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모든 요소들을 제거한 뒤에 남아 있는 하나,

   그것이 바로 진실임에 틀림없다.

- 셜록 홈즈,<네 사람의 서명>

 

 

 

 

찰스 유. 기록할 이름이 하나 더 생겼다. 머리 나쁜 사람에게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여튼 기억하기로 하자. 이유는 하나. 책을 읽기 시작해 5분 안에 '이건 또 뭐야'라는 문장이 입 밖으로 툭-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사물을 가리키는 지시 대명사를 사람에게 사용하는 것이 어찌 좀 불손해 보이지만, 순식간에 내 입에서 튀어나온 문장은 '이건 또 뭐야'다. 그러니까 그냥 그렇게 옮긴다. 뭐, 작가가 이 글을 읽을 확률은 따질 필요도 없이 zero니까 말이다.

 

실은 '이건 또 뭐야'에는 나름의 계보가 있다. 2005년 이전의 계보는 새로울 것이 없으니 추억상자에 고이 모셔 두었고, 현재는 '이건 또 뭐야,시즌2' 로 불릴 수 있는 계보가 쓰여지고 있는 중이다. 살짝 리스트를 공개하면 '테드 창'과 '주노 디아스'가 '이건 또 뭐야,시즌2'에 포진해 있다. 그리보니 '테드 창'과 '주노 디아스' 그리고 '찰스 유'는 어찌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도 같다. 아아-이름도 다정한 3인방이 아닌가. 테드와 주노 그리고 찰스. 

 

여튼 내게만 대단한 '이건 또 뭐야,시즌2' 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찰스의 책은 제목이 주는 원대함, 범우주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을 것 같다는 느낌에서는<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유쾌함과 허탈함 그리고 기발함도 비슷하고. 물론 양적인 면에서야 비교가 불가능하지만 말이다.

또한 인생이란 거시기하게 무의미하오, 그래서 나 자신에게까지 빵빵 총질을 가할 수 있는 것이오,라고 말하는 면에서는 <이방인>과도 비교할 수도 있겠지만, 오호-까뮈의 그것과는 또 다르다. 돌아가신 분에게 좀 죄스럽지만 찰스가 까뮈보다 좀 더 세련되었다. 물론 이 말은 조금 더 힘을 뺏다는 그러니까 의미과잉으로부터 좀 더 자유롭다는 뜻이다. 몰론 이것은 우리 세대의 강박인지도 모른다. 의미과잉을 피하려는 몸부림. 물론 <이방인>이 의미과잉이라는 뜻은 아니다.

더 나아가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 나선다는 점에서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와 비슷할까 싶지만, 워워- 이건 비교가 잘못되었다. 감히!(그런데 누구에게 감히,라고 말하는 것인가! 맞아 죽을 각오로 쓰면 신경숙이다) 게다가 찰스가 찾는 건 아버지다!  그런데 정녕 아버지일까?

한 가지 팁을 먼저 준다면 'Sf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뭐든 쉽게 답하면 안된다. 왜냐, 그러면 재미없으니까. 재미없는 것이 뭐 그리 위험하냐고. 아니다. 재미없는 건 쉽게 무시될 수 있고 무시되는 건 잊혀질 수 있고 잊혀지는 것들은 안전하지 않다. 게다가 진실은 뭐랄까 상황이 무르익고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스트레스로 각자의 페르소나 따위를 다 던져버릴 때, 쨔잔-하고 나타나야 제맛이다. 물론 쨔잔-하고 나타난 것이 김빠지게도 처음에 전두엽을 강타했던 생각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쨔잔-이 중요하다. 쨔잔-  

 

자, 이것은 시간여행,에 관한 이야기다. '익숙해!식상해!'라고 말할 수 있는 시간여행. 왠지 뻔할 것 같은 시간여행. 그러나 예단은 금물이다. 이 시간여행의 배경은 전반적으로 낯설고 심지어는 어렵고 게다가 찰스의 뻥까지 살짝 가미된 그래서 우와- 소리가 절로 나오는 '31번 국소 우주'다. '31번 국소 우주'는 건설과정에서 가벼운 손상을 입었다. 그러니 가능성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불능의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은가. 당신과 내가 살고 있는 이곳. 거기에 너무도 당연히 타임머신이 나온다. 물론 이 책에 등장하는 타임머신 'TM-31'은 굉장히(?) 독창적이어서 유리로 된 샤워부스와 닮아있다. 또한 'TM-31'은 '시간문법학'의 법칙에 따라, 그러니까 시제 변환을 동력으로 구동되는 기계다. 그러니까 '31번 국소 우주'의 공간과 시간을 넘나드는 타임머신은 샤워부스의 형태를 하고 있으며 시제 변환을 동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너무 뻔뻔하군, 찰스) 그러나 이건 아무 것도 아니다. 타임머신을 소개하는 찰스의 말을 들으면 어맛-소리를 내며 놀랄 것이다. 찰스는 이렇게 쓰고 있다.

모두가 타임머신을 가지고 있다. 모두가 타임머신이다. 단지 대부분 사람들의 타임머신은 고장 나 있을 뿐이다. 가장 이상하고 어려운 시간 여행 방법은 다른 무엇의 도움도 받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은 한 곳에 붙잡히기도, 순환 고리에 들어가기도 한다. 시간에 사로잡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타임머신이다. 우리 모두는 완벽하게 제작된, 우리 내부에 타고 있는 승객에게 시간 여행을 경험하게 해주는, 시간 여행, 상실, 그리고 이해를 경험하게 해주는 최첨단 장비를 갖춘 타임머신인 것이다. (235쪽)

후반부를 너무 일찍 소개했지만 여튼 놀랍지 않은가. 우리가 모두 타임머신이라는 사실이. 그래서 서로가 서로의 타임머신에서 각자의 시간을 경험하거나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그러니 찰스는 만날 수 있을까. 잃어버린 아버지를. 와우- 이것이 말하려는 것은 너무 쓸쓸하지만 또한 어째 너무 낯익지 않은가. 우리들의 관계와 우리들의 시간과 우리들의 기억과. 그러나 후반부의 놀라움은 시작의 의뭉함에 비하면 또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 시작은 더 의뭉하다. 시작은 이렇다.

