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한 계획
신세연 지음 / 바른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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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는 병으로 죽고 아버지까지 사고로 명을 달리해 철저히 혼자가 되어버린 준건. 어머니 때처럼 아버지의 유해를 강에 뿌리고 그 곳에서 한 여성을 만난다. 이 책에서 워낙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는 지라 처음에 이 여성이 누굴 말하는 건지 헷갈릴 수 있겠다. 아버지를 거뒀던 그 어린 하녀인지, 자신의 스폰서가 된 지나인지. 주인공인 준건 외에도 이 수많은 인물의 시점이 교차되어 나오기 때문에 재미있기도 했다. 하지만 교차되어 나오는 시점이 누구 시점인지 다른 표시는 없기에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각자 자신만의 사정과 배경이 있기에 헷갈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등장인물들이 나오며 자신이 맡은 역할을 하고 들어가는 느낌이다. 한 인물과 연관되어 있지만 긴밀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좀 더 긴 호흡으로 서로의 심리와 관계를 더 보여줬으면 이해가 쉬웠을까? 개인적으로 애정이 갔던 어린 하녀의 등장과 역할이 아쉬웠다. 또 준건이 복수를 향해 달려가면서 연관되어 가는 인물도 늘어나지만 적시적소에 단서와 힌트를 던져주지, 그의 복수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해 다른 등장인물들보다 준건의 행동에만 더 집중하게 된다. 


 '처절한 계획'은 '처절한 상황'에서 비롯되었다. 모든 안타까운 배경이 한 사람의 욕심에서 비롯되었지만 그에게 닿는 법은 결코 만만치 않다. 하지만 자신의 가족과 삶을 망가뜨린 그를 그대로 둘 수도 없다. 혈연으로 이리 얽히고 섥힌 인물들의 관계가 재미있다. 나름 이들은 어떤 관계일지 추리해가며 읽는 것도 재미있었다. 복수는 원한이 있는 두 사람의 손으로 함께 이루길 원했지만, 결국엔 둘 다 마음 편한 선택을 한 것 같아 덩달아 내 마음도 놓인다. 이렇게나 달라 보이는 사람들이 사실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소재가 신선하다. 어찌 보면 우리의 삶도 이 책과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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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된 불평등 - 첨단 기술은 어떻게 가난한 사람들을 분석하고, 감시하고, 처벌하는가
버지니아 유뱅크스 지음, 김영선 옮김, 홍기빈 / 북트리거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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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이 지날수록 기술은 발전하고 그 덕에 일상은 더 편하고 균등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진화해 왔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우리는 옳은 방향으로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맞을까?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수많은 정보를 얻고 남과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속에서 진실을 숨기는 건 불가능해 보이지만 사실 이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정보의 바다 속에서 우리는 정확한 정보를 얻고 판별하기 쉽지 않다. 그렇기에 빅데이터라는 '명확하고' '철저한' 기계의 손에 맡긴 채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는 것이다. 


 나 역시 자동화된 사회에 일말의 의심도 품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람과 달리 실수할 수도 없고 감정 때문에 차별을 두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동화로 인한 문제점이라면 일자리밖에 없다고 생각했지, 자동화가 된 후엔 모두가 평등하고 빠르게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자동화가 차차 보급되고 있는 현재에 이르러서 문제점이 하나 둘씩 나오고 있다. 특히 취약한 계층을 위한 사회복지 방면에서. 사회복지는 일반보다 좀 더 생활하기 어렵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도와주기 위한 제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원조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피해가 온다니 이 문제는 마냥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보다 기술이 더 발전되어 있고 빅데이터가 활발히 상용화 되는 미국 쪽이 특히 문제가 두드러지고 있다. 국민들은 문제점을 찾을 필요도 못 느낄 것이다. 왜냐하면 나처럼 빅데이터를 신용하고 기계가 더 정확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을 테니까. 가난하거나 소외된 사람들이 도움을 받으려고 하면 '알 수 없는' 조건에 의해 배제 당하고 더더욱 소외 당한다. 더 성숙하고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위해 '빅데이터'라는 시스템에 경각심을 가지고 약자를 위해 더 관심을 기울여야겠다고 느껴졌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http://cafe.naver.com/jhcomm/13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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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시 30분 1면이 바뀐다 - 조선일보 편집자의 현장 기록
주영훈 지음 / 가디언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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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래 종이 신문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 수는 얼마나 될까? 빠르고 접근성이 편리한 인터넷 신문의 보급으로 인해 종이 신문을 읽는 사람들은 줄었겠지만 아직 종이 신문만을 고집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E-book이 도입됐지만 종이책을 더 선호하는 나처럼 말이다. 


