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교도 회사
기욤 아폴리네르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수첩 / 1999년 9월
평점 :
절판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는 태어날 때부터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다. 그는 사생아로 태어나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오랫동안 무국적자 신분으로 프랑스에 거주했고, 36세에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다. 돈을 벌기 위해 학업을 포기했고 많은 일을 전전했다. 루브르 박물관(Le musée du Louvre)에 전시된 모나리자(Monna Lisa)가 도난당했을 때 아폴리네르는 그림을 훔친 절도범으로 연루되어 5일간 옥살이를 했다. 포병으로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으나 머리에 포탄 파편을 맞아 생사를 오가는 위험에 처했다. 쓰라린 사랑의 실패를 여러 번 겪은 아폴리네르는 드디어 반려자를 만나 결혼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부상 후유증과 스페인 독감이 그를 괴롭혔고, 끝내 죽음을 비껴가지 못했다.

     

저주받은 시인의 불행한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금부터 소개할 책은 아폴리네르에게 명성을 안겨다 줄 뻔했던 작품이다. 1910년 아폴리네르의 단편소설집 이교도 회사는 공쿠르 상(Le Prix de Goncourt)의 최종 후보작에 올랐다. 또 다른 최종 후보작은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Sidonie-Gabrielle Colette)의 작품이었다. 그러나 두 작가는 수상 실패라는 고배를 마셨다. 루이 페르고(Louis Pergaud)의 단편소설집 De Goupil à Margot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오늘날에는 1910년 공쿠르상 수상작이 뭔지 관심이 없다. 다행히 루이 페르고를 모르는 프랑스인은 없다. 그가 1912년에 발표한 단추 전쟁(낮은산, 2004)은 청소년 소설의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이교도 회사. 제목이 독특하다. 이 책에 수록된 총 23편의 글은 아폴리네르가 1899년부터 1910년까지 써왔던 것들이다. 그의 글에 소설 작법의 미숙함이 조금 남아 있다. 그래도 이교도 회사는 재평가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아폴리네르의 똘끼충만한 상상력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폴리네르는 타데 나탕송(Thadée Natanson, 상징파 문예 잡지 르뷔 블랑슈(Revue Blanche)발행인)에게 바치는 헌사에 이 책을 몽환의 미약(媚藥)’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표현이 과장스럽게 보이겠지만, 아주 틀린 말이 아니다. 아폴리네르는 처음에 환각들(Phantasmes)’이라는 제목을 붙이려고 했다. 그만큼 이교도 회사약을 빤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에 수록된 글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 프라하의 보행자

* 신성 모독

* 라틴계 유대인

* 교황은 절대로 오류를 범하는 일이 없다

* 세 개의 천벌 이야기

  1. 미소년

  2. 춤추는 여자

  3. 리용의 괴물

* 마법사 시몬

* 오트미카

* ‘거시기 뭐여?’

* 힐데스하임의 장미, 혹은 동방박사의 보물

* 피에몬테의 순례자들

* 오브레 쉬브락의 실종

* 암스테르담의 선원

* 명문가(名門家)와 방광 결석 이야기

* 시인들의 냅킨

* 가짜 메시아 앙피옹, 혹은 도르므상 남작의 황당무계한 모험담

  1. 관광 안내인

  2. 잘 만든 영화

  3. 기상천외한 여송연

  4. 문둥병

  5. 콕스-시티

  6. 원격 감응

    

 

몇 몇 글 제목이 평범하지 않다. 거시기 뭐여?’의 원제는 무엇을 원해?(Que vlo-ve?)’이다. 사투리가 심한 주인공은 항상 말할 때마다 무엇을 원해?’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내뱉는다. 그래서 특이한 말버릇이 있는 주인공의 별명이 무엇을 원해?’이다. 소설을 번역한 성귀수 씨는 해학적인 묘미를 살리기 위해 원어를 거시기 뭐여?’라고 옮겼다. 세 개의 천벌 이야기는 에로틱한 요소가 있는 작품이다. 첫 번째 이야기 미소년은 퇴폐적인 장면으로 끝이 난다. 이 이야기의 결말은 아름다운 소년이 죽어가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항문으로부터 말뚝이 박힌 미소년은 그렇게 해서, 모르긴 몰라도, 쾌감에 겨워 죽어가고 있었고, 그런 그의 모습은 정녕 아도니스처럼 아름다웠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무수한 반딧불들이 그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95)

    

아도니스(Adonis)는 아프로디테(Aphrodite)의 사랑을 받은 아름다운 소년이다. 아폴리네르는 엽기적인 방법으로 죽어가는 소년의 모습을 아름답게 묘사했다.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에 의하면 인간이란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회피하는 존재이다. 독자가 보기에 소년이 죽어가는 장면은 수치심과 불쾌감을 불러일으킨다. 성도착증 환자가 아닌 이상 그가 처한 상황의 고통을 절대로 느끼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아폴리네르는 생과 육체를 파괴하면서 얻는 쾌락을 예찬한다. 그는 프로이트(Freud)보다 한발 앞서 죽음의 충동적 본능이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사실 이 작품에는 19세기 후반 프랑스에 유행했던 데카당스(Décadence)의 영향이 남아 있다. 작품의 결말에는 세기말을 지배했던 퇴폐적이고 탐미적인 분위기가 반영되었다.

