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여덟명의 아이들과 충청북도 어느 산골로 떠난다. 그 생각만으로도 걱정이 걱정을 만들고 그 걱정이 또 존재하지 않는 걱정을 만들었다. 늙었다는 것을 이렇게 속절없이 확인한다.

물오른 여름이 버티고 있는 산골. 용감한 매미들은 겁없이 울고 잠자리들도 낮게 날으며 폭염에 맞서고 있었다. 매미와 잠자리의 호의를 받으며 마을회관으로 향한 우리는 짐을 풀었다. 기다리고 계시던 어르신들이 시원하고 달콤한 수박을 쪼갰다. 언어가 개입할 수 없는 풍경과 냄새였다. 나는 잠시 어지러웠다. 꿈처럼. 

아이들을 데리고 계곡으로 달렸다. 비가 온 덕에 물은 적당히 불어있었고 차가웠다. 발을 담그니 이내 땀이 식는다. 아이들은 그곳이 아주 익숙한 것 처럼 놀았다. 계곡을 기어다니고 물고기를 잡고 서로에게 물을 뿌리고 웃고. 그때다. 거짓말처럼 소나기가 퍼부었다. 나를 비롯한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계곡에서 끌어올렸다. 주먹만한 소나기였다. 맞으면 아팠다. 아이들을 마을회관으로 데리고 갈 지 고민했지만 소나기를 맞기로 했다. 이것도 추억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도 너무 어린 아이들은 호두나무 아래로 피신시켰다. 나는 아이들을 끌어안았다. 조그마한 어린 생명이 온 몸으로 여름을 겪는 모습을 보았다. 아찔했다. 소나기가 그치고 다시 천지가 끓었다.

어둑해지는 산골의 오후는 낮과 다르게 선선했다. 마을회관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아이들과 앉아 석양을 보았다. 아이들은 낮게 탄성을 지른다. 나는 뼈가 시렸다. 지병이 돋는다. 외로웠다.

밭에서 아이들이 수확한 채소들로 반찬을 만들어 저녁을 먹고 다시 돗자리에 누웠다. 별이 쏟아졌다. 여름 밤의 별자리를 찾고 별자리에 얽힌 머난먼 나라의 이야기들을 들려 주었다. 제법 많은 이야기를 아는 녀석들은 중간중간 어려운 질문을 던져 나를 시험하곤 했지만 나는 큰 시험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개구리들의 힘찬 울음이 내게 시련이었다. 마음이 어딘가로 끌려가려는 것을 간신히 붙잡았다. 그게 다 연륜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우리는 온몸으로 여름을 통과했다. 놀고 웃고 먹고 만지고 보고 들으면서.

헤어지는 날, 눈인사로 마음을 전했다. 알아들었으리라. 몰라도 할 수 없는 일.

나는 돌아와 다시 서울이다. 서울도 폭염이다. 오늘도 아이들은 잘 있을 것이다. 아주 잘.

 

 

음악들

 

박정대

 

  너를 껴안고 잠든 밤이 있었지, 창밖에는 밤새도록 눈

이 내려 그 하얀 돛배를 타고 밤의 아주 먼 곳으로 나아

가면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에 닿곤 했지. 산뚱 반도가 보

이는 그곳에서 너와 나는 한 잎의 불멸, 두 잎의 불면, 세

잎의 사랑과 네 잎의 압맞춤으로 살았지, 사랑을 잃어버

린 자들의 스산한 벌판에선 밤새 겨울밤이 말달리는 소

리, 위구르, 위구르 들려오는데 아무도 침범하지 못한 내

작은 나라의 봉창을 열면 그때까지도 처마 끝 고드름에 

매달려 있는 몇 방울의 음악들, 아직 아침은 멀고 대낮과

저녁은 더욱더 먼데 누군가 파뿌리 같은 눈발을 사락사락

썰며 조용히 쌀을 씻어 안치는 새벽, 내 청춘의 격렬비열

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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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2-07-31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아앙 - 굿바이 님.

