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이웃들 - 우리 주변 동식물의 비밀스러운 관계
안드레아스 바를라게 지음, 류동수 옮김 / 애플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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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점   ★★★   B






우리는 세상을 둘로 나누어보는 방식에 익숙하다. 이분법은 복잡한 세상을 좀 더 단순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이분법의 한계를 인식하지 못하면 우리는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흑백논리의 오류를 범한다. 내가 옳다는 것을 지나치게 믿으면 내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상대방의 관점도 인정하지 않는다. 흑백논리에 빠진 사람은 난 옳고 넌 틀렸다는 우격다짐, 내 편 감싸기를 능사로 삼는다. 그렇게 우리는 이질적인 존재에 향해 적개심을 드러내면서 우리 자신의 영역과 권위를 지키려고 한다.

 

정원을 가꾸는 일에 인간의 편 가르기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원사의 손길이 닿은 정원 속에 보이지 않는 구획선이 한두 개 있다. 정원 식물을 시들게 하는 해충과 식물의 성장에 도움 주는 익충으로 나누는 선,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는 잡풀을 뽑아내기 위해 만들어진 선이 있다. 이 선이 없으면 우리는 근사한 정원이 생기지 못할 거로 생각한다. 선 없는 정원에 잡초가 무성하면 그 정원을 방치한 정원사가 무성의하다고 판단한다.

 

어렸을 때부터 정원사에게 정원을 관리하는 일을 배운 독일의 원예학자 안드레아스 바를라게(Andreas Barlage)는 이분법적 선이 없는 정원을 선호한다. 모든 동식물을 해로운 것과 이로운 것으로 나누는 정원의 구획선은 인간이 만들어낸 이기적인 울타리다. 해충과 익충, 작물과 잡풀은 자연을 통제하려는 인간이 편의상 부르는 명칭이다. 이분법적 선이 설치된 정원이 아름다워 보여도 정원 속 생태계는 무너진다. 흔히 우리는 해충과 잡풀을 제거한다는 이유로 해충 방역에 나서거나 제초제를 뿌리지만, 효과보다는 오히려 해충의 천적까지 죽이는 부작용이 생긴다.

 

선 없는 정원 속에 사는 동식물은 선량한 이웃들이다. 바를라게의 책 선량한 이웃들은 그동안 해충또는 잡풀이라는 부정적인 단어가 붙여진 동식물이 정원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알려준다. 해로운 존재로만 알려진 동식물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모를수록 그들의 장점은 보이지 않는다. 인간은 식물이 자연과 인간에게 미치는 좋은 영향을 모르는 식물 맹(plant blindness)뿐만 아니라 곤충 맹까지 겪고 있다. 해롭다는 이유로 외면받은 동식물도 알고 보면 나름대로 쓸모 있다


저자는 말벌이 해롭지 않은 우리 동료라고 말한다. 말벌은 인간을 먼저 공격하지 않으며 식물에 해를 가하는 곤충을 몰아내기 때문이다(그런데 저자는 말벌이 인간에게 유용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곤충의 생태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미흡하다). 달콤한 꿀을 만드는 꿀벌은 익충이고, 그 꿀벌을 해치는 말벌을 해충으로 인식하는 국내 양봉 업계와 독자로선 말벌을 호의적으로 보는 원예학자의 견해를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다. 특히 다음 인용문은 말벌을 엄청나게 싫어하는 독자를 당혹스럽게 한다.

 

 

 말벌은 보호 대상이어서 위해를 가하거나 죽이는 사람은 주머니를 탈탈 털어야 한다. 최대 5만 유로까지 벌금을 내야 하니까.

 


(42. 땅벌 집이나 말벌 집을 다른 데로 옮길 수 있을까?중에서, 140)

 

 

책의 번역자는 이 문장에 대해 부연 설명(역주)을 하지 않았다. 아마도 어떤 독자는 말벌을 보호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저자 개인의 생각이라고 여길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말벌 보호론자가 아니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말벌이 보호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연방자연보호법(Bundesnaturschutzgesetz)’이라는 규정에 따르면 야생동물 혹은 곤충을 포획하거나 죽이면 5만 유로의 벌금을 내야 한다. 저자는 말벌이나 말벌 집을 제거하려면 법적인 문제 없이 말벌을 제거할 수 있는 해충 박멸 전문가와 상담하라고 권한다. 저자는 말벌을 해충이 아니라 익충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도 사람인지라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이분법의 한계를 답습한다. 나는 말벌을 해충일 수 있고, 익충이 될 수 있는곤충으로 바라보고 싶다. 익충이나 해충으로 구분 짓더라도 상황에 따라서 익충이 해충이 될 수 있고, 해충이 익충이 될 수도 있다.

 

저자는 농약으로 해충과 잡풀을 제거하는 일에 반대한다. 그는 공생을 강조한다. 정원을 망치는 동식물을 적이 아닌 이웃으로 바라본다. 저자의 생명관은 나도 살고 너도 살리고!’. 과연 우리는 모두가 평화롭게 살아가는 생태계로 이루어진 정원을 만들어 가꿀 수 있을까? 인간과 동식물 모두가 만족하면서 살아가는 정원 만들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정원을 가로지르는 구획선을 제거할 수 있다. 식물맹과 곤충맹을 유발하는 구획선을 없애기 위해 그 무엇보다도 먼저 해야 할 것이 있다. 인간 중심주의와 이기주의를 벗고, 이분법이나 편견 없이 자연을 알려고 하는 호기심을 가지면 된다. 나와 다른 다양한 존재를 포용하고, 살아있는 모든 종이 상생하는 생명관을 정립하면 그동안 하찮고 해롭다고 여긴 동식물이 이웃으로 보인다.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 103




 

 어쨋든[1] 전등은 밤에 필요할 때만 켜야 하며, 가장 좋은 방법은 커튼으로 가리는 것이다. 그러면 사생활도 지킬 수 있다.

 


[1] 어쨌든의 오자.

