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 산책 - 소설보다 재미있는 진화의 역사
션 B. 캐럴 지음, 구세희 옮김 / 살림Biz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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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창조론자 요구에 항복하다

 

지금은 시들었지만 올해 최근에 과학교과서를 둘러싼 창조론과 진화론이 격돌한 적이 있었다. 기독교계 단체인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교진추)는 "시조새는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 종(種)이 아니고 말의 진화 계열은 상상의 산물"이라며 교육과학기술부를 대상으로 현행 과학 검인정교과서 내 관련 자료 삭제를 요청했다. 이에 해당 교과서를 펴낸 출판사 일곱 곳 중 여섯 곳은 시조새 부분을, 세 곳은 말 진화 부분을 각각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교과서에서 진화론이 삭제된 것을 놓고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네이처> 온라인판은 '한국, 창조론자들의 요구에 항복했다'(South Korea surrenders to creationist demands)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독교 창조론자들의 요구에 항복하는 한국 과학계에 대해서 학문적 차원의 우려와 조롱을 표명하는 기사였다. 창조론의 공격 앞에서 적극적인 반론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과학계의 태도는 특정 종교의 교리가 교과서에 반영되는데 일조하고 있다. 진화론이 과학교과서에서 퇴출된다는 사실은 교육적 측면에서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진화론에 대한 공격은 다윈이 처음으로 진화론을 주장할 때부터 유래되었던 보수적인 기독교 복음주의의 산물이다. 아직까지 완벽하지 못한 진화론의 틈새를 파고들어 교묘하게 음지의 창조론을 대중들의 관심사로 끌고 들어오고 있다.

 

 

 

 진화론으로 향하는 산책로에서 만난 과학자들

 

 

  

 

 

찰스 다윈에게 큰 영감을 준 독일의 박물학자 알렉산더 훔볼트 (왼쪽)

다윈보다 먼저 진화론의 창시자가 될 수 있었던 영국의 박물학자 알프레드 러셀 윌레스 (중간)

인류 조상의 화석 발굴에 주력하여 진화론을 증명한 네덜란드의 의사 프랑수아 토머스 뒤부아 (오른쪽)

 

 

 

진화론은 증명되지 않은 가설이 아닌, 반드시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핵심적 이론이다. 진화론은 갑자기 하늘에서 한 사람의 머리로 뚝 떨어져서 나온 게 아니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각자의 연구를 통해서 얻은 결론들을 종합해서 하나의 전체적인 이론으로 정립되어진 집합적 노력의 결과물이다. '진화론'이라고 하면 대중들은 한번쯤은 이러한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진화론을 연구하고 증명하고자 했던 과학자들은 연구실에 틀어박혀 생물학 논문을 읽는 사람들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진화론이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게 된 결정적 원인이 다윈을 포함한 박물학자들의 수많은 모험과 탐험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션 B. 캐럴이 쓴 『진화론 산책』을 읽어본다면 진화론이 왜 교과서에서 삭제되어서는 안 되는 과학적 이론인지 확인할 수 있다. 제목만 본다면 대중들에게 진화론을 소개하기 위해서 쓴 개론서로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은 과학 선생님처럼 지루하게 진화론을 강의하듯이 설명하지 않는다. 잃어버린 인류의 진화 과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 과학자들의 탐험의 여정을 들려줌으로써 진화론이 증명되는 과정을 보다 쉽고 생생하게 소개하고 있다. 진화론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싶어하는 초보 독자들은 제목대로 '산책'하듯이 가볍게 과학자들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원하는 목적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1  첫 번째 지점, 찰스 다윈

 

진화론으로 향하는 산책로 중에서 아무래도 익숙한 지점은 바로 '찰스 다윈'일 것이다. 다윈이 본격적으로 진화의 수수께끼에 관심을 가지게 된 시기는 22세 때 비글 호 항해에 나서기 시작할 때부터다. 다윈이 평생 진화론을 탐구하게 되는 지적 여정의 반은 비글 호 항해 시절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가 애초에 진화를 밝혀내기 위한 원대한 목적을 가지고 배에 오른 것은 아니었다. 우연히 탐험에 동승할 젊은 과학자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자마자 모험심을 주체하지 못해 비글 호 탐험을 결심했던 것이다. 영국을 출발해 남아메리카, 남태평양의 무인도와 호주를 거치는 긴 항해의 여정이었다. 몸이 약한 다윈은 줄곧 배멀미에 시달리다 잠잠할 때를 틈타 해양 무척추 동물을 연구했다. 배가 상륙하면 열심히 화석과 동식물 표본을 수집했다. 파타고니아 섬에서 운좋게 멸종한 거대 매머드 화석을 발견했고, 안데스 산맥에서는 다른 연대의 화석들이 나란히 놓여 있는 지층을 발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큰 성과는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핀치의 부리에 주목한 것이었다. 섬마다 조금씩 모양이 다른 핀치의 부리는 훗날 진화론의 토대가 된다. 다윈은 탐험길에서 발굴, 수집한 화석 표본들을 본국에 있는 학자나 생물학회에 보냈다. 이러한 수많은 화석 표본 덕분에 다윈은 진화의 원리를 하나하나씩 증명해나갈 수 있었다.

 

 

 #2  두 번째 지점, 알프레드 러셀 월레스

 

재미있게도 다윈이 비글 호 탐험을 통해 화석을 수집하고 있을 때 또 하나의 젊은 영국인도 말레이 제도를 중심으로 여행하면서 동물들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그가 바로 다윈과 함께 진화론을 발견한 알프레드 러셀 월레스다. 그 역사 다윈처럼 진화의 기원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저 아무데나 여행을 하면서 동물들을 관찰하고 연구하고 싶었던 것이다. 8년동안 말레이 제도의 수많은 섬들을 여행하면서 표본 수집과 자연 연구에 매진하게 되었다. 이러한 탐사를 통해 월레스도 다윈과는 다른 접근 방법으로 자연선택과 진화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3  찰스 다윈과 월레스, 우연히 만나는 교점

 

비글 호 항해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온 다윈은 그동안 수집한 자료들을 토대로 본격적으로 진화론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 탐구의 매듭을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윈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세상 앞에서 공표하기를 꺼려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가 창조론을 단 한 번에 뒤집힐 수 있다는 이단적인 생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대중과 학회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연구 발표를 망설였던 것이다. 그러자 다윈이 주저하고 있던 사이에 월레스는 말레이 제도 여행을 통해서 얻은 진화에 대한 결론을 한 편의 논문으로 발표했다. 놀랍게도 월레스가 쓴 논문의 내용은 다윈이 연구했던 내용과 일치한 내용이 많았다. 이에 다급해진 다윈은 독자적으로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라는 동일한 개념을 착안한 월레스가 진화론을 자신보다 먼저 발표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와 함께 공동 저자로 학회에 발표할 것을 제안했다. 이미 전부터 다윈과 교류를 맺고 있으며 순진하고 착한 품성을 지닌 월레스는 다윈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는 세상을 놀라게 할 획기적인 이론의 발견이 자신의 이름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명예를 가져다 줄 것이라 생각을 못했으며 오히려 관심조차 없었다. 무명의 학자에 불과했던 월레스는 이미 학계로부터 인정받은 다윈으로부터 진화 연구에 대해서 조언을 얻는다거나 그 주제를 중심으로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 월레스에게 다윈이라는 존재는 음지에 가려질뻔한 자신의 연구 성과를 양지로 나오게 해준 '지적 동료'이자 '은인'이었다. 지금은 진화론이라고 하면 월레스보다는 다윈이라는 이 익숙한 이름을 기억하고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알고 있는 '다윈의 진화론'의 일부는 월레스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4  생소하지만 꼭 가봐야 할 지점, 훔볼트와 뒤부아