굿바이 2012-07-31 22:07   좋아요 0 | URL
으어어엉 - 치니님!!!! 그곳의 여름은 어떤가요? 눈부시죠?

비로그인 2012-07-31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은 낮게 탄성을 지른다. 나는 뼈가 시렸다. 지병이 돋는다. 외로웠다"


그래 ..
그래 ..

굿바이 2012-07-31 22:00   좋아요 0 | URL
알아주는 그대가 있어 가끔은 말이 필요없어. 참 좋지 그래서. 잘 있지?

흰 그늘 2012-07-31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지내시죠?^^

어린날의 교회 수련회와 교사가 되어 갔었던 수련회가 생각이 나네요..
영화 '은교'를 보니까 별을 모르던 그이는 여전히 별을 모르던데.. 굿바이님은 별들의 저편까지도 아실것 같아요^^

가입만 해놓은 페북이지만..
페이스북에 보니까 감명을 주는 사람을? 기입하는 란이 있던데 '굿바이님' 이라고 기입할까
봐요^^ 그러면 제가 무례를 범하는 건가요..?

늘.. '글'이.. '생각'이.. '마음'이 좋아요..

굿바이 2012-07-31 22:06   좋아요 0 | URL
독한 여름, 어찌 지내시나요?

흰 그늘님에게 늘 감사해요, 마음을 전해주셔서요. 그런데 또 이렇게 넙죽 받기만 합니다. 염치없습니다 ^_____^





風流男兒 2012-07-31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세듯 시를 읽었어요. 숨이 가빠요. 날씨탓만은 아닐텐데.. 항상 좋아요. ^^

굿바이 2012-07-31 22:47   좋아요 0 | URL
돌아와라!!!!!!! 긴말 필요없다!!!!! 보고싶다 ^________^

라로 2012-07-31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긴 얘기가 필요 없어요,,참 좋군요, 굿바이님.

굿바이 2012-08-03 11:27   좋아요 0 | URL
감사 또 감사합니다 ^^

페크(pek0501) 2012-08-01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긴 얘기가 필요 없을 것 같아요. 글 좋아요. 그리고...

"마음이 어딘가로 끌려가려는 것을 간신히 붙잡았다." -에 제 마음이 붙잡혀 버렸어요. ^^

굿바이 2012-08-03 11:26   좋아요 0 | URL
잘 지내시죠?

아주 혼났습니다. 다른 생각들이 스멀스멀 올라와서 말이지요^^
 

외로운 날이 있다. 탕탕거리는 소리가 난다. 마음에서 탕탕.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 오래된 트럭이 탕탕거리 듯. 그렇게 시큰둥하게 힘을 쓰는 날. 그런 날 나는 외롭기 시작한다. 이것도 버릇처럼 고치기 힘든 일이다. 노력도 하지 않는다. 그냥 견딘다. 이런 날 운이 좋으면 좋은 시를 만나는데 운이 좋다. 이은규의 시집이 곁에 있다.

 

미간(眉間)

 

눈썹과 눈썹 사이

미간이라 부르는 곳에 눈이 하나 더 있다면

나무와 나무 사이

고인 그늘에 햇빛 한줄기 허공의 뼈로 서 있을 것

 

최초의 방랑은 그 눈을 심안(心眼)이라 불렀다

왜 떠도는 발자국들은 그늘만 골라 딛을까

나무 그늘, 그의 미간 사이로 자라던 허공의 뼈

 

먼 눈빛보다 미간이 좋아

바라보며 서성이는 동안 모든 꽃이 오고 간다

 

나무가 편애하는 건 꽃이 아니라 허공

허공의 뼈가 흔들릴 때 나무는 더이상 직립이 아니다

그늘마다 떠도는 발자국이 길고

 

뒤돌아보는 꽃처럼 도착한 안부, 어느 마음의 투척(投擲)

이 당신의 심안을 깨뜨렸다는 것

돌맹이가 나뭇잎 한 장의 무게도 안 되더라는 말은 완성

되지 않았다

온전한 무게에 깨진 미간의 기억이 치명적이었다는 소견,

왜 미간의 다른 이름은 명궁(命宮)일까

 