 

 종이 신문은 다음날 아침 구독자들의 집 앞에 배달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전 날 23시 30분까지 헤드라인을 정하고 기사를 마무리하여 인쇄에 들어간다. 하지만 기사를 찍어내는 도중 새로운 사건이 터진다면? 신문은 누구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정보를 전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종이 신문에 그런 기대를 크게 걸지 않았다. 인터넷 기사야 클릭으로 빠르게 수정하고 올릴 수 있지만 종이 신문은 저마다 규칙과 시간이 있고 그걸 무르기엔 너무 큰 위험 감수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신문은 이미 인쇄 중이니 그 사이 일어난 사건은 내일 신문에 나지 않을까 라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신문사는 기계를 멈춰 다시 수정하여 돌리는 수고를 기꺼이 들인다. 구독자들에게 '빠르고 정확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사실 이 부분에서 신문사의 열정에 놀랐다. 새벽에 일어난 사건을 아침 신문에서 보게 되다니 어느 누가 감탄하지 않겠는가. 구독자들은 놀라우면서도 감동 받지 않았을까?


 또 신문사들이 기사 제목이나 본문에 쓰이는 단어를 몇 번이나 고치고 고뇌 하는 것을 보고 꽤나 세심하다고 느껴졌다. 어려운 단어를 쓰지 않으면서 진중해 보이도록, 하지만 가독성과 흥미를 놓치지 않게. 단어와 문장이 구독자에게 그대로 와닿을 수 있도록 신중한 선택을 한다.


 그리고 우리가 5분 펼쳐보고 마는 기사를 기자들은 한숨 하나, 동선 하나 꼼꼼히 관찰하고 언제 발생했는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장소는 어딘지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 생각보다 여러 사항을 넓고 아주 세세하게 알아낸다. 그리고 상황에 맞는 단어와 문장을 고르고 골라 배치하여 완벽한 기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읽는 시간이 짧다고 해서 그 속에 든 노고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내 생각보다 기사 하나를 쓰는데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수고가 들어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기에 기사 하나하나가 애정이 안 서릴 수 없겠다. 많은 사람이 빚은 성과의 정수인 신문 한 장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종이 신문을 애독하고 있거나 궁금한 사람들은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앞으로도 종이 신문을 읽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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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정리인은 보았다 - 개정증보판
요시다 타이치.김석중 지음 / 황금부엉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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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품 정리인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생소할 지 모르겠다. 나는 언젠가 티비에서 '유품 정리인'을 접해봤던 기억이 난다. 연고가 없거나 처리가 어려운 고인의 방을 깨끗하게 청소해주는 일이다.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는 특별하지 않은 직업인지 '유품 정리인은 보았다'라는 이 책도 일본에서 쓰여졌다. 유품 정리인이 가는 곳은 죽은 지 오래 되어 '방치'되어 있는 시체들이 있는 곳이다. 즉, 죽을 때까지 아무도 찾지 않거나, 찾기 힘들었던 사람들이다. 책을 읽으며 특별한 사람들도 아니고 너무나 우리 일상과 밀접한 모습이 보여 새삼 죽음이 너무나 가까이 느껴졌다. 우리나라도 '고독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 유품 정리인이 새롭지 않을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유품 정리인의 수많은 사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어머니의 유품 정리를 부탁한 한 아들의 의뢰이다. 아들은 유품 정리를 맡겨 놓고 사후 처리나 이와 관련된 모든 문서나 물품은 일절 받지 않으려 한다. 이제 더 이상 연관되기 싫다면서. 결국 모든 일이 다 끝나도 아들의 얼굴 한 번 보지 못한다. 유품을 정리하다 그의 어머니가 소중히 보관하고 있던 아들과의 추억을 발견한다. 이미 의뢰인은 아무것도 받지 않겠다고 해버렸으니 생전 고인의 보물이었을 그 물건도 처분될 수밖에 없다. 유품 정리인은 의뢰인에 대해 발설해서도 안되지만 알려고 해서도 안된다. 

