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 삶이라는 열병 시대의 아이콘 평전시리즈 1
폴 콜린스 지음, 정찬형 옮김 / 역사비평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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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4.5점   ★★★★☆   A

 

 

 

 

발정기에 들어선 고양이가 우는 소리를 들으면 아기의 울음소리처럼 들린다. 소리에 예민한 사람들은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소름 끼치는 소음으로 들린다. E. A. (Edgar Allan Poe)의 대표작 검은 고양이에 묘사된 고양이의 기괴한 울음소리는 살인은 저지른 주인공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든다. 마치 지옥에서나 들릴 법한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완전범죄를 꿈꾼 주인공을 파멸로 이끈다. 1841년에 모르그 거리의 살인 사건을 발표한 포는 추리 문학의 포문을 열었다. 모르그 거리의 살인 사건은 탐정이 등장한 최초의 소설이다. 아마도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포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포의 소설이 유명해지면서 오랑우탄(모르그 거리의 살인 사건)과 검은 고양이는 사람들에게 오해를 많이 받았다. 오랑우탄은 사람을 한순간에 제압해버리는 엄청난 힘을 가진 난폭한 존재로, 검은 고양이는 불길한 존재로 알려졌다. 이 둘 중에 가장 억울한 동물은 검은 고양이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검은 고양이를 마녀의 반려묘로 취급했다. 유럽에 마녀재판이 유행했을 때 사람들은 마녀 색출이라는 명목으로 검은 고양이를 잡아들어 잔인한 방식으로 고문하면서 죽였다.

 

포의 작품들(환각 상태를 묘사하는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의 시와 잔혹하고 기괴한 소재를 다룬 소설)을 본 독자나 비평가들은 포의 생애나 기행(奇行)을 그의 작품에 대입하여 해석한다. 한때 필자도 그런 방식으로 포의 작품들에 접근해서 읽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독해 방식에 지나치게 의존해선 안 되며 절대로 해석이 옳다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서도 안 된다. 예를 들어 검은 고양이의 주인공은 평소에 온순한 성격의 인물이지만, 술만 마시면 난폭한 성격으로 변한다. 어떤 독자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애주가로 알려진 포를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포는 술을 많이 마시면 평소와 다르게 말이 많아지고, 내성적인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정확하게 딱 들어맞는 자신의 해석에 의기양양해진 독자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포는 검은 고양이의 주인공처럼 술만 마시면 미친놈이 되며 고양이를 엄청나게 싫어한 사람일 것이다.” , 제발 이렇게 생각한 독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당부한다. 검은 고양이를 작가의 고양이 혐오가 반영된 불쏘시개 작품으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포에 관한 평전인 에드거 앨런 포, 삶이라는 열병은 포와 그의 작품들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중요한 책이다. 평전은 ‘작품 해설집’의 역할을 한다. 저자는 독자들이 포의 작품들(문학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인정받은 대표작과 그 밖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해준다(저자가 작품을 잘 설명해줘서 결말까지 언급한 부분은 조금 아쉬운 점이다). 대부분 사람이 알고 있는 포의 성격과 기행은 과장되었거나 잘못 알려진 경우다. 평전을 쓴 폴 콜린스(Paul Collins)는 한 작가의 작품으로 자서전(작가의 생애)의 빈칸을 메우는 방식은 작품과 자서전 모두를 오도할 수 있다고 말한다.

 

흔히 포는 생전에 인정받지 못한 불행한 천재또는 고독한 천재로 알려졌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을 틀렸다. 포가 외롭게 지낸 건 맞다. 어린 시절 포는 부유한 상인의 양자가 되어 자랐다. 그러나 양아버지는 대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채권자들을 피해 다니는 포를 친자식으로 대하지 않았다. 포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숙모와 그녀의 딸이자 훗날 자신의 아내가 된 버지니아(Virginia)를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버지니아가 폐결핵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포는 또 다시 술에 의존하면서 지내게 되고, 점점 피폐해져 갔다.

 

포는 시와 소설뿐만 아니라 서평, 기사, 잡문도 썼다. 그는 최고의 시를 쓰고 싶었지만, 작품성보다 수입이 따라오는 글을 써야 하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포는 돈을 벌기 위해서 소설이나 잡문을 써야 했다. 비록 글을 쓰면서 수중에 들어온 수입은 적었으나 암호문으로 유명한 추리소설 황금 벌레와 미국 시문학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인 까마귀(The Raven, 이 시는 갈까마귀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원제의 의미에 맞는 제목은 까마귀)는 발표 당시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까마귀황금 벌레보다 더 많은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다만 미국의 보수적인 문단은 포의 소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포는 서평과 비평을 써서 미국 문단과 기성 작가들을 비판했다. 포의 공격적인 비판은 포가 문단으로부터 배척받게 된 원인이 되었다. 포가 생전에 인정받지 못했다라는 평가는 반은 맞다. 

