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 선보이는 공연작 다섯 편 중 두 편은 독일의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살로메>(Salome)<엘렉트라>(Electra). 나머지 세 편의 공연작은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Giuseppe Verdi)의 오페라다. 106일에 <살로메>가 스무 번째 축제의 포문을 열었다. 10월 21일과 22일, 이틀 연속 막이 오른 <엘렉트라>는 국내 초연작이다. 나는 22일 토요일 공연을 예매했다베르디의 오페라 세 편도 예매하고 싶었으나 오페라 공연을 보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과욕을 부리지 않았다.


















[대구 책방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1년 차]

소포클레스천병희 옮김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 (도서 출판 숲, 2008)


소포클레스, 김종환 옮김 소포클레스의 엘렉트라》 (지만지드라마, 2019)




원작은 고대 그리스 비극 작가 소포클레스(Sophocles)의 동명 비극이다. 오스트리아의 시인 · 극작가 후고 폰 호프만슈탈(Hugo von Hofmannsthal)이 각색을 맡아 오페라 대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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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1년 차]

에우리피데스천병희 옮김 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 1》 (도서 출판 숲, 2020)


에우리피데스, 강대진 옮김 메데이아: 메데이아, 힙폴뤼토스, 엘렉트라, 알케스티스》 (민음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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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1년 차]

아이스킬로스천병희 옮김 아이스퀼로스 비극 전집》 (도서 출판 숲, 2008)


아이스킬로스, 김기영 옮김 오레스테이아 3부작》 (을유문화사, 2015)


아이스킬로스, 두행숙 옮김 오레스테이아》 (열린책들, 2012)


















아이스킬로스, 김종환 옮김 아가멤논》 (지만지드라마, 2019)


아이스킬로스, 김종환 옮김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지만지드라마, 2019)


아이스킬로스, 김종환 옮김 에우메니데스》 (지만지드라마, 2019)





소포클레스와 함께 거론되는 아이스킬로스(Aeschylos)에우리피데스(Euripides)도 엘렉트라가 나오는 비극을 썼다(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 중 2부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에우리피데스의 <엘렉트라>). 세 편 중에 문학성이 높은 <엘렉트라>는 소포클레스가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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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1년 차]

에우리피데스천병희 옮김 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 2》 (도서 출판 숲, 2021)


* 에우리피데, 김종환 옮김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지만지드라마, 2019)




엘렉트라는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Agamemnon)클뤼템네스트라(클리타임네스트라, Clytemnestra) 사이에 태어난 둘째 딸이다. 장녀는 이피게네이아(Iphigeneia). 아가멤논은 트로이 전쟁에 참전하는 연합군의 총지휘자였다. 수많은 함대가 항구에 집결하지만, 순풍이 불지 않아서 2년 동안 출항하지 못한다. 신탁에 따르면 이피게네이아를 희생 제물로 바치면 신의 분노가 풀려서 순풍이 생긴다. 이피게네이아는 아가멤논의 간계에 속아서 희생되고, 이 사실을 뒤늦게 안 클뤼템네스트라는 아가멤논을 복수하기로 결심한다(에우리피데스의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아가멤논을 복수하려는 아이기스토(Aegisthus, 아이기스토스)와 합세하여 트로이 전쟁 종전 이후 십 년 만에 미케네로 돌아온 아가멤논을 살해한다(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 중 1부 <아가멤논>).


아이기스토와 클뤼템네스트라가 미케네를 지배하면서 아가멤논의 아들이자 엘렉트라의 남동생 오레스트(오레스테스, Orestes)는 후환을 피하고자 탈출한다. 혼자 남은 엘렉트라는 아가멤논의 무덤에 찾아가 복수를 꿈꾼다. 여기서부터 오페라 <엘렉트라>가 시작된다. 소포클레스의 <엘렉트라>에 엘렉트라의 여동생 크리소테미스(Chrysothemis)가 등장한다. 엘렉트라는 크리소테미스에게 어머니와 아이기스토를 함께 죽이자고 제안하지만, 크리소테미스는 소극적인 반응을 보인다. 미케네 전역에 오레스트가 죽었다는 풍문이 들려온다. 엘렉트라는 복수를 실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좌절하지만, 극적으로 오레스트와 재회한다. 그녀는 오레스트와 힘을 합쳐 아이기스토와 클뤼템네스트라를 살해한다.
















최혜영 그리스 비극 깊이 읽기(푸른역사, 2018)


* [품절] 김기영 신화에서 비극으로: 아이스퀼로스의 오레스테이아 삼부작(문학동네, 2014)




엘렉트라는 어머니와 새 남편을 증오한다. 그녀는 두 사람의 손에서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를 위해서 복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자신 또한 어머니처럼 살인으로 불의를 응징하고자 한다. 엘렉트라와 클뤼템네스트라는 강인한 여성상과 표독스러운 악녀를 동시에 보여준다. 하지만 엘렉트라가 진정 원하는 것은 아가멤논이 잃어버렸고, 오레스트가 가질 수 없는 권력이다. 오페라에 생략되었지만, 비극에 묘사된 오레스트는 어머니를 죽인 죄로 복수의 여신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 중 3부 <자비로운 여신들>). 그는 또다시 유랑자 신세가 된다. 아이기스토와 클뤼템네스트라를 싫어하는 세력이 있다고 해도 엘렉트라는 현실적으로 미케네의 실권자가 되지 못한다.






