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산맥을 덮은 만년설이 녹으면 꽁꽁 얼어있던 흙도 녹아서 산사태가 일어난다. 남태평양의 작은 나라 투발루는 아홉 개의 섬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해수면이 계속 오르면서 이미 두 개의 섬이 가라앉았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실제로 일어난 일들이다. 매년 내린 눈이 층층이 쌓이면 얼음덩어리, 즉 빙하가 된다. 빙하는 지구의 나이를 간직하고 있다. 그런 빙하를 시추해 다양한 화학 성분을 분석하고, 거품 속에 있는 온실가스(이산화탄소와 메탄)의 농도를 측정하면 수십만 년 전까지의 기후 변화와 대기환경을 확인할 수 있다.


1990년에 극지 과학자들은 그린란드의 빙하를 시추했다. 빙하에 보관된 기후 기록을 면밀히 연구한 결과, 수백 년 또는 수천 년 주기의 기후 변화가 북대서양 일대에서 여러 번 발생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기후 변화는 해류 순환의 변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면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유빙이 생긴다. 유빙이 대서양으로 흘러 들어오면 멕시코 만류가 흐르지 않게 된다. 멕시코 만류에서 시작된 따뜻한 바닷물은 유럽의 혹한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 해류가 정지되면 유럽의 기온은 급격히 떨어진다. 유럽이 추워지면 지구는 급격히 식게 되고 빙하기에 돌입하게 된다. 지금까지 지구는 해류 순환과 같은 내부 요인 이외에도 기후 변화와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 지난 수백만 년 동안 빙하기와 간빙기를 반복하고 있다.


기후 변화는 적어도 산업화 이전 수만 년 동안 인류 역사를 좌우한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1만 년 전부터 시작된 홀로세는 간빙기에 해당한다. 인류 문명은 홀로세의 따뜻한 기후와 함께 발달했다. 문제는 기후 순환을 볼 때 언젠가는 다시 빙하기가 온다는 것이다.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아직 그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빙하기의 도래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 모르지만, 현재 진행형인 지구 온난화가 빙하기를 앞당길 수 있다.


기후 변화는 적어도 산업화 이전 수만 년 동안 인류 역사를 좌우한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1만 년 전부터 시작된 홀로세는 간빙기에 해당한다. 인류 문명은 따뜻한 홀로세 기후와 함께 발달했다. 문제는 기후 순환을 볼 때 언젠가는 다시 빙하기로 접어든다는 것이다.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아직 그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빙하기의 도래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 모르지만, 현재 진행형인 지구 온난화가 빙하기를 앞당길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인류가 기후와 환경에 미친 영향에 주목했다. 1995년에 노벨 화학상을 받은 네덜란드의 화학자 파울 크뤼천(Paul Crutzen)은 홀로세를 세분해 1850년대 이후를 새로운 지질시대인 인류세(Anthropocene)’로 명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인류세를 제시한 데는, 지구를 마음대로 사용한 인류의 자성이 깔려 있다.


















* 가이아 빈스 인류세의 모험: 우리가 만든 지구의 심장을 여행하다(곰출판, 2018)


평점

4점  ★★★★  A-


 

* 사이먼 L. 루이스, 마크 A. 매슬린 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 인류세가 빚어낸 인간의 역사 그리고 남은 선택(세종서적, 2020)


평점

4점  ★★★★  A-





지금까지 나온 인류세에 관한 책을 세어보니 스무 권이 넘는다. 이 모든 책을 전부 다 읽지 못한다. 그래서 내가 고른 책은 인류세의 모험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이다


과학 전문기자 가이아 빈스(Gaia Vince)는 세계 곳곳을 답사한 뒤 지구 온난화와 그에 따라 달라진 지구의 모습을 보고한 인류세의 모험을 썼다. 저자는 지구 온난화에 민감한 대기, , , 바다, 사막 등의 현재 모습과 그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저자는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안일한 현실을 경고하면서도 현재 상황을 비관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저자는 기후 변화에 적응하거나 환경친화적인 삶을 살면서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려는 사람들을 주목한다. 이들은 인공 빙하를 만들어 농업용수를 마련하고, 공기를 깨끗하게 만드는 나무를 심는 등 새로운 지질시대를 받아들이면서 살아가고 있다.


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은 오랫동안 지구를 장악해온 인간의 역사를 보여준 책이다. 그동안 인간은 진보라는 화려한 조명이 가득한 문명 속에서 살아왔다. 이 화려한 조명은 인간을 감쌌다. 자아도취에 빠진 인간은 자신을 슬기로운 사람(Homo sapiens)’이라고 말했다. 정말로 인간은 슬기롭게(여기에 약간의 운도 따랐다) 큰 위기들을 극복했다. 인간은 여러 차례 유행한 전염병에 속절없이 무너졌고, 두 번의 거대한 살육전을 일으켰다. 그래도 인류는 깡으로 버티면서 살아남았다. 기고만장한 인간은 지구에 있는 모든 자연을 이용했다. 인간에 의해 지구의 자연이 소모되기 시작하자 지구는 기후 변화로 반격에 나섰다이 책의 공동 저자도 지구 온난화를 일으킨 주범으로 인간을 지목한다.


