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의 『한 완전주의자의 책읽기』(청하, 1986)도 나에게 너무 가까이 와 있다. 그의 글들의 상당수는 남이 읽은 것들을 조금씩 변형해서 재조립한 것들이어서 깊이가 부족하다. 섬세한 문장이 때로 그것을 덮어주지만 다 성공하고 있지는 않다. 그가 치열하게 싸우지 않아서 그렇다. 하나의 예외는 있는데, 그것은 그가 황지우를 비판할 때이다. 그것은 그의 무의식이 황지우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음을 입증한다. 그가 황지우에 대해 그의 시의 극렬성은 "위장의 극렬성이다"라고 말할 때, 그 진술은 크게 울린다. 그런 유의 치열성이 다른 글에서는 별로 보이지 않는 것이 그의 약점이다. 그럴 때 그는 완전주의자가 아니라 타협주의자 같아 보인다. 그러나 그가 자신은 독학자라는 것을 고백하는 서문은 아름답다. 그는 역시 시인이다.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 64페이지에 실린 글이다. 장석주의 최근작 <마흔의 서재>를 읽고 불편했던 마음이 저것이었구나,싶다. 가려운 곳을 저리 시원하게 긁어 주시다니. 그나저나 왕십리에 눈 온다. 큰 대자로 뻗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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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둑 2013-04-30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부산엔 꽃가루 날립니다.,.
어디 숨고 싶은 날입니다..
굿바이님, 잘 지내시죵?....^^
 
로또 맞은 여대생 타인들의 드라마 시리즈 1
토마 카덴 외 지음, 김희진 옮김 / 미메시스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보면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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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3-04-02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라!
 

그러니까 그해. 숫자로 기억하지 않고 그저 그해라 기억하는 유일한 그해. 양희은 여사는 '내 나이 마흔살에는'을 불렀다. 절묘한 암시였을까. 그러나 그해 나는 넋 나간 대학생이었고, 마흔살이라는 나이가 상형문자처럼 읽히던 때였다. 뭐 그럴 수 있었다. 사랑에 빠져 있었으니까. 어찌되었건 기억하건데 노래는 '봄이 지나도 다시 봄, 여름 지나도 또 여름'으로 시작했다. 도대체 이렇게 맹물같은 노래라니. 봄이 지나도 다시 봄이라니, 여름 지나도 또 여름이라니.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있겠냐. 나는 우주의 봄을 살고 있는데 말이지. 곧 우주의 여름이 올 것이고 그 이후는 그냥 우주일 뿐이데. 우주. 알 수도 없고 알 수 있는 밀도와 사이즈도 아니고. 에라이 그냥 나는 우주의 봄이야, 뭐 이렇게 넋이 나가 있었다. 연분홍 치마를 입고 바람부는 언덕에 오르지 않아서 그저 다행인 시절이었다.

 

'봄이 지나도 다시 봄, 여름 지나도 또 여름'이라는 사실을 나는 언제 아차차 소리를 내며 알았을까. 첫사랑을 곰국처럼 달게 우려먹기 시작하던 때였을까. 이제는 하도 자주 우려 맹물처럼 말간 그 기억들을 말이다. 언제였을까. '오늘이 내일과 별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김훈보다 먼저 알았을까 늦게 알았을까. 언제였을까. 그런데 김훈은 왜 불쑥불쑥 중요했을까. 꽃을 피게 하는 힘이 천연덕스럽게 꽃을 몰아간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울었던가, 웃었던가. 그나저나 이런 것들이 뭐 그리 중요한가. 그러니까 나는 다시 살 집을 구하기 위해 누군가의 기억과 냄새가 떠도는 집들에 발을 들여놓아야 하고, 내가 기거하던 집에 부동산중개소 사장과 나처럼 집을 구하는 젊은 부부가 오고, 뭐 이런 어수선한 날 이런 것들이 여전히 중요한가. 차라리 부동산 시세를 보는 게 옳은가.