존 싱어 사전트

맥베스 부인 역의 엘렌 테리

1889




복수에 성공한 엘렉트라는 미케네 왕관을 아버지의 무덤에 바친다. 이때 왕관을 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미국의 화가 존 싱어 사전트(John Singer Sargent)가 묘사한 맥베스 부인을 연상시킨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최종철 옮김 맥베스(민음사, 2004)

 

* 권오숙 셰익스피어, 그림으로 읽기(예경, 2008)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비극 맥베스의 맥베스 부인은 스코틀랜드 영주인 남편을 설득해 덩컨 왕(Duncan)을 죽이도록 부추긴다. 맥베스 부부는 왕권을 차지하는 데 성공하지만, 맥베스 부인은 죄책감에 사로잡혀 몽유병을 앓다가 자살한다. 아주 잠깐이지만, 엘렉트라는 왕관을 직접 손에 쥠으로써 눈부시게 빛나는 권력의 무게감을 느껴본다. 그 순간 그녀는 황홀감에 취해 춤을 추다가 무덤 앞에서 죽는다. 엘렉트라가 심장으로 들은 무덤 속 아버지 목소리의 실체는 자신이 그토록 갈망했던 권력이다.


맥베스 부인은 맥베스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인상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름이 없다. 부인에게 권력에 대한 야망을 숨기지 않은 엘렉트라라고 부르면 이상한가. 이번 주 오페라 공연작은 베르디<맥베스>. 베르디는 맥베스 부인 역에 매우 높은 음을 내는 소프라노 배우가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 이건 꼭 봐야 하는데‥…. 어떡하지

















* 유진 오닐, 이형식 옮김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지만지드라마, 2019)



[제목에 대한 주석] 오페라 공연 리뷰 제목을 미국의 극작가 유진 오닐(Eugene O’Neill)의 희곡 제목에 따왔다.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고대 그리스 비극 <엘렉트라>를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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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10-25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오페라를 첨 본 느낌은 어떤감? 좋았나? 난 짐까지 두 번 봤나했는데 좀 지루했던 것 같아. 솔직히는 살짝 지루할 무렵에 끝나서 다행이었지. ㅋ 요즘 오페라 도 구성이 다양해졌다고 하던데 어떤지 궁금하네. 난 뮤지컬이 좋아.^^

cyrus 2023-11-01 21:26   좋아요 0 | URL
오페라 공연 본 사람들 의견 모두 똑같군요. 다 재미없대요.. ㅋㅋㅋㅋ 직립보행 책방지기는 예전에 본 오페라 제목이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재미없었다고 했어요.. ㅋㅋㅋ
 










대구 국제 오페라 축제가 올해로 20회를 맞이한다. 개막작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살로메(Salome). 원작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가 쓴 동명 희곡이다.



















* 오스카 와일드, 오브리 비어즐리 그림, 임성균 옮김 살로메(지만지드라마, 2023)


* 오스카 와일드, 정영목 옮김 오스카 와일드 작품선(민음사, 2009)




오페라 공연을 보는 건 오늘이 처음이다. 공연 장소인 대구오페라하우스를 처음 가본 터라 예매표를 어디서 받는지 몰랐다. 살짝 마음이 움츠러든 채 건물로 들어서는 순간, 어깨 너머로 익숙한 향기가 났다. ? 이 향기는? 누구지? 뒤돌아보니 <일글책> 토요일 고전 읽기 모임의 프론트우먼(Frontwoman: 밴드나 그룹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핵심 인물) 향기님이었다. 연보라색 옷을 입은 향기님은 남편과 같이 오페라 공연을 보러 왔다. 향기님의 친절한 안내 덕분에 표를 구할 수 있었다.

 

공연 시작하기 전에 무대 뒤에 있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악기를 조율하고 있었다. 공연장 안에 서로 다른 악기들이 내는 소리가 뒤섞인 채 울려 퍼졌다. 예매하면서 지정한 자리를 금방 찾았다. 자리 뒤에 낯선 이름이 적힌 명찰이 있었다. ? 여기 내 자린데 내 이름은 없고 왜 다른 사람이 있지? 내가 자리를 잘못 찾았나? 다시 살펴보니 분명 내 자리가 맞다. 당황한 나는 안내자에게 자리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안내자가 알려준 자리는 분명 내가 찾은 그 자리가 맞았다. 자리 뒤에 이름표가 있는데, 이거 뭐예요?” 내 질문에 안내자는 대구오페라하우스에 기부한 사람들 이름이라고 답변했다. 물어보길 잘했다. 오페라 공연 감상 초보자는 오늘도 하나 배웠다.


원작의 시간적 배경과 장소는 고대 이스라엘의 헤롯(Herod) 왕의 궁전이다. 오페라의 시간적 배경은 휴대전화가 카메라가 있는 현시대. 무대 장치는 반투명 유리로 둘러싸인 원형 형태로 되어 있다. 거대한 원형 무대는 헤롯 왕의 사치스러운 삶을 암시하는 연회장, 헤롯 왕과 새 아내 헤로디아스(Herodias, 원래 헤롯의 제수였다)의 왕좌, 세례자 요한(Johannes)이 갇힌 지하 감옥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 원형 무대 장치가 빙글빙글 천천히 돌아가면서 다음 이야기 속 장소를 보여준다.


