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과 같은 존재인 인간, 기존 문화에 동화될 수 없는 인간, 본토의 일부가 될 수 없는 인간이 이 세상에서 발붙일 곳이 있을까? 과연 ‘본토‘가 그들을 특수한 존재로 받아들여줄까? 현실 사회나 문화는 천재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물론 자폐증 환자가 모두 천재라고 말할 생각은 없지만, 그들이 특이하다는 점에서는 천재와 공통된다)...본래의 자기 자신을 그대로 유지하고 나아가 그것을 살려나갈 수 있는 무대가 이 사회에 있을까? p.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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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 증세가 있던 도스토옙스키는 황홀감에서 나오는 아우라를 자주 경험하곤 했다. 그에게 그것은 대단히 중요한 경험이었다.
"불과 5, 6초밖에 안 되는 짧은 순간에 불과하지만, 영원한 조화와 존재를 느낀다.놀랍도록 분명하게 모습을 드러내어 우리를 황홀경에 휩싸이게 한다는 것...이 5초 동안 나는 인간으로서의 존재 전체를 산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나는 내 모든 생명을 걸 수도 있을 것이고 아깝다는 생각도 들지 않을 것이다."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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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03-31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은 제가 최근에 읽었던 <모든 것은 그 자리에>라는 책에도 나와요.
저는 아직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읽어보지 못했는데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읽고 싶어요.

청공 2020-03-31 12:04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모든 것은 그 자리에>읽고 싶네요.
그 책에 독서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색스 자신도 학교 공부를 싫어해서 대신 도서관에서 책보며 시간을 많이 보냈다고 하더라고요^^
 
나의 인생 -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자서전, 어느 비평가의 유례없는 삶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지음, 이기숙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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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학을 읽을 때 시대적 배경이 생소할 때가 많아 줄거리만 겨우 파악하는 경우가 많다. 옮긴이가 쓴 작가의 생애, 인물, 시대 상황에 관한 해설은 소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나아가 전문가가 쓴 평론이나 서평을 접하면 그 소설만의 의의를 구체적으로 알게 되어 작품에 애착이 생긴다. 독일의 비평가,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는 1960년부터 40년간 8만권이 넘는 책에 대해 글을 썼다. 바르샤바 게토에서 “장편소설은커녕 단편도 읽을 처지가 아니었”던 그가 어떻게 문학과 함께 버텼는지, 대중들이 문학을 가까이 하도록 어떠한 노력했는지 그의 증언이 여기 있다.

 

라이히라니츠키는 9살이 되던 해, 폴란드에서 베를린으로 이주한다. 김나지움에 다니며 시간이 날때마다 실러와 셰익스피어의 희곡,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스탕달, 오스카 와일드 소설 등 유럽 문학을 두루 읽었다. 특히 어린이들을 위해 글을 썼던 에리히 케스트너의 ‘현실감 있는 일상어’에 매료된다. 1938년 유대인 강제추방령에 의해 그는 폴란드로 떠나게 된다. 독일인들에 의해 추방당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독일 문학이 그와 함께 했다. “나를 내쫓은 나라를 떠날 때 가지고 나온 것은 바로 언어였다. 그리고 문학이었다. 그건 독일어였고 독일 문학이었다.”

 

바르샤바에서도 라이히라니츠키는 독일문학을 찾아 다녔다. 1933년 이후 토마스만, 하이린히 만, 슈테반 츠바이크, 브레히트 등, 그들이 망명지에서 무슨 글을 썼는지 알고 싶어 했다. 라이히라니츠키는 폴란드의 현대 시문학에도 빠져들어 독일과 폴란드 문학세계에 친숙하게 된다. 바르샤바 게토 안 유대회에서 폴란드어, 독일어 번역일을 하며 평론을 쓰기 시작한다. 유대인 말살 정책이 심화되어 가던 중, 라이히라니츠키 부부는 수용소행 행렬에서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다.

 

이후 라이히라니츠키는 폴란드에서 방송국 일을 하면서 독일 문학에 관한 글을 썼다. 특히 헤르만 헤세에 관한 글을 많이 발표했는데, 그는 폴란드에서 헤세와 그의 인생 여정, 작품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 하는 독자가 거의 없다는 걸 의식했다. 그는 늘 독일 독자를 염두에 두고 글을 썼다. 독일 어디서 무슨 일을 하며 먹고 살지 모르나, 일단 체류기간 91일짜리 여권을 가지고 그는 서독으로 향한다.

