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4점   ★★★★   A-





작년 여름부터 대구의 책방 서재를 탐하다’ 책방지기가 직접 책을 쓰고, 편집하고, 판매하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사업 등록 당시에 출판사 이름은 도서출판 서탐이었고, 올해 1월에 사명을 ‘tampress(탐프레스)’로 변경되었다책방지기는 겸손하게도 ‘tampress’출판 스튜디오라고 부른다. ‘tampress’책방 안에서 나온 창작 활동의 산물을 출판물로 만드는 일에 전념하는 출판사다.


책방에 다재다능한 사람들이 찾아온다. 이들은 책방지기의 든든한 벗이다. 책방지기는 재주가 많은 두 명의 벗과 함께 여성을 위한 소셜 커뮤니티를 만들었다소셜 커뮤니티 이름은 ‘W.살롱이다(나는 처음에 ‘W.살롱우먼살롱으로 읽었다. 정확한 호칭은 더블유살롱이다). ‘W.살롱프로젝트에 참여한 책방지기의 동료들 모두 글 쓰는 일을 한다. 권지현 작가는 라디오 방송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오마이뉴스> 시민 기자이기도 하다(본인을 프리랜서 글꾼이라고 소개했다). 이도현 작가이도라는 필명으로 단편소설 보름달을 펴냈다.책샘(책이 샘솟다)’이라는 독서 모임을 남편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W.살롱여성들이 함께 모여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영화를 보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문화 공동체이다‘tampress’의 첫 번째 출판물인 <W.살롱 에디션>‘W.살롱’ 정기 모임에 참여한 여성들의 글과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이 책에 책방지기, 권 작가, 이 작가가 쓴 글도 실려 있다세 사람이 함께 표지 디자인 제작, 편집, 교정 작업을 했다현재 총 네 권의 <W.살롱 에디션>이 출간되었다(책 한 권의 정가는 8,000원이다)네 권의 책 모두 이 글에 전부 소개할 수 없어서 <W.살롱 에디션> 첫 번째 책만 언급하겠다.


<W.살롱 에디션> 첫 번째 책의 주제는 이다. 주제는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대부분 사람은 밥을 한국인의 주식(主食)’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W.살롱의 작가들은 밥을 차리는 주체에 주목한다여성은 결혼하면 밥을 차리는 아내가 된다. 사실 여성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나 주변 사람들한테 아내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으면서 자란다. “여자는 자고로 음식을 잘 만들어야 좋은 아내가 되고,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오랫동안 아내가 차려준 밥을 먹으면서 살아봤거나 이런 아내를 만나 살고 싶은 남자들은 밥 짓는 일의 수고로움을 모른다책방지기 겸 편집자인 김정희 작가는 나 또는 누군가의 끼니를 위해 육체를 움직여 보지 않은 사람은 일상을 대하는 태도가 관념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 이반 일리치 그림자 노동(사월의책, 2015)



 

우리는 정떨어진 사람에게 밥맛없다라고 말한다. 권지현 작가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긴 단어인 밥맛을 새롭게 정의한다. 그는 밥맛에 밥을 차리는 노동을 하찮게 여기는 인식이 반영되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밥을 차리는 노동은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이도 작가는 음식을 만드는 일에 소비되는 돈과 시간을 직접 재보기 위해 요리 마일(cook miles)’이라는 계산식을 만들었다. ‘요리 마일국내총생산(GDP)과 같은 경제적 수치에 반영되지 못한 가사노동의 가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가사노동, 특히 음식을 만드는 일은 그림자 노동이다. 오스트리아의 철학자 이반 일리치(Ivan Illich)는 임금 노동에 가려진 가사 노동을 그림자 노동이라고 명명했다


일리치는 남성 중심의 생산노동에 가려진 그림자 노동을 양지로 끌어올리려 했다하지만 빛이 너무 밝으면 공해가 된다. 밥 만드는 일을 지나치게 숭배하고, 여성의 모성과 희생에만 초점을 맞춘 신화밥 차리는 주체의 수고로움을 가리는 공해이다. <W.살롱 에디션> 첫 번째 책의 부제는 신화를 걷어내다이다. 그들이 걷어낸 신화밥을 차리는 주체를 보지 못하게 만드는 관념적인 식탁보다. W.살롱의 작가들은 식탁보가 된 신화를 걷어낸다. 만약 당신이 <W.살롱 에디션>을 다 읽고나서 식탁보를 걷어내면 식탁 위에 밥이 아닌 ‘밥을 차리는 주체의 이 있음을 알게 된다.


