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법이 인간 사이에 필요한 ‘최소한의 선의’라면 형벌은 사회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악의’이다.˝
법은 얼마나 인간에게 관대하도록 만들어졌는가, 자유와 규제 사이의 적당선은 어디쯤 그을 수 있을까,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제재는 필요한가 등등. 저자는 생생한 판례를 들어, 독자들에게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이라는 다소 멀게만 느껴지는 헌법의 가치를 각자의 경험으로 저울질하게 한다. 책모임에서 90분 토론하기에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있는 책, 문유석의 아재 개그가 여전한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이 사고하는 데 있어 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기 위한 이모든 시행착오는 사상가들이 심장이 아닌 뇌가 핵심 기관임을 깨닫는 과정이 결코 어느 한 순간의 ‘뇌 중심적 통찰‘ 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누가 보더라도 심장에 비해 훨씬 복잡하게 생긴 뇌특성은 생각과 감정이 뇌에 위치해 있으리라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했지만,
관습의 무게와 일상 속 경험의 힘 탓에 16세기와 17세기의 가장 위대한사상가들조차 이와 전혀 상반되는 관념을 지닐 수밖에 없었다.

셰익스피어는 <베니스의 상인> 3막에서 당시 많은 사람들이 느꼈던 혼란을 절묘하게 묘사했다.

말해주세요, 사랑은 어디에서 태어나나요?
심장인가요 아니면 머리인가요 ?  - P60


댓글(1)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로 2022-01-06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댈러웨이 부인>을 읽고 있는데 거기에 셰익스피어에 대한 글이 나오는데 좀 놀랐어요. (아, 이건 뇌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구요.^^;;) 사랑을 혐오한 사람이라고 울프는 이야기 하던데, 셰익스피어 소설 거의 안 읽은 일인이라 뭐라 하긴 그런데,, <베니스의 상인> 간추린 편으로 읽었는데 인용하신 글 읽고 원작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펜,  스케치북, 오토바이가 삶의 도구였던 존 버거. 그는 영국 저널리즘의 속박에서 벗어나 1962년 30대 중반에 스위스 제네바로 떠나 프랑스 시골에 자리 잡는다. 그리고 자연 속에서 예술과 정치에 관한 글을 90세 마지막 날까지 써내려간다. 미국의 비교문학가인 조슈아 스펄링이 쓴 존 버거의 평전, <우리 시대의 작가>의 서문과 '리얼리즘의 전투'라는 제목의 첫 장을 읽었다.

스펄링은 이 책이 전통적 전기 형식이 주로 담고 있는 '사사로운 영역을 깊게 빠져'들지 않고 "존 버거처럼 해가 바뀌어도 역사감 각과 희망의 원칙에 기대어 나아간 작가의 경우에는 그 작업의 흐름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을지 모른다"며 지난 반세기 동안의 예술 지형과 존 버거의 업적을 교차시키고자 한다.

 

 

존 버거가 지향하는 예술관은 리얼리즘에 있었다. 그가 미술대학에 다니던 1940년대 중반은 아방가르드와 초현실주의 미술이 각광받던 때였다. 하지만 버거는 2차 세계대전 전, 잠시 영국에서 유행했던 유스턴 로드파와 전통 자연주의 화풍을 따르고자 했다. 그는 점점 '사적인' 취향의 그림보다는' 대중적인' 그림을 그리는데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로열 페스티벌 홀(런던의 공연장)건설 현장의 노동자, 브르타뉴 지방의 어부, 크로이던의 주물공장 일꾼, 발레 무용수, 거리 공연자들이 존 버거 그림의 주인공들이었다. 하지만 전시회에서 그의 그림들이 미지근한 반응을 얻자, 버거는 자신이 그림에 재능이 없음을 받아 들이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기로 한다.


다행히! 민주사회주의 신문인 <트리뷴>에 실린 버거의 책과 전시회 리뷰는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게 된다. 이후 그는 라디오와 티비에서 미술비평가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간다. '예술을 위한 예술'보다는 '우리를 위한 예술'을 추구했던 작가, 존 버거. 그는 리얼리즘에 맞서 모더니즘이 떠오르는 1950년대,<뉴 스테이츠먼>에 모더니즘을 비판하는 글을 기고한다.


"현대의 운동과 그 모든 하위 분파가 이제 해체된 것이 현실이다.

당파적 규율이 사라지고 이론들 대부분은 실제에서 엄밀함을 잃었다...

현대 화가들은 자신이 존경하는 이들의 매너리즘을 피상적으로 모방할 뿐이었다.

