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 물리학자 윌리엄 톰슨(William Thomson, 남작 작위를 받아 캘빈 경[Baron Kelvin]’으로 알려져 있다)은 영국 왕립학회에서 물리학의 미래에 전망한 연설을 한다. 그는 그 당시 밝혀지지 않은 두 가지 물리학의 과제, 에테르(ether)의 실체와 분자들의 운동 에너지 분포를 구름으로 비유한다. 그러면서 이 구름을 완전히 걷어내면 물리학의 하늘이 맑아질 거로 믿었다. 톰슨은 19세기를 대표하는 물리학계의 거목이었다. 그를 포함한 19세기를 살았던 과학자들은 고전물리학에 대한 확신과 희망을 품었다. 이들은 모든 물리 현상들을 역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고, 역학적 모델을 기초로 해서 완벽에 가까운 물리학을 정립하고자 했다. 그들이 이룬 성취를 볼 때 그들의 희망에는 확실히 근거가 있었다.

 

 

 

 

 

 

 

 

 

 

 

 

 

 

 

 

  

* 토머스 새뮤얼 쿤 과학혁명의 구조(까치, 2013)

 

 

하지만 톰슨의 바람대로 되지 않았다. 20세기 물리학의 하늘은 맑고 화창한 날씨가 아니었다. 오히려 구름 하나가 사라지면, 또 다른 구름이 연이어 나타났다. 변덕스러운 물리학의 하늘, 이러한 변화는 세계관의 변화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말처럼 간단하거나 쉬운 것이 아니다. 세계관의 변화는 토머스 S. (Thomas S. Kuhn)의 말을 빌리자면 패러다임(paradigm)의 전환이며, 말 그대로 혁명이기 때문이다.

 

1905, 아인슈타인(Einstein)20세기 물리학의 하늘을 송두리째 뒤흔들 세 편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바로 광양자설, 브라운 운동 이론, 그리고 특수 상대성 이론이다. 당시 아인슈타인은 뛰어난 학문 업적이 없는 26살의 스위스 특허국 검사관이었다. 세 편의 논문을 읽은 물리학자 루이 드 브로이(Louis de Broglie), 당시에 한밤의 어둠 속에서 로켓이 갑자기 강력한 광채를 드리웠다라고 말했다. 이 논문들에 고전물리학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혁명적인 내용을 담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 빌 브라이슨 거의 모든 것의 역사(까치, 2003)

* 칼 세이건 코스모스(사이언스북스, 2006)

* 짐 배것 기원의 탐구(반니, 2017)

 

 

과학 분야에서 새롭고 놀라운 연구 결과가 알려질 때마다 과학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1953밀러-유리(Miller-Urey)의 원시지구 실험의 결과가 저명한 <사이언스>지에 실렸을 때 과학계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유리와 그에게 지도를 받은 대학원생 밀러는 실험실에서 원시 지구의 대기와 흡사한 환경을 조성해 놓고 여기에 (번개를 모방한) 전기를 이용한 에너지를 가해 메탄, 암모니아, 수증기가 아미노산으로 합성되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생성된 아미노산이 지구의 바닷물에 용해되어 여러 가지 유기물이 포함된 원시 수프(primordial soup)’를 형성하고 이 수프 속에서 복잡한 생명체 분자들이 생성한다. 유리는 실험이 성공했을 때 기쁨에 겨워 큰소리쳤다. “만약 신이 이 방법을 쓰지 않았다면 엄청난 실수를 한 셈이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302)

 

칼 세이건(Carl Sagan)은 밀러-유리 실험을 생명의 음악을 악보에 옮겨 적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직접 밀러의 실험을 재현해봤지만, ‘생명의 음악을 들을 수 없었다(코스모스보급판, 93~95). 그 실험은 예견된 실패였다. 나중에 과학자들은 원시지구 실험의 전제에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고대 암석을 분석한 자료에서 원시 대기가 원시 지구 실험 조건과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고, 달라진 조건을 갖춘 실험에선 유기체가 나오지 않았다. 내가 중학생 때 읽었던 아동용 과학 전집에는 원시지구 실험을 생명체 탄생의 실마리를 제공한 유력한 정설인 것처럼 소개했다. 코스모스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지 못했으면 한창 유행이 지난 가설을 믿을 뻔했다.

 

 

 

 

 

 

 

 

 

 

 

 

 

 

 

 

* 다치바나 다카시 21세기 지의 도전(청어람미디어, 2003)

 

 

우리가 알게 모르게 과학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그러니까 과학은 현재 진행형학문이다. 다치바나 다카시20세기를 다른 세기와 구별하는 가장 큰 특징으로 격심한 변화라고 했다. 다치바나가 보기에 이런 혁명을 가능케 한 것은 과학이었다. 그런데 지금 21세기를 살아가는 학생들은 19세기 또는 20세기 교과서로 과학을 공부한다. 과학 교육은 과학의 지적 대폭발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과학 공부와 완전히 담쌓은 대중이다. 그들은 담 너머에 있는 19세기 과학이 어떤 건지 힐끗 쳐다보기만 하거나 아예 거기에 뭐 있는지 관심이 없다. 과학 발전이 빠를수록 대중의 무지는 깊어진다.

   

이 책 속 지식을 기억 속에 머무르고 있으면 새로운 과학 이론 및 개념을 이해하는 데 벅찰 수 있다. 새로운 현상이 발견되면 기존의 현상을 포함한 새로운 이론을 만드는 것이 과학의 일반적 과정이다. 과학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지식의 유입을 가로막는 벽을 깨뜨려야 오래된 지식의 정수(渟水)를 빼내고, 신선한 지식의 정수(精髓/淨水)를 마실 수 있다. 그래야 과학에 대한 목마른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해갈된다.

 

과학책을 만드는 사람들, 즉 저자, 출판업자 그리고 번역자 모두 과학의 변화를 감지해야 한다. 사람들이 잘 사지 않고, 읽지도 않은 과학책이 엄청난 판매 부수를 기록하는 것은 출판사 입장에서는 자랑스러운 경사다. 하지만 판매 부수와 증쇄 기록에만 연연하지 말고, 증쇄를 찍을 때마다 낡은 정보가 있는지 잘 살펴보고, 수정할 필요가 있다.

 

 

   

 

 

 

 

 

 

 

 

 

 

 

 

 

 

* 로저 펜로즈 마음의 그림자(승산, 2014)

 

 

로저 펜로즈(Roger Penrose)마음의 그림자(승산, 2014)1994년에 나온 책이다. 이 책이 나온 지 이십년이 지나서야 국내 번역본이 나왔다. 마음의 그림자첫 출간 당시 인공지능은 인간 체스 챔피언을 가뿐히 이길 수 있는 실력의 수준이 아니었다. 1990치누크(Chinook)와 체커 챔피언 매리언 틴슬리(Marion Tinsley)의 대결에서 틴슬리가 승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누구도 인공지능이 인간과의 바둑 대결에서 낙승할 거로 예상하지 않았다.