<W.살롱 에디션>을 문고본 형태의 문집이라고 얕보지 마시라. ISBN(국제표준도서번호)이 있는 단행본이다. 서평지 서울 리뷰 오브 북스의 편집위원인 송지우 교수는 책을 내는 가치가 있다면 서평은 그 가치를 존중하는 자연스러운 방법이라고 말했다.[] 나는 송 교수의 말에 공감한다. 책방에 모인 작가들의 수고로움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의 작업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 서평을 썼다. 내가 책방지기의 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서평을 쓴 건 절대로 아니다(<W.살롱 에디션첫 번째 책은 책방에서 샀다). 지인이 쓴 책도 쓴소리와 악평을 피할 수 없다. 좋은 책을 알아보는 독자는 잘 만든 책 속에 부족한 점, 아쉬운 점, 문제점이 하나라도 있으면 반드시 언급한다. <W.살롱 에디션> 첫 번째 책에 몇 개의 오자가 보였다. 나는 이 사실을 책방지기에게 알렸다. 내 의견을 그분에게 직접 전달했으므로 이 글에 책의 오자를 언급하지 않았다.





 

[] 책 감별사모여 국내 최강 서평지 만든다(동아일보, 2020. 12. 4)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21-02-23 1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끝내 주는 리뷰입니다.

이 책도 어느 포스팅인가에서 보고는
일단 쟁여 두기는 했는데 어디에 두
었는 질 모르겠네요...

cyrus 2021-02-24 10:57   좋아요 1 | URL
레삭매냐님이 언급한 ‘이 책’이 <그림자 노동>을 말하는 겁니까? ㅎㅎㅎㅎ
<그림자 노동>을 ‘서재를 탐하다’ 책방에서 구입했는데, 작년에 제가 방을 도배했을 때 이 책을 종이 상자에 넣었어요. ^^;;

페넬로페 2021-02-23 11: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밥하고 밥차리는 그림자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cyrus님의 리뷰는 저를 한 번 돌아보게 하네요^^
근데 문제는 현실적으로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예요^^
그게 참 문제인것 같아요**
항상 고맙다, 잘 먹겠다는 말이 나에게 마약처럼 작용해 또 노동에 종사하게 되는거죠^^
저 위의 사진이 참 좋아요.
평화로워요**

cyrus 2021-02-24 11:05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어머니나 아내에게 말로만 감사를 표현하는 게 아니라 직접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지금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어서 음식을 직접 만드는 일은 거의 없어요. 그래도 부엌에 자주 갈려고 하는데, 그럴 때 식기와 음식 재료들이 어디에 있는지 관찰하고 기억해두려고 해요. 그러면 나중에 제가 혼자 음식 만들 때 편해요. ^^

stella.K 2021-02-25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책방지기님 좋은 일 하시네.
잘 됐으면 좋겠다.
<W.살롱 에디션>도 잘 됐으면 좋겠다.
너도 이쯤해서 책 한 번 내보는 건 어때?
좋은 글들이 많은데.

cyrus 2021-02-26 12:39   좋아요 0 | URL
제 글이 잘 썼다고 보기 어렵고, 사람들이 제 글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작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제 글을 보는 소수의 사람들을 위해서 책보다는 블로그로 내 생각을 전달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

kuki 2021-03-14 1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샘 <밥>을 읽어주시고 애정어린 서평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책방에 모인 작가들의 수고로움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의 작업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 서평을 썼다‘

W살롱의 앞길에 뜨거운 에너지 듬뿍 받습니다^^ 이 글을 서탐 블로그에 고이 모시고 갈께요.

cyrus 2021-03-14 23:34   좋아요 0 | URL
제 글을 ‘서탐’ 블로그에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책 대 담배 쏜살 문고
조지 오웰 지음, 강문순 옮김 / 민음사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점