그 일이 일어날 때, 일어나는 일은 다음과 같다: 나는 나 자신을 쏜다.

뭐랄까, 지금 말하고 있는 나 자신이 아니다. 내가 쏜 사람은 미래의 나 자신이다. 그는 타임머신에서 걸어 나와서, 자신을 찰스 유라고 소개한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나는 그를 죽인다. 나는 미래의 나 자신을 죽인다.(책의 처음)

미래의 자신을 쏜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젠장- 갑자기 엄숙해지려고 하다니. 아니다. 그럴 필요없다. 이것은 뭐랄까 엄숙하면 재미없는 그래서 차라리 허탈해야 하는 그런 여행이니까. 그러니 지금 단호한 표정을 지을 필요는 없다. 그건 재미도 없고 어렵다. 차라리 이 사건이 일어나기 위해 전제되어야 할 '시간문법학의 공리'를 들여다 보는 것이 옳다. 책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SF 공간 안에서, 기억과 후회는 하나로 모였을 때 타임머신을 만들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으로 작용한다.(59쪽)

여기에 힌트가 있고 답이 있는 것 같다. 왠지 추리가 되는 날이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타임머신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있는 것 같다. 여기에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한 '사소한 명제' 하나를 연결해 생각한다면 더욱 명쾌해 질 수 있다.

사소한 명제

당신의 삶 중, 다음 명제가 진실이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내일 당신은 모든 것을 영원히 잃게 된다.(301쪽)

셜록 홈즈가 아니더라도 이제 이 책이 존재하는 이유를 대충 눈치챘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잃어버린 아버지를 만날 수 있는지도 알 것이다. 아직도 모르겠다면- 음- 방법이-있다. 기분이 나쁘더라도 책을 읽으면 된다. 당연히 알게 된다. 

 

나는 책을 읽는 동안 나만의 'TM-31'을 만들었다. 시간문법학의 법칙을 충실히 따라가면서 기억과 후회가 만나 폭발하고 있는 지점들로 잠시 여행을 떠났다. 물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떠난 여행이기에 기쁘게 받아들였다. 어떤 밤이기도 때로는 어떤 아침이기도 했던 순간들. 상처주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혹은 상처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행동했던 어리석고 약한 내가 시간축 이곳 저곳에 뒹굴고 있었다. 언제 봐도 참혹한 모습들로. 또한 그 시간축에는 타인의 시간도 엮여 있었다. 안타까운 대목이다. 관계가 어긋난 순간들을 바라보는 것은 늘 고통이다. 그렇지만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 그 순간으로 돌아가 어리석은 나에게 아무리 소리를 쳐도 과거의 나는 요지부동이다. 과거의 나는 또 그 순간을 그렇게 최선을 다해 머저리같이 살아내고야 만다. 지금의 더 머저리같은 나를 만나기 위해 전력질주를 할 뿐이다. 물론 내게도 꽃 피고 달 뜨고 눈 내리던 밤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안에 머물 수는 없다. 기억할 수는 있지만 재현할 수도 머무를 수도 없다. 만약 그 시간에 갇힐 수 있다 해도 나는 거부할 것이다. 더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또한 그 시간에 나 혼자가 아닌 타인도 가두어야 한다는 것이 두렵다. 아니 될 말이다. 말이 아닌 것은 할 필요도 없고.

오호-또 뭔가 우울해지려 하다니. 역시 촌스럽다. 나는 그저 머저리다. 머저리라는 사실은 기쁘게 받아들이겠으나 촌스러울 수는 없다. 마지막 자존심,이라면 우습지만. 우스워도 할 수 없다. 이건 뭐랄까 내 존재의 사소한 명제니까 말이다. 우울한 분위기를 반전하려는 의도에서 찰스의 책에서 찰스의 문장을 하나 더 소개할까 한다. 물론 쓰면서 후회한다. 이것도 쫌 우울하군.

삶이란 어떻게 보면 미래의 나 자신과 나누는 확장된 대화와도 같은 것이다. 미래를 맞이하며 어떤 방식으로 스스로를 실망시킬 것인가에 관한 대화.(162쪽)

역시나 실패다. 우울하네. 아니다. 책은 우울하지 않다. 엄훠-소리를 내며 낄낄 웃을 수 있는 장면들이 가득하다. 진짜로. 그리고 자신을 그리고 아직은 비워진 현재를 만날 수도 있다. 이것도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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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2-02-24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드 창을 읽다가 중도에 포기한 저로서는 찰스도 왠지 어려울 것만 같은;;; 덜덜. 하지만 낄낄 웃을 수 있다고 하시니 일단 입력!

굿바이 2012-02-24 19:21   좋아요 0 | URL
치니님! 절대 어렵지~않아요~~!!!

그나저나 잘 지내시죠? ^____^

꽃도둑 2012-02-29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또 뭐야?"..
근간에 소설을 한 편도 읽지 못한 저로서는 감이 떨어져도 한참 떨어졌는지
굿바이님 리뷰를 읽으면서 내뱉은 소리이지 뭡니까...ㅡ.ㅡ

찰스~ 는 이제 내친구?...전 찰스가 뭐하는 넘인지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굿바이 2012-03-02 11:24   좋아요 0 | URL
오호~ 찰스가 궁금해지셨군요?^^
찰스의 이력을 보니 참으로 대단한 녀석이더군요.
그런데 책은 쫌 더 대단합니다.