이 두 권의 책은 독자들에게 이 시대의 주요 화두인 지구 온난화 문제와 인류세에 관한 관심을 촉발한다. 그런데 이 책들은 운이 없게도 오탈자를 잘 골라내기로 악명 높은 나를 만나고 말았다. 사실 옥에 티를 알리고 싶어서 이 글을 쓰게 됐다.





* 인류세의 모험》 ?

 

 정상을 정복하는 것에는 어떤 숭고한 느낌이 있다. 해발 3,500m인 그 산은 내게는 에베레스트나 다름없고, 나는 내 보잘것없는 등반에 에드문드 힐러리(에베레스트 등정에 처음 성공한 뉴질랜드 등반가_옮긴이)[]만큼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 에드먼드 힐러리(Edmund Hillary)가 단독으로 에베레스트(티베트어 명칭은 초모랑마) 정상을 오르지 않았다. 힐러리와 동행한 네팔의 셰르파(히말라야 산맥을 오르는 산악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티베트계 네팔인) 텐징 노르가이(Tenzing Norgay)도 처음으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인물이다.

 

 

 

 

 

* 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214

 

 가장 초기의 환경 관련 비정부기구 중 하나는 1898 화가 윌리엄 블레이크 경[]이 설립한 석탄매연경감협회였다.

 

[] 원문


 One of the earliest environmental non-governmental organizations was the Coal Smoke Abatement Society founded by artist Sir William Blake in Richmond in 1898.

 


단테(Dante)신곡삽화를 그린 영국의 시인 겸 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1757~1827)의 동명이인이다. 역자는 석탄매연경감협회(Coal Smoke Abatement Society) 설립자의 이름을 윌리엄 블레이크 경이라고 썼다. 시인과 구분하기 위해 윌리엄 블레이크 리치먼드 경이라고 써야 한다. 리치먼드 경의 아버지가 윌리엄 블레이크의 친구였다고 한다. 그래서 리치먼드 경은 아버지의 친구와 비슷한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원서에 석탄매연경감협회 설립자의 이름이 ‘Sir William Blake in Richmond’로 표기되어 있다(그런데 ‘Blake’‘Richmond’ 사이에 전치사 ‘in’이 왜 들어가 있을까? 이것도 오자인가? 리치먼드 경은 영국의 도시 리치먼드와 무관하다). 윌리엄 블레이크 리치먼드 역시 화가로 활동했다.

 


 

 

* 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356


데이비드 리카르도(David Ricardo) 데이비드 리카도 []

 


[] 영국의 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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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1-01-05 1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편집자 하면 정말 잘 하실 것 같아요.

2021-01-05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1-01-05 20:21   좋아요 0 | URL
편집자의 일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제가 좀 꼼꼼한 편이에요. ^^;;

2021-01-06 0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며칠 내내 날씨가 쌀쌀하다. 기상예보가 정확하다면 이번 주 후반에 한파가 오고, 눈이 내린다. 차가운 바람이 계속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떨어질 기세다. 이상 한파의 원인이 지구 온난화의 영향일 수 있다. 그런데 과학자와 환경주의자 들은 지구 온난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제프리 베넷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지구 온난화의 모든 것》 (사람의무늬, 2020)

 

* 앤드루 슈툴먼 사이언스 블라인드: 우리는 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가?(바다출판사, 2020)


* 대니얼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300년 전통경제학의 프레임을 뒤엎은 행동경제학의 바이블,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생각의 반란》 (김영사, 2018)




기후의 의미를 직관적으로 이해한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들은 기상청이 내일 날씨도 정확하게 못 맞히는 판국인데 과학자들이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의 지구 온난화를 어떻게 예측할 수 있느냐고 말한다. 과연 이들의 입장이 타당한지 살펴보자.

