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의 의미
임주혜 지음 / 행복우물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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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점  ★★★  B







너의 그 한마디 말도 그 웃음도

나에겐 커다란 의미

 

- 산울림 <너의 의미>(1984) 노랫말 -





<직립보행>대구 삼덕동에 있는 인문학 헌책방이다. 주말에만 여는 곳이다. 책을 매우 좋아하는 부부가 책방을 함께 지킨다. 내 집 드나들 듯이 <직립보행>을 찾아간다. <직립보행> 부부와 대화할 때가 무척 즐겁다. 한 번은 내가 부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두 분은 책 한 권 내용을 요약해서 설명을 잘하시던데 왜 서평을 안 쓰시는 거죠?” 그러자 부부는 말없이 서로 마주 보면서 빙긋이 미소만 지었다


그땐 그 미소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부부는 집이든 책방이든 늘 붙어 다니면서 각자 읽은 책이 어떤 내용인지 이야기한다. 책 읽고 느낀 생각을 기록할 필요가 없다. 부부의 독서 취향은 다르지만,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각자만의 읽는 경험을 공유한다. 부부는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서로를 변화시키고 성장한다. 매일 머리와 마음에 책을 품고 사는 부부의 애정 온도는 늘 따뜻하기만 하다. 부부는 책에 대한 기록을 남기지 않아도 읽는 인간으로서 살아있음을 서로 확인하고 있었다.


혼자서 책을 읽기, 혼자서 책이 많은 곳에 가기, 혼자서 책 속에 깊이 파고들어 생각하기. 책에 대한 내 생각을 글로 기록하기. 책을 펼치는 순간 내가 주로 하는 일들이다. 내게 서평과 독후감은 단순히 책을 소개하는 글이 아니다. ‘읽고 기록하는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스스로 확인하는 삶의 흔적이다. 내 글은 특별하지 않다. 내 글이 사람들의 주목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나는 계속 써야 한다. ‘읽고 기록하는 나로 살아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 책에 대한 기억을 혼자만 알고 있다면 기록해야 한다기억이 또렷한 형체로 남으면 기록이 된다기록하지 않으면 읽는 경험과 관련된 모든 기억은 사라진다. 그렇게 되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는 삶의 의미도 희미해져 버린다.


방송작가로 활동 중인 임주혜읽기의 의미는 책을 읽은 후에 기록한 에세이들을 모은 책이다. 이 책은 어디선가 책 읽고 글을 쓰고 있을 무명의 존재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비타민 영양제. 저자에게 문학 읽기쓰는 일은 나를 제대로 알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다. 읽기의 의미를 처음 읽는 독자를 위해 이렇게 읽어볼 것을 제안한다. 당연히 독서의 시작점은 서문(즐거운 발견)이다. 그다음은 1부 제일 마지막 글 나의 글쓰기에 대하여를 읽는다. 이 두 편의 글은 저자가 글로 쓴 자화상이다. 글로 쓴 자화상은 읽고 기록하는 인간으로서 살아온 작가 자신 모습뿐만 아니라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책을 읽고 난 후에 무조건 글을 쓰라는 건 아니다. <직립보행> 부부처럼 읽는 경험을 말로 표현해서 (책을 좋아하는) 상대방에게 들려주는 일 또한 희미해져서 잃어버리기 쉬운 내 삶을 알록달록 빛나게 해준다. 독서 모임은 읽는 나를 만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다.


저자의 글은 대체로 좋은 편이다. 하지만 글이 서평보다는 에세이에 가까워서 책을 제대로 소개하지 않은 글도 있다. 대부분의 우리는 언제나 위대하다라는 글은 저자가 C. S. 루이스(C.S. Lewis)책 읽는 삶: 타인의 눈으로 새로운 세계를 보는 독서의 즐거움》(두란노, 2021)을 읽고 느낀 것을 기록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면 글에 언급된 책은 책 읽는 삶이 아니라 루이스의 다른 책 순전한 기독교》(홍성사, 2018)스크루테이프의 편지》(홍성사, 2018). 책 읽는 삶은 루이스가 남긴 수많은 책과 편지 속에 있는 책과 독서와 관련된 문장을 발췌하여 엮은 책이다.


편집 상태가 엉망진창이다. 띄어쓰기가 안 지켜진 여러 개의 문장은 눈 감아 줄 수 있다. 하지만 오자가 너무 많다. 오자 발견은 읽는 이에겐 썩 즐겁지 않다. 교정을 제대로 했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다. 오자가 책에 몰입한 눈동자를 멈추게 하는 건 화가 나는 일[]이다. 게다가 각주로 달린 책 정보가 정확하지 않은 것도 있다.




* 43


 나는 아니 에르노의 작품들을 좋아한다. 아마 국내에 번역 출간된 그녀의 글(세월, 진정한 장소, 사건 등)은 다 읽었을 거다.


* 88


염상섭의 삼대, 윤흥길의 장마도 읽지 않았다.



책 제목임을 알 수 있는 기호(‘《》’, ‘<>’)를 표시해야 한다.





* 59





 얼마 후 김화영 선생님이 번역한 장 지오노의 글을 읽게 됐는데, 다시 카뮈의 글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저자가 읽었다는 장 지오노(Jean Giono)의 글 제목이 언급되지 않았다. 김화영 선생이 유일하게 번역한 장 지오노의 글은 나무를 심은 사람(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민음사, 2009)이다. 다음에 나오는 인용문(하루해는 어둠의 혼란된 시각에서 시작하고 끝난다~)은 김화영 선생의 책 행복의 충격: 지중해, 내 푸른 영혼》(문학동네, 2021)에 있는 구절이다.





* 67





또렸하게 → 또렷하게





* 69

 

 나는 기억한다. 매일 밤 8, 카메라 앞에서 조금은 흐트러짐을 허용하면서도 결코 흐트러짐이 없었던 그의 모습을.