 

 

 

 

     

오브레 쉬브락의 실종은 묻히기 아까운 작품이다. 오브레 쉬브락은 위장술에 능한 인물이다. 그가 벽에 딱 달라붙어 서 있으면 벽화 한 몸이 된다. 주변 물체와 똑같은 상태로 변하는 의태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는 이 신기한 능력으로 자신의 몸을 숨긴다. 아폴리네르는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문인이다.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은 현실에서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을 선호했고, 그것을 주제로 기상천외한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특히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는 동물의 의태 능력을 모티브로 한 그림을 제작했다. 마그리트의 그림에는 인간의 형체가 사라지고, 배경 화면의 일부가 된 불가사의한 신사가 등장한다.

 

시인들의 냅킨은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이 사용한 자동기술법’의 과정을 보여주는 짤막한 이야기. 자동기술법은 의식이나 의도 없이 즉흥적으로 작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삶과 예술의 경계를 살아가는 화가 쥐스탱 프레로그와 그의 친구들은 냅킨 한 장을 돌아가면서 사용한다. 그렇게 사용된 냅킨은 음식 찌꺼기 자국과 타액 등이 잔뜩 묻어 있다. 그런데 쥐스탱 프레로그는 이 더러운 냅킨의 얼룩에서 친구들의 얼굴을 발견하고, 그것을 기적이 빚어낸 아름다운 작품으로 생각한다. ‘자동기술법’의 무한한 상상력이 냅킨의 더러운 얼룩을 '예술 작품'으로 다시 보게 한 것이다.

    

사실 이 책이 재미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래도 아폴리네르의 독특한 상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작품이다. 아폴리네르의 작품들을 번역한 황현산 교수님이 《이교도 회사》를 번역해주면 좋으련만, 내 기대감이 너무 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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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6-03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시기 뭐여?ㅎㅎㅎㅎ
성귀수 번역가가 그 말 한마디 뽑아 내기위해
머리털 좀 뽑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아폴리네르는 소설 보단 시가 더 나은 걸까?
책이 복간된 적도 없는가 보군.
어쨌든 똘끼는 내가 좋아하는 단어다.
이 똘끼만으로도 그 존재감은 충분하지 않을까?^^

cyrus 2017-06-03 14:47   좋아요 0 | URL
아폴리네르가 음악 빼면 다방면의 천재에요. 그가 남긴 작품 중에 정상적(?)으로 시도한 장르가 시입니다. ^^;;
 

 

 

 

 

옛날 해적판 서적을 찍어낼 수 있었던 시절에는 종종 ‘유명 외국 작품의 후속작’으로 둔갑한 책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책은 원서명이 나와 있지 않다. 남이 쓴 글을 유명 작가가 쓴 것처럼 소개한다. 여기에 얼추 원작의 느낌이 나도록 그럴싸한 제목을 붙여놓는다. 출판사의 쌈마이한 수법들을 알아차리지 못해 책을 사놓고 후회하는 경우가 있다. 나 또한 그렇다.

 

 

 

 

 

 

 

 

 

 

 

 

 

 

 

 

 