 

요즘 진화론이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다윈과 월레스의 관계가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 오랜 세대 걸쳐 이루어진 진화론 탐구의 전체 역사를 감안한다면 일부에 불과하다. 다윈과 월레스가 연구를 위해서 위험한 탐험길에 용기 있게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알렉산더 훔볼트의 존재가 있기에 가능했다. 독일 출신의 알렉산더 훔볼트는 지리학과 천문학, 생물학, 광물학, 화학, 해양학에 이르기까지 자연과학 여러 분야에 위대한 족적을 남겼다. 그는 또한 탐험가였다. 남미와 중앙아시아 곳곳을 누비며 지질과 식생 등을 탐사하고 연구했다. 그 이름은 세계 곳곳의 지명으로 남아있다. 훔볼트는 진화론 탐구에 있어서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지 않았지만 훗날 다윈이 박물학자가 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다윈이 비글 호에 탑승하며 배멀미를 잊기 위해서 읽은 책이 바로 훔볼트가 쓴 여행기였다. 젊은 다윈은 선배 과학자의 책을 읽으면서 자신 또한 훔볼트에 비견할만한 위대한 성과를 발견하리라 다짐했을 것이다. 훔볼트는 젊은 후배 과학자들이 생명의 근원을 찾기 위한 모험의 길에 뛰어들 수 있도록 기폭제 역할을 했다.

 

 

 

 

 

 아프리카 현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에렉투스'의 두개골 사진

 

 

 

훔볼트가 남긴 위대한 과학의 발자취는 다윈과 월레스에 이어 네덜란드의 의사까지도 따르게 할 정도로 그 영향력은 어마어마했다. 젊고 전도유망한 의사가 될 수 있었던 29세의 프랑수아 토머스 뒤부아는 자신의 직업을 과감하게 버리고 동인도 제도로 떠났다. 뒤부아 역시 다윈과 월레스의 진화론에 깊은 관심을 가져 다윈이 예견한 사람과 원숭이의 중간 화석을 발견하려고 결심했다. 그야말로 인류의 기원에서 '읽어버린 고리'를 찾고자 하는 목표가 생긴 것이다. 그는 과감하게 가족과 함께 수마트라로 건너가게 되면서 그 곳 일대를 조사하여 화석 발굴에 주력했다. 그러나 열대 지방 특유의 습한 기후와 질병은 엘리트 생활에 익숙한 뒤부아를 괴롭혔다. 그러나 탐구 열정만큼 꺾을 수는 없었다. 수마트라, 자바 일대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탐사한 끝에 뒤부아는 오래된 인류의 화석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을 뒤부아는 피테칸트로푸스 에렉투스(Pithecanthropus erectus)라는 학명을 붙였다. 훗날 자바 원인(Java 猿人) 발견의 단서가 되었는데, 동시대의 다른 화석 인류와 함께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라고 불리게 된다.

 

     

 

 진화론은 탐구의 열정을 지닌 과학자들의 노고

 

다윈의 등장 이후로 지금까지도 여전히 미지의 영역 속에서 가려졌던 진화의 비밀이 한꺼풀씩 세상 앞에서 드러내고 있다.  '인간은 신의 피조물'이라는 절대적인 논리를 앞세워 세계를 지배하던 종교계의 거센 반발은 채 10년을 가지 못했다. 신학자들의 논리는 30여년에 걸쳐 자연을 관찰하며 얻어낸 과학자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모든 생물에서 진화가 진행 중이라는 대전제는 아직도 유효하다. 아직까지 미국과 유럽내 일각에서는 진화론을 학생들에게 가르치지 않는다거나 창조론을 교과서에 추가해야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종교계마저 진화론에 맞춰 사상을 재무장하고 있다. 진화론이 위대한 것은 하나의 이론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최종 이론'의 모습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진화론 탄생의 과정은 생명의 기원을 발견하고자 위험이 도사리는 탐험을 마다하지 않은 과학자들의 노고이다. 오랜 세월동안 쌓아온 이들의 수많은 탐구의 열정들을 생각한다면 진화론이 창조론에 밀려 교과서에서 퇴출당하는 것은 너무나도 허무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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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2-09-20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찰스와 엠마'라는 다윈의 러브 스토리 쟁여놓고 있는데...
이 리뷰를 보니, 혹~하는 걸요.
날 잡아 트라이투 해봐야겠어요, ㅋ~.
잘 지내시죠?^^

cyrus 2012-09-21 17:17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나무꾼님. 잘 지내고 있어요, 요즘 학교 다니고 있어요. ^^
이 책 어렵지 않습니다. 진화론이 발견되는 과정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 소개하고 있어서
재미있습니다. 꼭 한 번 읽어보세요. 태풍이 지나고 난 뒤부터 어느 새 가을 날씨가
찾아왔네요. 아침 저녁이 쌀쌀하니 감기 조심하세요 ^^

노이에자이트 2012-09-21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훔볼트를 소개하니 반갑습니다.제가 좋아하는 남자입니다.탐험가와 과학자와 문필가의 소질을 모두 가지고 있죠.훔볼트 이름을 딴 해류와 펭귄도 있죠.

cyrus 2012-09-24 16:26   좋아요 0 | URL
저도 다방면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을 좋아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옛날에 나온 것 중에
<훔볼트의 선물>이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된 걸로 기억합니다. 제가 자주 다니던 동네 도서관에
인적 드문 지리학 분야 서가에 꽂혀있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그 책이 나온지 오래되서 그런지
요즘에는 잘 보이지 않더군요.
 
뇌과학자는 영화에서 인간을 본다 정재승의 시네마 사이언스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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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영화 <레인맨>에서 동생 찰리가 자폐증 증세를 보이는 형 레이먼드의 옆을 지켜주지 못한 채 그가 가지고 있는 아버지의 유산을 모두 가로챘더라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주인공이자 강박증 환자인 소설가 멜빈이 인내심이 강한 캐럴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의 결말과는 완전히 달라지게 될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의 운명도 한 순간에 180도로 뒤바뀌었을 것이다.