69쪽 문장은 남아있는 장면들이라는 제목의 글 속에 있다. 손석희장면들: 손석희의 저널리즘 에세이(창비, 2021)에 대한 글이다. 손석희 앵커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진행한 JTBC 뉴스 프로그램 <JTBC news 9> 오후 2055, 즉 밤 9시에 시작했다. 손석희 앵커는 매일 밤 뉴스를 진행하지 않았다. 평일 방송은 손석희가, 주말 방송은 박성태 앵커가 진행했다.





* 149






<일리야스> <일리아스>

경계 → 경계가





* 157





문학?이라고 하면 너무 고고하게 느껴지려나,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물음표가 엉뚱한 곳에 있다.





* 164






포터에벗 → 포터 애벗





* 165쪽 각주






우찬 우찬





* 175






추긍하기 시작한다 추궁하기 시작한다.





* 193쪽 각주


C. S 루이스 <순전한 기독교> 임종성 옮김, 홍성사



C. S 루이스 C. S. 루이스


역자 이름이 잘못 적혀 있다. 역자는 두 명이며 장경철과 이종태다.





* 195






굴직한 절망들을 경험하고 견뎠다 굵직한 절망들을 경험하고 견뎠다.





* 200~201





내 주변 사람들의 언어에는 진심 어린 격려와 사랑이 늘 베어있다.


* 201


 <대성당>이라는 장편으로 유명한 레이번드 카버. 그의 단편 소설집을 읽으며 나는 카버가 세상을 존중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베다는 날이 있는 물건으로 끊거나 자르는 상태를 표현할 때 쓰는 동사다정확한 표현은 스며 있음을 뜻하는 배다(배어있다).


레이번드 카버 레이먼드 카버


카버의 대성당(문학동네, 2014)은 장편이 아니다. 표제작을 포함한 열두 편의 단편이 수록된 소설집이다.





* 220





 <멋진 신세계>는 다양한 철학적 의미가 담긴 글로 유명하지만 사실 나는 헉슬리의 문체가 좋아서 책을 다시 펼친다. 소설의 차가운 배경과 달리 문제는 한없이 따뜻하다.


 

문제‘(헉슬리의)문체의 오자다. 멋진 신세계번역본은 여러 권이다. 저자는 이 글에서 본인이 읽은 멋진 신세계의 역자와 출판사 정보를 언급하지 않았다. 저자는 어떤 번역본을 읽었길래 헉슬리의 문체가 좋다고 하신 걸까? 번역본이 아니라면 멋진 신세계원서의 문체일 수 있다.





* 238






위플 위플래쉬





* 252쪽






제레미 리프킨 → 제러미 리프킨

 




사실 발견된 오자가 몇 개 더 있다. 하지만 이 글의 배꼽(정오표와 주석)이 배보다 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 2부에 있는 글 제목이다. 저자가 신형철의 인생의 역사: 공무도하가에서 사랑의 발명까지》(난다, 2022)를 읽고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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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트와 함께하는 여름 함께하는 여름
앙투안 콩파뇽 지음, 김병욱 옮김 / 뮤진트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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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협찬받고 쓴 서평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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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콜레트(Colette)는 팔방미인이다. 그녀는 자신보다 몇십 살 많은 남자와 한참 어린 젊은 남자들을 만나 사귀었다. 여자들도 콜레트의 발랄하면서 풍성한 매력에 푹 빠졌다. 이 정도로 콜레트는 아름다웠다. 콜레트는 다재다능한 사람이었다. 소설, 극작가, 신문 기자, 음악 및 영화 평론가, 무언극 배우, 뮤직홀 댄서였다. 부업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화장품 회사의 코디네이터로 일했다. 그녀의 메이크업 기술을 배울 수 있는 미용학원도 생겼다


2019년에 키이라 나이틀리(Keira Knightley)가 콜레트로 분한 영화가 개봉되었다. 영화는 남성 중심 세상 한가운데에 당당하게 돌진하면서 살아온 콜레트의 삶을 보여준다. 하지만 국내에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프랑수아즈 사강(Francoise Sagan)보다 늦게 당도한 콜레트는 여전히 미지의 작가로 알려져 있다. 영화가 만든 작가 콜레트는 빼빼 말라서 생기가 없다주변 사람들과 온 세상을 뒤흔든 그녀의 팔팔한 팔방미인 면모를 빛나게 해주지 못한다. 콜레트와 함께하는 여름발랄하고 풍성한 매력을 가진 콜레트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콜레트는 복잡하면서도 모순적인 인간이다. 그런 자신의 삶을 거대한 풍경 같은 인간의 얼굴(238쪽)이라 했다. 콜레트의 글에 거대한 삶의 흔적이 또렷하게 남아 있다. 콜레트와 함께하는 여름의 저자 앙투안 콩파뇽(Antoine Compagnon)은 콜레트가 쓴 소설, 수필, 자서전 등을 읽으면서 콜레트라는 거대한 인간의 얼굴을 복원한다


콜레트는 네 개의 얼굴을 가진 사람이다. 콜레트를 유명하게 만든 ‘<클로딘(Claudine)> 시리즈는 그녀의 첫 번째 남편 윌리(Willy)의 그늘 안에서 태어난 작품이다. 클로딘은 천진난만한 시골 소녀다. 클로딘은 숲을 자유롭게 누비면서 점잖은 사람들을 만나면 짓궂은 장난을 치는 목신 판(Pan)을 닮았다. 클로딘의 얼굴은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란 소녀 콜레트의 앳된 얼굴이다.


