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함께 읽는 성경 이야기 : 구약 - 개정판
헨드릭 빌렘 반 룬 지음, 한은경 옮김 / 생각의나무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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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와 오랜 세월 상상력이 빚은 명화가 함께 어우러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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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의 회전 세계문학의 숲 6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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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자주 썼다 벗었다 하는 편이라 그런지 안경테 다리 부분 나사가 금세 헐거워지곤 한다. 가끔 신경을 써서 조이지 않으면 다리가 달아날 수도 있다. 안경을 쓰고 벗는 행위는 종종 사물을 인식하는 차이를 감지하는 훈련이 된다. 안경을 벗었을 때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확인 불가능한 뿌연 시력은 내 존재를 확인하고 손을 들거나 다가오는 누군가를 전혀 낯선 존재로 탈바꿈시킨다. 상대방도 자신의 얼굴을 낯설게 바라보는 나를 점차 이상하게 생각한다. 다른 사람인가? 꿈틀되는 인간형의 무언가는 유령이나 다를 바 없다. (좀비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하면 굳이 안경을 끼거나 말거나 상관이 없다.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수단은 무표정한 좀비들을 차곡차곡 세워놓은 듯하다.) 

불분명한 근거만 두고 생각이 치달리면 점차 속도를 더해 하나의 얇고 긴 선을 이루면 집착에 다다르고, 자칫 씻을 수 없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 비유하자면 나사를 끝까지 조이다가 인식 가능한 도구이자 통로인 안경을 아예 망가트리고 마는 것이다. 다른 가능성을 배제하고 고착화된 확정-잘못되거나 성급한 판단이기 쉬운-은 곧 되돌릴 수 없는 후회로 돌아온다. 헨리 제임스의 소설 <나사의 회전>은 내면을 옥죄는 집착이 마침내 살인에 이르고 마는 과정을 다룬다. 

나는 아이를 붙잡았다. 그래, 나는 그 아이를 꼭 잡았다. 얼마나 뜨거운 열정으로 아이를 안고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1분이 지나자 내가 붙들고 있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를 느끼게 되었다. 고요한 저녁 시간에 남아 있는 사람은 우리 둘뿐이었고, 그의 작은 심장은 유령에게서 버림받아 이미 멈춘 다음이었다. 233쪽

살인이라고 말했으나 1인칭 진술만으로는 아이가 죽었다는 사실 외에 어떤 정황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유령의 개입 여부는 물론이고, ‘나’가 아이를 안았던 시간이 정말 1분인지 혹은 그만큼 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의미인지, ‘잡았다’는 표현은 안았다는 의미인지 혹은 목을 졸랐다는 의미인지도 불분명하다. 방 안에 아이와 둘밖에 없었다는 정황은 하인들의 진술에서 밝혀질 테니, 사실은 방문을 닫자마자 아이를 죽인 뒤에 인용한 단락에 앞선 구구절절한 얘기를 지어냈을 수도 있다. 산 자와 죽은 자만 남은 방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유령으로부터 아이를 지키려는 가정교사의 행동이 빚은 비극은 그녀가 죽은 지 20년 뒤 “오래되고 빛바랜 잉크로, 그리고 더할 나위없는 아름다운 필체로” 쓰인 기록에만 의존한다는 한계를 소설 첫 서문에서 밝히면서 전체적으로 명료한 해석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전날 가정교사로부터 받은 오래 묵은 기록을 손님들에게 읽는다는 설정은 이 가정교사가 실제로 유령을 봤는지, 아니면 강박이 빚은 허상인지 알 길이 없다. 심지어 이 이야기 전체가 실제로 벌어진 일인지 아니면 가정교사가 쓴 허구인지마저도 모호하다. 

이른바 이와 같은 ‘열린 해석’은 독자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충분히 자극하면서 이 소설이 후대에 이르러 세계문학으로 불리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된다. 소설 대부분 20대 처음 가정교사를 맡은 처녀와 정직하지만 다소 아둔한 하녀, 그리고 어린 남매까지 단 4명이 시골 저택을 배경을 둔 단순하고 지루한 이야기는 유령이 등장하면서 꽤 흥미진진한 미스터리로 바뀐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이 이야기 전부가 당시 유행하는 유령 소재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화자인 더글라스가 내세운 허구일 수도 있고, 더글라스조차도 기술하는 ‘나’의 창조물일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헨리 제임스가 구성한 인물이다. 이 소설의 구조는 제목이 상징하듯 나사를 돌려 깊게 파고들어야 할 만큼 몇 겹의 장치를 했다. 

