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스트 마네
홍일립 지음 / 환대의식탁 / 2022년 8월
평점 :
절판





인상주의 미술에 대해서 설명하면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는 무조건 거론된다. 마네는 그림 한 점 때문에 사이가 나빠진 드가(Edgar De Gas)를 제외한 인상주의자들에게 지지받았다. 시인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와 소설가 에밀 졸라(Emile Zola)는 인상주의 화가들을 지지한 문인이다. 두 사람은 마네의 그림에서 현대성을 발견했다. 현대성이란 평범한 일상에서 생활하는 현대인의 특성을 의미한다.


오스만(Haussmann) 남작이 주도한 대규모 재개발 사업은 파리를 도시의 모습으로 탈바꿈시켰다시커먼 매연을 내뿜는 공장이 줄줄이 들어서고, 철도가 생기면서 사람들은 기차를 타고 먼 거리를 오갈 수 있게 됐다. 이렇게 파리는 자본주의라는 심장에 맞춰 움직이는 혁신적인 공간으로 변하고 있었다. 하지만 파리의 현대인들은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과거의 미학을 선호했다. 젊은 화가를 양성하는 미술 학교의 교사는 학생들에게 고대 로마인들의 생활이나 고대 그리스 신화의 한 장면을 잘 그리는 방법을 가르쳤다. 미술 학교를 졸업한 화가들은 스승이 가르친 대로 그림을 그렸고, 평단으로부터 재능 있는 화가로 인정받았다.


그렇지만 마네는 달랐다.화가는 자기가 본 대로 그려야 한다.”,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것만이 진실이다.” 그게 마네의 신조였고, 그는 파리의 민낯을 화폭에 옮겼다. 마네는 벌거벗은 여신이 아닌 매춘부를 그렸다. 그림 제목은 당시 매춘부들이 주로 사용하던 이름이었던 올랭피아(Olympia)’다. 이 그림 하나가 프랑스 전체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마네의 그림을 본 비평가와 관객들은 불쾌감과 분노를 표출했고, 마네를 조롱했다. 현대미술의 시작을 알리는 걸작인 마네의 <올랭피아>는 그렇게 대중의 소란스러운 여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모더니스트 마네는 인상주의 예술이라는 표본 상자에 박제된 마네가 아닌 현대생활의 화가 마네를 주목한다마네는 화려함에 감춰진 파리의 어두운 그늘에 관심이 많았다. 파리가 재개발되면서 빈민가는 점점 파리 외곽으로 밀려나고, 그곳에 그늘이 생겼다. 파리의 중심부에 사는 부르주아는 빈민과 넝마주이를 살아있는 쓰레기로 취급했고, 빈민의 삶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문학과 예술은 추악하다고 생각했다. 부르주아만 드나들 수 있는 전시회에 가난한 사람이 주인공인 그림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마네는 가난한 사람을 파리 시민이자 현대인으로 인식했고, 이들의 삶을 예술로 옮겼다


마네가 인상주의의 아버지로 알려졌지만실제로 그는 총 여덟 번 치러진 인상주의 전시회에 단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마네를 제대로 알고 평가해야 한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빛에 의해 시시각각 변하는 사물의 색을 포착하려고 했다면마네 시대의 흐름을 예리하게 주시하고 기록한 모더니스트인상주의 화가들이 모여서 빛을 만난 예술을 대중에게 선보이고 있을 때마네는 전시회에 없는 그림을 그렸다. 


모더니스트 마네는 인상주의자들과 구별되는 마네의 작품 세계를 미술사에 문외한 독자도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다. 그렇지만 냉정하게 보면 모더니스트 마네는 잘 만든 책은 아니다. 내 돈 주면서 사고 싶지 않은 책이다. 불행하게도 나는 이 책을 나오자마자 주문해서 샀다. ㅅㅂ 


[취소 선 사유: 저자에게 불쾌감을 주는 비속어를 썼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초판본은 잘못 만들어진 파본이다. 초판본 앞표지 그림은 앙투안 르냉(Antoine Le Nain)<늙은 파이프 연주자>(1642) 일부이다. 뒤표지 그림은 마네의 <늙은 음악가>(1862) 일부이다. 마네에 관한 책인데 정작 앞표지에 있어야 할 그림은 마네가 그린 것이 아니다


더 웃긴 사실은 책 앞날개 밑에 있다. 거기에 표지로 사용된 그림의 제목이 적혀 있는데, <늙은 파이프 연주>가 마네의 작품으로 되어 있다. 제대로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오자출판사가 초판본이 잘못 만들었다는 것을 파악했는지, 앞표지 그림을 <늙은 음악가>로 변경한 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대구 교보문고에 있는 모더니스트 마네는 표지 그림이 잘못된 파본이다. 출판사가 대형 서점에 남아 있는 파본을 제대로 회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책의 얼굴만 잘못된 게 아니다. 책 내부도 좋지 않은데, 책 속에 오자와 오류가 많다.


[취소 선 사유: 제 서평에도 오류가 많습니다. 삭제해야 하지만, 그냥 지운다고 해서 저의 명백한 실수는 덮어지지 않기 때문에 문제 있는 내용에 취소 선을 표시했습니다. 서평에 확인된 오류를 짚어준 홍일립 님의 글(링크 첨부)을 참고하세요.]