콜레트의 어머니 시도(Sido)는 윌리만큼이나 콜레트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애증의 존재다. 콜레트에게 어머니는 사랑스러운 방해자[주1]. 시도는 죽을 때까지 딸을 보호하려고 했다. 시도는 마구잡이식으로 연애하고, 출산을 거부하는 딸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콜레트는 자신을 모성’과 ‘요조숙녀라는 울타리에 가두려는 어머니를 미워했다. 하지만 식물을 애지중지하게 여기는 마음은 어머니를 닮았다콜레트의 소설에서 등장하는 작가의 분신은 자연을 사랑하고 존중한다. 훗날 콜레트는 어머니가 내 인생의 주요 등장인물이라고 말했다(39쪽). 젊은 콜레트는 글을 쓸 때마다 어머니의 존재를 지웠다. 그래서 그녀의 소설에 주인공의 어머니가 없다. 세월이 흘러 어머니의 빈자리를 느낀 콜레트는 자신의 삶이 시도의 일부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리하여 완전히 잊힐 뻔한 콜레트의 사랑스러운 방해자시도라는 소설에서 다시 태어난다. 시도는 동식물을 좋아하는 콜레트의 얼굴이다


지지(Gigi)는 영화와 연극으로 만들 정도로 콜레트의 말기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 지지는 콜레트의 다른 작품들에 묘사된 여성처럼 능동적인 삶을 살아가지만,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한다. 콜레트는 결혼제도를 부정적으로 인식했지만, 세 번이나 결혼했다지지는 자유연애주의자와 아내라는 양면적 정체성을 동시에 가진 콜레트의 얼굴이다.


마지막 네 번째 얼굴은 이 세상을 온몸의 피부로 느끼면서 글 쓰는 콜레트의 진짜 모습이다. 콜레트는 소설을 쓰면서도 문학을 불신했다. 콜레트가 거부한 문학은 오로지 상상력을 동원해 허구로만 채워진 픽션(fiction)’이다. 콜레트의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는 () 문학작가 자신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팩션(autofiction: 자서전과 소설의 결합)’이다.


작가 콜레트는 편견과 가십으로 만들어진 신화이자, 대중이 오해하기 쉬운 픽션적인 존재다. 이 가공의 존재가 널리 알려질수록 대중은 콜레트가 자신의 명성을 높이려고 스캔들을 일으킨 논란의 작가로 인식한다. 그렇지만 콜레트와 함께하는 여름이 보여준 팔방미인 콜레트는 몸을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자신이 살아있음을 스스로 확인하는 존재이다. 콜레트는 자신에게 향한 타인들의 시선과 주변 상황에 따라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다. 그녀는 자신의 마지막 작품인 <파란 등대>에서 내가 가만 내버려 두면, 우울한 순례 같은 것이 되어버릴 것이다라고 썼다(244쪽). 침울한 인간은 움직이지 않으려고 한다. 살아 있어도 살아 있다고 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 허무주의에 잠식당한 우울한 순례자의 최후는 살아가기를 완전히 멈추는 결말을 스스로 선택하는 상황이다. 콜레트는 스스로 움직였다. 오직 살기 위해서 여러 분야에 뛰어든 삶은 우울한 순례를 멈출 수 있는 그녀만의 대처 방식이었다


콜레트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살았다온몸과 정신이 금방 식어버리지 못할 정도로 아주 뜨겁게. 삶이 완전히 식을 때까지 콜레트는 뜨겁게 사랑했고, 뜨겁게 무대 위에서 춤을 췄고, 뜨겁게 파란 종이 위에 글을 썼다파란색(blue)은 콜레트의 삶을 상징한. 파란색은 서늘하고 무기력하다. 그렇지만 콜레트의 파란색은 뜨겁다.






[주1] 최근에 나온 책인 줄리 필립스의 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 앨리스 닐, 도리스 레싱, 어슐러 르 귄, 오드리 로드, 앨리스 워커, 앤절라 카터돌보는 사람들의 창조성에 관하여(돌고래, 2023)의 제목을 그대로 따온 표현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사랑스러운 방해자어머니가 된 작가가 돌봐야 하는 자녀를 뜻한다.






※ cyrus의 주석




* 46

 




 키플링의 정글의 책[2]에 나오는 동물들이 그렇듯 사람처럼 말한다.

 

 

[2] 정글 북






* 54~55

 




 콜레트는 자신의 몸과 붓의 자유를 외쳤다. 그녀는 뇌일리에 있는 나탈리 바르네[3]의 집이라든가, 니스에 있는 르네 비비앙의 집 활인화에 출연했다.

 

 

* 58

 

 콜레트는 몇 차례 동성애를 경험하고 나서(클로딘의 부부생활에 레지로 등장하는 조지아나 나탈리 바르네[3]), 미시와 5년 동안 연인 관계로 지냈다.

 

 

[3] 35~36쪽에 콜레트의 여자친구 내털리 클리퍼드 바니(Natalie Clifford Barney)가 처음으로 언급된다. 나탈리 바르네내털리 바니의 동일 인물이다. 이름표기를 통일해야 한다.






* 55






폴리 베르베르 극장 → 폴리 베르제르(Folie Bergère) 극장






* 104

 

 콜레트는 저널리즘의 먹물이 피에 밴 사람이었다. 훗날 그녀가 죽었을 때 장 폴앙[4], 그녀는 소설 속으로 길을 잘못 든 대기자였다라고 음흉스레 말하게 되는 것도 그래서다.

 

 

[4] 장 폴랑(Jean Paulhan)’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 244

 





트루먼 카포트 트루먼 카포티(Truman Capote)





* 247

 




 그녀에게 글쓰기는 늘 지겨운 일이었고, 오직 생계를 꾸리기 위해 기쁨 없이 몰두한 활동이었던 같다.[5]

 

 

[5] 활동이었던 같다.






* 250

 




 1950년에는 <피가로>, 발자크는 내 청소년기의 종교였고, “[6] 초기 교육의 가이드였다고 털어놓는다.