 

그들의 입장은 기후변화 부정론자(또는 지구 온난화 부정론자)의 견해와 같다. 날씨는 매일 변하는 기상 상태를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는 날씨가 따뜻하다’, ‘날씨가 춥다’, ‘날씨가 흐리다식으로 표현한다. 기후는 장기간에 발생한 날씨의 평균값이다. 사막에 가끔 비가 내릴 때도 있다. 그래도 사막의 기후는 건조하다. 기상학자들은 오랜 기간 동안 사막의 평균 날씨를 확인했다. 그들은 날씨와 관련된 데이터를 모아서 만든 기후 모델(climate model)을 이용해 사막의 기후를 예측한다. 다음 날에 사막에서 비가 내릴 확률은 사막의 건조한 날씨가 다음 날에도 이어질 확률보다 적다. 기상청의 틀린 예보를 믿지 않는 사람도 데이터에 기반을 둔 진실에 수긍한다(그렇다고 데이터를 너무 믿어도 안 된다. 데이터가 객관적인 자료가 될 수 있는지 회의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기후변화 부정론자는 사막은 건조 지역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다. 지구 온난화는 우리가 매일 눈으로 확인하며 몸으로 느끼는 날씨와 차원이 다른 거시적 현상이다. 날씨와 기후, 이 두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채 사용하면 자칫 두 단어의 의미가 같다고 오해할 수 있다. 기상학자들은 현재 기후뿐만 아니라 미래의 기후를 예측할 수 있는 탁월한 기후 모델을 이용한다. 따라서 그들은 지구 온난화가 미래의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기후변화 부정론자가 지구 온난화를 부정하기 위해 내세운 이유는 다양하다. 온실가스가 아닌 태양의 빛이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라는 설, 지구 온난화를 위기가 아닌 인간에게 이득을 가져다주는 기회로 보는 낙관론, 지구 온난화를 막는 경제적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등의 견해가 있다.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지구 온난화의 모든 것에 기후변화 부정론자의 견해들이 나온다. 이 책의 저자는 기후변화 부정론자의 견해들을 소개하는 동시에 과학적 근거를 활용하여 반박한다.


직관은 과학 비전공자뿐만 아니라 과학자들까지 바보로 만든다. 직관에 의존하는 사람은 복잡한 특정 현상을 자세하게 보지 않는다. 인간이 아무리 뛰어난 합리적인 동물이라고 해도, 절대로 극복할 수 없는 약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복잡하게 생각하는 상황을 싫어한다는 점이다. 2002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인간이 충동적이며 직관적인 사고방식을 선호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신중하게 추론하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을 오로지 직관에 의존해서 판단한다. 사이언스 블라인드는 진실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열두 가지 직관적 이론들을 소개한 책이다직관적 이론이 아주 그럴싸한 진리처럼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직관적 이론은 진실과 거리가 멀다. 직관의 힘을 여전히 믿는 사람에게 사이언스 블라인드와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추천하고 싶다. 과학적인 현상을 이해하기 전에 반드시 직관적 이론을 마주치게 된다. 직관적 이론을 건너뛴 채 과학적 현상이라든가 과학 이론을 단번에 이해하는 사람은 절대로 없다! 지구 온난화는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현상이다. 그런데 기후변화 부정론자는 지구 온난화의 과학을 잘 모르거나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 자체를 부정한다. 최악의 기후변화 부정론자는 과학적 진실을 외면하면서 화석 연료 기업의 편에 선다. 

















* 한국 스켑틱 10: 지구 온난화의 과학(바다출판사, 2017)

 

* 닐 디그래스 타이슨 스타 토크: 천체 물리학자 닐 타이슨의 과학 토크 쇼(사이언스북스, 2019)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지구 온난화의 모든 것의 저자는 지구 온난화를 부정하는 사람을 가리켜 회의론자라고 부른다. 저자가 그 명칭을 쓴 것은 부당하다. 왜냐하면, 내가 아는 회의론자들은 기후변화 부정론자의 견해를 의심하고 비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 나는 회의론자대신에 기후변화 부정론자라는 표현을 썼다2017년에 발간된 한국 스켑틱(Skeptic)10호의 표제는 지구 온난화의 과학이었다. 회의적인 사고를 지향하는 과학자들이 집필진으로 참여한 이 잡지에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의 주장을 반박한 글이 실려 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유명한 닐 디그래스 타이슨(Neil deGrasse Tyson)은 회의주의자들이 모여 만든 비영리 기관 스켑틱 협회의 소속 회원이다. 스타 토크는 그가 진행하는 과학 토크 쇼 이름이자 이 방송에 소개된 내용을 정리한 책의 제목이다. 이 책의 3장에 타이슨이 지구 온난화를 설명한 내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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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01-04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리 기후협약 탈퇴한 도널드 행정부 정말 이해 못하겠더라.
바이든은 다시 들어간다고 할지 모르겠어. 하겠지?
작년엔 난동이라고 해서 정말 안 추웠는데
이번 주 북극 한파가 예상된다고 하니 좀 겁난다.
내가 추위는 좀 아니거든.
그곳 대구도 춥나?
어쨌든 이번 한파 지나고나면 그냥 소소하게 춥다 봄이 왔으면 좋겠다.ㅠ

cyrus 2021-01-05 11:48   좋아요 0 | URL
바이든이 파리 기후 협약에 재가입할 거라고 밝혔어요. 대구도 춥긴 한데, 아무래도 위쪽 지역이 제일 춥겠죠? ^^;;

