고 있었어요. 과학 소설 마니아의 블로그를 알게 되고 난 이후부터 과학 소설이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에이바 2015-04-10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득템 축하드려요! <라마>는 처음 듣는데요, <스페이스 오디세이> 출간 소식까지 오늘도 좋은 소식 알게 되었네요. 7권 가격이 무지 쎄네요. 너무 비싸니 원서(?)는 어떠실런지... 올재 클래식스 사셨나요? 전 <박물지>랑 <산해경> 샀는데요. 르나르 글과 그림이 참 귀엽고 좋아요. 일기도 진솔하고요. 몇 장은 사진도 찍어놨어요. ㅎㅎ <산해경>은... 삽화를 보니 기분이 아스트랄해져서 시간을 갖고 읽으려 합니다.

cyrus 2015-04-10 23:54   좋아요 0 | URL
어제 조금씩 <산해경>을 읽었는데, 진짜 황당하더군요. 생각보다 텍스트가 단순해서 일주일 안에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비로그인 2015-04-17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구역 지하도옆에 헌책방집을 예전에 학교 다닐때 부지런히 드나들었지요.
그 덕에 저는 헌책은 빌려보기도 싫더라구요.

헌책방집의 좋은 점은 구하기 어려운 책들을 거기서는 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지요.
헌책방집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cyrus 2015-04-19 17:36   좋아요 0 | URL
맞아요. 동네서점보다 제일 열악한 상황에 처한 곳이 헌책방이에요. 헌책방을 운영하시는 분들 대다수가 연세가 꽤 많고, 혼자서 가계를 책임지고 있다보니 얼마 못 가서 폐점하는 경우가 많아요.
 

 

 

 

오랫동안 짝사랑하던 여자와 단둘이서 데이트를 할 수 있는 상황과 그토록 사고 싶었던 절판본을 책방에서 발견하게 되는 상황 중에 딱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후자를 선택하겠다. 지금까지 살았던 과정을 되돌아보면 절판본을 운 좋게 발견하는 성공률이 짝사랑하는 여자와의 데이트가 성사되는 성공률보다 월등히 높았다. 관심 있는 여자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그런 거(?)는 내 삶에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지금은 여자보다는 책 읽는 시간이 좋다.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라는 드라마 제목처럼 절판본을 찾는 것도 기적이 필요하다. 책방이나 온라인 중고서점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책이나 비싸서 못 사는 책을 싸게 살 때가 있다. 지금까지 책방과 온라인 중고서점을 애용하면서 수차례의 기적을 경험했다. 특히 지난 주말에 절판본을 발견했던 기적 같은 일은 절대로 잊히지 않을 것이다.

 

기적의 발단은 책을 주제로 한 글이었다. 지난주 토요일에 <시사IN>에 게재된 박태근 인문MD의 글을 우연히 읽었다. 글의 제목은 「그때 그 시절의 ‘베스트셀러’들」.(글 제목을 클릭하면 박태근 MD의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무한도전 토토가’로 1990년대 유행가를 따라 불러보는 추억에 공감했듯이 1990년대 베스트셀러가 진열대를 차지했던 서점의 풍경을 되돌아보면서 출판 및 독서문화의 향수를 느껴보는 글이었다. 박태근 MD는 1990년대에 독자들에게 사랑받았던 독특한 성격의 베스트셀러로 《월리를 찾아라》를 언급했다.

 

 

 

 

 

 

 

 

 

 

 

 

 

 

 

 

 

 

 

 

 

 

 

 

 

 

200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은 《월리를 찾아라》를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도 수준 높은 외국 그림책이 많이 나오지만, 1990년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그림책을 꼽으라면 단언 《월리를 찾아라》가 되겠다. 책을 멀리하는 아이의 책장에 한 권쯤은 꽂혀 있을 정도로 어린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월리를 찾아라》를 펼치는 순간, 공부할 때 생기지 않았던 집중력이 갑자기 생겨난다. 요즘 아이들은 각종 게임과 어플이 가득한 최첨단 장난감 스마트폰이 없으면 하루라도 못 산다. 그렇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에 눈과 머리를 모으고 월리를 찾아대던 시절이 있었다. 《월리를 찾아라》 는 단순히 숨은 그림을 찾는 그림책이 아니다. 아이들의 눈과 머리를 즐겁게 해주는 멋진 장난감이었다.