 

 



* 36. 벌에 쏘였을 때 정말 도움이 되는 처방은 뭘까?중에서

123


벌침을 핀셋이나 손톱으로 신속히 제거한다.[2]

 


[2] 손톱이나 핀셋으로 피부에 박힌 벌침을 집어서 뽑으면 벌침 끝에 남아있는 독성물질이 몸 안으로 더 침투할 수 있다. 독성물질이 나오지 않게 손톱이나 핀셋으로 천천히 제거할 수 있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신용카드 모서리로 벌침을 살살 긁으면서 제거해야 한다. 그런 다음 병원으로 신속하게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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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알라 - 뇌과학으로 다시 태어난 소크라테스의 지혜
스티븐 M. 플레밍 지음, 배명복 옮김 / 바다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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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고대 그리스인들은 미래를 알고 싶으면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그리스인들은 무녀 퓌티아(Pythia)에게 미래에 관해 물어봤다. 신전 안에 틈이 있는데, 지하에 있는 증기가 이 틈으로 새어 나온다. 증기를 마신 퓌티아는 무아경에 빠진 채 신이 내린 답변을 읊조린다. 옆에 있는 보좌관은 무녀의 예언을 받아적어 의뢰인에게 전달한다. 그리스인들은 퓌티아의 예언이 신비스러운 증기와 관련이 있다고 믿었다. 현대 학자들은 증기의 정체가 유황 가스 또는 에틸렌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신전 밑의 단층에 있는 유황 가스가 발견되었다. 이 기체를 마시면 정신이 몽롱해지는 환각 증상이 나타난다.

 

아폴론 신전의 기둥에 너 자신을 알라라는 한 줄의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이 문구는 철학자 소크라테스(Socrates)가 한 말로 알려져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답답해서 신전을 찾아간 그리스인들은 신전 기둥의 문구를 유심히 살펴봤을까. 인생의 해답을 찾고 싶은 마음이 앞선 그들의 눈에 문구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을 것이다

 

무녀가 무아경에 빠져 신탁을 내리는 방식은 과학적 현상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신탁의 내용은 추측에 가까운 예언일 뿐 정확하지 않다. 무녀의 예언은 정확한 정보를 분석해서 내리는 과학적 예측이라 할 수 없다. 잘 살기 위한 비결이나 인생의 해답은 무녀의 신탁에 없다. 빗나가기 쉬운 예언을 믿는 것보다 차라리 자기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곱씹어보는 게 최선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능력을 갖춘 동물이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탐색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고 싶어서 부단히 생각하는 능력을 심리학자들은 자기 인식(self-awareness)’ 또는 메타인지(meta-cognition)’라고 부른다너 자신을 알라는 심오한 철학적 명언이 아니다. 나 자신을 알라(Know Thyself)는 뇌과학이 밝힌 연구 결과와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면서 자기 인식이 왜 중요한 일인지 알려준다. 인간의 뇌는 자기 자신을 알려고 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낯선 세상과 타인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성장하는 내내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 그뿐만 아니라 자기 행동을 스스로 관찰하면서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마음 또는 나와 다른 생각을 이해하려고 한다. 인간의 뇌에 자기 인식 능력이 없었더라면, 협업과 연대가 불가능한 세상으로 발전되었을 것이다. 협업과 연대가 이루어지려면 이타심이 있어야겠지만, 이것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자기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자기 인식은 내 생각이 항상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능력이 아니다. 내가 모르는 게 많고, 언제나 오류를 범하기 쉬운 존재임을 알려주는 능력이다. 자기 인식의 진정한 용도는 내 잘못을 스스로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우리는 내 생각과 행동을 바로잡아가면서 좀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분투한다. 내가 틀렸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게 하는 자기 인식 능력은 회의주의(Skeptic)와 비슷하다(나 자신을 알라를 펴낸 바다출판사과학 계간지 스켑틱한국판을 발행하고 있다). 회의주의자는 특정 신념과 지식에 갇혀 있지 않고, 항상 의심한다. 자신이 믿고 있는 지식이 오류로 판명되면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인다.

 

나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은 순탄하지 않다. 왜냐하면 자기 인식은 늘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우 합리적으로 생각하면서 살아간다고 믿지만, 대부분 이성보다 감성에 좌우되는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한다. 우리 뇌는 많은 시간을 들여서 꼼꼼하게 분석해서 판단하는 것보다 직관에 의존해 손쉽게 판단을 내리는 일을 선호한다. 이것을 휴리스틱(heuristic)이라 한다. 나 자신을 알라는 자기 인식의 중요성을 과대평가하지 않는다. 비록 단점이 있어도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라는 통념이 꽤 오랫동안 남아 있는 이 세상에서 부족한 나를 알아가면서 조금씩 변화를 주는 일이 절실히 필요하다


대충 살자, ○○처럼이라는 인터넷 밈(meme)은 복잡하게 생각하기 싫은 우리 뇌가 무척 좋아할 수 있겠다. 그렇게 우리는 대충하자는 뇌의 은밀한 주문에 이끌리는 대로 살아갈 것이고.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든 잘 살고 싶어 하며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혼자서 고민을 해결하기 버거운 사람들은 점집에 가거나 인터넷에 출몰하는 익명의 존재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문제는 전문가답지 않은 퓌티아들이 너무 많다알게 모르게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자기를 인식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살아왔다. 이러한 크고 작은 경험을 통해 생각 없이 대충 산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바보 같은 짓인지 스스로 확인했다. 자신을 알아가는 자기 인식은 어렵지 않고, 힘들지도 않다. 우리 혼자 할 수 있으며 반드시 해야 하는 나만의 공부다.






정오표




* 87





 2세 무렵부터 아이들은 부모나 교사가 정한 규칙이나 표준에 따라 자기 행동을 평가하기 시작한다. 거기에 못 미쳤을 때는 죄책감이나 당혹감을 나타내고, 성공했을 때는 자부심을 표시하는 등 자기 의식적 감정(self-concious[주] emotion)을 드러낸다.



