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민주주의에 관하여
로버트 달 지음, 배관표 옮김 / 후마니타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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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150년 전에 돌아가신 토크빌(Alexis Charles Henri Maurice Cierel Comte de Tocqueville)을 소환해 '평등이 자유를 위협하냐'고 따지는 저자의 태도가 좀 지나치다 싶기도 했다. 그러니까 고인도 이제는 귀찮겠소, 뭐 그런 마음이랄까. 여튼 토크빌이 경험한 19세기 미국은 매우 특별한 상황이고, 따라서 누가 그의 주장을 오롯이 일반화 하려나 싶다. 그저 실정에 맞는 또는 인사이트를 주는 어떤 것들을 취사선택하겠지. 그러나 저자가 토크빌을 깨운 이유는 똑같은 이유로 토크빌의 주장에 끼워 맞춰 대중독재를 운운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양반들 하는 소리가 늘 그렇듯이 '중우정치'요, 평등한 다수가 권력을 악용해 적대자를 해할 수 있다, 등등 되시겠다. 그러니 150년 된 무덤에서 고인을 불러온 저자에 대한 약간의 빈정거림은 없었던 걸로! (죄송해요)

 

여튼, 이 책은 '경제 민주주주의'라는 제법 익숙한 주장을 한다. 익숙한 주장이긴 하지만 언제 이런 사회가 도래할는지 알 수는 없다. 떠나보낸 적도 없는 님이지만, 어쩌면 영영 아니올 수도 있고. 저자는, 대충 내 방식으로 이해하면, '어째서 민주주주의가 좋다고 혹은 다른 체제와 비교해 좋다고 하면서, 공장 문앞에만 오면 민주주의가 왠말이냐'라고 눈을 크게 뜨냐? 왜? 뭐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다. 그러게요. 아마도 사유재산권 때문일까요????? 나는 이렇게 혼자 대답하고.

 

이에 저자는 '오냐, 그렇다면 내가 사유재산권을 갈키주마'하시며, 친절하게 사유재산권에 대해 설명하신다. 그러니까 니들이 생각하는 사유재산권은 잘못되었나니, 재산권이라 하는 것은 단일한 권리도 아니고, 권리와 특권, 의무, 책임들의 묶음이라고 일갈하신다. 심지어 어떤 법체계도 재산권을 자연권으로 주장하는 것을 완전히 인정한 적이 없다고 하신다. 그런가? 왜 몰랐지!!! 늘 나만 몰라. 그러니까 노직의 소유권리론(엄청 협소하시고), 로크의 이론(협소한 주제에 광범위하시고), 밀의 이론(역시나 부족하시고)을 몽땅 불러와도, 기업의 사적소유를 정당화하기에는 부족하다 되시겠다. 그럼 롯데는 뭐냐???? 니들은 누구냐??? 여튼, 그리하여 기업을 어떻게 통제하고 소유할 것인가는 데모스와 데모스의 대표들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드디어 기업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통치하는 기업인 '자치기업'의 밑그림을 보여주신다. 물론 자치기업이 모든 대립을 일소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재분배의 문제나, 정치적 평등 및 민주적 제도의 유지면에서 법인 자본주의 체계보다 한결 우월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소유와 통제가 분리되어 있는 현실에서 노동자들이 과연 경영진만큼 기업을 통치할 자격이 주어지겠는가 싶다. 물론 저자는 이를 극복할 장치들을 소개한다. 친절한 양반같으니라고.

 

어찌되었건 국가 통치의 원리로서 민주주의가 정당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기업의 경영에서도 민주주의가 옳다. 민주적 절차로 훈련된 구성원이라면 민주적 절차를 통해 스스로를 통치할 수도 있다. 그러니 당연히 기업에게 민주적 통치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민주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기업인 자치기업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친절하시고!

 

더 무슨 말이 필요하나. 이 책은 분명 유용하다. 경제적 불평등이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지켜보면,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일이야말로 지금 이 서러운 시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과제요, 살길이다. 물론 저자가 제안한 자치기업이 얼마나 기대에 부응할지 정확하게 측정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분명 장점이 더 많다는 것은 경험상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자치기업의 한 갈래인 협동조합을 두고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그런 지엽적인 문제(물론 지엽적인 것이 가장 커다란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을 몰라서 하는 말은 아니다)를 물고 늘어지는건, 그건 뭐랄까 뭐든 하지 말자, 그냥 끝장을 내자, 뭐 이렇게 비춰질 수도 있어서 그런 짓은 이제 그만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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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틱한 찰리 문학동네 시인선 68
여성민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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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너의 슬픔이구나 이 딱딱한 것이 가끔 너를 안으며 생각한다" 여성민시인의 「불가능한 슬픔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이런, 꼼짝을 할 수가 없네. 붙들렸다. 시의 행간에. 시인의 호흡에. 그래 나는 이럴 때 그냥 울고 싶더라니. 그러니까 붙들릴 때. 그 이유가 무엇인지 그저 짐작만 할 때, 그제야 비로소 사유라는 것을 하게 될 때. 나는 꼭 울고 싶더라니. 그리고 이 문장을 쓰다듬어 발과 발 사이에 가만히 놓고 싶었다. 손으로 만지지 않고 복사뼈로만 느끼고 싶었다.  