2.5점  ★★☆  B-





쏜살문고의 쏜살1966년에 세워진 민음사의 초창기 로고 활 쏘는 사람을 뜻한다. 쏜살문고는 민음사 창립 50주년인 2016년에 첫선을 보였다. 출판사 측은 쏜살문고가 아름다운 글 화살이 되어 독자의 가슴에 가닿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에세이 선집 책 대 담배는 작년 3월에 나온 쏜살문고 시리즈다. 표제작인 책 대 담배는 책이 안 팔리는 이유를 나름 계산하면서 분석한 오웰의 영민한 능력이 돋보인 글이다. 그는 독서가 개 경주나 영화 보러 가는 것보다 재미가 없어서 사람들이 책을 사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책 대 담배는 아쉬운 점이 많은 책이다. 이 책에서 오웰의 주석을 제외한 역자의 주석은 고작 두 개뿐이다. 이 두 개의 역주는 책에 제일 마지막에 수록된 가난한 사람들은 어떻게 죽는가에 있다. 역주가 없으면 독자는 오웰의 글을 이해하지 못한다. 책 대 담배에 수록된 책방의 추억,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책, 문학을 지키는 예방책은 오웰의 폭넓은 관심사가 반영된 글이다. 그는 이 세 편의 글에서 영미 작가와 소련 출신 인사들을 언급하면서 그들의 글과 행보를 비평하고 있으며 스페인 내전과 파시즘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드러낸다. 그런데 이를 친절하게 설명해줄 역주가 없으니 독자들은 오웰의 박학다식함에 기가 죽고 만다. 이러면 독자들은 오웰의 글이 어렵다고 느낀다. 나는 오웰의 에세이를 읽으려는 독자에게 한겨레출판사에서 나온 나는 왜 쓰는가를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의 장점은 역주다. 역자는 오웰의 글이 쓰인 시대적 배경뿐만 아니라 낯선 용어와 인명을 역주를 통해 아주 상세하게 설명했다.

 

오웰의 글이 아무리 잘 썼어도 역자의 주석이 없으면 독자의 가슴에 가닿지 못한다. 역자는 완성된 책 대 담배를 만족스럽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책은 쓰다 만 책이다. 역주를 달지 않은 것은 역자의 직무유기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균호 2021-01-16 2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래서 <주석>이 학자의 중요한 업적 중의 하나라고 말을 하는 모양입니다. ^^

cyrus 2021-01-17 10:13   좋아요 0 | URL
네, 주석의 가치가 재평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새책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

DYDADDY 2021-01-16 2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이 쓰셨던 글 중에 주석에 대한 평이 있는 글이 생각나네요. 일반적인 독자의 지적 수준을 배려하여 (배려라 쓰고 폄하로 읽기도 합니다.) 너무 세세한 주석도 가독성을 떨어뜨리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이 책 한권 읽자고 온갖 것을 찾아봐야 하는 것도 집중이 되지 않으니 역시 ‘적당‘이라는 것 만큼 어려운게 없나봅니다.

cyrus 2021-01-17 10:15   좋아요 1 | URL
맞아요. 역자의 역량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독자의 독서를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한 양의 주석을 달아야하고, 무엇보다도 주석 내용을 정확하게 써야 해요. ^^

stella.K 2021-01-17 1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목차 보면 읽고 싶은데 너의 서평을 보니 주저되네.
그러고 보면 너의 대부분은 독후감이 아니라 서평인데 말야.
알라딘 메뉴얼과 별개로 너만의 별점을 보여주고.
넌 상당히 성실한 서평가에 속한다고 생각해.^^

cyrus 2021-01-18 09:21   좋아요 1 | URL
성실하다는 소리를 들었으면 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기분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해요. ^^
 






서평이 뭔데왜 서평을 써야 하지?’ 매년 한 번쯤 나 자신에게 묻는다암만 물어봐도 만족스러운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그래도 맞든 틀리든 나는 서평의 정의와 서평을 쓰는 이유를 꼭 알아야 한다. 어느 날 아폴론 신전 앞을 지나가던 테스 형이 말했었지너 자신을 알라사람들은 이 말을 자신의 무지를 알라는 뜻으로 자신의 내면에 새긴다나는 이 말을 빌려 내 손 안에 있는 작은 거울에 새긴다. “서평을 쓰는 너 자신을 알라. 책을 읽으면서 내가 몰랐던 사실을 알면 겸손해진다. 바보 같은 내 모습을 철저히 반성하려면 일단 써야 한다그래서 나는 올바른 생각을 한 저자와 그렇지 않은 내가 마주친 결정적 순간을 반드시 서평으로 기록한다.



















* 조지 오웰 책 대 담배(민음사, 2020)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이 쓴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는 한 편의 작은 자서전이다. 이 글은 오웰의 에세이 선집 책 대 담배에 실려 있다. 이 글에서 오웰은 나 자신에 관한 연재 서사를 창작하는 일을 십오 년 넘게 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 기록 활동이 일기 같은 형식의 글을 쓰는 일이라고 했다. 오웰은 십 년 동안 글을 쓰면서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로 만들고 싶어 했다. 확실히 그는 자신이 어떤 글을 쓰고 싶어 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나는 십 년째 서평을 쓰고 있다그렇다면 지난 십 년 동안 내가 가장 쓰고 싶었던 서평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어리석은 나 자신에 관한 서사가 담긴 서평이다


누군가는 일기 형식의 서평을 독후감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서평과 독후감은 서로 닮은 구석이 있으면서도 뚜렷한 차이가 있다. 서평과 독후감 속에 독자의 생각이 있다. 책과 관련된 자잘한 개인적인 생각을 기록하면 독후감이 된다. 서평의 주된 내용은 책에 대한 글쓴이의 객관적인 해석이다. 하지만 나는 서평과 독후감을 가깝지만 먼 친척’ 관계로 보고 싶다. 서평 전문가처럼 서평과 독후감을 정확히 반을 가르듯이 구분하고 싶지 않다.