하지만 이 소설이 세계문학으로 인정받는 데에는 구성을 뒷받침하는 가정교사의 다층적 심리 묘사에 있다. 서두를 제외하면 중편소설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정교사의 진술은 겉으로는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유령을 어떻게든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고 아이들을 지킬 것인가 하는 강한 의지와 열정을 담고 있다. 하지만 엄격한 목사 집안 출신으로 억압이 일상화된 환경과 스무 살 한창 지적, 성적 호기심이 차오르는 내면 사이 부조화가 빚은 노이로제가 뚜렷하게 엿보인다.  

안경을 벗고 본 시선으로 보이는 흐물흐물하고 두세 겹 겹친 세상은 환상이고 착각인가. 적어도 내 안에서는 그렇지 않다. 소설의 난해한 구조는 몇 겹의 구조 아에서 누가 진실을 얘기하고 있는가에 따라 다른 층위로 읽힌다. 더글라스는 가정교사를 밝고 아름다운 여인이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만 한때 사랑했다는 진술을 한다. 이 진술에 따르면 마일스를 죽였다는 전제에서 그녀가 어떻게 다른 집안 가정교사로 들어갈 수 있었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듯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거꾸로 올라가 체험담 밖으로 나와 ‘나’의 입자에서 화자인 더글라스를 보면 가정교사의 이야기에서 죽었다는 마일스일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마일스가 죽었다는 의미는 마일스 안에 유령 퀸트가 사라졌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만약 가정교사가 끔찍한 사건을 속이고 다른 집 가정교사로 들어가서 더글라스를 만났다는 진술이 사실이라면 유령 퀸트와 비슷한 더글라스의 무뚝뚝한 태도가 이해가 간다. 마일스라는 숙주를 잃어버린 퀸트와 그 일로 혼이 나간 제슬이 가정교사 안으로 들어가 다른 집안으로 옮겼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열린 구조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미스터리물, 시골이라는 한정된 배경, 적은 수의 등장인물 등 <나사의 회전>은 연극으로 올리기에 최적화된 구조를 갖췄다. 이 이야기가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이라는 설정도 크리스마스에 무대에 올릴 가능성을 충분히 염두에 둔 작품이라는 혐의가 있다.  무대야말로 허구의 인물들이 육신을 입고 상상력이 아닌 우리 눈에 직접 '유령처럼'  등장하지 않는가. 이 작품은 헨리 제임스의 의도대로 이후에 오페라, 발레, 영화 등 소설보다 무대 위에서 한층 빛을 발했다. 기회가 된다면 연극으로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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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도 올레길이 있다 - 국내 최초 로드플래너가 추천하는 도심 속 걷기여행52
손성일 외 지음 / 올(사피엔스21)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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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골목을 의미하는 제주 방언 ‘올레’. 올레만큼 사랑을 받은 제주 방언 또 있을까 싶다. 두루 신작로를 놓고 고속도로를 놓고 하면서 빨라지고 편해졌다고들 박수를 쳤다. 하지만 자가용이 차지한 길 위에서는 자칫 발만 살짝 잘못 놀려도 ‘10분 일찍 가려다가 10년 먼저 간다’는 표어대로 되고 만다.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어린이들이 개와 고양이 같은 살아 있는 것들을 보고 가지게 되는 호감, 관심, 자연스러운 호기심이나 산과 공원 같은 자연 환경 속에서 느끼는 안도감과 편안함 등을 ‘바이오필리아’ 개념으로 설명했다. 그가 주장하는 ‘바이오필리아’는 대도시에 몰려 사는 삶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왜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는지 설명한다. 

하지만 백수나 백만장자가 아닌 바에야 남들 일할 때 쉴 수도 업는 법이니 뚝 떼서 옮긴 듯 휴가철마다 겪는 대단위 인파 이동은 그나마도 대안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구석구석 한적한 길을 따라 걷는 올레길 유행은 당연해 보인다. 한편으로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벼랑 끝에 걸린 도시인들 삶을 보는 듯해 아슬아슬하고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가도, 금세 여기저기 유행처럼 번져서 상품화되는 과정을 보면 마지막 남은 여유마저 이대로 사라지는 게 아닌가 염려가 되기도 한다. 

그나마 사람에게 공간을 내주어야 하는 작은 생태계 입장에서는 마지막 보루마저 내어주는 격이지만 시시때때로 입산을 제한하는 식으로 관리 잘하고 도보여행자들이 절제만 한다면야 남녀노소 차별 없이 즐기는 산보여행은 반가운 일이다.