지하 감옥을 지키는 병사 두 명의 복장은 선글라스를 낀 경호원과 흡사하다. 눈을 가린 그들은 살로메의 유혹에 넘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경비대장 나라보트(Narraboth)의 눈은 무방비 상태다. 그는 살로메의 매력에 빠져 계속 그녀를 쳐다본다. 헤로디아스의 시종은 나라보트에게 살로메를 너무 보지 말라면서 여러 차례 경고한다. 반면 살로메의 눈은 요한의 목소리가 나오는 지하 감옥으로 향해 있다. 살로메는 병사들에게 요한을 풀어달라고 명령한다. 요한의 실제 모습을 본 살로메는 본격적으로 그를 유혹한다. 하지만 요한의 눈은 오로지 주님에게 향해 있다. 의붓아버지 헤롯은 살로메를 음침하게 바라보면서 다가온다. 늙은 욕망덩어리 왕의 요구에 지친 살로메는 왕 앞에 일곱 베일의 춤을 출 테니 자신의 소원을 들어달라고 요구한다춤을 다 추고 나서야 살로메는 왕에게 소원을 말한다. 요한의 머리를 주세요!”















* 오광수 · 박서보 감수 모로(재원, 2004)

[책 소개] 귀스타브 모로의 작품들을 유일하게 소개한 화집 형태의 책이다. 책 앞표지의 작품 제목은 출현이다. 살로메가 요한의 잘린 머리를 얻는 순간을 묘사한 그림이다.




원작 살로메는 남자들을 정복하려는 요부로 묘사되어 있다. ‘일곱 베일의 춤은 살로메의 요염한 자태를 상상하게 만드는 에로틱한 춤이다. 화가들도 살로메의 성적 매력에 끌렸다. 특히 프랑스의 상징주의 화가 귀스타브 모로(Gustave Moreau)는 살로메를 주제로 한 그림을 여러 점 그렸다그가 묘사한 살로메는 알몸이 비치는 투명한 동양풍 옷을 입고 있다이 이미지는 요부로서의 살로메를 충실히 구현했다

















* 미레이유 도탱-오르시니 외, 박아르마 옮김 살로메(이룸, 2005)




하지만 오페라 살로메는 요염함과 거리가 멀다그녀는 흰옷을 입고 있다흰색은 순결을 상징하는 색이다실제로 오페라를 작곡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원작 살로메가 춤을 추면서 나체가 되는 묘사가 위험하다고 판단했다슈트라우스가 쓴 오페라 공연 지침서에 보면 살로메는 순결한 소녀인 동양의 공주로 설정되어 있다. [주]


오페라 살로메는 의붓아버지와 함께 춤을 춘다여기서 살로메는 춤을 추는 자신과 왕의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는다이때 거대한 반투명 유리는 스크린이 된다. 스크린 화면은 휴대폰에 담긴 헤롯 왕과 살로메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여준다. 그녀는 헤롯 왕을 껴안기도 하고성교를 암시하는 행위를 한다하지만 살로메는 절대로 옷을 벗지 않는다춤을 추고 난 후 그녀는 양손에 머리를 쥐면서 좌절한다살로메는 요한의 목을 가지기 위해서 요부인 척 행동하고 마치 헤롯을 꼭두각시 인형을 조종하듯이 춤춘다옷을 벗지 않은 살로메의 춤은 왕의 음탕한 요구를 순순히 따르지 않겠다는 저항의 몸짓이다.


살로메는 요한의 머리를 포기하지 않는다그녀는 자신의 몸이 타들어 가면서까지 태양 빛으로 직진하는 나방과 같다살로메는 기어이 자신의 입술을 쓰디쓴 피 맛이 나는 요한의 붉은 입술에 갖다 댄다하지만 잘린 요한의 머리는 태양처럼 빛나지 않는다그래서 살로메는 씁쓸하다태양 같은 거룩한 요한을 가지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태양처럼 빛나던 요한의 생명력을 끊어버렸기 때문이다자신에게 곧 다가올 죽음을 예감한 살로메는 요한의 머리에 여러 번 입맞춤한다그런 다음에 차가워진 살로메의 팔을 껴안는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소녀는 진심으로 요한을 사랑했다

 

공연을 본 관객 대다수는 여전히 광기 어린 집착을 보인 살로메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요한의 머리를 탐낸 살로메의 사랑은 퀴어(gueer: 기묘한, 괴상한)하다. 남들이 멸시하고, 헤롯이 괴물 같다고 해도 살로메는 자신마저 파멸시키는 사랑을 끝까지 고집했다. 원작자 오스카 와일드는 퀴어한 동성애로 인해 세상으로부터 멸시받다가 쓸쓸하게 죽었다. 요한의 머리 앞에서 절절하게 고백하는 살로메의 노래 속에 오스카 와일드의 서러운 이야기가 들렸다.


관객을 위해 우리말로 번역된 오페라 대사가 자막으로 나왔는데, 여기서 옥에 티가 있었다. 헤롯 왕이 최상급 포도주를 로마 시저 황제가 주신이라면서 말하는 대사가 있다. ‘시저는 로마의 정치가 카이사르(Caesar)에서 유래된 단어로, 황제를 뜻한다. 원작에서는 시저라고 적혀 있다. 아마도 대사 자막을 만든 번역자가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시저 황제라고 썼을 것이다. 하지만 로마 황제라고 써도 된다. 원작에 언급된 시저는 카이사르가 아니라 티베리우스(Tiberius).





