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서의 외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전제 아래 우리는 인간이란 무엇이며, 어떤 인간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존재입니다. 물론 이 질문은 인간 문명의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제기된 것이기도 합니다. 

독서는 이 질문의 연속성을 상기시켜주면서, 우리를 그러한 질문의 공동체로 묶어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는 혼자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독서 경험은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나‘를
‘우리‘로 확장시키면서, 사회역사적 존재로 거듭나게 합니다.

 따라서 당위적인 독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필연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읽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경우라도 책을 읽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읽습니다. 그렇게 읽을 수밖에 없는 책들의 목록을 마주하면서 긴장과 축복을 동시에 느낍니다.  - P20

 ‘리뷰‘라는 말 자체에 ‘비평‘이라는 뜻도 포함돼 있지만 나는 서평의 존재론적 위치는 책에 대한 ‘소개‘와 ‘비평‘ 사이가 아닌가 싶다. 소개의 대표적인 유형은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와 언론의 ‘신간소개 기사‘ 일 것이다. 그것은 주로 어떤 책의 ‘존재‘에 대해서 말한다. 그래서 "어, 이런 책이 나왔네!"라는 반응을 유도한다.

반면에 ‘서평은 그것이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인가를 식별해줌으로써 아직 책을 접하지 못한 독자들의 선택에 도움을 준다. 그것은 일종의 길잡이다. "이건 읽어봐야겠군 이라거나 "이건 안 읽어도 되겠어"가 서평이 염두에 두는 반응이다. 그에 대해 ‘비평‘은 책을 이미 읽은 독자들을 향하여 한 번 더 읽으라고 독려한다. 그것은 독자가 놓치거나 넘겨짚은 대목들을 짚어줌으로써 "내가 이 책 읽은 거 맞아?"라는 자성을 촉구한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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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너무 진지하게 생각한다.
그것이 세상의 원죄다.
만약 동굴 속에 살던 원시인들이 웃을 줄 알았더라면,
역사는 다른 길을 걸었을 것이다.
_오스카 와일드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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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로운 사람이 당하는 고통은 불의한 사람이 누리는 행복만큼 이해할 수없는 문제이다. 인간은 질문한다. 이성이 대답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질문은 이성 너머, 신에게로 향한다. 신의 대답은 그러나 언제나 흡족하지 않다. 그 대답을 듣는 인간이 이성 너머를 사유할 수 없기 때문이고, 그 대답이 이성 너머를 사유할 수 없는 인간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이다.  - P214

저 사람의 불행이 누구 죄 때문입니까, 하고 묻는 제자들은 죄 없이 고통당할 리 없다고 욥을 비난하고 고발했던 자들과 그 생각의 뿌리가 같다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예수님은 다르게 말씀하셨어요. 누구의 죄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려는 것이라고,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 자연의 이치지만, 거두는 것이 그저 뿌린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진리예요. 

병들었다고 불행한 것도 아니지만 불행하다고 마냥 나쁜 것만도 아니에요. 이 세상이 우리가 바라는 전부는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여보, 하나님을 원망하지 마요. 우리의의로움을 주장하기 위해 하나님을 불의하다고 하지 마요.나는 아프지만 불행하지 않고 나쁘지도 않아요.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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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에는 여러 측면이 존재하는데, 이는 오직 시의 기법을 통해서만 충실하게 재현할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여기서 영화 연출자는 아주 빈번하게 시적 논리를 기술적 방법의 투박한 관습으로바꾸려고 애쓴다. 내가 말하는 것은 꿈이든 회상이든 몽상이든, 환영과 환상에 관련된 것이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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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것을 수없이 꿈꾸어 보았다. 그러면 나는 겸허하게,아니 남루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렇게 되면 비밀을 간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 자신에 대하여말을 한다거나 내가 이러이러한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내보인다거나, 내 이름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바로 내가 지닌것 중 그 무엇인가 가장 귀중한 것을 겉으로 드러내는 일이라는 생각을 나는 늘 해 왔다. 무슨 귀중한 것이 있기에?

아마 이런 생각은 다만 마음이 약하다는 증거, 즉 단순히존재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분명히 드러내기 위하여 누구에게나 반드시 필요하게 마련인 힘이 결여되어 있음을 나타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더 이상 환상에속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 같은 타고난 부족함을 무슨 드높은 영혼의 발로라고 내세우지 않는다. 그러나 내게는 여전히 그런 비밀에 대한 취향이 남아 있다. 나는 오로지 나만의 삶을 갖는다는 즐거움을 위하여 별것 아닌 행동들을 숨기기도 한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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