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북 출판사로부터 봄에 20권 가까이 기증받은 책.  아이들과 함께 읽고 독후활동을 보내드리기로 했었다. 엄청난 결과물을 보내드린 건 아니지만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 

  중1일 읽기엔 좀 벅찼을텐데 예림이가 참 열심히 읽었다.  기특한 아이이다.  (양철북 다음 까페에 올려놓았던 예림이가 쓴 독서록을 옮겨 놓는다.)

 

 

 

2009년 6월 20일 토요일  “바람이 들려준 노래”  처음~44쪽

  처음에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읽다보니 점점 빠져들게 되는 것 같다. 친구들이 재미있다고 해서 그 동안 궁금했었다.

  이 책에 손도 안 댈 것 같았는데 읽기 시작했구나.

  혹시 어렵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는구나. 이 책에서는 젊은 두 여자가 전쟁을 겪은 이야기를 하고 있단다. 내가 ‘데비’나 ‘린다’의 입장이라면 어떨지 생각하면서 읽어 보자. 예림이, 잘 하고 있구나. ^^;;     (6월 29일 담임샘)

 

  7월 9일 목요일  “바람이 들려준 노래”  ~ 68쪽

  린다가 군대에 지원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내가 데비였어도 린다를 말릴 것 같다. 그래도 린다를 뒤에서 응원할 것 같다. 앞으로 내용이 궁금하다. *^^*

  그렇지? 린다 정말 대단하지? 베트남에 가서도 린다의 활동 내용이 대단하단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했던 ‘전쟁’의 모습보다 훨씬 더 처참해서 많은 갈등을 하게 되지. 린다가 전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게 되는지 그 생각의 ‘변화’를 파악하면서 읽어보렴.

  방학 때도 꾸준히 읽는 예림이가 되길 바랄게.  (7월 10일 담임샘)




  7월 14일 화요일  “바람이 들려준 노래”  ~79쪽

  데비가 리더(?)가 되어서 집회 현장에서 사람들을 이끌어 나가는 게 대단하다. 그런 어려운 일(시위 현장에서 징집 영장을 불태우는 일)을 나에게 하라고 한다면 겁이 나서 하지 못할 것이다. 4명이 모두 경찰서에 잡혀갔는데 폴과 데비는 잡히지 않았다. 데비는 참 강한 여자이다.

  

  7월 15일 수요일  “바람이 들려준 노래”  ~89쪽

  린다가 어디로 가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이해가 안 돼서 ^^;;) 그래도 일단 비행기 내부의 설명을 들어보니 좀 끔찍했다. 엄청 더울 것 같다. 그리고 제리라는 남자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다.




  7월 17일 금요일  “바람이 들려준 노래”  ~137쪽

  《린다》제리는 재미있는 사람이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까지 예기하는 것을 보니 린다와 친해진 것 같다. 린다가 내린 곳은 베트남이었는데 내리자마자 그 뜨거운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니 힘든 날이 예상된다.

  신디와 린다가 지내게 될 숙소는 정말 짜증나는 곳이다. 뜨거운 온도, 많은 곤충, 파충류, 습기 때문에 축축하게 젖은 침대 시트... 나는 이런 곳에서 단 하루도 못 버틸 것이다.

  저녁에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울렸을 때는 정말 놀랐다. 혹시 린다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할까봐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별 게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이제 처음으로 린다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병실에 들어간다고 하니 두근거린다.

  《데비》아빠와 관계가 많이 안 좋아졌다. 데비가 교회에 갔을 때 목사님 말씀 중에 그렇게 크게 소리친 게 당돌하기도 하다. 교회에 갔다 왔을 때 누군가 데비의 방을 뒤졌는데 그게 누굴지 궁금하다.