 

필자가 평전을 읽으면서 새로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그 사실은 바로 포는 고양이 집사였다는 것이다. 포에게 가족은 숙모, 버지니아 그리고 고양이였다. 고양이의 이름은 캐터리나(Catterina). 포의 반려묘 이름 철자를 잘 보시라. ‘카테리나(Caterina)가 아니다. 포의 반려묘 이름을 잘 보면 ‘t’가 하나 더 있다. 이 책에서 포가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것 같은 장면이 나온다. 고양이 집사라면 다음에 나올 문장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포가 글을 쓸 때면 그가 자주 밖을 바라보곤 했던 두 개의 창들 사이에 놓인 책상을 이용했다. 그때마다 포의 애묘 캐터리나는 그의 어깨 위로 뛰어올라가 자리를 잡고 주인의 글 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134)

 

 

평전을 다 읽고 난 후에 궁금한 점이 생겼다. 캐터리나의 털 색깔은 무엇이었을까. 과연 캐터리나는 검은 고양이었을까.

 

  

 

 

 

Mini 미주알고주알

 

 

* 15

할로윈 핼러윈(Halloween)

 

 

 

* 34

 

  이런 포의 특징을 타멀레인(Tamerlane)포 스스로 가장 뛰어나고 성숙한 작품이라고 자평한 시보다 더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은 없다. 그 시에서 화자는 명확한 정체성과 목소리를 얻는다. 그의 박자와 운은 행과 행을 눈에 보이지 않게 하나로 묶으며 점점 더 대화를 닮은 시를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이 시가 제목처럼 터키의 전설적인 정복자(티무르)[]의 흥망성쇠라는 역사적 사실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 밑줄 친 부분의 원문은 이렇다.

 

“The legendary Turkish conqueror.”

 

(Edgar Allan Poe: The Fever Called Living, 17)

    

 

타멀레인은 중앙아시아 일대를 지배한 군주 티무르(Timur)의 영어 이름이다. ‘Turkish’터키어’, ‘터키인을 뜻하는 단어이며 티무르는 튀르크 인(Turks) 출신이다. 하지만 그가 튀르크 인이라고 해서 그를 터키 어를 쓰는 터키 인으로 보긴 어렵다. 튀르크 인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터키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지역(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등)에 살아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티무르는 몽골어와 튀르크 어가 섞인 차가타이(Chaghata)어를 썼다. 티무르를 단일 민족 출신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티무르의 모계 혈통은 칭기즈 칸(Chingiz Khan)의 후손, 즉 몽골 인이다. 현재까지도 티무르의 혈통에 대한 논란이 있다. 폴 콜린스처럼 티무르를 터키의 지배자라고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티무르를 몽골 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단일 민족이라는 낡고 오래된 통념을 믿는 사람들은 티무르가 혼혈인이라는 사실을 간과한다.

 

 

 

 

* 89

 

  포의 이 소설에서는 마치 제우스의 우리[]를 박차고 뛰어나온 다 자란 아테네 여신처럼 현대 추리소설의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다.

 

 

[] 원문

 

 The grown Athena sprung forth from Zeus.

 

(Edgar Allan Poe: The Fever Called Living, 48

 

우리는 짐승을 가두어 기르는 곳을 말한다. 그런데 본문에 나온 제우스의 우리는 오역이다. 그리스 신화에 지혜의 여신으로 알려진 아테나(Athena)는 제우스(Zeus)의 머리에서 튀어나왔다. 아테네의 어머니는 티탄(Titan) 신족의 메티스(Metis). 제우스는 메티스에게 구애했지만, 평생 처녀로 살고 싶은 메티스는 그의 구애를 거절했다. 제우스는 강압적으로 메티스를 자신의 아내로 삼았고, 메티스는 아테나를 임신하게 됐다. 그런데 대지의 여신 가이아(Gaia)는 제우스에게 불길한 예언을 했다. 예언에 따르면 아테나는 제우스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존재가 될 것이며 과거에 제우스가 아버지 크로노스(Kronos)를 몰아내고 신들의 제왕이 되었듯이 아테나가 제우스를 몰아낸다는 것이다. 불안한 제우스는 임신한 메티스를 삼켜 버린다. 크로노스가 자신의 자식들태어난 순서대로 헤스티아(Hestia), 데메테르(Demeter), 헤라(Hera), 하데스(Hades), 포세이돈(Poseidon)을 삼켰던 것처럼 말이다. 그 후 아테네는 제우스의 몸속에서 자랐고, 제우스는 심한 두통을 느낀다.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Hephaistos)가 도끼로 제우스의 이마를 쪼개자, 다 자란 모습의 아테네가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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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8 0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0-12-08 15:42   좋아요 0 | URL
무슨 소설을 공부하셨어요? 연말이라 대학원 일정이 빠듯하시겠군요. 비대면 방식으로 강의를 들으셨을 텐데 고생 많으세요.
 