<우리 동네에도 올레길이 있다>는 올레길을 걷기 위해 제주도나 칠레 산티아고로 떠나지 않아도, 수도권 주변에서 산보할 만한 곳을 사시사철로 나눠 소개한다. 올레길 유행 전에도 인근 동네 사람들이 늘 걷던 길이라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봄, 가을마다 특징이 있는 지역을 골라 실었으니 이왕이면 우선은 책에서 소개하는 순서대로 다녀보는 일정이 좋아 보인다. 

그리고 내용을 소개하기에 앞서 ‘아름다운 도보여행을 위한 10가지 약속’을 가장 앞머리에 실어서 자칫 관광으로 치닫는 심성을 한 번 더 다스릴 수 있도록 배려했다. 물바가지에 잎 하나 띄우는 심정이다. 도보여행전문가 손성일 씨가 대표 저자로 이름을 걸었지만 그가 카페지기로 있는 ‘아름다운 도보여행(http://cafe.daum.net/beautifulwalking)’ 회원 여섯이 고르게 힘을 보탰다. 

책 구성이 무난하고 심심한 편이지만 사진, 간략한 지도, 교통편 등을 빠짐없이 소개하고 있어 이 책 한 권만 들고 가면 얼추 길 관련해서는 더 보태지 않아도 좋다. 약수터, 화장실, 바위길 등 미리 알고 챙겨야 할 부분도 잘 소개했다. 무엇보다 실용서인 만큼 직접 가보지 않으면 책을 평가하기 힘들다. 마침 종종 다녔던 코스가 있어서 반가웁기도 하고 소개가 알맞다 싶다. 봄여름가을겨울 곁에 두어 눈에 잘 띄는 곳에 두면 요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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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매원 서명선의 귀농 경영 - 평범한 직장인은 어떻게 30억 매출의 농부가 되었나 CEO 농부 시리즈
서명선 지음 / 지식공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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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귀농’이라는 말을 워낙 자주 듣다 보니 슬슬 인이 박힌다. 귀농이 낭만도 아니나 그렇다고 목숨 걸고 덤벼들 일도 아니라는 생각에 두루 망설이는 이들이 주변에 숱하다. <귀농경영>은 일은 좀 적게 하고 여유는 누리고 싶은 놀부 심사를 가진 중늙은이들에게 봄 가뭄을 해갈하는 양 잡는 순간 술술 읽힌다. 서명선 사장의 귀농 성공담에 우선 관심이 쏠린 탓이지만 신문사 부장 출신답게 글 솜씨가 늘어지지 않고 간략하게 핵심을 집어 얘기하니 군더더기가 없어 좋다.

사실 구제역 대응 미흡이나 4대강 사업 관련 팔당 사례 등 농정 관련 한심한 정부 정책을 보면, 내 가족 입에 풀칠이나 할 정도면 모를까, 서 사장처럼 1차, 2차, 3차 산업을 곱해 6차 산업을 꿈꾸는 기업으로 키워나가기란 참 아득하기만 한 일이라 여겼다. 서 사장은 두루 핑계를 대는 대신 실력으로 난관을 이겨내는 뚝심을 소개한다. 제목도 그렇지만 ‘경영’을 한다는 자세에서 정부나 지자체 지원 제도를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한다.

오가는 지하철 안에서 단박에 뚝딱 읽고 나니, 그 실패와 과정과 성공 과정이 꼭 나를 위해 맞춤으로 준비한 무술 비급이라도 되는 양 의욕이 확 솟는다. 당장 이 땅속을 달리는 답답한 두더지 생활을 걷어치울 길이 트인 듯, 당장 천장을 뚫고 땅 위로 솟구치기라도 한 듯 눈앞이 다 밝아지는 기분이다. 하지만 정신 차리고 보면 아직도 가야할 정거장은 한참이고, 옆에는 얼굴이 술기운으로 불그르죽죽한 아저씨가 기대듯이 서 있고, 자리는 7명 꽉 차서 만석이다. 풍선껌도 아닌데 너무 금방 쉬이 사그라진다.

한편으로 그가 귀농하고 10년 동안 쓴 사업계획서가 1톤 분량은 된다는 말은 농사만 지어서는 성공하지 못 한다는 반증이다. 서 사장 스스로 흙이 좋아서 잘 나가는 일식집을 때려치우고 이혼 위기를 겪으면서까지 찾아들었다고 하나, 이 책을 요약하면 결국 순박하게 농사만 지어서는 거지꼴 면키 어려운 게 현실이란 얘기다. 왜 제 먹을 것을 스스로 기르고 가꾸고 키우는 일이 컴퓨터 자판에 낀 때만도 아닌 세상이 된 걸까. 나서지 못하고 이바구만 늘어놓는 입성이 참 초라하다 싶지만 세상에 밥맛이 뚝 떨어지는 걸 어쩌느냔 말이다. 