[] ‘conscious(의식하는, 자각하는)’의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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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5-02 0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 자신을 아는 건 전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는 가능한거 같은데 긍정적으로 변화를 주는건 쉽지 않더라구요 😅 이론과 현실의 간격? ㅋ 대충살자 저런 밈이 유행인가 보네요. 왠지 찔립니다 ㅎㅎ

cyrus 2022-05-08 08:58   좋아요 3 | URL
‘대충 살자’ 밈이 저는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면서 살지 말자’라는 뜻으로 이해했어요. 생각이 너무 많은 것도 좋지 않아요. ^^;;

새파랑 2022-06-10 07: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당선 축하드려요~!! 리뷰도 절대 대충쓰지 않는 Cyrus님입니다~!!

mini74 2022-06-10 0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 제목보며 막 웃었던 기억납니다. 축하드려요 ~~

얄라알라 2022-06-14 12:50   좋아요 0 | URL
mini74님, 저도 이달 당선작 제목 주르르 중에서 cyrus님 이 글 제목 보니, 바로 기억 소환^^되더라고요

이하라 2022-06-10 1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기쁘게 시작하시는 주말되세요~~

서니데이 2022-06-10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얄라알라 2022-06-14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되심 축하드립니다
 




과학도나 사회과학도들을 만난다면 꼭 한번 묻고 싶다. 작년 12월에 타계한 미국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O. 윌슨(Edward O. Wilson)의 학문적 업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내 질문에 그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도 인간의 행동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윌슨의 견해, 즉 유전자 결정론(또는 생물학적 결정론)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낼 것이다. 유전자 결정론은 여성의 신체적 · 정신적 열등함을 뒷받침하는 데 사용된다. 윌슨은 1975년에 사회생물학을 발표하여 진화론의 시각에서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분석했다. 그의 책에 반영된 유전자 결정론은 환경과 양육이 인간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절대적으로 보는 환경 결정론이 대세였던 당시 사회과학계를 분노로 들끓게 했다. 실제로 윌슨은 유전자가 성차를 결정한다고 주장했으며 앞으로도 여성은 남성보다 뒤떨어질 거라고 예상했다. 생물학자와 페미니스트들은 그의 발언을 비판했다윌슨이 같이 하버드 대학교에 근무하고 있던 생물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리처드 르원틴(Richard C. Lewontin)대중을 위한 과학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윌슨과 사회생물학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활동을 전개했다. 여기에 마르크스주의자와 좌파들까지 합세하면서 윌슨은 수세에 몰렸다. 그들은 윌슨이 성차별주의를 노골적으로 옹호한 보수 우파라고 비난했다. 심지어 윌슨이 있는 어디든 따라가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시위자들은 심포지엄에서 연설을 시작하려는 윌슨에 다가가 물을 뿌리기도 했다.

















* 스티븐 제이 굴드 다윈 이후(사이언스북스, 2009)

* 스티븐 제이 굴드 인간에 대한 오해(사회평론, 2003)

 















* 리처드 르원틴, 스티븐 로즈, 레온 J. 카민 우리 유전자 안에 없다: 생물학. 이념. 인간의 본성(한울아카데미, 2009)

 

* [품절] 리처드 르원틴 DNA 독트린: 이데올로기서의 생물학(궁리, 2001)





여전히 많은 사람은 유전자 결정론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들이 보는 유전자 결정론은 과학이 아니라 성, 인종, 장애인 차별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 유전자 결정론과 관련이 있는 사회생물학과 진화심리학은 남성의 여성 지배를 신체적 차이에 근거한 자연의 질서로 본다. 굴드는 자신의 책 다윈 이후(Ever Since Darwin, 1977)인간에 대한 오해(The Mismeasure of Man, 1981)에서 불평등한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이데올로기가 된 유전자 결정론을 비판하는 견해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르원틴은 굴드보다 한층 더 혹독하게 유전자 결정론을 비판한 학자다. 그가 쓴 우리 유전자 안에 없다(Not in Our Genes: Biology, Ideology and Human Nature, 1984)DNA 독트린(Biology as Ideology: The Doctrine of DNA, 1991)은 사회생물학과 유전자 결정론을 요목조목 비판한 책이다이 네 권의 책은 유전자 결정론이 불편하지만, 조리 있게 반박하지 못하는 독자에게 힘이 되어 준다.


















* 데버라 캐머런 페미니즘(신사책방, 2022)


* 앤 커, 톰 셰익스피어 장애와 유전자 정치: 우생학에서 인간게놈프로젝트까지(그린비, 2021)


* 마리 루티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 진화심리학이 퍼뜨리는 젠더 불평등(동녘사이언스, 2017)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를 개선하려는 페미니스트와 마르크스주의자는 진화심리학과 유전자 결정론을 반대한다심리학자 마리 루티(Mari Ruti)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는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추기는 진화심리학 이론이 과학적 사실인 것처럼 생산되는 현실을 비판한다페미니스트 언어학자 데버라 캐머런(Deborah Cameron)페미니즘에서 생물학적 결정론이 여성 지배 사회가 존재하지 않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근거로 사용된다고 주장한다. 생물학적 결정론에 따르면 남성은 여성보다 몸집이 크며 체력이 좋고, 공격성이 있어서 사회와 여성을 지배할 수 있다. 장애학도 생물학적 결정론을 비판하는 학문이다장애와 유전자 정치는 이름만 바뀌면서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우생학의 실체를 보여준다. 우생학은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켰고, 장애인을 사회에서 배제하는 정책들이 만들어졌다. 사회생물학은 1970년대에 등장한 신우생학이다.