 

영화 <레인맨>에서 더스틴 호프만은 일상생활이나 상식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만, 암기에는 천부적 재능을 가진 자폐증 환자의 삶을 실감나게 연기하고 있다. 이 영화 한 편 덕분에 자폐증 환자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특히 영화에서 더스틴 호프만이 분한 자폐증 환자 레이먼드는 숫자와 언어에서 일반인보다 훨씬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이라는 개념을 보통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심어놓았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자폐증 환자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강하다. <레인맨>의 레이먼드처럼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완벽한 기억력을 지녔다거나 2005년 세계수영선수권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움으로써 화제를 모은 바 있는 자폐증 수영선수 김진호 씨의 사례를 제외한다면 우리나라 자폐증 환자들은 사회적 관심에서 소외를 받고 있으며 환자의 가족들 역시 자폐증 환자를 돌보면서 생활하는 데 있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자폐증 환자의 특징을 확실하게 알지 못하는 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작년 '미국 정신과 저널(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온라인판에 미국 예일대의대 어린이연구센터의 김영신 교수팀은 한국 어린이 38명 가운데 1명이 자폐증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이나 유럽엣의 자폐증 발생률의 3배 가까운 수치다. 그리고 이번 연구를 통해서 자폐증으로 진단받은 어린이 중 3분의 2가 일반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에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원인을 모르고 치료도 받지 않고 있었다. 이런 학생들은 대부분 병의 중간단계인 야스퍼거스 증후군으로 분류되어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과 조금 달랐다.

 

자폐증은 지적 수준은 보통이지만 사회적 능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과 상호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정서적인 유대감도 일어나지 않는 증후군으로 '자신의 세계에 갇혀 지내는' 상태를 보인다. 사회적 교류가 잘 되지 않으며 의사소통이 어렵고 언어 발달이 늦으며 행동상의 문제, 특정분야에만 치우친 관심 등을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자폐증 특유의 성격상 특징은 '서번트 신드롬'이라고 해서 특별한 재능 수준으로 인식하기 쉽다. 하지만 꼭 모든 자폐증 환자들이 '서번트 신드롬'의 전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전체 자폐증 환자 중 약 10% 정도만 평범한 인간을 뛰어넘는 특별한 재능을 지니고 있을 뿐이다. '신드롬'이란 어떤 것을 좋아하는 현상이 전염병과 같이 전체를 휩쓸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그러나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자폐증 환자 전체가 뛰어난 암기력을 지니고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자폐증 환자의 특별한 재능 자체를 '신드롬'이라고 규정, 명명하기에는 사실은 민망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심리학계에서는 비상한 재능을 가진 자폐증 환자들을 지칭하는 용어를 '서번트 신드롬'이라는 대중적으로 익숙한 단어를 사용하기보다는 '자폐적 천재'(Autistic savant)라는 말을 주로 사용하는 편이다.

 

그렇다면 자폐증 환자들의 근본적인 발병 원인이 무엇이며 정신적으로 완전하지 못한 이들에게 유독 왜 일반 사람의 지능을 뛰어넘는 '자폐적 천재'를 보이는 걸까?  지금까지도 그 원인에 대해서 수많은 연구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원인이라기보다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들에 의해서 자폐 증세의 발병에 작용할 것이라고 추측만 할 뿐이다. 자폐증의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되지 못한 지금, 자폐증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과학자들 그리고 자폐증 환자와 함께 생활하는 가족들이 유독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 자폐증이 과연 가족의 유전적 요인으로부터 비롯되었는지에 대한 여부다. 자폐증으로 진단받은 아이를 자녀로 둔 부모라면 꼭 가지게 되는 편견 중 하나가 바로 양육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의 자녀를 자폐증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최근에 자폐증이 가족의 유전적 요인에 의해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는 나쁜 양육 환경과 방식 때문에 자폐증이 발병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자폐증은 가족의 유전자에서 이상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뇌 구조 자체에서 이상을 일으킨다고 보면 된다. 자폐증 환자의 뇌를 들여다보면 측두엽 안에 존재하는 감정이나 공격성을 담당하는 아미그달라와 단기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부분이 정상인의 뇌에 비해 덜 발달되었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강박증 또한 단순히 마음의 병이라기보다는 엄밀히 과학적으로 규명해본다면 뇌의 생물학적 요인이 강박장애 발생과 연관성이 깊다고 할 수 있다. 수많은 뇌 영상 연구 결과를 통해서 강박장애에서 특정 신경회로 영역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고, 약물치료 내지는 행동요법치료 후 이러한 영역의 문제가 정상화 됨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래서 초기에 병원을 방문하면 약을 먹지 않고 상담이나 행동치료를 통해 병을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정신적 장애를 가진 환자들은 자신의 증상에 대해서 스스로 잘 알지 못할 뿐더러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사회생활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가 많다. 일부 민간생명보험사에서 정신과 진료 기록을 들어 보험가입을 거부하는 사례가 있는 등 사회적인 편견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편견이 정신적 장애 환자들을 더욱 사회로부터 소외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요즘 우리 사회에 '힐링'(Healing, 치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힐링' 가운데서도 자연 치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화학적 치료가 부작용이 많다는 점에서 몸이 병을 이기도록 하는 자연 치유가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환자들의 가족들을 중심으로 환자의 정신을 좀 더 안정시켜줄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여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정신 장애 환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치료법은 그들을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는 가족들 또는 인간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지인들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캐럴처럼 말이다. 모든 사람들이 꺼려하던 멜빈의 신경질적인 성격을 먼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캐럴이다. 그리고 따뜻하게 먼저 마음을 열어줌으로써 그가 타인으로부터 사랑받고 있음을 인식하도록 항상 그의 곁을 지켜줬다.

 

이번에 새로 발간한 정재승 교수의 신작은 단순히 영화를 통해서 뇌과학의 세계를 흥미롭게 들여다보고 설명하는 식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책을 통해 사회로부터 소외받고 고통받고 있는 정신 장애 환자들에 대한 대중의 왜곡된 인식이 각성되기를 강조하고 있다. 정신 장애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것이 뇌과학의 역할이지만 정신 장애 환자들이 좀 더 인간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뇌과학이라는 학문이 정신적 약자들을 위한 치유의 과학으로써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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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심비우스 - 이기적 인간은 살아남을 수 있는가? 다윈의 대답 시리즈 1
최재천 지음 / 이음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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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육강식, 적자생존', 왜곡된 다윈의 진화론

 

 

 

 

 

자연의 세계는 약육강식, 적자생존으로 작동된다? 

일부 맞는 부분은 있지만 자연의 세계가 꼭 그렇게 강한 자들에게만 유리한 '그들'만의 무대는 아니다.

 

 

 

 

다윈의 진화론이라고 하면 약육강식, 적자생존을 떠올린다. 그동안 진화론은 19세기에 머물러 있었다. 다윈가 살던 19세기는 약육강식의 논리가 판을 치던 시대였다. 유럽의 힘센 나라들은 세상의 곳곳을 집어삼켰다. 자연 상태에서도 강하고 흉포하며 교활한 자들이 살아남게끔 되어 있다. 강대국의 입장에서는 힘없는 나라를 억누르고 차지하는 것에 대해서 특별한 문제로 삼지 않았다. 만약에 자신들의 제국주의적 정당성을 반박하는 이가 있었다면 당하는 게 억울하다면 국력을 키우면 될 것이라고 맞섰을 것이다. 이렇듯 다윈의 진화론은 억압과 침략을 당연하게 여기는 이유로 쓰이곤 했다.

