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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에 다니구치 지로의 『고독한 미식가』(이숲, 2010년)를 보면서 싱거운 음식을 먹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혼자 밥을 먹으면서 음식의 맛을 음미하는 주인공 고로의 삶은 내 취향에 가까워서 공감은 했지만, 맛을 느끼는 고로의 표정이 단순하게 그려져서 그런지 음식들이 맛있게 느껴본 적이 없다.

 

 

 

 

 

 

그러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드라마는 그렇지 않다. 『고독한 미식가』에 나오는 식당들은 만화 원작자인 구스미 마사유키가 직접 가보고 음식을 먹어 본 곳이기도 하다. 지금도 일부 식당들은 운영되고 있다. 드라마 에피소드 한 편 끝나면 원작자가 에피소드의 배경이 된 실제 식당에 가서 음식을 소개하는 내용의 방송코너가 나온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음식이 나오는 드라마 한 편이 끝난 뒤에 이어서 ‘찾아라! 맛있는 TV’가 방영되어 맛집을 소개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드라마에 나오는 진짜 음식들이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는 이야기가 있는 ‘먹방’이다.

 

 

 

 

 

고로 역을 맡은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는 정말 음식을 맛있게 잘 먹는다. 그를 촬영하는 카메라 앵글은 배고픈 시청자를 유혹한다. 카메라는 음식을 먹는 고로의 모습을 최대한 가까이 촬영한다. 절대로 야식이 당기는 야심한 밤에 드라마를 보면 안 된다. 특히 일본에 오래 살아서 그곳 음식의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내가 생각하기에도 보는 사람의 미각을 자극하게 만드는 먹방을 가장 잘 표현한 만화를 꼽는다면, 오가와 에츠시의 『신 중화일미』(학산문화사, 2004년-절판)다. 1999년에 국내에 첫 선을 보인 TV 애니메이션 ‘요리왕 비룡’의 원작이다.

 

 

 

 

 

 

 

1995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이 만화를 알 것이다. 올해 스무 살인 친구들은 이 만화를 잘 모를 수도 있다. 이 만화를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세대 차이를 느끼게 된다. 당신이 요리왕 비룡 만화를 꼬박꼬박 챙겨봤고, 음식을 맛볼 때마다 흘러나오는 웅장한 중국풍 BGM를 콧소리로 낼 수 있다면 아저씨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사실 나도 아저씨 축에 들어간다. 만화 전문 케이블 채널에 질리도록 방영해준 재방송도 챙겨봤다. 

 

 

 

 

 

 

중국 음식이 나오는 만화가 이렇게 큰 인기를 얻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특히 중국무협영화에 나올법한 휘황찬란한 요리 기술과 음식 맛에 깜짝 놀라는 인물들의 과장된 묘사는 수많은 패러디와 유행어를 만들었다. 그리고 하찮은 요리 재료마저 최상급의 별미 음식으로 만드는 비룡은 ‘사기캐’(흠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완벽한 캐릭터를 뜻하는 은어)에 가깝다. 비룡은 절대미각의 소유자다. 음식을 한 번 맛을 보면 거기에 들어간 모든 재료, 심지어 조미료마저 다 맞춘다. 어렸을 때부터 비룡은 자신이 어머니이자 음식점 국화루의 주방장인 미령이 만든 음식을 먹으면서 자랐는데,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만든 음식의 맛을 정확하게 기억해 자신이 직접 만들기도 한다.

 

 

 

 

 

 

"아.. 아니! 맛이 살아있다!" (『신 중화일미』)

 

만화는 동네 중국집에서 절대로 볼 수 없는 화려한 중국 음식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요리기술을 가진 주인공이 대결구도에 뛰어드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런 만화를 어찌 안 볼 수가 없겠는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비룡의 요리 능력은 향상된다. 이제는 ‘전설의 요리 도구’까지 등장하면서 만화는 점점 산으로 간다. '요리 만화'가 점점 ‘요리 판타지 무협 만화’로 요상하게 변한다. 그리고 비룡이 만든 음식을 맛보면서 지나치게 감탄하거나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인물들의 표정은 만화가의 신의 한수. 눈으로 볼 수 없는 미각을 시각화하는데 성공했다. 비룡이 만든 음식들이 상상 속에 가능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먹음직스러운 느낌이 나는 것이다. 실제로 오가와 에츠시는 만화에 나오는 인물들이 최대한 맛을 느끼고 있음을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비록 우스꽝스러운 면은 있지만, 만화를 보는 독자는 자신도 만화 속 음식을 직접 맛을 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몰입한다.