 

[6] 발자크(Honore de Balzac)는 콜레트가 존경하는 작가다. ‘에 주격 조사 나 보격 조사 가 붙을 때 쓴다. 따라서 는 곧 를 뜻하므로 초기 교육의 가이드라는 표현이 어색하다 초기 교육의 가이드로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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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지기 생활 수집
김정희 지음 / 탐프레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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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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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혹시 어느 지역의 책집(책방, 서점)에 가게 되면 그곳에 숲노래라는 분이 쓴 글이 있는지 꼭 확인하길 바란다. 그분의 본명은 최종규. 태어나면서 처음 받은 이름보다 숲노래라는 이름이 더 유명하다. ‘숲노래’의 뜻은 숲을 즐겁게 노래하는 슬기로운 사랑으로 살림을 가꾸는 새로운 어른이다. 숲노래님은 시골에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는 일을 한다. 그리고 사진기와 함께 날마다 전국 곳곳에 있는 책집 마실을 간다. 누리집(블로그)에 책집과 책집지기(책방지기) 이야기를 알뜰히 써서 남긴다. 그뿐만 아니라 책집지기를 위한 글을 손수 써서 선물로 주기도 한다<서재를 탐하다>(서탐), <읽다 익다>, <담담책방>, <직립보행>에 가면 숲노래님의 책집 사랑이 듬뿍 묻어있는 글 선물을 만날 수 있다.


나도 숲노래님처럼 책방 마실 가는 것을 좋아한다. 책방 마실 간 날에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되면 반드시 글로 써서 남긴다. 그러니 내 이름을 술고래최해성이라고 해두자.[주] 술고래의 뜻이 뭐냐고. 특별한 뜻은 없다.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자면 술을 즐겁게 마시면서 책 읽으며 글 쓰는 어른이다.


술고래가 자주 가는 대구 책방 여러 곳에 가면 책방지기들한테서 종종 듣는 말이 있다.○○ 책방에 가보셨어요? 거긴 어때요? 그곳에 한번 가보고 싶은데 () 책방을 지켜야 해서 방문하기 힘드네요.’ 책방지기는 항상 다른 책방지기들이 어떤 사람인지 더욱 궁금해하며 자세히 알고 싶어 한다이런 질문을 받으면 술고래는 ○○ 책방(들) 직원으로 변신한다. 그러면 책방에서 진행되고 있는 각종 프로그램과 독서 모임, 책방지기의 성격과 독서 취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내 증언만으로는 책방 분위기와 책방지기의 성품을 고스란히 전달하지 못한다. 책방지기의 생생한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책방지기 생활 수집 출간이 무척 반갑다. 책방지기 생활 수집대구 책방 <서탐>과 출판사 <탐프레스> 살림꾼 김정희가 쓰고 그린이다<서탐>과 김정희를 알고 싶은 책방지기들에게 나는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책 속에 담긴 글에 책방지기 김정희의 목소리가 스며 들어 있다


저자는 본인을 이렇게 소개한다. 두 개의 삶을 쪼개면서 살아가는 사람. 저자는 24시간을 읽고 쓰고 그리는책방지기, 두 아이와 반려묘를 돌보는 엄마로 살아가고 있다이 책의 1부는 저자가 꾸밈없이 솔직하게 풀어 쓴 ‘<서탐> 자서전이다. 저자는 서울에서 살다가 대구로 건너와 책방을 열게 되기까지 살아온 여정과 엄마로서 살아가면서 느낀 것들을 조각조각 모아 붙인다. 2부는 <서탐> 인생 2막에 일어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책방 안에서 채워진 읽고 쓰고 그리는 일상이 책방 밖으로 넘쳐 퍼지면서 모든 사람과 함께하는 일상 예술로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책방에 오는 손님 중 한 명은 책방을 열고 싶은 사람이다. 그들이 책방에 들어서는 순간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책이 아니라 책방지기다. 책방을 열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실속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 책방지기에게 이것저것 물어본다. 책방에 대한 이상적인 낭만에 빠져 있거나 단지 책 읽는 게 좋아서 책방을 차리고 싶은 독자는 책방지기의 노동 가치 썰을 읽어보길 권한다. 이 글에서 저자는 책방을 운영하면서 마주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설명하기 위해 자본주의 세계의 냉혹한 현실을 분석한 마르크스(Karl Marx)를 소환한다. 책방지기가 되고 싶은 독자는 이 글을 가볍게 보지 않았으면 한다.


숲노래님은 책방지기 생활 수집을 소개한 글(서평)에 저자의 문장 일부를 가져와서 우리말로 새로 썼다. 우리말 모으는 일을 하는 숲노래님다운 글이다. 술고래는 책을 읽다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오자나 고쳐야 할 표현을 발견하면 서평을 통해 고쳐 쓴다. 나는 책을 읽으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단어를 수집하는 별난 버릇이 있다. 앞으로도 계속 돈 안 되는 일에 매달리는 비효율적 인간이라는 시선을 견디면서(즐기면서) 글을 쓸 것이다. ㅅ ㄱ ㄹ




* 30




 

모임 모임

 

 

 


* 159

 




어슐러 k. 르 귄 어슐러 K. 르 귄

 




[] 흰고래(白鯨)가 등장하는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의 소설 모비 딕첫 문장. “내 이름을 이슈메일이라고 해두자(Call me Ishmael).” (31쪽, 김석희 옮김, 작가정신,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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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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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점  ★  F





 모든 작가는 믿을 만한 독자가 있어야 합니다. 작가가 작업하고 있는 것에 대해 동감하고 작품을 가능한 훌륭하게 만들기를 원하는 사람 말입니다. 그렇지만 독자는 솔직해야만 합니다. 이것이 독자가 갖추어야 할 근본적인 자격입니다. 절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며 거짓으로 위로해서도 안 되며, 칭찬받을 만한 작품이 아닌 경우에는 절대로 칭찬을 해서도 안 됩니다

 

(폴 오스터, 작가란 무엇인가 1중에서, 181~182쪽)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구매한다. 가끔은 잘 만든 책인지, 아닌지를 내 눈과 머리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살 때도 있다. 이렇다 보니 지난달에 꽤 많은 책을 샀다. 3월에 주문한 책들의 목록에 감각의 박물학이 포함되어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싶어서라기보다 꼼꼼하게 평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문했다.

