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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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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꾸는 꿈속에서, 매미들은 소리 죽여 노래했다. 그때 우리는 그걸 원했어. 그때 우리는 그게 필요했어. 그때 우리는 그걸 하지 않을 수 없었어. 그때 우리는 그걸 했어. 그때 우린 그걸 한번 더 했어. 그때 우린 그걸 계속했어. 그리고 우리는 그게 몹시, '좋았어.' " (352쪽)        글을 읽다 김애란작가의 사진을 여러 번 보았다. 눈썹을 가린 앞머리와 흰 얼굴. 당찬 여름같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작가의 글은 작가의 얼굴을 많이 닮아있었다.   

이야기는 긴장할 수 있을 정도의 정적과 집중할 수 있을 정도의 두근거림이 적절히 잘 섞여 있었다. 격식은 갖추되 계산된 빈틈을 염두한 작가의 글은 '한아름'과 '한대수'라는 아들과 아버지를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 잘 안착시켰다. 그 간극에서 자신의 호흡과 독자의 호흡을 동시에 고려한 배려와 명민함이 돋보였다. 나 역시 어느 대목에서는 소금물에 넣은 조개가 해감을 하듯 그렇게 마음 한 자락이 슬며시 풀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근두근 내 인생>을 읽고 난 지금 묘한 기우가 생겼다. "나는 예전에 '행복'이라는 단어를 쓰면 멍청해지는 기분이었어. 그런데 요즘에는 그것도 용기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나는 그걸 가지려고 해."(227쪽)라고 써 버린 작가가 쓸 수 있는 다음 작품은 어떤 것일까 하는.        이렇게 능력있는 작가가 덜컥 대책없이 늙고 죽어가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 다음에는 어떤 주인공을 선택할 수 있을까 하는.        더 나아가 아직은 당찬 여름을 닮은 작가가 이렇게 장애물 없는 단거리를 가볍게 뛰어버리면 다음에는 어떤 코스를 선택할 수 있을까 하는. 

"누군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 그 사랑을 알아보는 기준이 있어요." 어머니의 두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 그건 그 사람이 도망치려 한다는 거예요." (143쪽)        나도 어느 작가에게 마음을 줄 때 그 작가를 사랑하는 기준이 있다. 그건 그 작가가 미련하게 현실을 버티려 한다는 것을 발견할 때다. 무너질 것을 알지만 버티는 것, 실패할 것을 알지만 버티는 것, 통곡하게 될 것을 알지만 버티는 것. 그때 나는 안다. 그것이야말로 작가가 내게 건내는 '희망'의 몸짓이라는 것을.        나는 김애란작가가 더 버틸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가 있음에도 타협을 한 것 같아 서운하다. 그렇지만 그저 내가 감지한 이 기운이 터무니없기를 바란다. 그렇게 어느 순간 공중부양하는 작가들을 너무 많이 본 탓에 지레 놀란 것이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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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ek 2011-07-05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 두근두근한 작품을 들고 돌아올거에요. 김애란이니까!
:D

굿바이 2011-07-06 09:54   좋아요 0 | URL
아멘~! :)

風流男兒 2011-07-05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읽지 않았고, 요즘같은 생활에서는 읽지 못하고 지나칠 확률이 높지만, 모든 걸 다 떠나서 문장과 문장사이의 저 간격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어떤 의미에서는 만약 다음 작품을 읽고 서재에 글을 쓴다면, 지금의 간격이 얼마나 줄어들어있을까, 혹은 더 늘어나있을까, 아니면 글 자체가 올라오지 않을까. 에 대한 나름의 기대도 있어요. 물론, 읽지 않은자가 그나마 감상했답시고 내지르는 말이니, 요건 이해와 양해와 하해와 같은 은혜로 혜량해주세욥 :)

웽스북스 2011-07-05 17:53   좋아요 0 | URL
김풍류님 회사에 숙제가 너무 많은듯.
말을 하지 않고 말하는 법을 아는 정테일언니님 ㅋㅋ

굿바이 2011-07-06 09:59   좋아요 0 | URL
뭐든 하나라도 마음에 든다니 그저 감사하오~!!!!!
요즘 많이 바쁘지요? 옆에서 챙겨주는 사람있으니 걱정은 안하겠소. 그래도 더위 조심하고, 사람 조심하고, 물도 많이 마시고, 시간되면 언제 한 번 만나세 :)

아참, 웬디양, 그대의 내공을 내 어찌 따라가리오. 나는 멀었소~ :)

치니 2011-07-06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 또 공감입니다.

굿바이 2011-07-06 13:52   좋아요 0 | URL
치니님, 어찌 잘 지내시고 있나요?

책 읽으셨군요. 좋은 점도 많은데, 자꾸 갸우뚱거려지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아~ 그나저나 공감한다는 말이 이렇게 따뜻한 말이었군요.
쫌 신나요! :)
 
<책을 읽을 자유>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책을 읽을 자유 - 로쟈의 책읽기 2000-2010
이현우(로쟈) 지음 / 현암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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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이라면 이야기가 달라 질 수도 있겠지만,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얻는 경로 중에서 가장 저렴하고 편하며 믿을 수도 있는 것이 책이었다. 그래서 읽고 사는 일을 반복했다. 물론, 근자에는 [클릭과 터치]로 이어지는 정보 취득이 더 쉽고 세련되 보이기도 하지만, 나는 어쩐지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들을 쉽게 믿을 수가 없고, 그것들의 출처를 의심하고, 결국 다시 책을 뒤적인다. 어찌보면 일이 더 많아진 셈이다.  