  8월 29일 토요일  “바람이 들려준 노래”  ~185쪽

  《데비》 데비가 시위를 하는 장면이 내 눈 앞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생생하다. 데비가 갑자기 누군가에게 맞아서 피가 흘렀다는 부분을 읽을 때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린다》또 환자가 대량으로 왔다. 린다가 일하는 수술실에서는 피냄새가 진동할 것이다. 내가 린다라면 그런 곳에서는 일하지 못할 것이다. 책으로만 읽어도 헛구역질이 난다. 린다는 참 대단하다. 전쟁 때문에 죽어가는 젊은 사람들, 학생들이 너무 불쌍하다.

이 책은 마치 청소기처럼 흡입력이 좋다. 내 정신이 오직 이 책에만 집중된다. 너무 재미있다.

  예림이가 포기하지 않고 이 책 열심히 읽었구나. 너무 너무 잘 하고 있구나. *^^*

  데비가 자신의 뜻을 바꾸지 않고 ‘반전 운동’을 하는 것도 대단하고, 린다가 위험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아픈 병사들을 치료하는 모습도 인상 깊단다. 나중에 린다가 전쟁 후에 겪는 아픔, 슬픔을 알게 되면서 전쟁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어.

  예림아! 마지막까지 재미있게 읽어 보렴.    (9월 3일 담임샘)




  9월 7일 월요일  “바람이 들려준 노래”  ~259쪽

  드디어!! 린다가 제리 폭스를 만났다. 린다가 치료할 병사가 도착할 때 ‘그 사람이 제리였으면’ 했는데 실제로 제리라니!!!  정말 대단하다.

  그런데 린다가 제리와 끝까지 좋은 인연으로 남지 못해 무척 속상했단다.

  쉬는 시간마다 이 책을 열심히 읽는 예림이 모습! 정말 보기 좋단다.

  독서록 정리도 너무 잘 해 놓았고. 이렇게 한 권, 한 권 차분히 읽다보면, 얻는 것도 많을 거야. 꾸준히 읽도록 하자~~~      (9월 9일 담임샘) 

 

9월 14일 월요일  (  ~331쪽)

린다가 드디어 고향으로 돌아왔다. 내가 만약 린다라면 부모님 말씀을 잘 들을 것 같다. 그런데 린다는 왜 그렇게 부모님께 퉁명스럽게 대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   데비의 시위대에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생겼다. 같은 편들끼리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전쟁을 직접 겪은 '린다'와 전쟁을 머리로만 알고 있는 '린다 부모님' 사이에는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을 거야. 우리도 전쟁을 바로 알기 위해서 이렇게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거란다. ^^

 

9월 18일 금요일  (   ~끝)

드디어 끝까지 다 읽었다. 처음 펼쳤을 땐 이해도 잘 되지 않았고 왠지 어려운 내용일 것 같았다. 하지만 다 읽어보니 재미있었다.

린다에게 윌리엄이라는 새로운 남자 친구가 생겼다. 제리가 너무 불쌍하다. 제리는 린다를 많이 좋아했는데 안타깝다. 그리고 마지막 구절을 읽었을 때는 너무 흥분되었다. 책을 다 읽어서, 내용이 재밌어서, 이런 생각들이 섞여서 그런느낌이 들었나 보다.

 다 읽었구나. 잘 했다. ^^

 
예림이가 느리지만 천천히 책과 친해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올 한 해 얻게 된 큰 소득 중 하나이다. 그래서 자랑하고 싶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건지 아일랜드 감자 껍질파이 클럽 

꼭 한 번쯤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수많은 책들 중에서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편지 모음의 독특한 소설이다. 엘리자베스와 줄리엣. 이 둘은 정말 매력적이다. 목숨을 걸고라도 불의에 절대 굴하지 않던 엘리자베스. 독일인 의사와도 어떠한 편견 없이 순수한 사랑을 나눌 수 있었던 그 여인. 알면 알수록 더욱 묘한 매력이 풍기는 '같이 차 한 잔 하고 싶은' 그런 여인이었다.  