《O 이야기》는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과 더불어 20세기를 대표하는 에로티시즘 소설이다. 1954년 《O 이야기》가 세상에 첫선을 보였을 때 포르노그래피에 가까운 성애 묘사가 문제가 되어 찬사와 비난의 평을 동시에 받았다. 이 엄청난 반응을 예상했는지 작가는 폴린 레아주(Pauline Réage)라는 필명으로 소설을 펴냈고, 자신의 정체를 철저히 숨겼다. 《O 이야기》가 발표된 지 40년이 지나서야 작가의 정체가 공개됐다. 《O 이야기》의 작가는 얀 데클로즈(Anne Desclos)라는 여성이었다. 그녀는 젊은 시절, 프랑스 문단을 주름잡은 장 폴랑(Jean Paulhan)의 비서로 일했다. 장 폴랑과 얀 데클로즈의 나이 차는 30살. 게다가 장 폴랑은 예순이 넘은 유부남이었다. 장 폴랑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두 사람은 은밀한 연인 사이로 지냈고, 이 비밀의 관계를 소재로 한 작품이 바로 《O 이야기》다. 얀 데클로즈가 《O 이야기》를 집필하게 된 계기가 재미있다. 장 폴랑이 ‘여성은 마르키 드 사드(Marquis de Sade)처럼 절대로 야한 소설을 쓸 수 없다’고 말하자, 그걸 들은 얀 데클로즈는 자신감 넘치는 남성 지식인에 도전하기 위해 ‘야한 소설’을 썼다. 결국은 장 폴랑의 말이 틀렸다. 《O 이야기》는 사드의 에로티시즘을 뛰어넘은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1967년에 《O 이야기》의 후속작 ‘Retour à Roissy(루아시의 귀환)’이 나왔다. 이 소설 역시 ‘폴린 레아주’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O 이야기》가 2012년에 정식 계약 완역본으로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90년대에 해적판이 떠돌았다. 온라인 헌책방 웹사이트에 ‘O의 이야기’라고 검색하면, 비싼 가격의 해적판 몇 권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나온 《O 이야기》가 1975년에 홍익출판사에서 나온 것이다. 판매가는 3만 원이다. 그밖에 1989년 만남 출판사, 1990년 타임기획 출판사, 1995년 서원출판사에서 《O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펴냈는데, 정식 계약 절차를 밟지 않은 해적판으로 추정된다. 1975년에 제작된 폴린 레아주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성인영화가 국내에 알려지게 되면서 해적판이 나오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 <The Story Of O>는 <엠마뉴엘>, <차타레 부인의 사랑>을 만든 쥐스트 자캥(Just Jaeckin) 감독의 작품이다. 이 영화가 국내에 처음 개봉됐을 때 제목이 ‘르네의 사생활’로 변경되었다.

 

 

 

 

 

 

 

영화의 성공에 힘입어서 ‘《O 이야기》의 후속작’도 나왔다. 제목이 《르네의 연인》이다. 이 책의 역자는 90년대에 다작 번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했던 정성호 씨다. 책 제목과 표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상당히 쌈마이한 느낌이다. 사실 책 뒤표지에는 전라 여인의 뒷모습을 담은 사진이 있다. 이 책의 앞날개에 적힌 소개 내용을 보면 《르네의 연인》이 ‘《O 이야기》의 후속작’이라고 되어 있다. 원서 제목은 ‘Rene's club'이다. 책의 뒷날개에는 작가 약력이 적혀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정말로 이 책이 ‘《O 이야기》의 후속작’처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르네의 연인》은 ‘《O 이야기》의 후속작’이 아니다. 앞에서 이미 언급한 ‘Retour à Roissy’와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다.

 

 

 

 

 

 

《르네의 연인》의 주요 등장인물이 제임스 펨브로크와 로쟌느다. 전작 《O 이야기》에 등장하지 않는 인물들이다. 소설에 ‘펨브로크(Pembroke)’라는 인물의 이름이 나온 걸로 봐서는 《르네의 연인》 줄거리는 1984년에 개봉된 에릭 로챠트(Eric Rochat)의 영화 <The Story Of O : Chapter 2>일 가능성이 있다. 이 영화는 쥐스트 자캥이 만든 영화의 후속편이다. 물론, 이 영화도 레아주의 소설을 기본으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원작에서 독립된 영화 줄거리는 에릭 로챠트와 제프리 오 켈리(Jeffrey O’Kelly)가 썼다. 참고로, 이 영화의 음악 담당은 그 유명한 한스 짐머(Hans Zimmer)가 맡았다.

 

 

 

 

 

‘죠리 로레이’라는 작가가 쓴 《르네의 연인》 3, 4권도 있다. 물론, 이 책들도 역시 《르네의 연인》을 펴낸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것이다. 당연히 레아주의 소설과 관련성이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르네의 연인》은 1994년에 나온 단권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해에 두 권으로 분권 되어 나왔다. 그다음에 죠리 로레이의 《르네의 연인》 3, 4권이 출간되었다. 성인소설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르네의 연인》 전 4권을 헌책방에서 구해보는 것이 나쁘지 않다. 그렇지만 ‘《O 이야기》의 후속작’이라는 문구에 속아 비싼 돈을 내면서 책을 사지 않기를 권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나라에 아직 정식으로 발행된 ‘《O 이야기》의 후속작’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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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7-02-16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 대한 재미난 비하인드 스토리네요..^^..ㅎㅎㅎ

cyrus 2017-02-16 13:53   좋아요 0 | URL
독자들이 몰라도 되는 잡다한 책 이야기를 아주 좋아합니다. 그런 이야기가 흥미진진합니다. ^^

잠자냥 2017-02-16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해적판만 나와 있는 줄 알았는데, 정식판도 있었군요. 조만간 읽어봐야겠습니다. ㅎㅎ

cyrus 2017-02-16 17:09   좋아요 0 | URL
19금 딱지 붙은 책이 생각보다 잘 안 팔립니다. 저처럼 에로 취향을 선호하는 독자들만 구입합니다. 그래서 조용히 절판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책은 구입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