그러니 나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게 책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들, 예를 들면 김우창, 정과리, 유종호, 강석주, 이권우, 고종석, 장정일, 정민, 알베르토 망구엘, 미셀 트루니에, 마틴 발저씨 같은 분들의 [책들의 책]은 언제나 반갑고 살뜰했다고 할까. 그들은 모르겠지만 내 깜냥 그들에게 진 빚을 계산한다면, 나는 파산이다. 여하간 여전히 빚더미에 앉은 내가 그렇게 또 즐거운 마음으로 만난 책벌레가 있으니 이현우다. 블로그를 통해서 간혹 로쟈라는 이름으로 쓰여진 저자의 글들을 읽었지만, 책으로 엮인 것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전작이 있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읽지는 못했던 터였다.  

우선, 처음 <책을 읽을 자유>를 훑어보며 받은 인상은 저자가 이 책에 쏟아부은 공력이 대단하구나,라는 감상과 도대체 게으르고 모자란 나는 어쩌란 말이더냐,라는 자괴감이었다. 스스로 책벌레라 낮추어 말했으니 벌레의 특성,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성실함과 집요함이 어느 구석 무섭기까지 했다는 것이 전체적인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이를 제법 먹고 나서야 눈치챈 일이지만, 다독을 자랑하는 이름난 어떤 이들의 책읽기가 탄산음료 같았다면, 저자의 책읽기는 그것보다 훨씬 갈증을 풀어주는 것 같았다. 물론 이것은 그저 개인적인 감상일 뿐이지만 말이다.  

여하간 죽비를 얻어맞은 심정으로 저자의 글들을 따라갔다. 전반적으로 80년대에 대한 자기 성찰과 2000년대적 사유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며 저자가 건낸 메시지는 책의 서문에 적시한 것처럼 "독서는 혼자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독서 경험은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나'를 '우리'로 확장시키면서, 사회역사적 존재로 거듭나게 합니다. 따라서 당위적인 독서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필연이어야 합니다." 라는 필연으로서의 독서다. 그가 소개한 책들과 감상을 대체적으로 공감할 수 있어 지루하지 않게 책을 읽을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책은 그것과는 별개로 내게 좀 다른 의미로써의 필연적인 독서였다.  

이 책의 곁다리를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결코 곁다리일 수 없는 것, 저자가 텍스트를 배치하고 짝짓는 방법이 그것이었다. 일단 흥미로웠고 결과적으로 매우 유익했다. 배열/배치에 능하다는 것은 가깝게/멀게 자유자재로 볼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이 가능하자면,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여하간 텍스트의 배열/배치에 고민이 많았던 요즘 저자의 책은 매우 긴요한 책이 된 셈이다. 물론, 내가 그것을 흉내낼 수 있다거나, 내것으로 만들어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결단코 아니지만 말이다.  

아! 한 가지 눈에 거슬리는, 실은 책을 읽으며 몇 번인가 언짢기도 했던 부분이 있었지만, 그것은 굳이 발화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유익했으니까. 그리고 내게 숙제도 많이 안겨준 책이니까. 그것으로 충분하다. 어쩌면 이 시간도 저자는 어디선가 여전히 책을 읽고 있겠다. 나도 그에게서 얻은 몇 권의 책들을 읽을 것이고, 또 그의 글쓰는 방법에 대해 더 찬찬히 들여다 볼 것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결국 또 책이구나. 필연이구나 싶다. 책, 책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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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1-21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치있는 즐거움을 안겨준 또 하나의 커다란 필연이었어요, 저에게도^^

굿바이 2010-11-21 23:40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maggie님의 즐거움은 또 어떤 것이었는지 살짝 궁금합니다^^

cyrus 2010-11-22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바이님이 생각하시는 거슬리는 부분의 내용이 뭔지 궁금하네요.^^

굿바이 2010-11-22 16:35   좋아요 0 | URL
별거 아니고, 실은 다 제 열등감이라서요 ㅜ.ㅜ

2010-11-22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2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3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아서 태평양을 같이 건널까 말까 조물락거리다가 두고 왔어요. 비슷한 책을 사둔게 읽다 만게 있기도 했거든요. 내년에는 태평양 건너게 해야 할까봐요.

굿바이 2010-11-24 09:41   좋아요 0 | URL
쟁님! 긴~여행 어찌 여독은 다 풀리셨나요? 연락이라도 드린다는 것이 이것저것 하다보니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잘 지내시죠?^^

꽃도둑 2010-11-24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자가 한겨례에 게재했던 글들이 대체로 좋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어요. 다양한 접근법으로 서평을 쓸 수 있다는 건 분명 배울 점이죠....하지만 책벌레?..으흐 그런 건 되기도 싫고 막막하고 두려운 일이네요..천 권의 책을 파먹으면 뭐 하나요? 책 만 아깝지....ㅎㅎ
열 권을 파 먹어도 안팎으로 살을 찌운다면 그게 더 가치로운(?) 일인거죠... 굿바이 님은 후자일 것 같아욤..^^

굿바이 2010-11-24 15:13   좋아요 0 | URL
책벌레도 아무나 하는 건 아닌데, 저는 책 속에 길이 있다는 그런 종류의 무책임한 말들 잘 안믿어요. 각성하게 하는 책도 있고, 행동하게 하는 책도 있겠지만, 문제는 그걸 읽고 변화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하는 주체, 사람인 것 같아요.