사람들이 검은 액자를 오래 바라보지 않는다

화염의 칼날이 깨끗이 발라낸 몸, 뼈가 아직 따뜻한데

직립을 잃은 허공이 연기가 되어 흩어진다

눈인사 없이 떠난

그가 나무로 다시 태어날 거라고 믿지 않는 봄날

 

투척의 자리에

햇빛의 무늬, 밀려가고 밀려오는 

 

아무렇게나 상상한다. 눈썹과 눈썹 사이를 바라보는 시인의 눈을 그 눈이 다시 허공을 향하는 마음을. 틀림없다. 시인의 마음도 탕탕거렸을 것이다. 눈을 피하고 나무를 피하고 허공으로 나를 보내는 마음. 걸리지 않는 시동. 그럼에도 애쓰고 싶지 않은 마음. "떠도는 발자국들은 그늘만 골라 딛을까"라고 중얼거리지만 그늘은 오고가는 햇빛의 무늬임을 또 그렇게 알아가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인지 "밀려가고 밀려오는"이라는 마지막 문장이 마음으로 밀려오고 또 그렇게 멀어진다. 

 

아직 별들의 몸에선 운율이 내리고

 

엄마는 왜 가르쳤을까

자신에게 진실하면 너는 늘 옳다

 

불가능의 시대에 혁명을 부르짖는 것

혹은 별을 노래하는 것만큼, 허영을 채워주는 일도 드물

다는 당신의 편지를 노려보았다

밤새 가는 실핏줄 터지는 소리

 

한 혁명가의 꿈을 꾸는 밤

다리를 저는 그녀와 보폭을 맞추기가 어려웠는데

기다리기만 하는 자에세 올바른 순간이란 없다는 목소리

가 들려왔다

더 잘 실패한 후에 맞게 될 적기

 

시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는 혁명을 과거사라고 믿는 당신에 불과할 것이다

아직 별들의 몸에서 운율이 내리고

당신과 나의 정체는 우리 자신을 앞지르며 밝혀질 것

 

얼음이 떠다니는 운하 속으로

한 시대가 던져지기 직전, 오고갔다는 문답

 

정체를 밝혀라

 

그걸 알아서 결정하시죠

수배자 사진을 보니 틀림없군

당신이 그렇게 말하신다면 그렇겠지요

 

때로 어떤 대답은 유언이 되고

 

엄마, 별을 비추기 위해 인간의 눈동자가 만들어졌다는

시구(詩句)를 믿을래

 

시체가 떠오르기 시작한

운하의 봄을 답신으로 보내는 새벽

 

뭐든 견딜 만해지는 것이다. "아직 별들의 몸에선 운율이 흐르고"있다면 말이다. 그러니 시동이 걸리지 않는 마음도 견딘다. 무게를 갖지도 않고 서성이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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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6 1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08 1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08 2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09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08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의 즐거움은 사소한 것에 있었다. 이제는 사소한 것 말고 무엇을 기획하는 것도 결정하는 것도 어찌나 버거운지, 그저 사소한 것에서 발견하는 즐거움에 곧장 열광해버리곤 한다. 생각이 끼어들면 이 사소한 즐거움도 비눗방울처럼 팡팡 터져버리니. 짧은 시간 두리번거림 없이 몰입해야 한다. 그래서              탑밴드를 본다.

탑밴드를 보는 일은 소년의 눈(내게 소년은 김도균이고, 누군가에게 소년은 신대철이다)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얻는 일이고, 내 안의 어떤 소녀가 이어폰에 의지해 건넜던 세월을 추억해 내는 일이고, 돈 안 되는 일에 매달려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을 보며 돈 안 되는 일에 매달렸던 시간을 위무받는 일이고, 더 나아가 아직은 내게 남아있는 음악적 감수성을 발견하는 일이다. 그러니 나는 토요일 밤이면 배란다 문을 활짝 열어 한강의 밤 기운을 거실에 가득 들이고, 맥주 한 캔을 끼고 탑밴드를 본다. 샤워도 했으니 나는 신난다.               여튼 이 즐거운 행위에 기꺼이 동참하겠다는 몇 몇의 여인네가 토요일, 내게 왔다. 그들도 나와 같은 마음인지 알 수 없지만, 사실을 확인하는 것도 귀찮아서 그만두었지만, 여튼 왔다. 일찍도 왔다.

