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 - 중력파를 찾는 LIGO와 인류의 아름다운 도전과 열정의 기록
오정근 지음 / 동아시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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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고 있는 일반인은 거의 없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우주를 지나가는 빛이 중력의 영향을 받아 휜다는 사실(일반상대성이론)만 알고 있을 뿐이다. 사람들이 관심 있는 것은 상대성이론을 이용한 시간여행의 가능성 유무다. 물론 시간여행이 가능한 시대가 온다고 해도 사람들이 상대성이론을 이해하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특수, 일반을 막론하고 상대성이론을 모른다면 우리는 절대로 우주를 이해할 수 없다. 우주의 기원을 설명해주는 빅뱅 우주론,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통로라 할 수 있는 벌레 구멍(worm hole) 등이 상대성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상대성이론이 맞는지 아닌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빌어먹을(goddamn) 우주의 물결’이 있다. 그것은 바로 ‘중력파(gravitational wave)’다. 아인슈타인이 끝내 찾지 못한 우주에 흐르는 미세한 물결. 세계의 과학자들은 지난 백여 년 동안 중력파를 검출하려 최첨단 장비를 통해 노력했으니 과학자들이 중력파를 ‘빌어먹을 물결’이라고 말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제는 중력파의 존재가 확인되었으니 기쁨을 감추지 못한 과학자들은 ‘신의 물결’을 찾았다면서 쾌재를 부를 것이다.[1] 중력파의 발견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아인슈타인을 ‘갓(god)인슈타인’이라고 부르면서 그의 천재성에 감탄한다. ‘아인슈타인 빠(극성 지지자)’, 줄여서 ‘아빠’는 아인슈타인이 다시 나오기 힘든 천재라고 생각한다. 아인슈타인이 위대한 과학자임이 틀림없다. 또 상대성이론의 위대성이 입증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빠’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공부하기 전에 반드시 뉴턴의 중력 이론을 알아야 한다.

 

뉴턴은 땅바닥으로 추락하는 사과에 작용하는 힘, 즉 중력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그는 태양계를 비롯한 천체에 작용하는 중력을 설명하기 위해 ‘만유인력의 법칙’을 도출했다. 그러나 뉴턴의 중력 이론은 한계가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뉴턴의 중력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물체와 중력의 관계를 ‘시공간’ 개념을 도입하여 해석했다. 일반성대성이론은 물체와 중력 그리고 시공간 사이의 관계를 정립한 이론이다. 아인슈타인이 해석한 중력은 물체 주위의 시간과 공간을 결정하며, 그 결과로 물체 주위의 시공간은 굽어지고 휘어진다. 물체가 중력을 받아 운동하는 현상은 휘어진 시공간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1920년 중력의 영향으로 빛이 휘어지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전 세계 과학자와 언론들은 아인슈타인이 불가침의 영역이었던 뉴턴 물리학을 밀어냈다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아인슈타인의 업적을 뉴턴보다 높게 띄우려는 ‘아빠’들뿐만 아니라 뉴턴의 중력이론과 상대성이론의 기초 지식이 잡히지 않은 사람들도 아인슈타인이 뉴턴이 구축한 고전물리학의 시대를 종식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동아시아, 2016)을 펴낸 오정근 씨는 상대성이론의 의의를 뉴턴의 이론의 장점을 포함하는 동시에 그것의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이론이라고 설명한다.[2] 저자는 21세기인 지금도 뉴턴 물리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넌지시 알려준다. 뉴턴이 발견한 ‘중력’이 있었기에 아인슈타인은 ‘중력파’를 예측하려고 했다. 중력파는 시공간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인슈타인의 업적은 완벽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호기심과 탐구 정신에 있다. 아인슈타인은 ‘거인’ 뉴턴의 머리 위에 함부로 올라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어깨 위에 올라섰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상승 열망이 있다. 즉, 내가 목표하는 어느 지점으론가 무조건 오르고 싶은 감정 표현이다. 성공을 향한 열망을 적당히 가진다면 별문제 없으나 명예를 얻고 싶다는 열망이 더해지면 상대방의 비판을 무시하거나 자성의 기회를 놓치고 만다. 자신이 처음으로 중력파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조지프 웨버(Joseph Weber)가 그런 인물이다. 1969년 웨버는 자신이 고안한 중력파 검출기, 일명 ‘웨버 바(Weber Bar)’를 이용해 중력파를 검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증 결과는 사실이 아니었다. 과학자들은 웨버의 실패를 교훈 삼아 웨버 바보다 성능이 좋은 중력파 검출기를 설치, 가동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레이저를 이용한 중력파 관측소 ‘라이고(LIGO)’가 설치되었다. 그러나 라이고 설치에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정부 예산 금액에 불만을 가진 천문학자들은 라이고 설치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고, 여기에 웨버도 가세했다. 웨버는 ‘웨버 바’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다.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은 혼자 보기 아까운 책이다. 뉴턴의 중력이론,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그리고 중력파까지 쉽게 설명한 이 책보다 더 좋은 과학책이 있을까. 인터넷에 ‘중력파’를 검색해보면 찾기 쉬울 정도로 관련 자료가 수두룩하다. 현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축복을 받았다. 아인슈타인도 보지 못했던 중력파를 며칠 만에 이해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중력파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중력파 검출기를 가동했다. 8년 동안 중력파 검출기는 총 아홉 차례 가동되었고 기계가 작동된 일수를 모두 합하면 1,378일이다. 천 일 동안 찾기 못했던 중력파는 우리는 책 한 두 권만 읽어도 이해할 수 있다. 중력파 검출기 근처에 살다시피 한 전 세계 과학자들의 노고를 생각해서라도 중력파를 알아두자. 중력파를 이해하는 데 며칠 안 걸린다.