유전자 결정론과 진화심리학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깊어지면서 환경 결정론은 본성 대 양육논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오랜 논쟁이 양육 가설을 지지하는 환경 결정론자의 일방적인 승리로 종결되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이제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지지해야 하는 이분법적 구분을 거부해야 한다. 더 나은 쪽은 없다.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이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


















* 에드워드 O. 윌슨 인간 본성에 대하여(사이언스북스, 2011)

* 에드워드 O. 윌슨 자연주의자(사이언스북스, 1996)





유전자 결정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사실과 전혀 다른 편견을 낳는다. 그 편견의 예가 진화론자는 유전자 결정론을 지지한다든가 윌슨 같은 사회생물학자들을 성차별주의자이자 우파라고 속단하는 일이다그러나 유전자 결정론을 지지하는 진화심리학자들은 환경의 영향을 무시하지 않는다. 그들은 인간의 행동이 유전적 요인과 환경과 상호 반응하면서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윌슨은 사회생물학출간 이후에 펴낸 인간 본성에 대하여에서 인간은 신에 의해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의 우연(genetic chance)과 환경의 필연(environmental necessity)에 의해 창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 둘 다 인간 행동에 필수적이라는 윌슨의 견해는 책에 또다시 나온다. 개인은 자신의 환경, 특히 문화적 환경과 사회적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다(43).” 윌슨의 자서전 자연주의자는 사회생물학 논쟁의 소용돌이 한가운데를 지나오면서 느낀 생물학자의 솔직한 심정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윌슨은 사회생물학이 정치적인 동기가 반영된 학문이라고 비난받은 것에 반박했는데, 자신은 이데올로기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유전자 결정론이 우파의 정치적인 강령과 손을 잡는 것에 우려하는 과학도와 사회과학도의 반응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인간 행동의 본질을 설명할 때 무조건 양육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과 유전자 결정론자를 성차별주의자’, ‘반페미니스트’, 나쁜 과학을 신봉하는 세력으로 몰아세우는 비난은 독단적인 태도다


















* [e-Book] 스켑틱 Vol. 4: 과학을 사유하다(바다출판사, 2015)

* [e-Book] 스켑틱 Vol. 16: 길러진 본능인가 타고난 학습인가(바다출판사, 2018)

 



 

과학 잡지 스켑틱4의 특집 기사 제목은 진화하는 진화심리학이다. 진화심리학이 인간 본성에 관한 최신 연구 결과를 받아들이면서 지식의 범위를 어떻게 확장해나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진화심리학이 어떤 학문인지 파악했으면 본성과 양육’을 주제로 한 특집 기사가 실린 스켑틱16를 읽으면 된다.

 


















* 케빈 랠런드, 길리언 브라운 센스 앤 넌센스: 20세기를 뒤흔든 진화론의 핵심을 망라한 세계적 권위의 교과서(동아시아, 2014)

 

* [절판] 딜런 에번스 진화심리학(김영사, 2001)





센스 앤 넌센스진화심리학은 진화심리학의 한계를 설명하면서도 진화심리학에 대한 오해까지도 비판하는 책이다. 센스 앤 넌센스의 저자는 인간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본성과 양육이라는 두 가지 개념으로 분해하려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라고 말한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인간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라는 재료가 섞어져서 만들어진 케이크와 같다. 그래도 유전자 결정론과 진화심리학이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인간이라는 케이크에 먹음직스러운 환경적 요인만 쏙 빼서 먹고 싶어 할 것이다. 하지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본성과 양육, 어느 쪽이 옳은 건지 따지는 건 어리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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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2-04-16 1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굴드 책을 읽으면서 윌슨에 대해 비판하는 배경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항상 궁금했었습니다. cyrus님 덕분에 조금 이해가 되었어요.^^ 개개인의 다른 생각들이 중요하면서도 무언가에 비판적인 주장이 당론처럼 집단의 주장이 되어버리면 (그리고 전문가의 이름으로 강요되기 시작하면)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가기 쉬울 것 같습니다. 리처드 도킨즈 계열인 <개미와 공작>의 헬레나 크로닌이 굴드를 ‘사기꾼‘이라고 말하는 맥락도 뭔가 비슷한 이유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 가능하시다면 이 맥락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cyrus 2022-05-01 17:46   좋아요 2 | URL
<개미와 공작>을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리처드 도킨스와 윌슨은 유전적 결정론 지지자로 분류돼요. 물론 이들은 환경적인 요인도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도킨스 계열인 헬레나 크로닌이 도킨스와 윌슨을 혹독하게 비판한 굴드에 반감을 느낀 것 같습니다. ^^;;

초란공 2022-05-01 21:29   좋아요 0 | URL
아, 도킨스와 윌슨이 이런 관점에서 함께 묶일 수도 있군요!! 여기에 굴드나 르원틴의 관점을 이해하고 이들의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blanca 2022-04-16 1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아이를 키울수록 본성과 양육 두 측면 어느 한 부분도 함부로 폄하할 것이 못된다는 생각을 강렬하게 하게 됩니다. 마지막 문장에 정말 공감합니다. <스켑틱> 16호 읽어볼게요.

cyrus 2022-05-01 17:49   좋아요 1 | URL
육아가 양육의 동의어에 가깝게 느껴서 그런지 육아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적 요인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

이하라 2022-04-16 1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태생적인 것과 환경적인 것 중 하나만 인간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닐텐데 한측만 강조하는 경향이 아직까지 이어지는 게 더 신기합니다. 과학과 사회에 대한 책들은 참 깊은 감상을 불러오는 것 같습니다. 이런 깊은 사유가 가능하도록 저도 다양한 장르의 독서를 해야겠다는 깨우침이 드네요.

cyrus 2022-05-01 17:51   좋아요 2 | URL
이제는 ‘본성 대 양육’이 아닌 ‘본성과 양육’으로 표현이 대체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파이버 2022-04-16 12: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선천적인 것도 후천적인 것도 둘다 중요하죠... 가끔 문제를 겪는 아이들을 키우시는 부모님들이 양육방식에 대해 자책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마음아파요...

cyrus 2022-05-01 17:54   좋아요 3 | URL
사회가 양육의 중요성을 너무 강조하면 양육이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능력으로 인식하게 돼요. 이러면 주변 사람은 부모의 양육 문제에 지나치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참견하게 됩니다. 이런 주변의 압박감이 부모를 힘들게 하죠. ^^;;

미미 2022-04-16 1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덕분에 더 폭넓은 독서를 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낍니다.^^* 고맙습니다

cyrus 2022-05-01 17:58   좋아요 1 | URL
알라딘 서재에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 읽는 분들이 많아요. ^^

건수하 2022-04-16 13: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과학을 공부하긴 했는데 윌슨의 책은 통섭만 읽다가 말아서 윌슨의 업적에 대햐서는 뭐라 말하기 어렵네요. 그 분의 제자 최재천 교수는 존경할만한 분이라 생각합니다.