 

눈을 감고

 

박 준

 

눈을 감고 앓다보면

오래전 살다 온 추운 집이

 

이불 속에 함께 들어와

떨고 있는 듯했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날에는

길을 걷다 멈출 때가 많고

 

저는 한 번 잃었던

길의 걸음을 기억해서

다음에도 길을 잃는 버릇이 있습니다

 

눈을 감고 앞으로 만날

악연들을 두려워하는 대신

 

미시령이나 구룡령, 큰이새령 같은

높은 고개들의 이름을 소리내보거나

 

역(驛)을 가진 도시의 이름을 수첩에 적어두면

얼마 못 가 그 수첩을 잃어버릴 거라는

이상한 예감들을 만들어냈습니다

 

혼자 밥을 먹고 있는 사람에게

전화를 넣어 하나하나 반찬을 물으면

함께 밥을 먹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손을 빗처럼 말아 머리를 빗고

좁은 길을 나서면

 

어지로운 저녁들이

제가 모르는 기척들을

 

오래된 동네의 창마다

새겨넣고 있었습니다

 

몇 시간 전 다녀간 젊은 부부는 집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그럴 것이다. 저녁녘의 한강을 마주하고 서서 다른 생각이 들겠는가. 나 역시 그러했으니 그들도 그러하리라. 그래도 나처럼 삶이 액자이고 저녁 노을이 그림일 수는 없으니 물을 건 물어야지. 선한 눈매의 예쁜 새댁이 묻는다. 춥지 않나요. 내가 대답할 틈도 없이 부동산중개소 사장이 대답한다. 그럼요. 안추워요. 그럴 리가. 나는 새댁을 빤히 보고 말한다. 춥습니다. 올 겨울 추웠습니다. 그렇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결국은 견딜만 했습니다. 새댁은 웃는다. 부동산사장도 후렴처럼 웃는다. 그대는 왜 웃소,라고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내 나이 마흔살에는 그렇게 하기로 했다. 병아리같은 새댁이 또 묻는다. 여름에는 시원한가요. 그럼요. 바람이 달아요. 사실이다. 이 집을 통과하는 바람은 달다. 그렇게 바람을 맞으며 달을 보던 여름 밤 종종 깊이 잠들곤 했었다. 약도 없이. 칭얼거리지도 않고.

 

꾀병

 

박 준

 

나는 유서도 못 쓰고 아팠다 미인은 손으로 내 이마와 자

신의 이마를 번갈아 짚었다 "뭐야 내가 더 뜨거운 것 같

아"  미인은 웃으면서 목련꽃같이 커다란 귀걸이를 걸고

문을 나섰다

 

한 며칠 괜찮다가 꼭 삼 일씩 앓는 것은 내가 이번 생의 장

례를 미리 지내는 일이라 생각했다 어렵게 잠이 들면 꿈

의 길섶마다 열꽃이 피었다 나는 자면서도 누가 보고 싶

은 듯이 눈가를 자주 비볐다

 

힘껏 땀을 흘리고 깨어나면 외출에서 돌아온 미인이 옆에

잠들어 있었다 새벽 즈음 나의 유언을 받아 적기라도 한

듯 피곤에 반쯤 묻힌 미인의 얼굴에는, 언제나 햇빛이 먼

저 와 들고 나는 그 볕을 만지는 게 그렇게 좋았다

 