 

월리는 1987년에 영국의 삽화가 마틴 핸드포드의 펜에 의해 탄생했다. 대교출판을 통해 처음 국내에 소개되었다, 1990년대에 태어난 세대는 대교출판에서 나온 《월리를 찾아라》를 읽었다. 2008년에 예꿈이라는 출판사에 재출간되었지만 절판되었다. 영국과 호주에서는 월리로 알려졌지만 나라마다 이름이 다르다. 미국에서는 왈도, 우리나라와 노르웨이는 윌리라고 부른다. 대교출판에 처음 나왔을 때는 ‘월리’라고 표기했는데, 예꿈출판사에 재출간되면서 ‘윌리’로 개명되었다. 사실 예전에 월리를 윌리라고 부르기도 했다. 월리라는 발음이 지금도 여전히 생소하다. 

 

월리 열풍에 힘입어 TV 만화 시리즈로도 나왔는데 이십년 전에 KBS 2TV에 만화를 방영한 적이 있었다. 만화 에피소드 중간에 월리가 숨겨진 그림이 나오는데 시청자들도 월리를 찾아보는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시간 관계상 그림을 잠깐 몇 초만 공개했는데 월리를 찾으려고 TV 브라운관에 얼굴을 바짝 갖다 대다가 어머니한테 혼나기도 했다. 그 당시 TV는 요즘처럼 거대한 HD 화면이 아닌 아날로그 화면이라서 아무리 시력이 좋아도 월리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만화가 끝나고 나면 월리가 있는 곳을 알려줬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 월리는 숨어 있었다. 

 

 

 

 

 

그런데 나는 《월리를 찾아라》에 관해서 좋지 않은 추억이 있다. 어렸을 때 《월리를 찾아라》를 사지 못했다. 엄마에게 책을 사달라고 졸랐던 적이 있었는데 엄마는 끝내 사주지 않았다. 아마도 그림만 있는 책이 학습 발달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친구의 집에 놀러 가면서 《월리를 찾아라》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친구와 로봇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면서 노는 것보다는 《월리를 찾아라》를 보는 것이 좋았다. 친구의 집에 가면 친구가 가진 장난감을 탐내는 것이 당연한 건데 나는 《월리를 찾아라》를 갖고 싶었다.

 

 

 

온라인 중고서점에 판매되는 월리 시리즈의 최저 가격이 15000~20000원대이며

제일 비싼 가격으로 40000원을 넘는다.

 

 

내 마음속에 잔불로 남아있던 어린 시절 책에 대한 소유욕이 다시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월리를 찾아라》의 중고가가 비싸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알라딘 중고샵에 검색을 해봤다. 세상에 이럴 수가!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만 원 이하의 가격으로, 그것도 《월리를 찾아라》 시리즈 두 권이 중고샵에 있는 것이다. 두 권의 책 상태가 ‘최상’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주문했다.  

 

 

 

 

 

 

어제 주문한 책을 받았다. 15년 만에 추억의 책을 만져보게 되었다. 비록 내가 어렸을 때 즐겨 보던 책은 아니었지만, ‘날 찾아봐라!’라고 말하듯이 해맑게 웃는 월리의 얼굴이 무척 반가웠다. 눈 빠지도록 월리를 찾았을 땐 실실 웃는 월리의 얼굴이 얼마나 밉상이었던지. 깨알같이 그려진 많은 사람들 사이에 월리만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월리는 얄밉게도 어린 독자에게 적지 않은 미션을 부여한다. 월리의 여자친구 웬다, 마법사 할아버지, 강아지 우프, 월리를 괴롭히는 우드로를 찾아야 하고, 월리가 여행 중에 잃어버린 소지품들도 찾아야 한다. 이걸 다 찾으려면 족히 한 시간 이상 걸린다. 월리보다 제일 참기 힘든 캐릭터가 강아지 우프다. 우프는 빨간 줄무늬 꼬리만 드러낸 채 숨어 있다.