바람돌이 2021-01-05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예전에 읽은 책 중에서 기후변동 주기 운운하면서 지금의 기후위기론이 근거없는 얘기라고 온갖 근거를 대며 주장하는 책을 봤었는데 그들이 기후변화 부정론자가 맞겠네요. 실제로 그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결국 화석연료사용 문제없다로 귀결되었었는데....
이런 환경문제의 가장 큰 문제는 가장 큰 환경오염 유발 국가들이 잘 사는 나라들인데 그 피해는 가난한 나라들에 더 빨리 더 적나라하게 돌아간다는거겠죠? 오늘도 팟빵 방송 하나 들으면서 안건데 방글라데시같은 나라도 해발고도가 너무 낮아서 온나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하더라구요. 점점 파도가 들이치는 지점이 육지 안쪽으로 들어서면서 눈앞에서 열심히 농사지은 땅이 파도에 쓸려가는걸 속수무책으로 봐야하는 상황들이 점점 늘고 있다죠. 미국만이 아니라 이제 우리나라도 기후변동에 대한 책임을 자각하고 국제적으로 책임의 일부를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cyrus 2021-01-05 11:53   좋아요 0 | URL
이제는 ‘지구 온난화는 없다’라는 주장은 과학자들에게 씨알도 안 먹혀요. 그래서 요즘에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변형해서(?) 이렇게 말한답니다. “지구 온난화가 있다는 거 인정해, 그런데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자고.” 지구 온난화의 과학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런 주장을 쉽게 받아들여요. 그래서 이런 사람들은 환경 친화적인 삶에 관심이 없어요. 무지에 의한 책임 회피인거죠.
 
사이언스 블라인드 - 우리는 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가?
앤드루 슈툴먼 지음, 김선애 외 옮김 / 바다출판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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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불을 피우면 연기는 위로 올라간다. 몽골피에 형제(Montgolfier brothers)는 연기를 유심히 관찰했다. 그들은 연기로 종이를 날릴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형제는 비단 주머니를 만들어 그 속에 연기를 채웠다. 비단 주머니는 공중에 떴다. 형제는 하늘을 나는 방법을 생각한 끝에 열기구를 제작했다. 그런데 처음에 형제는 기구가 나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들은 제지 공장을 운영한 사업가였다. 형제는 전기(!)가 기구를 뜨게 만든 원인이라고 짐작했다. 오랜 생각 끝에 형제는 연기에서 나오는 부력이 기구를 띄운 힘이라고 추측했다. 연기에 자신들의 이름을 붙여 몽골피에 기체라고 불렀다.


기구를 하늘로 띄워 올린 힘은 연기가 아니라 뜨거운 공기다. 커다란 기구 주머니 속의 공기가 주머니 밖의 공기보다 온도가 높아지면 밀도는 작아진다. 공기는 온도와 압력에 따라 부피가 변한다. 온도가 높고, 압력이 낮아지면 공기의 부피는 커진다. 주위 압력이 일정할 때, 공기의 온도를 높이면 공기의 부피는 커진다. 이때 공기의 부피는 커졌기 때문에 밀도가 작아진다. 밀도의 차이가 공기를 상승하게 하는 데 바로 이 힘이 기구를 뜨게 만든다.


형제는 뜨거운 공기의 실체를 알지 못했다. 그들은 기구가 연기 때문에 떠오른다고 믿었다. 그런데 기구의 원리를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쏘아 올린 불꽃에서 나오는 뜨거운 연기가 기구 주머니를 들어 올린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연기는 항상 위로 올라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기구의 원리를 아는 사람은 그저 뜨거운 공기가 기구를 띄운다고만 알고 있다. 그들은 공기가 뜨거워지면 생기는 과학적인 현상을 설명하지 못한다.


과학에 대한 무지가 기구의 원리를 오해하게 되는 유일한 원인이 아니다. 그러니 과학을 모른다고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 사이언스 블라인드는 과학 비전공자와 과학 전공자 모두에게 위로를 주는 책이다. ! 내가 위로라는 단어를 썼다고 해서 오해하지 마시길. 내가 방금 언급한 위로는 독자의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자기 계발()식 위로가 아니다. 자기 계발식 위로는 심리학 이론을 어설프게 적용한 가짜 위로다. 과학이 위로를 준다고 해서 과학 공부를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사이언스 블라인드》에서 보여준 과학의 위로는 냉철한 위로.