아참, 살이 찌고 있는 건 확실해요, 안은 모르겠고 정말 살덩어리들이 알아서 증식하고 있어요^^

 
제인 에어 1 펭귄클래식 74
샬럿 브론테 지음, 류경희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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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쓰여진 시기를 고려하면, 지금의 독자인 내가 19세기의 독자가 느꼈을 놀라움을 공유할 수 없다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작품을 얕잡아 본다거나, 가치를 폄하하거나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고전이 갖는 함의라는 것이 있으니, 시대를 잇고 꿰뚫는 가치 혹은 비평 정도는 얻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니면, 인간에게 주어진, 천형으로서의 아킬레스근이라도 확인하고 싶었다는 것이 사실이다.

줄거리는 너무 잘 알려져 있듯이, 고난과 역경에 맞선 소녀 제인이,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상황까지 성장하여, 그(로체스터)와 결혼했다,라는 고백으로 마무리된다. 납득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소녀가 명민하게 상황을 헤쳐 나가는 모습, 그리고 그 주위에 포진한 멀쩡한 인간-남성, 인간-여성들의 도움, 숭고한 결말로 흐르기 위해 곳곳에 포진한 간악하거나 어리버리한 군상들은 완벽한 삼중주를 예측하게 하고, 예측에 대한 포상으로 적확한 결말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독자를 배신하지 않는 힘, 이것이 어쩌면 이 소설을 그토록 오랜시간, 많은 소녀들에게 회자되게 한 원동력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이런 힘을 위로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여하간, 나는 이 소설의 정치적, 사회적 의미에 대해서는 되도록 피하고 싶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숱한 평론가들이 이미 할 말은 다했기 때문이고, 더 나아가 나는 그들보다 아는 게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가 많은 시간을 보낸 로우드에서의 생활이나 여성의 사회 참여와 경제적 예속, 결혼의 문제, 종교적 신념 따위는 나도 입을 대고 싶은 부분이 있지만, 오히려 개인적인 감상에 의존해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내 속내이기도 하다.  

제인 에어는, 사랑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해할 수는 없는, 혹은 미운 아가씨다. 이해할 수 없으면서 사랑할 수 있다는 나의 말이 어처구니 없게 들리겠지만, 그 [어처구니 없음]이 심중에 담긴 진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 어처구니 없음을 어처구니 없게 사랑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는구나! 여하간, 사랑할 수 있는 부분은 그녀가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을 때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그녀가 아가씨의 얼굴을 하고 있을 때다. 그녀가 [외삼촌 집]에서 보여 준 결기나 [로우드]에서 보여준 의지들은, 당당함과 강인함, 자기애라는 덕목에서 충분히 납득되고 사랑스러웠다. 그러나, 그녀가 가정교사로 근무한 [손필드 장]이나, 떠돌다가 우연히 들어선 [무어 하우스] 그리고 다시 돌아온 [펀딘 장]에서의 행동들은 한 마디로 어처구니 없다.  

그렇게, "부당해! 부당한 일이야!"라는 말을 외칠 수 있었던 꼬마가, 타인의 부당함, 로체스터가 겪고 있는 부당함 앞에서는, 심지어 사랑하기도 했다면서, 어찌 그리 빨리 발을 뺄 수 가 있었던 것일까.  "'어찌 감히'라고 했나요? 어찌 감히? 그게 바로 진실이기 때문이죠"라고 당당히 말하던 소녀가, 타인의 얼토당토아니한 요구, 신 존의 요구에는, 심지어 사랑하지도 않았다면서, 어찌 그리 우물쭈물할 수 있었던 것일까.  

다시 돌아간, 그, 로체스터 앞에서, 이제는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여자이니 당당하게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녀의 말과 의지는 백 번쯤 옳고, 백만 번쯤 박수 쳐주고 싶은 모습니다. 사랑은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아도 될 때, 온전히 먹고 사는 일에서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을 때,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고 집중할 수 있고, 빠져들어도 되고, 탐닉해도 되며, 그럼에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후회를 보듬을 수 있다. 자립할 수 없는 사람의 사랑은 늘 신경증적인 행동을 수반할 수 밖에 없고, 파국을 피할 수 없다. 그러니, 상속이건 뭐건 일단 먹고 사는 일, 경제적 신분 상승을 이룬 후 로체스터를 찾은 제인은 역시나 어린 시절 똘망똘망함을 잃지 않는 듯 보였다. 그런데, 로체스터는 어떤가. 눈도 잃고, 팔도 잃어야 사랑을 붙들 수 있는가. 불구의 몸으로 온전한 제인을 얻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희생이야말로, 제인의 희생이야말로, 사랑의 숭고함이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나는 감히 그의 입을 찢으려 할 지도 모른다. 그런 이데올로기는 폐기되어야 옳다.   