 

 

 

 

 

[1] ‘빌어먹을 물결’, ‘신의 물결’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눈치를 챈 과학 덕후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힉스 입자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한 과학자들의 여정을 정리한 어느 책 제목의 탄생 비화를 빌려왔다. 책 제목이 《신의 입자》(휴머니스트, 2017). 처음에 책 제목을 ‘빌어먹을 입자(Goddamn particle)’라고 정해졌으나 출판사 편집자가 ‘damn’을 빼는 바람에 ‘신의 입자’로 최종 확정되었다. 이거야말로 ‘신의 한수’다.

 

[2]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 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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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10-20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인슈타인 일생 최대의 실수>는 어떤지 모르겠어.
너 이 책도 읽을 거지?ㅋ
난 일단 과학책은 무조건 접고 보는 경향이 있어서...ㅠ

cyrus 2017-10-21 08:21   좋아요 0 | URL
이번에 나온 책이군요. 그 책 출판사 소개 글을 보니까 내용이 약간 평전과 비슷할 것 같아요. ^^

sprenown 2017-10-20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수학이나 과학분야는 영~.... 근데 cyrus님은 뭐.. 장르 문학을 비롯한 순수문학은 기본인데다 미술, 물리학, 천문학까지... 태평양을 넘어 우주에 까지 뻗는 광활한 지식의 스펙트럼. 게다가 뛰어난 글솜씨..어제는 눈이 빠지더니, 오늘은 놀라서 턱이 빠지네요~허 걱.

cyrus 2017-10-21 08:24   좋아요 0 | URL
과찬입니다. 저의 독서는 수박 겉핥는 수준입니다. 깊이 있는 글을 쓰고 싶은데 머리가 잘 따라주지 않습니다. ^^;;

syo 2017-10-20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대학교 2학년 때, <현대물리학>이라 그래가지고, 상대성이론을 무려 챕터 2개로 아작내고 앞으로 죽죽 나가는 과목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랬다고 합니다.....

cyrus 2017-10-21 08:27   좋아요 2 | URL
학교에서 배우는 상대성이론은 왠지 어렵고 재미없을 것 같아요. 학습 진도를 빨리 진행하고 싶은 교수가 물리학을 가르치면 학생들 머리 속에 남는 게 없어요. ^^;;

2017-10-20 2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0-21 08:32   좋아요 0 | URL
라이고를 설치하기 위해서 미국 정부가 투입한 예산이 20억 달러입니다. 다른 과학 분야 과학자들이 반대를 한 이유가 있어요. 외국의 중력파 검출 집단 연구에 참여하는 국내 연구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중력파 검출기를 갖추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해요.
 

 

 

중국에는 안 먹는 게 없다고 할 만큼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있다. 별난 음식 재료들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개미다. 특히 불개미가 중국에서는 정력제로 알려져 있다. MBN <천기누설>에서 건조 상태의 불개미가 정력제로 소개된 적이 있다.[1] 하지만 불개미가 성욕 증진에 효과가 있는지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오랜 옛날부터 중국인들은 개미를 정력 강장에 도움이 되는 식품으로 여겼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연걸 주연의 영화 <영웅>(1995년 작)불개미탕이 나오는 장면이 나온다. 이연걸의 부인은 불치병에 걸려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데, 아픈 엄마를 위해 아들(얘도 아버지를 닮아서 무술 실력이 뛰어나다)이 불개미탕을 만들어주는 장면이었다. 아주 잠깐 지나갔지만, 탕이 담긴 그릇에 죽은 불개미 떼가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들이 지극 정성으로 간호했지만 끝내 그녀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녀의 병세가 심각해서 회복이 불가능한 것도 있었지만, 불개미에 들어있는 산성 성분의 물질이 그녀의 죽음을 이르게 한 원인일 수도 있다. 불개미의 산성 물질은 위나 소화기관이 약한 사람에게는 해롭기 때문이다.