 

 

컴퓨터는 체스를 굉장히 잘 둘 수 있는데, 인간 챔피언 수준에 도달할 만큼 체스 실력이 뛰어나다. 체커 게임에서 컴퓨터 치누크는 최정상의 챔피언 매리언 틴슬리를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보다도 자신이 뛰어남을 증명해냈다. 하지만 고대 동양의 게임인 바둑에서는 컴퓨터는 거의 아무런 성과도 없어 보인다. (597~598)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IBM사의 컴퓨터 딥 블루(Deep Blue)’가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를 꺾었고, 2008년 프랑스에서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 모고(MoGo)9점 접바둑으로 김명완 9단을 이겼다. 그리고 2016, 알파고(AlphaGo)가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그런데마음의 그림자번역본이 2014년에 나왔는데도 이 책의 옮긴이는 2008년 모고의 승리를 언급한 역주를 달지 않았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7-11 1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7-12 09:16   좋아요 0 | URL
책을 많이 읽어도 꼰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여러 사람들과 잘 어울리면서 대화를 해야 합니다. 1인 생활을 지향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지속되면 꼰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질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syo 2017-07-11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 이렇게 박식하셔야만하셨던거예요(?)

cyrus 2017-07-12 09:21   좋아요 0 | URL
시간이 지나면 알고 있던 내용을 잊어버려요. 그래서 책을 읽으면 메모를 해요. 메모를 하지 않으면 책에서 뭘 봤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때로는 기억에 의존하면 책 내용을 잘못 이해하는 문제가 생겨요. 글을 쓸 때 메모한 내용을 참고합니다. ‘글을 쓰기 위한 얕은 지식’을 이용하기 때문에 박식하진 않아요. 제 글을 잘 보면 어설픈 점이 있어요. ^^

dys1211 2017-07-11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개인적으로 cyrus님이 뭐하시는 분이신지 궁금하네요. 이 정도의 깊이가?

cyrus 2017-07-12 09:22   좋아요 0 | URL
책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딜레탕트입니다. ^^

yamoo 2017-07-11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모하시는 분인가욤??ㅎ 미술, 과학, 역사, 철학, 문학 등등 박식함이 넘치십니다~

cyrus 2017-07-12 09:25   좋아요 0 | URL
책에 주운 내용들을 어설프게 정리하는 것이지 박식함과 거리가 멉니다. 저는 딜레탕트입니다. ^^

qualia 2017-07-12 02: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로저 펜로즈(Roger Penrose)의 《마음의 그림자》 (승산, 2014)는 1994년에 나온 책이다. 이 책이 나온 지 십년이 지나서야 국내 번역본이 나왔다. 94년 당시 펜로즈 경은 인공지능의 체스 실력을 인정했으나 바둑을 정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컴퓨터는 체스를 굉장히 잘 둘 수 있는데, 인간 챔피언 수준에 도달할 만큼 체스 실력이 뛰어나다. 체커 게임에서 컴퓨터 치누크는 최정상의 챔피언 매리언 틴슬리를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보다도 자신이 뛰어남을 증명해냈다. 하지만 고대 동양의 게임인 바둑에서는 컴퓨터는 거의 아무런 성과도 없어 보인다. (597~598쪽)

하지만 그의 예상이 틀렸다. 2008년 프랑스에서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 모고(MoGo)는 9점 접바둑으로 김명완 9단을 이겼다. 그리고 2016년, 알파고(AlphaGo)가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마음의 그림자》 번역본이 2014년에 나왔는데, 이 책의 옮긴이는 2008년 모고의 승리를 언급한 역주를 달지 않았다.

→ 위 펜로즈의 글을 《94년 당시 펜로즈 경은 인공지능의 체스 실력을 인정했으나 바둑을 정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하면서 《하지만 그의 예상[은] 틀렸다》라는 식으로 독해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왜냐면 로저 펜로즈는 1994년 당시까지의 인공지능 수준에 한정해서만 말한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때까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은 인간 프로 바둑 기사한테는 게임 상대가 안 되기도 했으니까요. 즉 경우의 수가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실제로는 안 그렇지만) 바둑 경기에서 당시의 인공지능은 현재의 알파고(AlphaGo)에 도입된 몬테 카를로 방법(Monte Carlo method)이라든가 심층학습(deep learning),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등등의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법이 초보 단계였거나 도입 전단계였기 때문에 인간 프로 바둑 기사의 적수가 될 수는 없었죠. 그러나 그건 인공지능 자체의 근원적 한계라기보다는 초기 인공지능의 한시적 문제였을 뿐이죠. 바둑에서의 경우의 수 문제라는 것은 컴퓨터의 처리 성능이나 몬테 카를로 기법 같은 인공지능의 방법론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실용적인 의미에서) 풀어낼 수 있는 성질의 문제입니다. 세계적 수학자인 펜로즈가 경우의 수 문제가 핵심적인 바둑 경기의 속성을 몰랐을 리는 없다고 봅니다. 이건 뛰어난 수학자가 아닌 웬만한 일반 독자들도 충분히 추리할 수 있는 유형의 논제라고 봅니다. 해서 펜로즈가 진정한 의미에서 인공지능이 바둑을 정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최종적으로 결론 내렸다고 독해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번역본의 해당 부분 번역이 오독할 여지가 충분히 있는 번역이기 때문에 cyrus 님께서 위와 같이 확정적으로 무리하게 독해한 것은 아닌가 합니다. 해당 부분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Already, computers can play chess extraordinarily well ― approaching the
level of the very best human grandmasters. At draughts (which, to US readers,
is the game of checkers), the computer Chinook has proved itself superior to
all but the supreme champion Marion Tinsley. However, with the ancient
oriental game of go, computers seem to have got almost nowhere.