 

나는 절판된 감각의 박물학이 재출간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 다이앤 애커먼(Diane Ackerman)의 명성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고, 저자가 쓴 다른 책 새벽의 인문학: 하루를 가장 풍요롭게 시작하는 방법(반비, 2015, 절판)이 좋았다. 감각의 박물학은 다이앤 애커먼에게 많은 상을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글 잘 쓰는 저자로 독자들에게 각인시켜준 책이다. 이 책은 다이앤 애커먼의 대표작이다.

 

저자의 대표작이 나와서 무척 반가웠지만 한편으로는 의아했다. “갑자기 왜 이 책이 나온 거지?” 감각의 박물학1990에 출간되었다. 이 책이 나온 지 삼십여 년이 지났다. 대부분 사람은 유명한 저자가 썼고, 연세가 지긋한 책을 고전이라 부르면서 우대한다. 이 책의 분홍색 띠지에 독보적인 고전이라는 문구가 박혀 있다. 나는 이 문구를 떼어내고 싶다. 출판사는 감각의 박물학고전으로 과대 포장했다.

 

나는 번역서를 사기 전에 제일 먼저 원서의 출판 연도를 확인한다. 출간된 지 오래된 책일수록 철 지난 낡은 지식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이런 책에서 신선한 지식을 찾는 일은 시간 낭비다. 물론 과거의 지식이 무조건 틀린 건 아니다. 그렇지만 지식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유통기한이 지난 지식은 다양한 관점이 혼재하는 복잡한 현실에 맞지 않는다. 이구동성으로 옳다고 확신했던 지식은 시간이 지나면서 오류로 판명될 때도 있다.

 

출판사는 감각의 박물학개정판이라고 주장한다. 대부분 출판사는 책 표지를 싹 다 바꾸고, 책값을 조금 높게 책정해서 개정판을 낸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개정판의 의미는 겉뿐만 아니라 그 안의 내용에도 변화를 준 책이다. 사실이 아닌 내용에 전혀 손을 대지 않은 책을 개정판이라고 할 수 있을까? 독자들 앞에서 감각의 박물학을 개정판이라고 홍보하는 출판사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나는 감각의 박물학2004년에 나온 구판과 비교해서 읽어봤. 개정판에 인명 표기가 달라진 부분이 있었고, 구판에 없었던 옮긴이 주가 개정판에 추가되었다. 그런데 겨우 이것만 가지고 개정판이라고 주장하면 안 된다.

 

내가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감각의 박물학을 정가로 절대로 팔지 않겠다. 책 속에 그대로 남아 있는 오류와 고쳐지지 않은 역자의 오역감각의 박물학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책 내용에 변화를 준 개정판이라면 몰라도 고작 겉만 바꾼 책은 돈 주고 사는 게 아니다. 저자가 책을 다시 쓰지 않는다면 역자가 그 일을 대신해야 한다. 개정판을 출간하려는 역자는 구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어야 한다. 그러면서 원서 속에 남아 있는 오류와 유통기한이 지난 지식이 있는지 확인한다. 저자가 잘못 알고 있는 내용이 있으면 주석을 달아서 독자들에게 솔직하게 알려줘야 한다.




* 53~54

 

 그 잔인한 제조법은 다음과 같다. “어린 갈까마귀 한 마리를 둥지에서 꺼내 완숙 달걀을 40일 동안 먹인 다음 잡는다. 그리고 은매화 잎새와 화장 분, 아몬드 오일을 넣고 증류한다.” 더할 나위 없다. 그 악취 그리고 에드거 앨런 포를 인용하고 싶은 참을 수 없는 충동을 빼면, 그 향수를 뿌린 이들은 분명 영원의 처마 위에 앉은 탐욕스러운 미인이 될 것이다.

 

[<A Natural History of the Senses> 26]

 

 Here is the ghoulish recipe: “Take a young raven from its nest, feed it on hard-boiled eggs for forty days, kill it, then distill it with myrtle leaves, talcum powder, and almond oil.” Splendid. Except for the stench, and an overwhelming desire to quote Poe, you’ll surely be a ravenous beauty perching on the eaves of forever.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시 <The Raven> 갈까마귀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제목은 까마귀


‘raven’은 국내에 서식하지 않은 큰까마귀이며, 갈까마귀의 영문명은 ‘Daurian jackdaw’. 큰까마귀는 까마귀 중에서 가장 큰 종이라면, 갈까마귀는 가장 작은 종이다.

 




* 56


 동물들에게 사냥꾼의 냄새는 경고가 된다. 사냥꾼에게 동물의 냄새는 유혹적이다. 일종의 자기방어로 냄새를 흘려보내는 동물도 있다. 얼룩 스컹크는 앞다리로 서서 지독한 악취를 공격적으로 쏘아 보낸다.

 

[<A Natural History of the Senses> 27]


 For an animal who is prey, the odor of its hunter will warn it; for the hunter, the odor of its prey will lure it. Of course, some animals exude an odor as a form of defense. Spotted skunks do a handstand and squirt would-be attackers with a horrible stench.

 

스컹크는 악취를 내뿜지 않는다. 고약한 냄새가 나는 분비물을 내뿜는다.




* 107


 피라미드 모양의 바벨탑은 죽음이 예정된 존재가 도달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높이, 신들 가까이로 뻗어 올라갔고, 사제들은 그 꼭대기에 향을 지폈다.