 

 

 

 

 

 

 

 

 

 

 

 

 

 

 

 

 

* 최재천 개미제국의 발견(사이언스북스, 1999)

* 로랑 켈러, 엘리자베스 고르동 지구의 작은 지배자, 개미(작은책방, 2009)

*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 베르트 휠도블러 개미세계여행(범양사, 2015)

 

   

 

 

몇 주 전 붉은 불개미(red imported fire ant)[2]의 등장에 사람들이 한동안 불안에 떨었다. 지금은 소강 국면에 들어섰지만, 여왕개미의 행방이 오리무중이다. 정부는 붉은 불개미 여왕개미가 죽었을 것이라고 판단,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그렇지만 최재천 교수를 비롯한 개미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식 입장이 섣부른 추정이라고 비판했다. 여왕개미는 하루 천 개 이상의 알을 낳으며 환경 적응력이 높은 여왕개미는 수명이 비교적 길다. 일반적으로 여왕개미의 평균 수명은 10~15년이다. 붉은 불개미 여왕개미가 죽지 않고 살아 있으면 어디선가 숨어서 새로운 일개미들로 구성된 군락(colony)을 만들 수 있다.

 

만약 붉은 불개미가 도시에 살게 되면 인명 피해뿐만 아니라 재산 피해도 난다. 미국은 불개미를 테러리스트로 비유한다. 불개미가 전자제품 단전 또는 화재를 일으킨 주범이 되기 때문이다. 개미는 가장 대표적인 초개체(super-individual) 생물이다. 개미 떼는 고도로 분업화된 사회집단이다. 자기가 맡은 역할이 있는 일개미들은 집단 전체의 생존을 위해(좀 더 정확히 말하면 번식 능력이 있는 여왕개미를 보호하기 위해) 이타적으로 자기 몸을 던져 희생한다.

 

 

 

 

 

개미 떼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협동이라는 전략을 선택한다. 불개미 떼는 홍수를 만나면 서로 다리와 입을 무는 방식으로 거대한 뗏목을 만든다. 허리케인이 휩쓸고 지나간 미국 동남부 지역에 물 위로 둥둥 떠다니는 불개미 뗏목이 발견되기도 했다.[3]

 

사실 붉은 불개미보다 더 무서운 녀석이 있다.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열대 지방에 서식하는 군대개미. 개미제국의 발견, 지구의 작은 지배자, 개미에 군대개미의 위력을 설명한 내용이 나온다. 군대개미는 붉은 불개미보다 호전적이며 일반 개미보다 크고 튼튼한 턱을 가지고 있다. 군대개미가 좋아하는 먹이는 바퀴벌레다. 심지어 군대개미 떼는 자신보다 몸집이 큰 전갈도 공격한다. 군대개미는 유목민처럼 이곳저곳 이동하면서 생활한다. 그래서 개미집을 만들지 않는다. 이 녀석들은 전술도 사용할 줄 안다. 종대로 진군하는 군대개미 떼는 일사불란하게 부채꼴 형태로 진군하여 먹잇감을 공격한다. 군대개미 떼가 마을 근처에 오면 주민들은 집 주변에 석유를 뿌리고 난 뒤 서둘러 임시 피난처로 이동한다. 군대개미 떼의 이동을 피할 때 반려동물, 가축도 반드시 데리고 가야 한다. 줄에 묶여서 이동할 수 없는 동물도 군대개미 떼의 습격을 받으면 뼈를 못 추린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 개미(열린책들, 2001)

* 베르나르 베르베르 3인류(열린책들, 2013~2016)

 

 

 

군대개미의 호전성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주는 적절한 소재가 된다. 영화에서 군대개미는 무차별로 사람을 공격하는 식인 개미로 등장한다. 영화 <인다아나 존스 : 크리스털 해골의 왕국>에 나오는 군대개미 떼는 무서울 만큼 빠른 속도로 목표물을 향해 달려든다. 하지만 개미의 느린 걸음속도를 생각하면 영화 속 군대개미의 모습은 과장된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개미시리즈3인류에 나오는 마냥개미는 군대개미의 또 다른 명칭이다. 그런데 소설에 나오는 마냥개미는 산성 물질도 사용할 줄 안다. 그렇다면 이 녀석의 정체는 붉은 군대 불개미인가?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년의 고독(민음사, 2000)

* 세계 공포 문학 걸작선 : 고전 편(황금가지, 2003)

* 이탈로 칼비노 힘겨운 사랑(민음사, 2016)

 

 

 

그밖에도 군대개미가 등장하는 소설은 칼 스티븐슨의 단편소설 라이닝겐 대 개미 떼(세계 공포 문학 걸작선 : 고전 편수록), 이탈로 칼비노의 단편소설 아르헨티나 개미(힘겨운 사랑수록) 그리고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백년의 고독이다. 칼 스티븐슨의 단편소설은 찰턴 해스턴 주연의 영화 <벌거벗은 정글(The Naked Jungle, 1954년 작)>의 원작이다.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군대개미는 다소 과장된 면이 있다.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 다가오고 있는 군대개미 떼를 발견하면 최대한 멀리 달아나면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군대개미의 걸음속도는 빠르지 않다. 군대개미는 좀비가 아니다. 동물이나 인간에게 달려들어 공격하지 않는다. 군대개미는 포식하기 위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먹잇감이 있을 만한 장소를 찾기 위해 이동한다.