[] 살로메(이룸, 2005)는 문학 작품과 예술 작품(회화, 음악)으로 묘사된 살로메를 입체적으로 분석한 글들을 모은 책이다. 오페라 감상문을 쓰기 위해 이 책에서 참고한 글은 오스카 와일드와 슈트라우스, 혹은 춤추는 몸이다. 이 글에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공연 지침서 일부 내용이 인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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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10-08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페라 관람하고 오셨군요. 대구에서 오페라축제를 하는 건 몰랐는데, 좋은 공연이 많을 수 있겠어요. 근데 오페라 공연은 한국어로 하는 건가요. 아니면 영어나 이탈리아어 등 외국어로 진행되는지 궁금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cyrus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cyrus 2023-10-08 15:17   좋아요 1 | URL
올해 오페라 축제 공연작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 <엘렉트라>와 베르디의 오페라 세 작품, 총 다섯 작품이에요. 베르디의 오페라가 정말 유명한데, 전부 다 보려면 매주 토요일 정오 이후 시간대를 다 비워야 해요. 공연 예매했다가 공연 보는 날에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보면 돈이 아까워요. 그래서 욕심부리지 않고, <살로메>와 <엘렉트라>만 예매했어요.

오페라 가수들은 외국어로 노래했는데, 이게 어느 나라 말인지 모르겠어요. 오페라 작곡가가 독일인이라서 노랫말과 대사가 독일어일 수 있어요. 자막은 영문과 한국어로 나왔어요. ^^

얄라알라 2023-10-08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cyrus님 지난번 정독도서관 포스팅이랑 이번 포스팅 .....완벽남이실 것 같은데, 은근 빵터지게 하시는 매력이 있으시네요.

기부자 이름을 그렇게 생각하셨군요^^ ㅎ
대구오페라하우스 , 다음 [엘렉트라] 포스팅에서 내부 사진 한 번만 보여주시면 아니될까요?^^ 천장이 엄청 궁금하옵니다. 아...귀찮게 해드려 죄송해요 cyrus님, 제가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공연장이라서...

cyrus 2023-10-09 05:39   좋아요 1 | URL
제가 실제로 좀 어설픈 구석이 있긴 해요.. ㅎㅎㅎㅎ

죄송한 일 아니에요. 사실 오페라 공연장 내부 사진을 몇 장 찍으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휴대폰으로 사진 찍는 일이 익숙하지 않고, 찍어도 화질이 별로더라고요. 그래도 다음 공연 보러 갈 땐 사진을 많이 찍을게요. 얄라알라 님의 부탁하신 거 기억하겠습니다. ^^
 
세기말의 그림은 악의 꽃이었다 - 세기말적 멜랑콜리가 만든 기상천외한 화가들 청색종이 예술선 3
박세현 지음 / 청색종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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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점  ★★☆  B-






세기말은 희귀 단어다. 그 이유는 세기말은 일상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 세기가 끝나가는 무렵에 사람들은 이 단어를 많이 쓴다. ‘세기말야누스(Janus)의 얼굴을 가진 단어. 야누스는 로마 신화에서만 묘사되는 ()의 신이다. 문이 열리면 앞으로 지나갈 수 있으며 뒤로도 지나갈 수 있다. 고대 로마인들은 앞뒤가 공존하는 문을 상징하는 야누스의 얼굴이 두 개라고 생각했다. 야누스의 얼굴은 처음과 끝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야누스에서 유래된 1(January)한 해가 끝난 뒤에 이어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달이다.


필자는 1980년대 말에 태어난 할배다. ‘세기말이 대중의 뇌리에 꽂혔던 1999년을 통과했다. 1999년의 문을 통과하기 직전 대중은 노스트라다무스(Nostradamus)1999년 종말 예언설을 들먹거렸다. 노스트라다무스는 1999년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온다고 했다. 종말을 믿는 사람들은 공포의 대왕지구와 충돌하는 거대 소행성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전 세계의 모든 컴퓨터가 21세기를 인식하지 못해 오작동할 수 있다는 ‘Y2K’까지 가세했다. 세기말의 짝꿍 ‘Y2K’‘Year 2000 Problem’를 뜻하는 단어다


당시 여린 심성을 가진 어린 필자는 종말을 두려워했다. 사람들은 점점 다가오는 1999년의 문을 아주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래도 지구는 돌았다1999년의 문이 쾅 하고 닫히는 순간지구가 펑 터지는 줄 알았다공포의 대왕21세기에 처음으로 발을 딛는 인류를 축하해 주러 찾아오지 않았다. 모든 컴퓨터는 똑똑했다. 21세기가 익숙하지 않은 몇몇 컴퓨터만 오작동을 일으켰지만,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다.


세기말과 Y2K는 역사를 보관하는 서랍 속에 있다. 21세기 말에 인류는 서랍을 열어 세기말을 꺼낼 것이다. 필자가 오래 살아서 세계 최고령 인간으로 기네스북에 오르면 1999년에 만났던 세기말을 재회할 수 있다. 그래도 내가 장수하는 것보다 지구가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구의 건강을 악화하게 만드는 인간이 공포의 대왕이다. 지구에 사는 공포의 대왕은 이기적이다. 전쟁을 일으키고, 자연을 파괴한다. 그리고 지구에 온난화이불을 푹 덮어주기도 한다. 인간이 덮어준 이불 때문에 지구는 열병에 걸려 펄펄 끓는 상태다. 지구가 열 받으니까, 빙하가 너무 많이 녹는다.