2012-03-27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까지 토했으니 거의 이틀을 토한 것 같다. 생각이 생각을 넘고 마음이 마음을 떠나려는 날에는 그렇게 몸이 곡(哭)을 한다. 뭐 하나 남기지 않겠노라고. 말간 몸과 마음으로 태어나겠노라고 간신히 넘긴 물 한 모금도 다 쏟아내버린다. 병원에 갈 이유가 없다. 몸이 운다고 말하면 어떤 의사가 온전히 바라보겠는가. 그저 이 모든 과정이 언제쯤 끝날 것인지 경험으로 알기에 화장실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에 그저 누워있는다. 눈을 감고. 제발, 잠을 청하며.

 

그리고 지금 택배가 왔다. 초인종이 울리는데 일어날 수가 없다. 누군가 문을 두드리며 내 이름을 부른다. 정녕 그 이름이 듣기 싫어 벌떡 일어난다. 현관문을 연다. 책이다. 상자를 열고 박주택의 시집만을 꺼낸다. 그리고 시인의 [카프카와 만나는 잠의 노래]라는 시를 덜덜 떨리는 손으로 찾아 꾹꾹 눌러가며 읽는다. 그렇게라도 허기를 달래자. 시가 통째로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간다. 달다.

 

카프카와 만나는 잠의 노래

 

박주택

 

그 무렵 잠에서 나 배웠네

기적이 일어나기에는 너무 게을렀고 복록을 찾기엔

너무 함부로 살았다는 것을, 잠의 해안에 배 한 척

슬그머니 풀려나 때때로 부두를 드나들 때에

쓸쓸한 노래들이 한적하게 귀를 적시기도 했었지만

내게 病은 높은 것 때문이 아니라 언제나 낮은 것 때문이

었다네

유리창에 나무 그림자가 물들고 노을이 쓰르라미 소리로

삶을 열고자 할 때 물이 붙잡혀 있는 것을 보네

새들이 지저귀어 나무 전체가 소리를 내고

덮거나 씻어내려 하는 것들이 못 본 척 지나갈 때

어느 한 고개에 와 있다는 생각을 하네

나 다시 잠에 드네, 잠의 벌판에는 말이 있고

나는 말의 등에 올라타 쏜살같이 초원을 달리네

전율을 가르며 갈기털이 다 빠져나가도록

폐와 팔다리가 모두 떨어져나가

마침내 말도 없고 나도 없어져 정적만 남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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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2-03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낮잠을 2시간, 저녁잠을 2시간 잤어요. 생각이 생각을 넘지 못하고 마음이 마음을 동여매고 있는 그런 느낌이었는데, 굿바이님의 글을 보니 어느 정도 제 상태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태그에 깊이 공감해요, 가오는 다아 뻥!

ps. 내일 도서관에서 굿바이님의 서재에 출연한 책들을 섭외해올 생각이랍니다 :)

굿바이 2012-02-03 21:28   좋아요 0 | URL
그렇죠 가오는 다 뻥입니다!!!^^

음...저와 반대의 상황이지만 어떤 상황인지 짐작은 합니다.
뭐든 빠르게 빠르게 지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래요.

그나저나 어떤 책을 업어 오실지 궁금해요. 재미있어야 할텐데 말이죠^^

흰그늘 2012-02-03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해내도, 토해내어져도 자취를 감출 뿐 남는것들은 남아 불현듯 영혼에 불면의 몸살을 안겨다 주기도 하던데, 저는..

그럴때면 시편 4편 8절의 '내가 평안히 눕고 자기도 하리니 나를 안전히 살게 하시는 이는 오직 여호와이시니이다.' 말씀을 허기를 달래듯 잠잠히 읊조리며 잠을 청하고 했던 날들이 그냥 굿바이님의 글을 읽고 나니 떠오르네요..^^

잘지내시죠?
매번..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글'들 많이 읽게해주셔서 고마워하고 있어요 (지금은 아주 엷게 웃고 있지요..)

굿바이 2012-02-08 16:48   좋아요 0 | URL
잘 지내시죠?
날이 차서 안부를 묻는 일도 조심스럽습니다.

매번 좋은 말씀 남겨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해요.
전생에 제가 뭘 잘했을까요?^^

꽃도둑 2012-02-06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구 많이 아프셨구나...
근데,,,죄송하게도 글 읽다가 웃었어요...
아파도 할 건 하는구나...이러면서,,ㅋㅋ
저는 아프면 만사 귀찮아서 암것도 안하는 편이거든요.
굿바이님, 이제 아프지마요~~^^

굿바이 2012-02-08 16:4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역시나!!!!!

이제 괜찮습니다. 꽃도둑님도 잘 지내시죠?

2012-02-07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2-02-07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바이님은 아프다는데 웃어서 미안합니다. 위의 꽃도둑님의 글이 하도 웃겨서... 그만...빵 터졌어요.

"근데,,,죄송하게도 글 읽다가 웃었어요...아파도 할 건 하는구나...이러면서,,ㅋㅋ" - 이 글이 저를 웃겼어요. 굿바이님이 웃긴 것이기도 하고요. 우린 원리 아파도 살 책은 사고, 읽을 책은 읽죠. 그런데 그걸 글로 보면 웃음을 참지 못하네요.