 

 [<A Natural History of the Senses> 56]


 Atop the famous ziggurat-shaped Tower of Babel, which stretched closer to the gods than mortals could reach, priests lit pyres of incense.

 


지구라트(Ziggurat)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에 세워진 신전이다. 지구라트는 높이 솟은이라는 뜻을 가진 고대 아카드어에서 유래되었다. 하늘에 있는 신을 지상과 연결하기 위해 탑과 같은 형태의 지구라트가 만들어졌는데, 구약성서》 「창세기에 묘사된 바벨 탑의 원형으로 보고 있다. 이라크에 있는 우르의 지구라트(Ziggurat at Ur)’는 보존 상태가 아주 좋은 유명한 지구라트다. 역자는 지구라트를 피라미드와 비슷한 형태의 건축물로 착각했다.




* 140

 

 자이레의 피그미족 아기는 적어도 하루의 절반은 다른 사람과 신체적 접촉을 한다.

 

자이르(Zaire)1971년부터 1997년까지 존재했던 국가로, 콩고민주공화국의 옛 국명이다.




* 151


 옛날 남자 지도자들은 남성다움의 상징으로 머리를 길게 길러 늘어뜨렸다(사실 카이저차르긴 머리를 의미한다).

 

 

저자는 카이저(kaiser)차르(tsar)의 어원을 긴 머리라고 주장한다. 그 견해의 출처가 궁금하다. 그런데 이 책에 저자가 글을 쓰면서 참고한 문헌 목록이 없다


카이저와 차르의 어원은 로마의 지도자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카이사르는 대머리로 유명하다. 따라서 카이저와 차르의 의미가 정말로 긴 머리와 연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긴 머리와 덥수룩한 수염이 남성 군주의 강인한 남성성을 상징하는 신체적 기호인 건 확실하다. 유럽의 귀족과 군주들은 치렁치렁한 가발을 착용했다독일의 황제 빌헬름 2(Wilhelm II)의 수염카이저라는 용어를 세상에 널리 알리게 했다. 당대 남성들과 지도자들은 빌헬름 2세처럼 수염을 길렀다.



* 160


 공상과학소설에서는 우주비행사의 체온을 떨어뜨려, 유리집 속에서 잠자는 벌거숭이 곰처럼 장기간 수면 상태에 들게 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 가족은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그의 유언에 따라 죽은 후 사체를 동결시켰다는 말이 그럴듯하게 떠돌고 있다. 월트 디즈니는 마법의 얼음 왕국에 누워 재생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저온학협회에 소속되어 있는 트랜스타임주식회사에서는 사망 직후의 사체를 동결 처리하는 일을 한다. 죽음의 수수께끼가 풀리고 병으로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 있는 미래가 오면, 그때 생명을 되찾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A Natural History of the Senses> 90]


 Science-fiction stories often involve an astronaut whose body temperature has been lowered, sleeping in suspended animation like a naked bear in a glass den. Walt Disney’s family swears it isn’t true, but a popular folk myth for some time now has it that Walt arranged to be frozen when he died and is lying in a magic kingdom of ice, awaiting his rebirth. Trans Time, Inc., a member of the American Cryogenics Society, does freeze people right after death, promising to bring them back to life in a later era, when the mysteries of death are scrutable and the carnage of their diseases.

 


자신을 냉동으로 보존해달라는 디즈니의 유언은 낭설이다.




* 229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짜낸 젖은 은하수가 되었다.

 

[<A Natural History of the Senses> 131]


 A mythic Gaia poured milk from her breasts and they became the galaxies.

 

 

그리스 신화에 묘사된 은하수의 유래는 헤라(Hera)의 가슴에서 나온 모유로 알려져 있다. 제우스(Zeus)는 자기가 바람을 피워서 태어난 헤라클레스(Heracles)에게 젖을 주기 위해 자고 있던 헤라 몰래 젖을 물렸다. 헤라클레스가 젖을 빠는 순간, 그의 강력한 힘을 느낀 헤라가 잠에서 깨어났다. 헤라의 가슴에 뿜어져 나온 모유가 하늘에 퍼지면서 은하수가 되었다고 한다.




* 245


 어떤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아스파라거스를 먹고 나면 향기로운 소변을 보고(프루스트가 지나간 것들의 기억에서 묘사한 대로), 아티초크를 먹으면 심지어 물도 달게 느끼는 사람이 있다.



이 문장을 보는 순간 궁금증이 생겼다. 프루스트가 쓴 소설 중에 저런 제목이 있었어? 아니면 프루스트의 단편소설 제목일까? 지나간 것들의 기억으로 번역된 원문은 ‘Remembrance of Things Past’. ‘Remembrance of Things Past’최초로 출간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In Search of Lost Time)의 영문판 제목이다.  




* 249


 입은 육체라는 감옥을 단단히 봉하고 있다. 입을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도움을 주거나 해를 끼치지 못하고, 그래서 진화 과정에서 입이 제일 먼저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 굼벵이, 곤충 등 모든 하등동물에게도 입이 있다.

 


하루살이, 누에나방, 깔따구 등과 같이 입이 퇴화한 곤충들도 있다.




* 322






 

아서 클라크의 2001 오디세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 344





 수컷 두꺼비고기(조기어류의 하나옮긴이) 저음의 소리를 지른다.



구판(293)에 없는 옮긴이 주가 개정판에 추가되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오자가 생겼다.




* 390

 

 예술가들은 예술의 유기적 형식을 항상 자연에서 구해왔으므로 펄서’(규칙적으로 전파를 방출하는 천체의 하나. 빠르게 자전하는 중성자별로 추측된다옮긴이)라는 폭발음의 곡조를 발견하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펄서가 중성자별이라는 사실이 수많은 연구와 관측을 통해 밝혀졌다.