 

 

 

     

 

[1] [‘천기누설불개미가 최고의 정력제라고?] (매일경제, 2012816)

 

[2] 최재천 교수는 언론이 보도하면서 사용한 붉은 불개미라는 명칭이 와전됐으며 분류상 정확한 명칭이 붉은 열다미개미라고 했다. ([최재천 교수가 말하는 붉은 불개미“‘살인 개미는 과장최대 골칫덩이”] 국민일보, 2017109)

 

[3] [불개미떼의 하비 생존전략은 '뗏목'같은 부유체 만들기] (연합뉴스, 2017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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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7 1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0-17 18:36   좋아요 0 | URL
죄송합니다.. 드림웍스가 만든 만화 ‘개미’는 알고 있는데 게임 ‘개미’는 잘 모르겠어요.. ^^;;

stella.K 2017-10-17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불개미 출연에 이런 글도 친히 다 써 주시고...
역시 센스쟁이군!ㅋㅋ
베르나르의 <개미>는 정말 재밌었는데...

지금의 집으로 이사 오기 전 먼저 집은 개미가 바글바글했었지.
그런데 바퀴벌레는 거의 없었어.
지금은 개미는 없는데 이따금 바퀴벌레가 출연하고 있지.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아무튼 왠 난데없는 불개민가 생각만해도 징그럽더군.
나도 정부의 발표 안 믿는다.ㅠ

북깨비 2017-10-17 15:11   좋아요 0 | URL
뭔가 상관관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놈들이 한집에 동시에 출현하는 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요. ㅠㅠ

cyrus 2017-10-17 18:38   좋아요 0 | URL
집 안에 사는 바퀴벌레를 박멸하고 싶으면 군대개미를 집에 키우면 됩니다. 세스코보다 바퀴벌레를 효과적으로 퇴치할 것입니다.. ㅎㅎㅎ

syo 2017-10-17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것이 불개미야 물개미야.....

cyrus 2017-10-17 18:39   좋아요 0 | URL
생존할 수 있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녀석들입니다. ^^

서니데이 2017-10-17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레는 무서운데 개미 너무 무섭네요. ^^;

cyrus 2017-10-17 18:40   좋아요 0 | URL
개미 떼가 지나가는 것을 몇 분 동안 쳐다보면 소름이 돋아요. 마치 내 몸에도 개미가 기어 다니는 듯한, 찝찝한 기분이 들어요. ^^;;

북깨비 2017-10-17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대개미는 좀비가 아니다’에서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휴우 😅

cyrus 2017-10-17 18:41   좋아요 0 | URL
사람만 보면 공격하는 개미가 실제로 있으면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ㅎㅎㅎ

sprenown 2017-10-17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고 보면 개미도 불쌍해요.. 먹고 살기 위한 생존투쟁일 뿐인데...

cyrus 2017-10-17 18:43   좋아요 1 | URL
일개미와 수개미가 불쌍해요. 일개미는 일만 하다가 여왕개미를 지키기 위해 희생을 해야 하고, 수개미는 여왕개미와 짝짓기 비행을 마치고 나면 죽습니다.

이하라 2017-10-17 1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장난 아니게 재미났습니다. 붉은 불개미 뉴스로 이런 흥미로운 페이퍼를 쓰실 생각을 하다니 사이러스님도 장난 아니시네요^^;

cyrus 2017-10-18 12:37   좋아요 1 | URL
이 글을 준비하는 동안에 불개미 사태에 대한 최재천 교수님 입장이 언론으로 보도되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썼던 내용 일부를 수정해야만 했습니다. ^^;;

임모르텔 2017-10-17 1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여왕개미의 수명이 15년이나..! 허리가 날씬해서 저는 개미가 섹시해보이던데..ㅋㅋ이연결.. ㅎㅎ제가 20대중반 비디오가게할때 이연걸비됴가 젤 잘나갔어요. 불개미뗏목 ,, 개미들의 대동단결에 장엄함이 느껴집니다. 노아의 방주!! ^^

cyrus 2017-10-18 12:40   좋아요 0 | URL
이연걸의 <영웅> 다시 보고 싶군요. 가끔 <영웅>의 줄거리가 <탈출>과 헷갈립니다.. ㅎㅎㅎ

개미 다리의 힘이 장난 아닙니다. 작다고 얕봐선 안 되는 생물입니다. ^^

sprenown 2017-10-17 2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의 시사감수성과 문학적 글쓰기은 이곳에서는 누구나 다 아는 얘기죠... 정의감도 갑입니다. 부정은 용납 못하죠.. ^^

cyrus 2017-10-18 12:44   좋아요 1 | URL
기사 자료를 찾는 일은 검색하는 방법만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저의 시사감수성을 점수로 매기자면 20점입니다. 경제, 정치에 약합니다. 이 두 가지 분야를 능통하고 싶은데, 이상하게 이 분야 공부를 하려고 하면 게을러져요.. ^^