― p. 396, Penrose, Roger (1994). Shadows of the Mind: A Search for the Missing Science of Consciousnes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위 원문 중 《However, with the ancient oriental game of go, computers seem to have got almost nowhere.》에서 “seem to have got almost nowhere”를 올바로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완료형으로서 그 당시까지의 사실만을 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래 사실에 대해선 판단을 보류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확정이 아닌 추정을 의미하는 “seem”과 지금 현재까지의 사실만을 말하는 “have got almost nowhere”를 정확히 독해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cyrus 님께서 인용하셨듯이 번역본은 위 부분을 《하지만 고대 동양의 게임인 바둑에서는 컴퓨터는 거의 아무런 성과도 없어 보인다.》라고 번역했는데요. 뭐 그닥 큰 문제가 없는 번역이긴 합니다. 그러나 《하지만 컴퓨터가 바둑에서는 ‘아직까지는’ 거의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와 같은 식으로 현재까지의 사실만을 말하는 것이 드러나도록 번역했다면 더 좋았지 않았겠느냐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랬다면 위와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키진 않(았)을 것 아니냐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것이죠.

[처음 댓글 올린 시각 : 2017-07-11 22:26]
[탈자 등을 수정해 다시 올린 시각 : 2017-07-12 02:27]

cyrus 2017-07-12 09:46   좋아요 1 | URL
qualia님은 펜로즈 책 원서를 읽어보셨군요. 지금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니까 어설프게 느껴집니다. 아, 그리고 qualia님이 인용한 (제가 쓴) 문장에 오자가 있어서 수정했습니다.

“1994년에 나온 책이다. 이 책이 나온 지 십년이 지나서야 국내 번역본이 나왔다.”

‘십년’이 아니라 ‘이십년’으로 고쳤습니다. 가끔 글을 쓰다 보면 연도 계산을 틀리는 경우가 있어요. qualia님이 댓글을 달지 않았으면 오자를 못 봤을 겁니다.

qualia님의 의견을 참고해서 글을 수정하면, 이렇게 써야겠군요.

˝《마음의 그림자》 첫 출간 당시 체스는 인공지능에 정복당한 게임이었다. 하지만 바둑과의 대결에서는 아직까지 성과를 거두지 않은 상황이었다.˝

qualia 2017-07-13 15:52   좋아요 2 | URL
cyrus 님, 그렇습니다. 글을 쓰다가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의외의 실수를 하는 때가 있죠. 저도 그런 실수를 해놓고는 며칠, 몇 달, 심지어 몇 년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발견하곤 하는 때가 많습니다. 아무리 주의에 주의를 기울여도 실수 혹은 오류를 100%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실수와 오류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까다롭고 엄격한 기준을 무사 통과할 그 어떤 독자, 작가, 학자도 세상엔 없다고 봅니다. 물론 이것이 실수와 오류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겠지요. 다만 실수와 수정을 끝없이 반복하는 것이 인간의 운명인 듯합니다. 해서 실수와 오류를 잘 찾아서 올바르게 고치고 깨달아나가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댓글에서 또 하나 그런 실수 혹은 오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게 돼서 cyrus 님한테 송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쿨하신 cyrus 님께서 이해해주시겠지요? 이거 이러다가 제가 지적질쟁이로 소문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cyrus 님께서 수정해 다시 올린 부분 가운데 “《마음의 그림자》 첫 출간 당시 체스는 인공지능에 정복당한 게임이었다.”고 하는 부분은 착오에서 비롯된 오류 같습니다. 《마음의 그림자》가 첫 출간된 1994년 당시까지는 아직 체스는 정복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IBM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체스 슈퍼컴퓨터 딥블루(Deep Blue)가 처음으로 인간 체스 세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 러시아)를 이긴 때는 1996년 2월 10일입니다. 그러나 이 체스 경기는 1996년 2월 10일에서 17일까지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벌어졌던 딥블루와 카스파로프 간의 제1차 대결, 총 6번의 대국 가운데 제1국일 뿐이었습니다. 제1국은 카스파로프가 졌습니다만, 종합 전적 3승 2무 1패로 카스파로프가 딥블루를 이기고 아직은 인간의 우위와 존엄을 지킵니다. 하지만 1997년 5월 3일에서 10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벌어진 제2차 대결, 총 6번의 대국에서는 더욱 강력해진 슈퍼컴퓨터 딥블루(기존 딥블루보다 더욱 강력해졌다고 해서 별명이 Deeper Blue였음)가 인간 챔피언 카스파로프를 2승 3무 1패로 물리치고 승리하게 됩니다. 이때서야 비로소 인공지능이 체스에서 인간을 능가하게 됐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죠. cyrus 님께서 위에서 표현하신 대로 하자면, 체스는 1997년에 이르러 비로소 인공지능한테 정복당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죠. 때문에 cyrus 님께서 수정한 내용 중 “《마음의 그림자》 첫 출간 당시 체스는 인공지능에 정복당한 게임이었다.”고 하는 부분은 다시 또 수정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래에 슈퍼컴퓨터 Deep Blue와 가리 카스파로프 간의 체스 대결 결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겠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위키피디아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가리 카스파로프 대 Deep Blue 1차전
[1996년 02월 10일~17일, 미국 필라델피아]

Game 1 - Deep Blue 승리
Game 2 - 카스파로프 승리
Game 3 - 무승부
Game 4 - 무승부
Game 5 - 카스파로프 승리
Game 6 - 카스파로프 승리

▶ 종합 전적 : 카스파로프 승리

카스파로프 3승 2무 1패
Deep Blue 1승 2무 3패

---------------------------------------------------

■ 가리 카스파로프 대 Deep Blue(nickname: Deeper Blue) 2차전
[1997년 05월 03일~11일, 미국 뉴욕]

Game 1 - 카스파로프 승리
Game 2 - Deep Blue 승리
Game 3 - 무승부
Game 4 - 무승부
Game 5 - 무승부
Game 6 - Deep Blue 승리

▶ 종합 전적 : Deep Blue 승리

카스파로프 1승 3무 2패
Deep Blue 2승 3무 1패

■ 자료 출처 : Deep Blue versus Garry Kasparov
https://en.wikipedia.org/wiki/Deep_Blue_versus_Garry_Kasparov

(처음 댓글 올린 시각 : 2017-07-12 22:02)
(탈자 수정해 다시 올린 시각 : 2017-07-13 15:51)

cyrus 2017-07-13 14:58   좋아요 1 | URL
치누크(Chinook)와 매리언 틴슬리(Marion Tinsley)의 대결이 1990년에 있었습니다. 경기 명칭이 ‘US Nationals’였고, 이 대회에서 틴슬리가 승리해서 치누크는 2위를 차지했습니다. 제가 알아본 내용만 봐도 인공지능이 체스를 정복했다고 보기 어렵네요. qualia님이 말씀하신 대로 1997년에 펼쳐진 경기가 인공지능이 인간 체스 챔피언을 이긴 경기로 봐야 합니다. 내용을 수정하겠습니다. ^^

