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12
찰스 부코스키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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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코스키가 부코스키답게 글을 쓰는 것이 뭐가 문제겠는가. 작가의 소설이건 책이건 몽땅 한 권에 옮겨 놓아도 어색하지 않을 것.
여튼 시의 행간을 읽지 않아도 부질없는 것들의 부질없음이 오롯이 느껴지는 시집.
부럽소! 오라버니!

좋았던 문장 하나
˝ she`s so good that I almost miss my death, but not qu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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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중고서점에 책을 팔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알라딘 중고서점 직원들이 책을 평가하는 기준이라는 것이 뭐랄까 기계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물론 나만 그럴 수도 있고. 그러니까 낙서의 유무, 책 자체의 손상 정도, 구입여부(증정품은 제외되는 것으로 알고 있음), 구간과 신간, 알라딘이 보유하고 있는 동일 서적의 양 등이 해당 기준으로 보인다. 더 많은 기준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건 잘 모르겠으니 일단 이 정도. 물론 나는 지금 알라딘의 서적 매입 기준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방학을 맞아 어떤 퍼포먼스라도 하고 싶어 책장을 정리하고 더는 읽지 않을 것 같은 책을 골라냈다. 책을 골라낸 후 알라딘에 팔 수 있는 책과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하면 좋을 책을 나누는데, 기증으로 분류된 책들은 대체로 출판사에서  증정받은 책 혹은 선물로 받았으나 내 취향과는 먼 책들, 그리고 시집들이다. 기증에 해당하는 도서들은 내가 구매하지 않은 책이니 나도 그냥 내놓는게 자연스러운 것 같고, 시집이 기증물품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이건 정말 개인적인 이유이지만, 시가 돈으로 환산되는 어떤 느낌이 싫어서다. 쓰고 보니 더 말이 안되는 것 같지만 여튼 그렇다. 그렇게 분류를 하고 나니 알라딘에 팔 수 있는 책이 많지는 않았다. 아참 이번에는 시집 한 권도 팔았다. 처음 있는 일이다. 그 시집은 팔아도 될 것 같았다. 시인을 향한 나의 복수는 이렇게 극도로 쪼잔했다.

 

그렇게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몇 권의 책을 팔고, 천천히 알라딘 서가를 둘러보니, 오호~ 반가운 책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놀랐던 것은, 책 안쪽에 저자의 친필로 가늠할 수 있는 메모가 있었고, 그 메모의 내용이 심상치 않다는 것. 그런데 이 책을 받은 사람은 왜 팔았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알라딘은 이런 메모가 있는 책을 매입하나? 그것도 궁금했다. 그래서 망상에 가까운 공상으로 나는 뭔가 이 책이 내게 발견된 이유를 애써서 찾고 싶어졌다. 혹시 아니? 나는 이 책을 읽을 수 밖에 없는 운명 따위에 내몰린 것이.........

 

그렇게 완벽한 몰입의 상태로 책을 다 읽어갈 무렵 나는 이 책이 알라딘 서가에 꽂혀있는 이유를  발견했다. 단서는 저자의 글에서 찾았다.

책에서 읽은 다른 이의 말을 나의 언어로 둔갑시켜 차용하지 마세요. 다른 이의 말을 빌려서 내 욕망을 드러낼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그런 좋은 말들은 듣고 난 뒤 씹어서 뱉어 버리세요. 여러분이 지금 읽고 있는 이 책도 여러분의 말이 아닙니다. 읽고 나서 버리던가, 남을 주던가, 아무튼 몸 밖으로 뱉어 버리세요(p.267) 

 

오호~이렇게 자연스럽게 멋있는 사람들을 보았나. 순전히 내 추측에 추측을 더했지만, 정말 저 말 때문에 책의 주인이 이 책을 팔았다면 이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 퍼포먼스인지.  그리고 기계적인 줄 알았던 알라딘 도서매입 직원의 작은 실수(?) 또한 얼마나 즐거운 퍼포먼스인지. 인간이 그리는 무늬들이 이렇게 재미나다니. 정말 별 일도 아닌 일로 혼자 키득거리는 나는 이 밤이 참 좋네. 실제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오랜만에 몰입하니 사는 일이 재미있네요. 정말. 

 

아참, 엄한 소리만 하다가 책 이야기를 못했다. 글을 읽으면서 EBS다큐멘터리에서 봤던 한 장면이 떠올랐다. 현생인류의 어떤 한 종족의 남성이 야생에서 사냥감을 발견했을 때의 모습. 조용히 손에 쥔 연장을 꽉 움켜잡고 일격을 가하려는 모습. 눈빛에서 느껴지는 결기와 그 민첩한 손동작. 저자의 글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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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히틀러
막스 피카르트 지음, 김희상 옮김 / 우물이있는집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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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제 뉴스에 따르면 드론이 잠자리처럼 날아다니는 세상을 내가 살아생전에 겪을 판이다. 드론규제만 완화되면 침체된 글로벌 경제가 한방에 해결될 것 같으니, 아마존이 큰일한다 싶다. 여튼 택배도 드론으로 오고, 농약도 드론으로 뿌리고, 뭐 대충 안되는 것 빼고 다 될 듯하다.