오웰은 글쓰기의 네 가지 동기를 언급했는데, 그중 하나가 역사적 충동이다. 역사적 충동은 모든 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진실을 찾아내 그것을 보존해 두려는 욕망이다. 책의 내용을 잘 알려주면서, 책 앞에 고개 숙인 내 모습을 솔직하게 쓰고 싶은 욕망. 이 욕망이 내가 서평을 쓰는 이유이다. 나는 왜 쓰는가는 서평을 쓰는 나를 있는 그대로 보게 해준, 내 손 안의 작은 거울이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아 2021-01-16 14: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려워요~퍼가서 몇번 더 봐야겠어요! 안그래도 <서평 잘 쓰는법>꺼내놓은 참이었어요. 오늘도 제게 피가 되고 살이 될 내용👍

cyrus 2021-01-16 20:07   좋아요 3 | URL
늘 쓰던 글인데, 가끔 어떻게 쓸지 모를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저는 아무 생각하지 않고, 글도 쓰지 않아요. 그냥 책만 계속 읽어요. ^^

DYDADDY 2021-01-16 15: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서평과 독후감을 칼로 베듯이 정확하게 나눌 수 없는 것은 객관의 정도때문이겠지요. 인식을 통한 세계관으로 자아가 형성되기에 완벽한 객관성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cyrus님처럼 주관과 객관의 줄타기가 서평일거라고 생각해요.

cyrus 2021-01-16 20:10   좋아요 3 | URL
저는 독후감과 서평의 특징을 혼합해서 쓰면 어떨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아니면 어떤 날에는 독후감을 쓰고, 또 어떤 날에는 서평을 쓰는 식으로 해서 책의 주제와 내용에 따라 글의 형식에 변화를 주면서 써보려고 해요.

stella.K 2021-01-16 17: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요즘엔 서평이 대세지. 독후감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독서를 하고 난 느낌을 말하는데 말야.
그런데 알고 보면 서평 보다는 독후감은 여전히 많이 쓰는 것 같아.
그래놓고 서평이라고 해.
그렇다면 서평과 독후감을 나눌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둘은 나눌 필요는 있어 보이고
나는 개인적 느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런 점에서 독후감은 그것자체로 더 대접을 받아야 하는데
왜 독후감은 평가절하된 느낌을 받는지 모르겠어.
참고로 난 알라딘에서 적립금 준다기에 쓰기 시작했는데
그거로 책까지 냈잖니. 암튼 그런 게 없었으면 내가 지금까지
서평이든 독후감이든 썼을까 몰라.

오늘 글은 좀 짧은 느낌이다. 나만 그런가?ㅋ

cyrus 2021-01-16 20:16   좋아요 4 | URL
서평 쓰기를 알려주는 책들을 보면 내용이 이래요. 저자가 독후감과 서평의 정의를 알려줘서 두 용어의 차이점을 보여줘요. 그런 다음에 독후감보다는 서평을 쓰기를 권장해요. 항상 이런 식으로 전개돼요. 독후감을 서평보다 한 단계 평가 절하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런 내용을 볼 때마다 ‘독후감과 서평의 장점을 혼합해서 쓰면 안 되나?’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볼 땐 이런 혼합적인 특징의 서평을 쓴 작가는 정희진, 요네하라 마리, 쉼보르스카에요. 그래서 서평을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는 슬럼프가 찾아오면 요네하라 마리의 <대단한 책>을 봐요. ^^

요즘 문장을 짧게, 글의 분량을 적게 쓰려고 자가 훈련 중입니다. 매일 글 쓰는 것도 제겐 훈련이고 연습이에요. ㅎㅎㅎ

겨울호랑이 2021-01-16 17: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객관적인 관점의 서평과 주관적인 관점의 독후감 사이의 경계를 구분한다는 것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마치 사람의 생각에서 이성과 감성을 뚜렷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것처럼요...