그 결과 무의미하고 혼란스럽게 더듬거리는 작품들이 나왔다."(53쪽)

<우리 시대의 작가>의 중, 후반부에는 < 보는 방법>4부작과 존 버거의  소설  <우리 시대의 화가>, <G>에 관한 평이 자세히 실려있다. 하여, 이 책은 잠시 접어두고 존 버거의 소설을 먼저, 하나씩 읽어보기로 한다.

 


존 버거는 지식인에게 관심을 갖는 만큼 농민에게도 관심이 많습니다. 어떤 질문을 받아도 정확히 답하고 싶어 합니다. 한참 생각하다가 마침내 아주 분명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실한 대답을 내놓아요. 자신이 모르거나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데 두려움이 없습니다. - P22

모든 예술 작품은 당장의 맥락에서는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으로 무기로 사용될 소지가 있다. 상당한 시간이 흘러 맥락이 바뀌고 나서야만 예술품으로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타당한 예술은 열정적이고 상당히 단순한 삶에 대한 신념에서 나오기에, 어떤 의미에서는 편협하게 될 소지가 있다. - P44

노점 상인들이 생각에 잠겨 화이트채플 아트 갤러리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보다 더 훈훈한 감동은 없다. - P56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2-01-03 11: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버거의 그림 실력이 저 시대에 인정을 받지 못했다니 ㅜ.ㅜ

버거의 스케치를 좋아 하는 저!🖐^^
가끔씩 제 스케치북에 따라 그려보곤 합니다 ^ㅅ^

청공 2022-01-06 02:43   좋아요 1 | URL
예전에 scott님께서 쓰신 존 버거 페이퍼에서 버거의 스케치 풍성하게 구경했지요(파울 클레 느낌도 나는~)저는 버거가 그린 노동현장이 담긴 그림들이 궁금한데요. 책에는 <비계>라는 한 장의 그림밖에 없었어요. 대략 구글링 해봤는데도 안보이더라구요. (날잡아 다시 찾아보려구요) scott님의 스케치북도 구경하고 싶네요 ^ㅅ^

초란공 2022-01-03 11: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음 읽을 존 버거에 관한 책으로 <우리 시대의 작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먼저 읽어볼껄하는 생각이 드네요^^

청공 2022-01-06 02:4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초란공님 벌써 존 버거 책 읽으셨으니, 우리시대의 작가가 차례겠어요. 저는 버거의 소설도 아직 읽기 전에 요책을 새치기로~~^^
 
1차원이 되고 싶어
박상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1차원의 세계에 머무르자.

 너와 나를 점, 그 두 개의 점을 견고하게 잇는 선분만이 존재하는,

 1차원의 세계 말이야." (130쪽)

 

 

너와 나, 우리 둘만이 마주 보고 서 있는 순간. 시간은 멈추고 공간은 선으로 수렴된다. 진심으로 우리가 사랑했던 때. 작가 박상영에게는 십 대에, 교실에서 만났던 윤도와 스쿠터를 함께 타고 달리는 바람이 불던 시절이었다. <1차원이 되고 싶어>는 두 소년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가족과 친구들 간의 불안, 절망, 슬픔, 화해를 그리고 있다. 성장소설이라 부를 수 있기에, 이 작품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마음 한편에 남은 있는 십대의 나,를 소환하지 않을까?

    

2002년, 한창 월드컵 열기로 가득 찬 지방의 D시. 텅 빈 독서실에서 월드컵의 환호성을 등진 채, 세상과 유리 벽을 친 '나' 앞에 윤도가 등장한다. 그가 들고 있는 피엠피에는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 영화가 흐르고, ‘캘리포니아 드림’ 노래가 독서실을 가득 채운다.  ‘전 우주가 대한민국의 8강 진출을 기원하고 있는 이 순간, 한가롭게 금성무의 얼굴을 보고 있는 남자애라니. 자꾸만 흥미가 갔다.’(42쪽) 첫눈에 윤도에게 빠져든 ‘나’. 그날 이후, 윤도와 노래방에 가고 그가 혼자 머무는 컨테이너에서 음악을 듣고 스쿠터를 타고 수성못을 돌면서 둘은 비밀스러운 시간을 만들어나간다.