 

 

 

 

 

 

천하의 비룡도 뛰어난 맛에 굴복해서 나오는 과장된 표정 굴욕을 피하지 못했다.

(『신 중화일미』)

 

만약에 오가와 에츠시가『고독한 미식가』의 고로처럼 음식을 평소대로 식사하듯이 먹는 인물들의 표정을 그렸다고 상상해보라. 음식을 한 입 씹으면서 맛을 음미할 때 나오는 대사도 인물의 표정에 어울려야 만화의 재미가 산다. 어떠한 표정 변화도 없이 그냥 입 안에 음식물을 씹으면서 ‘음.., 이거 정말 맛있어!’라고 조용히 말하는 사람(『고독한 미식가』)과 손을 쥔 숟가락이 멈추지 않을 정도로 우걱우걱 음식을 탐스럽게 먹으면서 “아니! 세상에 이런 맛은 처음이야. 마치 음식이 살아있는 것 같아. 정말 맛있어서 또 먹고 싶어!”라고 흥분하는 사람(『신 중화일미』). 두 사람의 대사 중에 어떤 사람이 더 맛있게 음식을 먹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가.

 

방금 전에 『고독한 미식가』를 싱거운 음식으로 비유했다면, 『신 중화일미』는 환상의 진수성찬이다. 천국에 가면 맛 볼 수 있는 환상의 음식이다. 여기서 다만 『고독한 미식가』의 작품성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싱거운 음식은 조미료가 팍팍 들어가고, 순전히 자극적인 맛이 감도는 음식보다 맛이 떨어진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건강을 위해서 싱거운 음식을 찾는다. 이런 음식도 자주 먹으면 소중한 맛을 느낀다. 그동안 자신이 짠맛에 길들여졌음을. 짠맛이 덜한 음식도 맛있어 보인다. 상대방이 맛 없다고 느껴지는 음식이 내 입맛에 맞을 수도 있다.

 

『신 중화일미』에 나오는 음식들이 입맛 까다로운 상류층 사람들이 선호하는 고급적인 것만은 아니다. 비룡은 맛이 아닌 최상품의 재료와 화려한 장식으로만 내세우는 속물적인 요리를 싫어한다. 그리고 맛으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해치는 음식도 경계한다. 비룡의 목표는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만드는 맛으로 마음의 병을 치유해주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비룡은 보잘것없어 보이는 초라한 재료로 훌륭한 맛을 내는 음식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값비싼 재료가 여러 가지 들어가고, 유능한 요리사의 손에 만든 음식이라고 해서 무조건 맛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런 음식 중에는 먹는 사람의 건강을 망치는 것도 있다. 결국 『신 중화일미』도 결국 『고독한 미식가』처럼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서 잊고 있던 맛의 진정한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소박한 음식도 맛이 있고,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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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4-12-01 2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독한 애서가가 고독한 미식가를 만나셨네요ㅋㅋㅋ 멋진데요ㅎ

cyrus 2014-12-01 22:11   좋아요 0 | URL
혼자서 밥 잘 먹는 만화 주인공이 혼자서 독서하는 제 모습이 비슷해서 호칭을 지어봤습니다. ^^
 
고독한 미식가 - 솔로 미식가의 도쿄 맛집 산책, 증보판 고독한 미식가 1
구스미 마사유키 원작, 다니구치 지로 지음, 박정임 옮김 / 이숲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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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나 한 끼 하자!”

 

대한민국에서 누구나 나이 들게 되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이야기 중 하나가 아닐까. 원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사회생활은 인간관계의 연속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대개 할 이야기가 있을 때 사람들은 식사자리를 잡는다. “식사나 한 끼 하시죠?”라는 말은 “우리 친밀감을 갖자”라는 뜻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사람은 홀로 살 수 없다. 그래서 한편 고마운 일이다. 좋은 사람들과 한 식탁 위의 같은 음식을 먹으며 쌓아가는 인간관계. 그 속에서 인간은 나 혼자만이 아닌 따스한 ‘우리’가 되어간다.

 

하지만 모든 식사가 그렇게 즐겁기만 할까. 사람과 사람이 만나다 보면 피치 못하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때가 생겨난다. 본인이 해야 할 때도 때론 타인의 은밀한 청탁을 받아야 할 경우도 있다. 그때 밥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된다. 그 자체로의 맛과 향을 잃은, 만남의 부속물이다.

 

현대인에게 주어지는 식사 시간의 소중함이야 따로 말할 필요가 없다. 조직과 여러 인과관계에서 놓여나는 유일한 자유 시간. 하지만 자기 뜻과는 무관하게 희생을 당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때의 식사는 잘 차려진 정찬인 경우가 많다.