카스피 2017-02-16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저도 o의 이야기를 구매하고 본 기억이 나는데 갑작스레 cyrus님의 글을 읽으니 이 책이 어디있나 무척 궁금해 지네요^^;;

cyrus 2017-02-16 19:03   좋아요 0 | URL
옛날에 나온 책 말씀하시는거죠? 해적판 구하기가 정말 어려워요. ^^;;

카스피 2017-02-16 23:04   좋아요 0 | URL
ㅎㅎ아마 해적판일거에요.헌책방에서 구한것 같아요^^
19금 소설들 예전에는 헌책방에서도 꽤 많았는데 요샌 보기 힘든것 같네요^^;;;

이병훈 2017-11-03 0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혹시 이책을 구매할수있는 방법이 있나요?

cyrus 2017-11-03 20:42   좋아요 0 | URL
《O 이야기》는 구매 가능하구요, ‘북코아‘를 검색해서 접속하면 《르네의 연인》을 싸게 구할 수 있습니다. ^^
 

 

 

 

국내 출판계에서 여성문제에 대한 인식은 80년대 중반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여권 운동그룹에서 내놓는 부정기간행물에서 이를 다루는 정도에 그쳤으나 90년대 들어 관련 서적이 쏟아져 나왔다. 여성문제에 대한 이론서에서부터 국내외의 여성현실을 다룬 보고서, 페미니즘 문학서 등으로 다양했다. 접근방식에 따라 여성문제에 대한 개념과 범주가 조금씩 다르지만, 근본적으로 ‘여성해방의 관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

 

 

 

 

 

 

 

 

 

 

 

 

 

 

 

 

 

 

 

지금까지 여성운동이나 정책은 성차별을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었으나 여성이 역사로 진입하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역사는 여성을 오랫동안 타자로 규정되었다. 페미니스트이자 역사학자인 거다 러너(Gerda Lerner, 1920~2013)는 여성의 역사가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도에 의해 여성의 역사가 은폐, 무시됐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여성사 분야에서 선도적 역사학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유대인 출신인 러너는 40대의 나이로 역사학에 뛰어든다. 유대인과 여성이라는 이중의 억압은 그녀를 공부하게 만든 동력이다. 그녀의 활약에 힘입어 미국에서 최초로 여성사 분야 박사학위과정이 개설된다.

 

러너는 남성들의 ‘선택적 기억’의 희생자였던 여성들에게 역사학의 초점을 맞춘다. 그녀가 생각하는 역사란 “앞선 세대의 경험과 생각을 모아 놓은 기록보존소이자 우리의 집단 기억”이다. 과연 우리의 집단 기억 속에 여성 위인은 얼마나 포함돼 있을까. 여성사 연구는 외국에서 90년대 초반부터 논의되기 시작했지만, 국내의 경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여성사에 주목했다. 그러나 기록이나 사진, 유물, 작품 등 여성사연구에 필수적인 1차 자료의 절대적인 부족은 연구를 더디게 만드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은 것은 여성들의 활발한 활동이 사회나 가족으로부터 배척당하는 경우가 많았고, 여성의 역사가 사소하거나 주변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현행 역사 교과서는 근현대 여성의 역사를 따로 서술하지 않는다. 근대 이후 사회 전면에 등장한 여성의 ‘역사적 의미’가 남성 중심사의 경계 밖으로 밀려나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현실적 한계 속에서 이옥수 여사(1931년 출생)[주1]는 역사에서 소외돼 온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이끌어 내는 작업을 이미 시작했다. 이옥수 여사의 《한국근세여성사화》는 ‘여성주의적 관점’의 시각으로 근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사화(史話)를 정리한 책이다. 이 여사는 거다 러너처럼 역사를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았다. 안동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녀는 평범한 주부로 지내다가 36세의 나이에 대구일보 수습기자가 되었다. 이 해에 그녀가 키우는 막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기자 생활 중에 《한국근세여성사화》 집필을 위한 자료 수집을 준비했다. 그녀는 ‘누구나 쉽게 읽는 여성사’를 구축하기 위해 《한국근세여성사화》를 쓰기 시작했다.

 

 

 

“우리 할머니, 어머니들이 어떻게 사셨는지 대부분 여성이 너무 모르고 있습니다. 누구나 이야기책처럼 쉽게 읽을 수 있는 여성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었지요.” [주2]

 

 

이 여사가 《한국근세여성사화》를 쓰기까지 모아둔 원고지의 양이 3,000장 넘는다고 한다. 그녀가 많이 참고한 자료는 이규태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의 글이다.

