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잘랐다. 

"미친 여자가 널을 뛰는 그 경쾌함과 자유로움"을 내 머리에 하사하려는 목적으로 자르려 했으나, 초등학교 시절 "보름달빵을 먹고 체한 얼굴"을 나는 얻었다. 울음이 넘쳐 땀이 난다. 

여든을 바라보는 어머니에게 노화가 병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빌어먹을 지식들을 섞어가며 나는 설교를 했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늘어진 내 턱선에 한숨이 나왔다.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내 어미의 것만은 아니다.  

자꾸 중성처럼 변한다는 친구의 푸념에 여성의 육신을 잊으라 했다. 둘은 아이스크림을 맛없게 핥고 달달한 입을 물로 헹궜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기다리는 버스는 오지 않는다. 걸었다. 걸을 때 마다 출렁이는 뱃살과 스치는 허벅지를 도려내고 싶었다. 여성의 육체를 잊으라니...내 말은 말이 아니다.   

황군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저녁 국수가 먹고 싶단다. 아니 국수를 좀 마셨으면 좋겠단다. 알았다고 했다. 멸치랑 뱅어포를 우려 목 넘김이 좋은 국수 한 사발을 선사하겠다고 했다. 흰 국수가 가득 들어찰 나의 내장이 좀 희어졌으면 좋겠다. 양껏 부풀었으면 좋겠다.   

미운 일곱 살이 어린 것의 마음에 깃든 어깃장을 두고 하는 소리라면, 미운 서른 일곱 살은 늙지도 젊지도 않은 것의 마음과 몸에 깃든 총체적 어깃장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매일 말이 아닌 말을 하고, 울음이 아닌 울음을 울고, 폐에 부하가 걸릴 정도로 날 선 숨을 쉰다. 사는 일이 고된 모양이다. 아니다. 체중과 채무가 불어난 결과다. 엄살이 공포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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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7-13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을 어이하면 좋습니까? 굿바이님.
글을 읽고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한참을 걷다 들어왔어요.
네..여름 한 가운데이더군요. 신록은 하늘을 덮기라도 할 요량으로 제 기운을 모두 뿜어내고 있습니다.

너무 많이 가지 마시길.. 그러면 너무 외로워지니까.. 너무 힘들어지니까.. 라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이미..

그래요...

하얀 국수로라도 양껏 부푼 여름밤이시면 좋겠습니다.

굿바이 2010-07-13 21:34   좋아요 0 | URL
현대인님! 이런 고마운 위로라면, 이 밤, 보름달도 하늘에 띄우겠습니다. (저 지금 사기치는 것 같아요^^)

허기진 마음이 국수로 채워진 밤, 매미소리를 들었습니다.
여름이 한창인가 봅니다.

hohoya 2010-07-13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뱅어포로도 국물을 내나요?
아까버서 워떠케.......
난 뱅어포 고추장양념구이를 참 좋아하는데 국물맛은 워덜랑가요??

굿바이 2010-07-13 21:26   좋아요 0 | URL
호호야님, 뱅어포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국물낼 때 많이 씁니다.
뭐랄까 맛이 꽉찬다고 할까요. 그리운 바다가 와락 달려온다는 느낌이랄까요^^

그나저나, 아까운 줄 모르고 펑펑~ 썼습니다.ㅜ.ㅜ

웽스북스 2010-07-13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운서른한살은언니의머리를보고깔깔웃으며 언니가띄운보름달밑에서국수를후루룩 삼키고싶어요. 헤헤

굿바이 2010-07-14 00:18   좋아요 0 | URL
미운서른한살당첨!!!!
그나저나이를어째아무리달을띄우려고해도안뜨네,미운서른일곱은사기도못치고.ㅋㅋㅋ

동우 2010-07-14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굿바이님 그 야리야리한 실루엣에 뱃살 허벅지살 불어봤자 얼마리오.
굿바이님 특유의 패러독스.
그 어깃장은 나름 사는 일이 고된 탓이겠지요? 흐음.
서른 일곱이야말로 엄살이시고. 하하