 

이따금 홀로 즐기는 식사는 무엇보다 편하다. 식당에서 모처럼 외식을 하는 날이면 으레 접하는 광경 중의 하나가 바로 홀로 식사를 하러 오는 손님을 보는 것이다. 과거보다 ‘나 혼자 산다’는 사람이 확실히 많아졌다. 곧 ‘나 혼자 밥 먹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몇 달 전에 인터넷 커뮤니티에 ‘혼밥 레벨’이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혼밥'이란 '혼자 밥 먹기'의 줄임말이다. 총 9단계로 이루어진 ‘혼밥 레벨’은 1단계 편의점에서 혼자서 라면 먹기부터 2단계 푸드코트에서 먹기, 3단계 분식집에서 먹기 등 일상생활 도중 누구나 한 번쯤을 겪어봤을 법한 난이도에서 시작한다.

 

Level 1 - 편의점에서 혼자서 라면 먹기. 누구나 가능한 쉬운 수준
Level 2 - 3천 원짜리 선불 식당, 푸드코트에서 밥 먹기. 누구나 가능하고 테이블도 전부 다 벽보고 먹는 테이블
Level 3 - 분식집에서 먹기. 24시간 분식집에서 야간에 혼자 밥 먹기. 쉬운 수준
Level 4 - 패스트푸드점에서 먹기. 그룹․연인이 많이 와 용기를 필요로 하나 빠르게 먹고 가는 분위기라 수월
Level 5 - 중국집에서 먹기. 약간의 용기를 요하지만 아저씨들 혼자 먹는 경우 많아 쉬움
Level 6 - 전문요리집에서 먹기. 대부분 연인이나 그룹이 많아 약간의 용기를 요함
Level 7 - 피자가게,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먹기
Level 8 - 찜닭, 닭갈비, 고깃집, 전골집에서 먹기. 이건 애당초 그룹이 간단한 술 한 잔까지 하기 위해 가는 곳이며 약간의 조리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혼자 먹기 대단히 힘든 코스
Level 9 - 술집에서 혼자 술 먹기. 종업원이 “몇 분이세요?”라고 물었을 때 답변하기까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함

 

하지만 이어진 4단계부터는 패스트푸드점에서 먹기, 중국집에서 혼자 먹기, 세련된 라면집에서 혼자 먹기 등 대부분 그룹으로 손님이 방문하는 식당 등을 제시해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 더욱이 7단계는 피자가게, 스파게티, 패밀리 레스토랑 등 100% 그룹이 찾는 곳을 제시하고 있으며, 8단계는 고깃집 등 애초에 그룹을 받기 위해 만들어진 식당을 제시해 ‘혼자 왔느냐고 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덧붙이고 있다. 마지막 9단계는 술집에서 혼자서 술 마시기로 혼자서 안주를 맛있게 먹으며 즐거운 표정을 짓는 ‘상식에 벗어난 용기’를 요구하고 있다.

 

‘백지장마저도 맞들면 낫다’는 세계관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판국에 식사를 혼자 해결하러 오는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혼자 먹되 남들 특히 아는 사람들 눈에 뜨일까 봐 두려워한다는 점이다. 바빠서, 혹은 다른 사람과 함께 식사할 때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게 사회성 부족이나 성격 이상 등으로 여겨질까 겁낸다.

 

이웃 나라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심하다. 일본 대학생들 가운데 화장실에서 식사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이유는 간단하다. 혼자 밥 먹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기 싫다는 것이다. 일본 사람들의 나 홀로 식사 자체는 딱히 뉴스랄 것도 없다. 점심시간에 혼자 산책하면서 빵을 먹거나 칸막이가 쳐진 식당에서 식사하는 ‘런치메이트(점심동료) 증후군’이 거론된 게 10년 전인 까닭이다.

 

 

 

 

 

그런데 이 남자는 주변 사람들의 눈치에 신경 쓰지 않고 어디서든 식사를 하는 대범한 용기를 가졌다. 심지어 음식의 맛을 음미하면서도 식당 안에 있는 손님들의 대화를 몰래 엿듣기도 한다. 그 사람은 바로 독신주의자 이노가시라 고로.

 

 

 

 

 

일 때문에 끼니 놓치는 게 다반사인 고로는 공복을 못 참는다. 늘 일 때문에 끼니를 놓친다. 허기진 배를 안고 주변의 식당을 찾는다. 무얼 먹고 싶은 기분인지, 위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특별한 기준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맛집을 찾는 데 어떤 ‘촉’이 작동한다. 적당히 마음에 드는 식당에 들어가 이것저것 주문한다.