 

홍일립, <cyrus님께 답변해드립니다>

https://blog.aladin.co.kr/713543113/14002326










16쪽에 여류 인상주의자 베르트 모리조’, 21쪽에 여류화가라는 표현이 있다. 오자는 아니지만, 이런 구시대적 표현을 안 쓰는 게 좋다.







59쪽 각주에 있는 존 리월드(John Rewald)의 책 제목을 수정해야 한다. 인상주의가 아니라 인상주의의 역사(History of Impressionism).





* 75

 

 가령 쿠르베의 <센 강변의 아가씨들>과 마네의 <풀밭에서의 점심> 비교해보면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예술세계를 추구했음을 알 수 있다. [중략]프리드는 양자의 누드화에서의 근본적 차이를 지적하면서 이들이 처한 상이한 역사적 위치 때문에 상호 간에 예술적으로 반응하는 경쟁이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귀스타브 쿠르베

센 강변의 아가씨들

1856~1857




쿠르베의 <센 강변의 아가씨들>누드화가 아니다.





* 107쪽, 108쪽(그림 3-12)

   

 마네는 모방의 기술을 창작에 자주 사용한다. <올랭피아> 바로 직전에 그린 <풀밭에서의 점심>에서도 이 기술을 구사했다. 마네는 그림의 중심부에 위치한 주인공들의 포즈를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의 판화 <파리스의 심판>에서 그대로 빌려왔다.

 


<파리스의 심판>은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Marcantonio Raimondi)이 제작한 판화 작품이 아니라 ‘(판화 형태의) 복제품이다. <파리스의 심판> 원본은 라파엘로(Raffaello)가 그렸는데 현재는 남아 있지 않다. 라이몬디는 알브레히드 뒤러(Albrecht Durer)를 포함한 거장들의 작품을 대량으로 복제해서 판매했다. 그 당시에 지식재산권이 없던 시대라서 거장들의 대표작을 베껴서 그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 184


 한편 그림 왼쪽 상단에는 마네의 대표작 <올랭피아>를 비롯해서 3점의 액자가 걸려 있다. 나머지 2점은 마네 회화의 참고문헌 구실을 한다. 먼저 의 동판화 <작은 기사들>은 자신의 회화에서 고야가 중요한 출처 중 하나임을 암시한다.




<에밀 졸라의 초상>에 있는 <작은 기사들>고야(Goya)의 동판화 작품이 아니다. 벨라스케스(Velázquez)의 작품을 판화로 복제한 모사품이다.





* 173쪽 각주

 




빅토르 위고 빅토르 위고가

 





* 174





 

상플리에 상플뢰리(Jules Champfleury)






* 191쪽 각주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 김병화 옮김, 생각의나무, 2005.[주]




[] 2019년에 개정판(출판사는 글항아리’)이 출간되었다.






* 196쪽 각주




   

스펙터클의 사회, 이경숙 옮김, 현실문화연구, 1996.[주2]




[2] 표준어 규칙대로 쓰면 스펙터클이지만, 출간 당시 책 제목은 스펙타클의 사회. 현실문화연구에서 나온 스펙타클의 사회는 절판되었고, 2014년에 개정판(유재홍 옮김, 울력)이 출간되었다.






* 234







푸르동주의자 프루동주의자






* 274


 




마네의정치적 성향을 마네의 정치적 성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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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2-10-05 09: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ㅅㅂ이 제가 상상하는 단어가 맞나요??? ㅎㅎ 여류뿐만 아니라 이제는 일류 이류도 잘 안 쓰는 단어죠!! 여류… 언제적 단어인데 여전히 사용하다니 번역가의 단어 인식에 문제가 있네요!!

감은빛 2022-10-05 10:44   좋아요 3 | URL
기억의집님. 문제는 이 책이 번역본이 아니라는 점이지요. ㅎㅎ

저자의 언어 사용 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 증거네요. 게다가 cyrus님이 본문에 캡쳐해 올린 저 많은 오류들을 생각하면 제대로 확인작업도 거치지 않고 책을 냈군요. 저자가 놓쳤다면 편집자가 걸러냈어야 하는 부분들인데. 책을 구매한 독자 입장에서는 많이 아쉬울 수 밖에 없겠네요.

기억의집 2022-10-05 11:22   좋아요 2 | URL
헐,, 저는 이 책 검색까지 했어요. 22년 8월에 나왔더라고요. 근데 왜 이 책을 번역이라고 생각했을까요?? ㅎㅎㅎ 아마 저의 사고 밑바닥에 번역책일 것이다라고 생각했나봐요!!!

cyrus 2022-10-08 02:56   좋아요 2 | URL
저는 다양한 해석을 존중합니다. ‘ㅅㅂ’이 ‘사비’일 수 있고요. 제가 이 책을 사비로 샀거든요.. ㅎㅎㅎ

mini74 2022-10-05 1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살까말까 고민했던 책인데 말이지요. ㅠㅠ

cyrus 2022-10-08 02:56   좋아요 2 | URL
사지 말고 도서관에 대출해서 읽어보세요. ^^
 
미술의 위대한 스캔들 - 세상을 뒤흔든 발칙한 그림들 50, 마사초에서 딕스까지
제라르 드니조 지음, 유예진 옮김 / 미술문화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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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협찬받고 쓴 서평이 아닙니다.