굿바이님, 다 나으신거죠? 그렇죠? 다 나았다고 새 글 올려 주셔야지요. ㅋ 기다릴게요. 또 방문할 겁니다. ㅋ

굿바이 2012-02-08 16:51   좋아요 0 | URL
저도 빵!!! 터졌어요.
생각하니 저도 참....아마 덜 아팠던 모양입니다^^

봄이 올 모양입니다. 겨울이 난동을 부리는 것으로 보아선 말이죠.
잘 지내시죠? 무조건 버텨서 모두 신나는 봄을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선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끓어 오르면 나는 정과리선생의 책을 아니 더 적확히 정과리선생의 문장을 읽는다. 한국어로 글을 쓰는 사람, 더 나아가 좋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언어에 매달려 있는 그 모든 분들에게 경의를 표하지만 어찌되었건 선명함에 있어서 정과리의 언어와 규칙을 흉내낼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고 본다. 그래서 반복적으로 1월의 시작, 어느 지점에 오면 정과리의 책을 꺼낸다. 선명해 지고 싶은 순간이니까. 여튼 오늘 내 책상에 있는 책은 <네안데르탈인의 귀향-내가 사랑한 시인들·처음>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읽히지가 않는다. 이건 정말 이상한 일이지,라고 혼자 중얼거린다. 어떤 문장도 단어도 심지어 인용된 어느 시구도 와닿지가 않는다. 더는 내게 스며들지 않는 활자들을 무기력하게 바라본다. 1월인데 나는 벌써 지친걸까.

 

이번에는 책꽂이를 본다. 사두고 읽지 않은 책. 김연수의 <우리가 보낸 순간_날마다 읽고 쓴다는 것·시>가 눈에 들어온다. 아무 기대 없이 읽는다.

"시를 읽는 동안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무용한 사람이 된다, 시를 읽는 일의 쓸모를 찾기란 무척 힘들기 때문이다. 아무런 목적 없이 날마다 시를 찾아서 읽으며 날마다 우리는 무용한 사람이 될 것이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최소한 1시간은 무용해질 수 있다.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도 뭔가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걸 순수한 존재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김연수의 말이다. 이상하다. 한 번도 위로받은 적 없는 사람처럼 나는 저 문장에서 바들거린다. 무용해질 수 있다,는 말이 이렇게 큰 원을 그리며 내게 스며든 적이 있었던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정과리의 책을 한 켠에 밀어 놓고 김연수의 시간으로 편입한다. 

 

 

그때에도

 

신해욱

 

나는 오늘도

사람들과 함께 있다.

 

누군가의 머리는 아주 길고

누군가는 버스를 탄다.

 

그때에도

이렇게 햇빛이 비치고 있을 테지.

 

그때에도

당연한 것들이 보고 싶겠지.

 

신해욱의 시가 동공을 키운다. 그때에도 당연한 것들이 보고 싶겠지,라고 말하는 시인은 어떤 상징이나 은유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내 마음에 스미는 것이리라. 보고 싶다는 것은 더군다나 당연한 것들을 보고 싶다는 것은 그런 것이니까 말이다. 그런 당연한 마음을 '아, 오늘 밤에도 별이 뜨는구나'와 같은 어조로 말할 수 있는 시인이 고맙고 부러웠다. 당연한 것들을 당연하게 말하는 것. 이것 참 낯설어진 일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니 이렇게 놀라워하는 것이겠지. 무슨 창피가 그리 많아 당연한 것들이 왜 당연한지 묻기만 했던 것일까. 그냥 한 번 넘어갈 수도 있었던 것인데 말이다.

 

이제 다시 돌아와 정과리의 책을 편다. 56쪽 이다.

 

 

사람으로 붐비는 앎은 슬픔이니

 

정현종

 

안다고 우쭐할 것도 없고

알았다고 깔깔거릴 것도 없고

낄낄거릴 것도 없고

너무 배부를 것도 없고,

안다고 알았다고

우주를 제 목소리로 채울 것도 없고

누구 죽일 궁리를 할 것도 없고

엉엉 울 것도 없다

뭐든지 간에 하여간 사람으로 붐비는 앎은 슬픔이니-

 

정현종의 시 「사람으로 붐비는 앎은 슬픔이니」의 일부분이 그곳에 있었다. 정과리는 이 시를 옮기며 "시가 딴죽 거는 자리에선, 나도 이젠 세상살이를 알 만큼은 안다고 자부하던 마음이 대책 없이 무너져내린다."라고 썼다. 더 나아가 "나는 내가 방금 쏟았던 탄식, 내 깨달음의 헛됨에 대한 탄식 자체가 지나친 과장이고 또 하나의 앎의 포즈임을 깨닫는다."라고 썼다. 그러나 그것이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라고 의심하고 이어서 내 짐작을 확인한다. 물론 내 짐작이 틀렸을 수도 있다. 선생은 선명한 문장을 쓰고 있지만 내가 습관처럼 오독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여튼 정과리는 정현종의 잠언에 가까운 시를 분석하며 "길의 눈부신 길 없음"이라고 글을 맺었다. 물론 이 문장 역시 정현종의 시에서 따온 것이다. 길의 눈부신 길 없음,이라는 말이 또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 나는 그만 생각하기로 했다. 그저 다시 신해욱의 시를 떠올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과리선생의 글보다 오늘은 이 시가 그리고 이 시를 소개하는 김연수가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정과리선생이 이 시를 읽었다면 그리고 내 오독이 오독이 아니었다면 그 글의 마지막을 이렇게 쓰지 않았을까 싶다.

"당연한 것들로 붐비는 시는 슬픔이니"라고-

 

그리고 오늘 내가 나에게 하고 싶었던 위로는

"당연한 것들을 모르고 사는 삶은 슬픔이니"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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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2-01-11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꺅!