 

 

 

 

 

 

혼자 먹지만 뭘 먹어도 많이 먹는다. 결과는 언제나 대체로 만족한다. 가끔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은 음식을 만나기도 하지만, 주인공은 일단 먹기 시작한 음식은 절대로 남기지 않는다. 만화는 뭘 많이 먹지도 않고 해설보다는 먹는 행위에 집중하는데 그 자체로 식욕을 자극한다. 이것저것 빼고 먹는 것 자체를 담백하게 묘사했다.

 

 

 

 

 

 

 

최근 외식문화의 보급과 서구식 식습관의 확산 등으로 여러 사람과 함께 그리고 빠르게 먹는 식습관이 자리 잡았다. 이렇다 보니 음식 자체가 주는 즐거움을 오히려 잊어버린다. 우리는 모든 맛을 잊어버린 채 음식을 먹으면서 살았다. 음식이 주는 즐거움은 어떻게 누릴 수 있을까? 음식을 어떻게 먹는가에 따라 식사의 즐거움은 크게 좌우된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때때로 나 자신만을 위한 식사를 즐기는 것도 좋다. 적어도 식사시간만큼은 세상사 시비에 휘말리지 않고, 부담스러운 대화에서 벗어나 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조금은 불편할 때도 있다. 4명씩 앉게 되어 있는 대부분 식당들, 바쁜 시간이면 합석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1인분을 주문하면 안 되는 메뉴를 먹고 싶지만, 선택 자체를 거부당하는 것은 슬프다. 그렇지만 요즘은 싱글족을 위한 테이블이나 메뉴를 준비하는 식당이 늘어나고 있어 다행이다.

 

그래도 왠지 이상하거나 남의 눈치가 보인다고? 혹시 자신에게 쓸데없는 주술을 거는 것은 아닐까. ‘혼자 식사하는 사람은 외로운 사람이야. 그래서 나는 외로운 사람이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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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사랑하는현맘 2014-11-14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혼자 밥 먹는거 전혀 거리낌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5단계까지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이상은 생각 좀 해 봐야겠네요 ㅎㅎㅎ
근데 맛있는 것들은 주로 2인분 이상 시켜야 하더라구요. 장사하시는 분 입장에선 이해가 가나 그럴땐 참 아쉽죠. 혼자 밥 한 번 먹는다고 이상할 것도 없는데 다른 사람의 시선이 문제네요~

cyrus 2014-11-15 00:21   좋아요 0 | URL
저는 6단계입니다. 그래도 요즘은 혼자 먹어야 할 상황이면 장소나 주위 사람들 눈치에 구애받지 않고 아무데나 먹는 편입니다. 요즘은 싱글족이 늘어나서 1인용 메뉴나 식당이 생겼는데, 제가 사는 지역에는 그런 곳이 많지 않더군요.

조선인 2014-11-14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레벨9까지 클리어네요. 히죽.

cyrus 2014-11-15 00:23   좋아요 0 | URL
조선인님은 혼밥 고수였군요. ㅎㅎㅎ 만화 주인공 고로는 술을 마시지 않는 성격이라서 술을 혼자 마시지 않거든요. 저도 마음이 적적할 때 식당에 혼자 술을 마시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패션 읽어주는 여자 - 자신만의 패션 스타일 찾는 법
민지혜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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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ene #1  왜 레드카펫에서는 늘 패션테러리스트가 탄생할까

 

매 시즌이 바뀔 때마다 잡지, 인터넷 곳곳에서 ‘이번 시즌 유행아이템’에 대한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이중 어떤 것이 진짜 유행할 지 또 어떻게 스타일링해야 할지 간파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때 우리들이 늘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연예인 스타일이다. 연예인이 입으면 순식간에 유행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옷을 입든 전문 스타일리스트들이 연출해주기 때문에 확실히 눈여겨볼만한 패션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연예인 패션을 쉽게 엿볼 수 있는 곳은 스타들의 결혼식이다. 하객패션이라고 해서 평범하게 입기보다는 포인트를 줘 자신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리고 영화제나 시상제의 레드카펫 위에서도 연예인들은 패션에 신경을 쓴다. 남자 연예인은 말끔하게 차려진 수트룩, 여자 연예인은 몸매를 부각시켜주는 화려하면서도 섹시한 드레스룩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은 선보인다.