그러나 저녁을 먹고 탑밴드가 시작하기 전 어떤 드라마를 보게 된 것이               모든 것을 우끼고 서글프고 처연하며 쪽팔리게 만들었다. 그래도 어쩌랴 그렇게 또 즐거웠음을. 여튼 정말 오랜만에 보는 드라마는 신기하기도 했다. 저렇게 예쁘게 생긴 영장류를 처음 보는 것 처럼 우리는 드라마를 보았다. 물론 처음에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각본을 씹어보려고 했었다. 그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우리는 누가 먼저라 할 것 도 없이 주인공의 눈 속으로 주인공의 찰랑거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주인공의 입술 끝으로 스며들었다. 어이없게도. 무방비로.               그만큼 우리는 외로웠던 것 같다. 숨길 수 없었다. 이런 시간에는.

김이 말했다. 도대체 말이 되느냐고, 어디에 저런 사장이, 변호사가, 실장이, 카페 주인이 존재하느냐고, 아니 어디에 저렇게 몸도 마음도 멀쩡한 사내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느냐고, 어떻게 바카스가 필요한 일상에서 늘 머리카락 하나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으로 저렇게 골목에서 혹은 카페에서 각을 잡고 서 있을 수 있느냐고.               김의 목소리는 분노라기보다 흐느낌에 가까웠다. 아무도 웃을 수 없었다. 격하게 슬퍼졌으니까. 저 우아한 웃음, 경쾌한 걸음, 습관처럼 굳어진 자신감, 쨍한 유머. 아ㅡ본 적이 없으니까. 그런 영장류의 무리를 어디서도 본 적이 없으니까. 가끔 몸만 멀쩡한 무리는 보았지만 마음도 멀쩡한 저런 무리는 본 적이 없었으니까.               박은 말했다. 그런 무리를 어디서 만났다 한들 무슨 소용이었겠냐고, 드라마 속의 그녀처럼 말할 수 없고, 생각할 수 없고, 웃을 수 없고, 사랑스러울 수 없었는데, 다 무슨 소용이었겠냐고. 더 중요한 건 그녀와 같은 다리가 없고 팔이 없고 아름다운 턱이 없는데 다 무슨 소용이었겠냐고.              나는 베드로가 그리스도를 부인하듯 그렇게 부인하고 싶었다. 아니다. 과거의 어느 한 때, 나는 쨍하고 빛났다. 뭐 이렇게. 그러나 베드로의 흉내를 낼 수는 없었다. 그 시절을 함께 살아낸 그녀들을 곁에 두고 거짓을 말할 수는 없으니. 아ㅡ짧고 비루했던 청춘이여. 너는 어찌 그리 흘러갔던가.

정말 마음껏 씹어 주겠다고 시작한 우리의 드라마 시청은 참패로 끝났다. 그럴 수 밖에 없지. 더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감미로운, 심장 어디 쯤을 살살 간지르는, 혼자서도 까르르 웃을 수 밖에 없는 저 멋진 남자의 고백을 듣고 있노라니 다들 브라운관을 데이비드 카퍼필드처럼 파고들어 주인공 여자의 입술 언저리에 머물렀다. 탄식에 가까운 소리. 뽀뽀라도 해라, 이것들아ㅡ               우리는 함께 탑밴드를 보지 않았다. 다들 집으로 가겠다고 했다. 나는 안다. 그녀들도 알고. 우리는 추억의 어디 쯤으로 빨리 떠나고 싶었다. 방해받지 않고. 정녕 그 시절 아무 일도 없었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이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뭐 어떤 기억의 줄거리라도 하나 잡아 미역처럼 부풀리고 싶었다. 그래. 그게 범죄도 아닌데. 정녕 그런 적이 없었다 하더라도 누군가 함부로 내게 던진 마음 한 조각을 기어이 찾아내리라. 찾아내서 뭘 어찌 할 수는 없지만 일단 찾아내리라. 그리고 혼자 낄낄. 여럿이 모이면 거짓말 조금 보태서 더 낄낄거릴 것이다.               혼자 남아 건성으로 탑밴드를 보면서 나는 꼼꼼히 머리 속을 뒤졌다. 그리고 진짜 웃었다. 없구나, 없어. 아ㅡ맑고 맑은 흠없는 청춘이여.  

