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책판다의 서재 (책판다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책을 파고 색을 칠해요</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Sat, 20 Jun 2026 01:46:16 +0900</lastBuildDate><image><title>책판다</title><url>http://image.aladdin.co.kr/Community/myface/pt_7032831092095143.jpg</url><link>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책판다</description></image><item><author>책판다</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좋은 일을 하기 위해 야망을 가질 것! - [모럴 앰비션 - 이기적 야망의 종말]</title><link>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17336688</link><pubDate>Mon, 15 Jun 2026 19:2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1733668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52139606&TPaperId=1733668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54/80/coveroff/k15213960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52139606&TPaperId=1733668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모럴 앰비션 - 이기적 야망의 종말</a><br/>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이정민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06월<br/></td></tr></table><br/>✳️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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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내내 한강공원을 덮어버릴 기세로 쏟아지는 자기계발서 홍수 속에서 나는 다짐한 적이 있다. 언젠가 자기계발서 말고 ‘관계계발서’ 같은 걸 써보면 어떨까? 나는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꼭 자기만 계발하라는 법은 없을 뿐 아니라, 관계를 계발한다면 무려
연대나 평화가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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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신경과학계의 석학인 로버트 새폴스키도 “평화학(peaceology)”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인간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능력에 교역, 인구 통계, 종교, 집단 간 접촉, 화해, 기타
등등이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 말이다. 이 지적 시도는 세상에 크나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행동』, p.780)고 말했으니, 하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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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내가 A4 열 장 이상의 글을 써본 경험이
없다는 거였고, 아이디어만 품은 채 하염없이 보내고 있었는데, 『모럴
앰비션』 출간 소식을 들었다. 꽤나 화제를 모았던 『휴먼카인드』의 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후속작이라고
한다. 본능적으로 이 책은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 내가 (쓰려고) 상상만
했던 그 책이었기 때문이다. 읽어보지 않을 이유가 있나? 마침
서평단을 모집하기에 일정 다 제쳐두고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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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요약해보면 매우 간단한 이야기다. 선한 야망을
가질 것, 그리고 그 야망을 실현시킬 것. 책은 강한 어조로
독자에게 세상을 바꿀 것을 주문하면서, 동시에 ‘성과’를 반드시 거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냥 강조하는 게 아니라, 거의 강박적으로 강조하는 바람에 솔직히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가뜩이나
나는 실패에 관해 긴 글을 쓰고 있는데(혹시 궁금하신 분은 프로필 링크를 참고해주시길!), 이렇게 성공해야 한다는 노래를 부르면 대체 어쩌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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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이런 저자의 조급함을 이해 못할 것도 없는 것이,
정말 많은 일들을 ‘지금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진짜 위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기후변화 문제만 봐도,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 기후 협정에서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내
상승 수준에서 관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미 (2015년 대비) 지난해에 1.58℃가 상승했다고 한다. 저자가 언급하는 또 하나의 위기, 핵무기 위협도 다르지 않은 것이, 미국 역사상 가장 정서가 불안해보이는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출했고, 15일이면
끝난다던 이란 전쟁은 무려 4개월이나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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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저자는 무턱대고 성공을
주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자기계발서처럼 다양한 성공 사례를 소개하면서, 그들이 성공에 이를 수 있었던 방법을 분석한다. 그 방법들을 내
나름대로 요약해보면 더 큰 성과가 필요한 일에 나설 것, 성과를 수치화하여 공유할 것(KPI), 더 많은 사람의 관심(또는 공감)을 살 것 등이다. 성과 없이는 보상도 없다는 자본주의적 논리 같지만, 그 방법을 고스란히 자본주의의 부작용을 청소하는 데 사용하자는 것도 나름 신선하면서도 대담한 주장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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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소개된 역사적 사실도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로자
파크스 사건(백인에게 버스 좌석을 양보하지 않았던 사건)이
몽고메리의 버스 보이콧 운동의 시발점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흑인 민권단체들이 이전에 벌어진 갖가지
인종차별 사건에 섣불리 반응하지 않은 것은, 그 사건들에서 최대 다수를 동원할 ‘상징’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로자 파크스 사건이 터졌을 때에야 버스 보이콧 운동을 시작했고, 시내버스
인종 분리 규정의 위헌 판결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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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말하지만, 『모럴 앰비션』은 도덕적 혹은
이타적 야망을 가지고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꽤나 선동적인 책이다. 동시에 각자 자신의 소명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정리해놓은 이성이 녹아 있는 책이기도 하다. 내가 막연하게 구상했던 관계계발서의
모습을 대략 83% 정도 구현했다는 점에서 읽지 않았다면 큰 일이 났을 법한 반가운 책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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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실현할 수 있는
이타적 욕구에 대해 등 떠밀리듯 생각해볼 수밖에 없었다. 강박에 가깝도록 반복되는 저자의 독려 때문이기도
했지만, 관계계발서 단락에서도 말했듯이, 이 책을 읽기 전부터
고민해왔던 일이기도 했기에 속 편하게 책만 읽을 수는 없었다. 공존에 관한 책을 소개하고, 설득하기 위한 서평을 계속 써왔던 것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고 생각하지만, 첫
발의 보폭이 이제 만 세 살이 된 엄지발가락 길이 수준이어서 크게 내세우기는 어려울 것 같고, 소개할
만한 성과까지 없다는 게 문제다. 그나마 이 책을 읽으면서 그 구상을 구체화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선물 같은 경험이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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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책 또한 더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나와 같은 독서 경험을 한 이들이 많아지고, 그만큼 새롭고도 좋은
일을 많이 시도할수록 세상은 더 빠르게 변할 테니까.<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54/80/cover150/k15213960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4548033</link></image></item><item><author>책판다</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돈보다 중요한 것 - [돈 때문에 불안하다는 착각 - 경제적 불안을 권하는 사회에서 흔들림 없이 살아가는 법]</title><link>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17332012</link><pubDate>Sat, 13 Jun 2026 09:5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1733201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32139492&TPaperId=1733201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45/5/coveroff/k83213949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32139492&TPaperId=1733201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돈 때문에 불안하다는 착각 - 경제적 불안을 권하는 사회에서 흔들림 없이 살아가는 법</a><br/>다우치 마나부 지음, 김정환 옮김 / 부키 / 2026년 06월<br/></td></tr></table><br/>✳️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br>바야흐로 불안의 시대다. 나도 (아직 오려면 한참 남은) 노후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한숨을 쉴 지경인데, 주변에서 틈만 나면 몇 억은 모아둬야 한다고 떠들어 댈 때면 뇌 한 구석에서 화산이 폭발하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한국의 중위소득과 중위자산 모두 세계 상위 10~15% 수준에 이르는 상황에서 불안이 얼마나 합리적인 건지 의문이 들 때면, 머리가 블랙홀 강착 원반에 진입한 것처럼 빙글빙글 돌아가버린다. 혼돈의 카오스.<br>막연했던 의문이 풀린 것은 『돈 때문에 불안하다는 착각』을 읽은 후였다. 책의 제목이 이미 결론을 내렸듯이, 돈 때문에 느끼는 불안은 착각인 게 분명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근거들을 매우 합리적이면서도 명쾌하게 풀어간다.<br>-----<br>그래서 왜 우리는 항상 돈 때문에 (헛된) 불안을 느끼게 되는 걸까? 책에 소개된 여러 가지 이유를 나는 두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적 과제가 그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화폐 경제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오히려 새로운 부의 창출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nbsp;<br>전자부터 살펴보자. 지난 2019년, 일본에서는 금융청에서 발표한 “노후 자금이 2,000만 엔(26년 환율 기준 약 1억 9천만 원) 부족할 것”이란 보고서가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일본 사회에 작지 않은 변화를 일으켰다. 