AgalmA 2017-10-20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총, 균, 쇠> 올해 안에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연말까지 계획표를 짜보니 어렵겠더라는ㅜㅜ; <총, 균, 쇠>를 제가 너무 박대하고 있는 것일까요;;;

cyrus 2017-10-20 18:57   좋아요 0 | URL
이 책은 특별한 목적 없으면 읽을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기 위한 뚜렷한 목적이 있어야지 조금이라도 책을 펴보게 됩니다. ^^;;
 
불확실한 시대의 과학 읽기 - 과학과 사회를 관통하는 생각의 힘을 찾다!
김동광 외 지음 / 궁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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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미래’를 불확실성의 영역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미래’라고 하면 어두운 불안보다는 무엇인가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희망을 떠올린다. 현재는 비록 어둡고 괴롭더라도 언젠가 가능성의 미래가 있기에 참고 이겨나가는 것이 인간사가 아니던가. 과학은 세상의 바람직하지 못한 상태를 좀 더 바람직한 상태로 변화시키는 과정에 기여한다. 20세기 전까지만 해도 과학은 세상을 분명한 것으로 그려냈다. 모든 현상에는 원인이 있고, 그 원인에 해당하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과학은 언제 어디서 ‘불확실성’이라는 괴물로 변할지 모른다. 아무리 과학기술을 잘 활용하여 변화를 촉발한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변화가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에 어떠한 결과와 영향을 가져올지 명확하게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그 이유는 사회 현상을 일으키는 복잡한 인과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과학 지식을 우리가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은 불확실성으로 충만해 있다. 따라서 정부 관료나 과학자 등 권위를 가진 전문가들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내놓거나 정책을 입안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시민과학센터’에 소속된 총 여덟 명의 과학기술 사회학(science technology & society, STS) 연구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민주적 논의와 토론’을 강조한다. 《불확실한 시대의 과학 읽기》(궁리, 2017)는 해결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여덟 가지 사회 문제(구제역, 변형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유전자변형식품 논란, 화학물질 규제, 우울증 치료법, 핵발전소의 안정성,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 기후 변화 대응 방안)들을 되돌아보게 하는 진지한 생각 거리를 던져준다.

 

구제역은 전염성이 강해 세계동물보건기구가 인정한 가장 위험한 A급 질병으로 분류되어 있다. 구제역은 일단 발병하면 불가항력적이다. 정부는 전염병 확진 판정이 난 농장은 물론 주변의 돼지와 소, 염소, 양, 사슴을 모두 살처분한다. 2010년 최악의 구제역 사태 당시, 살처분에 참여한 공무원의 70% 이상이 환청이나 불면증 등 정신적 후유증을 겪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응은 극히 제한적이다. 정부의 조치는 소독과 이동제한, 살처분이 고작이다. 무자비한 가축 살처분을 언제까지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동광 고려대학교 과학기술학연구소 연구원은 구제역의 피해에 대한 판단을 독점하고, 가축 방역에 대한 낮은 의식을 가진 정부의 자세를 비판한다. 가축전염병으로 인해 수조 원의 피해가 발생했지만 가축방역 전담조직은 미미하다. 체계적인 방역 장비 및 시스템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 정부는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언 발에 오줌 누는’ 수준의 대책을 내놓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건 큰 문제다.

 

김병수 시민과학센터 부소장의 글은 유전자변형식품을 둘러싼 찬반 입장이 균형 있게 정리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요즘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GM 어류에 내용이 나온다.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 유전자를 조작시킨 식품개발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이의 유해성에 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문제는 유전자변형식품이 인체 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과학적으로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연식품의 경우 인간이 오랫동안 섭취해온 것이라 인체가 완벽히 적응된 상태다. 그러나 유전자변형식품은 인체로서는 전혀 접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것이어서 인체가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다는 게 과학자들의 지적이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유전자농작물로 만들어진 가공식품에 유전자조작 여부를 표시하도록 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유전자농작물의 수입, 판매를 금지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유전자변형식품 표시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크게 제한할 소지가 있다.

 

막대한 건설비, 안전성, 핵폐기물 처리 문제 등을 둘러싸고 원전의 안전성과 장래에 대해 끊임없이 논란이 일고 있지만, 원전은 지금까지 인류가 개발한 전원(電源) 중에서 효율성과 경제성이 가장 뛰어나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에너지 자원이 없다시피 한 우리나라로서는 원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박진희 시민과학센터 소장과 이영희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한계와 필요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원전 딜레마’를 풀기 위해서는 원자력을 다루는 사회적 합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정-발표’로 이어지는 정부의 권위주의적 방식을 버리고, 시민 사회와 정부, 원자력 사업자가 함께 원전 문제 및 탈핵 대안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불확실한 시대의 과학 읽기》는 과학 논리만으로 다 해명되지 않는 과학 안의 갈등, 논쟁, 권위 같은 사회적 요소들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과학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과학지식의 절대적 권위에 익숙하고, 과학기술을 마치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예상 가능한 확실성으로 착각하는 이들에겐 낯설기까지 하다.