레이첼 카슨 평전 - 시인의 마음으로 자연의 경이를 증언한 과학자
린다 리어 지음, 김홍옥 옮김 / 샨티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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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4.5점    ★★★★☆    A

 

 

 

 

 

두 개의 명제로 새로운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는 형식을 삼단논법(syllogism)이라 한다. 우스갯소리로 유명한 책 중 하나인 침묵의 봄(Silent Spring)을 삼단논법으로 설명하면 이렇게 된다.

 

 

대전제: 고전은 지루하다.

 

소전제: 침묵의 봄은 고전이다.

 

결론: 침묵의 봄은 지루하다.

 

 

삼단논법이 틀리지 않으려면 대전제와 소전제 모두 정확해야 한다. 둘 중 하나라도 잘못되면 오류를 범하거나 억지 결론이 나온다. 똑똑한 사람은 이 삼단논법이 엉터리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고전을 읽는 경험이 생소한 사람들은 고전은 지루하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고전은 지루하다는 대전제는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이며 편견이다. 논리적으로 정확하지 않다. 반면 소전제는 문제없다. 침묵의 봄20세기 환경 운동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고전이다.

 

그래도 침묵의 봄을 한 번쯤 읽어본 독자들은 읽는 내내 지루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들의 반응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다면 침묵의 봄을 재미있게 읽을 방법이 있을까? 나는 있다고 생각한다. 침묵의 봄을 쓴 R. 카슨(Rachel Carson)의 일생, 그리고 침묵의 봄》 집필 과정을 알면 침묵의 봄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침묵의 봄(에코리브르, 2011)의 서문을 쓴 린다 리어(Linda Lear)1997년에 출간된 레이첼 카슨 평전(Rachel Carson: Witness for nature)의 저자다. 번역본은 2004년에 나왔는데 절판되었다. 린다 리어의 카슨 평전은 침묵의 봄을 이해하기 쉽게 만든 방대한 주석이다. ‘방대한이라는 형용사를 쓴 이유는 평전이 두껍기 때문이다. 700쪽이 넘는 벽돌 책이다. 무리한 요구일 수 있겠지만, 침묵의 봄》을 읽으려는 독자에게 카슨 평전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리어가 쓴 침묵의 봄의 서문은 카슨 평전을 요약한 글이다. 서문에 언급된 카슨의 일대기와 업적은 평전에 담긴 내용의 반에 불과하다.

 

이제는 카슨과 그녀의 대표작 침묵의 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녀가 어떻게 살아왔고, 침묵의 봄을 어떻게 썼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예전에 나도 카슨과 침묵의 봄을 표면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평전을 읽으면서 카슨이 정말 뛰어난 글쓰기 실력을 가진 작가이자 숲과 바다를 좋아한 과학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침묵의 봄을 함께 읽으면서 만나고 있는 지인이 있는데, 그가 모임 후기를 썼다. 그는 후기에 침묵의 봄》이 출판되면서 카슨은 세상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했다라고 식으로 썼다. 대중이 침묵의 봄》에 주목하자 기자와 학자들은 카슨의 성별과 외모를 트집 잡아 비난했다. 하지만 카슨과 침묵의 봄은 전문가와 대중에게 철저히 외면 받을 정도로 부당한 평가를 받지 않았다. 침묵의 봄이 카슨의 대표작으로 알려지다 보니 어떤 사람은 카슨이 침묵의 봄을 써서 명성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절대 그렇지 않. 침묵의 봄을 쓰기 전에 카슨은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로 알려졌다. 카슨을 유명하게 만든 책이 우리를 둘러싼 바다(에코리브르, 2018).

 

카슨은 생태계에 관한 글이나 책을 쓰면서 조류학자와 생태주의자들을 자주 만났다. 자연을 사랑한 이들은 화학 살충제의 유해성을 경고한 카슨을 지지했고, 카슨이 책을 쓰는데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카슨 사후에 침묵의 봄이 전 세계 환경 운동에 미친 파급 효과가 상당히 커서 그렇지 카슨이 살아있던 당시에도 침묵의 봄의 긍정적인 영향력은 높았다. 카슨이 여자라는 이유만 가지고 침묵의 봄에 흠집 내려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실제로 카슨은 그런 비난만 받으면서 고통스럽게 작가 활동을 하지 않았다. 지인이 카슨 평전을 읽었다면 카슨의 삶을 제대로 소개했을 것이다.