 

 

 

 

 

상권은 392쪽, 하권은 459쪽이다. 두 권의 책을 펼치면 흑백사진이 나온다. 상권은 개화기 전후에 살았던 여성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있고, 하권은 전국여성단체협의회(한국여성단체협의회로 명칭이 변경됨)가 주최한 전국여성대회(1975년 제13회, 1976년 제14회)와 제7차 아시아지역 국제여성대회가 진행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 실려 있다. 제7차 아시아지역 국제여성대회는 1976년에 우리나라가 주관하여 진행되었고 12개국 여성단체 회원들이 참가했다.

 

상권은 한국 여성과 관련된 풍습, 사건, 활동 등 흥미진진한 사화들로 채워져 있다. 가부장제의 폐단에 억압받고, 불이익을 받은 여성들의 이야기들은 과거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음을 말해 준다. 개화기 이전의 여성들은 결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집을 가야했고,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 살았다. 아무리 나무랄 데 없는 규수라도 시집가서 아들을 낳지 못하면 끝이었다. 무자(無子)를 칠거지악(七去之惡)에 넣어 내쫓기까지 했었다. 그래서 시집간 여자의 가장 큰 꿈은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는 일로 귀착됐다. 남편은 아들을 원하는 마음이 너무나도 간절한 나머지 우스꽝스러운 풍습을 따르기도 했다.

 

 

 

 

청천강 이북의 서북지방에 아들을 낳게 하는 특이한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산모가 진통을 시작하면 남편은 길마를 자기 등에 얹고 지붕 위에 올라간다. 산모가 진통을 겪으면서 태아를 출산하고 있을 때 지붕에 올라간 남편은 소 울음소리를 낸다. 이렇게 하면 산모가 딸이 아닌 아들을 낳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남편이 지붕에 떨어져 다치고, 딸을 낳으면 아내는 시어머니의 원망을 견디면서 살아야 한다. 갓 태어난 딸은 이름을 가지지 못한다. 시어머니는 아들을 낳지 못한 며느리가 섭섭하다고 해서 손녀 이름을 ‘서운이’, ‘섭섭이’로 대충 짓는다.

 

 

 

 

 

 

 

 

 

상권이 하권보다 재미있다. 상권은 논개, 신사임당, 허난설헌, 윤심덕, 나혜석 등 역사의 한페이지에 장식한 여성들의 생애 및 관련 일화들을 소개했다. 최근 김별아 작가의 소설 덕분에 주목받고 있는 최초의 여성 근대 작가 탄실 김명순 이야기도 있다. 하권은 광복 이후의 여성들의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역대 여성 국회의원 명단과 여성의 직업 실태 등을 조사한 기록들이 정리되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사화 소개에 중점을 맞추다 보니 고증 오류가 몇 개 보인다. 그리고 이 책이 나온 시기가 친일파 문제가 지금처럼 크게 부각되지 않아서 김활란(최초 이화여대 총장), 박경원(비행사)의 친일 행적에 대한 언급이 적다. 심지어 이 여사는 김활란의 친일 행위가 일제의 압력으로 존폐 위기에 처한 학교를 지키기 위한 최선책이라고 평가한 대목은 문제가 있다. 이 여사는 1971년에 공화당 경북지구부녀부장을 역임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하권에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 활동을 시기별로 서술했다. 책의 주제와 상관없는 내용이다. 책의 분량을 일부러 늘리기 위해서 쓴 것일까, 아니면 경북 출신의 이 여사가 박 대통령 시대를 그리워한 것일까? 

 

 

 

 

[주1]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이옥수 여사 관련 정보가 발견되지 않는다. 이 여사와 《한국근세여성사화》에 대한 언급이 있는 자료가 1985년에 나온 동아일보와 매일경제 기사뿐이다. 그녀가 지금도 살아있는지 아니면 이미 세상을 떠났는지 알 수 없다.

 

[주2] 동아일보. 1985년 4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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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9-20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현재도 명예살인이라는게 자행되는 걸 뉴스로 접하곤 합니다. 여자로 태어나는 거 자체가 이미 죄가 되는 사회였으니까요..리뷰 잘 읽었어요....

cyrus 2016-09-21 15:33   좋아요 0 | URL
제주도에 중국인이 일으킨 살인사건, 단순히 보면 여혐 살인사건 같아요. 정말 무서운 세상입니다.

syo 2016-09-20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페이퍼를 볼때마다 cyrus님의 저력에 감탄합니다....

cyrus 2016-09-21 15:34   좋아요 0 | URL
대단한 일이 아니에요. 책을 좋아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요. ^^;;
 

 

 

 