 

금지된 사랑을 하는 ‘나’는 겉으로 애정표현을 못 하기에 내면의 독백만이 하염없이 쌓여간다. 윤도를 옆에 두고 차지하고 싶은 순수하고 지독한 감정에 독자들은 무조건(?) 지지를 보낼지도. 타인에게 들켜서는 안 되는 비밀스럽고 불안정한 사랑은, 상대의 마음을 온전히 알지 못해 가슴앓이하는 연인들의 보편적 감정과 같다. 아무런 조건 없이 친구 윤도를 향한 애틋하고도 절절한 마음. 박상영표 사랑표현은 이 책의 매력 포인트다.

 

“배시시 웃는 윤도의 얼굴을 보니, 나라를 팔아먹어도 용서해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106쪽)

 

“윤도가 내가 모르는 것들을 알고 있다는 게, 고유한 취향의 성을 쌓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생경하게 다가왔다. 윤도가 윤도만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내 시야 밖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일궈가고 있다는 게 싫었다. 그를 내 곁에 묶어두고, 그의 모든 것을 알고 싶었다.” (119쪽)

 

“날 때부터 인연이 정해진 두 사람은 보이지 않는 붉은 실이 서로의 새끼손가락에 묶여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새끼손가락을 움찔하기만 하면 윤도에게 떨림이 전해지는 거나 다름없다고.” (121쪽)

 

 

작가는 IMF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진 반 친구, 다단계를 하다가 사라진 가족, 한 달에 한 번 아버지를 만나는 아이들 등등. 가정에 아픔이 있는  십대들이 사춘기를 어떻게 통과해 나가고 있는지를  작가는 때론 경쾌하게, 때론 묵직하게 서술한다. 사랑과 아픔의 예민한 감정의 템포를 왔다 갔다하며,  등장인물들을 마치 학창 시절에 우리 반 친구임직하다. 불안정한 서로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던 사춘기 시절의 우리.

 

박상영은 첫 장편 소설 <1차원이 되고 싶어>에서 싸이월드, 만화책 <나나>, 왕가위의 영화, 캔모아, 그리고 유행했던 팝송과 가요로 2002년도의 감성을 충만히 복원한다. 굳이 2002년도가 아니어도 <1차원이 되고 싶어>를 읽으면서 독자들은 대학 입시를, 미래를 위해서만 달려야 했던 시절의 '나'를 떠올릴 것이다. 무작정 앞을 향해 나아가야 했기에 옆으로 치워놨던 사랑, 아픔, 두려움, 슬픔의 덜 익은 몸부림은 허사가 아니었다고, 특히나 진심을 다했던 사랑은 '우리인 채'로 그대로 남아있다고, 이제야 고백한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21-12-19 2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002년을 떠올리며 … 진심을 다했던 사랑은 우리인 채로 남아 있다고, 에 좋아요! 박상영 소설 모셔 갑니다. ^^

청공 2021-12-21 14:17   좋아요 2 | URL
그러고보니 까막득한 2002년도네요~저는 프레이야님의 <내가 당신을 볼때 당신은 누굴보나요>모셔갑니다^^

scott 2021-12-19 23: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응답하라 2002년 이네요
코로나가 없던 시기^ㅠㅠ

청공 2021-12-21 14:18   좋아요 2 | URL
그니까요. 코로나가 없던 2002.
자주 만나 서로가 살을 부벼댔던 시기^^

scott 2022-01-01 18: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청공님 서재방에 2022년 産 복주머니 놓고 가여!
 \│ /

.*˝ ☆˝*.

( + 福 + )
˝*****˝ 복 마뉘!^^
 

우리가 죽어감에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글쓰기를 통해서일 것이다. 글쓰기는 삶으로부터의작별이며, 세계의 일시적인 유기이면서 사물을 더 명확하게 보기 위한 작은 집착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글 쓰는 사람은 삶을 더 냉정하게 보기 위해 거리를 두면서도, 더 가까이 보기 위해 삶에서 한 걸음 물러나 밖으로나간다. 더 차분한 눈길로, 글을 쓰면서 없앨 수 있게 환영, 잊혀지지 않는 것, 후회, 우리를 깎아내리는 기억들을. - P45

삶이 신이 준 선물이라면 정확히 선물이란 무엇인가? 선물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주는 행위 후에 선물은 받는 사람에게 속한다. 정의에 따르면 선물을 주는 사람은 선물을주고 나면 더 이상 선물을 소유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살 금지가 삶은 신이 준 선물이라는 생각에 근거한다면, 삶은 많은 조건이 달린 선물처럼 보이며 이는 그것이 더 이상 선물이 아니라는 의미가 된다. 다시 말해 우리가 거부할 수 없는 선물은 선물이 아니다. - P6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