 

 

 

 

 

 

만약에 월리 시리즈가 다시 나온다면 아이들의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의 자리를 뺏을 수 있을까? 서글프지만 월리가 예전의 명성을 되찾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집중력을 쏟아낸다. 학습 능력에 도움이 되지 않고, 시력을 떨어뜨린다. 안구가 움직이는 횟수가 적고, 너무 한곳에만 향하면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 벌써 시력이 나빠서 월리처럼 안경을 쓰고 다닌다. 《월리를 찾아라》에 지나치게 몰입하면 눈이 피로해서 시력에 안 좋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인내심, 관찰력을 높이는 데 도움 된다. 나는 월리 시리즈가 아이들보다는 시력이 점점 떨어지기 시작하는 중장년층이 많이 애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력 저하를 예방하려면 안구 운동을 자주 해야 한다. 즉, 안구를 상하좌우로 자주 움직여야 한다. 어젯밤에 오랜만에 월리를 찾아보니까 눈에 힘이 들어간다. 스마트폰의 존재가 잊힐 정도로 몇 시간동안 월리를 찾으러 그림 여행을 했다. 눈이 피곤해도 기분이 좋다. 오랜만에 월리 덕분에 이십 년 전의 시간도 찾을 수 있었다. 그림에 푹 빠져들었던 어린 시절의 나를. 이 잡문을 보는 이웃님들도 방 한 구석에 먼지 쌓인 채 잠들어 있을 월리를 찾아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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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3-11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찾다가 인내심 폭발해서 막 난리치곤 했는데 ㅋㅋㅋ 그리고 나라면 책 말고 남자를 택하겠어!!

cyrus 2015-03-12 22:31   좋아요 0 | URL
역시! ^^

[그장소] 2015-03-11 2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그 남자랑..같이 한정판 내지 절판본 그 책을 사러가면 안되는 건가요? ㅎㅎㅎ

앤의다락방 2015-03-12 0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옛날 생각나네요^ ^

달걀부인 2015-03-12 07: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야나님이나 그장소님에게 한표. 저도 남자욧!

붉은돼지 2015-03-12 0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자는 성공률이 높다고 하셨으니 앞으로는 전자를 한번 선택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ㅋㅋㅋ

cyrus 2015-03-12 22:34   좋아요 0 | URL
전자의 성공률이 너무 저조해서 이루어지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5-03-12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과 더불어 눈의 초점을 애매하게 맞춰 숨겨진 숫자나 그림따위를 찾아내는게 있었는데, 전 그걸 하는 요령을 아직도 모른다는~ㅠㅠ
때문에 아직도 이 책이 왜 날개돋힌듯 팔렸었는지 모른다는~ㅠㅠ

달걀부인 2015-03-12 09:25   좋아요 0 | URL
매직아이맞죠? ㅋ 저도 아직도 그거 어뎧게하는지몰라요. .

양철나무꾼 2015-03-12 09:30   좋아요 0 | URL
아, 맞다~^^
그동안 적조하셨어요, 어디 다녀오셨어요~, 달걀부인님?^^

cyrus 2015-03-12 22:39   좋아요 1 | URL
매직아이도 90년대에 많이 나왔어요. 저도 월리 시리즈가 유행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신기해요. ^^

달걀부인 2015-03-12 0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집안일들하느라구요. 다시 중국에 왔거든요. ^^ 이제서야 정리하고 어제부터 책 잡았어요.