세상이 점점 좋아질수록 공포의 대왕 노릇을 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판친다. 그들의 행보를 지켜보는 나머지 사람들은 불안하고 두렵고, 괴롭다자고 일어나면 찾아오는 다음날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진실과 가짜 뉴스를 구분하기 어렵다. 인간보다 더 똑똑한 AI가 가짜 뉴스를 걸러낸다고 해도, 여전히 두렵다. AI가 가짜 뉴스와 가상 인간을 완벽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우리는 지금 세기말 없는 세기말에 살고 있다


과거 사람들 또한 세기말 없는 세기말을 살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세기말이라는 단어가 아예 없었던 시절을 살았으니까. 예술가들은 세상이 변하면서 요동치고 있을 때 느꼈을 당대 사람들의 반응을 각자만의 방식으로 묘사했다. 어떤 예술가는 절망적이고 우울한 분위기를 묘사했다면, 또 다른 예술가는 명랑하고 행복한 분위기만 주목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종말이 연상되는 세기말에 훗날 걸작으로 칭송받는 예술 작품들이 탄생했다. 세기말의 그림은 악의 꽃이었다: 세기말적 멜랑콜리가 만든 기상천외한 화가들[주1]은 세기말에 나온 예술 작품들을 시대별로 소개한 책이다. 이 책에서 첫 번째로 언급되는 세기말은 어스레한 중세의 황혼빛이 남아 있는 15세기 말이다. 중세의 끝과 르네상스의 시작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따라서 화려한 르네상스를 돋보이려고 중세를 암흑시대로 규정하는 역사관은 편협하다. 중세 말과 르네상스 초기에 활동한 화가들은 종교 갈등을 직접 경험했다. 이 혼란스러운 세상을 구원해 줄 것만 같았던 종교는 갈수록 경건함과 멀어지고, 종교인들은 교파 지키기에 혈안이 돼 있다. 종교 갈등에서 비롯된 세기말적 우울에 예술가의 정신은 휘청거린다. 머리가 어질어질한 예술가들은 더 이상 종교적 구원에 기대지 않았고, 종교 개혁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들은 암울한 현실을 묵묵히 받아들였으며 인생의 덧없음을 강조하는 그림을 그렸다.


16세기 말부터 20세기 말까지의 사회적 분위기와 사람들의 생활방식은 제각각 다르지만, 세기말의 문 앞에서 항상 축제와 전쟁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희망 가득한 축제를 더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세기말의 문을 열고 싶어 했다. 하지만 동족을 죽이면서까지 향락을 누리려는 인간의 잔인한 행보에 실망하여 인류애를 상실한 사람들은 세기말의 문을 열기가 두렵다. 예술가들은 빛과 그림자가 섞인 세기말적 풍경을 캔버스에 기록했다


윌리엄 호가스(William Hogarth)는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도덕이 타락하여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세기말 영국의 모습을 기록했다. 프랑스의 화가 오노레 도미에(Honoré Daumier)는 왕정 독재 정치를 무너뜨린 시민혁명을 지지했다. 하지만 믿었던 혁명파는 보수적인 기득권이 되었다. 도미에는 과감한 변화를 두려워해서 세기말의 문을 여는 일에 소심한 정치인들을 조롱하는 그림을 그렸다.


우리는 웃음 가득한 축제와 울음이 그칠 줄 모르는 전쟁의 틈 속에 껴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가고 있다. 과연 21세기의 세기말 없는 세기말이 만든 예술은 어떤 색으로 남게 될까? 잔인한 핏빛? 따뜻함이 전혀 묻어 있지 않은 비정한 파란색? 아니면 검댕이 까뭇까뭇 묻은 초록빛? 우리 시대 예술의 색은 21세기 말 사람들이 평가해 줄 것이다.






<cyrus의 주석과 정오표>



[1] 책 제목에 있는 악의 꽃은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Baudelaire)의 시집 제목이다. 그런데 이 책에 보들레르가 두 번 언급되지만, 정작 시집을 언급한 내용은 없다.








[2] 그리고 보들레르를 보를레르로 잘못 표기되어 있다(144, 148).





* 31

 




 현재 보스가 남긴 회화는 40여 점 내로 이들 작품에는 날짜가 정확히 기재가 되지 않아서, 후대 미술사가[3] 그 창작 연도를 추정하고 있다.


[3] 미술사가들이





* 32





보스 그림에 나타나는 목시록[4] 세계관은 중세의 기본 이념이다.

 


[4] 묵시록적





[주5] 38





 알리기에리 단테 단테 알리기에리




[주6] * 42





로테르담의 <에라스무스 초상화

→ 한스 홀바인의 <로테르담의 에라스무스 초상화>






* 115

 




 나폴레옹은 당시 스페인 왕인 찰스 5[주7]를 협박해 왕위를 자신의 동생[주7] 조제프(Joseph Bonaparte)에게 넘겨주도록 요구했다.

 

[주7] 당시 스페인 왕은 찰스 5가 아니라 페르난도 7(페르디난드 7)’조제프 보나파르트는 나폴레옹의 형이다. 본서 126쪽에 나폴레옹의 형인 조제프 보나파르트로 적혀 있다.




* 117

 




 1820년부터 1870년까지 프랑스는 정치적 격변기에 접어들면서, 이 혼란스런 정치적 격변이 사회와 문화는 물론, 민중들의 삶에 직격타가 된다. 샤를 10세의 왕정복고에 이어, 7월 혁명과 루이 필리프의 입헌 왕정 체제에서 다시 2월 혁명과 제2공화정의 설립, 다시 나폴레옹[주8]의 쿠데타에 이은 폭정과 전쟁, 프로이센의 지도 아래 통일독일을 이룩하려는 비스마르크와 벌인 프로이센-프랑스 전쟁 (생략)




* 122





 검열은 도미에의 창작 활동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나폴레옹 1[주8]의 지지자들이 일명 촛불 끄는 덮개를 고안했는데, 이것은 극단적 보수주의자들이 자유의 빛과 지식의 불을 끈다라는 의미였다.



