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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 / 박수밀 / 돌베개

 

요즘 여름방학을 맞아 천천히 읽고 있는 책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다. 인문고전을 번역, 출간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올재 클래식스 일곱 번째 시리즈로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퇴계 이황의 14대손이자 한국학 분야에 독보적인 업적을 남긴 한문학자 故 이가원 선생이 번역했다. 올재 클래식스에만 볼 수 있는 저렴한 가격(한 권당 2900원) 덕분에 정말 읽고 싶었던 책을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여름방학에 책이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연암을 쫓아 18세기의 청나라를 여행하고 있는 중이다.

 

올해 독서계 전반기를 보면 연암에 대한 평가가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은 <두 개의 별, 두 개의 지도>에서 조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과 연암을 엮었다. 같으면서 다를듯한 두 사람의 사유 세계를 비교하고 이들이 살았던 18세기 조선의 지성사를 조명하고 있다. 신작에 힘입어 출간 10주년을 맞아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도 개정판의 옷으로 단장한 채 나왔다.

 

연암은 다산과 더불어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실학 정신을 대표하는 학자지만 자신의 진가를 더욱 부각시켜주는 것이 바로 문체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조선 최고의 문장가이기도 하다. 기행문 <열하일기>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속에 수록된 <허생전><호질> 그리고 <양반전>은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한문소설들이다. 몇 년 전에 다산의 방대한 학문적 업적을 통해 그의 공부법이 집중 조명되었다면 올해의 연암은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방법이 공개된다.

 

연암은 멋있는 표현에 있지 않고, 작가의 내면세계가 저절로 드러나는 글, 대상의 평소 자연스런 모습을 잡아내는 글이 좋다고 말한다. 지금도 글 쓰는데 있어서 곱씹어 볼만한 중요한 내용이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 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글을 쓰기 위해서 이해하면서 읽는 게 중요하다. 연암이 글을 쓰면서 취하는 사유적인 접근 방법과 태도야말로 이 책의 핵심적인 고갱이다.

 

 

 

 

 

 

 

 

 

 

 

 

 

 

 

 

 

 

 * 인간은 왜 외로움을 느끼는가 / 존 카치오포 외 / 민음사

 

존 카치오포 박사는 ‘사회신경과학’을 창시한 학자 중 한 명으로, 주로 인간관계가 감정과 건강, 그리고 사회적 인지 능력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연구해 왔다. 특히 <인간은 왜 외로움을 느끼는가>를 통해서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뇌과학, 신경과학, 심리학 등을 활용하셔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과학의 정밀한 눈으로 깊은 내면에 숨어있는 외로움의 근원을 들춰내고 있다. 과학으로 증명된 지식을 충분히 이해한다면 잊을만 하면 우리를 괴롭히는 외로움의 망령에 맞설 수 있을 것이다.

 

 

 

 

 

 

 

 

 

 

 

 

 

 

 

 

 

 *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 안토니오 알타리바 / 이미지프레임

 

2010년 스페인 국립 만화대상, 제28회 바르셀로나 살롱 델 코믹 3관왕, 제33회 디아리오 드 아비소스 리얼리즘 만화대상 최고각본상, 조르나다스 드 아빌레스 비평가상 최고 작가상과 최우수 작품상, 2009년 깔라모 엑스트라오디너리 프라이즈, 2011년 프랑스 ACBD 비평대상 최종후보작, 2012년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 본선 경쟁작.

 

단 한 권의 만화책은 권위 있는 만화 관련 시상식에 화려한 이력을 남겼다. 그런데 이 책이 한국에서 청소년 유해매체 도서로 결정받게 될 예정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최근 간행물윤리위원회(이하 간윤)는 안토니오 알타리바의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에 남녀 간의 성행위 장면 묘사를 음란성의 사유를 들어 19세 미만 미성년자들이 읽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런데 만화 단행본에 야한 장면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음란성’의 기준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이 책을 출판한 출판사 측에서는 성행위 장면 묘사는 이야기의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전체 맥락의 한 부분일 뿐이라고 간행의 결정에 정면 반박했다.

 

아직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책표지에 ‘19세 미만 구독불가’라는 빨간 색 표시가 붙어있지 않다. 만화책 한 권을 둘러싼 출판사와 간윤 간의 대립을 끝까지 지켜봐야 할 듯하다. 네이버로 만화책을 검색하면 성인인증을 거쳐야 책의 내용에 관한 정보가 있는 검색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19세 미만’의 독자가 봐서는 안 될, 정말 그렇게 ‘음란한’ 만화라면 포르노의 세계를 마음껏 드나든 성인이라면 읽어보고 싶은 게 당연지사. 과연 이 만화가 청소년들의 정신에 해로운지 한 번 읽어보고 직접 판단하겠다. 아, 혹시나 해서 강조하지만 이 만화는 ‘교양만화’다. 알라딘 [인문/사회/과학/예술] 신간평가단이 선정할 수 있는 도서 분야에 교양만화가 포함되어 있다. 만화는 스페인의 역사적 상처라고 할 수 있는 스페인 내전 속에 살아가는 인간 군상과 당시 상황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이런데도 이 책이 청소년 유해매체 도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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