평점


4점   ★★★★   A-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당신이 똥을 싸더라도 사람들은 박수를 보낼 것이다(Be famous, and they will give you tremendous applause even when you are actually pooping).” 이 말은 팝 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Andy Warhol)이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워홀은 이 말을 하지 않았다


유명해지려면 튀어야 한다찬사를 받으면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다. 비난과 조롱을 받으면 반대파(anti)가 늘어나거나 평판에 흠집이 생기는 등 불이익을 겪겠지만,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이 되어 잠깐이나마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성공하기 위해 평범함을 거부하고, 이전에 보지 못한 파격적인 표현을 시도하는 것은 미술계에선 매우 흔한 전략이다대다수 사람은 화가가 유명해진 이유를 특출난 재능에서 찾는다. 비평가와 대중 모두에게 실력을 인정받아 탄탄대로를 밟은 화가들이 있지만, 반대로 비평가와 대중의 욕을 많이 먹다가 뒤늦게 인정받은 화가들도 있다후자의 화가들은 생전에 인정을 못 받았다가(그래도 그들 곁에 소수의 지지자가 있었다) 시간이 훨씬 지나고 나서야 좋은 평가를 받았다.


미술의 위대한 스캔들은 미술사를 더욱 화려하게 빛나게 해준 뛰어난 재능이라는 신화를 걷어내는 책이다. 우리가 천재라고 칭송하는 화가의 대부분은 원래 천하에 재수 없는화가였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과거의 문턱을 쉽게 넘어서지 못한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화가들은 과거의 문턱을 넘어서기만 하는 게 아니다. 그것을 파괴한다. 그 자리에 새로운 회화의 등장을 알리는 문을 세운다. 과거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그들의 파격적인 행보가 재수 없어 보인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과감한 표현을 시도한 화가들에게 반감을 표출한다. 그림 한 점이 최악의 작품으로 알려지면 대중의 분노와 거부 반응은 더욱 거세진다. 미술사에서는 이 상황을 스캔들(scandal)로 본.


스캔들이 미술사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캔들은 화가의 실력을 돋보이게 해주며 화가를 유명하게 만들어준다. 화가는 자신이 예상하지 못한 대중의 비난을 받으면 당혹스러워하지만, 역으로 의도하지 않은 노이즈 마케팅의 수혜를 입기도 한다. 추문으로 둘러싸인 그림은 사람들의 뇌리에 박힌다. 미술의 위대한 스캔들에 소개된 50점의 그림은 좋지 않은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에 자리 잡은 걸작이지만, 세상에 처음 공개되었을 때만 해도 전시장에 내걸면 안 되는 망한 작품으로 취급받았다. 저자는 50점의 그림에 희미하게 남은 과거 사람들의 부정적 반응을 복원한다작품을 열심히 비난하고 조롱한 비평가들의 견해는 유명해진 걸작의 화려한 명성에 가려져서 잊혔다. 걸작을 설명할 때 해당 작품을 무시한 비평가들의 반응이 잠깐 언급되긴 한다. 하지만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감지하지 못한 구시대적인 안목을 비판하기 위해 그들의 증언을 예시로 들 뿐이다.


미술의 위대한 스캔들의 저자가 생각하는 스캔들은 세상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자 미술의 발전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 사회적 현상이다. 저자는 스캔들이 나오게 된 시대적 배경과 회화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인식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그림들이 비난받은 주된 요인을 추려낸다가장 많이 나온 스캔들의 원인은 화가들이 묘사한 여성의 누드(nude).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1863년에 <풀밭 위의 점심 식사><올랭피아>를 각각 선보였다. 여성의 누드가 있는 두 작품이 공개되자 미술사에서 가장 유명한 스캔들이 일어났다. 보수적인 비평가들은 여신의 벌거벗은 몸을 묘사한 그림을 선호했다. 하지만 마네는 평범한 여성의 벌거벗은 몸을 그렸다. 비평가와 대중은 마네의 그림이 외설적이라고 비난했다.


평범한 여성의 벌거벗은 몸뿐만 아니라 평범한 민중을 묘사한 것도 문제가 되었다. 비교적 잘 사는 유산계급(bourgeoisie)에 속한 대중과 비평가들은 자신보다 계층이 낮은 민중의 삶과 문화를 저급하게 여겼다. 귀스타브 쿠르베(Gustave Courbet)는 눈에 보이는 것을 충실하게 그려내는 것이 회화의 진정한 목표로 인식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장례식을 엄숙하게 치르는 장면이 묘사된 <오르낭의 매장>(1850)은 그림 속 인물들이 평범하다는 이유로 비난받았다.


스캔들은 위대한 걸작에 어울리지 않은 얼룩이 아니다. 이 얼룩 덕분에 화가와 그림이 세상에 널리 알려질 수 있었다. 그리고 시대를 초월해서 후대의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한다. 스캔들은 또 다른 스캔들을 낳는다. 소 한스 홀바인(Hans Holbein the Younger)은 십자가형을 받고 숨을 거둔 예수의 몸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실제로 그는 예수를 그리기 위해 익사한 신체의 몸을 관찰했다고 한다. <무덤 속 그리스도의 시신>(1521)은 성서의 가르침과 예수의 신성한 면모를 강조하는 기독교 정신에 어긋나는 작품이다. 홀바인의 작품은 4세기가 지난 뒤에 재조명받았고, 이에 영감을 받은 작품이 태어났다. 그리고 새로운 스캔들이 일어났다. 오토 딕스(Otto Dix)는 눈 뜨고 볼 수 없는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묘사하기 위해 <무덤 속 그리스도의 시신>을 참고한다. 삼단 제단화인 <전쟁>(1932)의 하단에 전사한 병사들의 시신이 그려져 있다. 시신은 홀바인이 묘사한 죽은 예수처럼 누워 있다. 시신이 놓인 참호는 전쟁이 만든 무덤이다.