 

정치 세력 혹은 정치적 이념이 과학에 의지하면 돈 혹은 명예를 누리려는 기회주의자들이 빌붙게 마련이다. 이런 세력이 퍼뜨리는 거짓 정보에 속지 않으려면 과학을 공부해야 한다. 무지가 낳은 편견은 어떤 자기 검열 과정을 무시하고 거짓과 교만을 먹이 삼아 자란다. 집단적 편견이 지배 담론으로 일방적으로 행세하는 사회가 되면 사회 문제에 대한 공론화를 활성화하지 못한다. 사회적 갈등에 대해서는 그 갈등을 야기한 쟁점을 충분히 공론화해서 이해당사자들뿐 아니라 사회 각계에서 숙의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숙의란 깊이 생각하여 충분히 의논하는 자세이다. 다시 말해서 다양한 논의와 사회적 학습이 중요하다. ‘확실한 해답’만 찾으려는 논쟁은 타협할 수 있는 값진 학습기회를 포기하는 일이다. 그 결과 사회의 불확실성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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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7-09-14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주적 논의와 토론’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죠.

cyrus 2017-09-14 19:09   좋아요 0 | URL
당연한 건데, 우리 사회의 현 상황을 봐서는 힘들어 보입니다. ^^;;

표맥(漂麥) 2017-09-14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때 ‘미래’는 밝음이었지만... 지금은 우울할수도 있겠다는 ‘불안‘이 항상 한 귀퉁이를 붙들고 있습니다... 과학을 공부하면 불안이 좀 줄어들까요? ^^

cyrus 2017-09-14 21:00   좋아요 0 | URL
과학을 공부한다고 해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줄어들지 않을 겁니다. 아직 과학이 풀지 못한 현상이 많습니다. 그리고 과학이 ‘만능 열쇠‘가 될 수 없습니다. ^^

감은빛 2017-09-15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 책 읽어봐야겠네요.

과학자 혹은 전문가에게만 맡겨서는 절대 안된다는 걸
황우석 사태 때 뼈저리게 느꼈을텐데,
지금 핵마피아들은 또 똑같은 말들을 반복하고 있네요.
그들이 소위 전문가라면,
탐욕에 눈이 멀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스스로 깨우쳐야 하지 않을까요?

cyrus 2017-09-15 22:45   좋아요 0 | URL
이 책에 ‘원전’, ‘핵폐기물 처리’ 문제를 다룬 두 편의 글이 나옵니다. 그런데 탈핵 문제를 심도 있게 접근하는 감은빛님의 수준을 생각하면 아주 기본적인 내용만 소개하는 글로 보일 수 있습니다.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어요. ^^;;

sprenown 2017-09-15 17: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고로, [과학의 조직된 회의주의 정신은] 과학이 다른 영역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것에 대한 저항의 원천이 된다. 종교계 쪽에서의 저항은 경제나 정치적 그룹의 저항에 비해서 이제 덜 중요해졌다. 최근 저항들은 과학의 특정한 발견이 종교, 경제, 정치의 영역에서의 도그마를 부인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저항과는 거리가 멀다. 반대로 최근의 저항들은 과학의 회의주의가 기존 권력의 분배를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나타나는 상당히 모호하지만 넓게 확산되어 있는 양상을 띤다. 머튼, 「과학의 규범적 구조」 (1942) 중에서

cyrus 2017-09-15 22:48   좋아요 0 | URL
지나친 회의주의는 과학을 냉소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학문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저는 과학의 회의주의가 삶을 즐겁게 해주는 상상력까지 제한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우주, 시간, 그 너머 - 원자가 되어 떠나는 우주 여행기
크리스토프 갈파르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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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주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답을 몰라도 상관 없다. 그런데 이 질문만 봐도 현기증이 인다.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태초에 빅뱅(Big bang)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1백50억 년 전쯤 일어난 대폭발의 여파로 오늘의 우주가 생겼다. 빅뱅 이후 팽창해온 우주는 무한대의 공간이다. 우주에는 3천억 개의 별들이 모여 사는 은하가 있다. 별은 사라지지 않았다. 우주에 있는 별의 숫자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단지 도심의 불빛과 대기오염 때문에 가려져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주의 별은 얼마나 될까. 앞으로 소개할 책의 저자는 별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려고 별을 ‘모래알’로, 은하를 ‘정육면체 상자’로 비유한다. 이 문장만 봐도 우주가 얼마나 큰지 짐작된다.