가끔 책을 사게 되면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예전에 샀던 책이 책장에 꽂힌 줄 모르고, 그와 비슷한 책을 산 적이 있다. 그리고 예전에 산 책의 표지만 다르고, 내용이 비슷한 것인 줄 모르고 사버리는 일도 있었다. 읽지도 않고, 책을 사들이는 습관 때문에 이런 실수를 한다. 루 살로메의 책이 구하기 어려워서 고민할 필요 없이 사들였는데 신중하지 못한 선택이었다.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는 니체, 릴케, 프로이트 등 당대 천재들의 운명을 관통한 전설적인 여인이다. 그녀는 이들과 차례대로 만나면서 학문적으로도 깊은 영향을 주고받았다. 루가 21세 때 니체를 만났다. 그때 니체의 나이는 마흔을 바라보고 있었다. 니체는 그녀에게 두 번이나 청혼했다가 거절당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당시 루의 연인이었던 파울 레와 니체는 셋이 이상한 동거를 하게 된다. 루는 지성을 나누는 관계와 육체를 나누는 관계를 확실히 구분 지었다. 기묘한 삼각 동거는 루의 결혼으로 끝난다. 루는 언어학자 안드레아스와 결혼한다. 레는 실연의 아픔을 못 이겨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니체도 이후 약 10년간 정신착란 상태로 삶을 마감한다.

 

 

 

 

 

 

 

 

 

 

 

 

 

 

 

 

 

 

 

1885년, 루는 자신의 첫 소설 <Im Kampf um Gott>를 발표하여 비평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원제를 직역하면 ‘신을 얻기 위한 투쟁’으로 읽어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선택된 자들의 소망’, ‘우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가’로 소개되었다. 신앙(종교)과 이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이 성장하면서 깨닫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루가 레와 니체를 만나고 있었을 때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니체의 인상이 느껴지는 문구가 많이 보인다. 그래서 니체가 루의 소설에 영향을 받아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썼다고 주장하는 연구가도 있다. 니체는 진리, 선, 신들이 이 세계를 부정하기 위해 고안해낸 창작물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는 차라투스트라를 내세워서 선과 악 사이에서 끊임없이 투쟁하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추구했다. 루의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역시 기독교의 신을 부정하고 스스로 치열하게 투쟁하는 영혼이다. 루는 소설 중간에 삽입된 시 『고뇌에 부친다』에서 자기극복의 고통과 기쁨을 통해 자유정신과 육체의 통일을 이루는 인간을 바람직한 미래의 인간상으로 제시한다.

 

 

 

너는 정신의 힘을 시험하기 위해 찾아오는 것이다.

너와의 투쟁으로 가장 위대한 사람들은 더 위대해진다.

그것은 목표를 향한 외줄기 길의 투쟁인 것이다.

그런 것이기에 우리에게 운명과 기쁨으로서

오직 하나뿐인 그 고뇌, 참된 위대함이 주어진다면

그때면 우리들은 정면으로 그것과 투쟁할 뿐.

그렇다, 생사를 걸고 그것과 투쟁할 따름이다.

 

(『고뇌에 부친다』 중에서, 《우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가》 114~115쪽)

 

 

 

 

 

 

 

 

《선택된 자들의 소망》은 <Im Kampf um Gott>와 니체, 릴케, 프로이트에 대한 그녀의 글, 그리고 아포리즘을 엮은 책이다. 아마도 이 책에 있는 글 일부가 H.F. 페터즈의 《나의 누이여 나의 신부여》에서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산호출판사에서 나온 《선택된 자들의 소망》의 초판 출간 연도는 1993년이며, 2000년에 투영출판사에서 재출간되었다. 두 권 다 비슷한 번역본이다. 2년 전 헌책방에서 《선택된 자들의 소망》을 샀고, 최근에 알라딘 중고매장에서 《우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가》를 샀는데, 《선택된 자들의 소망》에 <Im Kampf um Gott>가 수록된 줄 몰랐다. 《선택된 자들의 소망》을 조금이라도 읽었다면 사지 않아도 될 책을 사지 않았다.

 

 

 

 

 

 

 

 

 

 

 

 

 

 

 

 

 

 

책만 보는 사람은 바보 소리 들으면 할 말이 없다. 15세기 독일의 법학자 제바스티안 브란트는 제대로 읽지도 않을 거면서 책을 사기만 하는 사람들을 ‘바보 배’ 첫 번째 탑승자로 선정했다.

 

 

 

 

제바스티안 브란트의 <Das Narrenschiff>(바보들의 배)는 중세 말기의 무질서와 혼란을 풍자한 책이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고안에 힘입어 저자가 사망할 때까지 17판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배에 올라탄 바보들의 유형이 무려 100가지 넘는다. 그 중 첫 번째 등장하는 바보가 책만 읽는 바보다.

 

 

 

 

 

 

책은 항상 나의 믿음직한 핑계요,

책 속에 파묻히면 근심걱정은 끝일세.

가갸거겨도 모르는 처지지만

딴에 책을 무척 숭상한다네.

파리가 얼씬대면 얼른 쫓아내지.

