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하고 말없는 사람이 관찰한 사건들은 사교적인 사람의 그것들보다 더 모호한 듯하면서도 동시에 더 집요한 데가 있다. 그런 사람의 생각들은 더 무겁고 더 묘하면서 항상 일말의 슬픔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한번의 눈길이나 웃음, 의견 교환으로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광경이나 지각들도 지나치게 그를 신경 쓰게 하고, 그의 침묵 속에 깊이 파고들어가서는 중요한 체험과 모험과 감정들이 된다. 고독은 본질적인 것, 과감하고 낯선 아름다움, 그리고 시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고독은 또한 거꾸로 된 것, 불균형적인 것, 그리고 부조리하고 금지된 것을 야기 시키기도 한다. - P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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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당신
_마종기

내가 채워주지 못한 것을
당신은 어디서 구해 빈 터를 채우는가.
내가 덮어주지 못한 곳을
당신은 어떻게 탄탄히 메워
떨리는 오한을 이겨내는가.

헤매며 한정없이 찾고 있는 것이
얼마나 멀고 험난한 곳에 있기에
당신은 돌아눕고 돌아눕고 하는가.
어느 날쯤 불안한 당신 속에 들어가
늪 깊이 숨은 것을 찾아주고 싶다.

밤새 조용히 신음하는 어깨여,
시고 매운 세월이 얼마나 길었으면
약 바르지 못한 온몸의 피멍을
이불만 덮은 채로 참아내는가.

쉽게 따뜻해지지 않는 새벽 침상,
아무리 인연의 끈이 질기다 해도
어차피 서로를 다 채워줄 수는 없는것
아는지, 빈 가슴 감춘 채 멀리 떠나며
수십 년의 밤을 불러 꿈꾸는 당신.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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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서의 외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전제 아래 우리는 인간이란 무엇이며, 어떤 인간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존재입니다. 물론 이 질문은 인간 문명의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제기된 것이기도 합니다. 

독서는 이 질문의 연속성을 상기시켜주면서, 우리를 그러한 질문의 공동체로 묶어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는 혼자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독서 경험은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나‘를
‘우리‘로 확장시키면서, 사회역사적 존재로 거듭나게 합니다.

 따라서 당위적인 독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필연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읽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경우라도 책을 읽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읽습니다. 그렇게 읽을 수밖에 없는 책들의 목록을 마주하면서 긴장과 축복을 동시에 느낍니다.  - P20

 ‘리뷰‘라는 말 자체에 ‘비평‘이라는 뜻도 포함돼 있지만 나는 서평의 존재론적 위치는 책에 대한 ‘소개‘와 ‘비평‘ 사이가 아닌가 싶다. 소개의 대표적인 유형은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와 언론의 ‘신간소개 기사‘ 일 것이다. 그것은 주로 어떤 책의 ‘존재‘에 대해서 말한다. 그래서 "어, 이런 책이 나왔네!"라는 반응을 유도한다.

반면에 ‘서평은 그것이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인가를 식별해줌으로써 아직 책을 접하지 못한 독자들의 선택에 도움을 준다. 그것은 일종의 길잡이다. "이건 읽어봐야겠군 이라거나 "이건 안 읽어도 되겠어"가 서평이 염두에 두는 반응이다. 그에 대해 ‘비평‘은 책을 이미 읽은 독자들을 향하여 한 번 더 읽으라고 독려한다. 그것은 독자가 놓치거나 넘겨짚은 대목들을 짚어줌으로써 "내가 이 책 읽은 거 맞아?"라는 자성을 촉구한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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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너무 진지하게 생각한다.
그것이 세상의 원죄다.
만약 동굴 속에 살던 원시인들이 웃을 줄 알았더라면,
역사는 다른 길을 걸었을 것이다.
_오스카 와일드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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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로운 사람이 당하는 고통은 불의한 사람이 누리는 행복만큼 이해할 수없는 문제이다. 인간은 질문한다. 이성이 대답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질문은 이성 너머, 신에게로 향한다. 신의 대답은 그러나 언제나 흡족하지 않다. 그 대답을 듣는 인간이 이성 너머를 사유할 수 없기 때문이고, 그 대답이 이성 너머를 사유할 수 없는 인간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이다.  - P214

저 사람의 불행이 누구 죄 때문입니까, 하고 묻는 제자들은 죄 없이 고통당할 리 없다고 욥을 비난하고 고발했던 자들과 그 생각의 뿌리가 같다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예수님은 다르게 말씀하셨어요. 누구의 죄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려는 것이라고,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 자연의 이치지만, 거두는 것이 그저 뿌린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진리예요. 

병들었다고 불행한 것도 아니지만 불행하다고 마냥 나쁜 것만도 아니에요. 이 세상이 우리가 바라는 전부는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여보, 하나님을 원망하지 마요. 우리의의로움을 주장하기 위해 하나님을 불의하다고 하지 마요.나는 아프지만 불행하지 않고 나쁘지도 않아요.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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