부동산중개소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후에 다녀간 부부가 계약을 하고 싶단다. 이사를 가겠다는 말을 하고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다. 묘하다. 이사를 가겠다고 마음을 굳힌 것도 이야기를 꺼낸 것도 나인데 내가 제일 서운하다니. 이건 또 뭘까나. 그냥 해 본 소리였나. 계속 살고 싶었었나. 그래도 할 수 없는 일. 그나저나 이제 집을 구해야 할 순서인데 까마득하구나. 양희은여사는 마흔살에 알고 있었다. '우린 언제나 모든 것을 떠난 뒤에야' 안다는 사실을. 양희은여사가 알고 있던 사실을 페데르코 가르시아 로르카도 알고 있었다. '포플러나무들은 시들지만 우리한테 바람을 남겨 놓는다'고 말했으니. 분하다. 나만 빼고 저들은 다 알고 있었다니. 마흔으로 흘러들기 4년 전, 나는 이집에서 협박에 가까운 기도와 원색적인 뉘우침으로 밤과 낮을 보냈다. 그럼에도 어리석음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어쩌냐. 그런 것을. 그렇지만 그 어리석음이 결국 '한철 머무는 마음에게 서로의 전부를 쥐어주'기도 했었고, 한철 머물던 자리에 물결무늬를 남기기도 한다. 또 오는 봄은 가고 오는 봄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나는 아직 마흔이 아니고.

 

마음 한철

 

박 준

 

미인은 통영에 가자마자

새로 머리를 했다

 

귀밑을 타고 내려온 머리가

미인의 입술에 붙었다가 떨어졌다

 

내색은 안 했지만

나는 오랜만에 동백을 보았고

미인은 처음 동백을 보는 것 같았다

 

"우리 여기서 한 일 년 살다 갈까?"

절벽에서 바다를 보던 미인의 말을

 

나는 "여기가 동양의 나폴리래" 하는

싱거운 말로 받아냈다

 

불어오는 바람이

미인의 맑은 눈을 시리게 했다

 

통영의 절벽은

산의 영정(影幀)과

많이 닮아 있었다

 

미인이 절벽 쪽으로

한 발 더 나아가며

내 손을 꼭 잡았고

 

나는 한 발 뒤로 물러서며

미인의 손을 꼭 잡았다

 

한철 머무는 마음에게

서로의 전부를 쥐여주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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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03-14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집도 서운할게다. 그 집도 자신의 전부를 네게 쥐여주고, 그것을 온통 받아들일 줄 알았던 네가 그리울게다. 그럴꺼야..

좋은 집을 만나길 나도 기도할께..한철의 기간이 얼마이든 (이 참에 평생 머물 좋은 집과 조우할 수도 있을테니), 그 또 다른 한철 동안, 너와 서로 나눌 수 있는 집이 구해지길 기도한다. ~~

이 새벽, 네 마음이 스산하겠으나,
<이건 오롯이 나의 생각이지만 >바람이, 혹은 물결무늬가 남았으니 되었지.. 싶다..

때로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어쩌면 진짜는 아닌 것 같아서..

굿바이 2013-03-14 22:06   좋아요 0 | URL
이렇게 고마운 위로를 넙죽 받네! 염치가 참...
사는 일도 한철일텐데 뭐한다고 이렇게 고단한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잘 지내니? 감기 조심하고 뭐든 잘 먹고.
푹 쉬자. 내일도 살아야하니까.



웽스북스 2013-03-14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는 원래 '집'을 구하는 건 능력자잖아요. 여행에서만 통하는 게 아닐거에요.
그래도, 아쉽네요. 언니 집에서 밤의 한강을 보던 건 무척 좋았는데.

굿바이 2013-03-14 22:09   좋아요 0 | URL
그러게. 그 능력이라도 남아있어야 할 것인데!
다음에는 집을 지을까봐.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아. 집 지으면 하숙도 하고^^

흰그늘 2013-03-14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글이 좋아요^^

토지를 읽다가 통영의 옛사진을 본적이 있었는데.. '마음 한철'을 읽으니 문득 생각이 나네요
절벽에서 바다를 보던 미인과 토지의 임명희가 마음이 절벽이었을때 서 있었던 통영의 그 바닷가.. 개인적으론 임명희가 서있었던 그 바닷가가 더 와닿았드랫어요^^

집도, 바람도.. 누군가의 기억과 냄새는 어디에든 있는가 봐요?..

밥준.. 저는 어디에 머무를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밥을 지어주는 곳에 머물러야지요^^

한철과 전부.. 그리고 마음..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되어질 것 같은걸요..