 

진화론은 또 20세기 들어 군비경쟁이나 자유경쟁 논리, 우생학, 사회진화론 분야에서 오도된다. 인종 차별과 여성 차별 같은 사회문화적 현상은 진화론적으로 적응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기괴한 논리'를 주장하는 이들은 지금도 존재한다. 특히나 '경쟁'을 강조하는 시장자유주의의 현대사회에도 적자생존이나 약육강식 같은 용어는 그대로 유효하고, 생명 탄생이나 인종 차별, 성차별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진화론 등장 자체가 단순히 과학사를 떠나서 인류사에 있어서 너무나 큰 획기적인 사건임은 분명하고 그 영향력도 인류 전반에 미쳤기 때문이다.

 

사실 이 등식은 다윈의 이론을 전파하기 위해 그의 '성전'을 끼고 세상으로 뛰쳐나간 '전도사'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실제로 다윈은 그런 용어를 즐겨 쓰지 않았다. 오히려 진화론에 처음으로 '적자생존'을 도입한 사람이 영국의 사회학자 허버트 스펜서(1820~1903)다. 스펜서는 생물학자가 아니기에 실제로 생물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명확히 이해했다기보다는, 그저 생물학 이론들을 차용해 현실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그럴듯하게 설명했을 뿐이었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생태학자들, 특히 남성 생태학자들은 95%가 자연계의 치열한 경쟁을 연구 주제로 삼았다. 하지만 오늘날의 추세는 달라졌다. 자연계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무조건 남을 제거하는 것만이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호모 사피엔스'를 넘어서 이제는 '호모 심비우스'다


흔히 '협동'은 인간만이 가진 고도의 기술이고 동물은 단지 약육강식의 자연법칙에 맞춰 살아간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요즘 우리 사회를 비추어본다면 오히려 생각했던 것과는 거꾸로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시장자유주의의 원리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은 경쟁의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아등바등하게 살아가고 있는 반면에 자연 속에 살아가는 일부 생물들 중에는 자신과 전혀 다른 종(種)들과 경쟁을 하기보다는 서로 협동하면서 인간 사회보다 더 생존 경쟁이 치열하다는 자연의 세계에서 잘 살아남고 있다.

 

현생인류와 같은 종으로 분류되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는 학명의 어원 속에는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의미를 뜻하고 있다. 하지만  최재천 교수는 결코 그 어원처럼 영리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자연을 잘 이용해 만물의 영장 자리에 오르기는 했지만 무차별적인 세계화, 국가간 빈부격차, 환경 오염 등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뿐만 아니라 인류의 생존 문제에 있어서 위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그는 인류는 이제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 즉 '더불어 사는 인간'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한다. 자연한테서 공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호모 심비우스는 공생을 뜻하는 'Symbiosis'에서 착안한 말로 그가 만들어 쓰는 말이다. '함께'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syn'과 '삶'이라는 뜻의 'biosis'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동안 최재천 교수의 글을 관심있게 읽어 본 독자라면 용어가 낯설어도 그 의미만큼은 무척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사실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공생', '협조'의 방식은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알이 닭을 낳는다』와 같은 대중들을 위한 과학 에세이집에서 누누이 강조했던 '알면 사랑한다'라는 메시지로부터 시작한다. 그러다가 올해 초에 다윈의 진화론를 새롭게 조명한 『다윈 지능』을 통해 '호모 심비우스'라는 새 용어로 정립하여 '공생'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대중들에게 강조하게 되었다. ('다윈의 대답' 시리즈의 첫 번째를 장식하는『호모 심비우스』는 작년 12월에 처음 초판본이 출간되었고『다윈 지능』은 그 다음 올해 1월 초에 출간되었다) 

 

그는 자연계가 수차례 멸절 위기를 겪었음에도 다양성을 회복한 것은 '니치'(Niche), 곧 자기만의 독특한 공간을 갖고 공존해왔기 때문이라 말한다. 지구의 생물 중량 중 으뜸인 것은 식물, 개체수에서 가장 성공한 것은 곤충인데, 이는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을 대신해 곤충이 꽃가루를 날라주고 그 대가로 꿀을 얻으며 공생해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트럼핏나무는 대나무처럼 속이 비어 있는데, 그 속에 아즈텍개미들이 입주하여 산다. 나무는 개미에게 집은 물론 개미들이 선호하는 단백질이 함유된 뮬러체라는 먹이도 제공한다. 개미들은 그 대가로 나무를 모든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준다. 이파리를 갉아먹는 모든 초식동물들은 물론 물과 햇빛을 두고 경쟁할 다른 주변 식물들까지 제거해준다. 아즈텍개미와 트럼펫나무는 진화의 역사를 통해 공생의 지혜를 터득하여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p 34~36)

 

 

'니치'를 통한 공생의 생존방식의 대표적인 예가 트럼핏나무와 아즈텍개미의 관계이다. 트럼핏나무는 대나무처럼 속이 비어 있고 마디로 이루어져 있다. 식물로는 드물게 동물성 단백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뮬러체라는 물질을 분비해 줄기 내부에 사는 아즈텍개미에게 숙식을 제공한다. 뮬러체는 아즈텍개미가 좋아하는 먹이 중 하나다. 이러한 은혜를 입은 아즈텍개미는 트럼핏나무를 위한 보답으로 나무 전체를 순찰하면서 온갖 포식동물로부터 보호한다.

 

 

 

 

 

 '공생'이 없는 생태계 = 동반멸종

 

 

 

 

 

생태 피라미드

(그림출처: http://cafe.naver.com/iyh0606/3)

 

 

 

 

생물학 용어 중에 '생태 피라미드'(Ecological pyramid)라는 것이 있다. 생물군에 있어 먹고 먹히는 관계에서 각 단계의 개체군의 양적관계를 표현한 것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먹히는 동물의 수는 그것을 먹는 동물의 수보다 항상 많다. 따라서, 먹히는 동물을 저변으로 하고, 먹는 동물을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 형태의 '생태계'가 만들어지는데, 이것을 생태계 피라미드(또는 먹이 피라미드)라고 부른다. 저변 동물은 초식성이고 소형이며 다수이다. 정점 동물은 육식이고 대형이며 소수이다. 이 피라미드를 구성하는 동물의 한 종류가 멸종하면 '생태계' 피라미드는 무너진다. 이는 곧 자연 파괴를 뜻한다.

 

 

 

 

 

 

개미가 멸종하면 그와 공생관계를 맺고 있던 많은 동식물들이 줄줄이 멸종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바로 이 같은 공생-동반멸종(Mutualism coextinction)이 최근 보전생물학에서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진화의 역사를 거치면서 서로 치밀한 공생관계를 맺으며 엄청난 생물다양성을 이룩한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지만, 이제 전례 없는 환경 파괴로 인해 그들이 멸종의 길을 걷게 되면서 공생이 동반멸종의 빌미를 제공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공생관계를 잘 이용하면 멸종 위기에 놓인 생물을 복원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p 94) 

 

 

하지만 단순히 먹고 먹히는 관계로 인해 특정 종이 사라진다고해서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공생을 통해 살아남은 동식물의 관계가 '환경 파괴'로 인해 어긋나도 그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던 다른 동식물도 멸종하게 되어 생태계 전체가 교란될 수 있다. 이러한 관계를 '공생-동반 멸종'(Mutualism coextinction)이라고 한다.