사이언스 블라인드의 주제이자 핵심 단어는 직관적 이론(intuitive theory)’이다사이언스 블라인드는 열두 가지 직관적 이론과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례를 설명한 책이다.우리는 직관에 의존하면서 살아간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직관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우리는 상대방의 표정과 행동을 보면서 그 사람의 감정 상태를 짐작한다. 또는 내 주변에 일어난 어떤 현상이나 사건도 직관으로 이해하려고 한다. 직관은 개인적인 판단에 기초하기 때문에 다소 정확하지 않다. 직관적 이론은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배우지 않고(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우리 스스로 터득한 설명이다. 물론, 직관적 이론에도 장점이 있다. 직관적 이론은 여러 현상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직관의 단점은 장점보다 너무 커서 해롭다. 앞서 언급했듯이 직관은 순간적으로 상대방과 현상을 이해하므로 정확성이 떨어진다. 직관에 의존한 판단이 틀렸으면 오류를 인정하고 정정하면 된다. 그런데 우리의 머릿속에 눌러앉은 직관적 이론은 그 올바른 일을 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심지어 우리의 시야를 더 좁게 만든다. 직관적 이론은 자신과 일치하지 않은 정보나 지식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직관적 이론이 계속 말썽을 일으키면 우리는 직관에 이끌려 세상의 진실과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그런데 단점이 많은 직관에 왜 이론이라는 거창한 단어가 붙여졌을까? 우리는 어떤 현상에 대한 과학적 이론을 배우기 전에 그 현상을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시도한다그럴 때 우리는 직관을 이용한다몽골피에 형제는 기구가 움직이는 원리를 알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은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과학적 실마리를 찾아내지 못했다. 형제는 기구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기구를 움직이게 하는 미지의 실체를 모르고 있었다. 그들은 종이를 날린 하얀 연기를 봤을 테고, 연기가 기구를 뜨게 만든 힘이라고 믿었다. 기구를 띄운 연기를 뜻하는 몽골피에 기체는 더 이상 쓸 일이 없는 비과학적인 명칭이다. 그러나 형제는 연기의 힘을 특별하게 보였고, 여기에 자신들의 이름을 붙여 기구가 뜨는 원인과 기구의 원리를 모두 설명하려고 했다. 특정 현상을 일으키는 과정의 인과관계를 설명하려는 직관적 이론을 인과적 지식이라고 한다. 몽골피에 기체는 인과적 지식’, 즉 직관적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명칭이다.


과학자들도 인간이라서 직관적 이론의 유혹에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일부 과학자는 새로운 이론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사이언스 블라인드를 읽으면 과학사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다.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만들어진 직관적 이론에 맞선 과학자들의 실험 정신이 지금의 과학을 만들었다. 냉철한 위로가 언뜻 차가워 보이긴 한데, 사실 별거 없다. 국어사전에 냉철하다의 의미가 이렇게 나온다. “생각이나 판단 따위가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침착하며 사리에 밝다.” 사이언스 블라인드를 다 읽고 난 후에 내 귓가에 과학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때 과학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과학 이론을 제대로 안다고 해서 직관적 이론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어.” 과학의 냉철한 위로는 인간을 겸손하게 만드는 교훈이다. ‘냉철한 위로가 남긴 교훈은 서두르지 말고, 침착하게 세상을 이해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직관적 이론이 왜 잘못되었는지 분명하게 따질 수 있다. 직관적 이론에 의해 좁아진 시야가 조금이라도 넓어지면 잘 보이지 않던 새로운 이론이 눈에 들어온다.







Mini 미주알고주알

 


 

1

 

* 35

 

 피아제에 의하면 아이들에게 보존에 대해 이유가 부족한 이유는 사고의 논리를 아직 습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발달 단계를 전조작기(pre-operational)[]라고 불렀으며, 이러한 사고 유형은 보존에 관한 추론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정신생활 모든 면에 스며들어 있다고 믿었다.

 

[] 전조작기의 원어는 ‘pre-operational stage또는 ‘pre-operational period.

 


 

 

 

2

 

 

* 38

 

15세기에 화학 합성의 원칙을 발견한 존 달튼(John Dalton)[]

 

[] 존 달튼의 정체는 영국의 화학자 존 돌턴이다. 그는 오랫동안 외면 받은 원자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종류의 원소가 일정한 비율로 결합하면 화합물이 생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돌턴이 15세기에 활동한 인물로 잘못 소개되었는데, 그는 1766년에 태어났다.

 

 




3

 

 

* 52


미스테리 미스터리

 

 

 

 


4

 

 

* 116


전략 게임 철도 거물(Railroad Tycoon)[]

 

[] Railroad Tycoon’ 철도 회사를 운영하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레일로드 타이쿤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알려졌기 때문에 게임 이름을 직역하지 않아도 된다.