 

청춘 1

 

권혁웅

 

그대 다시는 그 눈밭을 걸어가지 못하리라

그대가 낸 길을 눈들이 서둘러 덮어버렸으니

붕대도 거즈도 없이

돌아갈 길을 지그시 눌러버렸으니

 

여러 번 읽는다. 위로일 수 없는 먼 나라의 언어들을. 그 언어들을 내 것으로 믿고 싶어하는 마음을. 여러 번 소리내어 읽는다. 그리고 서둘러 덮는다. 그 언어들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붕대도 거즈도 없이 지그시 눌렀다. 거짓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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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2-06-25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살아가면서 얻는 즐거움이나 행복이나 알고 보면 사소한 일상이나 사물에서 우연히 발견할 때가 있죠 ^^

굿바이 2012-06-25 22:54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요~@_@
그나저나 저 모자 쓴 신사는 제 꿈에도 종종 등장하는데 도통 그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요. 누굴까요...음....

웽스북스 2012-06-26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언니를 좋아한 걸 한순간도 후회한 적이 없어요. 이 글이 좋아서 읽고 또 읽었어요 ^-^ 다가올 어느 여름밤엔 언니집에서 함께 맥주를 홀짝이며 탑밴드를 봐요. 신사의 품격 같은 거 보지 않게끔 제가 밤택시를 타고라도 열한시에 맞춰갈게요.

저는 신대철 소년이 더 좋아요. 헤헤 (하트) --> 아직도 맥북으로 하트 입력하는 법을 몰라요 ㅠㅠ

굿바이 2012-06-28 10:25   좋아요 0 | URL
그대를 만난 일이 내게는 아주 드문 행운이고 축복이라네 ^_____^
조만간 꼭 같이 보세!!!!!!

Alicia 2012-06-26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웬디언니처럼 이 글이 좋아서 오후내내 읽고 또 읽었어요. 헤헤^^

굿바이 2012-06-28 10:2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감사 또 감사해요~!

Transfer Cards 2012-06-26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수 블로그 게시물 ..
공유 주셔서 감사합니다! ^ ^

굿바이 2012-06-28 10:28   좋아요 0 | URL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꽃도둑 2012-06-27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슬퍼져요,,,,ㅡ.ㅡ
아련한 그 무엇을 건드리다니..
전 드라마든 뭐든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한 달 평균 2~3시간인데..
어느날! 문득! 느닷없이 털썩 주저앉았는데 글쎄 '신사의 품격'을 하지 뭡니까
처음 봤어요...낄낄대며 보고 또 보고 연속 3회를 봤나봐요,
케이블에서 연속으로 내보냈는데 그 멋진 네 넘 보는 걸 그만 둘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새벽 2시까지 보고,,그 다음날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출근을 했지요.
드라마에 완전 낚인거죠~
근데 웃은 기억밖에 없는데 굿바이님 글은 슬퍼요...

굿바이 2012-06-28 10:28   좋아요 0 | URL
이게 뭐랄까 '중년의 탈을 쓴 소년'들을 볼 수 있어서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철들지 못하는 영혼이라 어떤 대목 격하게 공감했어요.
어쩔까요? 한 번 낚였는데 계속 낚일까요? ^___^

꽃도둑 2012-06-28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낚일 때도 없는데...
그까이꺼~~ 함 낚여보죠 뭐...^^

風流男兒 2012-07-02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여기도 이제 스팸댓글이 달리는 건가요. 저 밑에 뭐지 또 이상한 거 눌렀다가 ㅋㅋ 웬 이상한 사이트에 드갔다 왔네요 ㅎㅎ
 