 

그러나 연예인들에게는 이러한 공식석상이 부담스럽다. 평소 패셔니스타로 유명한 스타들도 종종 이해할 수 없는 패션으로 이른바 ‘굴욕사진’을 남겨 대중들에게 회자되기 때문이다. 어떤 배우는 멋진 모습으로 시선을 모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패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해할 수 없는 레드카펫 위의 패션에 대해 인터넷에서는 ‘코디가 안티’라는 농담반 진담반의 가설이 퍼지기도 한다. 연예인의 옷을 담당하는 스타일리스트가 악의를 품지 않고서야 누가 봐도 이상한 옷을 입히지는 않았을 거라는 상식에서 나온 주장이다.

 

물론 각자의 개성을 ‘패션테러리스트’ 같은 단어를 쓰며 야유를 보낼 필요는 없다. 큰 영화제의 레드카펫에서 시선을 모으고 싶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왜 유독 레드카펫에서는 자기 자신 외에는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패션을 선보이는 경우가 많을까. 큰 무대와 환호성에 익숙한 스타들도 이런 모습을 종종 선보이는 것을 떠올려보면. 레드카펫의 중압감은 생각 이상으로 큰 것일지도 모르겠다.

 

 

 

 Scene #2  명품만 치장한다고 해서 무조건 패셔니스타? 

 

연예인 패션 못지않게 대중이 제일 관심을 가지는 것이 바로 명품이다. 이제는 옷만 잘 입어서 패셔니스타라는 명함을 당당히 내밀 수 없는 세상이다. 몸에 걸치는 시계, 가방 심지어 안경까지도 스타일링 필수 아이템이다. 옷은 잘 입었는데 가방이나 안경 하나라도 ‘옥에 티’가 된다면 한순간 패션테러리스트가 된다. 그래서 연예인이 들고 있거나 몸에 걸치는 명품 아이템이 TV에 노출되는 순간, 다음 날 완판(완전판매의 줄임말, 매진)이 된다. 이뿐만 아니라 옷도 마찬가지다. 가격이 저렴한 것부터 일반인도 구경할 수 없는 값비싼 것까지 유명 연예인이 입었다면 ‘명품’이 된다.

 

국내 연예인이 가장 많이 구매하고 애용하는 고가 패션 브랜드라면 에르메스, 샤넬, 루이뷔통 등이 있다. 알다시피 우리나라 사람들은 명품 사랑이 유별나서 진품과 유사한 ‘짝퉁’ 유통이 기승을 부리기도 한다. ‘짝퉁’의 사전적 의미는 가짜나 모조품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일반적으로는 고급 브랜드의 명품을 본떠 만든 위조상품을 일컫는 말이다. 경제적으로 명품을 구입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짝퉁 상품을 구입해 ‘명품’처럼 들고 다닌다.

 

짝퉁은 신제품 개발에 대한 창의성 등 기업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를 깨뜨린다. 일부 상인은 단기간에 이익을 볼지 모르지만 이를 방치하면 국가신인도 추락, 국제통상마찰 등 대외 문제로까지 번지게 된다. 짝퉁 판매가 얼마나 심했으면 ‘짝퉁공화국’, ‘짝퉁코리아’라는 오명이 따라다닌다.

 

이렇듯 짝퉁을 사면서까지 우리는 패션에 목숨을 건다. 사람들의 시선을 고정하게끔 만드는 값비싼 명품으로 치장하면 TV에서 나오는 연예인처럼 패셔니스타가 되고 싶어 한다. ‘옷이 날개’라는 말처럼 옷을 잘 입으면 자신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준다. 명품이 곧 스타일인 것이다.

 

그러나 수년 간 패션 산업의 이곳저곳을 종횡무진 가까이서 취재를 해온 저자는 ‘명품=패셔니스타’라는 공식을 반박한다. 그녀뿐만 아니라 이 책에 수록된 유명 패션 디자이너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진짜 패셔니스타는 유행을 쫓아 명품으로만 치장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패션 스타일을 명확히 알고 그걸 자연스럽게 소화시킬 줄 안다.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럭셔리 브랜드 회사 소속 관계자는 자신의 회사 브랜드만 선호할까. 의외로 그렇지 않다. 회사에 대한 자부심으로 회사 브랜드만 선호한다거나 정말 명품만 선호하는 명품족도 있겠지만, 어떤 이는 동대문 시장에 가면 흔히 구할 수 있는 만 원 이하의 저렴한 옷과 장신구로 스타일링하기도 한다. 언뜻 보기에는 명품 같지만 알고 보면 우리도 구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을 애용한다. 그들이야말로 저자와 디자이너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진짜 패셔니스타다. 럭셔리 옷이든 동대문 싸구려 옷이든 내 스타일에 맞게 연출할 줄 안다. 그렇다고 어색하지도 않으면서 톡톡 튀지 않는다. 신기하게 명품을 치장하지 않았는데도 창의적이고 멋진 패션 디자인이 된다.