제인에어는 목적지를 멀리 두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출발점에서 그리 멀리 나가지 못한 소설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아무리, 사랑이 감정의 낭비라지만, 연애가 유희이고, 혼인이 약자의 자기 구제라지만, 이건 옳지 않다. 명민한 한 소녀를 정신병에 가까운 아가씨로 만들어 버린, 샬럿의 의지가 정확히 무엇을 향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작가의 히스테리에 희생된 주인공들이야 목숨이 붙어 있지 않아 다행이지만, 살아 있는 독자로서의 소녀들은 또 어쩌란 말인가. 공기를 따라 떠다니는 모든 낭비의 기류를 사랑이라고 한다면, 설마 그것들을 모두 사랑이라고 말 할 작정이라면, 아아~ 나의 주인님은 그저 신이었으면 좋겠다. 차라리, 신이었으면, 이성도 내려놓고, 심지어 광기에 사로잡혀 따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민음사에서 나온 책을 잃어버려, 펭귄 클래식을 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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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인에어-제국시대의 낭만적 사랑
    from 바느질하는 오후 2010-07-12 22:47 
    책부족의 독후감 동우님의 독후감: -http://blog.daum.net/hun0207/13291034, -http://blog.daum.net/hun0207/13291035, -http://blog.daum.net/hun0207/13291036 호호야님의 독후감: http://blog.daum.net/tou..
 
 
멜라니아 2010-07-12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존의 요구 앞에서 우물쭈물 하는 처녀 제인에어를 어처구니없어 하는 것에
동감. 이래서 제인을 좋아할 수 없었음을 고백함.

그런데 굿바이님 감상 중에

사랑은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아도 될 때,
온전히 먹고 사는 일에서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을 때,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고 집중할 수 있고, 빠져들어도 되고, 탐닉해도 되며, 그럼에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후회를 보듬을 수 있다.

자립할 수 없는 사람의 사랑은 늘 신경증적인 행동을 수반할 수 밖에 없고,
파국을 피할 수 없다

이런 말씀을 하신 굿바이님은 어쩐지 제인에어 같아요
똑똑하고 똑부러지고.. 그래서 제인에어 같아요.

오염된 세상의 사랑에서 진절머리 내시고
사랑의 진정성을 찾으시는 순수한 굿바이님 마음이나
자신의 사랑을 진실되게 하고자 하는 제인의 열망이나 어떤 점에선가 비슷해요.





굿바이 2010-07-13 12:36   좋아요 0 | URL
제가 20대에 제인을 조금이라도 닮았더라면, 아~~~~ 저는 참말로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말은 매몰차게 할 수 있었을지 몰라도, 돌이켜보면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버틸 힘이 저는 없었거든요. 뭐라도 목발로 삼아 나아가고 싶었고, 도망치고 싶었고 그랬답니다. 그 결과 얻은 후회가 뼈져리니까, 창피하니까, 이제는 이렇게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몸도 마음도 자립할 수 있을 때, 사랑해야 한다고 말이죠....

멜라니아님, 저는 사랑의 진정성 따위는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 진정성이라는 것에 매달려 흉내내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아휴~ 웃기는 이야기죠.
인간이 무슨 힘으로 진정으로 흠결없이 타인을 사랑할 수 있겠어요? 어떻게 똑같은 양으로, 똑같은 에너지로, 똑같은 절망으로 사랑할 수 있겠어요? 그렇게 믿고 싶은거죠. 믿어야 살 수 있으니까 말이예요.

사랑도 종교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신이 존재하느냐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신을 찾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봐야하는 것처럼, 진실한 사랑이 존재하느냐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추구 할 수 밖에 없는 혹은 그것이라도 믿고 매몰되어야 하는 인간의 절절함과 나약함과 절망을 봐야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차좋아 2010-07-12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 어떻게 풀어내야할지 몰라 언급도 안한 로체스터의 비극 그 후 베푸는 제인에어의 관계에서 이루어진 희생의 사랑. 관계의 우위를 점한 상황에서 제인에어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장면.
'제인에어가 바란게 그런거였나?' 하고 좀 섭섭했었어요. 그 모습에서 제인에어는 잔인하기까지합니다. 지나친 자존이 이기심으로 느껴졌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조차 물질적 지원을 받을 수 없었던 제인에어. 그 잘난 자존감 때문에 사랑을 버렸던 그녀가 처지가 바뀌자 다시 사랑을 되찾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로체스터에 대한 그녀의 진정을 의심하는건 아니지만, 로체스터 입장에서 참 섭섭한 일 일수 있겠습니다.

펭귄클래식 껍데기 참 이뻐요 ㅎㅎㅎ

굿바이 2010-07-13 12:47   좋아요 0 | URL
설마요, 제인에어가 로체스터가 그렇게 망가지길 원했겠어요? 그러면 왠지 미저리같은 분위기가 연출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ㅎㅎㅎ

작가가 제인의 의지나 성공 뭐 이런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서, 과하게 연출한 상황이 아닐까 싶어요. 이런 걸 미숙하다고 해야 하는 것인지도...
제인이 그 잘난 자존감이라도 없었으면, 글쎄, 저는 오히려 책을 읽는 내내 더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존감없는 인간의 삶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면 쉽게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만, 향편님의 말씀처럼, 그런 모습이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게 있어요. 무언가 받아본 적 없는 사람들은 누군가에게서 호의를 받는 것도 참 어색할 때가 있죠. 그러니, 사랑을 받아본 적 없는 제인이 쉽게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싶어요. 두렵기도 하고, 의심도 되고, 초라한 자신이 싫기도 하고, 뭐 그런 마음이 저는 이해됩니다. 충분히.
물론, 로체스터 입장은 다르겠지만 말이예요. 제가 로체스터라면 저는 돌아온 제인을 그렇게 받아주지 않았을 거예요. 결단코!!! 이에는 이, 눈에는 눈! ㅎㅎㅎ