양철나무꾼 2015-03-12 09:36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자주 아껴 뵈여~^^

수이 2015-03-12 10:00   좋아요 0 | URL
컴백하셔야죠 얼른~ ^^

transient-guest 2015-03-13 0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짝사랑 데이트는 말 그대로 데이트일 뿐이지 사귀게 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저도 절판본 구입기회를 선택하겠습니다!!! 참 현실적이지요??ㅎㅎㅎㅎ

cyrus 2015-03-13 20:40   좋아요 0 | URL
ㅎㅎㅎ 맞아요. 현실적인 선택은 맞는데... 쪼금은 슬프네요.. ^^;;

[그장소] 2015-03-13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이트도 첫..하루가 ..한번이 있어야 다음도 그다음도 있죠..꼭 될 거란 보장이 되어있는 만남은 정략결혼뿐 아닌지ㅎㅎㅎ그건 어쩐지 거래같잖아요.^^ 살면서 가슴떨며 누군가의 그림자만 따라 걷던 기억조차 없이..아니면 누군가 자신에게 그런 마음을 품는 사람조차 없다..여겨지면 참 사막같을것 같아요.추억만들기..란 노래 도 있죠..왜~^^
넘..꿈 같은 소리만 하죠..ㅎㅎㅎ 제가 잘 그래요.균형을 많이 깨뜨리곤 하는 편인지도 모르겠어요..

cyrus 2015-03-13 20:43   좋아요 1 | URL
맞아요. 연애도 일단 직접 해보고 경험이 많아야 느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짝사랑은 많이 해봤는데 다음 단계로 발전한 경험이 없어요... ^^;;

[그장소] 2015-03-13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상처받기 싫어 그럴 수도 있겠지만..(트라우마같이)안전한 길로만 다니는 일종의 습관이실지도요..^^
짝사랑에 빠진 자신을 더 사랑하시는 걸까나..?!ㅎㅎㅎ
계단이 없는건지..아님..길없는 곳의 것만 보시던가요..내 연애 말고 타인의 연애만이 이상적으로 보이는..^^

cyrus 2015-03-14 21:30   좋아요 0 | URL
상처받기 싫은 것도 있지만,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연애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
 

 

 

오늘 황사가 있는 날인데도 대구 날씨는 참 좋았다. 설 연휴 동안 거의 독서실에서만 지내다 보니까 나들이하고 싶은 생각이 불쑥 들었다. 놀러 갈 만한 곳이 딱히 없으면 책방이나 서점에 가서 책 구경을 한다. 돈 많이 안 들면서 혼자 놀기에 좋은 곳으로 책방이나 서점만 한 데가 있을까. 오랜만에 대구역 근처 지하상가에 있는 책방으로 향했다. 오래전에 이곳도 대구를 대표하는 책방의 메카였다. 책방을 찾아오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어지면서부터 그 많던 책방들은 하나둘씩 문을 닫기 시작했고, 지금은 두세 개의 책방만 지하상가를 지키고 있다.

 

내가 자주 가는 책방의 이름은 ‘가나헌책방’이다. 연세가 꽤 있어 보이는 할아버지 혼자서 책방을 운영한다. 책방 내부는 상당히 협소하다. 몸 하나 뉘이면 꽉 차는 고시원 원룸 평수보다 조금 넓은 편이다. 책방 안에 장정 세 명이 서서 책을 고르면 비좁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가나헌책방은 언제나 가도 시끌벅적하다. 책방 주인 어르신의 말동무가 되어주는 단골손님들이 찾아온다. 책방 내부가 좁아서 어르신과 손님과의 대화를 엿듣지 않으려고 해도 귀에 다 들어온다. 나는 어르신들의 대화에 신경 쓰지 않고 책 고르는 데 열중하는 개썅마이웨이다.

 

책방이나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면 구하기 힘든 귀한 책 한 권을 발견할 정도로 촉이 되게 좋은 편이다. 내가 간절하게 가지고 싶어 하던 책이 어떻게든 책방에 가면 저절로 만나게 되더라. 인복, 여복은 없어도 책복은 많다. 내가 원하는 책이 있는지 책방 주인에게 물어보지 않고 직접 혼자 찾는다. 개인 약속이 없거나 책방 주인이 책방을 일찍 문 닫지 않는다면 두세 시간 이상 책방 내부 전체를 보물 찾듯이 꼼꼼하게 둘러본다. 손에 먼지 묻혀가며 오래된 종이 냄새를 맡으면서 책 한 권 한 권씩 마음껏 펼쳐볼 수 있는 이 시간이 너무나도 좋다.

