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묻지 않을 테니까, 분노와 복종 사이에 놓여있다면, 그래서, 희극적이다 못해 주저앉고 싶으면,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않을 테니까, 우리 그저 맨얼굴로 만나자.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웽스북스 2010-03-31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 애프터눈?

굿바이 2010-04-01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 모닝!
 

우리의 삶이 단 한 번, 황홀할 기회를 주지않았다 해도, 이 영화는 너무 황홀했어, 훔쳐보았기에 황홀했다는 것을 알지만, 이 음악만 들어도, 이 바다만 보여도, 저 웃음만 훔쳐봐도 나는 애가 타.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0-03-29 14: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9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31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31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백진아
 
비가 퍼붓고 눈이 쏟아져도 남녘에 네가 있어 얼마나 든든했던지.
칠순을 훌쩍 넘긴 노부부를 네게 맡기고 돌아서는 염치없는 자식은, 나보다 의젓한 네가, 고맙고 또 고마웠었다. 그렇게 13년이라는 세월, 돌아보면, 사는 일이 네게도 고역이었다는 사실을, 어찌 몰랐겠니.  

너를 훔치려고 담을 넘은 개도둑이 너에게 독극물을 먹이고, 칼로 목언저리를 베어 끌고 가려던 새벽, 언제나 새벽 4시면 너와 바닷가 산책을 나가시는 아버지가 마당에 나올 때 까지, 독극물을 먹고도 끌려가지 않으려고 사투를 벌이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서도 버티다가, 아버지가 현관문을 열고 뛰어 나오시는 것을 보고 마당에 쓰러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기겁을 하고 또 살아주어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너는 모를 것이다. 그렇게 네가 병원에 실려가 위세척을 받고 깨어나기를 3일. 그러나, 그때 나는 몰랐다. 네가 깨어나기만 하면 다 잘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이별의 시작이었구나. 

이후, 독극물이 퍼진 장기에 종양이 생기고, 피부에 발진이 생기고, 복수가 차기 시작하면서, 병원을 수시로 드나들어야 했고, 약으로 그 시간들을 버텨냈으니, 그 일이 있은 후 5년은 네가 덤으로 버텨낸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몇일 전 더는 음식을 먹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하혈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래도 내가 내려갈 때까지 버텨달라고 했는데, 오늘 너의 혼백이 흰 눈처럼 쏟아지는구나, 세상이 희여도 너무 흰 상여로구나. 

눈송이 같은 내 사랑, 잘가라, 예기치 않은 어떤 날 불쑥 네가 없다는 사실이,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이, 봄 눈처럼 속절없이 내 마음을 흔들어도, 그렇게 또 나는 살아갈 것이고, 어느 날에는 또 희미해 질 것이지만, 눈송이 같은 내 사랑, 잘가라, 남녘에, 이렇게 흰 울음으로 너를 묻는다.    
 
내 사랑 백진아 잘.가.라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웽스북스 2010-03-22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진이가, 또 차마 언니 손으로 속상한 일 하게 할 수 없어서, 그랬나봐요.
녀석, 끝까지 늠름하고 멋있네. 흰 눈과 함께 갔네.

오늘은 맘껏 속상해해요 언니. 마침, 펑펑 눈도 내리고.

굿바이 2010-03-23 00:44   좋아요 0 | URL
그랬을까? 그랬으면 내가 더 미안하지. 집에 내려갔어도, 안락사 시킬 수 있었을까 싶어. 주사기 들고 울기만 했을 것 같다. 해도 잘 들고, 바람도 좋은 곳으로 데려가 묻어주셨다고, 아버지가 그러시네.

마음 써 줘서 고마워.

L.SHIN 2010-03-22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열받네, 그 개도둑 새끼들...

전에 키우던 우리집 개도, 어떤 미친 노인 부부가 3층에서 떨어트려서...
시름시름 앓다가 얼마 안 가서 죽었는데...

굿바이 2010-03-23 00:48   좋아요 0 | URL
L.SHIN님,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많이 안쓰러웠겠습니다.
13년을 같이 한 녀석이라 우리 백진이는 가족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이렇게 보내니, 마음이 털썩 주저앉습니다.

마음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2010-03-23 0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3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0-03-23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엉엉, 저 지금 지붕킥 해리처럼 울고 싶어요.

굿바이 2010-03-23 11:53   좋아요 0 | URL
치니님, 아주 죽겠습니다. 마음이 참.... 살아도, 살아도, 이별은 감당이 안됩니다.

또다른세상 2010-03-23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이쁜 녀석이네요.. ㅠㅠㅠㅠ 좋은 곳으로 가서 편안히 지낼겁니다.