멜라니아 2010-07-13 13:3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로체스터가 불구가 되었으면서도 당당한 모습으로 제인을 향해 마음을 여는 것.
이거이 왠만한 남자는 못합니다
제가 남자라도 못할 것이고, 나를 버렸어? 흥 다시 돌아왔다고?
돈까지 들고... 내가 이렇게 되어 버린 게 누구 때문인데..
저는 망가지면 망가졌지 절대 제인을 받아들일 수 없을 거에요
자존짐 팍팍 상해가지고 말이에요
게다가 이젠 돈도 없지 불구지, 나이도 좀 많아요?

그런데 소설에서는 제인에어가 사랑하는 남자니까
멋져야죠.
샬롯 브론테는 상상의 남자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드라마에도 멋진 남자 많이 나오잖아요
그 남자들 한국인 남자 일반인줄 알고서리
일본에서 한국 남자 인기 좋잖아요

우리 인생에 사랑에 관한 사기가 없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소설에서라도 이렇게 풀어주지 않으면
우리 별볼일 별로 없는 인간들 심사를 어떻게 다독이겠어요..

제인에어는 요즘 나왔다면 오늘의 작가상도 못 받았을 거에요
그러나 그때 나왔으니까 오늘 우리에게 고전으로 된 것이고
고전이 되게 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읽어준 덕분이고.

오늘날 요렇고롬 소설 썼다가 평론가들에게 무지 맞지요
인터넷에서 아주 씹을거에요. 이런 거 상 주었다고.

hohoya 2010-07-13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존의 허무맹랑한 요구앞에서 우물쭈물하는 제인을 저는 십분 이해한답니다.
로체스처에게는 나름의 확신이 있었어요,자신이 사랑받는다는 것을 알았고 제인도 로체스터를 사랑했겠지요.
그래서 독한말도 믿거라하고 내뱉을 수 있었지만,
존은 좀 어려웠던거에요.
자신의 거절로 인해 난생 처음 갖게된 내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혹여 구멍이 날까 걱정도 되고
존의 성격이 내향적이고 우울하니까 상처가 더욱 깊지 않을까 걱정되는 면도 있고요.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존에게는 로체스터에게처럼 제인의 감정을 전폭적으로 표현할 만한 믿음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제인의 어느 성격이 나와 비슷하다는 가정하에 말이지요. ^^

보면 제인이 은근 애교가 있더군요.




굿바이 2010-07-13 21:33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죠? 은근 애교가 있어요.

거절하는 게 쉽지않은 제 자신이 꼴보기 싫어서 제인이 얄미웠던 모양입니다.
거절을 못한다는 것은, 관계가 소원해질 것을 두려워해서 마지못해 택하는 행동일 수 있잖아요. 저는 제 자신 그런 모습이 참 싫어요. 이제 좀 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질 때도 되었는데, 꼭 코흘리개 시절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까요.

호호야님 말씀 듣고 보니, 믿음이 또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아요. 로체스터나 제인은 서로의 감정에 대한 믿음이 있었으니까 좀 막해도 되는데, 존은 그게 안된거겠죠. 아~~~ 정말 사람과 사람, 이거 너무 힘들어요.

동우 2010-07-14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굿바이님.
드라마적 재미는 있었을지언정 드라마적인 감동은 없었다는 점, 상황 설정이나 전개과정은 지극히 안일하고 어쩌면 작위적이었다는 점, 십분(앗 일본말)공감.
여성의 사회참여, 경제적예속문제, 결혼문제, 종교적신념 따위.. 얘기꺼리가 될수 없다는점, 십분 공감.
제인 에어의 완성된 사랑의 형태에 '희생'이라는 어휘가 개입된다는 것에 대한 반감, 십분 공감.
거기에 사랑의 숭고함 따위를 대입하여 돋는 닭살, 십분 공감.

다만 굿바이님.
제인 에어의 사랑이 감정의 낭비라고 느끼신 소이는 불명확한채로 십분 공감하지 못한다는 거. 하하하.

굿바이 2010-07-14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들켰어요.ㅋㅋ

사랑의 감정이 낭비라고 막 말하고 싶은 건, 제인이야기가 아니라 제 이야기일 겁니다. 살짝 물을 타보려고 했는데, 꼼짝없이 들켰네요.
고백하자면, 저는 주름 사이사이, 뼈마디 사이사이 맺힌 그 뜨거운 뭔가가 징그럽게 싫습니다. 그래서 억지스럽게 뭐든 살균하려고 해요. 제가 생각해도 참 억지스럽죠. 억지스러우니 꼴보기 싫구요.

그런데, 타고난 기질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아요. 잘 안돼요. 부산의 바다가 원흉인지, 목포의 바다가 원흉인지, 군산의 바다가 원흉인지, 대전의 실개천이 원흉인지, 서울의 공기가 원흉인지, 아무리 애를 써도 저는 늘 끈끈하고 질척이고 그래요.
그게 참....
 