 

부전나비의 애벌레는 다른 나비의 종과는 다르게 개미굴에서 자란다. 개미가 직접 부전나비의 애벌레를 개미굴로 데리고 들어와 일종의 보모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살아있는 애벌레가 개미들이 마음껏 포식할 수 있는 먹잇감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은 생태계를 먹고 먹히는 과정만이 작용하는 세상으로 인식하는 '경쟁'에 익숙한 인간의 머리 속에서 나올 수 있는 생각이다)  부전나비는 개미굴 속에서 개미들의 도움으로 자란다. 부전나비와 공생 관계의 개미가 살기 위해서는 실내온도가 높은 토양에서 군락을 형성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풀이 많이 자라지 않으면서 햇볕이 많이 드는 토양이라면 개미뿐만 아니라 부전나비의 번식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준다.

 

그런데 이러한 공생 관계를 모른 채 점차 개체수가 줄어드는 부전나비를 보호하기 위해서 서식지에 인간과 동물들이 넘나들지 못하게 말뚝을 쳐서 아예 보호관리구역으로 만들게 된다면 부전나비의 수가 늘어날 수 있을까?

 

전혀 그렇지가 않다. 자연 상태 그대로 보존하게 되면 서식지에 수많은 식물들이 자란다. 식물들이 자라나게 되면서 햇빛을 받지 못하는 토양의 온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개미가 서식하기에 적합하지 않는 환경 상태가 되어버린다. 보호관리구역에 개미가 살 수 없다면 이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전나비 애벌레 또한 생명유지를 보장할 수 없다. 당연히 부전나비의 수가 더 줄어드는 역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보호관리구역을 해체하고 그 곳에 소나 말을 풀어놓는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소와 말이 풀을 뜯어 먹음으로써 토양에 햇볕이 들게 되어 온도가 상승한다. 그러면 그 곳에 다시 개미가 살게 되고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부전나비의 수도 늘어나게 된다.

 

 

 

 

 공생하는 인간이 사회 경쟁력이다

 

'인간'이라는 동물에 대해 확실하게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대체적으로 이기적인 동물로 규정하고 있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는 남을 해치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세상에는 피부색이 다르다고 사람을 죽이는 인종차별주의자도 있고, 종교가 다르다고 원수처럼 서로 전쟁을 하고 있다.  이기적 인간이 얻는 이익은 이타적 인간이 얻는 이익보다 늘 크다. 그러나 이는 결국 소멸, 파괴, 파멸이라는 결과를 남긴다. 그래서 인간도 하나의 생명체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것은 당연하게 보인다.

 

그러나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결코 고립된 상태로 주위 생명체를 무시하고 살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생태계에서도 공생의 생존 방식을 볼 수 있다. 개미는 진드기를 돌봐주고, 진드기 분비물을 영양분으로 섭취하고 살아간다. 악어새는 악어의 이빨을 청소해 주는 대신 먹이를 얻어먹고 있다. 살벌할 것 같은 동물의 세계도 이렇게 공생의 관계가 많다.

 

지금 우리 사회는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견해가 다르다고 상대를 증오하는 일이 많다. 진보 세력은 보수 세력이 전부 없어지면 세상에 낙원이 올 것이라 상상하고, 보수는 진보가 사라져야 세상이 평화로울 거라 생각한다. 어떤 종교는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다. 인종차별주의자들은 자신의 인종만이 단언 우수하기 때문에 지구상에 살아남아야 된다는 망상을 갖고 있다.  이렇게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공생할 줄 아는 동식물보다도 생각이 짧다. 이들은 자신을 둘러싼 인간 세계에만 보지 말고 자연 세계에 한번 들여다봐야 한다. 또, 동물들의 지혜로운 공생관계를 알아 인간 사회에 접목하여 한다.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만이 인류가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비결이라고 볼 수 없다.

 

'호모 심비우스'는 단순히 공생하는 인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만 아니다. '공생'의 사회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선 '공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온갖 전자기기를 통해 사이버 세상과는 그렇게 잘 공감하는 듯하지만 바로 자기 옆에 있는 친구와는 교감하지 못하는 이러한 '불통'(不通) 사회에 무조건 '공생'을 강조한다는 것은 '우이독경'(牛耳讀經)으로 그칠 뿐이다.  '알면 사랑한다'라는 말처럼 동식물의 삶의 방식으로부터 '공생'을 알게 되는 '공감'이 형성된다면 우리 주위에 있는 타인들이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지지 않을까하는 희망적인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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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2-07-22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재천 교수의 이야기에 딱히 태클을 거는 것은 아니고, 위의 이야기들에 상당히 공감합니다만, 자연을 어떻게 보는가는 상당수 인간의 문제인 것 같아요. 자연의 동식물들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왔을 것이고, 그 방식을 인간이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서 해석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글의 논의대로 동식물의 진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느 부분을 인간이 강조해서 보는가의 문제도 또 있지 않나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cyrus 2012-07-23 18:55   좋아요 0 | URL
맥거핀님 말씀에 일리가 있습니다. 공생은 두 가지 유형으로 볼 수 있는데요. 상리공생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공생의 의미입니다. 두 가지 서로 다른 종이 서로 이익을 얻으면서 돕는 것이죠. 이와는 조금 다른게 편리공생인데 한 쪽에만 이익을 얻고 다른 쪽은 이익 또는 불이익을 얻지 않으면서 돕는 관계를 말합니다. 사실 최재천 씨의 책을 읽게 되면 공생을 강조하면서 설명하는 것 같은데 편리공생에 대해서는 언급이 잘 없더군요. (정확한 기억이 아닙니다. 공생의 정의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잠깐 편리공생에 대해서 설명할 수도 있고요) 어찌 보면 이러한 관점도 동식물의 관계 특정 부분만을 인간의 생활방식과 견주어 강조할 수도 있겠고요.
 
과학자처럼 사고하기 - 우리 시대의 위대한 과학자 37인이 생각하는 마음, 생명 그리고 우주
에두아르도 푼셋 & 린 마굴리스 엮음, 김선희 옮김, 최재천 감수 / 이루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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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의 '과학' 콤플렉스  

 

 

SERI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과학기술 핵심인재가 2020년까지 약 9만명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향후 국가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의 석. 박사급 인력을 육성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래서 부족한 인력을 육성할 수 있는 '과학기술 핵심인재 10만 양병설'이 제기되었다. 우리나라의 9대 미래 유망산업 분야가 발전되기 위해서 연간 1만명 규모의 과학기술 핵심인재를 추가 공급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방안을 수립해야 하고 기초, 원천, 융합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기초 분야의 신속한 학위 취득이 가능한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2012년 2월 22일)

 

과학기술 핵심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 연간 1만명의 석. 박사급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미래에 대응하기 위한 제안으로서의 취지는 좋으나 과학에 대한 기피하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팽배하고 있는 이상 목표 연도까지 10만 명을 육성한다는 것이 조금은 힘들어 보인다.