굿바이 2012-01-12 23:02   좋아요 0 | URL
헤헤^_______^

라로 2012-01-11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굿바이님 페이퍼로 김연수를 만나요,,,그러면서 정과리책을 보관함에 슬쩍,,,^^;;

굿바이 2012-01-12 23:03   좋아요 0 | URL
앗! 그러셨어요?
저도 나비님 글을 통해 알게 되는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

꽃도둑 2012-01-12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만나는군요 굿바이씨,

이성과 감성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가 굿바이님 페이퍼 읽고는 중간지대로 들어서는
기분이에요. 시, 한동안 잊고 있었네요..시평론,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올해들어 아주 큰 바람이 생겼어요. 하루종일 책만 뒤적이는 거, 그거 하고 싶어졌어요.
그러면 감성과 이성의 빈공간에 뭔가 채워질 것 같기도 한데...
그럴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행복한 상태를 찰랑차랑 넘치지 않게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책만보고 어떻게 살아? 아니 그렇게 살아보고 싶어요...흑흑
내게 있어 당연한 것들이여~~
아침부터 투정을 하게 하시니 굿바이님, 너무하셔요..ㅡ.ㅡ



굿바이 2012-01-12 23:06   좋아요 0 | URL
무조건 바람이 이루어지길 응원하고 기도합니다!!!!!!

시는 그렇게 잊고 있다가 또 만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뭐랄까 와락, 덜컹, 털썩, 이런 심정으로 만나야 제대로 읽히거나 아무렇게나 읽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나저나 이런 투정이라면 얼마든지 받겠습니다 ^_______^

흰 그늘 2012-01-12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쉰들러리스트' 보신적 있으시죠?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나실지 모르겠지만 그장면 있잖아요 쉰들러의 유태인 여성들과
아이들을 태운 기차가 서류상의 실수로 아우슈비츠로 가게 되었을때

그 곳 목욕탕 안에서 이제 가스가 나오겠지 이제 죽는 거구나..라며 모두가 공포에 떨며
체념하고 있었을때 샤워기에서 '물'이 나오는

목욕탕의 샤워기에선 당연히 물이 나오는데도 그러한 비슷한 경험을 해보지 않은
이들은 모를 그 당연함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 환희에 찬 모습들이 참 오랜시간
기억에 남았드랬는데..

살아가다 보니 당연함이 당연하지 않은 날들도 있더라구요.. 그럴때면 슬퍼거나
서럽다기 보다 서글퍼지던걸요
한데.. 그 당연함이 처절함이 되었던 날들 또한 찾아 오더라구요.

'빛' 과 너무나도 빛 같았던 빛 사이에서 참으로 절실해 지던건
정말 '선명함' 이었어요.

굿바이 2012-01-16 22:29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영화의 장면이 저도 생각납니다.
영화를 볼 때도 먹먹했었는데 복기해도 여전히 그렇군요.

빛 같았던 빛 사이에서 '선명함'이 절실했다는 말씀이 허투루 들리지 않습니다. 그게 어떤 상황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절실함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저도 그런 순간들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매번 실패합니다.

잘 지내시나요?
어디서 어떤 시간을 보내실 지 모르겠지만
그저 기쁜 날들의 연속이었으면 합니다. 욕심이겠지만 말입니다.
 

다음은 로베르토 볼라뇨의 인터뷰로 그가 사망하기 3년 전 칠레의 일간지에 실린 내용이다. 이러한 인터뷰를 <프루스트 인터뷰> 또는 <프루스트 질문>이라고 하는데, 이는 어떤 인물의 성격이나 성향 등을 아주 짤막하고 재치있는 질문으로 알아보는 것을 말한다.

갑자기 이런 질문들에 대답하고 싶은 이유는 어제밤에 있었던 황군과의 대화 때문이었다. 여튼 나는 이책 115쪽을 폈다.

이책은 다름아닌 이녀석. A는 로베르토 볼라뇨의 대답이고 A'는 나의 대답이다.

 

 

 

 

 

 

 

 

 

 

우선 몇 가지 질문들을 옮기면

Q 자신의 단점 중 가장 안타까운 것은 무엇인가요?

A 나는 단점투성이인 사람입니다. 그 단점들 모두가 안타까울 뿐이죠.

A' 오호 어쩌면 나와 이렇게 동일한 생각을 하다니.

 

Q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의 단점 중 가장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것은요?

A 비타협, 권력 남용, 관용의 부족

A' 나와 비슷한 단점들

 

Q 어떻게 죽음을 맞고 싶은가요?

A 사랑을 나누다가(사실 누구라도 그렇게 죽고 싶을 겁니다)

A' 목욕하고 코코아 마시고 잠옷 입고 잠들어서 깨지 않는 것

 

Q 죽은 다음에 다시 지구에 태어난다면 어떤 사람이나 물건으로 돌아오고 싶습니까?

A 가능하다면 뭄무게가 채 2그램도 되지 않는, 새 중에서 가장 작은 새인 벌새가 되어 돌아오고

   싶습니다. 아니면 스위스 작가의 책상, 아니면 소노라 사막의 도마뱀

A' 무조건 다시 돌아오는 것은 싫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와야 한다면 무조건 고래

    혹은 돌고래

 

Q 소설 속 인물을 택한다면요?

A 마이티 마우스, 벅스 버니, 스피디 곤살레스

A'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로빈슨 크루소, 그리스인 조르바

 

Q 어떤 단어나 문장을 가장 많이 사용하시나요?

A <젠장>과 <씨발>

A'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래>, <여튼>, <물 좀 주세요>

 

Q 가장 큰 두려움이 있다면

A 아들에게 해가 될 수 있는 모든 것

A' 화산이 터지고, 지진이 나고, 쓰나미가 오고, 전쟁이 나고 그래도 막 살아남는 것

 

Q 어떤 재능을 가지고 싶습니까

A 기타를 칠 줄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축구를 하고 당구도 잘 쳤으면 좋겠습니다.

A' 우와~ 너무 많네요. 몸을 쓰는 모든 행위. 머리를 쓰는 모든 행위.

