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마스 다비트 나는 영혼의 표정을 그린다 :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마루, 1998, 구판)

* 토마스 다비트 레오나르도 다 빈치 : 영혼의 표정을 그린 화가(RHK, 2006, 개정판)

* 댄 브라운 다 빈치 코드(문학수첩, 2013, 개정판)

    

 

 

고대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Vitruvius)<건축 10>라는 책에서 건축의 아름다움에 대한 견해를 밝힌다. 그는 건물 치수가 비례를 이루고 있으면 건물 외관이 우아해진다고 서술했다. 그는 그리스 신전은 모두 비례에 의해 만들어지며 그 비례는 인체에서 얻어진다고 했다. 비트루비우스는 인간의 몸이 아름다운 비례를 이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비트루비우스의 이론을 그림에 적용한 사람이 바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그의 소묘 비트루비우스의 인체 비례도는 기하학 지식을 동원해 사람의 몸을 그려낸 작품이다. 여기서 표현된 비례는 바로 고대와 중세 때 이상적인 건축물을 짓는데 적용됐다.

 

 

 

 

 

다 빈치 코드를 보면 루브르 박물관장 자크 소니에르(Jacques Saunière)가 죽으면서 레오나르도의 수학적 흔적을 남긴다. 소니에르는 누구나 눈에 익었을 레오나르도의 인체 비례도에 등장하는 벌거벗은 남성과 같은 모양으로 몸을 만들고 죽어갔다. 소니에르는 자신의 흉부 위에 펜타 그램(pentagram)을 그려 놓았다. 펜타 그램은 기하학에서 황금비를 설명할 때 언급되는 오각형이다. 정오각형의 한 변과 그 대각선의 비를 구해보면 황금비인 1:1.618이 된다.

    

 

 

 

 

 

 

 

 

 

 

 

 

 

 

 

 

* 마틴 켐프 레오나르도(을유문화사, 2006)

* 마틴 켐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유문화사, 2010)

* 토비 레스터 다 빈치, 비트루비우스 인간을 그리다(뿌리와이파리, 2014)

    

 

레오나르도는 인간을 하나의 소우주로 봤다. 그래서 그는 인체의 완벽한 구성이 우주에 감춰진 자연의 원리와 일치한다고 생각했다.

    

 

인간을 일컬어 소우주라고 부르는 것은 참 적당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몸을 이루는 구성 요소가 물, , 공기, , 네 가지라고 보면, 바로 자연을 이루는 네 가지 구성 요소와 똑같기 때문이다. 몸속을 순환하는 피는 자연의 바다에 해당한다. 사람의 허파는 공기를 들이쉬고 내쉬면서 부풀었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한다. 이것은 밀물과 썰물이 주기적으로 드나들면서 육지와 바다가 번갈아 날숨과 들숨을 쉬는 것과 같다.”

 

(토마스 다비트 나는 영혼의 표정을 그린다 :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82)

    

 

레오나르도는 산, , 바위 등을 관찰하여 지구의 몸이 작동되는 방식을 유추했다. 그는 자연과 인간을 분리하지 않았다. 자연과 인간을 동일한 유기체로 보는 소우주론설계자로서의 신이 만들어 낸 자연 질서를 이해하기 위한 관점을 제공해 주었다. 레오나르도와 르네상스(Renaissance) 시대의 화가들은 자연을 거울에 비추어 낸 것처럼 있는 그대로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레오나르도는 눈을 영혼의 창이라고 했다. 그가 가장 중시했던 오감 중 하나가 바로 시각이었다. 그는 눈으로 보는 행위를 세상의 모든 형태를 이해하고, 자연을 모방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으로 봤다. 그래서 레오나르도는 평생 자연과 인간을 조사하고, 그림과 글로 기록하는 일에 매진했다.

 

 

 

 

 

 

 

 

 

 

 

 

 

 

 

 

* 로버트 루빈슈타인, 미셸 루번스타인 생각의 탄생(에코의서재, 2007)

    

 

자연 세계에 대한 레오나르도의 유추 방식은 패턴 인식을 이용한 발상이었다. 뇌는 어떤 대상에서 패턴을 찾아 인식하려는 욕구가 있다. 레오나르도의 패턴 인식은 여러 가지 대상의 특징을 포착하여 조합하는 능력이다. 패턴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각 현상을 서로 연계하는 것이다. 그는 인체의 비례를 연구하여 인간의 움직임을 역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고, 인체의 움직임과 새의 비행을 비교했다. 레오나르도는 새의 날개에 착안해 비행기를 구상했다.

 

 

 

 

 

 

 

 

 

 

 

 

 

 

 

 

* 김대식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21세기북스, 2017)

    

 

레오나르도는 눈을 천문학의 지휘자라고 극찬했다. 자연에서 발생하는 모든 현상을 바라보는 눈의 능력 덕분에 위대한 예술이 탄생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데카르트는 눈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것을 부정했다. 그는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진짜가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데카르트는 감각 기관으로서의 눈을 의심했다. 그는 악마가 인간의 인식을 기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다. 데카르트는 악마의 실체를 밝혀내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데카르트가 두려워했던 악마가 누군지 안다. 악마의 정체는 바로 뇌 앞부위에 있는 전두엽이다. 뇌를 오케스트라에 비유하면, 지휘자는 전두엽이다. 전두엽은 여러 뇌 기능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감정을 조절하고, 이성적 판단을 한다. 인간의 특징이 바로 고도로 발달한 전두엽이다. 이때까지의 전두엽은 '천사'다. 그런데 간혹 전두엽이 눈앞에 있는 사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전에 뇌의 편도체(감정을 조절하는 부위)가 먼저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부터 전두엽은 짖궂은 '악마'로 돌변하고, 착시 현상이 생긴다.