사람들이 학문을 논할 때면,

“나도 집에 책 많다!”고 자랑하네.

책 속에 파묻혀서 산다니,

생각만 해도 마음이 흡족한걸.

 

(《바보 배》 22~23쪽)

 

 

 

바보들 모두 같은 복장을 하고 있다. 당나귀처럼 뾰족한 귀 양쪽 끝에 방울이 달린 광대의 모습이다. 과거에는 광대가 바보스럽고 어리석은 인물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바보는 똑똑한 사람의 뒤집힌 거울이다. 똑똑한 사람들은 바보들의 어리석은 행동을 보며 웃음을 터뜨리지만, 자신에게도 바보 같은 모습이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Das Narrenschiff>의 삽화로 수록된 알브레히트 뒤러의 판화는 누구든 스스로 ‘바보’임을 알아차리게 하는 거울 같은 기능을 한다.

 

 

 

 

 

 

 

그래, 내가 바보라는 걸 안다. 그런데 책 읽는 것이 정말 재미있다. 누가 뭐래도 독서의 매력은 재미다. ‘간서치’ 이덕무는 책을 읽다가 막히는 부분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 혼자 바보처럼 웃었다고 한다. 책을 잘못 산 사실을 알게 되면 바보처럼 웃어본다.

 

나는 바보입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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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00년 전의 그녀 - 루 살로메 《선택된 자들의 소망》
    from 공음미문 2016-09-06 18:57 
    [목차] 선택된 자들의 소망(~9) / 나와 니체(~206) / 나와 릴케(~227) / 나와 프로이트(~273) / 크리스마스 메시지(~298) / 성이란 무엇인가?(~316) / 승화된 성과 사랑(~334) / 거울 속에서(~359) / 유대인의 예수(~363) ​<릴케편>​(p267~268)​러시아 기행 1. 형식과 내용………… 예술가는 감각적인 것에서 유래하고 있다. 그는 몸짓 따위에 함께 들어 있는 모든 것을 보는 것이다. 예술가
 
 
북프리쿠키 2016-09-06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출판사 추천좀 해주세요^^;

cyrus 2016-09-06 17:21   좋아요 1 | URL
어려운 질문인데요. 저는 번역의 질을 고려하지 않고 읽었어요. 니체 전집(책세상)의 《차라투스트라》가 직역에 가까운 번역본이라서 많이 추천하는 책입니다. 민음사 판본과 펭귄클래식 판본은 들고 다니기 편해서 좋긴 한데 니체 전집의 번역 우수성과 비교당해서 밀리는 편입니다. 니체의 사상을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읽으려면 책세상 판본이 좋습니다. 책세상 판본 역자가 니체 전공자입니다. ^^

북프리쿠키 2016-09-06 17:59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합니다!!

오거서 2016-09-06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 님의 고백에 용기내어 봅니다. 같은 이유로, 저도 바보입니다. 제 경우는 CD 를 중복 구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ㅎㅎ

cyrus 2016-09-07 07:54   좋아요 0 | URL
음악 CD의 가격이 책보다 비쌀텐데 손해 데미지가 클 것 같습니다. ㅠㅠ

yureka01 2016-09-06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이 좋아했나 봐요..너무 좋아하면 눈꺼풀에 뭔가 쉰다고하잔하요..ㅎㅎ

cyrus 2016-09-07 07:5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신중하게 살펴보고 인터넷에 검색하면 될 것을 흥분에 취해서 사는 경우가 있어요. ^^

AgalmA 2016-09-06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잊고 있던 책이었는데, cyrus님 소개를 보고 이 책 찾아보니 리뷰가 하나도 없어서 맛뵈기 소개 좀 해야겠네요. 제게 일감을 던져 주시다니ㅜㅜ 서재는 역시 뜸하게 와야....

cyrus 2016-09-07 07:57   좋아요 0 | URL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을 한 명이라도 알고 있는 분이 있을 때 기분이 좋습니다. ^^

또 봄. 2016-09-06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심지어 같은 제목의 책도 나란히 있어요. --;;

cyrus 2016-09-07 07:59   좋아요 0 | URL
서점에 산 책이면 환불하거나 지인에게 선물로 줄 수 있는데, 헌책은 바꿀 수도 없고, 헌책방에 판다고 해도 수중에 들어오는 금액이 적어요. ^^;;