 

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기게 되면 이에 대한 세계적인 공로로 인정받아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노벨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 의학상을 수여한 세계적인 과학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뛰어난 업적을 낸 과학자가 등장하게 되면 어김없이 언론에서는 '노벨상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는'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노벨상 수상자 발표 기간이 다가오는 시점에 맞춰 해외 유명 과학자들로부터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는 수준의 과학기술의 발전에 대해서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과학기술의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과학 학술기관이나 잡지에 당당히 한국 출신의 과학자의 연구 결과 또는 논문이 발표되는 사례가 있었으며 한 번은 세계의 과학자들에게 자주 인용되고 있는 논문으로 한국 출신의 과학자가 쓴 학술논문이 선정될 정도로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과학자들은 노벨상에 인연이 없는 것일까?  여기서 반대로 생각해보자. 아무리 우수한 업적을 남긴 과학자들이라고 해서 꼭 노벨상을 수상해야만 하는 것일까? 어찌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노벨상'은 뛰어난 업적을 남겨야지만 받을 수 있는 명예로운 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특히 무조건 어느 분야에 있어서 '최고'가 되어야하며 '과정'보다는 '목표', '결과'에 집착하는 특유의 한국식 사고는 노벨상의 가치를 일반인도 범접할 수 없는 뛰어난 업적을 남긴 과학자라면 꼭 받아야 할 명예로운 훈장쯤으로 여기며 그것이 과학자들이라면 한번씩 꿈꾸게 되는 궁극적 목표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매년 말에 스웨덴 한림원에서 노벨상 수상자 명단 발표에 촉각에 곤두서게 되고 한국인의 이름이 수상자 명단에 없으면 모든 국민 모두 아쉬워하는 나라가 또 대한민국이다. 한국이 노벨상 수상자를 아직 배출하지 못했다는 것은 단순히 과학기술 수준이 낮은 것이 아니다. 최소한 '기초과학'에 대한 대중들의 낮은 인식 그리고 이공계 기피 현상만 증가하고 있으며 점점 과학자들의 설 자리를 잃게 만드는 사회적 환경 등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37인의 과학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살까?

 

 

'과학자'라고 한다면 일반적으로 하얀 가운을 입은 채 연구실에 틀어박혀 연구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떠올릴 것이다. 과학자가 장래희망으로 꼽은 어린이들을 제외하면 과학자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부정적인 면이 많이 차지한다. 연구 성과에 집착하며 그것을 위해서라면 실험 조작도 하고 마는 비양심적인 학자 그리고 인류의 진보를 위한 것이 아닌 순전히 자신만의 지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과학을 연구하는 괴짜로 보기도 한다. 몇 년 전에 우리나라 사회를 뒤흔들었던 황우석 박사 사건는 우리나라 첫 노벨상을 기대했던 대중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본의 아니게 황우석 박사, 단 한 사람에게만 실망했던 것은 아니었다. 열심히 과학 연구에 이바지하고 있는 다른 과학자들마저도 대중의 싸늘한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소설, 영화에 나오는 과학자들은 지적이라기보다는 엉뚱한 연구에만 골몰하면서 은둔하는 괴짜 또는 인류의 평화를 방해하는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많이 부각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왜곡된 과학자에 대한 인식은 비단 대중들만 잘못한 것이다. 대중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할 줄 몰랐던 과학자들의 태도는 오히려 대중들에게 자신들의 직업소명뿐만 아니라 과학이라는 학문을 기피하는 성향을 부추기고 말았다. 제임스 왓슨은 자신의 자서전『이중나선』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았던 과학자들의 본 모습들이 공개했고 에르빈 슈뢰딩거, 칼 세이건, 스티븐 제이 굴드 등은 뛰어난 글쓰기로 대중들을 위해서 과학의 세계를 소개하는 기여를 했다. 이들 모두, 공통적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과학이라는 학문을 대중들에게 쉽게 소개하도록 노력한 과학자들이다. 그리고 대중들과 소통할 줄 알았으며 그들이 왜 과학을 어려워하게 여기는지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과학자처럼 사고하기』에는 그동안 대중들이 접할 수 없었던 과학의 흥미로운 단면들로만 보여주는 책이 아니다. 대중적 과학 프로그램 연출자 겸 사회자인 에두아르도 푼셋이 인터뷰어로 나서 세계적인 과학자 37명의 생생한 육성을 담아냈다. 리처드 도킨스, 스테판 제이 굴드, 제인 구달, 올리버 색스 등 37명은 자신의 연구를 통해 얻은 심오한 통찰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우주의 본질, 생명의 진화, 인간의 마음 등 다양한 분야를 통틀어 현대 과학의 신비를 알기 쉽게 풀어냈다. 책 제목만 본다면 독자들은 과학자들의 사고방식은 일반인의 사고방식을 뛰어넘는 논리적이며 합리성으로 무장되어 있을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37명의 과학자들을 보게 된다면 '과학자의 사고방식'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것이다.

 

일단 여기서 등장하는 과학자들은 과학에 무지한 대중들을 기만하는 지적 허영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대중들이 알고 싶어하는 부분에 대해서 친절하면서도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물론 수준 높은 인터뷰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과학에 대한 대중들의 취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푼셋의 진행도 한 몫 하고 있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단순히 자신들이 몸 담고 있는 연구영역의 범위 안에 갇혀버린 과학적 사고를 지향하지 않는다. 폐쇄적인 과학적 사고를 벗어나 과학의 발전을 인류의 삶에 좀 더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과학의 발전이야말로 곧 '진보'라는 인식을 반박하고 있다.

 

지능심리를 연구하고 있는 니콜라스 매킨토시는 스티븐 제이 굴드와 유사하게 진화를 진보를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한 사고방식이야말로 인간을 세상의 중심으로만 보는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한다. 평생 침팬지 연구와 영장류 보호에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제인 구달은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이분법적 관점은 오늘날에는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여기서도 탈 인간중심적 사고를 엿볼 수 있다.

 

 

 

 

제가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은 결국 우리를 동물계에서 분리시키는 경계선은 없다는 겁니다. 우리는 지구상에서 개성과 사고, (가장 중요하게는) 감정을 지닌 유일한 존재가 아니에요.

 

 (제인 구달, pp 75)

 

  

 

 

'사회생물학'의 창시자이자 개미 연구로 유명한 에드워드 윌슨은 인간을 지구를 파괴하는 운석으로 비유하고 있다. 이것은 자연파괴를 남발하는 인간의 오만함을 경고하고 있다.