상대방이 글의 문제점을 표명하는 것에 신경 쓰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겁니다. qualia님은 본인을 ‘지적질쟁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적’이라기보다는 ‘문제점을 알리는 일’이라고 순화해서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제가 qualia님의 의견을 여러 번 확인하면서 불쾌한 감정을 단 한 번이라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상대방의 글을 ‘지적’하는 사람들의 댓글을 보면, 정말 제3자가 보기에도 기분 나쁜 감정이 생겨요. 이런 사람들 대부분은 ‘비로그인 계정’으로 댓글을 남겨요.

qualia 2017-07-14 22:36   좋아요 1 | URL
cyrus 님, 매번 정성스런 답글 감사합니다. 그런데 cyrus 님의 이번 답글 첫 단락과 저 위 본문의 수정문 가운데 《1990년 치누크(Chinook)와 체스 챔피언 매리언 틴슬리(Marion Tinsley)의 대결에서 틴슬리가 승리했다.》는 부분을 보면, cyrus 님께서 체스와 체커 게임을 동일한 것으로 잘못 알고 계시지 않나 판단됩니다. 혹은 둘을 혼동하시는 것도 같고요. 체스(chess)와 체커 게임(game of checkers; checkers game)은 서로 아주 다른 게임이랍니다. 영국에서는 draughts(드라프츠)라고 하고 미국에는 체커스(checkers, 체커즈)라고 서로 달리 부른다고 합니다. 주의할 점은 둘 다 복수형이지만 단수 취급을 한다고 합니다. 치누크(Chinook)는 체커 게임에 특화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고요. 자세한 사항은 위키피디아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Garry Kasparov는 [가리 카스파로프]로 표기해야 합니다. [게리 카스파로프]는 틀린 표기입니다. 카스파로프는 옛 소련의 아제르바이잔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Azerbaijan Soviet Socialist Republic; Azerbaijan SSR)의 수도 바키(Bakı, 영어명: Baku, 바쿠) 출신이래요. 생년월일이 1963년 04월 13일인데요. 그때 당시 아제르바이잔은 소련 연방 소속이었으니까 카스파로프는 소련 국민으로 태어난 것이랄 수 있죠. 1992년부터는 러시아 국민이었고, 2014년에는 크로아티아 시민권자도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카스파로프의 이름은 러시아어로 발음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미권에서도 그런 인식에서 “Garry Kasparov(러시아 명: Га́рри Каспа́ров)”를 [가리 카스파로프]로 발음해주더군요. 다만 미국식으로 발음으로 하자면 [개리 캐스퍼로프]로도 표기할 수 있습니다.

■ 참고 자료 : 위키피디아, 유튜브 동영상

Garry Kasparov
https://en.wikipedia.org/wiki/Garry_Kasparov

Garry Kasparov, Simultaneous Exhibition, Pula/Croatia/19.8.2015.
https://www.youtube.com/watch?v=L6ARXkoJf3U

English draughts
https://en.wikipedia.org/wiki/English_draughts

Chinook (draughts player)
https://en.wikipedia.org/wiki/Chinook_(draughts_player)

cyrus 2017-07-15 09:18   좋아요 0 | URL
체스와 체커가 서로 다른 게임이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긴 글을 꼼꼼하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alummii 2017-07-12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뇌섹남 ㅋ

cyrus 2017-07-12 15:27   좋아요 0 | URL
저는 ‘뇌굳남’입니다. 뇌가 굿(Good)인 남자가 아니라 뇌가 굳은 남자입니다. ㅎㅎㅎ
 

 

 

4인조 만화가 집단 CLAMP쵸비츠(학산문화사, 2010)2002년에 나온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존하는 미래상을 실감나게 잘 그려냈다. 물론, 현재의 과학 수준으로 불가능한 장면도 나온다. 쵸비츠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지는 만화다.

 

 

 

 

 

 

 

 

 

 

 

 

 

 

 

 

 

 

 

 

 

 

 

 

 

 

 

 

 

 

* CLAMP 쵸비츠 애장판(학산문화사, 2010)

 

 

쵸비츠의 세계관은 인간형 컴퓨터의 보급이 이루어진 사회이다. 인간형 컴퓨터는 인간의 노동을 대신할 정도로 똑똑하다. 개인이 직접 인간형 컴퓨터를 사서 소유할 수 있으며 주거공간의 컴퓨터 및 TV와 연동해서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보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성능이 뛰어난 인간형 컴퓨터이다 보니 가격이 비싼 편이다. 그래서 주인공 모토스와 히데키는 쓰레기장에 버려진 인간형 컴퓨터 치이를 집에 가져온다.

 

 

 

 

 

치이는 일반적인 인간형 컴퓨터와 다른 점이 있다.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스스로 학습이 가능하다. 치이는 사람처럼 히데키의 말과 행동을 똑같이 따라 배우고 추론하면서 스스로 언어 능력을 발전시켜 나간다. 어떻게 보면 딥러닝(Deep Learning)’ 시스템과 유사하다. 컴퓨터는 따라야 할 특정한 규칙과 코드들이 있어야 사물을 인식한다. 반면 그 규칙이 아주 명료하지 않을 때는 당황하며 대책 없이 혼란스러워한다. 과학자들은 새로운 유형의 인공 지능이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딥러닝 시스템을 개발하는 중이다.

 

 

 

 

 

딥러닝 시스템의 핵심은 그 스스로 사물을 인식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인간과 사물을 구별하는 것과 같은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 혼란스러워할 수도 있다. 히데키가 치이에게 자신의 이름을 처음 알려줬을 때 치이는 온갖 사물(압력밥솥, 책상, 시계 등)을 가리켜 히데키라고 불렀다(애니메이션 3). 여러 추측을 하고,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는 생명체가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정보에 대해 연결을 짓고 추론을 하게 된다.

 

히데키는 치이와 함께 지내면서 치이를 인간처럼 느껴지기 시작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치이가 느끼는 감정과 히데키에게 대하는 행동은 프로그램의 작동에 의한 결과다. 만약 미래에 지능은 물론 감정까지 가진 안드로이드(Android) 나온다면 히데키처럼 인간은 이성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게 될까?