이쯤에서 피카르트의 글을 꼭 옮기고 싶은 내 마음을 드론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열정이 없이 저질러진 잔혹한 범죄, 그 현장에 잊지 않았다고 착각하는 범죄의 경우 사람들은 죄의식을 갖지 않는다. 도구가 어찌 죄책감을 알겠는가. 그저 우연처럼 범죄를 생산했을 따름이다. 도구는 얼마든지 달리도 쓰일 수 있지 않은가˝

내가 무슨 기계파괴 운동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드론이 우리집 창문에 와서 서성이는 상상은 참으로 안하고 싶다. 더 나아가 허공에 대고 고함을 지르고 욕을 하고 있을 나를 상상하는건 더 끔찍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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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어나는 것이 애도할 일이 아니듯, 죽음도 애도할 일이 아니다. 끔찍한 건 죽음이 아니라 인간들이 죽기까지 살아가는 삶, 또는 살아보지 못하는 삶이다.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 17쪽)

 

저런 환장할 문장을 보았나.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며 소리내어 읽기 참 좋은 문장임에 틀림없다.

안타깝지만 부카우스키의 어떤 면들은 내가 살면서 피하고자 하는 혹은 혐오하는 것들과 나란히 놓여있을 때가 많다. 그럼에도 그의 책을 매번 사서 읽는 것은 그가 무례할지언정 둘러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건 딱히 정직하고자 하는 강박도 아니고, 스타일에 대한 집착도 아닌 것 같다. 애쓰지 않겠다는 그래서 정말 애쓰지 않는 삶. 아무렇게와는 또다른 그저 애쓰지 않는 삶이 나는 부럽다. 더 정확히 그렇게 살아지는 삶이 부러운 것이 아니라 그렇게 홀연 살아가는 작가가 부럽다.

 

늘 뭔가 탐나고 부럽고 열등해서 애만 쓰다 끝나버린 그 동안의 시간들을 위무할 방법은 없지만, 어떻게 좀 남은 시간들은 애쓰지 말고 살았으면 싶다. 어느 주머니에 죽음을 넣고 다니는지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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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2016-01-05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 전 죽음 후의 세상을 믿지 않거든요. 사는 과정이 힘들고 고단해서 그렇지 죽음 그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지 싶어요.

굿바이 2016-01-06 23:40   좋아요 0 | URL
저도 사후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게 있다면 여기나 거기나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참 새해 좋은 일만 있으시면 좋겠습니다!

아무개 2016-01-06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쓰지 않는 삶....을 살려고 애쓰지 않아야 하는데 그게 참....

우체국을 읽고 찰스 아저씨에게 완전 반해버렸어요.
이 책도 보관함에 있는데
조만간 꼭 읽고 싶네요.

아침부터 마음이 뭔가 울컥울컥하네요...

굿바이 2016-01-06 23:41   좋아요 0 | URL
저도 우체국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 책은 일기라서 그런지 소설보다는 부카우스키가 좀 처량하기도 해요 :)

어찌되었건 새해인데, 건강하시고 신나는 일들 많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웽스북스 2016-01-06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이번 생은 틀렸어요. 언니는 매사에 모든 걸 다 엄청 열심히하고 잘해서 큰일입니다. ㅋㅋㅋ

굿바이 2016-01-06 23:40   좋아요 0 | URL
일단 이번 생은 틀렸다에 완전 동의해!!!!!!ㅜㅜ
뭘 잘하면 애쓰겠니? 그저 허우적거리는 그런 꼴이지......
 

손양원목사의 옥중서신을 읽으며 나는 이성복의 시를 떠올렸다.

그것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무관하게 어떤 사람이 지고 있는 무거운 짐에만 눈이 갔고, 그 짐이 한 사람의 등에 얹혀진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에만 마음이 끌린 셈이다.

짐을 진다는 것은 분명 힘이 들고 힘을 써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내 경우 그 짐이 있어 중심을 잡을 때가 있었고, 그 짐이 있어 지리한 시간들을 견딘 적도 있었다. 허공에 걸린 줄을 타는 사람이 막대기를 들고 줄 위에 서는 것처럼 맨몸으로는 도리어 건널 수 없는 시간이 있다는 것을 어쩌면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삶이 시작되는 지점에 함께 존재한 죽음이라는 시간을 외면하거나 잊고 살아내기 위해 우리는 자신의 체구가 감당할 수 있는 물리적인 양보다 조금 더 나가는 짐보따리 하나 씩을 등에 메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벗어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외롭고 쓸쓸한 죽음의 시간을 견디기 위해서. 아마도. 그렇게. 우리는 옥중에서 그리고 남해 금산에서도 짐을 내려놓지 않았던 것이다. 지독히 무섭고 외로워서.

 

편지 1

 

이성복

 

    처음 당신을 사랑할 때는 내가 무진무진 깊은 광맥 같은 것이

었나 생각해봅니다 날이 갈수록 당신 사랑이 어려워지고 어느새

나는 남해 금산 높은 곳에 와 있습니다 낙엽이 지고 사람들이 죽

어가는 일이야 내게 참 멀리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떠날래야 떠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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