현대 미술에서 스캔들은 필수가 되었다. 성공하고 싶은 화가와 작품을 팔고 싶은 미술상들은 의도적으로 스캔들을 일으킨다. 현재 수많은 화가는 본인을 노출하기 바쁘다. 유명해져야 작품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미술을 어려워하는 대중은 자기 몸에 상처를 내고[지나 파네(Gina Pane)], 자신의 똥을 통조림 깡통에 넣어 밀봉하고[피에르 만초니(Piero Manzoni)], 경매에 낙찰된 자기 작품을 그 자리에 바로 파쇄한 미술가의 행위[뱅크시(Banksy)]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거부감을 느낀다. 하지만 현대 미술가들은 스캔들을 부추기는 대중의 부정적인 반응을 즐긴다워홀의 가짜 명언은 이렇게 바꿔야 한다. “일단 유명해지려면 스캔들을 일으켜라. 그러면 당신이 똥을 싸더라도 사람들은 반응하면서 당신의 이름을 거론할 것이다.”






※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 55





 이 그림의 비극적 운명은 이후에도 지속되었는데 1911년과 1973, 난도질을 당한 데 이어 1985 염산 테러를 당했다.[주1]



[1] 렘브란트(Rembrandt)<야간 순찰>은 세 차례나 수난당했다. 두 번이나 칼로 난도질당했으며 정신병원에 탈출한 조현병 환자가 뿌린 염산을 맞기도 했다. 이 책 55쪽에 <야간 순찰>이 훼손된 연도가 잘못 적혀 있다. 칼질에 훼손된 해는 1911년과 1975년이다. 염산 테러가 일어난 해는 1990년이다.






* 132





 1845년 쿠르베의 친구이자 시인 보들레르는 레즈비언이라는 제목의 시집 출간을 예고한다. 그러나 이 시집의 제목은 악의 꽃으로 수정되어 그로부터 10년 뒤인 1855에야 출간한다.[주2]



[2] 보들레르(Charles Pierre Baudelaire)1848년에 시집 제목인 레즈비언(레스보스의 여인들)’지옥의 변경(Les Limbes)’으로 바꾼다. 그 이후로 보들레르는 시집에 수록될 시를 여러 편 쓴다. 1852년에 지옥의 변경이라는 제목의 책이 출판되면서 보들레르는 제목을 바꾸기로 한다. 1855년에 시집 제목이 악의 꽃으로 바뀌고, 이 이름으로 18편의 시를 발표한다. 하지만 서문이 포함된 완전한 형태의 시집으로 정식 출간된 해는 1857625일이다. (참고: 윤영애 옮김 악의 꽃, <악의 꽃의 역사>, 문학과지성사, 2003.)






* 186






알베르 마르크 알베르 마르케(Albert Marqu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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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2-08-15 09: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Controversy makes money라고 한참 2000년대 미국프로레슬링 전성기 때 유행한 말이 떠오릅니다 ㅎ

그레이스 2022-08-15 10: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파리 살롱전을 보러 밀려들어오던 관람객들을 보면 당시 전위 미술은 하나의 스캔들이 될만 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반감을 넘어서 미술사의 전환점을 만드는 작품들 중에는 아직도 이해못하겠는게 있어요.
어디까지가 예술일까 하는!

mini74 2022-08-15 1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깡통에 금값을 매겼다고 하죠 지금은 더 비싸겠죠? ㅎㅎ저도 현대미술은 넘 어려운거 같아요.

mini74 2022-09-08 0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항상 좋은 글 *^**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

그레이스 2022-09-08 0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이하라 2022-09-08 1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행복한 추석연휴 되세요.^^

새파랑 2022-09-08 1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싸이러스님 당선 축하합니다. 추석때도 즐거운 독서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서니데이 2022-09-08 1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일하는 노동자를 그린 최초의 그림은 누가 그렸을까? 바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그렇지만 미술을 좋아하거나 미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라면 내가 던진 질문을 흥미롭게 여길 것이다. 아니면 나만 흥미로운 것일 수도.


















* 아당 비로, 카린 두플리츠키 미술관에 가기 전에: 미리 보는 미술사, 르네상스에서 아르누보까지(미술문화, 2022)





미술관에 가기 전에라는 책은 귀스타브 카유보트(Gustave Caillebotte)마룻바닥에 대패질하는 사람들작업 중인 노동자들을 그린 최초의 그림 중 하나(218쪽)라고 주장한다.







세 명의 남자는 상의를 벗은 채 대패로 바닥 마루를 깎고 있다. 그들은 바닥에 깐 송판을 매끄럽게 다듬기 위해 엎드려서 대패질하는 중이다. 카유보트는 이 그림을 1875년 살롱전에 출품했다. 살롱전 심사위원들은 이 그림에서 느껴지는 날것의 사실주의에 충격받았다손에 먼지를 묻어가면서 일해본 적이 없는 부르주아 계층의 관람객들은 가난한 노동자를 묘사한 그림에 거부감을 느꼈다결국 카유보트의 작품은 낙선되었다카유보트는 이듬해에 열린 제2회 인상주의 전에 마룻바닥에 대패질하는 사람들을 출품했다.