우리집 똥강아지녀석도 집나가서 보름만에 컴백. 정말 속이 다 문드러지는 줄 알았답니다. 얼마나 찾으러 다니고, 울기는 또 얼마나 울었던지..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와서 천만다행이라 생각해요~ 정말 울집 막내 동생이랍니다. 헌데 어제 저녁 놀다가 검은 혹을 발견 혹 집나갔다 무슨 병이라도 걸렸나 엄마랑 잔뜩 겁먹었는데 아침에 다시 살펴보니 흡혈진드기!!! 출근전부터 경기날뻔 했어요. 당장 퇴근하고, 동물병원갈껀데 큰 탈없어야할텐데 말이죠.

제 마음이 이런데 님 마음은 어떨지.. 세상에서 말못하는 동물 학대하는 인간들 싸잡아 다 죽여버려야 합니다!!! 흠~ 망할 개장수같으니라구.

굿바이 2010-03-23 21:57   좋아요 0 | URL
예쁜 강아지랑 동물병원은 잘 다녀오셨나요? 진드기는 제거만 잘 해주면 된다고 알고 있는데, 치료 잘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마음 써 주셔서 우리 백진이 외롭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새초롬너구리 2010-03-23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어떻게 위로드려야할지..저도 무지하게 사랑하는, 저를 행복하게 해주고 웃게만들어주는 강아지가 있는지라.. 사진을 보니 귀도 쫑긋, 선도 곱고 털도 고운, 아주 예쁜네요. 표정도 행복한 느낌인지라..착하게 강하게 열심히 자신의 생을 다했으니, 분명!!!! 하느님도 백진이에게 잘해줄거예요!!!!

굿바이 2010-03-23 22:01   좋아요 0 | URL
이렇게, 마음을 전해주셔서 감사해요. 예쁜 강아지 키우시는 것 같은데, 하루하루 좋은 기억들 많이 만드시면 좋겠습니다. 이곳에 있을 때도 사랑을 많이 받았던 녀석이었는데, 먼 길 가면서도 외롭지 않을 것 같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風流男兒 2010-03-25 0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누나.. 난 이름이 백진이었다는 것도 나중에야 알았네요, 숨을 거둘 때까지 백진이는 가족만 생각한 것 같아요. 그저 두번, 세번, 네번, 다섯번, 읽고 또 읽고 있네요. 참 또랑또랑한 밤을 보내게 되겠어요 오늘은 특히.

굿바이 2010-03-25 17:15   좋아요 0 | URL
괜히 잠 설치게 했나보다.... 또랑또랑한 밤 보내고, 출근은 잘 했니? 음...나도 누군가에게 백진이처럼 행동할 수 있으면 좋겠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말이야.

후니마미 2010-04-04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덤으로 살았다는 그 5년이 백진이
가족들에게 남긴 선물이란 생각이 드네요
빨리 포기하지 않고 어쨌든간에 살아주어서 이별의 시간을 예감하게 해준 생명.
저는 어릴 때 집에 키우던 개가 있었지만
동물에게 별 애정을 갖지 못하고 있는데 이 글 읽으니 키우는 것보다
헤어지는 게 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도 생각이 나겠어요. 믿음직한 친구.
 

선배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전철에서 『근대의 어둠을 응시하는 고양이의 시선』이라는 책을 보고 있었다. 선배가 무슨 말을 하기 위해 나를 불러냈는지 짐작하고 있었지만, 또 나는 그렇게 거절하고 돌아오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여하간 찹찹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뭉뚱그려진 마음으로, 책을 읽고 있는 중이었다. 어느 역부터 내 옆에 앉으셨는지 알 수 없지만, 오늘 내게 6.0 이상의 강도로 다가오신 그분, 할아버지 혹은 노신사와의 벼락같은 조우는 이러했다.  

그분 : 독서하는데, 방해가... 

나 : 네? (화들짝 반, 적개심 반) 

그분 : 그 책 재미있나요? 꽤 집중해서 보는 것 같아서. 

나 : 아~ 네, 아~ 재미있습니다. 

그분 : 책을 많이 보나요? 학생은? 

나 : 아~ 그건 아니구요, 그리고 학생도 아니구요, 그냥, 그저 심심하고 무료해서요. (버벅버벅)

그분 : 제목이?  

나 : 『근대의 어둠을 응시하는 고양이의 시선』입니다. 정선태씨가 쓴 글이구요. 

그분 : 응...그런데 겁이 많아 보여요? 인상도 그렇고, 자세도 그렇고. (미소) 

나 : (뭐래? 작업이래? 아~ 내가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 할아버지가...) 뭐..그다지... 

그분 : 멍이 잘 들지 않나요?  

나 : 아~ 네, 잘 들어요. 몸이 좀 부실해서요. 

그분 : 마음에 멍도 잘 들지 않나요? 