 

레오나르도의 패턴 인식법으로 도출한 소우주론은 논리적인 사고방식과 거리가 멀다. 레오나르도는 자연을 끊임없이 관찰하면서 확인된 것들을 기록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 다음이 문제다. 레오나르도는 관찰한 것 중에 유사한 정보 요소들을 선택, 조합해서 하나의 우주론을 만들었다. 소우주론은 비과학적인 내용이지만, 그의 탐구 정신은 선택의 정당화를 건설적으로 사용한 사례로 볼 수 있다.[1] 관찰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일상적인 현상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일은 어렵다. 레오나르도는 표면적인 분석에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을 추구한 예술가였다. 그래서 전 세계의 모든 것,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부터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이는 그를 과학적인 사고를 하도록 이끌었으며 과학은 그의 예술을 완성하는 수단이자 목적이 되었다. 레오나르도는 예술에서 혁명을 이루었고, 과학에는 혁신을 불러왔다.

    

 

 

[1]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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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5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6-15 18:25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전두엽은 사람의 감정을 지배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사이코패스는 전두엽의 기능이 일반 사람보다 떨어져있습니다.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 1.4킬로그램 뇌에 새겨진 당신의 이야기
김대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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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그 정보를 뇌 속에 저장한다. 대부분 사람은 뇌가 있다는 걸 의식하지 않고 살아간다. 1.4kg에 불과한 회백색 단백질 덩어리는 깊이를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 지구상에 사는 인구는 75억 명이지만 한 사람의 뇌 속에 살아 움직이는 신경세포의 수는 140억 개에 이른다. 지구는 넓고 크지만, 우리의 뇌는 그보다 더 크고 무한하다. 뇌를 해부학적으로 연구한 과학자들은 고도의 사유 능력을 관장하는 뇌의 부위를 핀셋으로 집어내듯 밝혀내려고 했다. 그러나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다. 수준 높은 사고는 뇌의 여러 부위가 협력함으로써 가능하다는 게 최근 연구의 잠정적 결론이다.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은 절대 서로 무관하지 않은 뇌과학과 인간의 행위 간의 밀접한 관계를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을 추적한다. 호흡하고 심장을 뛰게 하는 생명 활동에서부터 복잡한 감정의 표현들, 학습과 기억, 상상 그리고 자아 성찰까지 뇌가 하지 않는 일은 없다. 뇌는 인간의 신체 중에서 물질이면서 정신을 가진 유일무이한 부위이다. 김대식 교수는 철학적인 질문인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를 과학적으로 궁구한다. 이 책의 주제가 과학과 철학의 접목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할지도 모른다. 진정한 의 정체성은 우리가 아는 상식과는 달리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성자(聖者)들은 흔히 진정한 나는 내 안에 있다, 깨달음이 진정한 나를 찾는 길이라고 안내한다. 그러나 뇌과학의 관점으로 보면 인류가 여태껏 생각하던 는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뇌의 총체적인 기능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이 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은 따지고 보면 순전히 덕분이다. 우리가 사실이라고 굳게 믿는 이 기억은 거의 만들어진 것에 가깝다. ‘· 우뇌의 기능 분화설을 발표한 과학자 로저 스페리(Roger Sperry)는 뇌를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아보지 못하며 나의 선택을 정당화하는 기계[1]라고 주장했다. 뇌를 뛰어난 기계 혹은 컴퓨터에 비유하는 생각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착각일 뿐이다. 상황에 대처하는 이성적 사고라는 것은 뇌의 신경세포를 자극해 얻는 반응의 일종이다. 인간은 뇌에 저장된 우연한 경험들을 결합하여 필연의 이야기로 만들어 낸다. 지식과 체험을 통해 뇌 속에 담긴 정보는 오늘날의 를 규정짓는다. 스페리의 주장은 우리의 뇌가 우리를 속이고 인간은 자신이 내린 결정을 정당화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김대식 교수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데카르트(Descartes)의 철학적 명제를 나는 뇌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과학적 명제로 바꾸어 놓았다. 데카르트의 명제가 갖는 효과는 인간이 생각하는 존재가 됐다는 점이다. 이성을 가지고 세계를 파악할 수 있고, 그렇게 파악한 것을 무기 삼아 세계를 지배할 힘이 인간에게 생긴 것이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묻는다. ‘는 어디서 나온 거야? 내가 생각하는 것이 과연 내 생각이야? 뇌를 활용하는 주체는 인데, 그 정보가 거꾸로 를 통제한다. 이런 에게서 뇌를 빼면 시체 또는 좀비다.

 

이 책을 읽다가 멀쩡한 를 잃어버릴 듯한 두려움에 사로잡힐 수 있다. 그러나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의 뇌를 인식한다는 것은 삶에 대한 생각의 틀을 바꾸는 사고 전환이다. 뇌는 신체의 한 기관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무한한 가능성을 온전히 활용해야 할 소중한 대상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바란다면, 자신의 뇌를 어떻게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뇌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의식이 필요하다. 나의 뇌 속에 있는 숱한 고정관념과 편견 등을 하나씩 걷어내면, 그동안 살면서 의식하지 못한 본질적 자아를 발견한다. 결국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탐색의 여정은 자신을 성찰하는 행위. 뇌의 본질적 기능을 이해하는 것이 온갖 정보 속에 덧씌워진 를 올바르게 보는 길이다.