사실 카유보트보다 먼저 일하는 노동자를 그린 화가가 있다. 그 화가는 바로 귀스타브 쿠르베(Gustave Courbet)쿠르베는 인상주의 화가들과 교류했지만, 사실주의 화풍을 고수했다. 다만 쿠르베가 친하게 지내지 않은 인상주의 화가가 있었다. 그 사람은 에드가 드가(Edgar De Gas). 드가는 사실주의를 엄청나게 싫어했다. 쿠르베에게 사실주의란 눈에 보이는 것이다. 쿠르베는 천사를 본 적이 없다. 천사를 보여 주면 당장 그리겠다라고 말했다. 과거의 화가들이 선호한 주제를 답습하는 기성 화가들이 신과 천사를 그리고 있을 때, 쿠르베는 고단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 주목했다.







지금 쿠르베의 대표작 돌 깨는 사람들 보면, 딱히 신선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이 그림이 세상에 나왔던 1849년에는 사정이 달랐다. 돌 깨는 사람들』은 고상하고 관념적인 미적 취향에 오랫동안 익숙해져서 굳어버린 대중의 눈과 정신을 깨뜨렸다


















* 재원 편집부 엮음 쿠르베(재원, 2004)


* 오광수 엮음 쿠르베(서문당, 1994) 


* 린다 노클린 리얼리즘(미진사, 1997)





살롱전 심사위원과 관람객들은 늘 행복하고 감미로운 느낌이 나는 그림을 선호했다. 좋은 것만 보여주는 그림이야말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화가들은 이런 대중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귀족들의 일상이나 신과 천사가 나오는 그리스 신화의 한 장면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가난한 노동자들을 그린 돌 깨는 사람들』은 아름답지 않아서 화가의 미숙한 솜씨가 드러낸 그림이라고 비난받았다. 쿠르베는 직접 개인전을 열어 돌 깨는 사람들을 포함한 작품들을 공개했다. 그는 전시회 카탈로그도 작성했는데 여기에 사실주의(réalisme)’라는 단어를 썼다그리하여 돌 깨는 사람들은 사실주의 미술의 포문을 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 [품절] 알프레드 상시에 자연을 사랑한 화가 밀레(, 2014)

 

* [절판] 노성두 외 자연을 사랑한 화가들: 밀레와 바르비종파 거장들(아트북스, 2005)

 

* 재원 편집부 엮음 장 프랑수아 밀레(재원, 2003)

 

* [절판] 즈느비에브 라캉브르 외 밀레(창해, 2000)

 

* 오광수 엮음 밀레(서문당, 1990)





쿠르베와 함께 프랑스 사실주의 미술을 대표하는 또 한 명의 화가가 장 프랑수아 밀레(Jean François Millet). 우리나라에서 밀레의 그림들은 이발소 그림으로 취급받는다. 이렇다 보니 밀레의 작품들은 시골의 낭만적인 정취를 불러일으키는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그렇지만 밀레는 농민들의 생활상을 진실하게 표현한 사실주의 화가다밀레의 작품 속에 묘사된 농민들의 일상은 낭만과 거리가 멀다.









누군가는 열심히 일하는 농촌 여성의 모습에서 숭고함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밀레는 그런 반응을 의도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일하는 농민들을 그리지 않았다이삭줍기에서 목가적인 아름다움을 찾아선 안 된다. 그림으로 남은 농촌 여성의 노동을 발견해야 한다가난한 농민들은 농장주의 밭에서 일했다수확량이 많아도 농민들은 궁핍한 삶을 벗어나지 못했다그림 속 여성은 농장주의 밭에서 추수하고 남은 밀 이삭을 줍고 있다. 하지만 밀 이삭을 원하는 대로 주울 수 없다. 그림의 후경에 조그맣게 그려진 말을 탄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밭을 관리하는 감독관이다. 그의 철저한 감시 속에서 여인들은 허리를 숙이면서 이삭을 줍고 있다.


지난달에 쓴 미술관에 가기 전에서평에 언급했듯이 일하는 노동자의 범주를 확장해서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마룻바닥에 대패질하는 사람들돌 깨는 사람들이 일하는 노동자를 그린 최초의 그림이 아니다. 두 작품에 도구를 사용하면서 일하는 남성 등장한다. 이삭줍기이전에 일하는 여자를 그린 그림이 없었을까? 집안일도 노동이다나는 미술관에 가기 전에서평에 부엌에 일하는 하녀를 그린 프랑스의 화가 샤르댕(Jean-Baptiste-Siméon Chardin)을 거론했다그런데 최근에 내 견해를 뒤집은 그림들을 만났다.
















* [품절] 베아트리스 퐁타넬 살림하는 여자들의 그림책: 중세부터 20세기까지 인테리어의 역사(이봄, 2015)





내가 잘 몰랐던 일하는 여자의 그림을 만나게 해준 책이 살림하는 여자들의 그림책이다. 이 책의 부제는 중세부터 20세기까지 인테리어의 역사책의 목차는 침실, 난방, 부엌, 창문 등 집 안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렇지나는 인테리어를 지우고 살림하는 여자들’로 고치고 싶다살림하는 여자들의 그림책을 쓴 저자 베아트리스 퐁타넬(Beatrice Fontanel)은 주부이자 시인이다. 저자는 이 책을 살림하는 여성의 이야기라고 했다. 이 여성들이 인테리어의 역사를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의 부엌에 제일 먼저 나오는 그림이 성모 탄생이다세폭 제단화인 성모 탄생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오세르반자의 대가(Master of the Osservanza)’가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화가는 15세기 중반 이탈리아에서 활동했다. 이 제단화의 오른쪽 부분에 부엌에서 일하는 두 여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한 사람은 쭈그려 앉아서 아궁이에 올려놓은 냄비 뚜껑을 덮고 있다중세 시대에 음식을 불로 익히는 일은 여성에게 극도로 힘든 일이었다. 동굴과 같은 아궁이에서 나오는 불의 열기는 말할 것도 없다. 여성들은 아궁이 근처에서 음식을 익히거나 데우다가 화상을 입었다. 요리하다가 화상을 입는 사고는 출산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은 여성의 사망 원인이었다.