 

 

은하수는 우주의 거대도시라고 할 수 있다. 3000억 개의 별들이 모여 사는 이 번창하는 도시에서 우리 태양은 그저 수많은 별들 중 하나일 뿐이다. 마분지로 만든 1미터 높이의 정육면체 상자를 가져와 바닷가의 모래로 그 상자를 가득 채우라고 하라. 그렇게 모래로 가득 채운 상자를 300개나 만든 뒤, 그 안에 든 모래알의 숫자를 모두 합해야 비로소 우리 은하에 있는 별들의 개수가 된다. (56~57쪽)

 

 

크리스토프 갈파르(Christophe Galfard)《우주, 시간, 그 너머》(RHK, 2017)는 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는 정신체가 된 저자가 들려주는 우주와 과학의 광대한 역사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우주가 돌아가는 원리와 그 원리의 실체를 밝혀줄 수 있는 최신 과학 이론을 동시에 알려준다. 저자의 필력이 대단하다. 그림과 도표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문장으로 우주와 과학 법칙을 설명한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책에 ‘E=mc2’를 제외한 공식이 단 한 개도 나오지 않는다.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에게는 ‘그림 없는 과학책’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우주, 시간, 그 너머》는 과학상식이 빽빽하게 채워진 그저 그런 과학책이 아니다. 이 책은 우리가 피부로 느낄 수 없는 우주의 실체를 보여준 여행기다. 저자는 정신체가 되어 우주라는 거대한 바다를 자유롭게 유영하다. 한 번 빨려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black hole) 근처에 가보기도 한다. 까마득한 태초의 우주 공간에 나타난 최초의 별부터 블랙홀까지 우주를 넘나드는 저자의 탐사는 풍부한 상상력과 과학적 사실로 증명해내는 기교를 보여준다.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호킹 복사’를 문장으로만 쉽게 설명한 사람이 과연 있었을까. 블랙홀이 발생하는 원리와 그 실체를 잘 이해하고 있다면 갈파르의 설명만 봐도 호킹의 이론을 알 수 있다. 호킹의 주장을 충분히 이해했다면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까치, 1998)를 안 봐도 된다. 사실 갈파르는 호킹의 제자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다.

 

생명이 있는 것은 반드시 죽는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것은 하나같이 사멸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우주의 법칙이다. 모든 생명체와 무생물이 함께 공존해 있는 지구, 더 나아가 별과 우주도 예외가 아니다. 사람의 경우는 신생아의 몸무게로 그 아이의 수명을 알아낼 수는 없다. 하지만 별의 세계에서는 태어날 때의 질량으로 그 별의 수명을 알 수 있다. 별의 질량이 커질수록 별빛이 밝아진다. 질량이 커지면 중심의 온도가 높아져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별은 죽을 때가 되면 점점 부풀어 오르게 된다. 태양보다 큰 별들은 ‘초신성’이라고 하는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게 된다. 이 폭발에서 나오는 별의 분해 물질들이 우주로 퍼지게 되고, 그 물질들이 모여 지구와 같은 행성을 만들게 된다. 우주에는 잉여라는 것이 없다. 별은 그저 반짝거리기만 하는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다. 생성을 위해 사라지는 별들의 장엄한 최후. 별의 소멸은 우주에서 빛나는 부고(訃告)인 동시에 새로운 별의 탄생을 알리는 축복의 신호다. 그래서 우주는 경이롭다.

 

태양도 앞으로 약 50억 년이 지나면 그 수명을 다해 별로서의 일생을 마친다. 그렇게 되면 지구는 증발해서 사라지는 운명을 맞을 수 있다. ‘우주의 먼지’ 지구 안에서 사는 인류는 미세먼지에 불과하다. 이 미세먼지들은 우주가 점점 늙어가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지구 속 미세먼지는 자신보다 몇억 배나 큰 우주를 ‘정복’하고 싶어 한다. 이들은 지구가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 전쟁을 일으켜서라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을 벌인다. 실컷 일을 벌여놓고 자연을 파괴한 일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 계속 이렇게 가다가 지구가 태양보다 일찍 멸망해도 할 말 없다. 우주에서 가장 쓸모없는 유일한 잉여, 그리고 우주에서 가장 위험한 미세먼지는 바로 인간이다.

 

 

 

 

 

 

 

※ Triv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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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7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18 20:51   좋아요 0 | URL
지금 인류의 욕망은 폭발하기 일보 직전입니다. 언제 크게 터질지 모릅니다.. ^^;;

꼬마요정 2017-08-17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이 와 닿습니다. 우주에서 가장 위험한 미세먼지는 바로 인간이다.

오탈자 지적하신 부분.. 너무 재밌습니다. ㅎㅎ

cyrus 2017-08-18 20:53   좋아요 0 | URL
만약 외계인이 진짜로 있다면 그들도 우주의 먼지겠죠? ㅎㅎㅎ

나와같다면 2017-08-17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 님은 우주의 크기, 공간에 대해서 생각하실 때 공포감 느껴본적 없으세요..?
전 그 공간과 시간이 감당할 수 없는 공포로 다가온 적이 있었어요..

cyrus 2017-08-18 20:54   좋아요 0 | URL
제가 우주 공포증 약간 느낍니다. 우주 사진을 보면 기분이 이상해집니다. ^^;;
 
생명과학, 신에게 도전하다 - 5개의 시선으로 읽는 유전자가위와 합성생물학
김응빈 외 지음, 송기원 엮음 / 동아시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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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인류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인간 게놈 지도 완성 이후 개별 유전자의 역할을 분석하고 있으며, 이것이 성공하면 유전병이나 암 등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생명공학 기술을 통해 아이가 잘생긴 얼굴과 예술적 재능까지 갖고 태어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 ‘트랜스휴머니스트(transhumanist)’가 있다.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은 미래에 태어날 새로운 인간을 ‘포스트휴먼(posthuman)’이라고 부른다. 포스트휴먼은 ‘슈퍼 인텔리전스(superintelligence, 초지능)’를 갖고 있으며 병에 걸리거나 늙지 않는 존재이다.