그냥 개인적으로 독일인들이 포로들을 다루는 부분 중, 여성의 월경까지도 모욕하는 그 부분은 치욕스럽기도 하고 너무 섬뜻하기도 하고 차마 인간으로서 그럴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았다. 어찌 그리도 사람을 함부로 다룰 수 있단 말인가? 

두껍다고 편견을 갖지 말고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모두모두 

 

2. 꽃섬고개 친구들 

김중미 작가의 전작인 "거대한 뿌리" 보다는 감동이 덜한 편이지만 나름 마음 따뜻한 소설이었다. 평화, 대체 복무에 대해 그리고 우리 생활 속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무서운 '폭력'의 모습을 다시금 마주보게 되었다. 그리고 반성을 했다. 사소한 말 한 마디, 체벌도 줄이도록 노력해야 겠다고...  

 

3.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학부모에게서 오랫만에 선물로 받은 책이다. 그리고 예상하지 않았는데 다 읽어 버렸다. 그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부모(선해보이는 두 부부)직접 학교까지 찾아와 성심성의껏 준비한 선물이라는 걸 알기에 다 읽어서 왠지 그 분들 보기에 면목이 조금은 서는 듯 하다. 나도 책 선물을 가끔 하기는 하지만, 다 읽어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책에 대한 취향은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공지영 책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밖에 읽지 않았고, 그녀에 대한 사적인 가십(특히 이혼의 내력에 대한...) 때문에 책에 더욱 손이 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공지영이라는 작가가 좀더 개인적으로 가깝게 느껴졌다. 그저 한 평범한 싱글맘이라는 걸...  

어차피 바꿀 수 없는 미래에 대해서 너무 과도하게 걱정하지 말 것, 내 맘대로 할 수 없기에 재미있는 것 아니겠는가 등등 요즘 나의 화두와 맞아 떨어지는 측면들이 있어 위안이 많이 되었다. 내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나를 '이상한 교사'로 몰아가는 그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무척이나 절망하고 있었을 때, 나를 위로해 준 것은 남편도 아니고 그 누구도 아닌 공지영 작가였다. 상처를 아직도 많이 받는다는 건 아직도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이겠지... 좀더 잘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거겠지. 위안을 해 본다. 

 

그리고 한비야님의 책과 공지영 작가의 "도가니"를 주문해 놓았다. 나에게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를 선물해 준 그 마음 따뜻한 학부모님께 한비야님의 새 책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분에게도 좋은 의미가 되기를 바라며...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9-07-07 0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지아일랜드에 단 댓글 따라 왔어요.
같은 책을 읽었다는 것으로 초면인데도 친밀감을 느껴요.^^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는 읽지 않았고 도가니와 한비야님 책은 예약주문했었지요.
7월 31일 한비야씨 만나고 싶어 신청했는데...
 

 홍민이가 읽은 책이라 무조건 읽어 보았다. 우리 반 아이 중 독특하면서도 왠지 매력있는 방송반 홍민이. 작가의 서정적인 문체가 눈길을 끈다. 한동안 "마르야레나 렘프케"의 이름을 외우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글의 느낌이 좋아서...

 주인공인 레나. 그리고 아빠. 아빠도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레나.

"돌이 새였을 때"를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난 이 책이 더 느낌이 좋다. 먼저 읽어서 그런가?

 

 이 책에도 레나가 나온다. 그리고 주인공인 페카가 나온다. 항상 사물의 본질을 볼 줄 아는, 하지만 육체의 장애를 가진 페카.

페카의 순수한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비룡소 독후감대회 때문에 2번 읽은 책. 

  준호, 정아, 승주. 그리고 할아버지.

 정아. 작년에 유예시켰던 그 아이와 이름이 같아서 많은 생각들이 더 났던 책.

 느낌이 남달랐다.

 

  "행복한 아침독서" 측으로부터 기증받은 책.