굿바이 2010-07-14 11:36   좋아요 0 | URL
동우님~~~~~

패러독스라뇨????? 아아아아아~ 엉엉ㅜ.ㅜ

風流男兒 2010-07-14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뱃살과 허벅지살이라니요. 믿을 수 없심요 근데 서른일곱이라고 어느 누가 믿겠어요

굿바이 2010-07-14 11:37   좋아요 0 | URL
너도 믿고,나도 믿고,동네 개도 믿는다. 우짤래? ㅋㅋㅋㅋ

Tomek 2010-07-14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를 먹을 수록 몸이 땅에 가까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십대가 지나면 확실히 정점이 꺾이는 것 같아요. 이런 작은 변화가 모여서 늙음이 찾아오는 것이겠지요...
저는 머리를 밀었습니다. 왠지 수도사가 된 느낌. 이젠 도복을 찾아야 겠어요. :)

굿바이 2010-07-14 11:39   좋아요 0 | URL
머리를요? 우와~

노화를 자연스레 받아들여야 하는데, 하나양이냐 제가 좋아하는 나영양이나 뭐 이런 요정들을 보면 울컥~ 합니다.
저는 도복대신 몸빼를 찾았어요^^

멜라니아 2010-07-14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뱃살이라니,
또 미움 받을 짓을 골라서 하야주시고!

이 섬 햇빛 흡수를 너무 잘 하여서 아기때 피부를 잃어버린 지 어언 사십7년된
이몸은 오늘 비타민씨맛사지를 하고 왔어도 그냥 누리끼리.
어깃장은 이럴 때나 하는 거시지 끙.
모야모야 달걀 같은 얼굴선에 까놓은 달걀처럼 흰 피부의사람이 엄살은 디게..
미워.

굿바이 2010-07-14 23:06   좋아요 0 | URL
비타민씨맛사지가 뭐래요? 완전 궁금해요!!!!

그런데 달걀이라뇨???? 누가 들을까 겁나요. 그렇지만, 예쁘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히히

멜라니아 2010-07-15 17:4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비타민 씨를 바르는 것이라는데
어제 그거 하고 와도 하늘에서 받고 온 황인종은 그대로입디다
기미로 얼룩한 황인종이라, 오늘 외출 때는 분장을 뽀햫게
하고 왔세요.
굿바이님처럼 외출 때 그대로 나가도 되는 얼굴은
이 사람의 애환을 모르지요 고럼

굿바이 2010-07-15 20:42   좋아요 0 | URL
음... 야단 맞을 각오를 하고 한말씀 올리면,
저는 기미를 감추는 좋은 무기가 있어요.
안경이요^^

멜라니아 2010-07-14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조금 전 올린 댓글은 어디로 가 버렸삼?
ㅎㅎ
에궁.

그런데 머리는. 완전히 민 것은 아닙죠?

굿바이 2010-07-14 23:09   좋아요 0 | URL
턱선 정도까지 잘랐어요....웅.....여튼, 좀 이상해요 ㅋㅋㅋ

멜라니아 2010-07-15 17:4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얼굴이 마음에 안 들어서 머리카락이라도 어떻게 해 보려고
지금 미장원에 왔어요
미장원 사람이 해주는 대로 맡길 거에요
저도 턱선을 강조해 볼까 싶어요 ㅎㅎㅎ


굿바이 2010-07-15 20:4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
단발로 자르시게요? 아니 벌써 자르셨겠네요. 궁금해요~~
어떤 머리라도 다 잘 어울리실 것 같아요.

차좋아 2010-07-15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반적으로다가 미용사들은 말귀를 잘 못 알아 들어요......

굿바이 2010-07-15 20:38   좋아요 0 | URL
ㅎㅎㅎ 경험상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風流男兒 2010-07-15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이번주 금요일날 확인할 수 있겠네요 객관적인 제가 보고 솔직하게 믿음에 대해 남겨드리겠나이다 ㅎㅎ

웽스북스 2010-07-15 13:17   좋아요 0 | URL
인증위원회 결성!!!