 

Q 가장 거슬리는 게 있다면

A 버릇이 없는 것

A' 집중력 장애

 

Q 당신이 가장 아끼는 물건은

A 나의 책들

A' 없어요

 

Q 여자에게서 가장 높이 사는 것은 무엇입니까?

A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명석함과 착한 마음씨. 세 번째로는 유머 감각. 물론 명석하고 착하면

   유머는 거저 따라오긴 하지만.

A' 볼라뇨씨 여자를 너무 모르시는구나^^ 체력과 지구력(?)

 

Q 그렇다면 남자에게서 가장 높이 사는 것은?

A 오호, 이 질문에는 이미 답한 것 같은데요. 네 번째 것을 추가하자면, 있으면 좋지만 꼭 필수적인

   건 아닙니다. 용기.

A' 체력과 지구력(?)

 

 

이 질문들에 대답하면서 조금 선명해진 사실. 이런 짧은 물음과 답변으로 한 사람의 성향이나 성격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는 것. 타인을 알기 위해서는 역시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는 것. 그래서 타인을 알아간다는 것은 체력과 지구력이 필요하다는 것. 여튼 우리는 서로를 알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한 것일까. 그런 노력을 다 했다고 믿기에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감정이나 생각에 공감할 수 없는 지점을 안타까워하는 것일까. 궁극적으로 타인을 알면 타인을 이해할 수 있을까. 에라이~! 하등에 쓸모없는 생각들로 바쁜 월요일. 나는야 공식 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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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굿바이 님 따라하기
    from 음... 2012-01-09 15:52 
    이름도 처음 듣는 아저씨, 로베르토 블라뇨의 인터뷰를(정작 책은 그다지 관심도 안 두고 있;;) 굿바이 님 서재에서 보고 냉큼 따라해본다. 이런 거 안한 지 참 오래인데, 오늘은 왠지 이걸 하면서 생각 정리가 될 것 같은 기분 ~ :)Q 자신의 단점 중 가장 안타까운 것은 무엇인가요?A 나는 단점투성이인 사람입니다. 그 단점들 모두가 안타까울 뿐이죠.A' 남의 말을 잘 듣지 못하고, 성미가 급해서 결론을 빨리 내리려는 태도. (사실 이것 말고도 많겠으나
  2. 굿바이님 따라하기 2
    from 晩秋佳景 2012-01-09 16:42 
    로베르토 블라뇨의 인터뷰를 (정작 책은 표지만 보고 알고 있었으나 그다지 관심도 안 두고 있;;) 굿바이 님 서재에서 보고 치니님이 따라한다고 하는 것을 보고 냉큼 따라해본다. 이런 거 안한 지 참 오래인데, 오늘은 시간은 촉박하지만 꼭 따라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 ~ㅋㅋ ●굿바이님●치니님●나비님,,ㅋㅋQ 자신의 단점 중 가장 안타까운 것은 무엇인가요?A 나는 단점투성이인 사람입니다. 그 단점들 모두가 안타까울 뿐이죠.A' 오호 어쩌면 나와 이렇게 동일
  3. 굿바이님 따라하기 3
    from 아름다운 그대에게 2012-01-09 17:16 
     헤헷 그렇다면야 나도 잠깐.    Q 자신의 단점 중 가장 안타까운 것은 무엇인가요?A 나는 단점투성이인 사람입니다. 그 단점들 모두가 안타까울 뿐이죠.A' 살찌고 게으른 것? 이를테면 인간 돼지...  Q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의 단점 중 가장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것은요?A 비타협, 권력 남용, 관용의 부족A' 비열함, 비공존하려는 마음가짐, 뻔뻔함 Q 어떻게 죽음을 맞고
 
 
치니 2012-01-09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재미있어요. 단편적이긴 해도 굿바이 님이 지구상에서 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건 알 것 같은데요.
근데 왜 다시 태어나면 고래 혹은 돌고래일까, 그건 모르겠어요! 궁금 궁금.
힛, 저도 해볼래요.

굿바이 2012-01-09 16:41   좋아요 0 | URL
재미있으셨어요? ㅋㅋㅋ 신나요!!!!

저는요, 혹등고래가 초음파로 노래하는 걸 들었거든요, 감동적이었어요.
육중한 몸으로 큰 원을 그리며 아가 고래랑 노래하고 친구 고래랑 노래하고
북극의 차가운 바다와 적도의 뜨거운 바다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참으로 글로벌한 그 삶이란... 보일러도 없이 냉장고도 없이 그저 자유롭게 유영하고 솟구쳐오르고 무리지어 노래하고 살육의 축제도 없고...
게다가 돌고래는 또 어찌나 예쁜지....뭐 그런 이유에요. ^____^
참고로 저는 침대에 북극곰과 고래인형을 두고 자요.

라로 2012-01-09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힛, 저도 굿바이 님 따라 해볼래요, 저는 공식 백수지만 비공식 보따리장수, 흑

굿바이 2012-01-09 16:43   좋아요 0 | URL
비공식 보따리장수요? 유후~~~~ 살짝 감은 오는데, 그건 혹시라도 나중에 나비님을 뵈면 그때 여쭈어볼래요!!!!

이진 2012-01-09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힛, 제가 이제껏 본 문답형식의 글 중에 제일 알찬 것 같아요.
역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여성들의 것들과는 차원이 다른 알라딘의!