 

 

 

 

 

 

 

 

 

 

 

 

 

 

 

 

 

* 레이 커즈와일 특이점이 온다(김영사, 2007)

* 레이 커즈와일 마음의 탄생(크레센도, 2016)

* 닉 보스트롬 슈퍼 인텔리젼스(까치, 2017)

 

 

먼저 결론을 밝히자면,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안드로이드가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려면 초지능(superintelligence)혹은 강인공지능(strong AI, hard AI)’의 시대가 도래되어야 한다. 레이 커즈와일2030년에 지능 면에서 기계와 인간 사이의 구별이 사라진다고 전망했다. 특이점이 온다(김영사, 2007)에서 그는 가속적으로 발전하던 과학이 폭발적 성장의 단계로 도약함으로써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서는 시점을 뜻하는 특이점(Sigularity)’이라는 개념을 강조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대담한 전망을 펼친다. 2030년 말에는 뇌의 정보를 완전히 스캔(scan)할 수 있는 업로딩(uploading)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커즈와일의 대담한 주장은 닉 보스트롬의 슈퍼 인텔리젼스(까치, 2017)에 언급된다. 이 책에서 닉 보스트롬은 업로딩을 전뇌 에뮬레이션(whole brain emulation)’이라고 부른다.

 

전뇌 에뮬레이션(또는 업로딩[uploading]”이라고도 알려진) 방식은 생물학적 뇌의 연산 구조를 정밀하게 관찰하고, 이를 모형화함으로써 지능적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이 방식은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한 표절에 가까울 것이다. (닉 보스트롬, 66)

 

인공지능에 대한 커즈와일의 전망은 낙관적이다. 그는 전뇌 에뮬레이션이 가능한 시대가 오면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의식을 갖게 되고, 인간의 영적 경험들을 모두 체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에 대한 반론이 만만치 않다.

 

 

 

 

 

 

 

 

 

 

 

 

 

 

 

 

* 로저 펜로즈 황제의 새 마음(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1997)

* 로저 펜로즈 마음의 그림자(승산, 2014)

 

 

로저 펜로즈는 인간의 마음을 가진 안드로이드의 존재를 부정한다. 그는 황제의 새 마음(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1997)마음의 그림자(승산, 2014)라는 두 권의 책에서 강인공지능 지지자들의 의견에 반대 견해를 밝혔다. 펜로즈는 인간의 마음을 컴퓨터 알고리즘(Algorithm)을 이용하여 표현하는 과정 및 작업을 컴퓨팅(computing)’이라고 명명한다(마음의 그림자54). 그렇지만 그는 인간의 마음, 즉 의식은 어떠한 인공지능으로도 재현될 수 없는 그 무엇을 가지고 있으므로 컴퓨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뇌가 어떻게 의식을 일으키는지 설명하는 적합한 이론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의식의 기원을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초인공지능 지지자들은 모호한 의식보다는 지능에 더 관심을 가진다(황제의 새 마음 하권616). 의식하고 있다는 것, 내가 나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들은 굉장히 신비로운 일이다. 하지만 철학 하는 사람, 신경생리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의식을 이해하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이다. 초인공지능 지지자들은 의식을 가진 인공생명체의 등장을 기대하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요원한 점이 있다.

 

 

 

 

 

 

 

 

 

 

 

 

 

 

 

 

* 닉 켈먼 완벽한 호모 사피엔스가 되는 법(푸른지식, 2017)

 

 

비록 안드로이드가 인간만큼 배려하고, 따뜻하게 대한다고 해도 기계는 인간처럼 이성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알고리즘의 배치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인간이 안드로이드와 사랑에 빠지면 복잡하고 중요한 문제들을 마주해야 한다. 안드로이드의 대화 능력이 가장 중요한데 특히 안드로이드가 유머를 이해하는 일은 다른 분야들에 비해 가장 뒤처져 있다. (레이 커즈와일은 《마음의 탄생》[크레센도, 2016]이라는 책에서 컴퓨터가 유머와 같은 '인간의 미묘한 영역'도 이해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유머는 우리 안드로이드로서는 사람처럼 흉내 내기가 아주 어려운 영역이다. 사람들조차도 유머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언제 웃고 언제 웃지 말아야 할지를 제대로 결정하기는 정말 어렵다.

 

(닉 켈먼의 책, 172, 176)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은 조건 없는 것도 아니며 영원한 것도 아니다. 과연 안드로이드는 복잡한 사랑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리고 금지된 불장난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안드로이드에게 더 이상 사랑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를 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의 전원을 끄면 된다. 이 때문에 안드로이드와의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qualia 2017-07-11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렇게 흥미진진한 글에 왜 댓글이 없을까요? 물론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이 많아서 그렇겠지만서도 말입니다. 저는 이런 유형의 글에 (알라딘 블로거들 글뿐만 아니라 네이버 기삿글, 다음 기삿글 등등에) 수많은 댓글을 달아왔기 때문에 제가 또 댓글을 달면 식상해 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요. 제 의견은 비주류인 데다가 실제로 좀 식상하기까지 하니까요. 마음 · 의식 · 감정 · 인공지능 등등에 대해 새롭고도 참신한 시각으로 얘기해주는 댓글을 기다려 봅니다.

cyrus 2017-07-11 09:18   좋아요 0 | URL
저는 qualia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인공지능에 가장 많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이 qualia님이니까요. ^^

블랙겟타 2017-07-11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LAMP의 쵸비츠라는 애니를 참 오랜만에 듣는군요. 한창 일본 방영시기에 유명했었습니다만.. 저한텐 그시절 거대로봇이나 학원물 같은 애니나 만화를 보던 시기라 눈길이 안갔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 인지 저는 안드로이드 로봇하면 ‘아톰‘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ㅎㅎ cyrus님의 글을 읽으니 최근 주목받고 있는 딥러닝시스템과 유사한 시스템이 나온다던지..현재의 모습과 비슷하게 그리고 있다는 것에서 쵸비츠가 놀라운 애니였군요.

cyrus 2017-07-12 15:33   좋아요 0 | URL
<아톰>도 보고 싶은데, 오래된 만화라서 그런지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원래는 <은하철도 999>와 인공지능에 관한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내용의 글을 겨울호랑이님이 먼저 써서 계획을 변경했습니다. 그래서 <쵸비츠>를 보게 됐습니다.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

yamoo 2017-07-11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쵸비츠...이 만화를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전 애니로 봤는데, 이거 대작은 아니라도 충분히 잘 만든 작품이죠. 이걸 인공지능과 연결시키시다니....퀄리아님 말씀마따나 흥미진진하네요.^^

cyrus 2017-07-12 15:36   좋아요 0 | URL
<쵸비츠>를 아는 알라디너가 얼마나 될지 궁금했습니다. yamoo님이 이 만화를 아실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ㅎㅎㅎ <쵸비츠>가 <카드캡터 체리>을 그린 클램프의 작품이라서 기대하고 봤습니다. 역시나 기대 이상의 만화였습니다. ^^
 
기원의 탐구 - 빅뱅, 지구 그리고 인간 138억 년의 빅히스토리
짐 배것 지음, 박병철 옮김 / 반니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우주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인류의 탄생과 함께 인류가 품어왔던 근원적인 물음이다. 우주창조이론은 우리를 둘러싼 세계가 어디까지 이어지며 어떤 형태인지, 그리고 어떻게 시작됐는지 생각하는 분야로 공간과 시간, 물질의 기원과 존재 방식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빅뱅(big bang, 대폭발)과 함께 시작된 우주의 나이는 138억 년이다. 138억 년 전 빅뱅이 있었고,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계속 팽창(inflation)이 일어난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동안 우주는 어마어마한 양으로 커진다. 그래서 우주는 무한히 커지는 거대한 공간일 뿐이다. 빅뱅과 인플레이션이론은 우주창조이론의 근간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 천체의 기원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설명이 부족하다. 