  

 

 

[1]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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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7-06-14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뇌과학에 관한 책이 쏟아지고 있는 거 같습니다. 데카르트의 존재론을 비판하는 데서부터 인지부조화 그리고 실수에 대한 주제까지... 저두 이 분야의 책을 주섬주섬 모으다 보니 책의 주제가 한 3부류 정도 나눠지는 듯합니다. 어쨌거나 일독하면 매우 유익한 책들인 것만은 분명하고 읽고 나면 내가 아주 유식해진 기분이 들곤하는 책들이죠~^^

cyrus 2017-06-14 20:04   좋아요 0 | URL
한 번 본 지식을 다 이해했다고 착각하는 것도 뇌가 일으키는 자기정당화 경향인 것 같습니다. ^^

2017-06-14 2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6-14 23:34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인간이 다가 오지 않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뇌의 발달에서 비롯된 인간 고유의 사고 행위입니다.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생존 방식을 늘 생각해야했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잊기 위해 종교를 만들었어요. 이 모든 일이 뇌가 있어서 가능한 것이죠. ^^

AgalmA 2017-06-15 0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 명제 참 잘 지은 듯ㅎ
생각 좀 한다하는 분들 이 문장 응용하지 않고는 못 배기나 봐요.
바바라 크루거 -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I shop therefore I am) ˝ 등등ㅎ

cyrus 2017-06-15 09:46   좋아요 0 | URL
바리에이션이 많은 명언입니다. 아무나 끼워 맞춰도 문장을 만들 수 있어요. ^^
 
물고기는 알고 있다 - 물속에 사는 우리 사촌들의 사생활
조너선 밸컴 지음, 양병찬 옮김 / 에이도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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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가 만든 『작은 연못』은 양희은 특유의 청아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동요 느낌의 곡이다. 이 곡은 동요처럼 단순하고 가사 역시 동화를 들려주듯 에둘러 말하지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가 물 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 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죠.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 아래에서 금지곡이 쏟아졌다. 전두환 신군부 정부가 출범하고서도 금지곡 지정은 계속됐다. 지금 생각해도 얼토당토않은 이유였다. 『작은 연못』은 노랫말이 불온하다는 이유로 금지곡으로 지정되었다. 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서로 싸운 붕어 두 마리가 등장하는 노랫말이 남한과 북한의 냉전 구도 혹은 박정희와 김대중의 정치적 대립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됐다는 추측이 있다.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 ‘니모’로 잘 알려진 클라운피쉬(clownfish)는 대표적인 해수관상어다. 클라운피쉬의 또 다른 종류인 토마토클라운피쉬는 니모처럼 귀여운 외모를 가졌지만,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다. 같은 종끼리도 영역 다툼을 할 정도로 자신만의 영역을 가지려고 한다. 물고기의 세계에서도 동종 다툼이 간혹 일어난다. 그렇지만 물고기들은 싸우기 위해 힘을 과시하지 않는다. 싸움을 피하고자 자신에게 접근하려는 적에게 위험 신호를 보낸다. 복어는 적을 만나면 입으로 공기를 한껏 빨아들여 자신의 몸뚱이를 크게 팽창시킨다. 이렇게 적에게 과시하는 행동의 전술은 물리적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암컷들 간의 치열한 서열 다툼이 벌어지면, 수컷 한 마리가 중재에 나서서 활동하는 경우가 있다. 시클리드(cichlidae)의 한 종류인 골든 음부나(golden mbuna) 집단에 평화 유지군 역할을 하는 수컷이 꼭 있다. 그런데 이 녀석의 중재 방식은 누가 봐도 속 보이는 전략이다. 평화 유지군을 맡은 수컷은 싸운 두 명의 암컷 중에 영역에 들어온 낯선 쪽에 손을 들어준다. 평화 유지군에게 인정받은 암컷은 집단의 새로운 일원이 되는 동시에 수컷의 짝짓기 상대가 된다.

 

복어와 골든 음부나의 사례에서 우리가 공통된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물고기도 인간처럼 보고, 느끼고 살아간다. 한때 물고기는 새와 함께 지능이 낮은 동물로 오해를 받았다. 최근 새의 지능을 재평가하는 실험 결과가 속속들이 나오면서 새는 인간의 편견에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물고기는 인간이 만들어낸 ‘어리석은 동물’ 목록에 여전히 포함되어 있다. 《물고기는 알고 있다》는 물고기를 바라보는 인간의 편견을 완벽하게 깨뜨리는 책이다. 우리는 물고기가 단 몇 초 동안만 기억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놀라울 정도의 학습 및 기억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물고기는 되는 대로 헤엄치는 것이 아니다. 대구, 넙치 등의 물고기는 인간의 청각을 뛰어넘는데, 인간이 듣지 못하는 초저주파를 감지한다. 이들은 음향 정보에 따라 장애물을 피하는 등 주도면밀하게 동선을 선택한다. 아울러 젊은 물고기들은 나이 든 물고기들로부터 이동하는 과정 및 방법을 배워 수개월 동안 기억한다.

 

그런데 인간은 이 훌륭한 능력을 갖춘 물고기를 ‘원시적인 존재’로 생각한다. 동물에 대한 인간의 편견은 포획을 일삼는 행위를 정당화하는 위험한 근거가 된다. 《물고기는 알고 있다》의 저자 조너선 밸컴(Jonathan Balcombe)물고기가 인간처럼 감각을 느끼지 못하고,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고 믿는 지독한 편견이 물고기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원인으로 지적한다. 어부들은 물고기를 남획할 때 다 자란 성어(成漁)만 잡고, 치어는 바다로 돌려보낸다. 물고기 개체 수가 확 줄어드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치어만 남아있는 물고기 집단은 다 자란 물고기에게 이동 방법을 배우는 기회가 없다. 한 집단에 공유되는 생존법을 학습하지 못한 물고기는 생존 확률이 떨어진다.

