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여행 에피소드 하나-문수산장이 귀곡산장?
8월 15.16일 함양.남원, 구례 일대로 여행을 갔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15일이 3일 연휴가 시작되는 날인지라 차가 많이 밀렸다. 어찌나 밀리던지 부산에서 창원 언저리까지 가는 데만도 3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런데다 가는 길에 계획에 없던 구형왕릉 표지판을 보고 거길 들렀다가 가는 바람에 함양 벽송사와 남원 실상사를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백장암에 도착했을 때는 어둑어둑했다.
아쉬운 대로 어둠에 묻힌 백장암 탑이랑 부도를 보고 729번 도로를 타고 가다 저녁을 먹으러 간 시간이 8시30분쯤. 하룻밤 자기로 예약해 놓은 곳이 지리산을 넘어가야 하는 구례군 토지면에 있는 문수사 밑에 있는 산장이었다. 걱정이 돼서 식당 가기전에 네비를 찍어봤다. 9시 50분정도에 도착하는 것으로 찍힌다.그럼 밥을 먹고 가면 11시? 넘 늦게 지리산을 넘어가긴 그렇긴 한데 우쨌든 점심을 차 안에서 대충 해결했던지라 배가 아주 고팠다. 늦게 도착하더라도 밥을 먹고 가기로 했다. 토종 삼계탕을 시켰다. 배도 고프고 시간도 늦고
했으니 빨리 나오는 산채 정식을 먹었으면 되었을 것을 몸 보신(^^)한답시고 토종 삼계탕을 시켰더니 기다려도 기다려도 나오질 않았다.식당 쪽으로 고개를 쭈욱~ 빼고 기웃거리고 있으니옆에서 삼계탕을 드시고 계시던 아저씨게 이랬다.
"한 시간쯤 기다려야 될걸요.우리도 한 시간 기다려서 먹었는데"
배도 고프고 갈 길은도 먼데...우째 이런 일이.
우여곡절 끝에 식사를 끝내고 9시도 훨씬 넘은 시간에 뱀사골에서 달궁계곡을 지나 861번 도로를 타고 성삼재를 넘었다. 산 속을 한~~~참을 달리고 달려 재를 넘어오는데 밤이 이슥해서인지 도로 위엔 우리가 탄 차 외에 지나가는 차량이 별로 없었다. 장난기가 발동했다.
“... 지리산이 예전에 빨치산 근거지였잖아. 빨치산을 토벌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희생자가 생긴 건 알제. 그 때 총각들이 그렇게 죽었단다. 그런데다 지리산 산행하다 죽은 총각들도 많단다. 그 혼령들이...”
그러자 공기 너무 좋다고 창문을 활짝 열고 달리던 처자가 재빨리 창문을 올렸다. 그리고 서늘한 침묵이 흘렀다. 그래서 또 장난을 쳤다.
“만약에 총각 귀신이 나타나서 우리 차 앞을 딱 가로 막고 나는 뽀뽀도 한 번 못해보고 저승 가긴 너무 억울하다. 이러면서 뽀뽀한번 해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할래?”
그랬더니 세 처녀가 한참 생각에 잠기더니 그 중 한 명이 이런다.
“우린 아줌마예요.이러지 뭐.”
그러자 나머지 2명의 처녀들 “맞다맞다”이러면서 손뼉을 친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아줌마라도 괜찮아요. 이러면 어쩔건데?”
그러니까 다른 한 처자가 이랬다.
“그럼 할머니라고 해야하나?”
암튼 총각 귀신을 물리칠 딱 한 마디를 생각하느라 고심을 하고 있을 때, 착한 처자 하나는 “그냥 소원 들어 주죠 뭐.” 이런다.
이런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며 남원에서 지리산을 넘어 구례 토지면으로 온 시간이 10시 30분쯤. 예약해 놓은 문수 산장에선 우리가 밤이 이슥해도 안오니 바리바리 전화를 했다. 마을들이 이어진 길을 지나 네비 안내 따라 문수 산장이 있다는 문수 계곡 가는 길에 들어섰다. 처음에는 산 밑으로 띄엄띄엄 불빛이 보였다. 계곡을 한참 들어갈 때까지. 그런데 어느 순간 울퉁불퉁한 길이 나오더니 산밑 마을에서 보이던 불빛이 안보였다. 그 불빛 중 어느 집이 우리가 잘 집이려니 하고 들어가다 불빛이 끊이니 간담이 서늘해 졌다.말 그대로 칠흑
같은 어둠 만이 사방을 둘러쌓다. 그 속을 뚫고 산모퉁이를 도는데 무서움이 슬금슬금 몰려오기 시작했다.
‘문수 산장이 있긴 있는 건가? 혹시 귀곡 산장?’
불빛이 안 보이니 이젠 무서움을 넘어 공포감이 엄습하며 오만가지 생각이 일시에 들끓었다.
‘괜히 총각 귀신 이야기를 해 가지고, 진짜 총각 귀신이 나오는 거 아니가? 어쩌구 저쩌구...’
아~~~ 그런데 네비가 거의 다 왔다는 표시를 할 무렵 불빛이 보였다. 귀곡 산장은 아니었다. 휴~
(그런데 이 무슨 조환지! 금방 딴 생각이 든다.
'환타지 한편을 완성할 뻔 했는데 ...^^'
그런데다 산장에 도착하자 마자 한 처자가 이랬다.
"언니, 총각 귀신 이야기 마져 해죠."
헉~사람 마음은 우째이리 변덕스러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