 

 

 

 

지금 인간의 활동은 (종의)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있으며 우리는 '여섯 번째 멸종'의 첫 단계에 직면해 있습니다. 많은 글에 다루는 '병목현상'이란 이런 것입니다. 병목은 과다한 인구입니다. 인간이 자연환경을 너무 많이 파괴하므로 다른 종은 더 이상 스스로를 지켜나갈 수 없습니다. 또한 전 세계 사람들이 소비하는 음식과 자원의 양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이 현상은 1인당 소비의 증가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인구와 개인적 소비의 증가가 합해지면 이른바 세계의 '자연자본'을 고갈시킵니다.  

 

 (에드워드 윌슨, pp 87)

 

 

 

 

 

 인간, 거대한 푸른 지구에 존재하는 그저 작은 동물

 

 

"하늘은 캄캄하고, 지구는 푸르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지구는 한없이 아름답다."

 

1961년 4월 12일 소련 공군 중위 유리 가가린은 인류 최초로 대기권 밖에서 지구를 보며 그 아름다움에 찬탄했다. 가가린의 말은 인간이 보지 못했던 거대한 땅덩어리와 바다로 이루어진 지구라는 존재에 대한 경의에 찬 감탄사가 아니다. 인간은 이 푸르고 아름다운 지구 안에 살고 있는, 정말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 작은 동물이라는 것을 깨닫게해주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인간은 지구상 생명의 한 종에 불과하기에 겸허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특히 가이아 이론을 제시한 제임스 러브록의 말은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닌 그저 우주의 일부분에 불과한 존재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유일하게 아는 사실은(아주 중요한 점인데) 우리 자신이 스스로를 조직하고 우주의 일부라는 것이 큰 행운이라는 것입니다.

 

 (제임스 러브록, pp 340)

 

 

 

과학자들은 '과학'만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와 비슷한 '인간'이었다. 그리고 오만과 지적 허영심으로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겸손할 줄 알며 과학의 발전으로 인류의 미래에 긍정적으로 기여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려고 노력한다. 이처럼 과학자들은 전문가의 오만에서 벗어나 국민의 눈높이로 내려와야 한다. 과거처럼 전문가라는 권위를 이용해 일방적인 설교를 해서는 안 된다. 대중들도 인터넷에서 얻은 조각 지식으로 근거 없는 편견을 형성하지 말고 선입견 없이 진실에 다가간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기초과학에 관심을 가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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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3-30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으며 과학적 소양의 필요성을 인지하게되었습니다.
읽는 동안 매트릭스의 스미스가 한 말이 떠오르더라구요
'인간은 암과 같은 존재야'
제게는 뜨끔한 말이었죠.

cyrus 2012-03-30 19:08   좋아요 0 | URL
차라리 이 책을 과학자가 되기를 꿈꾸는 학생들이 읽으면
좋을 책으로 소개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수많은 과학자들의
인터뷰를 담고 있어서 그런지 한 사람의 인터뷰 분량이 좀 적은게
아쉽지만요. ^^

맥거핀 2012-03-30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문에 얘기하신 뛰어난 과학적 연구들을 해오면서도, 그것을 늘 대중들에게 쉽게 이야기하려고 노력하는 과학자들 존경합니다. (우리나라의 정재승 교수님도요.) 일단 그런 분들 책을 보면 너무 재미있어요.

cyrus 2012-03-31 00:16   좋아요 0 | URL
저도요, 이런 분들의 노고가 있어서 과학에 무지한 제가 여러모로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그리고 학창시절에 과학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게 후회할 때가 있어요. 그 때는 성적지향에다가 교과서 위주라서
어렵고 딱딱해보였지만 막상 과학은 실험을 직접 해보고 관찰한다면
무척 재미있는 학문인데 말이죠 ^^
 
E=mc2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민희 옮김, 한창우 감수 / 생각의나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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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상을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거인의 어깨에 서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아이작 뉴턴 -

 

 

 

 

 빛보다 빠른 물질은 없다?

 

지난 해, 세계적으로 커다란 주목을 받게 된 소식이 있었다. 현대물리학의 절대 진리인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이 의심을 받게 된 것이다. 천재들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이론이 '실험실의 기계'를 앞세운 학자들에게 도전받는 형국이다. 만약에 특수 상대성 이론의 오류가 사실이라면 20세기 이후 생성된 대부분의 물리학 이론과 가설은 정도에 상관없이 원초적으로 오류를 가질 수밖에 없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과학자들은 '소립자인 중성미자의 속도가 빛보다 빠르다는 측정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빛보다 빠른 물질이 없다.'는 특수상대성이론이 틀렸다는 것이다. 현대물리학은 아인슈타인의 주장이 옳다고 전제한 뒤 쓰여졌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발표에 주목을 끌 수 밖에 없었다.

 

놀랍게도 예외적으로 반응이 시큰둥했던 나라는 우리나라뿐일 것이다. 이과 학생들을 제외하면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원리를 제대로 설명할 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고 그런 과학 원리가 먹고 살기가 바쁜 실생활에서는 많이 동떨어진 것만큼은 사실이다. 하지만 왜 전세계적으로 과학자들이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주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물리학계의 판도를 뒤집을만한 위대한 발견인 것만은 아니다. 만약에 빛보다 빠른 물질이 실재할 경우 소설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타임머신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 비견할 정도로 새로운 과학 패러다임이 될뻔한 이 연구 결과는 실험 오류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혀졌다. 맥이 풀리게도 관측장치의 전선을 잘못 연결하는 바람에 생긴 잘못된 결과였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과학자들은 빛보다 빠른 물질에 대해서 검증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 절대적인 이론이 흔들릴뻔한 위기를 겪은 과학자들은 한숨을 돌렸지만 타임머신의 등장을 바라왔던 대중들에게는 잠깐이나마 기대치를 한껏 높여준 해프닝으로만 남게 되었다.  

 

 

 

 E=mc2는 한순간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E=mc2, E(에너지)는 m(질량)에 c(속도)를 2제곱한 값과 같다. 상대성원리의 정확한 내용을 설명할 수 없더라도 우리는 기호상으로 말할 수 있는 의미를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를 바꾼 이 유명하고도 간단한 공식이 갑자기 하늘에서 아인슈타인의 두뇌 속으로 내려온 것은 아니다. 이 간단한 공식 속에는 뉴턴, 라부아지에, 패러데이 등이 통찰한 과학적 발견의 역사와 원자폭탄, 원자력 발전, 각종 첨단기기의 발전 등 이 공식이 만들어낸 엄청난 역사적 파장이 함축돼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하고 들어보는 '에너지'라는 단어는 20세기 초, 그러니깐 현대에 들어서면 등장한 개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에너지는 이미 한 세기 전부터 수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하나하나씩 탐구, 증명되어 오기 시작했다. 에너지라는 단어의 개념이 탄생하는 데는 마이클 페러데이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페러데이는 전기와 자기 그리고 구리선이 움직이는 힘을 가역적인 양으로 측정할 수 있음을 밝혀 포괄적인 에너지라는 개념이 정립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화약이 폭발하게 되는 화학 에너지나 추위에 양손을 문지르면 발생하는 마찰에 의해 발생하는 따뜻함도 에너지 개념으로 정리됨을 알게 되었고 에너지가 변화 될 뿐 보존된다는 에너지 보존법칙 측 에너지의 합이 불변이라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볼 수 있었다.