미래에서 불안을 느낀 개인들이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섰고 기업이 이 수요에 대응하면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불안이 훌륭한(?) 마케팅 소재가 된 것이다.&nbsp;<br>후자는 좀 더 문제가 심오해지는데, 화폐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 때문에 정작 진짜 부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가 소개한 예시를 살펴보는 게 좋겠다. 시장에서 첫날 만 원짜리 판매되던 주스가 다음 날 오천 원, 그 다음날에는 삼천 원에 할인 판매되었고 고객 A와 B, C는 주스를 각각 만 원과 오천 원, 삼천 원에 구매했다. 이 경우 제일 큰 이익을 본 사람은 누구일까? 많은 분들이 자신있게 정답을 외치겠지만, 사실은 알 수 없다. 주스를 가장 맛있게 즐긴 사람, 즉 그 주스에서 가치를 느낀 사람이기 때문이다.<br>나는 불안의 기원을 두 가지로 정리했지만, 둘은 사실 떼어놓고 생각하기에 관계가 지나치게 긴밀하다. 가령 이런 것이다. 노후 불안은 화폐 가치로 변환되어 설명하니, 우리는 자연스럽게 화폐를 불리는 데 최선을 다한다. 문제는 화폐만으로 가치를 만들 수는 없다는 데 있다. 이 문제는 특히 일본 같은 심각한 노령화 사회에서 더 심각해진다(우리는 더 심각할지도 모르겠다). 가령 돌봄 서비스 인력이 심각하게 부족한 경우에, 잔뜩 쌓아놓은 화폐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nbsp;<br>이런 의문은 자연스럽게 투자 문제로 이어진다. 2024년 일본의 주식 거래액 1,300조 엔 가운데 기업이 신규로 조달한 자금은 1.4조 엔에 불과했다고 한다. 즉, 주식 거래액의 0.1%만이 가치 투자에 동원되었다는 이야기다. 만약 주가 상승이 통화량 같은 금융 요인에 따른 결과라면, 내가 1년 전에 목표로 했던 자산 1억은 1년이 지난 지금의 1억원과 가치가 같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화폐가 늘어난 만큼 돈의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nbsp;<br>-----<br>저자의 제안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보유한 화폐를 늘리기 보다는 가치를, 사회가 함께 창출하는 것이다(더 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확인하시기를!) 이 결론에서 나는 아쉬움과 반가움을 동시에 느꼈는데, 아쉬움은 이미 전 세계 나라 대부분이 이 가치 창출에 사활을 걸었기 때문이다. 말인 즉, 이 제안이 이 책 고유의 인사이트라고 보기는 어려웠다는 것이다.&nbsp;<br>하지만 개인에게 주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투자만 답’이란 인식이 확고해지면서 투자 행위의 가치는 수직 상승한 반면, 노동의 가치는 그 인식 속에서 추락에 가까운 하락을 거듭했다. 그 와중에 가치의 진짜 기원을 상기시켜주었다는 점에서 무척 반가운 책이었달까. 물론 인식의 전환을 몇몇 개인이 해낼 수는 없는 일이고 그래서 실질적인 변화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겠지만, 일단 반전의 계기로 삼을만한 책을 만난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했다.&nbsp;<br>나는 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함께 읽으시면 좋겠다. 『돈 때문에 불안하다는 착각』은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45/5/cover150/k83213949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4450559</link></image></item><item><author>책판다</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우리는 언제나 공감의 시대에 살았다 - [공감의 시대 - 다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자연에서 배울 수 있는 것]</title><link>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17327239</link><pubDate>Wed, 10 Jun 2026 16:4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1732723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4921609&TPaperId=1732723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5259/7/coveroff/893492160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4921609&TPaperId=1732723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공감의 시대 - 다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자연에서 배울 수 있는 것</a><br/>프란스 드 발 지음, 최재천.안재하 옮김 / 김영사 / 2024년 11월<br/></td></tr></table><br/>그 유명한 『침팬지 폴리틱스』의 저자이자 동물행동학의 권위자인 프란스 드 발이 쓴 책이다. 제목 그대로 ‘공감’에 관한 이야기인데, 저자는 사람 의 행동이 아닌, 자기 연구 분야인 동물의 행동에서 그걸 찾았다. ‘공감’이란 말 때문에 홀린듯 들여왔고, 읽는 내내 매우 공감했지만, 시차를 두고 생각해보니 저자의 주장에서 꽤 많은 부분 공감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이래서 생각도 시간을 가지고 다듬어야 하나보다).<br><br>📚 적자생존을 향한 카운터 어퍼컷<br>마치 내 의지와는 관계 없이 내 공감을 강탈해간(?) 부분부터 시작해보자. 내 생각에 이 책이 남긴 가장 중요한 성과는 자연계(또는 과학)에서 공감의 지위를 회복시켰다는 것이다. 홉스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또는 허버트 스펜서의 사회진화론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이없도록 많은 사람들이 자연 선택을 부자나 권력자, (더 이상하게는) 근육을 부풀린 개체들이 생존 경쟁에서 이긴다며 착각하는데, 드 발은 시작부터 “삶에 대한 투쟁이 자연의 본질이니 우리도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누구도 믿지 마시라”라고 못을 박는다. 다시 말해 포유류나 영장류의 행동을 보면 생존을 위해 협력하는 경우가 차고 넘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사실상 전체가 이 주장에 대한 증거라고 봐도 좋을 정도인데, 그러다 보니 책을 읽다 보면 적자생존 광신도들을 신나게 비웃게 된다. 과학책 읽으면서 이런 카타르시스를 느낄 줄이야.&nbsp;<br>이런 카타르시스도 좋았지만, 적자생존 신도들이 하고 싶어 안달이 난 힘 자랑을 ‘과학의 탈’을 쓰고 할 수 없다는 게 더 좋았다. 이전까지는 ‘자연주의 오류’ 같은 어려운 말을 써가며 길게 반박해야 했는데(당연히 상대방은 이런 말도 모른 척했지만), 이 책이 좋은 레퍼런스가 되어준 덕분에 그건 ‘네 희망사항’이라거나 ‘미신’이라고 자신 있게 반박할 수 있으니까. 사실 과학자 입장에서 이런 책을 쓰는 게 쉽진 않았을텐데, 반대 진영에서 날을 세워가며 논쟁을 위한 논쟁에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그러나 프란스 드 발은 용기를 냈고, 좋은 과학 레퍼런스를 안겨주었다. 이러니 의미 있는 책이 될 수밖에.&nbsp;<br><br>📚 과학도 껴줄 때가 되었다<br>기억하고 싶었던 또 다른 대목은 “법학, 경제학, 정치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객관성을 가지고 자신의 사회를 볼 방법이 없다”면서 과학이 확인한 협동 “경향을 간과하는 사회는 이상적인 사회가 될 수 없다”는 드 발의 주장이었다. 과학이 발견한 협동-친화적 성향을 사회과학 연구자들, 나아가 정치인들이 모른 척한다는 이야기다. 가령 경제학은 인간을 아직도 최대한 자신의 목표을 실현시키기 위해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존재로 간주하고 논리를 펼치는데, 과학자들은 이런 인간관을 흡연 호랑이 연구하던 시절에 내다 버렸다는 걸 알고 계시는지. 문제는 손가락만 가져다 대도 먼지 날릴 것 같은 경제학의 영향력이 사회과학 중에서도 끝판왕이라는 거다. 한정된 재화의 효율적 분배를 목표로 한다는 경제학이 목표를 잘 수행해냈을까? 아니, 설명은 잘 해냈을까? 책에서 소개한 앨런 그린스펀의 사례를 보면 전혀 안 그런 것 같다.&nbsp;<br>드 발은 호모 사피엔스가 마냥 친절한 종은 아니더라도, 반대로 폭력적이기만 종 또한 아니라고 말한다. 포유류 대부분이 협동이 필요한 상황에선 언제든 뭉치고, 심지어 연대감까지 발휘한다는 것이다. 인류 또한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그렇기에 정치는 기존의 사회과학에 더해 과학적 발견을 보태야 한다는 게 이 책의 요지다. 드 발의 주장을 내 방식대로 읽어보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적어도 사람이 세상을 모두 알 수 없는 존재라는 점, 사람의 뇌가 열량을 최대한 아껴 쓰다보니 편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신경과학의 발견 감안한다면, 인간이 받아들이기에 ‘편안한’ 사상 또는 제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nbsp;<br><br>📚 모듈론 vs 구성론<br>하지만 이 책의 몇몇 대목은 목에 걸린 생선가시처럼 내 마음에 남았는데, 공감의 기원을 ‘진화’라고 못 박은 대목이었다. 아니 대목이란 말도 맞지 않는 것이, 진화가 공감의 기원이라는 말은 책의 논지를 세우는 철근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가령 “우리의 몸과 마음은 사회적 삶에 맞게 만들어져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희망을 읽고 낙담하게 된다.”(p.26)는 말이나, “공감은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우리 인간 종보다도 훨씬 더 이전에 진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p.100)는 발언이 그 예시인데, 처음엔 공감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나도 모르게 실눈을 뜨거나 고개가 자꾸만 한쪽으로 기울이게 된 것이다.<br>내 의문은 인간의 협동이 생물학적 진화에서 유래했느냐는 것이다. 『위어드』의 저자 조지프 헨릭은 유전자 진화에 문화가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의 대표 주자인데, 전작인 『호모 사피엔스 - 인류를 지배종으로 만든 문화적 진화의 힘』에서 그 이론을 아주 잘 정리했다. 짧게 요약하자면, 인간이 지배종이 된 것은 ‘학습 능력’ 덕분이고, 생존에 필요한 지식은 문화의 형태로 전수된다는 것, 그리고 문화가 생물학적 진화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다. 헨릭은 후속작인 『위어드』에서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의 실제 사례를 소개한다. 유럽이 산업혁명을 전후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은, 2000여년 전 유럽에 자리 잡은 이러저러한 문화(여기에 대해선 서평 작성 예정)을 학습한 덕분이라는 것이다. 그 2000년 동안 자리를 잡은 문화 때문에 유럽 바깥의 사람들과 근본적인 차이가 관찰되었는데, 헨릭은 이걸 문화가 생물학적 유전에 영향을 미친 사례로 생각한다.<br>헨릭의 논의를 거드는 또 한 명의 학자가 있으니, 바로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리사 펠드먼 배럿이다. 배럿은 구성된 감정 이론(theory of constructed emotion, TCE)의 대표 주자 중 한 명인데, 구성된 감정 이론의 요지는 대략 이런 것이다. 기존 심리학은 사람이 즐거움, 기쁨, 슬픔, 공포 등을 뇌에 장착한 상태로 태어난다고 설명했는데(basic emotion theory, BET)(이 이론이 만약 사실이라면, 이걸 가능하게 한 것은 진화일 것이다), 우리(뇌)가 학습 능력을 타고난 탓에 이러한 감정 또한 태어난 후에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배운다는 것이다(감정을 구성하는 복잡한 절차는 생략). 이 경우에도 학습이 주요한 화두인데, 드 발이 협동, 나아가 (협동을 이끌어내는) 공감이 내재된 본능으로 간주한다면 배럿은 그게 다 태어나서 학습한다는 이야기다<br>이렇듯 드 발이 『공감의 시대』에서 공감에 관해 펼친 논리는 헨릭-배럿의 입장과 대척점에 놓인 셈인데, 드 발이 협동의 기원을 진화, 더 정확하게는 공통 조상으로부터 찾고 있으며, 이는 협동이 생물학적 진화의 결과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관련해서 헨릭은 『위어드』에서 “문화적 진화 과정은 유전자에 작용하는 자연선택에 비해 빠르고 강력하다”고 주장하면서 근거로 20세기 동안 교육 제도(문화)와 자연선택이 유럽 청소년들의 학업 성취도 향상에 기여한 수준을 들었는데, 아니 글쎄 교육이 9~11년 향상, 자연선택이 8개월 퇴보라는 압도적 차이를 기록한 것이다.&nbsp;<br>내 생각에 이는 문화와 유전자 중 사람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는데, 여기에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사람의 행동에서 문화의 영향이 이 정도로 크다면, 협동의 기원을 ‘진화’에서 찾은 드 발의 주장이 얼마나 설명력을 지닐 수 있을까? 드 발이 후천적 학습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완전히 무시한 것 같진 않지만, 이러나저러나 논지가 목에 걸린 생선가시 같을 수밖에. 그렇다고 누굴 지지하네 마네 선언(?)하기도 어려운 것이, 두 입장이 각각 모듈론(Modularity / Nativism)과 구성론(Constructionism) 진영으로 나뉘어 한창 논쟁중이었던 탓이다. 전혀 없는 일개 서평러로서 누굴 지지하기엔 학술적 배경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열혈 지지자가 된다면 그것도 우스운 노릇이니까. 