* 487~488

 

 태양계의 행성 중 절반 정도가 고리를 가지고 있다는 발견은 얼마나 즐거운 충격이었던가. 토성뿐 아니라 목성, 천왕성, 해왕성, 어쩌면 명왕성에도 고리가 있다. 그리고 그 고리들은 서로 다르다.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2006년 국제천문연맹(IAU)은 명왕성을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이 아닌 왜행성으로 분류했다.


전문 용어에 대중에게 편견을 불러일으키는 부정적인 의미가 반영되었다면 바뀔 수가 있다. 그런데 개정판에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전문 용어가 고쳐지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다.

 

 

* 75

정신분열증 환자들 조현병 환자들

 

* 161

온혈동물 정온동물 또는 항온동물

냉혈동물 변온동물

 

* 313

간질 뇌전증


* 434쪽 

할로윈[비표준어] 핼러윈

 



책에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이 더 있지만, 글의 분량이 길어져서 따로 쓰려고 한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이 책을 비판한 내 견해가 틀릴 수 있다. 틀린 견해나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으면 댓글로 꼭 알려주시라. 내 글에 대한 정오표를 남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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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연 2023-05-05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인상깊은 후기는 처음봐요!
혹시 블로그는 안하시나요? 블로그를 하신다면 구독해 보고 싶을만큼 좋은 분석이네요

cyrus 2023-05-05 09:05   좋아요 0 | URL
예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도 서평을 등록하려고 생각은 했었어요. 그런데 알라딘 블로그에 글을 등록하는 일이 너무 익숙해져서 네이버 블로그에 눈길을 주지 못하고 있어요. ^^;;

다은이즈 2023-08-15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정판 나왔다길레 살려다가 이 글보고 그냥 구판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cyrus 2023-08-15 15:27   좋아요 0 | URL
다행입니다.. ^^

-두부공자 2023-11-05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보다 서평이 더 감명이 깊습니다
 




영국 문예지 <런던 리뷰 오브 북스>(London Review of Books, LRB)의 편집장 메리케이 윌머스(Mary-Kay Wilmers)의 에세이 선집 서평의 언어7월 초에 샀다. 8월 초부터 읽기 시작했고,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읽고 있다. 서평의 언어에 수록된 모든 글의 분량이 너무 짧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아서 일주일 내로 다 읽을 수 있을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독서 진도가 더디다.







                              평점


         3점  ★★★  B







* 메리케이 윌머스 서평의 언어: <런던 리뷰 오브 북스> 편집장 메리케이 윌머스의 읽고 쓰는 삶(돌베개, 2022)




여유로운 시간을 쪼개가면서 여러 책을 동시에 읽다 보니 책 읽는 속도가 느린 것도 있다. 사실 서평의 언어를 느리게 읽게 만드는 원인이 책 속에 있다. 윌머스의 글에 미국 및 유럽의 역사나 명사(名士)와 관련된 일화 등이 언급된다. 이 내용들을 모르면 금방 읽을 수 없다.


윌머스의 글을 처음 접한 국내 독자들의 눈과 머리는 영국적인 색채가 낯설다. 글의 색채를 독자들이 좀 더 편하게 느낄 수 있게 역자는 역주를 많이 써야 한다. 혹자는 역주가 너무 많으면 독자는 본문과 역주를 같이 읽게 되고, 독서에 몰입할 수 없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역주가 너무 적어도 문제다. 역주가 없으면 독자는 글 속에 있는 생소한 단어나 문장을 이해하지 못한다. 대부분 독자는 모르는 단어나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을 만나면 그냥 넘기는데, 나처럼 문장 속 생소한 단어에 호기심을 가지거나 그 의미를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독자는 그냥 못 지나친다. 이런 유형의 독자는 윌머스의 글을 느리게 읽는다.


서평의 언어에 표시된 역주가 총 몇 개인지 세어보지 않았다. 역주 개수를 일일이 세보고 싶지 않다. 한 편의 글에 들어있는 역주 개수가 많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역주를 더 써넣어야 할 글이 몇 편 있다. 그중 한 편이 나는 영국 시민이었소라는 제목의 글이다윌머스는 나는 영국 시민이었소에서 유명 인사들의 부고를 소개하고, 그 부고를 작성한 사람과 부고가 쓰인 시대적 배경을 나름 분석하면서 비평한다. 나는 영국 시민이었소역주 없이 언급된 용어나 인물명은 다음과 같다.



오나시스(29~30), 마우마우 무장투쟁(38), 베런슨(41), 프리드리히 블룸(41), IRA(42), 위트릴로(46)

 


솔직히 말해서 나는 오나시스위트릴로만 누구인지 정확하게 안다. 오나시스(Aristotle Onassis)선박왕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그리스의 사업가다. 위트릴로(Maurice Utrillo)는 프랑스의 화가다. 나머지는 몰라서 인터넷에 검색해서 확인해봤다.


경건함에 버금가는은 백과사전 편찬자의 글 쓰는 방식을 분석한 글이다. 윌머스는 이 글에서 <피어스 실링 백과사전>에 실린 여러 개 항목을 인용한다. <피어스 실링 백과사전>위키피디아(Wikipedia)와 같다고 보면 된다. 백과사전 항목에 편찬자의 주관적인 생각과 잘못된 정보가 여과 없이 반영되어 있다윌머스가 인용한 백과사전 항목 중에 그런 내용이 있다.



* 81


 유대인에 대해서는 오늘날 () 예술과 문학 분야에서 가장 위대한 이들 몇몇을 배출했다는 말과 함께 스피노자, 멘델스존, 하이네, 베토벤, 슈베르트를 언급한다.

 


백과사전 편찬자는 베토벤(Beethoven)과 슈베르트((Schubert)를 유대인 출신 음악가라고 했는데, 두 사람은 유대인이 아니다.