나 : (이건 또 뭐래? 도를 믿으세요, 뭐 그런 부류의 할아버지? 그러기엔, 세련된, 어...신종?) 아뇨, 마음에 멍이라니...잘...그런데 저 이제 내릴겁니다. (뭐냐? 왜 내려? 여기가 어디래?) 

그분 : 괜히 놀래켰나 보네요. 몸이 안좋으면, 아직 젊어 보이니까 꾸준히 운동하세요. 그리고, 호신술 배워봐요, 세상이 참 무섭잖아요. 낙법도 배워보구요. 잘 넘어지는 사람들은 그거, 낙법이 도움이 많이 되거든요, 그리고, 책도 많이 읽으면 좋긴한데, 실전에서 강해야지요. 사람 많이 만나요. 아파도 보고, 다쳐도 봐야지요. 자꾸 아프고 다치다 보면 마음의 낙법이라는 것도 배우게 되요. 안다칠 수는 없어요, 사는 일이, 그러니까 잘 다치는 법을 배워야죠.  

나 :............. 

내릴 역도 아니었는데, 냅다 내려 버렸다. 마음의 낙법이라, 마음의 낙법이라, 잘 다치는 법.........할아버지 누구세요? 도대체? 누구시랍니까? 그리고 여기는 어디랍니까?


댓글(3)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블리 2010-03-20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와~그 할아버지 진짜 누구실까요? 마음의 낙법이라니... 표현도 그럴싸!
방금 박민규의 [절(용넷이있는 한자)]을 읽었는데 숨겨진 무림의 고수아니신지?
언니 함 봐야는데 공부하느라 마음의 낙법은 커녕 여유도 찾기 힘들어요. ㅠㅠ

굿바이 2010-03-22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살짝 얼굴봐서 좋더라~ 캬아~

후니마미 2010-04-04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굿바이님은 서울에 사시니까 경계심이 더 강하신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일까요?
재빨리 내리신 굿바이 님 못지않게 궁금증 유발하는 분이네요
아마 굿바이님이 예쁘시니까 거기다 책을 보고 있으니까
호감이 생기긴 했나 봐요
근데 할아버지라서 ㅎㅎㅎ

요즘은 말 걸어 주는 사람도 없는데 이쪽은.
 

호락호락 가지 않는 겨울이라서, 호락호락 오지 않는 봄이라서, 나는 좋아, 나는 좋아,라고 눈 내리는 밤, 한강을 내려다 보며 중얼거렸다. 무엇에 그리 쉽게 끌려다니던 마음이었는지, 나는 버티는 것들은 뭐든 대견하다고 토닥거리고, 심지어 늙지도 병들지도 않는 오래된 인형들에게 마저 눈인사를 하고, 찬물을 들이키고는 자리에 누웠다. 별 없는 밤은 잠도 별 일이 없는지, 쉬이 잠들지 못하고, 되려 불면도 대견해 하며 뒤척이다가 맞은 아침. 출근길에 귤 껍질을 버리려고 쓰레기 분리수거장 한 켠에 놓인 음식물 쓰레기통을 찾으니, 밤새 내린 눈이 소복이 덮여있는 쓰레기통 옆에 무언가 떨어져 있다. 들여다 보니, 모시조개다. 어느 짠 물에도, 어느 뜨거운 국물에도 버텼는지, 조개는 몸을 닫고 있었다. 거 참, 봄도 버티니까 너도 버텼구나,싶어 모시조개를 주워 다시 찬찬히 살핀다. 조개의 발인지, 손인지, 혀인지, 아주 조금 벌어진 틈으로 붉은 살이 삐죽 나와있다.  

버티겠다고, 제 살을 끊다니, 제 혀를 물다니, 그렇게 지키고자 한 것이 무엇이었는가, 살살 풀어놓은 소금물에 다 토해내지, 꾸역꾸역 토해내기라도 하지, 쩍 벌어진 몰골이 던접스럽더라도, 저렇게 버려질 것을, 오롯이 버려지기만 할 것이라는 것을, 그대의 치아에 씹혀보지도 못하고, 그대의 내장 안에서 굴러본 추억도 없이 저리 버려질 것을 몰랐더란 말이지, 틀렸구나. 내가 틀렸어. 호락호락 오지 않고, 버티고 또 버텨서, 기다리고 애닯게 온다고, 나는 좋아, 나는 좋아,라고 하면 안되는 거였구나.  

쩍 벌어진 봄이여, 호락호락 와라. 그래서 와락 안겨라. 그리고, 나 없이 어디선가 늙어가는 그대들이여, 벌어진 봄 틈으로 마음 한 자락 흘려다오. 잘근잘근 씹고, 혀로 얼려서, 넘실거리는 살 갈피마다 꽂아줄터이니, 그대여 그리고 그대들이여, 마음 한 자락 토해내서 보내주어라. 봄, 그래도 봄이지 않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