눈이 의심스러웠다. 처음 있는 일. 몇 달을 이용한 버스인데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버스 정류장에 대여섯 살로 보이는 스무 명쯤의 아이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놀랍다. 그 재잘거림과 여과되지 않은 웃음과 팡팡 터지는 에너지가. 아이들 주변을 떠도는 공기조차 내가 속한 세상과 다르게 보였다. 내가 타고 가던 버스가 흑백의 세상이었다면 아이들이 서 있는 버스 정류장은 온통 칼라의 세상이었다. 그저 놀랍다.

아이들이 버스에 올랐다. 서울숲으로 가는 모양이었다. 이름표에는 얼굴처럼 예쁜 이름들이 쓰여있었다. 두 명씩 짝을 지어 자리에 앉는다. 버스는 갑자기 동화책처럼 알록달록. 나는 아이들의 이름과 얼굴을 찬찬히 본다. 리암 니슨이 같은 버스에 타고 있었다 해도 이렇게 울렁거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장담하건데. 뭔가 알 수 없는 에너지에 나는 멀미를 하듯 울렁거렸다.

그때다.

내 앞자리에 앉은 소녀가 고개를 정말 휙 돌려 나를 본다. 웃는다. 그리고 말을 건다.

 

총명탕같이 생긴 소녀 : "말 잇기 알아요?"

나 : "응, 그럼"

총명탕같이 생긴 소녀 : "거북이"

나: "이주민"

총명탕같이 생긴 소녀 : "이주민"이 뭔데요?

나: ..............(아...창피해)

총명탕같이 생긴 소녀 : "에이, 다시 기회를 줄께요. 거북이!"

나: ..... ......

 

소녀는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휙 돌려 친구와 재잘거린다.

내 머릿속은 갑자기 안개다. "이"로 시작하는 수백의 단어가 어딘가로 숨어버린 것 같았다.

소녀의 에너지에 내가 졌다. 그것도 기쁘게.

그리고 생각난 시 한 구절.

 

별똥

 

고은

 

옳거니 네가 나를 알아보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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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6-15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보 ^^

"이름표에는 얼굴처럼 예쁜 이름들이 쓰여있었다" 라고 생각했다면서 .. ㅋㅋ
이름표..
했으면 표로 시작되는 단어는 많지는 않아서 .. 어찌 되었을지 ..^^
이주민은 몰라도 이름표는 ^^
<농담이야...ㅋㅋ>

하긴 소녀의 에너지에 네가 져 준..

그리고 저 예쁜 세 단어와 구절..

하기야

그것이면 되었지..
여기서 무얼 더 바라겠누..



어여쁘다.. 네가
그 시간 저 단어들을 생각하다니..

별똥. .고은.. 옳거니 네가 나를 알아보누나 라니..

굿바이 2012-06-18 21:0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인정!!!! 그날 완전 바보였어~

야ㅡ 진짜 이름표를 생각못했어, 역시 그대는 영민하오^^

다락방 2012-06-15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앞에 장면들이 펼쳐지는 것 같아요, 굿바이님. 알록달록한 아이들과 뒤를 돌아보고 굿바이님께 말 거는 소녀와 난처해하는 굿바이님, 모두가요.

굿바이 2012-06-18 21:06   좋아요 0 | URL
ㅋㅋㅋ
다락방님이었으면 어찌 하셨을지 궁금해요!!!!!
그나저나 잘 지내시죠?

2012-06-19 0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19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2-06-15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굿바이 2012-06-18 21:07   좋아요 0 | URL
와ㅡ 치니님이시다!!!!
제가 하고 다니는 짓이 늘 이렇습니다 ^_________^
아참! 요즘 그곳은 어떤가요? 눈부시겠죠?!