cyrus 2021-01-16 20:18   좋아요 3 | URL
네, 맞아요. 그래서 저는 객관적인 관점의 서평과 주관적인 관점의 독후감의 특징이 혼합된 글을 쓰려고 해요. 책 소개와 책과 관련된 개인적인 서사를 동시에 보여주는 글이죠. ^^

syo 2021-01-16 20: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객관적인 해석‘이라는 말이 형용모순이라고 생각하고, 객관적인 관점이라는 것이 증명되기 위해서는 세상 모든 사람의 관점을 다 살펴보고 판단할 수 있는 슈퍼관점이 존재해야 되므로 그것 역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쓰는 글과 사이러스님이 쓰는 글을 보면 누구 글이 더 객관을 지향하는 글인지는 바로 알 수 있으니까, 그런 점에서 보면 또 객관이라는 게 완전히 없는 것 같지는 않기도 하고, 여튼 그렇게 혼란스럽습니다.

cyrus 2021-01-16 20:36   좋아요 3 | URL
맞아요. 객관적인 내용이라고 해도 누군가는 그 내용이 주관적으로 보일 수 있죠. 그런데 서평 쓰기를 알려주는 책을 쓴 저자들의 견해를 보면 서평을 마치 ‘객관적으로 쓴 글’인 것처럼 소개해요. 그래서 이런 내용을 볼 때마다 syo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혼란스러울 때가 있어요. 저는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려고요. 서평과 독후감의 특징을 혼합한 글을 쓰려고 해요. 저는 기계가 아니니까 계속 서평을 쓸 수 없어요. 책의 주제나 내용에 따라 독후감을 쓰고 싶을 때가 있어요. 장르의 틀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글을 써볼 생각입니다. ^^
 
나는 오늘도 책 모임에 간다 - 북클럽 운영자의 기쁨과 슬픔
김민영 지음 / 북바이북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점


4.5점   ★★★★☆   A





전국에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방역 조치가 시행되면서 117일까지 5인 이상의 모임이 금지된다. 책 모임이 진행되는 장소인 책방도 예외가 아니다. 카페를 겸업하는 책방 안에서 음료를 마실 수 없다. 포장 주문만 가능하다. 책상에 앉아서 책도 읽을 수 없다. 그래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이 있잖은가. 책방이 잠시 문을 닫아도 좋은 책을 읽으면서 좋은 인간 관계를 이어나가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은 책 모임에 꾸준히 참여한 회원들이다. 책 모임 회원들은 비대면 책 모임(화상 회의)을 꾸리면서 코로나로 인해 식을 뻔한 관계의 온기를 유지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책 모임에 참석하려면 당연히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안 읽고 오면 대화의 장에 합류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런 사람은 책 모임이 마칠 때까지 입을 잘 열지 않는다. 간혹 책 이야기 대신에 책과 관련 없는 이야기를 한다. 처음에는 뜬금없어 보이지만, 계속 대화를 하다 보면 어쩌다가 책과 관련된 이야기와 연결된다. 비록 우연히 얻어걸린 거겠지만. 그래도 절묘하게 모임을 진행하는 것도 흐트러짐 없이 대화 분위기를 잘 이어가게 만드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그렇지만 책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추고 싶은 회원은 책 밖의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책 모임 회원들은 책 모임이 있는 날이 항상 즐겁고 행복한 날로 기억되길 바란다. 하지만 관계의 온기가 한순간에 식어버리는 날도 온다. 책은 안 읽었으면서 엉뚱한 소리만 해대는 회원이 얄밉다. 자신이 똑똑하다는 걸 뽐내는 사람은 꼴 보기 싫다. 내 의견에 토를 다는 사람은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책 모임은 예측 불가능한 자리다. 그래서 책 모임을 하고 싶어도 하겠다고 차마 말을 못 꺼내는 사람이 있다. 모임에서 만난 특정 인물을 미워하거나 모임 분위기에 실망하면 다음 모임에 나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


15년 동안 책 모임을 꾸려온 김민영 작가는 한때 책 안 읽고 모임에 나오는 사람들을 미워했다고 실토했다. 김 씨는 과거에 자신이 독선에 빠진 독서광이었다고 밝혔다. 김 씨가 쓴 나는 오늘도 책 모임에 간다는 책 모임의 민낯을 솔직하게 보여준 책이다. 김 씨는 그동안 책 모임을 꾸리면서 실수했던 자신의 행동을 먼저 되돌아본다저자는 지금까지 책 모임 운영자의 위치에 서면서 책 모임을 진행해왔다. 그래서 모임 도중에 의견들이 충돌하여 아찔했던 순간과 책 밖의 이야기가 넘쳐서 모임 회원들이 삼천포로 빠진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저자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또는 아예 잊고 싶은) 최악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자신만의 책 모임 진행 방침들을 정했다자기 생각과 일치한 상대방의 의견에 무조건 맞장구치지 말 것. 한쪽의 견해에만 치우치는 모임 분위기를 만들지 말 것. 책 모임 운영자는 덜 놓치는 사람이자 더 듣는 사람이다(101). 저자는 책 모임에 오는 사람들의 마음을 살피는 태도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관계의 온기를 품고 있는 사람이 한 권의 책보다 중요하다. 이런 사람이 있으면 책 모임이 즐거워진다저자의 책 모임 진행 방침은 즐거운 책 모임을 원하는 회원들도 꼭 기억해야 할 사항이다나는 오늘도 책 모임에 간다는 책 모임이 있는 책방에 반드시 있어야 할 책이다. 이 책만 있으면 책 모임의 분위기를 잘 몰라서 참석을 망설이는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책 모임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책방지기에게 도움을 준다. 나는 담담책방을 지키고 있는 책방지기에게 이 책을 권해야겠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21-01-06 14: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달궁 모임도 지난 1년간 못하고
있네요. 삶의 유일한 낙 중의
하나였는데 말이죠.

