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읽기
이승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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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난 이후에 든 감상은,
˝‘읽기‘ 라는 행위 하나만으로 책 한권을 쓸 수 있다고?˝
라는 경의로움이었습니다.

우린 책을 읽기도 하고, 마음을 읽기도 하고, 분위기를 읽기도 하고,
일상에서 다양한 읽기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발견한 작가의 읽기는,
앞에 ‘고요한‘ 이라는 형용사가 붙어
좀 더 사적이고 깊은 곳에서 이뤄진 읽기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깊이는 세심한 통찰력과 결합해 책으로 드러났고요.

저 같이 몸보다 머리가 바쁜 투머치띵커라면,
한번쯤.. 아니 하루에도 몇번쯤 생각하고 고뇌했던 것들이
정리된 문장으로 서술되니 묵혔던 갑갑함이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사건들을 예시로 들어가면서,
인간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챕터가 많아서
개인적으로는 더 이해도가 높았던 것 같기도 하지만요.

밑줄 치고 싶은 문장이 한장을 못넘기고 계속 나올 정도로,
마음에 담고 싶은 그런 책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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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은 흔히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의 발명이 아니라 잃어버린 것의 회복을 통해 완수된다. 익숙해진 것은 낯설어져야 한다.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야 한다. 보이는, 장소로서의 땅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이 대체할 수없는 ‘한 명‘의 고유한 존재로서, 규정되지 않고 규정될 수 없는 신비인 신과 마주해야 한다.  - P184

익숙한 방에서나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 불편한 일이다. 익숙한 방에서 나오지 않는 것은 그 방의 공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그 방안의 공기가 편한 것은 자신이나 자신과 다름없는 사람들의 호흡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방은 하나의 세계다.
그러나 극복되어야 할 세계이다. - P201

이런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을 통해 무엇을 이루려는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일이 자기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룰 무엇에 연연하지 않고 일한다. 하는 일을 주어진 일로 받아들인다. 이런 사람이 대단한 업적을내기는 아마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애초에 무엇에 대한욕망이 없으므로 문제삼지 않을 것이다. 
....

그러나 무엇을 이루려는 욕망이 없는 사람은 무엇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실망하거나 그만둘 이유가 없다. 언젠가 무엇인가 이룰지 모르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것은 그가 그것을 목적한 결과가 아니고, 그저 꾸준히, 진득하게, 반복해서 자기 일을 한 결과일 뿐이다. 혹시 큰 그릇이 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것은 그저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일 뿐이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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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새로운 것은 꿈꾸는 자들에 의해 세상에 나타났다. 자동차와 텔레비전은, 자동차와 텔레비전이 있기 전에 누군가의꿈속에 있었다. 약자를 보호하고 이웃을 자기 몸처럼 사랑하는 사상이 누군가의 꿈속에 있었다. 그 꿈이 없었다면 우리는자동차도 텔레비전도 없이, 약자와 이웃에 대한 배려 없이 약육강식의 본능대로 살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많은 것이 누군가 꿈꿔서 내놓은 것들이다.  - P43

‘지식은 사람을 교만하게 한다‘는 바울의 문장 다음에 자기가 "무엇을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문장이 이어진다. 아는 사람,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모르고 있는 것, 마땅히 알아야 함에도 알지 못하고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모르는 부분이 남겨져 있어야 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모르는 부분을 남겨두어야 한다. 모르는부분이 없이 다 아는 것이 문제라는 사실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자기가 무엇을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것을, 마땅히 알아야 함에도 모른다. - P63

사랑은 죽음보다 강한 것이 아니라, 죽음이 사랑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저승의 신이 오르페우스에게 약속한(약속할 수있는) 것은 에우리디스와 함께 있는 것이지 그녀를 사랑하는것이 아니다. 그는 다만 ‘함께 있는 것만 약속한다. ‘함께 있다‘가 ‘사랑하다‘의 다른 표현이라는 건 아마 관습적 오해일것이다. 그가 ‘삶은 절대 줄 수 없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그가 삶이 줄 수 있는 것을 절대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죽음은 영원을 약속할 수 있지만 사랑을 약속하지는 못한다. - P89