 

지금도 현대과학은 지구 생명체의 기원을 풀지 못하고 있다. 스탠리 밀러(Stanley Miller)와 해럴드 유리(Harold Urey)의 실험은 생물학 교과서에 많이 나오는 ‘지구 생명 탄생 시나리오’다. 같은 성분으로 구성된 지구의 원시대기에 번개가 치자 아미노산이 합성됐고 이들이 원시 바다 위에 모여 생명체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은 여전히 원시 바다가 걸쭉한 수프(soup, 일명 ‘원시 수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에 밀러와 유리의 가설이 도전받고 있다. 생명체의 고향으로 유력하게 추정되는 장소가 뜨거운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열수분출공이다. 이곳에서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이 만나면서 아미노산, 핵산 등 유기물이 만들어졌고, 이 유기물이 생명 탄생에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 간혹 우주에서 생명체가 날아왔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과학은 관찰과 분석이라는 방식을 통해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학문이다. 우주의 신비와 함께 우리 자신의 의미를 밝혀내려는 노력이 바로 현대 과학의 핵심이다. 《기원의 탐구》(반니, 2017)는 우주, 생명체, 의식의 기원을 찾기 위한 노력과 성취 등을 살펴본 책이다. 우주가 암흑에서 별이 생겨나는 시간대부터 동물이 육지로 올라온 시기, 인류의 등장, 의식의 기원까지 한 두릅에 꿰어낸 얘기들이 매끄럽고 자연스럽다. 이 책은 2015년에 나왔다. 2000, 2010년대에 나온 최신 성과도 소개되어 있다. 그만큼 현대 과학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과학이 합리적이지는 않더라도 우주와 자신의 본성에 대해 가장 합리적인 대답을 제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것이 저자가 확신하는 과학의 능력이다. 이 능력은 과학만이 갖고 있으며 세계 자체를 바꾸는 원동력이다. 우주의 가장 깊은 심연들을 현실감 있게 볼 수 있는 것은 모두 과학의 힘 덕분이다. 현대사회에서는 과학이 이뤄낸 것에 대한 지적 개념을 모르는 한 누구도 진실로 편안함을 느낄 수 없으며, 그 문제들의 본질을 파악할 수 없다.

    

 

 

 

 

 

※ Trivia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돌아온탕아 2017-07-10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스모스와 비슷한 책이군요! 어떤 책에서는 원시대기에서 방전이 일어나 아미노산이 합성되었다는 기존 가설보다 혜성의 꼬리에서 아미노산이 떨어졌다는 가설이 좀 더 유력하다고 이야기하던데. 어느 쪽이 좀 더 사실에 가까울지 궁금하네요^^

cyrus 2017-07-10 21:30   좋아요 0 | URL
저도 탕아님과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기원의 탐구》의 내용 면이나 주제가 《코스모스》와 유사했습니다. 칼 세이건의 《혜성》에 혜성의 꼬리에서 시작한 생명탄생설이 나옵니다. ^^

syo 2017-07-10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 백뱅 이즈 백!

아이고, 아미노산아 아미노산아, 무려 22종의 아미노산아.....

이런 생각들을 해 보았습니다.

cyrus 2017-07-10 21:32   좋아요 0 | URL
빅뱅 노래가 나오는 유튜브 영상을 넣을 걸 그랬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07-10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룡 멸망의 원인을 소행성 충돌로 설명한 이론도 비교적 최근에 나왔고, 소행성 이론도 도전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과학에서 확정적인 가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네요.

cyrus 2017-07-10 21:33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님이 하신 말씀이 이 책에 나오는 중요한 내용 중 하나입니다. 책의 머리말과 에필로그에 나옵니다. ^^

yamoo 2017-07-10 2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을 듯합니다. 우주에 관계된 책은 대부분 재밌고 유익하였던 거 같아요. 이 책도 그런 거 같습니다. 사이러스 님의 책읽고 리뷰 쓰는 건 참으로 성실합니다. 본 받고 싶은 1인^^

cyrus 2017-07-10 21:37   좋아요 0 | URL
알라딘 서재에 매일 리뷰를 성실하게 쓰는 분들이 많습니다.

파워리뷰어님, 겨울호랑이님, 봄덕님, 깐도리님, 피오나님, 키치님, 레삭매냐님, kinye91님, 모시빛님, dys1211님...

여기 언급되지 않았지만, 몇 분 더 있습니다. ^^

yamoo 2017-07-10 21:40   좋아요 0 | URL
제가 지향하는 책들을 읽고 리뷰를 전방위로 쓰시는 분은 사이러스 님이 유일한 듯..ㅎㅎ

cyrus 2017-07-10 21:41   좋아요 0 | URL
한 분야든 다양한 분야의 책이든 정성껏 리뷰를 쓰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

하나 2017-07-10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읽어보니 관심이 가는데, 오타가... ㅎㄷㄷㄷ

cyrus 2017-07-10 21:37   좋아요 0 | URL
오타가 눈에 거슬렸지만, 내용은 읽어볼 만합니다. ^^

북다이제스터 2017-07-10 2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근래 빅히스토리 책 읽고 원시 스프 이론이 잘 못 된 이론이란걸 알고 큰 충격 받은 1인입니다. ㅋ

cyrus 2017-07-10 21:40   좋아요 0 | URL
저도요.. ㅎㅎㅎ 고딩 때 배운 과학지식만 믿고 과학 덕후님들 앞에서 나대다간 망신살 뻗칩니다. ^^

2017-07-10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7-10 22:08   좋아요 1 | URL
몇 년 전에 초끈이론, 다중우주이론이 각광받았습니다. 그런데 두 개의 이론에 반대하는 학자들도 많습니다. 《기원의 탐구》의 저자가 그중 한 사람입니다. ^^

alummii 2017-07-12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타잡는 호랑이 ..어흥! ㅋㅋ 출판사에서 이런 독자에게 작은 성의표시라도 하셔야 하는 거 아닌갑요

cyrus 2017-07-12 15:38   좋아요 0 | URL
출판사 직원들이 독자 서평을 읽고, 독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
 
슈퍼 인텔리전스 - 경로, 위험, 전략
닉 보스트롬 지음, 조성진 옮김 / 까치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은 컴퓨터를 이용해 구현되는 지적능력을 뜻한다. 인공지능 연구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인간의 지적 능력을 기계에 부여하려는 목표가 하나이고, 그렇게 하는 데 필요한 사람의 지적능력이 어떻게 발달되었는지 밝혀내는 목표가 다른 하나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비약적인 성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비관론자는 인간성에 대한 무관심 등의 문제가 발생하여 미래를 통제 불능 상태로 몰고 갈 것이라고 지적한다.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축복을 줄 것인가 아니면 재앙을 초래할 것인가에 대한 해석은 아직도 뜨거운 논쟁거리로 남아있다.