 

 

 

 Scene #3  '패션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폴 스미스는 이렇게 말했다. 이 짧은 말 한 마디가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축약하고 있다. 패셔니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자신감’이란 내가 뚜렷하게 선호하는 패션만 줄곧 고집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패션 스타일을 찾기 위해서 여러 번 옷을 입고, 장신구를 착용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아무리 천부적인 예술적 감각을 가진 인간이라도 단번에 그걸 찾기란 힘들다. 이리저리 입어  보고 사람들 앞에 선보여야 한다.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면서 ‘패션테러리스트’라고 비아냥거려도 크게 실망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동경하는 유명 패셔니스타들도 나름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기 위해서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였다.

 

 제 아무리 능력 좋은 타율 높은 4번 타자도 가끔 삼진이나 뜬공으로 물러난다. 패셔니스타들이 가끔 패션테러리스트 소리를 듣는 이유에도 이러한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나름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다가 가끔 시대에 맞지 않거나 혹은 시대에 앞서간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이들은 그러한 대중의 시선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지금도 어떤 패션을 연출할까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저자는 ‘탁월한 패션테러리스트’가 되라고 조언한다. 이들은 형편에 맞게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과 장신구로 스타일링한다. 여기서 소개되는 가장 대표적인 ‘탁월한 패션테러리스트’는 놀랍게도 연예인 패셔니스타로 둘째가라도 서러운 빅뱅의 지드래곤에게 패션을 당당하게 지적질하는 정형돈 그리고 우리에게는 그저 남들보다 튀고 웃기는 여자 방송인으로만 보이는 김나영이 있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들을 ‘패션테러리스트’라고 지적해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항상 패션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감이 넘친다. 방송에서는 촌스럽게 보일지 몰라도 자신을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개성을 부각시킨다. 남의 패션 스타일만 따라하는 우리보다는 훨씬 낫지 않은가. 

 

‘프라다’의 패션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의 말처럼 패션은 ‘자기표현이자 선택’이다. 연예인이 입었거나 선호한 명품을 추종한다면 절대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지 못한다. 나에게 어울리는 패션이 어떤 것인지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는 수동적인 표현에 불과하다.

 

패션에 관한 특별한 팁을 알기 위해서 이 책을 선택한다면 차라리 패션 전문 잡지를 읽을 것을 권한다. 멋진 패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한 비법은 소개하지 않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패션에 대한 인식의 고정관념을 바꿔줄 것이다. 그리고 나처럼 패션에 자신 없는 독자에게는 일말의 희망을 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저자의 생각에 무조건 동의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짝퉁도 스타일링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명품을 선호하는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힘든데다 짝퉁에 대한 문제점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충격적이면서도 이해하기 힘든, 좀 씁쓸했던 내용이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여자들에게 잘 보이려는 남성들을 위한 팁이다.

 

명품을 선호하는 여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명품만 사는 것이 아니라 ‘특A급’ 짝퉁까지 사주는 남자 이야기다. 너무나도 고급스러운 명품을 입고 치장하다가 잘못하면 흠집이 날 수 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 명품과 정말 비슷한 ‘특A급’ 짝퉁을 대신 이용하는 것이다. 이런 남자들이 소위 여자들이 말하는 센스 있고, 여자들에게 사랑 받을 줄 안다. 명품만 사주거나 혹은 값이 저렴하면서 그래도 품질 좋은 브랜드의 제품을 사주는 남자들의 입지가 곤란스러워지게 됐다. 요즘 남자들, 연애하고 결혼하는 것이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인데 여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자신의 패션뿐만 아니라 이성의 패션 취향도 신경 쓰는 것도 쉽지 않은데 좋아하는 이성이 멋진 패셔니스타가 되도록 ‘1+1’ 구매를 해야 되다니. 이 방법이 여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팁이 될 수 있어도 과연 패셔니스타가 되기 위한 팁을 알려주는 이 책에 소개될 필요가 있을까. 도리어 짝퉁을 패션의 일부로서 긍정적으로 보는 논리는 짝퉁 판매의 문제점을 간과할 우려가 있다. 아무튼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패셔니스타가 되는 길은 참 멀고도 험하다.  패셔니스타가 되기 위한 왕도(王道)는 없다. 패셔니스타가 되기 보다는 우선 패션테러리스트 소리를 안 듣는 것이 먼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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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수첩 - 초콜리티어가 알려주는 57가지 구르메 수첩 15
고영주 지음 / 우듬지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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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부터 학교 도서관에서 중간고사를 공부하면서 전공 책보다는 도서관에 꽂혀 있는 책이 너무나도 읽고 싶었다. 공부하다가 중간에 읽을 수 있는 얇은 분량의 책을 찾다가 읽은 게 바로 『초콜릿 수첩』이다. 판형이 작은데다 분량도 얇다. ‘구르메 수첩’이라고 다양한 음식, 음료를 소개하는 시리즈 중 하나이다.