 

 

 

 

 

 

가나헌책방을 방문한 지 오늘이 두 번째지만, 비좁은 책방을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님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책장 구석까지 살펴보면 귀한 책을 만날 수 있다. 운이 좋게도 절판된 법정 스님의 책을 만났다.

 

 

 

 

 

작년 4월에 찍은 사진

 

 

2년 전부터 알라딘 대구점에서 법정 스님의 책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예전엔 한 달에 다섯 번 정도(매주 한 번씩 방문한 셈이다)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는데 손님이 판 책만 따로 꽂은 책장(A 코너)엔 법정 스님의 책 한 권쯤은 있었다. 스님의 무소유 정신에 어긋나는 행동이지만, 스님의 책을 사다보니 어느새 꽤 많이 모았다. 작년 12월, 알라딘 대구점에서 산 《인도기행》(샘터, 2006)까지 포함하면 총 14권이었다.

 

 

 

 

 

 

오늘 가나헌책방에서 만난《말과 침묵》(샘터, 1982) 초판 13쇄와 《산방한담》(샘터, 1983) 초판 그리고 정말 책방에 찾기 힘든 범우문고 《무소유》(범우사, 1985)까지 사면서 스님의 대표작을 거의 모으는 데 성공했다. 작년 초에 이미 양장본 《무소유》(범우사, 1999)를 샀기 때문에 《무소유》를 두 권이나 소유하게 되었다. 범우문고 《무소유》에 문학평론가 김병익이 쓴 '법정론 : 불교적 지성과 현대적 사랑'이라는 글이 수록되었는데 양장본 《무소유》엔 없다.

 

 

 

 

 

범우문고 《무소유》는 손바닥에 딱 맞는 포켓북이다. 1976년에 처음 나왔을 땐 범우문고가 아닌 범우에세이선(選) 15번이었다. 파란색 표지의 《무소유》가 1985년에 나온 범우문고 시리즈 2번이다. 이 책이 범우문고의 《무소유》로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선보였다.

 

 

 

 

 

 

 

 

 

 

 

 

 

 

 

 

 

1991년에 깃털 펜을 쥔 손이 그려진 회색빛 표지로 바뀐다. 지금의 주황색 표지로 바뀌기 시작한 때가 2004년이다. 《무소유》를 너무나도 갖고 싶어서 알라딘 대구점을 배회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나 지나버렸다. 《말과 침묵》과 《산방한담》도 《무소유》 다음으로 구하기 힘든 책이었는데 오늘 한꺼번에 만날 줄이야. 80년대에 나온 초판이라서 세로쓰기로 되어 있지만, 초판도 온라인 책방에서 꽤 비싼 가격으로 판매된다.

 

 

 

 

 

JP의 부인 박영옥 여사가 세상을 떠나면서 JP와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가 부각되고 있다. 오래전부터 제3공화국 정치권력의 비사가 너무나도 궁금했던 터라 1990년대 초부터 중앙일보에 연재했던 기획물을 정리한 《청와대 비서실》 1권(중앙일보사, 1992)을 발견했다. 1권의 저자는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다. ‘청와대 비서실’ 연재가 90년대에 엄청나게 큰 인기를 끌었는가 보다. 연재물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는 책의 추천사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청와대 비서실’은 중앙일보의 대단한 인기 연재물이다.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청와대 비서실’이 나가는 금요일에는 가판이 더 팔리고 혹은 이날 배달사고라도 있으면 보급소가 독자항의 전화로 불이 난다. 현재 2년째 연재를 계속하고 있지만 인기는 여전하다. (6쪽)

 