 

알면 사랑한다라는 말이 있다. 책을 쓴 저자를 알면 알수록 사랑하게 되고, 저자가 쓴 책이 더욱 재미있어진다. 카슨 평전을 읽으면 침묵의 봄에 드러나지 않은 카슨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읽는 순서가 어떻든 간에 침묵의 봄과 카슨 평전을 함께 읽으면 평전이 더 재미있다고 느낀 독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카슨을 알면 알수록 재미있다.

 

 

 

 

 

 

 

Mini 미주알 고주알

 

 

* 29

 

 목사의 두 딸 가운데 공부를 더 잘한 마리아 맥린은 1997 우등으로 졸업하더니 다시 워싱턴 대학의 고등 과정에 입학했다.

 

 

정확한 연도는 1897이다.

 

 

 

* 37

 

 카슨은 한 살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숲과 과수원을 거닐면서 봄 날씨를 즐기기도 하고 꽃이나 새, 곤충의 이름을 익히기도 했다. 모녀가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은 갈수록 더 길어졌다. 장녀 마리안과 장남 로버트가 없는 시간이면 둘은 함께 집안일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피아노도 치고, 마리아가 <엄마 거위>라는 시에 곡을 붙인 노래도 불렀다. 두 사람은 숲에서 본 것, 특히 새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마더 구스(Mother Goose)는 구전 동요 모음집의 제목이다. ‘Mother’를 직역하면 엄마지만, 가장 많이 알려진 마더 구스의 우리말 제목은 거위 아줌마.

    

 

 

 

* 362

 

 카슨의 답변은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물어온 것에 대한 공식 대응으로서, 고심 끝에 내놓은 교묘한 절충안이었다. 이 답변에서 카슨은 자신의 깊은 영성을 숨기는 한편, 창조자와 진화 과정에 대한 생각 단순화해서 표현하고 있다.

 

 

의 오자.

 

 

      

* 493

 

 시민의 항의가 끊이지 않았음에도 주 정부 기관이나 연방 정부 기관은 코방귀도 뀌지 않고 이듬해에 살포 계획을 확대 강행하기로 했다.

 

 

콧방귀의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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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0-12-03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시민작가님의 알릴레오북스에서 침묵의 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내일방송 듣고나서 저도 읽을 계획인데 이렇게 좋은 글이 더 해져서 깊이 있는 독서가 될 것 같은 즐거운 예감입니다!ㅎ 좋은글 감사합니다!ㅎ

cyrus 2020-12-03 19:53   좋아요 0 | URL
막시무스님의 독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막시무스님이 언급한 방송을 봐야겠어요. ^^

syo 2020-12-03 2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꼼꼼이 같으니... 미주알고주알 코너의 고정팬입니다.

cyrus 2020-12-03 22:57   좋아요 0 | URL
언제 조기 중단될지 모릅니다... ㅎㅎㅎ
 
흑사병 한길 히스토리아 14
필립 지글러 지음, 한은경 옮김 / 한길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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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710,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의 항구 도시 메시나에 열두 척의 배가 들어왔다. 이 배에 탄 선원들은 이미 전염병에 걸려 있었고, 갑판 곳곳에 주검들이 널려 있었다. 메시나 당국은 선원들이 항구에 내리지 못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이미 중국에서 시작된 전염병의 위력을 소문으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헛수고였다. 배가 떠나면서 전염병은 해상 무역 길을 지나면서 유럽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흑사병이 죽음의 창을 휘두르면서 유럽 정복에 나선 것이다.

 

유럽인들에게 흑사병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중세 유럽을 휩쓸었던 이 병은 유럽 인구 절반의 생명을 앗아가 신이 내린 형벌로 간주할 정도였다. 유럽인들은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감염됐는지도 모른 채 죽어갔다. 하룻밤 자고 나면 흑사병은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전염됐고, 이를 차단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았다.

 

흑사병의 영향력에 대해서 역사가들이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시기가 언제인지는 여러 의견이 있을 것이다. 19세기에 흑사병을 주제로 한 연구 논문들이 나오긴 했으나 정설이라고 보기 어렵다. 흑사병(The Black Death)이라는 단순한 제목이 붙여진 책은 1969년 영국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중세사가도 아니고, 전염병 전문가도 아니다. 저자는 자신을 아마추어 학자라고 언급하면서 그저 즐겁게이 책을 썼다고 서문에서 밝혔다. 그는 출판사에서 15년 이상 편집자로 일한 경력이 있다. 저자는 흑사병에 관한 당대 유럽인들의 기록과 후대 역사가들의 연구 논문에 나온 내용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썼다.

