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잘랐다.
"미친 여자가 널을 뛰는 그 경쾌함과 자유로움"을 내 머리에 하사하려는 목적으로 자르려 했으나, 초등학교 시절 "보름달빵을 먹고 체한 얼굴"을 나는 얻었다. 울음이 넘쳐 땀이 난다.
여든을 바라보는 어머니에게 노화가 병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빌어먹을 지식들을 섞어가며 나는 설교를 했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늘어진 내 턱선에 한숨이 나왔다.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내 어미의 것만은 아니다.
자꾸 중성처럼 변한다는 친구의 푸념에 여성의 육신을 잊으라 했다. 둘은 아이스크림을 맛없게 핥고 달달한 입을 물로 헹궜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기다리는 버스는 오지 않는다. 걸었다. 걸을 때 마다 출렁이는 뱃살과 스치는 허벅지를 도려내고 싶었다. 여성의 육체를 잊으라니...내 말은 말이 아니다.
황군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저녁 국수가 먹고 싶단다. 아니 국수를 좀 마셨으면 좋겠단다. 알았다고 했다. 멸치랑 뱅어포를 우려 목 넘김이 좋은 국수 한 사발을 선사하겠다고 했다. 흰 국수가 가득 들어찰 나의 내장이 좀 희어졌으면 좋겠다. 양껏 부풀었으면 좋겠다.
미운 일곱 살이 어린 것의 마음에 깃든 어깃장을 두고 하는 소리라면, 미운 서른 일곱 살은 늙지도 젊지도 않은 것의 마음과 몸에 깃든 총체적 어깃장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매일 말이 아닌 말을 하고, 울음이 아닌 울음을 울고, 폐에 부하가 걸릴 정도로 날 선 숨을 쉰다. 사는 일이 고된 모양이다. 아니다. 체중과 채무가 불어난 결과다. 엄살이 공포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