 

 

불가능한 슬픔

 

여성민

 

 

이것이 너의 슬픔이구나 이 딱딱한 것이 가끔 너를 안으며 생각한다

 

이것은 플라스틱이다

 

몸의 안쪽을 열 때마다 딱딱해지는 슬프고 아름다운

 

플라스틱

 

하지만 네가 부엉이라고 말해서 나는 운다

 

피와 부엉이 그런 것은 불가능한 슬픔 종이와 철사 인디언보다 부드러운 것

그런 것을 떠올리면 슬픔은 가능하다

 

지금은 따뜻한 저녁밥을 생각한다

손으로 밥그릇을 만져보는 일은 부엉이를 더듬는 일 불가능한 감각

 

상처에 빨간 머큐로크롬을 바르고 너를 안으면 철사와 부엉이가 태어난다

 

철사로 너를 사랑할 수 있다

 

종이에서 흰 것을 뽑아내는 투석 그러나 너를 안으며 생각한다 이것은 플라스틱이다

 

다른 몸을 만질 때 슬픔이 가능해지는

 

불가능한 플라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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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 연애이야기
피터 케리 지음, 정영문 옮김 / 동아일보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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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같은 소인배는 절대 따라할 수 없는 주인공 `푸주한`과 그 동생 `휴`의 태도! 어이없어서 멋지고, 어처구니없이 짠한 둘의 이야기는 정상적인 삶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도대체 정상상태라는 것이 뭔지 계속 묻는다. 흥미롭고 거칠고 그래서인지 부코스키가 떠올랐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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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열리는 믿음 문학동네 시인선 66
정영효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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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의 전원을 누르면, 노트북은 어김없이 내가 설정한 사용자 이름을 부르며          환영합니다,라는 인사를 건낸다.          환영합니다,라는 말이 사라질 때까지 나는          환영받는 심정으로 노트북의 바탕화면이 나타날 때 까지 기다린다. 습관에 따라 움직이는 나를 위해 그 어느 것 하나의 위치도 변경하지 않은 채 고스란히 내 기억과 의지와 마음을 붙들고 있는 노트북을 본다. 고마운 노트북. 그럼에도 고마운 마음을 전할 길이 없다. 그저 먼지를 닦고, 키보드를 살살 누르는 것으로 마음을 전할 뿐. 또한 나를 향한 저 마음이 고장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 눈물겨운 노트북과 나 사이의 신뢰는 이렇게 두터워져만 간다.

 

 

짐작하는 날들

 

정영효

 

다시 물어보기 위해 계속 짐작했다

의자에 앉으면 밀려오는 졸음에 대해

반대편에서 이어지는 평화에 대해

 

주택가를 지나는 무심한 고양이의 눈빛처럼

의심을 둔 채 확실해지는 것들을 믿지 않았다

 

문 앞에서는 매일 가능성과 마주쳤다

걱정을 알면서 우연을 내밀고

우산을 준비하면서 모자를 준비하고

 

무언가 일어날 거라는 생각으로 안도했지만

바람의 끝을 구름이라 부르거나

모래에서 기억을 찾는 식으로

비슷하게 시작해 조금 다른 이유로 끝나는 건

단지 비숫한 일로 남겨두었다

 

거짓말을 구해 아무데에나 숨길 수 있었고

고개 숙이는 혹은 고개 돌리는 내게

짐작하는 동안 낮게 말했다.

 

나에 대한 확신은 반복되는가 경험적인가

그리고 무력해지는 잠으로 돌아와 차츰 잊어버렸다

조금씩 다른 생각들이 쌓인 곳에서

다시 물어보기 위해 계속 짐작할 뿐이었다

 

시인이 묻거나 웅얼거린다. 나에 대한 확신은 반복되는가 경험적인가. 그러게. 나 역시 짐작할 뿐이다. 노트북에 대한 확신은 반복되는가 경험적인가. 이것 역시 짐작할 뿐이다. 그런데 왜 짐작할 수 밖에 없는지. 어쩌면 늘 '이곳'에 있으면서 '저곳'을 관람하기 때문은 아니였을까. 그래서 노트북은 내게          환영한다,는 메세지를 보내 '저곳'에서의 부재를 알려주려는 것일까.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었던 공간이 이상해지고 있다.          歡迎과          幻影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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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AGE Handbook of Social Marketing (Hardcover)
Gerard Hastings / Sage Pubns Ltd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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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마케팅과 관련한 사례가 풍부해서 다양한 활동들을 기획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할 것 같음. 특히 음주문제, 흡연문제 등은 학교에서의 교육이나, 정보제공만으로는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는 것! 제도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이 인상적임! 그리고 마케팅에서의 비평의 역할에 대한 정보나 이론도 다양함.
그리고 어느 나라나 거의 비슷하게, 문제있는 산업과 무능한 정부는 찰떡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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