 이혼으로 인한 가정에서 살아가는 초등학생 주인공의 삶이 무겁지 않게 그러면서도 현실감있게 나타나 있다. 어른이 된다는 것. 그리 달갑지 않다는 걸 알게된 초등학교 5학년의 삶의 모습. 이혼한 아빠와 다시는 만나지 못하리라는 예감이 드는 그 부분. 비를 맞고 뒤돌아서 가는 아빠에게 우산을 드리고 싶지만 아빠는 거절하고 만다. 왜냐... "우산을 받으면 다시 돌려주려 와야할 것 같기 때문..."

 

 관우와 소영이가 다 읽었다고 한 책. 500쪽이 넘는 책.

 아직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한 10여쪽 남았다.

 학년말 업무가 폭주하는 기간에 읽은 책이라 좀 정신없이 읽었다.

 그루웰 선생님이 무조건 존경스럽다. 우리의 학교 상황은 문제아의 담임을 맡을까봐 서로들 전전긍긍하는데... 학생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 정말로 닮고 싶은 점이다.

 

  좀 더 읽은 것 같은데 왜 이리 기억이 안 나는지...

  사람의 망각력은 정말 대단하다... 방학 때 몇 권 더 읽어야 하는데...

  생각 뿐이다. 윤재 책하고 내 책하고 화장품... 90000원 정도 질러 버렸다.

  스트레스 해소용인듯... 그래도 다른 것 사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런지...

  스스로 위안을 해 볼 뿐이다. ^^

  2008년 새해 첫 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에는 읽는데 좀 힘들었지만 나름대로 재미있던 책. 어른이 되서 읽는 것보다는 청소년기에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

 

 

 

 

 

 

 

 

 

 

 

 

 

 

 

 

 

 

 

 

 

 

 진광이와 요한이가 읽은 책. 이 책의 주인공의 상황을 떠올리면서 가슴이 많이 아팠던 책. 학교와 교사가 더없이 작게만 느껴졌던, 그래서 너무나 속상했던 책. 교사로서 생각할 거리가 무척 많다고 생각한다.

 

 

푸른숲 출판사 청소년팀에서 보내주는 신간들 중에서 읽어본 책. "엄마가 사라졌다"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두 사촌의 이야기가 경쾌하게 나와 있다.

 

 

창비 출판사로부터 기증받은 책. 쉽게 잘 읽히는 책. 10대들의 인터넷 문화 및 또래 문화를 새로 알게 되었다. 개인 블로그로 인해 일어나는 일들이 조금은 섬뜩했다. 서로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자기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의 블로그에는 너무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아 서글픈데... ^^;; 그래서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ㅋㅋ 조용히 사는 것이 최고인 듯 ㅋㅋ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를 지은 작가라고 해서 더욱 눈길이 갔던 책.

 영국까지 발레 유학을 떠난 주인공의 자잘한 심정이 잘 나타나 있다. 그 와중에 부모님이 이혼을 하고 그것을 이겨내는 주인공의 심리가 잘 읽힌다. 여름에 읽은 책.

 

 

  '발끝으로 서다'를 사면서 같이 산 책. "발끝으로 서다"의 느낌이 너무 선명해서 조금은 희미해진 책. 느티나무를 벗 삼아 살아가는 보잘것 없는 서민들의 삶이 주인공인 중학생 남자 아이의 시선으로 나타나 있다.

  늘 노름만 일삼는 아버지를 부정하고 돈만을 추구하는 어머니에게도 마음 줄 곳은 없고, 어렸을 적 농약을 잘못 마셔 정신연령이 5살밖에 안 되는 누나. 이 상황에서 희망을 찾기란 너무나 어렵다. 하지만 주인공은 이런 상황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어렵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래는 중 3 아이들 연합고사 본 다음 아이들이 무한정의 수다에 빠져있는 교실의 한 켠에서 짬짬이 이시다 유스케의 "가보기 전엔 죽지 마라"를 읽었다. 이시다 유스케의 글은 그야말로 뚝뚝 조금씩 시간이 주어지는 학교 생활에 적당한 책이지 않았나 싶다. 거의 2주 가까이 읽은 책이다. -.- 그러다보니 여정을 잘 따라가지 못 할 때도 있어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책이었다. 남미의 티칼을 꼭 가봐야겠다는 소망이 생겼다는 것이 작은 수확이다. ^^;;