어쨌든 책을 덮고 나서도 마냥 후련하기만 하진 않았다는 게 책이 남긴 약간의 아쉬움이었다.<br>-----<br>이런저런 의문이 남았어도 의미 있는 독서 경험을 남겨준 책인 걸 부인하진 않으련다. 요즘 사회가 바닥을 드러낸 호수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 그만큼 협동, 공감 같은 걸 찾아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감의 시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곤 해도, 충분히 단비 같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책은 무조건 추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5259/7/cover150/893492160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2590778</link></image></item><item><author>책판다</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아이들의 가난함을 외면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놓치는 것들 -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title><link>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17325463</link><pubDate>Tue, 09 Jun 2026 16:5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1732546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02936706&TPaperId=1732546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2807/15/coveroff/k502936706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02936706&TPaperId=1732546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a><br/>강지나 지음 / 돌베개 / 2023년 11월<br/></td></tr></table><br/>이 책은 빈곤 가정에서 자란 여덟 명의 삶을 청소년기부터 청년기까지 추적 관찰한 기록이에요. 여기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그 여덟 주인공들은 그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든 견뎌냈고, 그렇게 청년이 되었을 땐 자립은 기본, 심지어 몇몇은 부모님까지 함께 책임지고 있던 거였어요(심지어 청소년 시절에 ‘비행청소년’으로 분류되었던 피관찰자조차 열심히 살아갔어요).⠀한편, 청년이 되어서 자기 밥은 스스로 챙겨먹는 ‘1인분’을 해내는 와중에, 하나 같이 심리적·경제적으로 쫓기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어요. 그들을 옭아맨 빈곤의 끈은 오랫동안 질기게 남아 있더라구요.⠀이 대목에서 엄빠의 사회경제적 지위 세습 이야기를 떠올릴 분 많으실 텐데, 책판다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피관찰자들의 기록을 읽으면서, 책판다는 우리 사회가 많은 가능성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았어요. 눈부신 발전을 사람이 거의 다 일군 우리나라는 좋으나 싫으나 사람이 많고 봐야 하는데, 정작 그 사람이 너무나 없는 거예요.⠀하지만 그 사람의 가능성을 알아보기도 전에, 부모님의 자원 유무가 자주 첫 번째 거름망이 되어버려요. 이런 상황에서 가능성 높은 이들을 많이 모으기 어려운 건 당연하구요. 이렇게 거르고 거른 사람만으로 우리가 일군 기적 같은 성장이 앞으로도 가능할지, 저는 회의감이 들었어요.&nbsp;⠀그러니까 구성원의 경제적 기본권과 사화의 안전(박탈감이 클수록 증오도 늘어난다는 연구를 봤거든요)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위해서라도 피관찰자 같은 구성원을 복지 제도로 품어야 한다는 게 책판다의 결론이에요. 지속 가능하지 않은 공동체에선 우리 자녀 너희 자녀 할 거 없이 모두가 힘겹게 살아갈 테니까요.<br>※ 24년 3월에 작성한 서평입니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2807/15/cover150/k502936706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28071557</link></image></item><item><author>책판다</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학문 영역을 가리지 않는 행동의 지도 -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title><link>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17324304</link><pubDate>Mon, 08 Jun 2026 23:0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1732430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9635X&TPaperId=1732430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2921/16/coveroff/895469635x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9635X&TPaperId=1732430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a><br/>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1월<br/></td></tr></table><br/>나는 주기적으로 인생책을 바꾸는 편인데, 로버트 새폴스키의 책 『행동』을 읽고 나서 또 한번 인생책을 바꿀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이렇게 자주 바꾸는 게 인생책이 맞나 싶지만). 얼마 전 다 읽은 『행동』은 내게 그만큼 의미 있는 책이었는데, 세 가지 이유를 꼽아보면 이렇다.⠀첫째, 이건 조금 소소한 이유인데, 그동안 내가 읽었던 가장 두꺼운 책이었기 때문이다. 이 두꺼운 책을 이렇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니, 이런 독서 경험은 몇 번을 반복해도 지겨울 일이 없을 것 같다(김명남 선생님의 믿고 보는 번역도 이 즐거움에 큰 몫을 했는데, 저자의 글재주가 번역에서 단 하나의 손실 없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혹시 두께 때문에 읽을 엄두를 못 낸 독자들은 당장 오늘부터 시작해보시길(참고로 저는 해외여행 갈 때 비행기에 들고가서 읽었다).⠀둘째, 인간행동의 메커니즘을 그 어떤 책보다 명쾌하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뇌과학이랑 심리학 책 좀 읽어봤다’며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녔다. 하지만 막상 인간 행동의 근원이나 동기에 대해 답해보라고 했다면, 한참을 궁리하다 이렇게 답했을 것 같다. “잘 모르겠는데요.”⠀문제는 ‘모르겠다’고 넘어가기엔 답이 너무나 궁금했다는 거다. 특히 정치, 성별, 이념, 국제 관계 등등 거의 모든 곳에서 갈등이 터져나오는 요즘, 인간 행동의 기원만 알아낸다면 세상 모든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 거란 막연한 기대가 있었는데, 그 와중에 이 책이 그 어떤 사이다보다 시원하게 더 답을 알려준 것이다!⠀셋째, 그렇게 알려준 답이 뇌와 유전자, 호르몬, 환경, 문화, 사회구조 등등이 거미줄처럼 엮여 나타난 결과물이었다는 점 때문이다. 새폴스키는 책을 통해 사람의 행동을 단 하나의 원인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행동 직전의 신경생리, 며칠 간의 스트레스와 감정, 성장기의 경험, 문화·제도·진화까지 여러 층위의 기제가 서로 얽혀서 비로소 ‘하나의 행동’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저자는 자신의 연구를 포함해 신경과학, 내분비학, 심리학, 인류학, 정치학, 경제학(게임이론)까지,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는데, 이 연구들을 절묘하게 엮어내며 신뢰도를 한층 끌어올린다.<br><br>-----<br>나는 심리학과 뇌과학 책을 그렇게 읽었는데도 뿌리를 뽑기 어려운 편견 하나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건 ‘사람이 뭐 하나라도 (잘) 하려면 타고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벽돌 세 개 두께의 책을 쓴 새폴스키는 “세상일은 언제나 책보다는 복잡하다”라는 말을 반복한다. 그만큼 세상은 복잡한 곳이고, 사람의 행동은 단 하나의 원인만으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새폴스키가 이 이야기를 귀에 피날 때까지 강조 또 강조하는 건, 사람들은 세상 거의 모든 문제들을 가능한 한 단순하게 이해(또는 설명)하려는 경향 때문일 것이다. 우리 뇌가 다른 일로 워낙 열량을 많이 쓰다 보니 이런 문제까지 고민하고 싶어하질 않다고 한다(우리가 지나치게 자주 “아 됐고, 결론이 뭔데?”라고 되묻는 이유인데, 이걸 심리학 용어로 이를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로 부른다고 한다). 나라고 예외일 리는 없어서 단단한 편견을 내 마음 속 깊이 묻어두고 있었는데, 새폴스키가 『행동』에서 완벽한 논증과 강박적인 강조를 거듭한 끝에 이 편견을 통해 깨뜨려준 것이다. 오, 이런 독서 경험은 얼마나 즐겁고 소중한지!<br>-----⠀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훌륭한 독서 경험이었지만, 나는 여기에서 조금 더 욕심을 내보고 싶어졌다. 책에서 소개된 예시 하나를 생각해보자. 옥시토신 호르몬은 내부 구성원에 대한 친밀감과 외부 구성원에 대한 적대감을 동시에 유발한다고 한다. 아기에게 한없이 너그러웠던 엄마가 낯선 타인에게 쉽사리 경계를 높이는 이유가 바로 이 호르몬 때문이라는 거다.⠀좋아! 그럼 새폴스키의 말대로 ‘행동’이 유전과 문화가 뒤섞인 결과물이라면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작은 넛지 하나를 심어본다면 어떨까? 이를테면 ‘강남구민’을 ‘서울시민’으로, ‘서울시민’을 ‘대한민국 시민’으로 호칭하며, ‘우리’의 테두리를 슬그머니 넓혀보는 것이다. 교양 이상의 전문 지식이 없다 보니 장담은 못하겠지만, 이 가설이 유효하다면 꽤 많은 일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가령 ‘외국인 노동자’를 대할 때 막연한 친절을 기대하기보다는 ‘같은 사람’으로 바라본다면, 어떤 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br>마침 미국의 심리학자 조슈아 그린이 쓴 『옳고 그름』이라는 책에서 이 문제를 다룬다기에(아마도 공통의 도덕성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다) 냉큼 책을 구했다(절판 소식에 절망했지만 온라인 중고서점엔 있었다!). 더 깊이 있는 이해와 의미 있는 변화를 찾는다면, 『행동』은 진정한 의미의 ‘인생책’으로 남게 될 것 같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2921/16/cover150/895469635x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29211677</link></image></item><item><author>책판다</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자유의지와 운명 사이에서 - [운명의 과학 - 뇌는 어떻게 우리의 운명을 만드는가]</title><link>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17318519</link><pubDate>Fri, 05 Jun 2026 15:5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1731851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82034208&TPaperId=1731851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136/80/coveroff/k28203420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82034208&TPaperId=1731851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운명의 과학 - 뇌는 어떻게 우리의 운명을 만드는가</a><br/>한나 크리츨로우 지음, 김성훈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12월<br/></td></tr></table><br/>※ 2022년 1월에 구판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br>‘자유의지냐 운명이냐’는 어느 시점에 마무리되는 것 같다가도, 어디선가 땔감이 나타나서 불이 활활 타오르는 논쟁 주제인 것 같아요. 한쪽에선 ‘내 성공은 내가 다 했지 말 보태지 마라’하는 반면, 다른 쪽에선 ‘야, 넌 3루에서 태어났잖아’라고 비판하고 있어요. 이 논쟁이 끝없이 이어지는 건 아마 우리 삶에 대단히 큰 영향을 미치는 ‘운’을 수치화하기 어렵기 때문은 아닐까, 책판다는 생각하고 있어요.&nbsp;<br>관련해서 책판다는 얼마 전 읽었던 ‘돈의 심리학’에서 운에 관한 아주 중요한 교훈을 얻었는데요. ‘우리가 얻은 수익은 (우리는 절대로 알 수 없는) 운(=리스크)이 영향을 미친 결과이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겸손해야 한다’는 게 교훈의 핵심이었어요. 운을 실력으로 착각하지 말라, 겸손하게 할 수 있는 걸 하자, 이런 뜻으로 받아들였네요.<br>최근 타고난 집중력, 지능이 다른 상황에서 개인의 성취만 부각되는 게 옳은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잖아요? 이에 대해 마이클 샌델 교수 선생님은 인문학적 기반에서 논의를 풀어주셨었죠?