환경과 양육 두 가지 다 영향이 있다는 사실은 막연히 다들 알고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무엇이 얼마나 영향을 준다-에서 입장이 다르지 않을까 합니다. 그 무엇, 얼마나가 과학이 추구하는 바이고요. 그 무엇-얼마나를 자세히 설명하다보면 그 분야를 전공한 과학자들 외에는 모두가 알고 싶지 않아진다는게 과학이 대중들에게 오해받고 거리를 두게 되는 이유인 것 같아요. 과학자들도 좀더 대중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야할 것 같고 학교에서의 과학교육이 과거의 이론을 중심으로 하기보다 현재의 이슈와도 관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cyrus 2022-05-01 18:00   좋아요 3 | URL
저도 수하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과학 교과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잘 모르겠지만, 과학 교과서에 새로운 지식이 추가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요. ^^;;

mini74 2022-04-16 2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읽었던 책이랑 연결돼서 무지 유익하게 읽었어요 책 몇몇 권은 관심도 가고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cyrus 2022-05-01 18:02   좋아요 2 | URL
사회생물학과 관련된 책이 더 있는데 내용이 길어져서 언급하지 못했어요. 그 책들을 읽고, 사회생물학에 대한 글 한 편 더 써볼 생각이에요. ^^

감은빛 2022-04-21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경단체 신입활동가였던 시절에 사회생물학 석사과정 대학원생들과 공부모임을 짧게 한 적이 있었어요.
제대로 공부했던 것은 절대 아니고 살짝 맛본 수준이라고도 말하지 못할 정도이지만,
당시에도 이 학문에 대한 거부감이 컸던 것은 기억나요.
잘 정리해주신 이 글 덕분에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서 좋네요.
고맙습니다! ^^

cyrus 2022-05-01 18:06   좋아요 1 | URL
저 역시 사회생물학의 기초적인 내용만 이해한 상태라서 더 공부해야 해요. ^^

Angela 2022-04-23 0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nature vs nurture 에 대한 논의는 항상 있는것같아요~

cyrus 2022-05-01 18:10   좋아요 2 | URL
‘대(vs)’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 않아요. ‘본성 대 양육’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면 사람들은 본성과 양육이 절대로 섞이지 않은 물과 기름 같은 관계로 이해하게 돼요. ^^;;

gmrtkadbs 2022-11-25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이렇게 생물학관련 해박하신 독자는 처음 뵈요. 혹시 리처드도킨스의 확장된표현형 리뷰 쓰신거 있으실까요? 제가 이기적 유전자 읽고 리처드 도킨스가 확장된표현형부터 보라고 해서 봤다가 제 레벨이 아니라 된통 혼났거든요ㅜ cyrus님은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네요
 
원소 -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작지만 강력한 이야기
필립 볼 지음, 고은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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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원소는 물질을 이루는 기본 성분이다. 2022년 현재 주기율표에 채워진 원소는 총 118개. 화학은 물질의 구조와 성질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원소를 이해하는 것은 화학을 공부하는 데 아주 중요한 일이다. 학창 시절에 화학을 공부하면 원소의 성질과 원소 기호를 외워야 했다. 그런데 무작정 외우면 과학 공부가 재미없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과학 공부는 암기가 아니라 실험해보면서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그러려면 실험 도구부터 재료 등을 다 챙겨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과학 공부를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눈에 보이지 않아서 생소한 원소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필립 볼(Philip Ball)원소: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작지만 강력한 이야기(The Elements: A Visual History of Their Discovery)는 누구나 화학을 쉽게 접할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원소의 발견으로 발전해온 화학의 역사를 풍부한 도판을 곁들어 설명한 점이다책 어디에도 원리법칙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론에 대한 설명은 없다이론을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실험이나 과학 공부가 학습 효과가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가장 중요한 이론만 알아도 화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그렇지만 원소》는 이론과 실험보다 화학의 실용적인 측면에 주목한다대부분 사람은 과학이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축적되어 형성된 학문이라고 생각한다하지만 저자는 과학이 실험실에서 태어나 발전되었다는 기존 인식에 반대한다그는 과학이 태어나는 지점을 확장해 기술자와 노동자가 일하는 채석장과 공장으로 시선을 돌린다저자가 고른 여러 점의 도판에 금속을 채굴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이나 화학물질로 제품을 만드는 공장 내부 풍경이 담긴 판화와 기록사진이 포함되어 있다멘델레예프(Mendeleev)를 비롯한 여러 명의 과학자는 세상에 흩어져 있던 원소들을 주기율표에 모으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 이후로 과학자들은 새로운 원소들을 발견하거나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멘델레예프가 놔둔 주기율표의 빈칸들을 하나씩 채워나갔다. 하지만 지금의 주기율표를 만든 또 다른 기여자는 기술자, 장인, 노동자다.


기술자, 장인, 노동자들은 튼튼하고 유용한 제품을 효율적으로 만들길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 그들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제조법을 고안했다. 이 과정에서 원소가 우연히 발견되었다기술자와 노동자가 원소를 조합해서 실용적인 제조법을 만들고 있을 때, 과학자들은 원소의 정체를 밝혀냈다원소는 과학자와 기술자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전된 화학의 역사를 보여준다.


하지만 눈부신 화학의 역사가 만든 어두운 그림자는 원소로 이루어진 세상을 이해하려는 여성과 비()백인의 탐구 정신을 가두게 했다백인 남성은 본인 스스로 과학의 발전을 이끄는 주체적인 인간으로 인식했고, 자연을 정복하고 통제했다. 그 과정에서 여성과 백인 외 인종을 억압하고 착취했다저자는 오랫동안 과학사에 드리워진 불평등의 그림자를 걷어낸다


과학사의 절반을 가린 불평등의 그림자 속에 갇혀 있다가 이제야 빛을 본 여성 과학자들이 있다. 그중 한 사람이 바로 리제 마이트너(Lise Meitner).