과거의 부엌은 하녀만 드나드는 공간이었다. 하녀는 고용주를 위한 음식을 만들었고, 그들이 먹다 남은 음식을 처리했고, 접시와 그릇을 설거지했다. 평생 부엌에 살다시피 하면서 가사 노동을 도맡은 하녀들은 더러운 처녀로 여겨졌다. 부유한 여주인은 더러운부엌에 들어오지 않았다실제로 과거의 부엌에 악취가 진동했으며 위생 상태도 썩 좋지 않았다.


17세기 네덜란드에 유행한 회화의 주제 중 하나가 빗질하는 여성이다. 이 당시 네덜란드는 청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청결은 미덕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부엌에서 하는 일과 마찬가지로 청소 역시 하찮고 힘든 일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가 시대가 변하면서 청소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청소를 잘하는 여성은 성품이 훌륭한 살림꾼으로 인정받았다. 집안일을 청소하는 일은 여성의 자질과 도덕성을 평가하는 기준이었다어쩌면 이때부터 여성은 무조건 청결해야 한다라는 편견이 사회에 더 깊숙이 박히기 시작했을 것이다여성에게 청결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여성의 몸 깊은 곳까지 확장된다몸에 불결한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여성이라면 해야 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청결은 여성을 옥죄게 만든다.


일하는 여성 노동자를 그린 그림을 찾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성 노동자가 나온 그림을 주제로 한 전시회가 열렸던 적이 있었을까? 이런 전시회가 정말로 있었는지 알아보고 싶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고, 읽어야 할 책들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어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는 일이 버겁다. 제대로 하려면 동양 미술 쪽에도 눈길을 줘야 한다. 서양 미술 편력이 심한 나로서는 무척 힘든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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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22-07-18 16: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읽다 보니 저도 궁금해져서 좀 찾아봤네요.
https://live.staticflickr.com/7868/47419992661_128141b286_z.jpg
구글링한 거고 송나라 시절을 그린 건지, 송나라 그림인지는 확실치 않네요.

cyrus 2022-07-20 21:51   좋아요 0 | URL
조선인님이 알려주신 그림을 보면서 제가 동양미술에 너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어요. 저 그림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집니다. 좋은 그림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파이널 페인팅 Final Painting - 화가 생애 마지막 그림을 그리다
파트릭 데 링크 지음, 장주미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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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협찬받아 쓴 서평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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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음악가가 만든 마지막 걸작을 백조의 노래(Swan Song)’라고 한다. 이 관용어는 백조가 죽기 직전 마지막 힘을 다해 딱 한 번 운다는 속설에서 유래되었다. 마지막 울음소리가 아름답다는 백조의 노래는 최후의 걸작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 되었다. 하지만 백조는 때때로 운다. 실제로 백조가 우는 소리를 들어보면 썩 아름답지 않다.

 

화가의 마지막 걸작도 종종 백조의 노래로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의외로 미술비평가들은 유명 화가들의 말기 작품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사람은 태어나서 일정 기간 성장한 후 나이가 들어가면 신체와 인지 기능이 점점 쇠퇴한다. 비범한 화가도 노화 현상을 피할 수 없다. 비평가들은 쇠약해진 화가의 말기 작품에 원숙미를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독창성이 돋보인 젊은 시절 화가의 작품과 비교하면서 말기 작품이 졸작이라고 혹평한다.


파이널 페인팅(The Final Painting)은 화가의 말기 작품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반박한다. 책의 저자는 말기 작품에 온갖 다양한 요소가 있다고 주장한다. 전성기 시절의 기량에는 못 미치지만, 그 안에 이전에 시도해보지 않은 기법과 혁신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힘이 있다. 황혼기에 접어든 화가들은 주변의 평가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방식대로 그림을 그렸다


윌리엄 터너(William Turner)는 사실적으로 묘사한 풍경화로 명성을 얻었다. 말기에 이르러 그의 작품에 묘사된 형상이 생략되고모호한 색채로 가득 채운 독자적인 화풍으로 발전한다. 비평가들은 나이 든 터너를 세월과 동떨어진 화가로 평가했다. 그러나 터너는 세월을 앞서간 화가였다. 사실적인 묘사의 회화를 고수하는 전통을 깨뜨린 터너의 말기 작품은 추상회화의 탄생을 예고한다.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는 말년에 손가락에서 생긴 관절염에 시달렸다. 그래서 붓을 내려놓고, 색종이를 오려 붙인 작품을 남겼다. ‘종이 오리기작업은 마티스가 죽을 때까지 지속되었다. 붓을 사용하지 않는 이 기법은 붓을 든 과거와의 단절을 상징한다. 붓을 들지 않아도 마티스는 화가.