굿바이 2013-03-14 22:13   좋아요 0 | URL
아~! 통영~! 통영,이라는 말만 들어도 저는 좋습니다.
<토지>를 읽은 게 10년은 더 된 것 같아요.
기억이 나기도 가물가물한 것들도 있구요.

'한철'과 '전부'는 제게는 같은 단어에요.
그래서 늘 이렇게 사는 지도 모르겠지만요^^
 
다케시의 낙서 입문
기타노 다케시 지음, 이연식 옮김 / 세미콜론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무엇을 그릴까,는 어떻게 살지,와 동일한 문장이었을까. 거침없는 발상이 계속 부러웠다. 물론 부러웠던 건 그의 그림이 아니라 그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던 것 같다. 매번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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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3-03-12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일씨가 영화를 얘기하면서도 비슷한 얘기를 했어요. 영화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할지 배운다고. 이게 아니었는데... 괜찮은 문장과 의미였는데 기억이 잘 안 나요.

이 책 찜함.

굿바이 2013-03-14 22:18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럴 때 많아요. 좋아서 외우기도 하는데 느낌만 기억나고^^

책의 내용은 가벼워요. 그런데 그 가벼움이 뭐랄까 날카로운 연장같아요.
 
몬드라곤의 기적 - 행복한 고용을 위한 성장 몬드라곤 시리즈 2
김성오 지음 / 역사비평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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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이 자본주의 생산시스템의 대안,이라고 급하게 환호하고 급하게 결정짓는 것은 위험합니다. 기적,이 자주 일어나면 기적이겠습니까. `운동성`과 `사업성`은 결코 만만한 토끼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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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3-03-04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협동조합, 참 좋다'를 읽고 있는데 '그래 그래 협동조합이야' 하다가도 이렇게 좋은 체제를 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을까란 생각에서 막혔어요. 주주들의 이익 배당이 아닌 가치에 대한 동기부여에서부터 세부적인 것들을 조율하는 것까지. 문화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기도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어요.

'몬드라곤의 기적'은 괜찮나요? 지금 읽는 책은 이상향만 그리고 있는 것 같아 좀 더 균형잡힌 시각, 협동조합의 실패담이나 문제점, 구체적인 활동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서요.


굿바이 2013-03-04 21:4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Arch님!

'협동조합, 참 좋다'라고 제목을 걸고 시작한 책이니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들만 들려주고 싶었겠죠. 장점이 많은 운영체계라고 생각하니까 그랬을 것 같아요.

협동조합은 아시는 것처럼 조합원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만 하는 조직이에요. 출자, 운영, 이용을 해야만 조합이 유지될 수 있으니까요. 얼마나 근사한 일입니까. 주인으로 일하고, 주인으로 구매하고, 주인으로 판매하고. 그런데 말씀하신 것 처럼 이렇게 좋은 제도가 자본주의 생산시스템을 왜 갈아치우지 못했을까요? 제가 굉장히 건너뛰고 일반화했는지 모르지만 역시나 인간의 욕망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살아남고 앞으로도 살아남을 협동조합들은, 좀 과장되게 말하면, 인간의 욕망과 적절히 타협한 조합이라고 봐요. 어떤 형식으로든요. 그리고 그걸 비난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하구요. 그걸 비난하는 순결주의로는 한계가 있거든요. 아이고,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책은 김기섭님의 <깨어나라, 협동조합>, 스테파노 자마니의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 그레그 맥레오드의<지역을 살리는 협동조합 만들기 7단계>, 와카츠키 타케유키<꺼지지 않는 협동조합의 불꽃> 등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몬드라곤의 기적>, <몬드라곤에서 배우자>도 나쁘지 않습니다.
공동체에 대해 더 고민해 보고 싶으시면, 장일순선생님이나 윤구병선생님의 책도 참고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별 도움이 안 된 것 같네요..ㅜㅜ