 

이 책에 저자는 흑사병이 유럽 전역에서 확산하는 과정과 그 원인을 먼저 설명하고, 흑사병이 영국 사회에 미친 영향을 다룬다. 저자는 책의 구성이 다소 산만하게 보일 수 있다고 스스로 밝혔다. 그래도 피상적이고 방대한 내용을 균형 있게 서술하려는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이 책이 나온 지 50년이 넘었다. 반세기가 지나면서 이 책에 나온 정설들은 반박되거나 수정되었을 것이다. 국내 번역본도 나온 지 십 년 넘었고, 지금은 서점에서 구할 수 없는 책이 되었다. 그렇지만 이 책의 진가를 무시할 수 없다. ‘친구와 술은 오래될수록 좋다라는 말이 있다. 꼭 모든 책이 그런 건 아니지만, 오래될수록 좋은 책도 있기 마련이다. 흑사병은 그런 책이다. 전염병의 공포가 전 세계를 배회하고 있는 이 시국에 읽기 적절한 책이다. 전염병은 잊을 만하면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왔다. 1969년에 나온 흑사병을 지금 읽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소설 페스트(La Peste)는 전염병의 공포와 이를 극복하는 인간의 모습을 묘사한 걸작이다. 카뮈의 소설에 가려져서 그렇지 보카치오(Boccaccio)데카메론(Decameron)도 흑사병이 휩쓸고 있던 당시의 사회상을 잘 보여준 작품이다. 그러나 전염병을 소재로 한 문학 작품은 한계가 있다. 작가는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려고 전염병이 확산하는 과정을 더 암울하게 묘사하거나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설정을 넣기도 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전염병을 피상적으로 이해하는 독자들이 생길 수 있다. 역사책을 읽으면 소설 읽기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흑사병은 인간의 목숨을 앗아간 전염병의 위력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전염병이 유럽 사회와 경제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도 살핀다.

 

영국에 흑사병이 퍼지면서 수많은 대학 교수와 학자들이 사망했다. 이로 인해 라틴어를 가르치는 사람들이 부족해졌고, 라틴어를 직접 영어로 옮기는 일이 늘어났다. 흑사병 시대는 서양 공통어가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흑사병 시대 이후 종교에 대한 중세 유럽인들의 인식이 달라졌다. 교회는 흑사병을 신의 분노라고 주장하면서 교인들의 죄악을 강조하기만 했다. 중세 유럽인들은 매번 충고에 가까운 설교만 늘어놓는 교회에 실망했고, 기성 교회의 권위에 도전하는 새로운 교단에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전염병으로 인해 영국의 장원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농노들의 수가 줄어들자 경작하지 않은 땅이 많아졌고, 그런 땅을 소유한 영주들은 농노의 이동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다. 그 후로 농민들의 반란이 증가했고, 장원제 붕괴와 영주 세력의 몰락을 앞당기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는 흑사병이 없었더라면 14세기 후반 영국과 유럽의 역사는 매우 달랐을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와 같은 삶의 방식은 지주와 농민 모두에게 버려야 할 짐이었다. 삶의 질은 극적으로 바뀌었다. 흑사병은 유럽을 초토화한 전염병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역사를 움직이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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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0-04-01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사병이 없었다면 뉴턴의 중력이론도 늦게 탄생했겠죠!!!

cyrus 2020-04-02 08:04   좋아요 0 | URL
맞아요. 흑사병이 과학의 역사까지도 바꾼 셈이네요. ^^

레삭매냐 2020-04-01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설적으로 대통령이나 국가권력도
어떻게 할 수 없었던 재택근무를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능하게 만들
었다는 뉴스를 본 것 같습니다.

유럽의 인구 감소는 무엇보다 신분
제 사회에서 사람의 중요성을 자각
하게 만드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의 삶이 어떻게
바뀌게 될 지 궁금하네요.