 

생물학자들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 싶은 목표는 자기 손으로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욕구가 바탕이 되었는지는 몰라도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말 그대로 생명체의 기본 단위인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합성해 새로운 기능을 갖게 만드는 분야다. 요즘 전 세계가 주목하는 과학 성과 중 하나가 바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이다. 크리스퍼는 본래 박테리아의 유전체에서 특이하게 반복되는 염기서열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박테리아는 이전에 침입했던 바이러스의 DNA를 자기 유전체 안에 차곡차곡 쌓아둔다. 바이러스 침입 때 저장해둔 DNA 정보를 확인해 바이러스 DNA를 찾아 절단하는 방어 시스템을 작동하는데, 이것을 ‘크리스퍼’라고 말하며 유전자 가위 기술은 이것을 응용한 것이다. 유전자가위만 있으면 유전자의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해 원하는 부분을 잘라낼 수 있다. 모든 세포는 자가 복구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는 자신이 원하는 변이를 만들어서 특정 유전자 기능을 없앤 실험용 동물을 만들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의 기능을 없애 질병 치료에도 응용할 수 있다.

 

합성생물학은 질병의 치료방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므로 이에 관한 연구는 단순히 호기심 차원을 넘어서 산업적으로도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생명과학, 신에게 도전하다》는 우리의 미래를 바꾸어놓을 것으로 찬사를 받는 합성생물학의 빛과 어둠을 소개하는 책이다. 이 책은 합성생물학에 관한 전문지식을 일반 독자에게 쉽게 알리기 위해 저술됐다. 이 책의 과학 부문 집필을 맡은 송기원, 김응빈 교수는 이 책을 통해 합성생물학의 유전자가위 기술의 장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무엇보다 전문적이고 어려운 생물학 지식을 쉽게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학에 대한 독자들의 거부감을 상당 부분 불식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유전공학기술과 윤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합성생물학의 발전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합성생물학은 난치병 치료, 신약 개발 등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생명의 가치, 인간의 존엄성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책에 나오는 합성생물학에 반대하는 관점들은 주로 과학적 사실 자체보다는 윤리, 법, 사회적 관점 등에 근거한 가치 판단에 따르고 있다. 방연상 교수는 신학자의 입장에서 합성생물학을 바라보는데, 그는 오늘날의 합성생물학이 인문학적 성찰을 배제한 채 독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탐욕스런 인간들이 우생학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고, 테러리스트의 손에 넘어가 생물학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합성생물학을 상업적으로 악용하는 걸 어떻게 막을까 하는 것이다. 생명공학 반대론자들은 연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을 원하지만, 잘못하면 연구를 음성화시켜 악용하는 길만 터주는 터무니없는 결과만 초래할 수도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덮으면, 독자는 스스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과학기술의 발전 자체가 문제일까, 아니면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욕망이 문제일까. 오리무중인 해답을 독자가 제각기 판단해볼 수 있게끔 다양한 관점들을 제시해주는 배려가 이 책의 최대 매력이다. 나날이 관심받는 합성생물학의 발전에 있어 좀 더 겸손해지지 않는다면 우리 인류는 예상치 못한 문제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신학, 철학, 윤리학 등으로 연구 성과를 바라본다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비인간적인 상황들을 대처할 수 있다고 본다. 과학자들은 실험의 의미와 자신이 수행하는 연구의 파급효과를 윤리적 측면에서 검토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합성생물학을 ‘연구실 속 학문’으로 남겨둬선 안 된다. 과학이 연구실 밖으로 나와야 시민들 사이에서 논의와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과학 소비자인 시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 생명공학은 발전할 수 없다. 우리 스스로 노력도 필요하다. 반대만이 능사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오늘날의 과학이 어떻게 발전되고 있는지 선행 공부를 하고 나서 따져도 늦지 않다. 과학적 접근 없이 과학 자체를 불신하는 것은 무지와 오류에 기반을 둔 비이성적인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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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6 2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17 12:36   좋아요 0 | URL
과학자들의 책임감도 정말 중요합니다. 윤리의식이 없으면 실험결과에 대한 책임감이 떨어집니다.

transient-guest 2017-08-17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인간복제실험도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을거란 의심을 합니다 돈이나 군사목적의 욕망은 무제한이니까요 어려운 문제 같습니다

cyrus 2017-08-17 14:46   좋아요 0 | URL
비밀 실험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험에 대한 제재의 강도가 커질수록 과학자들은 숨어서 실험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