<br>이 와중에 책판다는 ‘운’과 관련된 아주 재미있고 중요한 책을 하나 발견한 거예요! 바로 ‘운명의 과학’이란 책이었어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운에 관한 책은 아니었고, 주로 우리가 부모님 또는 조상님으로부터 물려받는 생물학적 특성(특히 두뇌)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공정하다는 착각’이 사회적 차원에서 논의를 풀었다면, 이 책은 ‘타고난 신체적 재능을 극복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관한 이야기를 풀고 있어요. 생물학적 특성에 대항해 우리는 얼마나 자유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을 것이냐라는 거죠!&nbsp;<br>책판다는 책을 읽기 전, ‘자유의지 그거 이제는 환상 아니냐?’라는 시각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는데요.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더라구요. 관련해서 책판다는 왜 때문에 생각을 다시 하게 됐는지, 포스팅 두 개에 걸쳐서 책의 알맹이들과 함께 곱씹어보려구 해요.&nbsp;&nbsp;<br><br>📚 날 때부터 모든 게 정해져 있다? 발달 중인 뇌<br>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들 많이 하시죠. 책판다도 아이를 키우는 주변 지인들이 좀 있어서 요리조리 관찰을 해보곤 하는데요. 아, 이 아이는 나중에 어떻게 크겠다, 저 친구는 저렇게 크겠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타고난 성격이 보인다는 이야기죠.&nbsp;<br>요 ‘타고난 성격’은 웬만한 교육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모든 창을 막아내는 방패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타고난 성격은 부모님도 고칠 수 없으니, 아이가 있는 그대로 자라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걸까요?<br>저자 선생님은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답변하세요. 사람의 뇌는 어쨌든 변한다는 거예요. 요즘 자기계발서에서 앞다투어 이야기하는 ‘뇌의 가소성’, 즉 뇌의 변하는 성질이 무한한 것은 아니지만 성격(두뇌)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들은 얼마든지 있다는 거예요.&nbsp;<br>가령 아이들의 뇌 구조물은 아직 완전한 ‘배선’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감정 조절 등이 쉽지 않은데, 어린 시기에 부모님 또는 다른 성인과 어떤 관계를 맺었느냐에 따라 배선이 연결되는 정도가 다르게 나타난대요.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뇌가 자라는 만 세살 즈음 성인으로부터 다정한 말투(예를 들면 엄마 말투)로 언어에 자주 노출시킬 경우, 뇌의 배선이 최선의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거죠.<br>퇴화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래요.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같은 특정 뇌 질환을 일으키는 유전 인자가 존재한다고 하는데요. (그 메커니즘이 하도 복잡해서 특정 유전자를 콕 찝어내기가 어렵다고는 합니다만..) 하지만 치매를 유발하는 결정적인 유전자를, 결정적으로 무력화하는 행동들이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활발한 신체 및 사회 활동, 좋은 수면, 공부, 긍정적인 마음 등을 계속 이어간다면 발병 시기를 최대한 늦출 수 있다는 이야기예요!!!<br><br>📚 살찌는 건 자기 관리 실패? - 배고픈 뇌<br>한편 ‘비만’은 대표적인 자기 관리 실패의 사례로 손꼽히잖아요. 책판다도 먹는 걸 참 좋아해서, 웬만큼 배가 부르지 않고서는 중간에 먹는 걸 참아내는 게 쉽지 않은 편인데요. (뱃살을 보며 울고 있는 책판다)<br>그런데 이 책에 따르면 FTO(Fat Mass and Obesity-associated protein)라는 유전자가 있고, 세계 인구 중 절반이 비만의 확률을 25% 높이는 버전으로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해요. 만약 책판다가 이 유전자 변이 2개를 가지고 있다면 원래 체중보다 3킬로그램 더 무거울 가능성이 높고, 비만이 될 위험은 50퍼센트 더 높다고... (Hoxy 책판다도..? 🙄)<br>특히 좌절스러운 부분은 이 유전자의 힘을 개인의 인내심만으로 극복하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말씀하신 대목이에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이 유전자의 존재를 알고 있다 해도, 장기적으로 다이어트를 이어가기란 대단히 어렵다고 하네요.. 아.. 우리에게는 정녕 방법이 없는 걸까요?<br>다행히 해답이 없지는 않았어요. 관련해서 책판다가 예전에 읽은 ‘넛지’에서도 답이 될 만한 사례를 다룬 적이 있는데요. 학교의 교내 급식 책임자가 구내식당의 음식을 재배열했더니 특정 음식의 소비량을 25%가량 줄일 수 있었다고 해요! 사회적 합의를 통해 환경만 바꾸더라도 비만을 줄일 수 있다면, 우리 가뜩이나 선거도 가까워졌는데 관련 논의를 충분히 제기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br><br>📚 아름다운 신념과 고집불통 사이에서, 믿는 뇌<br>사람은 누구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잖아요. ‘응? 내가 무슨 신념을?’ 하고 반문하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아마 반문하신 분들도 다 가지고 계실 거예요. 굳이 ‘민주주의’ 같은 거창한 이념이 아니더라도, 가령 ‘상스러운 욕을 배설하는 사람과는 절대 상종도 안 하겠다’는 일상적인 생각도 신념의 하나니까요.<br>그럼 신념은 대체 무엇이고, 왜 때문에 생겨난 걸까요? 책을 보면 심리학 교수이자 과학잡지 ‘스켑틱’의 창립자인 ‘마이클 셔머’라는 분께서 “신념을 형성하는 능력은 인간의 진화에서 필수적인 부분이었다고 주장”(200)하셨대요. “뇌는 자기가 받아들이는 모든 감각 입력을 분류하고 상호참조해서 패턴을 생성함으로써”(201) 신념을 만들어내고 있는데요. “포식자의 얼굴 패턴을 알아보고 그 포식자의 점심거리가 될 수 있으니 꽁지 빠지게 달아나는 것이 좋을 거라 예측하는 능력은, 해당 개체로 하여금 하루라도 더 살아남아 이 기술을 자손에게 전달해 줄 수 있게 해주었다”라고 해요. 특정한 사실(포식자의 얼굴)로부터 패턴(나는 점심거리가 된다)을 추출해, 생존에 써먹었다는 이야기죠!<br>이런 신념은 때때로 우리에게 생존과 자부심을 선물해 주었지만, 책판다도 여러분도 넘모나 잘 알고 있듯 부작용도 만만치가 않아요. 가령 신념의 최정점이라 할 수 있는 종교 때문에 목숨을 빼앗긴 사람은 헤아릴 수가 없어요. 정치 갈등 때문에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은 또 어떻구요. 인간의 타고난 신념 형성 능력은 빛과 그림자가 뚜렷한 것 같아요.<br>신념을 가지는 거 좋아요 좋은데, 신념 때문에 사람이 죽고 갈등이 폭발하면 그 신념은 대체 무슨 소용이겠냐 싶어지네요. 저자 선생님은 똥고집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운동과 휴식, 성찰 등을 추천해 주셨어요. 조금 빤하고 김이 빠지는 방법이지만, 뭐 정석이란 대부분 재미없고 김빠지는 이야기들이니까.. ​<br><br>📚 스스로를 구원하는 방법, 협동하는 뇌<br>자, 책판다는 포스팅 두 개에 걸쳐 우리의 뇌(신체)가 무엇을 어떻게 타고나는지 몇 가지 내용을 살펴봤는데요(책에는 일곱 가지가 있는데, 여기에서는 세 가지만 소개해드렸어요. 궁금하신 분은 책 구매 고고!). 저자 선생님은 이 모든 특성을 살펴본 결론을 이렇게 내리셨어요.<br>이 책을 쓰고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는 결국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확신하게 됐다. 바로 인간의 본성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것은 없다. 우리가 종의 전체적 특성을 공유하는 것은 사실이다. 개인의 수준에서는 생물학이 상당히 결정론적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 집단이 전체적으로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는 것은 또 하나의 지나친 단순화 모형이다. 그렇게 얘기하면 수십 개의 고유한 현실 모형인 뇌가 서로와 마주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장엄한 복잡성과 유연성, 수십억 명이 제각기 갖고 있는 고유한 현실 모형들이 부정되어 버린다.&nbsp;p.286(구판)<br>여기 저 책판다는 사람으로서(곰 아님) 다른 사람들과 이런저런 특성을 공유하고 있지만, 이 특성에 사람을 억지로 끼워 맞춰 설명할 경우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이해했어요. 나아가 자유의지를 부정한 채 자신을 자기 인식 속에 스스로를 가둘 경우, 도리어 충동적인 행동이 늘어날 수 있다고 하네요.&nbsp;<br>그러니까 우리는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지 말고,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대요. 저자 선생님의 결론이었구, 책판다도 여기에 200% 동의했어요. 자기계발서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나는 나의 모든 걸 바꿀 수 있어’도 좀 아닌 것 같지만, 물려받은 타고난 특성에 안주하고 살아가기에는 우리 선배들이 너무 많은 걸 해내왔잖아요? 책판다라고 못할 건 또 뭔가 싶은 거죠.&nbsp;<br>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이 책의 일독을 권해드리면서, ‘운명의 과학’ 리뷰는 여기에서 마무리할게요!&nbsp;&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136/80/cover150/k28203420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1368076</link></image></item><item><author>책판다</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나의 윤리가 모여 사회의 연대가 된다 - [그저 하루치의 낙담]</title><link>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17316619</link><pubDate>Thu, 04 Jun 2026 14:5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1731661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72034189&TPaperId=1731661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102/82/coveroff/k17203418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72034189&TPaperId=1731661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그저 하루치의 낙담</a><br/>박선영 지음 / 반비 / 2025년 12월<br/></td></tr></table><br/>얼마 전 『에세이즘』이란 책을 사들이면서 말했지만, 언제부터인지
에세이는 내 촉수에 걸리지 않는 장르가 되어버렸다. 어쨌거나 경험에서 의미를 길어올리는 게 중요한 장르인데, 요즘 들어 개인적인 경험에서 사소한 의미를 애써 부풀리는 에세이들만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내 시야가 좁은 걸 괜히 남탓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어차피 읽어야 할 책도 많은 마당에 굳이 찾아 읽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내 마음에서
에세이는 점점 멀어지나 싶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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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나는 이 거대한 세상의 조각 하나조차 제대로 볼 수 없는 사람이고, 그래서 편견은 반드시(!) 깨지게 마련이다. 이번에 읽은 『그저 하루치의 낙담』은 내 편견을 (꼴 좋다는 듯) 비웃는 책이었는데, 이런 에세이를 얼마만에 읽었는지 모르겠다. 책에 대략 백번쯤 나올 법한 “엉엉 울었다”는, 그 단순한 문장에 눈이 덩달아 시큰해진 적이 있었나? 한참 기억을 뒤져봤지만 딱히 건져내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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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세이에서 느낀 그토록 커다란 매력은, 나와
같은 고민을, 현장에서 치열하게 이어가며, 나름의 해답까지
명쾌하게 내렸다는 점이었다. 아는 분도 계시겠지만, 내가
이곳에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떠드는 주제가 하나 있는데, 바로 ‘공존’이다. 익명성 덕분에 좀 뻔뻔하게 떠들고는 있지만, 온라인 바깥 세상에선 그런 이야기를 떠들어도 괜찮은 사람인지 자꾸만 검열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일단 공존을 위해 딱히 한 일도 없고, 자칫 적자생존의 대한민국에서
그저 생존이 목표인 이들에게 모욕처럼 들릴지도 모를 일이니까. 혹은 사람이라면 응당 가질 수밖에 없는
결점 하나를 발견할 때마다 ‘역시 세상은 어쩔 수 없다’는
냉소를 더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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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저자와 나는 이 고민을 함께 나누게 된 것이다.