이 책은 일찍 세상을 떠난 화가들의 마지막 작품들도 소개한다시대와 관점에 따라 사람들은 완성된 작품을 미완성이라 보기도 하고미완성 작품을 걸작이라 칭송하기도 한다폴 세잔(Paul Cézanne)은 말년에 생 빅투아르 산과 목욕하는 사람들을 주제로 여러 점을 그렸다. 그중에 6년 동안 그린 목욕하는 사람들(1900~1906, Large Bathers, 일명 대 수욕도)은 미완성 작품이다세잔의 목표는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 사물의 본질을 화폭에 구현하는 일이었다. 그는 동료 화가 에밀 베르나르(Emile Bernard)에게 보낸 편지에 과거를 넘어서는 이론을 증명할 때까지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1906921). 세잔의 연작 작업은 전통적인 예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끝없는 도전이다.


네덜란드의 화가 얀 반 에이크(Jan van Eyck)는 아내의 초상화에 자신의 좌우명을 새겨 넣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Als ich can).’ 화가의 말기 작품이 혁신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비난할 수 없다. 화가들은 죽기 직전까지 자신만의 미술을 추구하기 위해 손에 쥔 붓을 내려놓지 않았다. 그들의 마지막 작품은 최후의 작품이 아니라 최선을 다한 작품이다.






※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 53






우구스티누스 성인 아우구스티누스 성인(St. Augustine)






* 74

 

 오랜 경력을 가진 전문가 메리 가라드(Mary Garrard)[주1]는 젠틸레스키의 작품으로 기록되었거나 어느 정도 확실하게 평가할 수 있는 것으로 130점이 넘는 그림을 목록으로 만들었다.


[주1] 아르테미시아의 작품을 분석한 메리 D. 개러드의 저서 여기, 아르테미시아: 최초의 여성주의 화가(박찬원 옮김, 아트북스, 2022)가 최근에 번역 출간되었다.






* 89





 1814년에 독재적인 국왕 페르난도 7세가 집권하면서 구체제가 복원되었다. 프랑스 국왕 요셉 보나파르트(Joseph Bonaparte)[주2]의 궁정화가로 활동을 계속했던 고야는 스페인에 머물며 때때로 새 왕조를 위해 작업하기도 했다.

 


[주2] 조제프 보나파르트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éon Bonaparte)의 형이다. 조제프 보나파르트는 프랑스 국왕이 아니라 스페인 국왕이다. 나폴레옹은 스페인을 지배하기 위해 페르난도 7세를 강제로 폐위시키고, 형에게 왕관을 씌웠. 조제프는 스페인 국왕이 되면서 호세 1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호세 1세는 페르난도 7세와 달리 개혁 정치를 펼쳤지만, 스페인 내정을 간섭하는 프랑스에 반발한 민중은 여러 차례 봉기를 일으켰다. 나폴레옹은 스페인에 주둔한 프랑스군을 동원하여 스페인 민중을 잔인하게 탄압했다(고야의 180852180853은 스페인에서 일어난 프랑스군의 잔인한 만행을 묘사한 걸작이다). 민심을 완전히 잃은 호세 1세는 1813년에 폐위되어 망명길에 올랐고, 이듬해에 페르난도 7세가 복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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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가기 전에 - 미리 보는 미술사, 르네상스에서 아르누보까지
아당 비로.카린 두플리츠키 지음, 최정수 옮김 / 미술문화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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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점   ★★★☆   B+






전시해설사(docent)는 미술에 대한 지식과 안목을 바탕으로 관람객에게 전시된 작품을 설명해주는 사람이다. 소위 어렵다고 느껴지는 작품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중점을 두면서 감상해야 한다. 현대미술은 난해함의 극치라서 전시해설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시해설사는 미술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관람객들에게 즐겁고 편안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준다.

 

미술관에 가기 전에는 한 권의 책이 된 전시해설사다. 이 책은 미술 비전공자들도 몰입하게 만들 정도로 미술가와 작품들을 소개하는 전시해설사 역할에 충실하다. 놀랍게도 이 책을 쓴 두 명의 프랑스인은 전시해설사가 아니다. 한 사람은 예술 관련 도서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으며, 다른 한 사람은 미술 연구자다. 두 저자는 서양미술사에 자주 언급되는 유명한 미술가와 걸작들뿐만 아니라 실력은 뛰어났으나 거장들에게 가려진 미술가와 그들의 대표작도 소개한다. 150여 명의 미술가를 시대별 및 지역별로 분류했는데 13세기 중세 말부터 19세기 말 아르누보까지 서양미술사의 전체 흐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아르누보 이후 현대미술과 고대 및 중세 미술은 다음에 나올 2권에 다룬다.

 

미술관에 가기 전에의 매력은 사족(Too Much Information)에 가까운 미술가와 작품에 관한 짤막한 이야기들이다. 두 저자는 전문 용어를 써가면서 작품을 가르치듯이 설명하는 전시해설사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이 선호하는 미술관은 즐거운 놀이터와 같은 곳이다. 놀이터 같은 미술관은 자유롭다. 이곳에 온 관람객은 작품을 감상하면서 전시해설사와 격의 없이 대화할 수 있다. 그리고 작품 감상과 전혀 관련 없는 미술가들의 재미있는 일화도 들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들이 작품 분석 및 해설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미술가들의 주요 특징과 미술사 발전에 큰 영향을 준 작품들의 가치와 같은 핵심 내용을 밑줄로 표시해두었다.