어서 속히 코로나가 물러 가고
책모임이 재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책보다
닝겡이 중요하다, 공감합니다.

cyrus 2021-01-06 19:36   좋아요 2 | URL
최근에 인스타를 통해서 달궁의 근황을 확인했어요. 비대면 모임이 있었던데, 그 모임에 무당광대님도 있더라고요. 정말 반가웠어요. 달궁에 보고 싶은 얼굴들이 많아요. 제가 얼른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해서 일하는 데 어느 적응이 되면 서울에 가볼 생각이에요. 그때는 코로나가 잠잠해지겠죠? ^^

붕붕툐툐 2021-01-07 2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월 도서관이 문을 닫은 이후로 갖지 못했던 독서모임을 10월부터 온라인으로 다시 시작했어요. 사람도 책도 온기도 축소된 느낌이지만, 새로운 시대에 제가 적응해야 하는 거겠죠? 책 읽고 대화를 나눈다는 건 늘 좋아요~ 여기 북플을 포함해서요!!^^

cyrus 2021-01-08 10:57   좋아요 2 | URL
맞아요. 그런데 저는 책 모임이 북플보다 좋아요. 제가 꾸준히 참석하는 책 모임의 멤버들은 자신과 다른 의견을 잘 경청하는 편이에요. 그분들은 좋은 사람이고, 그분들을 만난 저는 운이 좋은 거죠. 북플에도 이런 분들이 많이 활동하고 계시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특성상 폐쇄적인 성향을 지울 수 없어요. 친한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성향. 비판을 부담스러워하는 성향.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듯이 자기와 친한 사람이 비판을 받으면 그 사람을 보호해주려고 하고, 반대로 친한 사람이 타인을 비판하면, 친한 사람의 편이 되어주는 상황. 저는 알라딘 서재로 시작해서 지금의 북플을 이용하기까지 그런 상황을 많이 봤고, 겪었어요. 그래서 작년 후반기에 북플의 한계를 느꼈고, 저 또한 북플의 폐쇄적인 분위기에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걸 인식했어요. 그런 이유로 작년 몇 달 동안 북플에 접속하지 않았어요. 책 모임 활동에 매진했어요. 물론 책 모임도 멤버 구성에 따라 폐쇄적인 성향으로 흘러갈 수 있어요. 하지만 제가 책 모임을 통해 만난 분들은 확실히 다른 사람의 의견을 포용해주고, 피드백도 잘 해줍니다. ^^

붕붕툐툐 2021-01-08 21:56   좋아요 1 | URL
오홍~ 그런 경험이 있으셨군용~ 저도 제일 처음 독서모임을 시작했을 땐 북플에 뜸했었어요. 실제로 사람을 만나 이야기 나누는 경험은 정말 강력한 거 같아요~ 특히나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셨다니 정말 축하할 일이지요~
저는 지금은 폐쇄적인 분위기의 일원이 되고 싶어 하는 중이라.. 언젠가 사이러스님이 느끼셨던 걸 느끼게 될 날이 오기는 할까 싶네요~하핫^^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점


2.5점   ★★☆   B-





우리나라 사람에게 공부는 애증의 단어다.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하지만 막상 하면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하다가 끝내 공부에 손을 뗀다. 근면과 성실을 선호하는 우리 사회에서 공부하다가 중도에 포기한 사람들은 실패한 자’, ‘게으른 자쯤으로 취급받는다. ‘실패한 자’, ‘게으른 자라면서 비아냥거리는 자들은 한때 무언가에 미쳐서 공부했던 사람들을 욕할 자격이 있을까. 스스로 공부해볼 생각을 단 한 번이라도 하지 않은 자는 공부를 조금 했다가 만 사람들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


<중앙SUNDAY>17개월여 동안 공부를 주제로 한 칼럼을 연재한 김영민 교수는 공부를 이중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를 이렇게 진단한다.