공존, 윤리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가슴
위에 올려둔 벽돌 같은 고민을. 게다가 저자는 ‘기자’였고, 그 직업에 대한 이미지는 누구나 다 안다(굳이 그 별명을 여기에서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아서). 입만 열지 않으면
그럭저럭 괜찮을 수 있었던 나와 달리, 그는 일선에서 화살 십 만 발을 받아가는 중에도 치열하게 윤리를
고민했으니, 나 같은 소시민은 이런 책을 읽으면서 배우고 또 배워야 하는 것이다. 나에게 이건 선택이 아닌 의무여야만 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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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란 게 그렇다. 아무리 읽어도 가질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마음가짐이나 태도 같은 것들이 그렇다. 이
책을 읽고 저자의 생각과 결론을 다 내것으로 만들지는 못하겠지. 열에 하나라도 건지면 다행이 아닐까? 나름의 방식으로 딱 하나만 건져보겠다는 결심과 함께 책을 덮었다. 이
정도 결기를 안겨 준 것만으로도 이 책은 (적어도 내게는) 할
일을 다 해냈다. 그래서 이 책은 좋은 에세이의 모범사례로 남길 수밖에 없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102/82/cover150/k17203418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1028287</link></image></item><item><author>책판다</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자본주의 기초 공부하기 -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title><link>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17313165</link><pubDate>Tue, 02 Jun 2026 15:1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1731316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7365796&TPaperId=1731316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164/26/coveroff/895736579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7365796&TPaperId=1731316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a><br/>EBS 자본주의 제작팀 지음 / 가나출판사 / 2013년 09월<br/></td></tr></table><br/>(2021년 2월 23일 작성)<br>어떤 책으로 자본주의를 공부를 시작해야 하나 싶어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던 중 EBS에서 출간한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책이 눈에 띄었어요.&nbsp;이 책은 EBS 다큐 ‘자본주의’를 책으로 만든 건데, ‘책판다’ 답게 책을 먼저 읽기로 하고 얼마 전에 다 읽고 왔어요. 지금부터 책판다와 함께 자본주의 여행을 떠나보기로 해요.⠀<br>📚 ‘빚’, 자본주의의 문지기<br>자, 이렇게 책판다는 ‘자본주의’를 향한 첫 발을 내디뎠어요. 그런 책판다를 현관문에서 반갑게 맞아준 것이 있었으니, 바로 ‘빚’이 그 주인공이었요! ‘빛’ 아니고 ‘빚’ 맞아요. 김빠지게 시작부터 빚이라니, 사회초년생이 학자금 대출 갚기 시작하는 그런 기분이 드네요. 김은 빠졌지만 이왕 시작했으니 한 걸음 더 들어가볼게요.⠀최근 경제 뉴스를 보면 “경기 부양을 위해 세계 각국의 정부가 돈을 푼다”는 말이 정말 많이 등장하잖아요? 아, 그럼 돈은 어떤 방법으로 풀게 될까요? 경제학원론 교과서에 등장하는 것처럼 헬리콥터를 띄워 돈을 투하하는 방식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책에 따르면 돈을 푸는 방식 중 하나가 “이자율(기준금리)을 통제하는 것”(p.47)이라고 해요. 요즘 가계대출이 늘었다는 뉴스가 여기저기에서 들리잖아요. 주변에 보면 대출 받아 부동산 또는 주식에 투자하는 분들 많으시죠? 이게 다 금리가 낮아진 덕분인데요. 중앙은행에서 금리를 낮추면, 이자 부담이 낮아지니 돈을 쉽게 빌려 쓰게 되겠죠?⠀그럼 대체 왜 때문에 ‘빚’은 ‘자본주의의 현관문’ 앞을 지키고 서서 우리를 반기는 걸까요? 책의 설명을 요리조리 살펴보면 대략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자본주의는 “‘돈의 양’이 끊임없이 많아져야”(p.23) 하는 경제 체제래요. 그럼 왜 돈의 양이 끊임없이 많아져야 하나요? 바로 ‘이자’ 때문인데요. 책 속 예시를 짧게 소개해 드릴게요. 한 고립된 섬의 중앙은행이 1만원을 발행해 시민 A한테 빌려줬다고 가정해 볼게요. 시민 A는 1년 동안 5%의 이자를 쳐서 갚기로 했어요.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 바다에 나가 열심히 고기를 잡았어요. 그럼 시민 A는 1년 후에 중앙은행에 원금 1만원에 이자 500원을 갚을 수 있을까요? 답은 ‘아니다’예요. 발행된 통화가 1만원밖에 없으니 500원은 아무리 땅을 파도 구할 수가 없는 거죠. 고로 중앙은행은 500원을 더 찍어야 하고, 또 누군가는 그것을 빌려가야 한다는 이야기예요. 돈이 끊임없이 늘어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거죠!⠀그리고 눈치 채셨을지 모르겠지만, ‘이자’를 지불하기 위해 돈을 더 찍어낸다고 했어요. 이자를 갚기 위해 돈을 찍어내고, 또 이자를 갚아야 하고, 또 돈을 찍고…. 결국 돈이 늘어난다는 건 ‘빚’이 늘어난다는 말의 다른 버전인 셈이겠죠! 이제 조금 감이 잡히네요! 결국 통화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빚’이 늘어난다는 이야기인 셈이죠!⠀<br>📚 은행을 거치면 돈이 몇 곱배기!<br>그리고 자본주의를 떠받드는 또 하나의 시스템이 있으니, 바로 ‘은행’이 그 주인공이에요. 만약 1만원을 풀었는데 10명이 빌려버린다면? 시중에 풀리는 유동성은 1만원이 되겠죠? 그런데 ‘은행’을 거치면서 조금 요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해요. 은행은 고객이 저축한 돈을 ‘(부분)지급준비율’만 남겨준 채 빌려준다고 해요. 만약 10만원을 저축으로 받았다면, 1만원만 남겨둔 채 9만원을 대출해주는 식이죠.⠀만약 A은행이 10만원 중 9만원을 B은행에 대출하고, B은행이 C은행에 90%인 8만 1천원을 대출하고. 이런 방법으로 대출이 무한히 반복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시중 유동성은 무려 100만원까지 늘어난다고 해요! 😱(이 과정을 전문 용어로 ‘신용창조’, ‘신용팽창’ 이라고 한다네요)<br><br>📚 너는 내 운명, 빚♥인플레이션♥자본주의<br>지난 1년 간 세계 각국 정부는 코로나19 때문에 얼어붙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영혼을 끌어 모아 돈을 풀었어요. ‘제로금리’를 유지하면서 돈 빌리는 비용을 낮췄고, 정부는 정부대로 돈을 풀기 위해 국채를 발행했어요. 나라든 가계든 주체를 가리지 않고 빚이 늘어났겠죠. 조금 전에 ‘빚’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끊임없이 많아질 수밖에 말씀드렸죠? 코로나19 팬데믹은 그 현상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 사건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br>다른 한편에서는 자산 가격이 우주까지 뛰쳐 올라갈 기세로 뛰어올랐어요. 이 시기에 아마 책판다 빼고 전부다 돈 버셨을 것 같을 정도로 엄청나게 뛰어올랐죠? 그런데 최근 이러한 자산 가격 상승을 두고 논란이 있는 것 같아요. 버블이냐 아니냐를 두고 말이죠. 아는 게 없는 책판다는 그 논란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을 거예요! 다만 이런 의문은 들어요. 진짜로 버블이 되어서 세계 각국 정부가 돈줄을 조인다면 물가 상승이 과연 멈출까요? 우리의 자본주의가 과연 그걸 해낼 수 있을까요?<br>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답은 ‘그럴 수 없다’라고 해요! 한 가지 예를 들어 볼게요. 우리가 맛있게 먹는 짜장면 있잖아요! 그 짜장면 한 그릇을 먹으려면 요즘은 대략 6천원을 내야만 해요. 그런데 50년 전에는 얼마였을까요? 무려..! 15원이었다고 하네요! 50년 동안 400배가 오른 거예요! 50년 동안 400배가 올랐는데 짜장면 가격이 내린 시절이 있었을까요? 내렸더라도 아주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었까요?<br>이렇듯 우리 사회로 흘러든 돈은 한 번도 줄어든 적이 없구요. 고로 ‘인플레이션’은 ‘자본주의’ 체제의 필연일 수밖에 없어요. 사실 ‘인플레이션’의 본질은 ‘돈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거든요. 우리 사회에 돈이 끊임없이 늘어났으니, 돈의 가치는 계속해서 하락해온 거죠!<br><br>📚 그래서 자산, 지금이 제일 쌀 때일까요?<br>여기까지 읽고 나니 모든 게 이해되기 시작했어요. 정부들이 하나 같이 돈을 풀어대는 이유, 자산 가격이 뛰어오르는 이유, 투자 열풍이 부는 이유. 이게 다 ‘인플레이션’ 때문이었다는! 물론 지금 흘러넘쳐나는 돈의 정체가 ‘빚’이었다니 많이 놀랍긴 하지만요(어디까지나 부정적으로).<br>사실 이 책은 ‘자본주의’를 비판적인 관점에서 바로보기 때문에, 투자의 관점에서 어떤 단서를 주는 책은 아니에요. 사실 투자의 관점에서 이 책을 읽어도 되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사실 이 책은 자본주의의 대안을 열어보자는 내용의 책이거든요.&nbsp;<br>다만 지금 일어나는 현상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책을 통해 많은 걸 공부할 수 있었어요. 투자를 시작하는 분이든 경제 전반을 알고 싶은 분이든, 경제 공부를 시작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보면 좋을 책이었다는 점!<br><br>-----<br><br>p.s1. 참고로 이 리뷰는 ‘자본주의’ 중 “PART 1. 빚이 있어야 돌아가는 사회, 자본주의의 비밀”만을 읽고 정리한 내용이에요. 나머지 파트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뤄보도록 할게요)<br>p.s2. 다음 책은 ‘부의 대이동’을 다음에 다뤄볼까 해요. 사실 ‘부의 대이동’을 먼저 읽긴 했는데… ‘자본주의’를 먼저 읽으면 좋을 뻔했네요. 첫 책 리뷰 길이가 요즘 자산만큼 인플레가 심했는데, 여하튼 다음 책도 열심히 읽고 써볼게요. 기대해주세요!<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164/26/cover150/895736579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642609</link></image></item><item><author>책판다</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우리는 아직 뇌를 모른다 - [뇌 과학의 모든 역사 - 인간의 가장 깊은 비밀, 뇌를 이해하기 위한 눈부신 시도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17312288</link><pubDate>Tue, 02 Jun 2026 00:2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1731228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32734337&TPaperId=1731228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7509/15/coveroff/k43273433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32734337&TPaperId=1731228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뇌 과학의 모든 역사 - 인간의 가장 깊은 비밀, 뇌를 이해하기 위한 눈부신 시도들</a><br/>매튜 코브 지음, 이한나 옮김 / 심심 / 2021년 09월<br/></td></tr></table><br/>처음 뇌과학에 흥미가 생겼던 건, 이 과학이 사람의
가장 깊숙한 곳을 들여다볼 수 있는 렌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 몇 권을 읽었을 땐 이제 곧 꼭대기에
다다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인간은 결국 뇌의 노예였다는 사실을 마음껏 외칠 수 있는
자신감. 그 후에도 몇 권을 더 읽었다. 그리고 나는 꼭대기에
다다랐다. 그게 더닝 크루거 곡선 속 ‘우매함의 꼭대기’였다는 게 문제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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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은 우매함의 골짜기 정도인 것 같은데,
이번에 읽은 『뇌 과학의 모든 역사』를 보니 사실 내가 아니라 이 학문 자체가 그 골짜기에 서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일단 저자 스스로 “여러 세부 분과들 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도 많기에”, “수면 연구, 비시지각, 호르몬, 정서, 뇌 발달
및 유전자가 뇌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 등에 대한 내용을 깊게 다루지 않는다”고 말하는데(p.284), 다른 과학에서는 드문 광경이었으리라(내가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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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미래 파트에선 에누리 없이 “뇌를 이해하기
위한 연구는 이제 교착 상태에 다다르고 있는 듯하다”고 말하는데(p.499),
이 말이 꼭 ‘우리는 골짜기에 빠졌다’는 선언으로
들리는 것이다.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뇌를 알면 인간도
다 알 수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만만했으니, 지금의 내가
보기에도 딱히 보기 좋았다곤 못하겠다. 그러나 이런 깨달음은 역설적이게도 이 책에서 얻은 큰 수확이기도
했다. 일단 겸손해질 수 있었고, 뇌과학의 지금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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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이 여기에 그쳤다면 『뇌 과학의 모든 역사』는 그저 그런 책으로 남았겠지만, 이 책은 그 수준을 가뿐히 넘어선다. 내가 이렇게 생각한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오늘 서평에선 그걸 정리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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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가소성 사이의 건널 수 없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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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을 아주 조금은
줄일 수 있었단 점이다. 인공지능이 여러 면에서 인간의 능력을 훌쩍 뛰어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연지능(인간 지능)을
이렇게나 많이 모르는 와중에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 만큼’ 발전할
수 있을까? 게다가 인간의 뇌는 단순 연산 기계를 넘어 감각과 상호작용하며 정보를 처리하는 반면, 인공지능에겐 아직 어려운 일이고, 기술 발전을 감안하더라도 그 감각을
완벽하게 이식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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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경가소성이 있다. 나는 자연지능의 신경가소성이 인공지능 개발자와 신경과학 연구자들에게 사차원의 벽처럼 느껴지는데, 이것이 뇌를 미궁으로 끌고 가는 견인차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개발자의 입장에선, 환경에 적응하면서 변해가는 뇌를 어떻게 구현해낼 수 있을까? 최근 인공신경망으로 어느 정도 구현해냈다고 하지만, 저자는 그 또한
동물과 다른 종류의 인지 오류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동물 뇌의 메커니즘과 다르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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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를 더하는 트릭처럼 가소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연구자들도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저자는 우리 뇌가 유전의 유산을 물려받았더라도, 그로 인한 기능적
제약은 대단히 미미하다고 말한다. 역사적으로든 최근의 사회 변화가 더 큰 영향을 미쳤으며, 이것이 바로 가소성의 결과라는 것이다. 책의 비유를 빌려 말하자면, 가소성은 “높은 고도로 날면서 동시에 기존에 제작된 모든 부품들을
기내에서 새로 생산한 성분들로 교체하는 비행기와 같다”고 한다(p.344).
