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족장 세르멕 상.하 세트 - 전2권
우광환 지음 / 새움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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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족장, 부족, 초원, 막사. 모두 이 책에서 배경을 나타내는 말이다. 근대화랑은 거리가 먼 용어에 지명과 이름도 새로워 무척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주된 배경인 드넓은 평원과 수많은 부족민을 상상하니 깨끗하고 탁 트인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다.


 '족장 세르멕'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달족의 족장 세르멕의 일대기를 그린 이야기이다. 달족 장로네 막내 아들 마카부 시선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마카부는 부족간의 전쟁이 끊이지 않는 시기에 아버지와 세 형을 앞세웠고 자신 또한 부족을 위해 한 몸 아끼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본능과 호승심에 무작정 달려들지 않고 자기만의 기지와 계획을 갖고 움직인다. 마카부와 세르멕의 이런 면 덕분에 소설이 더 풍부하고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덕분에 절망적이고 안타까운 상황에서 마카부가 어떻게 이들을 무너뜨리고 승리를 쟁취할지 기대되고 끝내 성취감을 맞볼 수 있다. 


 전개가 빨라 시원시원하지만 개인적으로 좀 더 부족간의 갈등이나 평화로운 부족의 모습 등 과정을 더 묘사해 줬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총 두 권으로 되는 장편 소설이기에 작가 분께서 호흡을 조절한 것일 테지만 새로운 부족이나 나라, 배경의 상세한 설계를 읽어나가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기에 이런 새로운 배경이 나의 상상 속에서 이뤄진다는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인물의 관계나 부족의 세세한 면 등 상상하는 즐거움도 있고 충분히 유추 가능해 순전히 더 많은 부분을 즐기고 싶은 욕심일 수도 있겠다. 


 또 이야기의 시작을 주인공 세르멕이 아닌, 그의 아버지 마카부로부터 시작되어 주인공 외엔 마냥 멀게만 느껴질 수 있는 그의 주변인물들이 조금 더 가깝게 느껴졌다. 자연적으로 그의 부족과 마카부, 베키라에게 먼저 애정이 가게 된다. 세르멕을 통해 종종 나오는 그들의 모습이 더 반갑기도 했다.


 이 책 '족장 세르멕'은 현대물이 아니라 가상에 배경을 두고 '부족'을 이룬다는 점과 이들 간의 이해관계를 풀어나가는 점이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주인공을 따라 그의 의견과 행동에 수긍하기도 하고 마음도 졸이며 독자 입장에서도 꽤 입체적으로 읽을 수 있었다. 색다르고 탁 트인 시원한 소설을 즐기고 싶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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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비 탁자 나비클럽 소설선
공원국 지음 / 나비클럽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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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베트 초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얘기는 한 남자가 손에 쥔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할 때 도피처로 삼은 곳이다. 우리와 비슷한 모습이 그려지면서도 광활한 들판과 하늘을 떠올리니 신선의 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치 판타지소설을 읽는 느낌도 들었다. 현실이면서 현실감 없는 이 곳에서 지우는 어떤 것을 얻어낼 수 있을까?


 소설의 제목인 '가문비 탁자'도 생소하다. 탁자는 우리가 아는 그 탁자를 가리키는 것일테고, 가문비는 무엇인가? 가문비는 체링이 언젠가 목수인 아버지와 함께 베어낼 나무를 찾을 때 등장한다. 그들은 초원의 오래된 고원의 큰 '가문비나무'를 베어 법당을 지을 때 썼다. 그렇다면 앞으로 또다시 가문비나무를 베어 탁자로 만든다는 것이겠지? 가문비나무는 티베트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한 곳에 굳건히 지키고 서 있는 티베트의 삶. 각자 이 가문비 탁자를 두고 서로 어떤 생각을 끄집어낼까?



 앞서 말했듯, 티베트가 배경이니만큼 새롭고 신선했다. 더욱이 주변에 흔치 않는 목수의 삶을 깊숙이 들여다 보는 것 같아 더 흥미로웠다. 그들의 삶, 언어, 생활 방식 등 세세하게 그려놓아 더 몰입했던 것 같다. 반면, 이에 대한 배경 지식은 부족해서 처음엔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잘 와닿지 않았다. 문맥상 중국이 티베트의 전통과 문화를 억압하는 과정에서 서로 이해 충돌이 생긴 듯 하다. 장편 소설이니만큼 호흡이 길면서 수많은 등장인물의 모습을 다양하면서 조금씩 꺼내어 보여주는 것이 재미있다. 점차 배경이 넓어지며 앞서 나온 복선들이 터뜨려지는 상황도 흥미로웠다.