1992년 당시 중앙일보 편집국장이었던 송진혁 고려대 석좌교수의 자화자찬 추천사가 믿을 수 없어서 ‘청와대 비서실’ 연재물과 관련된 정보를 검색해서 찾아봤다. 연재물에 대한 진짜 반응이 궁금했다. 정치부 기자 시절 김진 논설위원이 3공 시절 박정희 대통령 밑에서 요직을 맡았던 인사들을 만나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정치 내막을 소개했다. 이 연재물로 김진 논설위원은 기자협회가 주는 한국기자상을 받았다.《청와대 비서실》이 워낙 오래된 책이라서 알라딘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은데다가 독자서평도 찾을 수 없다. 십 여 분 동안 각종 포털 사이트를 벼룩 잡듯이 뒤져 보다가 독자서평 몇 편을 찾을 수 있었다. 어느 독자는 서평을 통해 연재물이 주말의 화젯거리였고, ‘청와대 비서실’을 읽지 않고서는 대화에 끼지 못했다고 술회했다. 《청와대 비서실》은 총 4권까지 나왔는데 2권은 노재현 중앙북스 대표이사, 3권은 박보균 중앙일보 대기자, 4권은 오병상 JTBC 보도총괄이 집필에 참여했다. 1권이 박정희 정권에 대한 기록이라면 2권부터 전두환, 노태우 정권에 이르는 정치권력의 실상을 기록했다.

 

나에게 새로운 책방 미션이 생겼다. 나머지 세 권을 찾아야 한다. 낱권을 구한다는 것은 책방 마니아에게는 제일 힘든 상황이다. 뭐 별수 있나. 책방 마니아의 숙명인걸. 나는 책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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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2-24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엔 무슨 글이 이런가...애도 아니고..
했어요.읽다가 말다가..하며 겨우 마친게
한달이상 걸렸나봐요. 누군가 아끼던 책을
선물한 거였죠.저에게. 봐주길 바란다고...
무거운 선물이었기에 책역시 그러하겠지...헌데.(그때는 아직 어린 나이였던거죠..겨우..고2~3 정도 였던 걸로 기억하니까)책은 쉽게 쓰여진 듯했어요.
이게 과연 그 이름높은 스님의 그 책이..맞나. 멍하다..한 이년후엔가 우연스레 책장을 넘길 기회가 있었어요.
어떤 문장을 찾는데..아마..거기서..봤지..싶던거였죠..다시 뒤적거리며 무소유를 읽는데 .이건..사뭇 느낌이 다른 거예요. 아. 왜 어른들이 착하게 살자 .착하게 살자.나이들어 웃으며
그러나..그제야 그걸.알겠더라고 착하고 순한
그냥 그런 글이었던 거지 할 말은 꼭꼭 짚어
다 하고... 그 순함이 준 힐링 이라고 해야 하나...그게 그렇게 가슴을 식혀주더라고요.
좋았어요.덧없이 뜨거워 질때..
그럴때...한번씩 꺼내 읽어요.
마음 열기를 식히기에 참 좋아요.

cyrus 2015-02-24 11:04   좋아요 1 | URL
<무소유>에 실린 글에서 본건데 스님은 읽다가 중간에 덮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썼어요. 스님의 책이 그래요. 저도 중학생 때 <무소유>의 진리가 마음에 와 닿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스님이 입적하신 이후부터 스님의 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얇은 분량의 책인데도 그냥 가볍게 읽을 수 없더라고요. 저도 생각날 때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반복해서 읽습니다. ^^

하양물감 2015-02-24 0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복, 여복보다 책복이 많다는 글에 웃어봅니다.
생각해보면 겨우 20년 사이에도 책들이 귀한 몸 되기도 하네요.
둘데가 마땅찮아 버리거나 처분한 책들이 가끔 회자되는걸 보면 아쉬운 마음이들기도 해요. 갖고 있을걸. 하고요.

cyrus 2015-02-24 11:05   좋아요 0 | URL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죠. 저도 그렇습니다. 당장 쓸모없는 물건은 처분하고 나면 나중에 다시 찾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책을 팔 땐 책을 고르는 것보다 신중한 편입니다. 팔고 난 뒤에 다시 사면 곤란하니까요. ^^;;