이런 뇌에서 법칙을 찾는 일이, 나에게는 마치 중력과 전자기력, 약력, 강력을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하려는 만물 이론처럼 느껴진다. 스티븐 호킹이 찾다가 끝내 포기했던 그 이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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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지능에 대한 이해가 이렇게까지 부족한 마당에 ‘일반지능’(AGI)의 탄생을 장담한다는 건, 내 상식으로는 이해하기가 좀 어렵다. 물론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난 점 때문에 일자리 위협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걸 넘어 일반지능의 탄생과 인간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게 뭐랄까, 저 허풍쟁이들에게 잡히지
않아도 될 멱살을 내어주는 모습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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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인간 본성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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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 같은 건 없다는 게 이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이다.
어떤 본성도 (앞서 인용한 것처럼) 환경을 이길
수는 없다는 것이 내가 이해한 신경가소성이었기 때문이다. 타고난 기질을 부인하려는 게 아니다. 누군가는 뉴런 사이에 연결이 뛰어나서 빠른 학습이 가능할 테고, 누군가는
테스토스테론이 넘쳐나서 누가 봐도 ‘상남자’ 같을 수 있겠지. 하지만 예전에 읽은 『나의 뇌를 찾아서』에서 말하길 “상호의존성이야말로
두뇌가 발휘하는 놀라운 능력의 핵심”이라고 한다. 기질은
환경에 따라 다르게 발현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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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본성 이야기를 길게 한 것은, 여기저기에서
넘쳐나는 본성 타령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특히 『이기적 유전자』를 잘못 읽은 이들이 “인간 본성이 이기적이기 때문에, 각자 도생은 자연 법칙”이라 여기며 지금의 아수라장을 정당화하는 꼴이 몹시 마땅치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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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펠드먼 배럿은 이제는 내 인생책이 되어버린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 셀 수 없이 강조한다. “다양성이 표준이다.” 배럿 또한 뇌의 신경망 배선이 환경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배럿의
책은 감정의 형성을 따져보는 책이지만, 우리 생각에서 감정이 차지하는 무게를 따져보면, 나는 배럿의 저 선언이 우리 본성에 대한 설명으로 읽힌다. 우리는
환경에 따라 다른 본성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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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과학의 방식으로는 우리 뇌, 나아가 인간을
영원히 이해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그래서다. 만약 환경에 따라 신경망의 배선이 변한다면, 환경에 대한 공부 없이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의식에 관한 연구를
이끌었던 프랜시스 크릭은 “그들(철학자들)의 물음에는 귀를 기울이되, 그 답에는 귀 기울일 것 없다”(p.482)고 말했지만, 글쎄, 환경이
본성을 좌우할 정도로 큰 압력을 발생시킨다면, 다가올 미래에는 두 학자 집단이 함께 답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해도 큰 무리는 아닐 것이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7509/15/cover150/k43273433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5091569</link></image></item><item><author>책판다</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보지도 못한 싱아가 왜 그리워졌을까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 유년의 기억]</title><link>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17309327</link><pubDate>Sun, 31 May 2026 22:2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1730932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29690X&TPaperId=1730932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931/7/coveroff/890129690x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29690X&TPaperId=1730932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 유년의 기억</a><br/>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08월<br/></td></tr></table><br/>솔직히 박완서 작가를 잘 몰랐고, 그의 작품을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트위터(지금은 X라고 불리는)에서 어떤 기자의 추천사를 보고는 도저히 그냥 넘어가지는 못하겠더라. “저는 박완서 작가를 도스토옙스키보다 위대한 작가라고 생각하는데요.”라는 내용이었다. 도스토옙스키도 그닥 관심은 없었지만, 책장에 꽂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마음의 짐처럼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보다 위대하다고 하는데, 심지어 한국 작가라고 하니 읽지 않으면 잘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그렇게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었고, 내 감상은 ‘기자의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는 거였다. 마음속 거품을 그대로 두고 말하자면, 이보다 잘 쓴 (한국어) 이야기를 읽어본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아니, 한국어뿐 아니라 내가 읽은 모든 이야기를 통틀어봐도 다르지 않았다. 아니, 대체 이런 글은 뭘 먹으면 쓸 수 있는 걸까?⠀각설하고, 아주 개인적인 의미를 되새겨보자면 그 어떤 역사책도 해낼 수 없는 일을 해냈다는 점이다. 1930년대 중반 즈음부터 195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이야기를 읽으며 그 시절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듯 생생하게 다가왔다. 개성에서의 (나에게는) 꿈 같았던 작가의 어린 시절, 서울로의 이주와 함께 마주한 여러 고민들, 해방 이후 시대상, 그리고 전쟁의 비인간성을 묘사한 대목까지. 마치 그 시대를 살아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역사책으로는 얻기 어려운 감동을 처음부터 끝까지 느꼈다. 이게 바로 문학의 힘이었구나!⠀이런 대문호를 몰라뵈었다니 빚 보증 잘못 선 수준의 손해를 본 기분이 들었고, 그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최대한 빠르게 읽어보자고 마음먹었다. 혹시 나처럼 이 작가의 책을 한 권도 안 읽으신 책스타그래머가 계신다면 꼭 읽어보시길.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독서의 즐거움 하나를 놓치는 셈이니.]]></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931/7/cover150/890129690x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9310737</link></image></item><item><author>책판다</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그레이스와 로키의 우정에서 읽은 것들 - [프로젝트 헤일메리]</title><link>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17304361</link><pubDate>Fri, 29 May 2026 18:1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1730436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25588730&TPaperId=1730436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7045/43/coveroff/k692135851_3.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25588730&TPaperId=1730436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프로젝트 헤일메리</a><br/>앤디 위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05월<br/></td></tr></table><br/>나는 소설(을 포함한 서사 장르)에 긴장감과 개연성, 이 두 가지가 없으면 좀처럼 흥미를 붙이지 못하는 편인데, 내 주의력 수준이 진입 장벽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 최고의 장점은 당연히 손발에 이마까지 땀을 솟게 하는 재미와 긴장감이 되겠다. 태양에 기생한 이상한 생물체 때문에 멸종을 불과 수십 년 앞둔 지구인들이, 늦어도 십수 년 안에 성간 우주 여행 기술을 개발해 11.9광년 거리의 항성계에 보내 태양의 기생충을 처리할 방법을 어떻게든 알아내야 한다는 설정에서부터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는데, 미션 수행 과정에서 이쯤이면 장애물 하나 넘었네 싶은 순간에 적절하게(?) 일어나는 사고 때문에 긴박함과 안타까움을 강제로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것만 해도 내 문학 수준에선 별 네 개를 꽉 채웠다.<br style="">⠀<br style="">또 하나, 적어도 석사과정 이상은 되어야 언급 가능한 과학 설명으로 (조금 과장하면) 소설 분량 절반을 채우는데, 이게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잘 만든 영화조차 긴 과학 해설 때문에 ‘설명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별 반 개 정도는 깎이기 십상인데 말이다. 간혹 이해가 쉽지 않았지만, 인과 정도는 알 수 있도록 풀어 쓴 필력, 나아가 해설이 필요한 시퀀스를 기막히게 배치한 본능이 더해진 결과라고 생각한다.<br style="">⠀<br style="">그리고 이 소설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 외계인 로키와 주인공 그레이스의 이야기였다. 로키와 그레이스가 만나는 과정부터 내 마음의 설렘 수치는 이미 맥스를 채웠는데, 둘의 협업 과정은 정말 환상적이면서도 즐거웠고, 로키와 그레이스가 죽음을 무릅쓰고 서로를 구하기 위해 번갈아 자기 목숨을 걸었을 때, 우주선 폭발 사고 때 로키가 자신은 생존이 불가능한 공간으로 나가 그레이스를 치료하고, 그리고 결정적 오류 때문에 위험에 빠진 로키와 그의 종족을 위해 그레이스가 우주선의 항로를 틀었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여버렸다.<br style="">⠀<br style="">나는 두 대목을 소설의 절정이자 작가가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로 읽었는데, 두 인물이 결정적 위기 상황에서 상대방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걸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희생이 가능했을까? 인류와 에리디언(로키 종족의 이름)은 멸종을 막기 위해? 그 또한 당연히 중요했겠지. 다만 독자의 입장에서 썩 공감하기가 어렵다. 소설 후반부에야 밝혀지는 사실이지만, 그레이스는 헤일메리 프로젝트에 우주인으로 참여할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헤일메리 프로젝트’가 연료 부족으로 인해 수행원들의 자살로 마무리된다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그레이스는 ‘인류’라는 집단에 대해 애정이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br style=""><br style="">그랬던 그레이스가 로키를 위해 죽음을 감수하고 로키를 위해, 망설이지 않고 진로를 돌린 이유는 아마도 우정 때문이었을 거다. 누구도 가보지 못한 거리에서 만나 함께 임무를 수행하고, 위기 상황에서 목숨을 걸어가며 자신을 지키려 했던 로키를, 자신 또한 지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서 나는 이 소설이 어떤 경지를 넘어섰다고 생각했다. 도덕 또는 윤리가 세워지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br style=""><br style="">흔히 도덕 또는 윤리는 철학에서 논증 등의 과정을 통해 세워져왔다. 조선 시대의 유학이 그랬고, 칸트의 윤리학이 그래왔으니까. 물론 철학의 방법으로 세워가는 것은 당연히 중요한데,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걸 너무 먼 곳에서 찾으려 들어왔던 건 아닐까? 도덕이나 윤리는 결국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일 테고, 그렇다면 일상에서도 충분히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레이스와 로키의 우정이 그걸 보여준 건 아니었을까?<br style=""><br style="">물론 도덕이나 윤리는 친구가 아닌, 보편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이 우정이 윤리를 완벽하게 재현해낸 것은 아니다. 다만 내 생각에 이 장면은 보편 윤리로 나아가기 위한, 충분히 멋진 출발이었던 것 같다. 