 

 

 

 


5

 

 

* 224


 성장에 대한 본질론적 개념이 잘못 적용되는 또 다른 예는 장기 기증에서 볼 수 있다. 본질이 생물 전체의 특성이라고 믿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체 장기도 원래 주인의 본질을 지닌다고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다음과 같은 가능성을 상상해보라. 누군가의 심장을 당신의 몸으로 이식해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심장 기증자들은 몇 명 되지 않고 그중 가능한 기증자는 오직 연쇄 살인범뿐이다. 당신의 연쇄 살인범의 심장을 받을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의 기증자들 중 누구의 심장도 받기를 꺼린다. 왜냐하면, 심장에 기증자의 본질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장기 이식 이후에 그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을지에 대해 상상해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성격과 행동이 기증자의 성격 및 행동과 비슷하게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인식은 심장 이식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수혈이나 유전자 치료 또한 사람의 성격과 행동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적 관점으로 볼 때 한 사람에서 다른 사람으로 또는 하나의 종에서 다른 종으로 본질을 이동시킬 수 있다는 믿음은 터무니없는 것이다. 그러나[] 본질론은 과학적인 것이 아니다.

 

[] 접속사가 틀렸다. ‘그러나가 아니라 그러므로(또는 ‘따라서)라고 써야 한다. ‘한 사람에서 다른 사람으로 또는 하나의 종에서 다른 종으로 본질을 이동시킬 수 있다는 믿음성장에 대한 본질론이 적용된 사례이며 비과학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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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4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1-01-04 19:01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syo 2021-01-04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말에 읽으면서 오오 좋은데 좋은데!! 해놓고 어찌된 일인지 다 못 읽고 반납한 책이라 그런가, 이렇게 리뷰를 읽고 나니 어쩐지 부끄러워지네요 ㅋㅋㅋㅋㅋㅋ 아오.

cyrus 2021-01-04 19:04   좋아요 0 | URL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요.. ㅎㅎㅎ 세상에 재미있고 좋은 책들이 많잖아요. 읽다 만 책을 다시 만나는 날이 올 거예요. ^^

레삭매냐 2021-01-04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연초에 폭주하시는 느낌이랄까...

그간의 램프의 요정에 공헌한 바를
감안하야 서달이 연패상을 주었어야
했는데 에라이 램프의 요정아!

1일1독 렛츠 파워 업 !!!

cyrus 2021-01-04 19:06   좋아요 0 | URL
하얗게 불태우고 나면 잠수 탈 겁니다.. ㅎㅎㅎㅎ

바람돌이 2021-01-05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 님의 내공은 정말 언제 봐도 감탄스럽습니다. 책 보면서 저걸 어찌 다 잡아내시나요?

cyrus 2021-01-05 11:56   좋아요 1 | URL
별 거 없어요. 책을 읽다가 처음 보는 단어나 뭔가 수상한(?) 단어를 발견하면 그 단어의 의미를 찾아봐요. 그러다 보면 그 단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돼요. 제가 호기심이 많아서 단어 하나를 그냥 지나치지 않아요. ^^
 
지구 온난화의 모든 것 -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제프리 베넷 지음, 한귀영 옮김 / 사람의무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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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지구는 46억 년 전부터 숨쉬기 시작했고, 지금도 숨을 쉬고 있다. 그렇지만 지구의 호흡은 날로 거칠어진다. 지구가 건강하게 숨 쉴 수 있는 호흡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나타난 지 겨우 몇백 년도 안 된 인간은 지구를 위한 호흡기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 개발과 화석 연료 사용이 지구를 지치게 만들고 있다. 지금도 인간은 지구를 감싼 흙 가죽을 벗겨내고, 끝도 없는 구멍을 파며, 하늘을 더럽히고 있다인간은 지구를 병들게 한 주범이다. 이제는 지구가 인간에게 등을 돌리고, 쾌적한 삶터의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애꿎은 동식물이 생명을 잃는다.


지구 온난화라는 용어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세계 각 지역에서 이상 고온, 혹한, 태풍 등 이상 기후 현상이 발생할 때마다 항상 지구 온난화’가 언급된. 지구 온난화란 이산화탄소, 메탄(메테인) 등 대기 중에 배출된 온실가스가 지나치게 많아져 지구의 기온 상승을 유발하는 현상을 말한다지구는 뜨겁지도 그렇다고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행성이다. 지구는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지표면(육지, 바다)의 열을 우주로 방출한다. 그러나 온실가스가 지표면에서 대기 중으로 방출된 열을 흡수하면, 그것을 지표면으로 다시 방출한다. 이 현상이 계속 반복되면 지구의 대기 온도는 올라간다.