사실 나는 시험공부를 하면 항상 입가심으로 먹는 것이 초콜릿이다. 초콜릿이라고 해서 그냥 달달한 일반 초콜릿을 말하는 건 아니다. 조그만 플라스틱 통으로 판매되는 72% 성분 드림카카오를 먹는다. 내가 지금까지 먹어 본 드림카카오 초콜릿은 카카오 포함 성분 56%, 72% 뿐이다. 몇 년 전에 드림카카오가 판매되기 시작했을 때 86%, 그리고 먹으면 ‘분필 맛’이 난다는 궁극의 99%의 하이(High) 카카오 초콜릿까지 나오기도 했지만 현재는 매출이 저조해서 출시되지 않고 있다.

다크 초콜릿은 카카오 함량이 높을수록 단맛보다는 쓴맛에 가까워진다. 그래서 나는 단 맛이 나는 ‘가나 초콜릿’보다는 다크 초콜릿을 좋아한다. 입 안에 다크 초콜릿 두 알을 넣어 녹으면서 먹으면 쓴 맛이 나면서 동시에 달달하게 느껴지는 뒷맛이 좋다. 다크 초콜릿을 먹으면서 ‘고진감래’는 폭탄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초콜릿 원재료인 카카오에 항산화제 기능을 하는 폴리페놀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건강에 좋다. 그래서 카카오 성분이 높으면서 설탕 성분이 적을수록 좋은 초콜릿이다. 이것을 기준으로 초콜릿의 품질을 가늠할 수 있다. 일단 카카오 성분이 많을수록 고급, 10~20%만 포함되어 있으면 중급 그리고 카카오 성분 함량이 10% 미만은 이미테이션 초콜릿으로 분류한다. 이미테이션 초콜릿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자나 케이크 등의 코팅이나 발렌타이 데이 때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는 선물용 초콜릿이다. (그러니 발렌타인 데이 때 초콜릿을 사는 것에 대해서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굳이 비싼 돈을 들여가면서 화려하게 포장된 ‘가짜’ 초콜릿을 살 필요가 있을까)

유일하게 발렌타이 데이만 되면 초콜릿 선물에 집착하는 현상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초콜릿을 엄청 좋아한다. 그러나 좋은 초콜릿을 구별하는 방법부터 초콜릿에 잘 어울리는 음식이 무엇인지 등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제대로 만든 초콜릿은 입에 넣기 전에도 알 수 있는데, 성분 표시에 ‘팜유’가 없어야 하고 광택에 나야 한다. 잘못 만든 초콜릿은 표면에 윤기가 없고 뿌옇다. 또 손으로 만졌을 때 단단하고 매끄러운 것이 좋은 초콜릿이다.

요즘에는 수제 초콜릿이 유행하고 있다. 사실 이 책의 저자인 고영주 씨(현재 벨기에 정통 수제 초콜릿 전문카페 ‘카카오봄’(CACAOBOOM) 운영)는 국내 1세대 초콜릿티어다. 초콜릿티어란 초콜릿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초콜릿을 이용해 예술작품을 만드는 직업을 말한다.

『초콜릿 수첩』에는 저자가 운영하는 카카오봄에서 판매되는 30여 종 이상의 수제 초콜릿의 사진과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수제 초콜릿은 일반 가게에서 판매되는 초콜릿과 달리 다양한 재료와 형태로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책 속에 있는 ‘그림의 초콜릿’을 보노라면 저 앙증맞은 갈색 조각을 한 입에 넣어 맛보고 싶다는 욕구가 든다.




딸기 트뤼플을 보는 순간, 딸기맛 미니쉘이 생각났다. 그러나 가공된 딸기향을 첨가하는 미니쉘과는 차원이 다르다. 딸기 트뤼플은 딸기 리큐르라는 술을 첨가해서 만들어진다. 초콜릿 제조 과정에 알코올이 첨가할 수 있다는 점이 우리가 생각하는 기존의 초콜릿의 인식을 확 달라지게 만든다.