 

질량(m)의 대한 개념은 아이작 뉴턴의 법칙이 영향을 미쳐 개념화되기 시작했다. 그의 저서『프린키피아』에서 제시한 법칙은 운동의 법칙이 지구상에서뿐 아니라 보이는 모든 행성에까지 보편적으로 적용되므로 필연적으로 전 우주적인 물질에 동일한 무엇이 존재해야했다. 그의 제2법칙인 가속도의 법칙은 물체가 힘을 통해 운동량을 교환한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으며 훗날 특수상대성이론에 적용될 수 있었다. 모든 물질이 같은 법칙에 의해 지배를 받고 모든 물질의 연관성이 있어야했는데 이러한 작업에 공헌한 사람이 프랑스의 화학자 라부아지에였다. 그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들은 결합하거나 압축을 하는 방식 등을 통해서 변화를 가하더라도 질량의 총량은 불변하다고 주장했다.

 

'빛의 속도'(c)는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처음 측정을 시도했다. 그러나 당시 시대상으로는 빛의 측정을 할 수 있는 실험 환경을 구축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그 후 과학자들은 빛의 속력이 무한할 것이라는 심증을 가지게 되었다. 몇 십 년이 지난 후 빛의 속도는 덴마크의 뢰머에 의해 계산되었다. 그는 목성 측정을 통해 빛의 속도가 유한하며 300000km/s임을 계산해냈다. 놀랍게도 뢰머의 측정은 현재 측정할 수 있는 빛의 속도와 근사한 수치에 가깝다는 점이다. 그리고 빛의 속도 측정이 1905년 아인슈타인에 의해 중요한 상수로 에너지와 질량을 연결하는 환산인자가 되었다. 앞에서 쭉 설명하는 내용을 비추어 본다면 아인슈타인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과학의 모든 성채들을 결합시켜 과학사의 위대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한 것이다.  

 

하지만 E=mc2 공식이 발표되었을 때 처음에는 거의 무시를 당했다. 에너지와 질량이 같다는 아인슈타인의 통합은 당시의 다른 과학자들의 연구 방향과 들어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인슈타인은 그 누구도 감히 범접하지 못했던 고전물리학을 대표하는 뉴턴의 어깨 위에 올라 간 것이다. 그것도 아마추어에 가까울 정도로 과학을 전공했고 스위스 특허국 직원이 말이다. 

 

아인슈타인은 움직이는 물체를 다루는 전자기학에서는 뉴턴의 고전역학과 패러데이의 법칙이 서로 모순되는 측면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그는 기존의 전자기학에 내재하는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빛의 속도 불변의 원리'를 바탕으로 등속도로 움직이는 모든 관측자들에게 전자기 법칙이 불변으로 유지되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물체가 고속으로 가속되면 질량이 증가한다. E=mc2이 말하는 것은 질량에 광속의 제곱을 곱하면 에너지 값이 된다. 따라서 두 물리량은 언제든지 상호 변환할 수 있다. 방사성 물질이 핵분열 하거나 수소가 핵융합 한 후 질량은 반응 전의 질량에 비해 적다. 이러한 공식에 따라 엄청난 에너지가 만들어질 수 있다.

 

 

 

 

 하나의 공식 속에 숨겨진 강력한 세상의 힘

 

E=mc2는 간결하지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불과 몇 개의 기호로 이뤄진 수식이지만 그것으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에너지로부터 작용되는 현상부터 까마득히 멀고 광활한 우주에서 일어나는 폭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에너지 변환을 설명하는 방대한 과학 지식을 담고 있다. 원자폭탄은 이 공식이 적용방법에 따라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극명하게 나타낸 지극히 현실적인 수식이다.

 

스티븐 호킹은 무(無)에서 모든 것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아인슈타인의 E=mc2는 불교의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란 말을 떠올리게 한다. 색(色)과 모든 존재의 근원자리인 공(空)은 같은 것이라는 뜻이다. 질량은 에너지로 바뀔 수 있으며, 이 에너지는 허공(空)에 퍼져 있게 되니 말이다. 인류의 역사는 인간과 자연, 우주에 대한 인식의 확대과정이라 할 수 있다. 시간과 공간 속에서 물질과 에너지로 구성된 것이 우주이다. 자연과 우주는 신비의 영역이었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그 베일이 벗겨져 왔다. 끊임없는 탐구와 연구, 그리고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꾸준히 축적되어 온 것이 오늘의 과학문명이다. 알고 보면 과학이란 학문은 우주와 삼라만상의 법칙을 파헤치는 커다란 정신의 활동이기도 하다.

 

1세기의 과학기술은 인류 문명과 삶에 또 다른 기적 같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비록 실험 오류에 의한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오랫동안 절대적인 원리로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뒤흔들 새로운 원리들이 발견하는 날이 오는 것도 곧 멀지 않은 것 같다. '아인슈타인'이라는 위대한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을 수 있는 과학자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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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2-03-07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은 시루스님 따라읽기 좀 해야겠어요. 맘먹어도 잘 안되고요, 막상 책을 펼쳐도 잘 모르겠어요. 이건 또 뭡니까!!! -_-;; 자꾸 한걸음 두걸음 시루스님과 멀어지는 이 느낌은;;

cyrus 2012-03-08 15:34   좋아요 0 | URL
책 내용은 재미있는데(^^;;) 제가 리뷰를 좀 어렵게 쓴거 같군요.
사실 과학도서 리뷰가 제일 쓰기 어려운거 같아요. 쓰다보니
과학 법칙들만 기록한 내용만 남게 되었네요 ^^;;

반딧불이 2012-03-07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재미있지요? 내용도 형식도. 우주의 원리를 하나의 수식으로 나타내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참 지나하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cyrus 2012-03-08 15:35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처음 책 제목 보고 아인슈타인을 중심으로 상대성이론을 설명하는
책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더라고요. 과학사의 뒷이야기도 재미있었고요 ^^

차트랑 2012-03-07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과학의 세상이여...
스티븐 호킹의 말은 무극과 태극의 관계와 다를 바가 없어보입니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 또한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니..
글을 읽으니 과학은 분명 철학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심증이 이는군요^^
멋진 페이퍼입니다~

cyrus 2012-03-08 15:36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쓰다보니 과학 법칙만 설명하는 글이 되고 말았는데요.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과학 내용만 알게 된 것이 아니라 과학이
세상을 돌아가는 데 있어서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

노이에자이트 2012-03-09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헌책방 가보시면 소련이나 동구 쪽에서 교과서로 쓰던 변증법적 유물론 번역본을 구입해 보세요.물리학을 비롯한 자연과학을 변증법에서 어떻게 접근하는지도 나와 있어요.

cyrus 2012-03-14 17:07   좋아요 0 | URL
간혹 헌책방 가면 변증법이라는 제목이 달린 책을 발견하곤 해요.
다음에 들리게 되면 다시 한 번 확인해봐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