Alicia 2012-06-15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눈부시네요.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저희 아빠님은 그런 아이들을 '눈쟁이'라고 불러요- :)

굿바이 2012-06-18 21:08   좋아요 0 | URL
오~! '눈쟁이'라는 말이 있군요. 예쁜데요~!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저도 그런 시절이 있었겠죠. 참...아련합니다^^

2012-06-19 1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2-06-16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그런 꼬맹이들 만나고 싶어요. 그리고 저도 굿바이님 같은 분 만나고 싶어요! 응, 그럼- 하고 대답하는, 또 이렇게 글을 쓰는 사람과 이야기하면 참 좋을 것 같아요 :)

굿바이 2012-06-18 21:10   좋아요 0 | URL
어린이집 주위를 어슬렁거려 보세요!!! ㅎㅎㅎ

그나저나 오다가다 언젠가 한 번은 만나지 않을까요? (이거 무슨 작업 멘트 같아요, 시적으로 말하려고 한건데요 ^________^)

風流男兒 2012-06-17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쁘고, 좋아요. 하핫 ;)

굿바이 2012-06-18 21:10   좋아요 0 | URL
나는 그대가 더 예쁘고, 좋소 ;)
 

목련이 피었군요. 기별도 없이 찾아온 그대를 보았을 때 처럼 저는 놀랍니다. 덕분에 지각을 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렸거든요.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뭐랄까 꼭 마지막으로 보는 목련같았으니까 말이지요. 그래서 짤리면 짤리라지,라고 중얼거렸습니다. 그런 혼자맛을 심지어 호연지기라 우기고 싶었습니다. 물론 3초만 지나도 후회할 일이지요. 압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꽃이 피면 온 몸이 근지럽고 살아있는 것이 그저 대견하고 신기한데 말입니다. 어찌되었거나 딱히 보고싶은 것도 없고 딱히 애타는 일도 없는 사월인데 늘 왜 이모양인지 모르겠습니다.         버스에서 내린 김에 커피도 한 잔 샀습니다. 그리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양해를 구한다구요. 야근을 하더라도 오늘 할 일은 다 하겠노라구요. 미친년이라고 생각해도 할 수 없지요. 혹시 압니까. 어쩌면 나는 이 밤을 넘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할 운명인지도. 그러면 저 목련을 또 어디서 본답니까. 저리 하얀 꽃을. 저리 거짓말처럼 탐스럽게 둥실 떠있는 꽃을 말입니다. 청맹과니라 손가락질 받아도 할 수 없는 일이지요.         비가 올 것 같았습니다. 바람이 무거웠으니까요. 이런 날 비가 오다니. 걱정이 앞섭니다. 혹여 목련이 다칠까 싶었습니다. 어리숙한 마음이지요. 그래서 빌었습니다. 이왕이면 살살살 흩어지는 봄비였으면 좋겠다고 말이지요. 스리슬쩍 피해갈 줄 아는 봄비였으면 좋겠다고 말이지요. 누군가를 위해 기도한 적은 더러 있었는데 목련을 위해 기도하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여튼 이런 기도는 쫌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이상하게도 허연의 시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지요. 아, 그저 목련이 좋아서만 이렇게 멈춰선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구나. 저 하얀 것을 두고 나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구나 싶었습니다.

 

 

살은 굳었고 나는 상스럽다

 

허연

 

굳은 채 남겨진 살이 있다. 상스러웠다는 흔적. 살기 위

해 모양을 포기한 곳. 유독 몸의 몇 군데 지나치게 상스러

운 부분이 있다. 먹고살려고 상스러워졌던 곳. 포기도 못했

고 가꾸지도 못한 곳이 있다. 몸의 몇 군데

 

흉터라면 차라리 지나간 일이지만. 끝나지도 않은 진행

형의 상스러움이 있다. 치열했으나 보여 주기 싫은 곳. 밥벌

이와 동선이 그대로 남은 곳. 절색의 여인도 상스러움 앞에

선 운다. 사투리로 운다. 살은 굳었고 나는 오늘 상스럽다.