 1930년대의 주기율표에는 우라늄 오른쪽에 원소가 없었다. 우라늄에 중성자를 충돌시키는 것은 주기율표를 넓혀주는 좋은 방책으로 보였다. 1934년에 세그레는 로마에 있던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와 함께 이 실험을 시작했다. 그해 말에 페르미와 오스카 다고스티노(Oscar D’Agostino)는 두 가지 새로운 원소가 만들어졌다는 증거를 발견했으며, 두 원소는 원자번호 93번과 94번 원소에 해당한다고 보고했다. 그들은 두 원소의 이름으로 아우세늄과 헤스페륨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그들이 발견한 것은 우라늄의 핵이 분열 후 더 작은 조각들로 분해되고 남은 산물이다. 그들의 판단은 4년 후 오토 한(Otto Hahn)과 프리츠 슈트라스만(Fritz Strassmann)이 바로잡았다


(원소》, 202쪽)



페르미는 우라늄 원자핵에 중성자를 투입해 우라늄보다 더 무거운 초우라늄 원소를 만들기 위한 실험을 했다. 중성자를 흡수한 우라늄은 더 작은 조각으로 분해되는 핵분열반응을 일으키는데, 페르미는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핵분열을 시도한 사실을 간과했다. 오토 한과 프리츠 슈트라스만, 이 두 사람에게 페르미가 했던 실험을 해보자고 제안한 리제 마이트너가 핵분열을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유대인 출신의 마이트너는 나치 정권의 유대인 탄압 정책을 피해 스웨덴으로 망명했다. 한과 슈트라스만은 중성자로 우라늄을 붕괴시키는 실험을 한 뒤에 그 결과를 편지로 써서 마이트너에게 보고했다. 마이트너와 그녀의 조카 오토 프리슈(Otto Frisch, 뒤늦게 우라늄 핵분열 실험에 합류했다)는 실험 결과를 세밀하게 검토하는 작업을 맡았다. 1938년에 한과 슈트라스만은 핵분열 실험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듬해에 마이트너와 프리슈는 핵분열이 일어나면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규명한 논문을 발표했고, 논문은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마이트너는 이 논문에 핵분열이라는 단어를 처음 언급했다


그러나 핵분열을 증명한 공로는 오토 한에게 돌아갔고, 그는 1944년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한은 마이트너와 슈트라우스의 공로를 부인했다. 한은 한술 더 떠서 마이트너를 동료가 아닌 조수였다고 주장했다. 리제 마이트너는 성차별과 인종차별을 모두 겪은 바람에 핵분열을 발견한 업적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1992년 독일에서 109번 원소가 만들어졌는데, 마이트너의 이름을 딴 마이트너륨(Meitnerium, Mt)’으로 명명되었다


저자는 남성 중심적 과학을 비판하고 있으면서도 마이트너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214쪽에 마이트너륨이 딱 한 번 나오지만, 이 원소의 화학적 성질에 대한 설명이 없다. 심지어 마이트너가 한과 함께 91번 원소 프로탁티늄(protactinium, Pa)을 발견한 사실조차도 언급하지 않았다. 프로탁티늄은 방사능 독성이 강해서 소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원소다. 마이트너륨은 반감기가 아주 짧아 금방 분해되어 사라지기 때문에 화학적 성질이 밝혀지지 않은 특수한 원소다저자는 산업적인 가치와 연구 가치가 높은 원소들이 발견되는 과정을 비중 있게 다룬다. 그렇기 때문에 실체가 잘 알려지지 않은 원소들(110~118번 원소)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빈약하다. 마이트너륨처럼 이름만 나온 원소들이 있다. 118개의 원소 전부를 알고 싶은 독자라면 세상의 모든 원소 118(시어도어 그레이 저, 영림카디널, 2012)알수록 쓸모 있는 원소 118(오시마 켄이치 저, 지브레인, 2020)을 권한다.


책에 오역으로 보이는 단어가 있다.



 파라셀수스의 사상을 따르는 파라셀수스주의의사들은 의화학파(iatrochemist)라고 불렸다. 이들은 건강이란 신체의 네 가지 호르몬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전부라는 옛 생각에 반대했다


(64쪽)


[원문]


 These “Paracelsian” doctors were sometimes called iatrochemiststhe word iatrochemistry means “medical chemistry’and they opposed the old notion that health was all about balancing the four humours of the body.


(The Elements: A Visual History of Their Discovery》 62, 64쪽)



‘Humour’의 뜻은 익살스러운 농담이다. 그 외에 기분’, ‘기질(氣質)’, ‘체액’이라는 뜻도 있다. 고대 그리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네 가지 체액(혈액, 담즙, 점액, 흑담즙)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봤으며 체액들의 균형을 맞추면 좋은 기질이 나타나 몸이 건강해진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체액이 모자라거나 너무 많으면 병이 생긴다. 히포크라테스 이전의 고대인들은 죄를 지으면 신이 내린 형벌을 받아 질병에 걸린다고 믿었으며 주술로 치유하려고 했다. 히포크라테스는 질병의 원인을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4원소설(, 공기, , )에 주목했고, 이에 대응하는 네 가지 체액이 인간의 몸에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그의 학설은 ‘4체액설이라는 이름으로 중세에 알려져 오랫동안 정설로 자리 잡았다. ‘호르몬(hormone)’자극한다, 흥분시킨다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hormao’에서 유래했다‘four humours’의 의미에 부합하는 번역어는 네 가지 체액(기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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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02-01 09: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유, 넌 뭐 이런 어려운 책을 읽고 그랴. 쉬는 날은 푹 쉬지. 아님 어머니 도와드리거나 그러지 안쿠.><;; ㅋㅋ
암튼 새해 복 많이 받아!🥰

cyrus 2022-02-01 18:00   좋아요 3 | URL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서 읽어봤어요. 이번 설날 잘 쉬고 있어요. 누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새파랑 2022-02-01 17: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부터 ˝원소˝라니 너무 어렵게 느껴지지만 보기 힘든 Cyrus님의 별 네개 군요~!! 고띵때 외운 주기율표가 그냥 만들어진게 아니었군요 ㅎㅎ

cyrus 2022-02-01 18:04   좋아요 2 | URL
원소가 발견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어서 책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

mini74 2022-02-01 2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려워보이지만 재미있겠어요. 새파랑님 말씀처럼 보기드문 별 4개이기도 하고요 ㅎㅎ 원소이름이 제가 배우던 때랑 바뀌어서 넘 힘들어요 ㅠㅠ

cyrus 2022-02-02 14:26   좋아요 1 | URL
그죠? ‘나트륨’을 쓰면 옛날 사람 취급 받아요.. ㅎㅎㅎ

psyche 2022-02-03 04:45   좋아요 1 | URL
앗 지금은 ‘나트륨‘을 쓰지 않나요?