둘은 우정으로 인류와 에리디언을 구해냈던 것은 상상의 한계를 넘어선, 말 그대로 숭고한 순간이었다고 해도 부족함 없었다. 이렇게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내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이렇듯 좋은 이야기는 쇼츠의 시대에도, 아니 쇼츠의 시대이기에 더 소중한 법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7045/43/cover150/k692135851_3.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0454373</link></image></item><item><author>책판다</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생각보다 공정하지 않은 세계 - [공정하다는 착각]</title><link>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17300975</link><pubDate>Thu, 28 May 2026 00:2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1730097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92633826&TPaperId=1730097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5470/6/coveroff/k092633826_3.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92633826&TPaperId=1730097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공정하다는 착각</a><br/>마이클 샌델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12월<br/></td></tr></table><br/>코로나19와 부의 증식, 과연 공정했나요?<br>자산 시장만 두고 봤을 때 코로나19 시대 최고 화두는 ‘자산 증식’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실물 경기는 역성장했는데 코스피 지수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금 같은 자산 가격 또한 우주까지 뻗어갈 기세로 올랐어요. 그리고 이 상승 열차에 올라타느냐 못 올라 타느냐에 따라 명암이 갈렸죠.⠀반대로 이 시기에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한 사람들도 적지 않아요. 바로 자영업자와 일용직 근로자가 그 주인공이죠.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일용직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자영업자들은 돈을 벌기는커녕 가지고 있던 돈조차 소진해야 했어요.⠀지난 2020년을 수놓았던 이런 풍경은 ‘공정’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죽어가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거의 모든 세계 정부들이 돈을 풀기 시작했잖아요. 유동성 확장이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한 투자자들은 돈을 벌었지만, 방역의 최전선에서 비용을 부담했던 자영업자들은 벌어놓은 돈 마저 써야 하는 풍경. 이런 상황은 ‘공정’했을까요?⠀<br>공정하다는 착각, 능력주의의 함정<br>마이클 샌델 선생님이 쓴 ‘공정하다는 착각’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실마리가 담긴 책이에요. 우리 사회(뿐 아니라 거의 전 세계)를 강력하게 사로잡은 이념, ‘능력주의’가 과연 ‘정답’인지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생각해보자고 제안하고 있어요.⠀저자 선생님이 책이 던지는 질문 중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몇 가지만 소개해 볼게요.⠀✏ “능력은 과연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가?”✏ “능력주의는 정말 노력하는 만큼 보상을 돌려주는가?”✏ “능력주의는 1원칙이 된다면, 구성원 모두 보상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저자 선생님의 답은 모두 ‘아니다’에 가까워요. 가령 능력 측정 문제부터 살펴볼게요. 미국의 최상위권 명문 대학(아이비 리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최상위권 SAT 성적을 받아야 한다고 해요. 그런데 재미있게도(?) 최상위권 성적을 좌우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는 ‘노력’이 아니었다는 점! 바로 부모님의 소득이었다고 하더라구요. 이미 ‘부모님의 소득’이 ‘명문대 입학의 제일 조건’이 되어버린 건데, 과연 이 기준은 ‘학비 지불 능력’을 입학 조건으로 여겼던 100여 년 전과 뭐가 달라졌을까요?⠀이외에도 르브론 제임스만큼 노력한 농구 선수들이 왜 르브론만큼 수입을 올리지 못하는지, 1980년대 일반 노동자들의 30배 소득을 올리던 금융회사 임원들이 왜 2010년대에는 300배 이상의 수소득을 올리는지 등등을 ‘능력주의’는 설명하지 못한다고 해요.⠀그리고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은 결정적인데요. 능력주의를 신봉하게 된 결과 맞이한 게 바로 포퓰리리즘(과 브렉시트,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었다는 거예요. 능력에 따라 보상한다고 했지만 세계화의 파고 속에서 해외로 떠나는 일자리를 붙잡을 수 없었잖아요. 경제적 보상도 없는데, 이걸 ‘능력의 문제’라고 지적하니까 무력감이 안 느껴질 수가 있나요? 그들은 사회로 버림 받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세계화에 반대하는 방식으로 자기 의사를 드러낸 거였어요!(그 방식의 옳고 그름은 일단 논외로 할게요)⠀<br>새로운 자원을 위한 새로운 정의를 위한 정치<br>살펴보았듯이 능력주의가 답이 아니라면 우리에겐 어떤 선택지가 남아 있을까요? 다시 한번 우리나라 상황에 빗대어 설명해볼게요. 일단 팬데믹 시기의 혼란 틈탄 자산 증식이 온전히 ‘자기 능력에서 비롯되지 않는다’는 사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정치를 통해 이런 생각을 사회적 합의로 이끌어내는 것 또한 남은 과제 중 하나일 테고요.⠀이 모든 게 쉽진 않을 것 같긴 해요. 얼핏 ‘능력에 따라 보상 받는다’는 원칙은 틀린 구석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견고하니까요(사실 이 책을 읽은 저도 쉽게 벗어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다만, 이 책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보상을 논의하기 위한 첫 걸음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책이었다고 생각해요.⠀이 논의를 함께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여러분께도 일독을 권해드리고 싶어요!]]></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5470/6/cover150/k092633826_3.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54700620</link></image></item><item><author>책판다</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나의 한국 현대사, 유시민 -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 - 개정증보판]</title><link>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17298072</link><pubDate>Tue, 26 May 2026 15: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1729807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199908X&TPaperId=1729807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6075/76/coveroff/897199908x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199908X&TPaperId=1729807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 - 개정증보판</a><br/>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1년 01월<br/></td></tr></table><br/>📖 역사를 잊으면 미래가 없다고?<br style="">“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고 하잖아요. 저는 이 말을 썩 좋아하진 않아요. “너 역사 공부 안 하면 옛날에 맞은 데 또 맞는다? 응? 그래도 안 할 거야?” 세계 최고의 쫄보 책판다는 도리어 이 말에 더 겁이 나는 거예요. “너 이눔 시키 또 맞기 싫으면 열공해!” 라고 하는 것 같았거든요.<br style="">⠀<br style="">그렇게 역사 때문에 겁을 먹고 있었는데, 세상에, 역사책을 읽어버렸네요? 유시민 선생님이 쓴 ‘나의 한국 현대사’란 책이에요. 좋아하는 작가 선생님의 신간이라 별생각 없이 펼쳐 들었어요. 그런데 책을 덮고 나니 꽤나 많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중 하나가 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말이었어요. 역사를 기억해야 할 이유가 꼭 미래 때문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거든요.<br style="">⠀<br style="">📖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나를 긍정하는 매지컬 모먼트<br style="">‘나의 한국 현대사’를 다 읽고 난 뒤에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제가 보기에 유시민 선생님은 ‘지금의 나를 알기 위해’ 역사를 기억하는 것 같다고 말이죠.<br style="">⠀<br style="">책에 소개된 2020년의 대한민국은 이런 나라예요. 세계에서 꽤나 잘 나가는 부자 나라이자, 서구 선진국 못지않은 민주주의를 자랑하는 나라이구요. 그러면서도 잘 사는 사람만 잘 사는 나라이기도 해요. 코로나19 방역은 꽤나 훌륭했지만, 산업재해가 앗아가는 목숨은 아직까지도 어쩌지 못하는 나라이기도 하구요.<br style="">⠀<br style="">선생님은 이 책에서 과한 자기 긍정이나 부정 없이, 지금 이 순간의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들여다보고 있어요. 그닥 정당하지 않은 출발(건국)을 결국 뒤집었는데(4·19) 그걸 또 뒤집어 엎고(5·16), 그게 또 어찌어찌 곯아 있던 배는 채워내는 과정(경제발전), 죽은 줄 알았던 독재의 망령이 다시 등장했지만(신군부) 그걸 또 뒤집어내는 데 성공한(6월 항쟁) 나라. 그 어느 것 하나 빼먹거나 비난하지 않고 살펴보니 왜 이 나라가 ‘흉하면서 아름다’워졌는지 알겠더란 말이죠. 그걸 알고 나니 역사 공부가 이렇게 신기한 것이었다는 돈오의 순간이 뙇(!) 오고 말았던 것이죠!<br style="">⠀<br style="">📖 타협주의자 아니죠~ 현실주의자 맞구요!<br style="">또 하나 신기했던 건, 이 과정을 서술할 때 선생님의 어조였어요. 이 모든 과정을 어떻게 보면 건조하게, 다르게 보면 평온하게 설명하고 계셨거든요. 제가 그래도 선생님을 아주 모르지는 않는데요. 말로 논평할 때와는 사뭇 달라서(최근에는 논평도 많이 순한 맛 됐지만) 조금 놀라웠어요.<br style="">⠀<br style="">그런데 골똘히 생각해 보니 꼭 놀랄 일은 아니더라구요. 선생님은 책의 말미에 이루고 싶은 소망을 이야기하거든요. 그런데 그 소망이 ‘흉함’을 부정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가령 책판다가 월급을 많이 받고 싶은데, 월급이 적은 현실을 부정한다고 해서 월급이 오르진 않는 것처럼 말이죠. 어쨌든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유를 따져보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하니까요. 저는 이 책을 그렇게 이해했어요. 역사나 현상이 흉하든 아름답든 일단 이해부터 하고, 그 다음에 흉한 부분을 고쳐보자는 것으로 말이죠.<br style="">⠀<br style="">꼭 “흉한 건 지금 당장 없애버려야 한다”며 선생님 같은 사람을 ‘타협주의자’라고 낙인 찍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선생님의 방법이 더 와 닿았던 것 같아요. 진짜 변화는 현실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얼마 동안 역사 때문에 겁을 먹었는데(혹시나 미래가 없어질까봐…), 이 책을 읽고 나니 역사를 공부한 보람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막연하나마, 앞을 뭔가 변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br style="">⠀<br style="">이 책을 읽은 보람은 순전히 이 지점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과거를 열심히 공부했는데 반대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혹시 그 보람과 희망을 책판다와 같이 느끼고 싶은 분들 계신가요? 그렇다면 ‘나의 한국 현대사’를 꼭 읽어보실게요~]]></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6075/76/cover150/897199908x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60757688</link></image></item><item><author>책판다</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나쁜 유전자, 정우현 - [나쁜 유전자 - 세계사를 뒤바꾼 문제적 유전자 바로 읽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17294712</link><pubDate>Sun, 24 May 2026 17:5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1729471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62031375&TPaperId=1729471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138/94/coveroff/k26203137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62031375&TPaperId=1729471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나쁜 유전자 - 세계사를 뒤바꾼 문제적 유전자 바로 읽기</a><br/>정우현 지음 / 이른비 / 2025년 09월<br/></td></tr></table><br/>읽는 내내 ‘좋은 독서 경험’에 대해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좋은 독서란 ‘호기심 있는 분야에서 유익한 정보를 얻는 것’이라고 정의해 왔는데, 『나쁜 유전자』를 읽으면서는 솔직히 이런 의문이 들었다.