이 '가문비 탁자' 소설에는 여러 등장인물이 나와 각자의 얘기를 진행시킨다. 지우, 왕빈, 체링. 장인우.. 이 장편소설의또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지우는 선한 사람이다. 하지만 마음만큼 생각과 행동이 따라가지 못한다. 그의 전약혼자의 말마따나 지우는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직장도, 아내도 아이도 잃었다. '책임감이 없는 가짜 선행은 악행이다.' 그녀의 말이 비수처럼 지우의 가슴에 꽂혔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틀린 것은 없다. 현실 속에 있으면서 이상대로 살려고 한 것은 잘못이다. 그는 그렇게 떠밀리듯 고원으로 왔다. 나는 이 곳에서 그가 정신 좀 차렸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되려 책을 읽으면서 깨달아나가는 것은 내 마음이었다. 티베트로 오며 넓은 세상을 각자 인물들의 얘기가 연민이 느껴져 감히 누가 옳다 손을 들어주지 못했다. 어쩔 땐 등장인물들의 선택이 공감가지 않았다. 주인공들은 선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때론 너무나 책임감이 없었다. 자기 좋을대로 가만히 있다가 정작 옆에서 묵묵히 따라온 사람을 버려버린다. 이건 본인의 삶에 책임감이 없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그들은 선택의 폭과 자유를 얻었겠지만. 하지만 이것조차도 내가 너무 고루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


 '가문비 탁자'는 제목만큼이나 신선하고 새로운 소설이었다. 배경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도, 주제도. 가끔 너무 틀에 박힌 생각에 갇혀 내 세계를 한정짓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여러 주인공들의 상황과 선택을 나와 비교해보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되는 신비하고 색다른 소설이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http://cafe.naver.com/jhcomm/13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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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문장 수업 - 하루 한 문장으로 배우는 품격 있는 삶
김동섭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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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틴어. 지금 쓰이는 언어라기보다 고전에 쓰인 언어, 성경의 언어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더 신비롭고 매력적으로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판타지에 나오는 새로운 세계도 라틴어에서 모티브를 따 온 명칭도 많고, 옛 명언들도 라틴어로 구전되어 온다. 서구 문명의 뿌리가 되는 언어라니 마치 영어도 잘 하게 되지 않을까 책을 읽기도 전에 여러 기대감이 넘쳐흐른다.


 "언어 속에는 한 민족이 수천 년 동안 걸어온 발자취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런 까닭에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민족의 역사, 문화, 신화, 생활 방식, 세계관 등을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_p.5


 저자의 말처럼 언어는 그 나라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라틴어는 과거 강성했던 로마제국의 언어로 이용되었고 현재는 학문의 용어, 다른 언어의 뿌리로 계속해서 전해오고 있다. 이처럼 오랜 기간동안 사랑받고 이용된 언어를 배움으로써, 얼마나 더 큰 세계를 열 수 있을까.


 라틴어라고 하면 흔히 고전 명언을 떠올리곤 한다. 이 책도 여러 명언을 소개해 줌으로써 라틴어에 좀 더 다가가기 쉽게 만들어준다. 거기다 유래와 얽힌 얘기까지 곁들어 단 한 줄 말에 지나지 않았던 명언에 풍부한 살을 더해 가슴에 바로 와닿았다. 명언 속 이야기를 따라가니 새로운 교훈도 얻고 스스로 생각할거리를 던져주어 이 한 문장을 오래 곱씹어보게 한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명언에 쓰인 라틴어를 하나하나 나눠 해석하고, 발음까지 알려준다는 것이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며 쓰인 발음을 따라해보고, 비교해보고 되내어본다. 영어와 비슷하면서도 달라 정말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구나싶다. 덕분에 신선한 자극이 머릿 속에 튀어오르는 것 같다. 


 내가 가장 맘에 들었던 명언은 'Verus amicus est alter idem' 즉, '진정한 친구는 또 다른 내 자신이다'라는 말이다. Verus 진정한 amicus 친구는 est ~이다 alter 다른 idem 내 자신. 진정한 우정은 선한 사람들 사이에서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기에 나자신과 우정을 쌓기 위해서는 스스로 선행을 배푸는 사람이 먼저 되자는 뜻이 담겨있다. 여태 나는 주변 모두가 떠나가도 자신은 최후까지 스스로의 아군이라는 의미인 줄 알았는데 새로운 뜻을 알게 되어 재미있었다. 