mini74 2022-02-03 12:28   좋아요 0 | URL
소듐? 칼륨은 포타슘? 뭐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ㅠㅠ

mini74 2022-03-08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당첨되신거 축하드려요 ~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새파랑 2022-03-08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싸이러스님 별 네개 책이 당선 되었군요~! 축하드립니다 ^^

라파엘坤 2022-03-08 1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서니데이 2022-03-08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이하라 2022-03-08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이러스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강나루 2022-03-09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당선 축하드려요.

투표 안하셨다면, 오늘 꼭하는 거 아시지요^^

thkang1001 2022-03-09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익스트림 물리학 - 수식 없이 읽는 여섯 가지 극한의 물리
옌보쥔 지음, 홍순도 옮김, 안종제 감수 / 그린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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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점   ★★☆   B-







수학 없는 물리라는 물리학 교재가 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수학 없는 물리번역본은 12판이다. 제목만 믿고 이 책을 고른 사람들은 십중팔구 수학을 싫어할 것이다. 이 책에도 각종 수식이 나온다. 수학 없는 물리의 원제는 ‘Conceptual physics’. 원제를 우리말로 그대로 옮기면 개념적 물리학이다. 수학 없는 물리를 쓴 폴 휴잇(Paul G. Hewitt)은 자신의 책으로 물리학을 공부하려는 독자들에게 수식을 외우는 것보다 물리학의 개념을 먼저 이해하라고 당부한다. ‘Conceptual physics’의 국역본 제목을 바꿀 수 있다면, 나는 ‘수학보다 물리라고 붙여주고 싶다.


수식이 아예 나오지 않는 물리학 교재가 이 세상에 단 한 권이라도 있을까? 수학을 피하고 싶은 사람들은 이 책을 간절히 원하겠지만, 그런 책으로 공부하면 광범위한 물리학의 세계에 접근할 수 없다. 수학 없는 물리학은 효모가 들어가지 않은 빵이다. 수학이라는 효모가 있어서 물리학은 점점 부풀어 올라 다양한 분야의 학문(응집물질물리학, 반도체 물리학, 핵물리학, 천체물리학 등)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어제 나온 따끈따끈한 과학책인 익스트림 물리학의 부제는 수식 없이 읽는 여섯 가지 극한의 물리. 부제를 믿지 마시라. 여기도 수학 용어와 수식이 나온다.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수식은 물리학을 거들 뿐이다. 어려워서 이해가 되지 않으면 제쳐도 된다. 익스트림 물리학은 수식을 건너뛰면서 읽는 과학책이다. 중국의 과학 강사 옌보쥔(严伯鈞)수학이라는 장벽 앞에 두려워서 물리학에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저자는 수학 공식을 이용하지 않고도 물리학을 명백하게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물리학을 설명하기 위해 수식 대신에 사용한 도구는 극한적 사고(limit thought). 극한적 사고란 조건 변수를 극한으로 설정해 놓고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이론에 비추어 추론하는 일이다. 극한적 사고는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과 비슷하다.

 

조건 변수를 극한으로 설정하면 물리적 현상들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특수상대성이론을 이해하려면 물체를 빛의 속도와 가까울 정도로 아주 빠르게[극쾌(極快, the fastest)] 운동하도록 설정해야 한다. 우주의 범위를 크게 봐야지[극대(極大, the largest)] 우주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일반상대성이론의 핵심 개념인 휘어진 시공간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운동하는 물체의 질량을 아주 무겁게 만들면[극중(極重, the most massive)] 시공간의 휘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원자가 만물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꽤 오랫동안 원자는 입증 불가능한 존재였고, 과학자들은 원자를 부정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를 보여주지도 않고, 실제로 있다고 주장만 하는 원자론자들의 말이 이상하게 보이는 건 당연하다. 다행히 과학이 발전하면서 미시적 세계[극소(極小, the tiniest)]가 주목받기 시작했고, 원자의 존재가 입증되었다. 미시적 세계에 대한 인식 없이는 원자를 이해할 수 없다. 온도를 아주 높게 하거나[극열(極熱, the hottest)], 반대로 절대 0도까지 온도를 많이 낮추면[극냉(極冷, the coldest)] 특별한 물리적 현상이 생긴다.

 

익스트림 물리학을 펴낸 출판사는 어린이책 전문 출판사 그린북이다. 출판사는 익스트림 물리학이 기본이 부족한 이공계생들을 위한 책이라고 강조한다. 그렇지만 이 책은 학생들이 읽기 편하지 않다. 익스트림 물리학에는 73명의 위대한 과학자, 47가지 물리학 원리와 정리, 25개의 물리 실험과 사고실험, 44가지 물리학 이론과 541개의 물리학 · 수학 개념이 나온다. 그런데 적지 않은 인명과 용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만든 색인이 없다. 색인이 있으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고도 용어를 단번에 찾을 수 있다. ‘색인 없는 책은 마음 가는 대로 아무 데나 골라 읽는 자유를 억압한다.

 

책의 역자는 과학 비전공자다. 물리학 교사가 책의 감수를 맡았지만, 책 곳곳에 미흡한 점이 여러 개 보인다. 특히 용어의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은 내용이 있다.