[주8] 1820년부터 1870년에 살았던 나폴레옹은 우리가 아는 나폴레옹 1(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아니다. 정치적으로 몰락한 나폴레옹은 세인트헬레나섬에서 유배 생활을 하다가 1821년에 세상을 떠났다. 따라서 19세기 중반에 활동한 나폴레옹의 명칭은 나폴레옹 3또는 루이 보나파르트.





* 참고문헌

 




박홍규, 오노레 도미에, 소나무, 1987[8]



[주9] 출판연도는 2000이다1987년은 소나무 출판사가 처음 등록된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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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으로 들어간 화가들 - 위대한 화가들의 은밀한 숨바꼭질
파스칼 보나푸 지음, 이세진 옮김 / 미술문화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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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어두워져 가는 골목에 서면

어린 시절 술래잡기 생각이 날 거야.

모두가 숨어버려 서성거리다 무서운 생각에 나는 그만 울어버렸지.


- 조용필 못 찾겠다 꾀꼬리(1982) 노랫말 -

 






그대 먼 곳만 보네요. 내가 바로 여기 있는데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날 볼 수 있을 텐데.


- 일기예보 인형의 꿈(1996) 노랫말 -





저기요, 나 여기 있어요!” 


조용히 있던 그림이 갑자기 입을 연다


, 여기 있다니까. 잘 좀 찾아봐요.” 


소곤소곤 말하는 그림에 눈을 마주친 관객

하지만 그림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지나가 버린다


잠깐만, 어디 가?” 


그림은 무심코 지나가는 관객의 발길을 잡아보려고 

한참 동안 그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애타게 불러봐도 소용없다


그림은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당신은 다른 곳만 보고 가버리네요. 내가 바로 여기 있는데.” 


또 홀로 덩그러니 있는 그림. 또 기다리는 그림.

 


적막을 깨고 관객에게 말을 거는 그림은 살아 있다. 이 그림 속에 작은 그림이 숨어 있다. 그림의 목소리는 작은 그림에서 나온다. ‘작은 그림의 정체는 자화상, 즉 화가 자신이다. 그런데 화가의 얼굴이 너무 작게 그려져 있어서 그를 찾기가 쉽지 않다. 자화상의 희미한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큰 그림 속 작은 자화상을 마주치는 관객은 술래가 된다. 하지만 작은 자화상은 언제나 술래다. 자기를 알아보는 관객을 찾으러 미술관을 헤매는 술래다. 그림속으로 들어간 화가들: 위대한 화가들의 은밀한 숨바꼭질은 조그만 술래들의 도우미다. 이 책은 카메오처럼 그림에 슬쩍 나타난 화가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준다.

 

그림을 그리려면 유명한 화가가 운영하는 공방에 가야 하던 시절이 있었다. 공방에서 그림 그리는 법을 배우고, 손님이 주문한 그림을 제작한다. 그들의 신분은 화가라기보다는 기술자 또는 장인이었다. 공방에서 만들어진 그림에 제작자의 서명이 없다. 조르조 바사리(Giorgio Vasari)는 이름 없이 알려질 뻔한 화가들을 본격적으로 소개한 사람이다. 바사리의 본업은 화가 겸 건축가다. 하지만 그의 작품들은 잊혔고, 당대 화가들의 일대기를 정리한 그의 책 르네상스 미술가 평전(6, 한길사)이 더 유명해졌다. 바사리는 이 책에서 처음으로 큰 그림 속 자화상을 언급했다. 붓을 내려놓고 술래가 된 것이다. 바사리의 술래잡기 놀이 덕분에 공방의 익명 기술자는 화가라는 개인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Renaissance).

 

가장 유명한 큰 그림 속 자화상미켈란젤로(Michelangelo)의 벽화 최후의 심판벨라스케스(Diego Velazquez)시녀들이다. 두 작품 속에 화가가 숨어 있으며 지금도 여전히 말을 걸고 있다. 나는 여기 있다고. 그리고 내 그림 속에서 영원히 사는 중이라고.

 

관객과 화가 둘 다 계속 술래가 될 수밖에 없는 그림들도 있. 화가는 자신을 알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손님은 화가에게 자화상을 넣어도 된다고 요구하지 않는다. 이럴 때 화가는 가면을 쓴 자화상을 손님 몰래 그린다. 숨바꼭질을 제대로 즐기고 싶은 화가는 가면을 쓴 채 숨는다. 가면을 쓴 자화상은 자꾸만 말을 걸어오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그가 진짜 화가라고 단정할 수 없다. 술래가 된 관객과 미술사학자는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숨바꼭질을 얼른 끊고 싶어 한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화가의 모습과 어느 정도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잡아서 저 사람이 화가일 거야라고 주장하는 것뿐이다. 엉뚱한 사람을 화가라고 지목한 관객을 지그시 바라보는 그림 속 화가는 어떤 심정일까? 자신의 정체가 들통나지 않아서 안도하고 있을까, 아니면 자기를 찾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무서운 생각에 슬피 울고 있을까? 끝없는 기다림에 지친 자화상은 나지막이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조금만 눈길을 돌려도 날 볼 수 있을 텐데.”

 

익명이라서 영원히 술래로 남은 그림 속 작은 자화상이 미술관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미술관에서 하는 숨바꼭질은 끝나지 않는다


못 찾겠다 꾀꼬리. 나는야 언제나 술래.