 죽은 후 그들의 숨겨진 모습들을 낱낱이 볼 수 있는 건 유품 정리인이지만 또 막상 그들이 어떤 관계를 가지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세세하게 알기는 어렵다. 아들은 어머니가 자신과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을 알았을까? 몰랐다면 유품 관리인을 통해 어머니의 마음을 알 수 있지 않았을까? 알았다면 그는 어머니와 무슨 일이 있었기에 죽은 후에도 보지 않으려 하는걸까? 유품 관리인은 죽은 이의 깊은 마음 속, 숨기고 있던 비밀까지 알게 되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렇기에 더 먹먹하고 안타깝게 느껴진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죽음이 언제 어떻게 닥쳐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숱하게 듣던 진부한 말이지만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라'라는 말이 마음 속에 맴돌았다. 또 언제 떠나도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다른 사람들의 관계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도 느꼈다. 물론 내 행동에도. 

 또 죽은 뒤 이런 걱정은 조금 슬프게 들리지만, 누군가 내 사후를 수습해 줄 때 남에게 부끄럼없이 정리를 해둬야겠다고도 느꼈다. 내가 살아갈 동안 숨기고 싶었던 사실을 죽었다고 들키고 싶지 않을테니까. 글쎄, 죽은 후에는 어떻게 보이든 상관 없어질지도 모르겠다. 다만 나와 가까운 사람이 아닌 생판 남에게는 내 소중한 부분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내 죽음 후엔 유품 정리인이 아닌, 소중한 사람들이 나를 추억하며 정리 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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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3 - 진실의 문
안나 토드 지음, 강효준 옮김 / 콤마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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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는 내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지난 마지막 장에서 하딘은 테사에게 정말 못할 짓을 했다. 애인으로서가 아니더라도 사람 대 사람으로서 농락하고 수준 이하의 행동이었다. 나는 그녀가 하딘을 다시 보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뭐, 처음엔 그런 것처럼 보였지만 테사는 그를 모질게 내치지 못했다. 테사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하딘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것 같다. 언제든 어딜가든 하딘 생각만 하고 하딘과 마주칠 때면 가슴이 뛰어 어쩔 줄 모른다. 대체 왜 그런거지. 옆에 관심을 보이는 좋은 남자도 있었잖아. 성향이 정반대여서 오히려 더 끌리는 것인가?


 1,2권과 다르게 3권부터 하딘과 테사의 시점이 교차되어 보여진다. 테사 중심으로 이뤄졌던 진행이 하딘에게도 조금 옮겨가 그들이 진정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할런지 직접적으로 와닿아 몰입감을 높였다. 동시에 하딘이 진정으로 테사를 마음에 두고 있구나 느낄 수 있어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독자들의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장치였다고 생각한다. 혹은 하딘에게 이입하는 독자도 있을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하딘이 관계에 서툴고 제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는 건 알았지만 그가 한 행동이 용서받지 못할 일이란 건 알 것이다. 


 하딘이 테사를 위해 바뀌었으면 좋았을걸. 그는 충분히 많이 바뀌고 있다 생각하지만 그가 욱하는 성격, 폭력적인 성향, 소리 지르고 앞뒤 안 가리고 뛰어드는 불같은 성질 등 거의 아이덴티티라 할 만큼 습관처럼 튀어나오는 하딘의 위험한 부분이다. 테사에게 진심이라 하더라도 위해주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낀다'는 말을 잘 모르는가. 테사도 그런 그의 모습에서 아주 조그마한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해도 속은 선한 사람이라며 빠져든다. 


 이렇게까지 되면 테사가 하딘에게 느끼는 감정은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딘이 준 집, 하딘이 소개한 인턴쉽, 하딘의 가족과 친구. 테사의 주변은 이미 하딘이 만든 모든 것으로 둘러쌓여 있다. 그 속에서 벗어나 새로운 현실을 찾을 수 있다면 좀 달라졌을까. 이 책에선 테사의 엄마를 응원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하딘의 최악의 범죄가 또 하나 밝혀졌는데 테사는 이를 왜 들어보려 하는 것일까. 그가 매력적인 사람임은 알겠지만 곁에 두어서는 안 될 인물 같다. 테사는 어떻게 그를 끝까지 믿을 수 있는거지? 그와 앞으로 함께한다면 테사는 행복과 동시에 불신과 불안을 안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권에서는 테사가 더 행복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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