 

 

 여기에서 v는 은하가 멀어지는 속도, D는 은하 사이의 거리, H는 허블 상수이다. 허블 상수는 약 70km/(s·Mps)이다. 파섹(pc)거리의 단위3.26광년이다. (121)

 

 

파섹은 우주공간에서의 거리를 나타내는 단위.

 

 

 지구 자전의 영향 때문에 지표면에 있는 전향력(Coriolis force, 코리올리의 힘, 물체가 떨어질 때 휘어지는 힘-옮긴이)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179)

 

 

전향력의 의미를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이렇다. 회전하는 물체의 표면 위(자전하는 지구의 지표면)에 있는 물체가 수직 방향으로 떨어질 때 휘어지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힘이다. 전향력이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체의 방향이 휘어지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걸까? 왜냐하면 전향력은 회전하는 물체에 의해서 생기는 실재의 힘이 아니라 가상의 힘이기 때문이다. 전향력을 물체가 떨어질 때 휘어지는 힘으로 대충 설명하면, 독자는 전향력이 실제로 일어나는 힘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갈릴레이의 자유낙하 실험은 다들 들어봤을 것이다. 갈릴레이가 피사의 사탑 꼭대기에 서서 무거운 쇠공과 가벼운 나무 공을 들고 두 개를 동시에 떨어뜨렸더니 무거운 쇠공과 가벼운 나무 공이 같이 떨어졌다는 내용이다. 이 실험을 통해 낙하하는 물체의 속도는 질량과 관계없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181)

 

 

갈릴레이 위인전에 꼭 언급될 정도로 유명한 실험으로 알려졌지만, 갈릴레이는 피사의 사탑에 올라 자유낙하 실험을 한 적이 없다.

 

 

 힉스 입자(Higgs boson)는 만물에 질량을 부여하는 입자이다. 질량이 없으면 중력도 있을 수 없다. 중력이 없으면 천체가 형성될 수 없다. 항성도, 행성도, 지구도, 생명도 생겨날 수 없다. 힉스 입자가 만물에 질량을 부여하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세계도 존재할 수 있다. 이는 서구 종교계에서 주장하는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했다라는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이 때문에 힉스 입자는 신의 입자(The God Particle)’로 불린다. (463)

 

 

힉스 입자의 별칭인 신의 입자는 미국의 물리학자 레온 레더만(Leon M. Lederman)과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 딕 테레시(Dick Teresi)가 함께 쓴 책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레더만은 처음에 자신의 책 제목을 ‘Goddamn Particle(빌어먹을 입자)’로 정했다. 책이 나올 당시에 힉스 입자는 발견하기 힘든 입자였고, 힉스 입자를 찾아서 검증하는 일은 물리학자들 앞에 놓인 난제였다. 그러나 출판사 측은 빌어먹을 입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Goddamn’‘God’로 수정했다. 힉스 입자의 역할은 세상을 만든 창조주를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힉스 입자는 신 그 자체다라는 오해는 금물이다. 유신론자는 과학사를 새로 쓴 LHC(대형강입자충돌기)의 힉스 입자 발견에 숟가락을 얻지 말기를. 바뀐 책 제목 때문에 실제로 기독교 인사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힉스 입자가 신의 존재를 증명해주는 근거라면서 김칫국을 마신 적이 있었다.






※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 123쪽






 우주에는 대기층이 없어서 허블 우주 망원경은 대기층의 교란을 받지 않고 더 많은 빛과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주1]



[주1] 원서는 2020년에 발간되었다. 그래서 허블의 뒤를 이을 차기 우주 망원경에 대한 언급이 없다. 1990년에 발사된 허블 우주 망원경은 총 다섯 번의 정비를 받으면서 관측기기가 교체되었다. 20211225일에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발사되었다. 제임스 웹(James Webb)NASA 2대 국장의 이름이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에 허블보다 집광 면적이 넓은 반사경이 장착되었는데 허블이 관측할 수 없는 아주 먼 우주공간과 적외선 영역을 관측할 수 있다.





* 133쪽


 빅뱅 이론은 1927년 벨기에 천문학자인 조르주 르메르트(Georges Lemaître)가 처음으로 제시됐다.[주2]



[주2] 조르주 르메트르는 가톨릭 사제이기도 하다. 2018년에 개최된 국제천문연맹 총회에서 우주 팽창을 주장한 르메트르의 업적이 인정받아 허블의 법칙에서 허블-르메트르 법칙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하지만 허블과 르메트르보다 먼저 우주 팽창을 수학적으로 증명한 사람은 러시아의 수학자 알렉산드르 프리드만(Alexander Friedmann)이다. 1922년에 프리드만은 자신의 이름이 붙은 프리드만 방정식을 이용한 우주 팽창 모델을 제시했지만, 1925년에 사망하는 바람에 그의 업적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 266





아인슈타인: 나는 자네(플랑크)처럼 젊지 않아.[주3]




[주3] 막스 플랑크(Max Planck)1858년에, 아인슈타인은 1879년에 태어났다. 아인슈타인은 자신보다 21살 많은 대선배인 플랑크에게 반말할 수가 없다.





* 295



 


플랑크상수(Plank constant) [주4]  




[주4] 철자 오류→ Planck constant

 




* 377





우라늄-23514세 개[주5]의 중성자를 가진 방사성 동위원소임.



[주5] ‘143의 오자. 143개의 중성자가 있어 원자 질량이 235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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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1-18 2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학없는 물리>랑 <Conceptual physics>는 좀 괴리가 있는거 같아요 ㅋ [주3]은 재미있네요 ^^ 고등학교 때 물리를 선택했긴 했지만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하나도 모르겠네요 😅

cyrus 2022-01-19 22:52   좋아요 1 | URL
상대성이론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대성이론이 뭔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 ㅎㅎㅎ 잊을만하면 예전에 읽은 책을 다시 봐요. ^^

얄라알라 2022-02-06 04: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4세 개...오자는 1글자이지만 내용을 확 다르게 전달하네요^^:;;어쩜 이리 꼼꼼히 독서하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