Arch 2013-03-05 10:44   좋아요 0 | URL
굿바이님 안녕하세요! 저는 굿바이님 서재에 자주 드나들어서 진즉에 인사한줄 알았는데 ^^

도움이 안 되긴요. 완전 도움됐어요. 협동조합에 대한 책은 얼마 전부터 많이 나오고 있는데 어떤 책이 좋을지 몰라서 물어봤어요. 말한(말하신? 말한이 맞죠, 아닌가) 내용 중에 '주인 의식'에 저도 설렜어요. 헌데 한편으로는 노동자로써 월급 받는 것보다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역할 같은 것도 찾아서 맡아야하니 좀 부담스러울 것 같기도 해요.

게다가 협동조합이 대안적인 성격이 강하다보니 굿바이님 말씀대로 순결, 근본주의적인 입장도 있을 것 같고.

어쨌든 이렇게 얘기하니까 좋아요 ^^ 책 읽은거, 요즘 생각하는거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좀처럼 없었거든요. 살짝 신나기도 하고

굿바이 2013-03-05 22:02   좋아요 0 | URL
저도 Arch님의 글은 종종 읽었습니다. 그리보니 인사가 늦었네요 ^^

책 이야기도 좋고, 사는 이야기도 좋고
이렇게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따뜻하고 든든합니다!

웽스북스 2013-03-05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아는 사람이 저보다 한살 어린데 일찍 결혼을 했거든요. 가끔 저랑 만나면 제가 한살림 물건 좋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이 친구 하는 말이 물건은 좋을 것 같아서 애도 키우고 관심은 가는데, 주변에 한살림 이용하시는 분들이 너무 열심당원이라 마치 자기한테 한살림 권하는 게 종교 전도하는 거 같다고. 지역 모임 하고 그러니까 "한번 나와봐. 자기도 진짜 좋아할걸?" 이렇게 말하는 게 진짜 교회 전도하는 것 같아서 자기는 발을 못들이겠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럴 수도 있다는 게 엄청 신선했어요. (사실 전 몇년 이용하면서 공급자분 얼굴도 한번 못봤는데 ㅋㅋㅋㅋ) 사실 도시인들은 적절한 거리감을 원하잖아요. 마음의 온도가 다 같을 수도 없고. 시장에서 눈마주치고 물건 사는 것보다 마트나 편의점이 주는 익명성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처럼... 언니 말처럼 이런 다양한 층위의 욕망을 잘 읽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러면 또 누군가는 첫마음 같지 않다고 서운해할테고. 암튼 되게 어렵네요. ㅋㅋㅋㅋ 근데 괜히 오늘 언니의 이 100자평이 무지 반가웠어요. 언니의 100자평이라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고.

음, 이건 여담인데, 올해는 '협동조합'이라는 말이 마치 작년의 '재능기부'라는 말 만큼이나 더 많이 들리는 것 같아요. 좋은 현상인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협동조합'이라는 걸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알게 됐다는 건 참 놀랍기도 해요.

굿바이 2013-03-05 22:09   좋아요 0 | URL
종교 전도..ㅋㅋㅋ 그럴 수 있겠다.
내 주변에도 그런 분들 많아. 어떤 느낌을 줄 지 잘 알고. 그런데 나는 한편 부럽더라. 나는 뭔가 그렇게 확신을 주는 게 불가능한 사람이라서. 나 자신도 못믿는데, 뭘 믿겠니. 그러니까 그냥 어슬렁거리기만 하고. 어슬렁거리다가 인생 끝날꺼야 ^^

그나저나 오늘은 잠깐 웬디한테 놀러갈까 싶었어. 어디쯤 걷는데 그냥 어디로 계속 걸었으면 싶었거든. 그러다가 누구를 만나서 웃는 얼굴을 좀 봤으면 싶었고, 웃는 얼굴로는 웬디랑 황군이 짱이니까. 자연스럽게 생각이 났어. 그런데 둘 다 너무 멀더구나. 걸어서는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