 

《물고기는 알고 있다》를 읽으면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수조 속에서 살아가는 물고기의 실체를 다시 보게 된다. 그리고 지구라는 '우주의 연못' 속에 사는 인간의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물고기는 자신의 목숨을 낚아채는 낚싯바늘의 실체를 알고 있다. 물고기가 갈고리로 된 낚싯바늘에 걸리다가 운 좋게 살아남으면, 낚싯바늘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위험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물고기는 위험천만한 결과를 초래하는 실패를 잊지 않는다. 한 번 당한 이후부터 갈고리처럼 생긴 것만 봐도 피한다. 인간은 실패를 학습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같은 실패를 반복한다. 최악의 상황을 여러 번 겪고 나서야 실패의 교훈을 뒤늦게 깨닫는다. 인간의 어리석음은 끝이 없고, 같은 실패를 반복한다. 물고기는 절대로 멍청한 동물이 아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한 번 크게 당하고도 위험한 상황을 또 겪는 우리 인간이야말로 멍청하다.

 

《물고기는 알고 있다》는 생선회를 좋아하는 미식가, 낚시꾼들로서는 불편할 것 같다. 조너선 밸컴은 여가용 낚시를 물고기의 죽음과 부상을 초래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그는 ‘미늘 없는 낚싯바늘’ 사용을 제안한다. 낚시꾼 입장에서는 저자의 제안이 어이없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저자의 말에 일리 있다. 물고기 대신에 시간을 낚았다는 주나라의 공신 강태공은 곧은 낚싯바늘을 사용했다고 한다. 낚시와 관련된 강태공의 전설적인 일화가 허구에 가깝지만, 곧은 낚싯바늘도 물고기를 잡기 위한 도구이다. 영국에는 이미 미늘 없는 낚싯바늘이 유행이라고 한다. 강태공 소리를 듣는 낚시꾼이라면 미늘 없는 낚싯바늘로 물고기 한두 마리를 잡아 봐야 한다. 하루 동안 낚시를 해서 물고기 한 마리 못 잡을 때가 있다. 낚시꾼들이여, 자책하지 마시라. 낚시꾼 당신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물고기는 당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아주 똑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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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3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5-23 21:28   좋아요 0 | URL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로 방사능과 오염수 일부는 바다로 유출되었습니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물고기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요. 당연히 방사능에 오염된 물고기를 섭취한 인간도 위험해요. 이런 문제를 생각한다면 물고기 남획을 긍정적으로 볼 수 없습니다.

페크pek0501 2017-05-23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우리 인간보다 먼저 동물들이 땅의 변화를 알아챈다고 하지요.
이것만 봐도 인간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건 우리의 착각이겠지요?

cyrus 2017-05-24 08:57   좋아요 0 | URL
동물들의 감각은 풀어야 할 게 많은 연구 대상이지만, 확실히 인간의 감각보다 뛰어난 건 사실입니다. ^^

AgalmA 2017-05-24 0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시 시대 수렵생활 본능을 낚시로 대체하는 많은 남성 인류와 생선회, 초밥 좋아하는 식객들 그래도 잡을 건 잡겠죠-,-;

cyrus 2017-05-24 08:59   좋아요 0 | URL
생선 없는 식탁은 상상하기 싫습니다. 저는 생선회를 좋아해서 이 책을 읽고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

레삭매냐 2017-05-24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 십년 쯤 전에 낚시 엄청하러 다녔었는데 말이죠.
어신이 손에 전해질 때 그 짜릿함은 정말 ~~~

지금은 낚시 줄 매는 법도 잊어 버린 것 같네요.

여가용 낚시에 미늘 없는 낚시바늘 써야 한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cyrus 2017-05-24 16:13   좋아요 0 | URL
낚시 마니아들의 말로는 물고기를 낚아챌 때 느껴지는 손맛이 좋다고 하더군요. 제 친구도 가끔 저한테 낚시 같이 가자고 조릅니다. 며칠 전에 <물고기는 알고 있다>를 읽고 나서 낚시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어요. ^^;;

2017-05-24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24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24 16: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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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4 1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24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24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7-05-25 0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고기는 흔히 brainless로 보긴 하는데, 예전에 관상어도 주인이 들어오면 좋아서 마구 움직인다는 얘기를 듣고,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요. 결국 생명이 있는 건 우리가 이해를 못할 뿐이지만, 어떤 지성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cyrus 2017-05-25 07:32   좋아요 0 | URL
일반 가정에서 기르는 관상어들은 불쌍해요. 그저 사람이 주는 먹이를 받아 먹고, 물속을 헤엄치면서 지내는 게 전부죠. 인간은 물고기의 지능이 단순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상어가 혼자서 즐길 수 있는 놀이기구를 만들지 않아요.

transient-guest 2017-05-25 07:28   좋아요 0 | URL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네요. 연장선상에서 보면 산업축산이 얼마나 비참한 건지 새삼 인지하게 됩니다. 소나 돼지 닭은 좀 멀게 느끼지만 사실 사진으로 보는 보신탕으로 사육되는 개농장이나 수송을 보면 업자가 옆에 있으면 두들겨패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날 때가 있어요. 사실 깊이 생각하면 힘들어서 그렇지 동물학대 이상으로 나쁜 산업형축산을 보면서 채식주의자가 되어야하나 고민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cyrus 2017-05-25 07:33   좋아요 0 | URL
생선회, 낚시 좋아하는 사람은 조너선 밸컴의 책을 읽어선 안 돼요. 정말 고민이 많아져요. ^^;;
 
미각의 비밀 - 미각은 어떻게 인간 진화를 이끌어왔나
존 매퀘이드 지음, 이충호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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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를 싫어한다. 그래서 순대를 잘 먹지 않는다. 그나마 냄새가 덜 나는 순대국밥은 먹을 수 있다. 어린 시절 순대 냄새만 맡으면 속이 울렁거렸다. 순대를 씹을 때 느껴지는 질긴 식감도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씹을수록 비린 맛이 확 퍼지는 삶은 간은 질색이다. 삶은 간을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으면 비린 맛이 덜 느껴진다. 음식의 냄새는 식욕을 돋을 뿐만 아니라 잊었던 미각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어머니가 어린 시절 해주시던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의 맛을 잊지 못한다. 사람의 식성이란 성장하면서 변할 수 있다. 그렇지만 특정 음식에 대한 안 좋은 맛 그리고 기억을 떨치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먹지 못한다. 순대의 맛이 좋지 않아서 순대를 먹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후각과 질감이 불쾌한 느낌을 환기한다. 뇌는 순대를 불쾌한 음식으로 인식하고, 뇌의 명령을 받은 미각은 순대를 강하게 거부한다.