<우울의 심리학 / 꿈꾸는 20대, 史記에 길을 묻다>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우울의 심리학 -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우울증에 관한 심리 치유 보고서
수 앳킨슨 지음, 김상문 옮김 / 소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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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의 심리학]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우울증에 관한 심리 치유 보고서,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누구나,라는 단어에서 책을 읽기도 전에 적잖이 위로를 받을 수 있었으니, 책의 분류에 따르면 '내인성 우울증'에 해당하는 나로서는 약간의 위로를 처음부터 받은 셈이다. 또한, 이 책의 저자가 실제로 우울증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변화할 수 있다고 믿고, 우울증을 극복했다고 하니, 책을 읽는 동안 그녀가 소개한 방법들에 신뢰가 갔다. 공감한다는 것의 위력은 이렇게 크다.  

우울증은 매우 복잡한 원인들로 발생한다. 또한 감기처럼 누구나 걸릴 수 있지만, 하루 아침에 치유되는 병도 아니다. 그러나, 그 원인을 따져 대처하면 극복할 수도 있다는 것이 지은이의 경험이자 주장이다. 특히, 지은이는 이 책 19장에서 우울증의 원인으로 [낮은 자존감]을 지적한다. 자신감 부족, 떨쳐 버릴 수 없는 죄책감, 자기 증오, 외모 자신감 부족,여부를 통해 자신의 자존감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우울하게도 나는 모든 항목에 동그라미를 쳤다. 여튼, 지은이는 낮은 자존감의 원인을 유년기 시절의 비난, 엉뚱한 죄책감, 부정적인 생각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렇듯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물론 다른 이유도 있지만, 유년 시절의 경험, 특히 유년 시절의 비난과 죄책감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은, 우울증이 단순한 현실 도피용 꾀병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우울증의 실상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비난과 다르게 우울증은 그냥 어떤 순간들을 도피하기 위해 급조된 감상이 아니다. 어느 순간, 특히 삶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순간 대면하기 고통스러운 경험들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지만,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이 시절이 어느 때 보다 많은 우울증 환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시절에 우울증을 호소하는 것 자체가 무능을 입증하는, 더 나아가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가열차게 공부하고, 일하고, 성공해야 하고, 또 성공을 유지해야 대접받는 사회에서 우울하다고 말하는 것, 우울하기에 움츠려 드는 것은 이미 낙오했다는 증거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타인들은 아무 무리없이 적응하고, 또 잘해내는 그 무엇이 내게는 불능일 때, 수치스러움은 점점 자존감을 낮추고, 학습된 무기력은 우울증을 극복할 수 없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듯 싶다.   

그렇다고 우울을 양산하는 시절이라서 나는 마냥 우울하겠소,라고 할 수도 없으니, 저자가 소개한 몇 가지 조언들을 실천해 보면 어떨까 싶다. 우울증을 완벽히 벗어날 수는 없을 지라도, 삶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것으로 만족하면 족할 일이다. 그러니, 먼저 무엇이 나를 우울하게 하는지 파악하자. 그리고, 자신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조금 접고, 내게 아주 의미 심장한 것을 발견해 이와 직면하자. 또한 자신에게 조금 더 친절해 지고, 적절한 신체적 운동과 창의적 활동을 실행에 옮겨 보자. 아, 쓰고 보니 쉬워 보이지는 않지만, 어찌되었건 위험한 결말을 연출하는 일 보다는 수월해 보인다. 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나도, 그리고 당신들도 이 방법들을 조금씩 실천해 보자. 그리고 모두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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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니아 2010-06-08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향편님 블에서도 이 책을 봤었네요.

우울증에 관한 책은,
읽어 보면 결국 해결방법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더라구요

그러나 어느 경계선에서 더 깊이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때고 있고
가까스로 자기 조절을 하는 수도 있고 한 마디로 왔다갔다 하면서
사는 것 같아요,, 대개의 성인 70 %는 그 경계선을 오락가락 하면서
제발 무슨 일만 안 일어나면 정상적인 생활을 잘 하는 것 같은 연기를 할 수 있기는 하죠.

우울증이 우울병으로 까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은
자기 생의 주인은 자기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져야만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그 의식이 희마한 사람, 약한 사람
즉 학교 다닐때 과외 없이는 절대 공부못하는 심지 약한 아이처럼
누군가 도와 주겠지 하고, 주위의 도움을 받으려는 마음으로 있다 보면
자기 우울을 만들어 내는 원인은 사방에 가득가득.

저는 30대에 아주 심하게 오락가락의 증세를 겪었었는데
그때 정말 심리학 책을 많이 읽었더랬어요
그때 그것을 해결하는 단어가 있다면 <감사> 였는데
감사 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해서 가져지고 하는 게 아니라서
주변 사람의 무심한 횡포에 의해 많이도 상처를 받곤 했어요.

결혼하고 나서도 자주 그 오락가락의 증상은 지속 되다가
요새는요. 많이 짧아요. 우울한 게 귀찮아지는 것을 보면
우울증으로 가는 병인이 없어졌다고도 할 수 있겠죠?
마음은 너그러워져 가고 있고 동시에 늙어가고 있구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도 인정하고 있구요
저 스스로를 미워하는 일을 거의 줄였어요
자기를 미워하지 않으면 남 미워하는 마음도 줄어들고
비로서 감사 하는 마음도, 이렇게라도 살게 된 것에 감사하게 되더라구요


굿바이 2010-06-09 12:01   좋아요 0 | URL
30대가 끝나면 저도 좀 좋아질까요? 저는 남들에게는 잘 안들키려고 노력하는데, 혼자 있거나 그런 상황에서는 좀 진상이예요^^

감사하는 마음이 쉽지 않을 때가 많아요. 너무 쉽게 분노하고, 때로는 모욕하고, 증오하고...마음이 풍랑 속에 갇힌 것 같아요. 언제나 이 마음들이 다시 해변으로 돌아오고, 미풍에 햇살에 말랑말랑해 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멜라니아님 말씀처럼, 나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 일이 참 힘드네요.