 

현실적으로 인간과 거의 흡사한 인공지능은 아직 완전하게 실현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많은 학자가 예견하듯 인공지능의 발전 가능성은 이미 검증된 기술로 여겨질 정도로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왔다고 할 수 있다. 소설 및 영화 2001 : 스페이스 오디세이(황금가지, 2017)와 영화 <매트릭스>, <터미네이터>는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인류의 암울한 미래를 그렸다. 컴퓨터가 자발적 진화를 거듭해 인간보다 더 똑똑해진 뒤 인류를 멸망시킨다는 시나리오다. 초지능(superintelligence)의 탄생은 공상과학소설 속 허황한 상상일 뿐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중립적인 인공지능 비관론자 닉 보스트롬(Nick Bostrom)은 초지능의 탄생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닉 보스트롬은 초지능의 미래를 가장 설득력 있게 전망한 철학자다. 2014년에 발간된 슈퍼인텔리전스 : 경로, 위험, 전략(까치, 2017)은 초지능 시대 인간의 삶과 그 그림자를 구체적으로 짚어낸다. 그런데 만연체의 문장이 읽는 속도를 방해한다. 책에 어려운 내용이 가득한데, 한 번 읽고 이해하기 쉽지 않다.

 

초창기의 인공지능은 인간의 도움을 받아 학습하는 단계를 실행하는 씨앗 인공지능(seed AI)’이다. 여기가 초지능으로 향하는 경로의 시작점이다. 씨앗 인공지능은 소정 기간의 훈련으로 스스로 문제를 처리하는 능력을 갖춘다. 그렇다면 지능은 물론 감정까지 가진 초지능 기계로 발전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닉스트롬에 따르면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느린 도약, 빠른 도약, 중간 속도의 도약. 느린 도약은 말 그대로 꽤 오랜 시간을 두고 인공지능이 발달하는 과정이다. 길어야 백 년이다. 이때 인간은 인공지능의 역할이 많아지는 변화에 천천히 적응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단 며칠 만에 초지능으로 도약하는 상황(빠른 도약)이 찾아오면, 갑작스러운 변화에 신중하게 대처할 여유가 없다. 이제 인간은 초지능의 도약에 슬슬 긴장해야 한다. 중간 속도의 도약은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에 일어나는 과정이다. 초지능에 대처할 만한 시간은 있지만, 도약으로 인해 발생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부족하다. 6인지적 초능력의 핵심 내용은 인공지능에 의한 통제력 장악 시나리오. 초지능 기계가 인공지능 기계와 다른 점은 인간이 만든 시스템을 전략적으로 제거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스스로 적응하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여러 가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할 수 있는 통제 방법은 있다. 초지능을 통제하는 전략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중에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통제 방법이 로봇의 3대 원칙이다.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는 로봇이 인간을 공격하는 상황을 대비해 로봇의 3대 원칙을 만들었다. 첫째, 로봇은 인간을 다치거나 위험에 빠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 둘째, 로봇은 첫째 규범에 저촉되지 않는 한 인간이 내린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셋째, 로봇은 첫째와 둘째 규범에 저촉되지 않는 한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 한다. 간접적 규범성은 독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통제 방법이다. 9통제 문제에 잠깐 언급되고, 13선택의 기준 선택하기에 다시 나온다. 이 책에 나오는 간접적 규범성의 대표적인 예가 일관 추정 의지. 이름만 보는데도 현기증이…‥. 그 내용이 꽤 철학적이라서 복잡해 보일지는 모르겠으나 과학적 기술에도 비과학적으로 취급되는 철학적 사고로 설명하려는 저자의 시도가 돋보인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지능이 발달하게 되면 자기보다는 자기 주변에 먼저 눈길을 돌리게 된다. “엄마, 나는 누구예요?”라고 묻는 아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아이는 저게 뭐예요?”라고 묻는다. 아이는 자신의 정체보다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호기심을 가진다. 보스트롬은 인간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쥐면서 놀고 있는 어린아이로 비유한다. 그 폭탄이 바로 초지능이다. 초지능이 이 세상을 장악하면 지능 대확산(intelligence explosion)이 일어날 것이다. 우리는 터지지 않은 폭탄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혼잣말하듯이 묻고 있다. “저게 뭐예요?” 왜 혼잣말로 묻느냐고? 엄청난 폭발성(explosiveness)을 지닌 초지능의 위력을 상세하게 알려주고, 지능 대확산 이후 도움을 요청해야 할 어른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초지능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그걸 무턱대고 손대려고 한다. 결국, 더 많은 위기와 도전에 직면하게 될 초지능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을 만큼 머리를 맞대야 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겨울호랑이 2017-07-08 1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985년 나온 영화 「백 투더 퓨처 」시리즈를 보면 30년 전에 상상한 2015년의 모습이 지금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생각대로 이루어지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여겨지네요^^:

cyrus 2017-07-09 16:20   좋아요 1 | URL
1940년대에 초창기의 컴퓨터가 나오기 시작할 때 학자들은 20년 후에 인간을 뛰어넘는 컴퓨터가 만들어진다고 전망했습니다. 컴퓨터가 가정에 보급되었을 때도 학자들은 20년 후에 초지능의 시대가 올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지금도 사람들은 20년 후의 미래를 생각합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될 가능성은 많지만, 완전히 실용화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

yamoo 2017-07-10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공지능...이 주제는 대체로 컴퓨터와 연결되더군요. 아니면 신경생리학과 심리철학...대체로 전문어가 산재해 있어 읽기 쉽지 않은데 말이죠. 리뷰 내용을 보니, 읽으면 참 유익한 책일듯한데, 읽고 있는 책 때문에 언제 읽을지 기약이 없네요. 그냥 이런 책도 있구나...생각하고 있다가 다시 눈에 밟힐 때 구매하도록 할까봅니다~ㅎ

흐미~ 그러고보니, 까치 출판사네요...까치 출판사의 책들은 믿고 보는 편인지라..언젠가는 구매할 책인듯하네욤~

cyrus 2017-07-10 21:59   좋아요 0 | URL
이 책, 절반의 내용은 어려웠습니다. 공식도 나옵니다. 이런 책은 qualia님 같은 분이 읽고 평해야 합니다. ^^
 

 

 

기원전 6세기, 그리스의 가장 큰 섬인 크레타에 에피메니데스(Epimenides)라는 사람이 살았다고 한다. 그는 모든 크레타 섬 사람들은 거짓말쟁이다라는 말을 했다.