그나저나 이런 책들은 왜 다 절판
이 되는지...

cyrus 2020-04-02 08:09   좋아요 0 | URL
흑사병과 관련된 역사책이 더 있는지 알아봤는데, 생각보다 많지 않았어요. 우리나라가 코로나에 크게 한 번 데였으니 전염병의 역사에 관한 책이 나올 거예요. ^^
 
지구가 평평했을 때 -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과학의 모든것
그레이엄 도널드 지음, 한혁섭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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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람들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했다. 대항해 시대가 오기 전까지 누구도 목숨을 담보로 한 항해를 시도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상상력은 상식이 되었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바다가 끝나는 지점까지 항해하면 낭떠러지로 추락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스페인의 항해자 마젤란(Magellan)이 세계 일주에 성공하여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지금도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안 믿어진다면 유튜브(Yotude)‘flat earth’를 찾아보라. 평평한 지구를 믿는 사람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말을 거짓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지구는 평평한 원반 모양으로 생겼으며 그 지구 중심에 북극이 있다. 남극은 원의 가장자리에 있는 거대한 얼음벽이다. 코로나19 관련 소식 때문에 묻혔는데, 지난 달 말에 미국의 모험가가 자신이 직접 만든 로켓을 타다가 추락해 사망했다. 이 모험가는 ‘flat earth’ 지지자다. 지구가 평면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 로켓을 만들었다.

 

가짜 뉴스 중에는 마치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인 체하는 수상한 논리들이 있다. 유사 과학은 그저 우스개로 가볍게 받아들이면 모를까,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는 경우도 있다. 유사 과학은 단순한 허위사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피해를 주기도 한다. 또 유사 과학을 이용한 상술은 금전적 피해를 준다.

 

지구가 평평했을 때는 과거에 사람들이 과학이라고 믿었던 잘못된 이론들을 보여주는 책이다. 지금은 믿기 힘든 일이겠지만, 담배는 한때 기적의 약초라고 환영받았다. 담배의 효능을 믿은 의사들은 담배 연기로 환자를 치료했다. 예나 지금이나 남자들은 정력 향상에 관심이 많다. 오늘날 아보카도(Avocado)는 건강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과일이다. 대항해 시대의 스페인 탐험가들은 멕시코에 열린 아보카도에 최음제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그들이 그렇게 믿은 이유가 황당하다. ‘아보카도는 멕시코어로 고환을 의미한다. 과일 모양이 고환처럼 생겨서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뿐인데 스페인 탐험가들은 이름만 듣고 지나친 상상을 했다. 책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flat earth’도 나온다. 미국의 작가 워싱턴 어빙(Washington Irving)은 콜럼버스(Columbus)를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으로 묘사한 소설을 썼다. 사실 콜럼버스는 지구가 서양 배 모양처럼 생겼다고 믿었다.

 

지구가 평평했을 때는 교과서에 완전히 퇴출한 이론만 소개하지 않는다. 교과서에 나올 법한 유사 과학도 나온다. 군인들은 다리를 지날 때는 발을 맞춰 걷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은 발걸음에서 나오는 진동과 다리의 고유 주파수(한 번 움직이면 계속 진동하는 빈도수)가 맞아떨어지면 진동이 더 커져 다리가 무너진다고 믿었다. 생각보다 이 가설을 믿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그 사람들은 과학책에서 봤다고 말할 것이다. 지구가 평평했을 때를 보기 전까지 나도 군인들의 행군이 다리를 무너뜨리는 원인이라고 믿으면서 살아왔다. 어렸을 적에 사고가 일어난 순간의 장면들만 편집하여 보여주는 방송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내가 본 방송 프로그램에 군악대가 지나가면서 다리가 무너지는 장면이 나왔다. 그 방송 프로그램의 내레이션을 한 성우는 사고 원인을 군악대의 발걸음에서 생긴 진동이라고 말했다. 이 책의 저자는 군인의 행군이 진동의 위력을 과장한 사례로 보고 있다. 사람의 고음으로 유리잔을 깰 수 있다는 믿음도 과장되었다고 한다.

 

이 세상에 별의별 사람들이 살았고, 지금도 그런 사람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그 사람들은 보편적인 상식에 벗어난 황당한 이론을 열심히 전파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시대의 아집으로 만들어진 것이 유사 과학이라고 말한다. 아집에 갇힌 그들만의 이론은 고여서 썩은 물과 같다. 썩은 물을 맛 보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일수록 그 사회의 건강은 나빠진다.

 

 

 

 

 

 

Trivia

 

 

* 59

 

실제로 콜럼버스가 살던 시대에 세계가 평평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 이야기는 19세기 중반 미국 작가 워싱턴 어빙의 인기 소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인생과 항해(1928)에서 만들어졌다.