지구 온난화가 기후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인간이 지구 온난화를 유발했는가? 최악의 기후 변화가 일어나면 지구는 아무도 살 수 없는 황폐한 행성이 될까? 지구 온난화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 와중에 몇몇 정치인과 과학자 들은 지구 온난화가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최악의 시나리오에 막연한 두려움을 떨고 있을 수 없다. 이해하기 복잡하다는 이유만으로 지구 온난화에 대한 관심을 회피해서도 안 된다.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지구 온난화와 기후 문제를 제대로 아는 일이 절실하다. 지구 온난화와 관련된 기본적인 과학적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일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한 천체물리학자가 있다. 제프리 베넷(Jeffrey Bennett)은 지구 온난화의 과학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지구 온난화의 모든 것의 저자인 제프리 베넷은 지구 온난화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에 대해 답변을 해준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과학 비전공 독자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꼭 알고 있어야 할 지구 온난화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저자는 최대한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하면서 지구 온난화를 심각하게 바라보지 않는 회의론자들의 입장을 살펴본다그러면서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하여 회의론자들의 입장을 반증한다. 저자의 서술 방식은 마치 토론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독자가 회의론자들의 입장을 따를지 아니면 거부할지 선택하도록 유도한다이 책을 읽으면서 지구 온난화의 과학적 증거를 제대로 이해한 독자라면 회의론자들의 입장을 따르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의 1장에 있는 지구 온난화의 과학적 증거들은 회의론자들도 수긍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저자는 화석 연료를 많이 사용하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인간의 행위가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를 요란하게 외치지 않는다. 지구 온난화의 심각한 결과를 보여주는 각종 그래프를 보여주면서 지구 온난화가 실생활에 동떨어진 특이한 현상이 아닌 과학적 사실이며 실질적인 문제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저자는 지구 온난화를 해결할 방법들도 제시한다. 이 책의 옮긴이가 말했듯이 저자의 해결책이 나오는 4장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 사실 저자도 이 부분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상당히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화석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각종 에너지 자원과 신기술 들을 제시한다. 그중에 원자력도 포함된다. 원자력 발전은 온실가스를 방출하지 않는다. 물론 저자도 원자력의 문제점을 잘 안다. 그렇지만 그는 현재로선 화석 연료 의존성을 줄이기에는 에너지 효율 향상과 신재생 에너지(풍력과 태양광 발전)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전력 공급에 큰 차질이 없도록 화력 발전소를 원자력 발전소로 전환하되, 신재생 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향상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탄소세 도입에 찬성한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친원전 환경주의자가 생각보다 많다.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한 저자의 입장이 그리 놀랍지 않다. 환경운동 진영의 주요 이론적 기반 가운데 하나인 가이아 이론(Gaia hypothesis)’을 제시한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은 2004년에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가 생기지 않는 원자력 발전을 대규모로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자력 발전 지지자들은 현존하는 방사성 폐기물을 덜 위험한 물질로 재가공하는 원자로가 설계된다면 방사성 폐기물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확신한다. 저자는 이들의 입장을 언급하면서 방사성 폐기물은 폐기물 저장소 인근 지역에만 위험할 뿐, 멀리 떨어진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한다(4118쪽 참조). 물론 저자도 이런 자신의 입장이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라고 시인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도시나 마을에 방사성 폐기물 저장소가 들어서는 상황을 반기지 않는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 및 보관 방식에 대한 저자의 낙관적인 입장에 조금이라도 공감한 독자가 과연 있을지 의문이다그리고 안전하게 잘 유지되고 있는 원자력 발전 사례 몇 가지를 저자가 언급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독자는 화석 연료를 대체할 에너지 자원이 될 수 있는 원자력에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국이 먼저 나서서 화석 연료가 아닌 신재생 에너지 자원에 투자한다면, 시장의 기능에 의해 신재생 에너지 자원의 가격이 싼값으로 책정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신재생 에너지 자원 투자 시장이 잘 형성되면, 전 세계는 신재생 에너지 자원 가격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4119쪽 참조). 미국은 여전히 전 세계 1위 경제 · 군사 강대국이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제2차 세계대전부터 견고하게 구축돼온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위용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은 팍스 아메리카나의 근본적 위기를 불러왔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미국은 예전처럼 세계 패권을 잡기 힘들어질 수 있다. 저자는 시장 경제의 힘을 믿는다고 말하지만, ‘미국의 힘도 지나치게 믿고 있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구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탐욕은 끝이 없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 따지는 인간의 욕망이 자연과 화석 연료를 온전히 둘 리 없다. 그래도 이 책을 통해 지구 온난화에 대한 확실한 증거들을 알게 되었으면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실천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죽기 전에 해야 할 과제라고 하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지구와 우리 아이들, 언젠가 태어날 후손들이 잘살려면 우리가 해야 할 과제를 외면할 수 없다.







Mini 미주알고주알







* 중세 간빙하기 시기에 (70)

간빙하기에라고 써야 한다. ‘빙하기()’시기(時期)’를 뜻하는 글자이다.