굿바이 2012-01-10 11:1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소이진님^^
알찬 내용으로 보였다니 다행입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웽스북스 2012-01-10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저 이거 하다 잤어요 어제 ㅋㅋㅋ

굿바이 2012-01-11 11:14   좋아요 0 | URL
궁금해요!!!!!ㅋㅋ

페크(pek0501) 2012-01-10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Q 자신의 단점 중 가장 안타까운 것은 무엇인가요?
- 내겐 야망이나 자신감이 없는데, 남들은 있다고 보고 오해 받는 것.
Q 어떻게 죽음을 맞고 싶은가요?
- 할 일 다 해 놓고 유서까지 써 놓고 이젠 죽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잠이 들었을 때, 잠이 드는 순간만큼이나 달콤하게 스르르... 죽음의 세계로 미끄러져 들어가고 싶어요.
Q 어떤 재능을 가지고 싶습니까
- 삶이 다하는 날까지 책읽기의 즐거움을 만끽할 줄 아는 것. 이것도 재능이라고 생각함.

(이것, 소이진님의 서재에 제가 댓글 쓴 것을 복사붙이기 했어요. 그냥 가기 섭섭해서요.)
두 개 추가합니다.

Q 가장 큰 두려움이 있다면
- 건강을 잃거나 삶이 추락하는 것. 누군가로부터 배신 당하는 것.
Q 당신이 가장 아끼는 물건은
- 글을 쓸 때 사용하는 넷북. (이것에 흠집내는 사람 있으면 유치하게 과잉반응함.)
아주 재밌어하며 갑니다.

굿바이 2012-01-11 11:16   좋아요 0 | URL
넷북 사용하세요? 찌찌뽕~^^

그런데 pek0501님은 벌써 원하는 재능을 갖고 계신 것 같은데....부럽습니다.
orz

風流男兒 2012-01-11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 만큼은 많이 들어봤네요 정말!
떠올리며 잠깐 큭큭 웃었다는 ;;

근데 책값 정말 저 값이 맞네요. 설마 저 질문만 넣어놓고 저값에 파는 건 아니겠지..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ㅎㅎㅎㅎ

굿바이 2012-01-11 11:18   좋아요 0 | URL
그지? ㅋㅋㅋ 쓰면서 나도 웃었다오^^
그나저나 나는 그대가 가장 많이 쓰는 말도 알고 있지.
<그러게요> 맞지? 우하하하하하하!!!!!

책은....읽어보면 알게 된다오 ^_______^
 

주변에 부쩍 채식을 한다는 사람이 늘었다. 또한 집에 놀러오겠다는 사람도 늘었다.

하여 뭔가 기쁘고 즐겁게 나눠 먹을 채식요리를 연습하려고 하던 중 눈이 번쩍 귀가 쫑긋한 요리책을 발견하였는데 그 녀석은 바로 이놈이다.


 

 

 

 

 

 

 

 

 

 

 

 

 

 

보자마자 주문한 <Plenty : Vibrant Vegetable Recipes From London's Ottolenghi>라는 아름다운 요리책이 도착했다. 혼자 신이 나서 레시피를 훑어보다 이내 좌절했다. 소개된 요리의 70%정도는 오븐이 필요한 요리였다. 아------ 

집에서 쉬는 동안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요리를 좀 해볼 요량이었는데 정작 오븐은 없고, 오븐을 사기 위해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하는가. 아-------

우선 오븐이 필요없이도 할 수 있는 요리에 포스트잇을 붙여 놓았는데 뭐랄까 이 수습할 수 없는 기분이란, 김수영시인의 시를 읽고 시는 절대 아무나 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은 좌절감과 흡사했다.  

이 책은 야채 종류별로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소개되어 있는데, 아------ 이런 생치즈랑 듣도 보도 못한 허브는 또 왜 이렇게 많은 것일까. 오븐만 있으면 해결될 것처럼 황군에게 말했는데 그것도 아니구나. 아-------  

 

뒤숭숭한 소식을 전하는 뉴스들을 보면서 이 책을 같이 보고 있노라니 참으로 백석의 시가 떠오르는 것이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요리책을 만나서 오늘밤은 눈이나 푹푹 내려라,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요리를 못하는 것은 요리책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요리 같은 건 식욕이 없어서 버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요리책은 나를 유혹하고 어데서 진열되어 있는 오븐은 이런 내가 좋아서 후끄후끈 달아오를 것이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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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ia 2011-12-20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 굿바이님 덕분에 오늘 아침 웃어요 :>
보기만 해도 군침도는 사진이네요 쓰읍~

굿바이 2011-12-20 14:41   좋아요 0 | URL
알리샤님 잘 지내고 계신가요?

책을 열면 미치게 맛있어 보이는 요리들이 쏟아져요 :) 그래서 슬퍼요 ;)

또치 2011-12-20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어, 아름답군요! 저는 오븐이 있습니다 히힛.
혹시 샨티에서 나온 <평화가 깃든 밥상>이라는 책 보신 적 있나요?
이 책만큼 아름답지는 않지만, 채식요리책으로 꽤 좋았거든요.

굿바이 2011-12-20 14:45   좋아요 0 | URL
역시!!!! 오븐이 있으시군요 ㅜㅜ
<평화가 깃든 밥상>은 저희 집에 온 어떤 인간이 집어갔습니다. 엉엉~
오늘부터 이 세상에는 두 부류의 인간이 존재합니다.
오븐이 있는 인간과 오븐이 없는 인간! 아~ 부러워요 ;)

라로 2011-12-20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오늘 하루 좌절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저는 이 페이퍼를 보고 좌절,,,ㅠㅠ
가지요리 표지가 정말 유혹스러워요~.ㅠㅠ

굿바이 2011-12-20 14:46   좋아요 0 | URL
나비님도 가지요리 좋아하세요?
저 요리에는 심지어 석류도 들어가더라구요. 가지에 뿌려진 보석같은 녀석들이 석류알이더라구요. 그럼 뭐합니까???? 구울 수가 없는데...ㅜㅜ

라로 2011-12-21 13:59   좋아요 0 | URL
저는 가지와 모짜렐라 치즈, 그리고 토마토,,,베이즐같은 허브의 환상적인 맛의 앙상블을 좋아해요!! 아~~~~먹고싶다,,,쓰읍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이 페이퍼가 머리 속을 떠나지 않으니 어쩌면 좋으우???ㅠㅠ

치니 2011-12-20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백석이 살아 있었으면 무척 마음에 들어했을 패러디 같아요.
모두들 쉬면 요리를 해보자, 싶어지나 본데 전 왜 쉬면 더 쉬고만 싶으까요. ㅋ켁.