  그다음 겨울 방학 내내 문집을 갖고 끙끙 대다가 무조건 손 가는 대로 잡은 것이 김중미의 "거대한 뿌리"이다.  우리 사회의 그늘진 부분인 혼혈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그려놓았다. 이성적으로는 모두 평등한 사람이라는 생각 이면에 강하게 똬리를 틀고 있는 혼혈인에 대한 이질적인 생각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김중미라는 작가가 동두천에서 성장했다는 것도 관심이 많이 갔다. 처음에 의정부에 발령을 받고, 아무렇지도 않게 버스를 타고 그 수많은 미군 부대를 지나쳤던 나의 무심함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효순이 미선이가 죽었을 때도 무덤덤했던 나의 일상들... 일상은 그래서 무서운가 보다. 이렇게 잘도 잊혀지니...

  2월 개학을 하고도 여전히 수다에 빠져있는 곧 고등학생이 될 나의 제자들... 그런 가운데 그동안 책 표지와 제목에 이끌려 한 번은 읽고 싶었던 강미의 "길 위의 책"을 잡는다. 아이들이 떠드는 통에 정신이 없어 읽을 때 약간 힘들기도 했지만 나리와 필남의 은근하면서도 두터운 우정, 집안 환경으로 인한 내면의 갈등, 책과 독서 동아리를 통한 인물들의 내적 성숙 등이 잘 나타나 있었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이 책을 만났다면 좀더 도움을 많이 받지 않았을까 싶다. 여고생들의 내면 묘사가 세세한 부분까지 잘 되어 있다. 입시로 얼룩진 우리의 고등학교 현장에서 이런 토론이 가능할까 싶기도 하고, 이런 수업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 작가가 한없이 부러워지는 그런 책이었다.  근데 왜 정작 할 일 없는 아이들한테 같이 책을 읽자고 말 하지도 못한 건지... 이럴 때 보면 참 소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이유 없는 야유와 반대에 맞서 나갈 수 있는 좀더 용기있는 교사가 되어야 하는데...  오랜 과제일 뿐이다. 그런 자책이 들 때면 내 안으로 침잠할 뿐이다. 이것도 병인가?

  그리고 2월의 마지막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이 순간, 3월의 정신없는 시간 앞에 잠깐 주어지는 이 시간에 발레리 제나티의 "가자에 띄운 편지"를 읽는다. 아직 첫 부분이지만 3월이 시작되기 전에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같은 느낌일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통일 관련 드라마였는데 남한의 예쁜 소녀가 하얀 원피스를 입고 휴전선을 넘어 비무장지대(아마 상상 속의 공간이겠지만...)에서 북한의 소년(멜빵 반바지를 입었던 듯...)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서로 헤어지는 그 내용이 생각이 났다. 중학생 때 쯤에 본 것 같은데 그 당시 북한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 적대감을 갖고 있었을 텐데도 그 드라마를 통해 막연하게나마 북한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참 영상이 아름다웠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큰 문제이겠지만... 가자에 띄운 편지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모습을 좀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청소년 소설 위주로만 손이 가니 좀 불안하기도 하다. 근데 이상하게 자꾸 마음이 이쪽으로 가고, 읽다보면 편안해진다. 이를 어쩌리!!! 그냥 읽을 수밖에. ㅋㅋㅋ

 새로 만나는 아이들하고는 몇 명이라도 같이 독서 모임을 가져보고 싶은데...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이번에 읽은 이 책을 빌려주면서 몇 명 마음을 좀 떠봐야할 것 같다. 좀 의욕적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걱정은 그만 하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