약속들 중에서, 257


 하드윅의 에세이는 클래리사와 태스를 비롯한 문학작품 속 여성 주인공들의 운명, 그리고 이들이 남성과 일탈적 관계를 맺은 대가로 치른 형벌을 이야기한다.

 


클래리사는 영국의 작가 새뮤얼 리처드슨(Samuel Richardson)의 서간체 소설 클러리사 할로(Clarissa; or, The History of a Young Lady)의 주인공이다. 작품 분량이 대하소설만큼 방대한데, 8권으로 된 번역본(김성균 옮김, 지만지, 2012)이 있다.

 


 

약속들 중에서, 261~262


 몰 플랜더스내 지나친 자만심이 나의 몰락을 불러왔으며, 어쩌면 나의 허영심이 그 원인이었으리라라는 대사가 몰락한 모든 자매를 대변한 셈이다.



몰 플랜더스(Moll Flanders)다니엘 디포(Daniel Defoe)가 쓴 소설 제목이자 매춘부인 주인공의 이름이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자에는 자로(동인, 2014)



약속들 중에서, 266

 

 진심만을 말하는 여성들도 있으나(준 대로 받은 대로에 등장하는 수다쟁이 이저벨라가 좋은 예다), 대다수 여성은 그렇지 않다.



준 대로 받은 대로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희극 작품이다. 원제는 ‘Measure for Measure’. 번역된 제목이 여러 개가 있는데, 가장 많이 알려진 제목은 자에는 자로.
















* 로버트 브라우닝 로버트 브라우닝 시선(지만지, 2012)


*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사랑 시(지만지, 2011)



* 무슨 이런 어머니가중에서, 373

 

 그를 가르친 선생들은 대개 케케묵은 취향을 지니고 있었으며 이들이 우러러보던 작가들은 그가 좋아하는 작가들브라우닝, 예이츠, 제임스과는 달랐다.



브라우닝은 과연 누굴까? 엘리자베스 B. 브라우닝(Elizabeth B. Browning, 1806~1861) 아니면 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 1812~1889)? 두 사람은 부부다.


<런던 리뷰 오브 북스>에 실린 글의 날짜가 맞지 않는다. 저자나 편집자의 착오인가? 책에는 나르시시즘과 그 불만(Narcissism and Its Discontents)의 게재 날짜가 ‘198186로 되어 있다(118). 죽음과 소녀(Death and the Maiden)‘19811217에 실렸다고 나와 있다(141). <런던 리뷰 오브 북스> 공식 홈페이지(https://www.lrb.co.uk/)에 들어가면 두 편의 글이 발표된 날짜를 확인할 수 있다나르시시즘과 그 불만<런던 리뷰 오브 북스>에 실린 날짜1980221이며 죽음과 소녀198186이다.


오자도 있다. 총제적 난국이다. 아니, 진짜 무슨 이런 책이 다 있지?



『서평의 언어』 중에서, 103




 

핸리 헨리




나르시시즘과 그 불만』 중에서, 112





 메이미 핀저의 경우는 더 복잡하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유대인 여성 핀저는 1995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나 열세 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백화점에서 일하게 된다.


[원문]


 She was a good-looking Jewish girl, born in Philadelphia in 1885. When she was 13 she had to leave school to work in a department store.

 

19951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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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10-15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다가 짜증 나서 안 읽고 있는데 다른 사람도 이 책 별로라니까 왜 반갑죠!! ^^;;

cyrus 2022-10-15 20:04   좋아요 0 | URL
저만 안 좋게 본 건 아니었군요. 안심이 드네요. ㅎㅎㅎ

바람돌이 2022-10-15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집은 내가 모르는 책이 너무 많으면 재미가 없더라구요. 어느정도 섞여 있어야지.... 다른 나라 사람이 쓴 서평집은 아무래도 우리 나라 독서경향과 또 다를테니까 읽기가 힘들거 같아요. 그래서 전 이 책 소개가 나왔을 때도 굳이 왜? 햇거든요.

cyrus 2022-10-15 20:0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서평의 언어>와 몇 편의 글을 제외한 나머지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어요. 읽어야 할 문학 작품들이 엄청 많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어요. ㅎㅎㅎ

2022-10-15 1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2-10-15 20:09   좋아요 1 | URL
이 글을 9월 초에 쓰기 시작했는데, 게을러져서 다 못 쓰고, 한동안 방치되었어요. 글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첫 문장을 고쳐 쓰지 못했어요. 오타 알려줘서 고마워요. ^^

그레이스 2022-10-15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다 만 책!이예요.

건수하 2022-10-16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봐야지 하고 있던 책이었는데 사이러스님 글 보니 지나쳐도 되겠다 싶네요.. 찾아보며 읽으신 것 공유해주셔서 감사해요 :)

꼬마요정 2022-10-16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cyrus님 글 읽고 이 책 다 읽었습니다. 그냥 모르는 건 모르는대로 넘겼어요 ㅎㅎ 말씀처럼 너무 정보가 없어서 다 찾다가는 이 책 못 읽을 것 같아서요. 확실히 성향이 우리나라랑 다른 것 같아요. 인상깊은 글도 있구요.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sonn71 2022-11-03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가지 궁금한데요. 평점을 무슨 기준으로 매기나요? 본인 취향인가요? 아니면 다른 기준이 있나요? 몇몇 오탈자 찾아내는 건 잘 하시네요. 그런데 본인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무슨 이런 책이 있지?˝하고 내던지는 비뚤어진 독서습관이 있나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면서 서평을 하는 건 넌센스아닌가요? 그러면 교정보는 수준의 저급한 감상문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잘 모르면 아는 척 좀 하지 마세요. 위키백과 수준의 상식을 누가 모릅니까? 다시 물을께요. 평점을 무슨 잣대로 매기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