관계기관을 찾아다니며 4대강 공사 후의 사업을 자세히 검토한 끝에 낙동강 고수부지의 수변공원과 연계할 수 있는 사업, 예컨대 오토캠핑장, 자전거 유스호스텔, 낙동강 요트 마리너, 식물공장을 추진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187쪽

불쑥 날아든 토지 수용 결정 종이 한 장으로 10년 정성을 들인 농장이 날아갈 판에 그가 좌절하지 않고 펼칠 반전 드라마가 기대되지 않는 바가 아니지만 그가 꾸는 꿈이란 게 하나같이 개발 사업이라 멈칫하게 된다. 정부 정책에 따라야 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나 책에서 예로 든 사업들은 토종매화가 자랐던 칠곡이 아니더라도 4대강을 타고 빽빽하게 달라붙어 꼬물꼬물 지독하게 경쟁을 벌일 판이다. 다들 먹고 살기 힘들다고들 하는데 과연 늘어선 위락시설을 즐길 이들이 그리 많을까. 4대강 사업이 환경은커녕 토건업자들 배만 불리는 자연 죽이기 사업이라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경영으로 보면 이 또한 하나의 기회일 수 있지만 개발에 자꾸 내주다보면 경영마인드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그가 토종매실을 구할 수 있었던 단 한 가지 이유는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보지 않고 지키려는 마음가짐이 쌓이고 쌓여 500년 묵은 매화나무를 지켜왔기 때문이 아닌가. 그의 말처럼 타국 너른 땅을 눈여겨보는 게 차라리 나을 지도 모르겠다.

서 사장에게 따져 물을 일도 섭섭해 할 일도 아니지만 서 사장이 참고로 책 말미에 실은 사업계획서(안) ‘칠곡 아침해원골 리버나이트 투어’를 보면 그이 생각이 좀 아쉽긴 하다. 세부 프로그램으로 든 옛동요 부르기와 강변 불꽃쇼는 참 어색한 조합이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라는 자연과 어울리는 서정을 담은 김소월 시가 콘크리트강과 맞지도 않지만 한밤중에 쏘아 올리는 불꽃을 더하면 참 인간의 이기심이 한도 끝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기획서 내용도 딱히 이렇다 할 게 눈에 보이지 않는데(누구나 보는 책에 기업 전략을 담은 기획서를 실을 수는 없는 일이긴 하다), 어쨌거나 경북 관광 아이디어 공모전 은상을 받은 보고서라니 개발 열풍을 비껴가기란 참 힘들어 보인다.

그렇다고 이 책 전체를 깎아내릴 건 아니다. 어떤 마음을 먹건 귀농을 하려고 마음먹었다면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다. 책을 읽고 송광매원 홈페이지(www.skmaesil.co.kr)에 가봤는데, 온라인 중요성을 강조한 데에 비하면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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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로드 - 걷고 만나고 사랑하라
KBS 희망로드대장정 제작팀 지음 / 예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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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8명의 연기자가 지구촌에 희망을 전하기 위해 떠난 사랑의 기록『희망로드』. 8명의 스타가 ‘KBS 사랑의 리퀘스트 희망로드 대장정’ 제작팀과 함께 8개국을 찾아가 그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사랑을 실천했던 현장을 사진과 이야기로 담아냈다. - 책 소개 중에서

< 희망로드>에 참여한 연예인들이 직접 쓴 후일담은 아니고 프로그램 기획 의도를 프로그램 제작팀이 쓴 글이다. 불편한 동시대 현실을 영상으로 다룬 이상, 나름 보기 불편한 사진을 빼고 감상적으로 다가올 만한 사진과 글을 실었다.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보면 그래도 다행이라 한숨을 쉬면서 앞으로 리퀘스트에 참여하자고 다짐한다…, 가 이 책이 의도하는 부분일까. 빤하든 말든 참여하지 못할 것도 없다, 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기아 사진을 신문에 실은 이유가 뭘까. 사진은 자비와 동정을 끌어내 모금 전화 버튼을 누르게 하고 독자에게 뿌듯함을 선사한다. 그러나 ‘동시대인으로 할 도리를 했다’는 자기만족에 빠지는 순간, 제3세계 기아의 가장 큰 원인인 탐욕에 빠진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눈을 돌리게 된다. 그리고 아프리카 기아 사진을 실은 언론 역시 그 시스템 안에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파괴의 주체가 구원자를 자처하는 아이러니의 반복에서 착취와 파괴의 고리는 계속 돌고 돈다‘는 주장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책은 유엔 수치로 예를 든 기초 위생 시설 미비 26억 명, 수인성 질병으로 20초마다, 기아로 3초마다 어린이 한 명 사망 등 결론을 ‘이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현재 음식물을 낭비하지는 않는지 혹은 잘못된 생활습관은 없는지 돌아봐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문제와 별개로 그 아이들이 굶어 죽는 이유는 내가 먹다 남긴 쓰레기 때문이 아니다.