사람은 다 자기 말을 한다. 그래서 번역이 필요하다. 번역 없이 이해될 수 있는 사람의 말은 없다.
여기서 번역은 헤아림을 뜻한다. 말하는 사람의 언어가 놓여있는 상황에 대한 주의깊은 배려. 잘된 번역은 말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을 잘 옮긴 것이다. 경청은 단순히 말에 귀기울이는것이 아니라 그 말이 발생한 사람을 주의깊게 살피는 것이다.
이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섣부르게 단정하는 습관 때문에 빈번히 오역이 일어난다. 집중과 인내,
그리고 어쩌면 상상력이 필요하다.  - P94

기다림은 그냥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기다림은 무위와 관계없다. 오히려 기다림은 에너지가 많이소모되는 적극적인 행위이다. 말하자면, 노동, 기다리는 사람은 기다리는 일을 하느라고 그가 할 수 있는 다른 많은 일을하지 못한다.  - P118

온종일 무엇을 생각하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무슨 꿈을 꿀지 알려줄 수 있다. 무엇을 염려하는지, 무엇을 욕망하는지 알려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할 수 있다. 생각은 꿈으로 나타나고, 꿈은 생각으로 이어져 현실을 간섭한다. 꿈은 현실과 이런 식으로 연결된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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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사는 우리에게는 출발점이 곧 도착점이다. 끝은 시작에 있다. 등뒤에 있는 사람이 가장 멀리 있는 사람이다. 등뒤에 있는 사람을 만나려면 한없이 걸어 끝까지 세상의 끝까지 가야 한다.

등뒤에 있는 사람이라고? 아니다. 끝에 가서 만나게 되는 사람은 그 ‘등‘을 가진 사람, 자기 자신이다. 끝까지 가는 사람은출발한 자리로 돌아온다. 끝이 시작에 있다. 그러니까 출발한사람은 끝에 이르러 만날 사람과 동일인이다. ‘세상의 끝‘에서만날 수 있는 사람은 나다. 그가 나다. 나는 나에게서 가장 멀리 있다. 나는 나의 ‘세상의 끝‘이다. ‘나‘는 끝에 가서야 만날수 있는 아주 먼 대상이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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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묘묘 방랑길
박혜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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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문구에서 ‘조선판 셜록과 왓슨‘ 이라는 걸 보고,
안그래도 출간일만 기다리고 있던차에 서평단 모집글이 올라와
후다닥 신청해서 감사하게도 출간 전에 미리 읽어보게 된
[기기묘묘 방랑길] 입니다

기본 스토리는, 양반집 막내아들 효원과,
여우의 핏줄이라 알려진 사로 두 사람이 나그네 생활을 하며
벌어지는 일입니다.

일단 초반에 느낀 감상은,
왜 굳이 셜록과 왓슨을 빗대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어요.
단지, 남자 둘의 콤비라고 굳이
다른 소설 속 인물들을 끌어올 필요가 있었을까 싶더라구요
홍보문구만 보고 선입견에 사로잡혀 읽은 제 탓도 있겠지만요.

효원과 사로 둘의 관계성이나 스토리 진행방식, 에피소드들은
오히려 해리포터가 떠올랐답니다
이건 물론 조선 ‘판타지‘ 이기 때문이겠죠.

에피소드가 거듭될수록 사람에 대한 고찰,
기묘한 관계로 얽힌 두 사람의 과거가 드러나면서
성장하게 되는 따뜻한 이야기면서도,
한국형 판타지다운 기묘함까지 녹아져 있어
쉽게 읽히면서도 가볍지는 않은 책이었습니다.

<이 서평은 모도(@knitting79books) 서평단 자격으로 다산북스(@dasanbooks)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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