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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뇌
케빈 데이비스 지음, 이로운 옮김 / 실레북스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뇌는 주위를 인지하고 상황을 파악하며 원하는대로 행동하도록 육체를 제어한다. 뇌는 우리 몸을 대표한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맡는 장기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뇌에 문제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착각하도록, 인지능력이 떨어지도록, 폭력성을 띄도록 등 뇌 자체에 문제가 생겨버린다면 우리는 몸 또한 제대로 가눌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런 정신이상자가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법정에 선 뇌'는 정신이상자들이 법적으로 어떻게 처리하는지 다루고 있다. 가장 흥미로웠던 사건은 '6장 내 아빠가 아니야'였다. 데이비드는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뇌에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한 줄 알았던 머리가 사실 이상이 있었던 듯 하다. 이상증세를 계속 보이던 데이비드는 결국 가족에게까지 상처를 입히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재판 결과 데이비드는 뇌에 이상이 생겨 불안한 정신 상태임이 밝혀져 무죄를 선고 받고 정신병원에 수감되었다. 그가 정상이라고 판결받은 후엔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이 사건에서 딸이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그때 거기서 바로 알았어요. 아빠는 제정신이 아니었고 눈빛이 변해 있었어요. 그 사람은 아빠가 아니었어요." 만약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나에게 상처를 입히면 그를 다시 예전과 같은 마음과 행동으로 대할 수 있을까? 아무리 정신 이상이었어도 나중에 다시 그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되고 놀란 마음을 안고 살아야 할 것이다. 데이비드는 가족을 죽음까지 이르게 하지 않았지만 만약 죽음까지 이르게 했다면? 단순히 정신이상이라는 이유로 그를 살인죄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법정에 선 뇌'는 이밖에도 다양한 실사례를 펼쳐보인다. 우리는 그 속에서 쉽사리 접할 수 없었던 사건과 판결을 보며 많은 생각에 빠져들 수 있다. 어떤 사례는 판결에 동의할 수도, 혹은 정반대의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우리에게 당연히 주어진 '뇌'라는 장기가 새삼 신비하고 더 소중해졌다. 그리고 '올바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게 꽤 힘들다는 걸 알았다. 뇌는 굉장히 세심하고 많은 수의 자극을 주고받는다. 이 중에서 하나만 달라져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 받아들이는 것이 180도 다르게 변할 수 있다니 뇌의 기능에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론 무섭기도 하다. 베일에 쌓여있는 뇌에 대해 설명해줄 뿐만 아니라 법정이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둠으로써 '법정에 선 뇌'는 누구나 흥미롭고 새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일 것이다.