 

서독에 도착한 후 바로 그는 ‘디 차이트’와 ‘디 벨트’등 주간지에 서평을 쓰기 시작한다. 1960년대에 무명에 가깝거나 전혀 알려지지 않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 좌파 사상가와 공산주의 사상 작가들의 작품에 대해 주로 썼다. 47그룹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독일 작가들과 비평가들과 활발히 교류해 나가며 텔레비전 방송에도 기획한다. <문학 4중주> 프로그램을 맡은 그는 문학을 쉽게 설명하며 대중들이 문학에 관심을 갖게끔 노력한다.

 

훌륭한 평론가는 “언제나 명료함을 위해 글을 단순하게 쓰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라이히라니츠키는 항상 일반 독자를 향해 글을 썼다. 그의 평론을 읽은 독자들은 어떤 책을 그가 좋아하는지 아닌지를 쉽게 알 수 있다며 고마워했다. “문학을 공적인 자산으로 만들려는 장대하고 이상적인 시도”를 그는 업이라 여겼다. 라이히라니츠키의 자서전은 그의 평론처럼 단순명료한 문장으로 쓰였다. 그의 솔직한 비평만큼이나 그가 만난 수많은 작가, 음악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때론 신랄하고 때론 정겹다.

 

한 유대인 비평가의 생애는 갈등과 불안의 연속이었다. “독일인 선생이 들었던 회초리에 대한 두려움, 독일의 집단수용소에 대한 두려움, 독일의 가스실에 대한 두려움, 독일의 야만성에 대한 두려움.” 문학을 향한 사랑을 대중과 나누고자 하는 의지가 그의 삶을 끝까지 지탱해 주었다. 이제 독일 문학을 읽고나면 라이히라니츠키는 그 작품을 어떻게 평했을지 궁금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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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자에게 내가 훌륭하고 아름답다고 여기는 책들이 왜 훌륭하고 아름다운지를 설명하고자했다. 독자에게 그 책들을 읽히고 싶었다. 나는 불평할 이유가 없다. 내 평론들은 ㅡ적어도 일반적으로는 ㅡ내가 원했던 영향을 독자에게 주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한 영향을 주었다고 보지 않았다. 더 많은 것을 이룩해야 했다. 내용은 어렵지만 중요한 책들을 소수의 사람들만 읽는 현실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었다. p.480

나는 제거스와의 대화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새가 조류학을 모르듯이
대부분의 작가들도 문학을 모른다는 점이었다. 또 작가들이 자기작품을 평가하는 일에 가장 서투른 사람이라는 것도 배웠다. 
일반적으로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분명히 드러내려고 하는지,
무엇을 얻어내고무슨영향을 주려고 하는지는 알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런 앎이 현실에서 자기가 성취하고 창조한 것을 바라보는 시선을 방해한다.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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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다에 따르면 무조건 용서는 불가능한 것이라는 점입니다.현실에는 늘 조건부 용서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것은 집단 단위로 용서를 이야기할 경우에 더 분명히 드러납니다. 즉 집단을 단위로 무조건 용서나 일방적인 용서를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며 현실적이지 않다는 말입니다.p.107

데리다의 이야기는 아무리 피해자가 납득하는 선까지 접근하더라도 완벽한 해결은 없으며 법적,정치적 결정은 반드시 어딘가에 폭력을 내포한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결정,결단을 내려야만한다, 결정,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정의는 없다는 것이죠...한번 결정이 내려지면 그 정의는 하나의 법으로서 상황을 지배하게 됩니다.그 밑에서 또 상처받거나 희생당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 법을 끊임없이 수정해야만 합니다.p.112

전쟁과 차별의 시대를 허용하는 것은 우리의 패배다.
그러나 저항하지 않고 패배하기보다 저항하다 패배하는 쪽이 훨씬 낫다...어떤 어두운 시대에도 어둠에 저항하며 사고하고,말을 만들고,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타자들을 향해 목소리를 낸 사람들이 있었다.그런 사고, 말, 목소리에 용기를 얻어 우리도 사고하고, 말을 만들고, 목소리를 내며 살아가고자 한다. ( 다카하시 데쓰야) p.90

끝없는 사방은 암흑에 갇혀 있지만 천공에는 별 무리가 빛나고 있다.
눈雪을 비추기에는 너무 멀고 약한 빛이지만
기쁘게도 책을 비추는 한 점 등불이 있다.
_ 궈모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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