요사이 육류소비 증가, 기후변화, 바이오 에너지 급증 등 절대생산량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으나 5대 메이저 곡물회사가 자유무역 시장에 뛰어든 뒤로 세계 기아인구가 8억5천만 명에서 10억 명으로 늘어났다는 통계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식량 안보 얘기까지 도는 마당에 복잡한 속내와 구조를 보지 않고 ‘음식물 쓰레기 = 기아’로 연결하는 건 초등학교 저학년 교과서에서나 다룰 내용이다.

아프리카까지 갈 것도 없이 코앞에 있는 북한 기아 문제에 대처하는 남한 입장이 어떤지 기사 검색을 해보라. 무작정 도와 될 일이 아니라는 상호주의 원칙에 동의한다면, <희망로드>가 참상이라 말하는 다이아몬드 이권을 두고 벌이는 내전의 원인과 과정을 모르고 손발이 잘리거나 마약에 취해 소년병, 소녀병으로 살인기계가 되는 상황을 무작정 욕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미국 어느 주에 사는 꼬맹이가 자가가 사는 주보다도 작은 나라가 갈라져서는 한쪽은 굶어 죽고, 한쪽은 비만 고혈압 등 성인병으로 죽는 이상한 나라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뭐라고 할까 말이다. (북한 식량 지원은 북한 쌀 지원은 인도적 차원을 떠나 쌀 재고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었다. 다만 요사이 작년 쌀 흉작으로 쌀값 상승 얘기가 다시 나오고 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남북한 국내외 복잡한 상황을 이해하지 않고 북한 기아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한국전쟁이 이데올로기 대리전이었듯이 시에라리온을 비롯한 아프리카 대륙에서 벌어지는 내전의 근본 원인은 유럽 열강의 식민지 지배와 무관하지 않다.

책에서는 밝히지 않지만 ‘희망로드’를 다른 해도 아닌 2010년에 벌인 이유가 있다. 찾아간 8개국이나 그 마을에 갑작스레 사정이 생겨서가 아니라 작년 11월에 열린 G20 서울정상회의 기념 특별기획물이라 그렇다. 결국 기아, 의료 등 빈민국 문제는 전 세계 무역 교역량 80%, GDP 90%를 차지하는 20개국이 나서야 풀릴 사항이지만 서울에서 열렸다고 해서 좋다고 박수를 쳐댔지만 정작 그 내용이 뭔지는 당시 뉴스를 봐도 잘 몰랐고 다시 찾아봐도 알쏭달쏭하다.

사진이나 몇 장 찍는 홍보대사보다 희망로드에 참여한 연예인들이 한 발 더 나간 건 분명하고 그들이 일정 부분 지원한 내용이나 또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룬 소정의 결과는 당연히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 기획 의도를 순순히 동의할 수 없고 방송이든 책이든 불편한 이유는 G20 행사에서 보여주기 위한 행위에서 더도 덜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방송이라는 게 다 그렇지, 뭘 그리 따지나 싶다만, G20을 반대하는 국제 사회의 반발 이유 중에는 부채탕감이나 무상지원 등 국제 사회의 개도국 지원에는 인색하고 다국적 기업의 수탈 구조만 강화한다는 주장이 들어 있다.

그래서 일회성 돕기 프로그램은 예능 선을 넘지 않으려는 프로그램 ‘단비’ 정도가 솔직하다. 시청률 저조로 없어졌지만 예능 프로의 이유가 광고인만큼 두고 욕할 일은 아니란 말이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책이 읽기 전에도 읽은 후에도 불편하지만 <희망로드>는 속내가 더 보이니 두루 아쉽다.

참혹한 현실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니라 정 반대로 그들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고, 내가 해야 할 문제 제기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단계를 넘어서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행복과 나눔의 기쁨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전한다’는 책 소개까지 이르면 적반하장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에 현재 벌어지고 있는 수탈 구조를 다룬 책을 먼저 읽길 권한다. 개인적으로는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라는 부제가 붙은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 출신 장 지글러의 <탐욕의 시대>를 권한다. 더불어 <희망로드> 정가의 채 10%가 되지 않을 인세를 후원한다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직접 후원하는 게 차라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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