잠자냥 2016-09-06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묘한 삼각관계로 끝난.... 루, 레, 니체의 삼위일체 사진이 떠오르네요. 루 살로메의 책도 읽어보고 싶어지는군요. 저는 책도 산 거 또 사고 음반도 산 거 또 산답니다. ㅠㅠ 완전 바보지요... ㅠㅠ

cyrus 2016-09-07 08:00   좋아요 0 | URL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말 책 앞에서는 바보가 되는군요. ^^;;

transient-guest 2016-09-08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e too!! 저도 책을 구하다보면 간혹 같은 책을 구할 때가 있어서 장서목록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2014년도에 다시 만든 것으로 계속 사용하고 있는데, 그래도 가끔 빵꾸가 나네요.ㅎ

cyrus 2016-09-08 08:21   좋아요 0 | URL
저는 예전에 큰 맘 먹고 장서목록을 만들려고 시도했는데 포기했어요. 만들지 않은 게 후회됩니다. ^^

아이리시스 2016-09-13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저거 나다. 루. 으히히😜😝

cyrus 2016-09-13 23:33   좋아요 0 | URL
메일에 아이리시스님 댓글 알림을 보는 순간, 장난 댓글 다는 이상한 회원인 줄 알았어요. ㅋㅋㅋ
`으히히`가 제일 먼저 보였거든요. ^^

아이리시스 2016-09-13 23:36   좋아요 0 | URL
ㅋㅋㅋ 아무리그래도 너무 웃긴다 ㅋㅋㅋㅋㅋㅋㅋ
 

 

 

 

 

 

 

어제 깜빡해서 이 책을 공개하지 못했어요. 사무엘 베케트의 《몰로이》입니다. 흔히 베케트를 극작가로 알고 있지만, 그의 대표 희곡작품 《고도를 기다리며》를 집필하기 전에 이미 시집과 소설을 발표했습니다. 《몰로이》는 베케트의 소설 3부작 중 하나입니다. 나머지 작품은 《말론, 죽다》, 《이름 붙일 수 없는 자》입니다. 최근에 워크룸프레스 출판사가 《이름 붙일 수 없는 자》를 출간하여 베케트 선집의 등장을 알렸습니다. 《말론, 죽다》만 나오면 베케트 소설 3부작을 우리말로 읽을 수 있게 됩니다.

 

 

 

 

 

 

 

 

 

 

 

 

 

 

 

 

 

 

《몰로이》는 1969년 ‘노벨문학상전집’으로 국내에 처음 출간되었습니다. 20여 년이 지난 1995년에 故 김현 교수가 번역한 《몰로이》가 재출간되었습니다. 이 책 또한 절판되었습니다. 그 후에도 《몰로이》 번역본이 새로 출간되었는데요, 가장 많이 알려진 번역본이 2008년에 나온 문학과지성사 판본입니다. 사실 저는 문학동네 판본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문학과지성사 판본이 초역본인 줄 알았습니다. 

 

 

 

 

 

 

문학동네 《몰로이》에서 눈여겨볼 점이 있습니다. 책 앞표지 오른쪽 상단에 ‘문학동네 세계문학’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1995년에 ‘문학동네 세계문학’이라는 타이틀이 등장했던 것입니다. 문학동네 출판사는 책 뒷날개에 ‘문학동네 세계문학’ 출간에 대한 포부를 밝혔습니다. ‘전집’이라는 단어가 없을 뿐, 2009년에 선보인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의 전신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문학동네는 오늘의 한국문학에 의미있게 수용될 외국작가의 작품을 선별하여 ‘문학동네 세계문학’을 발간합니다. 문학은 당대의 시대적 상황과 사회상, 예술과 인간, 역사가 만나는 드넓은 광장으로서 우리는 그 속에서 시공을 초월하여 다양한 삶을 영위하는 인간들의 땀과 눈물과 지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은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가들의 역량있는 작품들과, 이미 소개되었으나 널리 보급되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엄선하여, 그들의 가장 치열한 정신과 정열이 빚어낸 순금 같은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세계의 문학과 한국문학, 그리고 독자를 잇는 튼실한 기교로서, 우리 삶의 문학과 문학의 풍요에 기여할 것입니다.

 

 

‘문학동네 세계문학’ 시리즈의 첫 작품이 베케트의 《몰로이》이고, 그 다음에 나온 작품이 존 파울즈의 《마법사》(Magus)였습니다. 그 후로 ‘문학동네 세계문학’이라는 타이틀을 단 번역 작품들이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여파로 인해 문학동네의 세계문학 출간 작업이 더디었을 겁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문학동네 세계문학’이 조용히 잊히고, 1998년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등장했습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1980년대 이후로 침체했던 국내 세계문학전집 출간 붐을 다시 일으켰습니다. 만일 ‘문학동네 세계문학’이 꾸준히 나왔더라면, 세계문학전집 출판시장의 판도가 달라졌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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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8-17 1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 님 현재 보유 중이신 책이 총 몇 권이십니까 ?

cyrus 2016-08-17 18:18   좋아요 1 | URL
책의 권수가 궁금해서 엑셀에 입력하면서 세어봤어요. 그런데 작업을 하다가 말아서 정확하게 몇 권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400권 정도일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