 

아이들은 어른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특이한 맛 취향이 있다. 《미각의 비밀》을 쓴 존 매퀘이드(John McQuade)의 큰아들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엄청 매운맛을 내는 할라페뇨(jalapeno) 고추를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여름에는 소금을 뿌린 레몬이나 라임을 먹는다. 이 친구는 또래 아이들과 달리 매운맛과 신맛을 좋아한다. 이 친구가 대견스러워 보인다. 왜냐하면, 나도 매운맛과 신맛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 중에 불닭볶음면과 레몬주스를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 아버지는 오래 묵어서 신맛이 강한 김치를 먹을 정도로 신맛을 좋아하지만,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 반대로 어머니와 동생은 신맛보다 매운맛을 좋아한다. 나는 매퀘이드의 아들처럼 어린 시절부터 매운맛과 신맛을 즐긴 것은 아니다. 어른들이 먹는 음식에 호기심이 많았던 나는 뭣도 모르고 청양고추를 한 입 베어 물다가 극한의 고통을 느낀 적이 있다. 매운맛의 진가를 알게 된 것이다. 그 때 좋지 않은 경험을 생각하면, 혀를 따끔거리는 매운맛에 거부감을 느껴야 한다. 그런데 성장하면서 매운맛을 좋아하게 되었다. 음식이 싱겁다 싶으면 소금을 넣는 대신 캡사이신(capsaicin) 소스를 첨가한다.

 

미각의 진화 이론에 따르면 매운맛의 고통을 잊지 못해 매운 음식을 입에 대지 못하는 것이 정상이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땀을 뻘뻘 흘리고 심지어 눈물까지 흘리며 그 자극성에 아주 고통스러워한다. 그런 고통스러운 맛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다시 매운 음식을 찾게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고추에 들어있는 캡사이신은 매운맛을 내는 화학물질이다. 이 물질은 통증 완화에 효과적이다. 캡사이신은 초반에 혀에 자극을 주지만 나중에는 통증을 억제하는 진통제 역할을 한다. 매운맛으로부터 일어난 통증이 대뇌로 전달되면 뇌는 반사적으로 자연 진통제인 엔도르핀(endorphin)을 분비해 진화작업을 시도한다. 그 엔도르핀이 마치 마약에 취한 것과 같은 순간적 도취감에 빠져드는 부분적 환각 상태를 초래한다. 즉, 빨갛게 익은 불닭볶음면의 면발을 후루룩 넘길 때마다 엔도르핀이 분비되고 급기야는 그 혀끝이 얼얼한 통각도 잊은 채 자극 뒤의 행복감을 즐기게 된다.

 

맛 취향은 진화의 산물이다. 미각은 영양분이 풍부한 음식이 부족했던 원시시대부터 오랜 기간 진화됐다. 단맛은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음식을 접할 때 일어나는 신호라면, 매운맛과 쓴맛은 독이 들어간 음식을 뱉으라는 경고의 신호다. 태초의 미각은 인류의 입속으로 들어오는 모든 음식을 식별하는 ‘일종의 파수꾼’ 역할을 했다. 인류의 조상은 단맛을 선호하고, 매운맛과 쓴맛을 싫어한다. 현대인들은 과거의 맛 취향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맛은 다른 감각과 달리 학습이 큰 영향을 미친다. 인류의 조상 중 일부는 맛에 대한 호기심이 강했다. 존 매퀘이드의 아들처럼 말이다. 그들은 용기 있게 고추를 베어 물었고, 그걸 먹고도 몸의 거부반응을 느끼지 않게 되면서 고추를 계속 찾기 시작했다.

 

그래도 매운맛과 쓴맛에 대한 본능의 거부를 극복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 맛에 대한 반응은 사람들마다 다르다. 다양한 맛을 감지하는 미각 수용체 유전자의 차이 때문에 사람들마다 선호하는 맛 취향이 다르다. 우리는 자기만의 맛의 세계를 갖고 있다. 인류의 진화는 완료됐다고 믿고 싶겠지만, 여전히 진행 중임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 그게 바로 ‘미각’이다. 진화의 관점에서 인간이 다양한 맛 취향을 가지고 있는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고유한 맛의 세계에서 살아가는데, 이 세계는 어린 시절에 형성되어 살아가는 동안 계속 진화한다. 이 세계는 오래된 진화적 명령들이 한평생에 걸친 고열량 가공 식품과 문화적 단서, 상업적 메시지와 만나면서 일어나는 충돌을 통해 생겨난다.” (27쪽)

 

미각은 늘 새로움을 갈망한다. 미각의 진화적 명령은 다양한 맛의 세계를 넘나드는 미식가에게 도전과 용기를 심어준다. 프랑스의 음식 평론가인 브라야 사바랭(Brillat-Savarin)은 무엇을 먹는지를 알면 어떤 사람인지 안다고 말했다. 그가 일찍 미각의 비밀을 이해했다면, 자신이 했던 말을 이렇게 수정했을 것이다.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 보라. 그러면 나는 당신이 살고 있는 ‘맛의 세계’가 무엇인지 말하겠다.”