 

본문에 발표 연도가 잘못 적혀 있다. 어빙의 소설이 나온 해는 182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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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한 성당에 에케 호모(Ecce Homo)라는 제목의 오래된 벽화가 있었다. 에케 모호는 이 사람을 보라는 뜻의 라틴어. 이 벽화에 가시 면류관을 쓴 예수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성당 신도(그녀는 복원 작업을 해본 적이 없는 수공예 교사였다)는 벽화 복원 작업을 시도했다. 그러나 벽화를 복원하는 데 실패한다.

 

 

 

 

    

 

 

예수의 얼굴은 사라지고 원숭이처럼 생긴 우스꽝스러운 얼굴이 남게 된 것이다. 스페인 언론은 이 벽화를 공개하면서 역사상 최악의 복원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벽화는 명성을 얻었다. 외국 네티즌들은 복원에 실패한 벽화를 이 원숭이를 보라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벽화를 보려고 성당을 찾은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뜨거운 반응에도 예수를 존경하는 종교인들과 예술을 사랑하는 미술 전문가들은 예수의 얼굴이 사라진 벽화를 실패작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들은 치렁치렁한 긴 머리와 수염 없는 예수의 얼굴에 위엄이 사라졌으며 아름답지 않다고 느낀다. 머리카락 잘린 삼손(Samson)이 힘을 잃은 것처럼 수염 없는 예수는 영적인 권위를 잃어버린다.

    

 

 

 

 

 

 

 

 

 

 

 

 

 

 

 

* [절판] 다니엘라 마이어, 클라우스 마이어 (작가정신, 2004)

 

 

 

남자의 인상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것은 머리 모양과 수염이다. 그러나 털의 중요성은 그 정도로 단순하지만 않다. 남성의 털은 남성성의 상징으로, 남성성은 힘의 상징으로, 그 힘은 권위의 상징으로 점점 복합된 이미지를 형성한다. ‘체모의 문화사라는 부제가 달린 (작가정신)은 털에 얽힌 인간의 문화와 미적 가치가 시대별로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준다.

 

수염은 단순히 인상을 만들어주는 털에 그치지 않는다. 수염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남자들의 체면과 권위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서구에서 수염 옹호론자면도 옹호론자는 오랜 기간 동안 서로 힘을 겨뤄왔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수염이 권력의 상징이었기 때문에 파라오(Pharaoh)만이 수염을 기를 수 있었다. 남성 종교인들은 예수의 남성성과 권위를 향상하기 위해 수염을 예찬했으며 자신들도 수염을 길렀다. 반면 면도를 지향하는 종교인들도 있었다. 고대 이집트 사제들은 털을 세속적인 것으로 인식하여 머리카락과 눈썹을 밀었다고 한다. 그들은 신의 몸에 털 한 올이 없다고 믿었다. 학자들도 수염 대 면도의 대립에 동참했다. 수염을 지성의 상징으로 보는 학자들의 주장이 대세를 이루었지만, 한때 수염 기르기를 거부하는 학자들의 주장도 인기를 얻었다.

    

 

 

 

 

 

 

 

 

 

 

 

 

 

 

 

* 크리스토퍼 올드스톤-모어 수염과 남자에 관하여(사일런스북, 2019)

 

 

 

은 현재 절판된 책이다. 체모에 관한 흥미로운 역사를 보여준 의 빈자리를 채운 책이 수염과 남자에 관하여(사일런스북)이다. 수염과 남자에 관하여도 체모의 문화사를 다루고 있지만, 이 책의 저자는 수염과 면도에 중점을 맞춘다. 수염과 남자에 관하여보다 분량이 작다. 하지만 의 공동 저자는 주류 역사가 외면한 여성의 체모, 머리카락, 대머리에 관심을 보인 옛사람들의 기록에 주목한다.

    

 

 

 

 

 

 

 

 

 

 

 

 

 

 

* [절판] 베아트리스 퐁타넬 치장의 역사(김영사, 2004)

 

 

 

남자들은 자신의 얼굴에 기른 수염을 과시했지만, 여성이 수염을 기르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남자들은 여자의 아름다움을 위해 수염뿐만 아니라 체모를 기르지 않는 것을 권장했다. 이로 인해 여성은 체모를 언제나 수치스럽고 아름답지 못한 것으로 인식했다. 치장의 역사는 여성의 체모 제거가 가장 오래된 화장 문화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로마 귀부인들은 온 몸과 얼굴에 난 털은 물론 콧구멍에 난 털까지도 모조리 뽑았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부인들은 고귀함의 상징이었던 넓은 이마를 만들고자 눈썹과 두개골 상부 머리카락을 뽑았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의 작품 <모나리자>를 보면 르네상스 시대의 미인상을 확인할 수 있다. 여인의 입가에 띤 은은한 미소를 주목한 사람들은 여인의 얼굴에 눈썹이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다.