숨어 있는 에 티를 찾으러 술래가 된 cyrus의 주석



* 118





 1505년에 율리우스 2세의 부름을 받아 로마로 건너온 미켈란젤로는 1564218일에 사망할 때까지 레오 10, 하드리아누스 6, 클레멘스 7, 바오로 3, 율리우스 3, 마르첼로 2, 바오로 4, 비오 5[1]까지 여덟 명의 교황을 모셨다.

 

[1] 역대 교황 재위 순을 따르면 바오로 4세 다음 교황은 비오 4. 그다음으로 선임된 교황이 비오 5세다. (참고 문헌: 호르스트 푸어만, 차용구 옮김, 교황의 역사: 베드로부터 베네딕토 16세까지, 도서 출판 길, 2013)





* 138





 특히 593~594년경 사망하고 30여 년이 지난 후 황제[2] 그레고리우스 1가 그의 경건한 삶을 전했기 때문에, 성 베네딕투스의 첫 번째 기적을 그림에서 보여 주지 않는다는 것은 안 될 말이었다.

 

[2] 그레고리우스 1세는 황제가 아니라 교황이다. 그와 레오 1세만이 ()교황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 126: 아폴론


* 243: 비너스, 에로스 [3]


[3] 이 책은 올림포스 신들의 이름을 그리스식이 아닌 로마식(라틴어)으로 표기되어 있다. 아폴론을 아폴로, 비너스는 베누스, 에로스는 쿠피도로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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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의 마스터피스 - 유명한 그림 뒤 숨겨진 이야기
데브라 N. 맨커프 지음, 조아라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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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Cry baby, cry baby, cry baby.

Honey, welcome back home.


[중략]

 

Honey, your heartache, too?

And if you need me, you know

That I’ll always be around if you ever want me.

 

 

-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 Cry Baby(1971) 노랫말 -





명화는 걸작의 동의어다. 매우 훌륭한 예술 작품(傑作)은 사람들의 칭송을 받아서 유명해진 것(名畫)이다명화와 걸작의 정의는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다. 하지만 명화와 걸작으로 불릴 만한 자격 및 조건은 천차만별로 다르다. 생각보다 복잡하다.


명화와 걸작에 피어나는 영롱한 빛은 세월이 지나도 사그라지지 않는다. 하느님께서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겨났다.” 성경 첫 장면에 따르면 하느님은 하늘과 땅을 창조한 뒤에 빛을 만들었다. 빛나는 명화의 창조주는 예술가다. 그러나 명화는 예술가가 빛이(명화가) 생겨라!’라고 말해서 한순간에 나온 것이 아니다천재소리를 듣는다고 해도 예술가는 명화를 뚝딱 만들지 않는다. 예술가는 그림이 본인이 보기에[주1]좋았다고 생각할 때까지 붓을 잡고 휘두르는 사람이다. 명화 나와라 뚝딱!”하고 주문을 외치면서 도깨비방망이를 휘두르지 않는다.


엄마 품속에 먹고 자란 아기는 거대한 세상에 나오자마자 우렁차게 운다. 이와 마찬가지로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예술가의 머리에서 태어나 완성된 예술 작품은 말이 없다. 예술 작품이 완성되자마자 응애, 저 명화예요라고 말하지 않는다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가 남긴 명언을 빌리자면 명화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캔버스에서 태어나는 것은 대중의 반응과 평가를 기다리는 예술 작품이다. 부모의 마음을 지닌 예술가는 갓 태어난 예술 작품을 귀한 걸작으로 생각한다. 예술가는 당연히 갓난 예술 작품이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멋진 명화로 성장하길 원한다. 하지만 갓난 예술 작품을 바라보는 대중의 말이 부드럽고 달콤한 모유 같은 칭찬이 아닌 뾰족한 꼬챙이처럼 생겼다면? 대중의 쌀쌀한 말은 갓난 예술 작품의 연약한 귀를 따갑게 만드는 소음이 된다. 뾰족한 소음이 무서운 갓난 예술 작품은 기분이 좋지 않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2]이다. 대중은 예쁘고 귀엽고 빛나는 걸작을 좋아한다. 그들의 눈에는 울기만 하는 예술 작품이 귀엽지 않은 실패작으로 보인다.


대중의 관심에서 멀리 떨어진 갓난 예술 작품에도 한 줄기 빛이 있다. 그 빛은 아주 얇아서 희미하다. 대중의 눈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게 퍼진다그 모습이 화려하지 않지만, 대중들에게 인정받는 날이 언젠가는 찾아온다. 평범한 예술 작품은 그렇게 어엿한 명화가 되고, 무색에 가까운 빛은 알록달록 아름다워진다.