 

 

 

 

 

 

※ Trivia

 

* 정글 환경에서 열매를 발견하는 것은 ‘왈도를 찾아라’와 비슷하게 어려운 과제이다. (49쪽)

 

 

 

 

⇒ 왈도(Waldo)는 그 유명한 어린이 그림책 ‘월리를 찾아라’의 주인공 월리(Wally)가 미국에서 나왔을 때 사용한 이름이다.

 

 

 

* 올즈는 “새로운 것과 아이디어, 신나는 일, 맛 좋은 음식을 추구하는 생물에게 추동 감소 이론은 프로크루테스의 침대와 같다”라고 썼다. (178쪽)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도둑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를 ‘프로크루테스’로 잘못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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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5-19 1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스트레스가 많은 날 떡볶이같은 매운 음식이 먹고 싶은 걸까요. 과일 쥬스랑 같이 먹으면 맛있고 우유와 같이 먹으면 매운 맛이 적어서 좋은데, 갑자기 먹고 싶어지네요.
cyrus님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cyrus 2017-05-21 15:47   좋아요 1 | URL
매운 음식은 우유와 같이 먹는 게 좋습니다. 혀의 매운 맛을 줄어들게 하거든요. 오늘 같이 더운 날에는 냉면이 당깁니다. ^^

yureka01 2017-05-19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요즘 밥 한끼가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김치 한조각에 밥한공기라도 느껴지는 포만감...

결핍이 만들어 주는 밥을 즐겨요~ㅋ

cyrus 2017-05-21 15:48   좋아요 1 | URL
시험 다 치고 먹는 음식, 술은 꿀맛입니다. ^^

stella.K 2017-05-19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의외네. 순대를 못 먹다니...!ㅋㅋ
하긴 사실 나도 어렸을 땐 순대를 먹지 않았다.
엄마가 그런 건 불량식품이라고 해서 엄단하셨지.
근데 순댓국은 예전에 한 번 먹어봤는데 생각 보다 맛이 없더라구.
간은 좀 퍽퍽해서 맛이 없는 것도 사실이야.
오돌뼈가 맛있지. 순대도 먹는 방법이 얼마나 다양한데.
서울 신림동인가 가면 순대타운이라는 곳이 있어.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다. 가 본지가 하도 오래돼서.
거기선 각종 야채넣고 볶아 주는데 맛도 맛이지만 추억인 것 같아.
누구와 먹었느냐는.ㅋ

jeje 2017-05-21 00:45   좋아요 1 | URL
신림동에 아직 있습니다^^
‘백순대‘가 인기 있는거 같아요. 양념보다. ㅎㅎ

cyrus 2017-05-21 15:50   좋아요 0 | URL
오징어순대는 먹을 수 있어요. 한 번 먹어본 적이 있는데, 비린내가 나지 않아서 좋았어요. 대형마트에 파는 냉동 순대를 집에서 해먹으면요, 비린내가 진동합니다... ^^;;

AgalmA 2017-05-20 0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크루스테스는 저도 쓸 때마다 검색 한 번 합니다. 매번 뭐하나 틀려요ㅎ;

자극적인 맛에 대한 애호는 쾌감에 대한 중독도 있지만 맛을 못 느끼는 질병일 때도 더러 있죠. 위장 장애 상태인데도 매운 걸 계속 먹던 사람이나 상한 음식만 먹던 사람 진료해보니 그게 맛으로 느껴지지 때문에 먹은 거라는 방송도 여럿 소개되기도 했고요.

cyrus 2017-05-21 15:54   좋아요 0 | URL
예전에 서재에 쓴 글에 ‘프로크루스테스’를 잘못 써서 어느 분이 댓글로 알려준 적이 있어요. 그 날 실수를 겪은 이후로 ‘프로크루스테스’를 쓸 때 여러 번 확인해요. 막 쓰다 보면 철자를 틀려요.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매운 맛을 느끼지 못해서 매운 음식을 잘 먹는 사람이 나오기도 했죠. 저는 매운 맛을 잘 참는 편입니다. 제 몸이 차가운 편이라서 뜨거운 음식을 좋아해요. 그래서 매운 음식을 먹고 나면 몸에 열이 나기 시작하는데, 그럴 때 기분이 좋아져요. ^^;;

:Dora 2017-05-20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식을 하면서 순대를 아예 안먹게 됨...미각이 가장 떨어지는 감각이네요 저는...

cyrus 2017-05-21 15:55   좋아요 0 | URL
특정 음식을 싫어하고, 먹지 못한다고 해서 미각이 이상한 게 아닙니다. 음식 못 먹는다고 놀리거나 억지로 강요하는 사람을 싫어해요. ^^;;

jeje 2017-05-21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마다 싫어하는 맛이 있죠. 저는 싫어하는(선호하지 않는?) 맛이 있는데...신기하게도 그걸 먹을때 맛있음을 느껴요..;; 분명 싫어하기 때문에 절대 먼저 찾아먹지 않지만, 골라내지 못하거나 먹어야만 하는 상황에서는 아 이 맛때문에 사람들이 이걸 좋아하는구나. 를 느끼며 잘 먹긴하죠. 하하.
매운맛과 레몬의 신맛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맛들입니다. ㅎㅎ

cyrus 2017-05-21 15:58   좋아요 0 | URL
저는 싫어하는 음식 몇 번 먹으면 적응할 줄 알았는데, 끝내 못 먹게 되더라고요. 사람들이 자꾸 권유해서 순대 먹기를 시도해봤어요. 그런데 정말 맛있는 순대 아니면 못 먹어요. 싫어하는 음식 억지로 먹는 것도 스트레스 생겨요. ㅎㅎㅎ

transient-guest 2017-05-23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곳에선 제대로 된 순대를 먹기 힘듭니다. 저는 순대만 좋아하고 부속이나 간은 싫어합니다. 갑자기 순대가 먹고싶어지네요.ㅎ

cyrus 2017-05-23 12:01   좋아요 0 | URL
돼지 비린내 나지 않게 잘 만든 순대국밥이라면 어느 부위든 먹을 수 있어요. 그래도 돼지국밥과 순대국밥 중 하나를 고르라면 당연히 돼지 국밥입니다. ^^
 