 

 

 한국은 일찍부터 입시에 정열을 바친다는 점에서 교육열이 강한 나라이지만, 진정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는 점에서 교육에 냉담한 나라이기도 하다


(공부란 무엇인가프롤로그중에서, 10)



그동안 기성세대는 자손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만 말했지,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수동적으로 공부한 자손들은 기성세대에게 공부 잘하는 방식이 어떤 것인지 묻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손들은 기성세대가 되고, 그들은 선대로부터 받은 가르침을 고대로 따라 다음 후손들에게 말한다. “딴짓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나 해. 너한테 도움 되는 거야.”


공부란 무엇인가는 우리가 너무 잘 몰랐고, 너무 쉽게 생각했고, 너무 하고 싶지 않았던 공부의 의미와 방식을 다시 되짚어보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은 총 5부로 이루어졌다. 1(‘공부의 길’)에는 논술문 작성 방식과 작성 시 주의할 점이 나온다. 본격적으로 공부하고픈 사람은 2(‘공부하는 삶’)부터 먼저 보는 것이 좋다. 2부에서 글쓴이는 공부할 때 갖춰야 할 마음가짐을 알려준다. 3(‘공부의 기초’)2부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3부에 공부하면서 쓰게 될 서평의 의미, 공부하는 삶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일인 질문하기에 대한 글쓴이의 조언 등이 담겨 있다. 4(‘공부의 심화’)1부와 짝을 이룬다. 글을 좀 더 정교하게 쓰는 방식, 상대방을 비판하거나 상대방에게 비판받을 때 반드시 있어야 할 덕성, 토론 발제를 잘 만드는 법 등이 나온다. 마지막 5부는 글쓴이의 인터뷰다. 책을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관심 있는 주제의 글을 골라서 천천히 읽으면 된다.


김 교수는 공부하려면 어떤 것을 배우고자 하는 적극성과 자발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125쪽)공부를 꾸준히 하려면 체력이 좋아야 한다. 몸이 아주 나빠진 상태에서 공부를 계속해온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어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은 암 투병 중에도 바다와 숲에 가서 생물들을 관찰했고, 침묵의 봄을 쓰기 위한 각종 자료를 수집했다. 카슨과 같은 사람들은 정말 위대하다. 하지만 꼭 그런 사람처럼 할 필요가 없. 건강을 잘 관리하면서 공부해야 한다. 몸이 망가질 때까지 죽을 각오로 공부하다간 정작 공부해서 얻어야 할 소중한 열매를 맺지 못할 수 있다. 누구나 건강상 문제로 공부를 중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이런 예상하지 못한 사정을 생각한다면 공부하다가 포기한 사람들을 노력 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난해선 안 된다.


김 교수는 독자를 피식 웃게 만드는 재치 있는 표현을 구사하면서 어려운 주제의 글을 쓰는 재주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재능도 과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다음에 나올 인용문은 평소 그의 글을 좋아한 독자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으리라.



* 117

 

 나는 이번에야말로 현지 시민 연결 프로그램을 제대로 활용해보고 싶어서, 일본 메이지 시대 문헌을 함께 읽어줄 사람을 물색했다. 마침내 도쿄 대학이 주선한 소개의 자리에 나가본즉, 기본 교양은 물론이고, 기특하게도 옛 문헌을 읽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게다가 육감적인 몸매를 자랑하는 글래머 초미녀 여성이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는 것은 다 뻥이고‥… 등이 굽은 노령의 남자 한 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꿀벅지‥… 아니, 꿀주름, 꿀검버섯이‥… 넘실대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등록된 기특하다의 뜻은 다음과 같다. 말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이 신통하여 귀염성이 있다.’ ‘기특하다의 유의어는 신통하다’, ‘대견하다’, ‘귀엽다등이 있다. 김 교수는 옛 문헌을 읽는 데 관심이 있는 미녀가 기특하다고 했다. 그가 언급한 미녀는 김 교수의 상상이 만든 인물이지만, ‘기특하다라는 표현을 실제로 문헌 연구를 하는 여성이 들으면 상당히 언짢게 느껴질 수 있다. 무언가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여성들의 목표는 남성학자들에게 인정받거나 귀여움받는 것이 아니다. 글래머 초미녀 여성은 겹말이 있는 비문(非文)이다. ‘미녀()’는 여성을 뜻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나이 든 외모를 희화화하기 위해 젊은 여성의 외모와 비교하는 김 교수의 농담이 지나치다


프로이트(Freud)는 상대방에게 감추고 싶은 리비도(libido)와 무의식적인 충동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무심결에 드러낸다고 주장했는데, 그 방식에 말실수와 농담이 포함되어 있다. 프로이트의 주장대로라면 김 교수는 연구년을 옛 문헌에 관심 있는 일본의 글래머 미녀와 함께하고 싶은 속마음을 자신의 글에서 농담으로 드러냈다. 다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방식은 과학적인 이론이 아니기 때문에 농담에 대한 프로이트식 해석을 김 교수의 본심이라고 규정해선 안 된다.