굿바이 2011-12-20 14:52   좋아요 0 | URL
백석이 억울해서 벌떡 일어날 패러디죠? ㅋㅋㅋㅋㅋ

당분간 요리와 요가를 좀 해볼 생각이었는데, 요리는 오븐이 없고, 요가는...말이 안나오네요. 서러워요 ㅜㅜ

웽스북스 2011-12-20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효로 모양은 맛있는 음식을 내놓으라며 응앙응앙 울을것이다~

굿바이 2011-12-20 14:53   좋아요 0 | URL
나타샤야 울음을 멈추어라~~~내 속은 타들어간다~~~~

웽스북스 2011-12-20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저도 파/마늘/양파 없는 요리에 포스트잇 붙이는데 ㅋㅋㅋㅋ

굿바이 2011-12-20 14:5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그대를 위한 레시피를 발견했지 :) 또 다시 문제는 오븐!!!;)

웽스북스 2011-12-20 22:59   좋아요 0 | URL
앗 언니 근데 외국요리도 파랑 마늘 양파가 많이 들어가요? ㅜㅜ 슬픈데요 어쩐지.
원효면옥으로 오세요!! 이제 채식레스토랑으로 바꿔볼까요.
저녁에 야채 볶아먹었어요. (분명 한그릇 만들어서 다먹었는데 배고파요 ㅋㅋ)

쉽싸리 2011-12-20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석의 맛`이란 책 있는데요. 백석시에서 음식 관련된 엮어서 책으로 낸것으로 알고 있어요. 저도 아직 읽어보진 못했어요.
요리하면서 긴긴 겨울밤을 보내는 것도 굉장하죠. 오븐없으면 그냥 두껑 덮고 후라이팬에 굽죠 뭐!

굿바이 2011-12-20 14:57   좋아요 0 | URL
아, 그책 저도 알아요 :)

뭐랄까 겨울이면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만들어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어 먹는 그런 로망이 있었어요. 물론 대부분 술판으로 번지지만요 ;)
그나저나 후라이팬 뚜껑이라도 덮고 한 번 시도해볼까 합니다!!

페크(pek0501) 2011-12-20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바이님은 요리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그러니 요리도 잘 하실 테죠?
저는 요리 잘하는 사람이 부러워요. 더 부러운 건 요리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이런 사람 앞에 서면 괜히 제가 작아지죠. 그런데 설겆이는 이상하게 재밌어요. 이어폰 끼고 음악 들으며 물로 그릇들을 씻으면 내 마음을 씻어내는 기분이랄까. 더러운 그릇들이 하나씩 줄어드는 것도 재미를 주지요. ㅋㅋ 그래서 설겆이는 누가 해 준다고 해도 양보 안 해요. ㅋㅋ

음식 사진이, 맛있게 보여요.

굿바이 2011-12-20 15:00   좋아요 0 | URL
pek0501님 안녕하세요? :)

저도 요리 잘하는 분들이 제일 부러워요, 거의 마술에 가까운 사람도 봤는데 우와~ 정말 감동이었어요. 저는....못해요. 먹지 못할 수준은 아닌데, 그래도 형편없어요 ㅋㅋㅋ
그나저나 설겆이는 저도 나름 잘해요 :) 평균속도를 넘는 것 같고, 깨끗하게 하는 것 같아요. 그거라도 잘해서 어찌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ㅜㅜ

風流男兒 2011-12-20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훗. 그래도 뭔가 누나가 하면 엄청 맛있을 거 같은데요!
아-------- 맛있겠다 ㅎㅎㅎㅎ

굿바이 2011-12-21 17:35   좋아요 0 | URL
재료와 오븐만 있으면 누가 만들어도 맛있을 요리들인 것 같아^----^
오늘은 황군의 요청으로 떡볶이를 할 예정이지.
심지어 양지로 육수를 낸 떡볶이!!!!

네꼬 2011-12-22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채식하면서 계란도 먹어도 되는 거예요? (사진 보고 묻는 거예요.) 그렇다면 안심이에요. (저는 채식 안 해요. 육식을 주로 하고 채식은 조금만 해요. 계속 육식을 이어갈 수 있을 만큼만 조금만요.) 채식하는 분들도 계란은 꼭 드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이 댓글 엄청 이상한 거 알아요. 그리고 진심이에요.) 그나저나

요리 같은 건 식욕이 없어서 버리는 것이다,

굿바이님 멋있어.

굿바이 2011-12-22 14:04   좋아요 0 | URL
채식도 단계가 많은 것 같더라구요.
계란이나 우유를 먹는 분도 있고, 전부 다 안 먹는 분도 있구요.
이책을 쓴 쉐프도 모든 육류를 거부하는 분은 아니라고 책에 썼더군요.
이분이 요리칼럼을 썼는데 요리에 달걀이나 치즈 기타 등등의 재료가 들어가서 채식주의자들에게 비난을 받기도 한 모양이에요.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저는 이 요리사가 교조적이지 않아서 좋았어요.

저는 원래 고기를 안 좋아해 자주 먹지 않아요. 그렇다고 채식주의자도 아니구요. 제가 채식한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이 비웃죠. 원래 잘 안 먹던 걸 뭐하러 끊는다고 하냐구요 :)

그나저나 식욕이 없다는 건, 거짓말이에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