 

사랑했었다. 상스럽게

 

 

목련을 두고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요. 애틋함과 아련함이 어깨동무하고 찾아온 것을 보면 정녕 꽃만 바라본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직감했습니다. 이렇게 한 손을 들어 저 하얀 꽃봉오리에게 안녕,이라고 손 흔드는 날이 오늘 이후로도 몇 날은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요. 뻑뻑해진 눈을 찡긋거리며 저 하얀 것들을 찾아다니는 날들이 또 그렇게 몇 날은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요. 이렇게 막무가내로 쳐들어오는 봄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라는 것을요. 아니 좀 더 살고 싶다는 것을요.         그러다보면 혹여 어찌 어찌 상스러운 살들을 잠시 잊고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만 그저 희망합니다. 치열하지도 못했는데 이미 굳어버린 살들을 잠시라도 모른 척 하고 살 수 있기를 말입니다. 일 년 열두 달 그러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그저 목련이 피는 시절에라도 말이지요. 아시겠지만 나뭇가지에 올려진 봄이라는 것이 얼마나 짧습니까. 그러니까 저도 아직 모리배는 아닙니다. 막가지는 않겠습니다.        그나저나 돌아가는 길에 사탕을 하나 쪽쪽 빨았습니다. 그런데 질 나쁜 사탕이 입천장에 상처를 남겼습니다. 입천장을 타고 피냄새가 올라오는 것 같았습니다. 기분이 좋을 리 없지요. 그런데 그게 무슨 계시라고 큰 깨달음을 얻은 사람처럼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사랑했었다. 다디달게,라고 말입니다. 봄에는 누구나 쉽게 허물어지는 모양입니다. 입천장을 혀로 달래고는 혼자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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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4-11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좋아요, 굿바이님.
저 시를 꾹꾹 눌러 적어두겠어요!

굿바이 2012-04-12 21:33   좋아요 0 | URL
좋아해주셔서 제가 막 신나요!!!!!!

잘 지내시죠? 봄날^^

흰그늘 2012-04-11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련 위로 바람이 무거운 날, 어리숙한 마음의 혼자맛(호연지기ㅎㅎ)

서점에들러 우연히 책을 펼쳤는데 이 페이지를 보게 되었다면 아마도
사고야 말았을 것입니다. 몇 권을 더 사서 선물하고 싶은
그냥 읽기에는 미안한 그런 참 좋은 글이네요^^

잘 지내시죠?

어딘가로부터 시와그림의 '나의소망'이 들려와 잠들어 있던 어떤 기억들을
깨어주는 봄날
햐얀목련 꽃 나무아래 앉아 시와그림의 '푸른 그대와 休' 를 듣고 싶어지는
그런 '날'이 네요^^

굿바이 2012-04-12 21:37   좋아요 0 | URL
흰그늘님도 잘 지내시죠?

잠깐 흰그늘님의 어떤 기억들이 궁금했습니다. 그저 좋은 그리고 아련한 기억들이었으면 합니다. 그리고.....이봄 무조건 행복하세요!!!

페크(pek0501) 2012-04-11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바이님, 저 왔어요.
으음~ 시에서 '끝나지도 않은 진행'이라는 말에 저는 왜 꽂혔을까요. ㅋ

님의 감수성에 감탄하며 그거 누르고 가요. ㅋ
저, 친정에 놀러 가는 길에 투표도 누를 것이고...

굿바이 2012-04-12 21:40   좋아요 0 | URL
투표는 잘 하셨나요?
개표방송 보면서 참으로....ㅜㅜ

저도 '진행형의 상스러움'이라는 문장에 한참 머물렀던 것 같아요.

風流男兒 2012-04-12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목련은 올해도 어김없이 저토록 흐드러졌을까요. 아름답습니다. 정말.

굿바이 2012-04-12 21:40   좋아요 0 | URL
그치?! 어쩌면 그럴까 싶어.
잘 지내지? 무조건 잘 지내~!

웽스북스 2012-04-13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년 굿바이님의 목련통신을 기다릴 것 같아요.

꽃도둑 2012-04-24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스러움과 봄이 어찌 그리 잘 어울리는지요...
나마저도 상스러워지고 싶어요...얼마나 고매하고 고상한지..,^^;
목련은 이제 지고...명자꽃이 이쁘게 피어있던데..
다른 통신 언능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