 라틴어는 생각보다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종종 논문을 보며 무작정 외우기만 했던 용어의 어원이 라틴어라던가, '나'를 가리키는 라틴어가 'ego'라던가.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되는 알면서도 몰랐던 사실들이 반갑다. 이 '라틴어 문장 수업' 책을 통해 라틴어에 대해 첫 발을 들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무척 감사하다. 점차 많은 문장을 보고 깨우칠 수 있도록 더욱더 탐구해보고 싶은 언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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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왕이 온다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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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귀신은 '원(怨)'에 기반하고 한국귀신은 '한(恨)에 기반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한을 풀어주는 한국귀신의 얘기와 달리 일본귀신은 원인이나 이유없이 누군가 재수없게 걸려 피해를 당한다고. 유명한 영화 중, '곡성'과 '주온'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 책 '보기왕이온다' 에서 그렇게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점점 보면서 작품 내 한 마디, 하나의 행동이 단서로 주어지고 읽으면서 내내 찜찜하고 마음에 걸리던 것이 다른 사람들의 시점에 의해 보여지면서 그제야 명쾌해진다. 


 누군가 집에 찾아와 문을 두드린다. 그리고 이름을 부른다. 이미 죽어 없는 사람들의 이름까지. 그 누가 두렵지 않을 수 있을까. 보기왕은 섬뜩한 공포와 함께 새로운 교훈까지 떠올리게 만든다. 보기왕의 저주는 한 사람에게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책을 덮는 순간, 우리는 보기왕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안심하는 사람, 혹은 우리도 보기왕의 표적이 될 수 있겠다 끝나지 않는 두려움을 안고 있는 사람두 부류로 극명하게 갈릴 것이다. 


 나는 과연 안전한 현실에 있는지, 겉모습 뿐만 아니라 내 생활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보기왕은 진정한 공포를 맛보게 했다고 생각한다. 또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필요할 때에 딱 등장해 작위적으로 느껴지면서도 이야기를 흥미롭게 끌어나간다. 보기왕의 과거와 현재를 쫓아 그의 행적을 찾아나가는 것은 이야기를 꽤나 입체적으로 만들어줬다. 점점 드러나는 인물들의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에 혀를 내두르기도 한다. 그들의 모습은 곧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보기왕을 피하는 법은 매우 간단하면서 어렵다. 보기왕을 만나지 않으려면 책에 나와있는 그 한 가지를 잘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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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던 그 사람
웬디 미첼.아나 와튼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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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내가 치매에 걸린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만, 이 잔인한 병이 나를 비켜가리라 확신할 수 없다. 설사 내가 아니더라도 나의 부모, 형제, 주변인들 중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그도 그럴 것이 예방법은 커녕 치매의 원인조차 발견되지 않고 치료법 또한 없는 상황이다. 갑자기 달라진 모습에 자신은 물론, 주위 사람들도 당황스럽고 힘들다. 몸이 아니라 정신이 아픈 것이니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주위 사람들과 소통도 힘들고 혼란스러운 상황들이 이어질 것이다. '왜' 그러는지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 병인 것이다. 


 이 책은 '치매 환자'의 시선으로 서술 되어 있어 더 사실적이고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나'의 존재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이 책의 제목,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 될 줄이야. 전조 증상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두려웠다. 원인을 모르겠지만 몸과 발음이 둔해지고 피로감이 몰려온다. 작품 내 화자는 평소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심지어 병원에서-일도 라고 있으며 사람들과 좋은 관계도 활발하게 이어오고 있다. 어느 날, 운동하다 갑자기 넘어져 코를 깨졌다. 병원에 가도 나이 때문에 몸이 둔한 탓, 어딘가 걸려 넘어진 탓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치매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길을 잃는 걸 개의치 않고 산 중간으로 들어가곤 했지. 길을 잃어도 주변 지형을 잘 알았으니까 - 멀리 있는 지표와 낯익은 풍경을 보고 직감을 따라가면 됐으니까. 난 그럴 수 없어. 이제 그렇게 못해."_p.15


 치매임을 인지하고 준비하는 과정에, 역시 주변 사람의 원조가 크다고 느껴졌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주인공의 주변에 딸이 있어 의지할 수도, 자신의 생활을 돌봐줄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스스로가 버티지 못할 때 곁에 있는 것으로도 의지가 되었다. 나도 상대방에게 의지가 될만한, 또는 누군가 의지를 줄 정도의 관계가 있을지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었다. 동시에 '치매'는 누군가 곁에서 항상 신경 쓰고 지켜봐야 하는 존재인데, 가족이 아니면 이를 감당하고 옆에 쭉 있어줄 사람이 있을까 걱정스럽기도 한다. 머지않은 미래엔 치매에 대한 확실한 해결책과 예방이 확실히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더 이상 아파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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