해피북 2015-02-24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구역 아래 그러니까 롯데백화점 아래에 지하상가 말씀이신가요? 글 읽고나니 저두 막 가나헌 책방으로 달려가고 싶어요^~^ 하양 물감님 말씀처럼 책복이 많다는 이야기에 빵터졌어요 ㅋㅡㅋ,,

cyrus 2015-02-24 11:11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기차가 지나가는 다리 밑에 있어요. 이런 헌책방이 사람들에게, 특히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헌책방 주인장께서도 연세가 많으셔서 몸이 안 좋아지면 가게 문 닫는 시간이 많아질 거예요. 이러면 책방 하나가 사라지게 되는 거죠. 그런데 가나헌책방, 직접 가보면 정말로 건물 내부가 좁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좁은 공간의 헌책방은 처음 봤어요. 저는 맨 처음에 이곳을 발견했을 때 좋은 책이 많이 없을 거라는 편견을 가졌었어요. 과연 장사가 잘 되는지 괜히 걱정도 했고요. 그런데 막상 둘러보니 제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어요. ^^

만병통치약 2015-02-24 15: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당시 주요 신문사마다 3,4,5공화국의 비사를 연재하는게 유행애었죠. 현대사는 신문연재로 배웠다 해도 과장은 아닐겁니다. ㅋ 그나저나 언제 혼자서 여유롭게 헌책방 순례할지 ....

[그장소] 2015-02-24 16:17   좋아요 0 | URL
아핫..저는 라디오를 들었는데..늦은밤에 라디오극장 같은걸 했어요.제 5공화국..
가스등..쥐덫..등등..성우들이..
아버지계실때니까..채널권 주인이 아버지 셔서..숨죽여 같이 들었던것 기억나요.

cyrus 2015-02-24 20:56   좋아요 0 | URL
만병통치약님 / 그렇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1992년에는 제가 아주 어렸을 때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갔었는지 잘 몰라요. ^^;;

그장소님 / 저는 라디오 제5공화국은 기억나요. 제가 대한민국 현대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기 시작한 것이 MBC 드라마 제5공화국이었어요. ^^

yamoo 2015-02-24 1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 법정 스님 책을 저리 많이 모았다는 거에 부러움 반 질투반~~^^;;

[그장소] 2015-02-24 17:59   좋아요 0 | URL
저는...양념 반 후라이드 반..무 많이....이러면..혼남?!(ごoご)...
ㅎㅎㅎ

cyrus 2015-02-24 20:58   좋아요 0 | URL
yamoo님 / 거의 다 구한 줄 알았는데 아직 못 구한 책이 있더라고요. ^^;;
그장소님 / ㅎㅎㅎ



oren 2015-02-24 1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 님의 글을 보니 세월이 어느새 많이 흐르긴 흘렀다 싶네요. 저만 하더라도 태어날 때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초,중,고를 거의 다 마칠 때까지 계속 `대통령`이었던 시절을 살았고, 대학에 다닐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새로운 군부정권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었던 시대를 살았으니 말이지요. 그러다 보니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나서야 난생 처음으로 맞게 된 `문민정부`에 대한 감격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었지요. 바야흐로 그 무렵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던 `신문 연재`들이 <청와대 비서실> 같은 것들이었으니, 그런 글들이 얼마나 생생하고 재미있었을지는 군말이 필요없었지요. 그땐 정말로 당일 연재물을 못 읽으면 밤늦게라도 지하철역 신문가판대까지 달려갔었지요. 저도 그런 경우를 몇 차례 경험했으니까요. 그게 어느새 모두 아득한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네요.

법정 스님의 책들 가운데 <산방한담>, <인도기행>등도 참 오랜만에 다시 보는군요. 그 책들도 어디로 다 사라지고 이제 눈 앞엔 <무소유>조차 남아있지 않네요.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어디 있는가. 모두가 한때일 뿐˝이라던 스님의 말씀이 `문득` 새롭네요...

cyrus 2015-02-24 21:02   좋아요 0 | URL
90년대 초반은 거의 신문 연재물이 대단한 인기를 얻었군요. 요즘은 신문 읽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하는데 격세지감입니다. 사실 과거만큼 재미있고 사람들이 기억하는 연재물이 잘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젯밤에 범우문고 무소유를 읽었습니다. 스님의 책은 자기 전에 조용한 새벽에 읽을수록 집중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