 

 

지구는 늘 움직이고 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더라도 지금 발을 딛고 있는 지각은 계속 운동하고 있다. 지구 내부에 급격한 지각변동이 생기면 그 충격으로 지진이 일어난다. 지진의 원인 중 하나로 알려진 ‘판구조론’이다. 지각과 맨틀의 윗부분으로 이루어진 두께 100㎞ 정도의 판들이 움직임에 따라 그 위에 얹혀 있는 대륙도 이동한다. 또한, 판이 갈라지거나 충돌하는 곳에 새로운 바다가 만들어지거나 습곡 산맥이 생성된다. 여기서 판을 움직이는 힘의 유래를 설명하는 학설이 앨프레드 베게너(Alfred Wegener)가 제시한 ‘대륙이동설’이다.

 

 

 

 

 

 

 

 

 

 

 

 

 

 

 

 

* 앨프레드 베게너 《대륙과 해양의 기원》 (나남출판, 2010년)

* 빌 브라이슨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까치, 2003년)

* 리처드 포티 《살아 있는 지구의 역사》 (까치, 2005년)

 

 

베게너는 지도를 보다가 우연히 남미 대륙의 동쪽 해안선과 아프리카 대륙의 서해안선이 매우 비슷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지구상의 여러 대륙이 약 3억 년 전까지는 하나의 초대륙(Pangaea, 판게아)으로 이루고 있었다. 초대륙은 고생대 말에 분리되기 시작하여 현재의 5대양 6대륙이 됐다며 ‘대륙이동설’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가 여러 가지 증거를 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대륙이동설을 믿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지질학자들은 대륙이동설을 비웃었다. 1950년대에 들어와서 대륙을 이동시키는 힘의 근원에 대한 여러 가지 이론과 새로운 증거들이 발표되면서 대륙이동설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베게너는 지질학자가 아니라 기상대에 근무하는 기상학자였다. 대륙이동설이 나오기 전까지 사람들은 지구가 딱딱해서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다. 강력한 믿음에 사로잡힌 과학자들은 ‘믿는 것만 보는 경향’이 있다. 대륙이동설을 무시한 지질학자들은 베게너의 이론을 검증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 칼 세이건 《코스모스》 (사이언스북스, 2006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Yogi Berra)가 남긴 명언이다. 그의 말처럼 과학은 한 번 발전한다고 해서 거기서 딱 멈추고 끝나는 게 아니다. 과학은 보편적이며 절대적인 원리들로 이루어진 학문이 아니다. 어떤 자연 현상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작업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칼 세이건(Carl Sagan)은 지나친 믿음으로 교만에 빠진 과학자들을 비판한다.

 

“과학자가 아닌 사람들이 제시한 것만이 아니라, 과학자들이 제시한 가설들 중에도 훗날 틀렸다고 밝혀지는 것이 많다. 그러나 과학은 자기 검증을 생명으로 한다. 과학의 세계에서 새로운 생각이 인정을 받으려면 증거 제시라는 엄격한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코스모스》 195쪽)

 

상대방의 가설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만으로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비판하는 태도는 상대방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 검증 없는 비판은 유사과학 또는 사이비 과학의 기세를 절대로 꺾지 못한다.

 

 

 

 

 

 

 

 

 

 

 

 

 

 

 

 

 

 

 

 

 

 

 

 

 

 

* 다나 맥켄지 《대충돌 : 달 탄생의 비밀》 (이지북, 2006년)

* 로버트 토드 캐롤 《회의주의자 사전》 (잎파랑이, 2007년)

* 스티븐 제이 굴드 《다윈 이후》 (사이언스북스, 2009년)

* 로널드 프리츠 《사이비역사의 탄생》 (이론과실천, 2010년)

 

 

 

1950년 유대계 러시아 출신의 정신과 의사 임마누엘 벨리코프스키(Immanuel Velikovsky)<충돌하는 세계(Worlds in Collision)>라는 책에서 금성이 불과 3,500년 전에 생성되었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초창기의 금성은 목성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혜성이었다. 혜성처럼 우주를 떠돌던 금성은 두 번이나 지구를 스쳤다. 벨리코프스키는 거대한 홍해가 갈라진 모세의 기적이 지구에 가까이 다가온 혜성의 영향에 의해 실제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이라고 했다. <충돌하는 세계>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충돌하는 세계>의 출판사(맥밀런 출판사)에서 펴낸 천문학 교재의 저자인 할로 섀플리(Harlow Shapley)는 벨리코프스키의 책을 혹평했다. 섀플리는 출판사에게 <충돌하는 세계> 출간을 멈출 것을 촉구했고, 이를 지켜지지 않으면 자기가 쓴 천문학 교재의 판권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섀플리의 불매 운동에 동참하는 학자와 저자 들이 점점 늘어났다. 결국 위기감을 느낀 <충돌하는 세계>의 담당 출판사는 벨리코프스키가 쓴 책의 판권들을 다른 출판사(더블데이 출판사)에 팔아넘긴다. 판권을 손에 넣은 더블데이 출판사는 벨리코프스키의 또 다른 책들을 펴낸다. 벨리코프스키는 ‘격변론’을 지지하는 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격변론은 화산, 지진과 홍수 같은 급작스러운 자연 재난에 의해 지구가 현재의 모습으로 단 순간에 형성됐다고 보는 가설이다. 다윈(Darwin)의 진화론을 반박하는 창조론자들이 격변론을 지지한다.