2부에 김 교수의 강의 방식을 소개한 글이 있다. 이 글에서 김 교수는 자신만의 지도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데, 용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에 가야 할 학생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못마땅하다.



* 76~77


 수업 도중에 화장실에 가도 안 되냐고요? 물론 안 됩니다. 여러분은 성인이고, 성인의 자부심은 똥오줌을 참을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여러분이 한 시간 30분 정도는 생리현상을 관리할 수 있으리라는 사회적 기대가 있습니다. 마치 극장에 들어가기 전에 화장실에 들르듯이, 강의실에 들어오기 전에 화장실에 들르기 바랍니다. 그리고 손을 씻기 바랍니다. 예외적인 사정이 있는 사람은 미리 상의해주기 바랍니다.

 아무리 화장실에 미리 다녀왔어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고 해서 수업 중에 갑자기 손을 들고, “뭔가 나와요!”라고 울부짖는 것은 민망한 일이겠지요. 그런 경우에는 노래를 부르기로 합시다. 수업 중에 불가피하게 화장실에 가야 할 사정이 생긴 사람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겁니다. 어디선가 나직하게 들려오는 노랫가락을 듣고 우리는 누군가 곧 강의실 문을 나갈 것을 예감하고 그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하면 강의에 집중력을 잃지 않을 수 있겠지요. 노래를 부르며 강의실을 떠나는 학우의 고통을 공감하고 양해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공감과 양해는 규율 못지않게 중요한 시민적 덕성입니다. 노래하는 목소리가 클수록, 곡조가 슬플수록, 그가 처한 상황이 위중하다는 신호겠지요. 저 역시 만에 하나 급히 용변을 봐야 할 사정이 생기면, 장송곡을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김 교수의 강의를 들어본 학생들의 입장이 궁금하다. 학생들에게 똥오줌을 참으라고 말한 교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필자가 별일 아닌 일에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걸까갑자기 생긴 생리적 현상 때문에 화장실에 가야할 학생의 행동을 울부짖는 것’으로 과장한 표현은 그 학생에게 굴욕감을 준다화장실에 가는 학생 한 사람 때문에 수업 분위기가 깨지는 상황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그렇지만 차질없이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 화장실 가는 학생에게 굴욕을 줘야만 할까. 김 교수와 다른 학생들의 눈치 때문에 노래를 크게 부르면서 화장실에 가야 하는 상황이 내심 불편하다. 이런 상황이야말로 화장실 가는 일을 더욱 민망하게 만든다. 정말로 이런 방식으로 강의가 진행된다면 수화가 없으면 의사소통이 어렵고, 노래도 부를 수 없는 청각장애 학생은 김 교수의 강의를 들을 수 없다. 그러면 강의를 듣는 청각장애 학생은 콧노래라도 불러야 하나재미있게 한() 말이 누군가는 전혀 웃기지 않고, 더욱 불편하게 느낄 수 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곰생각하는발 2020-12-15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교수 님, 꼰대로군요.. ㅎㅎ

cyrus 2020-12-15 18:40   좋아요 0 | URL
이 책의 리뷰를 쓴 어느 독자도 김 교수가 꼰대 같다고 했어요... ^^;;

stella.K 2020-12-15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한동일 교수의 책 보다 높게 보는 것 같던데
그래서 언젠가 한 번은 읽어 봐야지 했는데 허 거참...

cyrus 2020-12-16 07:34   좋아요 0 | URL
전작보다 못한 책이지만, 그래도 서평의 정의에 대한 내용은 좋았어요. 제가 생각했던 것과 거의 비슷했거든요. ^^

레삭매냐 2020-12-15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인에게 공부한 계급의 상층부
로 올라가기 위한 사다리가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 계급의 상층부는 아마도 젖과
꿀이 흐르는 낙원이...

아니 얼마나 대단한 강의길래
닝겡들의 생리 현상까지 참으라
고 강요하는지 미개한 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네요 그것 참.

cyrus 2020-12-16 07:36   좋아요 1 | URL
교수 입장에서는 나름 재미있어 보이려고 쓴 것 같은데, 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웃기지 않고 불편하게 느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