사실은 초콜릿을 좀 먹어 보거나 수제 초콜릿을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일반 상식이다. 초콜릿은 술과 잘 어울린다. 초콜릿의 타우린 성분은 알코올 분해를 돕는다. 위스키에 다크 초콜릿을 함께 먹으면 술의 쓴 맛을 부드럽게 눌러주는 효과가 있다. 카카오봄에서 판매되는 수제 초콜릿 중에는 생각보다 알코올을 첨가해서 만들어지는 게 꽤 많다. 위스키에 곁들여 먹기도 하지만, 아예 위스키를 섞어서 초콜릿을 만들 수도 있다. 환상의 궁합에서 탄생된 것이 바로 ‘위스키 봉봉’이다. 위스키 봉봉을 입 안에 넣는 순간, 위스키 특유의 달콤하면서도 뜨거운 것이 느껴진다.




‘키싱 유’(Kissing You)라는 귀여운 이름의 초콜릿은 코냑을 넣어 만든 것이다. 키싱 유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사실은 초콜릿의 이름을 저자가 직접 붙였다는 것이다. 코냑처럼 뜨겁고 가나시(생크림과 초콜릿을 섞어 만든 반죽, 초콜릿 만드는 데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될 기본적이면서 필수적인 재료) 크림처럼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입맞춤을 연상시킨 다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체리 퐁당’은 체리로 만들어지는 독일산 브랜디 키어시(Kirsch)를 첨가한 것이다. 사진만 보면 얼핏 체리 크림 같다. 사실 시중에 판매되는 초콜릿 중에서는 초콜릿 또는 바닐라 크림의 침전물이 들어가 있는 제품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은은한 과일 맛의 침전물이 있는 초콜릿이 무척 신선하다. 책에서 소개된 수제 초콜릿 중에서 가장 먹어보고 싶은 것 중의 하나다.




카카오봄에는 견과류, 과일 등 다양한 성분을 첨가한 수제 초콜릿을 제조하고 있는데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이 ‘칠리 페퍼’다. 이름 뜻대로 ‘매운’ 초콜릿이다. 사진 속 초콜릿 조각에 살짝 뿌려진 붉은 칠리 페퍼 가루가 눈에 띈다. ‘매운’ 초콜릿이라는 이미지가 달달한 초콜릿 맛에 길들여진 우리들에게 생소해보이지만, 가장 원시적인 초콜릿을 먹었다던 멕시코에서는 매운 초콜릿이 낯설지가 않다. 초코릿은 처음에는 음료수 형태였다. 멕시코 인들이 즐겨 마셨던 카카오 음료가 바로 초콜릿의 시초인 것이다. 매운 향신료를 좋아하는 멕시코 인들은 카카오 음료에 칠리 페퍼 가루를 넣어 마시기도 했다. 그러나 매운 맛과 초콜릿의 조화는 전 세계의 초콜리티어들 사이에서는 조심스러운 시도이다. 너무 매워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단 맛의 강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칠리 페퍼의 매콤한 맛은 달콤한 초콜릿과 섞여 마지막에 톡 쏘는 특징이 있다.




초콜릿 성분 중에는 페닐에틸아민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 이는 사랑을 할 때 대뇌에서 분비되는 물질로 사람을 행복하거나 황홀하게 만든다. 또 적은 양이지만 카페인이 들어 있어 기분을 업 시켜주는 효과도 있다. 이래저래 초콜릿을 먹으면 몸과 마음이 좋아진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시험 기간 공부하면서 심심할 때 이 책에 수록된 수제 초콜릿만 봐도 기분이 좋아졌다. 언젠가 나도 수제 초콜릿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집에서 초콜릿을 만드는 건 여간 쉽지가 않아 보인다. 초콜릿을 만들 때 필요한 재료만 해도 꽤 많고 만드는 과정이 까다로우니까. 온도, 습도의 조절에 따라 초콜릿의 맛이 좌우될 정도이니 그만큼 인내와 꼼꼼함을 요구한다.

그런데 확실한 건 만약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절대로 값 비싸고 화려한 포장으로 싸인 발렌타인 데이용 초콜릿을 사거나 주지도 않을 것이다. 그건 단지 그 날을 위한 기념용일뿐이며 이미테이션 초콜릿 가지고 진짜 사랑을 증명한다는 것 자제가 모순이다. 몸과 마음이 고생해도, 비용이 더 들어가더라도 진심어린 정성과 사랑이 듬뿍 담겨져 있는 수제 초콜릿을 만들어 선물하고 싶다. 과연 그 날이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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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2-10-31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밤에 뛰어나가 초콜릿을 사들고 들어오게 싶게 만드는 페이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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