그런데 이 책에 앙리 루소(Henri Rousseau)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루소는 상상으로 이국적인 분위기의 풍경을 표현한 작품을 남겼다. 미술 교육을 받은 적 없는 아마추어 화가인 그는 원근법을 무시하면서 그림을 그렸는데, 그런 자신을 스스로 사실주의 화가라고 평가했다. 루소는 특정 미술사조에 분류하기 어려운 화가다. 피카소(Pablo Picasso)가 극찬한 루소가 왜 이 책에 포함되지 않았을까? 두 저자는 앵그르(Ingres),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를 하나의 범주, 즉 미술사조로 분류할 수 없는 화가라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앵그르와 블레이크는 19세기 낭만주의, 마네는 19세기 사실주의 화가로 분류했다. 두 저자의 화가 선정 기준에 의문이 든다.


의문점이 또 하나 있다. 아르누보를 대표하는 화가 알폰스 무하(Alphonse Maria Mucha)를 소개한 내용이 왜 없을까무하가 관능적인 포스터를 그린 화가로 알려졌지만, 말년에 조국 체코의 역사를 주제로 한 연작 그림을 제작했을 정도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남겼다이름은 한 번 언급되지만, ‘인명 색인에 그의 이름이 없다.


전시해설사는 정확한 정보를 관람객에게 전달해야 한다. 책이 된 전시해설사가 들려준 이야기에 정확하지 않거나 오류가 있다.






라파엘로(Raffaello)<라 포르나리나>는 제빵사의 딸이자 화가의 정부(情婦마르게리타 루티(Margarita Luti)를 그린 초상화로 알려져 있다(52). 그렇지만 <라 포르나리나> 속 인물이 누군지 확실하지 않다. 마르게리타 루티라고 추정한 것은 19세기부터 시작되었다그래서 이 작품을 젊은 여인의 초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가운데에서 플라톤(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이목구비를 하고 있음)이 자신의 대화편 중 하나 티마이오스를 들고 손가락으로 하늘과 이데아의 세계를 가리키고 있다. 그는 윤리학을 들고 땅과 인간들의 법을 가리키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와 대화한다.

 

 그의 뒤에는 두 천문학자 차라투스트라와 프톨레마이오스가 천구의를 들고 있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을 설명한 내용 중에서, 53)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의 저서 윤리학의 정확한 제목은 니코마코스 윤리학(Ethika Nikomacheia)’이다. 차라투스트라(조로아스터)는 고대 페르시아에 발원한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 그는 마법사점성술사로 묘사되기도 하는데 점성술은 천체 현상을 관측하여 미래를 점치는 기술이다. 점성술은 비과학적인 방식이지만, 과거에 정식 학문으로 인정받았으며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는 점성술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점성술사의 원어(Astrologer 또는 astrologist, 프랑스: astrologue)는 천문학자(astronomer, 프랑스: astronome)의 원어와 비슷해서 번역하면서 혼동하기 쉽다. 차라투스트라는 천문학자가 아니라 점성술사다.













 <180852>(마드리드 프리도 미술관)은 모든 유럽 국가의 봉기의 상징이 되고 나중에 피카소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프란시스코 데 고야, 170)

   


피카소에 큰 영향을 준 고야(Francisco de Goya)의 그림 제목은 <180853>이다. 피카소는 <1808년 5월 3일>의 구도를 참조해 <한국에서의 학살>(Massacre en Corée, 1951)을 그렸다.






 작업 중인 노동자들을 그린 최초의 그림 중 하나인 이 작품은 날 것의 사실주의로 살롱전 심사위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카유보트의 <마룻바닥에 대패질하는 사람들>에 대한 설명문 중에서, 218)

 











<마룻바닥에 대패질하는 사람들>1875년에 완성된 작품이다. 카유보트보다 먼저 쿠르베(Gustave Courbet)가 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그 작품이 바로 <돌 깨는 사람>(1849)이다. 그런데 일하는 노동자의 범주에 여성의 노동을 포함한다면 쿠르베의 작품이 최초는 아니다. 18세기에 활동한 프랑스의 화가 샤르댕(Jean-Baptiste-Siméon Chardin)부엌에서 일하는 하녀나 부인의 모습을 담은 작품 몇 점 남겼다.


209쪽에 영국 작가 오스카 와일드라고 되어 있는데, 와일드는 영국에서 주로 활동했지만,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그의 할머니 플로라 트리스탕1840년대의 문인이자 사회주의 투사, 페미니스트로서 사회적 논쟁에 참여하고 국제주의를 표방한 주요 인물 중 한 명이었다.

 

(폴 고갱, 239)

 


플로라 트리스탕(Flora Tristan)은 고갱(Paul Gauguin)외할머니.






정오표

 


* 119: 다비트 테니르스(David Teniers) 

인명 색인(283)에는 다비트 테니어르스로 표기되어 있다.

 





* 211: 에술적 허용 예술적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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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6-28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플로라 트리스탕과 고갱 이야기 소설로 본 기억나요. 카유보트의 대패질 그림 넘 좋아요 *^^*

cyrus 2022-07-02 08:40   좋아요 1 | URL
mini님은 호세 바르가스 요사의 <천국은 다른 곳에>을 읽어보셨군요. 고갱과 플로라 트리스탕을 소재로 한 소설이 있다는 걸 최근에 알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