동우 2010-06-09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글을 읽고 다시 느끼건대 우울증은 방어기제가 아닙니다.
감정모체의 리얼리즘입니다.
남이 보기에 아무리 깊은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이라도 우울증을 전혀 경험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하지요.
어떤 기질의 문제인것 같아요. 굿바이님, 멜라니아님, 나 또한.
이 책은 그 기질 개선에 도움이 될듯.

내가 먼저 맛보아 느끼건대, 나이 먹으면 젊은시절의 우울증은 시나브로 사라집니다.
그 대신 새로운 근심같은(이걸 우울증이라고 해야 할지), 막연한 불안이나 초조감 같은게 생기는것 같더군요.

이것은 정신적인 어떤 문제라기보다, 인간이란 보편적 특성의 생태학적으로 이해할 측면은 아닌지.

(후렴)
도무지 공감할수 없는 것.
굿바이님의 낮은 자존감이라는 부분.
자신감 부족, 떨쳐 버릴 수 없는 죄책감, 자기 증오, 외모 자신감 부족.

(아아, 굿바이님의 트라우마는 세기를 넘나드는 어떤 신화적인 것일지라..ㅎㅎㅎ)

굿바이 2010-06-09 12:07   좋아요 0 | URL
기질의 문제면...아....누구를 원망해야 하나요??? 엉엉!

어쩌면, 제가 보기에 좀 한심한 부분들을, 방어기제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포장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정말 낙오한 것 같은 공포에 빠지거든요.

동우님의 말씀을 믿어볼께요. 시간이 가면 좀 더 좋아지겠죠^^

(후렴)
아~~~ 저는요, 진짜로, 다 해당되요. 쪽팔려서 안그런 척 하는거예요. 언제 상담이라도 좀 해주세요.

멜라니아 2010-06-10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굿바이님에게 자꾸 못생겼다고 하는 사람이 있나 보죠
예를들면 옆에서 자다가 남편이 일어나 앉아서 너 못생겼다 한숨이라도 쉬는 거에요?
영화 배우 같다고 싸인도 받는 분이.
그렇긴 하지 문소리가 아주 예쁜 배우는 아니니까 ㅋㅋ

어떤 얼굴 모습이면 마음에 들 것 같아요?
우리끼리 좀 이야기 해 보죠

나도 예뻤으면 좀 예뻤으면 하는 사람 중 하나니까( 남들이 욕해도)
나는 피부가 굿바이님처럼 화장 안 해도 되는 피부였으면 좋겠고
눈이, 굿바이님처럼
밤새고 나와도 반짝 반짝 거리고 하얀 눈자위에 핏줄도 안 섰으면 좋겠고.
허리가 굿바이님 처럼 낭창낭창 했으면 좋겠고
몸묵게 굿바이님처럼 가늘가늘 하늘 하늘, 어디 두면 날아갈 듯한 자태였으면 좋겠고,
굿바이님처럼 눈이 크고 영리해 뵈었으면 좋ㄱ겠고
30대 후반이면서도 20대 같았으면 굿바이님처럼...


이런 굿바이님이 원하는 외양은 고현정?
매릴스트립? 아님 현대 영화의 어떤 누구?


굿바이 2010-06-11 11:59   좋아요 0 | URL
음...어렸을 때는 언니가 매일 놀렸던 것 같아요, 희멀건하게 생겼다구요^^

이왕 이야기가 나왔으니, 멜라니아님이 혼내셔도 자복할께요.
저는 웬디의 강아지눈과, 멜라니아님의 오똑한 콧날과, 민정이의 도톰한 입술에, 호호야님의 동그란 얼굴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부산에서 뵐 때, 그때 제가 입은 옷이 좀 헐렁해서 말랑말랑해 보인 것 같아요. 진정 오해라구요!!!!! 쳇!

멜라니아 2010-06-10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30대 지나면 우울증은 엷어지고 자기 미워하는 것도 적어질 거에요
그 사이 잘 지내고 그 사이 우울해서 자살하지만 않으면 마흔 살 되고
마흔살 되어도 우울증이 그다지 호전이 안 되면 50 이 될 즈음에는
희미해질 거에요. 이때는 상당히 호르몬 변화가 생기는 데다가
이미 신체의 여러 부분이 늙고 낡아가는 시기이니까
밤 새고 머리 싸매고 생각하려 해도 몸이 안 따라가주거든요

밤엔 자야하고, 배고프면 먹어줘야 하고 보기 싫은 사람은 안 만나게 되고 하면서
기분 나쁜 일도 덜 보게 되어서 우울한 일도 적게 될 거에요

그런데 그렇게 되는 것도 별로 기다려지지 않지요?