 

현재 벨리코프스키의 금성 탄생설과 격변론은 과학 원리를 무시한 오류투성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벨리코프스키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각종 고대 신화들(그리스, 인도, 수메르 등)을 억지로 끼워 맞춰 해석했다. 벨리코프스키는 신화를 ‘역사적 사실’인 것처럼 설명했다. 당연히 그의 작업은 과학이라고 할 수 없다. 목성은 주로 수소, 헬륨 등의 가스들로 이루어졌다. 반면 금성은 암석으로 이루어진 행성이다. 목성과 금성의 성분을 비교해보면 확연한 차이가 있다.

 

벨리코프스키는 금성이 목성의 일부분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그리스 신화에 언급된 제우스(Zeus)의 머리에서 태어난 아테나(Athena)의 탄생에 빗대어 설명한다. 신화에 관심 많은 사람들도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목성(jupiter)은 제우스의 로마식 이름이고, 금성(Venus)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의 로마식 이름에서 따왔다. 벨리코프스키는 아프로디테와 아테나를 동일한 존재로 취급했다. 그렇게 되면 헤라(Hera), 아프로디테, 아테나의 매력을 상징하는 ‘삼미신’의 의미가 달라져야 한다. 그밖에도 그는 아테나가 제우스의 눈썹에서 탄생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신화 속 이야기들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벨리코프스키는 신화의 원전을 무시하면서까지 자신의 입맛대로 소개, 해석했다.

 

 

 

 

 

 

 

 

 

 

 

 

 

 

* 마이클 셔머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바다출판사, 2007년)

 

 

벨리코프스키와 그를 지지하는 추종자들은 ‘믿음 엔진(belief engine)’의 오류에 빠졌다. 자신들이 보고 싶어 하고, 믿고 싶은 것들이 우선이고, 그다음에 보고 싶은 것과 믿고 싶은 것에 대한 근거를 설명하려고 한다. 이렇다 보니 자신들의 믿음이 불확실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벨리코프스키가 작동시킨 ‘믿음 엔진’의 원료는 고대 신화였다.

 

과학과 신화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만 알고 있어도 벨리코프스키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진리에 대한 검증 시도가 가능하다. 물론, 상대방의 신념이나 의견을 강압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열린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이성적으로 신중하게 검증하는 것이 올바른 회의주의의 원칙이다. 섀플리와 그 외의 학자들이 <충돌하는 세계> 불매 운동을 이끄는 대신에 과학적 지식을 동원해서 조목조목 반박했으면 벨리코프스키의 추종자들의 기세를 충분히 꺾을 수 있었을 것이다. 과학자들의 ‘검증 없는 비판’이 오히려 벨리코프스키를 ‘기성 과학에 도전하는 천재’ 또는 ‘과학의 순교자’로 과대 포장하는 데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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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7-05-02 1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학자들이 제시한 가설들 중에도 훗날 틀렸다고 밝혀지는 것이 많다.˝
ㅡ 그래서 문학은 고전을 읽고 과학은 최신 서적을 읽어야 하나 봅니다.

cyrus 2017-05-02 13:24   좋아요 1 | URL
문학, 특히 번역본은 새로 나올 때마다 읽어야 합니다. 요즘 홈즈 시리즈를 읽으면서 느꼈습니다. 어렸을 때 읽은 (축약본) 셜록과 완역본 셜록의 번역을 비교해서 읽어보니까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제가 생각한 셜록은 ‘진짜 셜록‘이 아니었어요. ^^;;

yureka01 2017-05-02 14: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네요..태양계도 은하를 중심으로 볼텍스 운동을 하거든요...아마 우주 전체가 단 가만 있는적이 없을듯~~에너지는 곧 움직임~^^..

닷슈 2017-05-02 15:43   좋아요 2 | URL
이거 아는사람이 거의없죠 일전읽은책은 지구빙하기는 태양빛을 많이차단하는 지역으로태양계가진입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있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cyrus 2017-05-03 07:16   좋아요 1 | URL
To. yureka01님 / 별과 행성을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의 실체를 몰라서 옛날 사람들은 지구뿐만 아니라 우주 전체가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

cyrus 2017-05-03 07:18   좋아요 0 | URL
To. 닷슈님 / 가설이지만 그럴 듯합니다. ^^

yureka01 2017-05-03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s://www.youtube.com/watch?v=b4LzhlDcB-U 찾아 보니 이거 였네요..ㅎㅎ 재미있어서 찾아 봤습니다. 맞습니다.몰랐던 게 맞죠..^^

transient-guest 2017-05-06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벨리코프스키 책을 좋아해서, 영문으로 여러 권 구해 읽었지요. 대학교 땐 책을 구할 수 없어서 도서관에서 빌려다가 복사를 뜨기도 했구요. 과학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는 일종의 SF나 유사과학이지만, 그 직관이랄까, 뭔가 의문을 던지는 그런 부분은 무시할 수가 없더라구요. 아직 과학적으로 풀리지 않은 태양계의 행성배열의 missing link나 자전방향이 다른 금성 같이, 당시만 해도 아무도 의문을 던지지 않던 것들에 대해 깊이 파고들어갔는데, 문제는 그가 과학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일 수도 있어요. 어쨌든 진지한 과학자들이 논증을 하기 보다는 그냥 부정해버린 점, 그리고 일부분 그가 제기했던 가설들이 현대에 들어와서는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하니까요.

cyrus 2017-05-08 11:04   좋아요 0 | URL
댓글을 뒤늦게 확인했습니다. 못 보고 그냥 지나칠뻔했어요.

《대충돌 : 달 탄생의 비밀》의 저자는 벨리코프스키의 상상력을 부분적으로 인정합니다. 행성의 충돌로 또 다른 행성이 탄생했다는 벨리코프스키의 가설이 달 탄생 가설과 유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