    

 

 

 

 

 

 

 

 

 

 

 

 

 

    

 

* 쉴라 제프리스 코르셋(열다북스, 2018)

    

 

 

의 공동 저자는 모든 문화권에 나타난 여성의 제모 제거 풍습을 고문이라고 표현한다. 따라서 제모는 길고 긴 여성 억압의 역사에 대한 하나의 상징으로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입장은 탈 코르셋을 지향하는 급진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고 있다. 국내 급진 페미니스트들이 선호하는 호주의 여성학자 쉴라 제프리스(Sheila Jeffreys)는 미용 관습이 여자의 순종을 표시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그녀가 말한 순종은 여자가 남자를 위해 성적으로 복무하려는 의지와 성적 복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 모두를 의미한다. 대부분 남자는 여성의 매끄러운 피부를 선호한다. 그리고 털이 없는 여성 겨드랑이와 음부 페티쉬(fetish)가 있는 남자들이 있다. 쉴라 제프리스를 포함한 탈 코르셋 지지자들은 여자는 이런 남자들을 위해 제모를 하게 되고, ‘아름답고 순종적인 여성성을 실천할 것을 강요받는다고 주장한다.

 

 

 

 

 

 

 

 

 

 

 

 

 

 

 

 

 

 

 

* [품절] 키레네의 시네시오스 《대머리 예찬(21세기북스, 2005)

 

   

 

수염 대 면도의 역사가 상당히 오래돼서 그런지 머리카락 대 대머리의 역사가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국내 네티즌들의 키보드 배틀(온라인 언쟁)을 부추기는 주제 중 하나가 바로 대머리 또는 탈모 인에 대한 차별 문제이다. 대머리와 탈모 인을 긍정하는 사람들은 탈모를 희화화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머리카락 없는 사람의 심리를 위축시킨다고 주장한다. 사실 머리카락 대 대머리논쟁은 탈모 환자가 급격히 일어나기 시작한 시기부터 시작된 것은 아니다. 머리카락 대 대머리의 역사도 수염 대 면도의 역사만큼 오래 됐다. 고대 그리스의 신플라톤주의 철학자 키레네의 시네시오스(Synesios of Cyrene)는 탈모와 대머리를 예찬한 최초의 인물이다.

 

시네시오스는 대머리였다. 그는 자신의 스승이자 경쟁자인 황금 입의 디온(golden-mouthed, ‘황금 입은 별명이고, 본명은 ‘Dio Chrysostom’이다)이 쓴 글인 <머리카락 예찬>을 보자 분노한다. <머리카락 예찬>은 말 그대로 머리카락이 풍성한 사람을 예찬한 글이다. 시네시오스는 <머리카락 예찬>에 대한 반론으로 대머리 예찬(21세기북스)을 쓴다. 그는 이 글에서 대머리가 지성의 상징인 이유를 열거한다. 그런데 그가 내세운 몇 가지 이유를 지금 보면 억지스럽고 논리적이지 않다. 시네시오스는 일 년 내내 태양에서 나오는 빛을 쬔 대머리는 강철 같이 단단해져서 모든 질병을 물리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태양 자외선 때문에 피부가 상할 수 있어서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다.

 

강철 대머리의 우수성을 주장한 시네시오스의 주장을 재반박할 수 있는 사례가 있다. 비록 구전된 일화이지만, 고대 그리스의 비극작가 아이스킬로스(Aeschylos)의 최후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스킬로스는 하늘에 떨어진 거북 등껍질에 맞아 죽었다. 독수리는 포획한 거북의 딱딱한 등껍질을 깨기 위해 거북을 바위에 떨어뜨렸고, 하필 거북이 아이스킬로스의 머리를 명중한 것이다. 아이스킬로스는 햇볕을 받으면 반짝반짝 빛나는 대머리였다고 한다. 아마도 독수리는 아이스킬로스의 대머리를 단단한 바위로 보였던 것 같다. 위대한 비극 작가답게 그는 최후의 작품인 대머리의 비극을 만들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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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20-03-17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날짜에 저도 털에 대한 페이퍼를 쓴거로군요~저는 머리털^^
그런데 성당 벽화는 종교를 떠나서 봐도 복원 너무 못 한 거 아닌가요? ㅎㅎ
복원이 아닌 자신만의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켜 버렸네요..화풍은 앤서니 브라운 풍?

cyrus 2020-03-17 18:06   좋아요 0 | URL
저는 예수를 남성도, 여성도 아닌 무성의 존재로 묘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남성 종교인들은 예수가 남성이라는 근거를 내세워 권위를 획득했어요. 물론 기독교인들은 제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