 

 

* 1,250 (70)

‘1250은 연도이므로, 반점(자릿점)을 표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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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라 2021-01-01 1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건강하시고 새해 하시려는 바 모두 이루는 해 되세요.^^

미미 2021-01-01 15: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겨울호랑이 2021-01-01 1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2021년에는 좋은 글 더 자주 부탁드려요 !

cyrus 2021-01-02 04:17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몸이 건강해야 책을 더 많이 읽고, 좋은 글을 더 많이 쓸 수 있어요. ^^

막시무스 2021-01-01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침묵의 봄을 읽고난 이후 부터 환경문제에 관한 글에 눈길이 잘 머무네요! 새해 첫날 생각하기 너무나 좋은 주제의 좋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cyrus 2021-01-02 04:20   좋아요 0 | URL
환경을 주제로 한 책을 알아보고, 그것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걸음마 수준이에요. 그래서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고, 책 좀 읽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저에게는 좋은 책을 소개해준 그 분들을 고맙게 생각해요. ^^
 
연표로 보는 과학사 400년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고야마 게타 지음, 김진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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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점   ★★☆   B-





연표로 보는 과학사 400은 이 책을 쓴 저자저자 이름이 고야마 게타로 표기되어 있다의 또 다른 책 불멸의 과학책(반니, 2020)과 함께 읽으면 좋다. 과학사 연표는 불멸의 과학책에 언급된 35권의 과학 고전의 탄생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저자는 과학자들의 업적 및 역사적 사건들만 열거한 기존의 연표 구성 방식을 따르지 않았다. 각 항목마다 짧은 해설과 에세이를 적었다.
 

저자는 과학사 연표의 시작점을 17세기로 잡았다. 17세기 이전, 즉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시작된 자연 과학 탄생 이전의 역사는 이 책의 서론에서 다루었다. 과학사 연표에서 과학사에 대한 저자의 관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17세기를 과학혁명이 일어나기 시작한 결정적인 시점으로 본다. 이러한 저자의 인식은 불멸의 과학책에서도 드러난다.

 

본 책은 2011년에 나왔다. 그래서 연표의 마지막 해는 2010년이다. 책 뒤편에 부록으로 노벨상 수상자 목록이 있다. 부록도 원서에 있던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 역자와 출판사 편집자가 특별히 부록을 추가했을 수도 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면 2016년을 끝으로 노벨상 수상자 이름들이 나오기 때문이다이 책의 저자가 일본인이라서 20세기가 시작되는 연표에 일본 과학자들의 성과도 몇 개 언급했다. 이런 내용은 가볍게 훑어보면서 넘어가 줄 수 있다. 하지만 해설과 에세이에 발견된 몇 가지 오류와 오자는 봐줄 수 없다.


 





[Mini 미주알고주알]

 

 


1

 

 

* 73


이탈리아의 핼리 []

 


[] 핼리 혜성의 등장 주기(76)를 처음으로 예측한 에드먼드 핼리(Edmund Halley)는 영국인이다.

 

 

 

 


2

 

 

* 103


이탈리아의 윌리엄 허셜 []

 


[] 윌리엄 허셜(William Herschel)은 독일계 영국인이다. 독일에서 태어나 19세에 영국으로 건너갔다. 저자는 허셜이 천왕성의 발견자라고 언급했는데, 사실 천왕성은 허셜과 그의 누이 캐럴라인 허셜(Caroline Herschel)이 함께 발견했다.

 

 

 

 


3

 

 

* 188


퀴리 자크 []

 


[] ()과 이름이 바뀌었다. 자크 퀴리(Paul-Jacques Curie).

 

 

 

 


4

 

* 227~228


 당시에 시카고대학교의 대학원생이던 플레처가 1981년에 사망하면서 밀리컨 앞으로 한 통의 유서를 남겼다. []



[] 로버트 밀리컨(Robert Millikan)기름방울 실험으로 전자의 전하(電荷: 물체가 띠고 있는 정전기의 양)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밀리컨이 이 실험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밀리컨에게 지도를 받은 대학원생이었던 하비 플레처(Harvey Fletcher)1981년에 남긴 회고록에 기름방울 실험의 불편한 진실을 폭로한다. 그의 진술에 따르면 기름방울 실험을 주도한 사람은 밀리컨이 아니라 플레처였다. 밀리컨은 기름방울 실험 결과가 정리된 제자의 박사학위 논문의 단독 저자명으로 본인의 이름을 넣고 싶었다. 교수는 제 욕심을 채우려고 제자와 거래를 했다. 플레처는 지도교수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어서 순순히 받아들였고, 박사학위 논문의 저작권은 밀리컨이 가지게 되었다. 저자명 이름이 바뀌지 않았다면 192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런데 본 책에 밀리컨 앞으로 한 통의 유서를 남겼다고 나와 있는데,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밀리컨은 이미 1953년에 세상을 떠난 고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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