우울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을 다 말아먹고 있으니까
이 세상을 슬퍼하는 자, 살아남아서 눈 뜨고 생각하고 고민해 줘야죠

하지만 사실, 굿바이님의 근본적인 우울은 말하지 않는 어떤 부분에 있을 거에요

이 블로그에서도 책글만 있고 음악만 있지
어떻게 사는 사람인지 보이지 않지요
보이고 싶지 않으니 그 부분을 직면할 때는 혼자 잖아요
혼자 있으면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고 보여줄 수 없는 것들을 혼자 껴안으려 할 때
힘에 겹잖아요. 힘에 겨우니 눈물이 날 것 같잖아요
슬픈 것인지 화가 난 것인지, 사실 우울한 것인지
서글픈 것인지 구분도 안 되잖아요.

속 이야기를 모두 해 보지는 않았으나, 몇 달 사이에 느낀 굿바이님에 대한
제 느낌이에요.
이 여자는 열어야 할 단지, 무거운 뚜껑이 꽤 있구나.

아는 척 하는 것, 모르면서 아는 척 하는 거 이해해 줘요
만나서 말로는 못하겠는데 글이니까, 글은 잘 이해해 줄거라고 생각해서
마음가는 대로 적고 있어요.

지금당장 우울의 옷을 벗어버릴 수는 없지만 이게 어떤 산을 올라가기 전의
계곡쯤 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산을 꼭 올라가야 할 필요도 없겠다 싶을 때,
계곡물에 발 벗고 쉴 수 있는 때가 올 거에요


굿바이 2010-06-11 13:20   좋아요 0 | URL
생각해 보면, 이 블로그가 있는지 친구들도 모르는 것 같아요. 네이버 블로그 할 때도 그랬고, 저는 미니홈피나 이런 건 아예 하지 않았거든요. 꼭, 드러내는 게 싫은 건 아닌데, 주위에 있는 친구들도, 서로의 사생활에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아요. 끼리끼리였나.....

모르면서 아는 척 하시는 거 아닐거예요, 다 보이실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저도 주위에 있는 후배들 보면 어떤 것들은 말 안해도 짐작이 되곤 하더라구요. 물론, 불필요한 예단은 잘 안하지만, 그래도 어느 때는 보이기도 해요. 그러니, 멜라니아님이 짐작하시는 제 모습도 어떤 부분은 정확할 것 같아요.

여하간 조금씩 좋아지겠죠. 지금도 다 나쁜 건 아니구요~
걱정해 주시고, 마음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Tomek 2010-06-10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바이님도 화이팅입니다! :)

굿바이 2010-06-11 11:54   좋아요 0 | URL
Tomek님고 화이팅입니다! ^^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 여자, 당신이 기다려 온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1
노엘라 (Noella) 지음 / 나무수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개인이 자신의 즐거움에 몰입하는 것을 두고 옳다, 그르다, 라는 평을 하는 일은 언제나 조심스럽다. 특히 예술의 영역이라면 그런 왈가왈부가 무의미해 보인다. 예술가에게 즐거움은 자신의 재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원천일테니 말이다. 물론, 여기서 즐거움이란, 다시 말해 쾌락이란, 고통까지도 포함한 것이다. 그럼, 글은 또 어떠한가? 어떤 소재를 선택하는 일도, 그 소재를 풀어내는 방식도 글쓰는 이에게 즐거운, 그러니까 글쓰는 이도 즐겨야 좋은 글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독자의 입맛을 고려해 글쓰는 이의 쾌락을 거세하는 것은 무지한 처사일 수 있다. 그저 서로 잘 통하는 이들이 만나면 그만일 일이다.   

서로 잘 통하는 작가와 독자가 있다. 아마 즐거움을 느끼는 대목이 같은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 글을 만나면 참 반갑고 설렌다. 그 반대의 경우라면 좀 아쉽다. 그렇다고 나를 감동시키지 못한 글이라 매도할 일도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감동적인 책으로 읽힐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글쓴이의 즐거움을 오롯이 나눌 수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럴 수 없었다. 물론 소개된 음악이나 그림들은 나도 아끼는 것들이라 저자의 선택에 고마움을 느꼈지만, 책의 제목으로 가늠한 기대는 충족되지 않았다. 여기에 소개된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려면] 작가의 감성적인 접근 방식만으로는 좀 부족했다는 생각이다.  

물론, 글쓴이의 감성을 충분히 녹여낸 글쓰기 방식은, 아마 저자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글쓰기 형태였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개인적인 감상평이 정보를 전달하는 부분에 비해 너무 많다 싶다. 이런 구조를 비난할 생각은 아니지만, 그랬으면 차라리 다른 형태의 책을 집필하거나, 다른 매체를 대상으로 글을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여전히 위대하다고 칭송되는 이유는 그의 작품들이 위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식상한 주제들을 그 시대에는 혁명이라 부를 만한 형식과 상상력으로 풀어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모든 작품이 다 위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궁색할 이유도 없지 않을까 싶다. 대중에게 어려울 수도 있고, 낯설 수도 있는 예술을, 좀 더 쉽게 설명하고 공감하기 위해 쓰여진 책이라면 좀 더 혁명적인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누가 봐도 좋은 경력을 소유한 작가에게 혁명적 글쓰기를 말하는 것이 우스울 수도 있고, 작가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한 나의 무지를 탓해야 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저 누군가의 공개된 일기를, 그것도 너무 은밀한 일기장을 읽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쉽지만 나는 관음증 환자가 아니다. 그러니, 타인의 일기를 보는 일에 심드렁할 수 밖에 없다. 일기라면 내 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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