화가들의 마스터피스: 유명한 그림 뒤 숨겨진 이야기는 명화의 화려한 빛에 가려진 긴 어둠을 들려준다. 긴 어둠책의 부제인 유명한 그림 뒤 숨겨진 이야기, 갓난 예술 작품이 갓생사는 명화가 되기까지 앓아야 했던 성장통이다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비너스의 탄생』(1485년경)은 바다에 일은 거품에서 태어난 사랑의 신 비너스[Venus, 그리스 신화 속 이름은 아프로디테(Aphrodite)’]의 몸을 우아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거대한 조개 위에 서 있는 비너스의 자세는 너무나도 유명하다이 작품 속에 모든 남자가 홀딱 반하게 만드는 사랑의 신이 한가운데에 우뚝 서있는데도 처음에는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지 못했다. 1815년 우피치 미술관에서 공개된 이후부터 그림 속 비너스의 빛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것만 보면 미쳐버린 남성 시인과 소설가들은 미술관에서 폭발한 비너스의 빛에 압도당한다. 그들이 여러 번 비너스를 언급하고 칭송함으로써 긴 어둠을 먹고 자란 보티첼리의 그림은 빛나는 명화로 만들어지게 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모나리자』(1503년경)도 처음에는 여인을 그린 평범한 초상화였다. 희미한 미소의 의미도 수수께끼고, 미소 짓는 여인의 정체도 수수께끼인 모나리자는 어떻게 루브르의 A급 명화가 되었을까. 우리는 모나리자의 우아함과 다빈치 특유의 천재성 덕분에 명화가 빛을 발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나리자의 빛을 유명하게 만든 사람은 다빈치와 그의 주변 사람들도 아니요, 건물 전체가 걸작이라고 할 수 있는 루브르도 아니다. 모나리자를 명화로 키워준 사람은 다름 아닌 여행 안내자들이다. 자본주의가 도시에 스며들던 19세기 이후부터 중산층은 충분히 먹고살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해졌다. 돈 많은 귀족만 드나들던 미술관에 중산층의 발길이 잦아졌다. 관광업도 발전하면서 파리의 여행 안내자들은 관광객들에게 파리의 명소들을 소개했다. 그 명소 중 하나가 모나리자가 사는 집, 루브르다. 과장이 살짝 더해진 여행 안내자들의 입소문, 여기에 모나리자의 미소에 피어나는 수수께끼의 빛을 직접 느낀 관광객들의 입소문이 더해져서 모나리자는 가까이서 보기 힘든 특A급 명화가 되었다


저자는 모나리자의 예를 들면서 명화의 조건이 단순하지 않음을 강조한다. 앞서 말한대로 명화의 조건은 생각보다 복잡하다무조건 잘 만들고,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명화가 되지 않는다여기서 명화의 여러 가지 조건을 나열하지 않겠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예술가의 인생은 짧고, 예술가의 작품이 진정한 예술로 인정받는 시간은 길다그 시간 속에 예술 작품은 까다로운 대중의 시선과 날이 서린 폭력적인 언어를 묵묵히 귀 기울여 들었다. 성장통은 너무 아팠지만 참고 견뎠다. 쓰디쓴 인내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예술 작품의 빛은 무관심과 혹평으로 만들어진 두꺼운 어둠을 뚫어냈다. 한 송이 명화로 피우기 위해 작품은 먹구름 같은 어둠 속에서 그렇게 울었나 보다[3]. 우리는 명화라는 이름으로 남은 멋진 어른을 바라보고 있다. 한때 어두운 아기였던 그림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4].






<cyrus의 주석>



[1] 하느님께서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겨났다.

그 빛이 하느님 보시기에 좋았다. 하느님께서는 빛과 어둠을 나누시고


(공동 번역 성서창세기, 1:3~4)




[2]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마지막 행.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3]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2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4]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중에서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 21


 1855~1856년 이탈리아 여행에서 에드몽 드 공쿠르(Edmond de Goncourt)와 그의 형제 (Jules de Goncourt)[5]은 마치 조각상 같은 금발의 비너스가 발푸르기스의 밤을 주관하는 파우스트 전설 속 환영 같다며 칭송했다.



[5] 에드몽이 형, 쥘이 동생이다. 따라서 그의 동생이라고 써야 한다.





* 31


 수년간 초상화의 모델과 그녀의 묘한 미소를 둘러싼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생산되었다. 소문인즉 모델은 레오나르도의 정부였고, 비밀을 가진 여인이자 좋은 새어머니였다는 것이다.[주6]



[6] 모나리자모델이 다 빈치의 새어머니’라는 소문의 진원지는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Sigmund Freud). 프로이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유년의 기억>이라는 글에서 다빈치의 유년 시절을 정신분석학적 방식으로 분석했다











프로이트가 분석한 다빈치의 작품은 <성 안나,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1519년경). 성 안나(그림 가운데)는 마리아의 어머니다. 그림에서 아기 예수를 안으려는 여성이 마리아. 프로이트는 성 안나의 얼굴이 마리아보다 젊게 그려진 것에 주목한다. 프로이트의 견해를 바탕으로 다빈치의 그림을 해석하면, 아기 예수는 젊은 두 어머니와 같이 있. 프로이트는 두 어머니로 해석할 수 있는 성 안나와 마리아가 각각 어린 다빈치를 키운 친모와 새어머니를 상징한다고 주장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유년의 기억>프로이트 전집의 열네 번째 책 예술, 문학, 정신분석(열린책들, 2020년)에 수록되어 있다. 성 안나의 미소는 모나리자 미소와 유사하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다빈치의 새어머니가 모나리자의 모델이라는 견해가 나온 듯하다.






* 34


(월터 페이터의) 르네상스 역사 연구』 [7]



[7] 본서 25에 언급된 월터 페이터(Walter Pater)의 저서 제목은 르네상스 역사에 관한 연구. <르네상스 역사에 관한 연구>34쪽의 <르네상스 역사 연구>는 내용이 같은 책이다. 페이터의 저서는 르네상스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는데, 번역본은 총 3종이다. 문예출판사(이덕형 옮김, 1982), 종로서적(김병익 옮김, 1988), 학고재(이시영 옮김, 2001)에서 출간되었지만, 모두 절판되었다.






* 152

 

 피카소는 고야가 1810년에서 1812[8] 사이에 만든 82점의 에칭에 감탄했다.

 


[8] 스페인의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de Goya)의 판화집 <전쟁의 참화> 관련 도판 설명문 중 일부다. <전쟁의 참화>1810년에서 1820년 사이에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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