굿바이 2010-07-15 20:39   좋아요 0 | URL
이번 주 저는....모임에 참석하지 못합니다. 메일 보냈는데, 음...머리를 숨기려는 것이 아니고...완도에 가야해서..엉엉~

風流男兒 2010-07-16 09:31   좋아요 0 | URL
아 저 봤어요 메일. 너무아쉬워요. 누나 막 머리 빨리 자라고 그런 스타일 아니시죠? ㅋㅋㅋ 그럼 담주에 뵈어요!!(마침 웬디도 금주얘기하던데 딱 지키게 된?? ㅋㅋ)

웽스북스 2010-07-15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전 오늘 콜라겐샀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굿바이 2010-07-15 20:40   좋아요 0 | URL
꺄아~~~~ 뭔데? 나두나두!!!!

웽스북스 2010-07-15 22:13   좋아요 0 | URL
내사랑 원어데이죠 ㅋㅋㅋㅋㅋㅋ oneaday.co.kr

風流男兒 2010-07-16 09:31   좋아요 0 | URL
아 그거 먹고 괜찮으면 말해줘요. 요새 관리가 필요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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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07-06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래아래 글 40자평과 공통의 주제를 찾아보자면
can't take my eyes off you군요. 언니 저도 야근이에요. ㅎ

굿바이 2010-07-06 23:18   좋아요 0 | URL
지금쯤은 집에 가셨나용?
혹시 발을 뗄 수 없는 상황인건 아니죠?ㅎㅎㅎ

2010-07-06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06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08 15: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도치 2010-07-06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영화 보면서 어찌나 슬프던지... 특히 이 곡은 저를 더욱 슬프게 만듭니다.
once를 좋아하는데 once와 견줄만큼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줄리아의 모습이 계속 남아있네요.

굿바이 2010-07-06 23:22   좋아요 0 | URL
저도 좋아하는 영화예요. 아~ 도치님의 이 멜랑꼴리, 말랑말랑, 살랑살랑, 사르르르르한 감성은 어느 근육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ㅋㅋㅋ
 

H20 in French Polynesia from Jon Rawlinson on Vim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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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5 2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05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 사랑은 그런 때에 온다. 별것 있겠냐며 빈손을 내보이며 능청을 떨 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며 풀 죽은 시늉을 할 때 삶의 목덜미를 왁살스레 물어뜯으며 사랑이 온다. 아무때나 어떤 길에서나 복병처럼 느닷없이 나타난다. 그러니까 사랑은 살아가는 한 언제고 온다 " 김별아의 <미실>의 한 대목이다.  

" 기적은 그런 때에 온다. 별것 있겠냐며 빈손을 내보이며 능청을 떨 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며 풀 죽은 시늉을 할 때 삶의 목덜미를 왁살스레 물어뜯으며 기적이 온다. 아무때나 어떤 길에서나 복병처럼 느닷없이 나타난다. 그러니까 기적은 살아가는 한 언제고 온다 " 서울과 경기도에서 울었을 당신들과 나에게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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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06-04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밤, 몸은 한곳에서 모니터를 향하지만 맘은 여기저기를 서성이며,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던 그 달뜬 마음, 설렘, 습관화되었으나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은 분노, 뭐 그런 것들...

그나저나, 우리는 정말, 기적을 바라는 수밖에는 없는 건가봐요.

굿바이 2010-06-04 15:26   좋아요 0 | URL
나의 옹졸함을 뉘우치며 설레던 그 밤이 그리 짧을 줄이야, 동이 트는 아침, 말쑥한 해를 보며, 웃었다. 날이 밝아서 웃고, 설레던 밤이 그리워 웃고...

살아있는 한, 다시 오겠지, 믿고 싶어. 기적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녀들 이야기로 밤새 웃었다. 다음은 둘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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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1 0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1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1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2 0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