<br/>⠀<br/>“이게 유익한 정보 맞아?”<br/>⠀<br/>내 안의 뿌리 깊은 상식, 그러니까 ‘공부 머리 같은 능력은 타고난다(유전된다)’는 믿음을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어댔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 나의 상식이었던 ‘유전자 결정론’에 대한 반박이었던 것이다.<br/>⠀<br/>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결국 유전이 전부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가령 책에서는 동성애 여부를 결정하는 유전자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과 함께, 태아 시절 산모가 분비한 호르몬 같은 환경 요소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br/>⠀<br/>저자의 이 치밀하고 탄탄한 논증을 (사실 조금은 힘겹게..) 따라갔더니, 어느새 내 머릿속엔 ‘유전이 전부인 게 더 이상하다’라는 생각이 자리 잡게 되었다.<br/>⠀<br/>그래서 책장을 덮은 후엔 끝내 ‘너무나 좋은 독서 경험이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편견이 똬리를 틀었던 곳에 새로운 상식이 뿌리를 내린 셈인데,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연 ‘좋은 독서’였다. 더불어 그동안 내가 찾던 ‘유익한 정보’라는 게 사실은 ‘내 입맛에 맞는 정보’는 아니었는지 반성하는 계기도 되었으니, 더더욱 의미 있는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이렇게까지 좋은 독서 체험을 안겨주신 저자 선생님(@romanc_grey)께 감사 인사를! 🙏<br/>⠀<br/>➕1️⃣ 얼마 전 읽었던 로버트 새폴스키의 『행동』을 보면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 정보가 가득하다. 개인적으로 『행동』을 먼저 읽은 것이 『나쁜 유전자』의 독서에 깊이를 더해준 것 같다. 벽돌책에 도전할 용기가 있다면 함께 읽어보시길 강력 추천!<br/>⠀<br/>➕2️⃣ 그렇다고 전적으로 ‘환경 결정론’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은 꼭 밝혀두어야겠다. ‘그래서 얘 결론이 대체 뭐야?’ 싶으신 분들은 아래 인용한 『행동』의 서문 일부를 참고해보시기를!<br/>⠀<br/>“이 책은 과학에, 특히 생물학에 바탕을 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 점에 따른 중요한 사실이 세 가지 있다. 첫째, 생물학을 알지 못하고서는 공격성, 경쟁, 협동, 감정이입 등등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기를 손톱만큼도 기대할 수 없다. 굳이 이 말을 하는 것은,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논할 때 생물학을 끌어들이는 것이 부적절할뿐더러 이념적으로 수상쩍다고 여기는 일군의 사회과학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못지 않게 중요한 점으로, 둘째, 오직 생물학에만 의존하더라도 똑같은 곤경에 처한다. 굳이 이 말을 하는 것은, 사회과학은 언젠가 ‘진짜’ 과학에 흡수될 운명이라고 믿는 일군의 분자생물학 근본주의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셋째, 여러분이 이 책을 다 읽으면, 어떤 행동의 ‘생물학적’ 측면과 이른바 ‘심리학적’ 혹은 ‘문화적’ 측면을 구별하는 것이 말이 안 되는 일임을 깨달을 것이다.”<br/><br/>➕3️⃣ 발행 버튼을 누르고 나니 못 쓴 이야기가 너무 많이 생각나서 브런치에 다시 한번 긴 서평을 써볼 예정. 서평을 두 번 써도 좋을 책 맞음!]]></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7138/94/cover150/k26203137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1389434</link></image></item><item><author>책판다</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아버지의 해방일지, 딸의 화해일지 - [아버지의 해방일지]</title><link>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17291503</link><pubDate>Fri, 22 May 2026 15:4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1729150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8832&TPaperId=1729150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0048/51/coveroff/8936438832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8832&TPaperId=1729150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아버지의 해방일지</a><br/>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09월<br/></td></tr></table><br/>1980년 어느 날, 빨치산 출신 아버지가 감옥살이를 끝내고 돌아왔다. 하지만 화자이자 딸, 고아리가 훌쩍 자란 어느 날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처음 본 남자처럼 낯설었”고(226), “아버지와 나와의 거리가 아득해졌다는 걸”(226) 깨달았다. 가장 예민한 사춘기에 아버지의 빈자리는 두 사람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골짜기를 만들었다.<br>두 사람은 그렇게 멀어졌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버지의 빨치산 경력 때문에 할아버지 집안의 가세가 기울었고, 조카 또한 희망하던 학교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그리고 아버지의 경력이 자신의 앞길에까지 그림자를 드리웠음을 깨달은 딸은 마음에 아버지의 공간을 남겨두지 않았다. 형식적인 관계만 유지했을 뿐이다.<br>그렇게 딸은 아버지의 세계에 무심했다. 아니, 알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빨치산의 굴레가 무거웠”던 만큼, 굴레를 벗어던질 상상조차 못했을 터였다. 아버지의 배경 때문에 결혼식 하루 전날 혼사가 깨졌을 때도, 결혼이 깨진 덕분에 방 한칸을 마련했다며 “빨치산 부모 덕을 본 적도 있다”고 읊조리는 딸의 모습에서 나는 체념을 엿보았다. 굴레를 벗어난 삶을 더는 꿈꾸지 않겠다는 체념이었다.<br><br>딸은 장례식을 찾은 조문객 덕분에 아버지가 남긴 세계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사고를 당하면 제 논의 모내기를 제쳐두고 수습에 나섰고, 따돌림을 견디지 못해 자퇴한 다문화 가정의 자녀에게 “미국을 이긴 위대한 민족의 후손”이란 위로를 건네며 담배 친구가 되어주었으며, 베트남 전에서 장애를 얻어 공산당을 증오하는 참전 용사와도 술잔을 나눴다. 수감 생활 이후에도 사회주의자로 남았던 그는 사실, 이념의 경계 너머를 바라보고 기꺼이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딸을 사무치게 그리워한 사람이었다. 딸이 모르던 아버지의 얼굴이었다.<br>그 대화가 (이 서평처럼) 마냥 진지했다면 쉽사리 화해하기 어려웠을 터. 투철한 사회주의자였던 아버지는 뜻밖에도 “삶의 방식이 유머”(7)였고, 그는 딸 모르게 유머와 진지함을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가끔은 어이 없고, 때때로 폭소를 자아내며, 이따금 감동을 주는 아버지의 세계와 대화를 마친 딸은 그제야 자신이 체념했다고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변명을 들을 아버지는 이미 갔고” 딸에게는 “변명의 기회조차 사라졌다. 그 사실이 뼈아파 처음으로 소리 내 울었다.”(225) 그제야 딸은 “영정 속 아버지가 전과 달리 그립던 어떤 날들처럼 친밀하게 느껴졌다.”(231)<br>화해와 함께 마무리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숙제를 남겼다. 이곳에서 어떤 이념은 가져보았던 경험만으로 낙인이 되어버린다. 아버지의 빨치산 활동은 4년에 그쳤지만, 사무치게 그리워했던 딸은 “빨치산의 딸이라는 굴레가 무거”워서 아버지의 다른 얼굴을 볼 수 없었고, “남한 사회는 사회주의자였던 사람은 다시는 세상으로 복귀할 수 없도록 막”아버렸다(252). 그러니까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부녀의 불화에 관한 이야기이자, 이념을 짓누르는 역사 이야기였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지금까지도 아버지에게 그랬듯 누군가를 낙인 찍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무엇을 없애야겠다는 강박이 도리어 우리 모두가 원하는 자유를 짓누르는 것은 아닐까? 이런 질문을 남긴 채 소설은 홀연히 독자의 곁을 떠나버렸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0048/51/cover150/8936438832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0485187</link></image></item><item><author>책판다</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멸종할 것 같은 순간에도 더 나은 내일을 꿈꿨던 사람들 - [인류 멸종 실패기 - 죽을 운명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은 지독한 인간들의 생존 세계사]</title><link>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17250673</link><pubDate>Thu, 30 Apr 2026 22:4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greatsj0807/1725067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72137353&TPaperId=1725067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17/69/coveroff/k97213735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72137353&TPaperId=1725067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인류 멸종 실패기 - 죽을 운명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은 지독한 인간들의 생존 세계사</a><br/>유진 지음 / 빅피시 / 2026년 04월<br/></td></tr></table><br/>※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그런데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nbsp;⠀내가 읽고 싶었던 책을 골라읽었던 건 초등학생 때였다. 임진왜란 개전 초기 부산 첨절제사 정발과 동래부사 송상현의 분투를 그린 책이었는데, 전쟁 스펙터클에서 흥분도가 가득 차오른 나는 그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몇몇 디테일은 아직 기억이 나는 걸 보면 생각보다 더 많이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뿐이었을까. 내 도파민은 얼른 다른 역사책을 찾으라고 부추겼고, 나는 그렇게 역사 블록버스터의 세계로 흠뻑 빠져들었다는 이야기가 되겠다.⠀정작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한 사람들 이야기에 얼마나 귀를 기울였지? 솔직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태어난 시대와 나라가 이렇게 풍족했던 건 더 나은 내일을 꿈꿨던 ‘평범한 사람들’ 덕분일텐데, 그들을 장기판의 말처럼 대했던 것이다. 이번에 협찬 받은 『인류 멸종 실패기』를 읽는 내내 신기하면서도 부끄러웠다. 그런 세상에서 생존해냈다는 게 놀라웠고, 그들을 보지 못했던 내가 참….⠀서론이 너무 길어서 얼른 책 얘기를 해보면, 『인류 멸종 실패기』는 과거 유럽에 살던 평민들의 일상을 소개하는 책이다. ‘멸종 실패기’말에서 눈치챈 분도 있겠지만, 그들의 삶은 ‘상상 이상의 열악함’ 그 자체, 아니 그 이상이었는데, 지금이라면 식품위생법, 공중보건법 위반으로 벌금을 내거나 감옥에 가야 할 일들이 그들의 ‘일상’이었던 것이다. 빵에 핀 곰팡이는 갓 돌 지난 유아의 주먹질 수준. 배설물을 처리할 곳이 없어서 길을 향해 뿌리면 그걸 고스란히 맞는다거나, 빵이 먹음직해 보이도록 별별 중금속을 섞어 색과 컬러를 과장했다. 마취도 소독도 없었던 당시의 수술 장면을 소개할 땐, 마치 내 팔을 자르듯 텍스트가 살아 움직였다(끔찍한 묘사만 소개해서 못 읽을 책처럼 비칠까 걱정이 되는데 오해 말아주시길. 저자는 몇몇 끔찍한 장면들을 덜 끔찍하게 중화해내는 훌륭한 필력의 소유자였다).⠀호기심과 디테일을 고루 채워주는 『인류 멸종 실패기』는 특히 요즘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을 책이었는데(서평단 활동을 신청한 이유이기도 함), 그 이유가 중요하다. 일단 앞서 말했듯 역사엔 ‘스펙터클’ 또는 ‘(정치)드라마’뿐만 아니라, 일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일상에서 난 두 가지를 깊이 생각해봤는데, 하나는 산소처럼 사방에 널린 풍요가 사실 지극히 예외적 사건이란 점이다. 난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풍요를 갈망할수록 더 깊은 갈등을 낳는 법이기 때문이다.⠀다른 하나는 ‘멸종’이 떠오르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그 시대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 살았고, 더 나은 삶을 꿈꿨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 시대 사람들에게 큰 빚을 졌고, 그 빚을 후손에게 갚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나는 전쟁에, 인류를 위협하는 기후변화까지, 암울한 미래만 남은 듯하지만, 이전 시대의 사람들처럼 우리도 꿈을 꿔야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을테니.]]></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17/69/cover150/k97213735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176902</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