 

 

 

 

 

 

 

 

 

 

 

 

 

 

 

 

* 마틴 가드너 이야기 파라독스(사계절, 2003)

 

 

 

문제는 그도 거짓말을 일삼는 크레타 사람 중 한 명이다. “모든 크레타 사람은 거짓말쟁이다라는 말이 참이라면 그는 거짓말을 한 것이다. 반대로 모든 크레타 사람은 거짓말쟁이다라는 말이 거짓이라면 그는 참말을 하고 있다. 도대체 어느 것이 참인지 거짓인지 헷갈린다. 에피메니데스의 한 마디는 이처럼 스스로 진실이면서 거짓이고, 거짓이면서 진실이기도 한 모순의 연속이다. 논리학에서 지금까지도 논쟁거리가 되는 거짓말쟁이의 역설(Liar Paradox)’이다. (마틴 가드너, 15)

  

1947, 명제의 참과 거짓을 판별하는 프로그램이 내장된 논리 기계가 처음으로 미국에서 개발되었다. 기계 개발자들은 이 기계에 거짓말쟁이의 역설을 입력해봤다. 그러자 기계는 시끄러운 기계음을 내면서 참, 거짓, , 거짓을 교차하는 형태로 무한 반복했다. (마틴 가드너, 19)

 

 

 

 

 

 

 

 

 

 

 

 

 

 

 

 

 

 

* 마틴 데이비스 수학자, 컴퓨터를 만들다(지식의풍경, 2005)

* 박정일 튜링 & 괴델 : 추상적 사유의 대단한 힘(김영사, 2010)

 

 

 

앨런 튜링(Alan Turing)은 논리적인 생각을 표현한 프로그램을 집어넣으면 그 기록된 대로 수행할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들고 싶었다. 그가 고안한 튜링 기계(Turing Machine)는 수식과 언어를 연산 처리해낼 수 있는 기계이며 현대 컴퓨터의 전신이라 할 수 있다. 20세기 수학계를 군림한 힐베르트(Hilbert)명제들의 참과 거짓을 판별하는 방법이 있다고 선언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이 세상의 모든 수학 문제 또는 명제는 명쾌하게 해결되어야 한다. 그러나 튜링 기계는 힐베르트의 믿음을 깨뜨려버렸다. 그 기계조차도 , 거짓을 판별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괴델, 에셔, 바흐(까치, 1999)

* 이진경 수학의 몽상(휴머니스트, 2012)

 

 

 

사실 튜링 기계보다 한 발 먼저 힐베르트의 믿음을 박살 내버린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쿠르트 괴델(Kurt Godel)이다. 괴델은 불완전성 정리를 통해 인간 이성의 한계를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어떤 대상에 대한 절대적이고 완전한 설명을 제시할 수 있는 수학 명제나 해결 방식은 없다. 그의 주장은 모든 수학적 정리는 증명할 수 있다완전성 정리가 지배적인 시절 나온 것으로 불완전성 정리라고 이름 붙여졌다. 괴델의 정리는 결국 20세기 수학 기초이론의 핵심이 되었고 컴퓨터라 해도 풀 수 없는 수학적 문제가 있다는 생각으로 발전되어 인공지능 개발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가짜 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 두 회사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정보를 자동 분석해 참인지 거짓인지를 구분해주는 프로그램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과연 인공지능의 시대에 거짓이 사라지게 될까? 인공지능이 인간의 교묘한 거짓을 잘 찾아내도 이 세상에 거짓말쟁이들이 계속 나올 것이다. 그리고 그 수많은 거짓말쟁이 중에 컴퓨터 알고리즘이 포함될 수 있다. 정보를 편집, 변형, 조작하는 기술을 가진 컴퓨터 프로그램 또는 인공지능이 등장한다면 사실인 정보와 가짜인 정보를 구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거짓을 가려내는 똑똑한 기계의 도움을 받으면 정보를 검증하여 분석하는 작업 절차가 간소화된다. 하지만 최종적인 결정은 우리 인간의 몫이다. 기계에 의존한 삶이 보편화하면서 스마트폰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대신하고, 계산기가 암산을 대신하는 등 암기와 사고 등 뇌의 기능을 인터넷이 대신해 주면서, 뇌를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제 거짓 정보를 가려내는 일도 인공지능에게 맡기려고 한다.

 

어쩌면 미래 사회에 이런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거짓말하는 기계거짓말을 찾아내려는 기계간의 대결. 가짜 정보를 악용하려는 사람들은 거짓말하는 기계를 이용하여 공공기관 및 시민의 약점을 노릴 것이다. 해커가 거짓말을 찾아내려는 기계의 시스템에 침투해서 거짓말쟁이의 역설과 유사한 명령어를 입력시킬 수 있다. “내가 입력시키는 모든 명령은 거짓이니 받아들이지 말 것.” (마틴 가드너, 19쪽) 기술이 향상되어도 기술 자체로 거짓말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지 못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겨울호랑이 2017-07-05 15: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대 이집트에서 피라미드 설계 기술이 시대에 따라 발전되었지만, 결국 도굴꾼을 이기지 못했다는 사실이 떠오르네요^^:

cyrus 2017-07-05 18:22   좋아요 3 | URL
제가 표현하고 싶은 생각에 딱 어울리는 비유입니다. 맞습니다. 좋은 기술이 나오면 역으로 그 기술을 뒤집거나 넘어서는 새로운 기술이 나오게 됩니다. 희망의 빛이 길게 드리워지면, 반드시 그림자도 생깁니다. ^^

2017-07-05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7-05 18:27   좋아요 2 | URL
거짓을 좋게 표현하면 ‘허구’입니다. 소설은 사실을 전제로 해서 만든 허구적인 이야기에서 시작된 장르입니다. 허구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문화(구술문화)가 발달되니까 인간의 언어 능력이 향상되었고, 그 부작용으로 거짓말이 나왔을 거로 추정할 수 있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